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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3-29 20:17:00

고의사구

1. 개요2. 정의
2.1. 자동 고의사구 (콜드 고의사구)
3. 역사4. 고의사구시 주의점5. 고의사구의 목적6. 고의사구 관련 사건
6.1. 만루에서 밀어내기 고의사구6.2. 관련 사건
7. 고의사구 순위
7.1. MLB7.2. MLB 현역7.3. NPB7.4. KBO

1. 개요

intentional walk; intentional base on balls(IBB)
故意四球

야구에서 고의적인 볼넷으로 타자를 1루로 출루시키는 것.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에서는 1955년부터 기록되었다. 이는 투수가 타자의 승부를 포기했다는 의사표시를 확실하게 구분하기 위해 별도 표기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일본야구에서 널리 쓰이는 '경원사구(敬遠四球)', 줄여서 '경원'이라고 불렀다.[1] 현재도 나이가 많은 야구팬/관계자들은 이 단어를 많이 쓴다.

참고로 일본프로야구의 공인규칙서에 올라와 있는 정식용어 역시 '고의사구(故意四球)'이다. 즉, 현재 한국야구에서 경원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건 일본식 표현이라서가 아니라 정식 야구용어가 아니기 때문.

사구가 볼넷으로 순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사구는 이미 입에 익어서인지 고의볼넷이 아니라 고의사구라고 부르는 경우가 더 많다. 사구는 볼넷인지 몸에 맞는 공인지 알아보기 힘들지만, 일부러 몸에 맞추는 것은 빈볼로 부르기에 헷갈릴 여지가 없기 때문인 듯하다. KBO에서도 '고의사구'나 '고의4구' 등으로 쓰고 있다. 중계에서는 혼돈을 방지하기 위해 거른다, 상대하지 않는다, 내보낸다 등 간접적으로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2. 정의

KBO 야구 규칙에서는 고의사구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리고 있다.
9.14
(b) 투수가 볼넷이 결정되는 공을 스트라이크 존에 던지지 않고 고의적으로 포수석 밖에 서 있는 포수에게 투구할 때는 고의4구를 기록한다.
(c) 공식기록원은 수비 측 감독이 심판원에게 고의4구 의사를 전달하는 경우 투수가 별도로 투구하지 않더라도 고의4구를 기록한다.
,KBO 2020 공식 야구규칙,
그러니까, 앞의 볼 3개는 어찌 됐건 간에, 마지막으로 던진 볼을 포수가 발을 빼서 서서 받으면 고의사구로 기록된다. 예를 들어, 1루에 주자가 있는 2-2 상태에서 폭투가 나와 1루 주자는 2루로 진루하고 볼 카운트는 3-2 풀카운트가 됐다면, 1루를 채우기 위해 고의사구 투구를 해서 타자를 출루시켰다면 이 경우도 고의사구로 기록된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로 고의사구 투구를 3개까지 하다가 갑자기 작전을 변경해서 승부를 보기로 하고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 투구했는데 투구가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면서 볼넷이 될 경우는 그냥 볼넷으로 기록된다.

단, 포수는 투수가 투구 동작을 시작하기 전에는 캐처스 박스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보크.[2] 대충 한발 정도만 박스 안에 넣고 있다가 투구 시작하면 나와도 된다.

2.1. 자동 고의사구 (콜드 고의사구)

실제로 공을 던져 볼 카운트를 쌓아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수비팀 감독이 심판에게 고의사구를 요청하면 심판이 투구 없이 타자의 출루를 선언하는 것을 말한다. 꼭 볼카운트 0-0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고, 볼카운트에 관련없이 몇 구를 이미 투구하였더라도 중간에 콜드 고의사구할 수 있다.

고의사구를 하는 중 폭투, 포일, 보크 등의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고, 체력을 아낄 수 있으며, 투구 수를 줄이기 위해 몸에 맞는 공을 날리는 꼼수도 차단할 수 있다.[3] 그리고 경기 시간도 단축되는 것은 덤.

원래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실수를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규칙인데, 2018년에 한미일 3국의 프로야구인 MLB, NPB, KBO에 모두 도입되었다. 2016년 5월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은 선수 노조와의 합의 끝에 고의사구 룰을 아마추어와 같이 개정하였다. 개정된 룰이 시행되는 2017시즌부터는 덕아웃에서 사인 한 번이면 투수가 공을 던질 필요도 없이 타자가 바로 출루하게 된다. MLB에서 실시가 확정되면서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도입 논의가 이루어지다가 2018년도 룰 개정에서 도입이 확정되었다. KBO 에서도 논의 끝에 2018년도 KBO규칙위원회 회의 결과에서 도입이 확정되었다. 국내 아마야구에서도 2018년부터 자동 고의사구를 적용 중이며[4] 대만 프로야구에서도 도입될 예정이다. #

2018년 3월 27일 고척 LG 대 넥센전에서 LG가 고종욱을 상대로 1호 콜드 고의사구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국제 대회에서도 도입되고 있다. 세계야구소프트볼 총연맹도 콜드 고의사구를 채택한다고 밝혔고, 일본 규칙위원회가 콜드 고의사구 룰를 개정하면서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의 국제화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국제적인 룰을 따라야 한다"고 덧붙인 것으로 보아 도쿄 올림픽에서도 콜드 고의사구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고의사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발상황[5]도 야구의 재미 중 하나라는 아쉬움도 있으나 장점이 더 크다는 이유로 자동 고의사구가 자리를 잡았다.

덕분에 이론상으로는 0구 완봉승을 넘어 0구 노히트 노런이 가능하다. 주자는 모두 자동 고의사구로 내보내고, 견제사주루사로 모든 아웃카운트를 잡으면 된다.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도 된다. 다만 0구 투수교체까지는 나왔고, 2022년 9월 16일 LG 대 KT전에서 애덤 플럿코가 기록했다. 경기 전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 탓에 컨디션이 망가졌지만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규정 상 한 타자는 상대해야 했던 이유. 공은 던지지 않았지만 일단 첫 타자가 1루를 밟긴 했기에 규정을 지킨 건 맞다.

3. 역사

The intentional base on balls has come to be one of the most unpopular plays in baseball. The great majority of the game's patrons seem to oppose it. So do I.
고의사구는 야구에서 가장 인기없는 플레이 중 하나가 되었다. 경기의 후원자들 대다수가 (고의사구를) 반대하는 것 같다. 나도 그렇다.
- 1913년, 아메리칸 리그 회장 밴 존슨(Ban B. Johnson) 당시 뉴욕 타임스

사실 현재와 달리 1910년대에는 고의사구에 대해 여론이 매우 부정적이었다. 관중들은 분명 투수와 타자 간의 숨 막히는 대결을 보러 왔지만, 실제로는 강타자 앞에서 투수와 포수가 캐치볼(...)하는 것을 보고 있어야 했으니 여론이 부정적인 것이 당연하다. 지금은 일부러 볼을 던져서 유리한 약자와 상대하는 '이기기 위한 작전'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당시 사람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며 승부를 피하는 비겁한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타자와 투수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만약 이기고 있는데 비가 오고 있고 우천 노게임을 막기 위하여 일부러 타자가 헛스윙질을 한다면 과연 '이기기 위한 작전'으로 봐야 할까, '비겁한 행위'라고 봐야 할까? 마찬가지로 고의사구는 당대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불리한 강타자에게 고의로 져주고 유리한 약자와 붙는 져주기 게임이라고 여기며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고의사구를 한 투수는 치킨(겁쟁이)이라고 불렸다. 현재도 지루하다는 의견이 많으며 전통주의자들은 고의사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계속해서 내고 있다.

이 때문에 1910~20년대 아메리칸 리그에서는 고의사구를 금지시키고자 했지만 문제는 고의사구인지 단순 투구인지 판별할 방법이 없었다. 스트레이트 볼넷이라도 실투이거나 헛스윙 유도를 위한 볼일 수도 있었던 것. 고의사구는 결국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지 않고 확실히 볼넷으로만 막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고의사구의 제재를 위한 판단 기준을 만들어 놓으면 투수는 그 기준을 피해서 다른 방법으로 볼넷을 내주면 된다.[6] 결국 고의사구 금지 계획은 흐지부지되고 세월이 지나면서 부정적 여론이 어느 정도 희석되었고 현재처럼 작전으로 쓰이게 되었다.

4. 고의사구시 주의점

투수는 타자의 배트가 절대 닿지 않으면서, 포수가 정확하게 볼을 잡을 수 있도록 투구해야 한다. 이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마운드 위에서 온몸을 던지듯 투구하도록 기계적으로 단련된 투수라는 포지션 특성때문에 힘을 적당히 빼고 던진다는게 야수들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나 투수들은 극도로 예민한 상태이기에, 투수 본인 입장에서는 저런 사소한 밸런스 변화도 크고 낯설게 느껴진다. 그래서 가끔 공을 어설프게 빼서 안타를 두들겨 맞거나, 포수가 공을 놓쳐 주자가 홈에 들어와 버리는 난감한 케이스가 있다.

파일:/pds/200906/19/26/e0014726_4a3af6e783916.gif



Miguel Cabrera's Intentional Hit!

밑에 관련사건에 있는 1009 대첩이 가장 좋은 예가 되며, 홍상삼의 한폭삼(= 한 이닝 폭투 3개) 중 1개가 고의사구 중 폭투였다. 이런 고의사구 중 폭투는 팀에 미치는 영향이 보통 폭투나 포일 그 이상이기 때문에 이를 과도하게 의식하면, KIA 타이거즈의 런동님김기태 감독처럼 야수를 포수 뒤쪽에 위치시키는 규칙 위반[7]을 저지르기도 한다. 물론 심판이 안된다고 해서 정상 플레이를 했다.


일본 프로 야구에선 신조 츠요시가 이렇게 끝내기 안타를 친 적이 있다. 아래 영상은 초공격이라 끝내기 안타는 아니었지만 신조가 했던건 정말 끝내기 안타. 그러나 사실은 반칙 하지만 이렇게 끝내기하고 12연패 당한 것은 유명한 일화. 하지만 타자는 웬만한 실투가 아닌 이상 칠 의사가 없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위의 LG:한화 움짤만 보더라도 타자가 투구를 무시하고 보호장비부터 벗고 있다. 고의사구를 방망이로 쳤는데 운이 좋아서 안타 나오면 대박이기는 하지만, 고의사구에 괜히 방망이 댔다가 아웃되면 타자 본인이 엄청 망신당하기 때문에 방망이를 잘 건드리지 않는다.[8]
8.05 베이스에 주자가 있을 때 다음의 경우 보크가 된다.
(l) 고의4구를 진행 중인 투수가 포수석 밖에 나가 있는 포수에게 투구하였을 경우
[주] “포수석 밖에 있는 포수”라는 것은 포수가 포수석 안에 두 발을 모두 두지 않은 것을 말한다. 따라서 고의4구가 진행되고 있을 때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기 전에 포수가 한쪽 발이라도 포수석 밖으로 내놓으면 이 항이 적용된다. ― KBO 2017 공식 야구규칙

이 동영상처럼 투수가 포수석 밖에 있는 포수에게 고의사구를 한 경우 보크이다. 포수는 반드시 투수가 투구를 하고 나서 포수석 밖으로 나가야 한다. 쉽게 말해서 고의사구 시, 포수가 투구 전 미리 공이 올 위치에 가 있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최소 한발은 포수박스에 발을 걸치고 잡거나, 걸치다가 투구 후 한두발 이동해서 옆으로 뺀 공을 잡는다. 가끔 미리 나가기도 하지만 관례상 보크를 잡진 않는다. 해당 동영상에서는 포수가 규정을 지키려는 시늉도 안하고 투구 이전에 포수석을 나가려 하자 심판이 제지하는데, 리그에 한 번도 이걸로 보크 잡은 적이 없어서 관례를 깨고 적용하기에 부담스러운 점이 심판에게 있었던 건 이해하지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이상 보크 상황을 만드는 포수를 굳이 아마추어도 아니고 가르치려는 듯이 개입해서 욕을 크게 먹었다. 해당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최규순의 야구 교실 항목 참조.

투수와 수비수들이 모두 평소보다 다소 느슨해지는 고의사구의 특성상 2루에 빠른 주자가 있는 경우 그 방심하는 틈을 타 3루 도루를 시도하는 용자들이 종종 있기도 했다. 물론 이는 3루 도루 시도 자체의 리스크가 오히려 더 큰 편이라 그리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였다.

MLB는 2017년부터, NPB와 KBO는 2018년부터 수비 측 감독이 해당 타자와의 승부 포기 의사를 밝히면 콜드 고의사구로 처리해주니 주의사항 대부분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사실 고의사구보다는 피치아웃의 주의사항이 더 중요하다. 폭투나 타격도 고의사구보다는 피치아웃에서 더 많이 나온다. 고의사구는 타자가 칠 의사가 없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고, 투구하자마자 주자가 뛰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좀 더 느리게 던져도 되며, 타격방해 걱정도 안 해도 된다. 특히 고의사구는 실투인 경우에만 문제되지만, 피치아웃은 실투가 아니더라도 자칫하면 타자가 쳐버리거나 주자가 투구하는 사이에 뛰어서 살아나갈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피치아웃은 대체로 공 1개만 던지는 반면 고의사구는 공 4개를 던져야 한다. 고의사구가 겉으로는 쉬워보이지만 은근히 투수에게 부담이 되는 듯하다. 대부분 주자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고의사구 중에도 주자를 신경써야 한다. 권혁이 고의사구하다가 리드폭 넓은 주자 김하성과 신경전을 벌인 적이 있었고, 김기태 감독이 고의사구 중 폭투를 막기 위해 포수 뒤에 뒷루수(...)를 배치시키려고 한 것을 보면 고의사구도 겉모습에 비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는 콜드 고의사구 도입으로 보기 어려워졌지만...

5. 고의사구의 목적

일반적으로 알려진 고의사구의 목적은 강타자 고의로 거르기이다. 이는 주자로써는 발이 느리기 때문에 상대하기 편하지만 타격이 좋은 강타자거나[9] 그날 이상할 정도로 맹타를 휘두르는 타자, 상대 전적에서 강한 타자를 상대로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 보다는 볼넷으로 내보내는 것이 안전하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하지만 대놓고 서서 받는 고의사구나 승부하는 척 앉아서 볼만 4개 던지는 고의적 볼넷을 구분할 방법은 현실적으로는 없다. 다시 말해서 강타자를 상대로는 고의사구 대신 "휘둘러 주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 없다" 식의 바깥 승부를 하는 선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 흔히들 말하는 "어렵게 가다"라는 말은 이를 가리킨다. [10]

그 외에도 일반적으로 덜 알려진 고의사구의 큰 전술적 목적은 비어있는 1루를 채워서 더블플레이 혹은 쉬운 포스 아웃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통계적 분석의 결과에도 2사 1, 2루가 2사 2루보다 득점확률이 낮다는 것이 입증이 되었으며 1루를 채우는 것 만으로도 포스아웃이 가능해서 수비하기가 좀 더 수월하다.[11] 이 때문에 스즈키 이치로처럼 파워히터가 아닌 선수도 고의사구를 얻게 되는 상황이 존재한다. 이치로에게 고의사구를 준다고 하더라도 2루에 주자가 있다면 더블스틸 아닌 다음에야 준족의 이치로가 도루할 가능성은 낮고, 2사에 주는 고의사구의 경우 병살유도의 필요성도 낮고 다음 타자만 집중해서 잡으면 이치로에게 도루를 헌납하더라도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낼 수 있기 때문. 고의사구가 꼭 장타자를 피하기 위한 목적만이 아님을 말할때 주로 쓰는 사례.[12] 역으로 특이하게 장타자중에서도 고의사구가 적은 타자중에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있었기 때문에 고의사구 적음→타석에서 포스 약함→클러치에 약함 이라는 이상한 논리도 돈 적이 있다.

다만 이런 고의사구의 전술적 의미를 너무 간단하게 생각했다가 뒷 타자에게 얻어맞으면 고의사구로 거른 전 타자의 득점이 추가되므로 매우 아프다. 그런 상황이 바로 김거김. 그리고 기껏 걸렀더니 휴식 차원으로 쉬고 있었을 뿐 타격 페이스는 좋았던 타자가 몸풀고 대타로 강림(...)하면, 헛심만 쓴 것이 돼버리기 때문에 정말 골치아프다. 그리고 고의사구로 거른 타자의 다음 타자는 자존심이 상해 벼르고 나와서 평소보다 더 집중력을 발휘해 안타를 쳐내는 경우도 있다.[13]
특히 미국의 내셔널 리그나 일본의 센트럴 리그등 투수가 타석에 서는 리그에서는 8번타자가 고의사구를 많이 얻는데 이것은 9번이 투수라서 위기에 몰렸을 경우 일단 투수와 상대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타율이 높은 8번타자를 피하기 때문이다.[14] KBO 리그에서도 지명타자 소멸례에 따라 투수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거르는 타자 다음이 투수일 경우에 가끔 일어나는 사항이다. 대표적인 예로 2015. 5. 17 넥센 vs 한화 9회말 동점 상황에서 손승락이 이용규를 거르고 권혁을 선택한 사례가 있다. (결과는 삼진) 하지만 그날 투수가 실버슬러거 출신이라면 어떨까? 이것때문에 토니 라 루사는 종종 투수를 8번타자에 놓는 변칙운용을 하기도 했다. 대타를 쓰게 된다면 실점확률이 올라갈 수 있지만, 잘던지던 투수를 강제로 바꿔야하는 노림수도 있기 때문에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다. 특히 경기 초중반이고, 이전 경기에서 연장전이던 선발 조기 강판이던 여러 이유로 불펜을 많이 썼을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이승엽의 56홈런을 넘어설 만한 급의 임팩트 있는 중요한 홈런을 앞두고 있는 경우, 또는 서건창의 200안타급 같은 중요한 스타급 타자가 나온다면... 그 중요한 홈런 또는 단타를 맞지 않기 위해 상대 A급 타자를 고의사구로 걸러내면 양팀 합작으로 대차게 까인다.[15] 어쩌면 그날의 관중은 양팀 합작으로 그것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다만 허용투수 항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괜히 그런 걸로 조롱거리가 되기 싫다는 이유에서 던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차라리 거르기야 본인이 명백히 잘못을 저지른 것이니 비난 받아도 당사자가 그런대로 넘어갈 여지도 있지만, 단지 못해서 조롱거리가 되는 건 스트레스 받을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타이틀 밀어주기의 용도로 고의사구를 쓰기도 한다. 1984년 롯데 홍문종은 삼성 이만수와의 타격왕 경쟁 중이었는데 삼성 투수들이 이만수의 타격왕 밀어주기를 위해 롯데와의 시즌 마지막 게임에서 홍문종에게 고의사구를 남발하기도 했다. 그것도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롯데와 맞붙기 위해 져주기 게임의 일환이었다. 2009년엔 LG 박용택과 롯데 홍성흔이 타격왕 경쟁을 했는데 롯데의 최종전이 LG전 이었다. 이 경기에 박용택은 출전하지 않았고 홍성흔은 고의성 짙은 4개의 볼넷을 얻었다. 다음날 LG의 최종전에서 박용택은 3타수 무안타로 경기를 마감했지만 타격왕이 확정되었다. 결국 박용택은 졸렬하다는 평을 들었다.

6. 고의사구 관련 사건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김영덕 감독의 전설적인 1984년 구덕 2연전(9.22~23)에서 나온 홍문종의 2경기 전 타석 고의사구(9연타석)가 아직까지도 가끔 회자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이만수트리플 크라운 달성을 위해 홍문종의 타율을 묶어 두려는 수작이었다.

한국 프로야구 통산 고의사구 1위는 양준혁의 150개, 시즌 최다 고의사구는 1997년 이종범의 30개. 1번 타자임에도 훌륭한 성적을 낸 당시의 이종범의 스펙을 증명해주는 수치.

2004년, 2006년 현대 유니콘스 투수진은 시즌 내내 단 한 개의 고의사구도 내주지 않았다.[16] 2005년에는 단 2개. 현대 투수진은 1998년부터 2006년까지 9시즌 중 2000년을 제외한 8시즌 동안 리그 최소 고의사구를 기록했다.
MLB에서는 2019년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사상 최초로 0고의사구 시즌을 달성했다. 다만 포스트시즌인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첫 고의사구를 내주었다.

KBO 에 2018년 콜드 고의사구 (자동 고의사구) 제도가 도입되고, 최초의 자동 고의사구는 3월 27일 LG-넥센전에서 고종욱이 기록했다. 당시 투수는 헨리 소사. 영상

6.1. 만루에서 밀어내기 고의사구

타격감이 좋은 타자와의 승부를 극한으로 피하려 하는 경우에 벌어질 수 있는 사태가 바로 주자 만루에서 밀어내기 고의사구이다. "승부했다가 제대로 홈런 맞으면 4점, 장타를 맞으면 2~3점을 줘야 할테니, 차라리 한 점만 주고 만다" 라는 심산으로 하는 작전이다. 이는 메이저리그 100년 역사에 단 7번 있었다. 메이저 리그에 발생 했던 일곱 번 중, 기록지를 제대로 집계한 1955년 이후로 한정하면 단 세 번. 1998년의 배리 본즈와, 2008년의 조시 해밀턴, 2022년 코리 시거다.[17] 다만, 기록상 명백하게 고의사구인 경우가 적을 뿐이지, 사실상 고의사구라고 볼 수 있을 만큼 대놓고 승부를 피하다가 볼넷을 내주는 경우는 흔히 있다.

KBO 리그에서는 아직 만루 고의사구 기록은 없고, 아마추어 야구 기록으로는 1995년 대학야구 춘계리그 결승전에서 연세대 임선동이 한양대 강혁을 2아웃 만루에서 걸려보낸 게 유명하다.[18] 고교야구에서는 2002년 화랑대기에서 부산고 장원준이 동성고 김주형을 만루에서 고의사구로 내보낸 기록이 있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세 번 나온 기록인데, 그 중 일본시리즈에서 나온 것 하나를 제외한 두 개는 안타를 맞느니 한 점만 내주겠다는 심산에서 한 작전이 아니라, 팀 차원에서 타이틀 밀어주기를 한 결과라 메이저리그의 사례와는 많이 다르다. 첫 번째는 양대리그 체제 첫 해인 1950년 일본시리즈 6차전에서 이와모토 요시유키가 얻어낸 것으로, 2회와 3회 연타석 홈런을 친 쇼치쿠 로빈스의 이와모토를 마이니치 오리온즈가 5회 4점차 무사 만루에서 거른 사례다(공식 박스스코어). 결과적으로 이 작전은 성공해서 마이니치는 고의사구 이후 희생플라이로 인한 추가 1실점만으로 막아냈으며, 연장 승부 끝에 끝내기 실책으로 승리하여 우승한다.

두 번째는 1975년 10월 19일 이노우에 히로아키가 얻어낸 고의사구인데, 당시 히로시마 도요 카프야마모토 코지가 0.319의 타율(451타석 144안타)로 1위였고 주니치 드래곤즈의 이노우에 히로아키가 0.318의 타율(465타석 148안타)로 2위였으나 안타 하나만 더 치면 타율 4모 차이로 이노우에가 1위가 되는 상황이었다. 야마모토는 시합에 선발출장하지 않았고, 그냥 선발출장하면 고의사구일 것이 뻔해서 이노우에도 선발출장하지 않고 3회초 무사 만루에서 대타로 나왔으나 결과는 공식전 첫 고의사구. 그리고 야마모토는 후반 대주자로 나와 전 경기 출장 기록을 챙겨갔다. 주니치는 한신과 한 경기가 더 남아 있었으나, 그 경기에서도 3타수 1안타[19], 그리고 마지막 타석에서는 몸에 맞는 공으로 타율 1위를 놓치고 결국 야마모토가 수위타자가 되었다.

세 번째는 1984년 10월 3일 우노 마사루가 얻어낸 고의사구인데, 당시 주니치 드래곤즈의 우노 마사루와 한신 타이거스카케후 마사유키가 37홈런씩을 기록하며 홈런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었고, 마침 마지막 두 경기가 주니치와 한신의 맞대결이었던 것. 게다가 한신은 이미 B클래스가 확정된 상황이어서 경기 승패보다 카케후의 홈런 타이틀이 훨씬 더 중요한 상황이었고, 주니치 감독 야마우치 카즈히로도 반드시 우노에게 홈런왕 타이틀을 따게 해 주려고 마음먹은 상황이었다.[20] 결국 마지막 두 경기에서 우노와 카케후는 나란히 10타석 연속 볼넷을 얻어내며 공동 홈런왕에 올랐고, 우노는 10월 3일 7회 2사 만루에서 고의사구를 하나 얻어내었다. 일단 공식적으로는 두 명이 얻은 볼넷이 전부 다 고의사구로 기록된 건 아니지만 사실상 전부 고의사구나 다름없었고, 이때 기록된 10연타석 볼넷은 당시 일본 신기록이었다. 그리고 둘 다 홈런왕 확정 후의 인터뷰에서 이 사실을 굉장히 부끄러워 했다. 참고로 이 10타석 연속 볼넷 기록은 4년 후인 1988년 마츠나가 히로미가 11타석으로 경신하였고, 그 중 공식 기록으로 10타석 연속 고의사구가 포함되어 있다.

6.2. 관련 사건

7. 고의사구 순위

(→)는 현역.

7.1. MLB

No. 선수명 개수
1 배리 본즈 688
2 알버트 푸홀스 316
3 행크 애런 293
4 윌리 맥코비 260
5 블라디미르 게레로 250
6 켄 그리피 주니어 246
7 미겔 카브레라(→) 238
8 조지 브렛 229
9 윌리 스타젤 227
10 에디 머레이 222
11 프랭크 로빈슨 218
12 매니 라미레즈 216
13 데이빗 오티즈 209
14 토니 그윈 203
15 마이크 슈미트 201
16 어니 뱅크스 198
17 러스티 스타우브 193
18 윌리 메이스 192
19 칼 야스트렘스키 190
20 칠리 데이비스 188
테드 시몬스

7.2. MLB 현역

No. 선수명 개수
1 미겔 카브레라 238
2 조이 보토 147
3 마이크 트라웃 117
4 프레디 프리먼 114
5 브라이스 하퍼 112
6 로빈슨 카노 112
7 폴 골드슈미트 108
8 에반 롱고리아 87
9 지안카를로 스탠튼 83


7.3. NPB

No. 선수명 개수
1 오 사다하루 427
2 장훈 228
3 나가시마 시게오 205
4 노무라 카츠야 189
5 카도타 히로미츠 182
6 오치아이 히로미츠 160
7 다니시게 모토노부 158
8 타부치 코이치 125
9 에토 신이치 118
10 나카무라 타케시 112
11 도이 마사히로 106
12 야마우치 가즈히로 101
13 스즈키 이치로[22] 98
카네모토 토모아키
15 알렉스 카브레라 95
16 야마모토 코지 94
17 오오스기 카츠오 92
18 타츠카와 미츠오 88
19 나카니시 후토시 85
20 와카마츠 츠토무 83

7.4. KBO

No. 선수명 개수
1 양준혁 150
2 김기태 129
3 이대호 94[23]
4 김현수(→) 89[24]
5 최형우(→) 88
6 장종훈 86
7 김태균 85[25]
8 이종범 82[26]
9 장성호 81
10 이승엽 75[27]

[1] 의외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경원'이라는 용어는 예기의 구절인 '귀신을 섬기고 신령을 공경하되 멀리하라(事鬼敬神而遠之)'를 바탕으로, 공자가 『논어』에서 '귀신을 공경하되 멀리하라(敬鬼神而遠之)'고 언급한 데서 유래한다. 즉, 선비들이 자주 읊던 용어였다.[2] 주자가 없으면 벌칙도 같은 볼이므로 상관 없다.[3] 실제로 고의사구의 실수, 투구수를 줄이기 위해 사구를 던진 것은 과거에 전례가 꽤 있는 일이다.[4] 이는 2018년부터 고교야구 투수들의 투구 수 제한이 강화된 영향도 있었다.[5] 고의사구 폭투 또는 홈스틸, 타격해서 안타 만들기 등 나오기만 한다면 야구팬들 사이에 화제가 된다.[6] 기사에서 인터뷰한 커미셔너도 같은 발언을 한다. 빈볼과는 다른 게, 빈볼은 퇴장을 각오하고 보복 의도를 보여주는 게 핵심이기 때문.[7] 야구규정 상 포수를 제외한 수비수는 투수가 공을 던질 때 페어 그라운드 안에 위치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시프트는 절대 불가능. 투수가 공 던지자마자 야수가 포수 뒤쪽으로 뛰어가는 것도 안 된다.[8] 3볼 노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타자가 방망이를 잘 대지 않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9] 장타력과 교타력을 겸비한 타자는 체중이 많고 발이 느리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호타준족이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거기다 아래에도 나오지만, 이런 경우 도루자체가 배제되는 상황이 많다.[10] 이것도 말이 쉽지 제구력이 기본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일부러 상대가 속을 만한 볼을 투구하는 것도 꽤나 어려운 일이다. 애매하게 스트라이크존 안에다가 실투라도 넣으면 장타를 얻어맞기 딱 좋으며, 괜히 볼 던진다고 손에서 빠져서 폭투라도 되면 추가 진루를 허용한다.[11] 1사 주자 1, 2루가 되면 어지간히 빠른타자 아니면 타자 입장에서는 병살타를 생각할 수 밖에 없어 더 부담이 생긴다.[12]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번타자가 리그 고위사구 1위를 그것도 3번이나 기록했다는 것은 엄청난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1번타자가 이치로만 있는것도 아니고 역사도 140년을 넘는데 이치로처럼 전성기 10년간 100개이상의 고의사구를 기록한 1번타자는 전무후무하다. 이치로의 타격능력에 대한 경계와 이치로가 전성기를 보낸 매리너스 타선의 약체화 등의 원인들이 작용했을 것이다.[13] 특히 평소 팀의 중심타자지만 그 경기, 혹은 근래에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앞의 타자를 거르고 그 타자를 승부할 때도 있는데, 타자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14] 이런 이유로 아래의 일본프로야구 통산 고의사구 순위를 보면 일본 야구사를 풍미한 쟁쟁한 강타자들 사이에서 수비형 포수인 타니시게 모토노부(7위), 나카무라 타케시(10위)와 타츠카와 미츠오(18위)의 이름을 볼 수 있다. 투수가 타격을 하는 센트럴리그에서 오래 뛰었고(특히 타니시게는 NPB 역대 최다경기 출장기록 보유자), 잘 못 치니 9번 투수 앞 8번에 붙박이로 배치되기에 오히려 앞 타순의 더 타격이 좋은 선수들보다도 고의사구를 많이 적립한 것.[15] 대표적인 것이 2015년 이승엽의 400홈런 도전이다. 전날 LG 트윈스양상문 감독은 400홈런에 도전하는 이승엽과 정면승부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LG가 9:3으로 밀리는 가운데 9회 이승엽의 타석이 돌아왔고 팬들이 보게된 장면은... 기록상으로는 그냥 볼넷이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비슷한 사례로 NPB에서 오 사다하루가 가진 55호 홈런 기록에 도전한 외국인 랜디 바스, 터피 로즈, 알렉스 카브레라에게도 기록상으로는 고의사구가 아니지만 도저히 칠 수 없는 공들만 들어와 팬과 야구계 관계자들의 빈축을 산 적이 있다. 게다가 위 사례는 오가 해당 선수의 상대팀 감독 신분으로 만났던 경우라 더 논란이 되었다. 일단 오 본인은 승부를 피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하고 공통적으로 주변인(투수코치, 배터리 코치 등)이 승부를 피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은 있다.[16] 포스트시즌을 포함하면 2004년에는 한국시리즈 4차전과 6차전에서 고의사구를 허용했고 2006년에는 플레이오프에서도 고의사구가 없었다.[17] 이쪽은 아예 공도 안던진 자동 고의사구였다.[18] 그리고 다음 강혁 타석에서는 정면도전했다가 솔로홈런을 얻어맞았다.[19]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쳤기 때문에 467타석 149안타로 타율 약 2모 차이로 2위였고, 반드시 안타 하나를 더 쳐야 하는 상황이었다.[20] 2016년 우노가 카케후를 상대로 한 인터뷰에서 카케후가 야마우치 감독에게 그런 소리를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21] 이 경기는 고의사구 자체가 아닌 고의사구 시 폭투 방지를 위한 묘책 때문에 화제가 된 경기다.[22] 메이저리그 통산 181개의 고의사구를 얻어냈다. 합치면 미일 통산 279개.[23] NPB 7고의사구, MLB 2고의사구.[24] MLB 1고의사구.[25] NPB 1고의사구.[26] NPB 3고의사구.[27] NPB 11고의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