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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나무위키, 여러분이 가꽈 나가는 디식에 냉기
나무위키, 여러분이 가꾸어 나가는 지식의 나무
육진 방언은 한반도의 동북부 끝(북한 행정구역 기준 회령, 온성, 경원, 경흥, 라선 일대)에서 사용되는 동북 방언의 하위 방언이다. 북한에서는 '함경도 방언'의 '북부 방언'의 하위 방언이라는 견해도 있다.나무위키, 여러분이 가꾸어 나가는 지식의 나무
한국에서는 '언어섬' 같은 표현이 와전되고, 과거의 나무위키에서나 향문천 같은 유튜버가 아주 특이한 방언으로 묘사하는 바람에 인터넷 상으로 언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탈북민, 연변 인근 조선족에게는 가장 고향에서 흔한 말투며 이 말투에서 유래한 말투가 북쪽 말투에서 점점 유명해지고 있다. 탈북민이든 조선족이든 과거부터 지리적으로 중앙의 통제를 피할 수 있던 이 지역 출신이 많기 때문이다. 분단 전의 언급이나 현지에 대한 증언에 따르면 다른 함경도 지역의 말투와는 차이가 크지 않게 여겨졌고 함흥 같이 먼 곳의 말투와 비교해도 잘해야 대구와 부산 말투에 비유할 차이가 있다. 한국의 학자들도 '약간 다른 특징', '어휘적으로는 다른 동북 방언과 큰 차이가 없다'라는 식으로 이 방언을 묘사했다. # 이 억양은 함경도의 남쪽 지방에 있는 함흥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에는 이 말투가 민간에서 알려져 '아이 하니?' 같은 말투, 슴다체 같은 이 방언을 묘사한 말투를 북한 말투로 여기는 경향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 이후 범죄도시, 오징어 게임(강새벽) 등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휴전선 북쪽의 방언 중에는 평안도와 거의 비슷하거나 좀 더 많을 정도로 이 방언 화자의 방언이 묘사될 정도다. 화자 특성에 따라 표준어 섞이는 정도다. 그러나 '내래' 같은 육진 방언과 처음 들어도 어휘와 억양이 구분이 될 정도로 매우 다른 평안도 쪽 말투와 섞여서 묘사되는 경우도 있다.
과거의 육진 방언 화자들은 자신의 방언을 뉴웁말이라고도 일컬었는데, 육진에서는 육진 지역을 '뉴웁이(六邑-이, 여섯 고을)'라고 부르기 때문이었다.
최근 인터넷에서 육진 방언을 육진어로 부르려는 움직임이 있다. 하지만 중세 한국어에서 분화한 제주어와 달리, 육진 방언은 역사적으로 고립된 적이 없어서 계속적인 언어적 교류가 이루어져 왔으며,[1] 타방언과 문법적인 차이가 거의 없어[2] 거시적인 방언학에서 이를 보는 시각은 매우 회의적이다. 국내 방언학자들 사이에서는 '육진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알렉산더 보빈은 2013년에 '알타이 제어'에 대해 다루며 중세 한국어의 보수적 형태가 많이 남아 있는 육진 방언을 언어로 규정하려고 하였다.
2. 사용 지역
함북방언사전(경기대 출판본) p.16-26 | 함경도 방언 연구(평양:교육도서출판사) p.34-43 |
'육진 방언'이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한 학자는 한영순(1967 : 281-88)으로, 육진 지역에서 사용되는 종결어미가 나머지 동북 방언과 다르다는 사실을 주목하여 구획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후 위처럼 김태균과 정용호가 어휘와 문법을 통해 함경도의 하위 방언을 나누는 과정에서 육진 방언의 구획선을 긋기도 했다.
육진(六鎭)은 조선 초기에 여진족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6개의 진이다. 두만강 중하류를 중심으로 위치한 6개의 군(회령군, 종성군, 온성군, 경원군, 경흥군, 부령군)을 가리킨다. 하지만 위 지도에서 보이듯 한국 학계에서는 부령군의 방언은 육진 방언으로 안 치는 편이다.
북한의 행정구역은 한국 정부가 이북5도의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과, 북한 정부가 관리하는 것이 다르다. 한국 정부는 북한에 '량강도'가 없다고 간주하고 원산시 일대를 함경남도의 영역으로 관리하지만, 북한은 강원도의 일부로 관리한다. 위 지도는 새국어생활 등지에 실린 지도다. 그런데 저 지도는 한국 정부가 관리하는 기준이다. '6개의 군'도 지금 북한에서 쓰지 않는 한국 정부의 기준이다. 특히 1995년까지는 한국 교과서에서는 아예 북한이 관리하는 '자강도', '량강도'가 없었기에 당시만 해도 북한의 행정구역이 생소하고 이북5도 행정구역이 '한국의 행정구역'으로 여겨졌다. #
그래서 '국내'라는 명칭은 과거 한국 연구를 중심으로 북한을 포함하는 '한국'을 가리키는 경우도 있다. 가령 영흥군이라는 지명은 북한에서 쓰지 못하게 하였다. 정용호가 언급한 '북부 방언'의 사용 지역은 '육진 방언' 사용 지역을 포함하나 위 지도에는 포함되지 못한 오류가 있다.
그런데 이 지도가 실린 최명옥의 연구에서는 북한의 정용호의 1988년 연구를 언급하며 한국 정부의 행정구역을 언급하면서, "함경남북도의 방언 구획에서, 정용호(1988:34-43)은 이 방언을 크게 2개의 방언으로 구획하였다. 즉 (1) 북부 방언(함경북도의 <경성, 무산, 부령, 회령, 경흥, 종성, 경원>)과 (2) 남부 방언(그 외의 함경북도와 함경남도 전역)이 그것이다. 그리고 '북부 방언'을 다시 2개의 하위 방언, ① 육진 방언(회령, 종성, 경원, 온성)과 ② 그 밖의 지역을 포함하는 방언으로 구획했다. 그러면서 종래에 함경도 방언에서 제외시켰던 함경남도의 <영흥> 이남 지역을 함경도 방언에 포함시켜야 할 것을 주장했다."라고 한다. 즉, 북한 학계에서는 북부 방언의 일부가 육진 방언이라는 견해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한국 정부의 행정구역을 언급하지 않으며, 특히 '영흥'[3]이라는 지명을 쓸 수 없기에 한국 정부의 행정구역으로 수정한 부분이 있을 터인데 어떻게 수정했는지 확인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저렇게 한국 정부의 행정구역을 적용하면 동북 방언 사용 지역으로 간주되지 않던 원산시의 방언이 동북 방언이 되어 기존의 학설을 완전히 뒤집는 주장이 되어버린다. 다만 육진 방언 사용 지역으로 한정하면 문제의 오른쪽 지도도 우연히 북한 문헌의 주장과 영역이 대체로 유사한 것은 맞다.
중국 연변 지역의 구어체의 한국어나 중앙아시아 한국어에도 육진 방언의 어미를 쓰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함경남도 같이 육진 방언을 쓰지 않는 지역의 방언도 구사하는 경우가 있다. 조선족은 연변에만 사는 것이 아니므로 연변 이외 지역에도 함경도의 방언을 쓰는 사례가 있으나 반드시 육진 방언은 아닐 수도 있다.
3. 특징
한반도 최동북단에 위치한 육진 지역은, 공통어 사용을 주도하던 중부 지역으로부터 매우 떨어져 있어 '잔재 지역'의 성격을 지닌다. 거리적으로는 제주도보다도 훨씬 멀다.[4] 상당히 동떨어진 지역이다 보니 중앙어의 영향이 두루 미치지 못하여 음운이나 어휘 면에서 옛말을 지니고 있기도 하며, 독자적으로 변한 특성도 다수 있다. 한국 국어학계에서는 이질성 때문에 이 지역을 언어 섬이라고 일컫기도 한다.3.1. 음운
3.1.1. 성조
동북 방언은 한국어의 '여섯 가지 대방언' 중 동남 방언과 더불어 성조가 있는 방언이다. 성조는 음의 높낮이로 단어의 뜻이 달라지는 현상을 뜻하며, 동북 방언의 성조는 중세 한국어의 성조와 규칙적인 대립을 보인다.육진 방언은 중세 한국어의 '상성'이 일괄적으로 '고조'로 바뀐 현상이 두드러진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어의 방언/초분절 음소 참고.
3.1.2. 자음소
- 구개음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육진 지역은 나머지 동북 방언 지역과 다르게 구개음화가 상당히 덜 일어난 지역이다. 순우리말은 대부분 '디, 티'가 '지, 치'로 변하지 않았다. 다만 현대에 들어 다른 지역에 영향을 받아 한자어는 대부분 구개음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서북 방언권 역시 구개음화가 희박하나 대신 /ㄷ, ㅌ/ 뒤 반모음 /j/ 탈락은 일어나는데, 육진 방언권에서는 /j/ 탈락조차 일어나지 않는다.
예) 둏다(좋다), 뎌거(저거)
- /ㅈ, ㅊ, ㅉ/을 치경음으로 발음한다.
ㅈ, ㅊ, ㅉ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아 치경음 [ts]/[dz], [tsʰ], [ts͈]으로 발음한다. 이는 17세기 이전의 경기 방언의 발음과 일치한다.# 이것 때문에 ‘자’와 ‘쟈’의 발음이 다르다. - ㄴ 두음법칙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ㄹ 두음법칙은 적용되므로 六(본음 륙)이 '뉵'이 된다.
3.1.3. 모음소
- /ㅗ/의 원순성이 약하다.
/ㅗ/의 원순성이 약해 /ㅓ/와 대립이 약하다. 곽충구 교수는 98년, 육진 방언에서 'ㅗ'의 원순성 약화가 인상적으로 느껴진다고 하며, 때문에 'ㅗ'와 'ㅓ'의 대립이 점차 상실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 곽충구 교수는 2003년 ‘ㅓ’는 중부 방언의 ‘ㅓ’보다도 개구도가 좁고 더 전설 위치에서 조음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ㅗ’는 중부 방언보다는 다소 저설이면서 중설 위치에서 조음된다고 보았다. # 국립국어원이 2009년 육진 방언권 탈북민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른 북한 지역보다는 약하지만 [ə] 또는 [ʌ]로 실현되는 식의 'ㅗ'의 원순성 약화가 존재한다고 한다. #
3.2. 문법
3.2.1. 조사
- 목적격 조사 '-(으)르'와 보조사 '-(으)느'
- -라메 - -이며
- -(으)ㄹ래 - -때문에
- -텨르 - -처럼
- -만이 - -만큼
- -보구 - -보다
- -아부라 - -조차
'-를'과 '-는'은 원래 '-을'과 '-은'을 중복 사용한 '-을을'과 '-은은'에서 유래했다. 동북 방언에서는 이들이 각각 '-으르'과 '-으느'로 분화되어 있다.
예) 사람으느(사람은), 그눔으르(그놈을)
3.2.2. 어미
- 과거시제 선어말어미 '-앗-/-아시-', 미래 선어말어미 '-갯-/-개시-'
'-앗-'과 '-갯-'은 '-(으)-' 앞에서 '-아시-', '-개시-'로 교체된다. 한국어의 방언/선어말 어미 참고.
예) 둏개시문(좋겠으면), 먹어시니까(먹었으니까)
3.2.2.1. 상대 높임법
한국어 방언의 상대 높임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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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 제주 | ᄒᆞᆸ서체 | ᄒᆞ여마씀체 -예/양 첨사 | (하오체 계열 어미)* | ᄒᆞ여체 | ᄒᆞ라체 | |||
* 사실상 사멸됨 ** -(이)ㅂ쇼 첨사: 서울에서 하인이나 장사치가 쓰는 계층 방언 ※ 각 방언의 고유한 어체만 표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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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압쇼체 | 하오체 | 반말 | 해라체 | |
서술 | -(으/스)ㅂ니다, -(으/스)ㅁ다[5], -(으/스)ㅂ구마, -(으/스)ㅂ궈니[6], -(으/스)ㅂ지, -(으/스)ㅂ둥(국내)[7] | -(으)오/소, -다니, -(으/스)ㅂ네, -(으/스)ㅂ데, -(으)우리/수리(국내)[8] | -디 등등 | -다/(느)ㄴ다, -(으)마 |
의문 | -(으/스)ㅂ니까, -(으/스)ㅁ까, -(으/스)ㅁ둥, -(으/스)ㅂ지 | -(으)오/소, -(으/스)ㅂ네, -(으/스)ㅂ데 | -디 등등 | -니, -냐, -나(중국/러시아), -누(국내)[9], -(느)ㄴ, -든 |
명령 | -(으/스)ㅂ쇼/ㅂ소, -(으/스)ㅂ과니[10], (으/스)ㅂ세(국내), -(으/스)ㅂ세사[11] | -(으)오/소, -(으)ㅂ게 | -어라[12], -나~너(국내) | |
청유 | -깁쇼/깁소, -겝쇼/겝소, -깁셔/겝셔 | -기오, -게오 | -자 |
동북 방언은 '해체'라고 불리는 종결 어미 '-어'가 없으며, 이로 인해 '해체'를 기반으로 하는 '해요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동북 방언은 '먹어요, 먹어' 같은 말을 쓰지 않으며, 대체로 '먹으오, 먹어라'를 사용한다.
하압쇼체의 평서 어미 '-(으/스)ㅂ구마'는 ㅂ이 탈락해 보통 '-(으/스)꾸마'로 발음된다. 이는 다른 '-(으/스)ㅂ- + ㄱ 초성 어미'에서도 모두 해당하여 '-(으/스) + 꾸-/꿔-/께' 등으로 발음된다. 그 원형이 '-구마'가 아닌 '-꾸마'가 아닌가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구마'는 '-더-'와 결합한 어형 '-(으/스)ㅂ더구마(국내[13])'로 사용되는 것을 보면 '-구마'가 원형임을 알 수 있다. '-(으/스)ㅂ구마'는 '-갯-' 선어말어미가 결합하면 국내에서는 '-갯습구마'가 일반적이나 중국에서 '-갯구마'가 된다.
하압쇼체의 의문 어미 '-(으/스)ㅁ둥'에서 ㅇ이 탈락해 '-(으/스)ㅁ두'로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현대에 들어 탈락한 형태가 더 자주 나타나는 모양. '-(으/스)ㅁ둥'과 '-더-' 어미가 결합하면 '-(으/스)ㅂ던둥'으로 나타난다.
하압쇼체의 명령 어미 '-(으)ㅂ쇼'는 보통 어간이 결합하면 길게 '하압쇼, 오옵쇼, 앉으읍쇼' 등으로 발화되며, 고령층에서는 '앉습쇼'처럼 '-(스)ㅂ쇼'도 나타나나 젊은층에서 '-(으)ㅂ쇼'로 단일화 되고 있다.
위 표에 적힌 것 말고도 여러가지 어미가 파악되고 있는데, 국내에서 쓰이는 육진방언 어미 중 '-(이)로다, -거던, -도구만, -(으/스)ㅂ도구만, -(으)우구리'는 객관화를 나타내는 어미, '-지 애닙구, -구마구니요, -다니'는 강조하는 어미다. 육진 방언의 종결어미 연구 참고.
국내 육진 방언은 '-(느)ㄴ갭쇼, -(느)ㄴ갭숍구마, -(느)ㄴ갭습데, -(느)ㄴ갭도구만, -(느)ㄴ갭도군'이 추측으로도 쓰인다. 여기서 '-(느)ㄴ갭'은 '-(느)ㄴ가 보-'의 준말에서 형성된 것으로, 다른 남한 방언에서 '-(느)ㄴ갑-'으로 쓰인다.
해라체에 평서법으로 '-쟤니리, -개', 의문법으로 '-쟤, -개' 등도 제시된다. 연변 인근 조선족의 경우 '-개'는 자주 쓰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어쩔래?"라는 의미와 유사하게 "어찌개?"라고 쓰는 것으로 보인다. # 영화 설정과 다르게 실제로는 육진 방언 유래 조선족의 방언이 쓰인 범죄도시에서는 평서법의 의미를 띤 대사에서 '어쯔게?'로 표기되었다.
3.3. 어휘
3.3.1. 명사·부사
- 가달 - 가랑이
- 가매티 - 누룽지 [누룽지를 뜻하는 "가마치"의 변형.]
- 간대르사 - 설마
- 거르마니 - 귀주머니
- 게사이, 게사니(육진) - 거위
- 괴기 - 고기
- 구리 - 그네
- 굴 - (동물의) 집, 우리 (ex: 닭굴 = 닭장, 도투굴 = 돼지우리)
- 냬:기 - 이야기
- 념튀 - 염통
- 녬녜 - 염려
- 누부리 - 노을
- 눈두베 - 눈두덩
- 느븨 - 누이
- 니매 - 이마
- 닐굽 - 7(일곱)
- 닐웨 - 이레(일곱 날)
- 단디 - 단지
- 댱개 - 장가
- 댱시 - 상인(商人)
- 댱화 - 장화(長靴)
- 뎌기 - 저기
- 뎔귀 - 절구
- 뎡개 - 정강이
- 도투, 도티 - 돼지
- 두을 - 2(둘)
- 듕세 - 밤참
- 드비 - 두부
- 딮 - 짚
- 몰 - 말(馬)
- 무수 - 무
- 문뎔귀 - 돌쩌귀
- 반반히 - 완전히
- 보름 - 바람
- 보션 - 버선
- 불술기 - 기차
- 셔른 - 30(서른)
- 셰띠 - 혀
- 쇄 - 쇠
- 수을 - 술
- 술기 - 수레
- 쉐 - 소
- 슈끼 - 옥수수
- 스애끼 - 사나이
- 싀느비 - 시누이
- 신다리 - 허벅지
- 쌰구재, 쌸쓰개, 쌔쓰개 - 미치광이
- 아매, 우매 - 어머니
- 아바니 - 아버지
- 아지, 아채기 - 가지
- 안까니 - 아내
- 여스 - 여우
- 왜 - 오이
- 우틔 - 옷
- 자라니 - 어른
- 자르 - 자루
- 쟈개얌 - 겨드랑이 [겨드랑이나 오금 양쪽의 오목한 곳을 뜻하는 "자개미"의 변형.]
- 찬새, 함새 - 반찬
- 첫감 - 처음
- 찍찍개 - 미꾸라지
- 폴 - 팔
- 큰어마니 - 할머니
- 클아바니 - 할아버지
- 푀기 - 포기
- 효왜, 효매 - 언니
3.3.2. 용언
- 괘이채이타, 일없다 - 괜찮다
- 기티다 - 남기다
- 널:다 - 씹다
- 니르다 - 이르다, 읽다
- 댬댬하다 - 잠잠하다
- 뎍다 - 적다
- 둏다 - 좋다
- 드틔우다 - 건드리다
- 땨르다 - 짧다
- 모루다 - 마르다
- 볿:다 - 밟다
- 셰다 - (수를) 세다
- 싱구다 - 심다
- 쎠다 - 켜다
- 아슴턚다 - 고맙다[14]
- 아부재기치다, 어브재기치다 - 고함치다
- 어듭다 - 어둡다
- 어렙다 - 어지럽다
- 얻어보다 - 찾다
- 우뿌다 - 우습다
- 죽이다 - (불을) 끄다, (소리를) 줄이다
- 티다 - 치다
4. 예시
4.1. 들어보기
함북 무산군 출신 원어 사용자[15]의 발화 사례. 아래는 해당 영상 5분 53초 경과 8분 50초 경의 발화를 대강 옮긴 내용이다.
원문
발화자: (탈북 과정에서 만난 어느 여성의 말을 옮기며)…한국에 가면 있재우야? 도로가 어찌 빤빤한지야, 술잔에다 술을 꼴떡 옇고야, 운전…그 하는 그 운전 앞에다 탁 놓고야, 고속도로를 냅다 달려도 요 술잔이 한 방울도 아이 떨어진다오.
진행자: 물이?
발화자: 물이. 진짜, 내 진짜 웃겨가. (웃음)
발화자: 야, 그럼 나는 있지, 그기로 가서 뭐이라는 줄 알아? (당시 대화를 옮기며) 무시기라오? 사기를 치기도 친다, 야, 야! 차 막 달리는데 어떻게 물잔에 물이 그기 한 방울도 아이… 고저 사람들 숱한 거 모도 앉혜놓고 사기를 치느라고 지금. 그럼 그 아주마이가 그런단 말이. (여성을 흉내내며) 아지매! 아지매 가봐가오? 대한민국 이기 중국에 대비 아이 돼, 중국으느 완전히 후진국이오!
(중략)
발화자: 그 여자 또 무스거란 말하든가 하모, (위 여성의 말을 다시 옮기며) 이봅서!, 나를 보고, 내 거짓말을 하는가 이제 가봅서이. 우리녜 북한에서 언제 다른 나라 가봤슴두? 근데 우리 개인이 있젬까이, 이런 시퍼런게, 여권이라는게 나와가지고, 가긔 싶은 나라 다 가보거란…
표준어 옮김
발화자: (탈북 과정에서 만난 어느 여성의 말을 옮기며)…한국에 가면 있잖아요? 도로가 어찌 평평한지, 술잔에다 술을 꽉꽉 넣고서요, 운전석 앞에 탁 놓고서, 고속도로를 냅다 달려도 요 술잔이 (술) 한 방울도 안 떨어진답디다.
진행자: 물이?
발화자: 물이. 진짜, 나 원 웃겨서. (웃음)
발화자: 야, 그럼 나는 있지, 거기로 가서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뭐라구요? 사기를 치기도 치는구만. 차가 막 달리는데 어떻게 물잔에 물이 그게 한 방울도 안(떨어질 수가 있어요)… 거 사람들 숱하게 앉혀놓고 사기를 치느라고 지금. 그럼 그 아주머니가 그런단 말이지. 아줌마! 아줌마는 (한국에) 가봤습니까? 대한민국 이거 중국에 대비 (비교가) 안 돼, 중국은 완전히 후진국이에요!
(중략)
발화자: …그 여자가 또 뭐라고 말을 하나 하면, ‘이봐요! 내가 거짓말을 하는가 이제 가보세요. 우리네 북한에서 언제 다른 나라 가봤습디까? 근데 우리 일반인이 있잖아요, 이런 새파란 여권이라는게 나와가지고, 가고 싶은 나라는 다 가본다’고…
발화자: (탈북 과정에서 만난 어느 여성의 말을 옮기며)…한국에 가면 있재우야? 도로가 어찌 빤빤한지야, 술잔에다 술을 꼴떡 옇고야, 운전…그 하는 그 운전 앞에다 탁 놓고야, 고속도로를 냅다 달려도 요 술잔이 한 방울도 아이 떨어진다오.
진행자: 물이?
발화자: 물이. 진짜, 내 진짜 웃겨가. (웃음)
발화자: 야, 그럼 나는 있지, 그기로 가서 뭐이라는 줄 알아? (당시 대화를 옮기며) 무시기라오? 사기를 치기도 친다, 야, 야! 차 막 달리는데 어떻게 물잔에 물이 그기 한 방울도 아이… 고저 사람들 숱한 거 모도 앉혜놓고 사기를 치느라고 지금. 그럼 그 아주마이가 그런단 말이. (여성을 흉내내며) 아지매! 아지매 가봐가오? 대한민국 이기 중국에 대비 아이 돼, 중국으느 완전히 후진국이오!
(중략)
발화자: 그 여자 또 무스거란 말하든가 하모, (위 여성의 말을 다시 옮기며) 이봅서!, 나를 보고, 내 거짓말을 하는가 이제 가봅서이. 우리녜 북한에서 언제 다른 나라 가봤슴두? 근데 우리 개인이 있젬까이, 이런 시퍼런게, 여권이라는게 나와가지고, 가긔 싶은 나라 다 가보거란…
표준어 옮김
발화자: (탈북 과정에서 만난 어느 여성의 말을 옮기며)…한국에 가면 있잖아요? 도로가 어찌 평평한지, 술잔에다 술을 꽉꽉 넣고서요, 운전석 앞에 탁 놓고서, 고속도로를 냅다 달려도 요 술잔이 (술) 한 방울도 안 떨어진답디다.
진행자: 물이?
발화자: 물이. 진짜, 나 원 웃겨서. (웃음)
발화자: 야, 그럼 나는 있지, 거기로 가서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뭐라구요? 사기를 치기도 치는구만. 차가 막 달리는데 어떻게 물잔에 물이 그게 한 방울도 안(떨어질 수가 있어요)… 거 사람들 숱하게 앉혀놓고 사기를 치느라고 지금. 그럼 그 아주머니가 그런단 말이지. 아줌마! 아줌마는 (한국에) 가봤습니까? 대한민국 이거 중국에 대비 (비교가) 안 돼, 중국은 완전히 후진국이에요!
(중략)
발화자: …그 여자가 또 뭐라고 말을 하나 하면, ‘이봐요! 내가 거짓말을 하는가 이제 가보세요. 우리네 북한에서 언제 다른 나라 가봤습디까? 근데 우리 일반인이 있잖아요, 이런 새파란 여권이라는게 나와가지고, 가고 싶은 나라는 다 가본다’고…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조선족이 사용하는 육진 방언. 짱구가 찾는 물건이 생소한데, 땅치(딱지), 다마(구슬), 류류출(溜溜球儿, 요요의 중국어)을 달라고 하는 이야기이다. 대화를 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짱구: 안녕하심까.[16]
상점주인: 어 느네 에미 심부름왔니?
짱구: 땅치 있슴까?
상점주인: 어? 우리 땅치를 아이 파는데?
짱구: 그럼 다마는 있으까?
상점주인: 우리 다마도 아이 판다.
짱구: 그럼 류류출은 있슴까?
상점주인: 류류출도 없다.
짱구: 개불알 좆도 없으매 상점으 엶까?[17]
상점주인: 이 개새끼드! 여기 고깃점이라고 고기집! 이 개새끼...
상점주인: 어 느네 에미 심부름왔니?
짱구: 땅치 있슴까?
상점주인: 어? 우리 땅치를 아이 파는데?
짱구: 그럼 다마는 있으까?
상점주인: 우리 다마도 아이 판다.
짱구: 그럼 류류출은 있슴까?
상점주인: 류류출도 없다.
짱구: 개불알 좆도 없으매 상점으 엶까?[17]
상점주인: 이 개새끼드! 여기 고깃점이라고 고기집! 이 개새끼...
4.2. 읽어보기
소설 《북간도》에서 묘사하는 사투리의 예시다. # 다만 소설 내에서 '-ㅁ메' 등의 함경남도 방언도 섞인 것으로 보인다.- 어째 상기 오잴까? - 어째 아직 오지 않을까?
- 어디로 간 줄으 죄곰두 모른다는 말이? - 어디로 간 줄을 조금도 모른다는 말인가?
- 지집 일인데 멩실에 새입성 해입구 어쩌구 아직으는 그렇기 풍성하지 못합꼬망 - 제 집 일인데, 명절에 새옷 해입고 어쩌고 (할 정도로) 아직은 그렇게 풍족하지 못해요.
- 궈래는 집에 있소. - 당신은 집에 있으오.
- 무시기람둥? - 뭐라 합니까?
- 와난이들 얘기르 하게. - 천천히들 얘기를 하게.
- 이겝꼬망. - 여깁니다.
- 펠스럽당이. - 별스럽다/이상하다.
한성우 교수는 아래와 같은 2010년대로 설정된 북한의 언어 생활을 《문화어 수업》에서 언급하였다. 서북 방언 화자로 설정된 '리 교수'의 말은 이탤릭체, 육진 방언 화자인 '리 교수'의 아내의 말은 볼드체로 표기한다. 가상으로 한국의 방언 학자가 북한의 교수 집안을 방문하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저기 새파란 대문집이 우리 집입니다. 딸내미랑 집사람도 나와 이시오.”
드디어 도착한 리청지 교수의 집, 평양 교외에 위치한 아담한 집 대문 밖까지 온가족이 나와 반갑게 맞아준다. 학교 측에서 마련해준 숙소를 떠나는 것도 드물거니와 가정집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모든 것이 낯설어서 이리저리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는 우리 가족을 향해 리 교수의 부인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어이 왔음둥, 그 먼 길을 어이 왔음둥?”
“예리 어머니는 함경도가 고향이신가요?”
“그걸 암까? 한 선생님이 방언 연구한다 하시길래 내 그럴 줄 알고 우정 고향집 회령 아매들 흉내 냈단 말임다.”
1999년 여름, 함경북도 회령 건너편의 중국 땅 삼합에서 보름간 머물며 들었던 바로 그 말이다. 전설적인 탁구선수 현정화 씨마냥 탁구대 앞에 딱 붙어서 전진속공으로 말을 받아넘기는 함경도 특유의 말투다. 아내나 딸이 얼마나 알아들을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사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관심을 가지고 몇 번 들으면 금세 익숙해질 말이다.
“평안도 서나가 함경도 안까이랑 사시는군요. 함경도 나그네랑 평안도 에미네가 어느 조합이 더 낫습니까?”
“질문이 벨랗습니다. 할라꼬이 여자가 좀 쎄긴 하지만 세간살인 깨끗하게 하디요 뭐.”
“할라꼬이요? 함경도 사람을 그리 부르나요?”
“옳슴다. 저 나그네가 성이 나면 나를 그리 부름다.”
“어데 사람이든 맘이 맞고 뜻이 맞는 거이 젤이디 다른 거이 필요하가시오? 남남북녀라 했으니 그래두 평안도 남자랑 함경도 여자래 만나는 거이 낫디 않갓습니까?”
초면에 좀 무례한 질문을 한 듯해서 아차 싶었으나 ‘할라꼬이’라는 은어까지 동원하며 리 교수가 재치 있게 넘긴다. 함경도말이 빠르고 악센트가 강해서 만들어진 말이라는데 기원이 궁금하다. 북녘에도 지역에 대한 편견은 있는 듯한데 리 교수의 말처럼 출신 지역으로 편을 가르는 것보다 사람의 뜻과 마음이 먼저다. 그런데 ‘남남북녀’를 저렇게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북녘의 응원단이 남녘에 올 때마다 지겹도록 들었던 말이 ‘남남북녀’다. 그때는 휴전선 경계로 남과 북이 나뉘었는데 리 교수는 평안도와 함경도를 다시 남북으로 나누고 있다. 남과 북을, 동과 서를 나누고자 하면 어디서나 가능하고 굳이 편을 가르고자 하면 언제든 가를 수 있다. 괜한 말을 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딸 예리임다. 슬기보다 한 살 어림다. 이제 그만 아낙으로 들어오시라요.[18] 이러다 해지겠슴다. 안방으로 안내하겠슴다.”
그리 넓지도 않고, 세간도 많지 않지만 잘 정돈된 집의 ‘안까이’가 ‘아낙’으로 안내해 ‘안방’을 소개한다. ‘안까이’와 ‘아내’, 그리고 ‘아낙네’는 서로 뜻이 통하는 말이다. 평안도말 ‘아낙’은 ‘안’이라는 뜻인데 남녘에서는 ‘아낙네’라는 단어 정도에만 남아 있다. ‘안’도 본래 ‘않’이었고, ‘아내’도 과거에는 ‘안해’였으니 모두 ‘안’과 관련이 있다. ‘아낙네’는 ‘안에 있는 사람’ 정도의 뜻이니 본래 안채의 주인을 가리킨다. ‘안방’은 안채에 있는 방을 가리키는데 본래 아녀자가 생활하는 방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어 바깥채에 있는 ‘사랑방’을 잃은 남편이 안방으로 쳐들어가는 바람에 부부의 방이 된 것이다.
“예리 오마이, 밥상 안 됏어? 한 선생님! 따끈할 때 저녁식사 해야 하디 않갓습니까. 술도 디리오라. 한 선생님 대동강 맥주 어떻습니까?”
음식이 식을까봐 걱정이 됐는지 리 교수가 재촉을 한다. 커다란 상 두 개를 겹친 밥상 위에는 정성들여 차린 제철 채소, 물고기, 육고기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
“듭시다. 먼저 맥주 한 고뿌 쭉 냅시다.”
‘원샷’에 이어 일제히 젓가락과 숟가락이 오간다. ‘원샷’이나 ‘한 고뿌 내기’나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원샷’은 영어 ‘one shot’일 텐데 정작 영어 사용자는 못 알아들을 말이다. ‘cup’이 일본을 통해 ‘고뿌’로 이 땅에 들어왔다가 다시 ‘컵’이 된 것은 그리 오래전이 아닌데 북녘 땅에서는 여전히 ‘고뿌’다. 그래도 시원하게 한 컵을 내고 다시 한 컵을 받으니 입맛이 더 돈다. 아무래도 고기보다는 제철 채소와 평안도식 김치에 관심이 쏠린다.
“한 선생님, 기케 찔게만 드시디 말구 반찬 좀 들라요. 풀만 먹구 힘이 나가시오?”
“옳습니다. 물고기라메, 돼지고기라메, 닭알이라메 많이 드시란 말임다. 그리 햄새만 잡수무 아이 좋잼까?”
“저는 짠지나 콩나물, 시금치 메운 거 이런 걸 좋아합니다. 고기 반찬은 의사 선생님이 먹지 말랍니다.”
몇 술 뜨지도 않았는데 너무나 많은 말들이 오가고 아내가 어리둥절해한다. 처음 듣는 평안도말 ‘찔게’와 함경도말 ‘햄새’가 한꺼번에 등장하니 그럴 법도 하다. ‘반찬’은 아는 말이긴 한데 ‘찔게’와 반대말인 듯하니 그것도 이상하게 들릴 것 같다. 남녘에서 ‘건건이’와 ‘반찬’이 구별되듯이 북녘에서도 마찬가지다. 물고기나 육고기로 만든 것만 ‘반찬’이고 나머지는 ‘찔게, 햄새, 건건이’인 것이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 만들어진 말들이지만 고기가 흔해진 요즘에도 여전히 쓰인다.
드디어 도착한 리청지 교수의 집, 평양 교외에 위치한 아담한 집 대문 밖까지 온가족이 나와 반갑게 맞아준다. 학교 측에서 마련해준 숙소를 떠나는 것도 드물거니와 가정집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모든 것이 낯설어서 이리저리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는 우리 가족을 향해 리 교수의 부인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어이 왔음둥, 그 먼 길을 어이 왔음둥?”
“예리 어머니는 함경도가 고향이신가요?”
“그걸 암까? 한 선생님이 방언 연구한다 하시길래 내 그럴 줄 알고 우정 고향집 회령 아매들 흉내 냈단 말임다.”
1999년 여름, 함경북도 회령 건너편의 중국 땅 삼합에서 보름간 머물며 들었던 바로 그 말이다. 전설적인 탁구선수 현정화 씨마냥 탁구대 앞에 딱 붙어서 전진속공으로 말을 받아넘기는 함경도 특유의 말투다. 아내나 딸이 얼마나 알아들을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사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관심을 가지고 몇 번 들으면 금세 익숙해질 말이다.
“평안도 서나가 함경도 안까이랑 사시는군요. 함경도 나그네랑 평안도 에미네가 어느 조합이 더 낫습니까?”
“질문이 벨랗습니다. 할라꼬이 여자가 좀 쎄긴 하지만 세간살인 깨끗하게 하디요 뭐.”
“할라꼬이요? 함경도 사람을 그리 부르나요?”
“옳슴다. 저 나그네가 성이 나면 나를 그리 부름다.”
“어데 사람이든 맘이 맞고 뜻이 맞는 거이 젤이디 다른 거이 필요하가시오? 남남북녀라 했으니 그래두 평안도 남자랑 함경도 여자래 만나는 거이 낫디 않갓습니까?”
초면에 좀 무례한 질문을 한 듯해서 아차 싶었으나 ‘할라꼬이’라는 은어까지 동원하며 리 교수가 재치 있게 넘긴다. 함경도말이 빠르고 악센트가 강해서 만들어진 말이라는데 기원이 궁금하다. 북녘에도 지역에 대한 편견은 있는 듯한데 리 교수의 말처럼 출신 지역으로 편을 가르는 것보다 사람의 뜻과 마음이 먼저다. 그런데 ‘남남북녀’를 저렇게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북녘의 응원단이 남녘에 올 때마다 지겹도록 들었던 말이 ‘남남북녀’다. 그때는 휴전선 경계로 남과 북이 나뉘었는데 리 교수는 평안도와 함경도를 다시 남북으로 나누고 있다. 남과 북을, 동과 서를 나누고자 하면 어디서나 가능하고 굳이 편을 가르고자 하면 언제든 가를 수 있다. 괜한 말을 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딸 예리임다. 슬기보다 한 살 어림다. 이제 그만 아낙으로 들어오시라요.[18] 이러다 해지겠슴다. 안방으로 안내하겠슴다.”
그리 넓지도 않고, 세간도 많지 않지만 잘 정돈된 집의 ‘안까이’가 ‘아낙’으로 안내해 ‘안방’을 소개한다. ‘안까이’와 ‘아내’, 그리고 ‘아낙네’는 서로 뜻이 통하는 말이다. 평안도말 ‘아낙’은 ‘안’이라는 뜻인데 남녘에서는 ‘아낙네’라는 단어 정도에만 남아 있다. ‘안’도 본래 ‘않’이었고, ‘아내’도 과거에는 ‘안해’였으니 모두 ‘안’과 관련이 있다. ‘아낙네’는 ‘안에 있는 사람’ 정도의 뜻이니 본래 안채의 주인을 가리킨다. ‘안방’은 안채에 있는 방을 가리키는데 본래 아녀자가 생활하는 방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어 바깥채에 있는 ‘사랑방’을 잃은 남편이 안방으로 쳐들어가는 바람에 부부의 방이 된 것이다.
“예리 오마이, 밥상 안 됏어? 한 선생님! 따끈할 때 저녁식사 해야 하디 않갓습니까. 술도 디리오라. 한 선생님 대동강 맥주 어떻습니까?”
음식이 식을까봐 걱정이 됐는지 리 교수가 재촉을 한다. 커다란 상 두 개를 겹친 밥상 위에는 정성들여 차린 제철 채소, 물고기, 육고기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
“듭시다. 먼저 맥주 한 고뿌 쭉 냅시다.”
‘원샷’에 이어 일제히 젓가락과 숟가락이 오간다. ‘원샷’이나 ‘한 고뿌 내기’나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원샷’은 영어 ‘one shot’일 텐데 정작 영어 사용자는 못 알아들을 말이다. ‘cup’이 일본을 통해 ‘고뿌’로 이 땅에 들어왔다가 다시 ‘컵’이 된 것은 그리 오래전이 아닌데 북녘 땅에서는 여전히 ‘고뿌’다. 그래도 시원하게 한 컵을 내고 다시 한 컵을 받으니 입맛이 더 돈다. 아무래도 고기보다는 제철 채소와 평안도식 김치에 관심이 쏠린다.
“한 선생님, 기케 찔게만 드시디 말구 반찬 좀 들라요. 풀만 먹구 힘이 나가시오?”
“옳습니다. 물고기라메, 돼지고기라메, 닭알이라메 많이 드시란 말임다. 그리 햄새만 잡수무 아이 좋잼까?”
“저는 짠지나 콩나물, 시금치 메운 거 이런 걸 좋아합니다. 고기 반찬은 의사 선생님이 먹지 말랍니다.”
몇 술 뜨지도 않았는데 너무나 많은 말들이 오가고 아내가 어리둥절해한다. 처음 듣는 평안도말 ‘찔게’와 함경도말 ‘햄새’가 한꺼번에 등장하니 그럴 법도 하다. ‘반찬’은 아는 말이긴 한데 ‘찔게’와 반대말인 듯하니 그것도 이상하게 들릴 것 같다. 남녘에서 ‘건건이’와 ‘반찬’이 구별되듯이 북녘에서도 마찬가지다. 물고기나 육고기로 만든 것만 ‘반찬’이고 나머지는 ‘찔게, 햄새, 건건이’인 것이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 만들어진 말들이지만 고기가 흔해진 요즘에도 여전히 쓰인다.
5. 문화에서
화자가 드물다고 하지만, 막상 북한에서 태어난 탈북민 대다수가 육진 지역 출신이기에 접하기 쉬운 말투다. 2008년 기준 육진 방언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적어도 50만 명 정도 된다. 탈북민, 조선족 중 절반 이상은 이 방언을 사용한다.조선족이 사용하는 함경도 방언은 어미가 다른 함경남도의 방언도 있어, 모두가 육진 방언만 쓰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평안도, 경상도, 전라도 이주민이 모인 집성촌이 있기 때문에 조선족이 모두 육진 방언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ㅁ다'라는 말투를 쓰면 곧 조선족이다'라는 관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나,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19]이나 북한의 육진 지역의 많은 사람들도 육진 방언을 사용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한국 매체에서 자주 쓰이는 '내레' 같은 표현은 북한 표준말이 아닌 서북 방언이기 때문에, 대부분 동북 방언 지역 출신인 탈북자들은 이를 생소히 여긴다. 북한은 오로지 북한의 표준어인 문화어만이 방송과 작품에서 쓰일 수 있기에, 남한처럼 전라도 사투리, 경상도 사투리는 물론 백석의 평안도 사투리까지 국어 교과서에 등장하지 않는다. 북한 당국은 아예 사투리는 없애야 할 말투로 취급한다. 그래서 북한 사람들은 남한에 비하면 타지역 사투리를 매우 생소하게 여긴다. 사는 곳 근처의 말투만 듣거나, 어쩌다 다른 지방에서 결혼, 직장을 얻어 이주당한 사람의 말투를 듣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북한의 육진 방언 화자들은 다른 북한의 지역 방언을 꽤 생소히 여기는데, 한국 전쟁 시기의 피난민 말투를 묘사한 것이라는 주장도 이해하기 어려워 하는 경우가 있다. 함경도 사람들이 동북 방언 표현과 서북 방언 '내레, -갓디'라는 표현이 섞인 글을 보고, 들어보지도 못한 짬뽕말, 남한말 같다고 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자세히 보면 동북 방언 화자끼리도 '-ㅁ메'로 끝나는 함경남도의 말투를 모르기도 하여 연변만 쓰는 말이 아니라 함경남도인 단천에서도 쓰는 말이 맞다며 서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조선족, 탈북민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유튜브를 검색하면 간혹 고향의 사투리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이들의 증언은 한국 국어학계의 연구에서 제대로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함경도 사투리'라고 검색하면 나타나는 영상의 탈북민의 출신지가 '회령', '온성' 같은 곳이라면 육진 방언이고, '무산'과 '청진'도 상대적으로 유사한 방언을 쓰는 곳이다.
북한 정부가 관리하는 회령시, 온성군은 마을 전체가 탈북한 곳이 있다고 할 정도로 탈북민이 매우 많은 지역인데, 이곳 탈북민들은 억양과 '-(스)ㅁ다' 등의 어미는 지금도 남아 있다고 한다. 탈북민이 소위 '함경북도 사투리'라 부르는 것에 '육진 방언'이 포함된다. 북한에서는 '육진 방언'이라는 구분을 주민들에게 가르치는 경우가 드물기에 그냥 보통 사람들은 도 경계를 따라 사투리를 구분한다. 언어학 유튜버 향문천이 이 문서 위에서 소개된 '육진 방언'으로 발화한다는 동영상을 올렸을 때 탈북민이 무산 쪽의 말투 아니냐는 댓글도 달았다. 어떤 회령 출신은 저 말투를 지금도 다 알아듣겠다고 하고, 탈북민 할머니들도 이런 말투를 많이 쓴다는 증언도 나온다.
어미와 같은 특징이 아래의 '전이 지역'이라는 곳도 같기에 방언의 구분이 국어학계와 다른 경우도 있으며, 북한 출신 일반인은 대부분 이런 구분을 한다. 쇼미더머니3의 온성 출신의 강춘혁이 "동무들 모두 좀 집중 좀 하지비예"라며 랩을 시작하며 이 방언을 묘사하기도 했다.
한국 학계는 북한 정부가 주장하는 무산군, 청진시 영역은 육진 방언의 '전이 지역'이라고 보지만, 북한에서는 이 일대를 정용호의 사례처럼 아예 육진 방언과 같은 함경도 방언의 '북부 방언'의 사용 지역으로 간주한 사례도 있다. 실제로 이 문서 처음에 첨부된 영상의 댓글을 보면 '무산'의 말투로 보인다고 주장하는 탈북민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댓글도 있다.
중국에 동화된 조선족일수록 중국어만 사용하며, 이런 방언을 비롯한 한국어를 사용하는 조선족은 중국어를 사용하는 조선족보다 민족 의식이 강해 중국 공산당이 이를 탄압하면 한국 귀화까지 고려하는 사례도 있다.
5.1. 연구
국내에서 육진 방언의 대표적 연구자로 곽충구 교수를 꼽는다. 곽충구는 육진 방언 연구를 위해 24년 동안 두만강변의 마을, 고려인 마을도 찾아갔으며, 국내의 함경도 출신의 실향민들을 만나기도 했다.[20] 그런 노력으로 곽 교수는 2018년에 일석국어학상을 수상했고, 육진 방언 사전도 출간하였다. 2019년 곽충구에 따르면 '함북 방언 상당수가 이미 사라졌고 10년 지나면 거의 없어질 것'이라고 하였다. 제주도와 비슷하게 이곳의 젊은이가 어르신의 말투를 생소하게 여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5.2. 일화
일제강점기 영화 아리랑으로 유명한 나운규도 회령 출신인데, 육진 방언으로 영화를 만들려다가 대중들이 못 알아들을 것을 생각하여 결국 서울말을 썼다는 일화가 있다. #한국 학계의 구분으로는 육진 방언의 '전이 방언', 북한 학계의 구분으로는 '북부 방언'에 속하는 말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윤동주와 경남 서부의 하동군 지역어를 쓰는 정병욱은 연희전문학교에서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일본어를 썼다고 한다. #
영화 동주에서는 '북간도 사투리'로 이를 묘사하기도 한다. 배우들은 연변TV를 보고 사투리를 익혔으며, 일반인들에게 사투리가 어려울 것을 감안하여 결국 서울말과 섞인 말투를 썼다고 한다. #
영화 범죄도시 장첸 말투의 코디네이터는 탈북민이었다. # 물론 중국 거주 기간도 있기에 조선족 말투를 알아 코디네이터가 된 부분도 있다.
오징어 게임의 정호연은 탈북민 강새벽 역을 맡았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북한말과 달리 '함경북도 사투리'는 좀 생소했다고 언급한다. #
6. 육진 방언을 사용하는 작품
7. 관련 문서
[1] 제주방언이 타 방언과 의사소통이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주어로 분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표준어 보급 전 수준의 육진 방언의 경우 표준어, 경기 방언 등과는 20~50% 정도 알아들을 수 있지만 그런 방언조차 함흥시의 말투 등 서울 사람이 대강은 알아들을 수 있는 말투와는 좀 통한다. 게다가 몇 개의 종결 어미만 알면 그런 말이라도 한국 표준어 화자도 많은 부분을 알아들을 수 있고, 육진 방언 못지 않게 40% 정도 표준어 화자가 못 알아듣는 것은 노인이 쓰는 수준의 심한 동남 방언도 마찬가지다. 막상 북한도 사실상 서울 방언에 기반한 문화어를 이 방언 사용 지역에 보급하여 이곳 출신 탈북민도 알아들을 수는 있는 말을 정착 초기에도 사용한다. 심지어 표준어가 섞인 육진 방언은 이미 영화를 통해 매체에 많이 노출되었지만 사람들은 제주도 수준으로 못 알아듣지는 않았다. 그래서 육진어로 별도로 분화되었다고 판단하기에는 매우 애매하다.[2] 실제로 높임 종결 어미만 제외하면 나머지 문법 요소들은 다른 방언에 동일한 표현이 하나씩은 존재할 정도다.[3] 조선 왕조가 영원히 흥하라는 뜻에서 유래한 지명이기에 북한의 역사관에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지명이었다.[4] 직선 거리로 서울에서 서귀포까지 약 480km인데, 육진 지역 중 가장 남쪽인 청진시만 해도 약 530km 떨어져 있다.[5] 인터넷에서는 민간인들이 '음돠', '슴돠/씀돠'라고 쓰기도 한다.[6] 사실을 전달할 때 쓰인다. '-다고 합니다'[7] 간접 긍정을 나타낸다.[8] 표준어 '-(으)리오'와 뜻이 같다. -(으)우레니도 쓰인다.[9] 객관화를 나타내는 의문.[10] -(으)ㅂ쇼보다 덜 공손하다.[11] 기원할 때 쓰인다.[12] 오나라(오다), 가가라~가거라(가다) 불규칙이 있다.[13] 중국/러시아 등지에서는 '-(으/스)ㅂ더구마~ㅂ더마' 등으로 사용된다.[14] 아쉬울 때 도움을 받았을 때의 인사말[15] 북한이탈주민.[16] 육진 방언은 해요체가 없는 방언으로 '안녕하세요'라고 하지 않는다. 해요체를 쓸 자리에도 아이든 여자든 이런 표현을 쓴다.[17] 개불알 좆도 없으면서(가진 건 아무것도 없으면서) 상점을 여나?[18] 이 문장은 유독 평안도의 말투와 비슷한데, 남편의 말투가 섞였다는 설정인지 불명확하다.[19] 원래 러시아 연해주에 있던 사람들은 1930년대에 강제 이주 당했기에 대다수가 카자흐스탄 등지에 소련이 붕괴될 때까지 살았다. 그래서 이들의 한국어는 '러시아 한국어'가 아니라 '중앙아시아 한국어'로 부르는 것이다.[20] 실제로 곽충구 교수 본인이 스스로 "사람이 할 일 아니었네요", '미쳤던 거죠."라고 말했을 만큼 매우 고된 작업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