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관련 문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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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법률상으로는 죽음으로 인정되지 않으나, 의학계에서는 죽음의 기준으로 봄. | }}}}}}}}} |
1. 개요
붕어(崩御) 또는 천붕(天崩)은 천자의 죽음을 일컫는 말이다. 한국사에서는 천자국인 고구려, 신라, 고려, 대한제국 등이 사용했다.황제뿐만 아니라 황후, 황태후에 죽음에 대해서도 사용된다.《월절서》에 의하면 "천자의 죽음은 붕(崩)이라 하고, 제후는 훙(薨)이라 하며, 대부는 졸(卒)이라 하고 사(士)는 불록(不祿)이라고 한다."라는 기록이 있다.
사례1: 명나라 성효소황후 장씨의 죽음을 '붕어(崩)'로 표현한 조선왕조실록 기사
사례2: 청나라 효전성황후 니오후루씨의 죽음을 '붕서(崩逝)'로 표현한 조선왕조실록 기사
2. 활용
한국에서는 국왕의 죽음을 가리키는 말로 알려져 있으나 제후(및 황족)의 죽음은 훙(薨)/훙서(薨逝)/훙거(薨去)라고 한다. 제후국을 자처했던 조선에서도 공식적인 기록을 할 때는 훙이라고 표현하였지만 실상은 그리 잘 지켜지지 않았다.개인적인 편지나 대담, 일반적인 회의 석상에서는 역시나 전왕조와 마찬가지로 붕어 또는 천붕이라는 표현을 썼고 심지어 조선왕조실록에도 조선 왕의 죽음을 '천붕'으로 표현한 사례가 나오기도 한다. 단종실록에서 세종, 소헌왕후, 문종의 승하를 붕어라고 부른 예, 영조가 모후 인원왕후의 승하를 행장에 붕어라고 쓴 기록이 있다. 그리고 숙종과 경종의 죽음을 '천붕', 정확히는 천붕지통(天崩之痛)이라고 표현한 영조의 발언(#) 등이 있다. 왜냐하면 천붕지통은 하늘이 무너지는 괴로움이라는 뜻으로 임금은 물론 어버이, 스승에게 모두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훗날 일본에서는 화족의 죽음도 훙거라고 했다. 옛날에 3품 이상 벼슬아치의 죽음을 훙거라고 했을 뿐더러 훙거는 본래 제후의 죽음인데 화족은 작위를 가졌거나 가진 이의 피붙이고 작위는 제후의 칭호니까 맞는 쓰임새다. 일본어 위키백과에 따르면 현직 수상의 죽음도 훙거라고 했다는데 1945년 아돌프 히틀러가 자살하자 아사히신문에서는 "ヒ總統薨去(히총통 훙거)"라고 보도했다고 한다.
비슷하게 사대부의 죽음은 졸(卒)이라고 한다. 제후가 죽으면 훙기, 대부가 죽으면 졸기를 써서 인물에 대한 평가를 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많은 졸기가 남아 있다. 대표격으로 이조판서 이이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에서는 인물의 사망 장면에서 훙, 졸을 구분해서 연출한다.
비슷한 말로 승하(升遐/昇遐)가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사극을 통해서 이 표현이 훨씬 더 친숙할 것이다. 그리고 예척(禮陟), 안가(晏駕), 조락(殂落), 빈천(賓天), 기국(棄國), 용어(龍馭), 상빈(上賓), 척방(陟方)이라고 하기도 했다. 붕어하다는 일본어로 신이 되어 오른다는 뜻의 카무아가루([ruby(神,ruby=かむ)][ruby(上,ruby=あ)]がる)라고 하며 붕어는 이름꼴로 카무아가리라고 한다.
한자문화권인 현대 동아시아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이미 군주제는 폐지했거나 폐지되었기 때문에 접할 일이 드문 단어다. 최근에 실생활에서 쓰인 예시는 1989년 일본에서 쇼와 천황이 붕어했을 때이다. 그런데 당시 쇼와 천황이 무려 64년간 재위 했다. 일본에서 군주를 천황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시점부터 역대 천황 중 50년 이상 재위하다 세상을 떠난 천황은 매우 드물다. 그 바람에 [ruby(崩御,ruby=ほうぎょ)](호교)라는 표현이 한동안 잊힌 까닭에 대부분 일본인들도 상당히 어색해했다는 후문이 있다. 당시 NHK 보도에서도 "붕어하셨습니다(崩御あらせられました)."라는 표현과 "돌아가셨습니다(お亡くなりになりました)."라는 두 가지 표현을 병행하였다.#.
2000년 고준 황후 붕어 때 대부분의 일본 매스컴에서는 아예 일반인들의 사망에 쓰는 용어인 '서거(ご逝去)'로 표현했다. 일본어 위키백과에서는 기레기라서 그랬다고 비판한다. 일본의 기레기는 일례로 고준 황후가 붕어하자 요미우리 신문과 산케이 신문을 빼고 서거라고 썼다.(日本のマスメディアでは、一例として香淳皇后崩御(2000年〈平成12年〉6月16日)の際に読売新聞・産経新聞を除き「ご逝去」と表された。).
라마 9세나 엘리자베스 2세, 베네딕토 16세 같은 외국 군주의 사망 소식도 일본 내각만 공식적으로 붕어라고 하지 시중 언론에서는 붕어가 아니라 일반적인 표현인 사거(死去)를 쓰는 경우가 있다. 한국어에서도 오늘날엔 잘 안 쓰이지만 과거엔 쓰였다. 일본에서 사거라고 쓴 이유는 군주정인 나라가 얼마 남지 않았을 뿐더러 매스컴에 주로 나오는 주요국 중에서 군주정인 나라는 영국과 일본뿐인 데다 군주의 죽음은 평균수명이 70세가 넘는 현대에 이르러서는 한세기에 고작 한두번 있을법한 일이므로 군주의 붕어라는 일을 한 번도 듣지 못하고 죽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만약 일본에서 붕어라는 말이 공식석상 이외의 일상에서 다시 쓰인다면 아키히토 상황이나 나루히토 천황이 세상을 떠날 때나 되어야 할 것이다.
제갈공명의 명문인 출사표에서도 붕어라는 단어가 언급된다. 출사표 원문에는 崩殂(붕조)라고 쓰여 있다. 붕어와 붕조는 같은 뜻이다.
다나카 요시키의 소설 《은하영웅전설》에서는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이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과 그의 부하들에게 은하제국의 황제 프리드리히 4세의 사망을 알릴 때, "황제께서 붕어하셨습니다."라는 표현 대신 "황제가 후계자도 안 정하고 죽었습니다."라는 표현을 써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오베르슈타인은 증오하는 골덴바움 왕조를 무너뜨리기 위해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개인에게 충성을 맹세했기 때문이다. 자세한 것은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항목으로.
왕정을 폐지한 지 오래인 대한민국의 독자들에게는 오베르슈타인의 '죽었습니다'라는 표현이 딱히 무례하거나 충격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는지 은하영웅전설 해적판인 을지서적 판본에서는 이 문장을 "황제가 후계자도 안 정하고 뒈졌습니다."로 초월번역한 바 있다. 초창기 해적판이었던 을지서적판에서
일단은 뒈지다도 '죽다'를 낮춰 부르는 말로서 표준어기는 하다. '뒤지다'는 비표준어다. 원작에서는 '붕어하다'로 높여야 할 것을 '죽다'로 낮춘 것이지만 한국어 독자들로서는 '붕어하다'가 생소하니 '죽다'로 해야 할 말을 '뒈지다'로 내려 말한 상황이라고 적당히 의역한 듯하다. 그러나 한국어 독자에게도 익숙한 높임말인 '돌아가시다'[1] 대신 '죽다'로 말했다고 번역한다면 본래 해야 할 말보다 낮춰 말했다는 상황은 충분히 전달되므로 '뒈지다'는 아무래도 너무 떨어뜨려 번역한 감이 없지 않다.
[1] 사극을 자주 보았다면 본 문서에서 언급된 '승하(昇遐)하시다' 정도는 알고 있는 이들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