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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30 03:48:43

비국민


1. 개요2. 역사
2.1. 일본 제국 시기2.2. 비국민으로 불리던 대상2.3. 전후 시기
3. 매체에서4. 비슷한 사례5. 관련 문서

1. 개요

비국민([ruby(非國民, ruby=ひこくみん)], 히코쿠민)이란 '국민의 자격이 없는 자'라는 뜻으로, 일본 제국 시기 이른바 '황국신민으로서 본분과 의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을 이르던 멸칭이다. 일본 내지인(본토인)은 물론, 일본 제국의 식민지인에게까지 이러한 요구는 적용되었기 때문에 조선대만, 괴뢰국이던 만주국에서도 신민(臣民)으로서의 본분과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비국민으로 불렸다.

2. 역사

2.1. 일본 제국 시기

이 멸칭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1930년대 후반 국가총동원법이 내려진 뒤부터다. 일본의 귀족군부 위정자들은 황국으로 대표되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전하기 위해, 식민지를 포함한 일본 국민의 애국심을 선동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태평양 전쟁이 격화되자 모든 공공 행정, 사법, 교육 시스템은 오로지 정부에 충성하고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우익세력은 정부의 억압을 비판하는, 이른바 불순분자를 격리, 차별하고 증오하기 위해 국민(신민)의 자격이 없는 놈=외세의 첩자와 동급 프레임을 만들어 냈다.

사회에 이 낱말이 지닌 함의는 무시무시했는데, 비국민으로 불리는 순간 이지메는 예약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 때문에 일본인들의 행동방식과 사상을 통제할 목적으로도 자주 사용되었다. 조금이라도 정부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이 비국민 놈!"이라고 윽박지른다든지. 즉, 당대 일본의 광적인 전체주의 그 자체를 함축한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맨발의 겐' 등의 만화에서 그 당시 비국민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데, 나카오카 겐아버지가 제국주의와 전쟁을 반대한 일로 마을 사람들에게 비국민이라는 야유를 받았다.

전혀 비국민이라 불릴 만한 일이 아닌데도 비국민이라 부르며 매도하는 남용 사례 또한 보고되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단지 체질에 안 맞아서 급식에 나온 우유를 먹지 못한다는 이유로[1] 초등학생이 교사로부터 비국민 소리를 듣는 미친 짓까지 자행된 적도 있다. 심지어 이 사건은 전쟁 도중도 아니고 전후 일본에서 일어난 일이다.

2.2. 비국민으로 불리던 대상

2.3. 전후 시기

결국 패전 이후에는 방송금지 단어가 되어서 투장 다이모스에서 미와 사키모리가 밤 성인을 볼 때마다 입버릇처럼 달던 '비국민이다!'라는 대사는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에서 '외계인이다!'라고 수정되었다.[7] 방송금지 말이 되는 판에 현대 일본의 일상생활에서는 당연히 입에 담으면 극우주의자를 넘어 정녕 우파 성향 시민들 상대로도 인성 말아먹은 사람으로 멸시받는다.

그러나 현실은 비국민이라는 용어만 금기시될 뿐 정작 주류 사회에 반대하는 소수의 목소리를 사실상 비국민 취급해서 여전히 탄압하고 있다.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아버지 토미노 요시유키KADOKAWA 매거진이 운영하는 웹 매거진 사이트 코너인 '토미노 류의 토미노(トミノ流のトミノ)'에 올린 칼럼을 통해 2020 도쿄 올림픽 개최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비국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쟁 중 전시 체제에 반대 의견을 내세운 사람에게 사용된 말로 배신자라는 뉘앙스가 매우 강한, 듣기 싫은 말이죠. 다만 나 정도의 연배[8]라도 비국민이라고 불린다는 것의 아픔이나 어려움은 잘 모릅니다. 전쟁물 따위를 읽다가 비국민이라는 낙인이 찍혔을 때의 무서움 같은 것은 상상만 하지 실감은 나지 않죠. 그리고 얼마 전, 비슷한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뭐냐고요? 도쿄 올림픽이 결정된 그 날입니다. 그 일본 열도가 들떠있는 분위기, 야단법석 일색의 분위기를 봤을 때, 지금 올림픽에 반대하면 비국민으로 불릴 것이다, 이것의 몇 배나 강한 배척감, 이른바 따돌림이라는 것이 전시 중의 비국민이라는 말에 있을 거라 실감하고 있어요. 바로 말하면 나는 도쿄 올림픽에 찬성하지 않아요. 20년 안에 동일본 대지진 정도의 지진이 있을지도 모르고, 후쿠시마의 원전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을 테니까요.[9] 하지만 그런 걸 무심결에라도 말해버리면 비국민이라고 규탄받을 것은 확실하죠. (후략)

3. 매체에서

4. 비슷한 사례

5. 관련 문서


[1] 유당불내증은 사실 매우 흔한 일이다. 특히나 아시아인은 유럽인에 비해 그 비율이 상당히 높으며, 심지어 성인이 되면 세계인의 과반 이상이 유당을 소화시키지 못한다. 해당 문서 참조.[2] 태평양 전쟁 개전에 반대한 해군 좌파 삼인방을 비롯, 미국의 국력을 비교적 정확히 인식하던 일본 해군의 장교 및 고위 수뇌부 등은 영미권과의 군사교류 및 영어 학습 등으로 이들에 우호적이었다.[3] '소년 H'라는 영화를 보면 이 시대를 배경으로 양복가게를 하는 주인공 가족의 고충이 절실히 드러나 있다.[4] 사실 비국민이라기보다는 적국 태생 및 출신자에 해당한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이 포로 학대를 저지른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5] 정작 국민들을 비국민으로 낙인 찍게 만든 일본 군부에서는 자기 자식들을 조금이라도 더 후방에, 더 편한 보직에 배치하기 위해 갖은 비리를 다 동원했다. 뇌물은 기본이었고, 사관학교 선·후배라는 인맥을 이용하여 자기 자식들은 전부 후방으로 빼내었다. 예외적인 사례가 도미나가 교지의 아들로 이 아들은 '견부호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버지와는 달리 상당히 용맹했다고 한다. 문제는, 그 용맹함 때문에 카미카제에 자원해서 출전했다는 거지만.[6] 이 영향은 지금도 남아서, 일본은 아직까지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일제 시절과는 달리 대놓고 차별하거나 멸시하지는 않지만, 껄끄럽게 여기는 정도의 경향은 남아 있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고령화와 맞물려 배리어 프리는 한국보다 휠씬 잘 되어 있는 편이다. 또, 집단문화를 중시하는 경향 역시 아직까지 남아서 개인주의가 발달한 일본임에도 마츠리 등에 강박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7] 해당 애니메이션은 패전하고도 30년이 넘게 지난 1970년대 후반에 제작된 애니메이션이지만, 미와 사키모리 자체가 군국주의적이고 부정적인 인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해당 애니메이션에서 이러한 대사를 사용한 의도가 마냥 비국민이라는 용어에 대해 비판 없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8] 1941년(쇼와 16년)생이다.[9] 결국 이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대지진이나 추가적인 대규모 원전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대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대유행으로 도쿄 올림픽 연기 사건이 실현되었기 때문이다.[10] 선거권, 피선거권, 투표권 박탈부터 노조 가입 금지, 교사 임용금지, 은행 지점, 본부장 금지 같은 직업제한으로 시작해서 세금의 10%를 증가시키는 식으로 확대되었다.[11] 다만 사형 등 중형이 많아서 그렇지, 인구 대비 처벌대상자는 프랑스가 오히려 다른 나라보다 적은 편이었다.[12] 'Иностранный агент(외국 요원)'의 줄임말. 다시 말해 이 말은 해당 인물을 타국의 스파이로 간주한다는 매우 무서운 단어이다. 소련 특유의 "내 편 아니면 적" 심보가 부활했다.[13] 사례 중 하나. 유튜브 영상으로, 본격적으로 내용이 나오기에 앞서 "해당 저작물에는 러시아 정부에 의해 "외국인 요원"으로 지정된 보리스 보리소비치 그레벤시코프의 저작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라는 고지 조항이 삽입되어 있다.[14] 1980-90년대 소련을 휩쓸었던 디바이자, 현재도 러시아의 국민 가수라는 말을 듣는 알라 푸가초바(Алла Пугачёва)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 푸가초바의 현 남편인 막심 갈킨은 러시아의 연예인으로 전쟁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는데, 푸가초바는 이에 항의하면서 그러려면 자신도 이노아겐트로 불러달라며 글을 게시했다.[15] 러시아의 유명 여가수인 젬피라(Земфира)의 2023년 노래 '丕쿠(PODNHA: 조국Родина의 러시아판 야민정음)'. '젬피라'는 개전 직후는 전쟁에 반대하는 의사를 밝히고 해외로 도피하여 현재도 파리에서 거주하고 있다. 노래 시작 부분에 보면 '이 노래는 이노아겐트인 젬피라 탈가토브나 라마자노바가 만들었으며 이노아겐트적 활동에 연관되어 있다'며 러시아의 무차별적인 이노아겐트 지정을 비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