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Σκάμανδρος / Skamandoros
1. 개요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강의 이름이자, 그 강을 인격화한 신의 이름.2. 가계 및 혈통
티탄 중 장남이자 모든 강과 바다의 아버지인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와, 맑은 물과 양육의 여신 테튀스 사이에서 태어난 3천명의 아들 포타모이 중 하나이자, 제우스와 헤라를 비롯한 2세대 티탄 신들의 사촌이다.아켈로오스, 이나코스 등과는 친형제이며 명계 전체에 걸쳐 흐르는 거대한 강을 다스리는 증오의 여신이자 장녀 스튁스와 도리스를 비롯한 오케아니데스와도 남매지간이다.
도리스가 바다의 노인 네레우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50~100명의 바다의 여신들인 네레이데스의 어머니라, 스카만드로스는 이들의 외삼촌. 오케아노스와 테튀스 부부의 은거 이후 실질적인 바다의 지배권을 장악한 사촌이자 현 바다의 제왕 포세이돈의 부인이자 바다의 여왕 암피트리테와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는 스카만드로스의 조카딸들이라 벤테시퀴메, 로데, 트리톤, 아킬레우스의 외종조부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비구름의 여신 네펠라이의 일원이자 빛나는 호박빛 구름의 여신 엘렉트라, 플레이오네, 아이트라, 아시아를 포함한 남매들이 낳은 자식들에게는 외삼촌이다. 즉, 엘렉트라와 타우마스의 딸들인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 하르퓌아이, 아르케는 스카만드로스의 조카딸들인 셈. 뿐만 아니라 아켈로오스, 이나코스, 페네이오스, 시모에이스를 포함한 형제의 자녀들[1]도 스카만드로스의 조카들이다.
2.1. 트로이 왕가와의 인연
트로이 왕가와는 혈연적으로 인연이 매우 깊은 신이다. 딸들이 트로이 왕가로 시집을 가 왕비가 되었고 수많은 후손들을 낳아 번성했기 때문. 동생 시모에이스(Simoeis)와 더불어 트로이를 지탱하는 든든한 수호신 중 한 명으로 숭배받았으며 트로이인들은 이 두 강의 신들이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다.헤시오네와 프리아모스 남매의 아버지 라오메돈 왕의 왕비 스트뤼모는 다름 아닌 스카만드로스와 이다 산의 님프 이다이아가 결혼해서 낳은 딸이다. 뿐만 아니라 가뉘메데, 일로스 2세,[2] 아사라코스의 아버지 트로스의 아내 칼리로에[3] 역시 스카만드로스와 이다이아의 딸이다. 따라서, 라오메돈과 트로스는 스카만드로스와 이다이아의 사위다. 그래서 스카만드로스는 헤시오네와 프리아모스의 외할아버지이기도 하며 그 둘의 자식들인 헥토르, 카산드라, 폴뤽세네, 아리스토테메, 메데시카스테, 메두사, 뤼시마케, 라오디케, 일리오네, 크레우사,[4] 파리스, 데이포보스, 헬레노스, 테우크로스 등등의 네임드 트로이 왕족들의 외증조할아버지이다.
그와는 별개로 스카만드로스 본인은 트로이 전쟁에 적극 개입하거나 손주들을 직접 도와주지 않았다. 친구 파트로클로스를 잃고 폭주한 아킬레우스로 인해 강물이 시체들로 뒤덮이자 딱 한 번 솟아나와 아킬레우스를 죽일 뻔한 것이 전부. 신화에서는 '하급신'으로 분류되는 강의 신임에도 엄연히 신인 만큼 그 짧은 순간 동안 그리스군 최강의 명장인 아킬레우스를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인 것만으로 강한 임팩트를 보여주었다. 갑자기 끼어든 헤라와 헤파이스토스의 방해만 없었어도 그 자리에서 아킬레우스를 죽이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으며, 스카만드로스의 도움 덕에 압도적으로 불리한 전세에 놓인 트로이는 승기를 거머쥘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파리스와 황금사과 건으로 인해 트로이 전체를 죽도록 증오했던 헤라의 협박, 그리고 정해진 예언 때문에 트로이 전쟁은 아카이아군의 승리로 끝날 운명이었기에 스카만드로스는 자신의 도시 트로이가 함락당하고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5]
3. 상세
트로이의 일리오스 성 근처를 흐르는 강으로, 트로이 전쟁 과정에서 아킬레우스가 리카온을 죽이고, 무수히 많은 트로이 군사들을 강에 처넣어버리자 강바닥이 피로 물든 것에 분노하여 아킬레우스를 공격한다. 판본에 따라서 병사들이 아킬레우스에게서 도망치려고 강 속으로 들어가자 아킬레우스는 강 속까지 쫓아가서 병사들을 학살했다.그러자 점점 쌓이고 쌓여만 가는 시체들을 보고 불만이 임계점까지 도달한 스카만드로스는 직접 강물에서 튀어나와 아킬레우스를 향해 너 때문에 바다로 강물을 흘러보낼 수 없게 되었다고 항의하면서, 되도록이면 강 속에서 괜히 시체 만들지 말고 강 밖에서 싸우라고 설득을 시도했다. 하지만 아킬레우스는 이를 무시하고는 "강 속에 들어간 병사들을 밖으로 일일이 끌어내서 죽이라는 게 말이 되나?"라고 맞받아치고 비웃었다. 거기다 자신의 몸에 바다의 여신인 테티스의 피가 1/2씩 흐르는 것만 믿은 '인간 따위' 아킬레우스는 감히 주제도 모르고 하급 '신'인 스카만드로스를 무시했다. 전쟁의 신 아레스를 이긴 헤라클레스도 아레스보다 낮은 하급신들에게도 겸손한 자세를 보인 것을 생각하면, 아킬레우스는 심각한 휴브리스를 벌인 것이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피를 이었다는 이유로 방심에 들뜬 채 스카만드로스를 한낱 강의 신으로만 취급하며 조롱한 건 아킬레우스의 오만함을 드러내는 치명적인 만행들 중 하나이다. 스카만드로스는 최고신 제우스와 헤라의 양부모 격이자 대양의 신들인 오케아노스와 테튀스의 직계 혈통인 포타모이 중 한 명으로서 어머니 테티스의 외삼촌이며, 스카만드로스 입장에서 아킬레우스는 외조카손자이기도 하다. 근데 조카손자가 묵묵히 자기 일을 하던 외종조부의 일터를 습격해 엉망진창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적반하장이랍시고 싸가지 없게 반말로 욕설을 퍼붓고 대든 격이다. 참고로, 이 일 이후에도 트로이의 장군 아게노르를 사살하려다가 아폴론에게 막히게 되자 아킬레우스가 하는 말이 뭐였나면 나한테 힘만 있다면 꼭 앙갚음을 했을 겁니다!니 이 인간의 휴브리스는 참 대책 없다. 아폴론이 아킬레우스를 벌하지 않은게 용한 지경. 어쩌면 이 일 때문에 아폴론도 그 자리에선 뭐라 하지 못했을수도.
티타노마키아 이후 포타모이와 오케아니데스의 지위가 하급 신으로 격하되었지만, 하급 신으로 격하된 것은 테티스나 스카만드로스나 피차일반이다. 심지어 위계와 항렬을 따지자면 스카만드로스 쪽이 테티스보다 더 높다. 아무리 모성애가 강한 어머니라 해도 테티스는 어떻게든 아가멤논의 눈을 피해 스키로스 섬 공주들 사이에 여장시킨 아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평온한 삶이 아닌 전쟁을 선택하자, 모이라이가 정한 운명에 따라 죽는 것을 더 이상 막지 않고 방관하기로 결심한 뒤였다. 아들의 명예를 회복해 달라고 제우스에게 요청하고 헤파이스토스에게 아들의 새 갑옷들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것만 빼면 전쟁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자매들과 함께 자신의 영역인 바다에 조용히 지내고 있었기에, 아킬레우스를 직접 구해주거나 도와줄 수 없다. 따라서 테티스의 피만 믿고 스카만드로스의 신격을 무시하고 조롱을 퍼부은 아킬레우스의 행위는 도리어 스스로 무덤만 파는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외삼촌이 아들을 그 자리에서 죽여버려도 무수한 트로이아군 병사들의 시체로 강을 오염시킨 아킬레우스의 만행에 대한 정당방위이기도 하고, 신을 상대로 신화에서 가장 끔찍한 죄악인 휴브리스를 범한 오만한 죄인을 직접 처형한 것이기에 개인적으로 슬퍼하고 분노할 수 있어도, 이 건에 대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 외삼촌을 함부로 추궁하거나 항의조차 할 수 없다.
즉, 신의 피가 절반씩 흐르는 불세출의 반신 영웅이라 할지라도 아킬레우스는 어디까지나 인간에 불과했고 스카만드로스는 올림포스 12신들과 비교하면 지위와 권력이 한참 낮더라도 엄연히 신이었다.[6] 결국 자신의 항의와 설득마저 비웃고 신성모독까지 서슴지 않는 아킬레우스의 오만불손한 태도에 폭발한 강의 신 스카만드로스는 권능을 행사해 강물의 세기를 높이고 거칠고 격렬한 물결을 일으켜 아킬레우스를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신의 용장이자 수많은 적들을 무릎 꿇린 아킬레우스도 신의 분노로 인해 맹렬히 흐르는 강물은 당할 수 없어서 무력하게 익사할 위기에 처했고, 결국 그가 신을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은 더 높은 위계의 제우스에게 살려달라고 목숨을 구걸하는 것뿐이었다. 이를 본 포세이돈과 아테나가 아킬레우스를 구해줬지만, 스카만드로스는 화를 풀지 않고 동생 시모에이스[7]를 불러 끝까지 아킬레우스를 죽이려 했다. 이렇게 아킬레우스가 허망하게 죽을 위기에 처하자,[8] 결국 그리스를 편들고 있던 헤라의 명령으로 12신 중 하나인 헤파이스토스가 아킬레우스를 도우러 나선다. 물론 아까와 똑같은 개념으로, 같은 신이라고 해도 강 하나를 다스리는 신인 스카만드로스와 올림포스 12신의 일원이자 모든 대장장이와 화산의 신인 헤파이스토스는 격이 달랐다.
헤파이스토스가 엄청난 불길을 일으켜서 강물을 펄펄 끓이자, 놀란 스카만드로스는 자신이 받은 모욕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뿐이라며 방해하지 말라고 하지만, 본인과 같은 올림푸스 12신이자, 제우스 다음 가는 최고신인 헤라의 명을 받은 헤파이스토스가 고작 하급 신 따위의 말을 들을 리 없었다. 물론 스카만드로스 역시 아킬레우스의 사례처럼 자신보다 훨씬 고위 신에게 할 수 있는 건 오직 그의 자비를 바라는 것밖엔 없었다.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고 다시는 아킬레우스에게 절대로 피해를 입히지 않고, 트로이를 돕지 않겠다는 맹세를 한 뒤에야 헤파이스토스의 불길은 멎었고, 이후 자신을 모욕한 아킬레우스도 각자 지옥을 한번씩 맛봐서 동질감이라도 들었던 건지 좋은 말로 설득해서 물러나게 되며 이후 등장은 없다.
스카만드로스의 일화는 그리스 신화에서 아무리 반신이자 최강 반열에 드는 인간이라고 할 지라도 결국 인간에 불과하며, 자연의 힘을 휘두르는 신을 상대로는 그 신이 아무리 하급 신에 불과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9]
단,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비록 하급신이라도 인간이 신을 경배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은 사형에 해당하는 큰 죄이다.[10] 따라서 신을 무시하고 모욕한 아킬레우스에게 벌을 내리는 스카만드로스의 보복은 응당 정당한 것이었기에, 헤파이스토스라는 더욱 강력한 신을 보내 그 행위를 저지하고 굴복시킨 것도 모자라 협박까지 한 헤라는 엄연히 직권남용 내지는 월권 행위를 저지른 것, 즉, 헤라는 그리스의 승리를 위해 부정행위를 한 것이나 다름없기에 이것에 대해 제우스가 헤라를 다그친다. 물론 제우스도 틈만 나면 밥 먹듯이 수많은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거나 강간을 하여 헤라의 영역인 결혼과 가정을 침해하는 직권남용을 수없이 저질렀던 터라 피차일반이었기에 헤라는 조금도 귀 기울이지 않고 대놓고 무시했다.[11][12] 하지만 이 상황에서만큼은 누가 봐도 스카만드로스를 먼저 능멸한 아킬레우스의 잘못이 큰데 다른 여자들이 제우스에게 부당하게 강간당하거나 어쩔 수 없이 불륜 저지른 것에 강하게 나오면서 그 전에 다른 여자들과 불륜을 저지르거나 강간까지 일삼은 아킬레우스의 신성모독만큼은 일방적으로 묵인하고 넘어가는 헤라의 내로남불이 컸다. 그래서 헤라도 제우스에게 별다른 반박도 못했지만 그렇다고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기는커녕 그저 입을 싹 닫고 무시하는 미적지근하고 찌질한 대응을 보였다. 위에 적힌 대로 스카만드로스는 트로이의 조상이자 수호신 격이라서 스카만드로스고 트로이고 아카이아군의 승리를 지지하던 헤라 입장에서는 이유 불문하고 모조리 짓밟아야 하는 존재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두 수호신들인 스카만드로스와 시모에이스 형제를 힘으로 굴복시켜놔야 트로이군도 두 수호신들의 도움을 못 받는 데에 불안해하며 패기를 꺾어버릴 수 있으니까.
결국 헤라와 헤파이스토스 모자의 내로남불과 일방적인 아킬레우스 편애 때문에 복수는 실패했지만, 외증손주들인 폴뤽세네와 파리스가 작전을 짜서 아킬레우스를 독화살로 쏴 죽여 복수했으니 이 소식이 스카만드로스의 귀에 들어갔다면 속시원했을지도 모른다.
4. 관련 문서
[1] 이나코스의 딸이자 토속신, 아르고스의 공주, 헤라 신전의 사제였던 이오(더 정확히는 이집트 신화 여신 이시스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발명된 인물.)도 스카만드로스의 조카. 테베 왕가와 페르세이데스 왕조(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의 직계 후손들), 아트레이드 가문, 크레타 왕조 등 신화에 등장하는 모든 네임드 왕가와 쟁쟁한 영웅들의 직계 선조이다.[2] 라오메돈의 아버지.[3] 오케아니스 칼리로에와는 동명이인.[4] 아이네이아스의 첫 번째 부인이자 아스카니오스의 어머니. 트로이 전쟁 이후 살해당했으며 남편이 자신을 찾자 자신은 키벨레/레아 여신의 보호를 받아 무사하니 얼른 제우스와 시어머니 아프로디테의 인도를 따라 도망치라고 조언했다.[5] 그마저도 자신의 외증손자들을 죽인 원수에 딸이 시집간 나라인 트로이마저 멸망시키려는 아킬레우스에게 증오와 분노를 느껴서가 아니라 자신의 영역인 강을 오염시키는 휴브리스를 저질러서 응당한 처벌을 내리려고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신성모독을 저지른 인간은 즉각 처벌하는 신계의 법칙에 따라 아킬레우스를 강물의 파도로 쓸어버리려 했다. 하지만 아킬레우스를 대놓고 편애하는 헤라와 헤파이스토스의 따끔한 적반하장과 경고 때문에 본인도 공포에 질려 예상치 못한 굴욕과 추태를 맛보고는 강물을 되돌려 준다면 다시는 트로이 전쟁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헤파이스토스가 헤라의 명령에 따라 약속대로 강물을 되돌려 놓자 증손주들의 나라인 트로이의 운명이 어떻게 되든 간에 신경쓰지 않고 방관했다. 결국 헤라의 졸렬한 직권남용과 내로남불성 협박 때문에 스카만드로스는 자신이 수호하던 도시 트로이가 아카이아군에게 함락당하고 손자들이 죽고 손녀들이 제물로 바쳐지거나 노예/전리품으로 끌려가는 비참한 꼴을 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6] 사실 그리스 신화에서 영웅들이 신들과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헤라클레스가 강의 신 아켈로오스나 죽음의 신 타나토스를 때려눕힌 경우.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이 두 신과 싸워 이길 정도로 강력하며 신들을 우습게 보고 모욕하는 죄는 저지르지 않았고 신들에 대한 존경을 잊지는 않아 때려눕힐 때 때려눕히더라도 리스펙은 철저하게 했다. 헤라클레스는 이것들은 빙산의 일각으로 보일 정도로 수많은 신성모독들을 저지르고도 처벌을 피해왔는데, 이는 헤라클레스가 기간토마키아 최고의 결전병기로 태어난 운명이라 다른 반신과 영웅들, 인간들과 비교해 봐도 불공평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특혜를 누린 것이다.[7] 마찬가지로 트로이 왕가와 인연이 있는데, 시모에이스의 딸 아스튀오케의 아들 트로스가 스카만드로스의 딸 칼리로에와 결혼했기 때문.[8] 오죽하면 이때 강물에서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바에는 자신의 친구를 죽인 숙적이자 불구대천의 원수인 헥토르의 창에 찔려 죽는 게 낫겠다고 했을 정도다.[9] 이는 자연재해 앞의 인간과도 같다. 초강대국의 대통령이나, 올림픽 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뛰어난 운동선수 등 인간 사회에서 높은 위치에 있거나 강력한 인간이라고 해도 호수에 빠지면 죽기 전까지 헤엄치다가 익사할 수밖에 없다. 자연 앞에선 여느 인간과 다를 바 없이 무력한 것이다. 애초에 고대 사회에선 자연 재해를 신의 분노로 해석하고, 자연에 신격을 부여하였기 때문에 신=자연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10] 아무리 상냥하고 온화하더라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어도, 평화를 중시하는 성격의 신이더라도 자신이 담당하는 분야에서 자신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기는 행위, 즉 신성모독에 대해선 가차없이 잔인하게 처벌한다. 또한 작중에서 허구한 날 서로 치고받고 헐뜯기 바쁜 신들도 신성모독을 저지른 인간을 처벌하는 신에게는 아무런 말도 못한다.[11] 제우스가 틈만 나면 외도하는 것을 헤라가 바가지를 긁긴 해도막을 수 없고, 헤라가 제우스의 외도 상대를 저주하는 것을 제우스가 막을 수 없는 것처럼, 헤라도 스카만드로스의 행동을 막을 권한은 없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신들의 고유 권한은 어지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최고신도 무시할 수 없는 상호 불가침 영역이기 때문. 실제로 헤라가 헤파이스토스에게 실력 행사를 명하기 전, 포세이돈과 아테나가 아킬레우스를 구해줄 때도 자신들의 권위로 스카만드로스를 저지하는 직접적인 방식 대신 아킬레우스를 꺼내주는 소극적인 대응만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즉 스카만드로스는 강의 신으로서 '강을 흐르게 할' 권한이 있는데 신 무시+권한을 행하지 못하게 막음이라는 2가지 죄를 지은 아킬레우스를 지키겠다고 그걸 막아선 것이니 제우스가 한 소리 하는 건 당연지사. 이는 비록 아킬레우스가 제우스의 증손자임에도 신을 모욕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라는 것.[12] 물론 스카만드로스가 싹싹 빌자 헤파이스토스에게 인간 때문에 신을 이렇게 괴롭히는 건 보기 좋지 않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처벌은커녕 강의 신의 자존심과 명예만 잔뜩 구겨진 상황이니 스카만드로스나 다그친 제우스 입장에선 그냥 눈 가리고 아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