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 Бесы Demons | |
<colbgcolor=#dddddd,#010101><colcolor=#373a3c,#dddddd> 형식 | 장편소설 |
언어 | 러시아어 |
저자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
장르 | 정치 소설, 반허무주의 |
연재 기간 | 1871년 ~ 1872년 |
[clearfix]
1. 개요
원제 : Бѣсы(Bésy)영제: Demons
러시아의 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이다. 1871년에 처음 발행되었으며 1872년까지 잡지 《러시아 통보》(Ру́сский ве́стник)에 연재되었다.
1869년에 발생한 네차예프 사건을 바탕으로 집필되었으며, 당시 러시아에 만연했던 서구주의, 허무주의, 무신론 등의 다양한 사상에 대한 저자의 비판이 함축되어 있다.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도스토옙프스키의 작품으로는《죄와 벌》(Преступление и наказание),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Братья Карамазовы)이 꼽히지만, 사실 도스토옙스키가 쓴 작품들 중에서 이 두 작품만큼이나 예술성에 있어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 바로 악령이다.
1인칭 관찰자와 전지적 작가를 오가는 애매한 시점, 철저하게 간접적으로만 설명되어 독자 스스로가 추리를 통해 끼워맞춰야 하는 주연들의 행보 등으로 인해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중 가장 안 읽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원래는 아나키스트들을 비판하기 위한 정치적인 팸플릿이었지만, 쓰는 과정에서 도스토옙스키가 '니콜라이 스타브로긴'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생각해내고, 이 스타브로긴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로 완벽하게 개작한다. 개작을 거의 하지 않던 도스토옙스키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 비평가들은 보통 악령을 형이상학적 비극이라고 부르는데,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아나키즘과 무신론에 대한 비판이며, 제목인 악령 또한 이러한 아나키즘과 무신론을 의미한다.
도스토옙스키의 5대 장편 소설들은 5대 비극이라고 불릴 정도로 죽는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그중 최고는 단연코 악령이다. 이름이 밝혀진 등장인물들 23명 중에서 14명이 죽으며,[1] 그외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도 수십 명이 넘게 죽는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다른 작가보다도 등장인물의 포스가 강력하다는 것에 있는데, 그러한 특징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소설 또한 악령이다.
이 소설을 가장 매력적이고 대작으로 만든 인물 두 사람은 주인공인 니콜라이 스타브로긴과 주변인물 중 하나인 키릴로프인데, 각각 '무(無)'와 무신론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스타브로긴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무(無)의 인물로써, 주변의 인물들에게 각기 다른 특정 사상을 주입함으로서 그들 각각을 일종의 실험 대상으로 삼는다. 그는 그가 영향을 준 인물들을 서서히 파멸시키고 결국 스스로도 파멸하지만, 정작 니콜라이 본인은 특정한 사상을 직접적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무'라는 단어가 가장 걸맞은 인물로 그려진다. 키릴로프의 경우 '인신 사상'이란 특이한 사상을 가지는데, '자살을 통하여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여, 스스로가 신의 위치에 선다.'라는 사상으로써 작중 마지막에 이러한 사상을 지키기 위하여 자살한다.
장뤽 고다르의 중국여인은 이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다.
예수회 출신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부이기도 한 앙리 드 뤼박 추기경은 저서 무신론적 인본주의의 드라마(Le drame de l'humanisme athée)에서 포이어바흐와 마르크스의 유물론, 니체의 니힐리즘과 콩트의 실증주의를 비판한 다음, 도스토옙스키만이 근대 무신론을 정확하게 지적했다며 이 소설을 극찬하였다.
2. 소설의 모티브
2.1. 네차예프 사건
세르게이 네차예프(Серге́й Генна́диевич Неча́ев)
소설의 주요한 모티브가 된 네차예프 사건은 21살의 청년 세르게이 네차예프가 자신의 동지들과 함께 이반 이바노프를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사건이다. 이반 이바노프는 네차예프가 조직한 5인조 무정부주의 비밀 결사에 소속되었던 인물로, 네차예프와 갈등을 빚고 비밀 결사를 탈퇴했다. 결사를 탈퇴한 이바노프가 경찰에 밀고할 것을 우려한 네차예프는 1869년 11월, 결사에 소속된 동지들과 함께 이바노프를 구타, 교살, 사격한 후 얼어붙은 호수의 구멍에 유기했다.
네차예프 사건이 발생하기 전, 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의 처남이자 이반 이바노프의 농과대학 동문이었던 이반 스니트킨으로부터 이바노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뛰어난 지성을 가졌으며 용감하게 사상을 전향한 이바노프에 대해 적지 않은 관심을 두었던 도스토옙스키는 네차예프 사건의 발생에 큰 충격을 받았고, 해당 사건의 범인들과 그들의 사상을 비판할 목적으로 정치적 팸플릿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다. 《악령》 속에서 세르게이 네차예프는 표트르 베르호벤스키로, 이반 이바노프는 이반 샤토프로 형상화되었다.
2.2. 악령
예수께서 뭍에 오르셨을 때에 그 동네에서 나온 마귀 들린 사람 하나와 마주치시게 되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옷을 걸치지 않고 집 없이 무덤들 사이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예수를 보자 그 앞에 엎드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 왜 저를 간섭하십니까? 제발 저를 괴롭히지 마십시오." 하고 크게 소리질렀다.
그것은 예수께서 이미 그 더러운 악령더러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고 명령하셨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여러 번 악령에게 붙잡혀 발작을 일으키곤 하였기 때문에 쇠사슬과 쇠고랑으로 단단히 묶인 채 감시를 받았으나 번번이 그것을 부수어버리고 마귀에게 몰려 광야로 뛰쳐나가곤 하였던 것이다.
예수께서 "네 이름이 무엇이냐?" 하시자 그는 "군대라고 합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에게 많은 마귀가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귀들은 자기들을 지옥에 처넣지는 말아달라고 예수께 애원하였다.
마침 그 곳 산기슭에는 놓아 기르는 돼지떼가 우글거리고 있었는데 마귀들은 자기들을 그 돼지들 속으로나 들어가게 해달라고 간청하였다. 예수께서 허락하시자
마귀들은 그 사람에게서 나와 돼지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돼지떼는 비탈을 내리달려 모두 호수에 빠져 죽고 말았다.
돼지 치던 사람들이 이 일을 보고 읍내와 촌락으로 도망쳐 가서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고 보러 나왔다가 예수께서 계신 곳에 이르러 마귀 들렸던 사람이 옷을 입고 멀쩡한 정신으로 예수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그만 겁이 났다.
이 일을 처음부터 지켜본 사람들이 마귀 들렸던 사람이 낫게 된 경위를 알려주었다.
―루가의 복음서 8장 27장에서 36절까지. (공동번역성서 인용)[2]
그는 예수를 보자 그 앞에 엎드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 왜 저를 간섭하십니까? 제발 저를 괴롭히지 마십시오." 하고 크게 소리질렀다.
그것은 예수께서 이미 그 더러운 악령더러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고 명령하셨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여러 번 악령에게 붙잡혀 발작을 일으키곤 하였기 때문에 쇠사슬과 쇠고랑으로 단단히 묶인 채 감시를 받았으나 번번이 그것을 부수어버리고 마귀에게 몰려 광야로 뛰쳐나가곤 하였던 것이다.
예수께서 "네 이름이 무엇이냐?" 하시자 그는 "군대라고 합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에게 많은 마귀가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귀들은 자기들을 지옥에 처넣지는 말아달라고 예수께 애원하였다.
마침 그 곳 산기슭에는 놓아 기르는 돼지떼가 우글거리고 있었는데 마귀들은 자기들을 그 돼지들 속으로나 들어가게 해달라고 간청하였다. 예수께서 허락하시자
마귀들은 그 사람에게서 나와 돼지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돼지떼는 비탈을 내리달려 모두 호수에 빠져 죽고 말았다.
돼지 치던 사람들이 이 일을 보고 읍내와 촌락으로 도망쳐 가서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고 보러 나왔다가 예수께서 계신 곳에 이르러 마귀 들렸던 사람이 옷을 입고 멀쩡한 정신으로 예수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그만 겁이 났다.
이 일을 처음부터 지켜본 사람들이 마귀 들렸던 사람이 낫게 된 경위를 알려주었다.
―루가의 복음서 8장 27장에서 36절까지. (공동번역성서 인용)[2]
그러나 위대한 사상과 위대한 의지는 더 높은 곳에서부터, 저 광기 들린 악령 들린 자와 같은 러시아 위로 그늘을 드리우고, 그러면 이 모든 악령들이, 온갖 불결함과 표층으로부터 곪은 온갖 이 추잡한 것이 밖으로 나올 테고...... 그놈들이 직접 돼지 떼 속으로 들어가게 해 달라고 간청할 겁니다. 벌써 들어갔는지도 모르겠군요! 이건 우리이고, (중략) 무엇에 홀린 듯 미쳐 날뛰는 우리는 절벽에서 바다로 돌진하여 모두 빠져 죽을 테죠. 그곳이 우리의 길이거든요. 우리는 정말 그래도 싸니까요.
루가의 복음서의 해당 구절은 《악령》의 제사(題詞)로 인용되었다. 도스토옙스키는 《악령》의 첫 원고를 《러시아 통보》 잡지사에 제출한 직후, 《러시아 통보》의 편집장이자 자신의 친구인 아폴론 마이코프에게 보낸 편지에서 소설의 주제를 루가의 복음서의 해당 구절과 관련지어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와 똑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악령이 러시아인에게서 나와 돼지 무리, 즉 네차예프나 세르노 솔로비요비치 같은 인간들에게 들어간 것입니다. 이들은 절벽으로 밀려 버렸고, 아직 밀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렇게 될 것입니다. 러시아는 억지로 먹은 것들을 죄다 토해 버렸습니다. 물론 토사물인 악당들 중에 러시아적인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친구여, 보십시오. 자신의 민중과 국민성을 모두 상실한 사람은 조상들의 신앙과 신도 모두 잃게 되는 것입니다. 그토록 원하시기에 말씀드리는데, 이것이 바로 제 장편 소설의 주제입니다. 이 소설의 제목은 《악령》으로, 악령이 돼지 무리에게 들어간 이야기입니다.
―도스토옙스키가 아폴론 마이코프에게 전송한 편지
―도스토옙스키가 아폴론 마이코프에게 전송한 편지
3. 등장인물
3.1. 주요 등장인물
- 니콜라이 프세볼로도비치 스타브로긴: 소설의 주인공으로 바르바라 페트로브나의 아들이다. 뛰어난 외모와 압도적 카리스마를 겸비하였으며 자신과 관계된 사건과 인물들에 대해 큰 영향력을 끼친다.
- 스테판 트로피모비치 베르호벤스키: 뛰어난 지식인이나 구세대적 사상을 견지하는 인물로 자신의 외아들인 표트르 베르호벤스키를 비롯한 젊은 사상가들과 마찰을 빚는다. 자유주의 성향의 1840년대 지식인 티모페이 그라놉스키와 알렉산드르 게르첸을 바탕으로 창조된 인물이다.
- 표트르 스테파노비치 베르호벤스키: 스테판 트로피모비치의 아들이자 비밀 결사의 리더로 네차예프 사건의 주범인 세르게이 네차예프를 모티브로 창조된 인물이다. 혁명 사상에 심취했으며 동지들과 방화, 살인 등의 여러 범죄를 저지른다.
- 이반 파블로비치 샤토프: 네차예프 사건의 피해자 이반 이바노프를 모티브로 창조된 인물로 따뜻한 마음씨를 지녔다. 스타브로긴에 순종하며 표트르 스테파노비치와는 반목하다가 결국 표트르 스테파노비치와 그의 동지들에 의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 알렉세이 닐리치 키릴로프: 샤토프가 믿는 신인론(神人論)과 대조되는 인신론(人神論)의 신봉자로, 자신의 자아 의지를 주장할 방법으로 자살을 계획한다. 샤토프가 사망한 날, 샤토프를 살해한 죄를 키릴로프가 뒤집어쓰기를 바란 표트르 스테파노비치가 자살을 종용해 권총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다.
- 바르바라 페트로브나 스타브로기나: 부유한 장군의 미망인으로 니콜라이 스타브로긴의 어머니이며 스테판 트로피모비치의 후원자이다.
3.2. 기타 등장인물
- 리자베타 니콜라예브나(리자): 바르바라 페트로브나의 친구 프라스코비야 부인의 아름답고 지적인 딸이다. 스타브로긴을 사랑하지만 자존심이 강해 스타브로긴과 가까운 여성들에게 심한 질투를 느끼며 호색가인 스타브로긴에 대한 증오를 표출하기도 한다.
- 다리야 파블로브나: 샤토프의 여동생으로 바르바라 페트로브나의 소작인이었던 아버지가 사망한 후 바르바라의 손에 키워졌다. 바르바라의 총애를 받으며 니콜라이 스타브로긴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 세묜 카르마지노프: 도스토옙스키가 동시대의 문호 이반 투르게네프를 풍자하기 위해 창조한 인물이다.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지녔으며 허영심이 많다.
4. 한국어 번역
현재까지 민음사, 동서문화사, 열린책들, 범우사 등 여러 번역본이 많다.대체로 이철이 번역한 범우사판이 많이 추천된다. 악령이 방대한 두께에 비해 너무 산만해 독자가 지치기 쉬운데 이철의 탄탄한 한국어 구사 능력이 이를 보완해준다. 상, 중, 하 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1998~2002년에 나온 책으로 너무 오래되었으며 현재 1개는 절판, 2개는 품절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