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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12-10 16:07:50

준남작

1. 개요2. 역사3. 특징4. 기타5. 준남작인 인물

1. 개요

準男爵, Baronet/Baronetess.

유럽작위지만, 영국에서만 유일하게 상설화하여 수여한다. 작위 서열은 남작(Baron)보다는 아래이지만 기사(Knight)보다는 높다. 이 때문에 유럽의 작위를 동아시아의 오등작 체계에 대응하여 번역하는 관례에 따라 서열순위에 끼워맞춰서 준남작 또는 종남작(從男爵)으로도 번역한다.[1]

2. 역사

다른 영국 작위가 그 근원을 고대로마 제국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이 Baronet 칭호는 14세기에 탄생하였는데, 에드워드 3세 시절에는 Baronet 칭호를 받은 기사가 여덟 명이 있었다. 이후로도 몇 차례 이 칭호를 수여받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 시기까지 Baronet 칭호는 작위라기보다는 명예로운 칭호의 일종으로 간주되었다. 더불어 Baronet 칭호가 수여된 일부 사례 중에는 전쟁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던 국왕이 군대 유지비를 충당하려고 돈 받고 칭호를 판매한 정황도 있다.

그러다가 1611년 제임스 1세의 명령에 따라 명예 칭호였던 기존의 Baronet을 남작보다 낮고 기사보다 높은 작위로 설정하여 상설화했다. 그 이유는 윗 문단에 언급된 이야기와 동일하다. 제임스 1세 시기 잉글랜드의 재정은 점점 악화되었는데, 군대를 계속 굴리려면 자금이 필요했다. 이에 돈을 충당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존의 칭호와는 다른) 준남작 작위를 신설했는데, 당시 작위수여 및 유지조건이 매년 사례금 1천 파운드를 지불하는 것이었다.

이후 준남작은 아일랜드스코틀랜드에도 도입되었으며, 나중에는 캐나다 식민지 개척을 독려하고자 노바스코샤 준남작도 신설하였다. 초반에는 이러한 준남작 작위를 수여받고 유지하기 위한 사례금이 필수였으나 이 조건은 사라졌다. 그리고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가 연합왕국으로 통합되면서 잉글랜드 준남작, 아일랜드 준남작, 노바스코샤 준남작으로 구분되었던 작위도 그레이트브리튼 준남작, 이후 연합왕국 준남작으로 통일되었다. 현재 영국의 준남작 작위는 1965년에 다시 고쳐서 새로 만든 것으로 대체적인 개념은 역사 속에서 언급되는 준남작과 동일하다.

1965년에는 준남작위가 약 1490개 있었지만 신규충원이 거의 되지 않아 2017년에는 1309개로 줄었는데, 그 중 242개는 공후백자남 귀족들이 겸임한다. 영국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거의 영연방 국가 출신들이지만) 준남작위가 주어졌다. 현재 존재하는 非영국인 준남작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인 7명, 인도인 5명, 캐나다인 3명,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네덜란드인 2명, 바하마인·바베이도스인·스웨덴인 각 1명이다. 다른 귀족 작위와 마찬가지로 1965년 이후로는 준남작 작위 수여가 급격히 줄어들어, 1965년 이후에 수여받은 준남작 작위는 1991년 2월에 데니스 대처(Sir. Denis Thatcher, 마거릿 대처의 남편이자 정치인이다. 생몰은 1915 ~ 2003)[2]가 받은 1건뿐이다.

3. 특징

흔히 이 작위가 단순히 특이하게 작위이면서도 귀족이 아니라고만 알고 있는데, 정확하게는 "영국적 개념"으로서 귀족이라는 계급이 지니는 특수성에 따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중세 유럽에서 귀족이란 법적 특권 신분으로서 이를 혈통으로 세습하는데, 그래서 본인이 작위를 직접 보유하든 말든 자기 조상 중 귀족이 있다면 후손도 귀족이었다. 반면, 영국에서는 예외적으로 직접 국왕의 봉신인 작위보유자 본인만이 그러한 귀족 신분을 인정받았다. 그 결과 유럽대륙이었다면 명백히 법적으로도 귀족이었을 사람들이 영국에서는 사회적으로만 귀족일뿐 법적 신분은 자유민(평민)이었다.[3] 그래서 한동안 영국에는 귀족명감과 등록세는커녕 작위수여 및 귀족신분 부여에 관한 증서 같은 개념도 없었다. 준남작 작위가 신설되면서 그러한 양식을 모방하였으나,[4] 이후로도 여전히 명목상으로나 사실상으로나 작위보유당사자만이 귀족으로 여겨지는 인식이 그대로 남았다.

따라서, 준남작은 귀족명감(名鑑)에 수록되고 세습이 가능하여 사회적으로는 귀족으로 취급되지만, 법적으로는 기사와 마찬가지로 평민이다. 부계세습을 원칙으로 하며 남자 후계자가 없을 경우에는 여성에게 세습이 되지만 다음 세대에서는 다시 그 여성의 아들에게 세습된다. 역사상 준남작위를 받은 여자는 4명이 있는데, 1대 준남작이 된 여자는 한 명뿐[5]이었고, 나머지 셋[6]은 계승할 남자가 없어서 작위를 세습받은 형식이었다.[7] 2019년에 여자 준남작은 없으나, 후계자인 여자는 한 명 있다.

이 작위를 수여받으면 기사처럼 Sir란 호칭을 쓸 수 있다. 따라서 준남작을 수여받은 남자는 'Sir 이름 Bart' 또는 'Sir 이름 Bt', 여성은 'Dame 이름 Btss'로 기재한다. 그러나 Baronetess라고 칭할 수 있는 사람은 여자 준남작뿐이고, 준남작부인은 그렇게 칭할 수 없다. 공후백자남 오등작과는 달리 봉토의 이름은 굳이 적지 않는다. 즉 "Sir (이름) (성씨), (대수) Baronet"이 정식 칭호가 된다.

또한 기사보다는 높은 작위라고 서열을 매기긴 했지만, 잉글랜드의 가터 훈장을 수여받은 가터 기사단스코틀랜드의 엉겅퀴 기사단 훈장을 수여받은 엉겅퀴 기사단(Order of Thistle)은 칭호 자체는 기사이되 명예나 급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준남작의 서열 역시 그보다 아래로 간주한다.

4. 기타

유럽의 작위를 동아시아의 오등작 체계에 대응시키는 과정에서 서열상 남작에는 못미친다는 점에 착안하여 준남작/종남작이란 번역명칭을 만들어낸 것이라 배경지식이 충분하지 않다면 이 작위의 특성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표현은 아니다. 또한 준남작을 간혹 훈작사(勳爵士)로 기재하는 경우도 있는데 둘은 아예 다른 작위이다.

대항해시대2에서 알 베자스를 제외한 유럽의 캐릭터로 플레이할 경우 수여받을 수 있는 작위등급 중 하나로 등장한다. 군주가 내리는 임무를 수행한 공로로 준남작 작위를 받을 수 있는데 실제 준남작과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5. 준남작인 인물



[1] 사실 원어도 남작을 뜻하는 'baron'에 지소접미사'-et'을 붙여서 조어하여, 의미 상 '작은 남작', '소(小) 남작' 정도를 가리킨다. 의외로 나쁘지 않은 번역인 셈. 이러한 원 명사-지소사 관계로는 tower(tour)와 turret이 잘 알려져 있다.[2] 켄트 주 스코트니(Scotney)의 준남작. 현재는 아들인 마크 대처가 세습하여 그가 2대 스코트니 준남작이다.[3] 영국과 대륙 간 개념적 차이에 관하여서는 젠트리 문서를 참고할 것.[4] 그래서 역사학자 마르크 블로크는 이러한 준남작 작위가 대륙적 작위체계를 도입하려고 시도한 흔적이라고 보기도 하였다.[5] Dame Mary Bolles (1579~1662)[6] 이 세 사람은 모두 20세기 사람이다.[7] 태어났을 때 간성(intersex)이라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으나 40세에 주민등록을 정정해 남자가 되어 이후 준남작위를 세습받았던 Ewan Forbes의 사례도 있다. 결혼은 했지만 당연히 자녀가 없었다. 이 분도 나름 사연이 있는데, 40대까지 여자로 살다가 오빠가 죽고 남자 상속자가 없어 친척이 재산을 차지하고자 소송을 걸자, 그 재산을 지키기 위해 남자가 된 것이다. 그 친척은 이 사람이 죽을 때까지 25년간 존버하다가 결국 그 재산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