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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30 00:45:40

임성근 법관 탄핵소추 및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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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사건·사고 관련 내용을 설명합니다.

사건 사고 관련 서술 규정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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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wcolor=#E4B477> 사건번호 청구인 (청구 소추위원) 피청구인 결과
<colbgcolor=#ddd,#010101> 2004헌나1 국회 (법사위원장 김기춘) 대통령 노무현 기각
2016헌나1 국회 (법사위원장 권성동) 대통령 박근혜 인용
2021헌나1 국회 (법사위원장 윤호중) 법관 임성근 각하
2023헌나1 국회 (법사위원장 김도읍)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 기각
2023헌나2 검사 안동완 기각
2023헌나3 검사 손준성 정지
2023헌나4 검사 이정섭 기각
2024헌나1 국회 (법사위원장 정청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진숙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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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절차3. 탄핵소추
3.1. 개요3.2. 의결
4. 심판5. 결정 전 예상
5.1. 탄핵 부정론5.2. 탄핵 긍정론5.3. 각하+α론
6. 탄핵심판 결과
6.1. 헌법재판소의 결정
7. 사건 사고
7.1. 김명수 대법원장-임성근 판사 대화 녹취록 공개
8. 여담

1. 개요

2021년 2월 4일 임성근 판사가 '세월호 7시간'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사건에 대한 재판관여, 약식사건 공판절차회부(야구 선수 도박죄)에 대한 재판관여, 쌍용차 집회 관련 민변 변호사들에 대한 체포치상 사건 재판관여 혐의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상정 및 가결되어 탄핵심판으로 이어진 사건.[가] 하지만 탄핵심판 선고에서 헌법재판관 다수의 의견으로 '현직'이 아니기 때문에 탄핵심판의 실익이 없다고 각하되었다.

2. 절차

단계 내용 근거
탄핵소추 발의 국회재적의원 1/3 이상의 발의 헌법 제65조 제2항
2021년 2월 1일: 재적 300명 중 이탄희·류호정·강민정·용혜인 등 161명 발의[2]
본회의 보고 의장은 발의된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 국회법 제130조 제1항
2021년 2월 2일 10시: 본회의 보고
법사위 회부 본회의는 의결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조사 국회법 제130조 제1항
2021년 2월 4일: 법사위 회부안이 부결되어 의결하지 아니함
의결 국회재적의원 과반수[3] 찬성 헌법 제65조 제2항
2021년 2월 4일: 재적 300명 중 179명 찬성으로 가결
탄핵심판 청구 등본을 헌법재판소에 송달
소추위원[4]은 헌법재판소에 소추의결서의 정본을 제출
국회의 소추의결서의 정본으로 청구서를 갈음
국회법 제134조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49조 제2항
헌법재판소법 제26조 제1항
2021년 2월 4일: 소추의결서 정본 송달, 사건번호 2021헌나1
권한 정지 탄핵심판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
송달된 때에는 피소추자의 권한행사는 정지
헌법 제65조 제3항
국회법 제134조 제2항
2021년 2월 4일: 권한행사 정지
변론준비 심판절차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정리하기 위해
심판준비절차를 진행
헌법재판소 심판 규칙 제11조 제1항
2021년 3월 24일: 1차 변론준비기일
변론 탄핵의 심판은 구두변론 헌법재판소법 제30조 제1항
2021년 6월 10일 : 1차 변론기일
2021년 7월 6일 : 2차 변론기일
2021년 8월 10일 : 3차 변론기일
결정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 헌법 제113조 제1항
2021년 10월 28일 : 각하 선고

3. 탄핵소추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의혹 사건 이후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연루 판사들의 징계와 함께 탄핵소추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민주당 등 범진보를 중심으로 법관 탄핵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었으나 의석 수 부족으로 인해 떡밥으로만 남았다. 이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두고 관련 사법개혁 분야 영입인재로서 공천받은 이탄희이수진이 원내 입성에 성공하면서 법관 탄핵론이 힘을 얻나 싶었으나 이런저런 중대 사건이 겹치면서 미뤄져 왔다.

이후 사건의 핵심인물 중 한 명으로 지목되던 임성근이 재임용을 신청하지 않아 2021년 3월부로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이전에 탄핵소추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범여권 의원 107명 명의로 제기되었다.# 당초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탄핵 대상으로 거론되었으나 혐의가 더 위중한 임성근에게 집중하기로 하고 민주당 지도부의 '발의 허가'를 얻으면서 사실상 당 차원에서 추진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21년 2월 1일 범여권 의원 161명이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임성근 판사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였고[가] 2월 4일 가결되었는데 헌정 사상 최초로 가결된 법관 탄핵소추안이다.

3.1. 개요


===# 탄핵소추의결서 #===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

주문
「대한민국헌법」 제65조, 「국회법」 제130조 및 「법원조직법」 제46조의 규정에 의하여 법관 임성근의 탄핵을 소추한다.

피소추자
* 성명: 임성근
* 직위: 법관(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탄핵소추의 사유
헌법 제12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과 적법절차에 따른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고, 이러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업무는 사법행정사무가 아니라 당해 법관의 독립된 재판권에 속하는 것이므로, 사법행정권자가 재판업무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구체적 지시를 하거나, 특정한 방향이나 방법으로 직무를 처리하도록 요구 내지 요청, 권고하는 것은 직무감독권의 범위를 벗어나는 재판관여로 허용될 수 없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역시 사법행정권자가 특정 재판에 관하여 일선 재판부에 연락하여 특정한 내용과 방향의 판결을 요구하고 재판절차 진행에 관하여 의견을 제시한 행위가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라고 선언한 바 있다.


구체적인 탄핵소추 사유는 다음과 같다.

1. 헌법상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 직업공무원제도(헌법 제7조), 적법절차원칙(헌법 제12조), 법원의 사법권 행사(헌법 제101조), 법관의 독립(헌법 제103조) 조항 위배 행위

가. ‘세월호 7시간’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사건(이하 ‘가토 다쓰야 사건’이라 한다)에 대한 재판관여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은 2014. 8. 3. 일본 산케이신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에 관한 추측성 기사를 게재한 혐의(명예훼손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1) 중간판결적 판단 요청

피소추자는 2015. 2.~3.경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온 전화 통화에서 가토 다쓰야 사건에 관하여 ‘재판의 유무죄에 대하여서는 재판부에서 알아서 결정하는 것이겠지만, 증거조사를 하다가 세월호 7시간 행적에 관해서 허위인 점이 드러나면 그 부분은 법정에서 허위인 점이 입증되었다는 식으로 언급을 하고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가토 다쓰야 사건의 재판장인 이동근 부장판사를 형사수석부장사무실로 불러 ‘이 사건은 대통령이 피해자이고, 가토 다쓰야가 일본 언론인이라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언론의 관심도 많은 사건이다. 그리고 이 재판은 국격을 드높일 수 있어야 되는 아주 중요한 사건이다. 여성 대통령이 모처에서 다른 남성을 만났다는 부분은 아주 치명적인 부분이고 국민들의 관심도 많은 사건이니 이 부분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나면 그 부분을 명확히 정리해 주고 가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이동근 부장판사는 이에 알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이동근 부장판사는 2015. 3. 30. 가토 다쓰야 사건 제4회 공판기일 도중 휴정을 한 후, 배석판사실로 가서 주심판사에게 이 사건 기사가 허위라고 볼 수 있는지 물었고 주심판사는 그렇다고 답하였다. 이에 이동근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 즉 발신자 위치 추적결과나 역발신자 위치 추적 결과 혹은 청와대 비서실이나 경호실의 공문 등 객관적인 자료와 정윤회 등의 법정 진술이나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 등을 종합해 보면, 세월호 사건 당일 정윤회가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고, 대통령도 모처에서 만났다고 하는 산케이 신문이 기재한 소문의 내용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허위인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인다. 대통령의 당일 모든 행적을 밝히겠다는 취지의 납득하기 어려운 변호인의 주장에 기초한 청와대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과 수신자 전화번호에 대한 열람등사 신청부분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취지로 고지하고, 변호인에게 향후 이 사건 기사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고 비방의 목적이 없이 작성되었으며 언론이나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 변론을 집중하도록 고지하여 재판장의 소송지휘권을 행사하였다.


2) 구술본 말미 부분 수정요청 및 선고기일에서 외교부공문 내용고지와 가토 다쓰야의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언급 요청

피소추자는 가토 다쓰야 사건 변론종결(2015. 10. 19.) 후인 2015. 11. 초순경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온 전화 통화에서 가토 다쓰야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어 가냐는 질문을 받고 재판장이 법리검토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하였다. 이에 임종헌이 피소추자에게 ‘재판장이 유무죄는 알아서 하겠지만, 판결이유에서 허위인 점은 분명히 밝혀줘야 한다. 가토 다쓰야의 행위가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 구체적 사실조사 없이 허위의 기사를 작성한 것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하자, 피소추자는 알겠다는 취지로 답하였다.

피소추자는 2015. 11.경 이동근 부장판사를 형사수석부장사무실로 불러 ‘가토 다쓰야에게 무죄 판결 선고를 하더라도 가토 다쓰야는 무죄라고 단순하게 끝내지 말아라. 일단 판결 선고를 한 이후에 가토 다쓰야가 한 행위가 비록 무죄이기는 하나, 가토 다쓰야가 한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좋겠다. 특히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도 없이 여성대통령을 희화화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난받을 소지가 충분히 있으나, 언론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법리적으로 부득이 무죄를 선고한다는 취지를 밝혀주라. 무죄 판결을 선고하는 것을 전제로 구술본 말미 부분을 추가하고 그것을 검토하기 위해 보내 달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이동근 부장판사는 이에 알겠다고 말하였다.

당초 이 사건의 주심판사는 2015. 8. 18. 판결문 초고를, 2015. 8. 19. 위 초고에 대한 수정본을 각각 작성하여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이메일로 보냈고, 2015. 10. 21. 판결문 초고 수정본을 다시 작성한 다음,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최종 수정해주시면 그에 따라 구술 문서와 보도자료 작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으로 위 수정본을 첨부한 이메일을 보냈다.

위 수정본은 ‘최고의 공적 존재인 대통령직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위를 고려하면, 피해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의 점은 피고인의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거나 피고인에게 비방의 목적이 없으며, 피해자 정윤회에 대한 명예훼손의 점은 피고인에게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는 점에 관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는 취지로 작성되었다.

주심판사는 2015. 10. 28. 위 2015. 10. 21.자 판결문 초고를 반영한 구술본을 작성하여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이메일로 송부하였고, 2015. 10. 30. 가토 다쓰야 사건의 설명자료를 작성하여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이메일로 송부하였다. 이동근 부장판사는 2015. 11. 11 구술본 파일 중 일부를 수정하여 구술본 말미 파일을 작성하여 피소추자에게 ‘말씀하신 선고 말미 구술 부분입니다(판결문 내부의 기재는 아닙니다).’라는 내용으로 가토 다쓰야 사건의 구술본 말미 파일을 첨부한 이메일을 보냈다.

피소추자는 2015. 11. 17.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위 구술본 말미를 수정한 파일을 첨부하여 이메일을 보낸 후 다시 2015. 11. 18. 10:13경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어제 보낸 파일을 다시 보니, 추가로 수정할 부분이 있어서 파란색으로 표시하여 다시 보내 드립니다. 이 사건 기사의 허위성, 이로 인한 피해자 명예훼손 부분이 인정된다는 점을 먼저 상세히 설시하고, 마지막 부분에 비방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설시하는 것으로 다시 한 번 전체 설명자료를 정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단히 미안하지만, 이 사건은 워낙 민감한 사건이어서 전체 설명자료와 보도자료를 제가 한 번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만.’이라는 내용과 함께 구술본 말미를 재수정한 파일을 첨부한 이메일을 보냈다.

이에 이동근 부장판사는 같은 날 주심판사에게 ‘이 사건 기사는 허위의 사실이고 명예훼손은 인정되지만, 비방의 목적은 없는 것 같다는 식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주심판사는 이에 동의하여 판결문 초고를 수정하여, 같은 날 14:29경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일단 이렇게 바꿔보았습니다(기존에 이 구조로 대강 써 놓은 게 있어서 대체하면서 몇몇 부분을 고쳤습니다).’라는 내용으로 ‘편집용-1.hwp’파일을 첨부한 이메일을 보냈다.

‘편집용-1.hwp’ 파일 판결문 초고의 주된 취지는 ‘이 사건 기사는 개인 박근혜의 수인 범위를 넘은 명예훼손이 된다. 그리고 이는 대한민국의 최고 공적 존재인 대통령이라는 지위와 개인 박근혜가 불가분적 관계에 있어 개인 박근혜의 사생활에 관한 사실도 공적 관심 사안이 될 수 있음을 고려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피고인에게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이었었다는 점에 관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어 무죄’라는 취지였다.

주심판사는 같은 날 23:59경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최종적으로 판결문 초고를 수정한 ‘편집용(관계 문구 변경).hwp’ 파일을 이메일로 보냈다.

우병우 민정수석은 2015. 12.경 곽병훈 민정비서관에게 ‘한일외교관계를 위하여 외교부가 최대한 노력을 하였음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외교부 측의 간절한 부탁이다. 외교부 장관의 탄원서 제출사실이 법정에서 고지될 수 있도록 법원행정처에 반드시 이야기해달라.’는 취지의 지시를 하였고 곽병훈 민정비서관은 이를 임종헌에게 전달하였다. 외교부장관은 2015. 12. 15. 법무부장관에게 가토 다쓰야의 선처를 요청하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는데, 피소추자는 그 무렵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외교부의 공문이 올 것이니, 양형자료니깐 법정에서 가토 다쓰야에게 그 내용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이동근 부장판사는 2015. 12. 17. 법정에서 대한민국 외교부가 가토 다쓰야에 대하여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는 내용을 고지한 후 판결을 선고하면서, 구술본 말미의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이 인정되지만 비방의 목적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법리상 부득이하게 무죄 판결을 선고하는 것일 뿐이고, 가토 다쓰야가 대한민국 대통령을 조롱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자체를 희화화하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하면서도 기초적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행동까지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부분까지 고지하였다.

나. 약식사건 공판절차회부에 대한 재판관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고약27976호 사건은 2015. 12. 30.경 유명 야구선수에 대해 도박죄로 각 벌금 700만 원의 약식명령이 청구된 사건이었다.

이 사건 담당 판사는 2016. 1. 13. 저녁경 약식사건의 기록을 검토한 후 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하겠다는 취지로 부전지에 ‘공판회부’라고 기재하여 위 사건의 약식명령 초고에 붙였다. 이에 담당 실무관은 2016. 1. 14. 오전경 담당 판사로부터 부전지가 붙은 약식명령 초고 및 사건 기록을 넘겨받았다.

담당 실무관은 같은 날 10:57경 재판사무시스템에서 공판절차회부서를 생성 및 출력하였고, 같은 날 10:58경 재판사무시스템에서 공판절차회부통지서를 생성 및 출력하였다. 이어 담당 실무관은 서무계장을 통하여 형사단독 2과장에게 공판절차 회부결정에 따른 약식사건의 종국보고를 하였다. 담당 판사는 공판절차회부서에 서명날인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피소추자는 같은 날 오전경 형사수석부장사무실에서 형사단독 2과장으로부터 ‘약식사건에 관하여 담당 판사가 위 사건을 공판절차에 회부하였다.’는 취지의 중요사건 종국보고를 받았다. 이에 피소추자는 형사단독 2과장에게 법원행정처에 대한 중요사건에 대한 보고 등 후속절차 보류를 지시한데 이어 담당 판사를 형사수석부장사무실로 불러 담당판사에게 ‘이 사건에 관하여 주변 판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가.’고 물었고, 담당 판사는 ‘같은 방의 판사들하고 상의하였다.’는 취지로 답하였다. 이에 피소추자는 담당 판사에게 ‘주변에 있는 다른 판사들의 의견을 더 들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담당 판사는 알겠다는 취지로 답하였다.

담당 판사는 같은 날 담당 실무관에게 후속절차를 잠시 보류하라고 지시한 다음, 동료 판사 5~6명의 의견을 들었고, 동료 판사들의 ‘도박죄의 경우 벌금형만 규정되어 있어 형종을 달리할 수 없으면 본안 재판부가 사건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취지의 의견을 반영하여 위 약식사건에 대하여 벌금 1,0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하기로 결심하였다. 담당판사는 같은 날 담당 실무관에게 공판절차회부 지시를 변경하면서 1,000만 원의 약식명령 발령을 위한 후속절차를 지시하였다.

담당 실무관은 같은 날 17:17경 재판사무시스템에서 약식명령결정문을 생성 및 출력하여 담당판사로부터 약식명령결정문에 날인을 받아 같은 날 17:49 약식명령 등본을 검찰에 발송하였다. 담당 실무관은 2016. 1. 8. 11:17 공판절차회부 통지서 및 공판절차회부 통지서의 결재요청을 취소하면서 삭제하였다.

다. 소결론

이와 같이 피소추자는 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결과를 유도하고, 재판의 절차진행에 간섭하는 재판관여행위를 함으로써, 사법권을 법원에 부여하고 법원을 구성하는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할 것을 기대한 주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재판이 이뤄지게 하였다.

이는 헌법상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 직업공무원제도(헌법 제7조), 적법절차원칙(헌법 제12조), 법원의 사법권 행사(헌법 제101조), 법관의 독립(헌법 제103조) 조항을 위배한 것이다.


2. 헌법상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 직업공무원제도(헌법 제7조), 적법절차원칙(헌법 제12조), 사법권과 법원(헌법 제101조), 법관의 독립(헌법 제103조) 조항 및 재판의 불가변경력(형사소송법 제38조) 위배 행위

가. 쌍용차 집회 관련 민변 변호사들에 대한 체포치상 사건(이하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이라 한다) 재판관여

2014. 10. 민변 변호사 4명은 2013. 7. 25. 덕수궁 대한문 앞 인도에서 열린 쌍용차 사태 해결 촉구 집회에서 경찰의 질서유지선 퇴거를 요구하다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의 팔을 잡고 20m 끌고 간 혐의(체포치상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소추자는 2015. 5. 28.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부 판사들에게 판결 원본 선고 원칙의 준수 및 판결문 등록 오류 방지를 요청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의 재판장인 최창영 부장판사는 2015. 8. 20. 15:00경 법정에서 판결문 원본으로 판결 선고를 하면서 유죄 및 무죄 이유의 요지와 양형이유 등을 설명하였다. 위 판결문에는 양형이유와 관련하여 ① ‘피고인들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를 지키고자 이 사건 집회를 개최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 속 피고인들의 행동과 표정에는 피해자에 대한 분노와 공격적 태도가 나타나 있다.’, ② ‘피고인들의 체포행위를 적법한 현행범체포로 볼 수는 없지만, 분쟁의 원인이 된 이 사건 질서유지선을 설정하고 피고인들과 계속하여 실랑이를 벌였던 피해자의 직무집행도 적법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마찬가지이므로, 피해자의 직무집행이 형사범죄에 해당한다고 섣불리 단정한 채 체포행위에 나아간 피고인들의 범행에는 그 동기 및 경위에 관하여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 ③ ‘피고인들에 대하여 징역형을 선고하기 보다는, 이번에 한하여 특별히 선처하기로 하여 벌금형을 선고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내용 등이 기재되어 있었다.

이 사건의 주심판사는 같은 날 15:50경 위 판결문 원본을 등록하였고, 최창영 부장판사는 같은 날 15:50경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공보관에게 위 판결문 원본파일 및 설명자료 파일을 첨부한 이메일을 보냈고, 형사공보관은 같은 날 16:07경 피소추자에게 위 파일들을 첨부한 이메일을 보냈다. 피소추자는 형사공보관에게 판결문과 설명자료를 배포하지 말고 잠시 보류를 해달라고 말하였다.

이어 피소추자는 같은 날 최창영 부장판사에게 위 판결문의 2~3군데 정도 표현을 직접 지적하며, ‘이 사건은 다양한 논란이 예상되는데, 양형의 이유 부분에서 일부 논란이 있을 만한 표현들이 있는 것 같다. 톤을 다운하는 것이 어떨지 검토해 보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최창영 부장판사는 같은 날 주심판사에게 ‘수석부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지의 말을 하였고 주심판사와 협의하여 위 판결문의 양형이유 중 ①, ③ 부분은 모두 삭제하고, ② 부분은 ‘피해자의 직무집행도 적법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이 아닌 ‘피고인들의 이와 같은 행위는 분쟁의 원인이 된 이 사건 질서유지선을 설정한 경찰관들과 계속하여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그 동기 및 경위에 관하여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로 수정하였다.

주심판사는 같은 날 16:24경 위 판결문 원본 등록을 취소하였고, 최창영 부장판사는 같은 날 17:01경 형사공보관에게 위와 같이 수정된 판결문 원본파일 및 설명자료 파일을 첨부한 이메일을 보냈다. 형사공보관은 같은 날 17:18경 피소추자에게 위 수정된 파일들을 첨부한 이메일을 보냈고, 피소추자는 같은 날 17:26경 형사공보관에게 ‘잘 수정되었으니 그대로 배포해도 되겠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피소추자는 같은 날 17:46경 최창영 부장판사에게 ‘판결 정리하느라 수고가 많았다. 비교적 잘 정리가 된 것 같다. 노고에 감사드린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고, 주심판사는 같은 날 17:54경 수정된 판결문 원본을 등록하였다.

나. 소결론

재판의 선고 또는 고지는 공판정에서 재판서에 의하여야 하고(형사소송법 제38조), 종국재판은 특히 법적 안정성이 요청되므로 재판을 한 법원도 그 재판을 취소, 변경할 수 없는 구속을 받게 되는 불가변경력(구속력)이 생기게 된다. 다만, 법원은 재판서에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잘못이 있음이 분명한 때에는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경정 결정을 할 수 있을 뿐이다(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

그런데 피소추자는 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특정 사건 판결문의 양형이유를 수정하라는 취지의 언급을 함으로써, 계속 중인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결과를 유도하고, 불가변경력이 있는 판결문 원본의 수정을 요청하는 등 재판관여행위를 하였다.

이러한 행위는 헌법상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 직업공무원제도(헌법 제7조), 적법절차원칙(헌법 제12조), 법원의 사법권 행사(헌법 제101조), 법관의 독립(헌법 제103조) 조항 및 형사소송법상 재판의 불가변경력(형사소송법 제38조) 조항을 위배한 것이다.

3. 결론

피소추자 임성근의 위와 같은 행위는 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라고 선언한 재판개입일 뿐 아니라 법원이 판결로써 사법권의 독립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공인한 행위이다. 사법부 스스로 사법권 독립을 침해한 헌법위반행위자라고 인정한 법관에 대해 국회가 탄핵소추절차를 진행하지 아니하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이다.

이에 우리는 피소추자를 헌법재판에 회부하고, 사법권 독립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국회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본 탄핵소추를 발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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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의결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
(의안번호: 2107825) (발의일: 2021년 2월 1일) (의결일: 2021년 2월 4일)
재적 재석 기권무효
30028817910234
결과재적의 과반이 찬성하여
가결
후속 절차법관: 탄핵소추의결서 수령 및 권한 행사 정지(헌법 제65조 제3항)
헌법재판소: 탄핵소추의결서 수령 및 탄핵심판 개시(헌법 제111조 제2호)(사건번호: 2021헌나1)
헌정 사상 최초로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결되었다. 탄핵 표결 전 야당이 사건을 법사위에 사건을 회부해 조사하자는 안건도 표결에 부쳐졌지만 부결되었다.

4. 심판

이 탄핵소추의 헌재 사건번호는 2021헌나1이며 사상 세 번째 헌나 심판이자 직전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 이래 4년 만이다.

소추의결 다음 날인 2월 5일 헌재는 재판관 이석태를 주심으로 지정하고 내부에 TF를 구성하였다. #

2월 16일, 임성근 부장판사가 탄핵소추 청구서를 받았다. 준비기일이 더뎌진 것은 임 부장판사의 주소지 등 문제로 청구서 교부송달이 늦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헌재가 의결서를 접수한 당일 청구서를 보냈다. 헌재 관계자는 “청구서를 여러 차례 송달하려 했으나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임 부장판사 측은 오는 23일 답변서 제출 기한에 맞춰 답변서를 내겠다는 입장이었다. 임 부장판사 측 윤근수 변호사는 “명절 연휴와 고향에 내려간 임 부장판사의 소재지 등 탓에 청구서가 늦게 도착한 것으로 안다”며 “관련 법리들을 모두 따져 답변서에 담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월 23일 임성근은 주심 재판관 이석태에 대한 기피신청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는데 이 재판관이 과거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만큼 임 부장판사 탄핵의 주요 근거로 제시된 ‘세월호 재판 개입’ 여부에 대해 공정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또 같은 날 임 판사 측에서 헌법재판소에 '탄핵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담은 서면 답변서를 제출했는데 이 답변서에는 국회가 탄핵 사유로 주장한 ‘재판개입’ 행위에 대한 변론이 담겼다. 대리인단은 임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시절 벌인 행위는 형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이는 ‘중대한 법률 위반’이 아니라 탄핵 사유로 볼 수 없다는 논리를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부장판사 측 대리인은 “야구선수 오승환 씨 재판에 대한 변론도 이번 답변서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임 부장판사는 2018년 오씨 재판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견책 징계를 받은 바 있다.

헌재는 2월 26일 탄핵에 대한 첫 변론준비기일을 가지기로 했다.# 시일상 임성근 부장판사가 퇴직하기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지는 재판준비기일이 될 것으로 보였으나 임성근 측이 주심 재판관 이석태에 대한 기피 신청을 하여 변론준비기일이 미뤄져 결국 임성근 판사의 임기 내에 재판이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3월 8일, 헌재는 임성근 측의 주심 재판관 이석태에 대한 기피신청을 재판관 전원일치로 기각했다. #(헌법재판소 결정 2021헌사152)
주문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한다.

이유

신청인은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재판,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재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이라 한다)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재판에 관여하였다는 이유로 탄핵소추 되어 현재 탄핵심판(2021헌나1) 계속 중에 있다.

신청인은 재판관 이석태가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 특조위’라 한다) 위원장으로서 소추사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사건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하여 조사를 한 바 있고, 위 재판관이 회장 또는 공동대표로 활동하였던 민변 또는 참여연대가 신청인 등 법관에 대한 탄핵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으며, 탄핵소추 사유 중 하나인 체포치상 사건의 피고인들이 모두 민변 소속 변호사들로서 위 재판관과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되므로, 위 재판관에게 이 사건의 본안사건에서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주장하며 2021. 2. 23. 이 사건 기피신청을 하였다.

재판관에게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당사자는 기피신청을 할 수 있는데(헌법재판소법 제24조 제3항), 기피사유는 통상인의 판단으로 재판관과 사건과의 관계로 보아 불공정한 심판을 할 것이라는 의혹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될 만큼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이 있어야 하며, 불공정한 심판이 될 지도 모른다는 당사자의 주관적인 의혹만으로는 기피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헌재 2009. 6. 25. 2007헌사556 참조).

재판관 이석태는 2015년부터 2016년 9월까지 세월호 특조위의 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활동에 참여하였고,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민변의 회장과 2018년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의 대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참여연대의 공동대표를 역임한 바 있으며, 2018. 9. 21.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되었다.

그런데 위 재판관이 세월호 특조위 위원장으로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활동에 참여하고, 언론을 통하여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사건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으며, 민변과 참여연대가 2018. 10. 즈음부터 2021. 2.초까지 신청인 등 법관에 대해 탄핵을 주장하는 등의 논평을 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 재판관이 세월호 특조위 위원장과 과거 민변이나 참여연대의 회장 또는 대표 등을 역임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기피신청의 본안사건인 2021헌나1 법관 탄핵 사건에 있어서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그밖에 달리 위 본안사건에 관하여 심판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기피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리인 명단
1. 법무법인 민주 담당변호사 이동흡
2. 법무법인(유한) 평산 담당변호사 강찬우
3. 법무법인 해인 담당변호사 윤근수

3월 11일 국회 대리인단의 신청에 따라 서울고법에 임 전 판사의 1심 재판기록 등을 송부해 달라고 촉탁했다는데 이에 서울고법은 헌법재판소법 제32조 등에 따라 헌재의 촉탁에 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보고 재판 실무와 과거 사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헌재법 32조는 헌재가 국가기관에 심판에 필요한 기록 송부를 요구할 수 있지만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 기록은 송부 요구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헌재 심판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지장을 줘선 안 된다는 취지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때는 실무적 필요에 따라 재판 기록이 헌재로 송부됐지만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하지만 헌재는 헌법재판소 심판규칙 39조에 따라 재판 기록이 아닌 사본 요구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심판규칙 39조는 헌재가 기록 송부를 요구한 기관이 원본을 제출하기 곤란할 때 헌재가 원본과 같다는 것을 확인한 '인증등본'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법원에 등사 기록 송부를 요청하면서 심판규칙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 등 관련 법적 근거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고법이 재판기록 송부를 허가하더라도 21만여쪽으로 트럭 한 대 분량의 기록의 양뿐만 아니라 기록 익명화 작업 등도 필요한 만큼 임 전 판사 탄핵심판의 변론은 당장 시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3월 24일 임성근 법관 탄핵심판에 대한 변론준비기일이 있었는데 양측인 임 전 판사의 재판 출석 여부를 가지고 공방을 벌였다. 헌재는 변론준비기일을 이날 한 차례로 끝내고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던 법원에서 재판 기록을 넘겨받는 대로 기일을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이영진 헌법재판관은 지난달 변론준비기일에서 “(본안)절차를 속행하는 것이 부적법하다는 주장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가급적이면 (절차를)빨리 하자는 게 우리 재판부의 생각”이라고 했다. 사실상 본안 심리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4월 14일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국회 측 대리인단에게 비공식적인 경로로 자신의 항소심 소송 자료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변호인 측은“서울고법이 국회 측에서 요청한 항소심 형사 기록 사본을 주지 않고 있어서 탄핵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에 나중에라도 기록을 받았을 때 국회 측이 내용을 빨리 파악할 수 있도록 그간 자신이 정리해놓은 재판 증거목록을 제공한 것”이라고 했다.#

4월 20일, 서울고법 형사3부(박연욱 부장판사)는 헌재에 임 전 부장판사의 형사기록을 송부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헌재에 기록을 보내기 전 검찰과 임 전 부장판사 측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결정을 보류하고 있었다”고 말했으며 이어 “탄핵심판 절차와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기록이 있어 내부 검토를 했다”며 “임 전 부장판사 측에서 증거목록을 보고 특별히 송부해서는 안 될 것들이 있는지 의견을 주고, 탄핵심판 대리인의 의견을 들어본 뒤 헌재에 송부하겠다”고 덧붙였다.

5월 18일, 헌재는 6월 10일과 15일 각각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 사건에 대한 변론 기일을 진행하기로 하고 당사자들에게 일정을 통지했다고 밝혔다.#

8월 10일, 제3차 변론기일이 열렸고 이날을 마지막으로 변론을 종결했다.#

5. 결정 전 예상

크게 임성근은 재임용을 신청하지 않아서 2월 28일에 퇴임하였는데 탄핵의 실효성이 있느냐, 임성근의 행위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한 사안이냐가 주된 쟁점들이었다.[7]

5.1. 탄핵 부정론

임 판사 측은 미확정인 1심 판결만으로는 사실상·법률상 명확한 평가가 확정되지 않았고 "1심 판결문에도 위헌적 행위라는 표현만 있을 뿐 임 부장판사의 발언은 의견제시·조언에 불과하고 재판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거나 침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며 "탄핵이 요청되는 정도의 헌법 위반에는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해명#하면서 위헌, 위법 여부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추가로 절차적 문제에 대해서도 "탄핵 여부를 가리려면 국회법 제130조 제1항에 규정한 법제사법위원회의 회부를 통한 사실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며 "아직 1만여 쪽에 달하는 사건 증거와 쌍방의 주장도 검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8]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사례로 들면서 "노 전 대통령이 당시 문제가 된 건 불법성이 인정되지만, 중대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이 구조가 임 판사에게서도 유사하게 나온다"고 지적했으며 "이게 사법농단이다, 재판개입이라 얘기하면 노 전 대통령이 선거 개입했다, 선거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과 비슷하다"면서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로 적극적으로 했는지, 중대성에 있는지 이 문제가 어렵다"고 말했고 "재판 개입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논리는 노 전 대통령 논리와 같다"면서 "이걸 가지고서 법관을 탄핵하겠다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이 탄핵됐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

김하열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심판이) 파면 결정을 목표로 하는 절차인 만큼 이미 퇴직해서 파면할 수 없는 상태가 확정되면 파면 결정을 하기는 어렵다고 하며 선고 전 임기가 만료되는 임성근을 파면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헌법재판소법상 '탄핵 심판청구가 이유 있을 때'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를 말한다"며 "임 부장판사의 담당 재판부도 징계사유는 있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한 만큼 그 잘못이 탄핵 사유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5.2. 탄핵 긍정론

임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대표발의한 이탄희 의원은 탄핵소추 제안설명에서 "단죄하지 않은 행위는 반드시 반복된다"고 힘주어 강조하면서 "판사들이 헌법을 위반해도 처벌을 받지 않고 다시 공직사회로 복귀하는, 잘못된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 절차가 진행 중이던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의 사례를 거론하면서 “(탄핵 심판은) 임 판사의 행위가 헌법을 위반한 행위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소의 이익이 있다”며 “직에서 배제하는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탄핵을 너무 좁게 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탄핵의 효과는 단순히 피소추인을 직에서 배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파면 후 5년간 대한민국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으로 전직하는 것을 차단하며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의 일부를 감액하는 등 징계 성격의 후속 조치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특히 피소추인이 다름 아닌 법조인이기 때문에 변호사로의 전직을 5년간 금지시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신종범 변호사는 법률저널 기고문에서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재판에 개입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행위에 대한 이번 탄핵소추발의는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탄핵소추의 본질에 비추어 보면 오히려 국회에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독일 헌법재판소법은 대상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임기 만료 뒤에도 탄핵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비록 부결되었지만 퇴임 이후에도 탄핵심판이 상원에서 진행된 사례가 있다.

5.3. 각하+α론

(경향신문)[전문기자 해설]임성근 판사는 파면될 것인가

당시 가장 유력하게 논의된 방안으로 헌법재판소에서 첫째 주문에 탄핵의 이익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각하라고 쓰되 둘째 주문에서 임 판사의 사법농단 행위에 대한 위헌 여부, 그리고 파면을 정당화시킬 정도의 중대성 여부를 확인하는(본안 심리) 방식[9]을 취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전 헌재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헌법소원 사건에서 박근혜 정부의 지원 배제 지시 등이 이미 끝났다면서 소를 각하하면서도 유사한 기본권 침해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며 위헌이라고 명시한 선례가 있다.

6. 탄핵심판 결과

법관(임성근) 탄핵심판
(사건번호: 2021헌나1) (개시일: 2021년 2월 4일) (선고일: 2021년 10월 28일)
총원 출석인용심판절차종료각하
99315
선고 내용7인 이상이 출석하였으나 6인 이상이 인용하지 않고 5인 이상이 각하했으므로
각하
후속 절차법관: 없음.(2021년 3월 1일자로 법관에서 퇴직하였으므로)

6.1. 헌법재판소의 결정

헌법재판소 보도자료 결정문 전문

헌재는 임성근의 행위가 탄핵 사유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따로 하지 않고 '이미 임기가 종료되어 실익이 없으므로 각하'라는 원론적 결정을 내렸다. 다만 소수의견으로는 탄핵이 정당하다는 주장이 포함되었다. 문형배 재판관은 심판절차종료선언을 했는데 이는 당시까지 탄핵심판에서 한 번도 내려지지 않은 결정이다. 원래는 헌법소원심판에서 당사자가 사망하거나, 청구 법인이 해산될 때, 권한쟁의심판에서 심판대상자가 사망하거나 심판절차를 취하하면 내려지는 문구다.

====# 결정요지 #====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국회의 탄핵소추의결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중 임기만료로 피청구인이 법관의 직에서 퇴직한 사안에서, 헌법재판소는 2021. 10. 28. 재판관 5인의 각하의견으로, 이미 임기만료로 퇴직한 피청구인에 대해서는 본안판단에 나아가도 파면결정을 선고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탄핵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각하]
이에 대하여,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퇴직한 경우 더 이상 탄핵심판의 피청구인이 될 자격을 보유하지 않은 것이므로 탄핵심판절차를 종료해야 한다는 재판관 문형배의 심판절차종료의견,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본안판단에 나아가 피청구인의 행위가 직무집행에 있어서 중대한 헌법위반행위임을 확인한다는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인용의견, 피청구인의 행위로 인한 법치주의 훼손을 확인하면서 탄핵심판의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한 재판관 김기영의 인용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었다.

□ 사건개요
○ 161명의 국회의원은, 피청구인이 2014. 2. 13.경부터 2016. 2. 10.경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중 다른 법관의 재판에 관여하였다는 이유로, 2021. 2. 1.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였다.
○ 국회는 2021. 2. 4. 제384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적의원 300인 중 179인의 찬성으로 가결하였고, 같은 날 소추위원은 헌법재판소법 제49조 제2항에 따라 소추의결서 정본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함으로써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을 청구하였다.
○ 피청구인은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중 2021. 2. 28. 임기만료되어 2021. 3. 1. 퇴직하였다.

□ 심판대상
○ 이 사건 심판대상은 법관 임성근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는지 여부 및 파면결정을 선고할 것인지 여부이다.

□ 결정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의 각하의견 요지
가. 이 사건에서 탄핵심판의 이익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 ‘탄핵심판의 이익’의 의의와 기능
- 탄핵심판에서 파면결정을 할 권한은 헌법재판소에 부여되어 있지만(헌법 제65조 제4항, 제111조 제1항 제2호), 이러한 권한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므로, 미리 정해진 그 요건과 절차를 벗어나 법적 책임을 추궁할 수는 없다.
- 피청구인에 대한 파면결정을 통해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것은 탄핵심판의 목적원리를 구성하지만, 이를 추구하는 과정 역시 헌법과 법률이 정해놓은 요건과 절차를 준수함으로써 탄핵심판절차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피청구인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절차적·도구적 기능과 견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 헌법 제65조 제4항 전문은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라고 규정하고,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은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탄핵심판이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 위에서 언급된 헌법 및 헌법재판소법에 의하면, ‘탄핵심판의 이익’이란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하기 위하여 탄핵심판의 본안심리에 들어가 그 심리를 계속할 이익이라 할 것이다. 심판의 이익은 본안판단에 나아가는 것이 탄핵심판절차의 제도적 목적에 기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로서 본안판단에서 상정할 수 있는 결정의 내용과 효력을 고려하여 판단되는 헌법재판의 적법요건이며, 무익한 탄핵심판절차의 진행을 통제하고 탄핵심판권 행사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 ‘이익 없으면 소(訴) 없다’는 법언이 지적하듯 소의 이익이 없으면 그 소를 각하한다는 것은 민사소송의 일반법리이고,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은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탄핵심판에 준용하고 있으므로, 탄핵심판에서도 ‘심판의 이익’이 존재하지 아니하면 그 심판청구는 각하된다.
- 탄핵심판은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는 ‘파면 결정을 선고’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탄핵심판절차는 그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에 해당되므로, 만약 파면을 할 수 없어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된다면 탄핵심판의 이익은 소멸하게 된다.
- 탄핵심판의 이익이 없는 경우, 헌법재판소로서는 탄핵심판의 본안심리를 할 수 없고, 탄핵심판청구를 각하하는 결정을 선고해야 한다.
○ 탄핵심판절차의 탄핵사유 판단 구조
-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이 규정한 탄핵사유인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는 피청구인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로서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가 있는 때’이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경우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는 헌법이나 법률 위배의 중대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탄핵심판절차가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제도라는 관점에서 나오는 ‘손상된 헌법질서를 회복’한다는 측면과 ‘국민의 신임, 즉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박탈’한다는 측면에서 찾는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55-657; 헌재 2017. 3. 10. 2016헌나1, 판례집 29-1, 1, 21 참조).
- 탄핵사유에 대하여 위와 같이 판단하는 것은 ‘탄핵심판절차의 헌법수호기능’을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구현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헌법수호기능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절차뿐만 아니라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절차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 탄핵심판절차의 심판대상과 결정 주문의 관계
- 헌법재판소의 선례는 탄핵심판에서 심판대상을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했는지의 여부’ 및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을 선고할 것인지의 여부’로 특정하였으나, 그 양자를 구별하여 각각에 대응하는 주문을 선고하지 않았다. 두 번에 걸쳐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하면서 두 사건 모두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으나, 그 판단에 대응한 ‘직무집행의 위헌·위법 확인’ 주문을 별도로 내지 않았다. 단지 ‘심판청구기각’ 또는 ‘파면’ 주문만을 선고하였을 뿐이다. 즉 두 사건 모두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그 결론에 따라 하나의 주문으로서 ‘심판청구기각’ 또는 ‘파면’의 결정을 선고하였을 뿐이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20, 625, 657-659; 헌재 2017. 3. 10. 2016헌나1, 판례집 29-1, 1, 8, 14, 46-48 참조).
- 위와 같이 심판대상을 확정하여 판단한 후 결론적으로 ‘심판청구기각 또는 파면’ 중 하나의 주문을 낸 것은,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고 정한 헌법 제65조 제4항과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단일한 결정을 선고하도록 정한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 및 ‘탄핵의 결정을 하는 경우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정한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제1호에 근거를 둔 것이다.
- 형사소송에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판단을 하는 경우 법령의 적용을 거쳐 형을 선고하는 등의 주문으로 판결할 뿐 ‘범죄사실의 위법확인’ 주문을 별도로 선고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 탄핵심판의 대상과 결정 주문을 위와 같이 정하는 것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우선 준용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제40조에도 부합한다.
○ 탄핵심판의 이익과 탄핵심판절차의 목적과 기능
- 탄핵심판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의 판단은 헌법 및 헌법재판소법의 명문의 규정에 부합하여야 함은 물론이고 파면결정을 통하여 손상된 헌법질서를 회복하고, 피청구인에게 그 임기 동안 부여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에 박탈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심판절차의 목적과 기능의 관점에도 부합하여야 한다.
- 탄핵심판절차에 따른 파면결정으로 고위공직자는 공직을 박탈당하게 되는데, 이는 공무담임권의 제한에 해당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고위공직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탄핵심판이익의 존부에 대한 판단까지 포함하여 결정의 내용이 기본권 보장이나 권력분립의 측면에서도 헌법질서에 부합하여야 한다. 헌법에 명문의 근거가 있는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에 의한 파면’은 그 요건과 절차가 준수될 경우 ‘공직의 부당한 박탈’이 되지 않을 것이고, 권력분립원칙에 따른 균형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다.
○ 헌법과 헌법재판소법 등 규정에서 본 탄핵심판의 이익
-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헌법 제65조 제4항 전문과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가 탄핵결정을 선고할 때 피청구인이 ‘해당 공직에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 헌법 제65조 제1항과 헌법재판소법 제48조는 탄핵심판의 대상인 공직의 범위를 한정적으로 나열하고 있는데, 이는 전직이 아닌 ‘현직’을 의미한다.
- 국회법 제134조 제2항은 탄핵소추의결서 송달 이후 ‘사직’이나 ‘해임’을 통한 탄핵심판 면탈을 방지하고 있는데, 이 역시 피청구인의 해당 공직 보유가 탄핵심판에 따른 파면결정의 선결조건임을 방증한다.
-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라고 규정한 헌법 제65조 제4항 전문은 1948년 제정헌법 제47조로부터 현재까지 같은 내용으로 유지되어 왔다. 1948년 제헌국회 헌법안 제1독회 당시의 기록에 따르면, 헌법제정권자는 ‘대통령 등 일정한 고위공직자는 그 직을 유지한 채 민·형사재판을 받기 어렵고, 그 직을 유지한 채 징계하는 것도 부적절하기 때문’에 ‘해당 공직에서 물러나게 하느냐 또는 마느냐’를 결정하는 것을 탄핵제도의 본질로 인식하였음을 알 수 있다(1948. 6. 26. 제1회 국회속기록 제18호 23쪽, 28쪽).
○ 손상된 헌법질서의 회복에서 본 탄핵심판의 이익
-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절차의 헌법수호기능에 관하여, “헌법 제65조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의한 헌법위반이나 법률위반에 대하여 탄핵소추의 가능성을 규정함으로써, 그들에 의한 헌법위반을 경고하고 사전에 방지하는 기능을 하며, 국민에 의하여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기관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다시 그 권한을 박탈하는 기능을 한다. 즉, 공직자가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에 위반한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탄핵심판절차의 목적과 기능인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32). 헌법 제65조는 탄핵소추의 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에 대한 위배’로 명시하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관장하게 함으로써 탄핵절차를 정치적 심판절차가 아니라 규범적 심판절차로 규정하였고, 이에 따라 탄핵심판절차의 목적은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법위반을 이유로 하는’ 파면임을 밝히고 있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32 참조).
- 탄핵심판절차에서 헌법의 규범력 확보, 즉 손상된 헌법질서의 회복을 위해 예정된 수단은 직무집행에 있어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를 한 ‘공직자의 권한을 박탈하는 것’, 즉 공직 박탈이다. 이러한 공직 박탈은 국회의 탄핵소추절차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를 통해 단계적으로 구현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 국회의 탄핵소추절차는, 국회 의사절차의 자율권과 탄핵소추 발의·의결 여부에 대한 재량권이 작동하는 영역으로서, 국회가 탄핵소추의결을 통해 국가기관인 공직자의 권한행사를 잠정적으로 정지시키는 ‘국가기관 사이의 권력분립원칙에 따른 견제’의 성격을 가진다(헌법 제65조 제3항). 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는, ‘사법절차’에 의하여 ‘법치주의’ 원리에 따라 공직자를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함으로써 피청구인의 공무담임권 제한 여부를 종국적으로 결정하는 ‘규범적 심판절차’의 성격을 가진다.
○ 민주적 정당성의 박탈에서 본 탄핵심판의 이익
-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아 구성되어야 하고, 이러한 민주적 정당성은 국가기관의 권한 행사의 원천이 된다(헌법 제1조 제2항).
- 국가기관(國家機關)에 임기를 두는 것은 민주주의원리를 구현하기 위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에 일정한 주기를 둠과 동시에 그 임기 동안 대의제에 따른 독자적 직무수행을 보장하는 기능을 한다. 국가기관마다 서로 다른 임기를 규정한 것은 법치주의원리를 구현하기 위해 상호 독립된 국가기관들이 각각의 방법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는 주기’를 달리함으로써 국가기관들 사이에 견제와 균형을 달성하여 권력분립원칙을 실현하는 기능이 있다. 헌법에서 법관에 대하여 임기를 두는 취지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 ‘법관의 임기’를 10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도록 규정한 헌법 제105조 제3항은, 1948년 제정헌법 제79조에서 유래한 것이다. 1948년 제헌국회 헌법안 제1독회 당시의 기록에 따르면, 헌법제정권자는 ‘법관은 그 임기 10년 동안 신분을 보장받음’과 동시에, ‘그 10년이 지나면 임기만료와 연임제도를 통해 사법의 책임을 달성함’으로써, 법관 임기제를 통해 “일종의 청신한 민주주의의 공기를 불어넣어보려고 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1948. 6. 23. 제1회 국회속기록 제17호 12쪽).
- ‘법관 임기제’는 사법의 독립성과 책임성의 조화를 위하여 법관의 민주적 정당성을 소멸시키는 일상적 수단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 법치주의의 특별한 보장자로서 국회와 헌법재판소가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탄핵제도는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되는 주기의 변형’의 결과를 감수하면서도 직무집행상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를 저지른 법관 등 고위공직자에게 부여된 민주적 정당성을 박탈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는 ‘비상적 수단’의 성격을 가진다.
○ 이 사건에서 탄핵심판의 이익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한 결론
- 지금까지 살펴 본 적법요건으로서의 탄핵심판의 이익의 일반론, 헌법·헌법재판소법 등 관련규정의 문언과 취지, 법관 임기제와 탄핵제도에 관한 헌법제정권자의 의사 등을 종합하여 보면, 탄핵심판의 이익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탄핵결정 선고 당시까지 피청구인이 ‘해당 공직’을 보유하는 것이 반드시 요구된다는 점이 확인된다.
- 기록에 의하면, 국회는 2021. 2. 4.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한 후 같은 날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청구를 하였고, 피청구인은 2021. 2. 28. 임기만료로 2021. 3. 1. 법관의 직에서 퇴직함에 따라, 더 이상 해당 공직을 보유하지 않게 된 사실이 인정된다.
- 피청구인이 임기만료 퇴직으로 법관직을 상실함에 따라 이 사건에서 본안심리를 마친다 해도 공직을 박탈하는 파면결정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음이 분명하므로, 탄핵심판절차의 헌법수호기능으로서 손상된 헌법질서의 회복 수단인 ‘공직 박탈’의 관점에서 볼 때 탄핵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다.
- 임기만료 퇴직으로 법관직을 상실함으로써 피청구인에게 부여되었던 민주적 정당성은 이미 상실되었으므로, 탄핵심판절차의 헌법수호기능으로서 ‘민주적 정당성의 박탈’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탄핵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다.
- 임기만료 퇴직으로 피청구인에 대한 법관으로서의 민주적 정당성이 사법의 책임을 달성하기 위한 ‘법관 임기제’라는 일상적인 수단을 통해 이미 소멸된 이상,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관여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박탈하는 비상적인 수단인 ‘탄핵제도’가 더 이상 기능할 여지도 없게 되었다.
- 결국 헌법 및 헌법재판소법 등 규정의 문언과 취지 및 탄핵심판절차의 헌법수호기능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심판청구는 탄핵심판의 이익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므로 각하해야 한다.
나. 탄핵심판의 이익에 관한 청구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 관련 주장에 대한 판단
- 청구인은,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이 파면결정의 효력으로 5년간 공직 취임 제한을 규정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탄핵심판 계속 중 임기만료 퇴직의 경우에도 피청구인에게 5년간 공직 취임 제한의 효력을 미치기 위하여 탄핵심판의 이익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 입법 연혁에 의하면 ‘탄핵결정에 의한 파면’의 부수적 효력인 공직 취임 제한은 헌법이 아닌 법률에 규정되어 왔으며, 그 내용에도 몇 차례 변화가 있어 왔으므로, 이러한 부수적 효력은 헌법상 탄핵제도의 본질에서 당연히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 파면결정의 부수적 효력으로서의 공직 취임 제한은 정치적 기본권인 공무담임권을 제한하므로 ‘소급입법에 의한 참정권 제한을 금지’하는 헌법 제13조 제2항의 적용영역에 있고, 그 제재의 내용은 형법상 ‘자격정지’의 형벌에 준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엄격히 해석·적용되어야 한다.
- 그러므로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에서 정한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해당 공직에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하여도 할 수 있도록 유추해석하거나,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에서 정한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사람에 대한 공직 취임 제한’을 ‘임기만료로 퇴직한 사람에게 파면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에까지 적용되도록 유추해석하는 것은, 그 문언해석의 한계를 넘어 공무담임권을 자의적으로 배제하거나 부당하게 박탈하는 것이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의 공직 취임 배제의 취지를 고려하여 탄핵심판의 이익을 인정해야 한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 관련 주장에 대한 판단
-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되었을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는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을 고려할 때, 피청구인이 해당 공직에 있지 않은 것은 탄핵심판청구를 부적법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 청구인이 적용을 주장하는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은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이라는 법률요건이 충족된 경우 헌법재판소가 그 심판청구를 기각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임기만료로 인한 퇴직은 법적으로 당연히 이루어지므로, 징계처분에 의한 파면과 같은 별도의 조치에 따른 공무원 신분의 박탈과 구별되고, 헌법 제106조 제1항, 법원조직법 제46조 제1항, 법관징계법 제3조 제1항에 의하면 법관이 징계처분에 의하여 파면될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결정 선고 전 법관이 임기만료로 퇴직한 경우는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 입법연혁에 의하면, 탄핵소추를 받은 자가 심판 전에 파면된 경우에 ‘탄핵소추를 기각’한다는 내용으로 유지되던 구 탄핵재판소법(1950)·헌법재판소법(1961)·탄핵심판법(1964)·헌법위원회법(1973) 조항들이, 현행 헌법재판소법으로 옮겨지면서 그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한다는 내용으로 기재된 것으로 파악되지만, 그와 같이 변경된 이유를 설명하는 입법자료는 발견되지 아니한다.
- 입법연혁 중 특기할 만한 것으로는, 1972년 제7차 개정 헌법 제104조 제1항은 “법관은 탄핵·형벌 또는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정직·감봉되거나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고, 당시의 구 법관징계법(1973) 제3조 제1항에서는 법관징계법의 연혁상 유일하게 정직, 감봉, 견책 이외에 ‘파면’을 법관에 대한 징계의 한 종류로 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1972년 제7차 개정 헌법 당시의 구 헌법위원회법 제32조에서 구 탄핵심판법에서는 규정하지 않았던 ‘탄핵소추를 받은 자가 그 심판 전에 파면된 경우’에 관하여 별도 규정을 둔 것은 당시 법관에 대하여 ‘징계처분에 의한 파면’이 가능했음을 고려하여,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의 계속 중 탄핵소추를 받은 자가 ‘징계처분에 의한 파면’으로 공직을 상실한 경우에 관하여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다만, ‘주석 헌법재판소법(헌법재판연구원, 2015)’은 “탄핵심판의 심판대상은 피청구인의 파면 여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다른 절차에 따라 해당 공직으로부터 이미 파면된 경우라면 헌법재판소로서는 탄핵심판의 심리를 계속할 이익이 없다. 그러므로 입법론으로는 기각이 아니라 각하 결정을 하도록 규정함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심판의 이익이 없을 때 청구를 각하하는 것은 소송의 일반원칙이므로 이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 단서는 탄핵심판의 경우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우선하여 적용하도록 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328조는 소송요건의 흠결이 명백한 경우에 실체재판이 아닌 형식재판(공소기각)으로 사건을 종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을 함께 고려하면,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의 ‘기각’은 실체재판으로서의 ‘본안판단 후 기각’을 의미하기 보다는 ‘형식재판으로서의 소추기각에 준하는 의미의 기각’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 결국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은 임기만료로 법관직에서 퇴직한 이 사건에 적용될 법률조항이 아님은 명백하므로, 이 조항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임기만료 퇴직 이후에도 심판의 이익을 인정해야 한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 위헌·위법 확인 관련 주장에 대한 판단
- 청구인은, 탄핵심판 계속 중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퇴직한 경우에도 탄핵사유의 유무(직무집행상 중대한 위헌·위법행위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하여, 탄핵심판의 이익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결정의 기속력과 심판이익의 관계 측면
- 기속력은 헌법재판이 지니는 헌법수호라는 객관적 목적의 실현을 보장하기 위해 소송당사자에게 미치는 실질적 확정력을 넘어 법원을 포함하여 모든 국가기관에까지 그 구속력을 확장한 것이다.
-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심판, 헌법소원심판, 권한쟁의심판의 경우 재판의 전제성이나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없는 경우 또는 권한침해 상태가 종료된 이후에도 예외적으로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해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여 본안판단에 나아간다. 이것은 위 절차들의 일정한 결정에 헌법재판소법 규정에 의한 기속력이 인정되기 때문이다(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 제67조 제1항, 제75조 제1항, 제6항).
- 예를 들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으로 청구인의 권리구제라는 헌법소원제도의 주관적 목적에 기여할 수 있다면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된다. 만약,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이 있더라도 청구인의 권리구제에 기여할 수 없다면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은 부정되지만, 이 경우에도 그 결정이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라는 헌법소원제도의 객관적 목적에 기여할 수 있다면 심판의 이익이 인정된다. 여기서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이 헌법질서의 수호·유지에 기여하는 것은 청구인과 피청구인 이외에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하는 효력에 의하여 보장되기 때문이다.
- 기속력 있는 결정의 가능성을 상정하여 본안판단에 앞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본안심리 결과 기각결정이 선고될 수 있다는 이유로 기속력과 심판의 이익의 관련성을 부정할 수 없다.
- 반면, 탄핵심판절차는 헌법질서나 법질서의 객관적·합일적 확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피청구인에 관한 국회의 파면 요구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절차로서 그 구속력을 확장할 것이 필연적으로 요구되지 않는다. 이에 헌법재판소법은 탄핵심판의 결정에 기속력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
- 기속력과 심판의 이익의 관련성에서 볼 때, 파면결정을 통한 해당 공직 박탈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예외적 심판이익을 인정하여 탄핵사유의 유무만을 확인하는 결정을 상정하기 어렵다.
▲ 파면결정의 일부로서 직무집행상 중대한 위헌·위법 확인결정의 가능 여부
- 청구인의 주장처럼 파면결정의 일부에 해당되는 직무집행상 중대한 위헌·위법 확인결정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하여 살펴본다.
- 개인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법적 제재를 부과하여 책임을 묻는 절차에서는 그 행위의 법 위반 여부와 상관없이 행위 주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유가 인정될 경우 행위의 법 위반 여부만을 별도로 확인하는 심판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면소판결 및 공소기각의 판결과 결정이 그러하다.(형사소송법 제326조부터 제328조까지)
- 특히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에 대한 2건의 탄핵심판 선례에서, 두 사건 모두 피청구인에게 직무집행상 위헌·위법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심판청구기각 또는 파면이란 단일주문을 선고하였을 뿐, 위헌·위법확인 여부만을 독립적으로 선고하지 않았다.
-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은 권력분립원칙에 따라 국가기관인 국회가 행정부나 사법부에 소속된 다른 국가기관의 권한을 정지시키는 견제 수단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헌법재판소가 파면 여부와 상관없이 오로지 탄핵사유의 유무에 대한 객관적 해명만을 목적으로 직무집행상 중대한 위헌·위법이 있는지 여부를 심리하여 그에 대한 위헌·위법 확인결정을 한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이 그 실체적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대하여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이 된다. 즉, 국회의 의결로써 피청구인의 권한 행사를 정지한 것이 적법하였는지에 대해서만 판단하는 것이 되어버려 권한쟁의심판과 같은 내용이 되는데, 이것은 탄핵심판과 권한쟁의심판을 달리 규정한 현행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의 체계상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 소결
- 위에서 살펴본 바를 종합할 때, 파면 여부와 상관없이 오로지 탄핵사유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심판의 이익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부분 청구인의 주장도 이유 없다.

재판관 이미선의 각하의견 요지
○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에 동의하나, 그 이유에 관해서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한다.
○ 우리 헌법에 규정된 탄핵심판제도는 국민으로부터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기관이 그 위임받은 취지에 반하여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는 경우 국민의 대표자인 의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통하여 그 권한을 박탈하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 앞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의한 헌법침해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고 훼손된 헌법질서를 회복하는 것을 그 목적과 기능으로 하는바, 이는 통상의 사법절차를 통한 책임의 추궁과 구별된다.
- 특히 헌법과 법률은 공직자의 위헌·위법행위가 있는 경우 당연퇴직 등 그 공직을 박탈하는 제도를 구비하고 있음에도 이와 더불어 탄핵심판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즉 우리 헌법이 탄핵심판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위헌·위법행위를 저지른 고위공직자의 공직 박탈 그 자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인 의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통하여 행정부와 사법부가 법치주의원리하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견제하고 공직자에 대한 헌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 있음을 알 수 있다.
- 한편, 징계제도는 공무원의 신분상 이익을 박탈하여 공무원 관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그 속성상 해당 공무원이 재직 중인 경우에만 징계가 가능하지만, 탄핵은 국회의 행정부 및 사법부에 대한 견제를 통해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그 본질상 피청구인이 탄핵심판 중 계속해서 해당 공직을 보유할 것을 요구한다고 볼 수 없다.
- 각하 다수의견은, 헌법의 해석에 의하면 탄핵심판의 본안판단에 나아가기 위해서는 피청구인이 해당 공직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법 규정의 해석에 대해서는 차치하더라도, 우리 헌법이 피청구인의 해당 공직 보유를 탄핵심판절차 유지의 전제조건으로 확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
○ 다만, 헌법은 탄핵심판의 절차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입법에 위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탄핵심판절차는 헌법재판소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야 할 것인데, 현행 헌법재판소법 아래에서는 탄핵심판 계속 중 피청구인의 임기가 만료하여 해당 공직에서 퇴직한 경우 심판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 먼저,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은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되었을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심판청구 기각’은 구 탄핵재판소법부터 이어진 입법연혁에 비추어 볼 때 ‘공소기각’의 의미를 갖는 ‘소추기각’이 그 내용의 본질적 변화 없이 ‘소추’ 대신 ‘청구’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을 기화로 그 용어만 ‘청구기각’으로 변경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심판청구’ 기각의 의미는 실체재판이 아닌 형식재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위 조항의 ‘파면’ 역시 관련 법조항의 유기적 해석을 종합해 볼 때 징계처분에 의한 파면과 같이 별도의 조치에 따른 강제적인 공직 박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 그 밖에, 헌법재판소법은 탄핵심판 계속 중에 피청구인이 임기만료 등의 사유로 퇴직할 경우에 있어 탄핵심판절차의 진행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탄핵결정의 주문으로 파면만을 규정할 뿐 위헌 내지 위법확인에 관한 주문을 선고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 결국 헌법재판소법 규정 내용을 종합하면, 탄핵소추를 받은 공직자가 탄핵심판의 절차 진행 중 어떠한 사유로든 공무원의 신분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에는 탄핵심판절차를 종결할 것을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이 때 주문은 형식재판을 요구하는 그 취지대로 ‘각하’ 주문을 선고함이 타당하다.
○ 더불어 이 사건 탄핵심판의 결론을 떠나 헌법상 탄핵심판제도가 그 본래의 취지와 기능에 맞게 작동되기 위해서는 입법적 정비가 필요하다.
- 공직자의 위헌·위법행위가 임기만료 즈음에 행해지거나 탄핵심판 계속 중 임기가 만료되어 공무원 신분을 상실하는 경우 또는 탄핵소추대상자 중 탄핵심판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공소가 제기되어 탄핵심판 계속 중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됨에 따라 당연퇴직되는 경우 등에는 현행 헌법재판소법에 의하면 당해 탄핵심판절차를 종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공직자에 의한 헌법침해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고 유지하기 위한 제도인 탄핵심판이 그 기능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탄핵심판 계속 중 공무원의 신분을 상실하더라도 본안판단을 거쳐 위헌확인을 할 수 있도록 정비함으로써 탄핵심판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 나아가 탄핵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효제도 등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하여 볼 만하다. 탄핵소추대상자의 헌법 또는 법률위반으로 의심되는 행위가 행해진 뒤 오랜 기간이 지나 탄핵소추가 이루어질 경우 관련 증거가 소멸되어 탄핵심판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탄핵소추대상자의 지위도 불안정하여 오히려 그 직무수행에 방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간 재임이 예정된 법관 등은 탄핵소추의 시효제도 등을 통해 그 신분을 보장하여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도록 한 헌법규정과의 조화로운 운영이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 탄핵의 소추기간을 제한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탄핵제도를 견제와 균형의 원리 내에서 작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재판관 문형배의 심판절차종료의견 요지
○ 헌법 제65조의 탄핵제도는 고위공직자가 그 지위에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로부터 헌법이나 법률 위반의 법적 책임을 추궁받는 제도이므로,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더 이상 공직을 보유하지 않게 되었다면, 이때 피청구인은 탄핵심판에서의 피청구인자격을 상실하여 심판절차가 종료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 우리 헌법은 법관에 대하여 임기제와 연임제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러한 법관의 임기제 및 연임제와, 법관의 법적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탄핵제도와의 관계에 관하여는 헌법이나 법률 어디에도 이를 규율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미 법관의 임기제와 연임제에 따라 피청구인에게 퇴직의 효력이 발생한 이상 그 효력을 부정하면서까지 탄핵심판절차가 계속 진행된다고 볼 수는 없다.
○ 또한 탄핵소추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되므로, 심판절차종료선언을 한다고 하여 탄핵제도를 둔 취지가 몰각된다고 보기 어렵다. 국회의 탄핵소추절차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는 독립된 절차이므로, 탄핵소추 당시 피청구인이 공직에 있어 적법하게 소추되었더라도 탄핵심판계속 중 그 직에서 퇴직하였다면 이는 심판절차의 계속을 저지하는 사유로서 심판절차를 종료하여야 할 사유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탄핵심판은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법관의 신분을 상실한 2021. 3. 1. 그 절차가 종료되었다.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인용의견 요지
가. 심판의 이익
○ 피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계속 중인 2021. 2. 28. 임기가 만료되어 법관직에서 퇴직하였다. 그러나 탄핵심판은 공직의 강제 박탈이라는 주관소송으로서의 성격뿐만 아니라 헌법질서의 회복과 수호를 목적으로 하는 객관소송으로서의 성격도 강하게 가지고 있고, 고위공직자의 임기만료 근접 시기에 이루어진 위헌·위법행위에 대한 헌법적 통제를 통해 탄핵심판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크며, 피청구인의 행위가 얼마나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인지를 규명하는 것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의 관점에서 파면 여부 그 자체에 대한 판단 못지않게 탄핵심판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이 사건은 사법부 내부로부터 발생한 재판의 독립 침해 문제가 탄핵소추의결에까지 이른 최초의 법관 탄핵 사건으로서, 헌법재판소가 우리 헌법질서 내에서 재판 독립의 의의나 법관의 헌법적 책임 등을 규명하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침해 문제를 사전에 경고하여 이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이 사건은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
나. 피청구인의 행위가 ‘직무집행에 있어서’ 한 행위인지 여부
○ 피청구인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서 본인에게 배당된 사건의 재판업무 외에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부 사건의 배당 주관자이자 중요사건 보고의 사실상의 중간결재자로서 중요사건의 접수나 종국 등 진행상황 보고를 위한 현황 관리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부 사건에 관한 공보관의 홍보업무 지휘 등 사법행정상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 피청구인은 위와 같은 지위에서 중요사건 보고나 법원 홍보에 관해 공보관을 지휘하는 기회에 탄핵소추사유에 기재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과 같이 구체적인 사건에 관하여 담당 재판장이나 주심판사에게 특정한 내용의 소송지휘, 공판절차회부에 대한 재고, 이미 선고된 판결의 판결서에 대한 이유 수정 등을 요구하였다. 이는 모두 피청구인이 형사수석부장판사로서 사법행정업무를 수행하던 기회에 그 직무와 관련하여 한 행위이므로 ‘직무집행에 있어서’ 한 행위라 할 것이다.
다. 피청구인의 행위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 헌법 제103조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관의 재판상 독립은 법치주의를 실현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헌법 제103조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 보장과 더불어 법관이 외부의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여야 한다는 법관의 책임을 인정하는 규정이다.
○ 다만 우리 헌법은 법관에 대해서 위 헌법 제103조 외에 직무수행과 관련된 구체적인 의무나 금지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는 재판의 공정성이 법관에 대한 특정한 의무 부과나 행위의 금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관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사법판단을 보장함으로써만 실현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법관이 행하는 사법작용은 국민의 사법에 대한 신뢰로부터 출발한다. 재판작용을 통해 법질서를 평화롭게 유지할 수 있는 사법의 힘은 국민이 사법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법원의 판단을 수용하는데서 나온다. 따라서 법관이 대내외적으로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전제조건이 무너지게 된다면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사법부 독립의 제도적 기반도 흔들리게 된다. 그러므로 헌법 제103조에 의하여 인정되는 법관의 책임 속에는 법관이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거나 침해하지 않을 책임뿐만 아니라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을 책임도 포함되어 있다.
○ 그리고 법관이 독립하여 ‘공정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신뢰는 법관 스스로 선입견이나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불편부당하게 재판한다는 법관의 주관적인 인식에 대한 신뢰와 이러한 인식을 가진 법관이 구체적으로 형성하는 재판과정이 독립적이고 공정할 것이라는 신뢰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런데 법관의 주관적인 인식이나 판단의 공정성은 외부에서 확인하거나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법관이 구체적으로 형성한 재판과정, 즉 재판의 외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므로 법관이 다른 법관의 재판과정에 개입하거나 간섭하여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의심이 드는 외관을 현출하였다면, 이는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에 해당하게 된다.
○ 이 사건 당시 피청구인은 형사부 소속 판사들에 대한 인사권이나 평정권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법원장의 지시를 받아 사무분담이나 법관 평정에 관한 초안을 작성하는 업무를 하였으므로, 사실상 법관들의 사무분담이나 평정과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 피청구인은 이러한 영향력을 가진 지위에 있으면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의 담당 재판장에게 이 사건 기사가 허위인 점이 드러나면 법정에서 밝히라고 요구하거나, 위 사건의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임을 분명히 하고 언론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법리적으로 부득이 무죄를 선고한다는 취지를 밝혀야 한다고 하거나, 담당 재판장이 보내 준 구술본 말미 파일의 내용을 다른 내용으로 수정하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재판에 개입하였다.
- 또한,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의 주심판사에게 공판절차회부에 관하여 재고를 요청하여 결국 공판절차회부 대신 약식명령으로 종결하도록 하였으며,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의 재판장에게도 이미 선고하여 판결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 판결서의 주요 양형 이유를 수정하도록 요구하여 판결서 작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였다.
○ 위와 같은 피청구인의 행위는 모두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하므로, 헌법 제103조에 위반된다.
라. 피청구인의 헌법위반이 중대한지 여부
○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 훼손은 사법기능에 대한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그 정도가 현저한 경우에는 중대한 법위반이 된다.
○ 그런데 피청구인의 재판개입 행위는 형사수석부장판사라는 지위에서 사법행정체계를 이용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여러 재판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과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 그리고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에서 피청구인은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재판에 적극 개입하였다. 피청구인의 재판개입이 이처럼 여러 사건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피청구인의 재판독립 침해행위가 일상적으로 행하여졌다는 강한 의심을 불러와 법원의 재판이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신뢰에 심각한 훼손을 초래하였다.
○ 또한, 피청구인이 담당 재판장이나 담당 판사에게 요구한 사항은 실제 재판결과와 모두 일치한다. 이는 피청구인이 요구한 사항이 실제 재판에 그대로 실현된 것과 같은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피청구인이 다른 법관의 재판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개입하여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였다는 의심을 강화시킨다. 피청구인은 사법행정 담당자의 재판개입이 재판의 결과에까지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 그뿐만 아니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청와대와 긴밀하게 소통한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이 재판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도 확인되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사법부 위상 강화와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정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청와대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 당일 7시간 동안 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기사가 문제된 이 사건은 한·일 외교 문제나 대통령의 명예가 걸려 있어 청와대의 주요 관심 사항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은 청와대 비서관과 긴밀히 접촉하면서 이 사건의 진행상황이나 예상되는 판결의 내용 등에 대해 상당 부분 공유하였고, 사건 진행 초기부터 피청구인을 통해 해당 재판부가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재판을 이끌어 가는지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피청구인에게 다양한 요구 사항을 전달하였다.
○ 피청구인을 비롯한 사법행정 담당자들은 법관들이 재판에 임함에 있어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할 수 있도록 외부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인적·물적 시설을 확충하여 이를 지원할 책무가 있다.
- 그런데 피청구인은 그러한 노력은커녕 오히려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의 의사가 재판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재판의 개입행위에 나아갔다. 피청구인은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의 요구를 전달받아 그대로 재판부에 전달하였고, 이를 전달받은 재판부는 이를 그대로 수용하였다. 이는 사법부 내 어느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재판 업무에 사법행정 담당자가 개입하여 그 영향력 아래 재판하도록 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관료화된 수직적 구조의 사법행정조직이 조언이나 의견 제시, 충고 등의 형태로 재판에 개입하는 순간 재판의 독립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따라서 피청구인이 위와 같이 사법부 내의 사법행정체계를 이용하여 구체적인 재판의 진행이나 판결의 내용에 개입한 것은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하여 사법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 것이므로, 그 위반이 중대하다 할 것이다.
마. 결론
○ 재판의 독립을 위협함으로써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킨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법관의 강력한 신분보장을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탄핵심판에서까지 면죄부를 주게 된다면,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여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추락시킨 행위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을 그대로 용인하게 된다. 사법부 내 고위직이나 정치세력의 재판개입이 재판의 내용과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바로 잡아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법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강력한 경고와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 이미 살펴 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의 행위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보장한 헌법 제103조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법관에 대한 신분보장의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헌법위반행위이다. 따라서 이 사건 탄핵심판은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피청구인을 그 직에서 파면하여야 한다.
- 그런데 피청구인이 2021. 2. 28.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그 직에서 파면할 수 없으므로, 피청구인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위반에 해당함을 확인하는 것에 그친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위반행위임을 확인한다.
- 이는 피청구인의 행위가 단순한 헌법위반 또는 법률위반에 그친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그 위반의 정도가 중대함에도 파면할 직을 유지하고 있지 않아 부득이 파면에는 이르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는 헌법위반 또는 법률위반 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중대한 법위반에 이르지 않은 경우 청구를 기각하는 판단과는 다른 판단임을 분명하게 밝힌다.

재판관 김기영의 인용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요지
가. 심판의 이익
○ 우리 헌정사에서 사법권 독립에 대한 헌법적 결단은 제헌헌법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러나 정부수립 전후의 전쟁과 분단, 이후 약 30년간 이어진 군사정부와 권위주의 체제를 거치면서 사법권 독립에 대한 위협은 심각하였고, 특히 권위주의 체제하에서의 정치권력과 사법행정권력의 친화성, 사법부의 권위적 위계구조와 내부 민주주의의 취약성으로 인하여 정치권력과 법원 내부의 사법권 독립 침해에 대한 차이를 서로 구별하기 어렵게 되었다. 다행히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적 열망과 노력의 결실로 현행 헌법체제가 탄생하였으나, 여전히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법관인사제도의 위계 서열화에 따라 사법작용에 대한 사법행정의 우위 현상은 한층 심화되었다.
○ 지난 200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의 재판관여 사건과 그 이후의 진행경과를 보면 전국적으로 판사회의를 통한 명백한 재판권 침해라는 의견표명과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발의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어떠한 공적 확인과 해명은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당사자 역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대법관 임기를 마무리하였다. 만약 당시 사법부 내의 법관 독립 침해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적 고려가 있었다면 그로부터 불과 몇 년이 지난 후 같은 법원의 수석부장판사로 부임한 피청구인이 감히 법관들의 구체적인 재판에 개입하거나 관여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을 것이다.
○ 따라서 피청구인의 임기만료에도 불구하고 심판의 이익이 있는지에 관하여는 ‘임기만료’라는 외견상의 현상과 결과만 놓고 보아서는 안 되며, 그 기초가 되는 제도의 취지, 연혁 및 전개과정에 관한 위와 같은 헌정사적 배경을 검토하여야 한다.
○ 법관의 임기제와 연임제는 법관의 책임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관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위헌 위법 행위에 대하여 임기만료 이후에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오히려 법관의 임기제와 연임제의 취지에 부합한다.
○ 이 사건에서 피청구인은 수석부장판사의 지위에서 소속 법원 판사들의 재판에 개입한 것을 선배 법관의 조언이라 합리화하고 있는데, 이는 사법권의 독립에 관한 본질적 영역의 보호와 이를 침해하는 행위 사이의 규범적 경계가 설정되어 있지 않음을 반증한다. 따라서 이 사건은 반드시 본안에 나아가 피청구인의 행위가 갖는 헌법적 의미를 확인하고 해명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나. 중대한 헌법위반
○ 독립된 법원에 의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사법권 독립은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하여 인권에 관한 모든 국제적, 지역적 협약뿐만 아니라 각국의 헌법에서도 명문의 규정이나 일반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사법부 내부에서의 법관 독립의 중요성은 보편적으로 강조되고 있으며, 법관의 직무에 관한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판단 영역에 있어서 그 어떤 명목의 개입도 합리화될 수 없다는 것 또한 자명하다.
○ 피청구인은 사법행정 담당자로서 소속 법원 법관들이 부당한 영향이나 간섭 없이 사실에 입각하여 법에 따라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저버렸고, 오히려 법원행정처 차장의 부당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면서 재판의 구조와 외관을 공정하게 형성하여야 할 최소한의 헌법적 요청도 무시하였다. 이는 국제법규범의 영역에서 보편적으로 승인되고 있는 사법권 독립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며 각각의 행위태양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위들이 반복된 경위와 내용에 비추어볼 때 그 위반의 정도는 헌법적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것이다.
○ 사법의 독립과 공정성은 재판의 구조와 외관에 있어서도 의심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이는 사법권의 주체인 법관들과 사법행정권자의 지속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위헌적 행위에 대한 확인과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 추궁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행위가 우리 사법의 제도적 근간과 법의 지배에 바탕을 둔 법치주의를 훼손한 행위로서 반복되어서는 안 될 중대한 위헌적 행위란 점을 다시 확인하면서, 사법의 독립과 책임에 관하여 이 사건 탄핵심판에서 담아내지 못한 제도적 한계에 대하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이제부터라도 진지하게 시작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 결정의 의의
○ 이 사건은 우리 헌정사 최초의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청구’ 사건이다.
○ 탄핵심판이 청구되었으나 그 심판 계속 중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해당 공직에서 퇴직한 경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문제되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의 의견은 재판관 4인의 각하의견, 재판관 1인의 각하의견, 재판관 1인의 심판절차종료의견, 재판관 3인의 인용의견으로 나누어졌으나, 9인의 관여 재판관 중 과반수인 5인의 재판관이 각하에 찬성하였으므로, 결국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 전문 #====
1. 사건개요

가. 국회의 탄핵소추의결 및 탄핵심판청구

(1) 이○○ 등 161명의 의원은, 피청구인이 2014. 2. 13.경부터 2016. 2. 10.경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중 다른 법관의 재판에 관여하였다는 이유로, 2021. 2. 1.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였다.

국회는 2021. 2. 4. 제384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적의원 300인 중 179인의 찬성으로 가결하였고, 같은 날 소추위원은 헌법재판소법 제49조 제2항에 따라 소추의결서 정본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여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을 청구하였다.

(2) 한편, 피청구인은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중 2021. 2. 28. 임기가 만료되어 2021. 3. 1. 퇴직하였다.

나. 탄핵소추사유의 요지

(1) ○○신문(외국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재판관여

(가) 피청구인은, 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으로부터 ○○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에 관하여 ‘증거조사를 하다가 ○○호 7시간 행적에 관해서 허위인 점이 드러나면 그 부분은 법정에서 허위인 점이 입증되었다는 식으로 언급을 하고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위 사건의 재판장인 이○○ 부장판사에게 그 취지를 전달하여 이○○ 부장판사로 하여금 2015. 3. 30. 위 사건 제4회 공판기일 법정에서 위 서울지국장의 기사가 허위인 점이 고지되도록 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2015. 11. 초순경 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재판장이 유무죄는 알아서 하겠지만, 판결이유에서 허위인 점은 분명히 밝혀줘야 한다. 서울지국장의 행위가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 구체적 사실조사 없이 허위의 기사를 작성한 것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이○○ 부장판사에게 그 취지를 전달하면서 판결 선고 전 구술본 말미 부분을 보내줄 것을 요청하였다.

피청구인은 2015. 11. 11. 이○○ 부장판사로부터 구술본 말미 부분을 이메일로 전달받고, 2015. 11. 17. 위 구술본 말미 부분을 수정한 파일을 이○○ 부장판사에게 이메일로 보낸 뒤, 2015. 11. 18. 10:13경 재차 구술본 말미를 수정한 파일을 이○○ 부장판사에게 이메일로 보내면서 ‘어제 보낸 파일을 다시 보니, 추가로 수정할 부분이 있어서 파란색으로 표시하여 다시 보내 드립니다. 이 사건 기사의 허위성, 이로 인한 피해자 명예훼손 부분이 인정된다는 점을 먼저 상세히 설시하고, 마지막 부분에 비방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설시하는 것으로 다시 한번 전체 설명자료를 정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단히 미안하지만, 이 사건은 워낙 민감한 사건이어서 전체 설명자료와 보도자료를 제가 한번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만’이라는 내용도 함께 보냈다.

이○○ 부장판사는 같은 날 주심판사에게 ‘이 사건 기사는 허위의 사실이고 명예훼손은 인정되지만, 비방의 목적은 없는 것 같다는 식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이에 동의한 주심판사는 ‘박○○ 대통령의 지위를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거나 피고인에게 비방의 목적이 없으며, 피해자 정○○에 대한 명예훼손의 점은 피고인에게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는 점에 관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는 취지에서 ‘이 사건 기사는 개인 박○○의 수인 범위를 넘은 명예훼손이 된다. 그리고 이는 대한민국의 최고 공적 존재인 대통령이라는 지위와 개인 박○○가 불가분적 관계에 있어 개인 박○○의 사생활에 관한 사실도 공적 관심 사안이 될 수 있음을 고려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피고인에게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에 관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어 무죄’라는 취지로 판결문 초고를 수정한 뒤 같은 날 14:29경 이○○ 부장판사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같은 날 23:59경 최종적으로 수정한 판결문 초고 파일을 이메일로 보냈다.

(다) 우○○ 민정수석은 2015. 12.경 곽○○ 민정비서관에게 ‘외교부 장관의 탄원서 제출사실이 법정에서 고지될 수 있도록 법원행정처에 반드시 이야기해달라.’는 취지의 지시를 하였고, 곽○○ 민정비서관은 임□□에게 이를 전달하였다.

외교부장관은 2015. 12. 15. 법무부장관에게 서울지국장의 선처를 요청하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는데, 피청구인은 그 무렵 이○○ 부장판사에게 ‘외교부의 공문이 올 것이니, 양형자료니깐 법정에서 서울지국장에게 그 내용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이○○ 부장판사는 2015. 12. 17. 법정에서 대한민국 외교부가 서울지국장에 대하여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는 내용을 고지한 후 판결을 선고하면서, 구술본 말미의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이 인정되지만 비방의 목적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법리상 부득이하게 무죄 판결을 선고하는 것일 뿐이고, 서울지국장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조롱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자체를 희화화하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하면서도 기초적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행동까지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부분까지 고지하였다.

(라) 피청구인이 위와 같이 재판에 관여한 행위는 헌법상 국민주권주의(제1조), 직업공무원제도(제7조), 적법절차원칙(제12조), 법원의 사법권 행사(제101조), 법관의 독립(제103조) 조항을 위배한 것이다.

(2)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에 대한 재판관여

(가) 피청구인은, 유명 야구선수들에 대해 도박죄로 각 벌금 700만원의 약식명령이 청구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고약27976호 사건에 대하여 담당 판사가 공판절차 회부로 결정함에 따라 2016. 1. 14. 형사단독 2과장이 피청구인에게 공판절차 회부결정에 따른 약식사건의 종국보고를 하자, 후속절차의 보류를 지시하고, 형사수석부장판사실로 담당 판사를 불러 ‘주변에 있는 다른 판사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이에 담당 판사는 동료 판사들의 의견을 들은 뒤 같은 날 담당 실무관에게 공판절차회부를 취소하고 1,000만원의 약식명령 발령을 위한 후속절차를 지시하였다.

(나) 피청구인이 위와 같이 재판에 관여한 행위는 헌법상 국민주권주의(제1조), 직업공무원제도(제7조), 적법절차원칙(제12조), 법원의 사법권 행사(제101조), 법관의 독립(제103조) 조항을 위배한 것이다.

(3)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에 대한 재판관여

(가) 피청구인은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의 재판장인 최○○ 부장판사가 2015. 8. 20. 15:00경 법정에서 판결문 원본으로 판결 선고를 하면서 유죄 및 무죄의 이유 요지와 양형이유를 고지하였음에도, 같은 날 16:07경 형사공보관을 통하여 위 판결문의 원본파일과 설명자료를 보고받은 다음 판결문과 설명자료의 배포를 잠시 보류해달라고 지시하고, 최○○ 부장판사에게 위 판결문의 2~3군데 정도 표현을 직접 지적하며, ‘이 사건은 다양한 논란이 예상되는데, 양형의 이유 부분에서 일부 논란이 있을 만한 표현들이 있는 것 같다. 톤을 다운하는 것이 어떨지 검토해 보라.’고 말하였다.

최○○ 부장판사는 같은 날 주심판사에게 그 취지를 전달한 뒤 서로 협의하여 위 판결문의 양형이유를 수정하고, 같은 날 17:01경 수정된 판결문 원본파일과 설명자료 파일을 형사공보관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나) 피청구인이 위와 같이 재판에 관여한 행위는 헌법상 국민주권주의(제1조), 직업공무원제도(제7조), 적법절차원칙(제12조), 법원의 사법권 행사(제101조), 법관의 독립(제103조) 및 형사소송법상 재판의 불가변경력(형사소송법 제38조) 조항을 위배한 것이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법관 임성근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는지 여부 및 파면결정을 선고할 것인지 여부이다.

3. 적법요건 판단

가.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의 각하의견

(1) 탄핵심판청구의 적법요건으로서 탄핵심판의 이익

(가) 탄핵심판의 이익

헌법 제65조 제4항 전문은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라고 규정하고,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은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라고 규정하여 탄핵심판이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탄핵심판에서 파면결정을 통해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할 수 있는 권한이 헌법재판소에 부여되어 있지만(헌법 제65조 제4항, 제111조 제1항 제2호), 이러한 권한은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요건과 절차에 따라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므로, 정해진 요건과 절차를 벗어나 법적 책임을 추궁할 수는 없다. 탄핵심판을 통해 직무집행에 있어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를 저지른 공직자에 대한 파면 여부를 결정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는 것은 법치주의원리를 탄핵심판의 목적원리로 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탄핵심판은 법치주의의 수호라는 목적원리를 추구하는 과정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 및 절차를 준수하여 탄핵심판절차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피청구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법치주의원리의 절차적·도구적 기능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이러한 법치주의적 보장과 견제를 용인해야 한다.

탄핵심판청구의 적법요건으로서 탄핵심판의 이익은 헌법 제65조 제4항 전문 및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상정하여 탄핵심판의 본안심리에 들어가서 그 심리를 계속할 이익이다. 이것은 본안판단에 나아가는 것이 탄핵심판절차의 제도적 목적에 기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로서 본안판단에서 상정할 수 있는 결정의 내용과 효력을 고려하여 판단되는 탄핵심판의 적법요건이다. 탄핵심판이익은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다는 점에 대한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제1호 소정의 탄핵결정 정족수를 갖추어 파면결정을 선고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탄핵심판청구 당시는 물론이고 탄핵심판에 따른 결정 선고 시까지 계속하여 존재하여야 한다. 이것은 무익한 탄핵심판절차의 진행을 통제하고 탄핵심판권 행사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은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되,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우선하도록 정하고 있다. 탄핵심판의 이익이 상실된 경우의 주문에 관해 준용할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은 없으므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의 준용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민사소송에서는 국가적·공익적 견지에서 무용한 소송제도의 이용을 통제하는 원리로 ‘소(訴)의 이익’이 없으면 그 소(訴)를 각하한다는 것이 일반 법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이익 없으면 소(訴) 없다’는 법언(法諺)이 지적하듯 소송제도에 필연적으로 내재하는 요청이다. 헌법재판에서 심판의 이익이란 ‘그 심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심리를 계속할 이익’이라 할 것인바, 탄핵심판은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탄핵심판절차는 그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에 해당되므로, 만약 파면을 할 수 없어 이러한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된다면 탄핵심판의 이익도 소멸하게 된다. 따라서 탄핵심판의 이익이 없는 경우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의 본안심리를 할 수 없고, 탄핵심판청구를 각하하는 결정을 선고해야 한다.

(나) 탄핵심판절차의 탄핵사유 판단 구조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이 규정한 탄핵사유인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는 피청구인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로서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가 있는 때’이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경우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는 헌법이나 법률 위배의 중대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탄핵심판절차가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제도라는 관점에서 나오는 ‘손상된 헌법질서를 회복’한다는 측면과 ‘국민의 신임, 즉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박탈’한다는 측면에서 찾는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55-657; 헌재 2017. 3. 10. 2016헌나1, 판례집 29-1, 1, 21 참조).

헌법재판소가 탄핵사유에 대하여 위와 같이 판단하는 것은 ‘탄핵심판절차의 헌법수호기능’을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구현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한 데에 따른 것이다. 파면결정을 통해 손상된 헌법질서를 회복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박탈함으로써 헌법을 수호·유지하는 기능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절차뿐만 아니라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절차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다) 탄핵심판절차의 심판대상과 결정 주문의 관계

헌법재판소는 선례의 탄핵심판에서 심판대상을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했는지의 여부’ 및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을 선고할 것인지의 여부’로 특정하였으나, 그 양자를 구별하여 각각에 대응하는 주문을 선고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 역사상 두 번에 걸쳐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하면서 두 사건 모두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으나, 그 판단에 대응한 ‘직무집행의 위헌·위법 확인’ 주문을 별도로 내지 않았다. 단지 ‘심판청구기각’ 또는 ‘파면’ 주문만을 선고하였을 뿐이다. 즉 두 사건 모두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그 결론에 따라 하나의 주문으로서 ‘심판청구기각’ 또는 ‘파면’의 결정을 선고하였을 뿐이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20, 625, 657-659; 헌재 2017. 3. 10. 2016헌나1, 판례집 29-1, 1, 8, 14, 46-48 참조).

탄핵심판절차에서 위와 같이 심판대상을 확정하여 판단한 후 결론적으로 ‘심판청구기각 또는 파면’ 중 하나의 주문을 낸 것은,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고 정한 헌법 제65조 제4항과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단일한 결정을 선고하도록 정한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 및 ‘탄핵의 결정을 하는 경우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정한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제1호에 근거를 둔 것이다.

형사소송에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판단을 하는 경우 법령의 적용을 거쳐 형을 선고하는 등의 주문으로 판결할 뿐 ‘범죄사실의 위법확인’ 주문을 별도로 선고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 탄핵심판의 대상과 결정 주문을 위와 같이 정하는 것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우선 준용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제40조에도 부합한다. 반면, 권한쟁의심판에서는 ‘권한침해 여부’와 그 원인이 된 ‘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 여부’에 관하여 각각 별개의 주문으로서 ‘권한침해확인결정’과 ‘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결정’을 선고할 수 있는데, 이것은 각각의 주문을 내도록 정한 헌법재판소법 제66조에 그 법률상 명문의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라) 탄핵심판의 이익과 탄핵심판절차의 목적과 기능

탄핵심판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하기 위해 탄핵심판의 본안심리에 들어가서 심리를 계속할 이익이 있는지 여부를 확정하는 것이다. 그 판단은 헌법 및 헌법재판소법의 명문의 규정에 부합하여야 함은 물론이고 파면결정을 통하여 손상된 헌법질서를 회복하고, 피청구인에게 그 임기 동안 부여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에 박탈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심판절차의 목적과 기능의 관점에도 부합하여야 한다.

탄핵심판절차에 따른 파면결정으로 피청구인이 된 행정부나 사법부의 고위공직자는 공직을 박탈당하게 되는데, 이는 공무담임권의 제한에 해당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공직자가 직무집행에 있어서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를 한 경우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탄핵심판이익의 존부에 대한 판단까지 포함하여 그 결정의 내용이 기본권 보장이나 권력분립의 측면에서도 헌법질서에 부합하여야 한다. 헌법에 명문의 근거가 있는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에 의한 파면’은 그 요건과 절차가 준수될 경우 ‘공직의 부당한 박탈’이 되지 않을 것이고, 권력분립원칙에 따른 균형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다.

(2) 헌법과 헌법재판소법 등 규정에서 본 탄핵심판의 이익

(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 등 규정의 문언

헌법 제65조 제4항 전문은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라고 규정하고,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은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라고 규정하여 헌법재판소가 탄핵결정을 선고할 때 피청구인이 ‘해당 공직에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음이 문언상 명백하다.

탄핵심판에서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한다고 할 때, 그 공직의 범위는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한정적으로 열거되어 있다. 헌법 제65조 제1항 및 헌법재판소법 제48조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행정각부의 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감사원장, 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을 탄핵소추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데, 헌법 제65조 제4항 전문과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공직들은 탄핵심판에 따른 파면결정을 받을 수 있는 현직을 의미한다. 헌법 제106조 제1항 전단은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 제65조 제1항과 제106조 제1항이 정하고 있는 ‘법관’은 이미 공직을 상실한 전직 법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탄핵심판에 따른 파면결정 선고를 받을 수 있는 현직 법관을 의미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또한 국회법 제134조 제2항은 “소추의결서가 송달되었을 때에는 소추된 사람의 권한 행사는 정지되며, 임명권자는 소추된 사람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소추된 사람을 해임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탄핵소추의결서 송달 이후에는 사직이나 해임을 통한 피청구인의 탄핵심판 면탈을 방지하여 탄핵심판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으로서, 탄핵심판에 따른 파면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피청구인의 공직 보유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삼고 있다.

(나) 헌법 제65조 제4항의 도입취지에 비춰본 탄핵제도의 본질

헌법 제65조 제4항 전문은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라고 규정하는데, 이 규정 내용은 1948년 제정 헌법 제47조에서 “탄핵판결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라고 규정한 이래 9차례에 걸쳐 헌법 개정을 하면서도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같은 내용으로 유지되어 온 것이다. 이 조항의 취지에 대해서는 제헌국회 헌법안 제1독회 당시 ‘탄핵판결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의 규정의 취지에 관하여 전문위원 권○○이 설명한 내용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이하 1948. 6. 26. 제1회 국회속기록 제18호).

“탄핵이라는 것은 어떻게 하느냐 하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할 때에 탄핵을 받습니다. 즉 말하자면 죄진 사람이 재판소의 판결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 탄핵는[은] 대체로 고귀한 관리들에게 그런 이에 대해서 하는 것인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마는 가령 대통령이나 부통령이나 혹 사법관을 그대로 대통령 그대로 형사재판소에 불러가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그런 즉 미리 파면시킨 이후에 그 다음에 민사상이나 형사상이나 일반 국민된 후에 국민 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이들은 파면을 시킨 후에 민사상, 형사상, 일반 인민 법을 적용한다. 일반 인민 법을 적용하기 전에 고귀한 이는 이미 탄핵재판소에 의해서 파면시켜서 평민으로 만들자 이런 것입니다. 자기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이 되어서 책임을 질 때에 이런 행위가 없는 사람에게 책임을 질 수는 없는 것입니다.”(위 속기록 23쪽)

“대개 재판제도는 국가에서 국민 법 위반에 대해서는 사법재판소에서 할 것입니다. 또 관리 위반에 대해서는 관리징계위원회에서 할 것입니다. 그런데 헌법 위반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느냐 이것은 탄핵 문제에서 끝입니다. … 국법에 관한 중요한 직위에 있는 사람을 내보내면 내보내고 그냥 두면 그냥 둘 것입니다. 감봉한다든지 혹은 잠시 그만두어라 그렇게 하기는 대단히 어려웁니다. 형사상으로 보든지 징계의 목적을 다 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파면하느냐 파면 아니하느냐 이 두 가지만 끝이는 것이 상례입니다.”(위 속기록 28쪽)

이러한 국회속기록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헌법제정권자는 탄핵제도를 도입함에 있어서, 대통령 등 일정한 고위공직자는 그 직을 유지한 채 형사재판 또는 민사재판을 받기 어렵고, 이처럼 중요한 직위에 있는 사람을 그 직을 유지시킨 채 징계하는 것도 부적절하기 때문에, 탄핵제도를 통해 그 직에서 파면하느냐 아니면 파면하지 않느냐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보았음을 알 수 있다. 즉 탄핵제도의 본질은 직무집행에 있어서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를 저지른 고위공직자를 ‘해당 공직에서 물러나게 하느냐 또는 마느냐’의 문제라는 인식이 “탄핵판결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라는 제정 헌법 규정의 내용을 도출해 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 ‘손상된 헌법질서의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본 탄핵심판의 이익

(가) 손상된 헌법질서의 회복 수단으로서 ‘공직 박탈’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절차의 헌법수호기능에 관하여, “헌법 제65조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의한 헌법위반이나 법률위반에 대하여 탄핵소추의 가능성을 규정함으로써, 그들에 의한 헌법위반을 경고하고 사전에 방지하는 기능을 하며, 국민에 의하여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기관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다시 그 권한을 박탈하는 기능을 한다. 즉, 공직자가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에 위반한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탄핵심판절차의 목적과 기능인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32).

탄핵심판절차에서 헌법의 규범력 확보, 즉 손상된 헌법질서의 회복을 위해 예정된 수단은 직무집행에 있어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를 한 ‘공직자의 권한을 박탈하는 것’, 즉 공직 박탈이다. 이러한 공직 박탈은 국회의 탄핵소추절차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를 통해 단계적으로 구현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나)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에 따른 권한 행사의 당연 정지

헌법 제65조는 탄핵소추의 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에 대한 위배’로 명시하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관장하게 함으로써 탄핵절차를 정치적 심판절차가 아니라 규범적 심판절차로 규정하였고, 이에 따라 탄핵심판절차의 목적은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법위반을 이유로 하는’ 파면임을 밝히고 있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32 참조).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의사절차 자율권 및 국회법 제130조 제1항에서 탄핵사유의 조사 여부를 국회의 재량으로 규정한 점을 근거로,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하기 전에 탄핵사유에 대하여 별도의 조사를 하지 않았더라도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의 의결 전에 질의 또는 토론이 없는 경우에도 국회법 규정의 해석상 그 의결은 적법하다고 보았다. 또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에 따라 사인으로서 대통령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은 아니며 국가기관으로서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될 뿐이므로, 국가기관이 국민에 대하여 공권력을 행사할 때 준수하여야 하는 법원칙으로 형성된 적법절차의 원칙을 국가기관에 대한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소추절차에 직접 적용할 수 없다고 하였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29-632; 헌재 2017. 3. 10. 2016헌나1, 판례집 29-1, 1, 17-19 참조).

헌법 제65조 제3항은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권한행사의 정지가 시작되는 시점은 ‘소추의결서가 송달되었을 때’(국회법 제134조 제2항)이고, 끝나는 시점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있을 때’(헌법재판소법 제50조)이다.

1948년 제정 헌법부터 1954년 제2차 개정 헌법 당시까지는 헌법에 현행 헌법 제65조 제3항과 같은 내용의 규정이 없었다. 다만, 구 탄핵재판소법(1950. 2. 21. 법률 제101호로 제정되고, 1961. 4. 17. 법률 제601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28조가 “탄핵재판소는 상당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언제든지 소추를 받은 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국회로부터 탄핵소추의결을 받은 공직자의 직무 정지 여부는 탄핵재판소의 심리와 판단에 의하도록 하고 있었다. 국회의 탄핵소추의결만으로 해당 공직자가 그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1960년 제3차 개정 헌법 제47조 전문에서 “탄핵소추의 결의를 받은 자는 탄핵판결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라고 규정한 때부터이다. 이러한 탄핵소추의결에 의한 해당 공직자의 권한 행사 정지는 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리나 어떤 예외도 없이 헌법에 근거하여 당연히 이루어진다.

위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국회의 의사절차 자율권이 작동하는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은 국회가 국가기관으로서의 공직자의 권한행사를 정지시키는 ‘국가기관 사이의 권력분립원칙에 따른 견제’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회의 소추의결 이후에 헌법재판소가 담당하는 탄핵심판이 법치주의 원리에 따라 해당 공직자가 공무담임권의 제한을 받게 되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규범적 심판절차’인 것과 대비되는 측면이다.

(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따른 공직의 박탈

탄핵심판절차는 헌법재판소가 관장하고(헌법 제111조 제1항 제2호), 그 심리와 판단에 있어 구두변론(헌법재판소법 제30조 제1항),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의 우선적 준용(헌법재판소법 제40조) 등 ‘사법절차’에 의하며,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하여(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 공직을 박탈함으로써 ‘개인의 공무담임권’을 직접 제한하게 된다.

탄핵심판에 따른 파면결정은 직무집행에 있어서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를 한 공직자로부터 해당 공직을 박탈하는 ‘법위반에 따른 제재’를 통하여 손상된 헌법질서의 회복에 기여한다. 또한 탄핵심판에 따른 공직 박탈의 제재가 경고됨으로써 공직자의 직무집행상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를 예방하는 역할도 한다.

다만, 탄핵심판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헌법 제65조 제1항, 제2항과 헌법재판소법 제48조에 의하면, 탄핵소추를 발의·의결할 것인지는 국회가 재량적으로 판단할 사항일 뿐 국회에게 탄핵소추를 발의·의결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탄핵제도를 법치주의 수호를 위한 통상적 장치로 이해할 수는 없다. 탄핵제도는 일반 사법기관에 의한 통상의 사법절차 내지 조직 내부의 징계권 행사로는 공직자의 직무집행상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를 제어할 것이 기대되기 어려울 때에, 국회가 탄핵소추의결을 하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함으로써 통상의 사법절차를 보충하는 법치주의의 특별한 보장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고, 이러한 점에서 탄핵제도는 법치주의 실현을 위해 헌법이 예정해 둔 비상수단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4) ‘민주적 정당성의 박탈’이라는 관점에서 본 탄핵심판의 이익

(가) 국가기관의 민주적 정당성과 탄핵심판절차의 기능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조 제2항). 즉,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아 구성되어야 하고, 이러한 민주적 정당성은 국가기관의 권한 행사의 원천이 된다. 민주적 정당성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국회와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대통령에게만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국회와 대통령의 관여로 구성되는 비선출 권력인 사법부나 행정부의 기관에게도 간접적으로 부여된다.

사법부의 경우를 보면,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와 ‘대통령의 임명’(헌법 제104조 제1항),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 ‘국회의 동의’와 ‘대통령의 임명’(헌법 제104조 제2항)을 통해 간접적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으며,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의 경우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것도(헌법 제104조 제3항) 간접적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는 것이다.

탄핵심판절차를 통한 파면결정으로 피청구인은 공직에 취임할 때에 부여받은 ‘민주적 정당성’을 박탈당한다. 탄핵심판은 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는 파면결정을 통해 공직을 박탈할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그 기능이 민주적 정당성의 ‘박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탄핵심판을 통하여 공직자를 파면하는 것은, 해당 공직자의 입장에서는 그 취임 당시 부여받았던 ‘민주적 정당성이 상실’되는 것이지만, 국가기관을 구성하는 관점에서는 직무상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를 한 공직자를 파면하고, 그 자리에 다시 새로운 공직자를 취임시키는 절차로 이행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모든 국가기관이 그 권한을 행사하기 위하여 전제되어야 하는 ‘민주적 정당성이 훼손된 상태를 회복’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은 행정부나 사법부에 소속된 국가기관의 권한을 정지시키고 그 민주적 정당성의 박탈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각각의 방식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고 상호 독립하여 권한을 행사하는 ‘국가기관 사이의 강력한 견제 수단’으로 기능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파면결정을 통하여 새롭게 국가기관을 구성하는 절차로 이행하도록 하든, 심판청구를 기각하여 정지된 국가기관의 권한 행사를다시 가능하도록 하든, 국회와 사법부 또는 행정부 사이의 ‘권력 균형을 회복하는 역할’을 한다. 이 점에서 탄핵제도는 권력분립원칙에 따라 상호 독립된 국가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기능도 수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탄핵심판 계속 중 피청구인의 공직 임기가 만료하여 해당 공직에서 퇴직한 경우에는 피청구인에게 부여되었던 민주적 정당성이 이미 상실되었을 뿐만 아니라 해당 공직에 새로운 공직자를 취임시킴으로써 민주적 정당성을 회복하는 절차도 이미 예정되어 있고, 이에 따라 국회와 사법부 또는 행정부 사이의 권력 균형도 이루어지게 되므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통해 ‘민주적 정당성이 훼손된 상태를 회복’하는 기능을 수행할 필요가 없다.

(나) 국가기관의 임기와 탄핵심판절차의 기능

국가기관(國家機關)에 임기를 두는 것은 민주주의원리를 구현하기 위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에 일정한 주기를 둠과 동시에 그 임기 동안 대의제에 따른 독자적 직무수행을 보장하는 기능을 한다. 국가기관마다 서로 다른 임기를 규정한 것은 법치주의원리를 구현하기 위해 상호 독립된 국가기관들이 각각의 방법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는 주기’를 달리함으로써 국가기관들 사이에 견제와 균형을 달성하여 권력분립원칙을 실현하는 기능이 있다. 헌법에서 법관에 대하여 임기를 두는 취지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헌법 제105조는 제1항에서 “대법원장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 제2항에서 “대법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연임할 수 있다.”, 제3항에서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의 임기는 10년으로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연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중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임기에대해서는 1948년 제정 헌법에서는 ‘법관의 임기’와 별도로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았고, 이후 헌법의 개정 과정에서 그 구체적 내용이 여러 차례 변경되었으나, ‘법관의 임기’를 10년으로 하고 연임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1948년 제정 헌법 제79조에서 “법관의 임기는 10년으로 하되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연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 이래, 현행 헌법 제105조 제3항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런데 헌법의 제정 당시에는 법관을 종신직으로 할 것인지, 임기제를 둘 것인지, 그 임기를 몇 년으로 정할 것인지에 대하여 논의가 있었고, 처음 제안된 취지와 같은 내용으로 헌법이 제정되었음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1948. 6. 23. 제1회 국회속기록 제17호 6쪽, 12쪽(전문위원 유○○, 10년 임기, 연임 가능 의견); 1948. 6. 28. 제1회 국회속기록 제19호 18쪽(전문위원 권○○, 대법관의 경우 종신직 의견); 1948. 6. 30. 제1회 국회속기록 제21호 6쪽(최○○ 의원, 5년 임기 의견)]. 이 중 헌법으로 제정된 안을 제안한 전문위원 유○○의 제헌 국회 헌법안 제1독회 당시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제5장 법원 장에 있어서는 사법의 민주화에 대해서 상당히 저희들은 머리를 썼다고 생각합니다. 즉 사법권의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서 재판소의 조직을 반드시 법률로서 정하고 법관의 자격을 또한 법률로서 정하고 법관은 반드시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만 재판을 하는 그러한 제도를 취하는 동시에, 종래의 제도에서는 사법관의 신분을 종신관으로 하는 것이 통례였습니다마는 이 헌법에서는 법관의 임기를 10년으로 하고 10년 동안은 법관은 형벌이라든지 징계처분이라든지 탄핵이라든지 그러한 사유에 의하는 외에는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는 동시에, 10년 지나면 법률에 정하는 바에 의해서 연임되지 않는 법관은 퇴관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는 동시에 10년이라는 임기를 둠으로서 일종 청신한 민주주의의 공기를 불어넣어보려고 한 것입니다.”(1948. 6. 23. 제1회 국회속기록 제17호 12쪽)

국회속기록에 따르면 당시 헌법제정권자는 법관 임기제를 통하여 그 임기 동안 ‘사법의 독립’을 보장함과 동시에 그 임기만료와 연임제도를 통해 ‘사법의 책임과 사법 민주화’를 달성할 것으로 생각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설명에 비추어 볼 때, 주기적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그 임기 중 독립적인 직무수행을 보장하는 임기제의 취지는 법관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으며, 일반 법관의 임명 방법에 관하여 대법관회의의 동의와 대법원장의 임명을 명문화함으로써 제헌 당시에 비하여 간접적인 민주적 정당성 부여의 과정을 더욱 분명히 한 현행 헌법의 경우에는 이 점이 더욱 명확하다.

탄핵제도는 행정부나 사법부의 국가기관인 공직자에게 부여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박탈할 정도로 직무집행상 중대한 위헌·위법행위가 있었다는 ‘비상적 상황’에 대응하여, 국민으로부터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국회의 소추와, 엄격한 사법절차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통해 비상적 상황을 ‘정상화’하는 기능을 한다.

탄핵대상이 되는 국가기관으로서의 공직자에 임기가 설정되어 있다면, 탄핵심판을 통한 파면은 그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에 박탈’함으로써 정상적인 상황에서 헌법이 예정한 바대로 국가기관이 상호 독립하여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는 주기’를 변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변형의 영향은 대통령이나 대법원장·대법관의 경우처럼 탄핵대상이 되는 공직에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되는 방식이 보다 직접적일수록 더욱 커질 것이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도 엄연히 국회와 대통령이 관여하여 취임한 대법원장 및 대법관들에 의하여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아 임명되는 것이므로, 법관이 그에게 보장된 10년의 임기 내에 탄핵으로 파면되는 경우에도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되는 주기의 변형’이 발생한다.

요컨대, 법치주의의 특별한 보장자로서 국회와 헌법재판소가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탄핵제도는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되는 주기의 변형’의 결과를 감수하면서도 직무집행상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를 저지른 공직자에게 부여된 민주적 정당성을 박탈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는 ‘비상적 수단’의 성격을 가진다.

(5) 이 사건 탄핵심판의 이익에 관한 결론

위에서 살펴본 헌법 및 헌법재판소법 등 규정의 문언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탄핵결정 선고 당시 피청구인이 해당 공직을 보유하는 것이 반드시 요구된다는 점이 명백히 확인된다.

기록에 의하면, 국회는 2021. 2. 4.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한 후 같은 날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청구를 하였고, 그 무렵 소추의결서가 송달되어 피청구인의 법관으로서의 권한 행사가 정지되었으며, 2021. 2. 28. 임기만료로 피청구인이 2021. 3. 1. 법관직에서 퇴직함에 따라 더 이상 해당 공직을 보유하지 않게 된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청구인이 임기만료 퇴직으로 법관직을 상실함에 따라 이 사건에서 본안심리를 마친다 해도 공직을 박탈하는 파면결정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탄핵심판절차의 헌법수호기능으로서 손상된 헌법질서의 회복 수단인 ‘공직 박탈’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사건 탄핵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피청구인이 임기만료 퇴직으로 법관직을 상실함으로써 피청구인에게 부여되었던 민주적 정당성은 이미 상실되었고, 해당 공직에 새로운 공직자를 취임시킴으로써 민주적 정당성을 회복하는 절차도 예정되어 있으므로, 탄핵심판절차의 헌법수호기능으로서 ‘민주적 정당성의 박탈’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탄핵심판에 따른 파면결정을 통해 공직의 상실과 회복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없어졌다. ‘민주적 정당성이 훼손된 상태를 회복하는 기능’을 통한 권력분립원칙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도 탄핵제도라는 ‘비상적 수단’이 더 이상 기능할 여지가 없어 이 사건 탄핵심판의 이익은 인정할 수 없다.

결국 헌법 및 헌법재판소법 등 규정의 문언과 취지 및 탄핵심판절차의 헌법수호기능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탄핵심판의 이익은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탄핵심판청구를 각하해야 한다.

(6)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에 관한 청구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이 파면결정의 효력으로 5년간 공직 취임 금지를 규정한 것을 통해 탄핵심판제도의 본질이 헌법질서 수호·보장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파면 그 자체가 탄핵심판제도의 목적일 수 없고 헌법질서 수호·보장을 위한 공직 취임 금지의 취지를 고려할 때, 탄핵심판 계속 중 공직 임기만료의 경우에도 5년간 공직 취임 제한의 효력을 미치기 위해 탄핵심판의 이익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나) 청구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탄핵결정에 의한 파면의 부수적 효력으로서의 공직 취임 제한

헌법 제65조 제4항 전문은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은 “탄핵결정에 의하여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라고 하여 ‘탄핵결정에 의한 파면’의 부수적 효력으로서 ‘탄핵결정에 의하여 파면된 사람’에 대하여 ‘5년간의 공직 취임 제한’을 법률로써 부가하고 있다. 법원조직법 제43조 제1항 제3호에서도 ‘탄핵으로 파면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은 법관으로 임용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헌법 아닌 법률에 규정된 결격사유이다.

입법 연혁을 살펴보아도 탄핵결정에 의한 파면의 부수적 효력으로 공직 취임을 제한하는 것은 줄곧 헌법이 아닌 법률에 규정되어 왔으며, 그 내용에는 몇 차례 변화가 있었다.

1948년 제정 헌법부터 1954년 제2차 개정 헌법까지는 탄핵사건의 심판을 탄핵재판소가 관장하였는데, 당시의 구 탄핵재판소법(1950. 2. 21. 법률 제101호로 제정되어 1961. 4. 17. 법률 제601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은 제27조에서 “탄핵의 소추를 받은 사람은 파면의 재판의 선고에 의하여 파면된다.”라고 규정하였을 뿐, 파면된 사람에 대한 공직 취임 제한을 추가로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1960년의 제3차 및 제4차 개정 헌법에서는 탄핵재판을 헌법재판소가 관장하도록 하였는데, 당시의 구 헌법재판소법(1961. 4. 17. 법률 제601호로 제정되고, 1964. 12. 30. 법률 제1667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에서도 제22조 제4항에서 “탄핵의 소추를 받은 자는 헌법재판소의 파면의 재판의 선고에 의하여 파면된다.”라고 규정하였을 뿐이었다.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사람에 대한 공직 취임의 제한이 법률에 규정되기 시작한 것은 탄핵심판위원회가 탄핵사건을 심판하는 것으로 정했던 1962년 제5차 개정 헌법부터였다. 구 탄핵심판법(1964. 12. 31. 법률 제1683호로 제정되고, 1965. 3. 17. 법률 제16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는 제30조에서 “피소추자는 파면재판의 선고에의하여 그 관직에서 해임되며 자격회복의 재판을 받은 후가 아니면 헌법 제61조 제1항에 규정된 공무원이 될 수 없다.”라고 규정하였다.

탄핵심판위원회의 파면재판 선고로 해임된 사람은 헌법상 탄핵대상이 되는 공무원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자격회복의 재판을 통하여 다시 그 상실했던 자격을 회복하도록 하였던 위와 같은 규정은 구 탄핵심판법의 개정으로 규율 형태와 내용이 바뀌었다. 구 탄핵심판법(1965. 3. 17. 법률 제1686호로 개정되고, 1973. 2. 16. 법률 제2530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30조는 “피소추자는 파면결정의 선고에 의하여 그 관직에서 해임된다.”, 제31조는 “파면결정을 받은 자는 파면결정의 선고를 받은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하면 헌법 제61조 제1항에 규정된 공무원이 될 수 없다.”라고 규정하여 파면된 사람에 대해서는 별도의 자격회복 재판 없이 일정 기간, 일정 범위의 공직 취임을 금지하는 형태가 되었다.

1972년 제7차 개정 헌법과 1980년 제8차 개정 헌법은 탄핵심판을 헌법위원회가 하도록 하였다. 구 헌법위원회법(1973. 2. 16. 법률 제2530호로 제정되고, 1988. 8. 5. 법률 제4017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30조는 “피소추자는 탄핵결정의 선고에 의하여 그 공직에서 파면된다.”라고 규정하였고, 자격회복에 관해서는 제7차 개정 헌법 당시의 구 헌법위원회법(1973. 2. 16. 법률 제2530호로 제정되고, 1982. 4. 2. 법률 제35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에서 “탄핵결정을 받은 자는 탄핵결정의 선고를 받은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하면 헌법 제99조 제1항에 규정된 공무원이 될 수 없다.”라고 규정하였는데, 제8차 개정 헌법에서 탄핵 관련 조항의 위치가 바뀜에 따라 구 헌법위원회법(1982. 4. 2. 법률 제3551호로 개정되고, 1988. 8. 5. 법률 제4017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31조는 ‘헌법 제99조 제1항’ 부분을 ‘헌법 제101조 제1항’으로 개정하였다.

1987년 제9차로 개정된 현행 헌법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관장하면서부터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사람의 공직 취임 제한에 관하여 1988. 8. 5. 법률 제4017호로 제정된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에서 구 헌법위원회법과 같은 형태로 규정하였다. 다만, 그 내용에 있어 공직 취임 금지의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취임이 금지되는 공직의 범위를 ‘헌법상 탄핵대상이 되는 공무원’에서 ‘모든 공무원’으로 확장하였으며, 이 조항은 이후 2011. 4. 5. 법률 제10546호의 개정으로 약간의 문구만 수정되었다.

요컨대, 탄핵결정에 의하여 파면되어 공직이 박탈된 피청구인에 대한 향후의 공직 취임 제한에 관한 법률의 개정 연혁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공직 취임의 제한 여부, 제한 방식, 제한되는 공직의 범위 및 제한기간은 모두 법률이 규정한 바에 따르는 것일 뿐이고, 이러한 사항이 헌법상 탄핵제도의 본질에서 해석을 통해 당연히 도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 공직 취임 제한 규정의 도입 취지

가) 1962년 제5차 개정 헌법 당시의 구 탄핵심판법에서 공직 취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할 때에도 그 취지는 ‘탄핵제도의 실효성 확보’에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구 탄핵심판법이 1964. 12. 31. 법률 제1683호로 제정될 당시의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중 전문위원 한○○의 설명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1964. 12. 5. 제45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회의록 제23호 제7쪽 참조).

“탄핵재판의 효과는 현재 관직에서 해임됨에 그치므로 예를 들어서 대법원 판사가 탄핵되어서 퇴직되었을 경우에 그 사람을 국무총리나 국무위원들이 그 임명에 있어서 법규상 여러 가지 사유가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관직에 임명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이유도 성립되므로 그 피소추자는 파면재판의 선고에 의하여 그 관직에서 해임되고 또 자격회복의 재판을 받은 후가 아니면 헌법 제61조 제1항에 규정된 공무원이 될 수 없다 하는 규정을 한번 규정해 봤습니다.”

“「(자격회복의 재판) 심판위원회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파면재판을 받은 자의 청구로 자격재판의 청구를 할 수 있다. 1. 파면재판을 선고를 받은 날로부터 5년을 경과한 때」… 그런데 이 5년은 법원조직법이나 또는 검찰청법에 의하면 검사나 판사가 탄핵되는 경우에는 3년이 경과하면 다시 자격을 회복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딴 법률과의 체제를 맞추기 위해서 이 5년을 3년으로 고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여기서 언급된 당시의 법원조직법과 검찰청법의 규정은 ‘탄핵 또는 징계처분에 의하여 파면된 후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로 규정했던 결격사유에 관한 것이었다. 즉,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사람이 법관이나 검사가 될 수 없도록 각각의 공직 임명에 관한 법률에서 개별적으로 결격사유를 정한 조항들이 있는데, 국무총리나 국무위원 등 탄핵의 대상이 되는 고위 공무원들 중 일부에 대해서는 그러한 결격사유가 규정되어 있지 않아 이를 보완하고, 다만 그 내용은 법관이나 검사의 경우와 같이 기존에 존재하고 있던 결격사유에 관한 조항과도 부합하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나)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은, 징계로 파면처분을 받은 자에 대하여 5년간 공무원 자격을 제한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7호와 공직 취임 제한의 기간 및 범위가 동일하다.

헌법 제65조 제1항 및 헌법재판소법 제48조가 정한 탄핵대상이 되는 공무원 중 헌법재판소 재판관(헌법재판소법 제5조 제2항 제3호), 법관(법원조직법 제43조 제1항 제3호), 검찰청법에 의한 검사(검찰청법 제33조 제3호)의 경우는 각각 관련 법률에서탄핵결정으로 파면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으면 그 직에 임명 또는 임용될 수 없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및 행정각부의 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감사원장 및 감사위원의 경우는 정부조직법, 선거관리위원회법, 감사원법 등 그 취임 또는 임명 등에 관한 개별 법률에 위와 같은 결격사유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 또한, 국가공무원법 제33조의 결격사유에 ‘징계’가 아닌 ‘탄핵’으로 인한 파면에 대해서는 명문 규정이 없으며, ‘선거로 취임하거나 임명할 때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공무원’ 등 국가공무원법 제2조 제3항 제1호에 의한 ‘정무직공무원’에 대해서는 결격사유에 관한 국가공무원법 제33조도 적용되지 않는다(국가공무원법 제3조 제2항).

따라서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관, 검사의 경우와는 달리, 각각의 공직 임명에 관한 법률에서 개별적으로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을 것’을 결격사유로 정하지 않은 국무총리나 국무위원 등의 경우가 있기 때문에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후 시간이 얼마 경과하지 않은 자가 그러한 고위공직에 다시 오르는 것을 방지하여 ‘탄핵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한 입법취지가 있다는 것은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즉,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에서 부수적으로 공직 취임 제한의 불이익을 부가한 취지는 탄핵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법률에 의하여 그 제도적 내용을 보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3) 공무담임권을 제한하는 정치적 제재의 성격과 소급입법 금지

가) 탄핵심판절차는 그 본래의 성격상 ‘피청구인에 대하여 법적 제재를 가하는 절차’의 성격이 있는데, 이 점은 입법 연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48년 제정 헌법 제55조는 “부통령은 대통령 재임 중 재임한다.”라고 규정하였는데, 헌법 제정 과정에서 대통령이 물러나면 부통령도 함께 물러난다는 점과 탄핵에 있어서는 대통령과 부통령이 연대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의 구별에 대한 논의가 상당하였음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1948. 6. 26. 제1회 국회속기록 제18호 22-24쪽 참조). 이것은 탄핵심판이 ‘책임주의’에 기초하여 ‘공무원 개인’에게 법적 책임을 지우는 절차임을 방증한다.

탄핵심판의 ‘제재적 성격’은 구 탄핵심판법이 1965. 3. 17. 법률 제1686호로 개정될 당시의 논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의 정부제출안은 ‘자격회복의 재판’ 부분을 삭제하면서 종전에 자격회복 재판의 요건이었던 ‘파면사유가 없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발견된 때’를 ‘재심사유’로 규정하고자 했는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안에서 이러한 재심 규정이 삭제된 바 있다.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원래 탄핵제도의 목적은 당해 공무원을 그 관직에서 해임함에 있는 것이므로 만일 재심에서 탄핵사유가 없었던 것이 되는 경우에는 그 직위에 당연히 복귀되어야 할 것이므로 그 직위에 두 사람의 공무원이 경합 임명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모순이 야기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탄핵제도 자체가 원래 정치적 제재를 하기 위한 제도인 점을 고려할 때 고위 공무원으로서 적어도 탄핵소추를 당한 자에 대하여는 재심의 길을 열어줄 필요가 없다는 견지에서 재심에 관한 규정을 삭제’한다는 것이었다. 즉 탄핵심판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하는 정치적 제재’로서의 성격을 당시 재심 규정 삭제의 근거로 들었던 것이다.

나) 공직 취임 제한 규정은 구 탄핵심판법에 도입될 당시 ‘탄핵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탄핵으로 파면된 사람이 ‘헌법상 탄핵대상이 되는 공직’에 취임하는 것을 제한하고자 한 것이었으나,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은 그 적용 범위를 ‘공무원 전체’로 확장하여 규정하였다. 헌법상 탄핵대상이 되지 않는 공무원으로서 탄핵제도의 실효성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공직에 임용되는 것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여 제한한 것은 탄핵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이 그 직후에 다시 고위공직에 오르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를 넘어서 고위공직자의 직무집행상 헌법이나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하여 ‘공무담임권 제한을 경고 또는 위하하는 제재 수단’의 성격을 갖춘 것이라 할 것이다.

탄핵결정에 의한 제재의 내용은 제재를 받는 공직자의 입장에서 볼 때 ‘공직 취임 기회의 자의적인 배제의 금지’ 및 ‘공무원 신분의 부당한 박탈이나 권한(직무)의 부당한 정지의 금지’라는 ‘공무담임권’의 핵심적 보호영역(헌재 2011. 12. 29. 2009헌바282, 판례집 23-2하, 547, 556 등 참조) 안에 있는 사항에 관한 것이다. 헌법에 명문의 근거가 있는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에 의한 파면’은 그 요건과 절차가 준수될 경우 ‘공직의 부당한 박탈’이 되지 않는다.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에 의한 권한 행사의 정지’도 국가기관 사이의 권력분립원칙에 따른 견제라는 성격이 있고, 헌법상 명문 규정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공무원 권한 행사의 부당한 정지’가 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법률에 비로소 근거가 있는 ‘공직 취임의 제한’은 그 요건과 내용이 합헌적이어야만 공직 취임 기회의 ‘자의적인 배제’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공무담임권은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정당 활동의 자유 등과 마찬가지로 국민이 국정에 참여하는 ‘정치적 기본권’에 속하므로, 탄핵결정에 의한 파면의 부수적 효력으로서 공직 취임의 제한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 헌법 제13조 제2항의 적용 영역에 있다는 점에서 그 요건과 한계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4) 자격정지형에 준하는 형사적 제재의 성격과 유추해석 금지

가)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의 내용은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사람의 ‘공무원이 되는 자격을 5년 동안 정지시키는 것’이다. 변호사법 제5조 제4호는 ‘탄핵이나 징계처분에 의하여 파면되거나 이 법에 따라 제명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를 변호사가 될 수 없는 결격사유로 정하고 있는데, 이처럼 공익적 성격이 강한 직역의 자격요건에는 탄핵결정으로 인한 파면 후 일정기간이 경과할 것을 규정한 다른 법률조항들도 많다[변리사법 제4조 제5호 가목(기간 제한 없음), 세무사법 제4조 제4호(3년), 공인회계사법 제4조 제6호(5년), 공증인법 제13조 제7호(5년) 등 참조].

그런데 형법 제43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3호, 제2항은 형벌인 자격정지의 대상이 되는 자격으로, ‘공무원이 되는 자격’, ‘공법상의 선거권과 피선거권’, ‘법률로 요건을 정한 공법상의 업무에 관한 자격’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집행유예기간에 있는 자 또는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의 제재적 성격에 대하여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제재’의 의미와 ‘범죄자에 대해 가해지는 형사적 제재의 연장’의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고 하였다(헌재 2014. 1. 28. 2012헌마409등, 판례집 26-1상, 136, 146; 헌재 2017. 5. 25. 2016헌마292등, 판례집 29-1, 209, 219 등 참조).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의 ‘공직 취임의 제한’은 공무원이 되는 자격을 정지시키고, 중요한 공익적 업무를 담당하는 직역인 변호사 등의 자격을 정지시키는 것으로써 그 제재의 내용이 형법상 ‘자격정지’의 형벌에 준하는 의미를 가진다.

나) 탄핵결정에 의하여 파면된 사람에 대하여 공무원이 되는 자격을 정지시키는 것은, 국민이 국정에 참여하는 ‘정치적 기본권’에 속하는 공무담임권을 일정 기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이고, 그 제재의 내용이 헌법상 탄핵대상이 되는 공직에 다시 취임하는 것을 방지하는 범위를 넘어 참정권의 일종인 공무담임권 제한의 경고와 위하에 따른 일반예방의 성격을 가지며, 형법 제43조 제1항 제1호, 제2항에서 정한 자격정지의 형벌에 준하는 ‘형사적 제재’의 성격을 가진다.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법률이 정하는 공무담임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법률이 정하지 않은 공무담임권의 침해를 배제한다.

형사적 제재는 최후의 수단으로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공직 취임 기회의 자의적 배제 금지와 공무원 신분의 부당한 박탈 금지는 헌법이 보장한 공무담임권의 핵심적인 보호영역에 해당되는 것이므로,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사람에 대한 공직 취임을 제한하는 법률조항’을 그 문언해석의 범위를 넘어 공무담임권을 자의적으로 배제하거나 부당하게 박탈하는 방향으로 유추해석할 수는 없다.

5) 소급입법 및 유추해석 금지

앞서 본 바와 같이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사람’에 대하여 5년 동안 공무원이 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은 ‘정치적 제재’로서 헌법 제13조 제2항에 의하여 소급입법이 금지되는 참정권의 제한에 해당되므로, 이 영역에서는 입법에 의하더라도 소급적 제재가 헌법상 금지된다. 또한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의 내용은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사람의 ‘공무원이 되는 자격을 5년 동안 정지시키는 것’으로서 형법상 ‘자격정지’의 형벌에 준하는 ‘형사적 제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법률조항에서 명문으로 규정하지 않은 부분에까지 제재를 확장하여 공무담임권의 배제와 박탈이 확대되도록 유추해석할 수 없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에서 정한 공직 취임 제한의 제재는 제53조 제1항에 의하여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받은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탄핵제도가 위헌·위법행위를 저지른 공직자에 대해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 하더라도, 일종의 비상수단인 탄핵제도가 남용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헌법재판소에서의 탄핵심판은 헌법과 법률이 미리정한 요건과 효과에 따라 엄격하게 운용되어야 한다. 탄핵심판에서 파면결정을 받았거나 임기만료로 퇴직한 공무원은 모두 더 이상 고위직 공무원이 아니라 일반시민의 지위를 가질 뿐이다. 이러한 경우 의심스러울 때에는 시민의 자유를 우선해야 한다는(in dubio pro libertate) 근대 입헌주의 원칙의 근간은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에서 정한 공직 취임 제한의 제재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이 헌법질서 수호·보장을 위한 규정이라는 이유로 파면결정 선고 후 5년 동안 공무원이 되는 자격을 정지시키는 제재의 대상을 확장하기 위해서,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에서 정한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해당 공직에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하여도 할 수 있도록 유추해석하거나,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에서 정한 ‘탄핵결정에 의하여 파면된 사람’ 이외에 ‘임기만료로 퇴직한 사람에게 탄핵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에까지 공직 취임 제한 조항을 적용하도록 유추해석하는 것은 법률조항에서 명문으로 규정되지 않은 범위까지 공직 취임이 제한될 수 있는 경우를 확장하여 형사적 제재에 준하는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다. 이것은 공무담임권의 자의적 배제 또는 부당한 박탈에 해당될 뿐만 아니라 의심스러울 때에는 국민의 기본권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헌주의 원칙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다) 소결

결국 ‘탄핵심판 계속 중 피청구인이 해당 공직의 임기만료로 퇴직한 경우’에도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이 정한 공직 취임 제한이 적용되도록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과 제54조 제2항을 유추해석 하는 것은, 헌법 제25조가 보장하는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해석에 해당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에 적용될 수 없는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의 취지를 고려하여 탄핵심판의 이익을 인정해야 한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7)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에 관한 청구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은 적법하게 개시된 탄핵심판절차 도중 피청구인이 더 이상 해당 공직에 있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 탄핵심판청구를 부적법하게 하거나 심판절차를 종료할 사유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고, 이 조항은 결정 당시까지 피청구인이 재직하고 있는지 여부를 적법요건으로 보지 않고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나) 청구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은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되었을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이라는 법률요건이 충족된 경우 헌법재판소가 그 심판청구를 기각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임기만료로 인한 퇴직은 법적으로 당연히 이루어지므로, 징계처분에 의한 파면과 같은 별도의 조치에 따른 공무원 신분의 박탈과 구별된다. 또한, 헌법 제106조 제1항 및 법원조직법 제46조 제1항에 의하면, 법관은 탄핵결정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않으면 파면되지 않고, 법관징계법 제3조 제1항은 법관에 대한 징계처분으로 정직, 감봉 및 견책의 세 종류만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관이 징계처분에 의하여 파면될 가능성은 없다. 현행법상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있을 경우 법관을 파면하도록 하는 제도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결정 선고 전 이 사건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퇴직한 경우는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의 적용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은 해당 법률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한 이 사건에 적용될 법률조항이 아니다.

2) 탄핵심판을 탄핵재판소가 관장하던 1948년 제정 헌법과 1954년 제2차 개정 헌법까지의 구 탄핵재판소법(1950. 2. 21. 법률 제101호로 제정되고, 1961. 4. 17. 법률 제601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30조는 “탄핵재판소는 탄핵의 소추를 받은 자가 그 재판 전에 본인이 면관된 경우에는 탄핵의 소추를 기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였고, 탄핵심판을 헌법재판소가 관장하는 것으로 규정했던 1960년 제3차 및 제4차 개정 헌법 당시의 구 헌법재판소법(1961. 4. 17. 법률 제601호로 제정되고, 1964. 12. 30. 법률 제1667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16조는 “헌법재판소는 탄핵의 소추를 받은 자가 재판 전에 면직된 때에는 탄핵의 소추를 기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 당시까지는 탄핵 관련 법령에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사람에 대하여 공직 취임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었다. 그런데,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사람에 대한 공직 취임 제한 규정이 도입되었고, 탄핵심판위원회에서 탄핵사건을 심판하는 것으로 정했던 1962년 제5차 및 1969년 제6차 개정 헌법 당시의 구 탄핵심판법(1964. 12. 31. 법률 제1683호로 제정되고, 1973. 2. 16. 법률 제2530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에서는 탄핵심판의 계속 중 피청구인이 공직을 상실하는 경우의 결정 내용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두지 않았다.

그러다가 탄핵심판을 헌법위원회가 관장했던 1972년 제7차 개정 헌법과 1980년 제8차 개정 헌법 당시의 구 헌법위원회법(1973. 2. 16. 법률 제2530호로 제정되고, 1988. 8. 5. 법률 제4017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32조에서 “탄핵소추를 받은 자가 그심판전에 파면된 경우에는 탄핵소추를 기각한다.”라는 규정이 등장하였다.

1972년 제7차 개정 헌법 제104조 제1항은 “법관은 탄핵·형벌 또는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정직·감봉되거나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고, 당시의 구 법관징계법(1973. 1. 25. 법률 제2451호로 개정되고, 1981. 1. 29. 법률 제33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에서는 법관징계법의 연혁상 유일하게 정직, 감봉, 견책 이외에 ‘파면’을 법관에 대한 징계의 한 종류로 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1972년 제7차 개정 헌법 당시의 구 헌법위원회법 제32조에서 구 탄핵심판법에서는 규정하지 않았던 ‘탄핵소추를 받은 자가 그 심판 전에 파면된 경우’에 관하여 별도 규정을 둔 것은 당시 법관에 대하여 ‘징계처분에 의한 파면’이 가능했음을 고려하여,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의 계속 중 탄핵소추를 받은 자가 ‘징계처분에 의한 파면’으로 공직을 상실한 경우에 관하여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당시의 구 법관징계법(1956. 1. 20. 법률 제381호로 제정되고, 1999. 1. 21. 법률 제5642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를 보면 “징계사유에 관하여 탄핵의 소추가 있거나 공소가 있거나 공소의 제기가 있을 때에는 그 사건완결에 이르기까지 징계심의를 정지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동일한 사유에 기초한 경우 탄핵절차는 절차상 징계절차에 우선한다는 것을 규정한 것이다. 즉, 동일한 사유일 경우 징계사유에 관하여 탄핵소추가 있는 경우 탄핵절차와 징계절차의 병행진행은 불가능하다. 반면, 양자가 별개의 사유에 기초하고 있는 경우는 동일한 대상자에 대한 것이더라도 징계절차가 탄핵절차와 병행하여 독립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위 법규정의 해석상 당연한 결론이다. 그렇다면, 구 헌법위원회법 제32조는 법관에 대하여 ‘탄핵소추사유가 아닌 다른 사유’에 기초한 징계절차가 진행되어 그가 파면된 경우에 적용할 것을 예정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의 규정은 위와 같은 구 헌법위원회법 제32조의 규정 내용이 그대로 옮겨지면서, ‘탄핵소추기각’이 ‘심판청구기각’으로 바뀐 것으로 파악되는데, 그와 같이 변경된 이유를 설명해주는 구체적 자료는 발견되지 아니한다.

헌법재판연구원은 2015년 ‘주석 헌법재판소법’을 발간하였는데, 이 주석서에는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되었을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법 제53조 제2항). 탄핵심판의 심판대상은 피청구인의 파면 여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다른 절차에 따라 해당 공직으로부터 이미 파면된 경우라면 헌법재판소로서는 탄핵심판의 심리를 계속할 이익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입법론으로는 ‘기각’이 아니라 ‘각하’결정을 하도록 규정함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심판의 이익이 없을 때 청구를 각하하는 것은 소송의 일반원칙이므로 이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위에서 본 입법연혁 및 주석서의 내용과 함께,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 단서가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도록 함으로써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보다 우선하여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328조가 소송조건의 흠결이 명백한 경우 실체재판이 아니라 형식재판인 ‘공소기각’으로 사건을 종결하도록 정하고 있음을 함께 고려하면,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되었을 경우 ‘심판청구기각’을 하도록 규정한 입법자의 의도는, 실체재판으로서의 ‘본안판단 후 기각’을 의미하기 보다는, ‘형식재판으로서의 소추기각에 준하는 의미의 기각’을 의미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3) 헌법 제113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에서 법률의 위헌결정, 탄핵의 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또는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을 할 때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제1호는 “법률의 위헌결정, 탄핵의 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또는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을 하는 경우”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탄핵심판에 있어서 적법요건이 인정되어 심리를 하더라도 인용결정에 대한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없으면 심판청구는 기각되는 것이며, 이에 헌법재판소법이 제4장 제2절의 ‘탄핵심판’ 부분에서 탄핵심판 청구기각에 관한 내용을 따로 규정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이므로,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을, 탄핵청구 인용결정을 정한 같은 조 제1항에 대응하여 본안 심리 후에 하는 탄핵청구 기각결정에 관하여 정한 일반조항 내지 특별조항으로 확대해석할 수 없다.

(다) 소결

앞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첫째, ‘결정 선고 전 파면’이란 법률요건이 충족된 경우에 적용되는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은 ‘임기만료 퇴직’인 사안에 적용되지 아니하고, 둘째, ‘탄핵결정 이외에 파면이 가능함’을 전제로 한 위 조항은 현행 헌법과 법률상 탄핵결정 이외에 파면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법관탄핵’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며, 셋째,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은 본안 심리 후에 하는 탄핵 기각결정에 관하여 정한 일반조항 내지 특별조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탄핵심판 계속 중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법관직에서 퇴직한 이 사건의 경우에 적용될 수 없음이 명백한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의 취지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결국,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의 취지가 결정 당시까지 피청구인이 재직하고 있는지 여부를 적법요건으로 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법관탄핵에 있어서 임기만료 퇴직 후에도 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청구인 주장은 이유 없다.

(8) 위헌·위법 확인에 관한 청구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탄핵심판제도는 헌법침해 예방·방어수단으로서 피청구인의 행위가 위헌·위법임을 분명히 밝히고 그 결과 피청구인을 더 이상 공직에 둘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피청구인을 공직으로부터 퇴출시키는 파면결정을 하는 것으로서 파면결정의 일부에 해당되는 피청구인 행위의 중대한 위헌·위법 확인결정을 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므로, 탄핵심판 계속 중 임기만료로 피청구인이 공직에서 퇴직한 경우에도 탄핵사유 유무만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탄핵심판의 이익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나) 청구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탄핵대상 공무원의 위헌·위법행위의 결과에 대한 교정의 측면

공무원의 직무집행은 그가 직무집행 이후에 더 이상 공직에 있지 않더라도 법적 효력이 남아 있다. 그러므로 공무원이 탄핵결정에 의해 파면되더라도 그가 행한 모든 직무상 행위의 법적 효력이 광범위하게 부인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탄핵심판으로 파면되었다고 해서 그가 재임 중에 한 법령 공포나 처분 등의 효력이 부인될 수 있다면 헌법질서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행정부의 고위직 공무원이 한 직무상 행위들 중 파면의 이유가 된 중대한 위헌·위법행위의 결과는 탄핵심판의 유무, 더 나아가 탄핵소추의 유무와 상관없이 행정소송이나 헌법소원심판, 위헌법률심판, 권한쟁의심판 등 다양한 법적 수단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사안별로 교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따라서 탄핵의 대상이 된 행정부 소속 공무원이 한 중대한 위헌·위법행위의 결과를 교정하기 위하여 탄핵사유를 확인할 법적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사법부에 소속된 법관의 경우에는 탄핵의 대상이 된 법관이 관여한 재판의 효력이 문제될 수 있다. 이것은 확정판결의 기판력과 재심의 가능성 등 사법작용의 특성에 부합하는 관점에서 검토할 문제이다.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에 규정된 재심사유 중 법관의 직무집행상 중대한 위헌·위법행위와 관련이 있는 것은 제4호의 ‘재판에 관여한 법관이 그 사건에 관하여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때’이고, 이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2항에 의하여 ‘처벌받을 행위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이 확정된 때’ 또는 ‘증거부족 외의 이유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할 수 없을 때’에만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에 규정된 재심이유 중 법관의 직무집행상 중대한 위헌·위법행위와 관련이 있는 것은 제7호의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 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이고, 이 경우 원판결의 선고 전에 법관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원판결의 법원이 그 사유를 알지 못한 때에 한한다.

이와 같이 민사소송과 형사소송 그리고 이들 절차를 준용하는 법원의 소송절차에서 재판에 관여한 법관이 직무집행상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를 하고 그 재판이 확정된 경우 재판의 효력을 소송당사자의 재심청구를 통해 부인할 수 있는 것은 재판에 관여한 법관의 직무상 행위가 형사법상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로 한정된다.

탄핵심판절차의 진행은 동일한 사유에 관한 형사소송절차의 진행을 방해하지 않으며, 두 절차는 서로 별개로 진행되고 각각 독자적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51조는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헌법재판소의 재량적 판단으로 탄핵심판절차에서 형사재판의 결과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에 반해 탄핵절차가 개시된 경우 동일한 사안에 대한 형사소송의 진행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헌법 제65조 제4항 후문 및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1항에 따라 탄핵결정으로 인한 파면이 피청구인의 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것도 아니며, 헌법재판소가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하는 판단이 동일한 사실로 해당 법관이 기소된 형사소송에서 법원의 재판을 기속하는 것도 아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법관의 직무집행상 중대한 위헌·위법행위에 기초한 재판의 당사자가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재심이라는 구제절차를 밟기 위한 전제로서 반드시 그 법관에 대한 탄핵사유의 유무가 확인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탄핵소추된 법관이 관여한 재판의 효력을 교정한다는 측면에서는 탄핵사유를 확인할 법적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없다.

2) 탄핵사유 유무에 대한 객관적 해명의 측면

가)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심판의 경우 원칙적으로 구체적 규범통제 또는 개인의 기본권 구제를 위한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그 적법요건인 재판전제성이나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없는 때에도 예외적으로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본안 판단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른 본안 판단을 통해 헌법의 규범력이 실질적으로 확보되는 것은 법률의 위헌결정 및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이 법원을 비롯한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하는 효력을 가진 것에 의한 것이다(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 제75조 제1항, 제6항).

권한쟁의심판의 경우에도 청구인에 대한 권한침해의 상태가 이미 종료된 경우에는 권리보호이익이 없지만, 같은 유형의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고,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해 그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긴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 특히, 권한쟁의심판의 경우 헌법재판소는 심판의 대상이 된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의 유무 또는 범위에 대하여 판단하고(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1항), 더 나아가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피청구인의 처분을 취소하거나 무효를 확인하는 것은 재량규정으로 정해져 있다(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을 통하여 권한질서에 관한 헌법의 내용이 실질적 규범력을 확보하는 것도 그 결정이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하는 효력에 따른다(헌법재판소법 제67조 제1항).

그런데 탄핵심판의 결정에 관해서는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심판, 권한쟁의심판의 경우와 달리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하는 효력’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다.

나)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하는 효력을 인정한 명문의 법 규정이 없는 탄핵심판의 결정에 대하여 해석상으로 그 기속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헌법재판소법의 명문 규정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기속력이 인정되는 위헌법률심판, 헌법소원심판 및 권한쟁의심판의 경우 그 기속력이 미치는 것은 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즉 공권력 주체에 한한다. 이 절차들은 규범을 통제하는 것이거나 피청구인이 공적인 권한의 주체인 경우들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관장하는 탄핵심판절차는 직무집행상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를 한 ‘공직자 개인’에 대하여 파면결정을 통해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절차이다. 이에 탄핵심판의 결정에 관하여 기속력 규정이 없는 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하다. 기속력이라는 것은 헌법재판이 지니는 헌법수호라는 객관적 목적의 실현을 보장하기 위하여 소송당사자에게 미치는 실질적 확정력을 넘어 법원을 포함하여 모든 국가기관에까지 그 구속력을 확장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데, 탄핵심판절차는 헌법질서나 법질서의 객관적·합일적 확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피청구인에 관한 국회의 파면 요구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절차로서 그 구속력을 확장할 것이 필연적으로 요구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헌법 제65조 제4항 후문 및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1항에서 탄핵결정으로 인한 파면이 피청구인의 민사상이나 형사상 책임을 면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헌법재판소법 제51조에서는 탄핵심판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탄핵심판의 결정이 동일한 사안에 기초한 피청구인에 대한 민사소송이나 형사소송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전제로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만일 공직자 개인에 대하여 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인 탄핵심판의 결정이 법원을 기속한다면, 동일한 사안에 관해 피청구인에 대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었더라도 그 절차는 탄핵심판절차가 개시되면 정지되거나, 설령 정지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형사재판이 확정된 이후 탄핵심판의 결정 내용에 따라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등의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규정은 전혀 없다. 이것은 법원이 법률의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을 제청한 때에는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이 원칙적으로 정지되고(헌법재판소법 제42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 해당 헌법소원과 관련된 소송사건이 이미 확정된 때에는 당사자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것(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과 다른 점이다. 오히려 헌법재판소법 제51조는 탄핵심판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헌법재판소는 재량적 판단으로 심판절차를 정지하였다가 형사재판의 결과를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즉, 탄핵심판절차와 형사소송절차는 동일한 사안에서 같은 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더라도 서로 별개로 진행되고 각각 독자적 결론에 도달할 수 있으므로, 탄핵심판의 결정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는다.

위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탄핵심판의 결정에 대해서는 법원을 비롯한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하는 효력을 해석상으로 인정할 근거는 없다.

다) 청구인의 주장처럼 파면결정의 일부에 해당되는 피청구인 행위의 중대한 위헌·위법 확인결정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하여 살펴본다.

개인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법적 제재를 부과하여 책임을 묻는 절차에서는 그 행위의 법 위반 여부와 상관없이 행위 주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유가 인정될 경우 행위의 법 위반 여부만을 별도로 확인하는 심판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형사소송법 제326조부터 제328조까지에 규정된 면소판결 및 공소기각의 판결과 결정을 하는 사유들이 그러하다.

헌법재판소는 2건의 선례가 있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절차에서 심판대상을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는지 여부’ 및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을 선고할 것인지 여부’로 확정하여 판단한 후 그 양자를 구별하여 각각에 대응하는 주문, 즉 ‘직무집행의 위헌·위법 확인’ 및 ‘파면결정 또는 심판청구기각’을선고하지 않고, 두 사건 모두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 또는 법률을 위배’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사유가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성’이 있는지 여부의 판단에 따라 하나의 주문으로서 ‘파면’ 또는 ‘심판청구기각’의 결정을 선고하였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20, 625, 657-659; 헌재 2017. 3. 10. 2016헌나1, 판례집 29-1, 1, 8, 14, 46-48 참조). 이것은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고 정한 헌법 제65조 제4항과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단일한 결정을 선고하도록 정한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 및 ‘탄핵의 결정을 하는 경우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정한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제1호에 근거를 둔 것이다. 이러한 탄핵심판절차의 심판대상과 결정 주문의 관계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의 경우와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의 경우를 달리 볼 이유가 없다.

위와 같은 사항들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에서 파면결정의 일부에 해당되는 피청구인 행위의 중대한 위헌·위법 확인결정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근거가 없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라) 탄핵제도 중 ‘공직자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의 추궁’이 아니라 ‘국가기관 사이의 권한질서에 관한 문제’의 성격을 가지는 것은 ‘국회의 탄핵소추의결’ 절차이다.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은 권력분립원칙에 따라 국가기관인 국회가 행정부나 사법부에 소속된 다른 국가기관의 권한을 정지시키는 견제 수단의 성격이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에서 탄핵심판 계속 중 공직 임기만료의 경우와 같이 헌법과 헌법재판소법 등 명문의 규정과 취지 및 공직 박탈과 민주적 정당성의 박탈의 관점에서 탄핵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는 사안임에도 파면 여부와 상관없이 오로지 탄핵사유의 유무에 대한 객관적 해명만을 목적으로 청구인의 주장처럼 ‘피청구인 행위의 중대한 위헌·위법이 있는지 여부’를 심리하여 그에 대한 위헌·위법 확인결정을 한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이 그 실체적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대하여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이것은 국회의 의결로써 피청구인의 권한 행사를 정지한 것이 적법하였는지에 대해서만 판단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으로서, 국가기관인 국회가 다른 국가기관인 피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였는지에 관하여 권한쟁의심판을 하는 것과 같은 내용이 되므로, 탄핵심판과 권한쟁의심판을 달리 규정한 현행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의 체계상 이것이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선례에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은 구체적인 조사를 전제로 하지 않아도 되고, 의결 전 토론이 없는 경우에도 적법하며, 불이익 처분과 관련된 적법절차원칙이 적용되지도 않는다고 보았으므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의 적법성에 관하여 일반적인 권한쟁의심판과 같이 판단할 수도 없다. 또한, 탄핵사유 유무만을 해명하는 심판을 할 경우, 실질상 국회소추의결로 권한 행사를 정지당한 피청구인이 반대로 권한쟁의심판에서 권한의 침해를 주장하는 청구인의 입장이 되는 셈인데, 권한쟁의심판에서도 청구인이 기관의 지위를 상실하였고 그 권한이 승계될 성질의 것이 아닌 경우에는 심판절차가 종료된다(헌재 2016. 4. 28. 2015헌라5, 판례집 28-1상, 574, 578 참조). 탄핵심판 중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기관의 지위를 상실한 후 해당 공직에 새롭게 취임한 사람이 전임자의 탄핵사유에 대한 심판의 일방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국회가 의결한 탄핵소추사유의 유무만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결정을 하는 것은 탄핵심판의 성격뿐만 아니라 권한쟁의심판의 성격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마) 심판의 이익은 본안판단에 나아가는 것이 심판절차의 제도적 목적에 기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로서 본안판단에서 상정할 수 있는 결정의 내용과 효력을 고려하여 판단되는 헌법재판의 적법요건이다.

예를 들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으로 청구인의 권리구제라는 헌법소원제도의 주관적 목적에 기여할 수 있다면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된다. 만약,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이 있더라도 청구인의 권리구제에 기여할 수 없다면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은 부정되지만, 이 경우에도 그 결정이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라는 헌법소원제도의 객관적 목적에 기여할 수 있다면 심판의 이익이 인정된다. 여기서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이 헌법질서의 수호·유지에 기여하는 것은 청구인과 피청구인 이외에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하는 효력에 의하여 보장된다. 이처럼 헌법소원심판에서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부정되는 경우에도 객관적 심판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인용결정이 있을 경우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하는 효력을 통해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라는 목적에 기여하는 헌법소원심판의 기능과 연관되는 것이다. 이 경우 심판의 이익은 기속력 있는 인용결정을 가정하여 인정하는 것이므로, 실제 본안심리의 결과로는 기각결정이 선고될 수도 있다. 이것은 심판의 이익이 본안판단에 논리적으로 선행하는 적법요건이라는 점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인용결정이 청구인의 권리구제에 기여하는 효력을 고려하여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본안심리 결과 기각결정이 선고될 수 있다는 사정을 들어 기속력과 심판의 이익의 관련성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탄핵심판은 직무집행에 있어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를 저지른 공직자에 대한 파면 여부를 결정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는 것을 제도적 목적으로 하고, 그 결정에 피청구인 이외에 모든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를 일반적으로 기속하는 효력이 없으므로, 공직의 박탈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단지 탄핵사유 유무만을 확인하는 결정을 상정한다면, 이러한 결정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에 기여할 수 있는 어떤 법적 기능을 갖지 않는다.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비록 본안에 들어가 탄핵사유가 있다고 확인하더라도 이는 피청구인에 대해서 단지 일사부재리와 같은 절차법상 효력만 있을 뿐이고, 다른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기속력을 갖지 않는다. 위와 같은 경우에 반대로 탄핵사유가 없다고 확인하는 결정을 한다면, 이는 오로지 피청구인의 권한행사를 정지시킨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이 적법하지 않다는 점만 확인하는 것이 되어 탄핵심판과 권한쟁의심판에 관한 현행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의 체계 및 두 심판절차의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오로지 탄핵사유 유무만을 확인하는 내용의 결정을 상정하는 탄핵심판의 이익은 인정될 수 없다.

(다) 소결

따라서, 탄핵심판 계속 중 임기만료로 피청구인이 공직에서 퇴직한 경우에 있어서 탄핵사유 유무만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탄핵심판의 이익은 인정되지 않는다 할 것이므로, 청구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할 것이다.

나. 재판관 이미선의 각하의견

나는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에 동의하나, 그 이유에 관해서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하므로,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1) 우리 헌법은 제65조에서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의한 헌법위반이나법률위반에 대하여 국회의 탄핵소추 가능성을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 헌법상 탄핵심판제도는 민주주의 원리와 법치주의 원리를 바탕으로 일차적으로는 국회에 의한 권력통제를, 궁극적으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통한 헌법의 수호를 그 본질적 기능으로 삼고 있다. 즉 탄핵심판제도는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기관이 그 위임받은 취지에 반하여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는 경우 국민의 대표자인 의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통하여 그 권한을 박탈하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 앞에 책임을 지도록 하고,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의한 헌법침해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고 훼손된 헌법질서를 회복하는 것을 그 목적과 기능으로 하는 것으로, 이는 통상의 사법절차를 통한 책임의 추궁과 구별된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탄핵소추대상자로 국가공무원법에 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당연퇴직되는 법관 및 감사원법에 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직되는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을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에서 역시 탄핵소추대상자로 삼고 있는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에는 모두 국가공무원법상 당연퇴직규정이 적용되는 공무원으로 경찰공무원법에 따라 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선고만으로도 당연퇴직되는 경찰청장, 검사징계법에 따라 징계해임이 가능한 검사, 선거관리위원회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할 경우 해임·해촉 또는 파면되는 각급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이 포함되어 있다. 헌법과 법률은 일부 공직자의 경우 위헌·위법행위가 있는 때에 그 공직을 박탈하는 제도를 구비하고 있음에도 이와 더불어 탄핵심판제도 역시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 헌법이 탄핵심판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위헌·위법행위를 저지른 고위공직자의 공직 박탈 그 자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인 의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통하여 행정부와 사법부가 법치주의원리하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견제하고, 공직자가 직무수행에 있어 헌법을 위반한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 있음을 나타낸다.

한편 징계제도는 공무원의 의무위반 또는 비위사실이 있는 경우 그 공무원의 임용권자 등이 해당 공무원에 대하여 신분상 이익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박탈하여 공무원관계의 질서를 유지하고 공직사회의 기강을 확립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므로, 징계의 속성상 해당 공무원이 재직 중인 경우에만 징계가 가능하고, 징계절차 중에 다른 사유로 공무원의 신분을 상실하면 더 이상 징계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반면, 탄핵제도는 단순히 위헌·위법행위를 저지른 고위공직자 개인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 행정부 및 사법부에 대한 견제를 통해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으므로, 이러한 탄핵제도의 본질 내지 성질상 피청구인이 탄핵심판 중에 계속해서 해당 공직을 보유할 것이 당연히 요구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와 같이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탄핵심판제도의 의의와 기능, 성질 등에 비추어 볼 때, 탄핵심판 개시 당시 공직자의 지위에 있던 피청구인이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중에 다른 사유로 해당 공직을 상실하여 공직 박탈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하여 탄핵심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다수의견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 등 규정의 문언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탄핵결정 선고 당시 피청구인이 해당 공직을 보유하는 것이 반드시 요구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법 규정의 해석에 대해서는 차치하더라도, 헌법이 피청구인의 해당 공직 보유를 탄핵심판절차 유지의 전제조건으로 확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먼저 헌법 제65조 제4항은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 그러나 이에 의하여 민사상이나 형사상의 책임이 면제되지는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고위공직자의 위헌·위법행위에 대한 헌법 수호적 견제장치로서의 탄핵심판절차와 위법행위에 대한 민·형사절차가 구별된다는 의미이지, 헌법이 탄핵결정의 주문으로 파면 이외의 주문은 배제한다거나 탄핵심판 중 피청구인이 해당 공직을 계속 보유할 것을 탄핵심판의 요건으로 설정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또한 헌법 제65조 제3항은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사람이 권한행사를 계속함으로써 위협받을 수 있는 헌법질서 및 공적 직무의 기능과 권위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일 뿐, 탄핵심판 중에 피청구인이 해당 공직을 계속 보유하고 있을 것을 전제한 것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

또한 다수의견은, 탄핵심판을 통한 파면은 피청구인이 공직 취임 시 부여받은 민주적 정당성을 박탈하는 것인데, 탄핵심판 계속 중 피청구인이 공직 임기가 만료된 경우라면 이미 피청구인에게 부여된 민주적 정당성이 상실된 경우이므로 탄핵심판의 절차가 무용하게 된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헌법에서 법관에게 임기를 보장하고 있는 취지는 외부의 각종 영향으로부터 차단되어 있는 독립된 법관만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그 역할을 충분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법관에 대하여 그 신분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반면, 탄핵심판은 국민에 의하여 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기관이 권력을 위임받은 취지에 반하여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이는 고위공직자의 임기가 종료됨으로써 소극적으로 그 임무에서 배제되는 것과는 구별되는 적극적인 형태의 헌법적 징벌인 것이다. 물론 법관의 비위사실을 근거로 재임명을 거부함으로써 법관직에서 배제시키는 등으로 임기제를 활용할 수는 있겠으나, 이러한 점을 이유로 임기제에 의한 임기종료가 위헌·위법행위를 한 고위공직자를 그 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탄핵을 통해 훼손된 헌법질서 또는 법질서를 회복시키는 것을 핵심적 기능으로 하는 탄핵심판절차를 대체할 수는 없다.

이상의 사정을 종합하면, 우리 헌법이 공직의 계속 보유를 탄핵심판의 필수적인 요건으로 규정하여 탄핵심판 계속 중에 피청구인이 다른 사유로 해당 공직을 상실한 경우 탄핵심판의 진행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2) 다만, 헌법은 탄핵심판과 관련하여 탄핵소추의 대상자 및 탄핵소추의 절차, 탄핵소추의결의 효과, 탄핵결정의 효력을 규정한 제65조와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 정족수를 정한 제113조 제1항만 두고 있을 뿐이어서, 탄핵심판의 절차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입법에 위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탄핵심판절차는 헌법재판소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야 할 것인데, 아래와 같은 이유로 현행 헌법재판소법 아래에서 탄핵심판 계속 중 피청구인의 임기가 만료하여 해당 공직에서 퇴직한 경우 심판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가) 먼저,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은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되었을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1) 여기서 ‘심판청구기각’은 실체재판이 아닌 형식재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구 탄핵재판소법(1950. 2. 21. 법률 제101호로 제정되고, 1961. 4. 17. 법률 제601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30조는 “탄핵재판소는 탄핵의 소추를 받은 자가 그 재판 전에 본인이 면관된 경우에는 탄핵의 소추를 기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였고, 구 헌법재판소법(1961. 4. 17. 법률 제601호로 제정되고, 1964. 12. 30. 법률 제1667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16조는 “헌법재판소는 탄핵의 소추를 받은 자가 재판 전에 면직된 때에는 탄핵의 소추를 기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였으며, 구 헌법위원회법(1973. 2. 16. 법률 제2530호로 제정되고, 1988. 8. 5. 법률 제4017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32조는 “탄핵소추를 받은 자가 그 심판 전에 파면된 경우에는 탄핵소추를 기각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위 구법들은 모두 탄핵심판에 관한 규정을 정하면서 ‘탄핵의 소추’, ‘소추를 받은 자’, ‘소추의 기각’ 등의 용어를 사용하였는데,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위 구법들의 내용을 옮겨오면서 ‘탄핵심판의 청구’, ‘피청구인’, ‘청구의 기각’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등 구법에서의 ‘소추’를 ‘청구’로 바꾸어 규정하였고, 이와 같이 ‘청구’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을 기화로 제53조 제2항에서 ‘탄핵소추 기각’을 ‘심판청구기각’으로 변경한 것으로 보일 뿐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의 내용과 이에 대응하는 위 구법들의 해당 조항의 내용 사이에 본질적인 변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위 구법들은 탄핵재판에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였고, 형사소송법은 소송조건이 흠결된 경우 형식재판인 ‘공소기각’의 재판을 하도록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위 각 법률에서 정한 탄핵심판의 ‘소추기각’은 ‘공소기각’에 상응하는 형식재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취지는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에도 그대로 이어진다고 볼 것이다.

2) 그리고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의 ‘파면’은 징계처분에 의한 파면과 같이 별도의 조치에 따른 강제적인 공직 박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의 ‘심판청구기각’을 위와 같이 형식재판의 의미로 이해한다면, 그 취지는 현행법상 탄핵심판이 피청구인의 공직 박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므로, 본안심리 없이 형식재판으로 심판절차를 종결하는 사유인 ‘파면’ 을 징계처분에 의한 파면에 한정하여 이해할 것이 아니라 면직이나 퇴직 등과 같은 일체의 공무원관계 소멸 사유도 포함하여 해석하는 것이 그 취지에 부합한다.

국회법 제134조 제2항은 “소추의결서가 송달되었을 때에는 소추된 사람의 권한 행사는 정지되며, 임명권자는 소추된 사람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소추된 사람을 해임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사임이나 해임을 통하여 탄핵심판을 면탈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탄핵심판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피청구인의 임명권자는 탄핵심판 중에 피청구인의 의사에 따라 또는 이에 반하여 공무원의 신분을 상실시키는 조치를 취할 수 없고, 탄핵심판청구와 동일한 사유에 한정해서만 위 국회법 조항이 적용된다고 제한적으로 볼 것도 아니다. 위 국회법 조항은 1964. 12. 30. 신설된 이후 조문의 위치를 변경하여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으로, 입법자는 소추된 공직자가 임명권자에 의해 강제로 공무원의 신분을 상실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탄핵심판제도를 설계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헌법재판소법이 탄핵심판 중에 발생한 징계파면 등 강제적인 공직 박탈만을 염두에 두고 제53조 제2항을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국회법 제134조 제2항과의 조화로운 해석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른 한편 탄핵소추대상자 가운데 정무직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절차를 통한 파면이나 해임이 가능하지 않고, 법관도 법관징계법상 징계에 의한 파면이나 해임이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의 ‘파면’을 징계파면과 같은 강제적인 공직 박탈의 의미로 한정하여 이해하게 되면, 법관을 포함한 상당수의 탄핵소추대상자에 대하여 위 조항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조항이 된다.

(나) 그밖에 헌법재판소법은 탄핵심판 계속 중에 피청구인이 임기만료 등의 사유로 퇴직할 경우에 있어 탄핵심판절차의 진행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탄핵결정의 주문으로 파면만을 규정할 뿐 위헌 내지 위법확인에 관한 주문을 선고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 이상과 같은 헌법재판소법의 규정 내용을 종합하면,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탄핵소추를 받은 공직자가 탄핵심판의 절차가 진행되는 중에 어떠한 사유로든 공무원의 신분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에는 탄핵심판절차를 종결할 것을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주문과 관련하여 보면,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앞서 본 것과 같이 ‘탄핵소추 기각’의 의미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현행 헌법재판소법이 ‘청구’의 개념을 도입한 마당에 ‘소추 기각’의 주문은 현행 법체계에 부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또한 ‘청구 기각’의 주문은 통상 본안심리에 들어가 실체 판단을 거친 후 청구가 이유 없는 경우에 하는 것이어서, 형식재판을 요구하는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의 취지대로라면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각하’ 주문을 선고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탄핵심판은 피청구인이 심판 계속 중인 2021. 2. 28. 임기만료로 퇴직함에 따라 그 적법요건이 흠결되어 각하할 수밖에 없다.

(3) 이 사건 탄핵심판의 결론을 떠나, 헌법상의 탄핵심판제도가 그 본래의 취지와 기능에 맞게 작동되기 위해서는 입법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직자의 위헌·위법행위가 임기만료 즈음에 행해지거나 그 직전에 소추된 탄핵심판이 사안의 복잡성 등으로 인해 장기화되어 탄핵심판 계속 중에 임기가 만료되어 공무원의 신분을 상실하는 경우 또는 탄핵소추대상자 중 국가공무원법상 당연퇴직규정이 적용되는 공직자가 탄핵심판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공소가 제기되어 탄핵심판 계속 중에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됨에 따라 당연퇴직되는 경우 등에는, 현행 헌법재판소법에 의하면 당해 탄핵심판절차를 종결할 수밖에 없다.

앞서 본 것과 같이 탄핵심판은 공직자에 의한 헌법침해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고 유지하기 위한 제도로서 공직자의 위헌·위법행위에 대한 헌법재판을 통해 국가권력을 통제하고, 나아가 그들에 의한 헌법위반을 경고하고 사전에 방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런데 탄핵심판 계속 중 임기만료나 국가공무원법상 당연퇴직규정의 적용 등으로 공무원의 신분을 상실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탄핵심판을 계속할 수 없다고 본다면 위와 같은 탄핵심판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게 된다.

특히 헌법재판소법 제51조에 의하면,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피청구인에 대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그 형사소송이 종결될 때까지 탄핵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는데, 그 형사소송에서 피청구인에 대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되고 국가공무원법상의 당연퇴직규정이 적용되면 당해 탄핵심판절차는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 물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확정된 경우 공무원의 신분을 상실하게 되므로 사실상 탄핵심판의 취지가 달성된 것으로 볼 수 있고,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에는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간은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 탄핵결정에 따른 공직취임제한의 효과도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는 공직자의 행위가 법률에서 정한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인지에 초점이 맞추어질 수밖에 없어 헌법적 해명이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탄핵심판은 헌법 또는 법률을 위반한 공직자에 대해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손상된 헌법질서를 회복하는 것을 그 핵심적 기능으로 하여 그 기능이나 목적이 형사절차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에는 사면·복권이 가능한 반면, 탄핵결정을 받는 경우에는 사면·복권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탄핵심판 계속 중 공무원의 신분을 상실하더라도 본안판단을 거쳐 위헌·위법확인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탄핵심판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탄핵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효제도 등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하여 볼만하다. 탄핵소추대상자의 헌법 또는 법률 위반으로 의심되는 행위가 행해진 뒤 오랜 기간이 지나 탄핵소추가 이루어질 경우 이미 관련 증거들은 소멸되어 탄핵심판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탄핵소추대상자의 지위도 불안정하여 오히려 그 직무수행에 방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탄핵소추대상자 중 장기간 동안의 재임이 예정되어 있는 법관 등에 대해서는 탄핵소추에 적정한 시효를 마련함으로써 그 신분을 보장하여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도록 한 헌법규정과의 조화로운 운영이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 ‘소추권이 있는 기관이 탄핵소추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안 때로부터 3개월, 연방법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규정을 두어 직무를 위반한 때에는 재판절차의 확정력 있는 종결로부터 6개월, 직무 외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위반을 한 때로부터 2년’ 이내에 탄핵소추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연방헌법재판소법 제50조, 제58조), 이와 같이 소추기간을 제한하는 방법을 통해 탄핵제도를 견제와 균형의 원리 내에서 작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4. 결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는 의견이 5인이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문형배의 심판절차종료의견,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인용의견,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김기영의 인용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다.

5. 재판관 문형배의 심판절차종료의견

나는 피청구인이 법관직에서 퇴직한 이상 심판절차를 종료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의견을 밝힌다.

헌법 제65조의 탄핵제도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위공직자가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하여 권한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탄핵심판절차의 피청구인은 단순한 개인의 지위에서 법적 책임을 추궁받는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공적 직무수행자, 즉 공직자의 지위에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로부터 헌법이나 법률 위반의 법적 책임을 추궁받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탄핵심판 계속 중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공직을 보유하지 않게 되었다면, 피청구인은 더 이상 탄핵심판의 피청구인이 될 자격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이므로, 탄핵심판절차는 이때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다. 국회법 제134조 제2항이 탄핵심판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소추의결서가 송달된 이후 임명권자의 사직원 접수나 해임을 금지한 것 또한 탄핵심판절차에서 피청구인의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직 유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헌법은 제105조 제3항에서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의 임기는 10년으로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연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106조 제1항에서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법관의 임기제 및 연임제를 포함한 신분보장에 관하여 직접 규정하고 있다. 헌법이 이러한 내용을 특별히 규정한 것은 법관의 임기 동안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여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함과 동시에, 법관이 수행하는 직무의 중대성과 국가의 사법보장 책임을 감안하여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등의 경우 그러한 법관을 연임에서 제외함으로써 법관의 성실성과 전문적 숙련성 확보를 통해 사법기능 및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다(헌재 2016. 9. 29. 2015헌바331; 헌재 2020. 4. 23. 2017헌마321 참조). 따라서 연임되지 않는 한 법관은 임기제를 둔 취지와 목적에 따라 임기가 만료됨으로써 그 직에서 당연히 퇴직하는 것이므로 그 퇴직을 저지하는 별도의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탄핵소추의 의결이 있었다고 하여 탄핵심판절차를 계속 진행할 수는 없다.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고 사법의 전문적 숙련성을 담보하기 위해 둔 법관의 임기제 및 연임제와, 법관의 법적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둔 법관 탄핵제도의 관계에 관하여 현행법이 정하고 있지 않은 이상 임기가 만료되면 그로써 법관직을 상실하는 것이고, 그 직의 유지를 전제로 하는 탄핵심판절차는 종료되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탄핵심판 계속 중 임기만료에 의한 퇴직의 경우에도 탄핵심판을 계속할 수 있다거나 탄핵심판 종료 시까지 잔여 임기의 진행이 중지된다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현행법하에서는 이미 발생한 퇴직의 효력을 부정하면서까지 탄핵심판절차가 계속 진행된다고 볼 수 없다. 물론 탄핵심판 계속 중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공직을 상실하였다는 이유로 절차가 종료된다고 하면 탄핵심판제도가 자칫 무용하다거나 이를 악용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할 수 있으나,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되므로(헌법 제65조 제3항)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공직자를 공직에서 배제하여 헌법질서를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심판의 목적이 상당 정도 달성되었다고 할 것이어서 심판절차를 종료한다고 하더라도 탄핵제도를 둔 취지가 몰각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현행 헌법하의 탄핵제도는 국회에 의한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에 의한 탄핵심판절차가 서로 결합되어 있다. 그런데 국회의 탄핵소추절차도 독립된 절차로서 탄핵소추절차와 탄핵심판절차는 구분되어야 하고, 그렇다면 탄핵소추 당시 적법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와 탄핵심판절차 계속 중 새로운 사정이 발생한 경우 그 절차를 계속 진행할 수 있는지 여부는 별개로 평가되어야 한다. 피청구인이 탄핵소추 당시에는 공직을 유지하여 탄핵소추의 대상이 되었지만 탄핵심판절차 계속 중에 그 직에서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더 이상 법관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지 않다면, 이는 탄핵심판절차의 계속을 저지하는 사유로서 탄핵심판절차를 종료하여야 할 사유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탄핵심판은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법관의 신분을 상실한 2021. 3. 1. 그 절차가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주문에서 이를 확인하는 심판절차종료선언을 하여야 한다.

6.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인용의견

우리는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퇴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본안판단에 나아가야 할 심판의 이익이 인정되고, 피청구인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를 하였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가. 피청구인의 임기만료에 따른 퇴직과 심판의 이익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피청구인을 공직으로부터 파면할지 여부를 결정하는심판절차이므로(헌법 제65조 제4항), 원칙적으로는 탄핵심판 결정 시에도 피청구인이 공직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탄핵심판 계속 중 피청구인이 공직을 상실하였다고 하여 그 이유만으로 무조건 심판의 이익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계속 중인 2021. 2. 28. 임기가 만료되어 법관직에서 퇴직하였으나, 아래와 같이 탄핵심판제도의 목적과 기능, 법적 성격, 해당 공직자의 행위에 대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심판의 이익이 인정된다.

(1) 탄핵심판의 의의와 객관소송으로서의 성격

탄핵심판은 일반적인 사법절차나 징계절차에 따라 소추 또는 징계하기 곤란한 행정부의 고위공직자나 법관 등과 같이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 직무상 헌법 또는 법률 위배행위를 한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하여 파면함으로써 침해된 헌법질서를 회복하고 수호하기 위한 절차이다. 특히 탄핵심판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의해 탄핵소추가 개시되고, 피청구인 개인의 비위나 근무 태만과 같은 불성실이 아닌 직무집행에 있어서의 헌법이나 법률 위배행위만을 탄핵소추 사유로 하며,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에 따라 피청구인 개인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고위공직자가 수행하던 국가기관으로서의 권한행사가 정지된다는 점에서(국회법 제134조 제2항, 헌법재판소법 제50조), 국회와 국가기관으로서의 탄핵대상자, 즉, 국가기관 사이의 문제를 다루는 절차로 볼 수 있다(헌재 2017. 3. 10. 2016헌나1 참조). 탄핵심판은 국회에 의한 민주적·대의적 권력통제수단이자 헌법재판소에 의한 기능적 권력통제수단으로서 행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권력통제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점에서 탄핵심판은 헌법질서를 훼손한 고위공직자 개인에 대한 공직의 강제 박탈이라는 주관소송으로서의 성격뿐만 아니라 무너진 헌법질서의 회복과 수호를 목적으로 하는 객관소송으로서의 성격도 강하게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고위공직자가 탄핵소추된 이후에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개인적 차원의 책임추궁이 어렵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바로 그 이유만으로 심판의 이익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는 없고, 헌법질서의 회복과 수호의 관점에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심판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다.

(2) 탄핵심판의 실효성 확보와 관련 법령의 취지

탄핵심판은 고위공직자의 위헌·위법행위에 대한 헌법적 통제를 통해 그들에 의한 헌법위반을 경고하여 사전에 방지하고 국가권력을 통제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공직자의 임기만료가 임박한 시점에 탄핵소추의결이 이루어지거나 탄핵심판이 여러 사유로 장기화되어 심판계속 중 임기만료로 퇴직한 경우 일률적으로 심판의 이익이 소멸된다고 보면, 헌법질서수호와 고위공직자에 대한 권력통제장치로서의 탄핵심판 본래의 목적과 기능은 달성할 수 없게 된다. 임기가 정해진 공무원은 시간의 경과만으로 당연히 퇴직하게 되므로, 임기만료일이 가까워질수록 탄핵심판이 국가권력의 주요 담당자에게 갖는 경고와 예방의 기능은 약화되고, 행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권력통제장치로서의 탄핵심판의 기능 또한 작동하기 어렵게 된다. 그런데 국회의 의결을 거쳐 탄핵소추된 고위공직자의 행위에 대해 심판계속 중 임기만료 퇴직을 이유로 아무런 헌법적 해명도 하지 않는다면, 이는 헌법이 헌법재판소에 부여하고 있는 헌법수호의 책무를 외면하는 것으로서 결과적으로 고위공직자의 임기만료 근접 시기에 이루어진 위헌·위법행위에 대한 헌법적 통제를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현행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은 탄핵심판 도중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퇴직한 경우 탄핵심판절차와 관련하여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런데 국회법 제134조 제2항이 임명권자로 하여금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하지 못하도록 하여 헌법질서의 회복과 수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탄핵심판의 기능이 당사자 등의 선택에 따라 임의로 무력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보면, 탄핵심판 계속 중 피청구인이 임기만료 퇴직으로 그 직을 유지하고 있지 않더라도 탄핵심판의 실효성 확보 차원에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탄핵심판제도의 목적과 실효성 확보의 필요성, 위 국회법 조항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법관과 같이 임기가 정해진 공무원이 임기만료로 퇴직하였다고 하여 일률적으로 심판의 이익이 소멸된다고 볼 수 없다.

(3) 탄핵심판에서의 심판대상

헌법재판소는 두 차례에 걸친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그 심판대상이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는지의 여부 및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을 선고할 것인지의 여부’임을 밝혔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헌재 2017. 3. 10. 2016헌나1 참조).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탄핵심판에서 피청구인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였는지 여부’와 그 위반의 ‘중대성’에 대한 판단은 파면 여부 그 자체에 대한 판단 못지않게 핵심적인 부분이다. 따라서 탄핵심판에서 피청구인이 해당 공직에서 퇴직하였다고 하여 그 사유만으로 심판의 이익이 바로 소멸된다고 볼 수 없다.

피청구인의 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얼마나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인지를 규명하는 것은 침해된 헌법질서를 회복하고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중요한 심판의 이익이 된다.

(4) 법관탄핵제도와 이 사건에서의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

법관탄핵제도는 법관의 위헌·위법한 행위로부터 헌법을 수호함과 동시에 헌법에 의해 신분보장을 받는 법관이라도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을 한 경우에는 탄핵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경고함으로써 법관의 위헌·위법행위를 사전에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독립이 보장되는 사법부 조직의 특성상 사법부 내부에서의 재판의 독립 침해 문제는 내부 고발이나 폭로가 있기 전까지는 외부에 알려져 공론화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외부로 그 사실이 알려진다고 하더라도 이미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거나 그 실체적 규명에 장시간을 요하는 경우가 많아 막상 책임을 묻고자 하는 시점에서는 징계소멸시효가 완성되는 등 그 책임을 추궁할 방법이 없게 될 수 있다. 사법부 내부로부터 발생하는 법관의 독립 침해는 민주주의와 더불어 우리 헌법질서의 핵심 축인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매우 중대한 문제임에도 현실적으로는 그 책임추궁이 매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사법부 내부에서 발생한 재판상 독립 침해 문제가 위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로 아무런 해명 없이 그대로 방치된다면, 이는 우리 헌법질서에서 중요 핵심 기능인 사법기능의 정상적인 작동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은 사법부 내부로부터의 재판의 독립 침해가 문제되어 탄핵소추의결까지 이루어진 최초의 법관 탄핵 사건으로, 사법부 내부에서 직무감독 내지 사법행정의 담당자가 구체적인 사건의 재판업무에 개입하여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였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인 사안이다. 따라서 우리 헌법질서 내에서 재판 독립의 목적과 의의, 재판의 독립을 보장받는 법관의 헌법적 책임 등을 분명히 밝힐 수 있는 기회이며, 법관의 위헌·위법행위의 경계를 획정해 줌으로써 이를 통해 향후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 사법부 구성원인 법관들의 위헌·위법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

물론 헌법은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고 법관의 성실성과 전문적 숙련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관의 임기제와 연임제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관의 임기제와 연임제가 오히려 위헌·위법행위를 한 법관에 대한 책임면탈의 수단이 되어 탄핵심판절차의 계속을 저지하는 역할을 한다면, 이는 이러한 제도를 둔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제도의 실효성도 무력화시킬 것이다.

피청구인이 탄핵심판 계속 중 임기만료로 법관직에서 퇴직하였다고 하더라도, 사법행정 담당자로서 다른 법관의 재판에 관여한 피청구인의 행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중대한 법위반인지 여부를 규명하여 사법행정권의 한계를 밝히고 사법부 내부로부터 발생하는 법관의 독립 침해 문제를 해명하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기능적 권력통제로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 침해 문제를 미리 예방하는 경고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의 임기만료 퇴직에도 불구하고 사법부 구성원인 법관들에 대한 경고적 기능의 수행을 통해 헌법질서를 수호·유지하기 위한 심판의 이익은 여전히 인정된다.

(5) 기속력과 심판의 이익의 관계

헌법재판소법은 법률의 위헌결정이나, 권한쟁의심판의 결정,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의 효력을 실효적으로 담보하기 위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까지 결정의 구속력을 확장하는 기속력 규정(제47조 제1항, 제67조 제1항, 제75조 제1항, 제6항)을 두고 있지만, 탄핵심판 결정에 대해서는 이러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탄핵심판에서는 파면결정이 내려지더라도 결정 자체의 효력에 의하여 피청구인의 공직이 즉시 박탈되고, 파면결정에 따른 장래의 공직취임 제한이나 공무원연금법상의 불이익 등은 모두 법률에 의하여 직접 효력이 발생하므로, 결정의 실효성 확보를 이유로 다른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까지 기속력을 확장할 필요성이 크게 요청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기속력 규정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다른 국가기관에게도 헌법재판소 결정의 효력을 확장시킬 것인지에 관한 문제이고, 이에 반해 심판의 이익은 헌법재판소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본안판단에 나아가 헌법적 해명을 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관한 문제이므로, 이 둘의 기능은 서로 같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헌법질서의 수호·유지의 관점에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고 본안판단에 나아갈 수 있으며, 그러한 본안판단을 거쳐 내려진 헌법재판소 결정에 기속력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그 이후의 문제로서 심판의 이익 인정 여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의 관점에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고 본안판단에 나아가더라도 기속력이 인정되지 않는 합헌결정이나 기각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은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되어 본안판단에 나아갈 필요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심판의 이익 문제와 그에 관한 심리의 결과 내려진 결정의 효력에 관한 기속력의 문제가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6) 소결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탄핵심판은 객관소송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점, 임기가 정해진 공무원의 위헌·위법행위로부터 탄핵심판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큰 점, 특히 우리 헌법이 재판의 독립 보장을 위하여강한 신분보장을 하고 있는 법관에 대해 그 헌법적 책임을 규명함으로써 법관들의 위헌·위법 행위에 대해 경고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비록 피청구인이 탄핵심판 계속 중 임기만료로 퇴직하였더라도 심판의 이익이 인정된다.

나.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이 소추사유에 포함되는지 여부

(1) 피청구인은 2018. 10. 4.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 재판에 관여하였다는 이유로 견책의 징계처분을 받았다(대법원 2018법징제15호). 피청구인은 탄핵심판이 징계적 제재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징계처분을 받은 사유와 동일한 사유로 탄핵소추하는 것은 일사부재리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2) 헌법 제1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하여 이른바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처벌’은 원칙적으로 범죄에 대한 국가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을 의미하고, 국가가 행하는 일체의 제재나 불이익처분이 모두 그 ‘처벌’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헌재 2020. 11. 26. 2019헌바12 참조).

징계는 공무원의 의무위반 또는 비행에 대하여 공무원관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임용권자에 의해 부과되는 행정상 제재로서 국가형벌권의 실행인 과벌에 해당하지 않고, 탄핵심판 또한 형사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탄핵심판에 따른 파면도 위 ‘과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에 대한 심판청구가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이중처벌금지 내지는 일사부재리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3) 한편, 탄핵과 징계는 모두 신분보장을 받는 법관에 대해 신분상 불이익을 가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탄핵은 일반적인 사법절차나 징계절차에 따라 소추 또는 징계하기 곤란한 행정부의 고위직 공무원이나 법관 등과 같이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을 의회가 소추하여 파면하는 절차로서(헌재 1996. 2. 29. 93헌마186 참조), 고위공직자를 그 직에서 물러나게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탄핵을 통하여 훼손된 헌법질서를 복원시킴으로써 해당 국가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는 헌법질서의 회복, 특히 법치주의의 수호를 목적으로 하고, 그 사유 또한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헌법 제65조 제1항)로 국한되며, 최종적 결정권이 독립된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에 있다.

이에 반해 징계는 공무원관계의 질서를 유지하고 기강을 숙정하는 내부감독작용으로 법관에 대한 징계청구권자는 해당 법관이 속한 법원의 장 또는 대법관, 대법원장 등이 되고, 대법원에 법관징계위원회가 설치되며, 징계의 처분과 집행은 대법원장이 하게 된다. 그 사유 또한 포괄적이며 법관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한 경우뿐만 아니라, 법관이 그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도 징계사유에 포함된다(법관징계법 제2조). 따라서 탄핵과 징계는 그 목적과 성격이 다른 별개의 제도라 볼 수 있다.

법관징계법에서도 탄핵절차가 징계와 달리 헌법에서 특별히 인정된 책임추궁 절차임을 고려하여 징계절차와 탄핵절차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 징계절차를 정지시키고 탄핵절차를 우선하도록 하고 있으며(제20조 제1항), 헌법재판소법 또한 징계와 탄핵의 성질이 다름을 전제로 하여 탄핵심판의 경우 행정소송법이 아닌 형사소송법을 우선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40조).

(4) 이상과 같이 탄핵과 징계는 이중처벌금지원칙에서 말하는 처벌에 해당하지 않고, 그 목적과 성격이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탄핵이 징계에 우선하므로, 피청구인이 이미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에 대한 재판개입으로 징계처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탄핵소추 사유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며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에 포함된다.

다. 탄핵심판의 요건

(1) 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헌법재판소법 제48조는 위 헌법조항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면서 제53조 제1항에서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탄핵소추사유가 존재하는지, 즉 피청구인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하고, 그러한 법위반이 공직에서 파면할 수 있는 이유가 되는지 여부, 다시 말해 그 위반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인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헌재 2017. 3. 10. 2016헌나1 참조).

(2) 이 사건에서는 소추사실을 ① ○○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고합1172), ②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고약27976), ③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고합1256)으로 구분하여 먼저 피청구인이 그 직무를 집행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한 뒤, 이어 피청구인의 법위반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지 여부를 살펴본다.

라. 피청구인의 행위가 직무집행에 있어서 한 행위인지 여부

헌법 제65조 제1항은 ‘직무집행에 있어서’ 한 행위를 탄핵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직무’란 법제상 소관 직무에 속하는 고유 업무 및 사회통념상 이와 관련된 업무를 의미하므로, 직무상 행위란, 법령·조례 또는 행정관행·관례에 의하여 그 지위의 성질상 필요로 하거나 수반되는 모든 행위나 활동을 말한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헌재 2017. 3. 10. 2016헌나1 참조). 따라서 해당 공무원의 소관 직무행위뿐만 아니라 소관 직무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이루어진 행위, 소관 직무집행의 기회에 직무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행위 등이 모두 직무상 행위에 포함되어 ‘직무집행에 있어서 한 행위’가 된다.

(1) 피청구인의 직무와 권한

피청구인은 2014. 2. 13.경부터 2016. 2. 10.경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1심 형사단독 재판에 대한 항소심 재판과 구속적부심, 형사보상 등 신청사건에 관한 재판업무를 담당하였고, 법원장의 위임을 받아 사건을 배당하거나(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제9조 제1항), 적시처리 필요 후보 중요사건을 주무과장으로부터 보고받아 선정하거나[적시처리가 필요한 중요사건의 선정 및 배당에 관한 예규(재일2006-1) 제3조], 법원의 공보관을 지휘함으로써 홍보업무에 관여하는[법원홍보업무에 관한 내규(2006. 3. 6. 내규 제341호로 개정된 것) 제6조 제2항] 등 사법행정업무를 담당하였다.

한편, 구 ‘중요사건의 접수와 종국 보고’ 예규에 따르면 해당 사건의 주무과장은 보고책임자로서 중요사건이 접수되거나 종국된 때 지체없이 재판사무시스템에 필요적 입력사항을 전산입력한 후 전자메일을 전송하는 방법으로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는데(재일 83-1)(2010. 5. 13. 재판예규 제1306호로 개정되고, 2018. 9. 6.재판예규 1700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2조, 제4조 제1항), 피청구인과 담당 주무과장의 진술에 의하면, 실제는 ‘담당 주무과장-담당국장-수석부장-법원장’ 순으로 내부결재가 이루어진 다음, 주무과장이 법원행정처에 발송하는 방식으로 보고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재과정을 보면, 피청구인은 중요사건 보고에 있어 사실상 중간결재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피청구인은 또한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의 지시를 받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법관에 대한 근무평정 초안을 작성하거나 법원장이 정한 원칙을 바탕으로 다른 민사, 파산 수석부장과 의논하여 사무분담에 관한 초안을 작성하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피청구인의 직무와 권한 및 실제로 행한 업무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청구인은 배당된 사건의 재판업무 외에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부 사건의 배당 주관자이자 중요사건 보고의 사실상의 중간결재자로서 중요사건의 접수나 종국 등 진행상황 보고를 위한 현황 관리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부 사건에 관한 공보관의 홍보업무 지휘 등 사법행정상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2) 피청구인의 행위가 ‘직무집행에 있어서 한 행위’인지에 대한 판단

(가) ○○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부분

○○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은 구 ‘중요사건의 접수와 종국 보고’ 예규에 따른 중요사건이다. 위 사건은 피해자가 현직 대통령이고 ○○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이 쟁점이 된 사건으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여러 언론에서 보도되는 등 정치적·사회적 파장이 크다는 이유로 2014. 10. 10. 접수 즈음 법원행정처에 중요사건으로 접수보고가 이루어졌고, 이후 수차례의 재판진행 경과보고가 있었으며, 2015. 12. 17. 선고 후 종국보고되었다.

피청구인은 중요사건으로 접수보고된 이 사건의 재판장에게 재판진행 상황에 관한 현황을 요청한 바 있고, 서울중앙지방법원 내부 전산 시스템에 접속하여 이 사건의 정보를 취득하였으며,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2015. 8. 12.자 ‘서울중앙지법 주요 형사사건 현황(대외비)’과 2015. 9. 1.자 ‘서울중앙지법 주요 형사사건 현황 보고(대외비)’를 작성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장에게 보고한 바 있다. 위 2015. 8. 12.자 보고서는 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에서도 발견되었고, 2015. 9. 1.자 현황보고서는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의 대법원장 업무보고를 위한 자료로서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외에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도 이메일로 보고되었다. 2015. 10. 19.에는 피청구인이 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위 사건의 결심일과 선고기일 등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피청구인은 법원행정처의 고위직 법관인 임□□으로부터 이 사건 기사가 허위인 점이 법정이나 판결 이유에서 밝혀져야 한다는 등 여러 의견을 전달받고, 위 사건의 재판장에게 2015. 2. ~ 3.경 ‘이 사건은 대통령이 피해자이고, 카○○가 일본 언론인이라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언론의 관심도 많은 사건이다. 여성 대통령이 모처에서 다른 남성을 만났다는 부분은 아주 치명적인 부분이고 국민들의 관심도 많은 사건이니 이 부분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나면 그 부분을 명확히 정리해 주고 가는 것이 좋겠다.’는 등의 요구를 하였으며, 변론종결 후인 2015. 11.경에도 위 사건의 재판장을 불러 ‘카○○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하더라도 무죄라고 단순하게 끝내지 말아라. 일단 판결 선고를 한 이후에 카○○가 한 행위가 비록 무죄이기는 하나, 카○○가 한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점은 분명히 밝히는 것이 좋겠다. 특히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여성 대통령을 희화화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난받을 소지가 충분히 있으나, 언론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법리적으로 부득이 무죄를 선고한다는 취지를 밝혀주라. 무죄 판결을 선고하는 것을 전제로 구술본 말미 부분을 추가하고 그것을 검토하기 위해 보내달라.’고 요구하였고, 선고일 즈음에는 ‘외교부 공문이 도착할 예정이니 이를 양형자료로 법정에서 고지하라.’는 취지의 요구를 하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이던 피청구인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부 사건의 배당 주관자이자 사실상의 중요사건 보고의 중간결재자로서 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에 중요사건의 진행상황이나 현황 등을 보고하는 업무를 수행하던 중 자신이 현황 파악을 하고 있던 이 사건과 관련하여 위와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는 피청구인이 자신의 직무인 중요사건 현황 파악과 이에 대한 보고업무 등을 행하는 직무집행의 기회에 그 직무와 관련하여 한 것이므로,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직무집행에 있어서 한 행위에 해당한다.

(나)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에 대한 부분

야구선구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도 구 ‘중요사건의 접수와 종국 보고’ 예규에 따른 중요사건이다. 이 사건은 유명 야구선수가 피고인인 사건으로서 사회적 관심과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는 이유로 2015. 12. 30. 접수 즈음 법원행정처에 중요사건으로 접수보고되었고, 2016. 1. 14. 약식명령 발령 후 종국보고되었다.

피청구인은 2016. 1. 14. 위 약식명령 사건의 담당 판사가 공판절차에 회부하는 결정을 하였다는 보고를 받고, 중요사건 종국보고에 관한 중간결재를 하는 과정에서 중요사건 보고 담당자인 주무과장에게 법원행정처에 대한 중요사건 보고 등 후속절차 보류를 지시하고, 담당 판사를 자신의 사무실로 호출하여 공판절차회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요청하였다.

담당 판사는 알겠다고 답한 뒤 실무관에게 후속절차의 보류를 지시하고, 동료 판사들의 의견을 들은 뒤 공판절차회부 대신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하기로 결정하고, 피청구인에게 그러한 취지를 보고하였다.

피청구인의 이러한 행위 역시 사실상의 중요사건 보고의 중간결재자로서 중요사건 종국보고 결재의 기회에 피청구인의 소관 업무와 관련하여 한 행위이므로 직무집행에 있어서 한 행위에 해당한다.

(다)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에 대한 부분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은 구 ‘중요사건의 접수와 종국 보고’ 예규에 따른 중요사건이다. 이 사건은 해고 근로자들을 위한 집회에 참가했던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로 기소되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었던 사건인데, 2014. 11. 5. 접수 즈음 법원행정처에 중요사건으로 접수보고되었고, 2015. 8. 20. 판결선고 후 종국보고되었다.

위 사건의 재판장은 2015. 8. 20. 오후 3시경 법정에서 판결문 원본으로 판결을 선고하면서 유죄 및 무죄 이유의 요지와 양형이유 등을 설명하였고, 주심판사는 같은 날 오후 3:50경 위 판결문 원본을 등록하였다.

위 사건의 재판장은 주심판사의 위 판결문 원본 등록 즈음 공보관에게 판결문과 설명자료를 송부하였고, 공보관은 오후 4:07경 피청구인에게 위 사건의 판결문과 설명자료를 이메일로 보고하였다.

피청구인은 위 사건의 판결문과 설명자료를 확인한 후 공보관에게 언론 배포를 잠시 보류하라고 지시한 뒤, 위 사건의 재판장을 불러 위 판결문의 2∼3군데 정도 표현을 직접 지적하며 양형의 이유 부분을 수정하도록 요구하였다.

이에 재판장은 주심판사와 의논하여 양형이유를 수정한 뒤 공보관에게 수정된 판결문과 설명자료를 이메일로 보냈고, 공보관은 이를 다시 피청구인에게 이메일로 보고하였다.

피청구인은 수정된 판결문을 확인한 뒤 같은 날 오후 5:26경 공보관에게 배포해도 좋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고, 오후 5:46경 위 사건의 재판장에게도 판결문을 정리하느라 수고가 많았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주심판사는 같은 날 오후 5:54경 수정된 판결문 원본을 등록하였다.

피청구인이 위와 같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위에서 이미 법정에서 판결서 원본에 의하여 선고된 판결임에도 불구하고 공보관으로부터 이메일을 통해 위 사건 판결문과 설명자료를 보고받은 다음, 담당 재판장에게 양형 이유의 수정을 요구한 뒤, 수정된 판결서를 다시 보고받아 확인하고 언론 배포 등을 지시한 것은 피청구인이 법원 홍보업무에 관해 공보관을 지휘하는 업무를 행하는 기회에 그 직무와 관련하여 한 행위로서 직무집행에 있어서 한 행위에 해당한다.

(라) 소결

피청구인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중요사건 보고나 법원 홍보에 관해 공보관을 지휘하는 업무를 행하는 기회에 구체적인 사건에 관하여 담당 재판장이나 주심판사에게 특정한 내용의 소송지휘, 공판절차회부에 대한 재고, 이미 선고된 판결의 판결서에 대한 이유 수정 등을 요구한 것은 모두 소관 직무집행의 기회에 그 직무와 관련하여 한 행위이므로, 직무집행에 있어서 한 행위라 할 것이다.

마. 피청구인의 행위가 헌법 또는 법률을 위배하였는지 여부

(1) 쟁점 정리

(가) 헌법 제65조 제1항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를 탄핵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헌법’은 명문의 헌법규정뿐만 아니라 불문헌법도 포함되고, ‘법률’에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이와 동등한 효력을 가지는 국제조약 등이 포함된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헌재 2017. 3. 10. 2016헌나1 참조).

(나) 청구인은 먼저 피청구인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다른 법관의 재판에 개입하여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보장하는 헌법 제103조, 사법권 독립을 보장하는 헌법 제101조 제1항, 공무원의 책임과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헌법 제7조,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 제27조 제1항 등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한다.

피청구인은 다른 법관의 재판에 개입하였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되었으므로, 이 사건에서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103조 위반 여부가 문제된다.

다만, 법관의 재판상 독립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통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법의 지배라는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므로,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 제27조 제1항 위반 여부의 문제와도 관계된다.

또한, 헌법 제101조 제1항이 보장하는 사법권 독립에는 법원의 조직상 독립과 그 구성원인 법관의 독립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므로, 헌법 제101조 제1항 위반 여부의 문제도 관계된다.

한편, 법관도 공무원이므로 헌법 제7조에 따른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부담하고, 법관이 국민 전체에 대해 지는 책임은 사법부의 구성원으로서 법원의 조직상 독립과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수호하여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은 헌법 제7조 위반 여부와도 관계된다.

그러나 법관이 다른 법관의 재판에 개입하였는지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재판의 독립을 수호할 책임이 있는 법관이 다른 법관의 재판에 개입하여 재판상 독립을 침해하였는지가 핵심이므로, 이하에서는 헌법 제103조 위반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다) 그리고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행위가 국민주권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1조, 적법절차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12조, 합의부의 심판권을 규정한 구 법원조직법 제7조, 합의의 비공개와 합의방법을 규정한 법원조직법 제65조, 제66조, 재판의 선고 방식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38조, 제42조, 약식사건의 공판절차회부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450조 등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 취지는 결국 피청구인이 해당 합의부 또는 단독판사가 심판권을 가진 재판에 개입하여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였다는 것에 다름 아니므로, 이들 주장에 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

(2) 법관의 재판상 독립과 법관의 책임

(가) 법관의 재판상 독립의 의의

사법권의 독립은 권력분립을 그 중추적 내용의 하나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특징적 지표이자 법치주의의 요소이다(헌재 2016. 9. 29. 2015헌바331 참조).

헌법 제101조 제1항은 사법권을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도록 규정하여 조직·운영·기능면에서 법원의 독립을 보장하고, 제103조는 법관이 재판을 함에 있어 법과 양심에 따른 구속 이외에 어떠한 외부적인 압력이나 간섭을 받지 않도록 법관의 직무상 독립, 즉, 재판상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헌법은 법관의 자격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임기를 보장하며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않도록 하는 등(제101조 제3항, 제105조, 제106조 제1항 등 참조)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법원의 독립, 법관의 재판상 독립, 신분보장 등은 모두 사법권 독립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그런데 구체적 분쟁에 관하여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리는 사법기능은 법관의 재판상 독립과 이를 전제로 한 재판의 공정성이 확보될 때에만 유지될 수 있으므로, 사법권 독립의 핵심은 헌법 제103조가 정한 법관의 직무상 독립인 ‘재판의 독립’에 있다. 법관의 재판상 독립이 확보되어야 이를 토대로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온전히 실현되고 사법 본연의 목적인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관의 재판상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은 불가분적 관계에 있으므로, 재판의 독립성 확보는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전제로서 헌법 제27조에 규정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헌재 2016. 9. 29. 2015헌바331 참조).

(나) 사법행정과 재판의 독립 침해 가능성

사법권 독립의 핵심은 법관의 재판상 독립 보장에 있으나, 우리 헌법의 해석상 사법행정권도 사법권 독립의 일환으로 법원의 권한에 속하고(헌법 제101조, 제108조),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에 법원행정처를 두고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면서 사법행정사무에 관하여 관계 공무원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법원조직법 제9조, 제13조, 제19조), 법관도 사법행정의 영역에서는 직무감독권자의 지휘·감독을 받게 된다.

그러나 사법행정사무는 궁극적으로 법원 조직의 독립과 법관의 독립 등 사법권 독립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관의 독립이나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행하여져서는 안 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법행정사무 안에는 법관에 대한 인사, 보직 발령, 사무분담, 근무평정 등 인사 관리 업무가 포함되어 있고, 사법행정조직은 수직적 체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사법행정사무를 담당하는 자들이 이를 이용하여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침해할 위험성은 항상 존재한다.

과거 사법부는 다른 국가기관으로부터 사법권의 독립을 확보하는 것이 최대 과제였다면, 오늘날에는 사법행정의 관료화 내지 중앙집권화에 따른 법원 내부에서의 사법권 독립 확보가 문제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사법행정조직을 통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침해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사법부 내부로부터의 이러한 위협을 차단하기 위한 법관의 독립성·책임성 확보 방안과 제도적 보완이 사법권 독립의 새로운 관건이 되고 있다.

(다) 재판의 독립과 법관의 책임

법관의 재판상 독립은 법치주의를 실현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헌법 제103조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보장하는 규정일 뿐만 아니라 법관 스스로도 다른 국가기관이나 법원 내부는 물론 소송당사자나 그 밖의 사회적·정치적 세력으로부터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여야 한다는 법관의 책임을 인정하는 규정이다. 즉, 헌법 제103조는 법관의 독립적인 권한 행사의 근거임과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법관의 책임에 관한 근거 규정인 것이다.

헌법은 모든 공무원에 대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책임과 정치적 중립의무를 규정하면서도(제7조),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헌법수호의무(제66조 제2항, 제69조)나 겸직제한의무(제43조), 청렴의무(제46조 제1항), 지위남용금지의무(제46조 제3항) 등 그 직무수행과 관련된 구체적인 의무규정을 추가로 두고 있는 데 반해, 법관에 대해서는 이들과 달리 위 헌법 제103조 외에 직무수행과 관련된 의무를 구체적으로 부과하거나 특정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는 ‘재판’이라는 독립된 직무수행을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재판의 공정성이 법관에 대한 특정한 의무 부과나 행위의 금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관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사법판단을 보장함으로써만 실현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법관이 행하는 사법작용은 국민의 사법에 대한 신뢰로부터 출발한다. 재판작용을 통해 법질서를 평화롭게 유지할 수 있는 사법의 힘은 국민이 사법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법원의 판단을 수용하는 데서 나온다. 국민은 사법의 공정성이나 불편부당성이 사법부 외부에 의한 규제나 통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관의 재판상 독립에 대한 보장으로부터 구현된다고 믿는다. 따라서 법관이 대내외적으로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전제조건이 무너지면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사법부 독립의 제도적 기반도 흔들리게 된다.

결국 헌법 제103조가 규정한 법관의 책무 속에는 법관이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거나 침해하지 않을 책임이 포함되어 있고, 이는 곧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을 책임이 법관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법부 스스로도 이러한 법관의 헌법상 책무를 담보하기 위해 법관윤리강령에서 법관은 모든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사법권의 독립을 지켜야 하고(제1조),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동을 하여서는 안 되며(제3조 제1항), 다른 법관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하여서는 안 되고(제5조 제2항), 재판에 영향을 미치거나 공정성을 의심받을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법률적 조언을 해서는 안 된다(제5조 제3항)고 규정하고 있다.

(라) 독립성이 보장되는 재판의 의미

독립성과 공정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법관의 재판이란 인적·물적으로 독립된 제3자인 법원이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구체적인 분쟁이나 법위반의 여부를 법규범을 기준으로 하여 유권적으로 판단하는 작용이므로, 소송법적 의미에 있어서의 재판뿐만 아니라 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이나 법관이 소송절차의 파생적·부수적 사항에 대해 하는 공권적 판단, 사실행위 등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의 재판작용을 말한다. 구두변론, 기일결정, 증인이나 감정인 신문, 준비절차의 결정, 소송지휘, 증거판단, 심리의 성숙에 관한 판단, 법정경찰권 행사, 판결서 작성, 판결의 경정 등이 모두 재판업무에 포함된다. 그러므로 법관은 자신의 위와 같은 재판업무 수행이나 다른 법관의 재판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독립성과 공정성을 침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마) 재판의 독립 침해 판단 기준

재판업무는 법률가의 전문적인 영역일 뿐만 아니라 법의 해석·적용에 관한 권한은 오로지 법관에게 맡겨져 있으므로, 그 결과가 법관의 불편부당하고 공정한 판단의 결과였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존재하기 어렵다.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은 사법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핵심적인 사항임에도 이를 알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존재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판단은 결국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에 따라 사법기능을 담당하는 법관에게는 국민의 이러한 신뢰에 손상을 가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이 주어진다.

법관이 독립하여 ‘공정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신뢰는 법관 스스로 선입견이나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불편부당하게 재판한다는 법관의 주관적인 인식에 대한 신뢰와 이러한 인식을 가진 법관이 구체적으로 형성하는 재판과정이 독립적이고 공정할 것이라는 신뢰에 기반하고 있다. 그런데 법관의 주관적인 인식이나 판단의 공정성은 외부에서 확인하거나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법관이 구체적으로 형성한 재판과정, 즉 재판의 외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므로 법관이 다른 법관의 재판과정에 개입하거나 간섭하여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의심이 드는 외관을 현출하였다면, 이는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예컨대, 사법행정상 직무관리·감독이나 지휘 권한을 가진 법관이 그러한 지위에서 재판업무에 개입하여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을 의심케 하는 외관을 형성하였다면, 이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해하는 행위로서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보장하는 헌법 제103조 위반이 되는 것이다.

(3) 피청구인 행위가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것인지 여부

(가) ○○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 개입과 재판의 독립 침해

이 사건 당시 피청구인은 형사부 소속 판사들에 대한 인사권이나 평정권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법원장의 지시를 받아 사무분담이나 법관 평정에 관한 초안을 작성하는 업무를 하였으므로, 사실상 법관들의 사무분담이나 평정과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피청구인은 이러한 영향력을 가진 지위에 있으면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의 담당 재판장에게 이 사건 기사가 허위인 점이 드러나면 법정에서 밝히라고 요구하거나, 위 사건의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임을 분명히 하고 언론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법리적으로 부득이 무죄를 선고한다는 취지를 밝혀야 한다고 하면서 이러한 선고의 내용을 피청구인이 미리 확인하여 검토할 수 있도록 구술본 말미 부분을 추가하여 보내달라고 요구하거나, 담당 재판장이 보내 준 구술본 말미 파일의 내용을 다른 내용으로 수정하여 보내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재판에 개입하였다. 결국 위와 같은 피청구인의 행위는 특정 재판부의 구체적인 사건에 개입하여 재판상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것이므로, 헌법 제103조 위반에 해당한다.

피청구인은 위와 같은 행위가 선배 법관으로서 한 조언에 불과한 것이고, 담당 재판부도 그 취지에 공감하여 합의를 거쳐 독립하여 재판한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재판이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피청구인은 사법행정의 총괄기구인 법원행정처의 고위직 법관으로부터 재판의 진행이나 내용에 관한 의견을 전달받고 형사수석부장판사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위와 같은 행위에 나아간 것이므로, 이를 단순한 동료 또는 선후배 법관 사이의 조언이나 의견 제시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후 담당 재판부의 합의나 동의가 있었다고 하여 이미 훼손된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는 것도 아니다.

(나)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 개입과 재판의 독립 침해

이 사건 담당 판사는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기록을 검토한 후 수사미진 등의 의심이 들어 공판절차에 의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보아 공판절차에 회부하기로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담당 판사를 불러 ‘다른 법관의 의견을 더 들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여 공판절차회부에 대해 재고하도록 요청하였다.

약식명령을 공판절차에 회부할 것인지 여부는 담당 판사의 판단 영역이며(형사소송법 제450조), 재판상 독립을 천명하고 있는 헌법의 취지나 심급제도를 통해 판결에 대한 불복을 보장하고 있는 현행 소송법 체계에 비추어 볼 때, 사법행정상 지휘 권한을 가진 자라도 위와 같이 재판에 개입하는 것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 잘못을 바로 잡는다거나 더 나은 결정 또는 보다 좋은 재판이 될 수 있게 조언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상급자가 구체적인 사건에 관한 담당 법관의 판단을 번복시킬 수 있다면, 이는 법관 개개인에게 재판상 독립을 보장하고 있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마련한 사법제도 전반을 무용하게 만들 것이다.

이 사건에서 담당 판사가 약식명령을 공판절차에 회부하기로 한 이유는 사건 기록상 의문이 드는 부분이 보여 약식명령으로 종결시킬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을 한 때문이었고, 벌금형에서 징역형으로 형종을 바꿀 수 있는 경우에만 공판절차에 회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해당 범죄의 법정형으로 벌금형만 규정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담당 판사의 공판절차회부 판단에 명백한 오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사법행정상 영향력을 가진 피청구인이 담당 판사에게 공판절차회부에 관하여 재고를 요청한 행위는 재판에 영향을 미친 개입행위로서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행위이므로 헌법 제103조에 위반된다.

(다)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개입과 재판의 독립 침해

양형의 이유는 재판의 이유를 구성하는 부분으로 형사재판에서 유무죄 판단과 더불어 판결의 핵심 부분이다. 이러한 판결의 내용을 기재하는 판결서를 작성하는 것은 법관의 고유한 재판업무에 속한다.

이 사건에서 민변 소속 변호사들은 경찰관들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경찰관에 대한 체포치상 혐의를 다투었는바, 당시 경찰관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직무집행이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인 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경찰관들에 대한 체포행위의 적법성 내지 양형에 있어 주요한 고려 요소였다.

그런데 형사수석부장판사로서 법관의 사무분담이나 평정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피청구인은 이미 법정에서 판결서 원본에 의하여 판결이 선고된 이후임에도 불구하고 담당 재판장을 불러 판결서의 내용을 직접 지적하며 중요 부분의 양형 이유를 다시 검토해 보라고 하였다.

이는 이미 선고하여 판결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 판결서의 주요 양형 이유를 수정하도록 요구한 것이므로, 단순한 오기의 정정을 넘어 판결서 작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이고, 이로써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하므로, 헌법 제103조에 위반된다.

피청구인은 판결의 효력은 법정에서의 선고에 의해 발생하므로 이후 양형 이유를 수정한 것은 재판결과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아무런 효력이 없는 행위에 불과한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판결의 효력은 법정에서의 선고로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당사자는 판결서에 기재된 내용에 따라 상소 여부를 결정하거나 상소 이유를 구성할 것이고 상급심도 판결서에 기재된 내용을 판단자료로 삼을 것이므로,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위를 가진 피청구인이 중요한 양형 이유를 판결 선고 이후에 수정하도록 하여 판결서 내용을 바꾸도록 한 것은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보기에 충분하다.

(라) 소결

이상과 같이 피청구인은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위에서 판결의 진행방향이나 내용 등에 관하여 재판에 개입하였는바, 이는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것이므로,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행위들은 모두 헌법 제103조에 위반된다.

바.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인지 여부

(1) 법관 탄핵에 있어서 ‘법위반의 중대성’ 판단

법관 탄핵에 있어서도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기 위해서는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법위반 행위가 중대하여야 한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헌재 2017. 3. 10. 2016헌나1 참조). 법관의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인지 여부는 그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나 해악의 관점에서 판단될 수 있다.

그런데 헌법은 법을 선언·판단하는 기관인 법관이 독립하여 재판할 수 있도록 강한신분보장을 하고 있으므로(제105조, 제106조), 법관의 파면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신분보장의 취지를 고려하여야 한다. 법관은 국민의 선거로 선출된 헌법기관이 아니므로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되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와는 달리 법위반의 중대성을 판단함에 있어 민주적 정당성의 박탈이라는 관점이 중요 요소로 고려되기는 어렵다. 대신에 헌법은 법관이 국민 다수의 선택을 받은 정치세력은 물론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할 수 있도록 탄핵과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법관의 신분을 강력하게 보장하고 있으므로,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에 있어서는 다른 공직의 경우와 달리 이와 같은 신분보장의 취지가 고려될 필요성이 크다.

특히 법관의 탄핵이 정치적 다수에 의해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되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 법관의 신분보장 취지를 몰각시키고 사법부 전체의 독립을 뒤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탄핵이 사법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될 우려를 낳지 않도록 신분보장의 제도적 취지를 충분히 감안하여 법위반 행위가 헌법질서에 심각한 위해를 가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파면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법관의 파면을 요청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인지 여부는 법위반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해악과 법관의 헌법상 지위 등을 함께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바, 법관이 법치국가원리의 중요 구성 요소인 사법권의 독립이나 법관의 재판상 독립에 위협이 되는 행위를 하여 사법과 재판에 대한 신뢰를 훼손함으로써 사법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였다면 이는 중대한 법위반에 해당할 것이다. 예컨대 사법행정 담당자가 사법행정체계를 이용해 특정한 재판에 관하여 구체적인 요구를 하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행위, 또는 사법행정에 있어 의사결정권한이 있는 고위직 법관이 다른 법관의 특정 사건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시를 하거나 지침을 주는 행위 등은 모두 이를 행하는 자들의 지위와 영향력에 비추어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이러한 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재판결과에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에는 사법에 대한 강한 불신을 불러와 그 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그 신분보장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는 중대한 법위반에 해당할 것이다.

(2) 피청구인 행위가 중대한 법위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가)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 훼손은 사법기능에 대한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그 정도가 현저한 경우에는 중대한 법위반이 된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의 재판개입행위는 형사수석부장판사라는 지위에서 사법행정체계를 이용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여러 재판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물론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이나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에서도 피청구인은 사법행정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재판업무에 깊이 개입한 것이 확인된다. ○○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사건 접수 초기부터 종결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재판의 진행이나 판결의 이유 구성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였고,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에서는 이미 담당 판사가 공판에 회부하기로 했다는 종국보고를 받는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후속절차진행을 중지시킨 뒤 담당 판사에게 재고를 요청하였으며,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에서는 법정에서 판결서 원본에 의하여 판결이 선고된 이후임에도 언론 배포를 중지시키고 담당 재판장을 불러 양형 이유를 수정하도록 요구하였다. 피청구인의 재판개입이 이처럼 여러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피청구인이 이러한 재판의 독립 침해행위를 일상적으로 행하였다는 강한 의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하고, 이로써 법원의 재판이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피청구인은 재판에 관한 자신의 의견제시가 정치권 등으로부터 법원이나 판사가 부당한 비판이나 비난을 받는 것을 예방하여 법관들이 소신껏 재판하도록 하기 위한 조언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주장에서도 피청구인이 사법행정상 지휘체계를 이용하여 다른 법관의 재판에 후견적 감독자의 역할을 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고, 정치적 또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일수록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을 의심할만한 어떠한 행위도 하여서는 아니됨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사법행정상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재판에 개입하였는바, 그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위와 같은 개입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

(나) 또한, 이 사건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피청구인이 담당 재판장이나 담당 판사에게 요구한 사항과 실제 재판 결과가 모두 일치한다는 것인데, 이는 피청구인이 요구한 사항이 실제 재판에 그대로 실현된 것과 같은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피청구인이 다른 법관의 재판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개입하여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였다는 의심을 한층 강화시키기에 충분하다.

먼저 피청구인이 ○○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에서 재판장에게 요구한 내용들과 실제 재판의 진행 및 결과를 본다.

이 사건의 담당 재판장은 2015. 3. 30. 제4회 공판기일 법정에서 피청구인이 요구한 대로 ‘○○호 사건 당일 정○○가 대통령을 모처에서 만났다고 하는 소문의 내용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허위인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인다.’고 고지하였다.

담당 재판장은 또한 2015. 11. 11. 피청구인의 요구대로 선고를 위한 구술본 말미 파일을 피청구인에게 송부하여 피청구인이 판결 선고 전에 판결의 결론과 이유의 요지를 미리 알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송부 받은 피청구인은 구술본 내용 중 대통령을 피해자로 하는 명예훼손죄의 성립을 함부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삭제하면서 “(∵ 대통령이 피해자라고 해서 명예훼손죄를 “함부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 그 쪽에서 약간 또는 매우 서운해 할 듯..)”이라고 추가하고 이 사건 기사가 허위여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만 비방의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정리하라는 내용을 직접 부기하여 담당 재판장에게 보냈으며, 담당 재판장은 피청구인이 부기한 내용과 같은 취지를 주심판사에게 전하여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의 성립을 부정하던 판결문 초고 내용이 ‘대통령에 대해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만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라는 취지로 수정되도록 하였다.

담당 재판장은 2015. 12. 17. 선고기일에도 피청구인이 요구한 대로 외교부가 카○○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는 탄원서의 내용을 자세하게 고지하였고, 피청구인이 보내 준 구술본 취지대로 무죄판결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의 행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질책도 함께 하였다.

나아가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에서 담당 판사는 사건 기록상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어 이를 정식재판에 회부하려 하였으나 피청구인이 중요사건 종국보고를받는 과정에서 정식재판 회부에 대한 재고를 요청하여 다시 벌금 액수만 상향하여 약식명령을 발령하는 것으로 종결하였다.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에서도 법정에서 이미 선고된 판결서의 내용이 피청구인이 지시한 대로 사후 수정되어 모두 판결문에 반영되었다.

위와 같이 피청구인의 행위는 사법행정 담당자의 재판개입이 단순한 관여에 그치지 않고 재판 결과에까지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피청구인의 요구사항과 재판의 실제 내용이 일치됨으로써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막연한 의구심에서 더 나아가 실제 재판이 사법행정 담당자에 의하여 좌우되고 있다는 의심을 강화시킨 것이다. 물론 피청구인의 요구사항과 재판의 결과가 동일한 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 실제는 담당 재판부의 독립한 재판의 결과였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그 일치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반복적으로 되풀이 되었다는 점에서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 훼손에 대한 강한 의심이 해소되기에는 부족하다.

(다) 한편, 이 사건에서 재판의 독립이 보장되지 않고 사법기능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였다고 볼 수 있는 또 다른 유력한 근거는 정치세력과 긴밀하게 소통한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의 개입이 있었다는 점이다.

○○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에서 피청구인은 청와대와 긴밀하게 소통한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으로부터 재판의 진행과 내용에 대한 적극적인 요구를 받고 재판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된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에서 담당 재판장에게 수차례에 걸쳐 재판의 진행이나 내용에 관하여 여러 가지 사항을 요구하였는데, 이러한 요구는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의 요구를 받아 이루어진 것이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사법부 위상 강화와 상고법원도입 등 사법정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청와대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었고, ○○호 사건 당일 7시간 동안 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기사가 문제된 이 사건은 한·일 외교 문제나 대통령의 명예가 걸려 있어 청와대의 주요 관심 사항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은 청와대 비서관과 긴밀히 접촉하며 이 사건의 진행상황에 대해 상당 부분 공유하였고 사건 진행 초기부터 피청구인을 통해 해당 재판부가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재판을 이끌어 가는지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피청구인에게 다양한 요구 사항을 전달하였다.

임□□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하던 2015. 2. ~ 3.경 이 사건 재판이 얼마 진행되지 않은 시점임에도 피청구인에게 연락하여 피고인의 기사가 허위인 점이 드러나면 법정에서 이를 밝혀주라는 취지로 말하였고, 법원행정처 차장이 된 이후에도 위 사건의 변론종결 후인 2015. 11.초순경 피청구인에게 전화하여 ‘판결 이유에서 허위인 점은 분명히 밝혀줘야 한다. 카○○의 행위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 구체적인 사실조사 없이 허위의 기사를 작성한 것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전하였다. 그 무렵 청와대 비서관에게도 ‘이 사건 기사가 허위인 점은 이미 밝혀졌고 언론의 자유의 측면에서 비방의 목적이 없다는 점 때문에 무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카○○에 대해 매우 엄중한 질책이 필요하다.’며 예상되는 판결의 내용 등을 미리 알려주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비서관은 임□□에게 유죄를 인정한 사실 적시 명예훼손 사건의 대법원 판결(2006도6049)을 보내거나, 일본과의 외교적 관계를 위해 대통령이 탄원서를 제출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며, 외교부가 피고인의 탄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제출할 예정이니 법정에서 고지되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하였다.

피청구인은 위와 같이 위 사건에 관하여 청와대 비서관과 긴밀한 의사연락을 주고받던 임□□으로부터 재판진행 초기부터 재판의 진행방법이나 판결의 주요한 이유 구성 등 재판의 핵심적인 사항에 관한 내용을 전달받고, 이를 담당 재판장에게 자신의 의견인 것처럼 요구하였는바, 피청구인의 이러한 행위는 독립적이고 공정해야 할 법원 재판에 언제든 정치세력이 개입할 수 있다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어 법원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크나큰 의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라) 피청구인을 비롯한 사법행정 담당자들은 법관들이 재판에 임함에 있어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할 수 있도록 외부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인적·물적 시설을 확충하여 이를 지원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그러한 노력은커녕 오히려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의 의사가 재판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개입행위에 나아갔다.

피청구인은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의 요구를 전달받아 그대로 재판부에 전달하였고, 이를 전달받은 재판부는 이를 그대로 수용하였다. 이는 사법부 내 어느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재판업무에 사법행정 담당자가 개입하여 그 영향력 아래 재판하도록 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관료화된 수직적 구조의 사법행정조직이 조언이나 의견 제시, 충고 등의 형태로 재판에 개입하는 순간 재판업무의 독립성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마)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은 청와대와 긴밀하게 소통한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으로부터 ○○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전달받고 이를 담당 재판부에 요구하였으며,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이나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에서도 재판개입 행위를 반복적으로 행하였는바, 피청구인이 이와 같이 사법부 내의 사법행정체계를 이용하여 구체적인 재판의 진행이나 판결의 내용에 개입한 것은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하여 사법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 것이므로, 그 위반이 중대하다 할 것이다.

사. 결론

재판의 독립을 위협함으로써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킨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법관의 강력한 신분보장을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는 재판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법관의 신분 보장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해당 법관 개인의 문제를 떠나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여 온 다른 법관들에 대한 신뢰에도 영향을 미쳐 종국에는 사법기능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형법상 구성요건의 엄격한 해석과 적용 때문에 경우에 따라 피청구인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나 헌법이 법관 파면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와 탄핵을 독립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사책임과는 별도의 책임추궁 수단인 탄핵심판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피청구인의 재판의 독립에 대한 침해가 중대함에도 불구하고 탄핵심판에서까지 면죄부를 주게 되면,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여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추락시킨 행위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을 그대로 용인하는 것이 된다. 사법부 내 고위직이나 정치세력의 재판개입이 재판의 내용과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바로 잡아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법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강력한 경고와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의 행위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보장한 헌법 제103조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법관에 대한 신분보장의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헌법위반행위이므로, 이는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피청구인을 그 직에서 파면하여야 한다.

다만 피청구인이 2021. 2. 28.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파면할 수는 없으므로 피청구인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위반에 해당함을 확인함에 그친다. 이는 피청구인의 행위가 단순한 헌법위반 또는 법률위반에 그친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그 위반의 정도가 중대함에도 파면할 직을 유지하고 있지 않아 부득이 파면에는 이르지 못한다는 의미로서, 피청구인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위반에 해당함이 밝혀진 이상 헌법질서의 수호와 유지의 책무가 있는 헌법재판소로서는 이를 확인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이며, 이는 헌법위반 또는 법률위반 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중대한 법위반에 이르지 않은 경우 청구를 기각하는 판단과는 다른 판단임을 분명하게 밝힌다.

7. 재판관 김기영의 인용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나는 이 사건 심판청구에 심판의 이익이 인정되고 피청구인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위반이라는 인용의견에 찬성하면서 아래와 같이 그 논거를 보충하는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가. 심판의 이익

헌법의 규범력은 헌법의 규정과 원칙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 반대로 어떠한 방식과 내용으로 위협받고 훼손되는지를 확인하고 논증하는 과정에서 구체성과 생명력을 얻게 된다. 특히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핵심적 요소이자 실질적 법치주의의 중요한 징표에 해당함에도 우리 헌정사에서 공적(公的)으로 제대로 논증되고 해명된 적이 없는 사법권의 독립에 관한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는 이번 탄핵소추사실의 구조적이면서도 역사적인 맥락에 주목하여 우리 헌정사에서 헌법적 가치로서의 사법권의 독립, 정확하게는 법관의 독립에 관한 혼란과 긴장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탄핵소추사실에 기재된 피청구인의 행위와 이에 대한 피청구인의 자기합리화가 사법권의 독립에 대한 헌법적 해명 실패라는 깊고 오래된 역사 속에서 잉태된 것임을, 또한 이번 기회에서까지 그 해명과 헌법적 책임추궁이 따르지 않을 경우 앞으로도 재판개입이 반복될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우리 헌법질서에서 사법권의 독립을 둘러싼 현실적, 규범적 동요와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우리 헌정사에서 사법권의 독립에 대한 헌법적 결단은 제헌헌법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난다. 제헌헌법은 “사법권은 법관으로써 조직된 법원이 행한다.”(제76조 제1문),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독립하여 심판한다.”(제77조)고 정하여 사법권을 입법·행정권으로부터 독립시키고 재판을 다른 권력 내지 세력의 간섭으로부터 독립시켜 법관이 오직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심판하여야 함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외부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사법부의 모습,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심판하는 법관상(法官像)은 정부수립을 전후한 정치적 소용돌이, 분단과 전쟁이라는 재난 속에서 역사적으로 큰 시련과 좌절에 직면했다. 판결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대통령을 향해 “판결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상소하면 되지 않는가”라는 초대 대법원장 김○○의 일갈이 상징하듯 독립된 사법을 위한 법관들의 노력이 있었음에도 사법부를 순치시키려는 정치권력의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시국사건에 대한 개입과 정부의 입장에 반하는 판결을 한 법관들에 대한 인사조치 등을 바탕으로 사법부는 점차 정치권력에 종속되어 갔다. 이 시기 우리의 사법은 헌법 문언에 엄연히 존재하는 사법권의 독립이 현실에서 얼마나 요원한 과제인지 깊이 절감해야만 했다.

이후 약 30년간의 군사정부와 권위주의 체제에서 우리는 사법권의 독립에 대한 위협을 더욱 심각하게 경험하였다. 현역 군인의 법원행정처장 취임, 한일회담 반대시위에 참여한 대학생들에 대한 구속영장청구 기각에 반발하여 무장 군인들이 법원에 난입한 사건 등은 사법권의 독립이 처절한 암흑기에 접어들고 있음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1972년 헌법은 법관의 임명권과 인사권을 모두 대통령에게 귀속시켰고, 법관인사는 소위 시국사건 등에서 행정부의 입장에 반하는 판결을 한 법관들에 대한 보복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훗날 국가정보원의 과거사 진상규명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수사기관과 정보기관의 재판에 대한 관여와 간섭은 노골적으로 이루어졌다. 퇴임사에서 사법부(司法府)를 사법부(司法部)라 쓴 이□□ 대법원장의 자조적인 표현은 사법부의 위상 추락과 명목에 불과한 사법권의 독립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부당한 개입이라는 외부적 요인만으로는 추락한 사법의 위상과 위축된 사법권 독립의 원인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제헌헌법 이래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형성된 사법행정권의 수직적 위계구조라는 내부적 요인도 그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는 유신헌법을 거치면서 더욱 강화되었고, 1980년 또 다른 권위주의 체제하에서의 헌법 개정으로 법관의 임명권 및 인사권이 대법원장에게 돌아간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주권자인 국민의 이익과 기본권 보호를 위해 법관의 재판업무를 지원해야 할 사법행정권이 도리어 연임심사와 전보인사를 통해 법관들을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권위주의 시대의 법관은 정치권력과 사법행정권력의 중첩적 위세 앞에 독립을 유지하지 못하였다. 오늘날 재심법정에서 재판장들이 ‘권위주의 정부 시절 사법부가 인권의 보루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에 깊이 사과드린다.’고고백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시기의 재판은 ‘안보사법’이라 불릴 만큼 공정하지 못했고, 사법권의 독립은 헌법의 문언에나 존재하는 원칙일 뿐 현실에서는 그 진지한 문제제기는 물론이거니와 기초적인 공론조차 가능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권위주의 통치체제에서는 정치권력과 사법행정권력의 친화성, 사법부의 권위적 위계구조와 내부 민주주의의 취약성으로 인하여 정치권력에 의한 사법권 독립 침해와 사법부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사법권 독립 침해의 차이마저 구별되기 어려웠고, 사법권의 독립에 관한 이러한 이중적 침해 위험은 민주주의의 진전과 더불어 우리의 사법이 극복해야 할 중대한 과제이자 새로운 시대의 헌법적 요청으로 남게 되었다.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적 열망과 노력의 결실로 탄생한 현행 헌법체제에서 사법부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부당한 영향과 간섭은 점차 감소해 왔다. 적어도 사법권의 독립에 관한 외부로부터의 직접적인 침해 위험만큼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심화 수준에 비례하여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몇 차례의 법조비리 사건을 계기로 재판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외부적 영향과 절연하고자 하는 노력과 제도적 뒷받침 또한 더해졌다. 오늘날 사법권의 행사가 정치권력을 비롯한 일체의 외부적 영향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롭고 공정한가에 관하여 되돌아보고 성찰해야 할 과제들이 엄존하지만, 민주화 이후 우리의 사법이 외부로부터의 독립에 관하여 상당한 진전을 보여준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사법부 내부로부터의 사법권의 독립, 정확하게는 사법권의 주체인 법관들의 사법행정권으로부터의 독립은 민주화 이후 더욱 첨예한 헌법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민주화의 영향으로 다른 국가기구와 공적 영역이 새로운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기능적으로 재구성되어 온 것에 비해 사법부의 조직구조는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수직적 위계질서가 유지, 강화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는 민주화의 예기치 못한 역설(逆說)로서, 사법권의 행사에 관한 외부의 개입과 간섭이 줄어들수록 사법행정권은 강해졌고 그 조직은 더욱 비대해졌다. 그 결과 사법행정권은 개별 법관들의 재판 및 신분상 독립과 일상적으로 긴장관계를 형성하였고 그 갈등이 주기적으로 외부로 표출되었다. 이 사건 탄핵소추의 배경이 되는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역시 사법부 내부의 누적된 긴장관계와 모순이 발현된 사안이다. 형사수석부장판사로서 소속 법원 법관들의 재판에 개입한 피청구인의 직무상 행위 또한 이러한 갈등과 모순의 결정적 단면이기도 하다.

사법부 내부로부터의 사법권 독립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법관인사제도의 위계 구조에 있다. 비록 지금은 다소 완화되었다고 하나, 법원은 지방법원 배석판사, 단독판사, 합의부 부장판사를 거쳐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법원장 그리고 대법원장에 이르기까지 수직적 인사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따라 사법부가 독립된 재판기관인 법관들의 수평적 결합이 아닌 수직적 서열로 조직된 관료적 결합체라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러한 관료적 위계구조에서 승진, 특히 고등법원 부장판사로의 보임은 평생 법관으로 봉직하기 위한 조건처럼 여겨졌고, 그 결과 승진에서 탈락하면 법관직을 내려놓는 일이 관행으로 받아들여졌다. 법관의 승진이나 전보가 사법행정권자의 근무평정에 좌우됨으로써 법관은 사법행정권자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여기에 권위주의 체제에서와는 또 다른 관점에서 연임 탈락을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법관인사제도는 법관의 신분상 독립을 뒷받침하기보다는 반대로 이를 위축하는 효과를 불러오는 기제로 작용했다.

사법부 내부로부터의 사법권 독립 침해 위험은 이러한 위계적 인사구조 안팎에 존재하는 ‘사법작용에 대한 사법행정작용의 우위’ 현상으로 한층 심화되었다. 사법행정관료에 해당하는 법원행정처 보임이 소위 발탁인사로서 ‘엘리트코스’ 또는 ‘법관인사의 꽃’이라 불리었다. 이러한 이력은 다시 고위법관 승진의 기회로 연결되면서 법원행정처를 매개로 대법원장의 의중에 의한 법관인사구조가 형성되어 왔다. 대법원장에 의해 사법행정관료로 선택된 법관들 중 일부는 그 본연의 역할을 넘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재판에 개입하려 하거나 대법원장의 뜻과는 다른 소신을 밝혀온 법관들에게 물의를 야기한다는 명목으로 불이익한 인사조치까지 시도하는 등 사법작용 위에 군림하려 하였다. 3년 전 법원 스스로 밝힌 표현을 빌자면, ‘일선 재판 현장에 있는 판사들을 지원해야 할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이 판결로써 말하고자 하면 징계권이나 직무감독권을 내세워 재갈을 물리려 하였고, 판사라면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보고하기도 하면서 판결을 거래나 흥정의 수단으로 삼으려 하였다’(갑 제4호증, 2018. 5. 25.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사태 특별조사단 조사보고서 183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조하고 지원하는 것이 사법행정에 관한 헌법적 요청이다. 그럼에도 사법행정은 때로는 주권자의 위임 범위를 일탈하면서 이러한 헌법적 기대에 역행하여 사법권 독립을 침해해 왔다. 대법원의 뒤늦은 고백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장치를 사법부 자신이 부인하려 한 점에서 스스로의 존재 근거를 붕괴시킨 것’이다(갑 제4호증, 위 조사보고서 183면).

이처럼 헌법질서를 지탱하는 핵심가치인 사법권의 독립이 일상적인 침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할 때, 사법부 내부에는 이를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한 공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그 직접적인 침해 위험이 발생할 경우에는 그에 대한 헌법적 판단과 책임추궁의 길이 열려 있어야만 한다. 현행 헌법이 시행된 이후 법관들의 자각과 각성을 바탕으로 한 이른바 ‘사법파동’을 거치면서 사법부 내부에서도 이러한 뜻을 실현해야 한다는 요청이 거셌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사법부 내부로부터의 사법권 독립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파동’이 잦아든 뒤에는 그 발생의 계기가 된 사건과 구조에 대한 책임추궁과 성찰이 자취를 감추었고 사법행정은 강화된 지위를 의연히 유지하였을 따름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지난 200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의 재판 관여 사건과 그 이후의 진행 과정은 이 사건 심판의 이익에 관하여 중요한 헌법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당시 법원장이 촛불집회 관련 형사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집중배당한 것과 형사단독판사들을 상대로 해당 사건의 처리를 독촉하는 전화나 이메일을 발송하여 의견을 개진한 사안에 관하여 대법원은 진상조사단을 꾸려 ‘재판개입의 소지가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그 사건 이후 법원장은 대법관으로 취임하였고 대법원장은 그에게 유감표명과 경고조치를 하는 데 머물렀다. 이러한 조치 이후 전국적으로 판사회의를 통해 이 사건이 명백한 재판권 침해라는 점에 관한 의견 표명이 있었고, 국회에서는 대법관이 된 해당 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기까지 하였으며, 대법원은 사법부 내부의 재판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재판독립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위와 같은 행위가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어떠한 공적 확인과 해명도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당사자 역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대법관 임기를 마무리하였으며, 논의되던 제도개선 방안은 끝내 실행되지 못하였다.

이와 같이 우리 헌정사에는 사법부 내부로부터의 사법권 독립 침해에 대한 공적 해명이 좌절된 가까운 역사가 있다. 그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적 고려가 있었다면 그로부터 불과 몇 년이 지난 후 같은 법원의 형사수석부장판사로 부임한 피청구인이 감히 법관들의 구체적인 재판에 개입하거나 관여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탄핵심판의 본안판단에 나아가 피청구인의 행위에 관한 위헌성을 논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일을 둘러싼 사법부 내의 갈등과 동요는 다시 일어날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지난 역사로부터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이 사건 탄핵심판에 심판의 이익이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헌정사적 경험이며, 그 이익을 인정하여야 할 가장 확실한 근거이다.

한편, 나는 심판의 이익을 둘러싼 견해 대립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피청구인의 임기만료에 관하여도, ‘임기만료’라는 외견상의 현상과 결과만을 놓고 보아서는 안 되며, 그 기초가 되는 제도의 취지, 연혁 및 전개과정에 관한 헌정사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헌헌법이 법관의 임기제와 연임제를 둔 이래 이는, 법관의 신분보장을 뒷받침한다는 명분과는 달리, 법관의 신분상 독립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다수 있었다. 제헌헌법이 시행된 지 정확히 10년 후 제정된 법관연임법은 ‘임기가 만료된 법관이 법관회의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의 연임 발령으로써 연임한다.’(제2조)고 정하였는데, 법 시행 직후부터 1959년까지 2년간 연임제청 된 법관의 29%에 달하는 20명에 관하여 연임 발령이 거부되었다. 이후에도 4차 개헌 직후인 1961년, 유신헌법이 시행되던 1973년, 8차 개헌이 있고 난 후인 1981년에는 다수 법관에 대하여 연임 발령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처럼 법관 임기제와 연임제가 법관의 신분상 독립을 정한 헌법 규정과 양립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위험을 내포함에도 현행 헌법은 이를 계속 채택하였다. 이는 법관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법관을 연임에서 제외함으로써 사법기능의 적정성을 도모하고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측면, 다시 말해 사법권 행사에 관한 책임성을 실현한다는 강한 요청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법관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직무집행 행위가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고 엄중한 헌법적 책임추궁이 요청되는 경우에는 탄핵심판 계속 중 법관에 대한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그 심판을 계속하여 본안판단에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사법의 책임성 실현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관 임기제와 연임제의 취지에 오히려 부합하는 것이다.

또한 이 사건 탄핵소추가 제기된 전체적인 경위와 구체적인 맥락을 고려하면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는 것이 피청구인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불측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 할 수 없다. 이 사건 탄핵소추사실에 해당하는 피청구인의 직무상 행위는 피청구인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5. 2.경부터 2016. 1. 사이에 발생하였다. 2017년부터 2년에 걸쳐 진행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진상조사 및 검찰의 수사를 거쳐 피청구인은 2019. 1.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기소되었고 2020. 2. 1심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고합189)이 선고되었다. 위 판결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피고인을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도 ‘피청구인의 행위가 특정 사건의 내용이나 절차진행을 유도하는 재판관여행위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2021. 8. 선고된 2심 판결에서는 피청구인의 행위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위헌적 행위라고 설시하지는 않았으나 피청구인이 부적절한 재판관여 행위를 하였다는 점은 인정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0노471). 또한 2018. 11.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는 대법원 진상조사결과 밝혀진 사법행정담당자들의 재판관여 행위가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절차까지도 함께 검토되어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라는 법관들 스스로의 의견표명이 있었다(이상 갑 제2, 6호증).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직무상 행위가 있었던 시기와 그것이 밝혀진 경위에다 그에 관한 법적 평가가 진행되어 온 일련의 경과를 놓고 볼 때 피청구인으로서도 징계절차나 형사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탄핵소추의 가능성을 능히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탄핵소추가 피청구인의 법적 지위에 관한 예측가능성을 훼손하는 것이라 볼 수는 없다.

이상에서 내가 이 사건 탄핵소추사실의 구조적이면서도 역사적인 맥락에 주목하면서 심판의 이익을 살핀 것은, ‘사법권의 독립’이 법치주의의 생명선이라 불릴 만큼 중요한 헌법적 가치이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 오늘날 ‘사법의 책임’이 독립된 사법과 동전의 양면으로 일컬어지는 중요한 헌법상 과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이 사건은 법치주의 실현에 있어서 사법의 양 날개와도 같은 이 두 가지 헌법적 원칙을 함께 다루고 있다.

앞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우리의 사법은 민주주의의 진전과 발전 속에서 응당 갖추어야 할 사법부 내부의 사법권 독립 문제를 소홀히 다루어왔고, 이를 침해하는 사건과 행위에 대한 책임 추궁을 등한시 해왔다. 이 사건에서 피청구인이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위에서 소속 법원 법관들의 재판에 개입한 것을 선배 법관의 조언이라 합리화하는 것은 그만큼 사법권 독립 보호와 이를 침해하는 행위 사이의 규범적 경계가 설정되어 있지 않음을 반증한다. 결국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절차를 통해 사법권 독립에 관한 헌법적 해명을 함으로써 사법권 독립 보호와 침해 사이의 규범적 경계를 분명히 설정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몫으로 남아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본안판단에 나아가 소추사실에 대한 헌법적 의미를 밝혀야 할 헌법적 의무와 헌정사적 책무가 있다. 특히 탄핵심판 계속 중 피청구인의 임기만료가 이 사건의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점은 법관 임기제와 연임제 그리고 탄핵제도에 이르기까지 사법의 책임 실현을 위한 일련의 헌법적 수단들 사이의 유기적인 상호관련성을 고려해 볼 때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나는 피청구인의 행위가 갖는 헌법적 의미를 확인하고 해명하는 것이야말로 초대 대법원장 김○○가 후세에 촉구하고자 했던 독립되고 공정한 사법에 관한 경각심에 우리 세대가 보내는 진지한 응답이란 점을 환기하면서, 이 사건 탄핵심판은 반드시 본안판단에 이르러야 하는 사안임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

“법관이 국민으로부터 의심을 받게 된다면 최대의 명예 손상이 될 것이다. 세상 사람이 다 부정의에 빠진다 할지라도 법관만큼은 최후까지 정의를 사수하여야 할 것이다.”

나. 본안판단

이 사건 소추사실은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보편적 헌법 가치와 직접 관련됨에도 우리의 헌정사에서는 그에 관한 공적인 확인과 해명의 경험이 일천하다. 따라서 이러한 보편적 헌법 가치에 관한 해석의 공백은 국제규범과 다른 국가의 헌법 및 그와 관련된 선례를 검토함으로써 메울 수 있다. 이를 통해 사법권의 독립에 관한 우리의 헌법 현실을 반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탄핵심판을 위한 구체적인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비교법적 관점에서도 소추사실에 나타난 피청구인의 행위는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며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위헌적 행위라는 점을 더욱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1948년 채택된「세계인권선언(The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은 “모든 사람은 자신의 권리, 의무 그리고 자신에 대한 형사상 혐의에 대한 결정에 있어 독립적이며 공정한 법정에서 완전히 평등하게 공정하고 공개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제10조)고 선언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1990년에 비준한「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에서도 “모든 사람은 재판에 있어서 평등하며 형사상의 죄의 결정 또는 민사상의 권리 및 의무의 다툼에 관한 결정을 위하여 법률에 의하여 설치된 권한 있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법원에 의한 공정한 공개심리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제14조)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법원에서 심리를 받을 권리’는 어떠한 예외도 인정되지 않는 절대적인 권리라 밝히기도 하였다[Communication No. 263/1987, M. Gonzales del Rio v. Peru in UN doc. GAOR, A/48/40(vol. Ⅱ)].

1985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사법부의 독립에 관한 기본원칙(Basic Principles on the Independence of the Judiciary)」은 사법권의 독립에 관하여 보다 구체적인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위 원칙은 “사법부는 어떠한 집단으로부터 또는 어떠한 이유로든 직간접적인 제한이나 부당한 영향, 유인, 압력, 위협, 간섭 없이 사실에 입각하여 법에 따라 공정하게 결정하여야 한다.”(원칙2.), “재판절차에 대한 어떠한 부적절하거나 부당한 간섭이 있어서는 안 된다. 또한 법원에 의한 사법적 결정은 수정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원칙4.), “사법부의 독립 원칙에 따르면 사법부는 재판절차가 공정하게 행하여지고 재판당사자들의 권리가 존중될 것을 보장하여야 한다.”(원칙6.), “법관은 자신의 관심사를 나타내고 직업적 훈련을 촉진하며 사법권 독립을 보호하기 위해 법관단체 또는 기타 단체를 구성하고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원칙9.)는 점을 밝히고 있다.

사법권의 독립에 관한 이러한 원칙들은 지역별 인권협약과 이를 기초로 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주인권협약(American Convention on Human Rights)」은 “모든 사람은 자신에 대한 형사기소를 확정함에 있어서나 민사, 노동, 재정 기타 어떠한 성격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결정을 받음에 있어 법률에 의하여 사전에 설립된 권한 있고 독립적이며 공정한 재판소에 의하여 적절한 보장을 받으며 합리적 기간 내 심리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제8조)고 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미주인권위원회는 미주기구(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 OAS) 회원국들에게 ‘사법직무의 수행 과정에서 사법부 구성원의 염결성 및 독립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특히 법관은 어떠한 이유에서나 어떠한 곳으로부터도 직간접적 영향, 유인, 압력, 위협, 간섭을 받지 않고 담당하고 있는 사건을 자유롭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하였다.

유럽의 「인권 및 기본적 자유의 보호에 관한 유럽협약(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Human Rights and Fundamental Freedoms)」도 제6조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라는 이름으로 미주인권협약 제8조와 유사한 내용을 두고 있다. 위 조항 위반을 이유로 한 사건은 유럽인권재판소에서 빈번하게 제기되는 제소 유형 중의 하나로서, 유럽인권재판소는 위 협약 제6조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특정 사건에서 법관이 내린 결정이 해당 법관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는지 여부(주관적 요소)와 재판의 구조와 외관이 독립성과 공정성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객관적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핀 것처럼 독립적인 법원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모든 국제적, 지역적 국제규범에서 인정된다. 일찍이 몽테스키외가 “입법권과 집행권이 결합되어 있거나 재판권이 입법권과 집행권에서 분리되어 있지 않을 때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법권의 독립을 강조한 이래로 각국의 헌법은 권력분립의 원칙을 바탕으로 사법권의 독립을 주요한 원리로 채택하였다. 비록 나라마다 헌법에 사법권의독립을 규율하는 내용과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사법권의 독립에 관한 헌법의 해석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의 형성 과정에서 그 핵심을 재판의 독립과 이를 뒷받침하는 법관의 직무상 및 신분상 독립으로 파악하는 데에는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법관의 직무상 독립은, 법관이 재판업무에 임하는 데 있어 어떠한 경우에도 결코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서는 안 되는 ‘지시로부터의 자유’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되며, 이는 공정한 재판을 위한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전제에 해당한다.

한편 사법권의 독립이 종래 권력분립의 관점에서 정치권력, 즉 행정부와 입법부로부터의 독립을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면, 오늘날에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성숙에 맞춰 사법부 내부에서의 사법권 독립 침해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가령 미주인권재판소는 사법권의 독립은 사법부 내부에서도 보호되어야 하며, 이는 민주주의 체제의 공고화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의 인권과 자유를 보호하는 데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강조하였다(IA Court HR, López Lone et al. v. Honduras, 2015, Series C No. 302, Judgment of 5 October, 2015). 유럽인권재판소 역시 사법권의 독립과 공정성을 위해서는 개별 법관이 사법부의 외부뿐만 아니라 그 내부에서도 부담이 되는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사법부 내부에서의 독립은 법관이 동료 법관 또는 법원장과 같이 행정적 책임을 가진 자의 지시 또는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비로소 얻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ECtHR, Agrokompleks v. Ukraine, Case No. 23465/03, 6 October 2011). 베니스위원회가 채택한 사법권의 독립에 관한 보고서에서도 ‘법관은 법원 조직 내에서 자신의 직위가 무엇이든 간에 법관에게 인정되는 동일한 권한을 행사하며, 판결에 있어 다른 법관들이나 자신이 소속된 법원장 및 다른 법원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Report on the Independence of the Judicial System, Part Ⅰ: The Independence of Judges CDL-AD(2010)004, Study No. 494/2008].

개별 국가의 차원에서 보자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사법권의 독립을 정한 독일 기본법 제97조가 사법부 내부에서나 합의부의 내적 관계에서도 적용된다고 하면서 법관의 직무상 독립은 ‘권한이 없는 모든 개입’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하고, 그러한 개입이 사법부 외부 혹은 내부로부터 비롯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판시하였다(BVerfG NJW 1996, 2149). 이러한 헌법적 해석은 관련 법률과 제도를 통해서 더욱 확고하게 뒷받침된다. 독일 법관법(Deutsches Richtergesetz)은 법관의 독립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사법행정권자에 의한 직무감독을 인정하면서도, 그와 같은 조치가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였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법관이 직무법원에 제소하여 독립성 침해의 확인을 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제26조). 독일 연방직무법원(Dienstgericht des Bundes)은 법관의 직무영역을 재판과 관련된 ‘핵심영역(Kernbereich)’과 그 밖의 ‘외부질서영역(Bereich der außeren Ordnung)’으로 구분하면서 법관의 고유한 직무영역이라 할 수 있는 법의 발견과 재판 및 이에 부수하는 실체적, 절차적 결정과 판단을 포괄하는 ‘핵심영역’에는 직무감독을 이유로 한 영향 내지 개입이 허용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BGH NJW 1964, 2415; BGH NJW-RR 2001, 498). ‘핵심영역’에는 종국적인 결정과 판결뿐만 아니라 기일 지정을 포함한 변론 진행에 관한 결정, 증인신문을 포함한 증거결정 및 이에 부수하는 소송지휘권의 행사가 모두 포함되며, 핵심영역에 대한 허용될 수 없는 직무감독상 영향과 개입에는 직접적인 것뿐만 아니라 간접적이거나 심리적인 것까지 포함된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독립된 법원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법치주의를실현하고 인권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권리이며 사법권의 독립은 이를 보장하기 위하여 모든 국가가 갖추어야 할 보편적인 가치이다. 사법부 내부에서의 사법권 독립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오늘날 사법권 독립은 법관이 동료 법관 또는 사법행정담당자의 간섭과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비로소 자리 잡을 수 있다. 특히 법관의 직무에 관한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판단 영역에 있어서는 그 어떤 명목의 영향과 개입도 합리화 될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피청구인의 행위를 살펴보면,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던 피청구인은 계속 중인 형사재판의 절차적 판단과 결정, 판결의 이유 구성에 관여하였고, 약식명령 담당 법관의 공판회부까지도 번복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이러한 행위는 재판절차에 부적절하고 부당한 간섭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법부의 독립에 관한 기본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며, 법관의 직무상 행위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영역에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다. 더욱이 피청구인은 사법행정담당자로서 재판지원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저버리고 법원행정처 차장의 부당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면서 재판의 구조와 외관을 공정하게 형성하여야 할 최소한의 헌법적 요청도 무시하였다. 요컨대 피청구인의 행위는 국제규범의 영역에서 보편적으로 승인되고 있는 사법권의 독립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며, 각각의 행위 태양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위들이 반복된 경위와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그 위배의 정도는 중대한 것으로서 우리 헌법상으로도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이 사건 탄핵심판에서 피청구인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위반임을 확인하는 것은 그에 관한 헌정사적 경험이 일천한 현실에서 사법권의 독립에 관한 보편적 원칙에 조응해 나가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유럽인권재판소의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재판은 그 구조와 외관에 있어서도 독립성과 공정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이는 사법권의 주체인 법관들과 사법행정권자의 사법권 독립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더불어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위헌적 행위에 관한 유권적 확인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 추궁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가능하다.

이에 나는 피청구인의 행위가 우리 사법의 제도적 근간과 실질적 법치주의를 훼손한 행위이고, 반복되어서는 안 될 중대한 위헌적 행위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면서, 나아가 사법의 독립과 책임에 관하여 이 사건 탄핵심판이 결국 담아내지 못한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이제부터 진지하게 시작되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7. 사건 사고

대한민국 국회 측의 대리인(소추위원)인 법사위원장[10]이 심판절차 중간에 교체될 상황이었는데 탄핵소추 의결 당시 법사위원장이던 윤호중이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당선됨에 따라 위원장직 사임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11]

결국 법사위원장이 직접 해야 할 국회 측 최후변론까지 박주민 의원이 대신 해야 했다.[12]

7.1. 김명수 대법원장-임성근 판사 대화 녹취록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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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여담



[가] 1985년 유태흥 대법원장과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탄핵소추안이 제출된 후 세 번째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제출된 사례지만 실제로 가결된 것은 이 사건이 처음이다.[2] 대표 제안자 4명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소속이다.[3] 가결정족수는 151명이다.[4] 실제로는 위임장을 받아 박주민이 제출하였다.[가] [6] 대표 제안자 4명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소속이다.[7]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도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잘못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되었으나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을 정당화할 정도의 잘못이라는 이유로 인용되었다.[8] 참고로 이전의 2건의 탄핵 역시 법사위의 조사를 거치지 않아 피소추인 측에서 같은 주장을 한 바가 있는데 2004헌나1, 2016헌나1 결정은 모두 이를 국회의 재량권의 영역으로 판시했다.[9] 즉, 심판절차종료 선언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10] 헌법재판소법 제49조제①항[11] 사임계를 국회사무처에 제출하였으며 민주당은 후임 법사위원장으로 박광온을 내정하고 필요할 경우 단독 표결까지 밀어붙일 태세이지만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놓을 것을 강하게 주장했기 때문에 윤호중의 사임계가 한동안 처리가 못 되어서 김오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사회를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이 대신 봐야 했다. 이는 이후 여야가 상임위원장 배분에 합의하고 2021년 8월 31일 수술실 CCTV 법안과 사립학교법을 통과시킬 때 야당 몫 국회부의장 선출 등과 함께 선출하면서 문제가 해결되었다.[12] 사실 윤호중변호사 자격이 없어서 재판절차를 율사 출신처럼 수월히 이끌어가기에는 부족한 탓에 윤호중이 계속 법사위원장이었다고 할지라도 실제 재판정 출석을 변호사 출신 박주민 간사에게 대신 시켰을 가능성도 높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있었던 4번의 탄핵심판 중 나머지 3번은 모두 검찰 출신인 김기춘(2004헌나1), 권성동(2016헌나1), 김도읍(2023헌나1)이 소추위원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