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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4-03 22:25:21

불가지론


<rowcolor=#ffffff> 의 존재에 대한 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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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다 관심 없다 의심된다
불가지론 신론 무관심주의 회의주의
부정
없다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없다
무신론 반신론 교체신론
무의미
일관적인 정의가 없다 개념 자체가 없다 신은 신일 뿐, 사유도 말할 수도 없다
이그노스티시즘 신학적 비인지주의 무/신론
사건
전지전능하지 않다 부정한 후에 받아들여야 한다
약한 신학 재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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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상세3. 어원4. 유/무신론과 불가지론
4.1. 무신론적 불가지론4.2. 유신론적 불가지론
5. 통계6. 오용7. 불가지론자 목록8. 기타9. 관련 문서

1. 개요

/ Agnosticism

일반적으로 어떤 명제에 대해 알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입장을 가리킨다. 보통 불가지론은 종교적 관점에서 논의되므로 이때 그 '어떤 명제'는 신이나 초월자, 혹은 초자연 현상에 대한 관점이 된다. 종교적 관점에서의 불가지론은 간단하게 '인간은 신의 존재에 대해 알 수 없다'로 요약할 수 있다.

넓은 의미에서는 초월자가 아니라 다른 명제에도 쓸 수 있다.[1] 다만, 그렇게 넓은 의미보다는, 신 혹은 그와 비슷하게 정의되는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입장에 대해 확답을 피하는 입장으로 주로 쓰인다.

신에 대한 생각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불가지론도 다양하게 설명되고 있어 원칙적으로 정리하면 불가지론(agnosticism)은 영국의 생물학자 토머스 헨리 헉슬리가 1869년에 만들었으며 간단하게 과학적인 근거가 없으니 신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으니 믿음을 가질 수 없다는 뜻으로 시작했다.[2] 다만 그 전에도 비슷한 개념이 없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기원전에도 관련된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불가지론에서 말하는 신의 범주는 원래는 예수 같은 종교에서 말하는 신이었다. 오늘날에는 과학이 발전해 종교가 인기가 떨어지고 각자 에 대한 생각이 깊어져 신이 곧 예수를 지칭하지 않지만 당시 유럽 사회는 기독교가 지배하고 있었다. 토머스 헨리 헉슬리의 별명은 다윈의 불독으로 진화론을 지지해 창조론을 믿는 기독교와 맞서 싸웠었다.[3] 처음에는 옥스퍼드의 성공회 주교와 논쟁할 정도로[4] 적극적이었으나 신의 존재에 대해 신학[5], 신학 의견 모두 제쳐두고 과학적 증거가 없으니 믿을 수 없을 뿐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으로 바뀌었다.[6] 다만, 그렇다고 기독교의 신에 한정된 문제는 아니며 형이상학 전반에 관한 문제이다.[7] 애당초, 인격신을 대하는 논리는 다른 신이나 초월적 존재에게도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다.

불가지론에서는 '신이 있는지 없는지 정확히 모르니 있는 것(유신론적 불가지론)/없는 것(무신론적 불가지론)으로 치자'가 아니라, '신은 있는지 없는지 현재로선 (혹은 인간으로선) 알 수 없다'는 부정과 인정 그 사이에 중립적 입장을 취하며, 신의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을 보류 혹은 불가함으로 본다. 이는 즉 결론이 확실한 유신론과 무신론을 전부 부정하는 논리다. '신은 명확히 정의되지 않는다', '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은 무의미하다(혹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그노스티시즘'[8]과는 구별된다.

2. 상세

"불가지론"으로 번역되는 개념, 'agnosticism'에는 크게 세 가지 의미가 존재한다.

헉슬리적 의미에서 '불가지론'이 다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소위 '신무신론'(new atheism) 운동에서 학문적이고 철학적인 의미에서 "무신론"의 일반 용례를 무시하고 잘못된 규정을 하면서부터였음은 지적해 둘 필요가 있는데, 이는 이미 확립된 무신론을 소위 '약한 무신론'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에 수반된 것으로, 약한 무신론에서 소위 '거증 책임(burden of proof)'을 약화시키려는 수단으로 '어떤 주의 주장도 하지 않는 회의적 태도'로 무신론을 멋대로 규정하면서 약한 무신론에 'agnostic atheism'라는 명칭을 부여하여 "신의 여부에 대해서는 인간이 알 수 없으므로 신에 대한 믿음을 갖지 않는다 = 무신론이다"는 해석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3. 어원

'불가지론'이란 단어는 서양 언어의 불가지론이란 단어를 의역한 것이므로 서양 언어에서의 불가지론이란 단어의 어원을 알면 불가지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양 언어에서 불가지론은, 언어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Agnosti-'와 주의를 나타내는 어미로 이뤄져 있다. 예를 들면 영어에서 Agnosticism이고 프랑스어에서는 Agnosticisme이라고 사용한다. 그리스어 αγνωστικισμός(agnosticismos)에서 나온 단어이고 이 단어 역시 '모르는'이란 뜻의 그리스어 agnôstos와 '앎 혹은 지식'이란 뜻의 gnosis, 두 개가 합쳐져서 나왔다.

여기서 앎 혹은 지식이란 단순히 사전적 의미의 앎이 아니라 영지주의(gnosticism)에서 말하는 지식(gnosis)을 말한다.

agnosticismos(불가지론)이란 단어는 토머스 헉슬리가 사용을 하면서 유명해졌다.

4. 유/무신론과 불가지론

신무신론에서는 무신론을 '신이 없다고 믿음'에서 '신을 믿지 않음'으로 정의하고 기존의 불가지론을 무신론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불가지론은 무신론과 유신론과 별개의 범주로도 여겨지기 때문에 기준점이 애매모호할 수밖에 없고,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대해서 지금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불가지론자가 신에 대하여 가지는 관점은 존재 여부를 인간이 아직은 혹은 영원히 알 수 없다는 대전제 하나를 제외하면 매우 다양하다. 왜냐하면 불가지론의 핵심은 신의 존재 유무를 따지는 현재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고, 그 후의 내용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불가지론의 가장 큰 흐름 두 가지를 논하자면, 하나는 1) "이야기를 해보는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2) "알 수 없기는 하지만,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불가지론자들의 생각이 그야말로 다양하긴 하지만 크게 보면 이 두 가지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아예 이야기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입장은 원론적인 불가지론에 가까운 입장이고, 논의가 필요하다는 쪽은 보통 유신론이나 무신론 어느 한쪽에 기울어진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신적 존재에 대한 증명이 현재에만 불가능한 것인가 아예 불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의 차이에 따라 아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인류의 미래를 통틀어서 아예 생각해 볼 필요가 없다"라고 할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 "인식이 논한 수준이 될 때까지 유보한다"가 될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논리상 원론적인 불가지론이 된다.

한편 논의를 긍정하는 후자의 불가지론은 유신론과 무신론에서 또 나뉘는데, 무신론적 불가지론은 "알 수 없으니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며, 유신론적 불가지론은 "개개인의 신념에 따라 알아서 하는 게 낫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런 식으로 같은 불가지론이라도 여러 가지 부분에서 입장이 갈린다.

위에서 말했듯 불가지론은 일단 "존재 여부를 알 수 없다"라는 게 대전제이고, 무신론적 입장도 많아 불가지론자 중에는 비종교인이 많다. 유신론적 입장이라 할 지라도 비종교인적 입장에 가까운 편이라 비종교인인 경우가 많다. 이 경우는 뭔가 영적인 존재가 있을거라 믿기는 하지만 딱히 종교는 믿지 않는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리처드 도킨스는 스스로를 무신론자에 한없이 가까운 불가지론자라고 했는데, 이는 두 분류의 공통된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하지만 종교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유신론적 불가지론자들을 포함한 모든 불가지론자들이 대부분 자신들에게 동의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불가지론=무신론'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대로 유신론적 불가지론자도 존재하는 등 불가지론과 무신론이 일부 겹치는 부분은 있을지언정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다만 현대의 무신론, 소위 말하는 '신무신론' 같은 경우엔 무신론적 불가지론이 주류인 상황이다. 신의 존재에 대해 불가지론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그 바탕 위에 무신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내 차고 안의 용 문서 참고. 앞서 언급한 리처드 도킨스도 무신론적 불가지론자이다. 만들어진 신에서 이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입장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무신론자라고 부른다고 한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불가지론 내에도 다양한 태도들이 공존하고 있으니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불가지론' 하는 식으로 칼로 자르듯 나눌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

실질적인 근거와 실험 결과를 중시하고 언제나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하는 과학자들은 대부분 방법론적 자연주의적인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불가지론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과학자들 중 불가지론자들이 꽤나 많은 편이다. 물론 양쪽이 완전히 같지는 않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모두 불가지론자는 아니다.

무신론유신론을 기준으로 스펙트럼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완전한 무신론(1) - 무신론적 불가지론(2) - 불가지론(3) - 유신론적 불가지론(4) - 종교인(5)

(1)~(2)가 무신론자, (2)~(4)가 불가지론자, (4)~(5)가 유신론자 정도로 분류될 수 있다. 즉 무신론, 유신론은 양립 불가능 하지만 이들과 불가지론은 양립 가능한 교집합하는 관계다.

(3)에 해당하는 입장은 원론적인 의미의 불가지론으로서 '믿으면 천국을 간다'는 등 신적인 존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물론, 신의 존재 유무조차 알 수 없다는 의견이다. 이들은 신적 존재에 대해 알 수 없고, 그런 것이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으며, 더 나아가 신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굳이 종교를 탐구한다면 종교를 통해 인간이 얻는 심신의 평안 등의 이점이나 '신 앞의 평등'이라는 종교적 가치에 호소함으로써 천부 인권이 설득력을 얻는 등의 사회적 존재 의의, 종교의 기원과 필요성을 생각하는 종교 철학과 연관해서 탐구하게 된다.

4.1. 무신론적 불가지론

(2)의 입장으로서, 인간이 신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 아직은 혹은 영원히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알 수 없으니 신이 없다고 가정하는 쪽이 옳다는 생각을 가진 온건한 무신론이다.

무신론적 불가지론의 경우, 신의 존재를 인간이 알 수 없다는 부분은 불가지론과 공통이다. 중요한 것은 그 뒷부분이다. 단순히 '모르는 것'이라고만 해두면 실제로 그와 관련된 일이 생겼을 때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즉 누군가 신의 이름으로 학살을 해도 아무런 반대도 할 수 없고 반대로 다른 사람이 신이 없다고 외치면서 종교를 탄압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존재 유무를 모르는 것에 대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여기서 무신론적 불가지론에서는 신의 존재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면서 있다는 믿음을 가져선 안 된다고 본다. 예를 들어 토성에는 코끼리가 살지만 관측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 토성에 코끼리가 있다는 걸 증명하는 건 주장자여야지 그것의 무존재를 입증하는 게 불가지론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다. 그러나 일부 근본주의적 종교는 과학자들에게 토성에 코끼리(즉 신)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라고 주장한다. 이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따라서 신의 존재 유무를 알지 못하니 있다는 믿음을 가지지 않은 상태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가지지 않은 상태로 판단하는 것은, 보통 그것이 없다고 믿고 판단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무신론적 불가지론이다. 현대의 선진국에서 무신론이라 하면 보통 이쪽인데, 원래 의미의 무신론과 경계를 엄밀히 나누기는 힘들다. 토론 법칙 중 하나인 긍정 측의 증명 우선을 신에도 적용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불가지론의 범위를 벗어나는 '완전한 무신론'의 경우 믿음의 영역[10], 즉 신 없는 종교[11]와 비슷하게 간주된다. 왜냐하면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들과 본인의 철학을 종합하여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도출해 낸 무신론이 완전한 무신론이라는 '믿음'으로 분류되지 않으려면 10-1000000% 내지는 무한소에 가까운 확률이라도 최소한의 신의 존재 가능성[12]은 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전한 무신론을 충분조건으로 둔 철학극히 드물다. (부연: 신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서 어떤 신의 정의는 무신론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격체 창조신의 존재는 안 믿는 학자들이 많다. 칼 세이건과 에디슨은 사후 세계, 인격신의 존재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4.2. 유신론적 불가지론

(4)의 입장으로서, 신의 존재를 믿지만 종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며 신을 위해 예배를 하거나 종교적 의식을 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신이 믿고 기도하는 것과 종교 활동을 좋아하는지의 여부조차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유신론자이기는 해도 이들도 불가지론적 입장에 따라 기성 종교에는 회의적인 경우가 많다. 여기서 언급되는 신은 유일신론에서 이야기하는 신은 아니므로 이 견해는 범신론과도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다.

유신론적 불가지론의 경우, 신의 존재를 인간이 알 수 없다는 부분까지는 불가지론과 같다. 다만 신의 존재 유무를 모르더라도 개인이 원해서 믿는 건 가능하다고 본다. 알지도 못하면서 있다는 믿음을 가져선 안 된다고 보는 무신론적 불가지론과 달리, 유신론적 불가지론은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여전히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이성으로는 신의 존재 유무를 판단하지 못하더라도 믿음으로서 신의 존재 유무를 알 수 있다고 하면 그냥 유신론자가 되는 것이지만, 유신론적 불가지론자의 경우 그 정도까지 나가지는 않는다. 즉 믿지만 알지 못한다고 하면 유신론적 불가지론자, 믿으면 알게 된다고 하면 본래 의미의 유신론자라고 보면 얼추 들어맞는다. 물론 양쪽이 칼로 자르듯 나누어지지는 않는다.

5. 통계

미국에서 2014년 통계에 따르면 무종교 성향은 전체 인구의 22.8%이다. 이 중에서 4.0%p는 불가지론자, 3.1%p는 무신론자이고 나머지는 특정된 성향은 아니다. 2008년 5월 22일부터 26일 사이에 캐나다에서 'Harris Décima'사에 의해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된 결과 6%가 불가지론자였다. 2010년 GOdF (Grand Orient de France) 조사에 의하면 프랑스인들의 6%가 불가지론자이고 40%가 무신론으로 나타났다.

6. 오용

신무신론이 퍼지면서 불가지론에 대한 오해가 있다. 바로 불가지론 = 무신론이라는 것. 하지만 둘은 별개의 영역이다.

불가지론은 신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으니 '신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다'는 믿음을 말한다.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기독교 문화가 지배적인 서양에서는 종교적-비종교적의 구분보다 신자-무신론자로 구분되는 경우가 많다. 북유럽, 서유럽 쪽은 조금 특수한데, 심지어 70% 이상의 영국인은 본인은 기독교인이지만 동시에 무신론자/불가지론자라고 여긴다. 이들에게 종교는 문화의 일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배경에서 스스로를 무신론자로 분류해 버리면, 종교인 입장에서는 종교에 반대하는 태도로 인식할 수 있기에 '나는 신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해버리는 것이다. 다만 이런 식으로 논쟁을 회피하는 태도는 불가지론이 아니다. 지금은 무신론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되어서 굳이 그런 것을 눈치 보는 사람은 찾기 드물어지고 있다.

당연히 유신론이나 무신론만큼 오랜 고찰을 거쳐야 하는 게 불가지론이다. 이 세계의 존재와 원리에 대해 깊이 고민을 한 결과, 세상의 섭리에 대해 특정 종교의 교리가 설명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는 게 유신론, 신이 없다는 전제를 세우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고 믿는 게 무신론, 그리고 그 어떤 교리도 설득력이 없으니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렇다고 신이 없다는 확증적 근거도 없기 때문에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게 불가지론이다. 이 때문에 불가지론은 기본적으로 신의 존재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드 하우스의 주인공 천재 의사 하우스는 성경과 쿠란을 달달 외울 정도로 교리에 통달한 불가지론자이다. 교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기에 각 종교에 있는 모순점을 짚어낼 수 있고, 이에 따라 각 종교에서 설명하는 대로의 세상의 섭리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 '내가 깊이 고민해 본 결과 신이 없는지 있는지 알 수 없다'와 그냥 '잘 모르겠다'는 천지차이다. 후자는 불가지론이 아니라 그냥 거기에 대해 생각을 안 해본 것이다. 물론 각종 종교인과 무신론 역시 이런 식으로 오용되는 경우도 많다. 깊은 고민 없이 그냥 믿으라니까 믿는 종교인이나, 뭔지 모르겠지만 신은 없는 것 같아서 없다고 하는 무신론자들 같은 경우.

그런데 불가지론은 '인간은 신의 존재에 대해 알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입장이니, '신의 존재를 명백한 사실로 믿는 인간'인 신자 입장에서는 무신론만큼이나 도전적인 사상일 수도 있다. 신에 대한 믿음에 별 관심이 없다면 비종교인(not religious)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낫다.

7. 불가지론자 목록

8. 기타

버트런드 러셀이 반전 운동을 벌이다 수감되었을 때 일화다. 감방의 간수가 이 거물(?)을 극진히 대접하다가 문득 종교를 물었다. 러셀이 불가지론자(Agnostic)라 대답했다. 간수는 이 생소한 단어의 철자가 어떻게 되느냐고 묻더니, 한숨을 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상엔 여러 가지 종교가 있습니다만, 제 생각엔 결국 다 같은 신을 모시고 있는 겁니다.

이 작은 오해(?) 덕분에 러셀은 무척 즐거웠다고 한다. 참고로 "I am a gnostic."이라 하면 "나는 영지주의자요."라는 뜻이 된다. 더불어 a가 뒷 단어를 강조하고자 사용될 때는 '어'가 아닌 '에이'로 읽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철자를 설명해도 잘 모르던 사람이라면 'Agnostic'이 아니라 'A Gnostic'으로 오해할 소지가 충분하다.(…) 아님 그냥 간수가 뭔지 몰라서 신흥 종교라고 착각했을 수도 있고.

또한 버트런드 러셀은 아래와 같은 질문을 받고 답장을 쓴 적이 있다.
친애하는 러셀 씨… 나는 지금 열렬한 무신론자와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무신론에 대한 당신의 명확한 의견은 무엇인가요? 그 무신론자는 당신을 틀림없는 무신론자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회의론을 강조하거나 신앙을 한심한 것으로 보는 당신의 책을 읽고 당신은 오히려 불가지론자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메자 씨, 3월 9일자 편지 참으로 감사합니다. 나를 무신론자로 불러야 할지, 불가지론자라고 불러야 할지에 대해 당신과 그 무신론자가 논쟁하고 있다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 스스로 때론 무신론자로, 때론 불가지론자로 부르고 있으니까요. 철학적 입장에서 엄밀하게 말하면, 물질적인 대상의 실재를 의심하거나, 세계는 단지 5분 동안만 존재해 왔다고 생각하거나 하는 차원에서 보면 나는 불가지론자입니다. 그러나 모든 실제 의미에서 말하면 나는 무신론자입니다. 나는 올림포스의 신들과 발할라의 신들이 실재한다고는 좀처럼 믿지 않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기독교의 신의 실재 따위도 있을 수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지구와 화성 간의 타원형 궤도를 돌고 있는 도자기 찻병이 없다고는 아무도 증명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것이 있다는 것이 실제로 충분히 증명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나는 기독교의 신도 이것과 마찬가지로 존재할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1958. 3.18)

9. 관련 문서


[1] the fact that someone does not know or does not have an opinion about whether something is true, good, correct, etc.:agnosticism, 출처: 케임브리지 사전, 2023년 1월 21일 접속 / 사물의 본질이나 실재의 참모습을 사람의 경험으로는 인식할 수 없다는 이론. 불가지론, 출처: 다음 사전, 2023년 1월 23일 접속[2] "Agnosticism is of the essence of science, whether ancient or modern. It simply means that a man shall not say he knows or believes that which he has no scientific grounds for professing to know or believe. Consequently, agnosticism puts aside not only the greater part of popular theology, but also the greater part of anti-theology. On the whole, the "bosh" of heterodoxy is more offensive to me than that of orthodoxy, because heterodoxy professes to be guided by reason and science, and orthodoxy does not."[3] 동시대 사람이다. 참고로 정작 다윈은 논쟁을 피해 다녔다.[4] 정확히 언쟁을 기록한 것은 남아있지 않는데 보통 할머니가 유인원이냐 할아버지가 유인원이냐 원색적인 질문이라고 알려져 있다.[5] 이 신학이라는 단어도 오늘날에는 다양하게 해석되지만 보통 수식어 없으면 기독교적 신학을 의미하는 것처럼 당시 사회는 더욱이 그렇다. 다른 신학은 이단이었고.[6] 그렇다고 기독교에 비판을 멈춘 것은 아니며. 특히 유신론적 진화론을 믿는 즉 기독교를 믿으며 진화론을 수용한 이들을 곱게 보지 않았다.[7] "1869년에 불가지론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였다는 T. H. 헉슬리나 H. 스펜서와 같은 실증론자는 지식을 경험 가능한 사실로만 한정시켰다. 이와 같이 형이상학적인 여러 문제에 관하여 분명히 불가지론을 주장하였는데, 이 경향은 현대의 논리 실증주의와도 이어진다. 고대 회의론자의 시조 피론, 현상론자 W. 해밀턴, F. H. 브래들리, E. H. 뒤부아 레몽 등도 넓은 뜻에서는 여기에 속한다. "출처: 두산백과, 2023년 1월 22일 접속.[8] 아직까지 명확한 번역어가 없다. 보통 ignosticism을 agnosticism과 구별 없이 불가지론으로 번역하기도 하는데 엄밀히 둘은 다른 개념이다. 디시인사이드의 철학, 종교 관련 갤러리에선 이를 무가지론, 무관심론으로 번역했으나 한자 뜻과 개념을 생각하면 맞지 않는다.[9] 지(앎)이 불가하다.[10] 리처드 도킨스가 완전한 무신론을 믿음의 영역으로 표현한 바 있다.[11] 단, '종교'와 같다고 단답형으로 표현하긴 힘들다. 이쪽은 무신론을 포함한 특정 존재에 대한 숭배는 없는, 특정 명제에 대해 확신하는 상태에 가깝기 때문.[12] 신이 흔히 말하는 인격신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주 같은 특정 존재를 신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신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서 심오한 논변으로도 이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13] 본래 가톨릭 신자였으나, 어머니 사망 후 불가지론자로 전향했다.[14] 종교에 관한 '불가지론'이란 단어를 만든 사람이다. 올더스 헉슬리의 할아버지, 허버트 조지 웰스의 대학 시절 스승이자 '다윈의 불독'이라 불릴 정도로 찰스 다윈의 대표적 강경 지지자로도 유명하다.[15] 영어판 위키백과에서 agnostic으로 분류되어 있다.[16] <신은 없다>의 저자. 한때 목사였으나 지금은 반종교 운동가로 활동 중이다.[17] 흄의 불가지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상이 유튜브에 있다. http://youtu.be/I_uqo_A-73w[18] 무신론자라 볼 수도 있다. 정확히 말하면 '회의주의적 불가지론자'로서 신의 부재를 굳이 증명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말하자면 '신이라는 게 정말 존재하느냐 아니냐는 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유신론자)들이 증명할 문제이지, 신의 존재에 회의적인 사람들이 신의 부재를 증명할 필요는 없다고 본 것. 현대 세속주의 사회의 일반적인 논리 체계에서는 반론이 무의미할 만큼 강력한 논리 구조로서 러셀의 이러한 논변이 이후 신무신론의 주축이 된 회의주의적 불가지론의 기반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19] 러셀의 찻주전자 유추는 불가지론자를 까기 위해 많이 쓰이는데, 해당 유추는 사실 불가지론자를 까고자 하는 게 아니라, 불가지론자라고 자칭하면서 신의 존재를 주장하는 종교인들을 까고자 하는 것이다. 해당 항목 참고할 것.[20] 영국 인본주의 협회 회원이었고, 1969년에 유대교 랍비인 Edward Zerin과의 대화에서 "신이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종교를 부정하지는 않았으며 '서구 문화의 근간'으로서 유대·기독교의 도덕적 전통은 긍정적으로 보았다.[21] 인터뷰를 할 때 종교 관련 문제에 대해서 몇 번 불가지론을 연상케 하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참고로 그의 아들이자 현재 싱가포르의 총리인 리셴룽은 개신교 신자라고 알려져있다.[22] 참고로 시계 브랜드로 유명한 잉거솔과 로버트 잉거솔은 전혀 무관하다. 우연히 창립자의 이름과 같을 뿐이다.[23] 링크 참조.#[24] 그의 말을 들어보자."A creation need not only subjectivity but also objectivity."[25] 위에서 계속 언급된 토마스 헨리 헉슬리의 손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