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작 영화 피노키오의 재채기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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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재채기(sneeze)는 강한 냄새나 먼지 등과 같은 자극원이 감지되었을 때 코 점막을 통해 원인물질을 제거, 배출하려는 뇌의 연수 반사 운동이다.2. 발생 원리
중추신경계 가운데 뇌간의 연수(숨뇌)는 심장 박동과 호흡을 제어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이 곳이 담당하는 반사 작용을 연수 반사라고 한다. 재채기는 대표적인 연수 반사이며, 이외에 연하(목넘김, 삼킴) 및 구토, 기침 등이 있다.재채기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재빠르게 코를 막으면 반사가 억제된다. 재채기는 이물질을 배출하려는 인체의 자연스러운 반사행동으로 참는 것은 좋지 않지만, 재채기를 통해 침이나 콧물이 액체 및 에어로졸 형태로 분출되어 감염의 원인이 된다. 재채기가 나올 때 손으로 입을 막는 것은 감염 우려가 있으며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팔꿈치의 반대쪽, 즉 소매가 안쪽으로 굽어지는 부분에 대고 재채기를 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다. 코로나 감염증 확산 이후 재채기가 감염 증상과 구별되지 않아 사회생활의 큰 문젯거리로 떠오르기도 했다.
3. 특수한 환경에서의 발생
3.1. 배부름 재채기
포만감 유발성 재채기, 복부 재채기 반사(stomach sneeze reflex), 위장 재채기(gastric sneezing) 또는 배부름 재채기(snatiation)이라고 불리는 이 증상은 특히 맵거나 많은 음식을 급히 먹었을 경우에 유발되는, 가벼운 의학적 장애이다. 단, 실질적으로 장애는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이 증상은 적지 않은 사람이 경험함에도 불구하고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부름 재채기는 식후 매우 짧은 시간 지속되다가 사라진다.흔히 "밥만 먹고 나면 재채기한다"는 경험담으로, 배가 부르면 주체할 수 없는 재채기가 터져나오는 것은 상염색체 우성 특성으로 유전된다고 알려져 있으나, 정확히 연구된 바는 없다. 비염 등 호흡기 관련 알러지와는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이 증상을 겪으며 콧물 등의 다른 비염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염에 걸렸을 때 재채기와 함께 음식물이 역류하는 것과는 구분해야 한다.
캐나다의 아흐마드 티비 교수와 카셈 알살레 교수가 1989년 처음으로 이 현상에 대해 다루었으며, 영어 명칭으로 통용되는 'snatiation'은 주디스 홀이 '재채기(sneeze)'와 '포만(satiation)'의 을 합쳐 만든 것이다. 이후 'Sneezing Non-controllably At a Time of Indulgence of the Appetite—a Trait Inherited and Ordained to be Named'라는 역두문자어 의미가 추가되었다.
3.2. 광반사 재채기(ACHOO 증후군)
광반사 재채기는 시각적으로 어두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밝은 빛에 노출되었을 때 재채기가 나오는 증후군이다.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밝은 곳으로 나왔을 때 짧은 시간 발생하며, 이후 시각이 빛에 적응되면 멈춘다. 빛 재채기 반사(photic sneeze reflex) 또는 아추(ACHOO, 엣취) 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미국 보건사회복지부 의학주제표목(MeSH) 보충 개념 데이터(Supplementary Concept Data)에는 코드 C535300로 분류되어 있는데, 재채기를 나타내는 소리인 '아추(Achoo)'를 역두문자어로 풀이한 'Autosomal dominant Compelling Helio-Ophthalmic Outburst syndrome(상염색체 우성 유전자가 일으키는 돌발성 태양 시각 증후군)'이라는 이름으로 등재되어 있다.배부름 재채기와 같이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장애이나,[1] 증상이 매우 경미하여 일반적으로 생활에 해롭지 않아 질병으로도 분류되지 않는다.[2] 야간 운전 중 갑작스럽게 마주보는 차가 등장한 때에도 재채기를 할 수 있으나, 시야 확보 문제에 대해 이 증후군과 교통사고 발생률 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연구된 바는 없다. 오히려 재채기를 하고 싶은데 나오지 않는 경우, 광반사 재채기가 가능한 사람은 전등이나 햇빛을 바라보는 것으로 재채기를 유발시키는데 이를 유용히 쓰기도 한다.
통계적으로 조사된 바는 없으나, 전 인류의 약 10-35%가 광반사 재채기 증후군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성 유전이므로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자녀들도 동일한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때 이 증세가 동양인들에게 많이 발생한다는 낭설이 있었으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없다. 반대로 유럽 코카소이드 인종이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인종들보다 이 증세를 더 겪는다는 글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연구가 필요하다.
이 증후군의 발생 원인은 중뇌의 광반사 중추 자극과 관련이 있다. 에딩거-베스트팔 핵(Edinger–Westphal nucleus)에서 나온 신경 돌기가 홍채의 동공 괄약근과 코 분비를 조절하는 신경 세포 모두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으로[3], 이것이 강렬한 빛의 신호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 증후군을 일으키는 유전적 소인은 단일한 염색체가 아니며, 2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ZEB2 유전자와 15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NRF2 유전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4]
그러나 '빛이 재채기를 유발하는 이유' 자체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여기에는 "과거 인류는 대부분의 시간을 동굴에서 보냈기 때문에 동굴에서 야외로 나왔을 때 이러한 반사 작용이 코나 상부 호흡관에 들러붙은 미생물이나 곰팡이를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있다. 반사의 역치는 절대적인 빛의 세기보다는 밝기가 변하는 정도에 따르는 경향이 있다. 지하실에 있다가 땡볕에 나오는 등 극적인 광도 차이에서 높은 확률로 발생하는 반면, 불을 킨 방 안에 계속 있다가 형광등을 바라보는 정도로는 반사가 일어나는 역치에 도달하지 못하기도 한다.
4. 사회문화적 현상과 재채기
- 세계 각국에서 재채기 후에 하는 반응은 여기에 잘 정리되어 있다. 대체로 동양권에서는 드문 문화이다.
- 서양에서는 예로부터 '재채기를 하면 사람의 영혼(혹은 좋은 기운)이 빠져나간다'고 생각하여 재채기를 부정적으로 인식해 왔다.
- 영미권에서는 재채기를 한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God) bless you!(신의 가호가 있길!)"[5] 이라고 말해 주는 풍습이 있는데, 의역하면 "몸 조심 하세요!"라는 의미다. 590년 경 전염병이 유럽을 강타하였을 때 교황 그레고리오 1세가 재채기를 하는 건 전염병에 걸린 신호인 만큼, 재채기를 하는 사람에게 하느님의 가호를 빌어 주라고 권고했다는 일화와, 고대 그리스의 크레타에서 "제우스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하고 빌어주었다는 일화 등이 있다.# 750년대가 되면 유럽인들 사이에 재채기를 할 때 "주님이 축복하시기를"라고 응답해 주는 게 정착되었다.
- 유럽의 언어권별로 재채기에 대한 반응이 조금씩 다르다. '건강하세요', '오래 사세요', '키 크려는 징조예요' 같은 표현을 쓰는 나라들도 있다. 6개국 표현에 따르면, 라틴 아메리카(스페인어권)에서는 재채기를 할 때마다 '건강'-'돈'-'사랑'이란 3단계의 반응이 있다고 한다.
- 일본에서는 재채기 후 'くわばらくわばら'(쿠와바라쿠와바라)라고 한다. 또한, '재채기를 하는 것은 내가 안 보이는 데서 누가 내 얘기를 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에서는 흔히 보이는 클리셰적 연출이다. 본래 중국의 시경에서 유래한 말이다. #[6][7] 한국에선 '귀가 가렵다'가 같은 맥락으로 통했으나, 일본 매체의 영향을 받아서 한국 창작물에서도 이 클리셰를 쓰는 경우가 자주 보인다. 서양에서도 'burning ears'라는 이야기가 있다. 칭찬을 들으면 오른쪽 귀, 비난을 듣거나 악마와 관련되면 왼쪽 귀가 뜨겁다는 고대 로마의 미신이 지금은 '무슨 이야기가 돌든 귀가 뜨겁다'는 표현이 되었다고.
- 대한민국에는 '개치네쒜'라는 말이 있는데 읽으면서 느꼈듯 자주 쓰이는 말은 아니다. 그래도 국어 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는 감탄사다. 재채기를 한 후에 이걸 외치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듯.
- 이슬람 문화권에는 주변 사람이 재채기를 하면 알함두릴라 (الحمد لله)라고 한다. 재채기를 하면 잠깐동안 심장이 멈추는데 신께서 도와주셔서 다시 살게 되었기 때문에 신께 찬양을 보내는 의미라고 한다.
5. 대중매체와 재채기
- 대한민국의 걸그룹 러블리즈의 음악 Ah-Choo
- Gesundheit - 게임이다. 영어권과 다르게 독일에서는 타인이 재채기를 했을때 (God) bless you 대신 Gesundheit(건강하기를)라고 말한다.
- 웹툰 언터처블에서는 광반사 재채기(ACHOO 증후군)이 뱀파이어들의 종특으로 나왔다.
- 애니메이션 재채기 대마왕
- 드래곤볼의 런치는 재채기를 하면 인격이 바뀌는 캐릭터로 유명하다.
6. 기타
- 기침을 할 때 재채기를 한다고 말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기침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엄연히 둘은 다른 것이다. 재채기는 코에서 목까지의 이물질로 인해 발생하는 것, 기침은 기도, 즉 목에서 폐까지의 이물질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재채기는 코, 기침은 목이라고 생각하면 구분하기 쉽다.
- 재채기를 할 때에는 순간적으로 복근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복근 운동을 열심히 한 다음 날에 재채기를 하면 매우 괴롭다. 배를 부여잡을 정도.
- 포유류뿐만 아니라 조류도 재채기를 한다.
- 재채기를 할 때 눈을 잠깐 감게 되는데 이는 그냥 압력으로부터 안구를 보호하기 위함일 뿐. 눈을 억지로 뜨고 재채기를 한다면 눈알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라는 말로 과장하기도 하나, 당연히 도시전설에 불과하다. 허나 퀴즈! 과학상식에선 진짜인 것마냥 서술되기도 했다. 학습만화의 대표적인 오류 사례라고 할 수 있을 듯.
- 이렇게 눈이 감기는 현상 때문에 운전 중 재채기를 교통사고의 원인으로 꼽는 매체가 있다. 재채기는 최대 3초 동안 벌어지는 일이고 이 사이에 시야가 상실되기 때문이다. 시야를 회복하려면 10초가 걸린다는 말도 있다. 영국에서는 200만 건이 넘는 교통사고의 원인이 '재채기' 였다고 하는데 이는 교통사고 전체 비중의 7%라고. 일본도 꽃가루 알레르기철에 운전자들이 재채기와 콧물로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빈발한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취'나 '헤헷~츠' 등의 소리를 내지만, 소수의 몇몇 사람들은 '치'나 '엣큥'
헼ㅋ와치등의 귀여운 재채기 소리를 낸다. 반대로 '에악후!' 등의 소리를 내며 샤우팅에 준하는 꽤나 시끄러운 재채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드물게 재채기 하면서 '재채기!' 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김태균, 지코. 한 번 시작하면 연달아 2-3번씩 재채기를 반복하는 등, 소리 뿐만 아니라 습관이나 형태 또한 다양하다.
- 야한 생각을 하면 재채기가 나오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기사
- 앗! 시리즈 9권 동물이 뒹굴뒹굴 편에서 독사 중 하나인 스피팅코브라의 위험성을 설명하는 삽화를 보면 스피팅코브라 주변에 엄청나게 많은 참새, 쥐 등이 죽어나가 있는데 스피팅코브라가 아무렇지도 않게 "난 재채기할 때만 그러는데 뭘"(....)이라고 말하고 있다.
- WWE의 회장이었던 빈스 맥마흔은 재채기를 엄청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누군가 재채기를 하면 고함을 지르며 그거 하나 못 참냐고 화냈다고 한다. 만약 본인이 재채기하면 자기 자신에게 졌다며 신경질을 냈었다고 한다.
- 미국의 야구 선수 새미 소사가 재채기로 허리를 삐끗해서 15일간 부상자 명단에 올라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적이 있다. 재채기는 의외로 몸에 부담을 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잘못하다가 재채기로 허리를 다치는 사람들이 꽤 있다.
[1] Peroutka, S. J., and L. A. Peroutka. "Autosomal Dominant Transmission of the 'Photic Sneeze Reflex.'"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vol. 310, no. 9, 1984, pp. 599–600.[2] 국제질병분류기호(ICD)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으며, Medical Object Oriented Software Enterprises Ltd.의 DDB(Diseases Database)에는 ddb30910에 등재되어 있다.[3] Kuchiiwa, Satoshi. "Intraocular Projections from the Pterygopalatine Ganglion in the Cat." The Journal of Comparative Neurology, vol. 300, 1990, pp. 301-308.[4] Eriksson, Nicholas, et al. "Web-Based, Participant-Driven Studies Yield Novel Genetic Associations for Common Traits." PLOS Genetics, vol. 6, no. 6, 2010, p. e1000993. PLOS.[5] 오늘날에는 탈종교, 정치적 올바름 등을 위해서 앞의 'God' 을 빼기도 한다.[6] 그리움에 잠 못 이루고, 바람에 재채기한다(寤言不寐,愿言則嚏)——《詩·邶風·終風(시경 패풍 종풍》[7]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한 번은 누가 생각해 주기 때문, 두 번은 뒷담화 때문, 세 번이면 감기 때문'(一想, 二骂, 三感冒)이라는 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