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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정자[정:짜](正字, traditional chinese characters)는 약자에 대비되어 예부터 쓰여왔던 한자 자형을 일컫는다.대한민국, 대만, 홍콩, 마카오 및 화교 사회에서 표준으로 쓰이는 한자의 형태이기도 하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공식적으로는 간체자를 쓰지만 화교 사회는 대체로 정자를 혼용한다. 특히 말레이시아 출간 중국어 신문은 아예 정체자와 간체자가 뒤섞여 있다.(...) #
2. 명칭
<colbgcolor=#dddddd,#222>언어별 명칭 | |
한국어 | 정자(正字) |
일본어 | [ruby(旧字体, ruby=きゅうじたい)](구자체) |
간체 중국어 | [ruby(繁体字, ruby=fántǐzì)](번체자) |
정체 중국어 | [ruby(正體字, ruby=ㄓㄥˋ ㄊㄧˇ ㄗˋ)](정체자) |
영어 | Traditional Chinese characters |
각국마다 이를 이르는 명칭이 다르다.
- 대한민국
한국은 국가가 주도하여 한자를 간략화한 사례가 없어, 한국에서 쓰이는 전통적인 형태의 한자를 별도로 정의하는 명칭이 거의 없다. 1967년과 1968년에 걸쳐 일본 신자체 제정과 중국의 간체자 제정 사례를 참고하여, 정부 차원에서 한자를 간화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한글단체든 교육계든, 유림이든, 한자단체에서든간에 별 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실패하였으며, 한글전용 정책으로 한자 간화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면서 정자를 그대로 쓰게 된것이다. 주변국의 상황과는 관계 없이 같은 글자가 예나 지금이나 한국의 한자(Hanja)인 것이다. 굳이 쓰이는 말이 있다면 '정자'(正字)가 있는데, 민간 영역에서 쓰여 왔던 한자 간략화 형태인 약자(略字)와 대비되어 쓰이는 말이다.
교육과정에서 한자/한문 교과목의 기준이 되는 자형이다. 후술했듯이 '번체자'는 중국의 관점에서 간체자를 상대하는 용어라는 까닭에서 대만, 싱가포르를 포함한 한국에서는 '번체자'라고 칭하는 경우는 드물고, 이 '정자/정체자'를 의식해서 사용한다.
- 중국
'번체자(繁体字)'라 한다. 이는 1956년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한자를 간략화한 간체자를 제정하고 1964년에 이를 확정한 이후 이 간체자를 띄워주기 위해 간체자에 비교하여 번잡하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홍콩, 마카오에서도 공식적으로는 이 용어(繁體字/繁体字)를 사용한다.
- 대만
'정체자'(正體字)라고 한다. 간체자에 대해 올바로 쓴 글자라는 의미이다. 대만은 중국 본토와 오랫동안 사상이념 대립을 해왔고, 전통에 큰 가치를 두지 않던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항해, 스스로를 중국 대륙의 정통 국가라 주장하며 중국 전통 문화를 오랫동안 국가적으로 숭상해왔는데, 그 관념이 담겨저 있는 용어이다.[1]
- 홍콩과 마카오
홍콩이나 마카오에서도 민간영역을 중심으로 이 용어를 많이 쓴다. 홍콩과 마카오의 모든 웹사이트 상 언어 선택 옵션에는 繁 또는 繁體中文으로 표기된다. 번체자(繁體字)라는 말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에 간혹 대만이나 홍콩, 마카오에서는 '번체자'라는 용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좀 있다.
- 기타 문화권
영어에서는 정자를 전통한자라는 뜻의 'Traditional Chinese characters'라고 하며, 다른 문화권에서도 대부분 '전통한자'에 해당하는 번역어를 쓴다.
3. 신자체/간체자와 다른 것
정자: 戶 신자체: 戸 간체자/홍콩 정자: 户 |
정자: 圖 신자체: 図 간체자: 图 |
정자: 澤 신자체: 沢 간체자: 泽 |
정자: 廣 신자체: 広 간체자: 广 |
마찬가지로 그림 도(圖), 못 택(澤), 넓을 광(廣)이라는 한자를 정자, 신자체, 간제자로 표기한 것이다. 보다 보면 확실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이 글자를 사용하여 쓰인 글 등을 말할 때는 정자, 간체자, 신자체 등으로 부른다. 정자와 간체자, 신자체는 눈에 띌 만큼 차이가 나며, 정자는 간체자와 신자체에 비하여 입이 딱 벌어질 만큼 획수가 많은 한자들이 많다.
눈썰미가 있기만 하다면, 정자인지 간체자인지, 즉 한국 것인지, 중국 것인지, 일본의 것인지 구별할 수 있다. 실제로 대만이나 홍콩, 싱가포르에서 출판된 책을 들여다보면 확실히 획수가 많은 한자가 빽빽한 책을 볼 수가 있다.
4. 중국 대륙인·일본인의 정체자(번체자, 구자체) 독해력
4.1. 중국인
중국 대륙의 경우 개인차는 있으나 대부분 읽을 수는 있지만, 손으로 쓰지는 못한다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인터넷에서는 중국 대륙인과 대만인이 각자 간체와 정체를 써가면서 채팅하는 것도 볼 수 있다. 중국에서도 노래방 가면 가사가 정체[2]로 나오기도 하고, 공익광고나 간판, 기업 로고 등에서도 멋내기 위한 용도로서 정체가 쓰이기도 한다. 이는 옛 글자인 정체를 사용함으로써 유서깊은, 근본 있는 기업이라고 말하려는 메시지가 있다.
예를 들어 중국 항공사인 중국동방항공의 로고는 정체자이며 상당 수의 중국 명문대학도 정체자 로고를 사용한다. 칭화대학, 베이징대학을 포함한 구교연맹의 모든 대학이 대학교 로고 + 대학교 홈페이지 좌상단의 대학 명칭을 정체자로 표기하고 있다. 이건 사람도 마찬가지라서 시진핑이나 마윈의 경우 서명을 정체로 한다.
일반적으로 대만인, 홍콩인, 마카오인, 중국계 싱가포르인들은 비교적 간체자를 쉽게 배울 수 있고, 중국 대륙인들도 정체자를 대체로 읽을 수 있다. 그냥 떠듬떠듬 읽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즉각적으로 변환이 된다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 아닌, 전체 중에 1/3 정도의 한자만 바뀐 거고, 그 바뀐 한자도 대부분은 그 나름의 규칙에 따라 자동적으로 변환된 것이라서(예: 訁→讠) 간체를 알면 정체자를 쉽게 읽을 수 있다.
또한 중국 대륙에서 공식적으로 간체자를 쓰고 있고 실제로도 간체자를 많이 쓰긴 한다. 그러나 좀 오래된 사찰이나 유물, 문헌들만 봐도 대부분의 글이 정체자로 쓰여 있으며, 인터넷의 발달로 간체자와 정체자 간의 상호 접촉 및 변환이 굉장히 쉬워졌기 때문에 사실상 중국인들에게는 간체자와 정체자에 대한 지식이 모두 내장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필기를 하려면 별도의 학습이 요구된다.
사실 이런 현상은 별로 이상한 것도 아니다. 정체자에 비해 간체자의 역사가 너무 짧기 때문. 간체자를 제도적으로 제정해 시행한 것은 1949년 중국의 공산화 이후이며, 공산화 이전에 만들어진 조금 오래됐다 싶은 글귀들은 하나같이 정체자로 써 있다. 이게 사방에 널려있으니 정체자를 접하지 않을 수가 없는 환경이다.
중국어 위키백과에는 간체/정체 자동 변환 도구가 내장되어 있다. 위에서 언급한 용어 차이도 변환 도구를 적용하면 자동으로 변환해준다. 이 도구가 적용되지 않은 상태의 raw 텍스트를 보면, 편집자의 국적에 따라 서로 종류가 다른 한자들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문서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한쪽으로 변환하지 않고도 문서가 자연스럽게 읽힌다.
중국 만화 《옆집네는 만화 그리는 아요》의 한 장면. 우측 세번째 칸 왼쪽 말풍선이 정체로 되어있다. 간체자를 쓰는 중국 대륙보다 정체자를 쓰는 중화민국이 표현의 자유가 더 크다 보니깐, 오타쿠 농도가 짙다는 의미다. 참고로 이 페이지의 번역본은 여기에 있다.#
중국의 학교에서 번체자를 가르칠 때는, 한국에서 이두와 향찰에 대해 간략히 가르치듯, 수박 겉 핥기식 교육이 이뤄질 뿐이지만 미디어로 정체를 익히는 대륙인들도 있다. 홍콩과 대만의 TV 프로그램들과 영화들이 정체로 자막이 나오는데다가 대만의 서브컬처는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유명한 일본 출판사들은 대만에 지사를 두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중국어 정식발매본이나 해적 판본, 자막 등도 대부분 중국이 아닌 대만에서 나온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인들이 덕질을 하기 위해선 대만 측 정보에 많이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정체자를 익히게 되는 것이다.
4.2. 일본인
신자체를 쓰는 일본인들도 마찬가지로, 일부러 쓸 필요가 많지 않아서 손으로 쓰는 건 어렵지만, 고유명사나 인명에서 구자체를 고수하는 경우가 있어, 중등학교 이상의 학력을 가진 일본인들이라면 사자성어에 자주 나오거나 신자체와 유사한 모양의 구자체를 읽을 수 있다. 구자체에서 신자체로 올 때 형태 변환이 너무 심한 경우[3] 따로 알아보지 않으면 읽지 못한다.뜻을 안다는 거지 처음 보는 단어를 입으로 읽으라면 십중팔구 틀린다. 인명 혹은 지역명의 한자는 훈독, 음독을 넘어선 무언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로 들어 四月一日은 4월 1일로 읽을 시 ‘しがつついたち'(시가츠 츠이타치)라고 읽지만, 사람 인명일 경우 ‘わたぬき'(와타누키)라고 읽는다.[4] 신자체조차 이런데, 구자체를 고수하는 인명이 어떤 훈독을 고수하고 있을지는 원어민도 파악이 불가능하다. 그러기 때문에 일본은 명함 교환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다.
예로, 노기자카46의 구성원 중 하나인 사이토 아스카(齋藤 飛鳥)에 구자체가 쓰였고, 〈너의 이름은.〉의 타치바나 타키(立花 瀧)에도 구자체가 쓰였다. 그리고 노기자카46의 구성원 중 하나인 요다 유우키(与田 祐希)처럼 성씨는 신자체이고 이름을 구자체를 쓰는 케이스도 있다.[5] 그리고 사쿠라자카46 구성원인 우에무라 리나(上村莉菜)처럼 구자체로만 이루어진 이름도 있다.
단, 학생들이라면 구자체의 뜻을 겨우 유추하는 선에서 머무르거나, 아예 읽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고전을 읽거나 고유명사를 접하고 찾아볼 일이 많지 않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를 역이용해 구자체를 써서 낯설게 하기 효과를 노리는 창작물도 많다.
馱(신자체 駄), 涉(신자체 渉), 卷(신자체 巻) 등 오히려 구자체가 획이 더 적은 경우도 있다.
5. 각국의 표준자형
자세한 내용은 정자(한자)/각국의 표준자형 문서 참고하십시오.전통적인 자형을 고수한다고는 하나 국가마다 표준자형이 다르다. 이는 한자에 이체자가 많고 각 나라, 지역마다 선호하는 자형이 다르기 때문이다.아래는 한국과 대만에서 쓰는 대표적인 한자 모양의 비교이다. 왼쪽이 한국, 오른쪽이 대만이다.[6]
간체자가 표준인 중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도 필요에 따라 정체자를 쓰기 때문에 번체자에 대한 표준자형을 지정해 놓았는데, 이 역시 한국이나 대만, 홍콩 등에서 쓰이는 것과는 약간 다른 한자들이 몇 개 있다.
이런 자형차이를 잘 정리해 둔 사이트로 글리프위키가 있다.
6. 여담
대만이나 홍콩, 싱가포르 등 중국 대륙의 공산당 독재정치체제에 대한 반감이 큰 지역에서는 정체자를 대륙의 간체자와 대비하여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며, 대륙보다 평균적으로 잘 사는 것이 반영돼서인지 정체자에 우월감을 느끼기도 한다.홍콩에서는 중국 대륙인을 위한 '국어' 즉 표준 중국어 채널이 간체자로 변환될 때 홍콩인들이 반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표준중국어 교육을 번체자에서 간체자로 바꾸려고 들어서 반발이 크다. 친중파 홍콩 정치인들조차 비판할 정도라 제대로 될지는 미지수. 이미 표준 중국어 교육을 간체자로 하는 마카오와는 달리, 홍콩은 반발이 심해서 사실상 없던 일이 되었다.#
대만 역시 대륙에서 온 관광객이나 체류자가 많아지면서 간체자가 퍼져 대만인들이 항의하기도 한다. 일단 중화민국이 정식 국호인데다 문화대혁명으로부터 전통 문화를 지켰다는 자부심이 강하기도 하고 같은 표준 중국어를 쓰다보니 더 간절한 측면도 있다.
간체자를 표준으로 정한 싱가포르에서도 간체자에 대한 인식이 좋은 것만은 아닌데 일단 공식 문자라서 그대로 쓰기는 하는데 중국계 싱가포르인들은 정체자를 쓰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중화인민공화국보다 중화민국에 우호적인 성향, 중국과의 적대 관계로 인해 정체자를 선호하는 것도 있다.#
중국계 이민자가 많아서 중국어 사용인구가 많은 샌프란시스코나 밴쿠버 등의 안내판 등지에서는 정체자를 사용한다. 당장 중화민국 본적의 화교가 있는 한국 내 차이나타운에서도 간체자를 찾는 것이 매우 힘들다.
대한민국 내 대학교의 중어중문학과는 간체자로 표준 중국어를 교육한다. 그래서 자기 전공 과목에서 정체자를 배우려면, 고전문학 등 간체자가 생기기 전의 작품을 다루는 과목을 듣거나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의 작품에 대해 공부해야만 한다.[7]
[1] 다만 중화민국도 국민정부엔 한자 간략화사업을 추진했으나, 국부천대 이후 백지화되었다.[2] 이는 일본의 가라오케를 대만을 거쳐서 수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2010년대 이후로는 옛말이다.[3] 예시로 몸 체 體(구) 体(신), 소리 성 聲(구) 声(신) 등이 있다.[4] 와타누키는 ‘솜을 빼다’라는 뜻인데, "태음력으로 4월 1일에 옷에서 솜을 빼고 얇은 옷을 입게 되었다."라고 하여 한자 뜻은 전부 무시하고(...) 불리게 되었다.[5] 이외에도 구자체식의 이름을 가진 실존인물은 일본에도 많다. 특이한 것은 같은 한자인데도 누구는 구자체로, 누구는 신자체로 이름을 쓰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전 야구선수 사이토 유키(斎藤佑樹)는 사이토 아스카와 같은 한자지만 신자체를 사용한다. 또 다른 케이스로 前 내각총리대신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 야구선수인 타무라 타츠히로(田村龍弘)와 Travis Japan 멤버 시메카케 류야(七五三掛龍也)는 구자체 龍를 쓰지만, 전 야구선수 히지이 류조(肘井竜蔵)는 신자체인 竜를 쓴다.[6] 순서대로 '낳을 산:', '밥 반', '무리 중:', '느낄 감:', '푸를 청', '절 사', '기를 육', '집 가', '가르칠 교:', '보낼 송:', '싸움 투', '실 사', '하/할 위(:)', '풍년 풍', '능할 능', '버금 차'자다.[7] HSK 대신 TOCFL을 응시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