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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12 00:19:29

지적설계

지적 설계에서 넘어옴
1. 개요2. 무엇이 문제인가?
2.1. 질문2.2. 답변
3. 교육 현장에서 벌어진 논쟁
3.1.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3.2. 키츠밀러 대 도버 교육구 재판
4. 과학계의 입장5. 종교계의 입장
5.1. 기독교5.2. 이슬람5.3. 신흥 종교
6. 생명공학과의 접점7. 관련 미디어8. 여담9. 픽션에서 지적 설계를 한 자10. 참고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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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지적설계 가설(, "Intelligent design" hypothesis)은 창조설을 논리적인 것처럼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가설로, 유사과학비과학에 해당한다.

환원불가능한 복잡성, 즉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구조'를 '신이 설계하였다'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과학으로 증명했다고 생각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역시 결국에는 지적설계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인식 또한 내포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은 컴퓨터를 설계하였다. 이때 컴퓨터 내부의 CPU, 메모리, HDD 등은 인간이 의도한 대로 설계되어 그대로 작동한다.즉 인간은 계산을 위해 CPU를 만들었고 CPU는 인간의 의도대로 계산하는 기능이 생긴다. 메모리와 HDD도 이 논리에 따라 기억을 담당한다. 따라서 컴퓨터는 우연이 아니라 철저히 인간이라는 지적 설계자를 통해서 만들어졌다고 주장할 수 있다. 지적설계자들은 이 논리를 그대로 사용하여, 모든 생물의 기능 또한 '신의 의도에 따라 철저히 설계되어 생긴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학적 사실과 맞지 않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종교적 신념에 그치지 않고 공교육인 과학수업에 도입해 공식적으로 가르치려는 점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이슈를 일으키고 있다.

2. 무엇이 문제인가?

이 가설은 처음부터 '창조설이라는 종교적 내용을 과학적인 양 설파하기 위해' 설계되었다는 불순한 동기와, 그러한 동기에서 유발된 태생적 결함을 갖고 있다.[1] 원래 설계라는 단어에는 종교적인 맥락이 없으므로 설계를 이용해 인간을 설명해도 문제가 없다.

종교적인 맥락이 강해서 "그 최종적인 설계자가 창조론에서 말하는 하느님이다."라는 논리로 귀결된다. 물론 신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지적 설계자로 명문화했으니 쟁점이 될 수 있는데, 미국에서는 단어만 위장했지 을 뜻하니 창조를 설명하는 종교라고 판결했다.

왜 ''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지적 설계자'라고 하냐면, 미국에서 특정 종교의 교리에 입각한 가설이 강요되는 것이 위헌으로 판정이 나면서, 창조설이 교육에서 퇴출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절대자' 개념을 지니는 어떤 종교에도 끼워맞출 수 있도록 '지적 설계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따라서 창조설과 달리, 지구과학에서 노아의 홍수를 언급하지 않으며 천문학에서 여호수아가 태양을 멈췄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물론 논의가 진행되다 보면 자신들도 지적 설계와 창조설의 구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섞이게 된다.

그냥 편하게 신(설계자)이 만들었다고 할 거면 굳이 과학의 영역에 들어올 이유도 없다. 전형적인 반과학, 간극의 신 논리다. 과학자들 모두가 저건 신이 만들었겠거니 하고 있었으면 자연현상의 원인을 규명할 필요가 없으니 과학은 전혀 발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2.1. 질문

지적설계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질문들을 던진다.

지적설계가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질문에 답변하거나 최소한 답변을 위한 체계적인 탐구를 가능하게 하는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적설계가 설령 옳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이를 가치있는 주장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설계자에 대한 몇 가지 가정을 포기하고 철학적 지식을 동원하면 위 질문 중 일부에 대해 수월하게 답할 수 있다. 가령 치명적 약점이나 흔적기관의 존재는 '신이 생명체의 복지에 관심 없이 장난을 쳤을 수 있다.'는 식으로 넘길 수 있다. 지적설계에 관한 논쟁은 기독교에 관한 논의와 뗄 수 없으므로, 저런 질문은 문제거리가 된다.

'설계자는 누가 설계했냐?'라는 질문은 25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 시절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이다. 아리스토텔레스부동의 원동자를 통해 같은 문제를 다루었으며,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를 신 존재 증명에 활용하기도 했다. '설계자를 설계한 자가 있고 그것을 설계한 자가 또 있다는 식으로 무한히 소급될 수는 없으므로 최초의 설계자가 있고 그것이 신이다.'라는 식으로 넘기면 그만이다.

설계자를 설계한 자의 분포가 필히 선형적이어야 할 필요 또한 없다. 항공기를 설계할 때에 여러 설계자가 참여한 것처럼 하나의 복잡한 설계자를 단순한 설계자 여럿이 협동해 설계할 수도 있다. 설계자가 무한히 이어지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 결국 설계자의 설계에 대한 문제는 하나의 견해가 될 수는 있지만 결정적인 논박으로 보기는 어렵다. 애초에 철학에서 이런 종류의 문제들을 통으로 묶어서 '무한한 소급에 대한 문제'로 칭하며, 인식론, 정당화, 형이상학 등 다양한 맥락에서 다루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 역시 비슷한 질문을 했는데 '설계자는 자신이 설계한 존재보다 복잡도가 크거나 같을 것이 당연한데, 설계자의 설계자의 설계자…로 올라가면, 그 존재의 복잡성은 무한히 증가하고, 따라서 그 존재가 없을 확률도 무한히 100%에 가까워진다. 따라서 지적 설계자가 있을 확률도 무한히 0%에 수렴해 간다.'는 논지이다.

비슷한 예로 칼 세이건은 지적설계를 "우주는 신이 만들었다는 둥, 그 신은 원래부터 있었다는 둥의 이야기를 할 거면, 한 단계 줄여서 우주가 원래부터 있었다고 하는 게 편하지 않냐?"라고 비꼬았다. 실제로 무신론자들이 주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이다. 우주가 굳이 무한히 복잡한 절대자라는 가정을 할 필요 없이, 그냥 우주가 원래 스스로 존재한다는 게 훨씬 편하고 합리적인 가정이라는 것이다.

천체물리학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지적 설계자가 진짜 존재하고 인간을 아꼈으면, 왜 인간이 한 구멍으로 숨 쉬고 먹고 말하게 만들었을까? 음식이 기도(氣道)에 막혀 죽는 사람이 얼마나 많나? 같은 포유류인 돌고래먹는 구멍숨 쉬는 구멍이 다른 걸 보면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라고 반문했다.

2.2. 답변

지적 설계에 대한 여러 논박 중, '설계적' 결함의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예를 들어볼 수 있다.
지적설계가 과학 이론이 되기 위해서 해명되어야 할 부분이지만, 여태까지 이에 대한 답변이 부족하다. 생물학, 철학 교수인 프란시스코 아얄라는 이런 접근법이야말로 신성모독이라고 주장했다.

마이클 비히는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을 처음 제시한 사람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 개념을 처음 제시한 사람은 다름 아닌 찰스 다윈이다. 《종의 기원》에서, '이러이러한 사례가 발견되면 진화론은 논파됨' 하면서 몇 가지를 들었다.

결정적으로 지적설계가 내세우는 논리에는 자체적 근거가 없고, "진화론의 이러이러한 점이 틀리니 사실 우리가 맞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A가 아니므로 B가 맞다.'라는 주장은 당연하게도, 명백한 흑백논리의 오류다.

본질은 간단한데, 증명이 안 된다. 지적설계에서 상정하는 만물을 설계하고 그에 관여한 지적 존재가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증명이 안 되었으며 증명이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마저 존재한다.

3. 교육 현장에서 벌어진 논쟁

3.1.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

2005년 1월, 미국에서 지적 설계론자들이 과학 수업할 때 '검증되지 않은 가설'인 진화론을 가르치려면 역시 '검증되지 않은 가설'인 지적설계도 마찬가지로 함께 가르치라고 캔자스 교육위원회에 요구한 게 받아들여졌다. 이에 한 물리학 석사생이 이를 비판하려는 의도에서, 역시 '검증되지 않은 가설'인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이란 패러디 종교를 만든 뒤 이것도 같이 가르치라고 요구했다. 이것이 날스괴의 발단이다. 결국 캔자스 교육위원회의 결정은 2년 후 폐지되었다.

3.2. 키츠밀러 대 도버 교육구 재판

해당 재판을 요약한 북툰 영상.
2005년 9월~11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는 지적 설계를 교육과정에 넣어 가르치다가, 이를 반대한 9명의 학부모에 의해 재판이 벌어진 바 있다. '키츠밀러 대 도버 교육구 재판'이 그것이다. 영어 위키백과 이 재판에서 고소인, 즉 원고 측은 지적 설계가 과거 창조설의 설명 중, 신을 지적 설계자로, 창조를 설계로, 단어만 치환한 것일 뿐임을 성공적으로 증명하였다.

이에 피고 측[2]에서는 진화론이 박테리아의 모터와 닮은 편모, 면역체계의 발달 등을 증명할 수 없다며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원고 측은 "네가 모르면 없는 거냐?"라며 재판관 앞에 관련 논문과 전문서적 수 십 권을 말 그대로 '쌓아올렸다'. 결국 변호인 측은 "'내가 보기엔' 불완전하다"라면서 꼬리를 내렸다. 또한 피고 측이 '박테리아의 편모(鞭毛) 구조는 진화론으로 설명이 안 된다.' 라고 주장하자, 피고 측이 인용한 해당 논문을 쓴 저자 본인이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서 "저들은 내 논문을 곡해했다. 편모 구조는 진화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해명해 버렸다. 참고로 해당 논문은 편모가 '인간이 만든 모터와 닮았다'라고 언급했지, 지적인 존재가 설계했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결국 2005년, 미국 연방 법원 판사 존 E. 존스 3세(John E. Jones III)는 지적설계는 과학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종교라고 판결했다. 또한 지적설계를 주장하는 책을 과학 교과서로 삼으려고 한 것은 '종교적 의도가 있었음에도 피고들이 이를 숨기기 위해 모의하고 재판에서 위증한 것'이라는 점까지 밝혀져, 피고들에게는 위증죄도 추가되었다. 지적 설계란 말이 사용되기 이전에 씌어진 문장에서 '창조론'이란 단어가 '지적 설계'로 대체되어 있고, '신'이란 단어는 '지적인 힘'으로 바뀌어 있으며, 이런 식으로 고친 문장으로 지적 설계를 소개했던 것임을 원고 측은 입증해냈고, 따라서 지적 설계로 포장해서 설명하고 있는 문장이 종교적이란 것을 입증했다.

재판을 맡은 존스 판사는 근본주의 성격의 보수적인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나 개신교 계열 사립학교를 다녔던 개신교 신자로서, 공화당원이며 재판 당시나 그 이후로도 많은 종교 활동과 자선 활동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창조론 측에서 판사를 환영했고, 과학계는 우려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종교가 아닌, 철저한 증거와 논리에 따라서만 판결한 것.

많은 전문가들이 재판에서 증언했는데, 한 생물학자가 고래는 원래 포유류인데 다시 바다로 돌아갔다고 설명하자, 자신은 전혀 몰랐다면서 "왜 나에게 그런 걸 가르친 사람이 없었을까요?"라고 농담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가 젊은 시절에 다니던 학교는 종교색이 짙어서 진화론은 아예 가르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런 판사가 '지적설계론 = 종교, 따라서 지적설계론 가르치는 건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존스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지적설계를 가르치는 교육 정책에 대해서 breathtaking inanity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직역하면 '숨막힐 정도의 어리석음'이란 뜻.

참고로 존스 판사는 이후 2024년 현재 디킨슨 칼리지의 총장으로 재임중이다.

4. 과학계의 입장

생물학, 지질학 이외의 자연과학자 중 지적 설계를 신봉하는 사람이 존재하긴 한다. '창조과학회'에서 활동하는 과학자가 이런 경우인데, 진화론에 회의를 가진 물리학자가 이러한 길로 빠지는 경우가 있다. 이신론(理神論), 불가지론(不可知論)을 지지하는 물리학자는 꽤 많지만, 이 이론들은 자연과학과 정면 충돌하지는 않는다.

5. 종교계의 입장

지적 설계의 주장을 최대한 수용할지라도, 지적 설계에서 상정하는 지적 설계자가 곧 기독교의 신이라는 법은 없다. 이 부분을 고려하면 지적 설계 자체는 한 번쯤 상상해볼 만한 일이다. 문학과 영화에서 자주 다뤄지는데다, 게임은 그 자체로 지적 설계의 축소 세계이다. 운영진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게 사실인 만큼, 누구나 '우리가 사실 누군가의 설계로 인해 발생한 게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되려면 증거를 찾아야 한다.

'지적 설계의 주체가 꼭 기독교의 신인 야훼여야 하는 건 아니다.'는 지적 설계 옹호자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지적설계 자체가 이를 의도하고 만들어진 주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분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또한 개신교 입장에서도 큰 문제가 안 된다. 토마스 아퀴나스 역시 <신학대전>에서 신의 존재를 증명한 뒤, "이 증명이 우리가 믿는 그 하느님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절대자가 있다는 것은 입증한다.'"고 언급한다. 절대자의 존재를 입증하기만 해도 기독교 측에서는 이득을 본다.

물론 지적설계설이 참이라고 해도, 이는 유일한 창조주를 상정하지 않는 종교에 우위를 지닐 뿐이다. 창조를 이야기하는 다른 종교에 우위를 갖는 것은 아니다. 지적설계설이 옳다고 해도 지적 설계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기독교이슬람교에는 하나님이 있다. 도교 세계관에는 조화옹이 있다. 조선시대 문학에서도, 요즘 말로 조물주란 말이 나올 자리에 조화옹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예부터 이쪽 세계관에서 신비로운 일을 "XX의 조화"라고 불렀던 것과 상관있을 것이다. 다만 숭배의 대상은 아니었다. 인도 신화브라흐마도 있고 크툴루 신화아자토스도 있다. 혹은 인류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발달한 기술력을 가진 고등문명인지도 알 수 없다. 숫자가 좀 부족해 보이면 조건을 충족하는 새로운 신을 만들어내면 그만이다.

결론은, 한 종교의 창조설을 믿는 종교인이 지적설계를 공식적으로 관철시키려면 타종교의 창조신화와의 충돌을 설명해야 한다.

5.1. 기독교

개신교가 지배적인 미국에서는 지적 설계를 과학적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미국 개신교는 서유럽과 달리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짙으며, 그러한 교파의 위세 또한 막강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 교회도 마찬가지다. 교파적 성향과 관계없이 개인별로 창조를 긍정하기도, 진화를 믿기도 한다. 한국 과학계의 중심인 카이스트에도 지적 설계를 믿는 사람이 있다.

차라리 생명과 영혼의 문제를 종교의 영역으로 확정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진화하게 만들어졌다고 말하는 것이 그나마 나을지 모른다. 이건 이것대로 종교색을 배제했을 때, 결국 어떻게든 신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다.

신이 자연현상을 통해 개입한다는 유신론적 진화론의 주장에 대해서 어떤 이들은 "개입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사족을 덧붙인 것"이라면서 실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고 보기도 한다. 물론 그들 입장에서 맞는 말이지만, 종교인이 과학이론을 자신의 신앙과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고려 가능한 신학, 교리적 흐름이기 때문에, 신의 섭리가 자연법칙을 거쳐 이루어진다는 분석은 종교적 관점에서 중요하다.

5.2. 이슬람

이슬람에서도 지적 설계는 늘 강한 지지를 얻어왔고 미국 근본주의 기독교의 창조설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서유럽에서는 세속주의와 비종교주의, 무신론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하면서 지적 설계 주장에 제동이 걸리지만, 이슬람에서는 오히려 강하게 장려되는 편이다.

튀르키예는 세속주의 국가라서 저 정도에서 멈추는 데 반해, 이보다 더한 많은 중동 국가에서는 진화론을 교육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 2017년에 튀르키예도 진화론이 “논쟁적인 이론”이라는 이유로 교육 과정에서 진화론을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5.3. 신흥 종교

지적 설계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것저것 잡다하고 수상쩍은 근거를 가져다가 '지적 설계자의 존재'에 대한 근거를 보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을 지속하다 보면 기독교의 성경에서 전하는 도그마와는 무관한 주장이 쌓이게 된다. 지적 설계를 옹호하는데 '성경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은 주장들'을 대단히 많이 포함하는 이상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적 설계를 옹호하려고 근거들을 계속 잡다하게 보충할수록 '지적 설계자'도 점점 더 '신흥종교의 신'에 가까워질 뿐, 기독교의 신과는 오히려 거리가 더 멀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개신교 세력이 강한 미국에서는 성경 내용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이는 '성서문자주의'적인 풍토가 우세하기 때문에 오컬트외계문명같은 소리가 잘 팔린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썰을 날조하는 이들이 성경의 일화를 외계 문명의 소산인 것처럼 일단 설명해 놓으면, 그런 사건이 실제로 있긴 있었다는 결론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스위스의 오컬티스트 에리히 폰 데니켄이 집필한 도서인데, 《신들의 전차》는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6. 생명공학과의 접점

생명공학이 발전하면서, 관련 기술을 지적 설계의 근거로 활용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인간이 생명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지적 설계자가 생명을 만들어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무엇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곧 만물에 지적 설계자가 개입했다는 증거가 되기는 힘들다. 가령, 인간이 인공 원소를 만들어냈다고 해서, 주기율표의 나머지 자연 원소가 모조리 지적 설계자의 작품이 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 처음부터 지적 설계는, 인간이 만들지 않은 생명과 우주가 과연 인간처럼 지적인 설계자가 만들었는지의 여부를 탐구한다는 것이 명분이기 때문에, 인간이 뭘 만들었다는 것을 근거로 삼는 것은 자기 정체성조차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지적설계론을 믿지 않더라도, 우리가 지적설계자가 될 수 있다면서 신적인 존재의 출현가능성을 긍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종교적 관점의 지적설계론자는 이런 현상 자체를 신성모독이라고 증오한다.

7. 관련 미디어


8. 여담

2012학년도 수능대비 EBS 인터넷수능 고득점 N제 외국어영역 330제 문제 중, 161, 162번에 지적 설계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 출제 의도는 '더하는 게 세상의 법칙의 전부가 아니라 빼기일 수도 있다' 라는 내용인 것 같은데, 내용을 풀 때는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런데 해설을 읽어 보면, 번역 아래 풀이에 "지적 설계이론이란…" 이라고 하면서 문장 시작한다. 직접 언급은 안 했으나, 해설에 '지적인 존재(agent)'라고 적혀있다. 문제를 만든 이가 의도한 건지 해설 부분을 작성한 이가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리처드 도킨스는 호주의 한 토론 프로그램에 패널로 참여해 종교가 말하는 절대적 도덕의 위험한 일면을 지적하면서, 세속적 도덕관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여성 해방 운동, 노예제 폐지 등 현대적 윤리와 관련한 여러 움직임과 사회 발전은 이성적 토론과 같은 지적 설계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농담을 던졌다.

과학, 유사과학을 막론하고 대중은 물론 과학자도 -론(論), -설(說)을 습관적으로 붙이기 때문에, 지적설계론, 지적설계설로 자주 불린다. 창조설창조론의 차이처럼 미묘한 어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용어 사용자의 입장에 따라 양자를 혼용하거나 한 쪽을 고수하기도 한다. 이 문서의 표제어는 지적설계이지만, 문서 내용은 지적설계설이나 지적설계론, 지적설계가 혼용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9. 픽션에서 지적 설계를 한 자

픽션에서 창조주, 창조주급 존재가 나올 때 함께 붙어 나오는 기믹이 있다. 가상의 창조주가 있는 세계관이라면 거의 이 지적설계 설정이 따라나온다고 해도 무방하다.

10. 참고 항목



[1] 과거 미국에서는 과학 교과서에 편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2] 피고 측의 과학적 논리를 제공한 단체는 디스커버리 연구소(Discovery Insitute)로, 개신교 계열의 창조과학 지지 단체이다. 본래 8명의 연구원이 재판에서 증언을 하기로 했으나, 정작 재판이 다가오자 8명 중 5명은 증언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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