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한계를 지난 위성이 붕괴되는 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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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로슈 한계(Roche limit) 또는 로슈 반지름은 위성이 모행성의 기조력에 의해 붕괴되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한계 거리를 가리킨다. 1850년 프랑스의 천문학자 에두아르 알베르 로슈(Édouard Albert Roche, 1820-1883)에 의해 계산되어 알려졌다.2. 원리
로슈 한계는 차등 중력에 따른 기조력(起潮力)[1]의 존재로 인해 발생한다. 중력과 중력 가속도의 세기를 결정하는 인자는 오로지 질량체와의 거리이며, 그 정도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물체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중력 가속도는 작아지며, 물체 사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중력 가속도는 커진다. 그런데, 천문학적 크기의 부피와 질량을 갖고 있는 천체들의 경우 하나의 천체 안에서도 위치에 따라 받는 중력의 차이가 발생한다.천체의 중력 가속도는 모천체의 지표면을 기준으로 해발고도에 반비례하므로(위성이 우주로 나갈수록 모천체의 중력을 적게 받으므로), 이와 반대로 위성이 로슈 한계보다도 낮은 고도로 접근하게 되면 행성이 위성의 앞면 부분에 거는 중력 가속도와 위성의 뒷면 부분에 거는 중력 가속도의 차이(분리력)가 위성 자체의 표면 중력 가속도(결합력)를 초과해 버린다. 그 결과 위성의 앞면과 뒷면의 공전궤도와 속도가 달라지게 되어, 위성이 주욱 늘어나다가 찢어진다.[2]
로슈 한계는 다음과 같은 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math(\displaystyle d \approx 2.44 R \left(\frac{\rho_M}{\rho_m}\right)^\frac{1}{3} = 2.44\left(\frac{3M}{4\pi\rho_m}\right)^\frac{1}{3})]
[math(\rho_M)]과 [math(\rho_m)]은 각각 모행성과 위성의 평균 밀도, R은 모행성의 반지름, M은 모행성의 질량이다. 앞에 붙는 계수 2.44는 기조력에 의한 위성의 변형을 고려한 것으로, 위성이 변형이 없는 강체라고 가정할 경우 이 값은 1.26이 된다. 지구의 달과 같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위성들은 그 특성이 유체에 가깝기 때문에[3][4] 계수는 2.44에 가깝다. 로슈 한계 내에서는 위성에 미치는 모행성의 기조력이 위성 자체의 중력보다 커지므로 위성이 파괴된다. 태양계 내의 대부분의 위성들은 모행성의 로슈한계보다 훨씬 바깥쪽에서 돌고 있으나, 토성의 고리는 로슈한계 안에 위치하고 있다. 그렇기에 토성의 고리의 생성 원인은 과거에 있었던 위성이 로슈 한계 안쪽으로 근접하여 부서진 결과라고 추정된다.
로슈 한계의 반지름을 결정하는 위성의 속성은 밀도뿐이다. 즉, 소행성이 로슈 한계 내로 진입하여 파괴될 때 잔해들이 발생해도 밀도에 큰 변화가 없다면 로슈 한계는 그대로일 것이고, 잔해들은 여전히 한계 내에 존재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한번 진입한 소행성 잔해는 끝없이 부서져 가루가 되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어느 정도 크기 이하로 부서지지는 않는데, 이는 소행성을 이루는 물질 자체의 결합력에 의한 것이다. 천체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자체 중력보다는 전자기적 결합력이 더 중요해지는지라 충분히 작은 물체들은 로슈 한계 안에서도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로 멀게는 지구 주변의 저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부터, 가깝게는 인간을 포함해 지표면[5]에 있는 모든 물체들이 있다. 그러나 전자기력을 이길 정도로 중력이 강할 경우, 작은 물체의 양단에 전자기력 이상의 기조력이 작용해서 박살낼 수도 있다.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등의 작고 무거운 축퇴성에 가까이 가면 이런 일이 일어난다.[6]
로슈 한계는 모행성과 위성의 밀도에 관련되어 있어서 로슈 한계가 모행성의 반지름 안쪽에 위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위성이 강체인 경우 위성의 밀도가 모행성의 2배, 유체인 경우 14.5배가 넘는다면 행성 반지름 안쪽이 된다.
달이 지구의 로슈 한계 안에 있었다면, 지구에게도 고리가 있었을 것이다.[7] 하지만 지구에게 달은 상당히 큰 위성이며 태양과의 거리도 가까워 토성처럼 밝고 오래 지속되는 고리를 가지긴 어렵다. 실제로 고리가 존재했다면 얼음보다는 암석으로 이루어진 어두운 고리일 확률이 크고, 그림자 때문에 표면 온도가 극심하게 낮아져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행성이 될 수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 #(영문) 참고.
해왕성의 위성인 트리톤은 서서히 모성과 가까워지고 있으며 약 36억년 뒤 로슈 한계 내로 넘어오면 박살날 예정이다. 화성의 포보스도 2~4천만년 후엔 비슷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며, 화성은 지구형 행성 중에서 유일하게 고리를 갖게 된다. 다만 고리의 지속시간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아서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가능성도 있다.
3. 여담
- 최근 연구에 따르면, 카이퍼 벨트에 자리한 소행성체 콰오아가 로슈 한계에 부합하지 않는 고리를 가졌음이 밝혀졌다. 콰오아의 고리 반지름은 각각 2520(Q2R), 4057㎞(Q1R)이다. Q1R의 고리 반지름은 555km인 콰오아 반지름의 무려 7.4배로, 콰오아의 로슈 한계를 한참 벗어나는 값이다. 다만 콰오아의 고리들은 각각 위성 웨이워트와 궤도 공명(Q1R, 6:1 궤도 공명) 및 콰오아와 자전 공명(Q1R, 1:3 자전 공명. Q2R, 5:7 자전 공명)을 하고 있고, 발견되지 않은 양치기 위성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4. 매체에서의 묘사
- 너의 이름은. 애니메이션에서 혜성의 핵이 분리될 때 뉴스에서 이 말이 나와 일반인들에게도 주목을 받았다. 1994년 7월 목성과 격돌한 슈메이커-레비 9 혜성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보이며, 로슈 한계를 넘지 않았는데도 혜성의 핵이 갈라졌음을 시사함으로써 이 작품에서의 혜성 충돌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어떤 판타지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음을 의도한 부분으로 추정되나, 사실 이는 고증 오류로 지구의 크기와 기조력을 고려할 때 지나가는 혜성의 형태에 변화를 주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 문폴 영화에서 달과 지구 사이 로슈 한계로 달이 도달해 조금씩 붕괴하면서 달 파편들이 지구로 메테오처럼 떨어지고 지구 중력에 이상이 생기며 달과 지구 사이에서 작용하는 기조력으로 지각 변동이 크게 일어나 지진으로 땅이 갈라지고 바다가 넘쳐 흘러 지구가 붕괴하기 직전 상황으로 도달한다.
- 유랑지구2 영화에서 달에 건설한 엔진이 파괴당해 지구로 추락하던 가운데 지구가 이를 벗어나기 위해 지구에 설치한 엔진을 가동하려 하는데 엔진을 가동해야 하는 기점이 달의 로슈 한계까지라는 설명이 나오며 이를 벗어나서 가동하면 지구의 지상은 달의 파편으로 초토화한다고 표현한다.
-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 게임에서 최종보스전 테마곡 제목으로 '어느덧 쌍성은 로슈 한계로'라고 인용하였다. 그리고 제목과 걸맞게 최종 보스전 종반으로 접어들면 보스전 배경 행성과 최종보스가 불러낸 행성이 로슈 한계를 넘어서며 두 행성 지표면이 뜯겨나가기 시작한다. 최종전 진행과 잘 맞물려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삽입곡. 여담으로 제목에서 '쌍성'이라는 단어도 나오는데 이는 실제 천문학에서 말하는 쌍성이 아니라 두 천체를 쌍성으로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해당 곡 영어 제목은 'Two planets'를 사용해 좀 더 정확한 표현을 했다.
4.1. 오해
로슈 한계는 대중매체에서의 오해와 남용이 굉장히 많은 개념 중 하나이다.엘더스크롤 시리즈 게임에서 나오는 위성 매서와 세컨다. |
- 판타지 등에 흔히 나오는 하늘을 가릴 정도로 거대하게 보이는 달은 로슈 한계 때문에 존재할 수 없다.(X)
로슈 한계의 범위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오해. 일반적인 행성의 로슈 한계는 매우 작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위성의 크기와 로슈 한계는 사실상 아무런 상관이 없다. 가령 달에 대한 지구의 로슈 한계는 약 9000km이다. 해당 고도에 달이 위치할 경우 현재보다 지름이 약 42.2배 더 커 보이게 되며, 하늘을 올려다 볼 시 시야의 약 25%가 달로 가득 차게 된다. 시각적으로 알기 쉽게 요약하자면, 지금 달의 위치에 목성을 가져다 놓는다면 동일한 풍경을 볼 수 있다.[8] 이는 지구와 같은 암석형 행성이든 토성과 같은 가스형 행성이든 크게 다르지 않으며, 일반적인 행성의 로슈 한계는 반지름의 약 1.5배 정도에 불과하다.
위성이 행성과 가깝게 위치하기 힘든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 로슈 한계와는 전혀 무관하며, 우주 속도의 영향이 크다. 행성에 가까울수록 궤도를 유지하기 위한 우주 속도는 훨씬 커지는데,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소천체가 운 좋게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적절한 각도로 스쳐지나갈 확률이 거의 없기 때문. 달과 같이 충돌 파편에서 형성된 위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그 정도의 속도를 가진 파편이 딱 적절한 각도로 튀어나갈 확률은 매우 낮다.
다만 로슈 한계와는 별개로, 위성과 행성의 거리가 비정상적으로 가깝다면 생물체가 살기 어려운 환경일 가능성이 높다. 위성이 가까우면 그만큼 행성의 해수 조석과 지각 조석이 커지기 때문에 영화 인터스텔라의 밀러 행성처럼 수백m~수km의 파도가 일상적으로 치거나, 지진이나 화산 활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지구의 경우도 선캄브리아기 초기 달의 궤도 장반경은 22,500km으로 지금보다 달이 최대 17배 더 커 보였는데[9], 당시에는 대다수의 생물이 고세균, 남세균 등의 미생물 뿐으로, 고등 생물이 탄생하기에는 부적합한 환경임을 짐작할 수 있다.
- 로슈 한계에 다다른 물체는 기조력 때문에 순식간에 폭발하여 산산조각난다.(X)
기조력은 원심력과 마찬가지로 애초에 실존하는 힘이 아니며, 위성의 각 위치에 가해지는 중력의 차이를 편의적으로 표현한 개념일 뿐이다. 달과 같은 행성이 기조력으로 인해 그 형태를 잃어버리는 데에만 수 년, 고리의 형태로 흩어지기까지는 몇백년이 걸린다.
혜성과 같은 작은 천체조차도 그 구성의 결합력이 매우 약한 경우에나 짧은 시간 안에 조각나며, 이마저도 수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위성을 행성에 충돌시키는 것은 로슈 한계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틀리며, 반대로 재난 영화 등에서 지구에 다가오는 혜성이나 위성이 로슈 한계로 인해 무너져내리는 연출 역시 오류이다. 슈메이커-레비 혜성과 같은 사례는 매우 희귀한 것으로, 목성과 같이 거대한 중력과 크기를 가진 행성의 근처에 운 좋게 상대 속도가 매우 느린 혜성이 아주 긴 시간에 걸쳐 이동하였기에 벌어진 사례이다.
[1] 조석력(潮汐力)이라고도 한다. 한 위성천체가 다른 모천체의 중력권 안에 있을 때, 모천체에 가까운 면은 중력이 크게 작용하고, 먼 면은 중력이 작게 작용하는 것. 밀물과 썰물도 달의 기조력에 의해 발생한다.[2] 모천체와 위성천체의 질량차이가 작을 경우에는 양쪽 다 계란모양으로 잡아당겨지며 이에 따라 극심한 열이 발생하는 영향을 받는다. 남의 얘기가 아니라 지구의 지열에도 달의 기조력이 일익하고 있다.[3] 달은 돌덩이인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물질을 강체로 유지시키는 전자기력의 중요성은 중력에 밀려 사라진다. 아무리 단단한 암석이라도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는 유체의 특징을 갖는다. 조악한 비유기는 하지만 이는 쇳덩이도 마찬가지인데, 장대레일이 현장에서 용접을 통해 제작되는 이유다. 실제로 레일의 길이가 일정규모 이상 길어지면 그 단단하던 레일이 엿가락처럼 쉽게 휘청거린다. 직접 보면 쇳덩이 맞아? 싶을 정도.[4] 지구는 지름 약 1280만 미터에 달하는 거구인만큼 크기 비율상 1 밀리미터 정도 되는 모래알은 사람으로 치자면 몸에 묻은 물분자(0.18 나노미터)에 지나지 않으며, 몇십 미터짜리 거대한 바윗덩어리조차도 지구 입장에선 아주 곱다 고운 밀가루일 뿐이다. 그러니 물처럼 흐르는게 의외로 안이상한 것이다.[5] 조석력이 가장 강한 곳이다.[6] 우주비행사가 블랙홀의 중력권에 잡혀서 선 채로 자유낙하하면, 머리에 걸리는 중력 가속도와 몸통에 걸리는 중력 가속도의 차이가 목뼈의 인장강도를 초과하여 스파게티처럼 늘어나 갈기갈기 찢기는 최후를 맞을 것이다.[7] 혹은 과거에 고리를 가진 시절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테이아가 원시 지구와 충돌하면서 나온 수 많은 파편 중 일부가 고리 모양으로 지구 주위를 공전하다가 고리의 재료들이 뭉치면서 달을 형성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도 있다.[8]
목성이 달의 궤도에 위치할 경우의 예상도. 해당 영상에 다른 태양계 행성과 달의 예시도 있으니 쉽게 비교 가능하다. 사실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목성의 위성인 이오나 유로파의 궤도 장반경은 달의 약 1.2~1.7배 정도에 불과하므로 거기서 보는 하늘은 항상 저런 모습인 것이다.[9] 지금 달의 궤도에 천왕성 혹은 해왕성을 가져다 놓았을 때보다 약간 더 큰 크기이며, 위의 엘더스크롤 시리즈 일러스트의 좌측보다 더 큰 크기로 보이게 된다. 다만 선캄브리아기는 지구 역사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긴 시기이기에, 후기에는 지금의 달과 비슷한 궤도까지 상승하였다.
목성이 달의 궤도에 위치할 경우의 예상도. 해당 영상에 다른 태양계 행성과 달의 예시도 있으니 쉽게 비교 가능하다. 사실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목성의 위성인 이오나 유로파의 궤도 장반경은 달의 약 1.2~1.7배 정도에 불과하므로 거기서 보는 하늘은 항상 저런 모습인 것이다.[9] 지금 달의 궤도에 천왕성 혹은 해왕성을 가져다 놓았을 때보다 약간 더 큰 크기이며, 위의 엘더스크롤 시리즈 일러스트의 좌측보다 더 큰 크기로 보이게 된다. 다만 선캄브리아기는 지구 역사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긴 시기이기에, 후기에는 지금의 달과 비슷한 궤도까지 상승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