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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나치 정권의 분서

1. 개요2. 역사3. 상품 파괴4. 분서를 당한 책5. 분서 사건

1. 개요

"그것 참 고맙군요. 내 책은 구운 밤 같이 불에 구워야지 제대로 값어치가 있거든요. 그런데 직접 구워주시다니 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입니까?"
- 볼테르, "당신이 써댄 헛소리가 웃겨서 당신의 책을 불태우고 있다. 그래 기분이 어떤지 궁금하다."라는 편지에 대한 답장이다. 계몽주의 시대에 교회나 상류층의 심기를 거스른 급진적 책은 금서나 분서 처분을 당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 때문에 어떤 책이 금서/분서 처분 당했다는 소문이 나면, 계몽주의 지식인들 네트워크에서 "올ㅋ 그거 기똥찬 책인가 보네" 하는 반응이 일면서, 요즘으로 치면 노벨문학상 받은 걸로 여겨지고 오히려 역효과로 대인기를 끄는 경향이 있었다. 즉 볼테르가 이런 소리를 한 것은 상대한테 열 치여서 아무 소리나 지껄인 게 아니고 "야 고맙다 니 덕에 내 책 히트치겠네" 하면서 상대를 고단수로 조롱한 것이다.

분서(焚書, book burning/biblioclasm)는 책(현대에는 책에 준하는 매체인 디지털 저장 장치도 포함)을 불태우거나 기타 방법으로 읽을 수 없도록 파괴하는 행위이다. '책'이라는 매체가 갖고 있는 지식이라는 목적성과 상징성을 철저히 없애버리는 모독적 행위이다. 요컨대 책에 담겨있는 정보가 하나도 가치가 없다면, 종이뭉치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불쏘시개로 쓰는 것 뿐이라는 것이다. 반대파에 대한 위협과 같은 정치적 퍼포먼스의 성격을 갖기에 공개적으로 시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일반적인 동기는 책들의 내용물에 대한 정치적, 도덕적, 종교적인 반발심이다. 그외에는 각종 난세의 전란으로 인해 분서되는 서적들도 많이 있으며 실제로 전근대시기 문헌자료의 상당수는 이런 분서로 인해 소실된 경우가 많다.

2. 역사

동양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시황제분서갱유와 청나라 문자의 옥, 마오쩌둥문화대혁명 당시 분서가 가장 유명한 사건이고, 서양에서는 나치 독일 시절 괴벨스의 주도 하에 프란츠 카프카, 에밀 졸라유대인 작가의 저작과 마르크스 등의 소위 퇴폐 도서들이 대규모로 불태워졌던 나치의 분서 캠페인이 가장 유명하다. 그 외 전쟁, 반란으로 인한 분서와 유실도 포함되는데 중화권에선 항우진나라 함양 전소로 인한 분서, 소량 효원제의 14만권 분서, 황소의 난 당시 당나라 황실 도서관 8만권 분서가 유명하고, 한국에선 고구려 멸망기, 고려-거란 전쟁, 고려-몽골 전쟁, 임진왜란으로 인한 각종 사료와 도서의 분서[1], 북한도서정리사업이 유명하며, 서양에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분서가 매우 유명하다. 서양에서는 로마 제국테오도시우스 1세정통 칼리프 시대우마르를 두고 도서관의 분서 책임자가 누구인지 논쟁이 있었는데 현대에는 고대부터 중세까지 도서관이 천천히 붕괴되었다고 본다. 일단 마지막으로 도서관에 있던 장서에 대한 분서 명령을 내린것은 우마르라고 알려져 있으나 이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있다.

동독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나치당의 분서[2] 에서 모티브를 얻어 아래와 같은 시를 짓기도 했다.
분서(焚書)

브레히트 시(詩), 김남주 옮김

당시의 정부가 유독(有毒) 지식이 든 책을
만인이 보고 있는 앞에서 태워버리라고 명령하고
도처에서 황소들이 책을 쌓아올린 짐차를
활활 타오르는 장작더미 위로 끌고 갈 때
뛰어난 시인 중의 한 사람이고
추방당한 어떤 시인은 소각된 책의 목록을 보다가
자기의 작품이 잊혀지고 있는 데에 경악하여
분노로 책상으로 뛰어가 당시의 권력자에게 편지를 썼다
나를 태워라!라고 그는 갈겨 썼다. 나를 태워라!
나에게 이런 치욕을 가하지 말라! 나를 특별 취급하지 말라
내 작품 속에서 내가 진실을 쓰지 않는 것이 있었느냐
지금 이 나를 거짓말쟁이로 취급할 것이냐
네놈들에게 명령하노니
나를 태워라!
Als das Regime befahl, Bücher mit schädlichem Wissen
Öffentlich zu verbrennen, und allenthalben
Ochsen gezwungen wurden, Karren mit Büchern
Zu den Scheiterhaufen zu ziehen, entdeckte
Ein verjagter Dichter, einer der besten, die Liste der
Verbrannten studierend, entsetzt, daß seine
Bücher vergessen waren. Er eilte zum Schreibtisch
Zornbeflügelt, und schrieb einen Brief an die Machthaber.
Verbrennt mich! schrieb er mit fliegender Feder, verbrennt mich!
Tut mir das nicht an! Laßt mich nicht übrig! Habe ich nicht
Immer die Wahrheit berichtet in meinen Büchern? Und jetzt
Werd ich von euch wie ein Lügner behandelt? Ich befehle euch:
Verbrennt mich!

대부분의 정상적인 사회에서 분서란 거의 학살이나 제노사이드 단계로 넘어가는, 사상 검열 행위로 더 나아가 인류 문명 전체에 대한 모독과 범죄 행위로 취급받는다. 종이와 책이 고가의 사치품이었던 전근대 사회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인쇄술이 널리 보급된 현대에도 책은 그렇게 값싼 물건이 아니다.[3] 게다가 책 중 희귀본이나 고문서는 돈으로도 따질 수 없는 수준의 가치를 지니는데 이를 대량으로 불태워서 파괴한다는 것은 인류의 정신적 문화유산에 회생 불가능한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게다가 분서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수많은 폭력과 살인, 절도, 강도 행위들로 인해 책들 뿐만 아니라 소장기관의 훼손 파괴, 책의 저자와 그 추종자, 이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조차 함께 피해를 입는다. 그렇기에 이러한 짓을 저지르는 정치/종교/사회 세력은 100%가 표현이나 사상의 자유를 멸시하고 폭력을 숭상하는 막장 집단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분서를 조장했던 정치 세력들이 대부분 제노사이드까지도 함께 저질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책을 불태우는 곳에서는 결국 사람도 불태우게 된다"는 하이네의 글은 분서라는 행위의 위험성과 본질을 정확히 꿰뚫은 셈이다. 물론 위에서 만화책의 사례대로, 민주국가에서도 분서가 발생했던 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양식 있는 사람들은 그러한 분서 사건들을 흑역사 취급하지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각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기본적인 권리로서 확실히 존중받게 되고, 세계 각지의 정부가 민주화되고 냉전이 종결되면서 적어도 1세계나 2세계 내에서는 20세기 중반과 같은 조직적인 대규모 분서 사건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물론 선진국에서도 조직적인 분서가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목적이 무엇이건 간에 그를 달성하고자 분서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한다면 분서를 선동한 조직은 극단주의자 과격파나 광신도라는 딱지가 붙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적어도 선진국에서의 기성 정당이나 종교단체가 주체가 된 분서 행동은 이제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아직도 정치적 상황이 불안한 제3세계 후진국이나 정치 종교 사회적 갈등이 심각한 지역에서는 과격파에 의한 조직적 분서가 행해지고 있다. 일례로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는 자신들이 점령한 이라크 도시인 모술 등의 도서관에 있던 서적과 문화유산을 대량으로 개발살내는 참담한 분서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정치적, 종교적 저작물만큼이나 빈번하게 분서의 타겟이 된 책으로는 서브컬처의 만화책도 있다. 주로 이 경우에는 보수적인 교육계, 종교계나 학부모 단체 및 시민 단체가 주축이 된다. 1948년 뉴욕 등 미국 각지의 도시들에서 교사와 학부모 단체에 의해 만화책이 분서당했으며, 대한민국에서도 60~70년대에 관변단체의 어린이 악서(惡書) 추방운동이나 경찰의 단속 등으로 인해 수많은 만화책이 공개된 장소에서 불탄 적이 있다.

3. 상품 파괴

파일:정의소녀환상 분서.jpg

위와 같은 대규모 분서 행위와는 별개로, 현대의 대중문화 소비자들 사이에서 상품파괴인증, 디스크 뽀개기와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적인 분서도 존재한다. 주로 자신이 구입한 만화책이나 라이트노벨, 소설, 일러스트, 굿즈, CD, DVD, 피규어 등의 상품이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는 위의 많은 역사적 분서 사건처럼 정치적/종교적/도덕적인 동기에서가 아니라 단순히 해당 상품의 질이 심각하게 기대했던 수준에 미달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줄거리가 전개되지 않아(소위 비처녀 논란도 이에 포함된다) 그에 대한 불만을 팬덤이나 제작자에게 표현하려는 목적으로 행해진다. 단순히 '책(book)을 불태운다(burning)'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라면 분서라고 할 수 있지만, 압수나 강탈 등의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 정당하게 입수한 자신의 사유재산을 정치적/종교적 과격파의 논리와 상관없이 단순히 내용에 대한 실망만으로 불태우는 것이므로 이는 분서갱유와 같은 전통적 의미의 분서 사건들과는 전혀 성질이 다르다. 단순히 과격한 퍼포먼스를 수반한 비평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서브컬처에서는 판타지, 무협지, 라이트 노벨, 웹소설 등의 창작물에서 작중 현실처럼 이단심판관 등의 사상 탄압 혹은 실제로 형언할 수 없는 금서비인부전 무공, 마법 등 기술 및 비밀 소식이 적힌 편지 등을 읽거나 배운후 남들이 더 이상 볼 수 없게 해당 비전서를 분서해버리는[4] 클리셰로 종종 등장한다.

4. 분서를 당한 책

파일:진격의거인 분서.jpg파일:hwalhwal.png

5. 분서 사건


[1] 이런 전쟁 때문에 전근대 수많은 사료가 소실되었고 삼국사기, 삼국유사 외 고대 사서들, 초조대장경이나 고려실록 같은 기록유산들이 분서되었으며 심지어 조선왕조실록도 전주본 한판만 제외하고 모두 실전되어 유실될뻔했다.[2] 1933년 5월 10일, 나치 당국이 전 독일의 모든 대학에서 금서를 색출해 분서할 때, 자신의 저작들이 금서목록에 들기는커녕 권장도서(...)로 능욕 승인받은 것을 알게 된 작가 '오스카 마리아 그라프(Oskar Maria Graf)'는 격분하여 5월 12일 '비엔나 노동자신문(Vienna Arbeiterzeitung)'에 자기 작품을 태워달라는 글을 기고하였다. 나치 당국은 다행히(?) 그의 요구를 들어주었다.[3] 책을 사려고 하면 책값이 만원을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고, 그나마 값이 싼 만화책도 거의 오천원에 달한다.[4] 무공이나 마법을 익혔을 경우 간지나게끔 삼매진화불 속성 마법, 평범하게는 화로나 난로 및 불쏘시개로 처리하는 클리셰가 주로 애용된다.[5] 가수 이적 역시 같은 이유로 서울대학교 합격 후에 수학의 정석을 불태웠다가 크게 후회했다는 일화가 있다.[6] 인문학이라서 수학과 거리가 멀 것 같아보이지만 비전공자가 관련 논문을 읽어보면 수학이나 통계학 논문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연구 과정에서 수학이 대단히 많이 쓰인다. 생성이론까지 가면 아예 형식과학 소속으로 독립하네 마네 하는 수준.[7] 연의에서 제갈량이 쓴 병법서. 강유가 읽은 후에 다른 사람이 읽을까봐 두려워하여 불태웠다고 전해진다. 실제 제갈량의 서술을 모은 제갈량집 24편에서 따온것.[8] 특정 종교에 대한 탄압의 과정으로 불태워진 경우도 많았지만, 요새는 기독교 근본주의이슬람 근본주의같은 또라이 근본주의 광신도들 때문에 해당 종교에 대한 증오를 표출하려고 불태운다.[9] 이문열 문서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붙태워진 적은 없고 항의표시로 10원에 고물상에 넘겨졌으나 분서가 일어났다는 유언비어가 워낙 많이 퍼져 여기에 포함.[10] 중국 후한삼국시대의 명의 화타가 쓴 유일한 의서. 정사 삼국지에 의하면 감옥지기에게 주려고 했으나 그가 두려워해 받지 않자 스스로 불태워버렸고, 삼국지연의에 의하면 화타가 옥에 갇혔을때 의학에 관심이 많은 한 감옥지기에게 주었는데, 그의 아내가 자신의 남편도 이 책을 읽고 화타와 같은 비극적 운명을 걷게 되는것이 두려워서 태워버렸다고 한다.삼국지 중 가장 빡치는 장면이라카더라[11] 한 학기가 끝나면 해당 학기에 사용한 강의 노트를 전부 소각해버렸다. 문제는 소쉬르가 19-20세기 언어학에 큰 획을 그은 사람인데 그가 직접 집필한 강의노트는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