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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3-25 03:56:19

서비스운영관리

'''경영학의 세부전공{{{#!wiki style="font-weight:350;font-size:10pt;font-family:-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HelveticaNeue, Serif, sans serif"'''
회계 재무 인사 / 조직 생산 / 서비스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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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비스의 이해2. 서비스 프로세스3. 서비스 마케팅4. 서비스 관리
4.1. 고객관리의 접근법: CRM과 CXM4.2. 서비스 수요와 공급관리4.3. 서비스 품질관리: SERVQUAL
5. 서비스의 측정 및 평가6. 서비스 실패와 회복7. 서비스 실무

1. 서비스의 이해

서비스(service)는 한자어로 용역(用役)이라고도 하며, 1980년대 이래 경영학에서 서비스의 개념화 및 운영관리의 방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부분과가 되어 왔다. 서비스는 어원적으로 노예를 뜻하는 라틴어 servus에서 유래했으나, 현대에는 전근대 사회의 노예제와 같은 일방적인 봉사보다는 더 폭넓게 정의되고 있다. 고전 경제학에서는 서비스를 '재화에 물리적 변형을 일으키지 않아 부를 생산하지 않는 노역의 행위' 라고 정의하였지만, 이는 경영학적 관점과는 차이가 있다. 가장 광의로 접근할 때, 경영학에서 서비스는 고객의 만족을 목적으로 사람 또는 사물과 상호작용하는 무형적 과정 및 그 상호작용으로 인한 결과의 상태(성과)라고 할 수 있다.

서비스 연구의 역사를 간략히 개괄하면, 1970년대미국의 경영 컨설팅 회사, 사회조사 업체, 공공기관 등에서 처음으로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 개념을 회사의 평가에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출발하였다. 이후 80년대가 되자 스칸디나비아 항공의 사장 얀 칼슨(J. Carlzon)이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 이하 MOT)이라는 개념을 제창하면서 서비스 품질관리가 미국 전역으로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90년대에는 국내에 고객가치(customer value) 및 신경영(新經營) 등의 키워드와 함께 LG, 삼성 등지에 상륙하였으나, 곧바로 IMF의 된서리를 맞으며 큰 관심을 얻지는 못했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 국내에도 비로소 고객감동(customer delight)이 화두가 되면서 서비스 품질관리가 보편화되었지만, 그와 함께 "손님은 왕이다" 로 대표되는 부작용도 겪었다. 2010년대에는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이 이슈가 되었으며, 마침내 2018년산업안전보건법 상 고객응대근로자 보호조치가 시행되어, 열악한 업무환경에 처해 있던 고객접점 서비스 담당자들이 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서비스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져 왔고 더욱더 과학적이고 면밀한 분석을 통해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많은 노력이 이루어졌으나, 역설적이게도 서비스를 중시하는 회사들의 서비스 품질에 불만을 표하는 고객들 역시 나날이 증가해 왔다. 이처럼 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고객들이 서비스 품질에 대해 더 많은 불만을 느끼는 현상을 가리켜서 서비스의 역설, 또는 음역하여 서비스 패러독스(service paradox)라고 한다. 서비스 패러독스는 이를테면 '풍요 속의 빈곤' 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서비스를 단순히 강화한다고 해서 고객이 기대하는 핵심가치가 꼭 전달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학술적으로나 실무적으로나 중요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서비스는 여러 기준에 따라서 몇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서비스가 재화의 판매에 결부되는 경우, 서비스의 시점에 따라 판매 전 서비스(before-sales service), 현장 서비스(on-service), 판매 후 서비스(after-sales service)로 나누어진다. 또한 서비스와 재화의 제공 비율로도 서비스를 분류할 수 있다. 예컨대 중국집에서 배달 서비스를 하는 것은 음식이라는 재화에 배달이라는 부가서비스가 추가로 포함되는 것이지만, 심리상담을 받는 것은 재화 없이 온전히 서비스만이 전달되는 사례이다. 한편 서비스의 대상이 무엇인가를 가지고도 분류가 가능하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은 인간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이지만, 컴퓨터가 고장나서 출장수리를 받는 것은 사물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에 속한다. 이처럼 서비스의 분류기준은 매우 방대하여, 경영학자 크리스토퍼 러브락(C.H.Lovelock)은 서비스 분류와 관련하여 적어도 5가지의 서로 다른 2 by 2 매트릭스를 제안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서비스들에서 관찰되는 특징들을 기준으로 한다면, 서비스의 특징으로는 아래의 4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상기했듯이 서비스가 워낙에 다양하게 존재하고 그 분류법도 복잡하기 때문에, 모든 서비스들이 모두 해당되는 특징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컨대 서비스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으로서 하술될 무형성이 꼽히기는 하지만, 유명한 경영학자 린 쇼스택(L.Shostack)은 유형성과 무형성이 칼로 자르듯 나누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쪽에서 저쪽에 이르는 연속적 스펙트럼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쇼스택에 따르면, 식당에서 요리를 하는 서비스는 음식이라는 유형적 결과물이 있기에 유형성과 무형성의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래의 특징을 다소 만족하지 못한다고 해서 무조건 서비스가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서비스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면서 서비스의 소비자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졌다. 특히 소비자들을 한 번 소비하고 나서 그냥 떠나보낼 것이 아니라 다시 찾아와서 재구매하도록 만드는 것이 매출을 증대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착하면서 고객(customer)이라는 개념이 보편화되었다. 따라서 고객이 고객이기 위한 가장 큰 개념적 기준은 재구매 여부이다. 그 정의 상, 고객이란 다회의 구매 이력을 지니고 있을 것이 요구되며, 구매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핵심가치를 제안받고 있어야 한다. 단골고객의 경우 지속적 재구매에 더하여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깊은 친밀감을 느끼는 고객으로 정의되며, 충성고객(loyal customer)은 친밀감이 높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도 긍정적인 태도로 이용을 권하는 구전(word of mouth; 이하 WoM)의 의향을 보인다. 소비자들은 광고나 마케팅 캠페인보다 주변 지인들의 증언이나 사용후기를 더 신뢰하므로, WoM을 잘 활용하면 마케팅 비용을 크게 절약하면서도 많은 신규고객들을 창출할 수 있다.[2]

고객이라는 개념이 화두가 된 시점에서, 경영의 목표는 (막연히 소비자가 아닌) 고객들을 만족시켜 이윤을 창출하는 것으로 명확해질 수 있다. 이는 기대-불일치 이론(expectancy-disconfirmation theory)을 통해 조망될 수 있다. 고객이 느끼는 만족(satisfaction)이란 곧 실제로 제공된 서비스의 수준이 고객의 기대에 부합한 결과이다. 만일 고객의 기대 이상의 서비스를 받을 경우, 이제 그 고객은 감동(delight)을 느낀다. 반대로 실제 서비스의 수준이 고객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고객이 상정한 최소한도의 서비스에도 미치지 못할 경우, 이때 그 고객은 불만족(dissatisfaction)을 느끼게 된다. 많은 경영학자들은 소위 '고객만족의 거울', 즉 일선 실무자들이 직무에 만족감을 느낄수록 그들로부터 서비스를 받는 고객들의 서비스 만족도 역시 향상되는 현상을 발견했으며, 이로 인해 고객을 광의로 정의하여 자사 직원들까지 핵심가치를 창조하는 내부고객(internal customer)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 서비스 프로세스

service process

한 조직 내에서 서비스에 필요한 재원과 인력, 정보, 각종 자원들을 최종적인 서비스의 형태로 변환시키는 전체의 과정을 서비스 프로세스라고 한다. 일반적인 유형적 재화에 제조공정이 있듯이, 무형의 서비스에 대해서도 '공정' 이라고 할 만한 무언가를 가늠할 수 있다. 그 말은, 서비스 프로세스에도 마찬가지로 핵심공정(core process)과 지원공정(supporting process)이 있다는 의미이며, 전면공정(front-end process)후면공정(back-end process)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고객은 한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프로세스 속에서 일정 부분(전면공정)의 진행상황을 볼 수 있으며, 다른 일정 부분(후면공정)의 진행상황은 볼 수 없다. 은행이 대표적인 사례로, 창구에서 은행원의 업무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고객은 자신과 마주앉은 은행원의 업무(전면공정)상황은 볼 수 있지만, 그 뒤의 칸막이 너머(후면공정)로 이동한 은행원이 무엇을 하는지는 도장소리 외에는 알아차릴 수가 없다. 당연하게도, 고객의 서비스 만족도는 전면공정에서의 처리 현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상의 내용을 한눈에 보이도록 도식화한 것이 바로 린 쇼스택의 서비스 청사진(service blueprint)이다. 서비스 청사진은 서비스 프로세스에 속하는 모든 행위를 담은 그림으로, 서비스의 각 단계에 해당되는 실무자들이 자기 조직의 업무에 대한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게 하며, 서비스가 갖는 무형성을 최대한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비스 청사진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바로 3개의 가로줄인데, 위에서부터 각각 고객과의 상호작용선, 가시선, 내부적 상호작용선이라고 불리며, 서비스를 전달하는 시스템의 경계를 구분짓는다. 즉 청사진의 맨 위에 위치한 고객은 위에서부터 1~2번째 줄까지 해당되는 프로세스는 볼 수 있지만, 그 아래쪽의 후면공정에서 진행되는 지원 작업까지는 볼 수 없는 것이다.

모든 업종과 분야에서 서비스 프로세스가 동일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서비스 프로세스는 표준화(standardization) 또는 개별화(customization) 사이에서 달라질 수 있다. 표준화가 강한 서비스는 최대한 많은 고객들을 상대로 최대한 동질적인 프로세스를 따르게 되지만, 개별화가 강한 서비스는 고객들 하나하나마다 그들의 필요와 욕구에 맞춰진 이질적인 프로세스를 따르게 된다. 다음으로, 서비스 프로세스는 노동집약도(labor intensity)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노동집약성이 높은 서비스는 담당자가 직접 발로 뛰면서 해결해야 할 일이 많지만, 노동집약성이 낮은 서비스는 ARS키오스크, 예약 사이트, 자율주행 홀서빙 로봇 등을 적극 활용할 수 있어 서로 상반되는 프로세스를 보이게 된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로저 슈메너(R.W.Schmenner)라는 경영학자는 서비스 프로세스 매트릭스(service process matrix)를 제안하기도 했다. 상기된 개별화의 정도와 노동집약성의 정도를 두 축으로 하는 2 by 2 매트릭스를 통해, 서비스 업계의 각 업종별로 서비스 프로세스가 다음과 같이 묶일 수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안에, 즉 서비스 담당자와 상호작용하는 동안에 진행되는 서비스 프로세스의 단위는 고객접점(customer contact/encounter/touch-point)이다. 고객접점이란 고객이 서비스 프로세스에 포함된 각각의 사물 및 담당자들과 상호작용하는 순간을 의미하며, 미스터리 쇼핑과 같은 서비스 평가활동에서도 평가의 최소단위가 되고 있다. 접점에서 고객은 자신의 목표를 서비스를 통해서 충족하기 위해서, 담당자는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서로의 정보를 호혜적으로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한다. 고객이 하나의 서비스를 받는 동안 거쳐가는 접점은 적게는 수 개에서 많게는 십수 개로 매우 많으며, 이 모든 접점에서의 경험 내용을 시간순에 따라 한눈에 정리한 것을 고객여정지도(customer journey map)라고 한다.

고객여정지도와 비슷한 것으로 MOT 차트도 있다. MOT 차트의 경우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MOT를 고객여정지도와 유사하게 한눈에 도식화한 것인데, 고객여정지도가 각 접점에서 고객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MOT 차트는 각 접점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MOT 차트의 메시지는 단 하나의 접점에서 서비스 실패가 발생한다면 모든 접점에서 서비스 실패가 발생한 것과 동일하다는 데 있다. 이것을 100-1=0의 법칙 또는 곱셈의 법칙이라고 한다. 다른 비유를 들자면 통나무 물통의 법칙이 있다. 길이가 서로 다른 통나무 판자로 물통을 만들고 물을 채우게 되면 그 물은 가장 짧은 판자의 높이까지만 차오르게 되는데, 어떤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최종 만족도는 가장 열악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접점에서의 만족도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즉 MOT 차트는 접점별로 제공되는 서비스 품질의 최저선을 높여야 함을 강조한다.

3. 서비스 마케팅

service marketing

일찍이 제롬 매카시(E.J.McCarthy) 이후로 마케팅 연구는 마케팅 믹스(marketing mix), 또는 흔히 4P라고 불리는 마케팅 목표달성 수단 4가지를 논의의 출발선으로 삼아 왔다. 기존의 관점에서 4P란 곧 상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그리고 판매촉진(Promotion)의 약자인데, 이것은 유형의 재화 위주의 산업계에서 쓸 만한 마케팅 수단이기는 해도 서비스업에서는 다소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80년대 들어 서비스 산업이 강조됨에 따라, 1981년 서비스 마케팅 컨퍼런스 현장에서 경영학자 버나드 붐스(B.H.Booms)와 메리 비트너(M.J.Bitner)는 기존의 4P를 서비스업에 맞도록 더욱 확장한 7P 또는 확장된 마케팅 믹스(expanded marketing mix)를 새롭게 제안하였다.

한편 경영학자 칼 알브레히트(K.Albrecht)는 자신의 저서 《서비스 아메리카》 에서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을 찾아냈는데, 소속 직원들이 서비스 마케팅에 있어서 큰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비스업의 특성 상 현장 종업원이 고객과 면대면으로 직접 마주하여 상호작용해야 하는데, 이때 종업원은 기업이 고객에게 약속했던 핵심가치를 이상 없이 잘 전달해내고 있었다. 또한 기업은 그들이 현장에서의 서비스 전달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훈련 및 지원하고 있었다. 알브레히트는 기업과 고객 사이의 전통적인 마케팅 구도에서 탈피하여 직원이라는 새로운 플레이어를 도입, 서비스 삼각형(service triangle)을 제창하고 각각의 행위자들이 서로 주고받는 활동들을 마케팅의 관점으로 설명하였다.

이 중에서 내부 마케팅은 특히나 수익체인(profit chain)의 관점에서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종래에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 무조건 시장점유율부터 높이려 했는데, 알고보니 기업의 수익성은 서비스 수준에 감동한 충성고객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게 밝혀졌다. 이런 충성고객들을 추적 조사한 하버드 대학교의 연구자들은, 이 고객들이 기업으로부터 약속받은 핵심가치를 만족스럽게 전달받았음을 확인했으며, 더 거슬러 올라가자 이 고객들을 응대한 직원들도 역시나 '만족의 거울' 로서 자신의 서비스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게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연구자들은 이 직원들이 기업 본사로부터 충분히 많은 지원과 서비스 품질향상을 위한 투자를 받고 있었음을 발견했고, 결과적으로 "내부 마케팅을 통해서 서비스가 수익을 낼 수 있다" 는 서비스 수익체인(SPC; service profit chain)의 모형을 완성할 수 있었다. 요컨대, 서비스로 돈 벌고 싶다면 고객을 극진히 모시기 전에 종업원부터 든든히 책임져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4. 서비스 관리

4.1. 고객관리의 접근법: CRM과 CXM

customer management

종래에도 고객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관리하는 것은 경영에서 특이한 일이 아니었고, 고객정보를 경영에 활용하는 기업이 더 많은 신규고객을 유치하여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고객의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신규고객을 얼마나 확보했는지, 시장 점유율을 얼마나 끌어올렸는지, 경쟁사의 고객을 얼마나 빼앗아왔는지 같은 지표는 더 이상은 달성하기도 어려워지게 되었고, 그런 지표를 충족시킨다고 해서 충분한 성장을 기대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 결과 경영학계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인식의 전환이 나타났는데, 신규고객 유치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존고객과의 관계를 유지 및 관리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즉 한번 거래하고 떠나보내는 게 아니라, 앞의 거래에서 확인했던 고객의 독특한 욕구를 데이터 웨어하우스(DW; data warehouse)에 저장했다가 이후 그 고객과 계속 거래할 때 맞춤형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 고객에게서 2인분, 3인분, 아니 그 이상의 수익을 계속 올릴 수 있게 된다. 이것을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이하 CRM)라고 한다.

간단한 예를 들면, 매장에 들러서 정장을 구매한 고객이 "곧 자녀가 생기는데 영업직으로 이직해서 더 힘껏 부양해야 한다" 고 직원과 대화를 나누었다면, 매니저는 그 사실을 고객정보에 기재하여 저장해 두었다가 몇 개월 후에 해당 고객에게 기저귀나 유아용품에 대한 프로모션을 발송할 수 있다(교차판매). 휴대폰 매장에서는 휴대폰을 구입한 고객에게 3~4년이 경과한 후 최신 휴대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체를 권유할 수도 있다(상향판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CRM 성공사례인 리츠 칼튼(Ritz-Carlton) 호텔은 "고객은 언제나 옳다(Le client n'a jamais tort)" 는 경영자들의 금언을 남긴 회사로도 유명한데, 여기서는 한번 숙박한 투숙객이 아침에 신문배달을 요청했다면 호텔 지배인이 그 내용을 회사 전체에 공유하고, 다음에 그 고객이 또 숙박하게 되면 자사의 어느 호텔에 묵든지간에 알아서 아침 신문을 배달하도록 되어 있다.[4]

이처럼 한번 거래한 고객의 정보를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에 그 고객이 또 찾아오면 미리 커스터마이즈된 서비스로 맞추어 환대하고, 다시 찾아오지 않더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고객에게 필요하겠다 싶은 서비스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여 기존의 고객에게서 가치를 끝없이 창출해내는 것이 CRM의 핵심이다. 기업이 한 고객의 평생에 걸쳐서 획득하는 모든 수익을 현재 시점의 가치로 환산한 것을 고객평생가치(CLV; customer lifetime value)라고 하며, CRM은 이를 위해 전사적 수준의 프로세스의 통합을 요구한다. 물론 모든 업계에서 CRM이 다 맞는 것은 아니어서, 예컨대 인생에 딱 한 번만 구입하고 말 법한 상품을 판매하거나, 고객을 추적해서 정보를 모으는 데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들거나, 물건을 구입한 뒤 사은품만 꿀꺽하고 도로 반품해 버리는 등 회사 입장에서 우량도가 낮은 악성고객에게 디마케팅(demarketing)을 할 일이 많은 업종에는 CRM 도입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현대에는 개인정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어, 고객의 개인정보를 직접적으로 취급하는 CRM에 대한 고객의 반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따라서 경영인들 사이에 도는 캠페인이 다 그렇듯이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한다" 가 아니라 굉장히 면밀하게 분석한 후에 도입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 바로 CRM이다. 우선은 자사가 CRM을 도입하기에 적합한지 먼저 SWOT 분석등의 환경분석을 실시하고, 그 후에는 자사를 이용하는 고객층에게 CRM을 진행하기에 적합한지 고객분석을 해야 한다. 여기서 모두 긍정적이라면, 그때 비로소 자사가 처한 문제를 정의하고 CRM의 도입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어떻게 마케팅을 할 것인지, 고객층을 어떻게 세분화하고 커스터마이즈할 것인지, 소통 채널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같은 세부적인 이슈는 그 다음의 문제이다. 이러한 순서를 도외시한 채로 무분별하게 CRM을 도입하려 하다가는 돈은 돈대로 날리고 목표를 달성하지도 못한 채 또 하나의 실패 사례로 남게 될 뿐이다.

CRM을 실제로 도입해 본 기업들은 또 다른 명확한 한계를 절감했다. CRM은 자사와 거래한 고객들로부터 개인화된 데이터를 획득하여 저장하는데, 이런 식으로는 거래가 발생하기 전의 고객의 '경험', 즉 프로모션을 보고 고객이 갖게 된 생각, 브랜드나 로고에 대한 인식, 매장을 둘러보면서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는 망설임, 자사와 경쟁사를 견주어 본 후 최종적으로 경쟁사와 거래하기로 결정한 고객의 판단 근거 등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기존의 CRM은 기업 입장에서 고객의 구매행위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구매에 이르지 않는 다른 경험들은 주관적인 감정이라고 치부하고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오히려 이런 고객경험(CX; customer experience)을 고객관리에서 중시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따라서 최초 접촉부터 고객이 기업 및 그 서비스에 대해 갖게 되는 모든 주관적 경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새로운 접근법인 고객경험관리(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 이하 CXM)[5]가 나타났다.

CXM의 창안자인 번트 슈미트(B.Schmitt)는 고객의 경험을 감각적인 것, 감성적인 것, 지적인 것, 행동적인 것, 그리고 관계적인 것으로 구분하였으며, 앞으로의 마케팅 전략은 가능한 한 고객이 긍정적인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회사 홈페이지, 인터넷 쇼핑몰, 매장의 키오스크에서 고객이 무엇을 어떻게 둘러보는지 열람 순서를 파악하고 의미를 도출하는 것은 기업이 고객의 경험을 따라가기 위한 방편이라 할 수 있다. CXM에서는 소비자의 경험을 우선시하는 산업 디자인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도 극히 강조된다. CXM의 실제 사례를 들자면 이케아를 들 수 있는데, 거대한 창고형 매장을 킬로미터 단위로 오랫동안 걷는 고객들은 어쩌면 거의 구매를 하지 않고 퇴장할 수도 있음에도, 그들이 매장 내에서 힘들고 고단하다는 경험을 하지 않도록, 일부 이케아 직원들은 통로 한쪽에서 고객들과 함께 즉석 딱지치기를 하며 놀아주기도 한다. 그런 경험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고객들은 나중에 정말로 "어휴, 거긴 힘들어서 못 가" 라고 푸념하며 이케아를 이용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4.2. 서비스 수요와 공급관리

서비스 현장에서 만사가 별탈없이 돌아간다면 참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서비스 수요 역시 늘었다 줄었다 하면서 서비스인력을 비효율적으로 소모시키기에 적절한 관리를 필요로 한다. 또한 고객들의 무질서한 방문으로 인해 혼잡해지는 분위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고객들이 서비스의 구매를 단념하고 돌아서게 만들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한 방법이 바로 수요재고화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줄서기, 즉 대기열(queue)일 것이다. 이 분야는 수학자들까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여 대기행렬이론(queueing theory)을 만들어냈을 만큼 학제간 연구거리가 풍부하며, 시뮬레이션이 연구방법론으로 활발히 적용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대기열 이외에 자주 사용되는 과잉수요 관리방안은 바로 번호표(number ticket)가 있다. 고객이 대기 중에 굳이 줄을 지킬 필요가 없어 잠시 자리를 비워도 무방한 방식이지만, 자신의 차례가 되었음을 깨닫지 못하면 다음 고객으로 순서가 넘어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대기열은 서비스의 종류마다 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가장 간단한 예로 은행의 ATM은 기기마다 하나씩 대기열이 만들어지며, 주어진 기기를 통해서 모든 서비스가 종료되는 것이 절대 다수이다(단일단계 단일서버). 그러나 병원의 신체검사나 종합검진의 경우, 각 검진 과목별로 여러 단계의 대기열을 거쳐 가야 서비스의 전체 프로세스가 종료되는 모습을 보인다(다중단계 단일서버). 한편 대형할인마트의 셀프계산대는 계산대가 다수 비치되어 있으면서 대기열은 하나로 통일되어 있으며, 남자화장실 역시 소변기마다 줄을 서지 말고 화장실 입구에서 하나의 줄을 서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단일단계 다중서버). 공항 출국심사의 경우에는 항공사에 짐을 탁송하기 위해서 하나의 줄을 서는 단계와, 이후 소지품 검사를 위해 하나의 줄을 서는 단계, 신원조회를 위해 하나의 줄을 서는 단계가 연속적으로 결합되어 있으며, 모든 단계에서 담당창구가 다수이다(다중단계 다중서버).

대기열 관리의 첫째 아이디어는 고객차별화이다. 소위 '속행비' 라고 불리는 추가비용을 지불하면 우선권이 주어지거나 심지어는 대기 자체를 아예 생략할 수 있는 것이다. 유명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예컨대 도쿄 스카이트리의 경우 돈은 많고 시간은 없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대기열을 생략하고 엘리베이터까지 프리패스로 갈 수 있는 고가의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다른 방법으로 고객등급제를 활용하는 것이 있다. 동네 구멍가게도 단골일수록 더 챙겨주게 마련이라, 실제로 백화점의 VIP, VVIP 같은 고가치고객은 아예 직원들이 계산까지 알아서 다 해 준다. 모든 서비스가 그렇듯이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챗봇을 이용하게 하거나, 혼잡시간대를 피하도록 안내하거나, 인터넷 사이트 또는 직접 내방할 수 있는 서비스센터의 주소를 알려주는 것 등이 있다. 또한 예약시간을 별도로 잡는 것도 대기고객을 관리하는 흔한 방법이다. 그 외에도 병원 응급실처럼 고객 자체의 긴급성에 따라서 우선순위를 정하기도 하며, 일부 마트에서는 대기열이 길어질 경우 일부 직원들이 카드단말기를 들고 다니면서 1~2개 품목을 구입한 고객들을 중간중간에서 미리 계산해 주어서 대기열의 길이를 효과적으로 축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마땅치 않다면 대기시간 자체를 즐겁게 하거나, 최소한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정석적인 관리방법이 된다. 콜센터에서 상담원 연결을 기다리고 있는 고객에게 주기적으로 "현재 대기인원은 ○○명 남았습니다", "앞으로 예상 대기시간은 약 ○분입니다" 의 안내를 한다면 고객들은 그 콜센터의 서비스에 더욱 만족하게 된다. 대기실 의자 양쪽 또는 중앙 테이블에다 이런저런 여성잡지나 조간신문을 꽂아두면 기다리던 고객들이 심심함을 해결할 수 있으며, 커피포트와 믹스커피를 챙겨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6] 기차역이나 터미널 대합실의 커다란 TV화면에서 뉴스 화면이 송출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현대 들어서는 대기실 벽에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기재하는 것이 센스 있는 서비스가 되었으므로 이것도 참고할 수 있다. 이도저도 안 되겠으면 차라리 청원경찰이나 깔끔한 유니폼을 착용한 기타 직원이 대기실 앞에 위치하도록 하는 것도 고객 입장에서는 굉장한 안심이 된다.

이처럼 당장의 수요량 변동에 대해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좀 더 장기적으로 바라본다면 기업은 서비스 공급을 늘리거나 줄이는 결정도 할 수 있다. 단, 이는 대체로 많은 투자비용 또는 고정비용이 들어가므로, 앞으로 서비스 수요가 확실히 증가 또는 감소할 거라는 면밀한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서비스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면 기업은 서비스 담당인력을 늘릴 수 있는데, 많은 훈련이 필요한 정직원을 고용하는 것보다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인턴, 하청, 아웃소싱 등으로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선호된다. 24시간 콜센터처럼 심야 시간대까지 서비스 공급을 늘리거나, 지방 소도시에 새로 서비스센터를 신설하는 것처럼, 공급의 증가는 시공간적인 의미를 모두 가질 수 있다. 반대로 장차 서비스 수요가 확실히 감소할 것이 예상된다면 담당인력을 감원하거나 설비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예외적으로, 공공서비스의 경우 공익성을 중시하기에 서비스의 공급이 수요량의 변동에 정확히 맞춰질 필요는 없다. 인적 드문 시골에 굳이 기차역을 신설하는 것은 그 지역사회의 공익을 위하기 때문이다.

4.3. 서비스 품질관리: SERVQUAL

service quality management

유형의 재화에서 식스 시그마(six sigma) 같은 품질관리가 가능한 것과 달리, 서비스 분야에서의 품질관리는 그 감을 잡는 것부터가 상당히 까다롭다. 경영학자들은 기존의 생산관리 연구에서 각광받았던 품질관리의 패러다임이 서비스 분야에서는 잘 맞지 않음을 통감했고, 서비스 품질관리 방법을 새로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 주제에서는 아난타나라야난 파라수라만(A.Parasuraman),[7] 밸러리 자이다믈(V.A.Zeithaml), 레오나드 베리(L.L.Berry) 세 사람이 서비스 품질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주도했으며 후학들이 뭘 더 할 게 없을 정도로 논의를 정립시켜 놓은 상태. 아예 학계에서 세 사람을 세트메뉴처럼 모아서 PZB라고만 불러도 다들 알아들을 정도이며, 경영학뿐만 아니라 행정학, 사회복지학, 관광학 등의 인접학문들의 학부생 전공서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유명한 이름들이다. 이제 서비스 품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들의 '빅 네임' 은 피해갈 수 없게 되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역시 서비스 품질을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였다. 오늘날 받아들여지는 가장 무난한 정의는 역시나 상기했던 기대 불일치 이론에 의존하고 있다. 즉, 소비자가 ① 자신이 받으리라고 기대한 서비스의 수준(기대 서비스)을 기준으로 삼아서 ② 실제로 자신이 기업에게서 제공받은 서비스의 수준을 비교해 본 결과가 곧 서비스 품질이 된다는 것이다. 즉 서비스는 기업이 직접 품질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받은 고객이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8] 이를 다시 정리하자면 고객은 자신이 기대하는 최상의 서비스(희망 서비스)와 자신이 허용할 수 있는 최악의 서비스(최저 서비스) 사이의 어딘가쯤에서[9] 기대 서비스를 형성하게 되며, 희망 서비스와 최저 서비스는 대체로 경쟁사에서의 고객경험에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상기했듯이, 희망 서비스보다 더 우월한 서비스를 느낀 고객은 자신의 기대를 뛰어넘는 고품질의 서비스를 받았으므로 고객만족을 경험하게 되고, 최저 서비스만도 못한 저품질의 서비스를 느낀 고객은 불만을 품는다고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평가자가 고객이라는 것은 곧, 기업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어느 정도의 품질인지 알기 어렵다는 말과도 같다. 비록 최저 서비스 언저리의 품질을 느꼈다고 해도, 아니 심지어 그만도 못한 열악한 서비스를 느끼고 불만을 품었다고 해도, 고객이 대놓고 서비스의 개선을 요구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다. 그 고객은 단지 조용히 거래를 끊고 경쟁사에게 가게 될 뿐이다. 설령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은 고객일지라도 무엇이 좋았다, 무엇이 별로였다 같은 피드백은 잘 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서비스 품질을 파악하는 것은 기업이 정말 적극적으로 나서서 캐묻지 않으면 알기가 어렵다. 서비스의 동시성이라는 특성 탓에, 기업이 따로 직원들을 불러다가 품질 테스트를 할 수도 없는 노릇. 꼭 불만고객이 아니더라도 좋은 품질의 서비스는 곧 고객만족으로, 다시 충성고객으로, 다시 WoM을 통한 신규고객 유치로 이어지게 되니 서비스 품질의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도 2~3차원 선에서 서비스 품질의 주요 요소들을 정리하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이 문제에 대해 가장 방대하고도 포괄적으로 조사를 진행한 사람들이 바로 상기한 PZB였다. 세 명의 학자들은 서비스 품질이라는 화두 하나를 끌어안은 채 여러 차례의 탐색적, 확인적 연구 프로그램을 추진했으며, 결과적으로 이들의 철저한 작업을 통해서 경영학계의 수많은 동료들이 서비스 품질이 무엇이며 어떻게 개념화될 수 있는가에 대해 설득될 수 있었다. PZB는 은행 서비스, 신용 서비스, 증권중개 서비스, 유지보수 서비스의 4종류 산업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여 1985년에 탐색적 초점집단면접법(FGI; focus group interview)을 실시, 10가지 차원을 갖춘 다차원적 개념적 모형(conceptual model)을 제안하였다. 차원의 수가 다소 많이 얻어지긴 했지만, 이는 서비스 품질의 평가자인 고객들의 입에서 직접 얻어진 생생한 기준이기에 그 타당도가 매우 높게 인정되었다. 실제로 해당 연구는 2024년 2월 기준으로 구글 스칼라에서 피인용수가 무려 45,000건에 근접하게 나타날 만큼 화제를 모았다.

3년이 지난 후인 1988년, PZB는 10개 차원으로 복잡하게 나열된 모형을 축소 정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응답하였다. 이들은 4종류의 서비스업(은행, 신용, 유지보수, 통신)을 이용한 고객들을 모집하여, 97개 문항의 질문지법으로 얻어진 데이터를 토대로 요인 분석(factor analysis)이라는 통계적 절차를 실시, 당초의 개념적 모형을 5개 차원으로 간략히 축소하였다. 그리고 이와 함께 고객들에게 질문한 문항들을 타당화(validation)하고 문항을 축소하여 최종적으로 22문항 7점 리커트 척도를 갖춘 설문 평가도구를 완성하였다. 이 평가도구의 이름은 SERVQUAL이라고 붙여졌으며, 각 문항들에 대해 고객들은 기대하는 서비스의 수준을 응답하고, 실제로 경험한 서비스의 수준을 응답하여, 기대 불일치 이론에 따라서 두 응답 사이의 차이가 양(+)의 방향으로 큰지(만족) 아니면 음(-)의 방향으로 큰지(불만족) 확인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만일 결과 값이 음수라면 고객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의미가 되는 것. 이 문헌 역시 2024년 2월 기준으로 피인용수가 50,000건에 근접할 만큼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SERVQUAL에서 축소 정리한 서비스 품질 차원을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여기서 각각의 차원명의 첫 글자만 따서 RATER라고 따로 부르기도 한다는 점에 유의.

이처럼 경영학계에서 최고존엄의 위상에 오른 SERVQUAL이지만, 유명한 만큼 비판도 많이 받은 모형이기도 하다. 일단 워낙에 다양한 서비스 산업들에까지 영향력을 끼치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 일괄적인 적용이 어렵다는 아쉬움이 많이 나왔다. 그래서 각 업종별로 개량형 SERVQUAL을 제안하는 경영학 논문들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져나왔고, 일부 분야에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10] 요인 분석을 통해서 차원성을 축소했던 만큼, 차원을 더 줄일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과, 빠뜨린 차원을 더 추가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SERVQUAL은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 을 과연 이런 설문 문항을 활용해서 정확히 측정해낼 수 있는 게 맞냐는 비판, 다시 말해 우리가 얻은 데이터를 정말로 정량화된 기대치라고 볼 수 있겠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한편 일부 학자들은 실제 서비스 경험 점수에서 기대 서비스 점수를 감산하지 말고 각각을 따로따로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5. 서비스의 측정 및 평가

위에서는 서비스의 품질을 고객 쪽에서 파악하는 것이라고 설명은 했지만, 사실 기업 입장에서도 서비스 품질을 고객 없이 평가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모니터링(monitoring)이라고 불리는 자체 감사·감찰 활동이 있기 때문인데, 이 기법은 자사 서비스의 품질을 평가하기 위해서 고객이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평가요원이 객관적으로 품질을 평가하는 것이다. 흔히 미스터리 쇼핑이라고 부르는 활동이 바로 모니터링의 대표적인 사례이며, 현장 방문을 하지는 않고 단순히 전화응대의 품질만을 평가하는 미스터리 콜(mystery call) 역시 모니터링의 한 분야이다. 그래서 모니터링의 평가 대상은 전화응대의 신속성과 정확성, 매장의 외양, 서비스된 재화의 상태, 서비스 직원의 용모와 유니폼 착용상태, 서비스 직원의 태도와 표정 및 목소리, 안내의 정확성과 구체성 등을 모두 포함한다. 해당 기업에 서비스 매뉴얼이 이미 존재한다면 매뉴얼의 각 항목들이 고스란히 평가대상이 된다.

상기했듯이 고객은 서비스의 품질을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느낌' 의 형태로만 이해하는 반면, 모니터링 요원들은 서비스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며 기업이 사전에 제공된 평가기준을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수치' 의 형태로 서비스의 품질을 이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니터링 평가결과를 보고서로 올릴 때에도 서비스의 각 요소들이 100점 만점에 몇 점에 해당한다는 식으로 정량화된 결과가 도출되며, 복잡한 통계 분석이 동원될 수도 있다. 이런 수치화된 평가방식의 장점은, 반복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면서 시간적 경과에 따라 서비스 품질이 높아지는지 낮아지는지, 개선은 잘 되고 있는지 아니면 도무지 개선될 기미가 없는지, 새로 들어온 담당직원이 업무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비교하면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모니터링 점수가 크게 하락한다면, 그 모니터링 보고서는 저성과자 재교육을 편성할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런 의사결정은 고객들의 막연한 '느낌' 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모니터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서비스 품질을 평가하겠다면 고객의 소리(voice of customer; 이하 VoC)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흔한 매장이나 서비스 센터에 자물쇠로 잠겨 있는 작은 편지함이 있고 그 옆에 필기구와 메모지가 놓여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이 VoC이다. VoC는 서비스를 제공받은 고객이 기업에게 다양한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해 의사소통하게 되는 창구를 가리키며, 당연히 불만에 대한 항의도 할 수 있고 개선점에 대한 건의를 할 수도 있지만, "칭찬합니다" 제도처럼 고객감동을 경험한 고객이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한 직원에게 감사를 표하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서비스 우수사례가 접수되면 내부적으로는 해당 직원에게 보너스 내지는 포상을 부여하고, 외부적으로는 그 고객의 미담을 잘 각색하여 홍보 블로그나 SNS, 유튜브 채널에 게시하기도 하며, 때로는 매장 내 스피커를 통해서 읽어주는 경우도 있다.

VoC의 특징은 고객 쪽에서 자발적으로 제공한 정보라는 점에서 아래에 이어 소개할 고객만족도 조사와는 대조된다. 억지로 물어본 것이 아니라 고객이 자발적으로 제공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더더욱 타당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받는 셈이며, 별도의 통계적 처리나 분석 없이도 고객의 기대와 실제 서비스 간의 차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비구조화(unstructured)된 데이터를 얻는 것이기 때문에 VoC의 단점도 그에 따라 명확하다. 현장 실무에 종사하다 보면 고객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한 것인지 그 취지를 이해하기 어려운 피드백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고객이 악필이라서 의미파악이 불가능한 사례도 나온다. 또한 업무의 분류를 고려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의견이다 보니 기업 조직도 상에서 볼 때 처리 담당자를 누구로 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도 있고, 고객의 제안에 회사가 공감함에도 불구하고 단시간 내에 적용하기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그 외에도 '서비스 시간을 늘려 달라' 와 '줄여 달라' 의 상반된 요구가 VoC로 들어와서 담당자를 당황시키기도 하고, 똑같은 내용의 VoC가 마치 스팸메일 들어오듯이 업무를 방해할 정도의 양으로 지속 투고되는 경우도 있다.

상기된 VoC가 고객의 자발적인 의견을 수집하는 방법이라면, 이번에 소개하는 고객만족도 조사는 기업이 고객에게 서비스 품질이 어땠는지 평가를 요청함으로써 의견을 수집하는 방법이다. 위에서 보았던 SERVQUAL 같은 검증된 측정도구를 사용할 수도 있고, 업종과 현장 상황에 맞는 다른 척도를 쓸 수도 있다. 고객만족도 조사는 단순히 서비스의 품질을 점검하는 수준을 넘어서 기업 전체에 굉장히 중요한 가치를 가지며, 서비스 개선뿐만 아니라 추후 서비스 요금 인상의 근거로 쓰이기도 하고, 투자자들에게 배부하는 유인물에도 포함되어서 투자수익이 얼마가 될지 예측하는 근거지표가 되기도 한다. 고객만족도 조사를 통해서 기업은 최종적으로 고객들이 불만을 품은 것은 없었는지, 그리고 해당 서비스를 통해서 고객충성도를 얼마나 획득했는지 알 수 있다.

고객충성도와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그것이 '태도' 와 '행동' 의 2가지 차원에서 측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고객만족도 조사 중에서 한국생산성본부미시간 대학교가 공동으로 개발한 NCSI에서는 고객충성도를 재구매 행동으로 정의하여 측정한다. 즉 어떤 고객이 자사의 서비스를 받은 이후에 자꾸 재방문하여 서비스를 반복적으로 구매한다면, 특히나 그 구매행동이 짧은 기간 내에 빈번하게 지속된다면, 그것은 그 고객이 자사 서비스에 높은 충성도를 나타낸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일견 그럴듯한 논리지만, 이런 개념화는 모든 재구매, 반복구매 행동이 높은 충성도 때문에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비판을 받는다.[11] 그럼에도 객관적이고 실질적으로 관찰 가능한 외적인 행동이다 보니 설득력이 강하여, 여전히 자주 쓰이고 있는 지표이다.

반대로 좀 더 심리적인 차원에서, 우호적인 '태도' 를 질문하여 고객충성도를 파악하는 경우도 있다. 프레더릭 라이켈드(F.F.Reichheld)가 2003년에 제창한 순추천고객시스템(net promoter system; 이하 NPS)에서, 기업은 고객들에게 "우리 기업을 지인들에게 얼마나 추천하고 싶은지 10점 만점으로 응답해 주십시오" 의 단 하나의 질문만을 던진다. 여기서 9점 이상의 응답자는 추천고객(promoters), 7~8점의 응답자는 수동고객(passives), 그리고 6점 이하의 응답자는 비추천고객(detractors)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추천고객 비율에서 비추천고객 비율을 빼면 NPS 점수가 얻어지는, 매우 간단한 방식이다. 또한 계산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수동고객의 경우 서비스 자체에는 만족하나 기업에 대해 충성도를 드러내지 않아 언제든 경쟁사에게 빼앗길 수 있는 고객들을 의미한다. NPS 역시 단순하고 강력하며 그럴듯한 논리를 갖지만, 실제 재구매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어서 어디까지나 잠재되고 잠복된 수준의 충성도를 측정할 뿐이며, 충성도 개념을 질문 하나로 너무 단순하게 측정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대개는 태도 차원과 행동 차원을 통합적으로 측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의 고객충성도 개념 자체에 비판을 가하는 유명한 문헌이 있다. 라이나르츠와 쿠마르(Reinartz & Kumar, 2002)의 문헌에서, 저자들은 충성도 높은 (특히, 오랫동안 재구매를 하는) 고객들이 꼭 높은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충성도 높은 고객 중에는 오히려 "내가 이렇게나 사 주는데, 좀 더 깎아줘요" 식으로 오히려 기업의 수익창출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이해되었던 '좋은 충성고객' 은 오랫동안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데, 이를 진정한 친구(true friends)라고 칭할 수 있다. 그러나 수익성이 높더라도 언제든지 거래가 중단될 위험이 있는 고객이 있으며, 이들은 나비(butterflies)라고 불린다. 반대로 거래는 오랫동안 꾸준하게 이어지는데 수익성은 영 신통치 않은 '나쁜 충성고객' 이 있는데, 이들은 기업 입장에서는 따개비(barnacles)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익성도 낮고 거래도 단기적인 이방인(strangers)이 있다. 여기서 요점은, 재구매 고객 중에서도 떨어내야 할 '따개비' 들과 함께 가야 할 '진정한 친구' 를 나눌 수 있어야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해당 문헌은 따개비들의 지갑사정이 좋다면 이것저것 교차판매와 상향판매를 시도해 볼 것을, 그렇지 못하다면 거래에서 치르게 되는 기업의 비용을 엄격히 최소화할 것을 조언한다.

6. 서비스 실패와 회복

service failure & recovery

서비스가 언제나 성공적이고 만족스러울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불행히도 기업이 고객들의 드높은 기대를 온전히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때가 많다. 앞에서 PZB가 고객의 기대치를 희망 서비스에서 최저 서비스 사이의 허용 영역이라고 설명했던 것을 상기해 보자. 서비스 실패란 여러 사유로 인해 고객이 실제로 제공받은 서비스의 평가가 최저 서비스에도 미치지 못하여 고객의 불만이 유발된 경우를 의미한다. 기업이 사과(apologizing)나 보상(compensation)을 통해서 이 불만을 불식시키고 고객을 이해시켜서 상황을 성공적으로 종료시킬 경우, 이를 서비스 회복이라고 부른다. 모든 실패사례가 모두 서비스 회복으로 이어진다면 참 좋겠지만, 이것도 회복되지 못하고 배드 엔딩으로 끝나는 실패사례들이 매우 많다. 특히, 고객의 불만에 당황한 서비스 담당자가 명확한 상황파악 없이 불만을 무마해 보려다가 도리어 고객의 화를 더욱 돋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이중일탈 효과(double-deviation effect)라고 한다. 불만고객이 발생했다면 전체 서비스 프로세스의 어느 지점에서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요인이 작용하는지 냉정하고도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PZB는 앞에서 살펴보았던 SERVQUAL을 정립한 후, 그 후속연구로서 고객의 기대와 실제 서비스 품질 사이의 간극이 어디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이들은 다시금 여러 서비스업계에서 모은 품질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표적집단면접법을 실시하였고, 결과적으로 격차 모형(gap model)을 창안하면서 기업의 서비스 제공 과정 중에서 서비스 품질의 하락이 발생하는 4가지 격차 요인이 있고, 이들로 인해 고객이 기대한 서비스 품질과의 격차가 야기된다는 점을 확립하였다. 각각의 격차들에는 명확한 요인명이 붙지 않았으므로, 따로 자세히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이와 같은 격차로 인하여 고객이 불만을 느꼈을 때, 그 고객은 불만고객이 된다. 그러나 모든 불만고객이 담당자를 항상 들들 볶는다거나 소란을 피우면서 여러 사람 스트레스 받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마케팅 조사업체나 경영학계에 연구된 바에 따르면, 전체 불만고객들 중의 4% 정도만이 실제로 자신의 불만을 기업 측에 표시한다고 하며, 대부분은 침묵으로 참아넘기고 다른 경쟁사로 넘어가게 된다고 한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는 일견 좋은 것 같지만, 자사의 서비스 수준을 개선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는 심각한 현상이다. 고객 불평 행동(comsumer complaint behavior)을 연구한 자그디브 싱(J.Singh)은 불평행동의 경중을 기준으로 하여, 마음 속으로만 불평하는 사람, 담당자에게 불평을 표현하는 사람, 불평뿐만 아니라 주위 지인들에게 부정적인 WoM을 퍼뜨리며 경쟁사로 넘어가는 사람, 그리고 제3자에게까지 동네방네 부정적인 소문을 내고 언론에도 고발하는 등 테러리스트적인 수준의 불평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하였다. 여기서 기업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유형은 두 번째로, 기업이 서비스 실패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서비스 회복의 두 번째 기회를 주기 때문이라고.

여기서 불평(complain)이라고 번역된 단어, 대개는 음역하여 컴플레인이라고 불리는 행동은 불만고객들이 보이는 유사한 행동인 클레임(claim)과 흔히 혼용되곤 하는데, 엄밀히 따지자면 약간의 차이가 있다. 먼저 불평의 경우, 상당히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수준에서 고객이 느끼는 불쾌한 감정을 의미하며, 대개 사과와 경청, 공감을 통하여 해소될 수 있다. 반면 클레임의 경우,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수준에서 무언가 조치를 받아야 한다는 고객의 요구를 의미하며, 불평과는 달리 사과뿐만 아니라 배·보상, 법적 책임, 시정조치 등을 동반해서 해결해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 말하자면 서비스 실패 상황에서 '지금 내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이 회사에 알려야겠다' 정도라면 불평이고, '내가 이 회사로부터 뭔가를 조치받아야 마땅하다' 까지 느낀다면 클레임이 되는 것.

앞에서 서비스 삼각형 개념을 소개할 때 등장했던 인물인 알브레히트는 자신의 저서 《서비스 아메리카》 에서 서비스의 칠거지악(the Seven Sins of service)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그는 다양한 업종의 서비스업들을 검토하면서, 어디서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접객 직원의 응대태도 불량 사례들을 아래의 7가지로 정리하였다.

이 중 하나 이상의 이유로 인하여 이미 화가 나 버린 불만고객을 상대하는 건 서비스업을 힘들게 만드는 대표적인 이유로 거론된다. 물론 명백히 자신이 잘못해서 욕을 먹는 것은 누구나 충분히 사과할 수 있다. 그러나 판촉 담당자나 대리점, 동료 전화상담원 등 남들이 잘못해서 내가 욕먹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것이 인지상정이다. 다른 건 다 할 수 있어도 불만고객 응대만큼은 죽어도 하기 싫다는 서비스 담당자들이 하나 둘이 아닐 정도이며, "고객응대를 하다가 인간혐오에 걸릴 것 같다" 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그만큼 서비스 현장에서도 CS교육 주제 중에서 불만고객 응대스킬 같은 것은 제발 좀 가르쳐 달라며 교육수요가 넘치는 상태이다. 다양한 접근법과 응대방법들이 있지만, 너무 실무적으로 세세한 내용은 생략하고, 어디서나 가장 우선적으로 강조하는 듣기 원칙 1가지와 말하기 원칙 1가지를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서비스 실패 사례를 사후분석하고자 한다면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로는 미시적으로 보아 서비스 담당자와 고객 간의 의사소통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다. 이럴 때 쓰이는 도구 중 하나가 바로 교류 분석(transactional analysis; 이하 TA)이다. TA는 인간과 인간이 자아(ego) 수준에서 의사소통을 주고받을 때 어떠한 양상의 교류가 나타나는지에 관심이 있다. TA의 P-A-C 모형에 따르면 인간의 자아는 어버이 자아(parental ego)와 성인 자아(adult ego), 그리고 어린이 자아(child ego)로 나누어지는데, 이때 서비스 담당자의 자아와 고객의 자아가 서로 스트로크(stroke)를 주고받는 패턴을 분석하는 것이 TA이다. 둘째로는 거시적으로 보아 서비스 프로세스 전체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찾는 이시카와 다이어그램(Ishikawa diagram)이 있다. 여기서는 문제가 발생하기까지의 이전 프로세스를 생선뼈 모양으로 도식화하면서 각 단계별로 문제의 발생에 기여한 원인과 그 영향을 찾는다. 가장 흔히 예를 드는 것이 바로 항공사에서 출발이 지연되는 사례를 분석하는 것으로, 공항처럼 서비스 프로세스가 복잡하고 참여하는 서비스 직원이 많을수록 효과적이다.

서비스에 실패한 고객은 납득되지 못한 상태에서도 항의를 단념할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 고객을 어떻게든 이해시키고 만족시키는 것이 유리하다. 어설픈 개입은 상기한 이중일탈 효과를 초래하여 고객의 분노만 심해지게 만들 뿐이지만, 자신의 항의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고객은 기업이 성심성의껏 들어주고 고민해주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놀랍게도, 마케팅 리서치 분야에서 존 굿맨(J.Goodman)의 발견에 따르면, 불만을 품었던 고객이 서비스 담당자의 응대에 만족하게 되면 오히려 불만을 품기 전보다도 재구매율이 증가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객의 불만이 '신속하고', '완전하게' 해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불만이 해소된 고객이 도리어 충성고객이 되는 현상을 굿맨의 법칙(Goodman's law)이라고도 한다. 비슷한 뜻으로, 불만고객이 불만응대 서비스에 만족할 경우 전체적인 고객만족도가 개선됨을 의미하는 서비스 회복의 역설(service recovery paradox)이라는 개념도 있다. 실제로 불만고객에서 충성고객이 된 고객들의 WoM은 특별히 더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비슷한 서비스 실패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벤치마킹(benchmarking)을 시도하는 것도 좋다. 서비스 분야에서 벤치마킹이란 자사의 서비스 프로세스를 타사의 '최고의 방식'(best practice)과 비교함으로써 자사의 문제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는 그 비교대상이 된 타사마저도 추월하는 것이다.[16] 당연히 "누구를 보고 배울 것인가" 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벤치마킹에는 자사 내에서 부서 간에 일어나는 내부 벤치마킹과, 외부의 타사를 대상으로 하는 외부 벤치마킹이 있다. 타사를 참고한다 하더라도 직접적으로 경쟁사를 참고하는 경우가 있고, 경쟁관계가 아닌 타사에게서 아이디어만 빌려오는 경우도 있다. 아예 상기한 리츠 칼튼 호텔처럼 경영학 전공서에도 실릴 법한 유명한 사례를 보고 따라해 보는 것도 벤치마킹의 일부이며, 이를 글로벌 벤치마킹이라고 부른다.

7. 서비스 실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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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제 사례로, 2010년대 중엽에 캐나다의 엘리베이터 수리기사들이 파업을 결의했을 때 이들은 일부러 그들이 담당하는 도심지 대형 빌딩의 엘리베이터마다 죄다 망가뜨려서 승객이 누르는 층수 버튼을 오인식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승객들은 파업 기간 동안 부정확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서 수리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엘리베이터가 멀쩡할 때 수리서비스의 존재 자체가 아예 소멸하기 때문에 파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는 특수성을 보여준다.[2] 일본의 실제 사례로, 일본에서는 버츄얼 유튜버가 콘텐츠 산업에서 활성화되어 있는데, 스오 산고라는 방송인이 격오지에서 방문객도 없이 쓸쓸히 망해가던 한 테마파크에 다녀온 이야기를 풀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테마파크 내에서 판매하는 츄로스와 직영 호텔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극찬했다. 그 결과 해당 방송인의 팬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테마파크에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대성황을 이루었다. 이에 테마파크 사장이 공식석상에서 해당 버튜버에게 감사인사를 했으며, 정식으로 광고와 콜라보 이벤트를 진행하고, 아예 기간한정 홍보대사로 임명하기까지 했다. 마케팅 효과는 그야말로 엄청나서, 광고를 송출하자마자 테마파크 공식 홈페이지 서버가 터져버렸고, 콜라보를 시작하자마자 해당 테마파크가 트위터 트렌드 1위로 올라갔다. 이는 인플루언서의 WoM이 망해가던 관광지 하나를 기적적으로 회생시킬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극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3] 실제로 미국 맥도날드에서는 모든 종업원들이 흰색 바탕의 유니폼을 착용하고 서비스를 하지만, 맥카페(McCafe) 코너의 담당 종업원들만큼은 검은색 바탕의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어서 해당 직원들의 직무 만족도도 높을뿐더러 맥카페를 접한 고객들도 왠지 저기서는 특별한 서비스를 받을 것 같아 맥카페를 선뜻 이용하게 된다고 한다. 학자들에 따라서는 유니폼을 '물적 근거' 가 아니라 하술될 '사람' 에 포함시키기도 한다.[4] 물론 리츠 칼튼 호텔이니 스칸디나비아 항공이니 하는, 오늘날 경영학 개론 수준에서 즐겨 등장하는 성공사례들은 서비스 관리라는 개념 자체가 희박했던 80년대 초에 서비스 혁신을 이루어 경쟁사를 앞지른 이야기들이며, 무려 반 세기가 다 되어가는 현재 시점에서는 배울 만한 부분이 많지 않지만, 적어도 CRM의 '초심' 이 무엇인지 이해하기에는 좋은 교보재가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더 최신의 사례들은 HR 담당부서에서 기획하는 교육시간에 외부강사들의 소개를 통해서 접해볼 가능성이 높다.[5] 경우에 따라서는 CXM이 아니라 CEM이라고 부르기도 한다.[6] 하단의 서비스 실무 부분에서도 다시 언급하지만, 대기중인 사람에게 마실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가성비가 굉장히 높은 서비스 행위이다. 비단 내방고객뿐만 아니라 면접자를 면접장으로 안내할 때, 거래처나 고객사, 하청업체 등의 직원들을 미팅 장소로 안내할 때에도 똑같이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비즈니스 매너에 속하며, 이걸 잘하냐 못하냐로 회사의 첫인상이 갈릴 정도이다.[7] 이 양반은 인도계인데 보다시피 이름이 Ananthanarayanan으로 굉장히 길다. 그래서 논문이건 저서건 저널 사이트건, 심지어 자기 CV에서도 풀네임을 다 표기하지 않고 A. Parasuraman으로 간략히 표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8] 서두에서도 설명했지만 똑같은 서비스임에도 고객에 따라서 품질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다. 휴대폰이 오작동하여 수리센터에 방문했는데, 직원이 휴대폰을 받자마자 뭔가를 툭 건드리자 곧바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문제를 파악하여 신속하게 해결하는 서비스' 를 기대한 고객은 대호평을 하며 만족할 것이다. 반면, '휴대폰을 뜯어서 이곳저곳 살펴보며 고객에게 자세한 정보를 설명하는 꼼꼼한 서비스' 를 기대한 고객이라면, 최악의 경우 "네가 한 게 뭐가 있다고 수리비를 받냐" 면서 불만고객이 될 가능성도 있다.[9] PZB는 희망 서비스와 최저 서비스 사이의 구간을 허용 영역(zone of tolerance)이라고 지칭했다.[10] 국내에서도 SERVQUAL을 국내 여건에 맞도록 개량한 것이 바로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이다.[11] 대표적으로 통신사의 경우 경쟁사 쪽으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도 할인반환금(위약금)이 너무 커서 계속 거래를 지속하거나, 또는 약정기간이 만료되었지만 새로운 통신사의 상품을 알아보는 게 귀찮아서 그냥 계속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까지 충성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애초부터 독점시장이 형성된 상태라면 경쟁사가 없기 때문에 충성도가 높든 낮든 무조건 재구매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12] 국내 실제 사례 중에는, 본사에서 나온 모니터링 요원을 경쟁사 브랜드로 대충 떠밀어 보내려다가 평가보고서에 최하점으로 박제당해 버린 영업점도 있다.[13] 사업의 '지속성' 관점에서 고객을 설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즉 기업 입장에서도 해당 고객에게 무엇이든지 다 해 주고 싶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정작 이 사업을 지속할 수 없어지게 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특히 장기적인 거래가 필요한 업종이거나 해당 고객이 이미 충분한 재구매 이력이 있을 때 시도해봄직하다. 기존에 늘 서비스에 만족하던 고객이라면 이 대목에서 수긍할 것이고, 자사의 서비스에 대체로 큰 만족을 느끼지 못해서 미련이 없다면 불만을 거두고 거래를 종료할 것이다.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높은 기대치를 지닌 고객이라면, 굳이 쩔쩔매며 자원을 소모하느니 과감히 떠나보내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경쟁사들 역시 처지가 대체로 비슷하다는 걸 깨달은 해당 고객은 기대치를 낮춘 뒤 다시 자사를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14] 사람 사는 세상인 이상 어디나 세상은 정규분포라는 말은 늘 통용된다. 통계학의 67-95-99 원칙을 고객의 이상함(abnormality)에 적용해 보자. 전화상담을 예로 들면, 전화 3콜 중에서 2콜은 평범한 상식과 교양을 지닌 일반인의 전화일 가능성이 높다(1표준편차 이내). 나머지 1콜은 상대적으로 조금 더 손이 많이 가고 까다로운 성미지만, 무난한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1~2표준편차). 20콜 중에서 1콜은 상담원의 짜증을 유발하며 본격적인 불만을 표시하지만, 최소한 말이 통하는 상대일 수 있다(2~3표준편차). 마지막으로 100콜 중에서 1콜은 테러리스트 유형에 해당하여, 기업이 아무리 애를 쓰더라도 비이성적인 언행을 멈추지 않으며 말도 통하지 않는 악성고객일 것이다(3표준편차 이상). 통신업계의 인바운드 상담원이 하루에 100콜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이 업계의 상담원들은 아침에 출근하면서 당일 1~2명 정도의 '빌런' 을 만날 것을 심리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미리 예상하고 대비해야 한다.[15] 특히 일부 악성고객 중에는 분노를 자신의 도구로 사용해서 원하는 바를 획득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사람들은 "죄송하다면서 안 된다는 건 또 뭐예요!" 하는 식으로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경향이 있다. 이 기세에 말려든 초보 담당자가 고객이 해 달라는 대로 다 해 주면 순식간에 표정을 풀고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하면서 싱글벙글하며 돌아가는데, 진심으로 화가 나서가 아니라 이득을 취하기 위해 짐짓 화난 척을 했다는 뜻이다. 이렇게 응대하면 당장은 불만고객 응대를 잘 한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 고객은 반복적으로 서비스 센터에 찾아와 똑같은 진상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16] 비교대상이 된 타사를 추월하지 못한다면 자사는 결국 카피캣이라는 조롱밖에는 듣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비교당하는 선도자 입장에서도 벤치마킹은 상당히 부담스러운데, 어차피 같은 바닥에서 노는 동종업자라면 상대방의 프로세스를 보자마자 뭐가 다르고 뭘 배워야 할지, 어떻게 해야 뛰어넘을 수 있을지 한눈에 깨닫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쟁사 간의 벤치마킹은 거의 산업 스파이에 준하여 경계하거나 적극적으로 방해한다. 요식업계에서 '비법 소스' 를 방송에서 안 알려주려고 하는 이유도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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