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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18 15:00:01

보릿고개 시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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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줄거리
2.1. 1부2.2. 2부2.3. 3부
3. 평가4. 여담

1. 개요




검정 고무신 3기의 에피소드.[1] 기영이네 식구들이 아버지의 실직으로 집안 경제가 기울어진 상황을 극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정 고무신 시리즈에서 가장 슬프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로 평가받고 있으며[2] 한국의 보릿고개[3] 시절을 리얼하게 표현하여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자아낸 에피소드다. 어릴 땐 그냥 보고 넘어갔던 장면들을 나중에 다시 보니까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정말 눈물이 난다는 반응이 많다.[4] 그만큼 이 에피소드에서는 주연인 기영이와 기철이 형제보다 부모님의 비중이 크며 시리즈의 유일한 3부작 시리즈라 러닝타임이 70분에 달해 거의 극장판 수준이다.

평가가 매우 좋은 명작 에피소드임을 방증하듯 유튜브에 올라온 에피소드들의 조회수를 모두 합하면 무려 887만 회나 된다.

2. 줄거리

2.1. 1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기영이네 가족. 어느 날 아버지가 퇴근하면서 비싼 [5]돼지고기를 사 왔다. 하지만 어머니는 "비싼 귤을 왜 사오셨어요?.., 월급도 몇 달째 못 받으면서..."[6]라며 걱정한다. 여기에 아버지는 밀린 월급이 드디어 나왔다면서 "고생 끝! 행복 시작이오!"라고 말하며 안심시킨다.

가족들은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를 먹으며 즐거운 저녁식사를 하지만 아버지는 속으로 "많이들 먹어라, 앞으로 흰쌀밥 먹기 힘들겠지..."라고 말하면서 걱정한다. 이후 기영이와 기철이는 같이 만화책을 보다가 아버지가 들어오자마자 공부하는 척 하며 위기를 넘기는데 자식들이 열심히 공부한다고 착각한 아버지는 밖에서 혼자 이런 생각을 한다.
너희들은 더 열심히 공부해서 아빠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다음 날 말룡은 어머니에게 기습 뽀뽀를 하고 출근하고 눈 내리는 공원에서 정처 없이 벤치에 앉아 있는 말룡에게 코가리개 아저씨가 다가온다. 코가리개 아저씨가 말룡이 실직자임을 알고 "당신도 나랑 똑같군."이라고 하자 말룡은 바로 화를 내면서 "아, 얼굴이 다르잖소! 목소리도 다르고, 키도 다르고, 몸무게도 틀리고!!"라며 화를 냈지만 실업으로 인하여 괴로운 마음에 그만 화를 냈다며 바로 사과한다. 코가리개는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니 괜찮다고 말하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코가리개 : 아침에 출근한다고 나와서 갈 곳이 없어서 공원이나 어슬렁거리고... 이 달 월급을 어떻게 만들어 갖다준담...

말룡 : 어쩜, 내 입장을 그대로 대변해 주는구려... 눈도 참 곱게도 내린다..

이후 말룡은 저녁에 코가리개와 포장마차 가게에서 술을 마시는데 말룡은 "아버님, 어머님. 이 못난 아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얘들아,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못난 애비처럼 안 되려면..."[7]이라며 신세 한탄을 한다. 그때 춘심이 제때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말룡을 찾으러 나가며 포장마차를 우연히 지나가다가 이를 엿들었는데, 밀린 월급이 겨우 받은 퇴직금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말룡: 오랜만에 월급 나온 줄 알고 좋아하는 마누라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려. 퇴직금 겨우 받은 것도 모르고...

코가리개: 이제 갑시다. 집에 가서 회식 있었다고 할 거죠, 이형?[8]

이후 말룡은 코가리개와 함께 집에 가는데[9] 춘심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채 남편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장면은 집으로 전환되고, 기철이가 기영이를 놀리는데, 기영이가 화가 나서 베개를 형한테 던진다고 하는 것이 그만 뜨개질을 하던 어머니의 얼굴에 맞춰서 어머니가 벌컥 화를 낸다. 그러다가 이내 춘심은 그 자리에서 온갖 생각이 뒤엉켜 오열하고, 상황을 전혀 모르는 기영이와 기철이는 암말도 못하고 우는 어머니의 모습만 바라본다. 이후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온 말룡은 회식이 있었다고 거짓말을 하지만, 춘심은 이미 다 알고 있었는지라 배웅하는 와중에도 우는 모습을 보인다.

다음 날, 똑같이 거짓 출근하는 말룡을 붙잡으며 춘심은 "기철아빠 가지 말아요! 갈 데도 없잖아요!"라고 외치며 출근하는 말룡을 멈춰세운다. 이후 말룡은 정류장에서 실직 사실을 가족들이 알면 걱정할테니 비밀로 하자고 약속한다. 춘심이 말룡의 주머니에 100원을 쥐어주며 국수 같은 것만 먹지 말고 든든하게 먹으라 하지만, 말룡은 가족들 먹거리에 신경쓰라며 돈을 받지 않는다.[10]

이후 말룡은 건설현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 자식들을 생각하며 힘을 낸다.
힘내자 힘! 난 기영이, 기철이, 오덕이의 아빠다!

이후 춘심은 집에서 말룡의 허리를 주물러 준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말룡은 취직이 잘 안 됐는지 공사장에서 계속 노가다를 하고, 허리는 점점 안 좋아진다.[11] 다음 날 코가리개와 만난 말룡은 막노동을 건강 문제 때문에 그만 중단했다고 털어놓는데, 코가리개 아저씨는 나이롱 양말 장사를 제안한다.

한편 할머니는 며느리 춘심이 동네 가게마다 외상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을 듣고, 주부들이 모여 화투판을 친다는 이상한 소리를 한다. 이후 점심을 먹는데, 보리밥두부 없는 된장국, 그리고 반찬 하나 있는 부실한 식사에 전후사정을 모르는 식구들의 불평불만이 터져나온다. 할머니가 두부 좀 넣지 그랬냐며 핀잔을 주지만, 춘심은 가게에 두부가 떨어졌다고 둘러댄다. 할아버지는 개의치 않고 그냥 먹지만, 할머니는 소문 때문인지 언짢은 표정을 짓는다.

이후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동네 산책을 나가는데, 하필 나이롱 양말 장사를 하던 말룡과 마주친다. 말룡은 변장을 해 본인이라는 사실을 얼른 숨기고, 할머니가 나이롱 양말 3켤레를 구매해가는데, 한 켤레 100원 하는 양말을 세 켤레에 150원으로 깎아버리는 김두한의 호적수스러운 협상을 한다(...). 본전도 안 되는 값이지만, 말룡은 그래도 상대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머니인지라 별 수 없이 깎아주고, 코가리개 아저씨가 옆구리를 찌르지만 사정을 듣자 곧장 이해해준다.

춘심은 어머니의 말을 생각해서 두부 반 모를 외상으로 구매한다.[12] 이후 말룡이 퇴근하는데 아랫목에 손 넣으라면서 할머니가 말룡에게 산 나이롱 양말을 쥐어준다. 이후 본인도 어머니, 아버지에게 드릴 양말을 사 왔는데 말룡이 양말 장사할 때 손님들 호객하던 스킬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유머 포인트.

이후 춘심은 말룡에게 줄 저녁거리를 가져왔는데 전과 똑같이 부실한 식사에 된장국에 두부만 추가하자 할머니는 제대로 분노한다.
언년: 애미야!! 추운데 밖에서 고생하면서 돈 벌어오는 애비한테 대접이 고작 이거냐?!

춘심: 어, 죄송해요... 어머님...

할머니: 또 가게에 두부가 떨어졌든?! 영감! 건너가 잡시다.

이득촌: 으흠. 춥다.

실직해서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졸라매야 하는 속사정도 말하지 못하는 춘심과 말룡은 그저 함구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할머니는 친구네 집에 가서 나이롱 양말을 자랑하고, 한 켤레당 50원에 사줄테니 돈만 달라고 얘기한 다음 말룡이 장사하는 곳에 가서 나이롱 양말을 산다. 저번에 세 켤레 150원에 샀으니 이번에도 그렇게 달라며... 이번엔 이를 본 주변 사람들도 같이 싸게 해달라고 하면서 장사판은 아수라장이 되고, 결국 제대로 망해버렸다.

이후 저녁에 연탄으로 난방을 하기 위해 춘심이 연탄을 보는데, 연탄이 몇 장 안 남자 아끼기 위해 연탄 하나만 넣고 저녁을 버티기로 한다. 하지만 바람이 많이 불면서 새벽에 연탄불이 꺼져버리자 집이 제대로 추워지고, 할머니는 춘심을 윽박지른다.[13]
언년: 애미야!, 시애미 말이 말 같지 않냐?? 우린 둘째치고, 허리 아픈 사람 뜨끈하게 해줘야 할 거 아니냐!!!

말룡: 아니, 전 괜찮아요...

언년: 놀고 먹는 늙은이라고 한겨울에 불기도 없는 냉방에서 자라는 게지? 으이고, 서럽다!!

춘심: 아... 어머님...

언년: 내 아들이 힘들게 벌어온 돈으로 연탄도 사고 살림도 하는 게다.. 늙으면 죽어야지...!![14]

춘심: 어머님...

결국 오덕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룡은 눈가에 눈물만 맺히며 고개만 푹 숙인다. 사정을 말하기 힘든 춘심과 말룡이 실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2.2. 2부

할머니는 화를 내면서 방으로 들어오고, 이득촌이 이 추운 날에 뭐 때문에 열을 내냐고 말하자 며느리가 착한 줄 알았더니 사람을 잘못 봤다고 한다.
이득촌: 이 할망구가 노망이 났나?

언년: 사람 속이야 10년을 겪어도 몰러!

이득촌: 할망구야!

언년: 아이, 깜짝이야...

이득촌: 우리 며느리가 얼마나 착한데 모함이야, 모함은!

언년: 알고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니까요. 본색이 나와요, 본색이.

이득촌: 어허, 이 할망구가 아무래도... 거, 거, 쓸데없는 소리 말고 이불이나 덮고 어서 자요.

언년: 아이, 글쎄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니까요.

이득촌: 거 참. 어서 불이나 꺼요. 자꾸만 전기 닳게 하지 말고.

하필 할아버지, 할머니의 방 바로 밖이 연탄 아궁이라 춘심은 할머니가 뒷담하는 것을 전부 들었지만[15], 아무런 불평하는 기색도 없이 가족들을 위해서 방바닥이 뜨거워서 잠을 설칠 정도로 밤새도록 연탄을 갈았다.[16]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말룡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실직한 사실을 털어놓는다. 부모님을 이를 전부 이해하고, 득촌은 아들을 걱정하며 이제 나가지 말라고 하지만 말룡은 직장을 구해야 한다며 나가봐야 한다고 말한다.[17] 언년은 몇 달간 춘심을 모함하고 화냈던 것이 부끄럽고 후회스러운지[18] “으이구, 속 없는 할망구... 저승사자는 뭐하구 있누, 나 같은 할망구 안 잡아가구...”라고 한탄한다.[19] 이후 득촌은 아들을 응원해준다.
새옹지마란 말이 있다. 궂은 일 뒤에는 반드시 좋은 일이 있는 법이야.

이후 할머니는 아침을 준비하는 춘심에게 사과하기 위해 부엌으로 가고, 서로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흘린다.
할머니: 애미 벌써 일어났누?

춘심: 네.

할머니: 애미야, 좀 전에 아범한테 다 들었다.

춘심: 네? 어머님...

할머니: 그런 줄도 모르고... 미안허구나... 암, 연탄도 아껴야지...

춘심: (울먹이며) 어머님...

할머니: 그래, 그래. 다 안다. 혼자서 얼마나 속 태웠니? 식구들이 합심하면 다 살아갈 수 있어...

춘심: (울면서) 어머님...

할머니: 애미야, 주책없는 늙은이 용서해다오.

춘심: 아니에요... 아니에요... 어머님.

이후 기영이의 하굣길에 경주가 고무줄놀이를 하며 노래하는 모습이 비춰지는데, 가사가 정말 암울하다.
아버지 사친회비 내어주세요. 어머니 사친회비 내어주세요. 난 몰라, 난 몰라. 내일 모레 가져오랬어.
기영이의 표정도 울상인데, 바로 사친회비가 밀렸기 때문.

다음 날, 기영이는 학교에 가기 싫다면서 울며 떼를 쓴다. 언년과 이득촌은 방에서 손자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있는 게 없는 처지를 한탄하며 손자의 울음소리만 들을 뿐. 하다못해 할머니가 “영감, 가진 거 한 푼도 없수?”라며 물어보지만, 득촌도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결국 기영이는 춘심의 등쌀에 밀려 울면서 등교하고, 그런 뒷모습을 본 춘심도 눈물을 흘린다.

이후 학교에서 강숙 선생님은 기영이와 도승이를 포함한 사친회비 미납자들을 불러모아 혼낸다. 기영이가 우는 모습을 보고 선생님도 마음이 불편한 건 마찬가지라 표정이 좋지만은 않다. 그리고 선생님은 교감과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데...
교감: 선생님 반은 완납이 안 됐어요. 아이들을 혼내서라도 받아내세요!

강숙: 사친회비 못낸 것이 어떻게 아이들 잘못입니까...

교감: 어허, 그거 참... 올해까지 완납하도록 하세요!

강숙: 아... 알겠습니다. 교감 선생님.

교감: 아이들을 강하게 가르치세요!!

이후 선생님은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한다.
오죽 형편이 어려우면 못 내겠니... 하지만 동정으로만 베푼다면 너희들은 약해져. 너희들이 자라서 부모가 되면 너희 자식 세대들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마라...

결국 내일까지 사친회비를 안 가져오면 회초리손바닥을 5대씩 때린다고 경고를 한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 아이들을 향해 매를 들어야만 했던 선생님의 모습이 안타까울 지경.[20] 기철이가 다니는 중학교도 상황은 똑같아, 기성회비가 밀려서 선생님이 다음 주 월요일까지 가져오라고 학생들에게 으름장을 놓는다. 이후 형제는 아버지에게 회비를 달라고 했고, 말룡은 반드시 주겠다고 약속한다.

이후 말룡은 다시 나일론 양말 장사를 하러 나갔는데, 장소가 바뀌어서 그런지 장사가 안 된다. 장사가 안 되자 말룡은 자식들의 사친회비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그 시각 언년은 말룡이 양말 장사를 하던 곳을 찾아가는데, 전에 만난 친구들에게 다리에서 장사하는 양말 장수가 말룡이라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 말룡을 본 언년은 죄책감에 빠진다.
아이고, 내가 주책이지... 비싼 나이롱 양말을 그렇게 사정없이 깎아달라고 했으니 밑져가면서 애미한테 판 게야. 내가 보태주지는 못할망정 아범한테 손해만 보게 했어... 어이구, 주책없는 늙은이... 그러니까 늙으면 죽어야 혀...

말룡은 조용히 돌아가는 어머니를 측은하게 바라본다.

이후 장사는 저녁까지 계속되는데, 양말이 너무 안 팔려서 걱정은 커져만 간다. 그 순간, 노점상 단속반을 사칭하는 깡패들이 나이롱 양말을 전부 강탈하려 하는데, 양말을 빼앗아가는 걸 막으려다가 말룡이 발로 차여 다리 밑으로 떨어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한다. 깡패들은 양말을 강탈한 채로 도망가버렸으며 이후 코가리개가 말룡을 업고 바로 집으로 데려다 주었고 말룡은 결국 몸져눕고 말았다. 이후 잠꼬대로 양말파는 말을 하다 정신을 차리고 깨어난 말룡은 아들들에게 “기영아, 기철아, 미안하다... 너희들 사친회비, 기성회비 약속 못 지키게 돼서...”라고 사과한다.

사정을 모르는 기영이와 기철이는 춘심에게 무슨 일이냐고 궁금해하는데, 춘심은 울면서 말룡이 실직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기영이와 기철이는 이제부터 밥을 한 끼만 먹겠다고 하지만, 춘심은 화를 내면서 너희들은 굶기지 않겠다고 한다.

다음 날 기철이와 기영이는 또다시 우울한 등굣길에 오른다. 결국 기영이는 사친회비를 가져가지 못했고, 선생님한테 손바닥을 맞는다.[21] 선생님은 죄책감에 그만 눈을 질끈 감고 때리면서 눈물을 흘린다.
강숙: 선생님을 미워해라... 그리고 강하게 커야 돼.

기영이는 매 맞은 손을 보며 선생님을 원망한다.[22] 그리고 퉁퉁 부은 손을 물에 담가 진정시키는데, 그걸 본 춘심이 손이 왜 그렇냐고 묻자 웃으며 도승이와 놀다 넘어져서 그랬다고 둘러댄다. 하지만 아들이 사친회비를 못 내서 맞은 것임을 단번에 눈치챈 춘심은 또 한 번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기영이와 기철이는 퇴학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23] 그리고 망한 집을 위해 기철이가 무언가를 구상하는데, 그게 학교를 자퇴하고 버스에서 돈을 구걸하는 앵벌이 짓을 벌이는 것(...). 겨우 베개를 받치고 엎드려 있던 말룡은 기철의 얼굴에 베개를 집어던질 정도로 분노하고, 둘은 그렇게 쫓겨난다.[24]

그리고 기영은 친구 성철의 누나가 인천에 있는 양말 공장 사장이라는 것이 떠올랐는지 성철이네 집에 간다. 언년과 춘심은 공장에서 양말을 가져다가 소일거리를 마련하며 돈을 조금이라도 모으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기영이는 성철이와 도승이와 함께 누나를 만나기 위해 인천까지 그 먼길을 직접 걸어간다![25] 중간에 고구마 밭이 나와서 고구마를 같이 구워 먹는 등 양말 하나만 보고 인천까지 걸어가지만, 이미 성철이 누나는 이사를 갔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결국 셋은 창고에 들어가 잠을 청하지만 쌀 포대 안에 쥐가 있어서 도망치고, 결국 밖에서 노숙을 하며 밤을 세운다. 그 시각 기철이는 가족들에게 기영이가 인천으로 양말을 구하러 갔다는 소식을 듣고 동생을 걱정한다.

다음 날, 한참을 걷다가 찐빵집을 본 세 친구. 너무나도 배고픈 나머지 가마 안에 있던 찐빵을 훔치려고 하는데 도승이와 성철이 모두 훔치는 것에 실패하고, 결국 기영이가 나선다. 기영이는 가마 손잡이까지 닿을 뻔했으나 바로 앞에 주인이 나와서 인사만 하고 돌아간다.

결국 아침도 굶고 양말 공장까지 도착한 셋. 성철이는 양말 공장 사장에게 “이복례 사장님이 우리 누난데 아저씨는 누구세요?“라고 말하고, 사장은 바로 성철이 누나를 부른다. 그리고 성철이는 누나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듣는데, 자신의 누나는 사장이 아니라 직원이라는 것이었다. 성철이 누나가 그만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결국 셋은 헛걸음했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성철이 누나는 한 켤례씩이라도 사서 주겠다고 하지만 자초지종을 들은 사장은 펑펑 울더니 깜짝 놀랄 제안을 한다.
사장: 얘들아, 내가 한 보따리씩 그냥 주마.

아이들: 네? 정말이요?

성철이 누나: 사장님, 고맙습니다...

사장: 우리 공장 찾아 백리 길 걸어왔다는데 그냥 보낼 순 없지..

성철이 누나와 아이들: 정말 고맙습니다, 사장님!

그렇게 마음씨 넓은 사장님 덕분에 양말을 얻고, 성철이 누나가 준 차비로 인천에서 서울까지 가는 기차를 타고 돌아간다.

하지만 이후 집에 도착한 기영이는 가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26]
춘심: 아예 밖에서 살지 왜 들어왔어?!

이말룡: 아니, 누가 너 보고 이런 거 가져오랬어?! 어!!

이기영: 아버지 허리 다 나으시면 양말 파시라고요...

말룡: 뭐라고? 아니, 이 녀석이...!

이기영: 아버지,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이말룡: 그래서 이 고생해서 이걸 얻어왔단 말이냐?

이기영: 네... 아버지.

언년: 우리 기영이가 너무 기특하구먼.

이득촌: 그래도 어른들 걱정끼쳐드린 건 잘못이다.

이말룡: 애비가 못나서 그만 애들을 고생시키다니...

이를 지켜보던 기철은 자괴감에 빠져 속으로 독백한다.
이 집안의 장남인 나는 기영이만도 못해... 기철아, 넌 언제 철들래? 바보야... 철 들어라 기철아... 어이구 철 들어... 아유... 결심했어. 이제부터 우리 가족을 위해 정말 뭔가 할 거야. 열심히!

2.3. 3부

새벽에 기철이는 일어나서 어디론가 갈 준비를 하는데, 소리에 깬 기영이가 어디 가냐고 묻자 아침 운동하러 나간다고 둘러댄다.[27] 기철이가 결심한 일은 바로 신문 배달로, 파트너 아저씨와 함께 일을 하게 된다.[28] 같이 가다가 구역별로 갈라져서 신문을 열심히 배달하는데, 개조심 문구가 붙은 집 앞에서 신문을 살짝 넣었다가 작은 개가 나와서 짖자 깜짝 놀란다. 처음에는 무시하고 가려다가 뒤에서 굉장히 크고 사나운 개가 나오자 도망치려다가 바로 기싸움을 걸지만, 그래도 밀리지 않자 돌을 던져서 개를 쫓아버린다.

기철이는 다시 열심히 신문을 배달한다. 그러다가 어느 집 앞에 있는 우유병을 만지는데, 우유가 굉장히 따뜻해서 훔쳐 먹을까 생각하다가 도둑질은 안 된다며 포기한다. 기철이는 결국 지각하고, 선생님 몰래 교실에 들어가려다가 걸려서 결국 운동장 20바퀴 뺑뺑이를 받게 된다. 이때 기철이의 독백이 압권.
새벽에도 뛰고 학교 와서 또 뛰고 미치겠다...

말룡은 허리가 다 나아졌는지 공원에서 다시 코가리개 아저씨와 만난다.[29] 코가리개는 능력이 있으니 취직이 금방 될 거라며 응원하지만, 말룡은 몇 군데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나이가 많다고 안 뽑아준다고 한다.

그러자 코가리개 아저씨가 또다시 일을 제안한다. 이번에는 드라마 보조출연자[30] 얼굴도 괜찮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바로 도전하는데 연기가 잘 안 되는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다.[31] 배우가 자신의 발이 닿기 직전까지 올 때 넘어지라 조언하고, 말룡은 다시 결연한 의지로 재도전하는데 이번에는 진짜로 맞는다! 감독은 실감나게 잘한다며 칭찬하는데 배우가 진짜로 맞은 거냐며 사과하는 게 유머 포인트.

이후 감독이 얻어맞는 장면 또 한 번 찍을 거냐고 묻자 말룡은 아이들이 회비를 부탁하는 장면을 생각하여 하겠다고 하고, 촬영은 시작된다.[32] 촬영을 마친 후 포차에서 술을 마시는 말룡. 이 참에 배우 데뷔하는 게 어떻겠냐는 코가리개의 말에 까짓거 뭐 있냐고 슬프지 않은 척하며 꽁트를 찍는다. 그러나 집에 도착한 말룡은 춘심에게 안겨 아무 말도 없이 흐느낀다.[33]

다음 날에도 신문 배달을 나간 기철이. 파트너 아저씨가 아버지의 안부를 묻는데, 기철이가 "아버지 취직하기 힘든가 봐요."라고 말하자 "그럴 때일수록 네가 힘을 내야 한다"며 용기를 복돋아준다. 이후 기철은 평소처럼 신문 배달을 하다가 우유 배달을 받는 집에서 우유병을 만지는데, 갑자기 우유 배달원이 튀어나와 기철을 도둑으로 몰아가더니 우유 값을 내놓으라고 한다. 그 순간 파트너 아저씨가 나타나 배달부에게 순순히 우유 값을 내고, 기철이는 아저씨에게 "먹을까 생각했지만 먹지 않고 만지기만 했어요."라고 털어놓는다. 아저씨는 "널 믿지만,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거 자체가 잘못이다."라고 대답하고, 기철이는 월급 타면 아저씨에게 100원 갚아주겠다고 말하지만 아저씨는 쿨하게 그냥 넘겨준다.

한편 말룡의 부모님은 멍투성이가 된 아들의 얼굴을 보고 걱정하지만 말룡은 이번에도 전봇대에 부딪친 거라고 둘러댄다. 기영이는 밀린 회비를 갚아서 기분 좋게 학교로 향하지만, 기철이는 지각하고 몰래 교실에 들어가는데 성공하지만 수업 시간에 졸다가 선생님한테 걸려서 분필을 맞고 또 뺑뺑이를 뛴다.

다음 날, 기철이는 다시 신문 배달을 하는데, 전날 왔던 우유 배달받는 집에서 일부러 기다리며 배달부의 말이 사실인지 파악하려 한다. 그런데 진짜로 한 아이가 와서 우유를 훔쳐가자 어린아이를 데리고 경찰서에 가려고 하지만, 아이가 집에 잠깐 들리면 안 되냐고 묻자 동정심에 집으로 간다. 그런데 그 아이의 집은 굴다리 밑 판자집이었고, 아이는 그곳에서 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었다. 자신보다 비참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기철이는 결국 울면서 학교로 달려가며 독백한다.
우리보다 훨씬 불쌍해!

이후, 기철이는 할머니와 아이를 위해서 자비를 들여 매일 우유를 구매해서 집으로 가져다 주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할머니가 그만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다시 드라마 촬영장에 와 있는 말룡. 이번에는 사극을 찍는데, 엉덩이 보호대를 차고 곤장을 맞는 씬을 촬영한다. 근데 촬영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용변이 급하여 보호대를 풀고 화장실에 갔다가, 촬영 직전에야 돌아왔는데 문제는 말룡이 급하게 돌나오느라 엉덩이에 보호대를 차는 것을 그만 잊었다는 것이다. 결국 보호대를 안 했다고 주변에 말했지만 촬영이 재개 되고 보호대 없이 맨 엉덩이로 정말 곤장을 맞게 되었다. 이후 슬픈 브금이 나오면서 괴로워 하는 모습과 엉덩이가 깨진 채 집에서 몸져 누워 아이고 나 죽네! 괴로워 하는 말룡과 이를 안타깝게 보며 우는 춘심의 모습을 볼 수 있다...[34]

다음 날 새벽에 기철은 신문배달을 하는데 기철은 신문배달을 하다가 사나운 개와 마주친 아저씨를 발견하게 된다. 주변을 보는데 이번엔 돌이 없어서 결국 둘이 개에 물리는 사고를 당하고 만다. 기철은 오른손과 발을 물렸고, 아저씨는 뒤로 넘어지며 가볍게 머리를 다치고 말았다. 이후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아저씨는 다시 기철에게 말룡의 취직의 여부를 묻는데 기철이가 여전히 잘 안된다고 말하자 아저씨가 아버지의 이력서를 본인에게 달라고 하며 자신이 취직자리를 알아봐주겠다고 해준다.

입춘이 다가올 즈음에 이말룡은 편지 하나를 받는데, 그 편지내용은 채용안내 편지였고, 드디어 취직에 성공했다! 집안의 분위기는 다시 좋아지며 경사가 났다. 이때 언년은 보릿고개를 넘었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기영이가 보릿고개가 뭐냐고 묻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설명해준다.
할아버지: 가을에 수확한 쌀은, 봄이 되면 거의 다 떨어지지.

할머니: 그래서 여름철에 수확하는 보리를 기다리는데 그때까진 배고프고 힘든 때가 온단다. 그때를 힘든 고개를 넘어가는 것 같다 해서 보릿고개라고 했지. 으휴... 우리 식구가 그 시련기를 넘어온 게야...

다음 날, 말룡은 설레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하고, 마중나온 춘심은 어서 가지 않고 뭐하느냐고 묻자 말룡은 주위를 둘러보고 춘심에게 볼뽀뽀를 한다. 이를 몰래 엿보는 기철 기영 형제는 웃음을 터뜨린다. 그 신문배달 아저씨가 대한물산 사장이었고 이력서를 보고 이말룡을 취직시켜 준 것이다.[35] 그리하여 길고 추웠던 겨울이 가고 기영이네 집은 다시 행복한 일상을 되찾는다. 이것으로 보릿고개 시련기 3부작이 막을 내린다.

3. 평가

불경기로 인한 아버지의 실직으로 인해 겪는 가족의 비극, 감동, 재미에 기승전결 과정까지 모두 잡은 검정 고무신 3기의 레전드 에피소드로 평가 받는다.

1960년대 후반 ~ 1970년대 초반 사회에 불경기나 실직으로 인해 평범한 가정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물론, 기영네는 대가족인데도 끼니를 거르지는 않았기에 잘 살았던 것 아니냐는 반박도 있지만, 겨울에 연탄을 아끼면서 집이 추워지고, 그리고 식비를 아끼면서 가족들의 불평불만을 꾹 참는 춘심은 엄청 고생하게 된다. 기영이와 기철이 역시 사친회비를 내지 못해 학교를 다니는데도 어려움이 생긴다.

언년은 이 에피소드에서 가장 평가가 좋지 않다. 춘심과 말룡은 이득촌과 언년에게 실직한 사실을 숨겼는데, 전후 사정을 모르면서 부부를 힘들게 한다. 1부에서는 계속해서 춘심이 아들이 벌어오는 돈으로 호의호식하고 시부모를 홀대한다고 생각해 딴 주머니를 차고 있다는 식으로 모함하고, 아들의 나이롱 양말 장사가 잘 돼서 수익이 날 수 있는 상황까지 다 말아먹었다.

이 때문에 도씨가 말룡에게 대체 왜 그랬냐며 묻자 자기 어머니라고 미안하다고 했고 도씨도 부모님께 실직을 비밀로했는지 '이형 어머니라는데 어쩔 수 없죠'라며 말룡에게 괜찮다고 위로한다. 문제는 언년이 자기가 나이롱 양말을 터무니 없이 싸게 산 것을 깊게 헤아리지도 않고 자기가 대단한 양 온 동네에 자랑했고 자기가 깎아달라고 하면 깎아준다며 온 동에 할머니들을 선동해서 죄다 끌고와서 깎아달라고 해서 말룡은 어쩔 수 없이 팔았고, 이 때문에 말룡이 도씨와 동업하던 나이롱 양말 행상업은 결국 망하게 된다. 이 때문에 말룡과 도씨는 동업을 그만두게 되었으니 언년이 이 편에서 정말 무개념하게 행동해서 말룡과 춘심을 힘들게 하는 것에 끝나지않고 제3자인 도씨마저 퇴직금의 일부를 날리게 만들어서 타인에게 금전적인 손실을 입혔기에 해당 에피소드의 등장인물 중 가장 평이 좋지 않다.

이후에 말룡이 더욱 힘들어져 연탄도 돌려써야 하는 지경에 달했는데 이렇게 된 것은 언년이 벌인 짓으로 인한 것이었는데 아무리 사정을 모른다고 하지만 며느리인 춘심에게 네가 시부모 봉양한다고 고생이 많다.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심한 말까지 하며 몰아붙였다. 그전에는 본색이 보인다, 사람 마음은 모른다, 그전부터 자신들을 귀찮아했던 게 틀림없다 등 춘심을 두박하는 행태를 보여주다가 아들 말룡이 실직을 이실직고하자, 그동안 자신이 춘심을 모함했다는 것과 말룡이 퇴직금으로 한 행상업까지 동네 할머니들을 선동해서 말아먹게 한 것이 밝혀지면서 스스로 자신을 늙으면 죽어야지, 저승사자는 뭐하누, 나 같은 노망난 할망구 안 잡아가구라고 자조하게 되는데, 이는 언년의 자업자득이다. 자기 남편인 이득촌과 아들인 말룡이 아내를 비호해도 자기 스스로 한 판단이 옳다고 믿으며 춘심을 시부모를 홀대하는 나쁜 며느리로 악다구니를 썼는데다 말룡의 행상업마저 자기가 동네 할머니들을 선동해서 망하게 했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36] 다만 어린이 만화임을 감안한건지 실상을 알게 된 언년은 춘심에게 사과를 하는데 1900년대 극초반 생인 언년은 오히려 좋은 사람에 속하는 편이다.

반면, 할아버지인 이득촌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아내인 언년의 모함에서 애써 며느리인 춘심을 내내 비호했으며 지속적으로 아내인 언년의 모함에도 언짢은 표정으로 짧게 헛기침을 하는 정도만 나올 뿐 내내 춘심을 비호해줬다. 이후에 말룡의 실직이 밝혀진 상태에서 언년은 자기가 한 행동이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못하는데 이득촌은 자기 아들에게 용기를 잃지 말라는 당부를 하는 등 중심을 잃지 않는다.

2부 중반에 나온 교감선생도 평이 좋지 않은데, 힘든 시기에 사친회비를 못내는 아이들의 사정을 고려하기는커녕 혼내면서까지 회비 완납을 시키라며 기영이네 담임 선생님인 김숙을 압박한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조차도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라는 따위의 망언이었다. 다만 이에 대해 '사친회비[37]는 겉으로는 학교와 학생들을 위한 회비로 보이지만 실상은 교장, 교감의 주머니만 채우는 비리로 얼룩진 돈'이라며 '교감이 회비를 독촉하는 이유도 결국 자기 주머니나 채우려는 더러운 속셈이기 때문이다'이라고 무조건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 원칙적으로 따진다면 의무교육인 국민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학비를 받아서는 안되는 것이지만 당시에는 나라가 못살았기에 정작 학교 운영에 필요한 모든 예산을 정부에서 지급하지는 못하고 있던 것이 당시의 현실이었고, 따라서 학생들(학부모들)에게 걷어들이는 돈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하는 것이 당시 학교의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명목상 의무교육은 무상교육이지만 학교(교직원)과 학부모의 교류단체인 사친회(육성회)의 운영 비용이라는 명목으로 걷은 회비를 학교 운영비용으로 쓰고 있었던 것이며, 또 그 회비는 명목상으로는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협찬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의무징수나 다름없었다[38]는 식으로 애매하게 운영되는 상태였다.

즉 기본적으로 사친회비는 학교 운영을 위해 걷어들이던 비용이 맞고, 애매하고 편법적이기는 하지만 초중등교육법등의 근거도 갖추고 일단 공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던 제도였던 것도 맞다. 물론 사회 전반에 부정부패가 만연하던 당시의 시대적 배경상 이렇게 걷어들인 돈의 일부를 자기 주머니에 슥삭 집어넣던 교장이나 교감도 적지 않았던 것 역시 분명 사실이기는 하다. 하지만 사친회비 자체의 문제와 그렇게 걷어들인 비용을 횡령하는 문제는 별개의 문제로 보아야지, 이 두 문제를 한데 섞어 비판할수는 없다는 것. 육성회비 폐지 이전, 이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지던 시기에도 <의무교육은 무상교육이라고 헌법에도 정해져있는데 사실상 수업료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잘못이다>라는 원론적 비판에서 <정부 예산만으로 학교 운영비용이 부족하면 학부모들도 돈을 보태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 하더라도, 형편이 어려워 낼 처지가 안 되는 집안에까지 똑같이 낼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다. (의무교육은 돈을 낼 여유가 없다고 받지 않거나 나중에 받을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학군제로 운영되므로 보다 저렴한 다른 학교로 옮기기도 어렵다)> 라는 타협적인 의견, <명목상 자발적 협찬인데 사실상 강제징수나 다름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냐>는 수단적 측면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하여 <그렇다면 자발적이기만 하면 (의무교육이자 공교육 기관인) 학교가 재학중인 학생의 가족에게서 돈을 받아도 되는 것인가?> 와 같이 다양한 측면에서의 비판이 이루어졌던 것. 그리고 그렇게 조성된 사친회비중 일부를 교장, 교감등이 횡령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은 사친회비 자체에 대한 비판과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 부정부패행위에 대한 비판으로 제기되었던 것이다.

이런 시대상을 감안해볼 때, 아이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사친회비 완납들 강요하여 담임교사를 압박하는 교감선생이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인물상으로 묘사된 것 자체는 맞다. 그러나 어느 정도까지 부정적으로 그려진 인물상인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고 보야야 할 것이다. 아주 부정적으로 본다면 정말 자기가 횡령할 몫이 줄어들까봐 빨리 채워오라고 아랫사람을 갈구는 인물일수도 있지만 반대로 아주 긍정적으로 본다면 아이들과 학부모의 힘든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학교를 운영해야 하는 관리직의 입장에서 할 수 없이 완납을 강요하는 인물일수도 있으며 이 점에서는 담임교사인 김숙과 비슷한 처지일수도 있는 것이다.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라는 뜬금없는 발언 역시, 이 맥락에서 보면 '선생님을 미워하라'는 담임선생의 발언과 비슷하게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이 중간의 어디쯤에 위치한 애매한 인물, 예를 들어 교사나 학교 관리자로써의 책임감은 그리 대단치 않고 그저 귀찮은 일처리가 늘어지는 것이 싫어서 빨리 완납시키라고 난리를 치고 있지만 그래도 횡령은 하지 않는 인물일수도 있으며 이 인물이 그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작가 자신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이상 알 수 없다고 보는 쪽이 적절한 독해라 보아야 할 것이다.(이 점에 대해서는 <검정 고무신>이 기영, 기철 형제의 주인공 관찰자 시점에 가까운 작품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주인공 형제와 더 가깝게 부대끼는 인물일수록 더 생동감있고 인간적으로 이해할만한 여지가 많이 묘사된다.) 다만 사친회비의 강요가 현대(2010년대 이후)의 관점으로는 명백히 '의무교육기관에서 해서는 안되는 일'로 자리잡다보니 이런 행동을 하는 과거의 인물이 더욱 부정적으로 해석되기 쉬워지고, 이에 따라 무조건 '자신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 강제로 돈을 뜯어내는 악당'이라는 식의 단편인 해석을 하는 독자가 나타나기도 쉬워지는 것.

그에 비해 양말공장 사장님과 대한물산 사장님은 누구나 인정하는 극호감인물.[39] 양말공장 사장님은 눈물을 흘려가면서 고생끝에 서울에서 인천까지 걸어서 공장을 찾아온 아이들에게 공감해주고,[40] 또 그 비싼 나이롱 양말을 한보따리씩 그냥 줄 정도로 초 대인배[41], 대한물산 사장님은 기철에게 조금이라도 잘못된 길을 걷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비호해주고 희망을 심어 주었으며, 말룡의 취직까지 도와 준 은인이기 때문이다.

4. 여담



[1] 2004년 12월 15일, 12월 22일, 12월 29일 방영분.[2] 사실상 국산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의 레전드 에피소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3] 사실 보릿고개는 할머니의 비유로, 실제로는 불경기다. 보리(취직)를 거두기 전까지 얼마 없는 곡식(퇴직금)으로 버텨야 하는 기영이네 가족의 참담한 생활을 정확히 나타낸다.[4]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중 "어른제국의 역습" 편과 똑같이 어린이 시청자보단 어른 시청자들의 눈물을 자아낸 에피소드.[5] 지금은 떨이로도 판매할 정도로 굉장히 싸고 널리고 널린 과일이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귤 재배지는 제주도 뿐이었고, 운송 과정과 저장 방식도 매우 열악했다.[6] 이전부터 월급이 밀려서 생계가 어려웠음을 확인할 수 있다.[7] 물론 기영이와 기철이는 이러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기에 만화책이나 보면서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었다(...).[8] '이형'은 간단히 성씨에 형을 더한 호칭인데, 말룡은 이형, 코가리개 아저씨는 도씨라 도형이다. 현실에서도 아저씨들끼리 본인보다 연상인 사람을 칭할 때 이렇게 칭하기도 한다.[9] 이때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희망가를 부르는데, 제목과 가사를 보면 알겠지만 모든 걸 잃고 오직 희망에만 기대면서 살아야 하는 말룡의 심정을 대변하는 가사라 보는이로 하여금 더더욱 안타까운 감정을 유발한다.[10] 일단 받아들었으나 버스에 급히 타며 뒤로 던졌고 춘심에게 난 괜찮으니 돈 주우라고 말한다. 이때 은근슬쩍 돈을 밟아서 가져가려는 행인이 개그 포인트. 그래도 발 빼라고 하니까 들켰다면서 미안해하며 돌려준다.[11]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는 길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고 거짓말한다.[12] 춘심은 죽어도 외상은 싫어했던 데다가 워낙 동네에서 신용이 좋기로 소문났기 때문에 가게 주인은 요즘 들어 외상을 자주 한다는 말을 하면서도 웃으면서 외상을 받아들여줬다.[13] 모든 진실을 알고 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에서 아무 죄 없이 시어머니에게 혼나기만 하는 춘심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그저 답답하고 안쓰러울 뿐.[14] 이말을 뒤에 다시 남편 이득촌이 보는 앞에서 하는데 춘심에게 할 때는 아들 말룡의 실직을 몰랐고 정작 아들을 힘들게 한 것은 퇴직금으로 장사하는 말룡의 나일롱 양말 장사를 자기가 오면 원가의 10분의 1 수준으로 깎아달라는 요구에도 변장한 말룡이 깎아주니 동네 사람들에게 자기가 가면 깎아준다면서 동네 사람들의 양말까지 죄다 사주는 오지랖을 벌였고 그걸 본 다른 사람들이 모두 깎아달라는 통에 양말 장사를 망하게 하면서 자기 아들을 더 힘들게 했다. 이후에도 며느리 춘심을 타박하면서 도박을 한다는 억측으로 남편 이득촌에게서 춘심을 욕하며 온갖 모함을 하다가 보다못한 말룡이 실직을 고하면서 양말 장사가 아들 말룡인 것을 알게되었다. 말룡이 양말 장사를 한다는 것은 말룡의 처인 춘심도 다 아는 것이었기에 며느리인 춘심을 타박하며 했던 말과 도박을 하며 아들의 돈을 탕진한다는 것은 고스란히 자기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언년이 도박을 하며 말룡의 돈을 탕진하지는 않았지만 말룡의 양말 장사를 되도않은 오지랖으로 망하게 했기에 결국 언년이 아들 말룡의 돈을 탕진한 것인데 그 돈은 말룡의 퇴직금이었다. 며느리인 춘심도 그걸 다 안다는 것이기에 부끄러움은 하늘을 찔렀고 창피함과 죄책감에 남편 이득촌에게서 자기같은 것은 죽는 게 낫다며 늙으며 죽어야한다는 말을 자조하며 하게 된 것. 무엇보다 이 말을 한 것은 본인이 자조한 것이라서 자업자득인 셈이다.[15] 연탄을 갈라고 핀잔을 줬기에 춘심이 들으라고 뒷담화를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16] 밤새 잠을자지 않고 연탄을 가는 춘심과 방바닥이 뜨거워 잠을 설치며 투덜대는 언년이 오버랩된다.[17] 득촌이 나가지 말라고 한 것은 말룡이 허리를 다쳤기 때문이다. 나가지 말라고 하면서 득촌은 아들 말룡의 허리를 걱정한다.[18] 말룡이 밀린 월급이 나왔다며 퇴직금을 가지고 온 것이 3개월 전이다. 근거 없이 수개월 간 효부인 춘심을 내내 모함하고 타박한 것은 명백히 그녀의 잘못이다.[19] 이 대사가 수미상관을 이루는데, 할머니는 춘심을 구박할 때 춘심이 아들 말룡이 벌어오는 돈으로 호의호식하면서 따로 뒷주머니를 차고 시부모와 남편을 홀대한다고 모함했다. 이때 춘심을 타박하면서 한 말이 자기들이 오래 살아서 고생이 많다며 뱉은 "늙으면 죽어야지"였던 것. 전에는 며느리를 타박하기 위해 위협적으로 했던 말이고, 지금의 대사는 진심이 섞인 셈이다. 물론 이는 자세한 사정을 따져보지도 않고 며느리를 모함한 것에 대한 자업자득이지만.[20] 실제 사친회비의 악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자세한 설명은 육성회비 문서 참조. 이러한 초등학교 육성회비는 1997년 시절 완전 폐지되었으며 육성회비의 후신인 중고등학교의 학교운영지원비는 그보다 훨씬 이후인 2021학년도를 끝으로 완전히 역사속으로 사라졌다.[21] 참고로 5대 때린다고 했는데 7대 때린다(...).[22] 매 맞은 손을 식히는 기영이를 보고 기철이가 또 숙제 안 해가서 맞았냐고 장난스럽게 묻자 사친회비 못 가져가서 맞았다고 털어놓는데, 자신도 같은 처지인지라 측은하게 바라본다.[23] 사실 국민학교제1공화국부터 의무교육 과정이라 법적으로는 퇴학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기철이는 몰라도 기영이는 퇴학될 염려를 안 해도 됐었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이런 사실을 알 턱이 없었으니 퇴학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24] 그 와중에도 기철이는 말룡이 좋아할 줄 알았다고(...)[25] 서울역~인천역을 기준으로 자가용과 도로망이 확충된 2020년대 시절에도 서울에서 인천까지는 자가용으로 1시간이 걸리며, 수도권 전철 1호선(경인선)을 타면 1시간 10분, 도보로는 8시간 ~ 9시간이 걸린다.[26] 물론, 단순히 기영이의 행동에 화를 냈다기보단 한창 뛰어 놀 어린이가 이런 생각과 행동을 했다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하게 만든 자신들에 대한 원망이 섞인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말룡은 아이들을 고생시켰다며 자신을 크게 자책한다.[27] 이때 기영이는 꿈에서도 선생님한테 맞았는지 사친회비 가져오겠다고 잠꼬대를 하고, 말룡은 실직의 충격이 여전한지 "사장님, 자르지 말아주세요!"라며 울면서 잠꼬대한다. 땡구는 기철이가 나가는 것을 보고 몽유병 걸린 것 같다며 혼잣말을 한다.[28] 아저씨는 신문 배달을 한 지 1년이 되었다고 한다.[29] 1부 때보다 공원에 남자들이 많아졌는데, 불경기로 실업자가 많아진 것을 암시하는 장면.[30] 요즘말로 하면 엑스트라 알바이다. 요즘은 영상이 카메라 기기에 저장되어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컴퓨터로 편집하지만 당시는 필름에 영상을 촬영하여 필름을 잘라 편집했는데 요즘에야 NG를 내도 다시 촬영하면 되니 상황에따라 그냥넘어가기도 하지만 필름으로 촬영하던 시기에는 필름이 낭비되기 때문에 조심해야했다. 실제로 작중에서도 필름 값이 얼만지 아냐고 불평하는 씬도 있고.[31] 배우가 때릴 때 적당히 넘어져야 하는데 때리기도 전에 넘어졌다.[32] 이때 말룡이 한 대씩 맞을 때마다 아이들의 사친회비와 춘심의 연탄과 쌀이 필요하다는 말을 떠올리는 장면이 비극적이면서도 훌륭하다.[33] 이때 희망가가 bgm으로 깔린다. 깔린 노래는 들국화 버전으로 추정.[34] 촬영장 감독은 연기가 실감난다면서 다음 작에도 캐스팅해야 겠다며 좋아했다... 진짜로 맞는거라 실감이 날수 밖에... 게다가 다음 작품에는 매일 맞는 남편 역할에 케스팅 하겠다고 했다...[35] 이 역시 앞에 지나가는 복선으로 신문배달 동료 아저씨는 원래 직장이 있다는 기철의 언급이 나온다.[36] 애니메이션 방영 이후, 만화책이 재발간 되었을 때 스토리 작가 이영일의 후기에 따르면 이득촌과 언년은 자신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티브로 해서 몇몇 에피소드는 실제 성격을 묘사했는데 그중에 보릿고개 시련기도 들어간다고 했다. 언년의 행동은 자기 어머니를 모질게 시집살이를 시킨 자기 할머니를 투영한 것이라고 한다. 할머니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혼자 억측해서 착한 어머니를 구박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했으며, 오히려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이 보는 것을 염려해 순화시켰다고 한다.[37] 이전에는 월사금이라 불린 적도 있었고, 이후에는 육성회비나 기성회비, 학교운영지원비 등으로 명칭이 바뀌었다.[38] 비꼬아 말하자면, 진짜 필수 납부 대상인 수업료는 아니니까 고지서를 보낼 수는 없었다. 다만 부모가 자발적으로 낼 기분이 들 때까지 아이를 갈굴 뿐이었다.[39] 물론, 단역 엑스트라지만 말룡과 생사를 함께 한 도형 역시 그들과 동급의 호평을 받은 것은 말 할 것도 없다.[40] 눈물을 흘리며 백리길을 걸어 우리공장을 찾아왔는데 빈손으로 보낼수 없다며 양말을 흔쾌히 나누어주었다.[41] 시장에서 싸게 판다는 가정 하에 한 켤레에 100원, 기영이가 가져 온 보따리엔 약 2~30여켤레가 들어 있었으니 거의 2~3,000원에 달하는 거금이다. 물론, 공급가가 따로 있겠지만 그걸 감안한다 해도 세 보따리를 공짜로 준다는 것은 당시 시대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