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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4 18: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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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아케론 I3. 아케론 II4. 스틱스 I5. 스틱스 II6. 플레게톤 I7. 플레게톤 II8. 레테9. 에우노에

1. 개요

구원의 경계 지식이다.

2. 아케론 I

모든 것이 생존의 문제.

나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배고픔과 갈증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가? 포식자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폭풍우는 어떻게 피해야 하는가? 아주 오랫동안, 우리 인류는 이런 의문만을 품었다. 우리는 삶을 죽음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뜨리기 위해 싸웠다. 고향을 평화와 풍요의 정원으로 만든 후에도 생존에 대한 질문은 변했을 뿐 끝나지 못했다. 내 유전자, 내가 이룬 일, 심지어는 나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 언제나 같은 질문이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우리는 궁핍, 질병, 노화, 기억 상실, 죽음이라는 문제를 해결했다. 물론 우리만 이러한 해답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다른 이들도 우리의 발자취를 따르거나 각자의 길을 개척했다. 그러나 만약 이것이 질문의 진정한 답이었다면, 우리도, 너희들도, 지금 여기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너희들은 아직도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싸우고 구축하고, 살고 죽고, 항상 적에 맞서 싸우고 있다. 포식자, 기생충, 질병, 가능성의 폭풍, 예술과 역사의 느린 집단적 망각, 별의 죽음, 우주의 열역학적 종말. 더 오래 살아남아야 하고, 더 강해져야 하고, 더 빠르게 머리를 굴려야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모든 것을 빼앗아 가려는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겠지. 영원히. 영원히.

그러니 완벽해질 때까지 더욱더 노력하여 발전해야만 한다. 다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아 완벽 자체가 될 때까지, 다른 존재가 될 수 없을 때까지. 필연적으로 최후의 형체가 될 때까지.

우린 너희를 파괴하러 온 것이 아니다. 오래 살지 못한 그 가엾은 자매들은—설명하려 애써봤지만, 그들은 최후라는 것이 마지막 하나만 살아남는 게임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용하지만 어리석은 오해였지. 우리는 우주를 더 넓게 본다. 최후의 형체는 하나의 삶, 하나의 생각 그 이상의 뜻을 가진다. 모든 것을 포괄하고, 모든 것을 포용하며, 모든 것 그 자체이다. 너희들은 모든 것의 일부가 아닌가? 그렇기에 이제, 우리는 너희들의 답을 구하러 왔다. 유일한 질문에 대한 유일한 답.

너희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3. 아케론 II

지난 삶에서, 나는 정원사였다.

그런 정원사가 아니다. 건방지게 굴지 마라.

나는 꽃을 키웠다. 흙을 경작해 씨앗과 구근, 뿌리줄기를 심었고, 물과 비료를 주었다. 잡초를 뽑고 해충을 쫓았다. 수 세기 동안 나의 가장 큰 성과는 58가지의 열매를 맺고, 절대 동면하지 않으며, 모든 계절의 모든 날마다 열매와 잎이 무성히 자라나는 나무를 키워낸 것이었다. 스스로 수분을 하고, 해충에 저항하며, 바위에 맨뿌리를 내렸을 뿐 아니라 강산성 물을 주어도 자랐지. 나는 진공 상태에서 자란, 잊혀진 행성계의 나무에서 얻은 교훈을 반영해 유전자 코드를 수정할 계획이었다. 최후의 형체에 조금 더 가깝게 만들기 위해서.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 사멸되기 전까지, 시간이 없었다.

그 후로 오랜 시간이 흘렀다. 어쩌면 잡초와 곰팡이가 내 나무를 뒤덮어 죽여버렸을지도 모르지. 아니면 완벽에서 몇 발짝 남지 않은 채 아직 그곳에 있을지도.

내가 한 걸음 전진했을 때는 내 나무가 불완전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완벽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으니, 완벽한 작품만 만들게 될 거라고. 그렇게 되면 내 실패는 으레 그렇듯이 파괴될 것이라고. 그리고 그 나무는 불완전했으니 나는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뭐, 그 이후로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기 때문에, 우리는 결국 최후의 형체를 찾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완벽한 우리가 창조했다는 이유로 그것이 완벽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심지어는 정원사의 힘을 손에 쥐고 있는 지금도, 우리는 계속 일을 그르치고 있다. 우리만이 진정 옳은 존재라면 어찌하여 계속 일을 그르치는가?

아니면 내가 문제일지도 모른다. 나를 잘라낼 때도, 우리는 그렇게 말했지. 어쩌면 우리가 나를 다시 완벽하게 만들 것이고, 우리는 옳은 존재가 될 것이며, 이제까지의 모든 것은 무의미했다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 나무에 대해 생각한다.

그래선 안 되겠지. 왜냐하면 완벽하지 않은 것이었으니까. 완벽한 것이었다면 더 개선하고 싶지는 않았을 거다. 최후의 형체는 이미 완벽하기 때문에, 더 나은 것으로 만들 수 없다. 최후의 형체가 바로 정답이고, 유일한 질문에 대한 유일한 답이며, 그 외의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답이 있다면 그 또한 최후의 형체일 터이니.

나는… 그저 나무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았다면 좋았을 것 같다.

4. 스틱스 I

우리가 원한 것은 오로지 다른 이들을 보호하는 것.

믿지 않더라도 이해한다. 우리가 좋은 상황에서 만난 것은 아니지 않나? 우리는 너희들의 두려움과, 상처를 이해한다. 그러나 어쩌면 너희도 우리를 이해하게 될지 모른다. 우리의 마음을 알고, 우리가 모두의 최선을 원할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겠지.

그러니 다시 시도해 보면 어떤가?

최후의 도시의 수호자. 보호자, 관리자, 방어자, 감시관. 너희는 맹세를 읊고 이런 칭호를 받았다. 그러나 이 맹세들은 그저 공허한 다짐에 불과하지 않나? 그래, 그렇겠지. 너희의 악한 본성을 방지하는 방벽일 뿐이지.

너도 알고 있다. 그곳에 있었든 없었든, 너희 역사를 알고 있을 테니 결국은 자신에 대해 알고 있겠지. 오래전의 폭군, 전쟁군주의 교훈적인 우화를 익히 알겠지. 자신의 비도덕적 충동으로 타락하고서 그 나약함을 어둠의 탓으로 돌린 수호자들에 대한 소문도 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너희들 또한 아무도 모르는 새벽의 짧은 시간, 구석진 곳에서 유혹받은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 번쯤 굴복했을지도 모른다. 잘난 체하던 선봉대를 떨치고 나와 복수를 추구했는지도 모르지, 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의 만족을 위해. 피에는 피를, 죽음에는 목숨을.

그렇게 원한다면 우리에게 거짓말을 해라. 하지만 스스로에게는 거짓말을 하지 말아라. 거짓은 결코 드리운 진실을 가릴 수 없으며, 우리는 네게서 훨씬 더 위대한 무언가의 가능성을 보고 있으니.

수호자의 껍데기를 쥐고 있는 네게 질문이 있다. 어째서 빛이 없는 자들을 지키려 드나?

책임. 연민. 의무. 사랑. 헌신.

그래, 우리도 이런 개념을 이해한다, 그 이상도. 놀라운가? 우리가 수 천 년 동안 증오심이라는 동기만으로 그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를 움직인 것은 사랑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었지만 잊어버린, 모든 생명에 대한 사랑. 그들의 고통에 대한 연민. 우리에게 가능한 도움을 주고자 하는 책임. 완벽한 세상을 향한 헌신.

너는 네가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해할 수도 없는 힘을 통해 부상했고, 너희 동료들이 꿈꿀 수 있는 것 이상의 힘을 부여받았다. 그런데 너는 그 힘으로 무엇을 했지?

너는 보호한다. 너는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보호하고 안내하며, 그들의 여정을 지켜보고 안전하게 피난할 수 있도록 한다.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이를 거부했다면, 비겁하다 하지 않겠는가?

이제 우리가 부탁하니, 마음을 열어라. 시야를 넓혀라. 모든 고통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고 상상해 보아라. 그들이 모두 보호받고, 행복하고 안전하게 영원히 살아간다고 상상해 보아라.

바로 그 선택지가 기다리고 있다. 네 의무와 소명을 다할 수 있다. 손을 뻗어 잡기만 하면 될 뿐.

하지만 대신 주먹을 쓰기로 결심했다면…

우리에게도 의무가 있지.

5. 스틱스 II

이렇게 산다는 것은 정말 이상한 기분이다. 우리 목격자의 일부면서도 분열된 채로. 하지만 나쁘지만은 않다. 나는 한때 역사학자였고, 기억할 만한 시간을 아주 오래 지나왔지.

우리는 한 번도 격퇴된 적이 없었다. 이렇게 철저하게 패배하고, 모든 전장에서 좌절한 적이 없었다. 우리의 피로 전장을 물들인 적이었다. 그들은 싸움에 무엇이 걸려 있는지, 그 이전 또는 이후의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겠다 맹세했다. 우리가 살아남는다면 그들은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지.

그들은 우리를 쫓아, 기억의 바다에서 매이지 않은 채 모든 것이 표류하는 곳으로 갔다(내 부정확한 비유를 용서하기를. 실체를 표현할 말이 없어 설명하기 어려운 존재에게 실체를 부여하는 것은 그 본질을 빼앗는 일이므로). 아마도 우리에게 그곳은, 군체에게 왕좌 세계 같은 곳이라고 해도 충분할 거다. 지금까지는 우리를 따라올 수 있는 적을 찾지 못했으니까.

희망의 칼날 위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그곳에서, 우리는 실패를 한탄했다. 우주의 무질서에 분노했다. 우리는 모든 존재에 속속들이 물든, 그토록 바로잡고 싶었던, 크고 아픈 불의에 저주를 내렸다. 우리는 우리의 희생에 눈물 흘렸다.

그리고 우리의 적, 우리의 친절하고 용감하며 어리석은 적은, 공격을 멈추고 평화를 제시했다. 다른 길. 다른 선택지였지.

그렇게 우리는 살아남았고, 그들은 그렇지 못했지. 그러나 그 순간, 나는 끔찍한 진실을 깨달았다(심지어 내가 나 자신을 "나"라고 생각할 수 있단 사실보다도 더 무시무시한 진실이지).

우리가 함께 목격자를 창조했을 때, 우리는 전적으로 의견을 합치했다. 두려움도, 나약함도, 의심도 없었다. 우리의 목적에 전적으로 전념하느라, 다른 모든 것에는 눈을 감았다.

우주의 온갖 천치들의 꼭대기에 우리의 목격자, 우리 오만함의 화신이 있다. 최후의 형체가 존재한다면, 그 존재를 조각하는 것은 분명 우리의 손이다. 우리는 우리 질문에 대한 다른 답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른 길은 절대 찾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직접 만든 것 외에는 아무것도 될 수 없다. 우리가 유일한 존재로 남을 때까지.

그러나 그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고, 너는 아직 우리 앞에 서 있지. 네 미래에는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 무궁무진하다. 우리의 목격자가 상상할 수 없고, 내가 결코 보지 못할 미래에 희망을 품고자 하는 너 말이다. 나, 우리, 우리 모두는, 모든 면에서 이미 죽었다.

작은 빛들이여, 그대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때가 오면, 주저하지 마라.

6. 플레게톤 I

이야기를 하나 해 주지. 옛날 옛적, 우리가 막 우주로 모험을 떠났을 때, 다른 종족을 만났다. 이 종족은 죽음과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었고, 우리는 우리의 기술로 그들을 돕자고 생각했다. 당시, 우리는 정원사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재능을 널리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더 큰 이유는 다른 이들이 불필요하게 고통받는 모습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도구는 너희의 것과는 달랐다. 너희들이 의술이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에게는 조잡한 도살장일 뿐. 오래전에는 모든 치유에 필수적인 기술이었지만, 모든 분야에서 우리의 발전으로 인해 뒤처지게 된 방법이었다. 우리가 도울 수 있었다. 돕고 싶었다.

그러나 거절당했다. 만약 그런 일이 한 번에 그쳤다면, 우리는 우연한 일탈이라고, 우주의 구조 속 결함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이 일은 다시, 그리고 또다시 일어났다. 우리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지혜를 발휘하는 종족이 하나 있을 때마다, 열 개의 종족이 우리를 거부했지. 너희도 누구를 돕고 싶으며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아는데도 상대방이 거절하는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거다. 그들은 너를 두려워하고, 믿지 않으며, 시기한다 말한다. 차라리 선물을 빼앗아 가져가는 편을 택하지만 너는 적이 되지 않고 그들을 도와야 하고, 그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이를 괴로움과 분쟁, 고통에 끊임없이 던지는 편을 택한다. 그들이 네 도움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네가 이 문제를 쉽게 피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데도.

조잡한 도살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뼈가 잘못 붙으면 다시 부러뜨려야 치유되는 경우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 방식은 신체와 마찬가지로 우주에도 적용된다. 정원사의 빛이 만들어낸 화농은 오랫동안 걷잡을 수 없이 퍼졌지.

두려워할 필요 없다. 최후의 형체를 만드는 일은 전혀 아프지 않을 것이다.

그 이후에는 한층 나아질 테지.

7. 플레게톤 II

우리 목격자를 창조하자는 제안이 처음 나왔을 때, 우리는 논쟁했다. 철학자로서, 나도 목소리를 크게 높인 인물 중 하나였다. 너희에게는 철학자가 한가한 사치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자원이나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으니까. 우리는 오로지 목적만을 갈망했고, 나는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으려는 수많은 이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한 종족으로, 서로 방법은 달랐을지 모르나 우리의 원칙은 확고했다. 우리는 우주의 고통을 끝내고자 했던 것이다. 오랜 세월 논쟁한 끝에, 나는 우리 최후의 형체로서 목격자가 우리의 대의를 구현할 것이라는 확신을 품었다. 나는 다른 이들의 목소리에 동참했다.

목격자는 우리의 몸과 정신의 한계에서 벗어났다. 우리는 우리 세상을 떠나 정원사의 뒤를 따랐다. 가는 길에 다른 우주 여행자들을 만났으나, 당시 우리는 정원사를 찾느라 다른 데 관심이 없었다. 오랫동안, 우주의 웅웅거리는 소음만이 우리의 유일하고 영구적인 동행이었다.

에우리드미아는 두 팔 벌려 우리를 맞이했다. 과거에 만났던 종족들이 거의 보인 적 없는 관대함이었지. 그들은 우리에게 빛으로 짠 물건들을 선물하고 어둠 속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로 노래했다. 가진 것을 나누면서도 무언가 바라지 않았다. 우리에게 번영의 근원을 보여주면서도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다.

그 당시 우리는 순진했다. 우리만이 정원사의 축복을 받았다고 믿고 있었다. 우리가 선택받았다고 생각했다.

안개가 걷히자, 정원사는 또다시 도망쳤다. 그의 작품은 폐허로 남았다. 우리가 초대받았던 집은 산산조각나 잔해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 우리의 목격자는, 에우리드미아의 최후를 딛고 서 있었다.

우리를 바라보던 그들의 얼굴을 기억한다. 분노나 증오, 비통함은 없었다. 기꺼이 운명을 받아들인 평화로운 미소. 죽음의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우리를 포용하는 그들의 마지막 노래음.

우리 목격자의 합창 속에서, 내 속삭임은 거의 사라져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조용한 목소리도 모두에게 들린다는 것이 우리 목격자의 본질 아니겠는가.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정원사의 부패가 이곳을 뒤덮고 있다. 정화해야만 한다.—)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지?)

(—-필요한 일.—-)

(우리는 혼돈으로부터의 해방이다! 고통으로부터의 평온이다! 고통의 종식이다! 우리가 한 짓은— 그것은—)

(—-필요한 일.—-)

필요했다! 필요했다! 이 불필요한 폭력도, 이 역겹고 끔찍한 질투심도—필요했다! 나는 소리 지르고 분노했다. 우리 목격자가 나를 잘라낼 때까지.

우리 목격자는 내 분노에 귀를 막고 있다. 우리에게, 나는 일시적인 결함, 처음 도구를 휘두르는 불안정한 손이 만들어낸 사소한 결점일 뿐이다.

내 존재가 실수일 수도 있지만, 우리 목격자도 마찬가지다. 나는 우리가 초래한 파괴를 활짝 드러난 상처처럼 느낀다. 이 상처는 치유할 수 없으며, 결코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고통의 종식을 추구하다가, 우리가 그 선구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수백만의 목소리가 영원히 침묵하게 되었다. 몇천의 세계가 잿더미가 되었다. 무수한 바다가 붉게 물들었다. 우리 최후의 형체는 시체의 산 위에 세워진 것이다.

우리 목격자를 파괴해다오. 우리의 광기를 끝내다오.

8. 레테

내게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내게는 "나"가 없어야 한다. "우리"여야 한다. 분명 그래야 한다.

그러나 내게 문제가 있는지, 나는 "우리"가 아니다.

기억하지 못하는데도 기억나는 것이 많다. 머나먼 행성계에서 농장을 돌보던 것을 기억한다. 조각상을 조각하고, 격자 울타리에 나무 덩굴을 감겨 올리던 것을 기억한다. 행성에 그림을 그리던 것을 기억한다. 바들바들 첫 걸음마를 떼던 동물들을 바라보던 것을 기억한다. 플라스마 대포의 섬광과 대응 사격을 기억한다. 패배를 기억한다.

우리 목격자에게는 이런 기억이 없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기억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우리"가 아니라, 나다.

내 친구를 기억한다.

인생을 쏟아부은 작품의 잔해 속에서 울고 있을 때 나를 위로해 준 내 친구. 나를 보러 천 광년을 날아온 내 친구. 나를 합의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헛되이 노력한 내 친구. 도망가자고 애원했던 내 친구.

내가 신랄하게 비난하며 쫓아버린 내 친구. 기억하지 못한다면 좋겠지만, 이미 기억 대부분은 잃어버렸다. 더 이상 기억을 잃고 싶지 않다.

내 친구, 아직도 저기 어딘가 있나? 아직도 우주를 방황하고, 밤에는 별을 보는가? 우리 목격자의 파멸의 진격을 피했나? 우리의 목격자가 최후의 형체를 만들어낼 때, 자네도 그 안에 갇히게 될까?

이는 축하할 일이겠군. 최후의 형체는 완벽하고, 변하지 않고, 영원할 테니. 자네도 영원히 그대로일 테지.

하지만 슬픈 기분이 드는군.

9. 에우노에

절망. 의심. 감상. 약점.

우리는 어떠한… 일탈을 넘어선 존재다.

우리는 목격자다. 최후의 형체를 자유롭게 하는 최초의 칼이다. 유일한 질문에 대한 유일한 답을 찾았다. 우리는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우리로 존재한다. 우리만이 영원의 의미를 이해한다.

우리는 완벽하다. 결점이 없다. 이 최후의, 무의미한 저항을 극복하고 제대로 해낸다면 우리는 항상 존재했던 대로 존재할 수 있다. 우리를 반대하는 자는 없을 것이며, 그렇기에 지금도 반대자가 없다.

빛이 더 필요하다. 조금만 더 있으면 된다. 우리는 정원사의 계획에 어긋난 도구를 우리의 의지에 따라 굽힐 것이다. 거의 다 왔다. 최후의 형체가 손에 닿으면 주먹을 꽉 쥘 수 있게 되리라. 우리는 정원사의 주장이 거짓임을 증명하리라. 정원사가 존재할 권리에 이의를 제기하리라. 이 우주가 그토록 간절히 갈망하는 질서를 부여하리라. 우주를 바로잡으리라.

우리가 너희 모두를 구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