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문서: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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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소원의 시즌 지식이다.2. 발루스 포지의 서문
"지역 행정관들을 꼭 폐하의 통치에 도전하는 자들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조언자 타우룬이 전쟁 의회의 구성원들을 향해 말했다. "사실은 어쩌면 함대가 통째로 무정부 상태로 뛰어들려는 걸 막고 있을지도 모릅니다.""그렇다고 해도 전쟁 야수들의 배설물만큼도 관심 없소." 발루스 타라그가 경멸조로 내뱉었다. "이건 반역이오. 군단을 파견해 질서를 재정립해야 마땅하지."
모여든 기갑단 지휘관들 사이에서 동의하는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카이아틀 여제는 의회 탁자 위로 깜박이는 홀로그램을 바라보았다. 고향의 피난민들이 산산이 흩어져 거대한 우주선을 타고 깊은 우주를 표류하는 모습이 보였다. 온 문명의 잔재가, 디지털 신호로 몰락한 모습이라니.
"네 견해는 어떤가, 발루스 살라딘?" 여제가 물었다.
"지구에 이런 말이 있다." 강철 군주가 답했다. "전쟁 야수를 움직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고깃덩이, 나머지 하나는… 주먹이라고 하지. 이 상황에선 두 가지 모두 필요한 것 같군."
지휘관들이 찬동하며 웅성거렸다.
"그렇다면 그리되어야겠지." 여제가 선언했다. "타우룬, 사치품을 포함한 물자를 전부 실어서 즉시 수송편을 보내라. 자원 보호라는 구실로 권위를 내세우려 한다면, 우리가 그 권위를 없애주도록 하지."
"발루스 타라그," 여제가 말을 이었다. "네가 내 주먹이 되어라. 편대를 하나 보내 몰락자 강도들로부터 물자를 지키게 하라. 내 권위를 확실하게 보여줘라."
여제가 함선의 갑판에 발을 가볍게 굴렀다. 전략이 수립되었다.
"좋습니다." 타우룬이 이어 말했다. "두 번째 안건은—"
조언자의 말이 끊겼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고음의 경쾌한 소리 때문이었다.
의회의 모든 이들이 화들짝 놀랐다. 모두 그 소리를 들은 것이다. 모두가 닫힌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옵투스 쿼릭스." 여제가 우려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와라." 머릿속의 소리가 사라졌다.
사이온이 들어왔다. 하나뿐인 눈은 헬멧으로 가려져 있지 않았다. 의회 구성원들의 머릿속에 서서히 여러 개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목격자 : 차원문 : 사바툰 : 에리스 몬 : 소원의 벽 : 첨탑 : 알 : 아함카라 : 리븐 : 리븐]
긴장된 침묵이 방을 팽팽히 채웠다. 카이아틀은 여태껏 목격자의 이야기를 피해 왔다.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갑단은 차원문이 뚫리는 걸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제는 무능하다는 열패감으로 지휘관들이 흥분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두려움에 제대로 대처할 줄 몰랐다. 최소한 지금은 앞으로 나아갈 길이 있었다.
"선봉대는 통제할 수 없는 힘은 가지고 놀려 드는 버릇이 있죠." 타아렉 의원이 투덜거렸다.
"우리가 아함카라를 부활시키려 하는 것이 통제 가능하다는 증거 그 자체다." 살라딘은 차갑게 대꾸했다. "적어도, 처치할 수 있다는 거지."
"아, 그래." 여제가 말했다. "그 유명한, 위대한 사냥 말인가. 신화 수호자 아즈티아의 교훈을 떠올려 보건대, 자네가 아함카라의 멸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던데. 그렇지 않나?"
"맞다." 살라딘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아함카라는 존재 자체가 위험한 종족이었다. 죽여야 했지."
발루스 타라그가 조급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기갑단도 똑같이 했을 거다."
"시도는 할 수 있었겠지만," 살라딘이 단호하게 맞받았다. "실패했을 거다. 기갑단에서 진정으로 혐오의 송가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사이온뿐이다. 나머지는 스스로 만들어 낸 감옥에 갇혀버렸을 테지."
"사이온이 있든 없든, 기갑단이 정복할 수 없는 건 없다." 카이아틀이 쏘아붙였다. "자네도 기억해 두는 게 좋을 거다, 살라딘 '경.'"
살라딘은 자신의 전략적 위치를 가늠했다. "물론이다, 여제." 그는 조금 뜸을 들이다 덧붙였다. "사과하지."
카이아틀이 앞으로 나섰다. "그 소원의 용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다오. 적에 대해 알아두는 게 현명하겠지."
살라딘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것은 그가 기꺼이 이야기하고 싶은 과거가 아니었다.
"그러지."
3. 강철 군주의 이야기
티무르 경은 찰랑거리는 물소리를 주의 깊게 들으며 작은 섬을 두른 얕은 못을 헤쳐 걸었다.이곳에는 어떤 장치가 조용히 작동하고 있었다. 발걸음을 아무리 서툴게 디뎌도 발걸음 소리가 지나치게 완벽한 메아리로 반복해서 울렸다. 녹음해 둔 것이거나 고립된 기억인지도 몰랐다. 주변의 다른 소리를 덮어쓰도록 입력된 상투적인 전파이거나.
그는 이 길에 마지막으로 왔던 가엾은 주민이 고요와 평화를 바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티무르는 몸을 돌렸다.
측면에서 아함카라가 솟구쳐 올랐다. 얕은 물 속에 잠겨 있기에는 지나치게 큰, 번쩍이는 몸집이었다. 비처럼 쏟아지는 검푸른 액체 사이로 쐐기 모양의 아가리가 꽃처럼 벌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티무르는 흘러넘친 연못에 공허를 소환했다. 연한 자색 불꽃에서 뿜어져 나오는 충격파가 아함카라의 아랫면을 따라 퍼지면서, 공동 현상이 일어난 부분이 터졌다. 아함카라는 관절이 찢겼고, 티무르의 폐 또한 거의 함몰될 지경이었다.
남아있는 아함카라의 몸뚱이가 거칠게 헐떡이며 섬의 가장자리로 기어갔다. 티무르는 몸을 굽혀 호수의 표면을 시험하듯 철썩 때렸다. 나무 속 깊은 곳에서 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가까이서 콜로반스 경이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티무르가 아함카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네가 옳았는지 확인하고 싶지 않나?" 용은 죽어가면서도 키득거렸다. "클로비스 브레이에 대해 물어보고 싶지 않은가? 알고 싶지 않나?"
그는 그 질문에 분개했다.
"난 내가 맞다는 걸 안다." 티무르가 말했다. 그러나 알고 싶은 것은 사실이었다. 간절히 물어보고 싶었다. 용이 소멸하기를 기다리는 내내, 묻고 싶었다.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입술을 깨물고 참아야 했다.
콜로반스 경이 쫓아왔을 때, 티무르는 둑 위에 앉아 장화로 진흙을 툭툭 털어내고 있었다.
"제가 소리치는 걸 못 들으셨습니까?" 콜로반스 경이 말했다. 제자의 목소리는 미안한 듯하면서도 시무룩했다. 아마도 티무르의 제자는 야수를 직접 쓰러트리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들었다." 티무르는 목소리에 애정을 담아 누그러뜨렸다. "내가 처리했다." 그는 콜로반스를 시켜 거대 야수를 쓰러트렸다는 소식을 마을에 전하고, 그로 받는 감사를 한껏 누리도록 해 주었다. 티무르의 정신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다시 시작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았다. 무에서부터 창조해야 하는 미래가 있었다. 괴물 우화 따위는 니르웬과 그 부하들이나 물고 늘어질 것이었다.
"그것에게… 물어보셨습니까?" 콜로반스 경이 물었다.
클로비스 브레이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티무르는 티 내지 않았다. 입에서 찝찌름한 구리 맛이 났다.
"아니."
두 사람은 조용히 걸어 돌아갔다.
4. 은둔자의 이야기
워록들은 토론을 했고,헌터들은 수다를 떨었으며,
타이탄들은 임무에 중요한 정보를 공유했다.
워록들은 알비오스의 첫 번째 삶이 빛 속에서 부활하기 전에 왔는지 부활 후에 왔는지에 대해 숙고하고 있었다. 그가 다섯 번의 생을 살았던가, 여섯 번이었던가? 총 일곱 번을 채운 각성자였나? 아니면 빛에서 다시 태어나기 전에 수도 없이 살았던 엑소였나? 그의 생과 사에서 고스트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그가 상대한 아함카라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탑의 여러 연구실에서 소리를 낮춘 목소리들이 던진 질문들은 훈련장에서는 더 크게 들렸다.
헌터들은 그의 삶이 남긴 성물들을 두고 이야기했다. 그의 등불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축복받은 이오에, 그의 기념비와 함께일까? 금성의 늪에 가라앉았을까? 보물 은닉처에 숨겨져 있을까? 여섯 명이 넘는 헌터가 등불의 소재에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생존한 알비오스의 지인에 의해 확인된 부분은 전혀 없었다.
타이탄들은 빛 속에서 꺼져간 그 모든 상실과 마찬가지로 그의 죽음을 기렸다. 하지만 위대한 사냥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그의 죽음은 경고였다. 알비오스가 경솔한 거래를 했나? 그의 빛은 소원의 용에게 먹혔나? 아함카라는 여전히 살아서 빛의 운반자들을 사냥하나? 이제 알비오스와 그의 고스트가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었다.
등불의 표식을 걸친 자들은 생명이 빛에 닿았던 워록을 기리고자, 또 그들에게 요구되는 경계를 되새기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었다.
5. 뼈 상인의 이야기
그들은 아함카라의 흔적을 좇아 처참하게 잔해만 남은 전초기지로 왔다. 초목이 너무 빽빽해 참새를 버리고 도보로 와야만 했다.그곳은 겨울의 가문 영역이었고, 경계하느라 거의 기어가야만 했다. 룩은 방어구를 걸친 본 듀번의 딱딱한 어깨선에서 초조함이 커지는 것을 읽을 수 있었지만, 둘 다 지역 전체를 살펴보기 위해 고스트를 내보내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함카라는 이끼로 뒤덮인 잔해의 원형 가운데에서, 공식적인 만남을 준비한 것처럼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함카라는 룩이 생각한 것보다는 작았으며, 도약선 정도의 크기였다. 그 존재는 입을 쩍 벌린 채 몸체를 잔뜩 구부리고 보란 듯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마치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살아있는 생명체라기보다, 워록의 서재에 있을 법한 특이한 표본처럼 보였다.
룩은 이게 정상적인 게 맞는지 물으려 입을 열었다. 그때 본 듀번이 매끄러운 움직임으로 소총을 들고 바로 쏘았다. 너무 급작스러워 룩은 흠칫했다.
아함카라가 흙바닥에 쓰러졌다.
거대한 괴물은 고통으로 구불구불한 몸체를 뒤틀었고, 흙먼지 속에서 배를 까뒤집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빨을 드러낸 미소는 가시지 않았고, 눈은 빛나고 있었다.
마침내 본 듀번은 검을 들고 앞으로 발을 디뎌, 괴물의 목에서 가볍게 머리를 잘라 냈다. 아함카라의 살점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원래부터 쉽게 흩어지는 물질이었던 것처럼. 일 분도 채 지나지 않아 뼈만 남았다.
룩은 괴물이 뼈의 형체로 다시 일어날 것에 대비하며 캐논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하지만 치직거리는 소리는 사그라들었고 뼈는 꿈쩍하지 않았다.
"사냥이랄 것까지도 없었군." 룩이 침묵을 깨며 말했다. 요즘 도시의 빛의 운반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진실인지 아닌지 모를 용 사냥 영웅담을 하나씩 떠들어댔다. 그중 이런 식으로 흘러간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다.
본 듀번은 해골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뭔가를 지어 내야겠어."
룩은 어안이 벙벙해 그를 바라보았다. 타이탄은 검을 거꾸로 쥐고 칼자루를 이용해 용의 이빨 몇 개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소원의 용이란 것들은 강력할 줄 알았는데."
"몰락자가 우리의 멸족을 빌었다면 어떻게 됐겠어?" 본 듀번이 조그만 송곳니들을 손에 쥐면서 말했다. "그게 바로 강력한 힘이지."
룩은 주위의 폐허를 바라보았다. "우리 쪽에서는 그런 소원을 빈 사람이 왜 아직 없었는지 모르겠네."
본 듀번은 어깨를 으쓱했다. "소원을 제대로 빌지 못했는지도. 어쩌면 우리가 승리하는 세상은 이곳과 너무 달라서, 우릴 두고 떠났는지도 모르지."
그렇게 생각하니 룩은 불안해졌다. 용 사냥꾼이 되겠다고 나선 많은 자들이, 마치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졌다. 그녀는 그 공터에서 흩어져 버렸을 수없이 많은 빛의 운반자들과, 그들이 빌었을 수없이 많은 불가능한 소원을 생각했다. 아함카라는 줄어들고 있었다. 만약 세상의 종말에서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가 그들과 함께 사라지고 있다면…
"워록들에게 뼈를 좀… 가져다줘야겠어." 룩이 말했다.
본 듀번이 웃었다. 그는 탄약 주머니 하나에 들고 있던 이빨들을 넣었다. "남은 것들 챙기는 것 좀 도와줘."
6. 현명한 여자의 이야기
"잠깐만." 에리스가 말하자 웨이 닝은 자리를 떴다. 다른 싸움에 뛰어들기 위한 것이 틀림없었다.아함카라의 시체는 옆으로 누워 있었다. 드디어, 죽었다. 에리스는 방금 전 발산한 전기 에너지로 손가락 끝이 찌릿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팽팽하게 긴장한 숨을 골랐다.
이른 아침이었다. 태양이 이제 겨우 지평선 끝에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에리스는 괴물의 주변을 돌아다니며 그들이 입힌 피해를 살폈다. 그들은 괴물을 불시에 공격해 가두었고, 눈을 멀게 했고, 쓰러트렸다.
에리스는 아함카라의 배에 쩍 갈라진 구멍을 보고 발을 멈췄다. 웨이 닝이 남긴 치명적인 상처였다. 아침 햇살 아래, 쏟아져 나온 내장에서 뭉게뭉게 김이 피어나고 있었다.
상처에서 툭 튀어나온 갈비뼈 하나가 허옇게 빛났다.
에리스는 검을 뽑았다. 전리품 정도는 가져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거 하나면 됐다. 샤크스는 본인의 두 배 만한 크기의 해골을 도시로 끌고 오지 않았던가? 그녀는 검날을 갈비뼈에 갖다 대었다. 검날의 이가 나가는 대가를 치른 다음에야 아함카라 뼛조각을 얻을 수 있었다.
뼛조각 하나가 발밑에 떨어졌다. 에리스가 조각을 주워 드는 순간, 시야가 어두워지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뼈는 축축이 젖어 완연한 날것이었으며 반짝거렸다. 그녀는 엄지와 검지 사이에 뼈를 끼고 미소 지었다.
7. 발루스 포지의 에필로그
살라딘은 마지막 이야기를 끝낸 뒤 회한에 잠겨 고개를 흔들었다. 소원의 용들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한 건 어리석었다. 수많은 세월을 거치며 배운 게 있다면, 모든 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 되풀이된다는 사실이었다.카이아틀 여제가 전쟁 의회에 감도는 사색의 침묵을 깼다. "발루스 포지, 기갑단 중에서는 사이온만이 진정으로 이 용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었지."
"이해라는 게 가능하다면, 그렇다." 살라딘이 답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옵투스 쿼릭스의 의견을 들어 보자." 여제가 말했다. 모든 시선이 방의 한쪽 끝 움직임 없이 앉아 있는 가냘픈 사이온에게로 향했다.
옵투스가 일어났다. 그녀의 키는 간신히 테이블 위쪽을 넘겼다. Y자 모양의 동공은 확장되었고 유백색 피부 감각은 느려졌다.
의회 구성원들의 정신 속에서 방은 어둡고 따뜻하게 보였다. 기분 좋은 흥얼거림이 벽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잠깐의 편안한 순간이 지난 뒤, 이미지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기갑단 함대 : 아함카라 : 족쇄 : 사이온 장교 : 정신계 : 잔 : 신의 생각 : OXA : 부서지는 족쇄 : 새로운 토로바틀 : 사이온의 왕좌]
환영이 사라지자, 카이아틀의 함대의 차가운 강철이 다시 그들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발루스 타라그가 분연히 일어났다. "이 반역자가 대놓고 왕좌에 앉은 자신을 상상하다니!" 그가 고함을 질렀다. "당장—"
그의 장황한 말은 날카로운 편두통 같은 정신적 반작용이 솟구치는 바람에 중단되었다.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즉시 다른 환영들이 강렬하게 떠올랐다.
[기갑단 함대 : 아함카라 : 족쇄 : 발루스 타라그 : 거래 : 화성 : 불타는 군체 시체들 : 우주를 떠다니는 몰락자들의 시체 : 잔해 속에 묻히는 인간들의 시체 : 교수형에 처해진 기갑단 시체들 : 황제 타라그]
타라그는 충격을 받아 자리에 주저앉았다. 옵투스는 힘겹게 자리로 돌아가 젖은 천 조각을 드러난 눈 위에 올려두었다.
카이아틀 여제는 메스꺼움이라도 참는 듯 무겁게 침을 삼켰다. "하고자 하는 말은 잘 알겠다, 옵투스."
"그 말이란 게 정확히 뭡니까?" 타아렉이 이마에 손을 짚으며 물었다. "우리가 모두 예비 반역자라는 겁니까?"
"바로 그거다." 살라딘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누가 어떤 소원을 비는지, 얼마나 좋은 의도를 갖고 있는지는 관계없지. 옵투스 쿼릭스는 아함카라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애초에 우리가 위대한 사냥을 시작한 이유 또한 그랬다. 우리가 아함카라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었어. 우리 스스로를 믿지 못해서였지."
"넌 기갑단이 아니잖나." 타아렉이 맞받았다.
카이아틀 여제가 거대한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 "옵투스의 환영 덕에 예전 환기의 장군이 생각났다. 우문아라스는 군체 마법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제어할 수 있다고 믿었지. 그 때문에 우리는 고향을 잃었다. 다시 같은 함정에 빠질 순 없다. 아함카라를 생포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카이아틀이 함선의 갑판 위로 발을 쾅 구르며 선언했다.
"안타깝지만," 그녀가 말을 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관용을 시험하는 자들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목격자를 처리하고 나면 아함카라는 다시 멸족되어야 한다. 또다시 위대한 사냥이 벌어진다면, 기갑단이 이를 돕겠다."
그녀는 바닥에 한 번 더 발을 쾅 구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회가 휴정되었다.
다른 지휘관들이 줄지어 나갈 때, 카이아틀은 발루스 포지를 멈춰 세웠다. "네가 위대한 사냥의 거친 방법을 후회하며 다른 해결책을 바란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한들, 다른 방법이 있겠는가?"
살라딘은 체념한 듯 고개를 저었다. 그가 수많은 세월을 거치며 배운 게 있다면, 모든 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 되풀이된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