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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10-18 10:03:35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통과의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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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과정3. 불신의 문제4. 전조5. 탄원6. 열렬한 팬7. 비상 대책8. 약속은 약속9. 비례의 원칙

1. 개요

마녀의 시즌 퀘스트를 완료하면 얻을 수 있는 지식이다.

2. 과정

세인트-14과 오시리스는 거친 나무 테이블에 마주 앉아 테이블에 가득 놓인 전선, 버팀대, 죔쇠들에 열중학 있었다. 미스락스가 융합자 건틀릿 때문에 팔이 저린다고 말하자 세인트가 도와주겠다며 열성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덕분에, 이들은 답답할 정도로 꼼꼼하게 작업앟며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미스락스는 벌써 몇 시간 전에 정중하게 자리를 떴지만, 세인트와 오시리스는 사바툰의 거래에 대한 논의에 열중하느라 알아차리지도 못한 듯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오시리스가 작은 에테르 변환기의 주름진 변자 사이로 전선을 끼워 넣으며 말했다. "목격자가 차원문 너머에서 만들고 있는 미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도 끔찍하다. 뭐가 되었든 그것보단 낫지."

"그렇더라도 사바툰은 예외지."세인트가 짜증을 냈다.

"사바툰도 포함해서야."오시리스가 완고하게 말했다. "사바툰이 목격자를 추적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그리고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 우리도 사바툰과 협력하는 수밖에 없지. 다른 방법이 없어."

세인트는 엑소 특유의 인내심과 정밀함으로 금속 핀을 일렬로 곧게 정렬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그 모든 일을 겪었으면서."

오시리스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나는 용서의 등대같은 존재니까."그러나 그말은 어딘가 씁쓸하게 들렸다.

"그래서 용서하겠다고?"세인트는 올려다보지도 않고 집중했다

"아니."오시리스가 조용히 말했다. 그는 금속 탭을 슬롯에 맞추고 딸깍 소리가 날 때까지 꾸욱 눌렀다. 하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오시리스가 입을 뗐다. "거의 생각조차 안 하고 있어."

세인트는 단호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오시리스는 숨김없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어떻게 들릴지 알아. 나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만, 이제는… 잊은 것 같아. 아마도. 난 지금 살아서, 여기에, 너와 함께 있지. 그게 최고의 복수라고들 하지 않나?"

세인트는 빳빳한 스프링을 감아 버팀대 안으로 밀어 넣을 준비를 했다. "침입자가 책임을 피하게 두는 것이 복수라고?"

"그 '침입자'는 죽었지."오시리스가 씁쓸하게 내뱉었다.

"하지만 에리스와 수호자들이 그 예언인지 예측인지를 이행하면-"세인트의 손가락 사이로 스프링이 튀어 날아갔다. "-사바툰이 이 새로운 속임수를 뭐라 부르던, 다시 살아날 거라고!"

부엌 근처 구석에 스프링이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오시리스가 스프링을 찾기 위해 말없이 일어났다. 세인트가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그렇게 침착한지 모르겠다. 너는 가끔 사바툰이 한 짓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 굴어."

"전부 기억해."그가 구석에서 고개도 돌리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무력했던 걸… 기억하지."그 말이 목에 턱 걸렸다.

세인트는 의자를 뒤로 밀고 일어섰지만, 오시리스는 벌써 테이블로 돌아와 있었다. 손바닥 가운데 먼지 묻은 스프링이 쥐여 있었다. "내 안에는 아직 분노가 남아 있어. 아마도 영원히 짊어져야 할 분노일 테지. 나도 알지만, 그 분노가 날 집어삼키도록 두지도 않을 거다. 통제하고, 거기서 힘을 얻을 거야."

오시리스는 스프링을 테이블 위에 두고 다시 앉았다. 세인트가 그의 옆으로 다가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감정을 부정하는 건 강한 게 아니야."

"인정해. 할 수만 있다면 과거를 바꾸고 싶지."오시리스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내 인생의 방향까지 바뀐다면, 싫다." 오시리스는 손을 뻗어 세인트의 허리를 반쯤 끌어안았다.

"이제 이 얘기는 여기서 끝내는 게 어때?" 오시리스의 목소리에서 세인트는 단호함을 읽을 수 있었다.

세인트는 오시리스의 정수리에 키스하고 다시 앉았다.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 했다.

3. 불신의 문제

아이코라가 헬름의 콘솔에 가까이 다가가자, 갑자기 그림자 속에서 어떤 형체가 울부짖으며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

아이코라는 반사적으로 손을 움직여 공격을 피하고 치명타를 날리려 했으나, 이내 공격자를 알아보고 멈추었다. 그녀는 엘시가 자신의 멱살을 틀어쥐고 격벽으로 밀어붙이도록 내버려 두었다.

"제 말을 듣기는 했나요?"엘시가 좌절감에 손을 떨며 소리를 질렀다. "제가 보고를 몇 번이나 했잖아요, 아이코라. 제가 봤던 걸 당신에게 수도 없이 말했죠!"

그녀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아이코라를 괴롭게 했다.

이제 아이코라도 엘시만큼이나 그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다. 여기 있는 엑소는 에리스 몬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사바툰까지도 자기 뜻대로 굴복시킨 미래에서 돌아왔고 그 결말은 좋지 않았다.

엘시는 아이코라를 밀치고 분노에 휩싸여 서성였다.

"엘시."아이코라가 부드럽게 말했다. "자네가 온 미래를 알고 있네. 하지만 이 미래는 달라."

"에리스 몬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봤다고요."엘시가 쇳소리를 냈다. "죽음의 냄새가 난단 말이에요."

아이코라는 엘시를 안심시키고 싶었으나, 어떻게든 동료애를 강조하면 엘시를 더 멀어지게 할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대신 그녀는 로브를 바르게 정리했다. "자네 시간대의 에리스는 어둠으로 타락했지."그녀가 서늘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어둠에 휘둘리지 않고 어둠을 휘두르는 방법을 알고 있다네."

"에리스 몬은 힘에 의해 타락했어요, 아이코라"엘시가 쏘아붙였다. "수호자들이 군체 의식을 통해 공물을 바치게 만드는 힘- 그 힘과-"엘시는 목구멍에서 쏟아지는 말에 질식할 기세였다. "-같은 힘이라고요! 어떻게 그게 더 낫다는 건가요?!"

아이코라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무슨 소린지 아네."그녀가 위엄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에리스를 믿기는 하나, 나도 객관적으로 주시할 걸세. 무언가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면, 조치를 취하겠어."

엘시가 고개를 저었다. "아이코라, 죽어서 탑 잔해에 묻히기 전에도 같은 말씀을 하셨을걸요?"

아이코라는 기다렸다. 상대방이 듣지 않으려 할 때는 말해 봤짜 소용이 없다고, 언젠가 오시리스가 말했었다.

"에리스의 목소리에서 느꼈어요." 엘시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코라는 그 목소리에 밴 두려움을 알아차렸다. "군체로 변형된 상태에서도 들으면 알아요. 에리스가 말할 때, 미소 짓고 있다는 걸요."

엘시는 조심스레 숨을 내쉬었다. "에리스가 진홍빛 요새에서 군대를 이끌었을 때. 여행자를 공격했을 때.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제게…"

엘시가 말을 하지 않아도 되게 하려고 아이코라가 손을 뻗었다.

"여동생을 죽이게 했을 때…" 엘시는 이해를 바라는 애절한 눈빛으로 속삭였다. "아나를 죽이게 했을 때. 에리스는 그때도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어요."

아이코라는 손을 깍지 끼고 바닥을 바라보았다.

"다시는 똑같은 일이 일어나는 걸 두고 보지 않겠어요." 엘시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가웠다.

4. 전조

방랑자는 에리스의 과학 신전을 돌아다니며 그녀의 주술 도구들을 이리저리 들여다보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물건들 대부분은 온갖 종류의 더께로 뒤덮여 있었다. 밀랍, 수지, 기름때 심지어 피까지. 그는 에리스처럼 똑똑한 사람이 이렇게 엉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애정을 담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에리스의 강단 위에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는 속삭임의 덱을 발견하고 과학 신전을 가로질러가 카드를 깔끔하게 한 더미로 모았다. 수많은 삶을 살면서 너무나 많은 행운과 불행을 겪었기에, 어떤 카드가 나오든 그로 인해 결정적인 운명이 뒤바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겁 없이 카드 덱을 나누고 맨 위에 놓인 카드를 과장된 몸짓으로 뒤집었다.

'선각자'

카드를 응시하는 방랑자의 머릿속에 에리스가 계획한 어마어마한 일이 크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어두운 순간, 마음속에 에리스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걱정하지 마, 달 아가씨." 그가 중얼거렸다. " 넌 할 수 있어."

그는 표연히 카드를 다시 덱 위에 얹었다.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

자발라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속삭임의 덱을 바라보았다. 에리스의 작전 기지를 둘러보던 그의 눈에 카드가 들어왔다. 카드는 고요한 존재감을 내뿜으며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령관은 징조나 조짐을 찾는 자가 아니었다. 우주의 힘이 자신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분노하지도 않았다. 여행자가 자신의 삶에 끼친 광범위한 영향으로 인해, 그의 오만하던 자기 결정권은 멈춰버린 지 오래였다. 오히려 그는 그러한 신탁 장치가 내곤 하는 수수께끼를 불신했다. 마녀 여왕의 반쪽짜리 진실을 너무 많이 들었기에, 이제 그는 확실한 증거 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않았다. 그럼에도…

덱을 집어 든 자발라는 곧바로 힘을 느꼈다. 덱은 들어있는 카드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손바닥 위에 덱을 얹자, 보이지 않는 손이 당기기라도 하듯 덱 중앙에서 카드 한 장이 스르륵 미끄러져 나왔다. 자발라는 카드가 그림을 드러내며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을 심각하게 바라보았다.

'애가'

그가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신탁이란 해석하기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인지도 몰랐다.

"아이코라켈?" 미스락스가 과학 신전을 향해 외쳤다. 도시 일로 워록 선봉대를 찾아왔으나 아이코라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는 아이코라를 찾는 것을 잠시 멈추고 그녀의 최근 작전을 면밀히 살폈다. 미스락스는 에리스가 군체 마법을 사용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었으나, 선봉대는 자신의 가문처럼 이래라저래라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약간의 혐오감을 느끼며 공간에 흩어진 비밀스러운 유물들을 뜯어보았다. 젊은 시절 그를 괴롭힌 네자렉의 성물이 생각나게 하는 물건들이었다. 그의 시선이 속삭임의 덱에 닿는 순간, 가슴 전체에 익숙한 멍한 감각이 느껴졌다. 최근 몇 달 동안 그 느낌이 심해지고 있었으나 미스락스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켈이 위쪽 오른손으로 덱을 집어 들자, 융합자 건틀릿에서 에너지가 고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카드에는 그가 경험한 적 없는 힘이 깃들어 있는 게 분명했다. 미스락스는 아래쪽 왼손으로 조심스럽게 카드 한 장을 뽑아 탁자 위에서 뒤집었다.

'승천'

미스락스는 그 점괘를 심각하게 숙고했다. 그의 가문이 최후의 도시로 오면서 겪었던 온갖 시련이 떠올랐다. 그들의 승천은 비방하는 자들로 가득 찬, 폭력적이고 슬픈 일이었다. 그러나 인간들 틈에서 찾은 평화와 안전은 그만한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에리스가 제 동족을 구하기 위해 철천지원수의 성역에 들어가고 있었다.

미스락스는 스스로를 책망하며 고개를 저었다. 에리스 몬의 임무에 대해 너무 비판적인 건 아니었을까. 선봉대가 그에게 베푼 은혜를 그도 에리스에게 베풀어야 마땅했다.

그는 카드를 다시 덱 중앙으로 밀어 넣었다. 가슴의 저릿함이 다시금 희미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5. 탄원

타이탄의 메탄 바다가 요동쳤다. 토성의 어마어마한 중력으로 인해 위성 표면에 거대한 해일이 밀려들었다.

파도 아래 안락한 어둠 속에서 거대한 야수가 숨 쉬는 것처럼 물결이 부풀었다가 수축했다. 원소의 힘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원시 벌레 아흐사가 잠들어 있었다.

아흐사는 결속된 수호자가 이해하는 "잠든" 상태와는 달랐다. 나약한 인간에게 수면이란 광란의 무절제한 상태를 의미했다. 그들의 정신은 공포와 황홀경, 망각 사이를 자유롭게 떠돌았다. 아흐사에게 이런 상태는 "편안"하다고 인식되지 않았다.

대신 원시 벌레의 정신은 물리나 물질의 영향을 받지 않는 양자장 사이를 평화롭게 떠돌았다. 그녀의 의식은 인간들의 밀집된 사고 형태보다 더 광활한 상태로 넓게 분산되었다. 그녀는 우주를 마주한 안개 같은 존재였다. 시간은 고요한 바람처럼 그녀를 타고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