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모에 미러 (일반/어두운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2-10-19 09:57:36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잊혀진 자의 이야기 - 2권


파일:상위 문서 아이콘.svg   상위 문서: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
파일:DestinyLegends.png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wiki style="margin: 0 -10px;"
{{{#!folding [ 펼치기 · 닫기 ]
하위직업 | 에버버스 | 행성 | 수성 | 화성 | 뒤엉킨 해안 | 꿈의 도시(목적지) | 대장간 | 방랑자 시즌 | 풍요의 시즌 | 공격전 | 명상 | 시련의 장 | 갬빗 | 리바이어던 | 마지막 소원 | 슬픔의 왕관 | 아홉의 시련 | 강철 깃발 | 여명 | 진홍의 주간 | 수호자 대회 | 영웅의 지점 | 업적의 순간 | | 구원의 정원 | 불멸 | 서광 | 자격 | 오시리스의 시험 | 출현 | 사자들의 축제 | 유로파 | 사냥 | 딥스톤 무덤 | 선택받은 자 | 융합 | 잃어버린 자 | 왕좌 세계 | 되살아난 자 | 신봉자의 서약 | 망령 | 이중성 | 우주 해적 | 세라프 | 감시자의 첨탑 | 네오무나 | 대항 | 악몽의 뿌리 | 심해 | 심해의 유령 | 마녀 | 소원 | 빛 속으로 | 창백한 심장 | 구원의 경계 | 에피소드: 메아리 | 에피소드: 망령 | 베스퍼의 주인
선봉대 업적 지식
빛 업적 지식
황혼과 새벽 업적 지식
| 잊혀진 자의 이야기 - 4권 | 정원 길
어둠 업적 지식
}}}}}} ||

1. 개요2. 익사한 대장 - 13. 익사한 대장 - 24. 익사한 대장 - 35. 익사한 대장 - 46. 익사한 대장 - 57. 익사한 대장 - 68. 익사한 대장 - 79. 익사한 대장 - 810. 익사한 대장 - 911. 사라진 군단 - 1012. 사라진 군단 - 1113. 사라진 군단 - 1214. 사라진 군단 - 1315. 사라진 군단 - 1416. 사라진 군단 - 1517. 사라진 군단 - 1618. 사라진 군단 - 1719. 사라진 군단 - 1820. 아이도의 조사 결과 - 1921. 아이도의 조사 결과 - 2022. 아이도의 조사 결과 - 2123. 아이도의 조사 결과 - 2224. 아이도의 조사 결과 - 2325. 아이도의 조사 결과 - 2426. 아이도의 조사 결과 - 2527. 아이도의 조사 결과 - 2628. 아이도의 조사 결과 - 27

1. 개요

2022년 사자들의 축제 지식이다.

2. 익사한 대장 - 1

크라스크의 충복이자 왕들의 켈, 빛의 운반자와 기갑단의 학살자인 땅거미 가문의 피잔은 어두운 물 아래 잠잠히 누워 있었다.

기갑단 군단병들은 흐리멍덩한 눈으로 무심하게 어둠을 응시하며 가축 무리처럼 묵묵히, 철벅철벅 물을 건넜다.

피잔이 벌떡 일어났을 때 네 개의 손에 쥐어진 칼날들은 번쩍이며 땅거미 가문의 힘으로 포효했다. 기갑단들은 두려움의 악취가 진동하는 입으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고, 도륙당했다.

그날 이후, 땅거미 가문의 피잔은 엘릭스니 사이에서 새로운 이름을 받았다. 그때부터 그는 익사한 대장으로 불리게 되었다.

3. 익사한 대장 - 2

"그럼 그는 스스로 팔을 자른 건가요?" 아이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방랑자는 빈 솥으로 동전을 튕겼다. 동전이 솥 가장자리에 부딪히더니 튕겨 나갔다.

"헛디뎌서 자신의 망할 검으로 넘어졌어." 방랑자가 그녀의 말을 바로잡아 주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

"죽지는 않았고요?"

"그래, 하지만 수호자가 죽였지."

"그렇지만 헌시에서는—"

"시도 읽어? 내가 하나 들려줄까?" 방랑자가 장난스럽게 말하더니 목을 가다듬었다.

"한때 피잔이라는 몰락자가 살았다네.

빛의 자손 무리 셋과 겨루게 되었다네.

무장한 그들을 보고,

그는 놀라며 말했지.

'우리가 싸우게 될 줄 알았다면, 오래전에 떠날 것을.'"

4. 익사한 대장 - 3

아이도는 긴장한 채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이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랑자는 근처에서 어슬렁거렸다.

"익사한 대장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어." 아이도가 낮게 말했다. "그래서, 동굴 입구에 빛나는 세 개의 눈을 보자마자 사격을 개시했지!" 아이도가 네 손으로 격렬하게 총을 쏘는 시늉을 했다.

"그렇지만 사격을 멈춘 뒤에도 그 생물은 쓰러지지 않았어. 쓰러지긴커녕," 그녀가 목소리를 낮게 깔며 쇳소리를 냈다. "진화했지."

"그 생물의 눈에서는 보랏빛 불꽃이 쏟아졌고," 아이도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비명을 내질렀어."

방랑자가 때를 놓치지 않고 소름 끼치는 비명을 질러 분위기를 더하자 아이들은 겁을 먹고 파르르 떨며 팔짝팔짝 뛰기까지 했다.

"그리고 비명이 끊겼을 땐, 땅거미 가문의 익사한 대장 피잔은 사라져버리고 없었어." 아이도가 속삭였다. "…그 이후로 아무도 그를 보지 못했단다."

5. 익사한 대장 - 4

크라스크의 충복이자 왕들의 켈, 땅거미 가문의 피잔은 밀려오고 또 밀려오는 기갑단 침입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의 은신처로 기어들어 간 어리석은 부대들은 전부 엘릭스니 영웅의 칼날 아래 무자비하게 조각났다. 창자가 쏟아져 나와 물웅덩이로 떨어졌고, 공포에 질린 비명은 동굴 벽에 메아리쳤다.

그러나 그의 승리가 확실해 보이던 그때, 엘릭스니의 영웅은 아래쪽 팔 사이의 등으로 파고들어 오는 칼날을 느꼈다. 배신으로 벼려진 드렉의 칼날로 그는 파멸을 맞게 되었다.

그렇게, 땅거미 가문의 피잔은 다시 물 아래로 가라앉았다.

6. 익사한 대장 - 5

"아버지, 한때 익사한 대장 피잔과 함께 땅거미 가문을 섬겼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아이도가 짐짓 태연한 척 물었다.

"그의 명성은 모두가 알고 있었지." 미스락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헌시에서는 그가 용맹한 전사였다고 하던데요." 아이도가 그를 슬쩍 떠보았다. "수많은 기갑단을 죽였다고요. 그가 얼마나 용감했는지 노래하더군요."

미스락스는 말없이 에테르 재호흡기의 조절 장치만 만지작거렸다.

"사실이 아니었나요?" 그녀가 재차 물었다.

"피잔은 무능한 자였다." 미스락스가 투덜거렸다. "한 번은 발동된 수류탄으로 여섯 손의 의식을 시도하다 자기 범선 옆구리에 구멍을 낸 적도 있었다. 광대 같은 놈이었어."

"그렇지만 헌시에서는—"

"헌시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지!" 미스락스의 대꾸는 의도한 것보다 더 강한 어조로 튀어 나갔다. "헌시에서는 절망도 영광이 되고, 무지도 용기가 된다."

그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가문의 서기로서, 너는 그런 희망찬 이야기에서 진실을 읽는 법도 배워야 한다."

7. 익사한 대장 - 6

익사한 피잔의 이야기를 전하노라

제 검으로 기계의 자손과 기갑단을

익사시킨 땅거미 가문의 대장

우리의 가문, 우리의 대장은 앞장서

군단에 맞서고 되살아난 자를 죽였으니

적을 향한 피잔의 환성이 아직도 귓전에 울리는 듯하구나

그러나 익사한 피잔의 등 뒤로

배신자가 달려들었으니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겁쟁이는

벼려둔 단검을 쥐고 달려가

피잔의 방어구, 그 아래를 뚫어 버렸네

폭력은 새로운 힘을 얻었으니

죽어 누워 있으나 속삭임은 들려오리라

공포와 미완의 수치를 말하는

불타는 보랏빛 눈, 사라진 에테르

불꽃의 혀, 비명 지르는 머리

끓어오르는 공포로 만들어진 괴물

이것이 익사한 피잔의 이야기라네

8. 익사한 대장 - 7

크라스크의 충복이자 왕들의 켈, 땅거미 가문의 피잔은 배신당한 채 쓰러져 있었다. 생명 에테르가 흘러 나와 탁한 물속으로 퍼지면서, 그는 어떤 부름을 들었다.

그것은 켈의 부름도, 드렉의 부름도 아니었다. 거대한 기계의 부름도, 각성자 왕자의 부름도 아니었다.

그것은 어둠 속의 목소리였다. 끔찍하고 두려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만들어지도록, 다시 일어나도록 명령하는 부름이었다.

다시 일어난 피잔은 더 이상 땅거미 가문의 일원이 아니었다. 그는 입과 눈에서 불꽃을 쏟아내며 포효했고, 그의 정신은 이제 에테르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9. 익사한 대장 - 8

"거미, 익사한 대장 피잔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데요." 아이도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그 헌시를 들어보셨겠죠."

거미가 냉소적으로 킬킬 웃었다. "도대체 누가 썼는지 알고 싶단 말이야. 그런 거짓말쟁이를 데리고 있으면 쓸 데가 많을 텐데."

"아버지도 그 헌시의 진정성을 의심하시더군요." 아이도가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피잔이 땅속 구멍을 지키다가 죽은 데는 이유가 있어." 거미가 코웃음을 쳤다. "크라스크는 녀석이 골칫덩이라는 걸 알고 있었거든."

"그렇게 널리 비웃음을 사던 자였다면, 어째서 헌시에는 존경하는 내용만 담겨 있는 거죠?" 아이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거미는 재빨리 에테르 탱크를 훑어보았다. "꼬마 서기관 아가씨, 그것이 선전 활동의 첫 번째 규칙이지. 모든 이들은 친구가 아니면 적이다. 미묘한 차이가 끼어들 틈은 없어."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아이도가 말을 흐렸다.

"온통 미묘한 것들뿐이지." 거미가 끝맺어 주었다.

10. 익사한 대장 - 9

"수호자 두 명이 참새를 타고 EDZ를 지나고 있었어요." 글린트가 입을 열었다.

아이도는 데이터 패드에 그 말을 입력했다.

"둘이 참새 하나를 같이 타고 있었나요?" 그녀는 올려다보지도 않고 심드렁하게 물었다.

"맞아요." 글린트가 말했다. "참새가 고장 나는 바람에 갓길에 멈추게 되었어요. 한 명이 부품을 찾으러 간 동안 다른 한 명이 문을 잠그고 안에서 기다리기로 했죠."

"참새에 문이 있었다고요?"

"그 참새에는 있었어요." 글린트가 답했다. "그리고 문은 잠겨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 수호자가 문 긁는 소리를 들은 거예요! 밖에서요!"

아이도는 입력을 멈추고 글린트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어떤 목소리가 '열어줘!' 하고 말했어요. 근데 수호자가 문을 열었을 때… 아무도 없었대요!"

글린트는 허공에서 까딱거리며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우우우!"하고 속삭였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아이도가 묻자, 글린트는 움직임을 멈추더니 이리저리 시선을 돌렸다.

"그게 끝인데요."

아이도의 메모는 짧게 끝났다.

11. 사라진 군단 - 10

들으라! 이것은 사라진 군단의 이야기

적의 손에 최후의 불명예를 맞은 자들

전쟁으로 단련된 몸, 자랑스러운 어금니, 전투로 맺은 결속

마침내는 불사의 죽음 속에 부서져

빛의 포식자들에게 쓰러지고, 굴복자 될 운명

오래도록 전승된 이 이야기를 다시 전하네

수치가 운명 지어진 적을 위한 폐허의 땅

이 버글대는 감옥의 교도관, 사라진 군단

그 강대한 힘, 이길 자 없었네

우주선과 강철로 대지를 쓸었고

금박을 번쩍이며 영광을 쌓았다

그들은 놓여 있던 삶과 상실, 그것을 가져갔네

12. 사라진 군단 - 11

"이 '머리 없는 자'들 말인데," 생각에 잠긴 카이아틀이 어금니를 앞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전사들인가?"

"맞아요." 아이도가 기갑단의 여제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사실, 기갑단 태생일 가능성도 있죠. 어떤 이야기인지 조사해보고 있어요. 당신의 부하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언급했는데,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정말 불타는 머리에 대한 기록이 있나요? 굉장한 크기의 검은요?"

카이아틀이 생각에 빠졌다.

"불을 먹고, 불 사이를 걷고, 불을 뿜는 기갑단은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게 다였지."

"그렇군요." 아이도가 의기소침해졌다. 카이아틀은 거대한 손 하나를 아이도의 어깨 위에 얹었다.

"머리에 불붙은 전사들이 아주 많이 있긴 했다." 그녀가 위로를 건넸다. "계속 불이 붙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13. 사라진 군단 - 12

"익사한 대장이 사라지고 나서," 아이도가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에게 말했다. "기갑단은 동굴이 자기네 것이라 선언했어."

아이들은 기갑단에 대한 어른들의 편견을 그대로 배운 듯 험악한 말들을 중얼거렸다.

"그런데 동굴을 점령한 첫날 밤, 동굴 입구에 어떤 형체가 나타난 거야. 크고 둥근 머리에, 거대한 입에서는 화염을 내뿜었지. 바로… 머리 없는 자가 나타난 거였어!"

"그러면… 잡아 먹혔어요?" 작은 아이가 끽끽거렸다.

"훨씬 더 나쁜 일이 일어났지." 아이도가 겁을 주었다. "그 생물은 기갑단의 머리를 잡아 뜯어 버렸고 몸은 동굴을 배회하며 벽에 쿵쿵 부딪히게 뒀어." 그녀는 팔 넷을 모두 뻗고는 약하게 신음했다.

"그리고 그 시체들은…지금까지도 그대로 있단다." 아이도가 말을 맺었다.

14. 사라진 군단 - 13

지구는 전쟁으로 상처 입고, 빛은 삼켜졌다

사라진 군단은 만방에서 승전을 거듭하니,

맘껏 날뛰며, 영혼을 태우며, 고통을 견디며,

명성이 사라질 때까지 명예롭게 싸웠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죽음을 맞닥뜨렸다

사라진 군단은 결코 저주를 피할 수 없었으리라

대항할 수 없는 태산 같은 적과 마주하고,

궁지에 몰린 채 겁에 질린 사라진 군단은

거대한 동굴과 숨겨진 장소에서 적에게 저항했으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저항은 부질없는 짓

그들의 목숨은 부서지고 고통으로 귀결됐으니,

그렇게 그들은 눈앞의 끝을 보았다

야생의 전쟁 야수처럼 달려드는 빛 포식자 앞에서

사라진 군단은 그들의 손에 패배를 맞았다

15. 사라진 군단 - 14

"저와의 대화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도가 발랄하게 말했다. 사이온이 고개를 꾸벅 숙이자 아이도도 이를 따라 했다.

"카이아틀 여제님과는 이미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렇지만 당신에게 더 자세히 듣고 싶었어요."

아이도의 마음 한가운데서 부드럽게 피어나는 자비로운 묵인의 감정이 느껴졌다.

"저는 머리 없는 자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데—"

머리 없는 생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아드레날린이 솟구쳤고, 역겨운 공포로 물든 섬광이 그녀의 정신을 격하게 헤집어, 아이도는 몸을 흠칫했다. 사이온의 생각은 오로지 공포로 뒤얽혀 있었다. 아이도의 눈이 커졌다.

"아, 저는—"

비명. 텅 빈 눈에서 쏟아져 나오는 보랏빛 불꽃.

"정말 죄송해요, 저는—"

비명. 펑 터져 휘날리는 색종이 조각들.

"일부러 그런 게—"

비명. 사탕. 온통 사탕 천지.

"마음 상하게 하려고 그런 건 아니었어요."

16. 사라진 군단 - 15

"보자… 13.2킬로그램이네요." 해독가 야렐리가 저울의 눈금을 읽었다.

아이도는 네 개의 손을 꽉 쥐었다. 실험식 벽에는 수백 개의 카노푸스 단지가 늘어서 있었고, 그 속에는 보존된 장기와 부속 기관들이 가득 차 있었다. 아이도는 그중 많은 수가 엘릭스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혹시… 무겁나요?" 아이도가 물었다.

해독가는 그녀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렸다. "색종이 조각치고는 무겁죠. 머리 없는 자들이 죽을 때 이 물질을 쏟아낸다고 하셨지요?"

"맞아요. 수호자들이 '사탕'이라 부르는 식용 물질과 함께요." 아이도는 역겨워하는 어조를 감추려 애썼지만 실패했다.

해독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될 정도의 내부 밀도도 신기하지만, 이 색종이 조각은 인류가 암흑기 이전의 축제에서 사용하던 것과 동일한 물질입니다."

아이도의 눈이 반짝거렸다. "…핼 너윈같은 축제 말이군요!"

17. 사라진 군단 - 16

허나 사라진 군단은 죽은 자보다 못한 존재로 거듭났다

전투의 끝에서 그들은 수치로 가득 차

위대한 무기를 손아귀에서 떨구었다

새로이 방랑하게 된 자들에게 속삭이는 소리들

어둠으로 벼려내었고, 굴복자는 수치의 품에 안겼다

사라진 군단은 죽음 속에 이름을 얻었다

저주받은 채, 공포에 찢긴 채

어둡게 치켜뜬 눈, 불붙은 시선,

보랏빛 장작더미에서 솟아오르는 검의 절규

머리는 화염에 휩싸였고 끝에는 끝이 없었다

이 땅에는 더 이상 방황도 전쟁도 없다

사라진 군단은 수치 속에서, 이야기 속에서 산다

18. 사라진 군단 - 17

"이 괴물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건가?" 살라딘 경이 무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이도는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충분히 찾았어요. 불타는 호박 머리를 가지고 있고, 몸에는 사탕이 가득 채워져 있죠." 아이도가 뻣뻣한 태도로 말했다. "그리고 전리품도요. 전리품도 가득 들어 있고요."

살라딘 경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도는 그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기원에 대한 글린트의 결론에는 의문점이 있어요." 아이도가 덧붙였다.

강철 군주는 그녀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글린트한테 들은 이야기였나?"

"네, 그렇지만—"

"난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살라딘은 그렇게 말하고 휙 떠나버렸다.

19. 사라진 군단 - 18

"차라도 좀… 들겠나?"

달로 향한 여행은 길지 않았다. 아이도는 에리스 몬의 집에서 불편한 접이식 의자에 앉아 있었다. 집주인은 그릇 속 모락모락 김이 나는 액체를 작은 도자기 잔에 부었다. 아이도는 컵 속 내용물이 넘치지 않도록 조심하며 예의 바르게 컵을 받아 들었다.

"그러니까 자네는 머리 없는 자들이 이 '핼 너윈'이라는 것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군." 에리스가 말했다.

"네," 아이도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전 이것들이 군체 출신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군."

"아! 정말 동의하세요? 제가 궁금한 건…" 에리스가 빤히 쳐다보자 아이도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아이도는 마시던 차를 내려다봤다. 인간은 이런 것을 함께 마시는 경향이 있지만, 에리스는 자신 몫의 차는 따르지 않았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찻주전자와 문지방에 놓인 너덜너덜한 발 매트를 제외하면 방이 이상하게 텅 비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트 위에 적힌 글씨는 알아볼 수도 없었다.

오랜 침묵이 이어졌다.

"이 집을 좀 쾌적하게 꾸미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 에리스의 말이 해명인지 사과인지, 아이도에게는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20. 아이도의 조사 결과 - 19

"그 기간에 아이들은 난동을 부렸지." 해독가 마츠오가 설명을 늘어놓았다. "기물을 파손하고 시민들을 상대로 식량을 갈취하곤 했어."

"그래서 참가자들이 자기 모습을 숨기려고 했던 거군요." 아이도가 혼자 중얼거렸다. "그런데 이 무법 정신과 죽은 자들과의 교류가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그녀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마츠오가 어깨를 으쓱했다. "어쩌면 핼 너윈은 다 같이 범법 행위를 기념하는 행사였을 지도 몰라. 사람들이 변장을 하고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 기간인 거지."

"…유순한 아이들이 도둑처럼 행동했더니," 아이도가 입을 뗐다. "죽은 자들이 산 자들과 대화하러 돌아왔다는 건가요?"

"바로 그거야." 해독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머리가 없는 자들에게는 잠시나마 머리를 대체할 것을 마련해 준 거지…"

21. 아이도의 조사 결과 - 20

"축하할 일이 많을 것 같은데요." 아이도가 말을 이었다. "몇 가지 사과할게요. 글린트가 머리 없는 자들의 정체를 밝힌 일은 보기 드문 학문적 업적이었어요."

"그렇게 말해주다니 고맙네요." 글린트가 재잘거렸다. 자부심으로 부풀어 오른 의체 덕에 크기가 두 배는 커진 것 같았다. "제가 조사를 시작했을 때는 모두 저를 비웃었지만, 지금 웃고 있는 건 누구죠?"

"잘… 잘 모르겠는데요." 아이도가 떨떠름하게 말했다. "방랑자일까요? 한 번씩 절 비웃거든요."

"아니," 글린트가 참을성 있게 설명했다. "저를 말하는 거예요. 제가 웃고 있다는 뜻이에요."

"오!" 아이도가 소리쳤다. "자신을 옹호한다는 뜻으로 웃는 것이군요! 이제 이해했어요."

"그래요! 초자연적 현상 전문 고스트는 탑을 통틀어 저밖에 없다고요!" 글린트가 우쭐거렸다.

"정말 멋지네요." 아이도가 동의해주었다. "그런데, 글린트가 내린 결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의문점이 있어요…"

22. 아이도의 조사 결과 - 21

빛의 가문 서기 아이도의 조사 결과, 머리 없는 자로 알려진 존재에 대하여 (계속)

"…따라서, 호박은 눈과 입이 달린 지각이 있는 박의 종류라 결론 내릴 수 있다. 때로 눈이 하나만 있기도 하며, 안정적으로 네 개가 달린 경우도 있다.

이 박들이 사냥당하고 조리되어 먹혔는가에 있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아마도 얼마 후에는 먹잇감이 되는 것에 분노하여 포식자에게 저항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필자가 황금기 이전 시대의 1차 사료를 올바르게 독해했다면, 일부 종교 축제에서는 가장 무거운 호박을 기르는 것이 관건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이 호박들은 '핼 너윈'에서 중요한 용도로 쓰였는지도 모른다. 그 동력에 대해서는 아직 이해되지 않지만 말이다."

23. 아이도의 조사 결과 - 22

"글린트의 증거를 본 뒤, 머리 없는 시체에 대한 기록이 있는지 문헌을 샅샅이 뒤져 봤지." 해독가 마츠오가 입을 뗐다.

"그리고 머리 없는 자들을 언급하는 이 오래된 고문서를 찾았어!" 그가 책상을 가로지르며 진공 봉인된 양피지 조각을 아이도에게 내밀었다. 아이도는 기대감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여기를 보면," 마츠오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보고서는 어느 황금기 학자가 쓴 것일세. 자신을 '4학년' 연구원이라고 밝혔더군."

"그는 이 문서를 '독후감'이라고 칭하는군요." 아이도는 뭔가를 알아차린 듯 말했다. "주제와 관련해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조사가 진행되었던 모양이에요!"

"물론이야." 마츠오가 단언했다. "그리고 이 보고서에서는 최초의 머리 없는 자를 밝히고 있는 것 같네…"

"과학자… 이카보드 크레인!" 아이도가 기쁜 목소리로 외쳤다.

24. 아이도의 조사 결과 - 23

"그러니까 글린트가 주장하는 것처럼, 노크리스가 머리 없는 자를 만들었다고 해 보죠." 아이도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이들이 어떻게 동굴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이 있었겠어요?"

"일부 머리 없는 자들은 달에서 무언가를 타고 온 게 아닐까요." 글린트가 사실인 양 말했다. "우주 악의 밀항인 셈이죠!"

"그럴지도 모르죠," 아이도가 내키지 않는 어조로 대꾸했다. "애초에 군체에서 기원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아직 결론을 내리기에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네요."

"하지만 지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머리 없는 자라는 이름은 정말 형편없다는 거예요. 그들은 분명히 머리가 있잖아요."

글린트의 디지털 홍채 크기가 작아졌다. 글린트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 낮게 윙윙거리는 소리를 냈지만, 아이도는 이를 사려 깊은 배려라고 오해했다.

25. 아이도의 조사 결과 - 24

빛의 가문 서기 아이도의 조사 결과, 머리 없는 자로 알려진 존재에 대하여 (계속)

"황금기 이전의 기이한 핼 너윈 의식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점은 다음과 같다.

의식을 치르는 동안, 대부분의 인간은 치장 및 영적 목적을 가지고 괴물 가면을 썼다. 이 관습은 아직도 사자들의 축제에 남아 있다.

가면을 쓴 인간은 이웃에 대한 도둑질 및 갈취 행위에 가담하는 것이 허용되었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만연했던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삶과 죽음 사이의 장막을 가르기 위해 오래전 멸종된 다양한 호박을 사용했다. 이 지각 있는 열매가 의식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는 불분명하나, 전설적인 박이 심리적, 정신적으로 미치는 힘에 대해서는 더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

26. 아이도의 조사 결과 - 25

"황금기 이전 인류도 머리 없는 자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아이도가 말했다. "군체에서 기원했을 리가 없어요."

"합리적인 추론이군." 해독가 마츠오가 인정했다. "붕괴 전까지 인류는 군체와 만난 적이 없었지."

"이 결론을 알려주면… 글린트가 실망하겠는걸요." 아이도가 망설이며 말했다.

"그렇겠지." 마츠오가 대답했다. "글린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자네 연구에서 내가 기여한 부분은 생략해 주면 고맙겠어." 그가 검지 손가락을 맞대어 톡톡 두드렸다. "나는 글린트의 초기 원정을 귀찮아했었고, 이제 까마귀를 잡아먹고 싶은 생각은 없거든."

"아무도 먹고 싶지 않을 거예요." 아이도가 아연실색하며 덧붙였다. "까마귀라면 아마도… 쓴맛이 나지 않을까요."

27. 아이도의 조사 결과 - 26

"정말로 인간들이 머리 없는 자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글린트가 고집스럽게 의체 덮개를 기울였다.

"그래요. 고대 인간들의 의례 중 하나로 창조된 존재라는 가정을 세워봤어요." 고스트의 분노를 눈치채지 못한 아이도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바로… 핼 너윈이라는 의식이죠."

의심에 가득 찬 글린트의 몸이 기울어졌다. "핼 너윈… 뭐라고요?"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영역이에요." 아이도가 추론했다. "고대의 '호박'이 바로 열쇠였고요."

당황한 글린트의 의체 덮개가 축 처졌다.

"그러니까, 머리 없는 자들을 조사해 준 것은 정말 고맙지만, 그들의 기원에 대한 글린트의 결론에는 동의할 수 없어요." 아이도가 말을 계속했다.

"그들의 적절하지 못한 이름에 대해서도요."

"그렇지만, 나는 좋은데—" 글린트가 식식거렸다.

"그들이 실제로는 머리가 붙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줘야겠네요." 아이도가 짜증 내며 주장했다. "결정적인 특징이라고요."

28. 아이도의 조사 결과 - 27

빛의 가문 서기 아이도의 조사 결과, 머리 없는 자로 알려진 존재에 대하여 (계속)

"핼 너윈 의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주제는 '범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제약이 풀리고 인간이 자연과 사회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인간이 조상과 접촉하기 위해 이 의식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선봉대가 리바이어던에서 단절 의식을 행했던 것과 비슷한 것이다. 그러나, 모험심이 강한 수행자들이 호박의 힘으로 완전히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냈을 가능성도 있다. 바로 '머리 없는 자'이다.

이 은둔 생활을 하는 생물의 존재를 결정적으로 증명해 준 글린트에게 감사의 말을 남긴다. 그러나, 수호자와의 후속 연구를 통해, 머리 없는 자들의 기원에 대한 글린트의 결론에는 이의를 제기하게 되었다. 머리 없는 자의 몸에서 나오는 전리품과 이들의 내장을 채우고 있는 '사탕'이라는 끔찍한 것을 빛의 운반자가 계속 원하는 한 이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