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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12-13 20:45:42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케이드라 불린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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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딜3. 콜4. 첫 배팅5. 다이6. 플롭7. 레이즈8. 턴9. 올인10. 리버11. 대결12. 승자 독식13. 블러핑14. 배드 비트

1. 개요

이 지식 책은 게임 중 보게 되는 상자들을 열다보면 확률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

2.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내가 실수한 걸지도 모르겠어. 나름 최근에 말이야.

그래, 못 믿겠지. 하지만 사실일 수 있어. 어쩌면 말이지.

그럼 그 실수가 뭐였는지 얘기해 줄게. 거기서 배울 게 있을 거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건 내가 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는 이론적 가설하에 말하는 거야. 그래, 뭐 그렇다는 거지. 이 사소한 가상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도록 해봐. 그들이 그렇게 말한 거야. 여기서 "그들"은 아이코라야. 에리스는 좀 다르게 말하더라고. 에리스는 여러 가지 것들을 좀 다르게 말하긴 하지.

아 그 꼬마 보고싶어지네.

하지만 난 지금 여기서 시간이나 벌고 있지.

나한텐 쉬운 일이 아니었어.

그럴 줄 알았는데 말이지. 쉬울 줄 알았다고. 최소한… 이거보단 쉬울 줄 알았지. 사실 쉬울 거라고 생각했던 건 엄청 많았어. 망할… 엄청 많은 것들에 대해 엄청나게 많이 생각했지. 그런데 그래서 지금의 내가 있는 걸지도 몰라. 그런 걸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가 되는 걸지도 모르지. 원대한 생각과 계획, 희망, 꿈 뭐 그런 모든 말캉거리는 헛소리들 말이야.

그래, 그러니까 내 말은 이런 거야. 내가 솔직하게 말한다면, 지금 그러고 있는 것 같으니까, 아무튼 그렇다면 제일 중요한 건 그 희망과 꿈 같은 거라는 거지. 그걸 까먹지 않는 게 어렵긴 하지만. 인생이란 감각을 무뎌지게 하는 그런 작은 방해꾼들로 가득하지. 희망과 꿈을 더 모호하게 만드는 그런 것들 말이야.

그게 "만약"의 힘인 것 같아. 다 속이고… 혼자 재미 보고 싶은 그런 욕심이 들잖아.

이 만약이라는 건… 해석의 폭을 넓혀주지. 나야 감각이 무뎌지는 게 좋아. 해석의 폭이 넣어지는 것도 아아아아아아주 좋아하지. 하지만 이 두서 없는 "소중한 일기장" 놀이를 제대로 하려면 내가 뭐라고 해야 하겠어…

그러니까 내 말은 난 이 "만약"이라는 게 진절머리 난단 소리야. 게다가 내가 정직한 사람이라면, 사실 내가 정직함 빼면 시체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야 하지… 상황이 어떻든 간에 말이야.

그러니까… 이건 당신이랑 나만 아는 걸로 해 두자고, 알았지?

그럼 이렇게 하자고. 난 케이드-6이고…

이건 내 얘기야.

3.

자, 정리하자면,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 말할 거긴 한데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는 기대하지 마. 당연히 중요한 부분은 다 말할 거야. 그런데 내가 진짜로 말하고 싶은 건 말이지… 나란 사람에 대한 거야. 날 이해하게 되면 내 말의 의도와 내가 왜 이런 일을 하는지, 그때는 왜 그런 일을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아무튼 알아서 새겨들어 달라고. 그렇게 듣다 보면 중요한 건 다 확실히 알 수 있을 거야. 그래도 모르겠다면 내 말에 집중을 안 한 거고.

자, 그럼 시작할게…

엑소는 귀신 들렸어.

아 그래 불길한 소리지. 좀 과장된 표현이긴 한데, 진짜로 그게 최선의 단어야. 사실 그대로 말하는 것과는 다른 미묘한 느낌을 살릴 수 있거든.

그러니까 수호자들은 모두 전생이 있잖아. 전생에 대해 확실하거나 대략적인 기억(그래 브레이 당신 말이야)을 가지고 부활하는 경우 말고는, 그 전생이나 전생들은 완전히 기억에서 지워지지. 완전 없어진다고. 빛 안에서 다시 태어나면 그냥 새로운 사람이 되는 거야.

엑소는 그럼 어떨까?

우리의 그 기계엔 귀신이 들어 있지. 똑똑하고 유용한 우리 친구 고스트라는 소린 아니야. 그러니까 뭐냐면, 무슨 기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의 조각 같은 거라고 해야 되나. 그게 뭐든 간에, 지금의 우리가 되기 이전에는 우리가 어떤 존재였는지 추측이나마 해볼 수 있는 실마리를 주는 것이지. 그리고 꿈이 있지만, 전기지팡이로 그걸 건드리진 않을 거야.

난 어떠냐고? 난 운 좋은 자들 중 하나야. 그 옛날 엑소의 삶에 대한 희미한 기억 쪼가리만 가지고 추측할 필요는 없었지. 왜냐면, 내 믿음직스러운 귀신 말고 고스트가 날 찾아내기 전 시절의 "나"는 일지를 썼거든. 기념품과 같은 거야. 내가 과거엔 누구였는지 추측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이 된다고 할까.

일지는 물론 사적인 거지. 사적인 건 비밀이어야 하고. 몇 페이지 정도는 공개하기도 했어. 물론 전설 속 인물의 진실을 알게 되어도 상관 없는 올바른 마음의 소유자에게만 말야.

그래, "전설"이라고 했어. 왜 그래? 농담 아니고 내 얘기 다들 들어 봤잖아? 누구 못 들어 본 사람 있어? 아무튼 내 말은… 난 사적인 일을 떠벌리며 다니는 사람은 아니란 거야.

첫째로 그건 나 혼자 곱씹을 나만의 추억이고, 둘째로 크고 푸르딩딩한 친구는 자기 수호자들이 전생의 임무나 지켰던 규칙이나 지금 선택받은 이유를 잊지 않고 파헤치려고 하는 걸 엄청 싫어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제일 중요한 이유는… 우리 "선택받은 자" 대부분이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니까 그런 걸 말해서 좋을 게 없다는 거야.

사실 내가 이해한 건…

내가 다시 산 자들의 세계로 돌아왔을 때 빛을 섬기기 이전 버전의 내가 친절하게도 도움을 좀 줬다는 거 뿐이야. 난 그 도움의 손길을 환영하고 반가워하면서 최대한 배울 점을 찾은 거지.

이렇게나 시간이 흘렀지만 난 아직 내 진짜 목적을 모르는 건지도 몰라. 제일 중요한 존재의 의미를 고찰하는 문제는 워록들에게 맡길게.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아는데…

내 소명은 좋은 일을 하는 거야. 물론 언제나 \"좋은 사람\"이 되자는 게 아니라 좋은 일을 하자는 거지. 그 둘은 다른 거야.

내가 맨날 교과서에 나오는 "영웅"이나 "팀플레이어"에 걸맞은 태도로 일을 하고 다녔다고 생각해 봐. 그래 크고 파란 친구 당신한테 한 말이야.

내가 너무 멋대로 구는 걸 수도 있지만, 우린 다 자기 내키는 대로 사는 거잖아…

뭐 그런 비슷한 형태로 말이야.

4. 첫 배팅

오래 전에 나랑 내기한 게 있는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고 내가 도울 능력이 된다면 도움을 주기로 말이야. 그래서 그렇게 했지.

그래, 그렇게 도와주면 전리품을 얻거나 선의의 보답을 얻곤 하지. 보답 쪽이 훨씬 좋긴 해. 아무튼 그래도 누굴 도와주지 않고 보물을 강탈하거나 재산을 은닉한 적은 결코 없어.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르더라고. 상관은 없지만. 별로 잘난 척하고 싶진 않거든.

그래 내가 선봉대 일원으로서의 삶을 원한 적이 없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 가치를 몰라서 그런 건 아니야. 그저 그 가치는 나 말고 다른 사람들한테 더 잘 어울리는 것 뿐이지. 게다가 내가 하는 걸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거든. 젠장, 사실 하려는 사람도 드물 거야. 그러니까 내 말은… 이봐 지금 내 얘길 하는 거잖아.

내가 갔던 곳이나 목격했던 사건들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긴 했지. 시로, 안달, 대원들과 난 제아무리 최강 타이탄이라도 꿈도 못 꿨을 온갖 모험을 하고 다녔어.

우리가 지나간 자리엔 잿더미만 남았고 야금야금 빼돌리거나 슬쩍 훔치거나 사기를 치거나 그냥 훔치거나 줍거나 발견하거나 약탈한 물건도 많았지. 우리만 그랬던 건 아니야. 하지만 도시 밖 세상은 우리 덕에 배 좀 불렸지.

그래 물론 남들은 잘 모를 테지만 난 지금 그걸 고치려 하고 있어.

자발라는 좋아하지 않을 거야. 좋아했던 적이 없었지. 아이코라는 다른 방향으로 날 설득하려고 할 거고. 언제나처럼. 하지만 우리 빛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잖아… 얼마나 순식간에 사라지는지도. 그걸 쓸 수 있는 동안 빨리 써야 해…

좋은 일을 위해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한계에 도전하기 위해서. 원래 우리 것이었던 걸 되찾기 위해서.

사실 거기에 첫 번째로 돈을 걸었어… 올 인으로. 제1일. 난 나한테 돈을 걸었어.

난 암흑기의 어두운 면을 직접 봤지. 당신도 들어본 적은 있을 거야. 못 들어봤으면 검색해 봐. 엄청 무서운 얘기야. 진짜 새로운 세상을 맛보게 해주는 얘기지. 난 도시가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봤어. 몰락하는 모습도 봤지. 그리고 다시 예전보다 강하게 일어선 모습도 봤지.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을 다 본 거야. 난 이 "최고"의 순간이 오래도록 지속돼서 더욱 발전해 나가고 "최악"의 순간은 옛 이야기에나 나오는 게 되도록 계속 싸울 거야.

그래… 난 입이 거친 떠버리지만 칼이랑 총을 좀 다룰 줄 알지. 뭘 좀 찾거나, 싸워야 하거나, 죽여야 하거나, 구해야 하거나, 은밀하게 숨겨야 하는 일이 있을 때 나보다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조금은 있을 수 있어. 하지만 결국엔…

나밖에 잘 할 사람이 없지. 내가 전에도 좀 날렸거든.

난 내 자신한테 배웠다고 하는 게 좋아. "지금 나 이전의 나"라는 존재가 남긴 일지가 지금의 무대를 꾸며줬다는 설정 말이야. 그 암흑기 시절에 케이드-5가 생각하기로 6는 영 글러먹어서 7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렇게 전생의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버전의 그, 아니 나에 대한 안내서를 쓴 거야.

그래서 누구와 내기를 하든 돈이 걸리는 순간이 바로 콜을 외칠 시점인 거지. 내가 가진 패가 에이스든 퀸이든 상관없이 말이야.

난 질 수가 없단 소리야.

더 나은 사람은 항상 이기거든.

5. 다이

안달 브라스크라고 들어본 적 있어?

있겠지. 옛 영웅 중 하나잖아. 검은 정원과 군체의 신, 그리고 우리가 이제 막 치워버린 기갑단 특제 쓰레기 이전 사람이지.

그래, 그는… 특별했어. 당신 이전 시절에 선봉대에서 헌터 쪽을 제대로 맡고 있었지. 더 중요한 점은…

내 친구였다는 거야. 심지어 형제 같은 사이였어.

안달과 난 끝내주는 대원들과 함께 다니곤 했어. 그가 나쁜 놈들 잡겠다는 화력팀에 발 묶이기 전 얘기야. 우린 정말 전설이었지. 정찰대를 보내 생존자를 찾아 도시로 데려온다든가 아직 쓸 만한 옛 기계나 물품이 묻혀 있는 잊힌 장소를 발견한다든가 몰락자 수백을 처치하곤 했어. 쉬운 일은 아니었지. 특히 초창기엔 말이야.

"초창기"라는 건 내 초창기를 말하는 거야. 나보다 훨씬 오래 된 수호자가 많지만, 내 새 인생의 초창기에도 도시는 아직 성장하는 중이었어. 우리 수호자도 배울 게 한참 많았지. 문제는 우린 뭘 하나 배워도 어렵게 배운다는 거야…

붉은 전쟁이라던가, 크로타가 화가 잔뜩 나서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수호자를 죽였을때라던가, 황혼의 틈이라던가. 그리고 내 세대 이전에 일어났던 온갖 나쁜 일들도 있었고. 강철 군주와 그들이 SIVA와 벌인 난투극… 여섯 전선 같은 거 말야.

대충 굵직굵직한 것만 말하면 그래. 많은 걸 배우고 많은 걸 잃었지. 하지만 사실…

난 항상 하루하루 버텨나가는 과정에서 세상과 우리 자신에 대해 가장 많이 배운다고 느꼈어. 도시 안에서는 물론 우리가 뭘 위해 싸우는지 알게 되지. 그럼 도시 밖에서는…?

우리가 잃은 모든 것들과 대면하게 되는 거야. 우리 얼마나 멀리 와버렸는지 제대로 보게 되는 거지. 버려진 길과 무너진 도시들. 녹슬고 버려진 그런 곳들을 보면서 말이야.

도시가 우리에게 싸워야 할 명분을 준다면 그 오래된 폐허들은 언제나 내일의 희망을 주지. 녹슬고 부서진 잔재인 것과는 상관없이… 자세히 보면 과거의 우리 모습과 앞으로 될 수 있는 우리 모습을 보게 될 거야.

그래서 안달이 우릴 떠나 선봉대에 들어갔을 때 나와 대원들은 안달이 오시리스나 자발라, 아니면 대변자까지도 우리가 깨달은 걸 깨닫게 해줄 거라고 믿었어. 그래, 도시는 피난처였지. 하지만 우린 너무 오래 숨어 있었어. 우리가 잃어버린 모든 것들은 해적과 전쟁광들이 다 가져가 버렸다고. 우린 인간의 존엄성을 잃었어.

우리가 안달을 잃은 것처럼.

6. 플롭

내가 요즘엔 선봉대에서 고분고분 굴지만, 전엔 안 그랬지. 적대적 관계였다는 건 아니고. 그냥 서로 보는 관점이 좀 달랐다고 할까.

하지만 안달은…? 고분고분 구는 게 특기였어. 그는 언제나 뭐랄까 좀 더… "외교적"이랄까?

그때 당시 우리 상황이 대충 어땠냐면… 선봉대에게 우리를 보내 탐험을 하며 새로운 확장의 시대를 열도록 해주면 행성계의 부는 우리 것이 될 거라고 부추겼지.

"우리"라는 건 물론 모두를 말하는 거야. 우리 몫을 좀 챙기긴 하겠지만.

근데 지나고 보니 우린 너어어어무 야심만만했더라고.

그걸 그땐 몰랐지. 하지만 그 당시엔 그럴 리도 없었을 거야.

안달이 선봉대에 들어간 건 마치 우리 잠입 스파이가 된 것과 같았어. 짭짤한 거래였지. 새로운 은닉물이나 몰락자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흘리면 시로와 내가 제일 먼저 달려가 다 쓸어버리고 챙길 건 챙긴 다음 나머지는 도시에 가져다 줬어.

너무 경솔한 계획이었는지도 몰라. 그저 "중개 수수료" 정도라고 생각했으니까.

사실 이 사건을 괜히 들먹이며 잘잘못을 가리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건지도 몰라… 그저 젊음의 패기로 저지른 일이잖아? 어쨌든… 아주 옛날 일이야. 하지만 내가 말하려는 것과 연결되는 내용이야…

난 언제나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했어. 종종 곁길로 새긴 했지만 말이야. 안달이 선봉대로 들어간 건 누군가에겐 행운이고 누군가에겐 불운이었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안달은 그 도전 거리를 두고 나와 내기를 했고 나와 자기 자신에게 약속을 했다는 거야.

내가 이겼고 그는 졌지.

그래서 그가 떠난 거야. 선봉대에 있는 중요한 인사들과 합류하려고. 그를 보면 내가 늘 알고 있던 교훈이 떠올랐어. 뭐 그래도 계속 까먹을 테지만…아무튼 그게 뭐냐면

약속을 하면 지키라는 거야.

그런데 안달이 그 탑에 오래 머무를 수록, 내 표현으로 하자면 "갇혀있을" 수록 점점 더 "선봉대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되더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그냥 옳은 일은 한 거였어. 그렇지만 안달이 그렇게 변하는 걸, 사실대로 말하자면 수호자로서 하나의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걸 보고 있자니…

이걸 대놓고 말한 적은 없는데… 사실 안달한테 그런 능력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어. 내 절친이자 최측근인 안달은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키려고 도전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가 안 좋더라도 자신이 하겠다고 약속한 일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지.

빌어먹을 선봉대에 들어가고 나랑 시로 둘이서만 재미를 실컷 보게 하는 것 말이야.

난 안달이 얼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얼간이는 나더라고.

7. 레이즈

혹시 네가 잘 모를까봐 하는 말인데, 난 그렇게 이야길 잘 하는 사람이 아니야. 할 수야 있지. 좋아 어디 내가 옛날 얘기 하나 해 줄까! 못 믿겠다고? 그럼 C.C한테 물어봐. 그자도 못 믿겠다고? 그럼 대령한테 물어보든가. 그 둘은 넌 못 믿을 것들을 들었거든.

그러니까, 이건 뭐냐고…? 내가 여기서 하고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들이 대체 뭐냐는 거지? 내가 말하고 싶은 걸 뱅뱅 돌려 말하고 있는 기분이야. 오래 된 헛소리로 가득 채우면서 말이지. 나름 노력은 하고 있어. 그러니까 내… 착한 천사들과 싸우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끄집어 내려고 하고 있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려면 안달 얘기부터 해야 하지.

안달과 그 도전.

나의 도전. 우리의 도전.

헌터의 도전이지.

좀 웃기긴 하지만

명예로운 거야.

이거 때문에 친구까지 잃었어. 내 친구를 잃었다고.

하지만 그 도전 이전엔 타닉스를 상대해야 했지. 젠장할… 도전 이후에도 타닉스를 상대했어. 나의 도전 후에도 타닉스가 있었고. 맨날 타닉스로 끝나는 거 같지?

그게 누군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명하자면, 타닉스는 자길 고용한 가문을 위해서만 일하는 몰락자 용병이야. 대부분의 몰락자는 그와 상종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대장이나 집정관, 아니면 켈이 뭔갈 처리해야 하는데 부하들이 제대로 못 한다거나, 진짜 은밀하게 처리해야 하는 게 있으면 타닉스를 불렀어.

그 당시 나와 시로, 안달과 그 외 몇몇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걸 건드리고 말았지. 몰락자 가문들은 현상금을 걸었어. 우리 목에 엄청 많은 미광체와 엄청난 에테르를 걸었지. 타닉스가 그 기회를 잡은 거고. 근데 우린 그걸 몰랐던 거고. 변절한 몰락자가 죽음을 몰고 다닌다는 소문을 듣긴 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없었거든. 그래서 우린 그냥 뜬소문으로 생각했지. 우리가 못하는 일은 없었어. 일이 잘 안 풀리는 날에도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도 몰락자가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었어. 그들의 악명이야 매일매일 느꼈지. 하지만 수호자들을 쓸고 다닌다는 가문도 없이 고독한 몰락자 요물이라니? 그래, 그럴싸하네.

근데 그 "그럴싸한" 거랑 딱 마주쳤는데

처음 보인 건… 그 장난 아닌 몸집이었어. 성질도 더럽더군.

그다음엔… 놈이 니안 루오의 시체를 밟고 서 있는 게 보였지. 니안을 잘 알진 못했지만, 몇 번 마주친 적은 있어. 그날도 여느 때처럼 식은 죽 먹기일 줄 알았는데, 근데… 타닉스가 거기 있었어.

니안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고, 시로네 러시는 고스트를 잃었어. 완전 RTL 했다고. 다시 빛으로 돌아갔단 뜻이야. 그렇게 끝났어.

그날 일은 모든 게 다 정신 없이 흘러갔어. 우리 전리품은 다 잃었고 우리도 겨우 빠져나왔어. 우리가 어떻게 타닉스와 그 일당을 따돌린 건진 모르겠어. 그냥 운이 좋았나봐.

물론 놈을 따돌린 게 끝은 아니었지.

아무튼 도망에 성공한 시로와 난 안달을 만나자마자 우리가 겪은 일을 다 털어놨어. 안달이 선봉대로 들어가기 전 일이거든. 안달은 서쪽에 있다는 보물을 사냥 중이던 두 번째 팀에 있었고 그 다음 날 밤이 되어서야 돌아왔어.

우린 안달한테 니안에 대해 말했지. 러시는 자기 고스트 일로 완전히 맛이 간 상태였어. 러시 탓을 할 순 없었지. 다시 생각해 봐도 그래.

그런데 그 시점에 우린 멍청한 짓을 한 거야.

자신감이 너무 과했지.

8.

타닉스는 자기 소개 같은 건 안 했어. 한 마디도 안 하더라고. 그냥 좀 껄껄거리더니 악마 같은 기세로 우릴 다 죽이려 들더군. 하지만 우리도 대비해 둔 게 있었지. 이런 얘기에 걸맞은 얘기지. 그러니까 그 소문의 귀신은 몸뚱이가 있잖아. 진짜로 살아 있는 놈이라고.

"살아 있는 놈\"은 잡을 수 있다는 거지.

"살아 있는 놈"은 추적할 수 있고

죽일 수도 있는 거라고.

안달은 "그 사냥꾼 놈은 이제 자기가 사냥했던 헌터한테 쫓기는 사냥감이 되는 거지." 뭐 이런 비슷한 소릴 했어. 그래, 나도 알아. 비웃지 말라고. 난 안 웃었어. 안달은 훌륭한 사람이야. 유머 감각이 좀… 그러니까…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었어.

러시도 자기 꼬마 빛의 복수를 하려고 우리 계획에 동참하고 싶어 했는데 우리가 퇴짜를 놨어. 그 녀석을 좋아하긴 했지만, 사실 고스트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잖아. 그 불쌍한 녀석은 결국 죽어버렸지. 주기 하나가 지나기도 전에 말도 없이 혼자 뛰쳐나가더니 다신 돌아오지 않았거든. 시로는 녀석에 대한 장황한 얘기를 꾸며내더니 아직까지도 그 얘길 하곤 해. 아직도 녀석이 어딘가에 살아 있고 아무도 모르는 곳을 탐험하고 비밀스러운 보물을 캐고 다니며 우린 꿈도 못 꿀 그런 삶을 살고 있다면서.

난 쥐의 왕 얘기가 제일 좋더라. 러시가 그 전래 동화에 나와서 우리 눈엔 안 보이는 그 전쟁을 치른 얘기 말야. 그냥 꾸며낸 얘기지만 그래도 난 좋아. 뭔가 애들 잘 때 해주는 얘기 같잖아. 에이스가 잠과 사투를 벌일 때 내가 해주고 그랬는데. 걔가 여기 있을 때 말야.

하지만 이젠 없지.

러시도 없고.

안달도 없지.

그리고 언젠간 나도 없겠지.

그때 당시엔 헌터 선봉대가 없었어. MIA와 그 도전자들을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게 된 지 2년이 지난 후에야 카우코 스위프트리버의 죽음을 인정했던 그 당시 말야. 대변자는 나머지는 남은 헌터들이 해결해야 한다고 했어.

그 첫 날 밤에 안달과 나는 늦게까지 깨어 있었지.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었어. 안달도 마시고 나도 마시고. 안달은 엉망으로 취했고 난 기계적으로 마시는 상태였지. 그리고 우린 서약을 했어.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수락한 거지.

선봉대엔 헌터 자리가 좀 비어 있었잖아. 우린 둘 다 타닉스를 잡고 싶었고. 그 자식을 죽이는 영광은 오로지 승자의 몫이고 패자는 짐 싸 들고 나가서… 그 탑에 처박혀 있기로 했어. 고독한 모험길은 진짜 모험가들에게 맡기고 말야.

우린 마주보며 낄낄거렸지.

후아. 녀석 웃음 소릴 듣고 싶네.

딱 한 번만이라도.

왜 좋은 놈들은 맨날 일찍 퇴장하는 거지.

9. 올인

안녕?

내가 그리 자주 소식 전하진 못 했지? 그래도 아예 안 하는 것보단 낫잖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고. 그러니까 뭐냐면 그들을 찾았어. 하지만 그들이 언제나 옳은 건 아니라는 걸 알아. 너무 따지는 게 많거든. 내가 어쩌고 있는지 몰래 살펴보기나 하고, 뭐 하나 제대로 알려주는 게 없잖아. 그래서 내가 지금 이걸 하는 거야, 에이스. 그래서 지금 너랑 내가 이 얘길 하고 있는 거라고. 쓰는 거 보단 말로 하는 게 쉬우니까. 이렇게 하면,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만, 뭔가 더 솔직해지는 것 같거든… 더 진실을 말하게 되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이렇게 해서 미안하긴 한데… 이렇게 밖엔 말 못하겠어… 내 마음 속에 있는 너한테 말야. 내 상상 속에 있는 너한테… 이젠 이런 식으로 밖에 대화를 못 하겠어.

아버지와 아들이라든가

케이드와 그의 화끈한 에이스라는 식으로.

지금 뭐 하는 거냐고?

사실… 지금 누구한테 말하고 있는 건지 안 말하고 있는 거야. 젠장… 나한테 하는 말일 수도 있겠네. "나 이후의 나"한테 말야.

안녕, 나! 좋아 보이는데! 미안하지만 넌 네가 기억 못 하는 걸 기억 못 하겠지. 그건 엑소나 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지금의 내가 다른 편에 있는 거라면… 이건 알아둬야 하는데…

그건 내가 원한 게 아니야. 네가 원한 게 아니라고.

난 되게 확실하게 의사를 밝혔어… 빅 Z한테, 아이코라한테, 밴시랑 아만다한테도. 라면집에 있는 내 친구 지미한테도 말야… 누가 그 딥스톤 암호인지 뭔지를 찾아냈다면 말이지만.

난 여섯까지 세다가 말았어. 더는 말고. 들었지? 더는 못 셌다고.

왠지 모르겠는데 7이라는 숫자는 뭔가 기분이 나빠. 재수 없고 으스대는 거 같고, 뭐랄까 그냥 나한텐 불운의 상징 같은 거야. 그러니까 네가 7이나 더 높은 숫자랑 연관된다면 누군가가 판을 바꾼 거야. 수작을 부린 거지.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 거야.

이 헛소리 초반 파일을 아직 안 들었다면 그걸 일단 찾아내서 들어 봐. 정체 불명의 회고록에서 교훈을 얻고 싶진 않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 말 한 번 믿어 봐… 네가 지금 어떤 사람이든 간에… 더 나아질 수 있어. 그리고…

일지가 있거든. 일기장이라고 부르진 말아 줘. 깊은 굴이랑 악몽을 좋아하는 눈 셋 달린 여자애들이나 일기장이라고 하는 거라고. 그런 걸 따라 하지 말아 줘. 아무튼…

다 읽고 나면 새로운 나인 너는, 뭐 지금 듣고 있는 게 나라면 말이지만,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지 어떤 식으로 될지 선택하게 될 거야. "지금 나 이전의 나"라는 존재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너한테 도움이 되면 좋겠어.

그리고 그 꼬마랑 여자애 부분 말인데. 우리 에이스랑 퀸 말야…

그 둘은 네 거기도 해. 정당한 권리야. 왜냐면 그들은… 모두 네 거니까. 선물이야. 너한테 더 잘 어울릴 거야.

근데 그들을 보고도 그 회로 안에 감춰진 매력을 전혀 모르겠다면 말야. 음, 그런데도 네가 나라면… 넌 나랑 전혀 안 닮은 거네. 그럼 문제가 있단 소린데.

그게 더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어. 난 그냥 네가 잘 될 수 있는 도구를 주는 거 밖엔 못 하니까.

너한테도 하는 소리야, 에이스. 듣고 있다면 말이야.

망할. 누구라도 말이지. 이방인. 옛 친구. 새로운 적 그 누구라도…

내 기록에서 배웠으면 해. 나보다 나은 존재가 되라고. 지금 이걸 손에 넣은 자가 나라면 상종도 하고 싶지 않았을 자라고 생각하긴 정말 싫으니까.

10. 리버

명예? 까다로운 개념이지. 사람마다 의미하는 바가 다르니까.

네 말처럼… 아니 그러니까, 네가 네 말을 약속하는 거라고. 아무튼 한 번 말을 했으면 지키는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이건 꼭 지켜야 해. 그게 명예야. 그리고 말이야…

명예는 중요한 거야. 그 자체로 무기가 될 수 있거든. 방패도 될 수 있고. 자발라는 잘 알고 있지. 아이코라도 알고 있어. 살라딘이랑 샤크스는 좀 과하게 아는 거 같긴 해. 모든 훌륭한 수호자도 다 아는 거야.

사람들이 네 말을 믿게 되면 너도 믿을 거야. 그럼 믿음은 뭐냐고? 얻기는 힘든데 잃기는 쉬운 거지. 아무튼 뭘 약속하면 반드시 지키도록 해. 그러면 모든 걸 다 잃어도 네 뒤를 봐줄 친구가 생길 거야.

넌 그렇게 못 해줘도 말이지. 일이 꼬이는 바람에 혼자가 되어 이제 끝이다 싶을 때가 와도 옳은 일을 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순 있겠지.

아, 오해는 하지 말아 줘. "옳은 일"이라는 건 명예처럼 애매한 개념이야. 오만 가지로 해석될 수 있거든.

여기선 그저 비유적으로 말 한 거야. 이런 걸 "워록 흉내"라고 불러.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들의 사고 방식도 일리가 있을 때가 있어. 쓰는 단어 같은 거 말야. 오, 그러고 보니 여기 교훈이 또 있네…

남의 장점에서 배우자.

난 그 뻣뻣한 타이탄이나 물러 터진 워록과는 공통점이 거의 없지만, 그렇게 다르다는 게 핵심이지.

11. 대결

다시 명예 얘길 해 볼게. 안달 얘길 다시 할 거야.

안달은 내 형제였어. 비유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생사를 건 모험을 같이 하고 다니는 비유적 가족이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질 때가 많더라고. 실제로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아 그만할게. 아무튼 안달은 내 형제였어. 그랬다고.

타닉스는 팔이 넷 달리고 수호자를 죽이고 다니는 놈으로… 그래 알지?

안달과 나는… 우린 내기를 했어. "내기"가 맞는 표현이진 않지만. 헌터들 사이에선 말이야. 우리가 한 건 내기 그 이상이었거든. 우린 도전 과제를 걸고 한 거야.

도전 과제 말이야.

내가 안달한테 안달은 나한테 말이지.

타닉스를 죽이느냐 선봉대 임무에 발목을 잡히느냐를 두고 말야. 그 사냥꾼 놈을 사냥하고 승리자가 되느냐 평생을 패배자로 속박되어 사느냐의 문제였지. 그건 명예가 걸린 일이었어. 우리의 약속이었고.

이런 헌터의 도전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있었던 거야. "최초의 도전"에 대한 얘기는 수도 없이 많지만 정확히 언제 누가 한 건지는 알려진 게 없어.

최초의 도전 때에 헌터 한 명이…

아, 깜빡했네. 이건 "헌터"나 "타이탄"이나 "워록"이라고 부르는 무리가 생겨나기 훠어어어얼씬 전 일이야. 승천자 시절이었거든. 그 당시 선택받은 자들은 아직 집단을 이루진 못 했었어. 규율도 없었지. 고스트가 아무리 떠들어 봤자 듣지도 않았고. 최초의 선택받은 자들이 처음 힘을 얻었을 그 당시엔 그들도 그냥 정상적인 인간처럼 이기적인 폭군이었지.

언제 생각나면 나한테 "전쟁군주" 얘기 좀 해달라고 해 봐. 하! 새로 힘 좀 쓰게 된 깡패들이 빛의 힘을 무시렁이… 아니 무지렁인가? 여튼 그거처럼 휘두르고 다닌 얘기야. 아무튼 간에… 별로 좋아하진 않아. 사실 누가 좋아하겠어?

아 또 옆으로 샜나? 어쨌든…

언젠가 헌터라고 불리게 될 사람들 사이에 있었던 첫 번째 명예로운 도전에 대해 말하고 있었지? 그게 투벨 계곡의 도약이었을까? 아니면 그림자주자의 질주? 달밤의 결투? 쿠바 술의 마지막 저항? 대약탈전? 소약탈전일까? 아무도 모르지. 아무도 모르는 게 더럽게 확실해.

하지만 뭐가 최초이든 상관은 없어. 전부 다 최초였던 거야. 그것들 모두 다른 도전의 기반이 되고 영감이 되는 도전이었어. 중요한 건 일단 도전을 시작하면… 수락하는 순간 돌이킬 방법은 없다는 거야. 그건 네게 던져진 도전이고 네 가슴에 새겨야 할 도전인 거지. 뜬구름 잡는 소린 아니야. 워록의 말장난 같은 게 아니라고. 명예 얘길 하는 거야.

도전을 받아들인다는 건 약속을 한다는 거지.

그래서 안달과 나는 도전을 제시하고 수락하고 완전 망했지. 그 당시엔 내가 어느 정도까지 오만해질 수 있는지 몰랐거든.

그 오만함 때문에 늘 일을 망치는 것 같아…

12. 승자 독식

타닉스는 골칫덩이였어.

나중엔 그게 진짜 문제는 아니었지만. 여하튼 문젯거리 목록에서 상위에 있긴 했어.

그럼 진짜 문제는 뭐였냐고? 그 빌어먹을 놈이 아직도 골칫덩이라는 사실이야. 놈은 수호자도 아니면서 내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죽었었단 말이야. 내 손으로 "죽인" 것만 두 번이었어. 두 번째 만났을 땐 더 확실하게 할 생각도 했는데, 내가 그놈 가슴팍이랑… 모가지랑… 배때기랑… 머리통에 수십발을 쏴댔지만 항상 마지막에는 패거리들이랑 도망쳐 버렸지.

하지만 두 번째는 중요하지 않아. 아니 그러니까, 그게 물론 중요하긴 한데, 여기서 중요한 건 첫 번째 시도였어…

안달과 내가 내기가 아니라 사실은 도전이었던, 그 헌터의 도전 말이야. 아무튼 그 내기를 했을 때… 우린 타닉스를 찾아내 거하게 복수를 해낼 기대에 가득 차 있었어. 내가 운 좋게 타닉스를 먼저 찾았고 역시나 또 운 좋게 먼저 죽였지. 그렇게 생각했어.

우리 다 그렇게 생각했지.

그래서 한바탕 축제가 벌어진 거야. 오시리스까지 왔었어. 오시리스와 대변자는 타닉스 사냥에 세인트-14를 보냈었거든, 그 최고의 타이탄 말야. 하지만 우린 헌터였어. 우리가 선점을 뺏길 리가 없었지.

지금 생각해 보면 뺏기는 게 좋았을 것 같지만.

아무튼 안달은 내기에 졌으니 약속을 지키려고 선봉대에 들어갔어. 난 그 결정을 막으려고 설득을 시도했어. 우린 사고 능력이 마비된 상태에서 그 도전을 수락했던 거라고… 시로와 난 죽다 살아났고, 니안은 죽었고, 러시는 맛이 가버려서 감정이 불안정한 상태였고 잔뜩 취해버린 상황에 저지른 일이었다고 말이야. 안달은 설득당하지 않았지. 사실 나도 별로 설득되지 않았어.

도전은 도전이었거든. 그걸 포기하면 다른 헌터들이 두고두고 안달을 문제 삼을 게 뻔했어. 나한테 그럴 수도 있었지. 그걸 안달한테 직접 말한 적은 없었지만 녀석도 알았을 거야.

안달이 선봉대로 들어간 다음 우리 사이는 좀 어색해졌어. 다 내 탓이었지. 안달이 보고 싶었어. 우주 최고의 규율 파괴자이자 세계 탐험가가 관료 어르신들 사이에 갇혀 있는 꼴이라니. 하지만 어색함은 또 사라지더라고… 원래 형제끼리는 싸워도 금방 풀리잖아.

우리가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고 나자 좋은 시절이 또 시작됐지. 그 시절은 계속 이어졌어…

얼마 동안만이었지만.

13. 블러핑

난 상실감을 잘 못 다루겠어. 그냥 잘 안 되더라고. 그런 상황은 되도록 피하거든. 아주 열심히 말이야.

좀 이상하긴 한데… 여기에서 나의 퀸이 등장하지. 잠깐, 지금 리프 농담이나 마녀랑 그 마녀들이나 아니면 마녀의 우울한 남동생 얘길 하려고 했던 거면… 하지 마.

나의 퀸은 그 퀸이 아니야.

나의 퀸은 사랑이야.

나의 퀸은 마음이라고.

나의 퀸은… 설명하기가 어렵네.

나의 퀸은 사랑에 대한 내 기억 같은 거야. 사랑에 대한 내 모든 감정은… 그녀를 통해서만 존재해.

하지만 그녀는 이제 없지. 오래 전에 가버렸어. 그래서 난 내가 그녀를 떠올릴 때 느끼는 감정을 붙잡고 있기로 했지. 그렇게 하면… 아주 안정되거든.

하지만 쉽진 않아.

이번 생에서 너무 많은 생명을 잃었거든. 어떤 생에서든 그랬지. 사실 모든 생에서 그런 것 같아…

하지만 이번 생에선… 이 최후의 안전한 도시와 세계의 종말 같은 걸 겪은 생에서는 말이야

우리가 이길 때에도 그냥 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

아 방금 그거 지워버려. 난 그런 거 안 믿어. 이 세상에서 나한테 안 어울리는 단 한가지가 뭐냐면 바로 패배주의야. 아니 그러니까 난 적에게 패배를 안겨주지. 아주 확실하게 안겨주잖아. 패배를 선사하는 게 내 직업이라고 할 수도 있어. 내 직업 중 하나지. 아주 많은 직업 중에서 말이야.

내 전문이 아닌 건 비관주의야. 그냥 내 취향이 아니야 그건. 난 혈기 왕성한 낙천주의자에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대부분은. 맨날 그렇다는 건 아니고. 맨날이라는 단어는 좀 짜증나. 하지만 대부분은… 난 활력 넘치는 삶을 추구하지.

하긴 이 대체 누군지도 모를 영혼이 지껄여대는 소리만 듣고는 모르겠지. 어디 내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지껄였지? 11번이었나? 10번? 사실 지금 이 시점에서 아직도 듣고 있다면 넌 나보다 훨씬 용감한 사람이야.

그런데 내가 무슨 얘길 하고 있었지? 아 그래…

낙천주의.

난 그걸로 가득한 사람이야. 아무튼 이름 없는 특정 개인을 믿을 수만 있다면 말이야. 여튼 그래… 우리가 여기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더럽게 많은 보상으로 가득하지… 엄청난 승리도 있고. 그걸 누려야 해. 즐기라고. 받아들여. 하지만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진 말고.

훗. 워록 친구 하나가 "화강하게 생각"하는 거라고 말하곤 했는데. 바위처럼 말이야. 화-강-암처럼. 내가 알던 사람 중에 제일 똑똑한 녀석이었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화강하게." 후후. 녀석의 슬로건 만큼이나 멍청한 소리지.

이봐 케이드. 곁길로 새지 말자…

그래 아무튼 매일매일은 끝내주는 거야. 받아들여. 즐기라고. 하지만 이건 잊지마…

이건 힘든 삶이라는 걸.

그리고 친구들이 쓰러졌을 때 형제가 사라지고 네 퀸이… 그리고…

아끼는 것들이 사라졌을 때… 그래 많은 사람들이 그걸 이용할 수 있지. 그걸 네 걸로 만드는 거야. 그 고통. 그 상실감을. 그건 움직임의 원동력이 되거든. 삶을 즐길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내 특기가 많긴 하지만, 상실의 장점을 찾는 건 잘 못하지.

하지만 나의 퀸이 그걸 해결해 줬어. 난 그녀가 아주 특별한 존재라고 믿었으니까. 그녀는 훌륭했어. 그래야만 했지. 그리고 난… 그래 뭐, 나도 그래. 빌어먹게 그렇지.

그 동안 내가 잃은 모든 존재의 무게가 날 짓누르기 시작할 때면 그녀 생각을 해. 그럼 다른 생각이 다 사라지거든.

그게 바로 그녀의 힘이야. 그녀가 남긴 빈 자리가 그만큼 크다는 소리지… 아주 거대한 공간이야. 그건 다른 감정을 잡아먹지.

다른 모든 안 좋은 것들을 다 집어삼켜 버려. 이게 괜찮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어. 상실에 대처하는 방법으로서 말이야. 하지만 난 이렇게 해. 나한텐 이게 먹히더라고. 이렇게 하면 기분이 좋아지거든. 그녀를 생각하면…

내 기분이 좋아져.

그리고 상실감은 사라지지.

14. 배드 비트

지금까지 나한테 중요한 게 뭔지를 설명하려고 애썼는데, 아 그리고 그러니까…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말해 주려고 했지. 사실 "것"이야. 단수라고. 그게 뭐냐면… 상실이야. 잃는다는 것. 그래 난 잃어버리고 도망치는 불쌍한 놈이야. 피하려고만 하지. 최대한 빠르게 말야.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러던데. 그들은 그냥 받아들이더라고. 하지만 내가 나의 퀸에 대해 말한 건 다 사실이야. 그녀는 내 피난처야.

하지만 허상이기도 하지.

나도 내가 언제 그녀를 생각해 낸 건지 모르겠어. 아니 이렇게 말하는 게 더 좋겠네… 난 내가 언제부터 내가 모르고 실제로 가질 수도 없는 삶을 믿기 시작한 건지 모르겠어. 이번 생에서부터였나? 수호자로 다시 태어난 게, 아니면 그 이전에 있었던 알 수 없는 사건들이 이런 편안함을 꾸며내게 만든 걸까? 그럴 수 있어. 가능성이 높지. 하지만 확실한 건 아냐.

내가 수호자이기 이전 삶에 대한 기억의 조각들이 있긴 하지만, 그건 그저 말 그대로 조각일 뿐이야. 꿈에나 나올 사람들과 장소에 대한 단상이거나 총알 사이 같은 공간에 잠깐 나타났다 흩어져 버리는 잔상 같은 거지.

저기 여자가 하나 보이는데, 그녀는 내 전생과 연결되는 유일한 기억이야. 난 그녀에게 사랑을 느껴. 이건 그럼 기억을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사랑했던 기억일까? 난 전자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난 내 자신을 온전히 채워 줄 가짜 진실을 만들어 냈어.

아이라든지. 여자 같은 거 말이야. 난 그들을 몰라. 허상이거든.

하지만 정말 아는 사람이었으면 해. 그들이 실제로 존재하면 좋겠어.

그들은 그저 상황이 불리해질 때 꺼내 쓸 수 있는 내 비장의 카드들인 거지.

난 그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내 이성과 감성을 모두 속였어.

난 그 둘의 존재라는 설정이 너무 좋아서 실제로 느낄 수 있는 가짜 진실들을 만들어 냈지.

사실 그건 이기적인 일이었어.

처음엔 정말 외로웠어. 절망적이었지. 내 고스트는 날 위로하려고 애썼지만 이 삶은 너무나 공허했어. 그래서 난 도망쳤지.

하지만 그 기억 조각들은… 백일몽과 같이 더 많은 걸 약속하는 듯했어. 고통과 전쟁 말고 다른 거 말야. 내가 의지할 수 있도록 말이지. 그래서 난 나만의 진실을 만들었어. 그렇게 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지.

그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자신을 속이는 훌륭한 사람은 단지 진실로부터 숨기 때문에 훌륭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난 동의하지 않아. 내 생각엔 이 세상에서는 네 안에 있는 최고의 것을 끄집어 내서 그것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어. 난 그걸 한 것 뿐이야. 난 내 원동력이 되는 걸 찾았고 그걸 위해 싸웠어.

에이스와 내 말을 듣고 날 바라봐 주는 나의 퀸이 없었다면… 내가 어떻게 됐을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난 알아.

그리고 좋지 않게 끝날 수도 있었던 기회가 있었다는 것도 알지.

그래서 내가 지금 네게 주고 싶은 건 기회야. 내 삶을 생각해 봐. 내가 말했던 것들, 내가 했던 일들을 생각해 보라고. 보다 단순한 삶과 진실, 진정한 사랑, 이건 허상이었지만 아무튼, 그런 게 어떻게 날 이끌었는지 생각해 보고…

너만의 것을 찾아 봐.

내 고백이 그렇게 이해하기 쉽진 않다는 건 알아. 하지만…

이건 고백이 아니야.

경고지.

네 최선의 모습을 끌어낼 수 있는 길을 찾아서 그 길을 따라가. 그 반대 길은 너무 고독한 길이니까. 잊지 말라고.

안 그러면 내가 다시 돌아와야 할 수도 있어.

네 놈 궁둥짝을 발로 차주려고 말이야.

그럼 나중에 봐.
- 케이드-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