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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4 18:37:35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베스퍼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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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얼음 파쇄기3. 방어구
3.1. 머리3.2. 팔3.3. 가슴3.4. 다리3.5. 직업
4. VS 기술자의 썰매

1. 개요

베스퍼의 주인에서 얻을 수 있는 장비들의 지식이다.

2. 얼음 파쇄기

사용하며 치명적인 손상이 발생할 경우 다음 구성품을 교체: 방열판, 탄창, 조작판.

제조 공장은 조용했다. 바닥 여기저기에는 탄피가 떨어져 있었다. 워록 샤유라가 해케 사의 문장이 새겨진 전투 프레임 본체 사이를 헤치며 지나가자, 그 발걸음에 탄피가 달각거렸다.

"보안 비활성화 완료." 샤유라가 암호화된 채널에 무전을 보냈다. 그녀는 재빨리 제조 공장을 가로질러 비활성화된 프레임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봉인된 금고 문으로 향했다. 문 표면에는 다소 낯선 상형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낚싯바늘이나 닻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게 우리가 찾던 건가?"

[[확인 완료. 선봉대가 세라프 기지에서 회수한 무기에 있던 문양과 동일합니다. 황금기, 아니면 더 오래되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샤유라는 한쪽 팔을 뻗어 태양의 불을 휘감고 이글거리는 흰 새벽칼날을 불러내 단칼에 문을 뚫었다. 갈라진 금고 문이 바닥에 부딪히며 옆으로 쓰러졌다. 절단면은 아직도 지글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샤유라는 공중으로 떠올라 잘린 금고 문을 통과했다.

[[찾을 수 있는 기록은 전부 찾으세요. 브레이테크와 해케가 겹치는 기록 전부.]]

샤유라는 고스트를 보내 디컴파일된 엔그램이 들어 있는 서버 랙을 스캔하게 했다. 근처 금고 벽에 걸려 있는 무기가 눈에 들어왔다. 원형 총기, 외계 무기, 태양계 전역에서 수집한 알지 못하는 기술들. 인간식 디자인의 저격총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붉은색과 회색 바디에 총열에는 온열 도금을 입힌 총이었다. 샤유라는 손끝으로 총기에 새겨진 일련번호를 훑었다. X-032782. 얼음 파쇄기였다. 그녀는 선봉대가 해케에 이 디자인을 의뢰했던 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위험하고 임무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금지되었던 날도 기억하고 있었다. 이후 누군가 이 디자인을 훔쳐 복제하기도 했다.

샤유라는 벽에 걸려 있던 얼음 파쇄기를 꺼내 들고, 고개를 돌려 고스트가 해케 기록을 스캔하고 다운로드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찾던 게 있어?"

[[검토 중. 흥미로운 내용이 몇 가지 보입니다. 해케의 황금기 전신은 한때 사무실이 시카고에 있었네요. 당시 중력 기반 무기 개발에 관여했었죠. 아직 브레이테크와의 연관성은 찾지 못했습니다.]]

샤유라가 얼어붙었다. "시카고?" 옛 시카고 아래의 무덤이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 폐허가 된 제조 공장의 잡다한 소음이 갑자기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애써 공포와 두려움을 밀어냈다.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었다. "여기랑 시카고가 무슨 상관이야?"

[[잘 모르겠습니다만…]] 무전 반대편에 있던 그녀의 조력자가 대답했다. [[어쨌든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겠군요.]]

3. 방어구

3.1. 머리

기술|개인 메시지|124| — 다른 용기도 부식되었어요. 안전한 세척제가 있긴 한가요? 또 증기 사고가 일어나면 감당이 안 돼요, 이슈트반.

도착하고 6일이 지났다.

금속이 신음을 냈다. 송전선은 노래했다. 많은 것들이 파이프 속을 내달렸다.

야라스키스는 고철을 손에 들 수 있는 만큼의 두 배를 들고 잔해 속을 나아갔다. 그녀는 마침내 드레크의 크기를 넘어 성장하고 있었고, 아래쪽 팔들은 다시 자라나고 있었으나 아직도 새 터전의 가장 작은 통로를 빠져나갈 수는 있었다.

모두가 궤도 기지는 낡았고 훼손되었지만 고쳐서 쓸 만하다고 여겼다. 기지에 생명이 거주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으나 야라스키스는 자꾸만 고개를 돌려 어깨 너머를 보고 마는 자신을 발견했다.

괴이한 금속성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릴 때마다 등줄기에 소름이 좍 끼쳤다. 인간들의 오래된 메시지 소리라며 카로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걱정할 것 없다며. 하지만…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작업실에 도착하니 안심되었다. 그녀는 문틀을 발로 찼다. "고철 배달이요."

카로는 야라스키스보다 덩치는 작았으나 그래도 진정한 드레크였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그가 여덟 눈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관심을 보였다. 여덟 눈은 엄청난 행운을 타고난 것으로, 미남으로 통했다. 그리고 카로는 명민했다. 그는 계획이 구상될 때부터 그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야라스키스는 그의 알 사촌이었기 때문에 간신히 끼었다.

카로는 화면에서 눈 한 번 떼지 않고 손만 휘저었다. "아무 데나 놔둬."

야라스키스가 보기에 작업장은 기지에서 가장 으스스한 장소 중 하나였다. 그곳은 바닥에 못으로 박은 금속 테이블이 가득한 곳이었는데, 방을 사용하기 전에 텅 빈 채 잔뜩 쌓여 있는 벡스 몸체들을 치워야만 했다. 야라스키스는 고철 묶음을 내려놓기 전에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으려 애썼다.

"무슨 작업 중이야?"

"오래된 기계 설계도를 분석하고 있어. 시스템에 융합시킬 수 있다면 지상에서만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여긴 벡스도, 군체도, 빛의 운반자도 없지."

"켈도 없고 말이지." 야라스키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켈도 없지." 카로가 덧붙였다. "하지만 이 설계도가 진짜라면 에테르는 많을 거야. 어떤 기계냐면, 두 부분으로 나눠져 있는데 한쪽은 에너지를 수집하고 한 쪽은 쓰는 거야. 우리는 서비터의 수집기만 있으면 돼. 그러면 평생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

카로가 화면 중 하나를 그녀 쪽으로 기울였다.

이 차가운 어둠 속에서 평생 쓸 수 있는 에테르라니. 정말 그렇게 된다면 이 모든 걸 감수할 수 있었다. 유로파를 탈출하면서부터 몰려오던 공포스런 느낌, 기지를 살 만한 곳으로 만들고자 돌아다니며 작업할 때마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조심스레 내딛는 발걸음.

그리고 물론, 어쩌면 야라스키스가 이해할 수 없는 엔지니어링 미팅에서 해방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불복종으로 팔들이 잘리는 일 없이 말이다.

그녀는 미래를 들여다보기 위해 아래쪽 손들을 뻗어 몸을 더 기울였다.

3.2.

기록|캐스터|231| —이해가 안 되는군요. 코드 삽입 성공은 기쁘지만, 선체에 삽입하기엔 너무 이른 것 같—

도착하고 17일이 지났다.

카로는 내내 반달, 약탈자들과 떠들어 대느라 야라스키스를 쳐다볼 시간도 없이 바빴다. 그들은 기지의 오래된 인간들의 청사진을 이용해 에테르 정제소를 건축하는 작업을 함께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야라스키스를 위한 시간이 거의 없었다.

야라스키스는 엔지니어로서는 형편없을 것이었다. 그녀는 고치 속에서 사제가 아닌 대장이 되는 꿈을 꾸었다. 야라스키스는 아무도 손대고 싶어 하지 않는 얼룩을 닦고, 물건을 나르고 가져오며 기지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었다.

날이 갈수록 그들의 터전은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소음들로 채워졌다. 단을 이어주는 케이블 타이가 경쾌하게 삐걱거리는 소리, 발 보호대와 발톱이 무겁게 딱딱거리는 소리, 서비터 코드를 이해하는 유일한 선원 두 사람의 말다툼 소리.

튼튼하고 훌륭한 굴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안전했고, 그거면 충분했다. 에테르 흐름이 확보되면 그때는 더 나아질 터였다.

야라스키스는 거의 소각기나 다름없는 기계에 걸레를 던지며 기지 음성을 무시하려 애썼다.

뒤에서 손 하나가 그녀의 후드를 홱 잡아당겼다. 야라스키스가 소리를 질렀다. 손의 주인은 그녀가 몸을 돌리며 날리는 반격을 피했다.

카로였다. "얘기 좀 해야겠다. 뭔가 잘못됐어. 파스키르를 찾을 수가 없어."

파스키르는 반달치고는 제법 큰 편인 다른 엔지니어였다. 얼마나 컸냐면 전임 대장이 위험인물로 여겼을 정도였고, 실은 그들과 범선을 탈취하는 데 동의했던 이유도 그것이었다.

"어쩌면 길을 잃었는지도 몰라. 아니면 찐득한 것에 걸려 있거나." 인간들이 이 기지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이상한… 액체 같은 것들이 잔뜩 남아 있었다. 야라스키스는 하루에 다섯 번도 넘게 손을 소독했다.

"원자력 공급 문제로 날 돕기로 하고선 나타나질 않았어. 그리고 홀 쪽에서 무슨 소리를 들었거든." 야라스키스의 표정을 보고는 카로가 덧붙여 말했다. "뭔가 큰 소리 말이야!"

"뭐든 큰 게 있었다면 우리가 여기 오기 한참 전에 이미 굶어 죽었을걸. 기다려 봐, 무중력 구역에 갇힌 거겠지. 곧 구조 요청 보낼 거야."

"같이 좀 둘러봐 줄래?"

그녀는 카로에게 팔을 하나 걸고는 소각기 흡사한 기계에서 그를 당겼다.

"아침에 민망한 이야깃거리 들고 나타나지 않으면 우리 모두 같이 찾아 나서겠지."

카로는 엔지니어링이라는 일을 사랑했다. 서비터의 사제나 융합자가 되고 싶어 했다. 야라스키스는 그의 대장이 되어 카로에게 사제의 일을 주고 싶었다. 천장에 닿을 정도로 큰 키와, 모든 대원을 감쌀 수 있을 정도로 긴 팔을 바랐다.

가문과 함께하기보다는 여기 있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래야만 했다.

3.3. 가슴

긴급|기술|헬리오스|412| 누가 대장에게 연락해. 중앙에도 연락해. 여기서 대기할 수 없다. 반복한다, 여기서—

도착하고 23일이 지났다.

에테르 발전기는 형체를 갖추어 가고 있었다. 고리가 끼워진 커다란 쉘은 선체에서 안전한 거리만큼 떨어져 배선 안에 자리를 틀고 있었으며, 방적기 세 대는 케이블을 만드느라 종일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기이하게 조용했다. 이전 선원들은 드레크에게 거만하게 굴었지만 그쯤은 괜찮았다. 야라스키스는 자신에게 깐깐하게 구는 선원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파스키르는 여전히 행방불명이었다. 그녀와 카로는 몇 시간이나 기지를 샅샅이 뒤졌다.

지상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를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거기선 당연히 살해당할 것이었다. 그 누구도 그들을 괴롭힐 수 없는 은신처라는 이 계획은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야라스키스는 이제 드레크만 들어갈 수 있는 좀 더 작고 빛이 희미한 복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밝고 환한 조명과 울리는 음향, 탁 트인 커다란 방을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곳에선 항상 무엇인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카로는 계속 일만 했다. 야라스키스는 자신의 일을 무시하고 기지를 탐험하며 돌아다녔다. 사라진 동료를 찾아 헤매며. 그녀는 가는 곳마다 기록했다. 기지의 구석구석을 확인하고, 거의 들리지 않는 충전된 망토의 윙윙거리는 소리 너머로 귀를 기울였다.

선원의 삼 분의 일이… 사라졌다.

야라스키스는 숨죽인 비명을 들었다. 꺼져가는 불빛이 깜박였고 그 아래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는 금속이 금속에 긁히는 소리. 그녀는 쫓기는 느낌에 망토 속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긁히는 소리는 지름길로 그녀를 따라왔다. 야라스키스는 몸을 돌려 뒤를 보았다.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파스키르를 찾을 수 없었다. 누구도 찾을 수 없었다. 포기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야라스키스는 다시 카로의 작업장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었다. 죽은 굴처럼 고요했다.

카로가 사라졌다.

3.4. 다리

연구|개인 메시지|132| 그 기록은 빼. 누가 위쪽에 보고하기라도 하면 우린 다 죽어.

도착하고 29일이 지났다.

범선도 굴도 삐걱거렸다. 케이블은 신음했고, 계단은 끼긱거렸고, 해먹은 바스락거렸다. 에테르로 밝은 눈들은 편안한 어둠 속에서 빛나고 깜박여야 했다.

야라스키스는 그들이 기지를 채우리라 생각했다. 수리한 기계와 훔쳐낸 편안함, 낯익은 소리, 그 모든 것들로 말이다.

그 모든 기지의 소리들은 이제 쓸쓸했다. 기지의 방송 목소리라 해도 위안이 되었을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카로를 본 지 며칠이 흘렀다. 남은 엔지니어들은 그들끼리만 대화했고, 서비터들은 초조하게 한데 뭉쳐 허공에서 소리를 내거나 까닥거렸다.

복도에서는 무언가가 쫓아다니고 있었다.

그것은 엘릭스니와 같은 눈을 가지고 있었으나, 엘릭스니의 그것처럼 반짝이지 않았다. 그 눈들은 에테르가 아닌 무언가로 인해 빛나며 멈추지 않고 타올랐다. 약탈자들조차 두려운 나머지 계급을 무시하고 그것에 대해 속삭여댔다.

야라스키스는 숨구멍으로 그것의 존재를 느꼈다. 그녀는 카로의 작업실로 가기로 결심했다. 거기서는 숨을 수 있었다.

그때 약탈자 하나가 시야로 나타났다. 눈이 이상했다. 야라스키스를 보고 있지 않았다. 약탈자는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이리 와."

야라스키스는 달렸다. 복도를 달리고, 연결된 단을 뛰어넘었다.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온 금속에 한쪽이 심하게 긁혔다.

실종되었던 대원들이 구석구석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달려 나가는 그녀를 불렀다. 야라스키스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목소리 하나가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

카로였다. 그는 천장의 부서진 환풍구 근처에 들어가 있었다. 야라스키스가 알기로 기지 선체로 이어지는 환풍구였다. 드레크보다 몸집이 크다면 누구에게든 너무 작을 만한 공간이었다.

그녀는 높이 뛰었다. 야라스키스가 벽을 차며 뛰어오름과 동시에 손들이 그녀의 발목을 할퀴었다.

"이쪽이야." 카로가 재촉했다. 그들은 비틀린 통로를, 그리고 환풍구와 바닥 아래의 공간을 달렸다. 인간들이 걷기 위한 용도로는 전혀 생각지 않고 만들었던 공간들을. 둘은 범선을 향해 부서진 잔해 위를, 중력 발전기의 안팎을 달렸다. 거기서라면 안전할지도 몰랐다. 어쩌면 완전히 자유롭게 달아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저건 대체 뭐야?" 야라스키스가 헐떡이며 말했다. 심장 박동이 강하게 가슴을 때렸다.

"아무것도 아니야."

카로가 환풍구의 출구에서 우뚝 멈춰 섰다. 야라스키스는 멈추지 못하고 그를 지나쳐, 널찍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밝게 타오르는 기계 눈들을 보았다. 낯설기 그지없는 빛으로 가득한 눈이었다.

그리고 카로가 백의 대장의 팔들 속으로, 야라스키스를 밀어 넣었다.

3.5. 직업

기술|공지|42| 알려드립니다. 샘플 해체 공구는 승인받은 연구원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보관해야 할 것이 있다면 보안팀에 문의해 주세요.

시간이 멈추었다.

남은 것은 예약된 업무뿐이었다.

방적기들은 쉼 없이 견인 밧줄, 송전선, 범용 케이블 같은 것들을 만들어 냈다.

백의 대장은 많은 관절들로 그사이를 움직여 나아갔다. 그녀는 관절들이 느끼는 것을 느꼈고, 그것들이 아는 것을 알았다. 백의 대장은 이 정보를 이용해 관절들을 조정했다. 그들은 함께 새로 찾은 집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었다.

모든 드레크는 대장이 허락하는 것보다 많은 팔을 갈망했다. 네 눈의 엘릭스니는 모두 여덟 눈의 엘릭스니에게 질투 어린 시선을 던졌다. 모든 켈과 집정관들은 그들의 뿔을 가능한 한 높이 치켜들었다.

모두 함께한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엘릭스니가 아니었다. 하나의 기적이었다. 수백 개의 관절과 폐와 눈을 지닌 존재.

백의 대장은 이전에 야라스키스라 불렸던 관절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거대한 도해에서 그녀가 맡았던 부분이 대장의 머릿속에 펼쳐졌다.

기지의 앞쪽을 향해 움직여 가자 수많은 다리가 부딪치고 흔들렸다. 관절 하나하나는 불안정할 수 있으나, 그들이 모두 합쳐진 몸은 강했다.

희미한 소리들이 무의미하게 울렸다.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말들. 이방의 정신이 부글거리는 엘릭스니가 아닌 것.

의미 있는 정신은 백의 대장의 그것뿐이다.

손들이 회로와 송전선을 연결했다. 도해는 아름다웠으나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올바른 형태를 찾아나갔다. 정해진 경로로 전력이 흐르도록 하는 올바른 설정을 찾아야 했다.

작업은 계속됐다.

손들이 마지막 케이블을 묶어낼 때까지.

눈들이 위를 올려다보았다. 무릎들은 기쁨으로 구부러졌다. 심장들은 도해의 밝은 부분을 따라 솟구쳤다.

뭉쳐진 군중들 사이 어딘가에서, 손 하나가 레버 하나를 던졌다.

정신이 기쁨에 요동쳤다.

차가운 어둠 속에서 주홍색 불빛이 빛났다.

그것은 수백의 영혼들 속에서 빛났다. 야라스키스는 거기 있었다.

거기 어딘가에.

4. VS 기술자의 썰매

긴급|개인 메시지|미전송| 제발, 아직 서명하지 않았다고 말해 주세요. 지상에 머무르세요. 더 좋은 방법은, 지구로 돌아가 브레이 궤도를 벗어나는—

자신의 썰매에 몸을 기대고 이스트반은 에어 로크 버튼을 때렸다.

에어 로크 스피커를 통해 기지 알림이 흘러나왔다. "차단 절차 개시. 개인 산소 공급 상태 반드시 확인할 것!"

이스트반은 사이클이 완료되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리며 한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기지의 태양 포획기는 자가 복원 기능을 갖추고 있었으나 언제나 무언가가 부서지기 마련이었고, 그렇게 되면 수리는 이스트반의 책임이었다.

이스트반은 알림을 들을 수 있는 자신의 이어피스를 약간 건드려 현재 위치에서 100미터 내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만 알림이 오도록 만들어 놓았다. 다섯 개 섹터나 떨어져 있는 연구실의 문제는 그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최소한 교대 리더가 메시지를 보낼 때까지는 말이다.

"에어 로크 열림. 시스템 충전이 40%로 떨어지면 기술자들은 복귀할 것."

그 절차를 따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부로 안전하게 돌아가기 위한 거라면 40% 충전은 말도 안 되게 큰 예비력이었다. 하지만 기지에서는 야단을 떨며 계속해서 일정한 간격으로 알림을 보냈다.

이스트반은 썰매에 기어를 넣었다.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연구 문제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는 작업에 들어갔다. 태양 포획기 그리드의 전력을 내리고, 손상된 자재를 잘라내고, 대체용 롤에서 새로운 조각을 잘랐다. 들리는 소리라곤 이스트반의 수트가 끼긱거리는 소리와 절단기가 내는 소리뿐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기지 알림이 울렸다. 여태껏 들어본 것 중 가장 큰 소리였다. "93% 충전. 위험 레벨 알파!"

이스트반은 화들짝 놀라 흠칫했다. 절단기가 수리 자재에 구멍을 하나 냈다. 그 이상 방송은 없었다. 아마도 호들갑스런 기지에서 또 잘못된 알림을 보낸 모양이었다.

기지 방송이 다시 울렸다. "93% 충전. 위험 레벨 알파!"

이스트반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불타듯 일렁이는 약간의 반짝임 말고는.

이스트반은 썰매를 잡았다. 썰매가 선체를 향해 나아가며 포획기에 그의 수트가 긁혔다. 자국이 남을 만한 상처였다. 그는 위험을 발견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스트반은 궤도에서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 유성 조각들이 빠르게 날아오며 그가 서 있던 바로 그 태양 포획기를 파괴하는 것을 보았다. 그의 수리 자재 롤이 한순간에 산산 조각났다.

"시스템 충전이 40%로 떨어지면 기술자들은 복귀할 것."

그의 충전량은 86%에 안정적으로 머무르고 있었다.

이스트반은 떨면서 통신했다. "지금 복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