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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4 18:33:05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에피소드: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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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진명3. 공정한 심판4. 무기
4.1. 형식주의4.2. 유리한 지점4.3. 허물4.4. 유독성 베티버4.5. 극복 불가능4.6. 수집가의 운명4.7. 예식4.8. 통치4.9. 달콤쌉싸름4.10. 이단자의 열정
5. 시즌 방어구
5.1. 머리5.2. 팔5.3. 가슴5.4. 다리5.5. 직업
6. 오래된 원한7. 잠들지 못하는 꿈8. 해부 조각9. 포기 선언10. 녹슨 송곳

1. 개요

에피소드: 망령 아이템 지식을 모은 것이다.

2. 진명

당신의 이름을 압니다.

"아, 난 이 부분이 항상 마음에 들었어." 페트라는 그렇게 말하며 읽었다.

"네디가 처음으로 세계를 기록하기 시작한 자라고들 한다. 그녀의 후예들은 이후 젠심 서기와 소금 평원의 해적들로까지 불어났다. 그 최초의 시기에 네디가 천착하던 주요 문제 한 가지는 각성자의 교리 여섯 번째를 촉구하는 것이었다. 우주를 알고 사랑하기 위해, 그녀는 세상의 모든 것을 찾고 그들에 이름을 붙여야 했다.

네디는 관찰자의 고결함으로 우리의 투명하고 지속적인 완전성에 낙관적인 믿음을 고수했다. 타인의 존재를 기록하는 데에는 반드시 거울과 같이 자신이 반영된다. 그러므로, 세계를 구성한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이면서 그녀가 각성자로서의 삶이 얼마나 좋은지 묘사하는 것도 당연하다.

네디는 동식물에, 또 지질학적인 힘과 조수의 흐름에도 이름을 주었다. 새로운 것들, 영구적인 공포와 눈에 띄지 않는 움직임의 숨겨진 목적들에도 이름을 주었다. 마침내 네디는 대단한 명성을 얻게 되었고 방문객들은 순례길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어떤 말로도 묘사할 수 없는 감정이라 해도 네디는 명쾌하게 설명할 것이다. 당신의 문제, 공포, 질병들. 네디는 그 모든 것을 크게 소리내어 말함으로써 견딜 수 있게 해 준다. 존재론으로 그리 되게 한다."

아이도는 열띤 기색으로 치르륵거렸다. "하지만 이게 다 은유인 거겠죠."

페트라는 미소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도 모르지, 누군가 진실을 써서 남기지 않았다면 우리가 어떻게 확신하겠어?"

3. 공정한 심판

의자, 눈가리개, 저울, 그리고 검.

아이도가 근처의 공기 가스 버너의 불꽃을 끄자, 그 위의 비커는 식어갔고, 비커 안의 용액은 두 개 층으로 나누어졌다. 고열에도 용액은 하나로 혼합되지 않았다. 그녀는 초조함에 턱뼈를 달각거렸다.

방문객이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도는 이런 방해를 환영했다. 잠깐의 쉼을 죄책감 없이 스스로에게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반가웠다.

바릭스가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그의 목덜미 털이 연구실의 습도에 엉겨 붙었다. 반달은 근처의 왕좌에서 고개를 푹 박고 있는 미스라악스켈을 슬쩍 보았다. 켈은 강하게 진정제를 투약한 상태였지만 바릭스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바릭스가 젊은 아이도에게 새로운 임무를 가져왔다." 그가 웅얼거렸다.

아이도가 한숨을 쉬었다. 이건 그녀가 바라던 즐거운 쉼이 아니었다. "지금은 새로운 일을 맡기에는 너무 바빠요."

"빛의 가문과 구원의 가문에서 새로 온 이들 사이에 논쟁이 있다." 바릭스는 그녀의 말을 가볍게 받아넘기며 말을 이었다. "수집 권리에 대해 말다툼을 하고 있어. 도시 밖에서 발견된 오랜 함선의 점프 드라이브에 관해서다."

"그렇게 복잡한 문제 같지 않은데요. 당신이 중재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이다. 바릭스는 심판의 가문의 서기니까. 너는 어떤가?"

"저도 그렇게 되고 싶죠! 언젠가는요. 하지만…" 아이도는 연구 도구들과 병든 아버지, 그리고 그를 치료하려는 무수한 헛된 시도들을 생각하며 짜증이 섞인 몸짓을 했다.

"심판의 가문은 모두를 위해 평화를 지킨다." 바릭스가 진지하게 말했다. "단 하나의 가문이나 하나의 켈을 위해서가 아니다. 서기로서 빛의 가문에 대한 너의 충성은 반드시 항상 대의를 따라야 한다."

바릭스는 그의 어린 제자가 연구실에서 나오도록 손짓했다.

"나와라." 너의 친족들을 도와라. 조화를 이루면 그 조화가 너를 이리로 다시 이끌 것이다." 정확히 아버지가 주었을 법한 조언이었다.

아이도는 그의 말에 수긍하며 바릭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죄책감이 마음속을 때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녀는 도시의 북적거림과 선선한 저녁 공기 속에서 안도감이 느껴지는 것을 깨닫고 놀랐다.

4. 무기

4.1. 형식주의

죽음을 깊이 마셔라.

까마귀는 도시의 거리를 슬그머니 걸어 다니며 마스크를 고쳐 썼다. 군중이 붉은색과 금색의 로브를 입은 남자 주위에 몰려 있었다. 남자의 부하들이 음식을 나눠주고 있었다. 까마귀의 배에서도 꼬르륵 소리가 났다. 여자 한 명이 줄에서 밀쳐졌다. "이전에도 경고했는데. 벽 바깥에 사는 부랑자들에게 줄 음식은 없어. 벽 안에 사는 시민들이 우선이다."

——

그는 회상에서 벗어나 판정을 전했다. "당신들이 좋아하든 말든, 이 엘릭스니들은 피난민입니다. 이전에 무슨 서약을 했든 그들은 지금 여기 있어요. 우린 이들에게도 음식을 나눌 겁니다." 까마귀는 그렇게 말하고 통신을 종료했다.

——

"제발, 부디 씨앗 약간이라도—" 까마귀는 망가진 에테르 탱크를 뒤적거리던 것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난 작물을 심으려고 여기 있는 게 아니라 이 난장판의 원인을 찾고자 왔는데." 타이탄은 엘릭스니들을 쫓아다니며 캐물었지만 아무도 증거를 가져오지 않았다. 까마귀는 대담하게 외쳤다. "당신들이 스스로를 돕지 않는다면 나도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

"텐트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피난민들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어요. 구역 설정 요청은 허용할 수 없습니다." 까마귀가 통신을 종료했다.

——

"저 수많은 형식이나 관례 따위를 도저히 참아주기가 어렵군." 스페이드 에이스 소리가 무전을 통해 들렸다. "때로는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면 문서 작업 따위는 책상 아래로 좀 떨어뜨려야 할 때도 있지."

까마귀가 잠시 말을 멈췄다. "무법 상태가 되면 더 좋겠나?"

"해안은 놀러 가기 좋지! 오래는 있지 못하겠지만."

——

까마귀는 완전히 지쳐 걸려 오는 홀로그램 통신을 무시했다. 아이도가 한 말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4.2. 유리한 지점

가장 무서운 존재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까마귀는 팔꿈치를 무릎에 내린 자세로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채 앉아 있었다. "도저히 모르겠다. 어떨 때는 차라리 목격자를 상대하는 게 더 쉬웠던 것 같아."

바둑판 반대편에서 음료를 마시던 살라딘은 사레가 들려 탁자에 그것을 거의 뿜을 뻔했다. 까마귀가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진짜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거 알잖아."

"아니어야 될 거다. 아니면 이 대화의 향방이 아주 달라질 거야." 살라딘이 응수했다.

"그러니까 목격자는 결국 우리가 이름 붙일 수 있는 상대였잖아. 정체를 알 수 있었지. 아주 구체화된 목표로 단일화된 존재였으니까. 그리고 쓰러트리니까 끝이 났지. 우리도 그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었어." 까마귀가 말했다. 그가 바둑돌을 하나 놓았고 살라딘은 빠르게 반격하며 영토를 넓혔다.

"지금까지 읽은 보고서들에 따르면 메아리들은 좀 다르더군." 살라딘도 대답했다.

"바로 그 말이야. 정확히 얼마나 많은 메아리들이 있는 건지, 뭘 원하는 건지 전혀 모르잖아. 그 이유도 말이야. 예측이라는 게 불가능하다고."

"흠. 자네는 그 어떤 패턴도 없고, 목적도, 전략도 없는 적을 상대해 본 적 있나?" 살라딘이 지그시 까마귀를 바라보며 물었다.

"…없다. 하지만 그림자에 대고 주먹질을 하는 느낌은 나한테도 불편해. 그런 걸 어떻게 쓰러트리지?" 까마귀는 대답하며 한 수를 두었다가 즉시 후회하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어떨 때 승리란 이기는 문제가 아니라 지지 않는 문제에 가깝기도 하지. 의도의 문제랄까—" 살라딘이 말했다.

"그리고 관점의 문제." 까마귀가 뒷말을 이었다. 그는 문득 손안의 바둑돌을 집중해 바라보았다.

4.3. 허물

허물을 벗고, 새로운 존재가 되어라.

에카아스크는 아이도가 거미의 술집을 향해 거리를 가로질러 허둥지둥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어린 서기는 어깨 너머를 슬쩍 넘겨보며 뭔가 두루마리처럼 보이는 수수께끼의 물체를 가슴에 꼭 쥐고 있었다.

켈의 딸은 속임수라고는 전혀 쓸 줄을 몰랐다. 에카아스크는 그것이 사랑스럽게 보였다.

아이도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편하게 걸으라고. 한 숨 크게 들이쉬고, 즐겁고 무해한 것을 생각하라고. 하지만 그건 그의 역할이 아니었다.

근처에 반쯤 조립되다 만 파이크 아래쪽에서 다소 무례한 치르륵 소리가 들렸다. "에카아스크, 그 전압 시험기 어디 있어?"

에카아스크는 흠칫 놀랐다. 아래쪽 팔로 아직도 그 전압 시험기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클리픽스가 건져 온 차량 아래에서 미끄러져 나오며 턱뼈 근처의 짧은 털들을 빳빳이 세웠다. 짜증이 났다는 의미였다.

"눈 세 개만으로 이걸 할 만큼 넌 똑똑하진 않다고." 클리픽스가 빈정거렸다.

에카아스크는 전압 시험기를 그의 선배에게 건넸다. "죄송해요. 잠깐 정신이 팔렸어요."

클리픽스는 신참 엔지니어가 집중력을 잃은 이유를 재빨리 알아차렸다. "켈의 범선에서 나온 것 때문은 아니길 빈다." 그가 암시하는 투로 딱딱거렸다.

"당연히 아니죠." 에카아스크가 방어적으로 대꾸했다. "그냥 인간들의 물렁물렁한 껍질을 보고 그랬어요. 징그럽잖아요."

클리픽스가 부정적으로 치르륵거렸다. "뭐가 됐든 그만 생각해. 누가 널 쓸 만하다고 생각하게 되기 전까지 배워야 될 게 산더미다. 인간이라 해도 말야. 이제 도관 확공기 줘."

에카아스크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그는 하찮은 드레크에 불과했다. 하지만 배워나갈 것이었다. 그리고 털갈이도 하겠지. 언젠가는 원하는 대로 말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인물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날이 오기까지는 조용히 노력하며 아이도의 비밀을 혼자 간직하며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4.4. 유독성 베티버

장인은 자연의 법칙을 깨닫고 그 법칙을 깨트릴 수 있어야 한다.

방직공은 자신이 직접 만든 바구니를 가슴에 안았다. 약재상의 전통적인 도구들 사이로 현대적인 플라스크와 뷰렛이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는 그가 실망한 듯 턱뼈를 딸깍거리는 소리를 냈다.

"시장에 가는 길을 잃어버리셨나요, 방직공?"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남라스크는 차분하게 뒤돌아 강철 같은 아이도의 시선을 마주했다. "도구를 존중 없이 다루시는군요."

"마감이 급하거든요. 제 작업장 비평은 다른 날 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아이도가 쏘아붙였다.

"벨라스크, 빛 속에서 당신을 반기며…" 남라스크가 그녀의 가시 돋친 말을 무시하며 말했다.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당신이 쓰셔도 되고 아니면… 학살자 남작을 위해 쓰셔도 됩니다." 그는 다채로운 추출물과 가루류의 염료가 가득 찬 정교한 바구니를 내밀었다. "한 명의 장인으로서 다른 장인께 드리는 겁니다."

"요청한 적 없는데요." 아이도가 경계하는 눈빛을 던졌다.

남라스크는 어둠이 드리운 뒤편의 켈의 왕좌를 향해 깊이 이렐리이스식 인사를 했다. "아이아, 압니다. 하지만 당신의 아버지에게 제가 이야기했듯, 고품질의 염료는 천에도, 약용으로도 좋습니다. 우리의 세계는 그렇게 다르지 않아요."

아이도가 조소 담긴 콧김을 내뿜었다. "제가 보기에 당신과 나는 아주 다른 것 같네요."

남라스크가 그녀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지요. 하지만 언젠가 위대한 켈이 제게 이런 말을 한 적 있습니다. 삶을 가꾸는 것은 방직의 목표와 같다고. 당신도 그렇지 않나요?" 그는 다시 바구니를 내밀고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아이아." 아이도는 마침내 대답하고는 주저하며 감사의 인사와 함께 바구니를 받았다.

4.5. 극복 불가능

산은 한 번에 한 입씩 먹어 치워야 한다.

뒤엉킨 해안 외곽에서의 삶은 그 무엇보다도 고적했으나, 그곳에 남은 몇 안 되는 엘릭스니들은 보고를 듣고는 알아차렸다. 떠날 시간이었다.

"범선까지는 얼마나 가야 하죠?" 드렉 하나가 헐떡이며 물었다. 대원들의 산더미 같은 짐이 그의 등을 짓누르고, 팔들에 그득 매달려 있었다.

"네 녀석이 마지막 파이크를 부수지 않았다면 지금쯤 이미 도착해 있을 거다." 반달 하나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그때 갑자기 가냘픈 울음소리가 공기를 가르고 들려왔다. 절박하고 커다란 것이 꼭 아이의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드렉은 퍼뜩 멈추고는 귀를 기울였다. "이게 무슨 소리지?"

재빨리 달려간 그는 분화구 깊은 곳에서 버려져 울며 기어다니는 새끼 한 마리를 발견했다.

"새끼 한 마리가— 암흑 에테르에 둘러싸여 있어!" 그 드렉이 소리쳤다.

반달이 드렉의 목덜미를 움켜잡고는 소리를 질렀다. "멍청한 놈! 우린 가야 해!"

하지만 너무 늦었다. 피에 굶주린 망령 경멸자 무리가 메아리치는 비명과 함께 지평선을 채우며 그들을 향해 덮쳐 내려오고 있었다.

푸른색 갑옷을 걸친 군단병 하나가 뒤엉킨 해안의 황량한 땅에서 울음소리를 추적하고 있었다. 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점점 더 절박해졌다. 아이가 우는 것만 같았다.

그는 분화구 깊은 곳에서 버려져 울며 기어다니는 새끼 한 마리를 발견했다. 군단병은 조심스럽게 균열 속으로 내려갔다. 새끼를 다독이자 몸 주위로 암흑 에테르가 소용돌이치는 녀석이 빠르게 군단병에게 달라붙었다.

망령 경멸자 무리가 함성을 터뜨리며 쏟아져 내려왔다. 군단병은 재빠르게 하나를 처치하고는 그 기괴한 입속에 수류탄을 쑤셔 넣은 뒤 우글거리는 무리로 던졌다. 곧 폭발음이 울리며 군단병과 새끼 주위로 경멸자 무리의 몸뚱이 조각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새끼는 군단병 뒤에 떨며 웅크리고 숨어 있었다.

마지막 남은 경멸자가 뒤에서 군단병을 덮치더니 무기를 날려 버리고는 그를 쓰러트렸다. 썩어가는 괴물은 병사에게 달려들었으나 갑자기 동작을 멈추더니 고통에 울부짖었다. 몸을 돌리자 통통한 새끼가 경멸자의 다리에 이를 박은 채 매달려 있었다. 군단병은 즉시 보조 무기를 빼 들고는 경멸자의 머리에 총알을 박았다.

그는 애정 어린 손길로 새끼를 안아 들었다. 녀석은 다친 데 없이 말짱했다. 입에서 줄줄 흐르는 것들을 닦아낸 군단병은 웃음을 터뜨렸다.

"산처럼 많은 놈들의 첫 살점을 뜯었구나. 넌 오늘부터 진정한 기갑단으로 인정해 주마, 꼬맹이!"

4.6. 수집가의 운명

수집가들이 발을 딛기 무서워하는 곳으로.

아르하는 분노에 차 데이터 패드를 땅에 집어 던졌다. 패드는 한 번 튕기더니 밀수품 사이온 무기 상자 위에 떨어졌다. 화면은 계속해서 맹렬하게 깜박였다.

연결 유실… 연결 재설정 중… 실패… 연결 유실…

도리가 없었다. 거미에게 가서 소식을 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범죄 조직의 두목은 술집에서 커다란 모피 조끼를 입고 업자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눈 뒤 살짝 고개를 끄덕여 아르하에게 거래가 체결되었다는 신호를 보냈다. 머지않아 시련의 장 내기 게시판에 베팅 배당률이 상당한 수준 변경될 것이다.

아르하가 조용히 딸그락 소리를 몇 번 냈다.

.::: .:. : .:. :. :. 문제 미광체 유실

아르하는 거미의 얼굴이 헬멧 아래에서 찡그려지는 것을 감지했다. 나이 든 엘릭스니는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에게 대충 손을 흔들고는 말없이 뒤편 방으로 사라졌다.

"이런, 스키라같은 놈, 이번엔 또 뭐야!?"

"청소부 대원을 또 하나 잃었어요, 대장." 아르하가 대답했다. "이이라아크가 리프에서 엄청난 포격을 당했어요. 몇 분 있다가 신호가 꺼졌고요."

"이번 사이클에만 세 번째다." 거미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대체 대원을 보내. 이번에는 중장비 갖춰서. 이이라아크의 함선에 있는 항법 시스템은 돌려받아야겠어."

거미는 떠나려고 몸을 돌렸지만 아르하는 그를 멈추고 싶었다. "하지만 저," 그가 불쑥 말했다. "대원들이… 안 가려고 합니다. 피크룰이 사라질 때까지는 안 간대요."

거미가 으르렁거렸다. "안 간다고? 하극상처럼 들리는데."

"두려워서 그래요. 거미보다 피크룰이 더 무서운 거죠." 아르하가 어깨를 움츠리며 대답했다.

"그 부분은 고쳐 줘야겠군. 하지만 더 이상 선례를 만들 여력이 부족하긴 하지." 거미가 위협적으로 말했다.

"그 구역에서 말이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군. 이젠 크게 상관없지만 말야. 전문가를 불렀으니까."

그는 떨어진 데이터 패드를 집어 들고는 통신 채널을 열었다. "가장 수익성이 좋은 고객을 환영해야지…"

4.7. 예식

원을 만드는 것.

스크립을 못박는다

떨리는 낭포

노래한다

이르소벡스 - 디

피부를 가른다 고통의 비명

뿜어져 나오는 암흑 에테르

꿈틀대며

샤스키 이르소벡스

사슬에 사슬을 조이며

사슬에 사슬

디 디 디

농포를 할퀴고

피부를 찢는다

비명 비명 비명

이르소벡스 – 디

디 디 디

해골은 우그러지고

침묵

비틀어 열고

샤스키 이르소벡스

사슬에 사슬에 칼날

원을 만든다

디 디 디

이제 살아

깜박이는 불빛

4.8. 통치

너만의 빛에 맞추어 살도록 해라.

소총이 발사되는 첫 번째 소리가 분화구의 울퉁불퉁 얽은 벽에 부딪쳐 강하게 울렸다. 경멸자는 멍하니 소리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불과 몇 초 만에 모두 하나하나 쓰러졌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처리였다.

졸리온 틸은 몸을 끼워 넣고 있던 좁은 틈 사이에서 자세를 곧추세우고는 소행성의 황량한 지면을 훑어보았다. 어떤 형체 하나가 바위 형성물 뒤편에서 슬그머니 나오고 있었다. 네 팔을 든 채로, 떨면서. 경멸자는 아니었다.

리프의 이쪽 편에 있는 몰락자 주거 시설은 구원의 가문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땅거미 가문의 것인지도 모른다. 방사선으로 탈색된 그들의 누더기는 너무 바래고 넝마가 되어 이제 너덜너덜했다.

졸리온은 물자와 통신 코드를 남겼다. 만약 계속해서 도움을 받고 싶다면 그들이 직접 요청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그렇게 하겠지.

그는 일단 페트라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축약한 통신을 다른 곳에 전달했다. 피난민들이 그쪽으로 더 갈 겁니다, 라고.

도약선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 답장이 왔다. 익숙한 암호화로 이루어진 텍스트 메시지였다. '고맙다, 졸리온. C가.'

졸리온은 조종석으로 올라탔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갈 것이다.

4.9. 달콤쌉싸름

탐욕의 음악이 내 혈관을 타고 노래한다.

트리스탁은 반달의 머리를 갈라 버리며 크게 울부짖었다. 다른 죄수들이 모서리로 도망치듯 물러났다. 여전히 움찔거리는 아래턱뼈에서 뜨거운 액체가 똑똑 떨어져 그의 방어구를 적셨다.

"너희 중 누구도 구원의 가문의 깃발 아래 설 가치가 없다!" 다른 전사들까지도 흠칫했다. 민간 엘릭스니들은 흐느끼거나 구토했다. 아무런 희망이 없다는 것이 너무도 명확해지고 있었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 싸웠고, 정의를 위해 싸웠다. 그런데 너희 겁쟁이들은 가문을 배신했어!"

트리스탁의 목구멍에서 분노가 들끓었다. 다른 죄수들이 서로 더욱 가까이 뭉치는 것을 보며 그의 분은 한층 맹렬히 타올랐다. 차가운 공기가 훅 끼쳐들며 트리스탁의 더듬이를 뒤로 당겼다. 그는 뒤쪽으로 누구의 존재도 느낄 수 없었으나, 동료 죄수들이 그의 흉갑보다도 훨씬 먼 곳을 바라보며 공포에 질린 눈을 하는 것을 보았다.

"무모한 젊음의 냄새는 무척이나 달콤하지. 네 진정한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잘 짜내어 주마."

트리스탁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공포와 대면하기를 거부했다.

그의 목이 뒤쪽으로 꺾였다.

하나의 음이 그의 흉곽 안을 울렸고, 모든 분자 하나하나가 그 쓰디쓴 음조에 조율되었다. 선율처럼 흐르는 독성 물질이 트리스탁의 근육을 적셨다. 불협화음이 뒤따르면서 박자에 맞춰 메아리치는 박동과 화음을 이루며, 새로운 힘으로 그를 채웠다.

"내 달콤한 토닉으로 넌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그러면 너는 내게 더 많은 자들을 데려오너라."

트리스탁은 새로운 생명으로 숨 쉬었다. 이전에 품었던 이상은 정신을 날카롭게 벼리며 안개처럼 흩어졌다. 새로운 턱뼈를 널찍하게 벌리자 죄수들은 악취 속에 다시금 울부짖었다.

4.10. 이단자의 열정

어떤 이들에게, 방랑은 끝나지 않는다.

아이도는 에테르를 호흡기로 한 모금 들이마시고는 바릭스에게 호흡기를 건넸다.

연구하던 중 잠시 조용히 쉼을 즐기고 있기는 했지만, 에라미스와 나누었던 대화가 머릿속을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기계로 만든 에테르가 진짜 그렇게 다른가요? 리이스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것과 화학적으로 동일하잖아요."

바릭스는 아래쪽 팔들을 뚱하게 으쓱였다. "넌 기계들 사이에서 길러졌지. 기계들이 먹였고. 그들의 영혼을 네 영혼과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저희 엄마는 범선이었다고요!" 아이도가 농담조로 말했다. 바릭스는 그 익숙한 농담에 수심 어린 치르륵거림으로 응답했다.

"기나긴 항해 동안 엘릭스니는 기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졌죠. 기계들은 슬픔과 생존의 시대에 구원자였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범선은 감옥이 된다. 서비터는 간수가 되지. 이걸 피크룰보다 절실히 느낀 자는 없다."

"그래서 서비터를 그렇게 안 좋게 말하는 건가요?"

"엘릭스니의 의존성에 대해 안 좋게 말하는 거다." 바릭스가 정정했다. "그리고 죽은 세계에 우리를 묶어두던 전통에 대항하는 것이지."

반달이 말을 이었다. "그게 그렇게나 많은 이들이 피크룰을 지지한 이유지. 항해 중 태어난 자들도 말이다. 핏속에 흐르는 노래가 우리의 본성을 잊었다 알렸다. 우리는 기계를 숭배하며 꺼져갔다고."

바릭스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호흡기를 다시 돌려주었다.

"그래, 기계로 만든 에테르도 화학적으로는 옛 리이스의 것과 동일하지. 하지만 그 영혼은…" 그는 말을 흐리며 다시 사색하는 치르륵 소리를 냈다.

"알 것 같은 느낌이에요." 아이도가 우물우물 대답했다.

그녀는 다시 에테르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난생처음으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금속성의 찌릿한 맛을 느꼈다.

5. 시즌 방어구

5.1. 머리

울란 탄이 옳았다.

[구원 기록:: 서비터 니릭스 인식 피드 더미:]

[[고주파 대화 필터링]]

ER: 지원 요청 전송했다. 이 대화는 종료되었다.

IX: 내게 대답해 줄 것이 남았다.

ER: 너는 네 켈에게 충성을 빚졌다. 대피를 위해 둥지를 준비해라.

IX: 그들은 널 죽일 거다. 아니면 죽음보다 더 끔찍한 것을 주겠지.

ER: 내가 기꺼이 지불할 대가다. 우리 종족끼리는 경멸자에게서 살아남지 못했을 테니.

IX: 하지만 우리는 어떤 상태로 생존하게 될 것인가?

ER: 무엇이든 소멸보다는 낫지.

IX: 인간의 우리 속에서는 다른 생각이 들 거다.

ER: 떠나라. 무기 준비를 해야 한다. 경멸자가 가는 곳에는 그가 종종 따르곤 하지.

IX: 언제나 그렇듯 나는 나의 길을 간다. 다시 널 보지 못한다면, 옛 리이스의 한 조각이 또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되겠지.

[날카로운 쉭쉭거림. 금속성 신음과 흔드는 소리.]

IX: 우리 속에서는 지휘할 수 없다. 무덤 속에서는 영향을 줄 수 없어.

ER: 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한다. 내가 가진 것으로.

5.2.

그림자를 역이용해 그들에게 맞서라.

책상 아래에서 그의 무릎이 뻣뻣이 굳었다.

자발라는 처음에 그것을 무시했다. 무릎 한쪽에서 통증이 스멀스멀 올라와 종아리 위쪽까지 타오르도록 내버려두었다. 다리에 뻣뻣한 통증을 느낀 횟수를 세자면 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아침 자리에 앉자마자 느낀 이 통증은, 그전과는 달랐다.

그는 의자를 뒤로 밀고는 무릎을 내려다보았다. 무릎에 무리를 준 적이 있었나? 아직 운동은 하지 않았고, 평소에 가던 정찰도 가지 않았다… 무리가 갈 만한 일은 전혀 한 것이 없었다. 그런데 왜 무릎에서 통증이 느껴지지?

의문은 금세 풀렸다. 늙기 시작한 것이다.

자발라는 이런 날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 타르지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그는 어느 정도 이 피할 수 없는 신체적 변화에 맹렬하게 저항하는 데 단련을 한 셈이었다. 그는 자신의 신체와 협상하는 법을 계산했다. 극기심으로 그것의 무릎을 꿇려 완고한 명령에 복종하도록 하는 법. 하지만 자발라가 계산하지 못했던 것은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가였다. 노화를 두려워하며 필멸의 증거에 공포심을 느끼는 게 당연할 터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는 한 손을 욱신거리는 무릎 위에 놓았다. 공경하는 마음으로. 손바닥 아래에서 그 통증을 명확히 느꼈다. 자신의 통증. 진실된 통증. 불길하며 귀중한 그것. 노화가 시작되었다. 그는 늙어갈 것이었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즐거운 생각이 그의 가슴속을 덥혔다. 늙어갈 정도로 오래 살다니 이 얼마나 행운아인가. 자기 자신과 지평의 물질 사이에 그런 공간을 만들다니 이 얼마나 귀중한가.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남았을까? 그 시간을 책상 아래 욱신거리는 무릎을 부여잡고 보내는 것이 최선일까?

"자발라?"

아이코라가 문가에 서 있었다. 수백 년의 시간을 알고 지낸 덕에 자연스레 이끌려 온 것이었다.

자발라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그는 무릎을 쭉 폈다.

아이코라는 그가 몸을 푸는 것을 바라보며 서글프게 미소 지었다. 필멸하는 친구들이 늙어가는 것을 보며 지었던 미소였다.

사령관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거운 체념이 아닌 만족스러운 확신이 담긴 한숨이었다. 그가 친구를 바라보았다. "한 주 정도 휴가를 내고 싶군."

아이코라가 고개를 끄덕인 뒤, 반쯤 미소를 남기며 말했다. "2주 정도는 어떠신가요?"

5.3. 가슴

보이지 않는 구원.

유형: 레드잭 감시 피드 [21058]

팀: 다섯[5]. 하나[1], 수호자-유형, 직업 헌터[u.1]; 하나[1], 프레임-유형, 유닛 전투[u.2]; 셋[3], 경멸자-[오류] 유형.

협력: Lev [유닛5003]; 경멸자; 시련의 장; 프레임; 샤크스 경; 레드잭

//오디오 사용 불가//

//이하 교신 기록…//

[u.1:01] 긴장 풀어, 내가 왔으니까.

[u.1:02] "긴장 풀라"는 말은 그만하라는 거야. 산산조각 나 있으면서 일을 더 악화시키고 있잖아.

[u.2:01] 적들이 계속 전선에서 밀려오고 있습니다. 스캔 미완료.

[u.1:03] 네 화력팀은 끝났어. 내가 탑으로 널 데려가서 연결시키지 못한다면, 그 스캔은 무의미해.

[u.2:02] 공격입니다.

[엄청난 초인과적 에너지로 슉슉거리는 소리가 피드에 몰려오고, 크게 부러지는 소리가 세 번 들린다.]

[u.1:04] 그만 움직여.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u.2:03] 고맙습니다, 수호자. 스펙트럼 분석 완료.

[u.2:04] 헌터 선봉대의 추정이 옳았습니다.

[u.1:05] 까마귀는 보통 맞긴 하지. 뭐에 관한 건데?

[u.2:05] 알려지지 않은 경멸자 유형이지만 적은 살아 있었습니다. 또한 여행자의 에너지 복사가 그들의 몸체 내 암흑 에테르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 탐지되었습니다. 즉, 저들의 근원은 초인과적 힘일 수 있습니다.

[u.2:06] 증명하려면 레드잭 감시를 통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u.1:06] 조용히 해. 놈들이 날 몰래 덮치지 않도록 확실히 보고.

[u.2:07] 유형-피크룰이 가는 곳마다 도시의 엘릭스니는 위험에 처합니다.

[u.1:07] 알아. 찾아낼 거다.

[u.2:08] 수호자들은 해당 유닛 유형을 처치하는 실재적 수단을 찾지 못했습니다.

[u.1:08] 도움이 안 되네.

[u.2:09] 전투를 통해 확증을 찾도록 당신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u.1:09] 샤크스. 당신이 모든 피드를 듣는 거 알거든요. 그쪽 친구 땜에 공황 발작 오겠어요.

5.4. 다리

사랑의 행위는 거래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미로 같은 시장 깊은 곳, 도시 주민들이 북적이며 시장을 돌아보며 즐기고 있었다. 강철 전쟁 야수는 신선한 과일을 시식하고 있었고, 각성자는 빵 가격을 흥정하고 있었다. 상인들과 장인들 사이로 고기 굽는 냄새와 로즈마리 냄새가 바람결을 타고 퍼졌다.

나이 든 엘릭스니가 오래 써 반질반질해진 베틀에서 능숙하게 천을 짜 내는 것을 보기 위해 세인트-14이 발걸음을 멈췄을 때, 그 흥겨움은 더욱 강렬하고 확실하게 다가왔다. 천 위에 짜인 상징은 엑소에게는 독특하고 낯설었지만 그는 생동감 넘치는 청색 천에 비치는 무지갯빛을 경탄에 차 바라보았다.

켈에게 어울리겠군, 세인트는 그리 혼잣말을 했다.

그때 목에 숨이 턱 걸리며 손이 떨렸다.

기억 한 줄기가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그 순간 세인트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수치심뿐이었다.

그는 황급히 군중을 헤치며 베 짜는 이로부터 달아나, 차 가판대 앞에 섰다. 그가 거절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세인트의 손에는 시식용 차가 한 잔 놓였다. 그는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손안에는 불투명한 액체가 김을 모락모락 뿜어내고 있었다. 마치 약과 같이 톡 쏘는 냄새가 났다.

마치 어둠을 증류한 것 같다는 걸, 그는 알아차렸다—

그때 목에 숨이 턱 걸리며 손이 떨렸다.

기억 한 줄기가 머릿속을 채웠다. 그 순간 세인트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슬픔뿐이었다.

그가 비틀거렸다. 사과의 말과 함께 뜨거운 액체가 온통 쏟아졌고, 시장의 소리가 희미하게 귓속으로 웅웅거렸다. 벗어나야 했다. 웅웅대는 소음, 뜨거운 차, 그 모든 것으로부터.

그는 눈을 감고는 열띤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세인트가 조용한 곳에서 마침내 정신을 차렸을 때는, 도시의 벽으로 황혼이 서릴 즈음이었다. 주위에는 푸르른 덩굴이 위에서부터 뻗어 내려오고 있었고 아래로는 미스락스의 낡은 의료 서비터가 종종 기다리고 있던 바닥으로 그의 투구 그림자가 길고 가늘게 뻗어 나가고 있었다. 세인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혼자였다.

세인트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기념품인 작은 곰인형을 켈의 왕좌에 놓았다. 그리고 부드럽게 곰인형의 라벤더색 리본을 바로 매어주었다. 바스락거리는 새틴이 곰의 흐릿한 검은 눈, 살짝 낡은 귀, 많은 사랑을 받은 털과 대비되며 빛을 발했다. 한때 도시의 아이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던 선물이었다.

선물, 한때 거대한 상실 앞에서 세인트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던, 그 거대한—

그때 목에 숨이 턱 걸리며 손이 떨렸다.

여러 줄기의 기억들이 가슴 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오시리스.

그의 강한 웃음소리. 깊고 풍부한 눈. 따뜻한 웃음. 그의 손길.

편안한 기억이었으나 지금 이 순간 그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죄책감뿐이었다. 단검이 몸을 가르듯, 강렬하고 무시무시한 날카로움이 따스함을 가르며 피를 흘렸다. 세인트는 깊이 숨을 내쉬며 앞에 놓인 텅 빈 왕좌 주위에 놓인 의료 장비를 노려보았다.

"내 기쁨의 대가." 세인트는 속삭여 말한 뒤, 흐느끼기 시작했다.

5.5. 직업

역사의 긴 그림자 속.

언데드의 비명이 폐허가 된 리이스의 부활의 벽을 튕겨, 안전한 곳으로 이어지는 길이라면 뭐든 흐려 버리는 눈보라에 실려 나갔다. 작은 무리의 엘릭스니는 둑에서 갈라졌고 이 버려진 골목으로 흘러 내려왔다. 구원의 범선은 이 창백한 괴물들로부터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들에게 무슨 가망이 있겠는가?

두 번째 탈피 때문에 그녀는 평정을 지킬 수 없었다. 어머니가 꼭 붙잡아 주자 그녀의 촉각샘에서 체액이 흐르기 시작했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목소리가 똑딱거리는 그르릉거림을 잠재웠다.

"공포의 냄새가 나는구나."

그들 위에서는 망령의 무게에 눌려 금속성의 끼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드렉 하나가 급히 움직였으나 창이 날아와 그의 무릎을 바닥에 꽂아 버렸다.

"울지 마라." 그것이 노래 부르듯 말했다. 너무 가까워서 그 턱뼈가 드렉의 호흡기에 닿을 정도였다. "기뻐하라. 오늘 너는 온전해질 것이니." 무리가 서로를 꼭 껴안았고, 거대한 언데드는 침을 흘렸다.

그때 형광빛의 선이 돌연변이의 껍질을 낚아챘고, 보이지 않는 손처럼 허공으로 끌어당겼다.

언데드의 목줄기에서 쓴 체액이 터져 나오면서 어머니는 새끼의 눈을 가렸다. 섬광과 같은 속도로 두 번의 공격이 더 가해졌고, 언데드가 눈 속으로 쓰러진 뒤에야 빛의 실은 그것을 놓아주었다.

두 번째 탈피는 학살자 남작을 보자 떨어져 나갔다. 마치 오래된 서사시처럼, 돌풍을 뚫고 나온 모습이었다.

"엄마!" 새끼는 안도감에 속삭였다. "엄마가 해준 이야기의 운명 직조자예요!"

눈더미가 쓸려 나가고 꼿꼿이 선 형체의 낯선 몸이 드러났다. "그 이야기는 아니야. 새로운 직조자구나."

6. 오래된 원한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세요.

가마우지급 암호화된 메시지가 이어집니다.

오디오 감시 기록 AA726CBJ913JHS443

미해결 평가: 대기 중 명령

빛 속에서 당신을 반깁니다, 익시스. 대화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빛의 가문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고요?



오! 음. 불쾌하지 않습니다. 우리 가문을 모두가 네 팔 벌려 반기는 건 아니니까요.



꺼려지시는 것도 이해합니다. 당신의 역사는 제 것보다 훨씬 깊으니까요. 바릭스가 끊임없이 제게 일깨우는 것처럼요. 당신에겐 인간들을 믿을 이유가 거의 없군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황혼의 틈 이후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 것도 인정하셔야 해요. 역사의 새로운 장입니다. 항해 이후로 가장 거대한 발전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요. 오래된 경쟁심을 넘어 새로운 관계를 구축할 기회—



에라미스켈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진화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당신의 세대가 겪어 온 고난에 대해 그녀와 길게 이야기했지요. 인간의 손에 의한 것도 많았고요. 예전의 방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빛의 가문의 어린 엘릭스니들은, 항해 이후에 태어난 그들은 더 많은 죽음을 갈구하지 않아요. 우리는 인간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지 않습니다. 인간은 이제 우리의 이웃이에요.



음, 협력이 패배라면, 우린 패배한 거군요! 우리의 공경하는 조상들이 남긴 피칠갑의 엉망진창 덕분이죠!



죄송합니다. 사려 깊지 못한… 말이었군요. 당신이 많은 것을 겪고 견뎠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자부심을 잃는 것이 평화의 대가라면, 기꺼이 그 대가를 치르겠어요. 빛의 가문은 오래된 쓰라림에서 자유롭게, 또 안전하게 새끼들을 길러낼 겁니다. 또 그에 감사할 것이고요. 언젠가는 당신도 저와 같은 시각에서 도시를 바라볼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입니다.

7. 잠들지 못하는 꿈

"그 애를 보호하겠다… 나 자신에게서조차도." —빛의 가문 켈 미스라악스

팔다리가 부자연스럽게 굳기 시작했다.

눈이 어두운 방을 훑는 동안 호흡이 헐떡이고 빨라졌다. 목을 들어 올리려는 시도조차 불가능했다. 마비가 뼛속 깊숙이 파고든 탓이었다.

그는 무언가의 존재를 느꼈다. 거의 알아차리기도 힘든 미묘한 느낌이었지만… 미스라악스는 알고 있었다. 말을 해보려 했지만 아래턱뼈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방 안의 어둠이 나직이 호흡했다.

미스라악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바리이시스 코어를 개발하는 동안 침구로 사용했던 담요 끄트머리 쪽을 바라보았다. 근처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을 통해, 그림자에 가려진 손이 쭈글쭈글한 손가락을 움켜쥐고 천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괴로울 정도로 느릿느릿 몸을 쓸고 올라오는 손에서 오싹한 기운이 느껴졌다. 손에서 뻗어 나온 손가락들은 덩굴이 춤추듯 격렬하게 들썩였다. 속삭임들이 합창이 되어, 교향곡으로 울려 퍼졌다.

그 존재가 고개를 들어, 눈빛을 드러냈다.

…졸개여…

미스라악스의 정신 속에서 그것의 목소리가 울렸다.

…죽음의… 공포를 마주한… 켈이여…

불길한 섬광이 그의 정신을 사로잡았다. 불. 불타는 건물들. 비명 지르는 엘릭스니. 처음엔 자신의 기억이 아니라 리이스에서 있었던 일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곧 익숙한 최후의 도시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가 사는 곳.

미스라악스는 그림자와 피로 얼룩진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들의 현실로 만들어주리라…

아래쪽에 찢기고 피투성이가 된 시신이 보였다. 아이도의 얼굴이었다.

공황이 그를 덮쳤다. 공포가 몰아쳤다. 알 수 없는 형체 위에 입이 생겨났다. 차가운 입김과 날카로운 이빨에서 검은 진흙이 뚝뚝 흘러내렸다…

"안 돼!"

미스라악스가 벌떡 일어났다. 갑자기 몸이 자유로워지며, 텅 빈 방이 눈에 들어왔다.

문이 벌컥 열렸다.

"아버지?!"

아이도는 무사했다.

미스라악스는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숨만 헐떡이며 담요를 내려다보았다. 천의 찢어진 틈새로 몇 줄기의 어둠이 스며 나오는 것이 보였다.

8. 해부 조각

깊게 도려냅니다.

당신은 라물로스를 적 모함과 정렬하도록 이끌었다.

그들도 아마 도움을 요청한 당신의 켈에게 응답을 한 것 같았다. 당신의 장비는 에테르로 축복받은 여러 생명 신호를 감지했다.

켈에게 탈출 계획이 있는지, 혹은 항복할 의향이 있는 건지, 잘 깔린 계획에서 어떤 요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당신은 궁금했다.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당신은 조용히 시스템의 동력을 끌어올리고 전기 무기를 가동했다…

그리고 갑자기, 당신을 당신이라는 존재로 만들어주던 기억들이—

디 디 디

꿈, 음성, 새로운 켈에게 속한다, 더 이상 엘릭스니가 아니다.

사슬에 사슬 에 사슬

활력 넘치는

피 흘리는 뇌

켈 중의 켈로서 아버지, 비의 가문의 예언을 다하라.

디 디 디

아버지는 원치 않으신다, 아버지는 이전의 당신을 원한다,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것은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개념 자체를 파괴하라, 그자들이라는 개념을 파괴하라—

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라물로스에 새로운 경로를 설정하라, 다리를 곧장 지르는 길, 켈의 계획을 슬쩍 들여다본다.

그가 소행성대를 전부 태워버리고자 하는 길, 새로운, 더 나은 자들을 위한 새로운 고향

우리는 남는다

당신이 볼 수 있다면 좋겠으나, 길은 여기서 끝난다는 것을 안다, 다리에서

다리의 반대편에서.

디 디 디

9. 포기 선언

추가 예정

10. 녹슨 송곳

적의 몸통을 뚫는 예리한 금속성.

그는 차량의 전면에 녹슨 강철 조각을 용접했다. 하디움 용접기에서 나오는 빛이 덮쳐 와 시야에 붉은 막을 남겼다. 그는 눈을 깜박이지 않았다. 불타는 금속이 손의 살점을 까맣게 태웠다. 그는 꿈쩍하지 않았다.

족장이 뒤를 지나갔다. 그는 더미에서 길고 뾰족한 조각을 하나 더 골라냈고 용접공의 등 한가운데를 찔렀다.

용접공은 치르륵과 구르륵의 중간쯤 되는 소리를 냈다.

짜 증 방 ㅎ ㅐ 무 엇을 원 하

족장은 금속 꼬챙이를 용접공의 옆쪽에 떨어뜨렸다.

더 날카 로 운 앞 면 몸 체

그는 찌르는 동작을 하며 차량의 앞부분에 대고 몸짓했다.

용접공은 경악에 사로잡혀 쉿쉿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는 발톱 네 개를 모두 동원해 바닥을 공격적으로 가리켰다. 이가 딱딱거렸다.

균 혀 엉 무 너지 는

족장이 흉곽 깊은 곳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냈다.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리였다. 그는 아직 엔진이 장착되지 않은 프레임의 빈 공간을 가리켰다.

복 종 일 하 라 아니 면 구 덩이

용접공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빈 엔진 공간을 멍하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확신 없이 쉿쉿거리며 금속 조각을 집어 들었다.

족장은 유사한 차량들이 일제히 조립되고 있는 구역을 바라보았다. 그는 희미한 만족의 느낌을 머릿속 멀리 밀어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