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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4 18:34:33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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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사악한 구현3. 센트리퓨즈4. 시즌 무기
4.1. 다른 시간4.2. 귀환을 기다리며4.3. 머나먼 이끌림4.4. 탐욕스러운 식욕4.5. 표적 교정4.6. 벼랑길
5. 최후의 의식6. 경이 방어구
6.1. 나무그늘 관리인6.2. 트리톤 바이스6.3. 위령비 가면
7. 시즌 방어구
7.1. 헬멧7.2. 팔7.3. 가슴7.4. 다리7.5. 직업
8. 시어칸의 스쿠버 의체9. 심해탐색자 의체10. 아카식 계시록11. 창백한 반영12. 기억되기를13. 생태도시 압력 조절 장치

1. 개요

심해의 시즌 아이템들의 지식을 모은 것이다.

2. 사악한 구현

전쟁의 용사, 폭력의 기수. 너의 행진은 끝이 없으리라.

잔혹을 숫돌로 삼고, 하늘의 전쟁광이 되게 하라

사악한 구현을 손에 쥐고, 정복으로 사랑을 날카롭게 깎아 내어라

죽음의 냉기를 해방하고, 약자에게서 나약함을 거두어라

폭력을 통해 날을 갈도록 하라

어둠의 가장자리로 모든 제물을, 시부 아라스에게 모든 제물을

내 피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어라

전투를 노래하고, 죽음의 신이 되어라

지평선 위에서

영광으로 나를 맞이하라

3. 센트리퓨즈

돌파할 것인가, 부서질 것인가…

타이탄 신 태평양 생태도시 공학 부서 연구원, 카툰 로웨 박사가 기록한 붕괴 전 보고서에서 발췌:

작년에 펠 박사가 자기장을 이용한 격리 방법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한 이후, 우리는 이온 반응로 여러 개를 성공적으로 안정화했다. 이를 통해, 우리 부서의 플라스마 기술이 연구를 넘어 개발 단계로 확장될 수 있었다…

생태도시의 터빈은 시설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경영진은 D.M. 코로섹의 반대를 무릅쓰고 힘 증대 기술의 초기 실험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표면상 경영진의 소망은 이 실험을 통해 침습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유전자 융합 기술을 잠수부들의 잠수 시간을 크게 늘릴 수 있는 파워 슈트로 보완하는 것이다…

파워 슈트 계획은 언뜻 무해하게 들리나, 이온 방출 제어 연구에 대한 [생태도시 경영진의] 관심은 틀림없이 무기 개발에 맞춰진 듯하다.

물론 나도 새로운 목표에 집중하여 매진할 계획이지만, 이 무기들이 시제품으로만 남고 폐기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길 간절히 기도한다…

4. 시즌 무기

4.1. 다른 시간

과거는 영원히 잔존합니다.

메사 기지에 샤크스 경이 득의양양하게 서 있었다. 그의 발아래 잔디로는 피가 스며들고 있었고, 그 앞의 전쟁군주는 다리가 부러진 채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 애쓰고 있었다.

"다 끝났다." 샤크스가 선언했다. "고스트를 꺼내."

전쟁군주는 딱딱하게 굳은 땅을 움켜쥔 손을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저었다. 저 멀리 메사 꼭대기에서 비추는 석양이 샤크스의 성 난간에 와 닿았지만, 그림자 속에서 일어나는 폭력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성벽 뒤에서 잔잔한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샤크스의 보호를 받는 고스트 없는 이들이 불을 피워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전쟁군주 여섯이 그의 성채를 정복하기 위해 도착했으나, 그중 다섯은 이미 최후를 맞이했다.

"고스트를 꺼내라고." 샤크스가 되풀이하며 걸어 나와 장화로 전쟁군주의 손을 짓이겼다.

전쟁군주가 고통으로 비명을 질렀다. 한순간에 폐 속 공기가 빠져나가며 저항 의지도 사라졌다. 그의 고스트가 실체화되며, 공포에 질린 눈으로 샤크스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샤크스 경은 태양 빛으로 불타는 망치를 만들어내 크게 휘둘렀다—

녹아내린 금속의 쨍그랑하는 소리가 그를 다시 현재로 불러왔다.

앞에 놓인 화면에서는 어느 수호자가 들고 있던 태양의 망치를 상대팀에게 던지고 있었다. 다섯 명이 화염에 휩싸이자, 홀로 살아남은 생존자가 후퇴했다. 수호자가 얼른 뒤따라 추격했다.

샤크스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시련의 장 경기에 다시 집중했다.

"잘 쓰러진다!" 샤크스가 통신 너머로 소리쳤다.

잠시 후, 태양파괴자가 마지막 상대를 따라잡아 불태워버렸다.

샤크스가 환호하는 동안, 피어오르는 연기가 다른 시간대의 기억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4.2. 귀환을 기다리며

그날이 올 테니까요.

성공 확률이 어떻든, 계획 자체는 그럴듯했다. 그들은 각자 임무를 나누었다. 슬론은 생태도시 아랫부분의 투영을 조사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자발라는 첫 번째 정찰 보고서를 흘끗 훑어보았다.

슬론 부사령관과 함께 일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마치 타이탄과 함께 두 사람이 떨어져 있던 세월까지도 복원된 것 같았다. 자발라는 뒤따른 침묵도 익숙했다. 심지어 아주 좋았다.

매 순간 거친 흐름 속에서도 진실은 분명했다. 콧속으로 느껴지던 오존의 희미한 감각.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은 단지 질적으로 달라졌을 뿐이었다. 넓지는 않았지만 깊어져 있었다.

자발라는 데이터 패드를 옆에 내려놓았다. "슬론, 줄 게 하나 더 있네."

슬론이 언제나처럼 공손하게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네, 사령관님?"

"재회하기 좋은 날이군. 안 그런가?" 그가 타르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빛과 전송 에너지가 화르르 타오르면서 자발라의 손안에 꾸러미 하나가 구체화되었다. 꽤 무거운 소포는 천으로 꼼꼼히 감싸져 버클이 달린 끈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자발라가 급히 포장한 것이었다.

슬론이 빤히 쳐다보았다. "지금쯤은 누군가의 벽에 걸려 먼지만 쌓여 있을 줄 알았습니다."

"우리가 함께 아는 친구가, 이건 자네 것이라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고 하더군."

슬론이 망설였다. 그녀는 뻣뻣한 움직임으로 손을 뻗어 검 자루를 잡고, 왕관분쇄기를 높이 번쩍 들어 올렸다.

슬론이 미소 지었다.

"마치 줄곧 가지고 있었던 것 같군요."

4.3. 머나먼 이끌림

먼 곳에서의 부름을 조심하세요.

타이탄은 첫 번째 군체 무덤선이 도착하기 직전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불타는 전쟁의 인장이 새겨진 선체에서는 마치 벌어진 상처에서 쏟아지듯 영혼불꽃이 뚝뚝 떨어졌다.

소용돌이치는 바다 아래에서는 아직 결속되지 않은 수호자의 빛이 금속에 둘러싸인 채로 하늘이 먹색으로 변하고, 군체 마귀들이 침략선에서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선포가 메탄 바다를 가로질러 흩뿌려졌고, 간절한 말이 파도 너울마다 옥색 불꽃으로 타올랐다. 군체의 의도는 분명했다. 마녀 자매의 주장을 갈기갈기 찢으라. 전쟁의 깃발을 높이 들라.

거대한 기사가 이끄는 시종들은 한때 거짓이 득실거렸던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오래전 죽은 자들의 비명으로 가득한 속임수의 노래가 메아리치는 곳이었다. 그들은 갈망하는 기쁨으로 사바툰의 남은 흔적을 훼손하는 수많은 노예에 둘러싸여, 경배의 행렬을 이루며 행진했다.

가운데 있는 시종의 발톱 사이로, 타이탄에게 잡히기 전 화염에 휩싸였던 마법사의 두개골이 있었다. 시종은 정복한 적의 살점으로 만든 너덜너덜한 천 위에 두개골을 조심스레 올려놓았고, 다른 시종들은 주변을 빙 둘러 룬 문양을 새겼다.

시종들이 룬 위로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 거슬리는 화음으로 울부짖으며 룬 문양에 불을 붙였다. 룬 하나하나가 영혼불꽃으로 휩싸여 크게 타올랐다.

화음이 울려 퍼지자, 동행한 노예들의 육체가 광기로 차올랐다. 이들은 두개골로 먼저 다가가기 위해 미친 듯이 서로를 발로 차고 할퀴며 앞으로 몰려들었다. 두개골을 차지하고자 했다.

화음이 울려 퍼질 때마다 시종들이 재로 변했다. 화음이 울려 퍼질 때마다, 흘러나온 노예의 내장이 두개골을 감싸고 악취를 풍기는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피와 재가 공물로 바쳐지고, 결국 아무도 남지 않게 되자 기사가 위협적으로 검을 휘두르며 앞에 나섰다.

"나는 시부 아라스를 부른다. 전쟁의 존재를 불러낸다. 그대의 자매에게 쫓겨난 이 잔재를 받으라. 그녀의 권리를 그대의 권리로 만들어라."

휘몰아치는 영혼불꽃이 기사의 치명적인 검으로 빨려 들어가 마법사의 두개골에 꽂혔다. 룬 문양이 고대의 왕국을 비추자, 그 왕국 위에 자리한 머나먼 검은 대지 꼭대기에서 감시하던 눈이 기사를 흘겨보았다. 천둥과도 같은 반응에 기사가 무릎을 꿇었다.

켈고라스, 너의 제물을 받아들인다

의지를 통해, 거짓이 드러난다

의지를 통해, 거짓은 진실이 된다

의지를 통해, 거짓은 정복한다

결속된 쿠다자드, 공헌자로 지명한다

4.4. 탐욕스러운 식욕

사냥, 섭취, 또 사냥.

수신: 선봉대 고위 지휘부
사건 보고서 출처: 정찰대 919
보고서: 크라켄 바다, 얕은 외부 지층—최우선 순위-0174
대상: 분노의 자손이자 이형의 가문 없는 서비터 J4W-S
위협 유형: 기습자, 적대적인 전투부대의 지원, 극도의 주의를 요하는 교전
알려진 사상자: 8, 모든 사건이 기록된 것은 아님.
알려진 군비: 서비터 눈 투영기, 물질 거부 방어막, 이동 잠수정, 물리 충격.

사건 보고서 309: 크라켄 바다 남쪽 이랑에서 서비터 J4W-S가 발견되었다. 잠수 전술팀이 통보받고 해당 지역에서 화력팀을 철수했다. 퇴각하던 중, 한 화력팀이 군체 전투부대에게 기습당했다. J4W-S는 위쪽에서 급강하하며 자기 몸을 물리 동력 삼아 화력팀을 들이받았다. 화력팀원 1명이 충격으로 사망했고, 고스트가 생포되었다. 나머지 수호자 두 명은 오랜 총격전 끝에 탈출할 수 있었다.

RE: 복구 팀 파견됨.

사건 복구 보고서-317: 잠수 전술팀과 동반 화력팀이 델타 구역 외곽에 매복해 있다가 J4W-S와 교전을 벌였다. 교전에 휘말린 J4W-S는 처음에는 굴복자의 엄호를 받으며 전투를 피해 도망쳤으나, 주변 메탄 바다에서 거듭 게릴라 공격을 시도하며 화력팀을 괴롭혔다. 이 분노의 자손 서비터는 이동 잠수정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으며, 이를 사용하여 화력팀원들을 안전한 산호층에서 벗어나 메탄 바다 심해 속으로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메탄 바다는 액체의 밀도가 낮아 독립적인 추진력이 없으면 생존할 가능성이 낮으며, 고스트 부활을 위해 시신을 수습하는 일도 어렵다. 잠수 전술팀은 앞으로 지층 끝이나 절벽 근처에서 J4W-S와 교전하지 말 것으로 권고되었다.

RE: J4W-S가 분노의 자손 서비터로 바뀐 것이 확인되었다. 그래서 공격적이고 약탈적인 행동을 보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중요 팀원이 사망한 이후, 잠수 전술팀은 서비터의 사냥터로 알려진 곳에 기습을 감지할 수 있는 레이더 부표를 설치했다.

4.5. 표적 교정

"누구 말이지?" —오시리스

네온 빛이 가득한 네오무나의 스카이라인이 별이 가득한 밤하늘과 대비되며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나무만이 늘어선 텅 빈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옥상에서 세인트와 오시리스가 함께 앉아 침묵 속에서 사색하고 있었다. 이들은 삶의 여백에 서로를 위한 시간을 만들며 가능한 한 책임감을 떨쳐버리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좀 나아지고 있나?" 오시리스가 몇 분간 지속되던 평화로운 침묵을 깨고 물었다. "슬론 말이야." 그가 덧붙였다.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세인트가 설명했다. "그렇게 조금씩만 진전을 보여도 기특한 일이지."

오시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저 멀리 반짝이는 불빛을 바라보았다. "타이탄에서 그렇게 오래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지. 애셔 미르의 일부도 피라미디온으로 가라앉아 살아남은 것 같군.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잃으면 안 돼." 오시리스는 이렇게 말하며 세인트의 손을 잡았다.

"그래, 어쩌면 반스 형제조차도 희망이 있을지 모르지." 세인트가 말을 던졌다.

오시리스는 한참 침묵하다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구?"

세인트가 목을 가다듬으며 주제를 돌렸다.

4.6. 벼랑길

전쟁의 의식에 참여하는 이들을 위해, 칼끝부터 칼자루까지 날카롭게 연마했습니다.

켈고라스가 텅 빈 궁정의 허름한 제단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죽은 기사의 왕국. 오그라들어 살점조차 남지 않은 껍질. 경고성의 이야기.

제단 위로 마법사가 떠 있었다. "고위 집전 사제의 영토는 한때 웅장한 숭배의 장이었다. 강력한 효력이 있지." 전쟁 의회의 마법사, 라크트린이 기사에게 시부 아라스의 미끼를 속삭였다.

켈고라스는 사바툰이 하늘을 찾고 그 꼭두각시가 되어 검의 논리를 빼앗은 일을 기억했다. "은총은 약해진다. 하지만 다시 불타오를 수 있지."

"넌 무장 해제되었다. 수치를 입었다. 빛을 휘두르는 이들에게 너무 많이 패배했다."

켈고라스는 벌떡 일어나 라크트린에게 몸을 돌렸다. 그는 마법사의 목을 향해 발톱을 내밀었지만, 마법사는 몸을 날려 피했다.

켈고라스가 비웃었다. "내겐 검이 필요 없다. 나를 휘두르면 되니. 내 몸에는 날카로운 날이 달렸지 않은가."

"네가 사바툰과 함께 남아 그녀에게 빛을 달라고 기도했더라면… 아마 위대해질 수도 있었겠지. 넌 사바툰의 은총이 없으면 시들어버리지."

"마녀 자매에게 침이라도 뱉겠다! 나는 전쟁의 도구다!"

"아직 아니다. 진정으로는."

라크트린은 어둠의 번개를 불러내어 방의 희미한 빛마저 빼앗고, 이를 제단에 드리웠다. 딱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제단이 갈라지자 검의 에메랄드 조각이 드러나고, 어둠을 흘리며 황홀경을 속삭였다. "굴복자의 왕이 지녔던 검 파편이다. 사랑으로 정복하였고, 토성의 그림자로부터 빼앗긴."

켈고라스가 검의 파편을 쳐다봤다. 마법사가 입술을 말아 올리고 미소 지으며 손짓하자, 기사가 앞으로 나섰다.

"내가 하겠다. 의지의 도구가 되겠다. 나약함의 증오를 애정 어린 폭력으로 정화하리라." 켈고라스는 무릎을 꿇고 발톱으로 에메랄드 조각을 감쌌다. 발톱의 틈 사이로 가느다란 그림자 가닥이 흩뿌려졌다. "이 결합에 나 자신을 봉헌한다."

육체의 보호막이 녹아내리고, 자신의 의지가 아닌 유언이 그를 사로잡았다.

뼈에서 되살아난, 전쟁의 굴복자 켈고라스

5. 최후의 의식

어떤 죽음을 선택하겠나?

카이아틀과 살라딘이 의회 회의실에 단둘이 앉아 있었다. 그 사이에는 페룬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금속 그릇 두 개가 놓여 있었다. 각 그릇에 들어있는 작고 매끄러운 돌무더기가 엘리고스 렉스 V의 윙윙거리는 엔진과 함께 잘그락거렸다.

살라딘은 손가락으로 돌을 굴렸다. 그는 앞으로 몸을 숙여 두꺼운 가죽 판 위 그려진 선의 교차점 위에 돌을 놓고,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이 돌들은 깃발을 든 군단 같은 것이다. 돌을 놓을 때마다 영역을 주장하는 것이지."

그는 뒤로 몸을 기대고 카이아틀에게 손짓했다. "그쪽 차례다."

카이아틀의 눈이 살라딘이 돌을 놓은 자리에 머물렀다. 그녀는 그릇에 있던 푸른 돌을 잽싸게 판 위로 옮겨, 살라딘이 마지막으로 돌을 놓았던 곳 옆으로 슬쩍 밀어 놓았다.

"공격적이군. 그러나 목적은 죽이는 것이 아니다. 경계를 세우고, 영토를 지키는 것이다." 살라딘이 맞서는 돌을 놓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카이아틀은 고민했다. 측방 공격 후에 방어선 구축을 할 것인가, 아니면—

"경계 말이… 나와서 말인데…" 카이아틀이 측면을 공격했다. "군단병들을 상대로 너무 경계를 많이 세우더군."

살라딘이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카이아틀이 말을 이었다. "그건 타른스가 택한 죽음의 방식이다. 뼈만 남아 꿈쩍 못하는 기념물처럼 수레에 실려 젊은이들에게 지혜를 들려주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은 거다."

살라딘이 그녀를 힐끗 보고, 돌을 연결하여 방어를 구축했다. "나는 사형 집행인이 아니다."

"큰 도끼를 들고 다니긴 하잖나." 카이아틀이 맞받으며 살라딘의 돌 옆에 또 다른 돌을 놓았다.

그는 신음소리를 내며 돌을 멀리 떨어뜨려 격돌을 피했다.

"타른스는 그대의 명령을 따르고, 그대의 강철 깃발도 지니고 있다." 카이아틀이 주장했다. "그대의 손에 죽는다면 영광으로 생각할 거다."

살라딘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너희 관습이 아니기 때문이지. 정복의 시대에는 죽음이 임박한 전사들을 군단으로 모아 전방에 배치했다. 최후의, 영광스러운 죽음의 돌격을 위해서. 모두가 이를 지켜보았다."

카이아틀은 다음 돌을 놓을 곳을 고민했다.

"그러나 칼루스가 그 관습을 없앴다. 위대한 우리 영웅들의 영광스러운 죽음을 부정했지. 칼루스는 의회에만 몸담고 있던 겁쟁이 원로들로 둘러싸여 있었거든. 저항하는 이들은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으라며 투기장으로 보냈다. 대부분의 병사는 토로바틀의 고향으로 돌아가 제국의 시민이 되어 평범하게 살아갔다. 하지만 기회가 생기자, 여전히 많은 이들이 먼 전장에서의 죽음을 택했지."

"그녀에게는 이것이 위안이다." 카이아틀이 처음으로 살라딘의 돌을 잡았다.

"좋다. 하지만 이게 내 마지막 증명의 의식이다."

"좋아. 그대 막사에 자기 두개골도 전시해 달라고 타른스가 부탁하더군."

살라딘이 그녀를 쏘아보고는 판의 구석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였다. "농담이지?"

"그래." 그녀가 코웃음을 쳤다. "그것은 그녀의 가족에게 전해질 거다."

6. 경이 방어구

6.1. 나무그늘 관리인

마음의 정원을 가꾸세요.

엠레스는 마지막 군체 시종과 싸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무더기의 기계 더미 사이에 끼어 있는 통을 발견했다. 통 표면에 '수경'이라고 적힌 글자만 간신히 읽을 수 있었다.

잘 보이지 않는 유리 아래로 잎이 무성한 작은 식물이 들어있었다. 식물은 물에 잠긴 생태도시의 잔해 속, 어울리지 않는 자리를 지키며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밀어붙이면 정확하게 시종을 맞출 수도 있었으나, 녀석이 자신도 모르게 식물이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바람에 엠레스는 마음을 바꿨다. 그가 냅다 달리자 견갑에 총알이 부딪치며 충격이 느껴졌다. 쉭 하는 소리와 함께 납탄이 성물의 철을 부식시키고 있었다.

그가 먼저 용기 앞에 도착했다. 엠레스는 빛을 소환하여 반짝이는 보호막의 형태로 만들었다. 시종들이 뒤로 물러나며 무턱대고 사격을 퍼부었다. 엠레스는 보호막을 등지고 검을 들어 올렸다.

지저분한 싸움이었다. 그는 시종의 머리를 검으로 베어내며 약간 만족스러웠지만, 부디 전쟁 신이 이를 알아채지는 못하길 바랐다.

엠레스는 방을 둘러보았다. 조용한 가운데 그의 숨소리만이 들렸다.

킬스위치가 사령관을 연결했다.

"전송 현장 확보했습니다." 엠레스가 말했다.

"알았다."

그는 몸을 굽혀 무거운 통을 집어 들었다. 건틀릿을 낀 손으로 쥐자니 깨질 것 같았다.

엠레스는 색이 입혀진 유리통을 햇빛에 비추었다. "운이 좋은 녀석이군."

6.2. 트리톤 바이스

이걸로 헤라클레스를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뭘… 입고 있는 거야?"

"타이탄에 사는 최상위 포식자의 집게발이지! 물론 미니어처로 복제한 제품이야. 진짜는 우리보다 훨씬 클 테니까."

"나도 두족류에 관한 파하닌의 논문을 읽었지만—"

"아니, 오징어 말고, 딱 보면 몰라? 게잖아! 완벽한 유기체! 모든 생명체가 필연적으로 수렴하는 형태지! 네소스에서도—"

"그건 게가 아니야. 도대체 이런걸 어디서 들은 거야?"

"선봉대 네트워크에서. 생각해 봐,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더 많은 게 형태의 유기체를 볼 수 있다고. 엘릭스니를 봐!"

"엘릭스니는 지구에 있는 어떤 생물체와도 같은 조상을 두고 있지 않으니, 엄밀히 말하면 우리 분류학 체계로 구분할 수는 없—"

"엘릭스니는 얼마나 커질 수 있을까? 어딘가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엘릭스니도 존재할까? …바릭스한테 물어봐야겠다."

"그런 이상한 질문 하지 말— 야, 돌아와!"

6.3. 위령비 가면

죽은 이들의 이름을 지고.

접근: 제한

해독 키: 45R3431V58PE1-112

은신자 요원: [비공개]

RE: 피라미드 진열품

[09:30] 신호가 계속 강하게 들어오고 있다. 기록 시작한다.

[09:31] 나머지 팀원들은 계속해서 피라미드의 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체르트와 나는 첫 번째 방의 입구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있다.

[09:34] 지금까지 우리는 이 방에 있는 표본들 사이에서 어떤 공통적 요소도 발견하지 못했다. 누군가가, 또는 무언가가, 유리병에 넣을 가치가 있다고 결심했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병적으로 수집한 것 치고는 놀랍도록 광범위한 컬렉션이다.

[09:40] 약 15미터 길이의 이 단면을 보면… 어, 모조 포유류라고 부르겠다. 외부에 섬유질 가닥이 있다. 털일 가능성도 있다. 주요 저작 근육 또한 보인다. 이 생물이 물 수 있다는 뜻이다.

[데이터 소실. 불러올 수 없습니다]

[데이터 소실. 불러올 수 없습니다]

[오류] %#:?0 어쨌든 흥미로운 자료는 우리가 전송한 스캔에 있다. 체르트는 이 유해에서 에너지 반응, 즉 생체 신호를 발견했다고 했다. 물론, 고스트가 잘못 계산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 또는 관찰자 기대 효과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걸 들여다보고 있는데, 아직 살아있을 리는 절대 없다.

[오류] %#:?0 이건 오랫동안… 보존된 %#:?0—

[오류] %#:?0 이봐, 체르트. 이 벽, 계속 여기 있었던가?

[오류] %#:?0 …체르트?

7. 시즌 방어구

7.1. 헬멧

[0일 차] 불길한 징조를 피하듯, 검은 하늘이 폭풍을 잠재운다.

타이탄의 피라미드는 사슬에 묶인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하늘의 허리케인을 끌어당겼다.

슬론 부사령관은 생태도시 돔 아래 깊은 곳에서 희미하게 번쩍이는 번개를 목격했다. 번개와 천둥의 타이밍을 맞추면 폭풍의 움직임을 판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번개를 보고 밖에 나갔는데도 천둥이 울리지 않았다.

수호자가 수면 위로 올라간 후 슬론은 아침 내내 시간을 잡아먹었다. 파도가 시추 장비 플랫폼을 덮치고 있었고, 전투로 손상된 파워 슈트 때문에 철벅거리는 액체 메탄이 슬론의 몸으로 쏟아졌다.

"젠장…" 그녀는 슈트 안에서 허리를 곧게 세우고 전방 표시 장치를 통해 피라미드를 응시했다. 그것이 하늘을 가로질러 뒤틀린 길을 마구 할퀴며 주변의 존재를 쫓아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시어칸은 깜박이는 네온 불빛을 따라 슬론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어요."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 건데." 슬론이 고스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방어선을 구축해 두자. 밤이 되면 군체가 또 찾아올 거야."

그녀가 움직이기도 전에, 피라미드가 선체에서 비늘을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비늘은 떨어져 나간 곳 주변을 잠시 맴돌았다. 벗겨진 곳에는 오팔색 속살이 드러났다.

갑자기 피라미드에서 방출된 파동이 타이탄을 강타했다. 반쯤 기억나는 음색이 슬론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와 함께 평생 경험했던 모든 순간이 생생하게 스쳐 지나갔고, 슬픔, 기쁨, 분노, 사랑에 사로잡히며 무질서한 혼란으로 응결되었다. 자신이 선 자리에서 바라본 과거의 경험은 새로운 관점으로 다가왔고, 먼지 쌓인 장밋빛 안개 속 기억들은 뜨거운 빛 아래 오그라들었다. 따뜻함, 덧없음, 차가움, 고립된 부동의 서늘함…

그리고 또 다른 무언가가 그 모든 것을 샅샅이 뒤지며 끌어내 정렬했다. 마치 부서진 콜라주 판을 다시 배치해 새로운 이미지로 만드는 것 같았다.

슬론은 숨을 쉬기 위해 애를 썼다. 세월의 무게에 짓눌린 그녀의 슈트가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형태로 벌어졌다. 그리고 갑자기 전부, 꿈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하늘이 난로 망처럼 검은빛, 주황빛으로 변하더니 천둥이 울려 퍼졌다.

슬론의 몸이 단 위로 꼬꾸라지며 공중에서, 바다로 가라앉았다. 중금속이 전체로 삼켜졌고, 의식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여전히 현재에 굳건히 발을 딛고 있음을 느끼면서도 마치 천체 투영처럼 현실의 조각난 시대를 넘나드는 경험을 오갔다. 시간을 초월한 장면들이 유리창에 비치는 인생의 한 장면처럼 끝없는 의식의 흐름 속에 소용돌이쳤다. 타이탄의 풍경들, 생동감 넘치는 바다 풍경. 기억이 아니라기에는 너무 익숙한 광경들.

그녀의 기억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생생했다.

시야가 타이탄을 떠나 외로운 우주를 가로질러 한 번도 본 적 없는 세계로 끌려갔다.

그곳의 바다에는 활기찬 가능성이 가득했다. 하늘의 감시자를 숨긴 위성들. 깊은 곳에서 서서히 욕망을 키우는 파도.

그곳에는 그녀가 갈망했지만 결코 이해하지 못했던 유혹이 있었다. 부자연스럽고, 저주받은 유혹이.

슬론은 다시 쓰러져 인도되었다. 노래와 기억, 꿈의 이미지가 렌즈의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인식 속에서 휘어졌다. 익숙한 거죽으로 둘러싸인 비현실이었다. 이해를 위한 시도였다.

탑. 친구들과 동지들. 빛나고 때 묻은 모든 것들. 예고된 귀환, 머리 위로 드리운 그림자. 또다시 돌아온, 지연된 전투.

그곳에 살던 시절의 탑. 하늘의 허공을 채울 정도의 검은 그림자가 거리로 날카로운 칼날을 뻗는 곳. 만족으로 마비된 조롱 속에 가둔 삶. 대행자를 매달아 둔 전시.

뱀이 그림자 아래 길을 구불구불 따라가며 안내를 자청했다.

이 일이 기억나면서도, 동시에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또한 기억났다.

7.2.

[3일 차] 오래전에 죽은 타이탄의 유령은 햇빛 없는 바다를 걷는다.

척력 격자 무결성… 정상치
산소 생산… 정상치
깊이… 106m

전방 표시 장치 위에 뜬 글자가 슬론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그녀는 메탄 액체 속에서 무심코 안면 보호구로 손을 끌어와, 혼미한 시야를 확보해 보려 애썼다.

주변으로 어둠 속 움직임이 미세한 모래 구름을 일으켰다.

슬론이 손끝으로 헬멧을 달칵 누르자 헤드라이트가 번쩍 켜졌다. 노예가 비명을 지르며 빛줄기 속으로 들어왔다. 입에서 물거품이 뿜어져 나왔다. 눈이 휘둥그레진 슬론이 반사적으로 노예를 어깨 너머로 넘긴 뒤 턱을 발로 차 두개골을 부숴버렸다. 슬론의 파워 슈트가 가열되며 반응적으로 자극 물질을 밀어냈다.

그녀는 몸을 돌려 기사가 휘두르는 검을 잡고, 건틀릿 손가락으로 검을 두 동강 낸 뒤 부러진 칼날 조각을 기사의 가슴에 박았다. 목구멍에서 은빛 줄기를 만들어 내기 직전인 다른 노예가 그녀의 헤드라이트에 들어왔다. 슬론은 면갑에 떠오른 수치를 보았다. 서른이 넘는 군체 시체가 표시되어 있었다. 신경 경련을 일으키는 작은 거품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시체가 서서히 변질되고 있었다. 슬론의 면갑이 수치를 지우자 아군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시어칸이 앞으로 떠 왔다. 시어칸의 의체에서 튀어나온 얇은 칼날에 붙어있던 군체 내장이 바닷속으로 부드럽게 흘러갔다. "며칠이나 밖에 있었어요."

슬론의 얼굴이 혼란으로 찌푸려졌다. "피라미드 파동은 기억나. 떨어지는… 꿈. 괜찮아?"

"말한 대로 정말 군체가 우릴 찾았어요." 시어칸이 칼날을 거두며 말했다.

슬론은 고스트를 붙잡아 잠시 파워 슈트 품 안에 꼭 안아주었다. "꼬마 킬러, 놈들에게 아주 혼쭐을 내줬는걸."

시어칸이 재잘거렸다. "피라미드 파동이 타이탄을 휩쓸고 한동안 출렁거리더니, 피라미드가 멈춘 곳으로 집중되었어요. 중력이 날뛰었고, 그다음엔 바다였죠. 이 모든 게 우리가 있던 장소에서 몇 마일 떨어진 곳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피라미드가 멈췄다고? 그럼 그쪽으로 가야겠군… 우선 장비를 좀 챙기자." 슬론이 말했다.

시어칸이 앞으로 몸을 숙였다. "하나 더 있어요. 저 밖에서 무언가 우릴 둘러싸고 있어요. 군체는 아니에요.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커요."

"그래?" 슬론은 의식을 잃기 전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더듬어 보며 말했다. "그럼 시간 낭비 말고 어서 나가자."

***

타이탄의 하늘이 어두워진 뒤, 슬론은 반쯤 잠긴 생태도시 플랫폼 위로 올라와 다양한 식량과 군수품을 실었다. 파워 슈트가 철망 바닥과 부딪혀 덜컹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메아리가 사라지기를 기다렸다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숨을 골랐다. 고요한 순간,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어칸이 시야로 떠올랐다. "저 소리 들려요?"

"나도 너한테 물어보려던 참이었어…" 슬론이 일어서며 말했다. 그녀는 보관함에서 선입 후출 산탄총을 낚아채 전방 손잡이를 움켜쥐고, 들려오는 목소리를 따라 따개비로 뒤덮인 둑길을 건너 옛 연구실로 향했다. 시어칸도 뒤따랐다.

고장 난 모니터가 잔뜩 있었고, 그 주위를 둘러싼 금 간 벽을 따라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유리가 알록달록한 프리즘 색을 반사했다. 연구실 중앙의 울퉁불퉁하게 찢어진 현실의 틈에서 나오는 빛이었다. 그 틈은 마치 다른 시대에서 찢어와 갖다 붙인 것처럼 보였다.

그 틈 사이에서는,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듯한 사람 하나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온전히 기능하던 시절 생태도시의 신기루였다. 그가 슬론과 시어칸을 향해 몸을 돌리자 틈이 불규칙한 길이와 속도로 앞으로 감겼다 뒤로 감겼다 하며 마구 경련을 일으키고 요동쳤다. 그의 모습이 양쪽으로 찢어지며 사라지자, 펄럭이는 틈을 통해 사건들이 휘몰아쳤다. 사차원의 몽타주를 보는 듯했다.

틈의 흔들림이 가라앉자 남자와 그가 속한 순간이 다시 돌아왔다. 시어칸은 그의 코트에 달린 배지를 유심히 보았다. "기드온 테핀—생태도시—선임 해양 생물학자"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테핀은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려 말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두려워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보여준 거죠. 무언가 잘못됐습니다. 그녀는 앞으로 다가올 일을 분명히 알려주고 있는 겁니다!" 남자는 슬론이 있는 방향으로 손을 거칠게 휘둘렀다. "마치 그녀가 머릿속에서 소리치는 것 같습니다. 제게만 들리는 게 아니라는 거, 알고 있어요."

"우리를 선택한 겁니다." 그는 앞으로 걸어 나가 그때와 지금의 경계 사이에 손을 얹었다. "제 기억에 관련된 꿈을 꾸고 있지만, 뭔가가 약간 달라요. 작은 징조들이나, 하늘에 떠 있는 검은 우주선들이 보이죠."

슬론은 앞으로 몸을 숙이다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생생한 기억에 하마터면 틈 건너편으로 손을 갖다 댈 뻔했다.

"우리에게 경고하는 겁니다. 우린 대피해야 해요. 그리고 그녀를—"

틈이 다시 요동치며 찢겨 나가,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으로 사라지고 깜빡 빛나더니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사라져 버렸다.

슬론은 손을 떨어뜨리며 턱을 악물었다. "관련된 생태도시 기록이 있는지 찾아줘."

***

"그 해양 생물학자… 테핀… 일종의 억류된 시간 변동에 갇혀 있었던 걸까? 그게… 가능하긴 해?" 슬론이 물었다.

"그런 건 난생처음 봤어요." 시어칸이 말했다. "확신은 안 들어요."

시어칸은 보관된 보고서를 훑어보았다. "'TLev-01'로 분류된 보고서예요. 생물학자들이 바다에서 연구하던 초자연 우주 고래 같네요. 정확하게 측정하진 못했지만, 이 추정치는 말도 안 돼요. 150미터가 넘는다니… 보고서에 따르면 이곳의 자생종도 아니었고, 사람들의 환각에서 많이 보였다고 하는데… 이상하지 않아요? 황금기 이후까지 태양계에는 외계 종이 많지 않았거든요."

"아까 나가 있는 동안 꿈을 꿨어, 시어칸. 다른 세계와, 타이탄의 피라미드와… 탑. 그 각각의 장소에 있었던 기억 같았어."

"글쎄요, 고대 우주 고래일 수도 있고… 여행자가 사람들에게 꿈을 계시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피라미드 파도에 의해 의식을 잃었었다'는 명백한 부분을 무시할 거예요?"

"그렇지… 하지만 이미 이상한 것들을 충분히 봤으니 그것까진 생각하지 말자." 슬론이 한숨을 쉬었다.

"기록해 둘게요." 시어칸이 말했다. "있잖아요… 테핀이 있던 필드 내부에서 감지된 수치가 붕괴 당시 타이탄의 대기 기록과 일치했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슬론이 뒤틀린 시공간이 있던 자리를 돌아보았다. "그 사람이… 진짜였다는 말이야?"

"저도 모르겠어요. 어쨌든 시뮬레이션은 아니었어요."

7.3. 가슴

[92일 차]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슬론은 해저를 가로지르며 능란하게 움직였다. 고스트와 함께 타이탄 전역의 피라미드 신호를 쫓아가 보았지만 모든 좌표 지점에 너무 늦게 도착했을 뿐이었다. 현실의 결이 찢어졌던 상처의 흔적만이 남아있었고, 타이탄의 기억 속에 간직된 순간들을 희미하게 엿볼 수 있을 뿐이었다. 때로는 버려진 비명자 핵이 현장에 흩어져 있었다. 의식이 실패했다는 증거였지만, 시어칸의 스캐너에 혼동을 주어 공명 잔여물의 흔적 감지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몇 번인가, 이 상처들 주변으로 방향 감각을 잃은 몰락자 무리가 흩어져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는 의식이 혼탁했고, 대부분은 광폭하게 미쳐 있었다. 마치 축적된 경험이 해부되어 상이하게 조각난 것처럼 이들의 뇌 패턴에 균열이 생겼다고 시어칸은 말했다. 상충하는 순환 회로 때문에 시냅스가 타버렸다고 했다.

그러나 슬론은 황량한 해저에 햇빛도 들지 않는 그림자가 드리운 새로운 현장에 어쩐지 이끌리는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가 어둠을 가르며 그녀를 인도했다. 마치 거친 파도에 의해 밀려가는 것처럼.

"다음 현장에 거의 도착했어요." 시어칸이 안내했다.

"빨리 움직이자고." 슬론의 방어구 위로 메탄이 흘러내려 반드럽게 후류를 만들어 내다가, 슬론의 마스크에서 뿜어져 나오는 산소 기포에 휘말려 긴 미립자 꼬리를 남기며 떠올랐다. 시어칸은 그 뒤를 바짝 뒤따르며 밝은 광선으로 주변을 휩쓸었다. 광활하고 특색 없는 수심 속으로 빛이 흩어졌다.

"공명 피라미드 에너지, 중성미자 분산, 그리고 일종의… 양자 얽힘일까요? 제가 읽을 수 있는 최선이에요." 시어칸이 얇은 칼날을 펼치며 말했다. "피라미드가 다시 움직이고 있어요."

***

현장은 겉으로는 아주 고요해 보였다. 슬론은 바다 절벽 너머를 쭉 훑어보다 시어칸을 톡톡 두드렸다. 시어칸은 무언가를 추적하듯, 어두운 망망대해를 응시하고 있었다.

"준비됐어?"

슬론을 향해 시선을 돌린 고스트가 망설이다가 의체를 비스듬히 기울여 끄덕였다.

그들은 불빛을 껐다. 주변에 있는 생체 발광 산호가 새로 갈라진 협곡 아래를 비추었다. 굴복자의 오염으로 들끓는 곳이었다. 슬론은 면갑의 설정을 열 표적 오버레이로 바꾸고, 깊은 협곡의 가장자리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갑자기 아래 땅의 갈라진 틈에서 굴복자의 악성 촉수가 흘러나와 유해한 필라멘트처럼 메탄 속을 꿈틀꿈틀 움직였다. 균열은 그녀가 장비를 착용하고도 무사히 통과할 만큼 충분히 커 보였다.

슬론이 어깨 너머로 흘끗 바라보다 손을 들어 시어칸을 막았다. "좀 멀리서… 내 뒤를 봐줘."

"아니, 싫어요. 저도 싸울래요." 시어칸이 반항적으로 되받아쳤다. "이 구역에는 몰락자, 군체, 굴복자들이 득실득실하다고요."

"이번은 은신해 있도록 해. 만약 뭔가 잘못된다면, 너까지 잘못되면 안 돼. 무슨 소린지 알지?"

그녀는 작은 동굴에 도착했다. 굴복자 실이 얽히고설켜 회복 마법이 걸린 낡은 군체 인장 주위를 휘감고 있었다. 인장에서 뿜어져 나온 속삭임이 그녀의 정신을 감싸며, 그녀를 앞으로 이끌었다. 그녀가 인장을 향해 손을 뻗자, 주변에서 메탄이 수중 폭뢰처럼 왈칵 터져 나오며 굴복자 어둠그림자가 작은 병사 무리를 불러냈다.

슬론은 몸을 휙 돌려 주먹을 번개처럼 휘둘렀다. 주변의 메탄을 뚫고, 손가락에서 무사히 전기 빛이 만들어졌다. 그녀는 세 개의 어둠그림자 중 첫 번째에 돌진하며, 추진기를 사용해 전방 표시 장치로 날아오는 포화를 피했다. 그녀는 어둠그림자를 뚫고 발을 내디딘 뒤, 가우스 대포처럼 번개 펀치를 날려 굴복자와 어둠그림자를 원자 조각으로 분해했다. 파워 슈트를 입은 그녀는 흉포하게 달아오르는 전투의 정열 속에서 적과 적 사이를 오가며 번득이는 주먹을 날렸다.

동굴이 조용해지자 슬론은 다시 인장으로 몸을 돌리고 시어칸을 불렀다. "저 인장 같은… 것에서 굴복자의 소리가… 들려. 마치 크게 방송이라도 하는 것 같아. 말소리는 아닌데… 음파탐지처럼 가까이서 들려. 건드려 볼 수 있겠어?"

시어칸의 걱정 가득한 대답은, 머나먼 곳에서 울려 퍼져 주변 바다를 맴돌다 마음속으로 사라지며 그녀를 방해하는 생각에 묻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