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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24 14:11:57

손자병법

무경칠서
손자병법 오자병법 육도 삼략 울료자 사마법 이위공문대
파일:128unpq.jpg
파일:손자병법 영서.jpg
손자병법 영어로 번역된 손자병법
1. 개요2. 편찬사3. 내용
3.1. 시계(始計)3.2. 작전(作戰)3.3. 모공(謀攻)3.4. 군형(軍形)3.5. 병세(兵勢)3.6. 허실(虛實)3.7. 군쟁(軍爭)3.8. 구변(九變)3.9. 행군(行軍)3.10. 지형(地形)3.11. 구지(九地)3.12. 화공(火攻)3.13. 용간(用間)
4. 오해5. 위상
5.1. 유명한 애독자들
6. 저자 논란7. 대중문화에서8.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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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병법서
손자 아들 병사
Sun-Tzu's Art of War[1]
兵者, 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
전쟁이란 국가의 큰일이며 죽음의 바탕이고 존속과 멸망의 길이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 손자병법 시계편(始計篇)[2]
兵者, 詭道也。
전쟁(혹은 용병)이란 '속임수'이다.[3]

고대 중국의 병법서(兵法書). 동양에서 가장 위상이 높던 병법서들인 무경칠서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병서로 꼽힌다. 병법서들 가운데서도 특히 공세와 세력확대에 중점을 두었으며, 수성전을 중점적으로 다룬 묵자[4]와 좋은 대비를 이룬다.

2. 편찬사

춘추시대 합려를 섬기던 손무(孫武)의 저작으로 여겨진다. 처음에는 13편이 저술되었으나 전국시대를 거쳐 광범위하게 유포되면서 필사되다보니 후대 사람들이 가필, 첨삭하면서 다양하게 중복, 수집되어 서한 초기 한무제, 한성제 시기에 선진시대의 대대적인 문헌의 수집, 감수, 목록화가 이루어지는 시기에 유향이 82편의 《오손자병법》(吳孫子兵法)으로 정리하였다.
삼국시대 조조가 이를 다시 3권 13편으로 정리하고 산란한 문장을 쳐내고, 주석을 달아 《손자약해》(孫子略解)를 저술했는데 보통 《위무주손자》(魏武註孫子) 로 알려져있다.[5] 이 조조의 주석본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데, 체계와 기술이 탁월하여 등장과 동시에 이전에 존재하던 주석본들은 더 이상 읽히지 않았고, 그 탁월함은 후세에도 이견이 없어서 현재까지 계속해서 조조의 주석본을 기본으로 여기에 주석을 더하거나 빼는 방식으로 지난 2천년간 공부되고,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널리 읽히는 판본도 조조의 주석본에서 주석만 제외한 본문, 그러니까 조조가 문장을 간결하게 정리한 원전을 기반으로 한다. 반대로 말하면, 현재 우리가 읽는 것이 정말 손무가 직접쓴 글들만 있는 것인지는 확신할 길이없다. 춘추시대 죽간은 발견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6][7]

조조 이후로도 많은 주석본이 나왔는데, 중국에서는 한나라 조조, 당나라의 두우(杜佑), 두목(杜牧), 이전(李筌), 진호(陳皥), 맹씨(孟氏), 가림(賈林), 송나라 시대의 장예(張預), 매요신(梅堯臣), 왕석(王晢), 하씨(何氏) 등으로 알려지거나 추측되는 열한명 이상의 주석가를 거론하여 송대에 길천보(吉天保) 편찬으로 유래하는 십가주(十家注) 손자병법 및 이후에 이를 추가하여 편찬한 십일가주(十一家注) 손자병법이 편찬되었다.

한국에서는 수양대군이 최초로 손자병법에 주석을 저술한 무경칠서주해를 편찬하였다.

지금 민간에서 읽을 수 있는 손자병법의 이름을 단 책들은 모두 다 위무주손자.[8][9] 조조는 주석에 "내가 수많은 병서를 읽어봤는데 《손자병법》만이 가장 심오하다"라고 평했다. 흔히 13편이 전부라고 알기 쉬우나, 다양한 상황에서의 용병술까지 포함한 82편이 과거에 있었다. 한서 예문지(漢書藝文志)에서 손자병법(오손자/吳孫子)이 82편, 손빈병법(제손자/齊孫子)이 89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1972년 4월 중국 산동성 은작산에서 발굴된 한나라묘 2기에서 손자병법 13편과 손빈병법 30편이 죽간 형태로 발견되어 당시까지 손자와 손빈, 손자병법과 손빈병법에 대해 중국 역사학자들 간의 오랜 대립이 끝나게 되었다.

1996년 중국 시안에서 발굴되어 실제 손자병법의 내용을 알 길이 생기나 했으나,출처 진위여부를 조사를 해보니 위작으로 드러나서 좋다 말았다.출처1, 출처2

손자병법 13편만이 남은 이유는 시대가 지나 이미 전쟁양상이 크게 달라져서 손자병법 82편은 적용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당시 오나라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을 것이므로 각론에 등장하는 공성무기 제원이라든가 전차 운용법[10] 따위를 타국이나 후대의 장수들이 읽고 공부할 이유가 없었다. 즉, 없어진 부분에 뭔가 대단한 원리가 들어있다기 보다는 춘추시대 전쟁양상을 알 수 있는 사료로서의 가치가 클 것이다.[11] 즉 지금 남아있는 13편이 현재 전장에서도 적용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13편만이 남아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역사학도들의 입장에서는 춘추시대의 전쟁양상을 당대의 전문가가 공들여 기록한 귀중한 사료가 단순히 활용되지 않는 것을 넘어 완전히 소실되어버린 상황이므로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3. 내용

순서는 1. 시계 2. 작전 3. 모공 4. 군형 5. 병세 6. 허실 7. 군쟁 8. 구변 9. 행군 10. 지형 11. 구지 12. 화공 13. 용간 으로 구성되어 있다.[12]

손자병법 1편부터 3편은 손자가 생각하는 전쟁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내용이다. 전쟁을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시각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4편부터 6편은 주도권을 가져가는 법에 관한 내용이다.
7편부터 13편까지는 구체적인 상황별로 해법을 제시하는 각론 부분이다.
이 중에서 전통적으로 가치가 높다고 평가된 것들은 4.군형 5.병세 6.허실, 3개의 편들이다. 이들이 중요하게 취급되는 이유는 군대를 다루는 잡다한 기술을 모아서 체계적으로 탁월하게 관념화, 이론화시켰기 때문이다. 그의 체계화 방법은 고대 중국의 우주관, (道), 오행(五行), 음양(陰陽) 이라는 틀에 맞추어서 진행한다. 다시말해 손자병법에는 손무의 도가 있고, 오행이 있고 음양이 있다. 그리고 고대 중국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그 위계는 1.(道) 2.음양(陰陽) 3.오행(五行) 순서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손무가 무엇을 중시하며 저술했는지 이해하려면, 손무의 도가 무엇이고 음양이 무엇인지를 주목하면서 읽으면 된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의 독해를 하면 각각 대응 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결국 사상가로서 손무가 말하는 것은 병법의 도란 속이는 것이고, 그 힘과 변화는 변칙과 정공을 바꿈으로써 생기며, 이 변화가 곧 5종류 수량의 순환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대 중국의 우주관에 부합하는 체계 때문에 손자병법은 도가의 영향이 강하다는 해석이 줄곧 있어왔다. 다만 이러한 도-음양-오행의 우주관은 도가보다 역사가 길기 때문에 단정하기는 어렵다. 어찌되었든지 손무가 단순히 군대를 움직이는 기술을 넘어서서 체계를 창조해냈다는 점에서 그가 이론가로서 역량이 탁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사상적 완결성은 다른 중국의 병법서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부분이다.[13]

손자병법의 체계로 보면, 그의 음양에 해당하는 기정(奇正)이 결국 가장 핵심이 되는 사상이다. 기정을 손자병법의 핵심으로 보는 해석은 도가의 전통이 빈약한 한반도에서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중국에서는 저술과 비슷한 시기부터 이미 넓게 지지를 받았다. 손무의 적통을 잇는 후계자라 볼 수 있는 손빈손빈병법에서 아예 기정(奇正)편을 따로 써서 자신의 저술의 핵심으로 삼으면서 발전시켰다. 이는 병세편 다음 한 문장으로 대표된다.
以正合 以奇勝。
이정합 이기승.
정으로써 마주하고 기로써 승리한다.
일단 정공법으로 대적하여 교착을 시키고, 변칙으로써 승리를 하라는 것이다. 다만 손빈은 변칙인 기를 더 중시해서 쓰는 경향을 보였다.

한편 병세편은 중문학의 관점에서도 높게 평가 되어왔다. 군대를 다루는 원리로써 기정을 제시하고, 이를 5가지 맛과 5가지 색깔에 비유하며 관념을 설명하는 손무의 기술에 중국인들이 감탄해온 것이다. 동시대의 글과 비교해서도 손무는 글자 수 대비 내용이 충실하게 경제적인 글쓰기를 해서, 그 간결성이 아름답다는 평을 자주 받았다.

아이러니하게 느낄수 있겠지만 병법서인데도 절대로 전쟁을 추천하지 않는다. 손자가 생각한 최상의 병법이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싸울 수밖에 없다면 미리 이기고 싸우는 것이다. 애초에 싸우지 않을 수 있다면 전투라는 상황 자체가 손해이니 그럴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어쩔 수 없이 싸울 수밖에 없다면 미리 전략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서 승리가 확정된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기는 싸움만 해라."라는 것. 어떻게 보면 모든 병법의 기본이자 궁극적 목표이다. 그렇기에 손자병법에서는 애초에 전쟁은 후순위다. 설령 승리한다고 해도 애초에 안 싸우고 해결하는 것보다는 손해일 수밖에 없으니 싸우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면 그것이 최선이고,[14][15] 전쟁을 결심했다면 전쟁의 명확한 목표와 그로 인한 이득이 있어야 하며, 상대방의 전력과 나의 전력을 파악해 승기가 있는지를 먼저 보고, 직접 군사력을 전개하기 전에 계략을 동원해 최대한 상대방의 전력을 깎아내야 하며, 어쩔 수 없이 싸우게 된다면 최대한 빠르게 피해가 적은 승리를 거두는 것이 손자병법이 설파하는 핵심내용이다.

손자는 단순히 군대를 이끄는 장수로서가 아니라 국가를 이끄는 지도층의 관점에서 보면 전쟁이 났다는 것 자체가 손해라는 결론에서 출발한다. 더해 과한 전쟁으로 인한 피해로 국가가 파탄날 수도 있음을 경계하며, 전쟁으로 이익을 얻어도 그만큼의 피해를 입으면 전쟁을 하는 의미가 없음을 강조한다. 그래서 손자병법의 첫 장은 워게임으로 시작한다. 전쟁에서 이긴다고 해도 국가는 막대한 지출에 의해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되며, 전쟁에서 승리해도 얻은 것이 없다면 오히려 승리의 가치가 없으므로, 전쟁을 시작하기 이전에 말을 두어 보았을 때 손익이 암울하다면 애초에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총력전의 원시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장수의 입장에선 전쟁이 전략 그 자체지만 국가의 운영과 방위라는 대전략을 논할 땐 전쟁과 병법은 자원이 상당히 많이 드는 극단적인 (별로 효과적이지 않은) 전술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피력하는 것이다. 마침 손자가 활동하던 시대가 춘추시대 말기로, 본격적으로 국력을 총집결하여 한 나라를 멸망시키는 형태의 전쟁이 발발하던 시기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나라와 월나라 전쟁.

손자병법이 군사, 군관, 군주들을 위한 책인 만큼 전쟁 전후의 외교와 피점령민과의 대민관계, 그리고 전반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거듭 강조한다. 이와 거의 동일한 개념에 대해서는 피로스의 승리를 참고할 것. 애초에 병법을 쓸 정도로 전쟁에 빠삭한 자라면 이득과 손실을 칼같이 재는 각도기질에 통달해 있을 테니 무턱대고 싸우는 걸 추천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아무리 강병을 거느리고 백전백승을 해냈더라도 전쟁을 지원하는 인민이 지치고, 나라가 피폐해지면 항우와 같은 결과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불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나 이미 전쟁이 발발했다면 최선의 승리만을 거두어야 한다. 그렇기에 창작물이나 세간에서 인식되는 명장은 불리한 상황을 기발한 전술로 뒤집는 사람이지만 손자가 생각한 진짜 명장이란 처음부터 불리한 상황에 빠지지 않는 사람이다.[16] 손자는 1편 "시계"에서 아예 5가지만 따져보면 전쟁을 하기도 전에 승패를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손자는 전쟁 전에 이미 충분히 수를 계산하여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전쟁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휘관의 능력이라고 지적한다. 즉, 범인들이 생각하는 치열한 접전 끝에 멋지게 승리를 거두는 일은 훌륭한 승리가 아니라는 뜻이며, 후대의 사람들이 항우 같은 인물을 명장으로 치는 것을 비판한다.

현대에는 '최소한의 피해로 전략적 목표 달성에 집중'은 너무 당연한 상식이라 이 부분을 읽으며 '갑자기 이런 말을 왜 하지?' 하며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 이는 전혀 다른 말인데, 손자는 최소한의 피해로 이기는 것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이길 수 있는 판을 짜는 능력을 굉장히 중요시했다. 손자병법의 절반 정도가 전투 중에 활용하는 모병술이나 전술 외에 그전에 판을 짜고 군민을 지도하는 쪽에 할애하고 있다. 즉 현대에는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의 효과 달성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상술했는데 이걸 말하는 게 아니라는 말. 그러니까 손자가 말한 것은 준비된 조건에서 효율적으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럴 수 있도록 그 조건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손자의 병법은 단순히 전장에서의 지휘가 아니라 전쟁 그 자체를 다루는 법을 더 중요시한다.

현대에도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고 승리하는 사람을 옛날과 똑같이 명장으로 분류하지만, 손자가 말하는 명장이란 애초에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먼저 행동하는 사람을 뜻한다. 예를 들자면 앞서 말한 항우와 같이 스스로 처신을 못해서 항상 불리함을 딛고 싸우는 부류와 이를 이용해 자신의 세를 불려서 항상 유리하게 싸우기 위해 노력하는 유방을 비교해보면 항우가 잘 싸우건 어쩌건 종합적으로는 유방이 더 뛰어난 군주인 것. 일반적으로 손자형 명장으로 평가받는 인물은 바로 왕전이나 이순신. 현대의 장군으로는 콜린 파월이 있다.

물론, 장수는 언제나 국가와 군주에게 있어 일개 장기말에 불과하며, 국가와 군주 또한 흘러가는 역사의 부속에 불과하므로, 어떤식으로든 결국 불리한 전쟁을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오기 마련인데, 손자병법은 장수들에게 총론의 철칙을 강조하면서도, 장을 넘어감에 따라, 점점 암울해져 가는 전황에서 장수가 어떻게 대응하여야 하는 지 세밀한 각론으로 들어가며 대책을 조언한다.

워게임으로 시작하는 첫 장에서는 군주에게는 전쟁을 최후의 수단으로 둘 것을 경고하고, 장수에게는 주군에게 전쟁을 부추기지 말 것을 경고하며, 이후 기어코 전쟁에 돌입함에 따라, 가장 기초적인 작전 구상부터 시작하여 틀어진 전황을 엎을 묘수를 노리는 것[17]까지 철저히 "반드시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 빨리 전쟁을 이겨야 한다"는 철칙을 따라 조언한다. 현재까지 남은 병법의 장 중 마지막인 용간에서는 첩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 어떤 순간에도, 그 어떠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흔들리지 않기 위한" 조언이 이어진다. 하지만 아쉽게도 용간 이후의 장은 대부분이 소실되어 버렸다.

산둥성 린이 남쪽에 위치한 은작산의 한나라 무덤에서 발견된 은작산한묘죽간(銀雀山漢墓竹簡)에서 용간 이후의 장인 오문(吳問), 사변(四變), 황제벌적제(黃帝伐赤帝), 지형이(地形二), 견오왕(見吳王) 5편이 발견되었다.#

3.1. 시계(始計)

계략을 미리 헤아림. Assessment.

손자병법의 첫 장은 " 처음으로", " 헤아림" 곧, 계책을 시작함에 있어 지켜야 할 철칙이다. 원래의 장 제목은 '계(計)'였으며, '시(始)'는 후대에 처음으로 시작한다는 의미를 추가로 붙인 것이다.

이 장에서 손자는 전쟁 위기에 직면한 국가의 군주와 신하와 장수들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어떤 태도로 상황을 살피고 대응해야 하는지 조언한다. 군주건 장수건 전쟁 위기가 발생하였다면 자신의 목숨이 달린 문제이므로 막연한 생각으로 임했다가는 군주와 장수의 목이 날아간다는 엄중한 경고를 담고 있다.

손자는 앞서 애초에 전쟁 위기에 처할 상황을 만들지 말 것을 조언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전쟁에 직면하게 된다면, 전쟁을 준비함에 있어 항상 최선의 계책이 필요하며 전쟁을 앞둔 국가의 군주와 장수는 그 계책을 얻기 위해 최선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본 장의 취지이다. 물론, 제 정신이 박힌 장수와 군주라면 누구나 마땅히 그러할 것이므로, 상대가 그러하지 못하게 막아야 승기를 얻을 수 있음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후 현재까지 남아 있는 마지막 장인 "용간"에 이르기까지, 병법 내내 반드시 이길 싸움만 하라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마땅히) 나도 상대도 장기를 두며 고심할 것이므로, 상대를 속이고, 나는 속지 말아야 한다"는 철칙을 강조함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손자병법의 첫 장은 계략을 준비함에 앞서 먼저 헤아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孫子曰: 兵者, 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
손자왈: 병자, 국지대사. 사생지지, 존망지도, 불가불찰야.

손자가 말하였다.[18] 전쟁이란 국가의 큰일이며 죽고 삶[19]의 바탕이고,[20] 존속과 멸망의 길이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전쟁은 장난이 아니다. 전쟁에서 패하면 죽게 된다. 그러므로 전쟁은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하며, 목숨과 전력을 다해 살피고 고민해야 할 일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손자병법의 첫 구절로써, 손자가 말하였다선언으로 사용되었다. 이 선언은 병법 그 자체로 불리는 병서인 손자병법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며, 동시에 병법가로써 손자가 남긴 가장 중대한 가르침인 것이다.

또한 서문이라는 형식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의 1장 1절이니만큼 서문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전쟁이 다른 것과 구별되는 특징을 언급함으로써 원하는 방향으로 독자의 사고방향을 유도하는 구절이다. '국가'의 '큰일'이라는 구절에서 전쟁은 국가나 국가로 발전하려는 집단이 하는 것이며 그 이하의 도적질이나 패싸움과는 근본적으로 다름을 암시하고, '삶'과 '죽음'의 바탕이라는 구절에서 진정으로 죽음이 각 개인마다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오는 환경임을, 존속과 멸망의 길이라는 구절에서 집단에게도[21] 돌아올 수 없이 영영 사라질 수 있는, 즉 뒤가 없는 행위라는 점을 암시한다. 특히 사생과 존망이라는 글자 순서에 주목한다면 개인이 생존을 추구하면 집단이 멸망하고 개인이 죽음을 각오하면 집단이 살아남는 전쟁의 잔혹한 본질에 대한 암시도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이 가능하다. 이 부분은 구지편에서 사지와 생지를 언급한 부분과 연결해 해석해볼 수 있다.
故經之以五事, 校之以七計[22], 而索其情. 一曰道, 二曰天, 三曰地, 四曰將, 五曰法. 道者, 令民與上同意也, 故可與之死, 可與之生, 而不畏危也. 天者, 陰陽, 寒暑, 時制也. 地者, 遠近, 險易, 廣狹, 死生也. 將者, 智.信.仁.勇.嚴也. 法者, 曲制, 官道, 主用也. 凡此五者, 將莫不聞, 知之者勝, 不知者不勝.
고경지이오사, 교지이칠계, 이색기정. 일왈도, 이왈천, 삼왈지, 사왈장, 오왈법. 도자, 영민여상동의야, 고가여지사, 가여지생, 이불외위야. 천자, 음양, 한서, 시제야. 지자, 원근, 험이, 광협, 사생야. 장자, 지.신.인.용.엄야. 법자, 곡제, 관도, 주용야. 범차오자, 장막불문, 지지자승, 부지자불승.

반드시 다섯 가지 원칙과, 일곱 가지 계산으로 비교하여 피아의 상황을 정확히 탐색해야 한다. 첫째는 도[23]이고, 둘째는 하늘(천시)이고, 셋째는 땅(지리)이고, 넷째는 장군이고, 다섯째는 (군)법이다.[24] 도는, 백성들이 상층부와 뜻을 같이 하게 하는 것이다. 이로써 더불어서 죽을 수 있고, 이로써 더불어서 살 수 있게 하니, 위급함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늘이란, 낮과 밤, 추위와 더위에 따른 시간의 제약을 말한다. 땅이란 멀고 가까움, 평탄하고 험함, 넓고 좁음, 그리고 생지인가 사지인가 하는 것이다.[25] 장수는 지혜와 신의, 인의, 용기, 그리고 엄격함이 있어야 한다. 법이란 곡제, 관도, 주용[26]에 대한 것이다. 이 다섯 가지는 장군이라면 마땅히 모르는 이가 없어야 할 것이니, 아는 자는 승리하고 모르는 자는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전쟁은 죽냐 사느냐의 문제, 곧 이 걸린 문제이다. 설령, 목숨이 아깝지 않더라도 전쟁을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결국 개죽음일 뿐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며 되살아날 수 없다. 죽음을 우습게 여기는 자에게 어떤 명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전쟁이란 말이 입에 오르는 상황이 되었을 때는 곧 명을 다투는 상황이 찾아온 것이다. 그러므로 그 명을 주장하고 보존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며, 이것이 최초의 헤아림이 되는 것이다.

제일 먼저 살펴야 할 것은 道 이다. 이 전쟁에서 나는 도의와 명분은 물론, 명을 주장하는 의미가 있는 길에 놓여 있는 가? 곧, 적법하며 동시에 합리적인 흐름을 잡고 있는 상황인가? 아니라면 당장 전쟁을 피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닐 것이며, 질 경우에는 내 목숨이 날아가거나 내가 주장하고 지키려한 명이 쓰레기통에 처박힐 것이다. 하지만, 내가 도를 잡고 있다면, 아무리 어쩔 수 없이 질 수밖에 없는 전쟁에 강제로 끌려가 죽음을 묵묵히 기다리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누군가가 손을 펴주거나, 죽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따라줌으로써 적어도 개죽음은 면하게 될 것이다. 설령 상황이 정말 역겹기 짝이 없어 이 전쟁에 나서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도 때문에 나서게 되는 일도 있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살펴야 할 것은 天 이다. 지금 내가 아무리 올바른 道 에 놓여 있다 한들, 하늘이 거부한다면, 운명의 장난 처럼 길이 막힌다면 어찌할 방법이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아무리 강경히 주장할 도를 가졌다 하더라도 피하는 수밖에 없다. 천하의 알렉산더도 인도는 가기 싫다는 부하들의 아우성에는 답이 없었다. 천하의 알렉산더도 열병에 걸려 죽었다.

마치 하늘의 시간이 인간의 요구와 무관하게 움직이듯 이런 일이 일어난다. 겨울이 찾아오면 전쟁하기 글러먹으며, 봄에도 땅이 너무 녹아 진창이 되면 전쟁하기 글러먹었고, 여름에도 너무 덥고 습하고 비 내리고 해충과 역병이 창궐하면 전쟁하기 글러먹었으며, 가을에도 갑자기 이른 겨울로 넘어가거나 수확에 관한 문제로 전쟁하기 글러먹게 된다. 반대로, 겨울이 찾아왔음에도 싸워 이길 수 있는 시간도 존재한다. 어떤 시대였다면 이길 전쟁인데 시대가 맞지 않아 아쉽게 못 이기고 패배하여 죽게 되는 시간도 있으며, 어떤 시대였다면 반드시 패배해야 마땅했으나 그저 천시가 따라주었기에 이기기도 한다. 또한, 내가 지금 이 순간에는 하늘이 돕든 듯한 상황에 있어도 그것이 섭리에 어긋난다면 경천하지 않은 것이므로, 이는 순리에 반하는 역리가 되어, 설령 영웅의 위업을 달성하더라도 끝에는 해악을 끼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는 칭송 받을지 몰라도, 하늘의 시간이 옮겨가고 나면 두고두고 욕 먹는 상황으로 바뀌기도 하는 것이다.

도와 천이 따라준다면 다음으로 地를 따져야 한다. 地라는 표현은 전쟁터를 얘기한다. 생지냐 사지냐, 전쟁터까지의 거리가 먼가 가까운가, 그곳이 넓은가 좁은가 등을 얘기한다.

이 세가지 원천 조건이 갖춰주었다면 좀 더 눈에 보이는 조건을 살펴야 하니, 아주 당연히도 장군이다. 장군이 지휘를 한다. 장군 없이 전쟁을 어떻게 하겠는가? 나는 지금 나를 위해 자산들을 움직여줄 휘하 지도자들을 제대로 가지고 있는가? 또한, 나는 그들에게 합당한 지도자인가? 나는 장수를 신용할 수 있는가? 장수는 나를 신용할 수 있는가? 이 신용을 망가뜨린 위험 요소는 어느 정도인가? 장군이 갑자기 전쟁에서 사라질 위험이 있진 않은가? 그 누구도 혼자 나라를 통치할 수 없으며 그 누구도 혼자 전쟁을 할 수 없다. 또한, 장군 이전의 조건, 도, 천, 지는 장군보다 더 우선하는 조건이므로 그걸 타협해 장군을 얻을 순 없다는 것도 명심해야 하는 문제이다.[27] 참 희한하게도 도, 천, 지를 포기하고 장군을 얻으려하는 어리석은 행동이 예나 지금이나 끝없이 이어져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법을 보아야 한다. 모든 조건이 갖추어져 있으나 그것의 집행이 가능한가? 칼이 준비되어도 휘두를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내가 여러 허물에도 불구하고 그것 따위로 비난 받을 수 없는 온전한 도와, 천과, 지와, 그리고 그를 보좌하고 이끌 장군을 가졌어도 법이 따라주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고칠 수 없고 싸울 수 없는 것을 건드리려 하지 말아야 한다. 적법한 사유 없이 쓸 때 없이 불만 불평이 많은 불온 분자들만 득실거리는 나라의 족속을 이끌고 전쟁을 하려 하는 정신나간 짓을 벌여서는 아니된다. 도, 천, 지, 장군이 어떤식으로 총족되더라도 총체적 무질서로 더 수습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어떤 식으로든 그 전쟁은 망하게 되어있다.[28]

이 모든 조건이 갖춰지고 나서야 군신들이 모인 탁자에서 군기를 걸고 칼을 뽑고 나팔을 올려 불며 전쟁 위기를 논하고 고민할 수 있는, 최초의 헤아림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다섯 조건조차 달성할 수 없다면 즉시 어떻게든 그 위기에서 빠져나올 궁리를 하거나 위기가 가져올 재앙을 축소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보통 이 다섯 조건이 완비되지 못하므로 전쟁이 일어나고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29]
故校之以七計, 而塞其情. 曰. 主孰有道 將孰有能 天地孰得 法令孰行 兵衆孰強 士卒孰鍊 賞罰孰明 吾以此知勝負矣.
고교지이칠계, 이새기정. 왈. 주숙유도 장숙유능 천지숙득 법령숙행 병중숙강 사졸숙련 상벌숙명 오이차지승부의.

그러므로 (적아를) 비교하는 데 있어서 7가지를 계산하고, 정밀하게 만족하는지를 물어봐야 한다. 지도자가 '도'를 확보하였는가, 장군이 유능한가, 천시와 지리는 잘 숙지하였는가, 법령은 엄격하게 집행되는가, 어느 군대가 더 강한가, 병사들은 잘 훈련되었는가, 상벌은 공정한가, 나는 이를 통해서 승패를 알 수 있다.
將聽吾計, 用之必勝, 留之. 將不聽吾計, 用之必敗, 去之. 計利以聽, 乃爲之勢, 以佐其外. 勢者, 因利而制權也.
장청오계, 용지필승, 유지. 장불청오계, 용지필패, 거지. 계리이청, 내위지세, 이좌기외. 세자, 인리이제권야.

장차 나의 계책을 듣고 이용하면 반드시 이길 것이니 머물 것이나. 장차 나의 계책을 듣지도 않고 쓰지도 않으면 반드시 패할 것이니 떠날 것이다.[30] (내 계책을) 들은 것으로 이익을 꾀한다면 곧 세력이 모여서, 그 밖의 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니, 세력이라는 것은 이익을 좇은 형세가 만드는 것이다.
兵者, 詭道也. 故能而示之不能, 用而示之不用, 近而視之遠, 遠而示之近. 利而誘之, 亂而取之, 實而備之, 強而避之, 怒而橈之, 卑而驕之, 佚而勞之, 親而離之. 攻其無備, 出其不意, 此兵家之勝, 不可先傳也.
병자, 궤도야. 고능이시지불능, 용이시지불용, 근이시지원, 원이시지근. 리이유지, 난이취지, 실이비지, 강이피지, 노이요지, 비이교지, 일이노지, 친이리지. 공기무비, 출기불의, 차병가지승, 불가선전야.

병이란, 속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능력이 있어도 없는 듯하고, 용병을 하면서도 용병하지 않는 듯하며, 가까이 있어도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고,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는 척 해야 한다. 이익으로 유혹하고, 혼란스러우면 (이익을) 취하고, (상대의 태세가) 충실하면 방비하고, 강하면 피하고, 분노하면 소란스럽게 하고, 얕보여서 교만하게 만들고,[31] 쉬려 하면 바쁘게 하고, 친하면 갈라지게 만든다. 방비하지 않은 곳을 공격하고, 의식하지 못하는 곳에 나아간다. 이는 병법에 있어서 승리하는 것이니 미리 알려서는 안 된다.[32]
夫未戰而廟算勝者, 得算多也. 未戰而廟算不勝者, 得算少也. 多算勝, 少算不勝, 而況於無算乎. 吾以此觀之, 勝負見矣.
부미전이묘산승자, 득산다야. 미전이묘산불승자, 득산소야. 다산승, 소산불승, 이황어무산호. 오이차관지, 승부견의.

무릇 전쟁 전에 묘산[33]을 해봐서 승리했다면 승산이 많다. 전쟁 전에 묘산을 해봐서 이기지 못했다면, 승산이 적다. 승산이 많은 자가 이기고, 승산이 적은 자는 이길 수 없는데, 하물며 묘산도 하지 않음이야. 나는 이를 보는 것으로써, 승패를 알 수 있다.

3.2. 작전(作戰)

싸움을 각오함. Initiation

" 지을 작" " 전쟁"으로 위기에 대응해 여러 계책을 헤아려보았고, 어쨌든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전쟁으로 인해 뼈와 골수가 마르는 끔찍한 피해가 찾아올 것이니 반드시 이를 각오하고 그에 대비하라는 조언이다. 전쟁은 최하층 천것부터 장수를 거쳐 고귀한 군주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한 순간에 죽음으로 몰아넣는 무시무시한 재난이기 때문에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그 끔찍한 고통을 각오하고 싸움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물론, 제정신이 박혔다면 마땅히 적의 군주와 장수들도 그리할 것이므로, 손자는 자신이 입을 피해를 적에게 떠넘겨야 함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국가의 힘은 최대한 철저히 효율적으로 운용해 아끼고, 적의 힘을 훔쳐 자신의 것으로 해야만 하는 것이다.
孫子曰: 凡用兵之法, 馳車千駟, 革車千乘, 帶甲十萬, 千里饋糧, 則內外之費. 賓客之用, 膠漆之材, 車甲之奉, 日費千金, 然後十萬之師擧矣.
손자왈: 범용병지법, 치차천사, 혁차천승, 대갑십만, 천리궤량, 즉내외지비. 빈객지용, 교칠지재, 차갑지봉, 일비천금, 연후십만지사거의.

손자가 말하였다. 군대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말이 끄는 전차 천대에, 가죽으로 만든 수레 천대,[34] 갑옷 입은 병사 10만,[35] 천리길의 식량수송,[36] 즉 안과 밖으로 소비되는 것에 더해서, 빈객[37]들이 쓰는 것, 아교와 옻 등의 재료,[38] 전차와 갑옷의 관리에 매일 천금이 소모해서야 비로소 10만 군대를 일으켜서 통솔할 수 있다.
其用戰也, 勝久則鈍兵挫銳, 攻城則力屈, 久暴師則國用不足, 夫鈍兵挫銳 屈力殫貨, 則諸侯乘其弊而起, 雖有智者, 不能善其後矣. 故兵聞拙速, 未睹巧之久也. 夫兵久而國利者, 未之有也. 故不盡知用兵之害者, 則不能盡知用兵之利也.
기용전야, 승구즉둔병좌예, 공성즉역굴, 구폭사즉국용부족, 부둔병좌예 굴력탄화, 즉제후승기폐이기, 수유지자, 불능선기후의. 고병문졸속, 미도교지구야. 부병구이국리자, 미지유야. 고부진지용병지해자, 즉불능진지용병지리야.

그렇게 군대를 써서 싸우는 것은 이기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군대가 둔하면 기세가 꺾이고, 성을 공격하면 힘이 다하고, 오랫동안 무리해서 군대를 쓰면 국가의 재물이 부족해진다. 둔해진 군대의 기세가 꺾이고 힘이 다하고 재물이 바닥나면, 곧 제후들이 그때를 노려서 군대를 일으키는데, 아무리 지혜로운 자가 있어도 그런 뒤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병법에 있어서 대충이라도 서두르라는 말은 들었어도 오래 끌더라도 교묘하게 하라는 것은 들은 적이 없고, 병사를 오래 동원해서 국가에 이득이 되었던 적도 일찍이 없었다. 고로 어떻게 하는 것이 해가 되는지를 알지 못하면, 곧 어떻게 해야 이익이 되는지도 알 수 없다.
善用兵者, 役不再籍, 糧不三載, 取用於國, 因糧於敵, 故軍食可足也. 國之貧於師者遠輸, 遠輸則百姓貧. 近於師者貴賣, 貴賣則百姓財竭, 財竭則急於丘役. 力屈財彈, 中原內虛於家. 百姓之費, 十去其七, 公家之費, 破軍罷馬, 甲胄矢弩, 戟盾矛櫓, 丘牛大車, 十去其六.
선용병자, 역부재적, 양불삼재, 취용어국, 인량어적, 고군식가족야. 국지빈어사자원수, 원수즉백성빈. 근어사자귀매, 귀매즉백성재갈, 재갈즉급어구역. 역굴재탄, 중원내허어가. 백성지비, 십거기칠, 공가지비, 파군파마, 갑주시노, 극순모로, 구우대거, 십거기육.

뛰어난 장군은 한 명을 두 번 동원하지 않고, 병량을 세 번 수송하지 않는다.[39] 쓸 물건은 자국에서 동원하지만, 부족한 식량은 적에게서 취하니, 이를 통해서 군량은 부족하지 않다. 국가가 가난해지는 것은 전쟁을 하면서 원거리 수송을 하기 때문이니, 원거리 수송을 하면 곧 백성도 가난해진다.[40] 군대 인근에서는 매물이 귀해지니, 매물이 귀해지면 백성의 재산이 고갈되고, 재산이 고갈되면 곧 노역이 늘어난다. 힘은 다하고 재정은 파탄나고, 나라의 집들은 텅 비게 된다. 백성들이 가진 것의 10의 7은 사라지고, 귀족들이 가진 것 중에서 깨진 전차와 말, 갑옷, 활, 창, 방패에 소가 끄는 마차 등 10에 6이 사라진다.[41]
故智將務食於敵. 食敵一鐘, 當吾二十鐘, 萁稈一石, 當吾二十石. 故殺敵者, 怒也, 取敵之利者, 貨也. 故車戰, 得車十乘已上, 賞其先得者, 而更其旌旗, 車雜而乘之, 卒善而養之, 是謂勝敵而益強.
고지장무식어적. 식적일종, 당오이십종, 기간일석, 당오이십석. 고살적자, 노야, 취적지리자, 화야. 고거전, 득거십승이상, 상기선득자, 이갱기정기, 거잡이승지, 졸선이양지, 시위승적이익강.

그러므로 지혜로운 장수는 식량을 적에게서 얻으려고 노력한다. 적의 식량 1종[42]은 우리의 20종에 해당하고, 사료 1석은 우리의 20석에 해당한다.[43] 적을 죽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분노라면, 적에게서 이익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재물이다. 그러므로 전차끼리 싸울 때, 전차 10승 이상을 얻었다면, 가장 먼저 얻은 자에게는 상을 주고, 그 (전차의) 깃발을 바꿔달고, 그 전차는 (기존의 아군 전차들과) 섞어서 타며, 포로들은 후하게 대우해서 관리하니, 이를 일컬어 적을 이겨서 더욱 강해진다는 것이다.
故兵貴勝, 不貴久. 故知兵之將, 民之司命, 國家安危之主也.
고병귀승, 불귀구. 고지병지장, 민지사명, 국가안위지주야.

그러므로 전쟁은 승리가 귀중하나, 오래 끄는 것은 귀하지 않다. 그러므로 전쟁을 아는 장수가 국민의 목숨, 국가의 안위를 책임진다.

3.3. 모공(謀攻)

치기 위해 꾀함, Planning

" 꾀하다", " 공격" 전쟁이 시작되었다면 어느 한쪽이 쓰러지기 전까지는 멈출 수 없다. 허나, 적을 공격해 쓰러트리는 것은 적을 막아내는 것보다 수배는 큰 노력과 고통을 수반한다. 그러므로, 적을 막는 것이 공격하는 것보다 훨씬 용이하다. 하지만, 결국 공격하지 않고 적을 쓰러트릴 수는 없고, 적이 쓰러지지 않는다면 내가 쓰러지는 일만 남게 된다.

그러므로 적을 치기 위해 계획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나, 적을 치기 위해 계획함에 있어 목표는 적을 쓰러트리는 것일 수 없다. 전투의 승패는 아무리 뛰어난 군주, 장수, 병사라 해도 절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적을 쓰러트리기 위해 적을 치는 것은 항상 손해를 보는 일이 된다. 그러므로, 적을 치기 위해 준비할 때, 그 진짜 목적은 적이 스스로 싸움을 그만두게 하는 것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적이 스스로 싸움을 그만두는 일은 대체로 없다.

이렇게 싸움이란 예상할 수 없는 것이며, 계획해야 하는 것이나 계획할 수 없는 것이다. 이론상의 최상을 항상 노려야 할 것이나, 그것이 진짜로 달성된다면 사실은 그것이 최상이 아니었다 봐도 무방할 만큼, 전쟁이란 최상의 결과를 허용하지 않는 암울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적보다 내가 손해를 덜 입기는커녕, 안 입을 손해나 입지 않으면 다행이다.

적을 잘 알고 나 자신도 잘 안다면 모든 싸움에 있어 승패는 알 수 없어도 어처구니 없는 위기를 겪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손해를 입지 않는 것마저 기대할 수 없는 문제가 전쟁이다.[44] 그러므로 항상 최악까지 따져 그 최악을 어떻게든 무마할 궁리를 해야 한다. 전쟁에 임하는 군주와 장수들은 적을 이길 생각을 하기 이전에 스스로 망하지 않을 방법부터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려 없이 적을 쳐 쓰러트릴 것을 꾀한다면 되려 스스로 쓰러져 전쟁에서 패배하게 된다. 전쟁에서 적을 쳐 쓰러트리지 않고서 이길 방법은 없으므로, 수많은 나라와 군주와 장수들이 적을 치기 위해 내몰려지고는, 결국 스스로 쓰러져 멸망했다.
孫子曰: 凡用兵之法, 全國爲上, 破國次之, 全軍爲上, 破軍次之. 全旅爲上, 破旅次之, 全卒爲上, 破卒次之, 全伍爲上, 破伍次之.
손자왈: 범용병지법, 전국위상, 파국차지, 전군위상, 파군차지, 전려위상, 파려차지, 전졸위상, 파졸차지, 전오위상, 파오차지.

손자가 말하였다. 무릇 병사를 부리는 법에 있어서, 적국 전체를 온전히 하는 것이 상책이고, 그 나라를 깨부수는 것은 차선이다. 적 1군을 유지하는 것이 상책이고 1군을 쳐부수는 것은 차선이다. 적 1여를 유지하는 것이 상책이고 1여를 쳐부수는 것은 차선이다. 적 1졸을 유지하는 것이 상책이고 1졸을 쳐부수는 것은 차선이다. 적 1오를 유지하는 것이 상책이고 1오를 쳐부수는 것은 차선이다.[45]

적을 직접 쳐서 무너뜨리는 것은 항상 가장 비싼 선택지다. 따라서, 적을 쳐야 하는 일이 있다면, 적이 스스로 전쟁 수행 역량을 상실하도록,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앉은뱅이 오리마냥 허송세월을 보내게 하는 것을 목표로 두는 것이 그나마 타산이 맞는다.
是故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故上兵伐謀,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攻城.
시고백전백승, 비선지선자야, 불전이굴인지병, 선지선자야. 고상병벌모, 기차벌교, 기차벌병, 기하공성.

백 번 싸워서 백 번 이기는 것이 최상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이다. 그러므로 최상은 병력으로 적의 싸우려는 의도 자체를 깨는 것이고, 다음은 적의 외교를 깨는 것이고, 그 다음은 적의 병사를 깨는 것이고, 성을 공격하는 것은 최악이다.

적의 전쟁 목표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 적에게 가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 성과이다. 이를 달성할 수 있다면 적이 아측에게 위해를 끼치기 위해 마련한 무대 자체를 엎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당장 달성할 수 없다면 적이 전쟁 목표 달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하는 적의 외교를 무너뜨려 무대를 기울이기라도 해야 한다. 이것조차 불가능해지면 결국 정면 힘싸움에 돌입할 수밖에 없어지며 그것은 곧 끝없는 소모를 의미한다. 그나마도 적이 요새에 틀어박혀 니가와를 시전하고 있다면 전장 외의 문제, 곧 전쟁 자체의 문제로 인해 적이 요새에 틀어박혀 세월아 네월아 하고 농성할 수 있는 상황이며 이는 곧 아군 측이 전쟁을 말아먹고 있다는 뜻이다.
攻城之法爲不得已. 修櫓轒轀, 具器械, 三月而後成, 距闉, 又三月而後已. 將不勝其忿, 而蟻附之, 殺士三分之一, 而城不拔者, 此攻之災也.

공성지법위부득이. 수로분온, 구기계, 삼월이후성, 거인, 우삼월이후이. 장불승기분, 이의부지, 살사삼분지일, 이성불발자, 차공지재야.

성을 공격한다는 것은 부득이한 방법으로, 큰 방패, 분온[46]을 수선하고, 큰 병기를 갖추는 데 3개월이 걸린다. 거인[47]이 완성되는 것에는 다시 3개월 이후이다. 장수가 그 분을 이기지 못해서 (병사들을) 개미떼처럼 (성벽에) 붙게 만들면, 그 병사들의 1/3이 죽는데, 이렇게 하고도 성을 얻지는 못하니 이것이 바로 공격하는 측의 재앙이다.[48]

축성물을 쌓고 처박혀 있는 적을 치는 것은 끔찍한 재난이다. 물론, 어떤 전쟁이든 십중팔구 이렇게 공성을 해야 하는 아주 더러운 상황을 필수적으로 거치게 되어있다. 하지만, 공성을 한번 할 때마다 군대 이전에 국가의 등골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자꾸 공성을 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면 전장이 아닌 전쟁 자체를 보고, 도대체 어디서 국가가 전쟁을 말아먹고 있는지 살펴야만 한다. 상대해야 하는 요새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전쟁을 잘못 하고 있다는 증거다.
故善用兵者, 屈人之兵而非戰也. 拔人之城而非攻也.
고선용병자, 굴인지병이비전야. 발인지성이비공야.

그 까닭에 용병을 잘하는 자는 적병과 전투를 하지 않고 적병을 굴복시킨다. 적의 성을 공격하지 않고 빼앗는다.

방어라는 것은 아무도 못 지나가게 막으려 하는 것이 아닌, 적이 강제로 공격하게 만들어 상대의 시간과 인력과 자금을 허비시키기 위해 하는 것이다. 허나, 아무리 잘 꾸려서 상대를 엿 먹이는 방어라 하더라도 결국 전쟁이란 거대한 흐름의 일부일 뿐이며, 그 방어를 상대하지 않고 무용지물로 만들 방법은 보기보다 수두룩하게 많다. 더 큰 단위의 더 중요한 접근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을 준비한다면 필패한다.
毁人之國而非久也, 必以全爭於天下, 故兵不頓而利可全, 此謀攻之法也.
훼인지국이비구야, 필이전쟁어천하, 고병부둔이리가전, 차모공지법야.

적국을 훼손하여 무너뜨릴 때 오래 끌지 않는다. 필히 천하의 전쟁에 완전하게 승리한다. 고로 병사가 손상되지 않는 완전한 승리를 한다. 이것이 공격하는 책모이다.

공격을 준비하는 것은 아측이 적의 방어를 무용지물로 만들기 위해 행하는 전장 밖의, 전쟁 자체에서의 행동에 기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전쟁을 잘 하고 있다면 적이 아무리 강대해도 막상 공격을 할 때 별 일 없이 싱겁게 끝난다. 그리되면 적은 자신의 자산을 전투에 투입시켜보지도 못하고 앉은뱅이처럼 알아서 폭삭 망해 증발할 것이다. 물론, 안타깝게도 실제 전쟁의 흐름은 항상 이 목표와 반대로 흘러가며, 그렇기 때문에 공격을 준비해야만 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공격을 준비해야 하는 것만으로도 뼈아픈 손실인데, 하물며 그 공격이 전쟁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적을 잘 때려부숴도 말짱 도루묵에 적이 싱글벙글 비웃을 헛고생만 하게 되는 것이다.
故用兵之法, 十則圍之, 五則攻之, 倍則分之, 敵則能戰之, 少則能逃之, 不若則能避之. 故小敵之堅, 大敵之擒也.
고용병지법, 십즉위지, 오즉공지, 배즉분지, 적즉능전지, 소즉능도지, 불약즉능피지. 고소적지견, 대적지금야

그러므로 전쟁을 하는 방법은, 적군보다 10배의 병력이면 포위하고, 5배의 병력이면 공격하고, 2배의 병력이면 적을 분리시킨 후 차례로 공격하고, 맞먹는 병력이면 최선을 다하여 싸우고, 적보다 적은 병력이면 도망치고, 승산이 없으면 피한다. 그러므로 소수의 병력으로 무리하게 싸우면, 강대한 적의 포로가 될 따름이다.

좋든 싫든 결국 공격을 꾀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면, 가능하면 적을 포위해 역으로 내가 눌러앉고 "니가 나와"를 시전하는 것이 좋다. 이것은 공성의 기본이기도 하다. 내가 적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나, 적이 스스로 나오게 강요할 만큼 강대하지는 못하다면 결국 적을 직접 쳐야만 할 것이다. 만약 내가 적보다 강하나 압도할 수는 없다면 적을 분산시켜 한번에 적의 조직력 전체와 맞서지 않도록 계획해야 한다. 공격을 꾀해야만 하는데 적과 내가 대등하다면 그저 최선을 다해 싸우는 수밖에 없다. 만약 내가 적보다 허약한데 공격을 해야만 한다면, 공격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감안하고도 그냥 포기하고 도망쳐야 한다. 공짜로 적에게 이익을 퍼주느니 차라리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 낫다.

나와 적의 허실과 무관하게, 어떤 경우에도, 공격의 성과가 미심쩍을 상황이라면 적당한 요새로 들어가 시간을 끌며 더 나은 공격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夫將者, 國之輔也. 輔周則國必強, 輔隙則國必弱. 故君之所以患於軍者三
부장자, 국지보야. 보주즉국필강, 보극즉국필약. 고군지소이환어군자삼

장군은 나라를 보좌하는 자이다. 보좌하여 군주와 친밀하다면 국가는 필히 강해진다. 보좌하여 군주와 틈이 생기면 국가는 필히 약해진다. 고로 군주가 군대에 환난을 가져오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공격을 꾀함에 있어 가장 큰 재앙은 보통 장수가 아니라 장수를 부리는 군주가 만든다. 공격을 꾀하는 것은 전장 위의 전쟁에서 군주가 둘 수를 개선하기 위함인데, 정작 그 수를 두어야 하는 군주가 이상한 짓을 벌인다면 그야말로 천재지변이나 다름 없다.
故君之所以患於軍者三: 不知軍之不可以進而謂之進, 不知軍之不可以退而謂之退. 是爲縻軍.
고군지소이환어군자삼:부지군지불가이진이위지진, 부지군지불가이퇴이위지퇴. 시위미군.

그러므로 군주가 군에 대해 걱정해야 할 바가 3가지가 있다. 첫째는 (장수가) 군대의 진격이 불가능한 것을 모르면서 돌진을 명령하는 것이고, 군대의 퇴각이 불가능한 것에 모르면서 후퇴를 명령하는 것이다. 이것이 코 꿰인 군대라고 한다.

따라서 군주는 자신이 가진 자산을 귀중히 여기고, 전쟁을 돕기 위해 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장수와 그 군대에 멍청한 방해를 가하지 않도록 항상 신중해야만 한다. 그 방해란 군대의 기동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不知三軍之事, 而同三軍之政者, 則軍士惑矣.
부지삼군지사, 이동삼군지정자, 즉군사혹의.

둘째는 삼군의 사정을 모르고 군대의 행정에 간섭하면, 즉시 군사들의 의혹을 살 것이다.

不知三軍之權, 而同三軍之任, 則軍士疑矣. 三軍旣惑且疑, 則諸侯之難至矣, 是謂亂軍引勝.
부지삼군지권, 이동삼군지임, 즉군사의의. 삼군기혹차의, 즉제후지난지의, 시위난군인승.

셋째는 군주가 군대의 사정을 모르고 군대의 임무에 간섭하면, 즉시 군사들의 의심을 살 것이다. 이처럼 군대에 회의와 의혹이 있다면 즉시 이웃 제후들이 침략하는 난을 겪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것이 아군을 혼란하게 만들고 적이 승리하는 원인이 된다.

군주가 자신의 장수와 군대에 대해 모르고 간섭한다면 장수도 군사들도 전쟁의 흐름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이것은 군대의 조직력 상실로 직결되며 전쟁을 말아먹는 아주 확실한 방법 중 하나다.

군주는 곧 자신의 장수와 군대가 기댈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그 군주가 경거망동을 일삼는다면 군대는 사기를 잃고 불신과 불안 속에 빠지게 되며, 조직력을 상실해 싸우는 족족 패한다. 경거망동을 일삼는 못 되어먹은 군주는 그렇게 패하는 군대를 오히려 더 혼란하게 만들어 더 많이 패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자신의 목이 날아가는 참사를 부른다.

군주는 반드시 자신의 장수와 그 군대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게임에서조차 자기가 부리는 것들의 스탯을 모르면 필패한다, 하물며 전쟁은 말할 것도 없다. 군주가 자신의 장수와 군대에 대해 모른다면 필패한다.
故知勝有五, 知可以戰與不可以戰者勝, 識衆寡之用者勝.
고지승유오, 지가이전여불가이전자승, 식중과지용자승.

그러므로 승리를 예지할 수 있는 다섯 가지가 있다. 전쟁을 해야 하는지 전쟁을 해서는 안 되는지 아는 자는 승리한다. 식견을 가지고 대소규모의 부대를 운용하는 자는 승리한다.

정보가 없다면 행동할 수 없다. 정보 없이 행동하면 필히 패배하며, 정보가 있다면 당장은 싸움에서 질지언정 전쟁은 승리를 향해 이끌 수 있다.
上下同欲者勝, 以虞待不虞者勝, 將能而君不御者勝. 此五者, 知勝之道也.
상하동욕자승, 이우대불우자승, 장능이군불어자승. 자오자, 지승지도야.

장군과 병사 상하 간에 동일한 욕망을 가진 자는 승리한다. 준비된 상태에서 미리 헤아리지 못한 적과 대적하면 승리한다. 장군의 능력이 뛰어나 군주가 통제하려 하지 않으면 승리한다. 이 다섯 가지가 승리를 예측하는 길이다.

군대는 적과 조직력을 겨룬다. 그 조직력은 군대의 준비 상태와 사기에 기반하여 생성된다. 병사와 장군이 하나된 목표를 가지고 행동한다면 어떤 극악한 참상이 다가와도 그것을 견뎌낼 수 있으나, 병사의 생각과 장군의 목적 의식이 괴리된다면 병사들이 사기를 잃고 작디 작은 상처가 나도 기겁을 하며 무너진다. 정보와 계획을 충분히 준비한 군대는 그렇지 못한 군대를 견뎌낼 수 있다. 설령 적이 상당히 강력하더라도 적의 조직력이 나의 조직력을 이겨내지 못하면 내가 이기지는 못할 수 있어도, 적이 이길 일은 없다. 이러한 문제는 대개 군주의 손을 벗어나, 군주가 부리는 장수들이 다뤄야 하는 문제다. 군주는 장수들이 불필요한 난관에 빠지지 않도록 전쟁 자체를 이끄는 것 만으로도 바쁘디 바쁜 몸이며, 쓸데없이 장수들에게 신경이 갈 상황이면 그 전쟁은 망한 전쟁이다.
故曰: 知彼知己, 百戰不殆,[49]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
고왈: 지피지기, 백전불태, 부지피이지기, 일승일부, 부지피부지기, 매전필태.

그러므로 말한다: 적의 상황을 알고 나의 상황을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적의 상황을 모르고 나의 상황만 알고 있다면 한 번은 승리하고 한 번은 패배한다. 적의 상황을 모르고 나의 상황도 모르면 매번 전쟁을 할 때마다 필히 위태로워 진다.

전쟁은 언제나 불확실하다. 허나, 적어도 정보를 가진 자는 싸움에서 질지언정 황당한 "사고"를 당하지는 않는다. 정보가 없다면 싸움에서 이기든 지든 언제나 "사고"가 도사린다. 수많은 군주와 장수들이 정보가 없어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고 국가도 함께 폭삭 망했다.

3.4. 군형(軍形)

Fitness (Tactical Dispositions)
" 군대의" " 형태''

국가와 군대의 상황이나 내실 등과 별개로 봐야 하는 군대의 "형태"가 존재한다. 이것은 (아측 적측 모두) 국가와 군대의 이곳 저곳에 흩어져 숨겨진, 묘사하거나 설명하기 아주 어려운 기질, 분위기, 전통, 배경, 기반 따위의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요소들은 사실 명확한 지표를 통해 드러나 있는 것이지만, 참 기묘하게도 이것을 한 곳에 모아 정리하여 파악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우며, 때문에 잘못된 것을 계획하는 일이 많다.

이 군형 편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전훈이 현대 여러 사례로 존재하는데, 가장 최근의 것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훈이 있다. 러시아군은 전쟁 초반에 소위 "미국식" 전쟁을 하려 하였으나, 러시아의 역량 부족과 보유 장비의 상태 불량 이전에 러시아의 군대 자체가 본래 이러한 형태로 운용될 수 없는 "군형"을 가졌으며, 전장마저 그러한 "군형"을 가진 군대가 활약할 수 없는 광활한 평야이면서도 실제로는 뻘밭이라 기동이 제한된 곳이었기에 "64km 돈좌" 같은 기상천외한 추태를 보인 것이다.

기나긴 수렁에 빠져버린 아프간 전쟁의 전훈 또한 이 "군형"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아프가니스탄의 현지 군대가 스스로 탈레반 반군을 극복할 수 있는 "군형"을 갖추게 하는 것에 실패하여, 목적의식 없이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부족 군대의 "군형"을 벗어나지 못한 결과 그들을 대신하여 무한정 미군을 포함한 다국적군 연합의 지리멸렬한 소모가 이어졌고, 이 다국적국 연합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을 영구히 몰아낼 "군형"을 원천적으로 갖출 수 없는 외세의 군대였기에 결국 아프가니스탄 현지군이 필요한 군형을 갖추지 못하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어떤 "군형"은 그 자체로 오합지졸이라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 형태이며, 또 어떤 "군형"은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어떠한 전쟁에는 어울리지 않아 크게 고전하기도 한다. 반면, 어떤 "군형"은 빈약하기 짝이 없으나 어떠한 전쟁에는 맹렬하기 그지 없다.

안타깝게도 이 "군형"의 실체를 알아보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바로 실전 뿐이다.
孫子曰: 昔之善戰者, 先爲不可勝, 以侍敵之可勝. 不可勝在己, 可勝在敵.
손자왈: 석지선전자, 선위불가승, 이대적지가승, 불가승재기, 가승재적.

손자가 말하였다. 옛날에 전쟁을 잘하는 장군은 먼저 이길 수 없는 나를 만들고, 승리가 가능한 적군을 대적한다. 적이 승리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은 나에게 존재한다. 내가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은 적에게 존재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명장은 일단 적이 나를 이길 수 없는 상황을 성립시키고, 대적할 수 있는 적만을 대적했다. 적이 나를 꺾지 못하게 하는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나, 내가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닌 적이 만드는 것이다.

군형이란 대부분 전쟁이 끝난 후 전훈으로써만 파악된다. 설령 그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하더라도, "군형"이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적을 이기기 위한 "군형"을 갖추는 것은 마음대로 할 수 없어도 적이 나를 이기지 못하게 하기 위한 "군형"을 갖추는 것은 가능하다.
故善戰者, 能爲不可勝, 不能使敵必可勝.
고선전자, 능위불가승, 불능사적필가승.

그러므로 전쟁을 잘하는 자는 적군의 승리가 불가능하게 할 수는 있지만, 필히 적에게서 승리가 가능한 상황을 구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전설로 기억되며 군신이라 불려 손색 없는 명장들도 적의 승리를 전부 불가능하게 만들어내는 것을 손 쉽게 이루어내었을 뿐 필승을 가능하게 해낸 일은 손에 꼽을 만큼 드물었다. 필승을 보장하는 "군형"은 십중팔구 장수의 능력과 상관 없이 "이미 정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후대의 그 어떤 명장을 데려와도 일단 한 수 접어준다는 한니발 조차도 카르타고군의 "군형"이 로마군의 "군형"[50]을 꺾을 수 없어 본국의 원로가 평화를 협상해야 한다 우려했고 결국 우려한 대로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패배하였으며, 도저히 싸울 수 없는, 말도 안되는 오합지졸 국가의 오합지졸 군대의 "군형"을 가졌던 조선군을, 압도적인 해상 화력의 우위라는 활용되지 못하던 "군형" 을 바탕으로 보조하여 일본군의 승리를 최후까지 틀어막아낸 충무공조차도, 왜성을 쌓아놓고 항구에 틀어박힌 일본 함대를 끄집어 내어 박살낼 수는 없었다.

이것은 매 패전 하나하나가 재앙이 되는 해군에서 해군력의 운용의 가장 기본으로 현존함대가 존재하는 이유기도 하다.
故曰: 勝可知, 而不可爲. 不可勝者, 守也. 可勝者, 攻也. 守則不足,
고왈: 승가지, 이불가위. 불가승자, 수야. 가승자, 공야. 수즉부족,

옛말에는 승리를 예견할 수는 있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승리가 어려우면 수비를 하라. 승리가 가능하면 공격을 하라. 수비는 전력이 부족할 때 한다.

이 조언의 예시를 그 누구보다 잘 지켜낸 것이 충무공이다. 조선의 해상 곳곳을 쥐, 이 잡듯 수색하며 왜군의 선박을 찾아내 요격하곤 하던 충무공조차도 항상 요격에 성공할 수 있다 장담할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충무공은 악착 같은 수색을 행하며 왜군의 위험한 타격대는 회피하고 잘못 기동한 왜군의 임무대는 나오는 족족 찾아내어 묵사발을 내었다. 승리가 가능하다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왜군의 타격대까지 색출해 공격하였으며,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그들을 보내주고 항구로 돌아와 정비하였다.
攻則有餘. 善守者, 藏於九地之下. 善攻者 動於九天之上. 故能自保而全勝也.
공즉유여. 선수자, 장어구지지하. 선공자 동어구천지상. 고능자보이전승야.

공격은 전력이 넉넉할 때 한다. 수비를 잘하는 자는 다양한 지형을 이용하여 적을 막아내고 공격을 잘하는 자는 다양한 기상조건을 이용하여 구동한다. 고로 자신을 보호하면서 완전한 승리를 한다.

지형과 기상조건은 군형과 무관하게 확실한 이점을 제공한다. 군형이란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것이며, 대부분 아군이 승리하기 나쁜 점만 드러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이점이 보장되는 전장의 환경을 확보하여 자신의 군형의 약점이 노출되지 않게 막아낼 수 있어야만 완전한 승리가 가능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해서 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나, 그렇게 준비하지 않는다면 승리하더라도 뒤가 찝찝해지게 된다.
見勝不過衆人之所知, 非善之善者也. 戰勝而天下曰善, 非善之善者也.
견승불과중인지소지, 비선지선자야. 전승이천하왈선, 비선지선자야.

승리를 예측하는 능력이 중인들이 알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면 최선 중의 최선이 아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천하의 모든 이가 칭찬한다면, 최선 중의 최선이 아니다.

충무공의 위업은 한산도대첩도, 심지어 기적 그 자체였던 명량해전도 아니다.

그가 아무리 무패의 전설을 이어가도 정적들이 물어 뜯고 군주가 성과를 의심하곤 했다. 그는 당시의 권세자들이 보기에도 분명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칭찬하는 상황을 맞은 적은 드물다. 즉. 충무공이 조선에 선물한 진정한 승리들은 대부분 지극히 조용하게 이루어졌으며 이것은 후대의 사람들도 잘 알지 못하는 것이다.[51]

또한, 그 충무공조차도 조용하게, 후대의 사람들조차 모르게 조선에게 완벽한 승리를 선물할 수는 없었기에 최선 중의 최선을 달성하지는 못한 것이다.[52]

물론, 당연히, 최선 중의 최선의 달성은 그 어느 경우에도 불가능한 것[53]이고, 최선을 행하였다면 그것만으로도 전설로 칭송 받아 마땅한 것이다. 요점은, 최선을 행하더라도 최선 중의 최선이 여전히 존재했으며 그 최선 중의 최선이 행해졌다면 모두가 나를 칭송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는 냉정한 태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승리를 쟁취하고 나면 그 모든 허물이 덮어질 것이나, 승리하지 못하였는데 최선은커녕 차선도 택하지 못하였다면 그 모든 위업이 다 썩어 사라지게 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故擧秋毫不爲多力, 見日月不爲明目, 聞雷霆不爲聰耳.
고거추호불위다력, 견일월불위명목, 문뢰정불위총이.

그러므로 추호[54] 같은 가벼운 털을 들고 힘이 세다고 하지 않는다. 밝게 빛나는 해와 달을 보는 눈을 밝은 눈이라 하지 않는다. 우레처럼 큰 소리를 듣는 귀를 총명한 귀라고 하지 않는다.
古之所謂善戰者, 勝于易勝者也. 故善戰之勝也, 無智名, 無勇功. 故其戰勝不特.
고지소위선전자, 승우이승자야. 고선전지승야, 무지명, 무용공. 고기전승불특.

고대로부터 전쟁을 잘하는 자는 쉬이 승리할 수 있는 적과 싸워 이겼다. 고로 전쟁을 잘하는 자의 승리는 지략이나 명성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용맹이나 공적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고로 그 전쟁의 승리는 한 치의 착오도 없다.

不特者, 其所措必勝, 勝已敗者也. 故善戰者, 立於不敗之地, 而不失敵之敗也.
불특자, 기소조필승, 승이패자야. 고선전자, 입어불패지지, 이불실적지패야.

착오가 없다는 것은 그 착오에 대하여 미리 조치를 해두어 필히 승리할 상황을 만들어 놓고 이미 패배할 수밖에 없는 적을 상대하여 승리한 것이다. 그러므로 전쟁을 잘하는 자는 패배하지 않는 지형에 입장하여 적을 패배시킬 수 있는 기회를 분실하지 않는다.

是故勝兵先勝而後求戰 敗兵先戰而後求勝. 善用兵者, 修道而保法, 故能爲勝敗之政.
시고승병선승이후구전 패병선전이후구승. 선용병자, 수도이보법, 고능위승패지정.

그러므로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을 구해 놓은 후에 전쟁을 한다. 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전쟁을 일으키고 이후에 승리를 구한다. 용병을 잘하는 자는 지도력을 잘 수양하고 법과 제도를 잘 보전한다. 고로 승패를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兵法一曰度, 二曰量, 三曰數, 四曰稱, 五曰勝. 地生度, 度生量, 量生數, 數生稱, 稱生勝.
병법일왈도, 이왈량, 삼왈수, 사왈칭, 오왈승. 지생도, 도생량, 양생수, 수생칭, 칭생승.

병법의 다섯 가지 요소는 첫째 국토의 크기, 둘째 생산량, 셋째 병력 수, 넷째 전력의 우열, 다섯째 승리라 한다. 지형에서 국토의 크기가 생성되고, 국토의 크기에서 생산량이 생성되고, 생산량에서 병력의 수가 발생하고, 병력 수에서 전력의 우위가 결정된다. 전력의 우위로써 승리가 결정된다.[55]

군형은 결국 알 수 없거나 알아도 통제할 수 없는 것이되, 적이 승리할 수 없는 조건을 갖추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므로 그 조건을 갖춰야만 전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곧 국가의 역량에 기반한다. 즉, 국가의 역량이 승리의 조건이 되는 것으로 그 국가의 역량만이 군형이라는 손 쓸 수 없는 문제를 전쟁의 테이블에서 제거할 수 있다. 아무리 잘 싸워도 적의 전쟁 지속 의지와 역량을 엎을 수 없다면 그 전쟁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이다.
故勝兵若以鎰稱銖, 敗兵若以銖稱鎰. 勝者之戰民也, 若決積水於千仞之溪者, 形也.
고승병약이일칭수, 패병약이수칭일. 승자지전민야, 약결적수어천인지계자, 형야.

그 까닭에 승리하는 군대는 무거운 천칭으로 가벼운 저울추를 상대하는 것과 같다. 패배하는 군대는 가벼운 저울추로 무거운 천칭을 상대하는 것과 같다. 승자의 진형은 천길 높이의 계곡에 축적된 물을 쏟아내는 것과 같다. 이것이 군형이다.

따라서, 결국 승리하는 군대란 이미 움직일 수 없는 부동의 태산과 같다. 적이 어떠한 요령으로 승승장구해도 결국 한 끝도 움직이지 않고 그 적을 끝내는 짓밟아 승리한다. 패배하는 군대란 반대로 가볍고 불안하기 그지 없는 먼지와 같아 천량의 태산 앞에서 결국 굴복한다.

이런 양상이 극대화된 것이 총력전이다. 고대의 전쟁은 오히려 순간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의 수나 훈련 정도에 따라서 소국이 대국을 이기는 사례가 왕왕 있는 반면, 국가의 역량을 총동원할 수 있는 현대의 전쟁에서는 결국 대국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또한 손자병법이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을 담고 있다는 방증이다.

3.5. 병세(兵勢)

Energy

" 병사의" " 기세"
孫子曰: 凡治衆如治寡, 分數是也, 鬪衆如鬪寡, 形名是也,
손자왈: 범치중여치과, 분수시야, 투중여투과, 형명시야,

손자가 말하였다. 적은 병력을 통치하듯이 대규모의 병력을 통치하려면 병력 수를 분리하여야 한다. 대규모의 병력이 전투를 하려면 군대의 효율적인 진형과 정확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三軍之衆, 可使必受敵而無敗者, 奇正是也, 兵之所加, 如以碫投卵者, 虛實是也.
삼군지중, 가사필수적이무패자, 기정시야, 병지소가, 여이단투란자, 허실시야.

대규모의 군대를 통솔 중 적의 기습공격을 감수하더라도 패배하지 않는 것은 기이한 변칙과 정석의 원칙을 조화롭게 운용함에 의해 가능하다. 군대가 공격할 때는 숫돌로 계란을 부수듯이 적의 허실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凡戰者, 以正合, 以奇勝. 故善出奇者, 無窮如天地, 不竭如江河.
범전자, 이정합, 이기승, 고선출기자, 무궁여천지, 불갈여강하.

전쟁을 하는 자는 정석으로 대적하고 변칙으로 승리한다. 고로 변칙을 잘 운용하는 자는 천지처럼 작전이 궁색해지지 않으며 강물처럼 고갈되지 않는다.

변칙의 운용은 끝임 없는 변화이다. 고정된 관념에 사로잡히지 말고, 든든한 정석을 다졌다면 그를 바탕으로 끊기지 않는 변화를 일으켜라.
終而復始, 日月是也. 死而復生, 四時是也.
종이부시, 일월시야. 사이부생, 사시시야.

종료된 것처럼 보이면서도 다시 시작하는 것이 해와 달과 같다. 사망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다시 생동하는 것이 사계절의 변화와 같다.

이러한 일이 왜 일어나는가?
聲不過五, 五聲之變, 不可勝聽也, 色不過五, 五色之變, 不可勝觀也.
성불과오, 오성지변, 불가승청야, 색불과오, 오색지변, 불가승관야.

소리의 기본은 다섯 가지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변하면 모두를 다 청취하기가 불가능하다. 색의 기본은 다섯 가지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변하면 모두를 다 관찰하기가 불가능하다.
味不過五, 五味之變, 不可勝嘗也. 戰勢不過奇正, 奇正之變, 不可勝窮也.
미불과오, 오미지변, 불사승상야. 전세불과기정, 기정지변, 불가승궁야.

미각의 기본은 다섯 가지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변하면 모두를 다 맛보기는 불가능하다. 전술도 원칙과 변칙의 두 가지에 불과하지만, 기정이 변화하면 모든 것을 알기는 불가능하다.

전장의 모든 지표는 아주 뻔하고 단순한 것이지만, 그 단순한 지표도 수량이 엄청나다면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쟁에 대한 모든 것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러하므로 전장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항상 변화하는 것이다.
奇正相生, 如循環之無端, 孰能窮之?
기정상생, 여순환지무단, 숙능궁지?

기정은 서로 생동하여 순환하는 것으로써 단절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능숙하게 그 모든 것을 궁리해 낼 수는 없다.

전쟁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알 수 있다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만이다. 내가 전쟁의 모든 것을 알 수 없듯 적 또한 전쟁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반드시 어딘가에서는 정보의 불균형이 일어날 것이다.
激水之疾, 至於漂石者, 勢也. 鷙鳥之疾, 至於毁折者, 節也.
격수지질, 지어표석자, 세야. 지조지질, 지어훼절자, 절야.

격렬한 물이 질풍처럼 흘러 무거운 돌을 표류하게 하는 것이 기세다. 사나운 새가 질풍처럼 날라와 짐승을 채가는 것이 절도이다.

그러므로 전황이 어떻게 흘러간다 하더라도 기세는 돈좌되지 않아야 한다. 부동의 바위조차 사나운 격류와 질풍에 표류하여 떠내려가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세는 그러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56] 이러한 기세를 가진 상태로 정석의 원칙이 다져졌을 때 절도가 만들어진다. 이 절도가 있는 자는 마치 맹금이 먹잇감을 순식간에 낚아 채 날아가듯 신속하고 정확하며 갑작스럽게 매서운 기세를 투사한다.
是故善戰者, 其勢險, 其節短. 勢如彍弩, 節如發機.
시고선전자, 기세험, 기절단, 세여확노, 절여발기.

이런 까닭에 전쟁을 잘하는 자는 기세가 험하고 그 절도가 짧다. 그 기세는 잡아당긴 활과 같고 그 절도는 발사된 화살과 같다.

그러므로 전쟁을 잘 수행하는 자는 강렬한 기세를 가졌으나 그 기세를 투사하는 것은 지극히 간결하고 짧게 행한다. 활을 잡아 당겼다면 쏘게 될 것이며, 쏘아진 화살은 순식간에 날아가 적을 꿰뚫어야 할 것이다. 기세와 절도가 없는 자는 마치 쏘라고 준 활을 가지고 화살을 쏘지 못하고 화살을 바닥에 집어 던지는 자와 같다.
紛紛紜紜, 鬪亂而不可亂也. 渾渾沌沌, 形圓而不可敗也.
분분운운, 투란이불가난야. 혼혼돈돈, 형원이불가패야.

의견이 분분하듯이 전투가 혼란해져도 아군은 혼란스럽지 않다. 혼돈스럽게 적의 진형에 포위되었어도 패배하지 않는다.

이러한 기세와 절도는 혼란한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전황이 혼란하고 암울해도 아군은 혼란하지 않고 그 기세를 유지하며 절도있게 움직여야 한다. 이러한 군대는 패배가 코앞에 다가온 듯한 포위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패배하지 않고 살아남는다.

이것이 종료된 줄 알은 것이 해와 달처럼 다시 시작되고, 죽은 줄 알았던 것이 사계절이 변화하듯 다시 살아나는 이유다.
亂生於治, 怯生於勇, 弱生於強. 治亂, 數也. 勇怯, 勢也;強弱, 形也.
난생어치, 겁생어용, 약생어강, 치난, 수야. 용겁, 세야, 강약, 형야.[57]

잘 통치된 군대에도 혼란이 발생한다. 용감한 군대에도 비겁함은 생겨난다. 강한 군대에도 나약함은 발생한다. 잘 통치되는 것과 혼란을 결정하는 것이 병력 수의 적절한 편성이다. 용맹과 비겁을 결정하는 것이 기세다. 막강함과 나약함을 결정하는 것이 진형이다.

도망치는 것도 기세가 잡혀 있어야 가능하다. 기세가 있는 군대는 질서정연하게 후퇴하여 귀신같이 다시 진을 쌓고 적을 막아낸다. 기세가 없는 군대는 사방으로 흩어져 지리멸렬하게 추격받다 소멸해버린다. 이 기세가 유지되게 하는 것은 진형이며, 따라서 기세를 유지할 진형이 막강함과 나약함을 가른다.

군대는 조직력을 겨루며, 그 조직력은 진형으로 표출된다. 군대가 지리멸렬하게 잘못 편성되고 배치되어 엉망이 되어 있다면 아무리 강력한 군대라도 나약한 오합지졸이 될 뿐이다.
故善動適者, 形之, 適必從之, 予之, 適必取之, 以利動之, 以卒待之.
고선동적자, 형지, 적필종지, 여지, 적필취지, 이리동지, 이졸대지.

그러므로 적을 잘 선동하는 하는 자는 진형을 잘 이용하여 적이 필히 아군을 추종하게 한다. 적이 필히 미끼를 탈취하게 만들고 이득을 위해 적병이 동원되면 아군의 병졸로써 대적한다.

기세 또한 군형처럼 장수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점이 많다. 그러므로, 나의 기세를 굳건히 유지하려면 적을 선동하여 적의 기세를 일방적으로 내게 유리하게 유도해야 한다. 올바른 병력의 편성, 배치, 기동을 통해 적이 아군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게 하라. 적이 내가 던진 미끼를 싫어도 물게 만들고, 적이 나타나면 바로 찾아내 요격한다.
故善戰者, 求之於勢, 不責於人, 故能擇人而任勢. 任勢者, 其戰人也, 如轉木石,
고선전자, 구지어세, 불책어인, 고능택인이임세. 임세자, 기전인야, 여전목석,

그러므로 전쟁을 잘하는 자는 전쟁이 승패를 기세에서 구하지 병사들을 문책하지 않는다. 고로 능력 있는 자를 택하여 임명하고 그에게 기세를 준다. 기세를 잘 조정하는 자는 전쟁을 할 때 병사들을 목석처럼 전환시킨다.

싸우다 보면 종종 패배를 겪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면 아직 전쟁에서 패배하기엔 먼 것이다. 사소한 패배에 연연하지 말고 기세를 유지해야 한다. 능력 있는 자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계속 기용하여 그의 기세를 유지시켜야 한다. 이렇게 기세를 유지할 수 있는 군주와 장수가 지휘하는 병사들은 목석마냥, 어떤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꿈쩍 않고 싸울 것이다.
木石之性, 安則靜, 危則動, 方則止, 圓則行. 故善戰人之勢, 如轉圓石於千仞之山者, 勢也.
목석지성, 안즉정, 위즉동, 방즉지, 원즉행. 고선전인지세, 여전원석어천인지산자, 세야.

목석의 성격은 편안한 곳에서는 정숙하고, 위태로운 곳에서는 움직인다. 네모난 것은 정지하고 원형의 것은 굴러 간다. 고로 기세를 만들어 전쟁을 잘 하는 자는 원형의 돌을 천길 높이의 산에서 회전시키는 것과 같다. 이것을 기세라 한다.

그러나 그 목석이 마냥 안 움직이는 물건이라 생각해선 곤란하다.

목석이란 물건은 안정된 곳에서는 조용히 서서 전혀 움직이지 않으나, 위태로운 장소에서는 이리저리 굴러 움직이는 것이다. 네모난 물건은 멈추고 둥근 것은 구른다. 그러므로, 기세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멈출 수 없는 것으로, 기세를 만들어 전쟁을 잘 하는 자는 천근처럼 무거운 둥근 돌은 천길 높이 태산 위에서 마음껏 굴려내는 자이다.

3.6. 허실(虛實)

Weak Points and Strong

" 비어 있는", 부분과 " 실제"
孫子曰: 凡先處戰地而待敵者佚, 後處戰地而趨戰者勞. 故善戰者, 致人而不致於人.
손자왈: 범선처전지이대적자일, 후처전지이추전자로, 고선전자, 치인이불치어인.

손자가 말하였다. 전쟁터의 좋은 거처를 선점하여 적군을 상대하는 군대는 편안하다. 후에 도착하여 좋은 거점을 놓친 군대는 피로하다. 고로 전쟁을 잘 하는 자는 적병을 내 의도대로 통치하며, 적에게 통치되지 않는다.
能使敵人自至者, 利之也. 能使敵人不得至者, 害之也. 故敵佚能勞之, 飽能飢之, 安能動之.
능사적인자지자, 리지야. 능사적인부득지자, 해지야. 고적일능로지, 포능기지, 안능동지.

적병을 나 자신에게 이르게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이익의 미끼로 유인하라. 적병이 나 자신에게 이르러 이득이 없다는 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오는 것이 손해라고 생각하게 하라. 고로 적이 쉬려고 하면 피로하게 하고 포만감이 들 정도로 배부르다면 기아에 허덕이게 하라. 적이 편안하게 있다면 쉬지 못하고 동작하게 만들어라.
出其所不趨, 趨其所不意. 行千里而不勞者, 行於無人之地也.
출기소불추, 추기소불의. 행천리이불로자, 행어무인지지야.

적병이 급히 추격하여 출격할 수 없는 장소로 진격하라. 적병이 급히 추격하여 출동할 수 없는 의도하지 못한 장소를 공격하라. 천리길을 행군 해도 아군이 피로하지 않은 것은 적군이 없는 지형으로 행군 하기 때문이다.
攻而必取者, 攻其所不守也. 守而必固者, 守其所不攻也.
공이필취자, 공기소불수야. 수이필고자, 수기소불공야.

적군을 공격하여 필히 탈취할 수 있는 것은 적이 수비할 수 없는 장소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적의 공격을 견고하게 수비할 수 있는 것은 적이 공격할 수 없는 곳을 방비하기 때문이다.
故善攻者, 敵不知其所守. 善守者, 敵不知其所攻.
고선공자, 적부지기소수. 선수자, 적부지기소공.

그 까닭에 공격을 잘 하는 자는 적이 수비해야 할 장소를 알지 못하게 한다. 수비를 잘하는 자는 적이 공격해야 할 장소를 알지 못하게 한다.
微乎微乎, 至於無形, 神乎神乎, 至於無聲, 故能爲敵之司命.
미호미호, 지어무형, 신호신호, 지어무성, 고능위적지사명.

미세하게 다가오니 형체가 없구나. 귀신같이 다가오니 소리가 없구나. 고로 이런 것이 가능해야만 적의 생명을 주관할 수 있는 것이다.
進而不可御者, 沖其虛也. 退而不可追者, 速而不可及也.
진이불가어자, 충기허야. 퇴이불가추자, 속이불가급야.

아군이 진격할 때 적이 방어할 수 없는 것은 적의 허한 곳을 충돌하여 공격하기 때문이다. 아군이 후퇴할 때 적이 추격할 수 없는 것은 아군의 후퇴하는 속도가 빨라서 적이 급히 추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故我欲戰, 敵雖高壘深溝, 不得不與我戰者, 攻其所必救也.
고아욕전, 적수고루심구, 부득불여아전자, 공기소필구야.

그러므로 내가 싸우고자 하면, 적이 아무리 높은 누각을 쌓고 깊은 참호를 파서 방비하더라도 결국 나의 뜻대로 적이 싸울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적들이 구하지 않을 수 없는 장소를 내가 공격하기 때문이다.
我不欲戰, 雖劃地而守之, 敵不得與我戰者, 乖其所之也.
아불욕전, 수획지이수지, 적부득여아전자, 괴기소지야.

아군이 전투를 하지 않을 욕심이면 비록 아무 지형에나 구획을 긋고 수비하더라도, 아군에게 전투를 유도할 수 없는 이유는 적이 공격할 장소를 어그려뜨려 방향을 바꿔놓기 때문이다.
故形人而我無形, 則我專而敵分. 我專爲一, 敵分爲十, 是以十攻其一也.
고형인이아무형, 즉아전이적분, 아전위일, 적분위십, 시이십공기일야.

일부러 적의 진형은 드러나게 하고 아군의 진형은 안 보이게 한다. 즉, 아군의 역량은 전부 한 곳으로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적병은 분산될 수밖에 없게 한다. 아군은 전부 한 곳으로 집중하고 적군은 열 곳으로 분산시키면 열 개의 힘으로 적의 한 곳을 공격하는 것이 된다.[58]
則我衆而敵寡, 能以衆擊寡者, 則吾之所與戰者約矣.
즉아중이적과, 능이중격과자, 즉오지소여전자약의.

즉, 아군은 수가 많고 적병은 적어지게 된다. 이렇듯이 많은 수의 아군으로 과부족인 적병을 공격하면 아군이 싸워야 할 적은 곤경에 처하게 된다.
吾所與戰之地, 不可知, 則敵所備者多, 敵所備者多, 則吾之所戰者寡矣.
오소여전지지, 불가지, 즉적소비자다, 적소비자다, 즉오지소전자과의.

아군이 공격할 장소를 적이 모르게 하라. 즉 적이 방비할 장소가 많게 하라. 적이 방비할 장소가 많게 되면 아군이 싸울 적병의 수가 적게 된다.
故備前則後寡, 備後則前寡, 備左則右寡, 備右則左寡,
고비전즉후과, 비후즉전과, 비좌즉우과, 비우즉좌과,

그러므로 전방에 집중하여 수비하면 후방이 적어지고 후방에 집중하여 수비하면 전방이 적어진다. 좌측을 방비하면 우측이 적어지고 우측을 방비하면 좌측이 적어진다.
無所不備, 則無所不寡. 寡者備人者也, 衆者使人備己者也.
무소불비, 즉무소불과. 과자비인자야, 중자사인비기자야.

수비하지 않을 장소가 없어지게 되면 부족하지 않은 곳이 없게 된다. 적병이 적은 이유는 아군을 수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군이 많은 이유는 적병이 아군을 방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故知戰之地, 知戰之日, 則可千里而會戰. 不知戰地, 不知戰日, 則左不能救右, 右不能救左,
고지전지지, 지전지일, 즉가천리이회전. 부지전지, 부지전일, 즉좌불능구우, 우불능구좌,

반드시 전쟁을 하게 될 지형과 기상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자는 천 리나 떨어진 먼 거리라도 회동하여 전투가 가능하다.
전쟁을 하게 될 지형과 기상 상태를 잘 알지 못하는 자는 즉 왼쪽에서 오른쪽을 구할 수 없고, 오른쪽에서 왼쪽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59]
前不能救後, 後不能救前, 而況遠者數十里, 近者數里乎.
전불능구후, 후불능구전, 이황원자수십리, 근자수리호.

전방에서 후방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후방에서 전방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러면 원거리로는 수십 리, 근거리로는 수리에 떨어진 부대를 지원할 수 없다.
以吾度之, 越人之兵雖多, 亦奚益於勝敗哉. 故曰勝可爲也. 敵雖衆, 可使無鬪.
이오탁지, 월인지병수다, 역해익어승패재. 고왈승가위야. 적수중, 가사무투.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분석해보면, 월나라 병사의 수가 많다고 하나, 전쟁의 승패에 어떤 이익도 없을 것이다. 고로 아군의 승리가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다. 적병의 수가 많다고는 하나 적군이 아군과 전투를 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60]
故策之而知得失之計, 作之而知動靜之理, 形之而知死生之地, 角之而知有余不足之處.
고책지이지득실지계, 작지이지동정지리, 형지이지사생지지, 각지이지유여부족지처.

그러므로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소규모의 작전을 통하여 적의 동정을 살핀다. 아군의 진형을 이용하여 전쟁터를 지형을 살핀다. 정찰을 통하여 적병의 잉여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살핀다.
故形兵之極, 至於無形, 無形則深間不能窺, 智者不能謀.
고형병지극, 지어무형, 무형즉심간불능규, 지자불능모.

원래 군대를 운영하는 극치는 무형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무형의 경지는 즉 적의 간첩이 심연처럼 깊게 침투해도 아군의 허실을 엿볼 수 없다. 지혜로운 적이라 해도 모략이 불가능하다.
因形而錯勝於衆, 衆不能知, 人皆知我所以勝之形, 而莫知吾所以制勝之形.
인형이조승어중, 중불능지, 인개지아소이승지형, 이막지오소이제승지형.

적의 진형을 원인으로 하여 승리를 하여도 병사들은 어떻게 이겼는지 알지 못하며 장교들이라 하더라도 대략적으로 아군이 승리한 것은 알지만, 장군인 내가 어떻게 그 형세를 통제하여 승리하였는지 알지 못한다.
故其戰勝不復, 而應形於無窮.
고기전승불부, 이응형어무궁.

그러므로 한번 전쟁에서 승리한 방법은 다시 사용하면 안 된다. 무궁한 형세의 변화를 끝없이 응용하여야 한다.
夫兵形象水, 水之形避高而趨下, 兵之形, 避實而擊虛, 水因地而制流 兵應敵而制勝.
부병형상수, 수지형피고이추하, 병지형, 피실이격허, 수인지이제류 병인적이제승.

군대의 형세는 물의 형상을 닮아야 한다. 물의 형세는 고지대를 피해 아래로 흘러간다. 군대의 형세도 적의 견실한 곳을 피하고 적의 허점을 공격해야 한다. 물이 지형의 생긴 원인에 의해 제어가 되듯이 군대 또한 적의 상황에 따라 승리의 방법을 통제하여 변화시켜야 하다.
故兵無常勢, 水無常形, 能因敵變化而取勝者, 謂之神.
고병무상세, 수무상형, 능인적변화이취승자, 위지신.

그러므로 항상 군대의 형세도 변해야 한다. 물은 항상 일정한 형세가 없다. 적이 변화하는 원인에 따라 나를 변화시켜서 승리를 쟁취하는 자가 귀신 같은 군대라고 이른다.
故五行無常勝, 四時無常位, 日有短長, 月有死生.
고오행무상승, 사시무상위, 일유단장, 월유사생.

본래 오행은 항상 상생상극한다. 사계절의 위치가 순환하며, 해는 계절에 따라 짧고 길게 변한다. 달은 한 달을 주기로 차고 기운다.

3.7. 군쟁(軍爭)

Manœuvring

" 군대"를 " 다투다"
孫子曰: 凡用兵之法, 將受命於君, 合軍聚衆, 交和而舍, 莫難於軍爭.
손자왈: 범용병지법, 장수명어군, 합군취중, 교화이사, 막난어군쟁.

손자가 말하였다. 군대를 운용하는 방법은, 장군이 군주의 출격 명령을 수락하면 군대를 조합하여 병사를 취득하고, 군영의 막사를 적과 대치하여 주둔한다. 적보다 유리한 위치를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처럼 어려운 것이 없다.
軍爭之難者, 以迂爲直, 以患爲利. 故迂其途, 而誘之以利, 後人發, 先人至, 此知迂直之計者也.
군쟁지난자, 이우위직, 이환위리. 고우기도, 이유지이리, 후인발, 선인지, 차지우직지계자야.

이러한 군대의 경쟁이 어려운 것은 우회하면서 직진하는 효과를 만들어야 하고, 나의 환란을 이득으로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 까닭에 우회하여 이득으로써 적을 유인하라. 적보다 후에 출발하여도 유리한 곳을 먼저 선점할 수 있다. 이로써 우회하는 것이 직진하는 것보다 빠르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61]
故軍爭爲利, 軍爭爲危. 擧軍而爭利, 則不及 委軍而爭利, 則輜重捐.
고군쟁위리, 군쟁위위. 거군이쟁리, 즉불급 위군이쟁리, 즉치중연.

그러므로 군대가 유리한 자리를 경쟁하는 것은 이익이 될 수도 있고 위해가 될 수도 있다. 모든 군대를 통제하여 유리한 곳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오히려 늦어질 수 있다. 개별 지휘관에게 위임하여 경쟁시키면 군수물자에 손실이 갈 수 있다.
是故券甲而趨, 日夜不處, 倍道兼行, 百里而爭利, 則擒三將軍, 勁者先, 疲者後, 其法十一而至.
시고권갑이추, 일야불처, 배도겸행, 백리이쟁리, 즉금삼장군, 경자선, 피자후, 기법십일이지,

일부러 급하게 이동하고, 밤낮으로 배 이상으로 행군하는 것은 백 리 이상의 먼 거리를 갈 수 있지만, 모든 장군이 포로로 잡히게 된다. 강한 병사는 먼저 가지만 피로한 병사는 뒤쳐진다. 이러한 운용법은 군사의 10분의 1만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五十里而爭利, 則蹶上將軍, 其法半至 三十里而爭利, 則三分之二至.
오십리이쟁리, 즉궐상장군, 기법반지 삼십리이쟁리, 즉삼분지이지.

오십 리 거리를 경쟁하여 이동하면 상장군이 위험해지고, 병사의 절반이 목적지에 도착한다. 삼십 리 거리를 경쟁하여 이동하면 3분의 2만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是故軍無輜重則亡, 無糧食則亡, 無委積則亡.
시고군무치중즉망, 무양식즉망, 무위적즉망.

그러므로 군수물자가 없으면 망하게 된다. 양식이 없으면 망한다. 축적된 물자가 없으면 망한다.
故不知諸侯之謀者, 不能豫交 不知山林, 險阻, 沮澤之形者, 不能行軍.
고부지제후지모자, 불능예교 부지산림, 험조, 저택지형자, 불능행군.

처음부터 이웃 제후의 책모를 모르는 자는 외교가 불가능하다. 산림의 험난함을 모르면, 늪지대의 지형을 모르는 자는 행군이 불가능하다.
不用鄕導者, 不能得地利. 故兵以詐立, 以利動, 以分合爲變者也.
불용향도자, 불능득지리. 고병이사립, 이리동, 이분합위변자야.

지형을 잘 아는 자를 이용하지 못하면 지리적인 이득을 얻을 수 없다. 고로 군대는 사기를 쳐서라도 적보다 우위에 서야 하고 이득이 있을 때 기동해야 한다. 분산과 집합을 통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故其疾如風, 其徐如林, 侵掠如火, 不動如山, 難知如陰, 動如雷霆.
고기질여풍, 기서여림, 침략여화, 부동여산, 난지여음, 동여뇌정.

참으로 빠르기는 질풍과 같고 서행하기는 숲처럼 고요하고, 침략은 불처럼 기세가 왕성하게, 움직이지 않는 것은 산처럼 진중하고, 숨기는 어둠처럼 안 보이게, 움직일 때는 우레처럼 거세다.[62]
掠鄕分衆, 廓地分利, 懸權而動, 先知迂直之計者勝, 此軍爭之法也.
약향분중, 확지분리, 현권이동, 선지우직지게자승, 차군쟁지법야.

적에게서 약탈한 노획물은 병사에게 분배해 주고, 점령지역을 확대하여 그 이득을 나누어 주어라, 이득은 저울질하여 공평하게 나눈다. 우회와 직진의 장단점을 아는 자는 승리할 것이다. 이것이 전쟁의 방법이다.
軍政曰: 言不相聞 故爲鼓金 視不相見 故爲旌旗 夫金鼓旌旗者 所以一民之耳目也.
군정왈: 언불상문 고위고금 시불상견 고위정기 부금고정기자 소이일민지이목야.

군정이란 병서에서 말하기를, 전쟁터에서는 언어를 서로 들을 수 없으니, 북과 징으로 신호를 한다. 시각으로 서로를 볼 수 없으니, 깃발로 신호한다. 이런 북과 깃발 등은 모두 병사의 이목을 끌기 위해 사용한다.[63]
民旣專一 則勇者不得獨進 怯者不得獨退 此用衆之法也.
민기전일 즉용자부득독진 겁자부득독퇴 차용중지법야.

병사들에게 신호를 전달하여 일치시키면 용감한 자는 독단으로 진격하지 않고 겁쟁이는 독단으로 퇴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용병의 방법이다.
故夜戰多火鼓 晝戰多旌旗 所以變民之耳目也.
고야전다화고 주전다정기 소이변민지이목야.

그 까닭에 야간 전투에서는 불과 북을 다량으로 사용하고 주간 전투에서는 깃발을 많이 사용한다.[64] 이것이 병사의 이목을 일치시키기 위함이다.
故三軍可奪氣, 將軍可奪心. 是故朝氣銳, 晝氣惰, 暮氣歸.
고삼군가탈기, 장군이탈심. 시고조기예, 주기타, 모기귀.

그러므로 대규모 적병이라 해도 기세를 탈취할 수 있고 적장의 심정을 탈취할 수 있다. 고로 아침의 기세는 예리하다. 주간의 기세는 타락하여 게을러지고 저녁의 기세는 귀로만 생각한다.
故善用兵者, 避其銳氣, 擊其惰歸, 此治氣者也. 以治待亂, 以靜待譁, 此治心者也.
고선용병자, 피기예기, 격기타귀, 차치기자야. 이치대란, 이정대화, 차치심자야.

본래 용병을 잘하는 자는 예리한 기세를 가진 적병을 피하고 타락하여 귀로만 생각하는 적을 공격한다. 이것이 사기를 다스리는 것이다. 잘 정비된 군대로써 혼란한 군대를 대적하고 정숙한 군대로써 화급한 적병을 대적한다. 이것이 심리전을 잘하는 것이다.
以近待遠 以佚待勞, 以飽待飢, 此治力者也. 無邀正正之旗, 勿擊堂堂之陣, 此治變者也.
이근대원 이일대로, 이포대기, 차치력자야. 무요정정지기, 물격당당지진, 차치변자야.

전장에 가까운 곳에 주둔해 있다가 원거리에서 오는 군대를 대적하고 편안하고 게으르게 쉬고 있던 군대로써 피로한 적병을 대적한다. 포식한 병사로써 기아에 허덕이는 적을 대적한다. 이것이 전투력을 다스리는 것이다. 정렬된 깃발의 군대와는 싸우지 말 것이며, 군진의 기세가 당당한 곳을 공격하지 말 것이니 이것이 상황의 변화에 잘 대처하는 것이다.
故用兵之法, 高陵勿向, 背丘勿逆, 佯北勿從, 銳卒勿攻,
고용병지법, 고릉물향, 배구물역, 양배물종, 예졸물공,

그러므로 군대를 운용하는 법은 고지의 구릉에 있는 적을 향하여 공격하지 말 것이며, 언덕을 등진 군대를 공격하지 말 것이며, 패배한 척 도망가는 적을 추격하지 말아라. 정예부대를 공격하지 말 것이다.
餌兵勿食, 歸師勿遏 圍師必闕, 窮寇勿迫, 此用兵之法也.
이병물식, 귀사물알 위시필궐, 궁구물박, 차용병지법야.

유인하는 미끼를 탐식하지 말 것이며, 고향으로 귀환하는 군사를 막지마라. 포위된 군사는 필히 도망갈 길을 터주고 궁지에 몰린 적을 압박하지 말아라. 이것이 용병의 방법이다.

3.8. 구변(九變)

'사고'들, Contingencies[65]

" 아홉 가지", " 변화" 전쟁은 그 자체로도 두려운 일이지만, 그 전쟁과 아무 상관 없는 문제로 어처구니 없는 재앙이 일어나는 것 또한 매우 두려운 일이다. 뭔가 큰 일을 할 때는 십중팔구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 할 법한 괴상한 일이 일어나곤 하는데, 큰 일 중의 큰 일이라 할만한 전쟁은 말할 것도 없다.

어느 날 장수가 갑자기 사라지는 상황이 일어나면, 그 자체로 휘하 군대는 물론 그 군대를 맡긴 나라에게까지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다름 없는 재앙이다. 이러한 상황은 장수 본인이 당연히 피해야 할 끔찍한 개인적 비극인 것은 물론, 장수의 주군과 국가, 휘하의 병사들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는 재난이다. 장수들은 자신에게 엉뚱한 위해가 발생하는 것을 피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엉뚱한 위해들은 열의 아홉은 전부 뻔한 것들이지만, 장수가 이 뻔한 사고를 당해 갑자기 무너지면서 군대가 그대로 무주공상에 붕 떠서 산산조각나는 일은 놀라울 만큼 흔하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가 국가가 결단나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 것 또한 역사적으로 매우 흔한 일이다.
孫子曰: 凡用兵之法, 將受命於君, 合軍聚衆, 圮地無舍, 衢地合交, 絶地無留, 圍地則謀, 死地則戰.
손자왈: 범용병지법, 장군명어군, 합군취중, 비지무사, 구지합교, 절지무류, 위지칙모, 사지즉전.

손자가 말하였다. 군대의 운용법은, 장군이 군주의 명령을 수락하고, 군대를 조합하기 위해 병사를 모집한다. 군대의 막사는 무너지지 않는 지형에 설치하고, 사방이 트인 곳에서 외교관계를 잘 맺어둔다. 황무지에서는 오래 유영하지 말고, 포위될만한 지형에서는 빠져나갈 책모를 세워둔다. 사지에서는 죽기살기로 전투를 해야 한다.

장수는 주군의 요구를 따라 전쟁을 수행하며, 때로는 주군의 몫인 외교까지 분담하며 주군에게 승리를 바치기 위해 노력하며 그를 위해 목숨도 내놓아야 하는 존재이다.
塗有所不由, 軍有所不擊, 城有所不攻, 地有所不爭, 君命有所不受
도유소불유, 군유소불격, 성유소불공, 지유소부쟁, 군명유소불수.

가서는 안 되는 길이 있다. 공격해서는 안 되는 군대가 있다. 공격해서는 안 되는 성이 있다, 투쟁해서는 안 되는 지형이 있다. 군주의 명을 수락해서는 안 되는 때가 있다.

하지만 주군이 장수에게 치명적으로 잘못된 요구를 하는 일이 있다. 싸워서는 안 되는 적을 싸워서는 안 되는 상황에서 싸워서는 안 되는 곳에서 싸우라는 명령을 받는 일은 보기보다 흔하며, 이 명령을 수락했다가는 장수 자신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싸움을 말아먹어 휘하의 군사들도 죽고, 국가에 엄청난 위해가 발생하며, 심지어는 장수가 섬기는 주군의 죽음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是故智者之慮, 必雜於利害. 雜於利, 而務可信也 雜於害, 而患可解也
시고지자지려, 필잡어리해. 잡어리, 이무가신야 잡어해, 이환가해야.

원래 지혜로운 자는 여러 가지를 고려한다. 필히 이해관계를 적절히 교잡하여 운영한다. 이득을 적에게 운용할 때는 적이 어떤 임무이든 신뢰하게 만들고 피해를 적에게 적용할 때는 아군의 우환을 해독할 수 있다.

장수는 권력의 가장 원초적인 유형인 군사력을 부린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하나의 정치 세력이다. 따라서 당연히 정적들에게 시달리고 다닐 수밖에 없으며, 또한 장수의 충심을 의심하거나, 혹은 장수의 존재 자체가 자신의 집권에 방해가 되어 장수를 팽하려는 주군을 맞이하게 되는 일도 아주 잦다.

주군에게 승리를 바치고 싶다면, 필히 자신을 적대하는 대상에게서 승리를 위한 자산을 쟁취하기 위해 자신의 행동이 신뢰받도록 적절히 꾸미고, 자신이 적대하는 대상이 위해를 끼친다면 그것이 아군에게 어떤 우환을 일으키는지 살피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是故屈諸侯者以害, 役諸侯者以業, 趨諸侯者以利
시고굴제후자이해, 역제후자이업, 추제후자이리.

그러므로 해를 이용하여 제후를 굴복시킬 수 있고, 업을 이용하여 제후를 노역시킬 수 있고 리를 이용하여 제후를 유인할 수 있다.

압력, 실적, 명분을 유지하지 못하는 장수는 주군에게 승리를 바치기는커녕 각종 '사고'의 희생양이 되어 어처구니 없이 제거당한다. 장수를 견제하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부려먹어 승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필히 압력, 실적, 명분을 확보해 정적을 역으로 부려먹어야 한다.
故用兵之法, 無恃其不來, 恃吾有以待也 無恃其不攻, 恃吾有所不可攻也.
고용병지법, 무시기불래, 시오유이대야 무시기불공, 시오유소불가공야.

본래 군대의 운용법은 적이 왕래하지 않기를 기대하지 말고 어떤 적도 대적할 수 있는 나의 힘을 키워야 한다. 적이 공격하지 않기를 기대하지 말고 어떤 적도 공격할 수 없는 나를 믿어야 한다.

이것은 장수에게 정치를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본래 군대를 운용할 때도 적이 적당히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기를 바라지 않고 군대의 힘을 키워 어떤 적이 어떤 상황을 일으켜도 대적할 수 있게 하라 했듯, 정적을 상대할 때에도 내 자신의 힘을 키워야 한다. 군주에게 간신배가 많은 것을 탓하지 말고 그 간신배가 득실거리게 만드는 나약한 자신을 탓하라.

달리 생각해보면 이러한 '사고'들은 비단 내부의 적만의 소행이 아니라, 장수가 지금 맞서고 있는 전쟁의 적의 소행이기도 하다. 전쟁 승리라는 목적 달성에 있어 흐트러지는 일이 없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故將有五危 : 必死可殺也, 必生可虜也, 忿速可侮也, 廉潔可辱也, 愛民可煩也.
고장유오위 : 필사가살야, 필생가로야, 분속가모야, 염결가욕야, 애민가번야.

그러므로 장군에게는 다섯의 위기가 있다. 필히 죽기만을 생각한다면 살해될 것이고, 필히 살기만을 생각한다면 포로가 될 것이다. 분노와 빠른 속도만을 생각한다면 수모를 당할 것이고, 청렴과 결백함만을 생각한다면 치욕을 당할 것이다. 또한 병사를 너무 아끼는 장군은 번민에 빠진다.

이러나 저러나 결국 말도 안되는 잘못된 명령을 받고 수행해야 하는 일이 결국 생길 것이다. 허나, 이런 명령이 장수에게 위기를 가져오는 것은 사실 장수의 잘못이다. 군대를 운용함에 있어 어떠한 상황이 발생해도 그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듯, 정적과 주군을 상대함에 있어서도 그리해야 한다. 가만히 당하고 있는 것은 장수로서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그냥 죽으면 죽자 식으로 대응한다면 진짜로 (적, 혹은 정적에게) 살해당할 것이고, 그냥 명령을 피해 도망가 목숨을 보전할 것만 생각하면 이번에는 (적, 혹은 정적의) 포로로 전락할 것이다.

적이든 내부의 적이든 화가 나서 성급하게 상대한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치명적인 수모를 당해 자신과 주군과 나라와 군사들에게 해악을 끼치게 된다. 군대를 지휘함에 있어 냉철은 당연한 것이며 이것은 '사고'를 당한다 해도 지켜야 할 철칙이다.

청렴과 결백만을 생각해 '사고'를 제대로 무마시키지 못하고 당하면 (적, 혹은 정적에게) 큰 치욕을 당해 옷을 벗게 된다. 그렇게 되면 무주공산이 된 휘하의 군대가 그대로 산산조각날 것이고 승리는 물건너 일이 되어버린다.[66]

잘못되었거나 무리한 명령으로 인해 병사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생길 것이다. 허나, 그 병사들은 지휘하는 장수가 사라지면 더 확실하게 죽는다. 병사들의 피해를 안타까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전쟁이란 재앙 앞에서는 모두가 한낱 장기말이자 자산일 뿐이다. 그 자산 중 가장 비싼 것에 장수가 속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마음을 굳건히 하지 않으면, 결국 작게 끝낼 재앙을 더 키우는 참사로 일으키는 사태로 이어질 것이다.
凡此五者, 將之過也, 用兵之災也. 覆軍殺將, 必以五危, 不可不察也.
범차오자, 장지과야, 용병지재야. 복군살장, 필이오위, 불가불찰야.

이러한 다섯 가지는 장군이 빠지기 쉬운 과오이며, 용병에 있어 재앙이 된다. 군대가 뒤집히고 장군이 죽는 것은, 필히 이 다섯 가지의 위험 때문이니 세심히 관찰하여야 한다.

이 다섯 가지 요소를 염두에 두지 않는 일이 장수가 갑자기 사라지게 만드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이러한 사태는 전쟁 수행에 있어 엄청난 재앙이다. 갑자기 장수가 죽어버리고 군대가 풍비박산나는 일은 십중팔구 저 다섯 위험에서 기인한다. 장수 자신의 처세 또한 임무 수행의 일부이다.

3.9. 행군(行軍)

The Army on the March

" 행동", " 군대"

책이 편찬된 시기는 기병이 아닌 고대 전차가 돌아다니던 시대이기 때문에 전차 이후의 시대에는 전차가 언급된 부분을 기병으로 바꿔서 생각하면 된다.
孫子曰, 凡處軍相敵, 絶山依谷, 視生處高, 戰隆無登, 此處山之軍也.
손자왈, 범처군상적, 절산의곡, 시생처고, 전륭무등, 차처산지군야.

손자가 말하였다. 아군이 적이 처해 있는 상황을 살필 때는 산과 계곡에 의탁하여 이동하고 고지대에 주둔하여 시야를 확보한다. 적이 높은 구릉에 등정해 있으면 싸우지 않으니 이것이 아군이 산지에 주둔할 때의 방법이다.
絶水必遠水, 客絶水而來, 勿迎之於水內, 令半濟而擊之, 利. 欲戰者, 無附於水而迎客, 視生處高, 無迎水流, 此處水上之軍也.
절수필원수, 객절수이래, 물영지어수내, 영반제이격지, 리. 욕전자, 무부어수이영객, 시생처고, 무영수류, 차처수상지군야.

강을 건너고 나서는 필히 물과 원거리를 유지하라. 적이 강물을 왕래할 때는 물 속에서 접객하여 싸우지 말라. 적병이 반쯤 물을 건널 때 공격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다.[67] 전투를 벌이고자 한다면 강물 가까이에서 적병을 맞이하지 싸우지 않는다. 시야가 확보된 고지대에서 싸울 것이며 강물의 유속이 빨리 흘러내리는 것을 맞이하며 적과 싸우지 않으니 이것이 수상에서 전투하는 군대의 운영법이다.
絶斥澤, 惟亟去無留, 若交軍於斥澤之中, 必依水草, 而背衆樹, 此處斥澤之軍也.
절척택, 유극거무류, 약교군어척택지중, 필의수초, 이배중수, 차처척택지군야.

척박한 택지는 빨리 이동하여 오래 잔류하지 말라. 만약 이런한 척박한 택지에서 적과 교전할 때는 필히 수초를 의지하고 숲을 등져야 한다. 이것이 늪지와 같은 척박한 택지에 처했을 때의 군대 운용법이다.
平陸處易, 而右背高, 前死後生, 此處平陸之軍也. 凡此四軍之利, 黃帝之所以勝四帝也.
평륙처이, 이우배고, 전사후생, 차처평륙지군야. 범차사군지리, 황제지소이승사제야.

평탄한 육지에서의 주둔은 쉬운 일이지만, 주력부대는 고지대를 등져야 한다. 전방이 낮고 후방이 높은 곳에 주둔한다. 이것이 평평한 육지에서 군대가 거처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네 가지 군대의 운용법이 옛날 황제가 사방의 제후들에게 승리를 거둔 방법이다.

주력부대가 고지대를 등지게 하는 이유는 고지대를 통한 적의 급습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凡軍好高而惡下, 貴陽而賤陰, 養生而處實, 軍無百疾, 是謂必勝,
범군호고이오하, 귀양이천음, 양생이처실, 군무백질, 시위필승,

군대가 주둔할 때는 고지대를 선호하고 낮은 곳은 피하라. 양지를 귀중하게 생각하여 주둔하고 음지는 비천하게 생각하고 피하라. 양식이 생기는 곳에 거처할 것이며 견실한 곳에 병사를 거처하게 한다. 이렇게 되면 군대에 질병이 없어지고 필히 승리하게 된다.

음지에서는 곰팡이를 비롯한 온갖 균류가 자라기 쉽고, 균의 숙주가 되는 동물들이 돌아다닐 수 있다.
丘陵堤防, 必處其陽, 而右背之. 此兵之利, 地之助也. 上雨, 水沫至, 欲涉者, 待其定也.
구릉제방, 필처기양, 이우배지. 차병지리, 지지조야. 상우, 수말지, 욕섭자, 대기정야.

구릉이나 제방에서는 필히 양지 쪽에 거처하고 주력부대는 이런 곳을 등지고 주둔한다. 이것한 용병이 군대에게 유리하며 지형의 조력을 얻는 방법이다. 상류에 비가 내려 물거품이 내려올 때 그곳을 건너고자 할 때는 안정될 때까지 대기한다.
凡地有絶澗, 天井, 天牢, 天羅, 天陷, 天隙, 必極去之, 勿近也.
범지유절간, 천정, 천뢰, 천라, 천함, 천극, 필극거지, 물근야.

지형의 종류에는 절단된 계곡, 우물처럼 파인 곳, 뇌옥처럼 막힌 곳, 그물처럼 잡히는 곳, 함정 같은 곳, 틈이 벌어진 곳이 있다. 이런 곳은 극단적으로 빨리 지나가야 하며 근처에도 가지 않는 것이 좋다.
吾遠之, 敵近之, 吾迎之, 敵背之.
오원지, 적근지, 오영지, 적배지.

아군은 그런 곳을 멀리하고 적을 그 근처로 유인한다. 아군은 그곳을 맞이하고 적은 그곳을 등지게 만든다.
軍旁有險阻, 潢井. 葭葦, 山林. 蘙會. 必謹復索之, 此伏姦之所也
군방유험조, 황정. 가위. 산림. 예회. 필근부색지, 차복간지소야

군대가 이동하는 주변에 있는 험한 곳, 웅덩이, 갈대숲, 산림, 초지가 있는 부근은 필히 반복해서 수색해야 한다. 이러한 곳은 적의 매복이 가능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敵近而靜者, 恃其險也. 遠而挑戰者, 欲人之進也. 其所居易者, 利也.
적근이정자, 시기험야. 원이도전자, 욕인지진야. 기소거이자, 리야.

적이 근처에 있으면서도 정숙히 움직이지 않는 것은 그 지형의 험난함을 믿고 있는 것이다. 적의 주력부대가 원거리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규모 부대로 도전을 하는 것은 아군의 진격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적이 높은 곳에 주둔하지 않고 평이한 장소에 있는 것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衆樹動者, 來也. 衆草多障者, 疑也. 鳥起者, 伏也. 獸駭者, 覆也.
중수동자, 래야. 중초다장자, 의야. 조기자, 복야. 수해자, 복야.

바람 없이 나무들이 움직이는 것은 적이 왕래한다는 것이다. 많은 풀들로 장애물을 만들어 놓은 것은 의심을 불러 일으키려는 것이다. 새가 날아오르면 적이 매복해 있는 것이고 짐승이 놀라 움직이면 적이 수색하고 있는 것이다.
塵高而銳者 車來也. 卑而廣者, 徒來也. 散而條達者, 樵采也. 少而往來者, 營軍也.
진고이예자 거래야. 비이광자, 도래야. 산이조달자, 초채야. 소이왕래자, 영군야.

먼지 같은 분진이 높이 발생하면 전차가 왕래하는 것이다. 먼지가 광대하고 낮게 퍼지면 보병이 왕래하는 것이다. 먼지가 분산되어 가닥으로 발생하면 나무를 채집하는 것이다. 먼지가 소규모로 발생하고 왕래하는 자가 있다면 군영을 만드는 것이다.
辭卑而益備者, 進也. 辭詭而強進驅者, 退也. 輕車先出其側者, 陣也.
사비이익비자, 진야. 사궤이강진구자, 퇴야. 경거선출기측자, 진야.

적군의 언행이 공손하지만 준비를 계속하는 것은 진격하려는 것이다. 적군의 언행이 강하게 진격하려는 것처럼 하는 것은 후퇴하려는 것이다. 경전차가 먼저 나와 측면에 배치되는 것은 출격하려는 진형이다.
無約而請和者, 謀也. 奔走而陳兵車者, 期也. 半進半退者, 誘也.
무약이청화자, 모야. 분주이진병거자, 기야. 반진반퇴자, 유야.

약속없이 화친을 청하는 것은 음모가 있는 것이다. 분주히 돌아다니며 전차의 진형을 만드는 것은 공격시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반쯤 진격했다 반쯤 후퇴하는 것은 유인하려는 것이다.
仗而立者, 飢也. 汲而先飮者, 渴也. 見利而不進者, 勞也. 鳥集者, 虛也. 夜呼者, 恐也.
장이립자, 기야. 급이선음자, 갈야. 견리이부진자, 노야. 조집자, 허야. 야호자, 공야.

적이 지팡이에 의지하고 기립하는 것은 기아에 허덕이는 것이고 급하게 물을 길어 마시려는 것은 갈증이 나 있다는 것이다. 이득을 발견하고 진격하지 않는 것은 피로해 있다는 것이고 새가 집합하는 것은 성채에 적이 없다는 것이며 야밤에 큰소리를 내는 것은 공포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軍擾者, 將不重也. 旌旗動者, 亂也. 吏怒者, 倦也. 粟馬肉食, 懸瓶而不返其舍者, 窮寇也. 諄諄翕翕, 徐與人言者, 失衆也
군요자, 장부중야. 정기동자, 난야. 이노자, 권야. 속마육식, 현병이불반기사자, 궁구야. 순순흡흡, 서여인언자, 실중야.

군영에서 시끄러운 소요가 발생하는 것은 장군이 위엄이 없다는 것이다. 깃발이 어지럽게 움직이는 것은 병영이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장교들이 분노하는 것은 병사들이 권태로워 게을러진다는 것이다. 말을 잡고, 곡식을 먹고서 (곡물이 담긴) 항아리가 제대로 있지 않고 (바닥에 뒹굴며) 병사들이 막사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매우 어려운 지경에 빠진 도적이 된다. 그리고 낮은 소리로 병사들을 서서히 타이르는 것은 병사들에게 인심을 잃은 것이다.
數賞者, 窘也 數罰者, 困也. 先暴而後畏其衆者, 不精之至也. 來委謝者, 欲休息也. 兵怒而相迎, 久而不合, 又不相去, 必謹察之.
삭상자, 군야 삭벌자, 곤야. 선포이후외기중자, 주정지지야. 내위사자, 욕휴식야. 병노이상영, 구이불합, 우불상거, 필근찰지.

자주 상을 주는 것은 군색하기 때문이다. 자주 벌을 주는 것은 곤궁하기 때문이다. 먼저 포악하게 화를 내고 이후에 병사들을 두려워 하는 것은 장군이 정밀하지 못한 것이다. 왕래하여 고개 숙이고 사죄하는 것은 휴식하고자 함이다. 적병의 군영과 대치하던 중 오랜 시간이 지나도 적이 싸움을 하지 않는 것과, 또 물러나지 않을 때에는 필히 세심히 적의 근황을 살펴야 한다.
故兵非益多也, 惟無武進, 足以倂力料敵, 取人而已. 夫惟無慮而易敵者, 必擒於人.
고병비익다야, 유무무진, 족이병력료적, 취인이이. 부유무려이이적자, 필금어인.

그러므로 군대란 병력이 많다고 이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직 무력만 믿고 진격해서는 안 되고 만족스러울 정도의 힘을 모아 적을 요리할 준비를 하고, 인재를 취득하여 임무를 맡기면 된다. 하지만 아무런 고려없이 적을 쉽게 보는 자는, 필히 사로잡힐 것이다.
卒未親附而罰之, 則不服, 不服則難用也. 卒已親附而罰不行, 則不可用也.
졸미친부이벌지, 즉불복, 불복즉난용야. 졸이친부이벌불행, 즉줄가용야.

병졸이 아직 장군과 친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벌을 주면 속으로는 불복할 것이다. 복종하지 않으면 운용하기가 곤란할 것이다. 병졸이 이미 장군과 친해졌는데 마땅한 벌을 행하지 않으면, 운용하기가 불가능하다.
故令之以文, 齊之以武, 是謂必取, 令素行以敎其民, 則民服, 令不素行以敎其民, 則民不服. 令素行者, 與衆相得也.
고령지이문, 제지이무, 시위필취, 영소행이교기민, 즉민복, 영불소행이교기민, 즉민불복. 영소행자, 여중상득야.

그러므로 명령은 부드러운 말로 하고, 통제는 무력으로 할 때, 필히 승리를 취하게 된다. 명령이 평소에 잘 교육되어 병졸이 잘 지키면 병사들이 복종할 것이다. 명령이 평소에 잘 교육되지 않아 병졸이 지키지 않으면 병사들이 불복종할 것이다. 명령이 평소에 잘 지켜지면 장군과 병사들이 서로 이득을 얻을 것이다.

3.10. 지형(地形)

Terrain

"땅"의 " 모양"
孫子曰, 地形有通者, 有掛者, 有支者, 有隘者, 有險者, 有遠者,
손자왈, 지형유통자, 유괘자, 유지자, 유애자, 유험자, 유원자,

손자가 말하였다. 지형에는 통형, 괘형, 지형, 애형, 험형, 원형의 6가지가 있다.
我可以往, 彼可以來, 曰通. 通形者, 先居高陽, 利糧道, 以戰則利,
아가이왕, 피가이래, 왈통, 통형자, 선거고양, 이량도, 이전즉리,

아군과 적군이 모두 왕래할 수 있는 곳이 통형이다. 통형에서는 태양이 비추는 고지대를 선점하여 주둔한다. 양식 보급로를 잘 이용하면 전쟁에서 유리함을 얻는 지형이다.
可以往, 難以返, 曰掛 掛形者, 敵無備, 出而勝之, 敵若有備, 出而不勝, 難以返, 不利
가이왕, 난이반, 왈괘 괘형자, 적무비, 출이승지, 적약유비, 출이불승, 난이반, 불리

전진은 쉽지만, 반대로 후퇴는 곤란한 곳이 괘형이다. 괘형에서 적의 방비가 없으면 출진하여 승리할 수 있고. 만약 적이 대비를 하고 있다면 출격하여 승리할 수 없으며, 후퇴가 곤란하여 불리한 지형이다.
我出而不利, 彼出而不利, 曰支. 支形者, 敵雖利我, 我無出也, 引而去之, 令敵半出而擊之, 利.
아출이불리, 피출이불리, 왈지, 지형자, 적수리아, 아무출야, 인이거지, 영적반출이격지, 리.

아군이 출격해도 불리하고, 적군이 출진해도 불리한 곳이 지형이다. 지형에서는 적이 이익으로 아군을 유인해도 출격해서는 안 된다. 아군을 인도하여 후퇴하다가 적이 반쯤 쫓아 오기를 기다려 공격하면 이득이다.
隘形者, 我先居之, 必盈之以待敵. 若敵先居之, 盈而勿從, 不盈而從之.
애형자, 아선거지, 필영지이대적. 약적선거지, 영이물종, 불영이종지.

길이 좁은 애형에서는 아군이 선점하여 주둔하고 필히 아군을 배치하여 대적한다. 만약 적이 선점하여 적병이 배치되어 있으면 쫓지말고 적병이 없다면 추종하여 패배시킨다.
險形者, 我先居之, 必居高陽以待敵 若敵先居之, 引而去之, 勿從也.
험형자, 아선거지, 필거고양이대적 약적선거지, 인이거지, 물종야.

험형에서는 아군이 선점하여 주둔하고, 필히 태양이 비추는 고지에 주둔하여 대적한다. 만약 적이 선점하여 주둔한다면 아군을 인도하여 후퇴하고 쫓아 들어가지 않는다.
遠形者, 勢均, 難以挑戰, 戰而不利. 凡此六者, 地之道也, 將之至任, 不可不察也.
원형자, 세균, 난이도전, 전이불리, 범차육자, 지지도야, 장지지임, 불가불찰야.

원형에서는 적과 세력이 균등하면 도전하기 곤란하고 직접적인 전쟁은 불리하다. 이런 여섯 가지 원칙이 지형을 이용하는 길이다. 장군의 임무는 중대하니 세심히 관찰하여야 한다.
故兵有走者, 有弛者, 有陷者, 有崩者, 有亂者, 有北者. 凡此六者, 非天之災, 將之過也.
고병유주자, 유이자, 유함자, 유붕자, 유난자, 유배자. 범차육자, 비천지재, 장지과야.

그런 까닭에 군대에는 달아나는 자, 기강이 해이한 자, 함정에 빠지는 자, 붕괴되는 자, 혼란한 자, 패배하는 자가 있다. 이러한 여섯 가지의 사람들은 하늘이 주는 재앙이 아니고 장군의 과실로 발생하는 것이다.
夫勢均, 以一擊十, 曰走.
부세균, 이일격십, 왈주.

적과 아군의 기세가 거의 같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힘으로 열을 치려고 들면, 그 군대는 달아난다.[68]
卒強吏弱, 曰弛. 吏強卒弱, 曰陷.
졸강리약, 왈이. 이강졸약, 왈함.
병졸은 강하지만 장교들이 약한 군대는 기강이 해이해진다. 장교는 강한데 병졸이 약한 군대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大吏怒而不服, 遇敵懟而自戰, 將不知其能, 曰崩.
대리노이불복, 우적대이자전, 장부지기능, 왈붕.

장교가 분노를 참지 못해 대장군에게 불복한다면 적병과 조우하여 대적할 때 마음대로 전투를 벌이게 되므로, 대장군이 그 장교의 능력을 알지 못하여 능력없는 자를 임명하면 군대는 붕괴된다.
將弱不嚴, 敎道不明, 吏卒無常 陳兵縱橫, 曰亂.
장약불엄, 교도불명, 이졸무상 진병종횡, 왈란.

장군이 나약하고 규율에 엄격하지 않으면 교육과 훈련이 안 된다. 장교와 병졸의 기상이 없다면 종횡무진 제멋대로이니 군대가 혼란하게 된다.
將不能料敵 以少合衆, 以弱擊強 兵無選鋒, 曰北. 凡此六者, 敗之道也, 將之至任, 不可不察也.
장불능료적 이소합중, 이약격강 병무선봉, 왈배. 범차육자, 패지도야, 장지지임, 불가불찰야.

장군이 적을 쉽게 요리하지 못한다면, 소규모의 아군으로 대규모의 적병과 싸우게 된다. 나약한 군대로 강한 적을 공격하고 정예병을 선별하여 운용하지 못하여 패배하게 된다. 이 여섯 가지에 유형에 해당하는 군대는 패배하는 길이므로, 장군의 임무는 이러한 것을 세심히 관찰해야 한다.
夫地形者 兵之助也. 料敵制勝 計險厄遠近 上將之道也. 知此而用戰者必勝 不知此而用戰者必敗.
부지형자 병지조야. 요적제승 계험액원근 상장지도야. 지차이용전자필승 부지차이용전자필패.

지형은 용병을 보조하는 것이다. 적의 상황을 잘 통제하여 승리를 하고 지형의 험난함과 위험, 멀고 가까움을 계산하는 것이 장군(상급 지휘관)이 해야 할 일이다. 이것을 잘 이용하여 전쟁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승리한다. 이것을 잘 이용하지 못하고 전쟁을 하는 자는 반드시 패배한다.
故戰道必勝, 主曰無戰, 必戰可也. 戰道不勝, 主曰必戰, 無戰可也.
고전도필승, 주왈무전, 필전가야. 전도불승, 주왈필전, 무전가야.

그러므로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판단이 있다면 군주가 전투를 하지 말라고 명령해도 전투를 벌이는 것이 가능하다.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지 못할 판단이 선다면 군주가 반드시 전투를 하라고 명령해도 전투를 벌이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
故進不求名 退不避罪, 惟人是保, 而利合於主, 國之寶也.
고진불구명 퇴불피죄, 유인시보, 이리합어주, 국지보야.

처음부터 장군은 진격할 때 명예를 구하지 않고 후퇴할 때 죄를 회피하지 않는다. 오직 병사들을 보존하는 일에 힘쓰고, 군주의 이익에 부합되는 일에 힘쓰니 국가의 보배가 된다.
視卒如嬰兒, 故可與之赴深溪. 視卒如愛子, 故可與之俱死,
시졸여영아, 고가여지부심계. 시졸여애자, 고가여지구사,

장군의 병졸 보는 시각이 어린아이(영아)를 돌보듯이 하면 병사들이 심산유곡의 계곡으로 용감하게 전진한다. 장군이 병졸을 보는 시각에 사랑이 넘치면 병사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전진한다.
厚而不能使, 愛而不能令, 亂而不能治, 譬如驕子, 不可用也.
후이불능사, 애애불능령, 난이불능치, 비여교자, 불가용야.

장군이 병사를 후덕하게만 대우하면 노역을 시킬 수 없고 사랑하기만 해서는 명령을 내릴 수 없다. 혼란이 발생하면 통치가 불가능하다. 이를 비유하여 말하면 교만한 자식이 되는 것이니 쓸모없는 군대가 되는 것이다.
知吾卒之可以擊, 而不知敵之不可擊, 勝之半也. 知敵之可擊, 而不知吾卒之不可以擊, 勝之半也.
지오졸지가이격, 이부지적지불가격, 승지반야. 지적지가격, 이부지오졸지부가이격, 승자반야

아군의 병졸로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적의 상태가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르면 승리의 확률은 반이다. 적을 공격할 때를 알지만, 아군의 병졸 상황이 공격하기에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르면 승리의 확률은 반이다.
知敵之可擊, 知吾卒之可以擊, 而不知地形之不可以戰, 勝之半也.
지적지가격, 지오졸지가이격, 이부지지형지불가이전, 승지반야.

적을 공격할 때를 알고, 아군의 병졸 상황이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지형이 공격하기에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르면 승리의 확률은 반이다.
故知兵者, 動而不迷, 擧而不窮. 故曰 : 知己知彼, 勝乃不殆. 知地知天 勝乃可全.
고지병자, 동이불미, 거이불궁. 고왈 : 지기지피, 승내불태. 지지지천 승내가전.

본래 병법을 아는 자는 군대를 이동시킬 때에도 미혹에 빠지지 않고 거병시에도 궁색해지지 않는다. 옛말에 나를 알고 적을 알면 위태롭지 않게 승리할 수 있다. 이러한 여섯 가지 지형을 적절히 이용하고, 기상조건을 알면 완전히 승리할 수 있다.

3.11. 구지(九地)

The Nine Situations

" 아홉개의", " 지형"
孫子曰 : 用兵之法, 有散地, 有輕地, 有爭地, 有交地, 有衢地, 有重地, 有圮地, 有圍地, 有死地.
손자왈 : 용병지법, 유산지, 유경지, 유쟁지, 유교지, 유구지, 유중지, 유비지, 유위지, 유사지.

손자가 말하였다. 용병의 방법 중에서 전쟁을 하게 될 지형을 분류하면 산지, 경지, 쟁지, 교지, 구지, 중지, 비지, 위지, 사지가 있다.
諸侯自戰其地, 爲散地, 入人之地不深者. 爲輕地, 我得則利, 彼得亦利者, 爲爭地.
제후자전기지, 위산지, 입인지지부심자. 위경지, 아득칙리, 피득역리자, 위쟁지.

제후가 자국의 땅에서 싸울 경우, 이를 산지라 한다. 적의 영토를 공격하지만 깊이 들어가 있지 않은 경우, 이를 경지라 한다. 아군이 점령하면 아군에게 이득이 있고 적군이 점령하면 역으로 적군에게 이득이 있는 지형을 쟁지라 한다.
我可以往, 彼可以來者. 爲交地, 諸侯之地三屬, 先至而得天下衆者, 爲衢地.
아가이왕, 파가이래자. 위교지, 제후지지삼속, 선지이득천하중자, 위구지.

아군의 왕래가 가능하고, 적군의 왕래도 가능하여 피아 간의 교전이 예상되는 곳이 교지다. 제후의 땅으로써 여러 나라가 부속되어 있어 누구든 선점하면 이득이 있는, 천하의 백성들을 모으게 될 지역을 구지라 한다.
入人之地深, 背城邑多者. 爲重地, 山林險阻沮澤, 凡難行之道者, 爲圮地.
입인지지심, 배성읍다자. 위중지, 산림험조저택, 범난행지도자, 위비지.

적국의 땅에 깊숙이 쳐들어가, 점령한 적의 성읍이 등 뒤에 많이 있는 지역을 중지라 한다. 산림이 험하고 늪이 많은 택지로써 행군하기 곤란한 지역을 비지라 한다.
所從由入者隘, 所從歸者迂, 彼寡可以擊我之衆者, 爲圍地.
소종유입자애, 소종귀자우, 피과가이격아지중자, 위위지.

추종하여 군대가 유입되는 길이 협애하고 추종하여 되돌아 나오는 길이 우회할 수밖에 없어, 적군이 소규모에 불과한 병력으로 아군을 공격할 수 있는 곳을 위지라 한다.
疾戰則存, 不疾戰則亡者. 爲死地.
질전즉존, 부질전즉망자. 위사지.

질풍처럼 빨리 싸우면 생존할 수 있고, 오랫동안 싸우게 되면 멸망하는 지역을 사지라 한다.
是故散地則無戰, 輕地則無止, 爭地則無攻, 衢地則合交, 重地則掠, 圮地則行, 圍地則謀, 死地則戰.
시고산지즉무전, 경지즉무지, 쟁지즉무공, 구지즉합교, 중지즉략, 비지즉행, 위지즉모, 사지즉전.

고로, 산지에서는 전투를 하지 않는다. 경지에서는 아군이 정지해서는 안 된다. 쟁지에서는 아군이 적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 구지에서는 외교로써 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지에서는 침략하여 군수물자를 현지에서 조달한다. 비지에서는 행군하여 탈출하고, 위지에서는 책모를 이용하여 벗어난다. 사지에서는 오로지 싸울 뿐이다.
所謂古之善用兵者, 能使敵人, 前後不相及, 衆寡不相恃, 貴賤不相救.
소위고지선용병자, 능사적인, 전후불상급, 중과불상시, 귀천불상구.

이른바 고대로부터 전쟁을 잘하는 자는, 적군으로 하여금, 전후방의 부대가 서로 급히 연합하여 도울 수 없게 하고, 귀중한 전투 부대와 이를 지원하는 보급부대가 서로를 구원할 수 없게 한다.
上下不相收, 卒離而不集, 兵合而不齊, 合於利而動, 不合於利而止.
상하불상수, 졸리이부집, 병합이부제, 합어이이동, 불합어리이지.

상급자와 하급자가 서로 도울 수 없게 하고, 병졸들을 집합시키지 못하게 하여 분리시킨다. 적의 병사들이 집합하더라도 이를 통제할 수 없게 하고, 이익에 부합되면 움직이고, 이득이 없으면 공격을 중지한다.
敢問, 敵衆整而將來, 待之若何? 曰, 先奪其所愛, 則聽矣.
감문, 적중정이장래, 대지약하? 왈, 선탈기소애, 즉청의.

감히 문답하건대, 만약 적병이 장래에 대열을 정비하고 공격하려 한다면, 어떻게 대적 하겠는가? 대답하기를 적이 가장 소중하게 애용하는 것을 탈취하면 아군의 의도대로 할 수 있다.
兵之情主速, 乘人之不及, 由不虞之道, 攻其所不戒也.
병지정주속, 승인지불급, 유불우지도, 공기소불계야.

전쟁의 정리는 신속함이 주요하니 적국이 급히 출진하지 못할 때를 노리고, 적이 우려하지 못한 길로 출격하며, 적이 경계하지 아니한 곳을 공격한다.
凡爲客之道, 深入則專, 主人不克. 掠於饒野, 三軍足食.
범위객지도, 심입즉전, 주인불극. 약어요야, 삼군족식.

적국에 진입하였을 때의 전법은 깊이 침입하면 싸움에 전념하여 적군이 이기지 못하게 한다. 풍요로운 야전에서 적의 식량을 약탈하면, 전 부대가 먹을 식량이 충족된다.
謹養而勿勞, 倂氣積力, 運兵計謀, 爲不可測 投之無所往, 死且不北.
근양이물노, 병기적력, 운병계모, 위부가측, 투지무소왕, 사차불패.

잘 휴양시켜 피로하지 않게 하고, 사기를 높이며 그 힘을 축적한다. 병사들을 운용하여 계략을 세우고, 적이 예측하지 못하게 해서 왕래할 장소가 없는 데로 몰아세우면, 죽기를 각오하고 패배하지 않으려고 한다.
死焉不得, 士人盡力, 兵士甚陷則不懼, 無所往則固, 深入則拘, 不得已則鬪,
사언부득, 사인진력, 병사심함즉불구, 무소왕즉고, 심입즉구, 부득이즉투.

죽게 될 상황에 처해 있다면 병사들이 진력을 다하여 싸울 것이고, 병사들이 심한 함정에 빠지면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왕래할 장소가 없으면 견고하게 단결하고, 적지에 깊이 들어가서는 거리낄 것 없이, 부득이하게 싸울 수밖에 없다.
是故其兵不修而戒, 不求而得, 不約而親, 不令而信, 禁祥去疑, 至死無所之.
시고기병불수이계, 불구이득, 불약이친, 불령이신, 금상거의, 지사무소지.

그런 까닭에 병사들은 스스로를 경계하고, 요구하지 않아도 이득을 얻고, 약속하지 않아도 서로 친근해지며, 명령하지 않아도 신뢰한다. 미신을 금지하고 의심을 없애면 죽음에 이르러도 동요하지 않는다.
吾士無余財, 非惡貨也, 無余命, 非惡壽也.
오사무여재, 비오화야, 무여명, 비오수야.

아군의 병사들이 재물에 욕심이 없는 것은 재화를 증오하기 때문이 아니고, 생명에 집착하지 않는 것은 장수하기를 증오해서가 아니다.
令發之日, 士卒坐者涕沾襟, 偃臥者淚交, 投之無所往者, 諸귀之勇也.
영발지일, 사졸좌자체점금, 언와자누교, 투지무소왕자, 제귀지용야.

명령이 발현되면, 좌정한 자는 눈물로 옷깃을 적시고, 쓰러져 누운 자도 눈물을 흘릴 것이다. 병사들을 왕래할 곳이 없는 사지로 투입시키면 용기가 나오는 법이다.
故善用兵者, 譬如率然, 率然者, 常山之蛇也. 擊其首則尾至, 擊其尾則首至, 擊其中則首尾俱至.
고선용병자, 비여솔연, 솔연자, 상산지사야. 격기수즉미지, 격기미즉수지, 격기중즉수미구지.

본래 전투를 잘 하는 자를 비유하면 솔연과 같다. 솔연이란 상산에 사는 뱀을 말하는데, 머리를 공격하면 즉시 꼬리가 덤비고, 꼬리를 공격하면 즉시 머리가 덤벼든다, 가운데 허리를 공격하면 즉시 머리와 꼬리로 덤벼든다.
敢問, 兵可使如率然乎? 曰, 可, 夫吳人與越人相惡也, 當其同舟而濟, 而遇風, 其相救也, 如左右手.
감문, 병가사여솔연호? 왈, 가, 부오인여월인상오야, 당기동주이제, 이우풍, 기상구야, 여좌우수.

감히 문답을 하면, 아군의 군사를 솔연처럼 움직일 수 있는가? 대답하여 말하길, 가능하다. 오나라와 월나라는 서로 증오하는 사이지만, 두 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탔다가 폭풍우를 만난다면, 좌우의 손처럼 단결하여 서로를 구하려고 할 것이다.
是故方馬埋輪, 未足恃也. 齊勇如一, 政之道也. 剛柔皆得, 地之理也.
시고방마매륜, 미족시야. 제용여일, 정지도야. 강유개득, 지리지야.

그러므로 타고 되돌아갈 말을 사방에 묶어놓고, 싣고 돌아갈 수레바퀴를 땅에 매장하여, 강압적으로 죽기를 각오하는 것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 수 없다. 전군을 통제하여 용감하게 하나로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지도자가 필요하다. 강한 자나 나약한 자의 개괄적인 모든 힘을 얻기위해서는 지형의 이치를 얻어야 한다.
故善用兵者, 攜手若使一人, 不得已也.
고선용병자, 휴수약사일인, 부득이야.

그러므로 용병을 잘 하는 자[69]는 마치 한 사람을 수족처럼 부리듯이 군대를 운용한다. 부득이하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將軍之事, 靜以幽, 正以治, 能愚士卒之耳目, 使之無知, 易其事, 革其謀, 使人無識.
장군지사, 정이유, 정이치, 능우사졸지이목, 사지무지, 역기사, 혁기모, 사인무식.

장군이 하는 일은, 심산유곡처럼 냉정하고, 엄정하게 통치해야 한다. 병졸들의 이목을 우매하게 만들어 중요한 군사계획을 알지 못하도록 하며, 용병술을 역으로 바꾸어 그 책모를 개혁하고, 병사들을 무식하게 만들어 고급 정보를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
易其居, 迂其途, 使人不得慮, 帥與之期, 如登高而去其梯.
역기거, 우기도, 사이부득려, 수여지기, 여등고이거기제.

그 거처를 역으로 바꿔 그 길을 멀리 우회하게 하고, 병사들이 고려하여 알 수 없게 한다.
帥與之期, 如登高而去其梯, 帥與之深入諸侯之地, 而發其機, 焚舟破釜, 若驅群羊.
수여지기, 여등고이거기제, 수여지심입제후지지, 이발기기, 분주파부, 약구군양.

장수가 병사들과 기약하고 나면, 고지대에 등정하게 하고 그 사다리를 치워 퇴로를 없애 전투에만 전념하게 만들듯이 하고, 장수가 병사들을 이끌어 제후의 영토에 깊숙이 침입하였을 때는 화살을 발사하듯이 빠르게 움직이고, 배를 불사르고 가마를 파괴하듯이, 마치 군집한 양떼를 몰아 갈라지듯이 한다.
驅而往, 驅而來, 莫知所之, 聚三軍之衆, 投之於險, 此將軍之事也.
구이왕, 구이래, 막지소지, 취삼군지중, 투지어험, 차장군지사야.

적군의 지형에 몰려가서 왕래하게 하여 아군의 행방을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삼군의 병사를 취득하여, 위험한 곳에 투입하는 것이 장군의 전략이다.
九地之變, 屈伸之利, 人情之理, 不可不察也.
구지지변, 굴신지리, 인정지리, 불가불찰야.

아홉가지 지형의 변화에 따라 굴복하여 후퇴하는 것과 진형을 펼쳐서 공격하는 것에 따른 이득을 알고, 상황에 따른 병사의 심리적 변화를 세심히 관찰해야 한다.
凡爲客之道, 深則專, 淺則散, 去國越境而師者, 絶地也,
범위객지도, 심즉전, 천즉산, 거국월경이사자, 절지야,

적지에 침입했을 때의 전법은, 아군이 깊이 침략하면 전투에 전념하지만, 깊이 쳐들어가지 않았을 경우에는 분산되어 흐트러진다. 국가를 떠나 국경을 초월하여 싸우는 것이 절지다.
四達者, 衢地也, 入深者, 重地也, 入淺者, 輕地也.
사달자, 구지야, 입심자, 중지야, 입천자, 경지야.

사방으로 통한 교통의 요지가 구지이고, 깊이 진입한 곳이 중지이며, 얕게 침입한 곳이 경지다.
背固前隘者, 圍地也. 無所往者, 死地也.
배고전애자, 위지야. 무소왕자, 사지야.

등 뒤가 견고히 막히고, 전방이 좁아 협애한 곳이 위지이고, 왕래할 수 없는 곳이 사지이다.
是故散地, 吾將一其志. 輕地, 吾將使之屬, 爭地, 吾將趨其後, 交地, 吾將謹其守, 衢地, 吾將固其結, 重地, 吾將繼其食, 圮地, 吾將進其途, 圍地, 吾將塞其闕, 死地, 吾將示之以不活.
시고산지, 오장일기지. 경지, 오장사지속, 쟁지, 오장추기후, 교지, 오장근기수, 구지, 오장고기결, 중지, 오장계기식, 비지, 오장진기도, 위지, 오장색기궐, 사지, 오장시지이불활.

원래 여기 산지에서는, 아군의 의지를 하나로 만들고, 경지에서는 아군을 한 장소에 배속시켜 밀접하게 하고, 쟁지에서는 배후에서 적을 공격하고, 교지에서는 수비를 근엄하게 신중히 하고, 구지에서는 외교적인 결합을 견고히 하고, 중지에서는 식량이 계속 이어지게 하고, 비지에서는 가던 길을 계속 진격하게 하고, 위지에서는 도망갈 길을 막아 용감히 싸우게 하고, 사지에서는 활로가 없음을 주시하게 하여 필사적으로 싸워 이기게 한다.
故兵之情, 圍則御, 不得已則鬪, 過則從, 是故, 不知諸侯之謀者, 不能預交.
고병지정, 위즉어, 부득이즉투, 과즉종, 시고, 부지제후지모자, 부능예교.

그 까닭에 병사들의 심정은 포위당하면 방어하고, 상황이 부득이 하면 용감히 전투를 벌이며, 위험이 많아지면 명령에 복종한다. 그러므로, 주변국의 책모를 알지 못하는 제후는 주변 국가와 유리한 외교 관계를 수립할 수 없다.
不知山林, 險阻, 沮澤之形者, 不能行軍, 不用鄕導, 不能得地利.
부지산림, 험조, 저택지형자, 불능행군, 불용향도, 불능득지리.

산림과 험난한 곳과 습지의 지형을 알지 못하면 행군하지 못하며, 그 향촌의 길 안내인을 이용하지 않으면 지형의 이로움을 취득하지 못한다.
四五者, 不知一, 非霸王之兵也.
사오자, 부지일, 비패왕지병야.

구지는 그 하나를 몰라도 패왕의 군병이라고 할 수 없다.
夫霸王之兵, 伐大國, 則其衆不得聚, 威加於敵, 則其交不得合.
부패왕지병, 벌대국, 즉기중부득취, 위가어적, 즉기교부득합.

패왕의 군병은, 대국을 정벌할 때는 적국이 병사들을 취득하여 병세를 만들 수 없게 하고 적에게 위협을 가할 때는 외교관계를 합하지 못하고 한다.
是故, 不爭天下之交, 不養天下之權, 信己之私, 威加於敵.
시고, 부쟁천하지교, 불양천하지권, 신기지사, 위가어적.

그 까닭으로, 타국과 외교를 맺으려고 경쟁하지 않고, 천하의 권세를 부양하려 하지 않고 사사로움 없는 자기를 신뢰하여, 적에게 위압을 가한다.
故其城可拔, 其國可휴也. 施無法之賞, 懸無政之令, 犯三軍之衆, 若使一人.
고기성가발, 기국가휴야. 시무법지상, 현무정지령, 범삼군지중, 약사일인.

그러므로 적의 성을 함락시킬 수가 있고, 적국을 멸망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법에도 없는 상을 베풀고, 정사에 없는 명령을 내리고, 군병을 범죄자처럼 억눌러서 한 사람을 통제하는 것처럼 한다.
犯之以事, 勿告以言, 犯之以利, 勿告以害.
범지이사, 물고이언, 범지이리, 물고이해.

군대의 일로써 움직이게 하고 언어로써 광고하지 않고, 이득으로써 움직이게 하고 해로움을 광고하지 않는다.
投之亡地然後存, 陷之死地然後生, 夫衆陷於害, 然後能爲勝敗.
투지망지연후존, 함지사지연후생, 부중함어해, 연후능위승패.

멸망할 지형에 투입된 연후에야 존재할 수 있고, 사지의 함정에 빠진 연후에야 살아남게 된다. 병사들은 해로운 함정에 빠진 연후에 승리할 수가 있는 것이다.
故爲兵之事, 在於順祥敵之意, 幷敵一向, 千里殺將, 是謂巧能成事者也.
고위병지사, 재어순상적지의, 병적일향, 천리살장, 시위교능성사자야.

본래 전쟁이란, 적이 의도하는 바를 속속들이 장악하는 데 있고, 적을 한 방향으로 유인하여 천 리 밖에 있는 적장을 살해한다. 이것이 교묘하게 승리하는 전쟁을 하는 것이다.
是故政擧之日, 夷關折符, 無通其使, 勵於廊廟之上, 以誅其事.
시고정거지일, 이관절부, 무통기사, 여어낭묘지상, 이주기사.

고로 전쟁이 시작되면 국경의 관문을 막고 통행을 금지하며, 적의 사신을 통과 시키지 않고, 조정에서는 격려하므로써 이일을 다스린다.
敵人開闔, 必亟入之, 先其所愛, 微與之期, 踐墨隨敵, 以決戰事,
적인개합, 필극입지, 선기소애, 미여지기, 천묵수적, 이결전사,

적군이 성문을 개방할 때 필히 재빠르게 침입하여 우선 적의 소중한 것을 빼앗고, 적의 미세한 틈을 기다리고, 적군의 상황에 따라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다.
是故始如處女, 敵人開戶, 後如脫兔, 敵不及拒.
시고시여처녀, 적인개호, 후여탈토, 적불급거.

그러므로 전쟁을 시작하면 처녀처럼[70] 행동하여 적의 방심을 유도하고, 적이 성문을 개방한 연후에는 탈출하는 토끼처럼 급하게 움직여 적군이 항거할 수 없게 한다.

3.12. 화공(火攻)

The Attack By Fire

" 불"로서 " 공격"

처음 저술된 82편 중 전술과 병기 운용을 다루는 부분은 후대에 통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져 생략되었으나 화공 편은 그대로 남았는데, 화공은 시대를 불문하고 한번 시작하면 통제가 어렵고, 재수없으면 아군에게도 불똥이 튄다는 점에서 사실상 오늘날의 비대칭 전력에 준하는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위주무손자의 손자병법 편집이 꾸준히 그래왔듯, 화공편도 한문을 이용한 중의적인 제목으로 에 해당되는 것을 이용한 모든 종류의 공격을 논한다. 전통적인, 문자 그대로의 화공부터 시작하여, 화력우세를 거쳐 전략적 파괴, 심지어 대량살상무기의 사용에까지 적용 가능하여, 화공 편은 "아직 화력이 충분하지 않았던 시절"에 작성되었음에도, 지금에까지 유효하여 시대를 초월한 손자병법의 오묘함을 다시한번 보여준다.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손자는 불 같은 충동에 의한 화력의 잘못된 사용도 논하며, 파괴는 분명 유용한 것이나 그것 또한 결국 국가의 생존을 위한 도구의 한가지일 뿐임을 강조한다.

孫子曰: 凡火攻有五, 一曰火人, 二曰火積, 三曰火輜, 四曰火庫, 五曰火隊.
손자왈: 범화공유오, 일왈화인, 이왈화적, 삼왈화치, 사왈화고, 오왈화대.

손자가 말하였다. 화공에는 다섯가지가 있다. 첫째는 적병을 불로써 공격한다. 둘째는 축적해놓은 적의 군수물자를 불태운다. 셋째는 병참 수송 차량을 불태운다. 넷째는 적의 창고를 불태운다. 다섯째는 적병이 많이 운집한 주력 부대를 불태운다.

불로써 공격한다는 것은 곧 파괴를 위한 것이다. 이 파괴를 사용하는 방법은 적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적의 거점과 보급품, 보급 역량, 기반 따위를 파괴하는 전술, 전략적 파괴도 해당된다.
行火必有因, 煙火必素具, 發火有時, 起火有日,
행화필유인, 연화필소구, 발화유시, 기화유일,

화공을 실행할 때는 필히 일정한 조건이 있으니, 불을 연소시킬 수 있는 도구를 필히 평소에 준비해 두고, 불을 발화시킬 때는 적당한 시간이 있고, 불을 지필 때는 알맞은 날이 있다.

화공은 강력하나 그만큼 굉장히 비싸고 위험하기에 매우 까다로운 준비를 요구한다. 일단, 화력을 위한 충분한 물자가 필요할 것이며, 이 화력을 투사하기 적절한 전장 환경과 시점, 그리고 그 화력을 투사하여 파괴를 행하여 취할 수 있는 적절한 이득이 준비되어야 한다.
時者, 天之燥也. 日者, 月在, 箕, 壁, 翼, 軫也. 凡此四宿者, 風起之日也,
시자, 천지조야. 일자, 월재, 기, 벽, 익, 진야. 범차사숙자, 풍기지일야,

적당한 때란 천지의 날씨가 건조할 때이다. 알맞은 날이란 달의 운행이 기, 벽, 익, 진의 별자리에 존재하는 날이다. 이 네 별자리는 바람이 크게 일어날 수 있는 날이다.

날씨와 천문을 언급하는데, 내용으로 언급된 별자리에 해당되는 날은 별자리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구름이 끼지 않고 건조하여 불 붙이가 좋은 날이니 그런 날에 공격하라는 의미고 어느 정도는 맞으나, 언급된 별자리가 무엇인지 살펴보면 한문을 이용한 중의적 표현임을 알 수 있다.

箕 - 곡식을 운반하는 키, 삼태기 따위를 의미한다. 지금은 적의 모든 종류의 생산 수단이 이에 해당되게 된다.

壁 - 문자 그대로 벽. 공격하기 곤란한 요새화 설비에 강력한 화력을 퍼부어 파괴하라는 것이다.

翼 - 날개. 아측이 돌파선을 뚫기 위해[71] 화력을 투사해 적을 뒤흔들거나, 혹은 적의 돌파를 화력으로 좌절시키라는 것이다.

軫也 - 수렛길, 즉 보급대(convoy)를 화력으로 파괴해 차단하라는 것이다.

날씨가 건조하고 바람이 크게 일어나는 날에 불을 지르면 불이 아주 잘 번져 큰 피해를 입힌다. 화공은 파괴를 위한 것이다. 화공을 하는 이는 마땅히 불이 가장 잘 번지는 날에 불을 지른다. 같은 이치로, 파괴를 행할 때는, 적에게 가장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파괴를 하며, 또, 그 파괴를 통해 유의미한 이익을 확실히 챙길 수 있을 때에 한하여 한다.
凡火攻, 必因五火之變而應之, 火發於內, 則早應之於外, 火發而其兵靜者, 待而勿攻,
범화공, 필인오화지변이응지, 화발어내, 즉조응지어외, 화발이기병정자, 대이물공,

화공은 필히 이 다섯 가지 방법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상황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첫째 적진 내에서 발화가 되면, 즉시 적의 외부에서도 호응하여 공격한다. 둘째 발화가 되었는데도 적진이 정숙하여 동요가 없다면 다면 공격하지 말고 대기하고,
極其火力, 可從而從之, 不可從而止, 火可發於外, 無待於內, 以時發之.
극기화력, 가종이종지, 불가종이지, 화가발어외, 무대어내, 이시발지.

화력이 극에 이르렀을 때, 공격이 가능하다면 공격하고 그렇지 않다면 공격을 중지한다. 셋째 외부로부터 발화할 수 있을 때는, 적의 내부 상황에 개의치 말고 적당한 때에 불을 지른다.

이러한 화공을 행할 때는 다섯 가지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적진 내에 혼란이 발생하였다면 필히 이 기회를 잡아 공격해 적을 직접 흔들어야 한다. 혹, 막중한 피해가 발생하였음에도 적의 동향에 유의미하 변화가 없다면 화공의 성과가 없는 것이므로 공격하지 않고 기다려야 한다.

이러한 화공을 지속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적의 피해와 혼란이 매우 클때 공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만약, 내 공격 역량을 갖출수 없다면 화력의 낭비이니 중단함이 옳다.

정밀한 타격이나 종심으로의 전략적 파괴 등의 행동 없이, 화력으로 적을 직접 공격하여 돌파할만한 상황이라면 화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火發上風, 無攻下風, 晝風久, 夜風止, 凡軍必知, 有五火之變, 以數守之.
화발지풍, 무공하풍, 주풍구, 야풍지, 범군필지, 유오화지변, 이삭수지.

넷째 바람이 부는 쪽에서 불길이 출발했을 때는, 바람을 안고 공격 하지 않는다. 다섯째 주간에 바람이 오래 불면, 야간에 이르러 바람이 멎게 된다. 군대는 필히 다섯가지 상황에 따른 화공법의 변화를 알고, 화공의 조건이 맞을 때까지 수비하며 오래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역풍이 부는 상황, 곧 무리한 화력을 사용하는 경우 그 화력에 의존하여 공격할 생각을 해선 안 된다. 이것은 여러가지 상황에 적용 가능한데, 단순히 화력에만 의존해야 하는 불안정한 공격인 경우, 국제사회의 질타를 받을 수 있는 화력인 경우, 민간 구역에 대한 집적적인 공격이나 공격 중 필히 부수 민간 피해가 발생하는 것에 비해 공격 성과가 의심되는 경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역풍을 맞아 되려 나를 불태울 수 있는 공격은 행해선 안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라도 역풍을 맞지 않도록 자제하라는 것이지 공격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72][73]

그러나, 아무리 불이 잘 붙어 적이 잘 타고 있어도, 하루 종일 그렇게 잘 타다보면 어느 순간 바람이 멈춰 불이 꺼져버리게 된다. 즉, 쓸때 없이 화력을 무자비하고 무차별적으로 적에게 쏟아부으면 한동안은 그 성과가 나오는 듯 하나 결국 그 한계에 도달하여 아무 성과도 얻지 못하고 업보만 쌓게 될 것이다.[74] 물론, 화력이 충분히 강력하면 이야기가 또 달라지게 되지만, 어쨌든 불은 잘 타다가도 언젠가 갑자기 꺼지게 되어 있으므로, 화력에도 종말점이 있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75][76]
故以火佐攻者明, 以水佐攻者強. 水可以絶, 不可以奪.
고이화좌공자명, 이수좌공자강. 수가이절, 불가이탈.

그러므로 전투시에는 화공을 이용하여 공격을 보좌하는 것이 분명 이득이 있고, 수공으로써 공격을 보좌하는 것은 강력한 아군을 얻을 수 있다. 물로써 공격하는 것은 적의 교통을 절단하여 병참을 끊을 수는 있지만, 적의 생명을 탈취할 수는 없다.

파괴를 통한 공격은 화공, 곧 무자비한 공격을 염두에 둔 전략적 파괴까지 감행하는 직접적인 전략/전술적 파괴, 그리고 단순히 적의 기반과 보급을 끊는 통상차단 형태의 공격으로 나뉜다. 후자의 방식은 더 저렴하고 쉽게 이행 가능하며, 전통적으로 가장 비싼 해군에도 쉽게 적용 가능하지만, 이것만으론 적을 직접 타격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77]

다른 관점으로는, 파괴를 해야 할 때 감수해야 하는 각오도 논하고 있는 것이다. 수공[78]도 화공[79]도 유용한 것이나, 수공이 적을 직접 파괴할 수는 없기에 한계가 있는고로, 파괴를 해야 한다면 화공, 곧 전략적 파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도 된다.[80]
夫戰勝攻取, 而不修其功者凶, 命曰費留. 故曰, 明主慮之, 良將修之.
부전승공취, 이불수기공자흉, 명왈비류. 고왈, 명주려지, 양장수지.

전쟁에 승리하고 적의 성을 공격하여 취득하고, 그 공적을 닦지 않는 자는 흉하니 이를, 명명하여 비류라 한다. 고로 현명한 군주는 이것을 고려하고, 우량한 장수는 이것을 닦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화력을 남발해서는 안된다. 화력은 분명 유용한 것이나, 화력의 사용은 공적에 잿가루를 묻히는 부작용이 있다. 공적을 세워도 그 공적에 묻은 과오를 닦아내지 못한다면 아무짝에 쓸모 없고 대대손손 욕을 먹고, 승리조차 빛이 바래게 될 것이다. 인류 최대 규모의 화공을 감행한 커티스 르메이는 자신이 불태운 일본이 전후 미국의 동맹국이 되자 항공자위대의 형성에 힘을 보탰고, 그 공적을 인정받아 일본으로부터 욱일장을 수여받았다.
非利不動, 非得不用, 非危不戰. 主不可以怒而興師, 將不可以慍而致戰.
비리부동, 비득불용, 비위부전. 주불가이노이흥사, 장불가이온이치전.

이득이 없으면 기동하지 않고, 소득이 없으면 용병하지 않고, 위태롭지 않으면 싸우지를 않는다. 군주는 분노에 사로잡혀 군사를 일으키지 않고, 장수는 성난다고 하여 전투를 해서는 안 된다.

손자의 병법을 여기까지 읽은 독자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이익이 없으면 기동하지 않으며, 소득이 없으면 병력을 사용하지 않고, 공격해야만 할 때가 아니면 공격을 하려하지 않는다. 화력을 오남용하지 않는 것은 이 당연한 원리와 궤를 같이하는 철직이다. 군주는 결코 횟김에 무시무시한 불을 사용할 생각을 해선 안되며, 장수는 현재의 상황이 성나고 답답하다 하여 멋대로 불을 써서는 안 된다.
合於利而動, 不合於利而止. 怒可以復喜, 慍可以復悅, 亡國不可以復存, 死者不可以復生.
합어리이동, 불합어리이지. 노가이복희, 온가이복열, 망국불가이복존, 사자불가이복생.

이익에 부합되면 기동하고, 종합적인 소득이 없으면 전투를 금지한다. 분노는 다시 바뀌어 희소식이 될 수 있고 성냄은 다시 바뀌어 즐거움이 될 수 있지만, 망한 국가는 다시 존재할 수 없고, 죽은 자는 다시 살아날 수 없다.

손자가 그동안 이익에 부합될때 기동하며 소득이 없으면 싸우지 않는다 하였다. 불을 쓰는 것도 전쟁의 일환이므로 병법이 유요하며, 손자의 가르침을 곧이 세겨들은 이는 불을 쓸때도 이 병법의 기본 철직을 지켜야 할 것이다. 당장 화를 일으키고 답답한 상황은 언젠가 희소식이 되어 즐거움을 주는 상황으로 바뀔 수 있으나, 망한 국가는 다시 존재할 수 없고, 죽은 자는 다시 살아날 수 없다.

횟김에 전쟁을 일으켰다 내 나라가 불타 잿더미가 되어버리고 나 또한 잿가루가 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나치 독일이 대게르만주의를 내세우며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다 드레스덴 폭격본토 침공을 허용한 끝에 베를린 공방전으로 박살이 난 사례를 꼽을 수 있다.
故明君愼之, 良將警之. 此安國全軍之道也.
고명군신지, 양장경지. 차안국전군지도야.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전쟁을 신중히 결정하고, 우량한 장수는 전쟁을 경계한다. 이것이 국가를 안전하게 하고, 군대를 완전하게 유지하여 적의 침략에 대비하는 길이다.

전쟁과 불 모두 국가의 생존을 돕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현명한 군주는 전쟁을 신중히 결정하며 뛰어난 장수는 전쟁을 좋게 보지 않고 위험한 것으로 여겨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3.13. 용간(用間)

Espionage (The Use of Spies)[81]

" 활용", " 간첩"

용간 편은 손자병법에서 아직까지 전해지는 마지막 장이다. 용간 편 만큼은 직설적인 설명을 1차적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미 독자가 당연히 아는 내용을 뒤틀어 비유로써 전쟁의 원리를 설명하던 이전 편들에 비해 기술적인 설명 자체에 상당 부분을 집중하고 있다.

유독 이 편에 한해서만 기술적 설명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수많은 정보기관이 지금도 이 간단한 원칙을 말아먹어서 작전을 망치는 것을 따져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위주무 손자가 지금까지 늘상 그래왔듯, 용간 편 또한 단순히 기술적인 설명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용간의 본질을 망각하였기에 오판이 일어나고 하술될 원칙을 어겨버리게 되는 것"임을 가르친다.

용간 편은 시계 이후의 다른 편들과 다르게, "이미 명백히 알고 있는 것"을 재평가한다는 점에서 시계 편의 반복이다. 이 또한 시대와 지리, 문화를 아득히 초월한 위무주 손자 판 손자 병법의 오묘함의 극치라 할 만한데, 서구에서 발전해온 현대 용간술은 곧 체스로 비유되고, 용간의 구성 요소들은 자산, 곧 장기말로 불리고 있다.

용간에서 손자가 지적하는 간자의 위험은, 그들이 반전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손자는, 모두가 당연히 알아야 할 용간술의 기술적 원리를 바탕으로, 도대체 이러한 반전 상황이 왜 일어나는 것이며, 왜 일어났는가?를 통찰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근거를 바탕으로 병법을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이라면 모두가 당연히 알아야 할 상식을 제시하여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명백하게 설명한다.

손자가 본 편에서 가르치기를, 간자가 반전을 일으키는 것은 원인이 아닌 결과, 곧 이미 있던 것의 재확인에 불과하다. 곧, 용간 편은 다시 시계 편으로 돌아가는, 군주의 워게임 장판에 올라갈 장기말의 배치를 담당하는, 정보전을 가르침과 함께, 모든 것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결과적으로 보면 정해졌던 것"이므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죽느냐 사느냐가 결론나게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위무주 손자의 마지막 편 다운 마무리를 보여준다.

손자는, 본래 워게임 장기판으로만 보면 변할 수 없어야 할 것이 왜 변하는 반전이 일어나는 지를 가르치며, 그 반전을 일으키는 원인에 대해 간언하고, 그 반전을 당한 자의 결과는 천명을 잃고 죽음에 이르는 것이었음을 엄숙하게 경고하고 있다.

과거 프랑스 왕국의 왕실이 용간을 통하여 권세를 잡고 불만 불평 많은 귀족 세력을 끝 없는 간자의 늪에 빠뜨려, 그들이 실세라고 착각하는 중 실상 모든 것이 왕실의 간자인 시대를 열어, 결국에는 절대 왕권을 쟁취한 바가 있다. 치밀한 용간술을 바탕으로 프랑스는 권력 구조의 폐단을 희석시키고 부패와 비효율을 감소시킴으로써 건실한 국가를 성립시켰다.[82]

본래 전쟁을 시작하기 전 시계를 따지며 장기판을 살필 때, 군주의 태도가 이러해야 하는 것이며, 전쟁에 돌입하였다면 더욱 그러하다.
孫子曰: 凡興師十萬, 出征千里, 百姓之費, 公家之奉, 日費千金.
손자왈 : 범흥사십만, 출정천리, 백성지비, 공가지봉, 일비천금.

손자가 말하였다. 군대를 동원하여 천리의 원거리에 출정하게 되면, 백성이 부담하는 비용과 국가의 세금이 하루에 천금이 소비되며,
內外騷動, 怠於道路, 不得操事者, 七十萬家,
내외소동, 태어도로, 부득조사자, 칠십만가,

나라의 안팎에 소동이 일어나며, 전쟁 물자의 수송에 동원된 백성이 도로를 메우고, 이로 인해 생업에 종사하지 못하는 집이 70만에 이르게 된다.
相守數年, 以爭一日之勝, 而愛爵祿百金, 不知敵之情者, 不仁之至也.
상수삭년, 이쟁일일지승, 이애작녹백금, 부지적지정자, 불인지지야.

적군을 상대하여 수년을 전쟁에 대비하여도, 전쟁의 승패는 하루 아침에 결정된다. 고로 작위, 봉록, 세금 등을 아까워 하여 적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 소홀하다면, 이것은 어지롭지 못한 일로써 나라가 위태로워 진다.

전쟁에는돈이 많이 든다는 것을 장기판에서 말을 부리는 군주와 장수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전쟁에 돈을 아낀다는 것은 어불성설 자살행위다. 그리고 그렇게 돈을 써야 하는 곳에는 정보가 엄청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非人之將也, 非主之佐也, 非勝之主也, 故明君賢將, 所以動而勝人, 成功出於衆者, 先知也.
비인지장야, 비주지좌야. 비승지주야, 고명군현장, 소이동이승인, 성공출어중자, 선지야.

이런 자는 장군의 자질이 모자라고, 군주를 보좌하기에 충분한 자도 아니고, 승리의 주도자가 될 수도 없다. 고로 명석한 군주와 현명한 장군이 기동하여 적에게서 승리를 만들어내고, 남보다 출중한 성공을 이루는 까닭은, 적의 실정을 먼저 알기 때문이다.
내실 있는 정보전으로 외교 사정과 타국의 국력에 대한 이해를 갖추게 되면 불리한 전쟁에 휘말릴 위험이 줄어들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예방하고 피하기도 쉬워지며, 전쟁이 벌어졌을 때 적의 대응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거나 아예 적이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판을 짤 수 있다.

여기서 손자는 독자를 질책한다. 전쟁에서 이겨야만 할터인데, 왜 비용을 아끼다 하루 아침에 간자가 튀어나와 어처구니 없게 국가가 전복되고 파멸로 향하는 길로 빠지려 하냐는 것이다. 이기기 위해 해야 하는 전쟁에서 왜 마땅히 치를 값을 치르지 않으려 하는가?

그런 자는 장군이 되어선 아니될 자이며, 군주의 보좌가 되어서도 아니되고, 군주라한들 승리의 주도자가 될 수 없으며, 설령 승리하더라도 그것은 순리에 반하는 역리이니 천하만민에게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 원리를 통해 용간을 잘 다루는 사람은, 상대 중 누군가는 벌일 이 실책을 놓치지 않고 물어뜯어 기어코 승리로 향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용간해야 하나? 어떻게 나의 간자가 될 자에게, 혹은, 언제든 적의 간자로 포섭될지 모르는 대중 중 누군가에게 "나는 적법한 값을 받고 있다"고 믿게 만들 것인가? 바로 이것을 가르치기 위해 손자는 용간의 기술적 기본 원리를 설명하고, 그를 바탕으로 어떻게 저 값을 치러야 하는지 깨우치게 한다.
先知者, 不可取於鬼神, 不可象於事, 不可驗於度, 必取於人, 知敵之情者也.
선지자, 불가취어귀신, 불가상어사, 불가험어도, 필취어인, 지적지정자야.

적의 내정을 먼저 아는 방법은, 귀신에 의지하여 취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옛 사례의 상황을 파악하여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어떤 법칙의 경험에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필히 사람에게서 적의 실정을 아는 것이다.

전쟁 전체를 놓고 보면 모두가 장기판 위의 장기말일 뿐이지만, 그 장기말은 사람이 만든 것이다.

당초, 이것이 정보전의 근본 원리임은 부정 불가능한 진리이다. 이러한 원리가 존재하기에 정보전이 존재하여 용간술이 성립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극히 당연히 용간하기 위해 "적법한 값을 제시"할 방도를 찾으며면 정보전을 알아야 할 것이고, 당연히 간첩 다루는 방법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참 당황스럽게도, 군주의 휘하에 있는 정보 책사들이 다루고 있는 장기말을 다루는 원리를 살핌으로써 군주는 대국 위의 모든 장기말과, 아직 보이지 않은 숨은 말 까지 전부 다뤄낼 수 있는 것이다. 그 누구도 사람을 모르고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故用間有五, 有鄕間, 有內間, 有反間, 有死間, 有生間,
고용간유오, 유향간, 유내간, 유반간, 유사간, 유생간,

그러므로, 간첩을 이용하는 다섯 가지 방법으로 향간, 내간, 반간, 사간, 생간이 있다.

간자의 가장 기본적인 분류에는 향간, 내간, 반간, 사간, 생간이 있으며, 대중정치라는 용간의 새 지평이 열린 이 시대에도 이 분류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참고 가능한 원천 분류라 할 수 있다.

손자는 독자가 필히 알고 있어야 할 간자의 다섯 분류를 상기시키며, 이를 바탕으로 어떠한 할용이 가능한지, 어떻게 대가를 설득하여 대상이 올바른 값을 지불 받고 있다고 "믿게" 만들지, 그리고 그 믿음을 어떻게 실현시킬지를 간언한다.


五間俱起, 莫知其道, 是謂神紀, 人君之寶也.
오간구기, 막지기도, 시위신기, 인군지보야.

이런 다섯 가지 유형의 간첩을 함께 활용하되, 적이 이를 눈치채지 못하니, 이것이 곧 신기로써 군주의 보배가 된다.

손자가 이에 대해 신기라는 파격적인 수식을 붙여주었다. 상투적으로 문단의 끝마다 문학적 표현으로써 치장 문구가 들어간 위주무 손자병법이긴 하지만, 신기라는 별칭은, 이를 감안해도 특출난 표현이다. 그 정도로 엄청난 것이며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유야 전술하였듯 명백한데, 이 용간술이야말로 천명의 실현이기 때문.
鄕間者, 因其鄕人而用之, 內間者, 因其官人而用之, 反間者, 因其敵間而用之.
향간자, 인기향인이용지, 내간자, 인기관인이용지, 반간자, 인기적간이용지.

향간은 적국의 사람을 유인하여 활용함이고,[83] 내간은 적국의 관리를 포섭하여 이를 활용함이며, 반간은 적의 간첩을 포섭하여 이중간첩으로 활용함이고,
死間者, 爲誑事於外, 令吾聞知之, 而傳於敵間也. 生間者, 反報也.
사간자, 위광사어외, 영오문지지, 이전어적간야. 생간자, 반보야.

사간은 허위 사실을 외부에 유포하여, 아군의 명령을 탐문한 적의 간첩이 이를 적장에게 잘못 전달하게 하고, 생간은 반대로 돌아와 그 결과를 보고하는 것이다.

간자의 가장 단순한 활용 방안을 생각해보자.

적의 대중을 이용하는 것을 향간이라 하며, 적의 POI[84]를 지목해 이용하는 것을 내간이라 하며, 반간은 적의 간자를 역용하는 것이다. 사간은 역정보를 취급하여, 사간에 손을 얹은 적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들며, 생간은 반대로 돌아와 사간의 활용을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故三軍之事, 莫親於間, 賞莫厚於間, 事莫密於間,
고삼군지사, 막친어간, 상막후어간, 사막밀어간,

이런 까닭에 군대에서는 간첩과의 관계가 친밀해야 하고, 간첩에게 주는 포상은 후해야 하고 간첩의 운용은 비밀스럽게 해야 한다.

내가 다루는 모든 자산은 항상 나와 알 수 없는 이유로 매우 친밀한 상태여야 한다. 아주 당연하지만, 적법한 값을 받지 못한다고 믿는 자는 누구든 반간하게 되어있다. 그러므로 나의 모든 자산은 반드시 적법한 값을 받는다 믿으며 나와 친밀한 상태여야 한다.
非聖智不能用間, 非仁義不能使間, 非微妙不能得間之實.
비성지불능용간, 비인의불능사간, 비미묘불능득간지실.

사람을 알아보는 지혜가 없으면 간첩을 이용할 수 없고, 인의가 없으면 간첩을 부릴 수 없고, 미세한 틈에서도 적의 허실을 파악할 수 있는 교묘한 능력이 없다면 간첩을 이용하여 실효를 거둘 수 없다.

이러나저라나 대국에서 용간되는 모든 자산은 고립된 존재로써 고된 일을 한다. 하물며 직접 목숨을 위협받는 흑색요원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이 자신을 운용하는 존재에게 제대로된 값을 받지 못하거나, 혹은 그렇다고 믿어버리게 되면, 아주 당연히 반간하여 이중간첩이 되거나, 제멋대로 행동하는 로그 팩터가 되어 대국을 카오스로 바꿔버리게 된다.

그러므로 사람을 알아볼 수 없는 자는 간첩을 이용할 수 없다. 그런 자는, 자신의 자산인 사람에 대해 아는 게 없이 멋대로 행동하는 셀프 로그 팩터이다. 인의가 없으면, 내가 주장하는 천명이 적법하지 못하면, 결국에는 그것을 느낀 누군가가 적법한 값을 청구하기 위해 반간하여 다른 편에 붙게 될 것이다.

얼핏 완벽해 보이는 명분을 쥔 적의 미세한 틈에서도 허실을 파악하여 찔러내지 못한다면, 내가 몰린 상황을 엎어 결국 내가 옳았음을 증명하고 그 명을 실현시켜 마지막에 웃는 자가 될 수 없다.

무엇이 적법한 값이고, 무엇이 과소한 값이며, 무엇이 과잉한 값인지를 아는 것이 곧 정의다.
微哉微哉, 無所不用間也. 間事未發, 而先聞者, 間與所告者皆死.
미재미재, 무소불용간야. 간사미발, 이선문자, 간여소고자개사.

미묘하고도 교묘한 일이다. 전쟁에선 간첩을 이용하지 않는 곳이 없다. 간첩이 발견되어 미리 알려지면, 간자는 물론 그 정보를 발설한 자도 모두 죽게 된다.

간첩을 이용하지 않는 곳이 없는 것을 미묘하고도 교묘하다고 표현하는데, 이후 이어지는 말은 간첩이 발각될 경우 몽땅 목이 날아간다는 뜬금없는 말이다. 물론, 직설적으로 푼다면, 간자가 발견되면, 곧 용간이 들통나서 상대가 그에 대응하면 그 모든 것이 허사가 됨에도 불구하고 용간은 반드시 이어질 만큼 용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면; 전술하였듯 용간은 내치에도 사용되며 그 전설적인 예시 중 하나가, 프랑스 영역(realm) 전체를 왕실의 간첩 소굴로 바꿔먹어 반란분자 봉건 귀족들을 모조리 제압해버린 프랑스 왕국이며, 심지어 후대에 등장한 나폴레옹의 기이한 활약 또한 용간술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85] 곧, 달리 말하면, 기득권의 기반 또한 그들의 용간술로 인해 유지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생각해보자, 권세자의 용간들통나는 순간 그들은 죽게 된다.[86]

그럼에도 불구하고, 첩자가 들통난 상황에서 고개를 숙이고 물러선 권세자는 극히 드물다.[87]

그러하므로, 천명을 주장하려는 자는, 그저 상대가 자기 명을 제촉하는 멍청한 짓을 하는 것을 받아 먹기만 하면 된다.[88]
凡軍之所欲擊, 城之所欲攻, 人之所欲殺, 必先知其守將,
범군지소욕격, 성지소욕공, 인지소욕살, 필선지기수장,

적군을 공격하고자 욕심이 생긴다면, 적의 성을 공격하려는 욕망이 생긴다면, 적군을 살해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긴다면, 필히 우선적으로 그 수비하는 장수와

욕심이란 말을 썼다. 여기서 욕심을 가진 자란, 감히 천명을 주장하려하는 자이다.

당신은 당신의 대적이 옹립한 천명이 무너졌음을 입증해야 한다. 여기에 아무런 노력이 안 들 수는 없다. 이미 무너진 천명이어도, 당신이 그것을 드러내줘야만 천명이 떠나갔음을 입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미 멸절되었으나 아직 그것을 만민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인 상황에서, 이전 시대가 멸절되었다는 것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이들을 설득해야 한다.

아무리 후대에 그 어떤 재평가도 달리지 않을 멍청한 군주 치하에 있는 영역(realm)이라 해도, 그 하에는 분명 영웅들이 있다. 그들 중 제일 먼저 당신과 부딪힐 자, 당연히 당신을 직접 쳐서 그 무모한 야망을 꺾어버릴 영웅, 곧 당신이 상대할 장수가 될 존재이다.[89][90]

이들조차 설득할 수 없다면 당신의 야망은 그저 귀신들린 궤변일 뿐이다.
左右, 謁者, 門者, 舍人之姓名, 令吾間必索知之.
좌우, 알자, 문자, 사인지성명, 영오간필색지지.

좌우에서 보조하는 측근과 고급정보를 전달하는 자, 성문을 지키는 수문장 등의 성명을 먼저 알아야 하며, 아군의 간첩에게 필히 탐색케하여 정보를 수집하도록 명령을 한다.
必索敵人之間來間我者, 因而利之, 導而舍之, 故反間可得而用也.
필색적인지간래간아자, 인이리지, 도이사지, 고반간가득이용야.

아군의 정보를 수집하려고 왕래하는 적국의 간첩을 필히 수색하여 찾아내고, 더 큰 이득으로써 유인하여 포섭하고, 잘 인도하여 적의 막사로 놓아 보내야 반간을 얻어 이용할 수 있다.
因是而知之, 故鄕間, 內間可得而使也.
인시이지지, 고향간, 내간가득이사야.

반간으로 인하여 적의 상황을 알 수 있으므로, 향간, 내간 또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공작원들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적국 사람들을 포섭해 정보원으로 삼는다. 각계각층에 종사하는 적국 사람은 향간, 고위 관료는 내간에 해당한다. 현대에 와서는 화이트 옵스와 오픈소스 정보 활용도 있다.
因是而知之. 故死間爲誑事可使告敵, 因是而知之, 故生間, 可使如期.
인시이지지. 고사간위광사가사고적, 인시이지지, 고생간, 가사여기.

반간으로 인하여 적의 상황을 알 수 있으므로, 사간을 이용하여 허위 정보를 광고하게 하여 적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 반간으로 인하여 적의 상황을 알 수 있으므로, 생간을 기약한 대로 부릴 수가 있다.
적도 내 쪽 정보를 분석하려 들 것이기 때문에, 내가 우위를 가져야 적이 혹하고 속을만한 역정보를 뿌릴 수 있다. 공작원이나 특수부대원은 정보 지원 없이 종심 침투했다가는 적지에 고립된 힘 좀 센 아저씨들로 전락한다.
五間之事, 君必知之, 知之必在於反間, 故反間不可不厚也.
오간지사, 군필지지, 지지필재어반간, 고반간불가불후야.

이 다섯 가지 간첩에 대한 일은 군주가 필히 알아야 하고, 적의 상황을 미리 알 수 있는 것은 필히 반간의 존재에 달려 있으므로, 반간은 후하게 대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대에야 신호정보 수집도 가능하고 인공위성, 조기경보기 등 휘황찬란한 정보 자산 수집처가 넘쳐나지만 손자병법이 쓰인 시대에는 그런 걸 기대할 수 없으니 이중간첩을 통해 깔아놓은 인적 정보망이 모든 가장 큰 정보망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21세기에도 인적정보망이 첩보망의 핵심 축 중 하나임은 변하지 않았다.
昔殷之興也, 伊摯在夏, 周之興也. 呂牙在殷.
석은지흥야. 이지재하, 주지흥야. 여아재은.

옛날에, 은나라가 흥하게 될 때 반간으로써 이지하나라에 있었고, 주나라가 흥하게 될 때 여아가 은나라에 있었다.

옛날에 상나라가 흥할 때에 반간한 자인 이지는 하나라에서 박대 받던 일개 요리사에 불과했으며, 주나라가 흥할 때에 반간하여 개국 공신이 된 강 태공은 은나라에서 하루 하루 낚시나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던, 은거 책사, 대놓고 말하면 백수에 불과했다. 왜 이런 어마무시한 인물이 날백수로 떠돌다 반간하게 되었는가?

전쟁을 할 생각이 있는 자라면 누구든지 마땅히 통찰하여 자신의 실책을 다스려야 할 것이다. 반간으로 인한 반전원인이 아닌 결과이며, 누군가 반간으로 인하여 망한다면, 그 충격적인 반전은 곧, 그는 천명을 쥐지 못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故惟明君賢將, 能以上智爲間者, 必成大功, 此兵之要, 三軍之所恃而動也.
고유명군현장, 능이상지위간자, 필성대공, 차병지요, 삼군지소시이동야.

그러므로 명군, 현장이어야만 능히 뛰어난 지혜로써 간첩을 이용하여 필히 큰 공을 이루니, 이것이 중요한 용병술이고, 삼군이 지도자를 믿고 기동하게 되는 것이다.

중원 사에만 해도 저렇게 어느날 재야의 백수가 튀어나와 반간하여 천명을 강탈하는 일이 수도 없이 이어져왔고, 세계 어디를 가도 예외는 없어 결국, 스스로 무너져있는 것을 모르고 방치하다, 자신이 값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생각하는 누군가 중 한명이 반간으로 선택되어 역사에 출몰, 그 나라를 엎어버리고 멸절시키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명군과 현장은 이렇게 "값을 받지 못하는 자"를 용간하여 명분은 물론 전황까지 엎어버리고 하루 아침에 청천벽력 같은 재앙을 대적자에게 선사하고 그 자신은 유유자적 간자를 측근으로 두던 사간으로 숙청하든 잘 정리하고, 당당히 천명을 쟁취해버리는 것이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곧 시계를 논하여 벌이는 워게임의 본질이자 곧 전쟁의 실존이니, 이 용간술이 용병술의 극치이며, 이 용간으로 인하여 삼군이 지도자를 믿고 기동하여 피 흘리며 승리를 향해 투쟁하는 것이다.

4. 오해

병법 36계가 손자병법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 36계의 유래에는 많은 설이 있고, 36계 줄행랑(주위상)남북조시대 송(육조)의 장군 단도제의 말을 인용한 제나라 장군 왕경칙의 고사에서 "삼십육계 주위상책(三十六計走爲上策, 줄행랑이 최고)"[91]이란 말이 나오기는 했지만, 단도제가 36계의 창안자인지도 불분명하다.

5. 위상

전장에서의 단순한 전술과 지휘를 넘어 전쟁 그 자체에 대한 통찰을 담은 만큼, 손자병법은 오늘날 현대전에서도 탁월하게 적용될 만한 통찰을 담고 있어 서양 병법의 대표격인 군사학 논고와 함께 동양 병법의 바이블로 취급받고 있다.[92] 손자병법에서 강조하는 것은 전쟁에서 사용되는 세부적인 전술론이 아니라 전쟁과 관련된 외교, 정치, 심리, 천문, 지리 등 대전략의 수준이다. 이 중 외교, 정치, 심리의 경우 인간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에서 비롯되었다. 전쟁의 본질이란 단순히 전장에서의 교전이 아니라 더 나아가서 인간의 복합적인 여러 활동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꿰뚫어본 것. 때문에 병법서임에도 사회현상 전반의 원리를 아우르는 철학 고전의 일종으로서 민간인들도 구매를 많이 하는 편이고, 특히 회사를 경영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만한 구절들도 많기에 사업가들 사이에서도 지침서로 널리 읽혀 왔다.

동아시아권에서 가장 중시하는 병법서인 무경칠서에서도 맨 앞에 놓인다.[93] 심지어 손자를 잘 이해하기만 하면 다른 병서는 읽을 필요가 없다는 말까지 있었다.

서구권에는 "The Art of War"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알려졌고,다만 저 단어가 손자병법을 의미한다는 걸 번역가들이 잘 몰라서 문제 역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1910년 영어로 번역되어 20세기나 되어서야 서양에 본격적으로 알려졌지만 빠르게 널리 알려졌고 서양에서도 전쟁 외적인 분야에서도 응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서양 대중문화에서도 손자의 격언이 널리 알려져 서양에서도 기초교양이 되었다.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군에서 전쟁의 상황을 평가할 때 손자병법을 기준으로 하니 "이 전쟁은 망했다" 는 결론을 도출, 미국 학자들은 중국 학자들과 교류하며 손자병법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했다고 한다. 지금 미국의 사관학교에서도 손자병법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며 중국인 원어민 교수를 채용해 중국어도 배우며 사관생도들을 엄격하게 교육을 시킨다. [순삭밀톡]김병주의 손자병법2★나(손자)는 걸프전과 베트남전의 비밀을 알고 있다[94]

제2차 국공내전 당시 체계적인 장교 양성이 어려웠던 공산군은 대신 손자병법을 포켓북으로 만들어 모든 지휘관들에게 뿌리고 틈틈이 읽도록 장려했다고 한다. 국공내전의 승자가 누구였는지 생각하면 절묘한 부분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국민당군 장교들은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위시한 독일식 커리큘럼으로 교육받았다.[95] 6.25 전쟁 당시 북한군도 손자병법을 책자로 만들어 보급했다.

서점에 가도 《손자병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96] 아니 이미 도서관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아무리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손자병법'이라는 말은 한 번씩 들어봤을 것이다.

또한 서양권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명언을 비꼴때 링컨 드립을 치는 것과 비슷하게 손자가 자주 드립으로 사용되곤 한다. 아무 말이나 써놓고 그 밑에 Sun Tzu, "The Art of War"라고 적어놔서 마치 손자의 경구처럼 보이게 하는 드립인데 유튜브 댓글로도 흔하게 보인다. 당장에 팀 포트리스 2의 솔저저랬다.

손자병법이 고대의 전쟁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달한 병기와 고도로 발전된 행정, 정치 체제, 동원력이 요구되는 현대전에서도 끊임없이 재평가되는 까닭은, 전쟁과 인간에 대한 총체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이해, 그리고 고대의 전쟁과 현대의 전쟁은 수단이 달라도 그것이 요구하는 전략적인 목표 자체가 불변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기존의 전쟁에 대한 상식 자체를 뒤엎는 핵무기와 같은 전략 병기가 등장하는 등, 인류 문명과 군대는 발전해왔다. 그러나 핵무기와 같은 전략 병기, 혹은 그에 준하는 강력한 생화학 무기나 대규모 재래식 화력 투사는 역설적으로 그것이 가져오는 파괴력 자체를 제대로 제어할 수 없다는 한계에 봉착했다. 문자 그대로 모조리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날려버리는 핵무기는 말할 필요도 없고, 자칫 잘못하면 거대한 생물학적 재앙을 초래하며 그 여파를 제어하기 어려운 생물학 병기, 역시 환경파괴 및 장기적인 인명피해로 피아 가릴 것 없이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화학병기 등은 오히려 그 위력 때문에 사용이 극히 제한되거나 사실상 전략적 위협을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국한되었다.

그에 반해 '비교적 제어된' 화력의 재래식 병기와 인명 투입을 통해 치르는 전쟁의 형태, 그리고 이러한 수단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전략적 목표는 생각보다 놀라울 정도로 고대 시절에 비해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그 규모와 위력은 고대 전쟁의 수단과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다양한 역할과 광범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현대의 군대 또한, 이러한 전략을 위해 투사되는 '장기말'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결국 이러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즉 무기같은 '물질적인 도구' 나 행정제도 같은 '비물질적 도구' 모두 손자가 살던 춘추전국시대 시절과 비교해 질이 높아지고 양이 많아졌을 뿐, 본질은 달라진 게 없다.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은 2,500여년 전과 생물학적으로 똑같은 '호모 사피엔스'이고, 전쟁이라는 행위가 갖는 의미와 목표 역시 똑같기에 2,5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손자병법이 가지고 있는 통찰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며, 인간이 전쟁이라는 행위를 지속하는 한 앞으로도 빛을 발할 것이다.

무엇보다 근대 이전의 사회에 비해 현대 사회가 이룬 놀라운 문명 발달의 성과라는 측면에서 정점에 서있었다고 할 수 있는 소련이나 미국같은 나라들조차 손자가 제시한 통찰을 비롯한 인류 역사에 벌어진 무수한 전쟁과 피의 역사를 잊은 대가를 비싸게 치렀으며, 또 그 교훈을 잊고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점에서 손자병법이 보여주는 놀라운 통찰은 기억할 가치가 있다. 이들 국가가 고대 국가들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경제/과학/군사/행정 측면에서 어마어마한 수준의 발달과 큰 규모를 이룩했음에도 손자가 제시한 전쟁이라는 틀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결국 실패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소련은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실패했으며, 또한 미국 역사가 앨프리드 맥코이가 신랄하게 비판했듯이 초강대국 미국은 양차 대전이라는 전 인류적 재앙을 눈앞에서 지켜본 장본국이자, 전쟁의 무대였던 유럽이 고작해야 50년도 안되는 시간 동안 얼마나 끔찍한 피해를 입었는지 직접 목도한 입장임에도 국제 외교 및 정치적 이해관계를 조정하는데 군사력 동원의 선택지를 너무 쉽게 남발한 대가를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실패로 정말로 비싸게 치러야 했다.

일부는 "손자병법 자체도 내용은 추상적이기 때문에, 원리주의처럼 책에 나온 말들을 절대적인 사실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내용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것이다. 당장 위에 소개한 손자병법 내용의 후반부는 아예 "바람이 없는데 숲이 움직이면 적군이 움직이는 거다.", "군대가 이동하는 주변에 있는 험한 곳, 웅덩이, 갈대숲, 산림, 초지가 있는 부근은 필히 반복해서 수색해야 한다. 이러한 곳은 적의 매복이 가능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라고 세부적인 전장 상황에 따른 대처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듯, 추상적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주로 인용되는 부분이 대전략 부분이기에 추상적이라고 착각되는 것이지, 책 자체는 아예 세밀한 부분부분을 다루려 하고 있다. 오히려 너무 세밀한 부분을 다뤘기 때문에 시대가 지나며 내용을 더 이상 적용할 수 없어 현대의 대전략 부분만 남은 것이다. 애초에 그 추상적이라는 부분에서도 "끊임없이 상황에 따라 맞는 해결책을 써야 한다."고 하고 있으므로, 어설프게 교양책 몇 권 읽고 실생활에 적용하려는 사람은 손자병법을 읽고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 것이다.

5.1. 유명한 애독자들

6. 저자 논란

손무의 손자로서 전국시대 제나라(齊)의 전략가 손빈(孫臏)이 저자라거나 손무의 미완성 저작이 손빈대에 이르러 완성되었다는 설도 있었지만,[102] 1972년 4월 중국산둥성 임기현 남쪽에 위치한 은작산의 한나라 무덤에서 손자병법 13편과 손빈병법 30편이 죽간 형태로 발견되어 《손자병법》과 《손빈병법》이 별개의 책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후의 연구 결과 손무의 기록이 《손자병법》의 원본이며 손빈의 것은 제나라의 《손빈병법》이라는 것이 현재까지 주류 학계의 판단이다. 손무와 손빈 두 사람이 역사적으로 실재했으며 각각 병법을 남겼다는 사마천의 기록이 근거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실해진 것이다.

사실 과거에도 일반적으로 손무가 쓴 손자병법과 손빈이 쓴 병서가 따로 있다고 알려져 있긴 했으나 그동안 남아서 전승된 것은 "손자병법"이라는 이름으로 내려온 13편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것이 도저히 손무가 쓴 것인지 손빈이 쓴 것인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 이 와중에 심지어 모 학설에서는 손무가 실존하지 않는 인물었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후대의 명성에 비해 당시에는 별로 안 유명했다든가 하는 것이 그 근거. 또한 사마천의 사기 등 각종 기록에서 손무의 행적에 대한 기록이 불충분하다.

이때 중국의 양대 고고학계의 거장들이 이 손빈병법이 실재하는지 아닌지에 대해 평생에 걸쳐 자존심을 건 승부를 했는데, 결국 실재하는 것으로 밝혀져 패자는 그날로 목매달아 죽었다는 카더라 통신이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도시전설이다.

7. 대중문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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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관련 문서


[1] 그냥 The Art of War라고도 하지만, 해당 용어 자체는 전술 또는 병법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에 여기에 저자인 손자의 이름을 넣어서 다른 것과 구별한다. 하지만 Art of War라는 표현을 제목에 쓰는 것 중 손자병법이 가장 유명하기 때문에 그냥 관용적으로 The Art of War라 하면 손자병법이라고 통하기도 한다. 여기서의 Art는 '예술'이 아니라 '기술'(먼 옛날 그리스 시대에는 기술자들이 건축이나 물건을 만들 때 장식을 하는 것을 뜻하는 단어였고, 거기서부터 예술이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이라는 의미에 더 가깝게 쓰였다. 즉 영문 제목을 다시 의역하면 '(손자의) 전술' 정도가 된다. 문명 5의 중국의 특수능력 이름을 여기서 따왔다.[2] '병자 국지대사 사생지지 존망지도 불가불찰야' 논어의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나 맹자의 '맹자견양혜왕'처럼 손자병법의 가장 첫 구절이다.[3] 이 대사는 블라디미르 마카로프의 대사로도 모던워페어 팬들에게도 유명하다.[4] 이중 권 14 51장 비적 ~ 71장 잡수가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비적, 비구, 비충, 비인, 비화, 비공동, 비분온, 비현거, 비습, 비간이 망실되어 11장만 전해진다.[5] 삼국지연의에서는 '맹덕신서'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6] 조조는 《속손자약해》도 저술했고 왕릉과 함께 《손자병법》도 저술했는데 전해지지 않는다. 왕릉과 함께한 《손자병법》은 손빈의 손자병법인 손빈병법이라는 견해가 있다.[7] 당대에 가후, 심우 등이 손자병법의 주석을 저술했다고 한다.[8] 정확히는 현재의 모든 손자병법이 위무주손자 원본인 게 아니고 위무주손자를 기본 판본으로 하여 조조가 주석을 단 내용은 빼고 손자병법 원전만 갈무리하여 펴내거나, 거기에 현대의 저작자가 개인의 주석이나 해석을 단 것이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출간되고 있는 것. 다시 말해 현재 손자병법이란 책을 출판하기 위해서는 원본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오직 조조가 주석을 단 위무주손자인 것이고, 이 위무주손자 원문 그대로 출판되는 경우는 도리어 드물다.[9] 국내판 중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손자병법의 조조 주석판으로는 조조병법(유동환 저, 바다출판사, 1999)이 있다. 물론 이조차도 절판되었으므로 구하기 위해서는 중고판매 루트를 뒤져보거나 오래된 서점의 한 켠에서 보물찾기를 시도하는 수밖에 없다. 2000년에 위즈덤하우스에서 나온 무경십서 1권-손자병법, 오자병법에 조조의 주석이 들어가있다. 옮긴이 신동준이 조조가 사실상 손자병법 저술자라는 견해라 조조 주석을 번역해 달았다고 한다.[10] 거듭된 품종 개량으로 군마의 크기가 커지면서 기병이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전차는 도태되었다.[11] 혹은 단순히 중복 기록이나 후대의 위작, 첨가부분을 삭제한 것일 경우가 많을 것이다. 활자 없이 죽간에 필사로 이어져 온 책인데다 손자의 명성에 슬쩍 자신의 글을 넣어두고 싶은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12] 교육부 고전문헌국역지원사업, 동양고전정보화연구소, 동양고전종합DB,손무자직해 무경칠서본http://db.cyberseodang.or.kr/front/alphaList/BookMain.do?tab=tab1_01&bnCode=jti_3b0101&titleId=C4[13] 사실 손자병법 이후 동양의 병법서는 손자병법의 주석 내지 각론을 단 것에 불과하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저자와 독자 모두 손자병법의 이론과 체계를 따랐다는 걸 생각하면 이러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사상적으로 교조화되었다기 보다는 이미 손자병법이 제시한 이론과 체계는 너무나도 잘 만들어져 흠 잡을데가 없었기에 새로 만들 필요도 없었고, 만들 수도 없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후술되겠지만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인류는 손자병법이 제시한 전쟁의 개념과 이론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14] "모든 것이 전쟁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구절은 전쟁은 국가가 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뿐이며, 전쟁 이전에 정치, 외교적 방법을 통해 전쟁을 벌이지 않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라는 뜻이기도 하다.[15]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미국의 콜린 파월 장군은 개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8대 기준을 제시했는데, 손자병법의 내용과 일맥상통하다.[16] 대표적인 예가 충무공 이순신. 가장 불리했던 명량해전의 경우에도 일본군의 백병전을 허용하지 않아 불리한 상황에 빠지지 않았다.[17] 지금까지 남은 손자병법 장 중 마지막의 바로 전인 화공.[18] 손자병법은 손무가 살아있을 때 완성되었기 때문에, 이 손자왈은 조조, 혹은 그 이전에 누군가 붙인 가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편집은 보통, 자호가 붙을 만큼 저명한 스승이 남긴 가르침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저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를 선언하는 기법으로 사용된다.[19] 이것은 손자병법을 읽을 당사자인 군주와 장수 개인에게도 해당된다. 전쟁에서 패한 군주와 장수의 운명은...[20] 道가 물리적인 road가 아닌 것처럼 地 역시 실제 land라는 의미가 아니다.[21] 국가보다 작은 단위 집단을 포함한다.[22] 10개의 주석서를 송나라 시대에 모은 손자10가주 판본에는 校之以計라고 7계가 아닌 5사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 외에도 판본에 따라서 본문 차이가 좀 있다.[23] 도의의 개념일 수도 있고, 명분의 개념일 수도 있다. 아래의 첨언을 보면 후자에 가까운데, 민심에 반하는 전쟁을 한다면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게 될 뿐임을 지적한 것이다.[24] 20세기 초 중국의 군사사상가 장백리는 여기서 말한 다섯 가지 원칙이 손자가 주장한 평시건군원칙이라 했다. 손무,'손자병법',김광수 역,책세상,p27[25] 생사를 결정 짓는다는 점에서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구지'편에서 생지와 사지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연결된다는 해석이 많다.[26] 곡제는 군대의 편제를 포함해서 북, 징 등의 통신 체계, 관도는 일반적으로 군대의 지휘 계통 체계로 해석되고, 주용은 군대의 운용에 필요한 병참 체계를 의미한다. 즉 전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행정적 시스템인 것이다.[27] 미국의 분열을 막겠답시고 노예제에 대해 무한정 타협주의로 일관한 북부는 결국 미국 전체에 대해 장군 노릇을 할 수 없었고, 이는 백만의 사상자를 일으킨 참혹한 내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보자.[28] 갑신정변이 어떤 꼬라지로 끝나버렸는지 두고두고 생각해볼 일이다.[29] 이 다섯 조건이 완비되었다면 애초에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것에 하자가 생겼으므로 원탁에 앉아 군신과 함께 전쟁을, 곧 죽음을 논하게 된 것이다. 또한, 본래 이 다섯 조건은 도, 천, 지, 장군, 법으로 우선순위가 있는 것인데 이것이 깨지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때문에, 종종, 본래 탁자에 앉아 전쟁 내각을 만들고 한숨을 푹푹 내쉴 일이 없어야 맞는 상황에서 탁자에 앉아 골치를 싸매는 일이 발생한다.[30] 이 해석은 조조의 주석에서 주체를 손무로 해석한 것인데, 주체를 장수로 해석해야 한다는 설도 있다. 뒤의 세력 형성을 고려하면 추종자나 동조자일 수도 있다. 어떻게 해석하든 다 맞는 말이 된다. 손무를 주체로 본다면 자신의 계책을 들을 생각도 없는 놈은 썩 꺼져라는 의미가 되고, 군주를 주체로 보면 답이 없으니 도망쳐 훗날을 도모하라는 것이 되고, 장수를 주체로 보면 군주가 병법의 기본도 안 지키는데 왜 그런 소인에게 충성을 다하냐는 엄청난 비난이 된다. 유교적 충효고 뭐고 전쟁에서 지면 아무짝에 소용 없다는 과격하기 그지 없는 문구이다. 전쟁은 그만큼 치명적인 문제이고 이 심각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자는 "가르칠 것이 없으니 그냥 뒈져라"라고 하는 것과 다름 없다.[31] 이것도 주체가 나가 아닌 상대로 봐서, '상대가 저자세이면 교만하게 만들고'라는 해석도 있다. 상대를 교만하게 하라는 것은 동일하다.[32]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저 속임수가 적에게 알려지면 안 된다'로 '보안의 중요성'으로 보기도 하고, '이런 방법은 전쟁 상황에서 쓰는 것이니까 다른 방법보다 이걸 우선시 하면 안 된다'로 해석되기도 한다.[33] 전쟁 전에 종묘에서 국왕과 신하들이 형세를 가지고 계산 하면서 토의하는 것. 오늘날로 치면 워게임[34] 현대에는 보급, 수송 역량에 해당된다.[35] 단순히 숫자 천, 10만을 나타내는 것보다는 수효가 많은 것에 대한 비유에 가깝다.[36] 전선까지의 보급로와 공세종말점에 대한 파악과 분석에 해당된다.[37] 객장일 수도 있고, 사신일 수도 있다. 외부인건비와 외교비용에 해당한다.[38] 활과 갑옷 등을 관리할 때, 아교와 옻을 섞어서 썼다. 현대에는 화포와 차량의 정비에 필요한 각종 예비 부품에 해당된다.[39] 공세종말점을 정확하게 예측해서 보급로가 뒤쳐지거나 끊기는 등, 병력이 퍼지는 무리한 기동과 전투를 피하라는 뜻이다.[40] 현대엔 연료를 제외하면 파급력이 좀 덜하지만 수송을 하는 인원들도 먹이고 입히고 재워야 하니 본대의 보급이 당연히 위태해지고 같은 머릿수를 보급하는 데에도 부담이 더 커진다. 이에 잘 대처한 대표적인 예가 로마 제국, 실패한 예는 나폴레옹이 있겠다.[41] 총력전, 장기전을 경계하고 철저한 준비로 속전속결로 정치적 수완, 목적만 완수한 뒤 빨리 빼거나 끝내라는 뜻이다.[42] 1종은 제나라에서 쓰던 도량형으로 160두이다.[43] 적의 멀쩡한 식량과 연료를 노획하면 아군의 보급품 증가, 적군의 보급품 감소, 아군의 보급 소요 감소, 적군의 보급 비용 증가, 아군 사기 증가, 적군 사기 감소라는 효과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44] 예를 들면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투에서 몇 번의 치명적인 실수로 인해 어처구니 없는 패전을 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나폴레옹의 건강상태, 당시 전장환경의 명령 전달 수단의 한계 등 그 원인으로 거론된다.[45] 주례에 근거한 춘추시대의 지휘체계. 주례에는 군>사>여>졸>양>오 순의 편제였지만 국가마다 변형을 주었다. 손무가 초기 거주했으며 손자병법에서도 기준이 되는 제나라 기준으로는 1군(각 1만) = 5여(각 2000) = 50졸(각 200) = 2000 오(각 5)의 구성이고, 졸과 오 사이에 소융(小戎, 각 50)이라는 단위가 있다.[46] 공성병기로 화살에 맞지 않고 병사들이 성벽에 접근할 수 있게 지붕을 만든 일종의 전투 마차.[47] 높은 곳에 오를 수 있게 만드는 길, 공성책 중에서 토산을 쌓는 것을 의미한다.[48] 전체적으로 전투를 기피하기보다도, 굳이 해야 한다면 적의 방어와 진지가 갖추어지기 전에 먼저 공세를 펼쳐야 한다는, 어떻게 보면 기본적인 개념을 전략적인 시선으로 설파하고 있다. 부득이하게 공세를 하더라도 전략적인 목표를 먼저 섬멸해서 전투수행능력과 의지를 꺾어서 인명피해 없이 최대한 유화적으로 지역 내지는 섬을 점령하는 걸 강조한다. 왜냐하면 점령에 성공하면 적의 병력과 백성은 곧 나의 병력과 백성이 되며, 이들을 비록 전쟁 중이더라도 가혹하게 대하거나 굶주리게 한다면 더더욱 저항하게 되고, 승리 후에 실리가 줄어들거나 무마되기 때문.[49] 百戰不殆. 흔히 백전백승으로 잘못 알고 있는 단어. 이때 殆는 "위태롭다"는 뜻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아니하다라는 의미다. 절대 백 번 싸워도 다 이긴다는 의미가 아니다! 손자병법 자체가 싸워 이기는 것보다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걸 더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쓰여 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이야기는 훗날 위서로 밝혀진 관자에 나오는 것이며, 실제로 손자병법 모공편에서는 百戰百勝 非善之善也라고 밝혀 놓고 있다. 백전백승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옛날 사람들 역시 상황에 따라서는 원문과 다르게 "백전백승"으로 쓰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다. 자세한 건 지피지기 문서로.[50] 아무리 절망적이어도 포기하지 않는 로마의 미칠듯한 배짱과 그에 걸맞은 엄청난 가용 동원 인력과 경제력, 그리고 그것을 온전히 활용 가능한 군사, 정치적 전통과 국가 정신이 만들어낸 로마군의 모습.[51] 전쟁이라면 이골이 날대로 나있던 당대의 일본군의 고위 지도부들마저 하나 같이 손과 입을 모아 그가 두렵다 함에도 별 시덥잖은 전쟁의 사소한 요소를 물고 늘어지며 충무공을 폄훼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지금도 있다.[52] 이에 대해서는 구변 편을 보면 된다.[53] 상술했듯 군형이란 대게 전쟁이 끝나서야 그 실체가 완전히 드러나며, 알아내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고정된 요소이므로 최선의 최선은 항상 봉쇄된 선택지다.[54] 가을철에 털갈이한 가벼운 털[55] 국토, 인구, 경제력, 생산력과 군사력 사이의 연관성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대목. 1980년대 미국의 레이 클라인이 제시한 국력평가 공식 (영토/인구 + 경제력 + 군사력) × (국가전략 + 국민의지)와도 일맥상통한다.[56] 기세가 돈좌되지 않고 격렬히 흘러도 패배하는 일은 많다. 그러나, 기세가 돈좌된다면 있는 것도 활용하지 못하고 패배할 것이다.[57] 특이하게 서양권에서는 해당 문구를 'The line between disorder and order lies in logistics'이란 문구로 오번역하여, 보급과 관련된 개념으로 받아들인 경우가 많다.[58] 나폴레옹식 작전술 역시 적을 분산시키고 아군은 집중시키는 걸 중시했다. 내 전력이 5고 적 전력이 10이면, 적 전력을 5 미만으로 쪼갠 다음 내 5짜리 전력으로 각개격파하길 노리는 것이다.[59] 20세기 이후로 자리잡힌 현대 기동전에도 필요한 조건이다.[60]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도 강한 국가가 전쟁으로 큰 손해를 보게 만들어 억지력을 바탕으로 한 국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61] 환경을 적절히 파악하면서 침착하게 움직이면 무식하고 빠르게만 움직이는 적보다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현대 총격전에서도 적이 시끄럽고 무식하게 돌격한다면 침착하고 조용하게 움직이는 쪽에서 위치를 먼저 파악하고 쉽게 유린할 수 있다.[62] 현대전에서 공격의 3요소가 Speed, Surprise, Violence of Action이다. 바람, 번개, 불의 비유에 딱 맞아떨어진다.[63] 현대전에서는 이걸 무전 통신이 맡는다. 가장 크게는 C4I체계 및 각종 전술지휘 데이터망 활용이, 작게는 단위제대별 무전기와 연막탄, 조명탄 신호 및 수신호 등이 모두 고대의 북이나 깃발 역할을 한다.[64] 현대에는 조명탄, 야시경이나 열상으로만 볼 수 있는 적외선 스트로브 조명들이 야간의 불과 북 역할을 한다.[65] 여기서 九란 십중팔구의 그 구를 생각하면 된다. 즉 Variation[66] 이해가 안 가면 이순신장군님 같은 분이 명량해전같은 군사적으로 말도 안되는 기적을 어쩌다가 일으켜야만 하는 상황에 몰렸는지 알아보자. 이 항목의 가장 완벽한 예시 중 하나다.[67] 적의 일부 병력만 강을 건너왔을 때 공격하면 건너온 적은 열세 속에서 싸우게 되며, 건너지 못한 적은 각개격파의 위험을 감수하고 도하하거나 동료를 버리고 철수해야 하는 대혼란에 처하게 된다. 반대로 강을 건너기 시작했을 때 공격한다면 뒤로 빼면 그만이고 쫓을 수도 없게 되며, 이미 다 건너왔다면 말할 것도 없다.[68] 상단에서 언급한 무너진 6가지 유형의 군대가 있음을 알라고, 이 6가지 유형이 어떤 것인지 하나씩 설명하는 형태이다. 흔히 이를 육패병이라고 부르고, 이런 이유가 있으면 장차 이렇게 될 군대라고 설명한다. 이 문장의 군대는 흔히 굳이 해석을 하지 않고 주병으로 번역 하는데, 풀어서 해석하면 '달아나는 군대' 혹은 '도망칠 군대' 정도로 의역할 수 있다. 같은 수준의 병사들로 10배의 적을 공격하려고 들면, 병사들이 도망칠 것이 뻔하다는 의미다.[69] 군대를 잘 부리는 자.[70] 서툰 것처럼.[71] 날개를 펼치기 위해[72] 이에 대한 아주 유명한 예시로는 그 악명높은 커티스 르메이가 있겠다. 그는 무자비한 전략 폭격으로 악명 높았지만 폭격의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과정을 철저히 분석했으며 그 폭격으로 인한 명백한 전략적 이익을 확보하였기에 고평가된다. 한국전쟁에서의 예시론, 르메이는 본래 소극적인 폭격만을 행하다, 유엔군이 공군 무단 개입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고 전황이 암울해진 후론 무차별적인 전략 폭격으로 끔찍한 민간 피해를 일으키고 한반도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걸 각오해서라도 항공폭탄을 아끼지 않았는데, 비롯 남한측 민간인 사상자도 대거 발생하기는 했지만 기어코 북괴를 영구히 재기불능으로 만들어버려 다시는 중공과 북괴가 미합중국의 동맹을 넘보지 못하게 해냈기에 비난 받지 않으며, 오히려 남한은 북괴를 꺾고 당당히 일어섰다.[73] 대량살상무기들의 사용은 "지양"되도록 하고 있지 실상 완전히 금지된 경우는 없다시피하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74] 탄약이 다 떨어져서든, 아니면 국제적으로 욕을 얻어먹고 명분을 잃어서든.[75] 드래스덴 폭격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분명 똑같이 업보를 죽도록 쌓은 악의 무리로 전락한 국가를 상대로 똑같이 무자비한 공격을, 아니 오히려 도쿄 대공습으로 드레스덴보다 한술 더 뜨는 파괴를 선보인 르메이와 달리 해리스는 가루가 되도록 까인 것은 르메이와 달리 해리스는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커티스 르메이 조차도 결국 화력이 충분히 강하지 못하였기에 일제를 꺾을 수는 없었으며, 이것은 더 강력한 화력이 등장하고 나서야 해결되었다.[76] 그 르메이가 도쿄 대공습 같은 무자비한 폭격을 행하고도 비난받지 않는 이유로 물론, 진주만 공습 같은 일제의 만행도 뺄 수 없을 것이다. 같은 이유로 폭격 당시에는 죽도록 욕 먹은 해리스도 결국 나치가 끝에 절대로 저질러선 안될 만행을 저지른 것이 드러난 후로 더 이상 비난받지 않는다. 전쟁에서 졌다면 자신이 전범이 되었을 것이라는 르메이의 말대로, 성과와 명분이 모두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불을 남용한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것이고, 성과와 명분이 완벽하도록 불을 쓴다면 역사의 영웅이 될 것이다.[77] 2차 세계대전에서 추축국과 연합국이 서로 다르게 택한 파괴를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추축국은 화력이 부족했기에 (= 공업/경제력 부족) 화공에 해당되는 파괴를 행할 수 없어, 나치는 잠수함을 통한 통상 파괴를, 일제는 각종 특공(...)을 노렸으나 둘다 결국에는 실패했다.[78] 소극적인 파괴[79] 막대한 부수피해를 각오하는 대량살상까지 망라하는 강경한 파괴[80] 참 다행이도 이제는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이렇게 감수해야 했던 파괴중에 핵투발(!!!)도 있었다.[81] 직설적으로 번역하면 Use of Spies로 문자 그대로 간첩 쓰는 방법이 맞겠지만, 손자병법의 서술이 늘상 그러하였듯 간첩을 쓰는 일을 대국적으로 설명하려 하는 것이 본 목적이기 때문에, 간자를 활용한다는 개념 자체를 뭉뜽그려 관용적으로 표현 가능한 단어인 Espionage로 번역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용간편의 서술 취지에 부합한다. 이 개념으로 특히 유명했던 나라가 절대왕정으로 전환되어가던 과도기의 프랑스다.[82]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 왕국은 끝에는 과거의 빛나던 용간술을 잃고, 조세 제도 파탄으로 인하여 완전히 붕괴해버리게 된다. 빛에서 빚으로[83] 현대는 트위터, SNS를 통한 적국 민간인의 포섭까지 해당된다.[84] Person of Interest[85] 나폴레옹은 오히려 제자백가의 관점으로 보면 경쾌하게 풀리는 인물이다. 그는 인의 보다는 사적 좋음을 추구하였으나 그 패도의 길을 걸으면서도, 동시에 혁명 정신을 전파하는 오묘한 활약을 펼쳐 실제로 당대 기득권인 지주 귀족들의 집권 명분 자체를 파괴해버렸다. 이 때문에 명백히 독재자의 야욕을 펼친 나폴레옹임에도 그에 대한 지지는 사그라들 줄을 모른 것이다. 그러므로, 나폴레옹이 대륙 봉쇄령으로 유럽 만민의 공분을 사는 실책을 벌이기 이전까지는, 그 누구도 나폴레옹을 상대할 수 없었다. 나폴레옹이 결국 축출된 후에도, 그가 남긴 나폴레옹 법전은 그 누구도 제거할 수 없어 지금까지도 인류 문명의 근간이자 인류의 자존심이 되어있다.[86] 또한, 가톨릭의 진정한 몰락을 일으킨 것은 종교개혁이 아니라 적법하고 자유로운 석공단 같은 세속 사교 단체의 부상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보자.[87] 그들의 나라의 핵심 이해집단이 너무나 거대해진 나머지 그 극태강한 기운을 설기할 수 없어, 어떠한 (기득권 생존에) 합리적인 정책도 펼칠 수 없는 코 꿰인 상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즉, 그들은 이미 승리할 수 없는 군형과 기세를 가진 상태인 것이다.[88] 오죽하면, 맹자가 당대 상황을 두고,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날로 먹을 수 있는 상황으로 평했다. 그래서, 이미 중원의 대부분을 재패한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의 왕들이 하지 말란 짓만 골라하는 동안, 하지 말란 짓을 조금 덜 하기만 해도 만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으니, 제나라에서 재상을 하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라 별 흥미가 없다고 공손추 편에서 평한다. 하지만, 진짜로 아무도 그 쉬운 걸 할 생각이 없었던 탓에 맹자는 결국 제나라 선왕에 기대를 걸고 제나라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제나라 선왕 조차 인의를 저버리고 스스로 망하는 길을 고집하자, 결국 맹자는 그의 야심을 접고 은거하여 제자를 가르치는 즐거움으로 여생을 보냈다. 과연, 결국 중원을 통일한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엉뚱한 곳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진나라였다.[89] 예시로, 임진년에 조선을 침공한 일본에게 있어, 이 영웅에 해당되는 인물은 충무공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전쟁을 벌인 이유 자체가 어처구니 없는 망상이었기에, 지극히 당연히 일본에 대한 무한한 (그리고 매우 적법한) 분노를 가지게 된 충무공은, 그 어떤 어처구니 없는 박대에도 불구하고 충효를 버리지 않고 그저 묵묵히 조선을 위해 헌신하였고, 최후까지 일본의 승리를 막아내었다. 결국, 이길 수 없는 대적인 명나라가 일본군을 분쇄하게 되었고, 이는 도요토미 가문의 몰락으로 이어지게 된다.[90] 반대로, 당신이 주장할 천명에 동의할 존재를 얻지 못하고 천명을 꿈꾸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예시로, 미국의 노예제 문제와, 그 문제 속의 영웅인 존 브라운이 있다. 당시 북부의 권세자들은 미국의 분열을 우려하여 남부 노예 지주들에게 일방적으로 내어주는 정책만을 펼치며 노예 완전 해방에 부정적이었다. 결국 존 브라운의 말 그대로, 이 죄악의 땅의 범죄를 정화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피뿐이었다. 이후, 미국 내전이 발발한 후, 합중국은 맹방국을 상대로 완전한 명분을 장악할 수 없었고 여전히 노예제의 완전 철폐에 부정적이었기에 주세페 가리발디의 등용에 실패했다. 결론적으로 노예들이 해방된 후에도 흑인들에 대한 억압은 사라지지 않았고, 이 문제는 두고두고 미국 사회의 분열을 야기해 작금의 혼란을 일으키기에 이른 것이다.[91] 왕경칙은 "단공의 36가지 계책 중 도망치는 게 최고의 계책이라고 했다"고 인용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단공"이 바로 단도제다.[92] 다만 서양에선 클라우제비츠전쟁론을 손자병법과 동일한 위치로 취급하고 있다.[93] 무경칠서(武經七書)는 손자(孫子), 오자(吳子), 육도(六韜), 삼략(三略), 사마법(司馬法), 위료자(尉繚子), 이위공문대(李衛公問對)의 일곱 권을 말하고 흔히 알려진 36계는 들어가지 않는다. 무경칠서란 송나라 때 제정된 무과시험 시험범위 교재들이다.[94] '김병주의 손자병법'은 국방TV에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김병주 대장(예편)을 주 패널로서 손자병법에 대해 일반인도 알 수 있게 해설하는 프로로 국방TV의 '순삭밀톡' 프로그램 라인업 가운데 하나이다. 해당 편 11:57부터 미군들의 손자병법에 대한 인식 현황에 대한 증언이 나온다.[95]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서양에서는 손자병법에 비견이 될 정도로 훌륭한 명저이지만, 고대 그리스 철학 및 문학, 그 당시 유럽의 철학과 학문적 기본 소양이 높지 않으면 내용을 오독할 확률이 높다. 게다가 클라우제비츠 본인이 집필중 사망을 해서 내용이 완전히 정리되지 못해 지금도 내용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영문판도 번역이 잘 못됐다고 1970 ~ 90년대 까지 20여년에 걸쳐 재번역이 진행되었었다. 본국인 독일서도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마오쩌둥은 이를 알고 있었기에 공산군 장교들에겐 손자병법을 포켓북으로 배포했던 것이다.[96] 삼국지연의의 경우 전집의 형태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금액이 부담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버전이 나와있기도 해서 사실 사서 읽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반면 "손자병법"은 단 한 권으로 이뤄져 있을 뿐더러 무슨 버전도 없으니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97] 연의에서는 약간 각색되어 '맹덕신서'라는 책을 조조가 손수 썼다고 각색되었다. 장송이 '이 책은 이름 없는 선비가 쓴 것으로, 서촉의 삼척동자도 술술 외운다'고 하고 암송하는 것으로 조조의 자존심을 깔아뭉갰기에 삔또가 상한 조조가 맹덕신서를 전부 불태워버렸는데, 좌자가 대야에 생강을 가득 채우는 도술을 부릴 때 조조가 생강을 쥐자, 불태웠던 맹덕신서와 한 글자의 차이도 없는 맹덕신서가 대야 안에 나타났다.[98] 고대 중국의 병법이라고 번역된다.[99] 철혈 재상이라는 별명과 다르게 비스마르크는 전쟁보다는 외교적인 방법을 선호했다. 프랑스를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이해 관계가 같은 나라와 친하게 지내면서 다른 유럽 열강들을 자극하지 않도록 외교적으로 밀당했던 것. 그리고 불가피하게 전쟁을 해야 할 때도 필요 이상으로 적에게 굴욕을 주는 것도 반대했다. 그러나 빌헬름 2세는 비스마르크의 조언을 듣지 않고 대량의 군함과 잠수함을 건조하면서 해군력을 크게 확장, 주변 열강들을 자극하여 독일 제국이 제1차 세계 대전에서 패배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된다.[100] 마오쩌둥은 자치통감 등 다른 책들도 애독해서 늘 침대 곁에 놔두며 읽었다고 알려졌다.[101] 마오쩌둥은 손자병법 뿐만이 아니라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도 애독 했다고 한다. 손자병법과 전쟁론의 장점을 적절히 활용했다고 보면된다.[102] 손무나 손빈이나 존칭으로 부를 때에는 모두 "손자"이다. 그래서 손자라고만 했을 때에는 손빈인지 손무인지 전혀 구별할 수 없다.[103] 현역시절에 명전략가로도 상당히 이름을 날렸으며,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재임 당시 작전계획 중 오류가 있는 부분을 많이 수정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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