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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01 10:31:07

이와토 스즈메/작중 행적


파일:상위 문서 아이콘.svg   상위 문서: 이와토 스즈메

1. 개요2. 스즈메의 문단속
2.1. 여행 1일차 9월 25일 月: 규슈 미야자키현
2.1.1. 스즈메의 꿈2.1.2. 기상 및 등교2.1.3. 청년과의 조우2.1.4. 온천 리조트의 문단속2.1.5. 간호, 수수께끼의 흰 고양이2.1.6. 뜻밖의 출항
2.2. 여행 2일차 9월 26일 火: 시코쿠 에히메현
2.2.1. 야와타하마 역에서 마츠야마 역으로2.2.2. 아마베 치카와의 만남2.2.3. 폐교된 중학교의 문단속2.2.4. 민박에서의 1박 2일
2.3. 여행 3일차 9월 27일 水: 간사이 효고현 고베시
2.3.1. 해협을 건너다2.3.2. 니노미야 루미와의 만남2.3.3. 보모 및 종업원 알바2.3.4. 테마파크의 문단속2.3.5. 심야 파티
2.4. 여행 4일차 9월 28일 木: 간토 도쿄도
2.4.1. 신칸센을 타고 첫 상경2.4.2. 세리자와 토모야와의 만남2.4.3. 도쿄 상공 전투
2.5. 여행 5일차 9월 29일 金: 도호쿠 이와테현
2.5.1. 무나카타 히츠지로와의 만남2.5.2. 세리자와와 타마키의 합류2.5.3. 이와테현으로의 여정2.5.4. 사다이진의 합류2.5.5. 그리운 고향
2.6. 토코요 (常世)
2.6.1. 본체 미미즈와의 조우2.6.2. 불타는 마을2.6.3. 구원2.6.4. 최후의 문단속2.6.5. 모든 시간
2.7. 여행 6일차 9월 30일 土: 미야자키현으로2.8.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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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의 주인공 이와토 스즈메의 극 중 행적이다. 스즈메의 문단속 자체가 주인공 스즈메 시점으로 진행되는 스즈메의 일대기이기 때문에, 스즈메의 행적 자체가 영화의 줄거리도 겸하고 있다. 그래서 신카이 마코토가 연출한 타 작품들의 주인공들을 통틀어 가장 장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2. 스즈메의 문단속

2.1. 여행 1일차 9월 25일 月: 규슈 미야자키현

2.1.1. 스즈메의 꿈

규슈의 해안 항구 마을에서 이모 이와토 타마키와 단둘이 살아가며 어머니의 뒤를 이어 간호사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 중인 평범한 여고생 이와토 스즈메. 소설판 전체 줄거리가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에 이르기까지 모든 내용이 스즈메의 독백과 해설로 이야기가 진행된다.[1] 마치 스즈메가 쓴 전기와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6박 7일의 여정을 다녀온 스즈메가 이 이야기들을 잊지 않기 위해 쓴 일기처럼 보인다.

스즈메는 어느 날부터 신비로운 꿈을 꾼다. 그것은 꿈에서 어린 스즈메가 언제나 가는 장소로 쓸쓸하지만 왠지 모를 아련함과 그리움을 자아내는 공간이었다. 어두운 마을에서 홀로 길을 나아가며 어머니 이와토 츠바메를 찾다가 한 거대한 문을 발견한 스즈메는 호기심에 문을 열었는데 문 너머엔 찬란하고 몽환적인 별들로 뒤덮인, 모든 시간이 존재하는 듯한 눈부시게 아름다운 밤하늘과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초원이 있었다. 홀로 미지의 초원을 걸어나간 어린 스즈메는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의문의 여인을 목도한다.

그 아름다운 여인은 어린 스즈메를 향해 "스즈메..."라고 부른다. 스즈메는 초원의 여인을 자신의 어머니로 생각한다. 여인을 향해 "엄마..."라고 부른다.

그 말을 중얼거리는 순간, 스즈메는 깨어나고 지난 꿈들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2.1.2. 기상 및 등교

그렇게 2023년 9월 25일 여름의 현재 시점으로 전환된다.
타마키: 스즈메, 일어났니?
스즈메: 일어났어!

교복으로 갈아입고 포니테일로 묶으며 학교 갈 준비를 끝낸 스즈메는 식사를 하면서 테레비 미야자키의 "날씨 알림이 언니(お天気お姉ちゃん)"[2]라는 평소에 마음에 들어하던 기상캐스터의 유쾌한 예보를 감상한다. 마법소녀가 들고 다닐 법한 지팡이처럼 생긴 다채로운 봉으로 규슈를 빙그르르 둘러싸면서 상냥하게 말하고 있다고 서술된다. 규슈 전역은 전체적으로 고기압일 테고 오늘은 시원한 푸른 하늘의 축복을 받을 거예요!"라는 센스 있는 예보였다.

왠지 볼수록 마음에 드는 기상 캐스터 언니의 일기예보 뉴스를 즐겨보면서[3] 이모 타마키가 차린 맛있는 계란 프라이와 두껍게 썬 빵을 먹는다. 오늘 저녁은 알아서 챙겨먹으라는 타마키의 말에 데이트하러 가는 줄 알고 진심으로 응원하는 훈훈한 조카의 모습을 보인다. 이에 타마키는 데이트가 아니라 잔업 처리와 어업 준비로 일이 바빠져서 늦는다고 설명하며 도시락을 챙겨준다. 스즈메는 배낭을 매고 분홍색 자전거를 타 학교로 떠난다.

2.1.3. 청년과의 조우

여느 때처럼 밝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분홍색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던 스즈메는 건너편에서 긴 배낭을 등에 매고 올라오는, 낯설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수수께끼의 미청년과 조우한다. 스즈메는 남자를 보고 놀라서 흠칫한다. 어른들이라면 100% 차로 이동하고 아이들은 어른들의 차를 타고 이동하고 중고등학생들은 자전거로 올라오는 일이 잦은 비탈길을 사람이 걸어서 올라온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라 놀랐던 것. 자전거 브레이크를 당겨 속도를 조금씩 늦추면서 정처 없이 떠도는 여행자 같은 청년의 미모와 분위기에 감탄하여 차마 눈을 떼지 못한다. 스즈메가 탄 자전거의 바퀴와 소타의 발자국 사이의 소리와 거리가 좁혀지면서 스즈메는 이 청년에게 눈을 떼지 못한 채 '초원을 방불케 하는 미모'와 더불어 어디선가 만난 적 있는 듯한 이유 모를 기시감을 느낀다.
거리가 줄어들어 갔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나의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와 청년의 발 내딛는 소리가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 갔다. 고동이 높아져 가고 있다. 50cm의 거리에서 우리들은 엇갈린다. 나는, 우리는, 마음이 말한다. 모든 소리가 하나가 되어 간다. 우리들은, 이전, 어딘가에...

距離が縮まっていく。私はうつむく。私の自転車の車輪の音と、青年の足音が混じり合う。鼓動が高まっていく。五十センチの距離で、私たちはすれ違う。私は、私たちは―心が言う。ぜんぶの音がゆっくりになっていく。私たちは、以前、どこかで―。

갑자기 뒤를 지나친 청년이 스즈메에게 이 근처 어딘가에 폐허가 있냐고 묻는다. 청년의 부름에 스즈메는 예상 밖의 질문과 '폐허'라는 한자어를 잘 몰라 답을 못 내리지만 문을 찾고 있다 말에 자신 없는 목소리로 "사람이 없는 촌락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저쪽 산에 있을지도 몰라요..."라고 답한다.

청년과 헤어진 후 지울 수 없는 찝찝함과 함께 등굣길로 돌아선 스즈메는 학교 친구인 아야와 만난다. 스즈메는 갈수록 이유 모르게 커지는 호기심에 아야에게 잊어버린 물건이 있다고 말하곤 자전거를 돌려 청년이 가던 길을 쫓아간다. 자전거를 잡초밭에다 세워놓고 '출입 금지'라고 쓰여진 바리케이드를 뛰어넘어 폐허가 된 온천 리조트에 다다른다. 리조트의 로비까지 들어가 청년을 찾아본 스즈메는 거대한 원형 돔 한가운데의 하얀 문을 발견하고 문을 열어봤더니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그 위의 아름다운 별들의 하늘을 목도한다. 세번이나 들어가길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물속에서 여우처럼 생긴 석상이 떠오른다. 신기해한 스즈메는 얼음처럼 차가운 석상을 만져봤더니 석상이 얼음막들이 하나 둘씩 떨어지더니 작고 부드러운 털북숭이의 사족 보행 생물로 변한다. 스즈메는 생각지도 못한 이상 현상에 충격 받아 그것을 멀리 던져버렸고 공포심에 짓눌려 곧장 학교로 되돌아간다.

지각하고 수업 스케줄을 빼 먹었지만 점심 휴식 시간에 때맞춰 온 스즈메는 학급 친구들인 아야와 마미와 셋이서 모여 앉아 타마키가 만든 도시락을 나눠먹는다. 온천 리조트에 다녀간 걸 잊지 않고 아야와 마미에게 그 이야기를 하다가 그 온천 리조트는 쇼와 시절에 만들어지다가 나중에 방치된 폐건물이란 사실을 듣게 된다. 갑자기 그 순간, 스즈메의 핸드폰을 포함해 반에 있던 모든 동급생들의 핸드폰에 지진 속보를 알리는 알림 메시지가 키고 순간 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이상 현상에 당황한 스즈메의 눈앞에 있는 창문 너머엔 거대한 검붉은 지렁이처럼 생긴 불쾌하고 기괴한 무언가가 하늘 위로 멈출 새 없이 용솟음치듯 솟아오르고 있었다.

스즈메는 저게 안 보이냐고 아야와 마미에게 물어보지만 스즈메만이 그것을 볼 수 있었고 아야와 마미 눈엔 검붉은 지렁이가 보이지 않았기에 두 사람은 그저 의문만 표할 뿐이었다. 스즈메는 그 지렁이가 온천 리조트에서 나타났고 자신이 발견한 그 문과 관련 있음을 파악하고 그 날 학교 수업마저 때려치우고 친구들의 만류마저 뿌리친 채 곧장 자전거를 타고 리조트로 돌아간다. 지진의 공포로 사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와본 리조트의 폐허에는 스즈메의 예상대로 문 틈으로 빠져나오려는 그 지렁이와 그 지렁이에 맞서 문을 어떻게든 틀어막으려고 맨손으로 당장이라도 열려질 듯 말 듯한 불안한 문짝을 밀어붙이던 그 청년이 있었다.

2.1.4. 온천 리조트의 문단속

혼란한 아수라장 속에서 청년을 발견한 스즈메는 뭘 해야 할지 고뇌하다 빨리 떨어지라는 청년의 일갈을 듣는다. 순간 하늘 위로 검붉게 피어오르는 진흙의 소용돌이가 마치 폭발할 기세로 문을 뚫고 나오려 들고, 청년은 그대로 나가떨어져 땅에 솟아있던 장애물에 세게 부딪힌다. 당황한 스즈메는 얼른 돌계단에서 뛰어내려 청년에게 다가가 괜찮으냐고 물어본다. 하지만 진정할 겨를도 없이 수면 위로 황금빛 실이 소리없이 떠오르더니 하늘로 뻗어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황금빛 실과 연결된 검붉은 기운은 그대로 마을에 고꾸라졌고, 이윽고 강진긴급지진속보와 함께 마을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점점 험악하게 치닫는 상황에 잠시 평정을 잃고 패닉한 스즈메는 귀를 가리고 비명을 지른다. 지진의 충격으로 주변의 철골이 스즈메에게 낙하하자, 위험을 감지한 청년은 날아드는 철골로부터 스즈메를 지키기 위해 몸을 엎드려 보호한다. 청년은 다시 한 번 스즈메에게 여기서 떨어지라고 경고와 함께 사나운 포효를 지르고, 문으로 달려들어 다시 문 닫길 시도한다. 그때 스즈메는 문짝을 틀어막는 청년의 왼팔이 검붉은 색으로 물들여져 있는 걸 알아본다. 청년이 자신을 철골로부터 가려주다가 부상을 당한 걸 깨달은 것이다. 부상에도 아랑곳 않고, 이보다 더 필사적일 수 없을 정도로 문 너머의 무언가와 고군분투하는 그 처절한 모습에 스즈메는 저 문을 막는 일은 청년에게 있어 누군가에게 맡기지 않고 혼자만의 힘으로 해야 할 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청년이 자신을 지키려다 부상 입은 것도 있기에, 자신도 언제까지고 홀로 싸우는 그를 방관만 할 수 없고 함께 맞서 싸워야 한다는 강한 결단에 물을 박차고 온몸으로 문으로 돌진해 양 손을 부딪힌다. 이 때 청년은 혼란한 재앙 사태로 인해 알아보지 못했던 스즈메의 얼굴을 똑바로 보곤 아침의 찻길에 만났던 자전거를 탄 그 여고생임을 알게 된다.
청년: 너는? 어째서!? (君は? なぜ!?)
스즈메: 무슨 일이 있어도 닫아야 하잖아요, 여길요! (閉じなければならないんでしょ、ここ!)
스즈메와 청년은 나란히 서서 전력을 다해 문을 밀어붙인다. 도중에 문 너머로 손 안에 전해지는 불쾌한 감촉을 느낀 스즈메는 그 불쾌감마저 찢어누를 기세로 힘을 쥐어짜낸다. 본인의 가세 덕분에 청년의 힘도 덩달아 올라가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고투 끝에 안에서 폭주하던 문도 서서히 진정되기 시작하자 소타는 마치 염불을 외듯 어떤 주문을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그 순간, 스즈메는 귓속으로 울려퍼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어린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어른들이 떠드는 소리, 그리고 다같이 모여 화기애애하게 이야기 나누는 가족들의 단란한 목소리였다. 그 먼 곳에 들리는 목소리들을 빛바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추어진다. 스즈메는 이것을 보고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인, 쇼와 시대 사람들이 밝은 미래를 올곧게 믿던 시절의 추억임을 느낀다. 감상에 잠기고 몇초도 지나지 않아, 마침내 문은 커다란 소리를 내며 닫히게 된다. 안도한 스즈메는 너무 기뻐서 "잠겼다!"고 외친다. 봉인이 안정되자 청년은 열쇠를 꺼내 "돌려드리옵나이다(お返し申す)!"라고 외치며 닫힌 문 손잡이 위에 빛나는 열쇠 구멍을 만들어 그 안에 열쇠를 끼워넣고 잠근다. 그러자 검붉은 탁류는 터져서 산산이 흩어진다. 무지갯빛처럼 반짝이는 비가 쏟아져내리고, 어두운 하늘은 금세 푸른 빛을 되찾는다. 스즈메는 이 때의 경험을 자신이 인생에서 처음으로 해낸 최초의 문단속이라고 표현한다.
これが、私の初めての戸締まりだった。

이것이 바로 내 인생 최초의 문단속이었다.

2.1.5. 간호, 수수께끼의 흰 고양이

재앙의 봉인과 더불어 지진이 멈추자 스즈메는 청년에게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물으려 한다. 하지만 이내 "카나메이시는 여기에 봉인되어 있을 텐데 왜 여기로 왔느냐, 왜 미미즈가 눈에 보이냐, 카나메이시는 어딨냐"고 온갖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단어들로 연달아 질문 공세를 펼치자 압박감을 느끼고 무심코 화가 나서 대체 뭐라는 거냐고 받아친다. 예기치 못한 스즈메의 분노에 깜짝 놀란 청년은 일단 도움 받은 것에 감사를 표하지만 방금 본 일은 모두 잊어버리고 집에 돌아가라고 충고한다. 스즈메는 떠나려는 청년의 왼팔에 새어나오는 검붉은 피를 본다. 자신을 감싸느라 입은 부상임을 알고 책임감을 느낀 그는 "기다려요!"라고 외치며 부상을 간호하겠다고 멈춰세운다.

두 사람은 폐허에서 집에 이르기까지 무너진 지붕의 파편 사이를 뚫고 집까지 도착한다.[4][5][6] 대낮쯤 이모는 집에 없을 것이니 괜찮다고 확신한 스즈메는 현관 문 앞까지 따라온 청년에게 구급 상자를 가져올 테니 2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라고 말한다. 마음은 고맙지만 자기는 상관 말라는 청년의 고집에 참다 못해, 단호한 표정을 짓고 "그렇게 병원이 싫으시면 적어도 응급처치라도 받으셔야죠!!"라고 호되게 일갈한다. 병원 가기 싫어서 떼쓰는 어린애 같다는 푸념을 남긴 채.
청년을 2층 방으로 올려보낸 후 어릴 때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타마키 이모와 찍은 사진들을 둘러보고 서랍에 보관된 구급 상자를 들고 방에 올라간다. 스즈메는 방 한가운데에 있는 노란색 아동용 의자[7]에 앉은 채 잠든 소타를 "자, 빨리 상처를 씻어야죠!"라고 깨운다. 간호사였던 어머니 이와토 츠바메의 영향으로 상당한 간호 실력을 보여주는데, 일단 열상은 그렇게 심하지 않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물로 상처를 씻은 후에 멸균 연고를 바르며 청년에게 "제법 하는데?"라는 칭찬을 들을 정도로 능숙하게 간호한다. 그 와중에도 소타에게 좀전에 봉인한 미미즈에 대한 지식들, "폐허의 문단속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이며 미미즈는 어디든지 또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여기서 처음으로 청년은 자신의 이름, 무나카타 소타를 자기소개를 하고 스즈메도 이어서 자신의 성명을 밝힌다. 소설판 기준으로 청년이라고 불렀지만 이제서야 그를 '소타 씨'라고 호칭을 바꾼다.

직후 어디선가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스즈메의 2층 방 창문가에 손바닥 만한 작은 크기의 야윈 새끼 고양이가 올라온 것이다. 그 새끼 고양이는 새하얀 털북숭이에 왼쪽 눈은 검은 털로 덮여 있었다. 스즈메는 지진으로 대피 중이던 고양이라고 가엾게 여기고 부엌에 있는 멸치를 가져와 먹여준다. 고양이가 멸치들을 맛있게 먹자 스즈메는 속으로 매우 귀여워한다. 스즈메는 우리 집 고양이가 되지 않을래?"라고 묻자, 고양이는 "응."이라고 대답한다. 느닷없이 고양이가 사람 말을 하자 놀란 스즈메 앞에 말라있던 고양이의 덩치가 부풀고 건장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고양이는 "스즈메는 상냥해, 좋아."라고 말하지만 옆에 있는 소타를 노려보곤 "너는 방해야."라고 말한다. 순간, 소타는 스즈메의 눈앞에서 사라지고 소타가 앉던 의자가 그 반동으로 쓰러진다. 놀라서 헉 소리를 외친 스즈메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소타를 연신 부른다. 근데 얼마 뒤, 스즈메의 노란색 의자가 갑자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소타의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한다. 고양이의 주술에 의해 소타의 정신이 의자로 전이된 것.

안 그래도 다리가 셋뿐인 외다리 의자라 간신히 균형을 잡고 탭댄스 추듯 움직이는 세 발 다리 의자 소타를 보고 스즈메는 그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감정을 얼굴에 담은 채 아연실색할 수박에 없었다. 이 모든 일이 고양이의 짓임을 안 소타는 불편한 의자의 몸에도 불구하고 2층 창문에서 뛰어내린 다음, 전속력으로 도주하는 고양이를 쫓아간다. 근데 소타가 중요한 물건인 봉인의 열쇠를 두고 떠나자 스즈메는 물건을 돌려주기 위해, 느닷없이 찾아온 비일상의 공포와 오한을 느끼면서도 열쇠를 돌려주기 위해 소타를 쫓아간다. 그 때 지진 발생 직후 스즈메가 걱정되어 급히 집에 돌아온 타마키 이모마저 뒤로 한 채. 도중 의자를 발견한 중학생 커플과 부딪혀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했는데, 문제는 그 중학생들이 세 발 다리 의자인 소타와 자신을 다짜고짜 사진 촬영해서 SNS에 올린 탓에 전에도 없었던 마음고생을 하며 골치를 썩기도 한다.

정신없이 쫓고 쫓기는 추격극 끝에 스즈메가 도달한 곳은 다름 아닌 한 화려한 페리선 한 대가 정박한 미야자키 현 바다 항구. 페리선에는 수많은 미야자키 현 주민들이 승선 중이었는데, 이때 자신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타마키 이모의 동료이자 그를 오랜기간 짝사랑해온 어부 오카베 미노루와 마주한다.

당장 미노루에게 뭐라 답할 새도 없이 승객들 발 사이로 숨어들어간 고양이와 소타를 따라잡는 게 급선무였던 스즈메는 망설임 끝에 결국 한 번 저질러보자 하는 굳은 다짐으로 "정말로 죄송합니다!!"라고 외치면서 탑승중인 다른 사람들을 제치고 페리에 뛰어든다. 그런데 지진으로 출항이 지연됐던 페리선은 배에 이상이 없는지 점검이 마침 그 타이밍에 끝나 탑승교를 올리고 미야자키 항구를 출발한다. 이리하여 평온했던 스즈메의 삶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듯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2.1.6. 뜻밖의 출항

간신히 페리에 무임 승선한 스즈메는 항구에서 잠깐 부딪혔던 장거리 트럭 아저씨들이 입구 로비에 모여 앉아 고양이와 달리는 의자에 대해 수군거리는 걸 듣게 된다. 벌써부터 빠르게 퍼지기 시작 한 고양이와 의자의 소문에 땀을 흘리며 수색을 진행한 끝에, 갑판 위에서 2m의 간격을 사이에 두고 서로 노려보는 둘을 간신히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고양이는 여전히 의자가 된 소타를 노려보며 경계했지만,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은인 스즈메에게는 다정했다. 고양이는 어린 아이 같은 목소리로 환히 반색하며 "스즈메, 다음에 또 만나!"라고 훗날의 재회를 기약하곤 건너편의 경비정으로 잽싸게 옮겨탄다. 고양이가 떠나버리고 페리선에 남겨진 스즈메와 소타는 항구로 돌아갈 길을 영영 잃어버리는 바람에 규슈를 떠나 시코쿠 지방에히메[8]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걱정하는 이모에게 연락해 "아야네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가겠다"고 적당히 둘러댄다. 하지만 타마키도 스즈메와 관련해선 날카로운 눈썰미과 추리력의 소유자라 스즈메의 방 안에 있던 말린 멸치와 구급 상자만 보고 스즈메가 길 가다가 무슨 수상한 남자를 집에 데려온 건 아니냐고 정곡을 찌르자 소스라친 스즈메는 답변 없이 바로 통화를 끊어버린다. 일단은 타마키의 추궁은 간신히 피했지만, 아직 어딘가는 한창 얼빠진 면모를 보일 법한 순진하고 감정이 들끓는 청소년이라 대응이 워낙 미숙했던 탓에 도리어 타마키의 의심에 기름을 들이부은 꼴이 되었다.[9] 영문도 모르게 지진이 터지고, 조카와의 이별의 하룻밤을 지내야 했던 타마키는 안심은커녕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게 생겼다.

그리고 자동판매기에서 소타와 함께 먹을 저녁식사로 맛있는 크림빵과 음료를 사와서 대접하지만, 이미 의자가 되어서 먹을 입이 사라지고 배고픔을 느끼지도 않게 된 소타는 겸허히 사양하고 스즈메에게 권한다. 스즈메는 나란히 앉아서 회포를 풀던 중 고양이가 오늘 아침 폐허에서 손을 댄 그 석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고양이의 정체는 스즈메가 본의 아니게 봉인을 풀어버린, 미미즈를 억누르는 권능을 가진 돌 '카나메이시'였으며, 고양이는 모종의 이유로 소타를 경계하고 의자에다 봉인해버린 것이다. 스즈메는 자신이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음을 깨달으며 곧장 소타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한다. 소타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로 우리 토지시들이 대대로 이어받은 고유의 사명이라고 안심시켜준다. 이때 소타에게 지표 아래의 미미즈가 현계로 올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우시로도(後ろ戸)', 미미즈가 침범한 대지의 신인 '우부스나(産土)' 같은 복잡한 단어들을 듣는다. 처음 듣는 어려운 단어라 당연히 이해하기 어려워하지만 그래도 묵묵히 받아넘긴다.

평범한 하루를 시작할 줄 알았건만, 기억 속에는 없는 운명과도 같이 이끌린 소타와의 첫 만남부터 시작해서 미미즈라는 일본 전체를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재앙이 출현하질 않나, 그리고 고양이로 인해 의자가 돼버린 소타를 쫓아오느라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이 바다 건너 먼 지방으로 향하는 페리선에 탑승하질 않나, 하루아침 만에 십대 청소년의 힘으론 어림도 없을 온갖 화려하고 스펙타클(...)한 사건사고를 겪은 셈. 보통의 고등학생이라면 이거라면 못하겠다고 절망하거나 고뇌하겠지만, 평균 이상의 단단한 멘탈과 강한 인내심을 지닌 스즈메는 이 모든 것들을 담담하게 포옹하며 나아간다. 책임질 일은 절대 회피하지 않고, 한결같이 성숙한 태도로 임하는 스즈메였기에, 의자가 되어 거동이 불편해진 소타를 보호하기로 굳은 결심을 한다. 무엇보다 소타의 임시 육체가 된 저 의자는 스즈메의 어머니 츠바메의 하나뿐인 유품이었기에, 단순히 소타를 지키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의자의 주인으로서 행동한 셈. 고양이를 카나메이시로 되돌려 미미즈로부터 일본을 구해 자신의 손으로 일으켜버린 과오를 수습하기 위해 에히메로의 기약 없는 여정을 떠나면서 갑판에서 잠을 청한다.[10]

2.2. 여행 2일차 9월 26일 火: 시코쿠 에히메현

2.2.1. 야와타하마 역에서 마츠야마 역으로

살면서 해외 여행은 물론 일본 내의 다른 지방으로 여행간 적 없이 규슈에만 살아온 스즈메는 외국에 발을 들이는 순간은 분명 굉장히 감동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내리자마자, 속으로 '시코쿠에 왔다!'라고 흥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단 의자와 고양이를 본 아저씨들이 떠날 때까지 기다린 다음, 지금의 자신은 교복 차림에 달랑 의자 하나만 데리고 있는 수수께끼의 캐릭터처럼 변해버렸다는 감상을 남긴다. 한편 스즈메의 등뒤에서 잠들어 있던 소타가 깨어나자 장난스레 "소타 씨가 하도 안 깨어나길래 이 모든 게 꿈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단 말이에요."라고 투덜댄다. 스마트폰을 키고 현 위치와 이동 로그를 확인하는데 자신들은 에히메 현 남부의 야와타하마 항구에 있으며, 야와타하마 항구에서 스즈메의 집까지의 거리는 무려 219km.

얼마 안가 SNS의 타임라인에 '#다이진과함께'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실시간으로 연이어 오르는 고양이의 사진과 목격담ㆍ게시글들을 본다.[11] 스즈메는 '하얀 수염이 마치 옛날의 대신(大臣ㆍ다이진)처럼 초큐트! 볼에 난 수염 마치 대신!"이란 제목으로 투고된 게시글에 감명을 받아 이때부터 고양이를 다이진이라고 부르게 된다. 일단 다이진이 열차로 동쪽을 향해 가고 있음을 알게 된 소타는 여기서부터는 작별인사를 할 테니 집으로 돌아갈 것을 부탁한다. 하지만 스즈메는 끝까지 함께하겠다며 고집을 부리듯 소타의 항의까지 무시하며 곧바로 자동판매기로 다가가 열차표를 끊어버린다. 그리고 가족이 걱정할 거라고 잔소리하는 소타에게 작은 목소리로 "괜찮아요, 우리 집은 방임주의니까요."라고 받아치며 야와타하마 역의 개찰구로 들어서고 마츠야마행 원맨 열차에 올라탄다. 때마침 열차 안은 어머니와 어린 아이를 빼면 텅 빈 덕에 두 사람은 긴장을 풀고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

소타는 앞으로 위험한 여행이 될 테고 네가 따라오면 곤란하다고 하지만, 스즈메는 참다 못해 스마트폰을 들이밀며 소타의 사진들을 보여준다. 어느 새 사람들이 소타의 사진까지 촬영해 SNS에 업로드해 소타도 '#달리는의자'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다이진 이상의 이슈 메이커가 되어버렸다[12]. 스즈메는 둘만큼은 아녔지만 쫓는 모습이 찍혀 "옆에 있는 수수께끼의 소녀의 정체는!?"라는 게시글까지 올라온 상태다. 사람들 앞에서 의자 모습으로 걸어다니면 위험하지 않냐는 반문과 함께 SNS를 본 누군가가 소타를 잡아갈 거라고 강하게 설득한다. 순식간에 SNS의 인기스타가 되어 버리자 난감해진 소타는 어쩔 수 없이 스즈메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한다. 마침내 동행을 허락받자 스즈메는 크게 기뻐하며[13] "저도 잘 부탁해요!"라고 대답하며 두 사람은 함께 동행하게 된다. 그때 먼 좌석에서 한 어린애가 신기한 눈빛으로 스즈메와 소타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머니가 이쪽을 신경 안 쓰고 스마트폰의 사진을 보고 있었기에 잘 넘어갔지만, 스즈메는 또다시 긴장한다.
草太さんを元の姿に戻す責任が私にはあるのだ。草太さんが人間の姿を取り戻すまで、私が彼を守るのだ!

나에게는 소타 씨를 원래 모습으로 되돌릴 책임이 있다. 소타 씨가 인간의 모습을 되찾을 때까지, 나는 그를 지켜야 한다!

2.2.2. 아마베 치카와의 만남

스즈메는 소타와 단둘이서 SNS의 목격담들을 토대로 에히메 현 주변 도시를 돌며 다이진 수색을 시작한다. 하지만 어디를 가도 다이진은 코빼기도 나타나지 않았다. 거기다가 다이진이 간 장소로 도달하면 어느 새 핸드폰에는 또다른 곳으로 가 있는 다이진의 사진이 투고되어 있어서 수색은 더욱 난항에 이른다.

어느 새 태양이 지고 해 질 녘이 되어 있었다. 에히메 현의 더운 날씨에 땀범벅이 된 스즈메는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선크림을 미리 사둘 걸 하고 푸념하는 동시에 슬슬 지기 시작한 태양을 원망 가득 찬 눈빛으로 노려본다. 이걸로 몇 번째인지 알 수 없는 후회를 하며 이대로 노숙을 해야 하냐는 걱정도 하고, 한편으론 목욕탕에 들어가 개운하게 몸을 씻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도 해시태그를 통해 올라온 최신 투고글 중 "우리 집 농원에 하얀 고양이가 방문!"이라는 제목을 본다. 스즈메는 그 농원으로 향하기로 하는데, 하필 그 농원은 산 너머에 있는 장소라 걸어서 가면 밤이 되어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거기다가 주변 구역에는 그토록 원하는 선크림이나 다른 도구를 살 수 있는 상점이나 편의점 한 군데나 사람 한 명도 없는 고립된 장소. 그때 한 소녀가 전동 바이크를 타고 지나가고, 스즈메는 떨어져 있던 소타에게 달려가 얼른 품에 담아둔다.[14] 체력이 소진한 스즈메는 몇시간째 소타를 드는 것조차 힘들어하며 이대로 또 혼자 농원까지 걸어야 하느냐고 한탄하는 사이, 방금 스즈메를 지나친 소녀가 좁은 비탈길 곳곳에 대량의 귤들을 흩뿌리는 사고가 벌어진다.

스즈메는 소타와 도움으로 발견한 옆에 있던 동물 포박용 그물을 쳐서 귤들을 한 개도 남김없이 무사히 회수한다. 그 모습을 본 소녀[15] 아마베 치카는 자길 도와준 스즈메의 활약에 매우 고마워하며 "마치 묘기를 부리는 마법사 같았다"며 어떻게 해냈냐고 물어보며 두 손을 쥐어흔드는데, 스즈메는 "제도 모르게 아차 싶어서 몸이 멋대로 움직인 것 같다"고 서툴게 대답한다. 소녀는 스즈메의 반응에 재밌어하며 친근하게 요비스테를 하는 동시에 '치카'라고 소개한다. 스즈메도 반갑게 인사하며 친분을 쌓는다. 둘은 도로 옆 공터에서 마주앉아 단란한 대화를 나눈다. 치카는 보답으로 '편의점 오렌지 주스보다 천 배는 맛있는' 감귤까지 얻어먹으며 허기를 채운다. 치카의 부모님은 작은 민박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스즈메와 동갑내기로 고2 소녀인 치카는 아르바이트로 부모님 일을 성실히 돕고 있었다. 전동 바이크를 타고 농원의 귤들을 집으로 조달하던 중 우연히 스즈메와 만나게 된 것. 스즈메는 치카에게 다이진이 다녀간 농원의 사진을 보여주며 다이진의 행방을 물으려는 찰나, 눈앞의 산에 소용돌이치는 미미즈를 보고 기겁한다. 스즈메는 치카에게 급한 일이 생겼다고 사과하고는, 소타를 품에 안고 곧장 그곳으로 달려가려 하지만 걷는 속도만으론 미미즈를 따라잡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때 치카가 전동 바이크를 몰고 스즈메를 쫓아와, 둘을 미미즈가 출몰한 곳까지 데려다준다. '몇년 전에 산사태로 무너져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곳'이라 하는데, 미미즈로 인해 기가 오염되고 '우시로도'로 전락한 또다른 폐허였다.

2.2.3. 폐교된 중학교의 문단속

치카의 도움으로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소타는 이번에야말로 스즈메를 위험한 길에 끌어들이지 않고자 그를 돌려보내고 홀로 폐허로 달려간다. 소타의 실루엣이 사라져가자 혼자가 된 스즈메는 '길가에 버려진 미아'가 된 것처럼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산사태로 무너진 지붕의 처참한 잔해들에 둘러싸인 자신을 보고 과거의 트라우마가 전해진 듯한 섬뜩함을 느낀다.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뿜어내며 주변을 압도하는 붉은 재앙의 근원 미미즈와 무력감 사이에서 고뇌하다가 늑골 안쪽으로부터 서서히 치고 올라오는 분노와 분함을 체감한다.
「どうしようもないじゃない!」

"돌아가봤자 아무 소용 없잖아!"
라고 울부짖으며 소타가 향한 어둠 속으로 질주한다. 달려간 그 끝 너머에는 산사태로 흘러들어온 토사로 파손된 중학교의 교정 건물이 들어섰다.

거기서 미미즈가 쏟아져나오는 중학교 정문의 알루미늄 문을 처절하게 밀어붙이는 소타를 발견한다. 의자로 변한 탓에 덩치도 작아져서 다른 한쪽의 문을 막을 팔도 잃어버린 소타는 간신히 한쪽 문만을 막을 수 있었고, 문단속의 열쇠는 진흙에 튕겨져 나가 있었다. 예전처럼 혼자만으론 미미즈와 싸울 수 없는 절망적인 위기에 내몰린 소타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쫓아오는 스즈메의 의지에 "이대로 무섭지 않아?"라고 묻고 스즈메는 왜인지 죽을 것이라는 공포나 두려움이 없었기에, "무섭지 않아!"라고 강하게 대답한다. 스즈메는 알루미늄 문을 미는 왼손과 탁류로 튕겨나간 열쇠를 쥔 오른손으로 혼신의 문단속을 한다. 재앙의 힘은 약해지고 폭주는 슬슬 잠잠해졌지만, 미미즈는 스즈메에게 쉴 틈도 주지 않고 적동색 꽃으로 변해, '황금빛 실'의 형태를 띤 주변 대지의 기운들을 빼앗아 힘을 회복한다. 점점 거세지는 미미즈의 반격에 스즈메는 어쩔 줄 모르지만, 이 학교에 있을 법한 풍경의 추억들을 떠올려서 힘을 끌어내라는 소타의 조언을 듣고 한번 시도해본다. 스즈메는 폐허가 된 중학교에 깃든 추억들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열쇠의 힘을 끌어모으기 시작한다. 소타가 우부스나에게 기도문을 올리며 절호의 타이밍을 노려 뒤쪽문의 자물쇠에 열쇠를 끼워넣고 돌린다. 그리고 문단속을 성공시킨다.
「お返しします!」

되돌리겠사옵니다!!
스즈메의 외침과 동시에 문단속이 이뤄지자[16], 알루미늄의 유리창은 산산조각나고 미미즈는 사방으로 터질 듯 사라져버린다. 더럽혀진 폐허의 기운도 예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정화된다. 스즈메는 깊은 통쾌감을 온몸으로 느껴보며 신난 목소리로 소타에게 "우리,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라고 묻는다. 그때 멀리서 둘을 지켜보던 다이진의 실루엣을 보게 되지만, 다이진은 또다시 사라져버린다.

2.2.4. 민박에서의 1박 2일

미끄러져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되고 미미즈를 봉인하는 데 기운을 다 쓴 스즈메는 운이 좋게도 치카[17]네가 민박을 하는 덕에 하룻밤 자고 가게 된다. 스즈메는 다이진 수색에 지쳐 빨리 온탕에 들어가 목욕하고 싶다고 빌었는데 우연히 만난 치카 덕에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숙박과 목욕 서비스뿐만 아니라 흙먼지가 묻은 교복 세탁 서비스와 분홍색 유카타까지 제공 받는다. 치카는 뜻밖의 우연에 감명 받으며 스즈메는 "우리 집에 묵을 운명이었던 것 같다."는 한 마디를 남긴다. 스즈메는 생판 남이나 다름없는 자신을 빨간 체육복을 더럽혀서까지 산에다 데려다주고, 늦은 시간까지 꿋꿋이 기다려준 치카의 상냥함에 감사하면서도 미안한 심정을 느낀다.

온탕에서 시원하게 목욕을 다 끝내고 이틀째 귀가 안 하는 자신을 걱정하는 타마키 이모에게 "아야네 집에 하룻밤 묵고 에히메 현으로 짧은 여행간다."고 둘러대고는 곧바로 통화를 끊는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놓고 끝내니 어색하다 생각했는지 타마키를 안심시키겠답시고 LINE으로 추가 메시지와 귀여운 고양이 스탬프를 차례대로 송신한다.
통화 끊어서 죄송합니다. 송신.
저는 건강해요. 송신.
제대로 꼭 돌아갈게요. 송신.
고양이가 꾸벅꾸벅 머리 숙이며 사죄하는 스탬프 송신.
근데 스즈메가 보낸 메시지들을 타마키가 다 읽어내리는 바람에 빠른 속도로 "읽음" 문자가 화면에 뜬다[18]. 스즈메는 "너 혼자만의 여행은 거짓말이고 딴 사람하고 같이 있지?"라는 이모의 걱정 섞인 추궁에 난감함과 스트레스를 느끼지만, 곧 준비된 저녁식사를 맛있게 먹는다. 치카가 스즈메와 같이 한 방에서 식사해도 되냐고 물었는데 스즈메는 소타의 허락을 받고 둘이서 사이좋게 단란한 식사를 나눈다. 민박의 식사 메뉴는 갈치구이와 방어, 오미소시루 된장국과 공기밥으로 추가 메뉴로 토란 전골과 보리누룩으로 만든 매운 된장찌개(무기미소)였다. 디저트는 에히메의귤로 만든 젤리. 스즈메는 혀로 맛보는 이색적인 맛에 감동을 느낀다. 식사 도중 타마키 이모로부터 날아든 대량의 문자 메시지에 질려, 자연스레 이모에 관한 얘기를 나눈다. 여기서 스즈메는 치카에게 이모와 단둘이 산다는 짧은 가정사, "어쩌면 내가 이모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는 건 아닌가 하고, 최근 그런 생각이 들어."라고 이모의 자유와 행복을 존중하고 싶은 마음을 고백한다. 치카는 킥킥대며 옛 남친 대사 같다고 웃자, 본인도 기분이 가벼워지며 그렇다고 수긍한 채 따라웃는다. 한편으론 이제 그만 자신을 존중하고 간섭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사춘기의 반항기도 솔직하게 보여주고 치카도 공감한다. 근데 즐거움에 젖은 나머지 옆에서 소타가 다 들어버린 걸 알고 경악한다.

식사 후 아마베 부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스즈메는 다 먹은 접시를 설거지하고 온탕을 청소한다. 그리고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치카와 둘이서 이불에 들어가 잠을 자는데 치카는 스즈메에게 여태껏 궁금하던 것들을 물어본다. 스즈메는 누구이며, 들고 다니는 의자가 무엇이고 폐허가 된 중학교에서 뭔 일을 했는지. 스즈메는 망설임 끝에 의자가 어머니가 남긴 유품이라고 밝히고, 그 이상은 답할 수 없다 말한다. 이에 치카는 스즈메는 비밀투성이에 마법사 같다며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기분으로 스즈메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할 말을 다한다. 뒤에서 벽을 기댄 채 있는 소타를 향한 자신의 고백이기도 하다. 처음엔 자신의 과오에 휘말려버린 사람에게 속죄해고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곧은 책임의식+동료애로서 시작된 감정이지만 점점 소타를 향한 연심이 커지기 시작한다.
당신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 누구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누구도 볼 수 없는 것과 싸우고 있어. 그 폐허에서 문을 닫으며 고독하게 싸우고 있던 그 모습을 나는 떠올려냈어. 하루 전의 일이었는데도, 옛날의 일처럼 느껴져. 그로부터 나는 바다를 건너 당신 때문에 마법사와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어. 하지만, 당신 덕분에 나에게도 중요한 일이 생겼어.
소타의 존재를 몰랐던 치카는 스즈메가 자화자찬인 줄 알고 웃는다. 스즈메도 또다시 함께 웃으며 기쁜 밤을 보낸다.[19]

2.3. 여행 3일차 9월 27일 水: 간사이 효고현 고베시

2.3.1. 해협을 건너다

다음날 아침 기상한 스즈메는 치카가 빌려준 빗으로 머리 빗으며 여행을 위한 준비를 끝마친다. 아직까지도 깨지 않고 쿨쿨 잠을 자던 소타를 보고는 "늦잠이 지독한 사람도 있구나."고 한숨을 내쉰다. 이때 스즈메는 치카의 시원시원한 단발에 동경심을 품고 있지만, 자신의 머리카락을 예쁘다고 칭찬한 어머니와의 소중한 추억 때문에 차마 머리를 자를 수 없었다는 게 밝혀진다. 치카는 스즈메의 혼잣말이 남친에게 하는 말인 줄 알고 "그럴 때는 키스하면 일어나."고 조언해주고 이번에도 맛있는 아침밥을 대접한다.

다 같이 식사하던 중, 치카의 남동생이 굉장한 것을 봤다고 TV를 가리킨다. 마침 「아카시 해협 대교에 고양이가!」라는 제목의 아침 프로그램에 하얀 다리 위를 건너는 다이진을 보고 충격에 빠져 곧장 소타에게 알려준다. 근데 소타가 계속 잠만 자자 치카의 조언을 떠올린 스즈메는 눈을 감고 서툴게나마 소타의 얼굴이 된 의자의 등받이에 입술을 대고 첫 키스를 시도하다 입도 없는데 어디다 키스해야 하는건지 헷갈려한다. 의외로 효과가 통한 건지, 소타가 잠에서 깨자 스즈메는 급속한 열풍에 휩쓸린 듯 볼이 빨개진다.(...) 당황하는 소타에게 스즈메는 거친 태도로 아무 일 없다고 얼버무리고는 스마트폰으로 다이진의 행방을 보여주며, 대교와 맞닿은 고베를 다음 목적지로 정한다.

스즈메는 고베로의 여행을 떠나기 전 치카로부터 선물을 받게 된다. 기장이 짧은 베이지색 반바지와 흰 티셔츠 위에 걸친 헐렁한 푸른 데님 재킷을 입고, 의자 소타와 세탁한 교복들을 보관할 스포츠 백도 받는다. 교복 차림으로 의자를 들기만 해도 눈에 띌 것 같다고 치카가 세심하게 신경써서 코디해주고 가방도 선물한 것. 한결같은 친절한 치카의 마음씨에 스즈메는 어떻게 보답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감동한다. 세라복을 차려입은 치카는 미소를 짓고 언제든지 우리 집에 들러달라고 말하며 등굣길로 오른다. 하룻밤 사이에 친구가 된 스즈메와 치카는 서로를 강하게 포옹하고 각자의 길로 헤어진다.

2.3.2. 니노미야 루미와의 만남

치카와 이별하고 산길을 내려가 여행길에 나선 스즈메는 스마트폰으로 고베로 향하는 경로를 탐색한다. 다음 기차역은 꽤나 멀었고 최단 루트는 자동차뿐이라 생애 최초로 히치하이킹을 시도한다. 워낙 긴장되는 데다 마음을 강하게 다잡지 못한 탓에 다섯 번이나 실패. 소타는 손을 좀 더 크게 흔들어보라고 조언한다. 스즈메는 의자인 소타가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면 이목을 더 쉽게 끌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해본다. 이내 나 같은 10대 여자아이에게 정차할 차가 있다면 그 차는 타지 말아야 한다며, 여태껏 죽음이나 미미즈랑 싸웠을 때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유괴당할 거라는 불안을 느낀다.[20] 설상가상으로 하필 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가까운 버스 정류장으로 피신하지만, 거기마저도 다음 버스가 오기 전까지 최소 여섯 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는 고역을 치른다.

청개구리들이 우는 빗속에 스즈메는 소타와 서먹서먹하게 얘기나눈다. 왜 의자 다리가 세개냐는 소타의 질문에 옛 희미한 기억들을 더듬은 스즈메는 어렸을 적 보육원에 다닐 무렵에 의자를 잃어버린 일이 있어 어머니의 의자를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그 과정의 일은 기억이 안 나는지 오래 뜸들이다가, 의자를 찾았을 땐 이미 다리 한 개가 없어졌다는 말만 한다. 그때 두 사람에게 차 안의 여성이 혼자 있는 스즈메를 가출소녀로 오인하고 말을 건다. 사정을 들은 루미는 스즈메를 기꺼이 고베로 데려다준다.[21] 루미 덕에 차를 타고 편하게 고베까지 간 스즈메는 뒷좌석에 잠든 루미의 두 아이들인 4살 쌍둥이 남매 니노미야 하나와 소라 남매를 본다. 운전 도중들 쌍둥이들이 깨어나 뒷좌석 중간에 둔 가방에 든 소타 의자를 보고 신기해서 마구 잡아당기거나 중간 휴게소에 산 음식이나 음료를 떨어뜨리는 장난을 친다. 이 때 루미는 과거 재난으로 폐허가 된 테마파크를 발견하는 복선이 나온다. 스즈메는 곤란해하지만 소타가 아이들에게 묘기를 부리며 능숙하게 대처한 덕에 안심한다. 근데 쌍둥이들을 맡길 고베의 탁아소에 발열자가 있다는 연락이 오자 루미는 내친 김에 스즈메에게 보모 역할을 시키기로 맘먹는다. 스즈메는 어쩔 줄 몰랐지만, 생판 남인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고베까지 바래다준 루미의 은혜를 갚기 위해 마지못해 받아들이게 된다.

2.3.3. 보모 및 종업원 알바

고베에 있는 루미가 '오너마마'로 운영하는 스낵바에 도착했지만, 대가로 얼떨결에 보모 노릇을 하게 된 스즈메는 시작부터 쌍둥이 남매에게 시달린다. 장난감 재료로 카레를 요리하고 먹는 걸 뜯어말리고 자길 산 취급하며 오르려는 애들 때문에 고생했다. 보다 못한 소타가 이때만큼은 몸을 움직여 아이들을 교대로 태워주며 논 덕에 부담을 덜게 된다. 유독 아이들을 귀여워하는 소타를 보고 흥겨워진 스즈메는 자기도 태워달라고 부탁하는데, 신나 있던 소타는 그만 아이들의 시선을 잊고 거절한다. 소타의 목소리를 들은 쌍둥이들이 조심스레 소타를 멀리하자, 스즈메는 이 의자는 소타라는 이름의 최신형 AI 로봇이라고 센스 좋게 속여넘긴다.[22]

저녁이 되면서 루미의 스낵바에 아저씨들, 퇴근한 회사원들까지 수많은 손님들이 몰려든다. 아이들을 소타와 셋이서 무사히 잠재운 스즈메는 루미의 부탁으로 '미키'라는 알바생 언니의 조수로 일하게 된다. 알바 경험이 일천한 스즈메는 첫날부터 미키의 지시에 따라 눈이 돌아버릴 것처럼 바쁘게 일한다. 손님들이 마시고 남긴 유리컵과 접시들을 필사적으로 설거지하고, 술안주로 먹을 츠나피코[23]와 오징어 진미채를 한꺼번에 접시에 가득 담기도 하고, 수건 보온기에서 손님들에게 대접할 물수건을 넣다 빼다 화상으로 손에 데인다. 혹독한 종업원 일에 울상이 된 스즈메는 이때의 경험을 "마치 세탁기에 빨려들어가 데굴데굴 구르고 나온 기분"이라고 회상한다.[24] 도중에 자길 젊은이라 오해한 표범 무늬 블라우스를 입은 아줌마로부터 같이 술 한 잔하거나 아저씨[25]랑 듀엣 하지 않겠냐는 농담 같은, 미성년자가 듣기엔 매우 위험한 제안을 듣는다. 말이 제안이지 사실상 미성년자 성희롱. 스즈메는 당황해서 대답을 못 찾던 사이, 다행히 미키가 바로 찾아와 대신 재치있게 받아치고 구해준 덕[26]에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뜻밖의 손님이 스낵바에 나타난다. 다름 아닌 손님들에게 여러 가지 신분과 이름으로 불리며 환영 받는 다이진이었다. 손님들은 다이진을 마치 '잘 나가는 사장' 혹은 선배처럼 대우하며 박수를 보내는데 스즈메는 자기 눈에는 하얀 고양이에 불과한 다이진이 이렇게 불리는 것에 의아해한다. 그러다 다이진과 눈이 마주쳐 일순 굳어버린다. 새로 온 손님이 문 연 틈을 타 다이진이 나가버리자 스즈메는 문 밖으로 달려나가 2층에 있는 소타에게 이 사실을 알린 뒤, 아무도 없는 어두운 상점가로 사라지는 다이진을 쫓아나선다. 스즈메는 다이진에게 대체 무슨 꿍꿍이냐고 추궁하지만 다이진은 평범한 안부 인사와 함께 앞다리로 하늘을 가리킨다. 스즈메는 곧바로 그것이 미미즈라는 걸 알아챘고, 산 너머로 붉게 빛나는 미미즈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이윽고 소타가 스즈메를 따라잡고 두 사람은 미미즈가 있는 쪽으로 달아난 다이진을 쫓아간다.

2.3.4. 테마파크의 문단속

스즈메는 장애물 경기 선수와 같은 날렵한 피지컬과 운동신경으로 높은 바리케이드를 뛰어넘고 폐쇄된 테마파크로 진입한다. 그곳에서 가장 큰 대관람차 정상에 있는 다이진과 맨 밑의 녹슨 곤돌라 문에서 분출되는 검붉은 미미즈가 기다리고 있었다. 두 목표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소타는 다이진을 잡고, 열쇠를 쥔 스즈메가 미미즈를 처리하기로 한다.

다이진이 관람차에서 뛰어내려 제트코스터로 도주하자 소타는 다이진을 쫓고, 스즈메는 철계단을 달려 대관람차 입구 옆에 있는 곤돌라의 철제 문을 밀어 미미즈를 필사적으로 제압한다. 문제는 다이진과 소타가 실랑이 끝에 변전 설비에 부딪힌 충격으로 공원 전체에 저압 전류가 흐르고, 정전된 놀이기구들까지 재가동된다. 회전하는 관람차와 함께 곤돌라와 그 안의 미미즈는 상승하며 지상으로부터 천천히 멀어지자, 곤돌라의 바에 매달린 스즈메는 공포에 질려 추락할 위기에 빠진다.

그때 곤돌라 안에 뜻밖의 풍경을 목격하는데, 매일 밤 꾸는 꿈 속의 그리운 넓은 초원, 초원을 뒤덮는 눈부신 별들로 가득 찬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초원 한가운데에서 어린 시절의 자신과 어머니로 보이는 흰 원피스와 긴 흑발의 여인이 있었는데, 어린 스즈메는 여인으로부터 노란색 아동용 의자를 받고 있었다. 그리운 어머니와 찬란한 풍경에 홀려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가던 스즈메는 이대로라면 뚫린 창문으로 나가 떨어지고 말 것이었는데, 그 모습에 곤돌라까지 부리나케 달려온 소타의 외침을 듣고 다행히 정신이 든다. 소타와 둘이서 힘을 합쳐 문을 진정시킨 스즈메는 테마파크에 있을 법한 추억의 장면들을 상상하여 힘을 끌어모아 미미즈를 퇴치한다.

동시에 정화된 테마파크도 죽은 듯이 정전되고 스즈메와 소타가 탄 정상의 곤돌라는 삐걱거림과 함께 느리게 지상으로 하강한다.[27] 스즈메는 문단속에 성공한 것보다 자기 때문에 소타가 다이진을 놓친 것 같아 미안해한다.[28] 한편, 스즈메는 막 꿈에서 깨어난 듯 곤돌라 너머로 본 사람들은 잊어버렸지만 장소 자체는 명확하게 기억났기에, 곤돌라 안의 초원과 하늘에 대해 얘기한다. 소타의 설명을 통해 여태껏 본 꿈 속 세계, 그리고 규슈의 온천 리조트 폐허와 곤돌라 너머로 본 세계의 정체는 모든 시간이 동시에 존재하는 사후세계이자 미미즈의 근원지인 토코요(常世)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현재 스즈메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 세계는 산 자들만이 사는 우츠시요(現世)였던 것.[29]

아무도 없는 둘만의 테마파크의 커다란 관람차 위에서 곤돌라가 지상에 완전히 닿을 때까지, 스즈메와 소타는 창문 바깥에 비친 고베시의 아름다운 야경감상한다.

2.3.5. 심야 파티

어느 새 시간은 심야 2시가 되어 있었고, 이대로 돌아갈지 아니면 뭐라 변명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스즈메는 손님이 다 사라진 스낵바로 돌아온다. 거기서 불량소녀가 돌아왔다고 웃으면서 놀리는 미키와 늦은 밤에 어디 갔다 왔냐는 루미의 걱정 섞인 꾸지람을 듣는다. 스즈메는 멋대로 나가버려서 사과하는데 갑자기 허기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때마침 루미와 미키도 저녁을 먹지 않았기에 세 사람은 작은 부엌에서 요리하여 '야채 볶음과 감자 샐러드를 얹은 야키우동'을 만들어 즐거운 파티를 한다.

야키우동에 감자 샐러드를 얹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건 스즈메로 "우리 집은 감자 샐러드를 해먹는다."고 말했을 뿐인데 매우 맛있어서 루미와 미키는 맥주를 마시며 먹고, 스즈메는 따로 탄산음료진저 에일을 마시며 먹는다. 스즈메는 이 순간을 "학교 문화제 파티"라고 비유하며 루미는 3학년 선배, 미키는 2학년 선배, 자기가 어린 막내이자 신입생이 된 것 같다고 말하며 노란색 조명으로 빛나는 가게 안을 방과후 교실 같다는 학생다운 감성을 드러낸다. 한편, "교실 맨 구석에 앉아 있는 조용한 꽃미남 남학생"인 소타가 지켜보고 있음을 알고 혼자 쓸쓸히 있는 그에게 같이 즐기자고 권한다. 역시나 또 거절하자 스즈메는 "고베의 추억을 담아서" 억지로 의자인 그 위에 앉는 서비스를 한다.므흣한 표정을 지으며

파티가 다 끝나고 설거지와 샤워를 마친 스즈메는 취침 전에 소타와 얘기를 나눈다. 정처 없이 떠도는 고고한 신선여행자라고만 생각했던 소타가 사실 도쿄의 대학생이자 교사 지망생이라는 걸 알고 쇼크하기도 하지만,[30] 일반인들은 관심도 없고 존재조차 모르는 토지시만으로는 돈 벌기 힘든 것을 알고 납득한다. 여태까지 자신은 "중요한 일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으며 그에 마땅한 보수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스즈메는 "중요한 일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게 낫다."는 소타의 대답에 감명을 느끼고 잠자리에 든다.

2.4. 여행 4일차 9월 28일 木: 간토 도쿄도

2.4.1. 신칸센을 타고 첫 상경

스즈메는 고독한 꿈을 꾸며 잠꼬대하는 소타를 첫 키스로 깨워내며 도쿄로 간 다이진의 SNS 사진을 내보인다. 키스한다면 일어날 거라는 치카의 조언이 정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 속마음으로 치카에게 고마워한다. 자고 있는 동안 나한테 뭘 했냐는 소타에게 "뭐, 별로..."라고 대답을 회피한다. 그렇게 도쿄 도로 향할 채비를 마친 스즈메는 루미의 차를 타고 신코베역까지 도착하고 루미로부터 스포츠 캡을 선물 받는다. 스포츠 캡을 쓰면 가출소녀다운 인상을 낼 수 있다면서. 루미의 훈훈한 정성에 가슴 깊이 감동한 스즈메는 그간의 은혜에 대해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전하며, 마치 모녀처럼 뜨겁게 포옹을 나눈다. 그리고 루미의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팔을 높이 흔들며 그를 배웅한다.

티켓을 끊고 신칸센 히카리열차를 탄 스즈메는 생애 처음으로 도쿄로 상경하는 순간에 여느 때보다 유난히 긴장한다.[31] 마침내 도쿄역에 도착한 다음 환승해 도쿄 도 오챠노미즈역에 도착한 후에는 소타의 집에 들러 자료를 모으기로 한다. 그래서 소타가 스마트폰으로 키누요라는 지인과 통화할 수 있게 해줬다. 소타의 안내에 따라 소타의 아파트 1층에 있는 로손 편의점까지 온 스즈메는 캐롤이라는 카운터 직원과 로손 편의점 점장이자 아파트 건물 주인 할머니인 키누요와 만나 '소타의 친척 동생'이라 소개하고 방 열쇠를 빌려받는다.

2.4.2. 세리자와 토모야와의 만남

소타의 집 방을 둘러본 스즈메는 마치 초원과도 같은 방 분위기에 신기해한다. 그리고 소타와 함께 옛 역사 문헌과 자료들을 훑어보며 단서를 모은다. 서일본의 카나메이시인 다이진 말고 동일본의 또다른 카나메이시가 존재한다는 정보를 확인하고 한시라도 그것을 찾아서 봉인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소타에게 유일한 가족으로 친할아버지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때, 바깥의 누군가가 마치 부수기라도 할 것처럼 거칠게 방문을 두드리는데, 다름 아닌 소타의 친구 세리자와 토모야였다. 소타는 스즈메에게 '아는 사이'라고 퉁치며 잘 속여넘겨달라고 부탁하고 스즈메는 문을 열고 들어온 세리자와에게[32] 서툰 태도로 스스로 '소타의 사촌 여동생'이라 소개하며 맞이한다.

스즈메는 세리자와와 짧은 대화를 나누는데, 사실 소타는 여행 3일째 되는 날에 2차 교원채용시험을 치를 예정이었음을 알게 된다. 스즈메는 옆에 창문을 바라보며 의자인 척하는 소타에게 왜 여태껏 그 말 안 했냐는 듯이 쳐다본다.[33] 스즈메는 친구의 실종으로 신경이 예민해진 세리자와와 밖에서 얘기하던 중, 도쿄의 하늘에 몰려온 미미즈를 목도한다. 똑같이 기운을 감지하고 따라나선 소타를 데리고는 세리자와의 만류마저 뒤로 하고 목적지로 달려간다.[34]

2.4.3. 도쿄 상공 전투

세리자와에게서 그간의 속사정을 들은 스즈메는 소타의 시험을 망쳤다는 커다란 죄책감에 이번에야말로 꼭 다이진과 미미즈와 결판을 짓고 소타를 본모습으로 되돌리겠다는 각오로 미미즈에게 향한다. 미미즈의 검붉은 탁류가 강 위의 움푹 파인 제방 위의 상공 위로 흐르고 있었다.[35] 저녁에 귀가하는 험한 인파를 뚫고 미미즈가 출몰한 간다강 하류 쪽으로 달려가다 무심코 부딪혀 지나가던 사람들 소리에 위화감을 느낀다. 스즈메는 발밑의 무언가에 시선을 돌린다. 다름 아닌 다이진이었고, 해맑은 소리로 같이 놀자며 나란히 보조를 맞추며 뛰고 있었다.

이윽고 소타가 스즈메의 품 안에서 뛰어내려 다이진을 쫓아가자, 스즈메는 사진 찍는 통행인들과 찻길을 넘어 둘을 필사적으로 쫓아가기 시작한다. 소타와 다이진은 온갖 차들이 돌아다니는 도로 위를 넘나들거나 아예 도로 한가운데에서 육탄전을 벌이는 등 추적극이 이어진 끝에 결국은 다시 다이진을 놓치게 되고, 스즈메 일행은 히지리바시(聖橋) 육교까지 다다른다.[36] 그리고 히지리바시 육교 아래의 도쿄메트로 마루노우치선 터널 안에서 피어오르는 미미즈가 보였다. 다른 곳도 아니고 지하철 터널 안쪽에 뒷문이 있다는 걸 깨달은 스즈메와 소타는 절망하는데, 한참 솟구치던 미미즈가 갑자기 생각에 잠긴 듯이 멈춘다. 스즈메는 "혹시 멈춘 건가?"하고 생각하지만, 소타가 그것을 부정하며 불길한 적막과 함께, 다리 아래의 해저의 물이 갑자기 빠져나가고, 그 직후 그것을 부정하듯 땅이 울리는 커다란 진동과 함께 도쿄에 지진이 발생, 근처에 있는 모든 스마트폰에서 지진 경보음, 주변의 공포에 질린 비명소리와 웅성거림이 무서운 불협화음처럼 곳곳에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당황한 스즈메는 얼른 경보음이 울리는 스마트폰을 꺼내드는데, '긴급지진속보 간토 내륙 강한 지진에 대비해주십시오.'(緊急地震速報・関東内陸・強い揺れに備えてください)라고 빨간색과 노란색 표시가 창에 뜨지만, 얼마 안 가 경보음이 사라지고 혼란도 잠잠해진다.

충격을 받은 스즈메는 소타의 말을 통해 더욱 충격적인 이유를 알게 되는데, 그건 바로 도쿄의 요석의 봉인이 풀려버린 것. 도쿄의 요석이 결국 며칠 간 지속됐던 다이진의 빈자리로 인해 미미즈의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뽑혀나온 것이였다. 그러자 미미즈는 곧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기세로 터널에서 쏟아져 나오며 얼마 안 가 머리까지 그대로 빠져나와 버린다. 그리고 패닉에 빠진 소타와 스즈메를 비웃듯이 다이진이 미미즈의 거센 회오리바람 위에 올라타 같이 딸려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자 소타는 곧바로 자신도 미미즈의 몸 위로 뛰어내리기로 결정하고, 스즈메에게 늘 그랬듯 더 이상 따라오라지 말라는 말을 남긴 채 미미즈의 탁류에 쓸려 올라간다. 당연히 여기에 굴할 리 없는 스즈메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 차로를 가로지르곤 망설임 없이 육교에서 뛰어내려 소타의 다리를 붙잡아 허공 위로 날아오른다.[37]
결국 소타에게 크게 혼나지만 스즈메는 스즈메대로 소타를 걱정했기에 혼자 가버리면 어떡하냐고 받아친다. 그러나 아직 형체가 불안정한 미미즈의 몸이 순간적으로 무너져내려 스즈메가 지상으로 추락하지만, 소타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고 두 사람은 어느새 젤리처럼 굳어져 있는 미미즈의 몸체 위로 착지한다.[38]
보이지 않는 미미즈가 도쿄의 상공에 펼쳐지는 그 즈음. 학교에서 하교하고, 회사에서 퇴근하고, 사람들은 해방된 듯한 기분으로 저녁의 거리를 거닐고 있다. 공기는 사람들의 숨과 목소리로 넘쳐 있고, 이곳저곳의 가게와 주택으로부터 저녁 식사의 향기가 퍼지고 있고, 거리에는 태양의 밝은 빛을 반사하는 듯이 서 있는 다채로운 전등이 빛나고 있다. 페인트로 물들이고 있듯이, 저녁 시간에는 사람들의 노동이 정답게 바뀌어 가고 있다.

사람들은 느끼지 못한다.

저무는 붉은 태양의 앞에는 평소와는 다른 기묘한 흔들림이 있는 것을. 고층 빌딩의 윤택한 유리창에, 교통 체증에 밀린 자동차의 앞 유리에, 미네랄 워터가 흐르는 유리의 가장자리에, 조깅하는 사람들이 교차하는 황궁 옆의 수면에, 기묘한 무지갯빛이 환하게 비춰 있는 것을. 지붕에 나란히 하늘을 바라보는 새들의 눈동자에,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탁류가 비춰져 있는 것을.

사람들은 마음이 들뜬 채 생각하고 있다.

이제부터 만날 연인과 만날 시간을, 혼자서 저녁밥을 즐겨먹을 시간을, 친구들과의 대화를, 마중 나오러 온 아이들의 미소를. 사람들은 이제, 거의 잊어버리고 있다. 조금 전에 발생한 짧은 지진에 대한 것도. 소녀가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 것처럼 보였던 것도. 바로 그 직후에 왜인지 하늘에서 떨어져내린, 한 켤레짜리 로퍼에 대한 것도. 하지만 새들은, 우리들에게는 그것이 보인다.

마치 하늘 꼭대기의 마개가 벗겨져 붉은 진흙물이 돌돌 말아가며 빨려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스즈메의 문단속 소설판 제4장, 201쪽 ~ 202쪽

이전과는 달리 기하학적인 문양까지 그려가며 도쿄의 상공을 뒤덮은 거대한 미미즈의 전신 위를 건너며 대책을 찾던 스즈메와 소타는 마침내 다이진과 재회한다. 이번에야말로 다이진을 잡으려던 스즈메와 소타였지만, 다이진은 또 다시 난 더 이상 요석이 아니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그러고 나서 소타에게 바로 뛰어들고는, "요석은 너야." 라며 불길하게 속삭인다. 그 말 그대로, 다이진은 자신이 가진 요석으로서의 힘을 모두 소타에게, 소타를 의자에 빙의시킬 때부터 이양했기에 이제 소타가 다이진에 이은 요석이 된 것. 스즈메는 계속 다이진이 음험한 장난을 치려는 줄 알고 다이진을 공격하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의자가 된 소타의 몸 위에는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스즈메는 공포에 질려 목청껏 소타를 부르짖으며 되돌리려 하지만, 끝내 소타는 "나는... 널 만나서."라는 말을 남기고 뾰족한 날을 가진 날선 검처럼 얼어붙는다.
믿을 수가 없는 절망에 빠진 스즈메는 소타의 이름을 연신 부르짖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다이진은 계속 스즈메에게 "그거, 미미즈에 안 꽂을거야?" 따위의 말들과 함께 스즈메가 소타를 꽂지 않으면 미미즈가 이대로 떨어져 또 다시 도쿄의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되풀이 되는 것이라며 스즈메를 계속 압박한다. 이미 대지진의 트라우마를 가진 스즈메는 이것을 눈뜨고 지켜볼 수가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 결국 스즈메는 소타를 미미즈의 머리에 꽂으며, 푸른 섬광이 미미즈를 관통함과 함께 미미즈가 오로라를 내뿜으며 터지자 정신을 잃고 그대로 도쿄의 야경을 배경으로 고공 추락한다. 이 때 옆에서 그걸 지켜보던 다이진이 떨어지는 스즈메를 향해 나아가 스즈메의 머리에 붙고는 커다란 검은색 고양잇과 짐승 형태의 본모습으로 변해 스즈메를 보호하며 함께 하천에 빠진다. [39]

스즈메는 정신을 잃은 와중, 4살 생일을 맞이해 어머니와 함께 보낸 추억들. 소타가 빙의했던 스즈메의 소중한 의자가 만들어지고 완성된 나날들을 회상하게 된다.

정체불명의 지하 공간에서 의식을 되찾은 스즈메는, 동굴 너머의 희미한 빛을 따라 이동한다. 그러자 그 곳에는 이전에 봤던 오만잡다한 문에서 생성된 뒷문들과 달리 마치 황궁의 정문처럼 거대한 뒷문을 발견하게 되고[40]문 너머 저세상에서 미미즈의 꼬리에 요석이 된 채 박혀있는 소타를 발견한다. 그러나 스즈메는 여전히 살아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소타를 애타게 불러봐도, 수 십 번을 문 사이를 왔다갔다 해봐도 소타에게는 전혀 닿지 못했다.[41] 그러는 와중 눈치없이 물 위를 찰박거리며 걸어온 다이진. 스즈메는 스즈메와 단 둘이 있게 되었다고 오히려 기뻐하며 자신의 다리에 얼굴을 비비는 다이진을 보고는 참고 있었던 격한 분노와 한이 폭발해 네가 싫다고 폭언을 쏟고는 목을 거칠게 조른다. 하지만 첫 만남 당시의 정과 자신이 다이진을 깨우지 않았다면 소타가 요석이 되지 않았을 거란 죄책감, 아무리 미워도 생명을 차마 죽일 수 없었던 착한 성격의 스즈메는 다이진을 요석으로 되돌리거나 더 이상 해코지하진 않고, 그저 눈물을 흘리며 다신 나타나지 말라고 경고한다.[42] 다이진이 조용히 떠나 주자, 문 너머에 있는 소타를 향한 슬픔과 허무를 느끼면서도 소타가 남긴 열쇠로 네 번째이자 문단속이자, 처음으로 소타 없이 혼자서 하는 문단속을 성공시킨다.[43] 스즈메는 신발도 없이 피투성이가 된 발바닥과 온 때가 다 묻고 찢어진 옷 등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지상으로 올라오는데, 알고 보니 그곳은 도쿄의 황궁이었다. 도쿄 상공으로 피어오른 미미즈의 뒷문은 사실 열차 터널이 아니라 그 터널 맨 안쪽 지하에 위치한 황궁의 뒷문이였던 것.[44][45]

2.5. 여행 5일차 9월 29일 金: 도호쿠 이와테현

2.5.1. 무나카타 히츠지로와의 만남

스즈메는 이대로 곧장 포기하지 않고 한 편의점 콘센트에서 스마트폰을 충전해서 다시 켜고, 소타가 언급한 할아버지를 찾아가 소타를 구할 방법에 대한 마지막 조언을 얻어보고자 한다.[46]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오챠노미즈 역 근처의 병원의 위치를 파악한 뒤 직원들 몰래 정문 안쪽으로 들어가서 무나카타 히츠지로라는 명판이 달린 병실까지 찾아간다.[47]

히츠지로는 영감만으로 스즈메와 소타의 상황을 파악하곤 미미즈를 대신 퇴치하여 수백만명의 도쿄의 시민들을 홀로 구원한 업적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동시에 오늘 있었던 일들은 전부 입다물고 잊어버리라고 엄포한다.[48] 스즈메는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히츠지로에게 크게 실망한다. 스즈메는 히츠지로에게 도움을 구해보기로 한 자신의 선택을 바보같다 여기고 소타를 구해내고자 수백만 명의 희생을 각오하고 도쿄 황궁의 지하 뒤쪽문을 열겠다고 말하고 가려고 한다.

이에 히츠지로는 경악하며 문을 열면 또 다시 미미즈가 출몰할 거라고 침대에서 나오려다 증세가 발병해 기침을 하면서 리모컨으로 침대를 원격 조종해서 간신히 몸을 기댄다.[49]

히츠지로는 스즈메에게 생판 남이나 다름없는 소타를 왜 그렇게까지 구하려하느냐고 묻자 스즈메는 히츠지로에게 소타를 구하기 위하고 싶은 진실된 마음을 있는 힘껏 외친다. 동시에 소타를 사모하는 자신의 마음을 히츠지로에게 드러낸 것.
죽는 건 안 무서운데 소타 씨가 없는 세상에 사는 건 무서워요!
스즈메의 외침 한 마디에 어쩔 줄 모르면서도 소타를 향한 마음을 인정한 히츠지로는 호탕하게 웃더니 결국 고집을 꺾고 단서 하나를 설명해 준다. 히츠지로는 일반인임에도 불구하고 미미즈를 감지할 수 있고 그것을 봉인하는 토지시의 힘을 지닌 스즈메는 분명 어릴 때 토코요로 들어간 적이 있다고 추측하며 토코요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반영하며, 그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투영한다는 말을 한다. 스즈메가 어릴 때 들어간 적 있는 문. 그 문이 스즈메만 드나들 수 있는 유일무이한 우시로도임을 알린다. 그제야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고향 이와테현에서 본 문으로 들어갔던 추억을 떠올린 스즈메는 답을 얻은 듯한 표정을 짓고 히츠지로에게 감사를 표한 후 병원을 떠난다.[50] 소타네 집으로 돌아간[51] 그녀는 샤워를 하고[52] 원래의 교복으로 갈아입고 포니테일도 고친 다음 잠시 빌리겠다며 소타의 부츠[53]를 신고 출발한다.

2.5.2. 세리자와와 타마키의 합류

도쿄의 이른 아침, 스즈메는 곧장 신칸센의 기차표를 끊고 고향인 이와테 현으로 향하려고 한다. 그때, 스즈메를 단번에 알아본 세리자와 토모야가 빨간 오픈 카를 타고 그를 불러세운다.

세리자와는 처음부터 사촌동생이라 주장하는 스즈메의 거짓말을 믿지 않았으며, 대신 실종된 친구의 행방을 알고 있다는 판단하에 아침부터 스즈메를 쫓아온 것. 그러면서 소타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줄 테니 빨리 차에 타라고 거칠게 팔을 잡아당기자 스즈메는 불안을 느끼고 그만 하라고 소리친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끼어드는데, 신칸센을 타고 도쿄 오챠노미즈역 개찰구에 도착한 타마키와 5일 만에 재회한다. 타마키는 스즈메가 마지막으로 카드 계좌를 이용한 곳이 도쿄임을 알고 조카를 찾아 기어이 마지막 희망을 걸고 도쿄까지 따라잡은 것.[54] 타마키는 실종된 조카를 마침내 찾아냈다는 기쁨과 안도감을 느끼는 한편, 거칠게 구는 세리자와를 유괴범 혹은 십대 소녀들을 유혹하고 물장사하는 호스트로 오인하고 당장 놓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는 스즈메를 데리고 곧장 규슈로 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고향에 가서 청산해야 할 마지막 목표가 남아 있던 스즈메는 지금 당장 돌아갈 수 없다며 이모의 부탁을 단호히 거절한다.

둘이 오해 섞인 실랑이를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을 지켜보던 주변 시민들이 혹시 쟤네 셋 삼각관계 아니냐고 멋대로 수군거리자 스즈메는 얼굴이 빨개지고 부끄러움과 굴욕을 참지 못해 아니라고 소리지르고 싶은 지경에 이른다. 그리고 오픈 카 뒷좌석에 다이진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툭 내뱉듯 시끄럽다고 자연스레 츳코미를 건다. 결국 스즈메는 승차 비용도 절약할 겸 선택의 여지 없이 세리자와의 차를 빌려타기로 마음 먹고 스마트폰의 이동 로그를 보여주며, 곧장 도호쿠 이와테 현에 있는 옛 집으로까지 데려다줄 것을 진중한 표정으로 부탁한다. 세리자와는 거기까지 가려면 너무 멀다고 불평했지만 친구를 위한 마지막 도박으로 수락했고, 이미 지진으로 아무도 안 사는 폐허가 된 이와테현까지 조카를 홀로 떠나보낼 수 없었던 타마키는 스스로 보호자를 자처하며 여행길에 합류한다. 이리하여 스즈메와 '하나뿐인 조카를 지키기 위해', '하나뿐인 친구를 찾기 위해' 나선 타마키와 세리자와, 그리고 불쑥 나타난 다이진까지 합쳐서, 총 4인(?)으로 구성된 스즈메 일행은 이와테 현으로 드라이브 여행을 간다.

드라이브 동안 스즈메는 스치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고향을 향한 그리운 추억들을 떠올려나가기 시작한다. 지금껏 쉴틈없이 힘든 여정을 거치며 누적된 고통과 피로를 풀기 위해 좌석에 누워 편히 잠에 빠져든다. 이 때문에 타마키가 세리자와에게 12년 전 어머니를 여의고 이와테현을 떠돌던 자신을 주워 키웠다는 암울한 가정사를 털어놓고 응어리를 푸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2.5.3. 이와테현으로의 여정

갑자기 진도 3[55]의 지진이 일어나자 화들짝 놀란 스즈메는 잠에서 깬다.[56] 또 미미즈가 나타난 건 아닌가 하고 다급해진 나머지 세리자와에게 차를 멈추게 한 뒤 침착하게 동태를 살피기로 한다. 출입 금지 간판이 걸린 철제 울타리를 뛰어넘어 언덕 위까지 올라간다.

발끝으로 미세한 울림이 전해지지만, 곧 그치고 미미즈 특유의 검붉은 물줄기는 코빼기도 안 나온다. 스즈메는 이것이 카나메이시가 된 소타가 토코요 안의 검은 고개 위에서 꽂혀 있는 채로 미미즈를 어떻게든 억누르고 있다는 걸 몸소 체감한다. 스즈메는 그것을 '그것은, 압도적으로 고독한 광경이었다.'고 독백하며 소타의 처지를 안타까워한다. 초췌해진 다이진이 다가오자 경계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을 하면서 "대체 왜 몸이 그렇게 된 거야. 왜 말을 안 하는 거야."라고 캐묻고 토지시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카나메이시가 될 수 있냐고 질문한다. 그 때 세리자와가 부르자 스즈메는 아무 일도 없었다며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세리자와는 쿨하게 받아넘기며 언덕 정상에서 바라본 경치가 기분 좋지 않냐고 하자 스즈메는 자는 동안 세리자와가 여지껏 자길 태우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미안한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이 풍경이 아름답지 않냐는 말에 스즈메는 재난 때문에 통제된 이곳이 아름답다고? 라 생각하며 문득 이와테현의 유치원생으로 살던 유아기 시절 써뒀던 타임 캡슐과 같은 일기장의 존재를 기억해낸다.

잠시 후 하늘이 먹구름으로 뒤덮이고 거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세리자와의 스포츠카는 컨버터블 카라서 접어놓은 천장을 펼칠수 있었지만 중고로 산 고물 자동차라 펼쳐지던 천장은 중간에 멈춰버려 뒷좌석만 겨우 가린체 앞좌석은 빗물범벅이 되어버린다. 난감해진 세 사람은 일단 필요한 물건들도 사모으고, 허기 진 배도 채우고자 인근의 휴게소로 대피한다.

2.5.4. 사다이진의 합류

스즈메 일행은 멀지 않는 근처에서 휴게소로 대피한다. 스즈메는 소타의 봉인을 뚫고 우츠시요로 흘러들어올 미미즈를 경계하느라 한시라도 방심할 수 없어 정신이 초조한 상태였기에, 같이 식당으로 나가서 저녁 식사라도 먹어두라는 이모의 말도 거절하고 차 안에 있는다.

물론, 스즈메 역시 치카에게 말했던 대로 이모의 행복을 바라는 진실된 마음과 동시에 약간의 반항기도 있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끌림으로 소타를 따라나섰다가 다이진을 깨우고 소타를 의자로 만든 사건들을 조리 있게 얘기해봤자 믿어줄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소타에 관한 일언반구는 없이 본가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철벽을 쳤던 것. 확실한 설명도 없이 서툴고 애매하게 대처하는 태도가 결과적으로는 경찰도 부르지 않고 오로지 자길 쫓아오느라 고생한 이모에 대한 배려는 하나도 없는 무심한 행동으로 표출된 것. 자신의 상처에 무심해 보이고 거리를 두기 시작한 듯한 스즈메에게 답답함을 느낀 타마키는 누적되어 가는 고립의 스트레스와 상처를 버티지 못한다. 결국 폭발하고야 만 타마키는 죽은 언니를 대신해 28살부터 12년간 새파란 청춘과 꿈을 희생해가면서 스즈메를 홀로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며[57] 당장 내 인생에서 사라지라고 여지껏 꾹꾹 억눌러온 폭언들을 쏟아낸다. 이에 원래부터 이모가 더 이상 자신을 키우는 일에 부담 갖지 말고 자유롭게 살길 바랐던 스즈메도 흥분하여 "난 이모가 날 데려가길 바라지 않았어!"라고 거칠게 받아치면서 두 사람의 갈등이 절정에 치닫는다.
타마키: 네가 있어서 집에 손님 초대도 못하고 애가 딸렸으니 결혼 얘기도 안 풀리고 언니가 남긴 돈도 인생을 바꿀 정도는 아니었어!
스즈메: 그런 거야? 하지만 나도 원해서 함께 있는 거 아니야. 이모가 말했잖아! 우리집 애가 되라고!!
타마키: 그런 거 기억안나! 너, 내 집에서 나가! 내인생 돌려달라고!!!

그 순간, 꺼림칙해진 스즈메가 넌 대체 누구냐고 말을 거는데, 거대한 형상을 띤 신비로운 고양이가 이모의 입과 목소리로 사다이진이라고 자기소개하고는 이모는 무언가에 딱 걸린 듯 갑자기 의식 불명이 되어 쓰러졌고, 불쑥 튀어나와 다이진과 거침없이 치고 박는다. 스즈메와 소타가 힘을 합쳐도 생포 못한 다이진을 어마어마한 덩치 한 방에 손쉽게 제압해버린다. 스즈메는 기절한 이모를 그대로 데려다 눕히며, 다시 차로 되돌아간다. 그 거대한 고양이 생명체는 얼마 안 가 다이진보다 덩치가 큰 소형의 고양이로 변한다. 나중에야 정신이 든 타마키는 조카와 격렬하게 말싸움한 기억을 떠올려내고 지금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눈물을 터뜨리며 휴게소에서 기념품을 사던 세리자와의 품에 달려가 안는다. 타마키가 내뱉은 폭언들은 사실 자의로 한 것들이 아닌 사다이진의 개입에 의한 것임이 암시된다. 정확히는 사다이진은 타마키의 내면 속에 잠재되어 있던 스즈메를 향한 복잡한 감정들을 더 이상 억누르지 않고 마음껏 분출할 수 있도록 감정을 조종한 것. 동시에 스즈메도 이모 타마키의 감정은 하나도 배려 안하고 고생시킨 잘못을 뉘우칠 수 있게 해주고, 똑같이 강제로 봉인이 풀리고 일본 전역을 쏘다니느라 서일본의 카나메이시로서의 사명을 유기하고 일본을 재앙에 빠트릴 뻔한 다이진이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성장하기 위한 나름의 빌드업이었던 것.

2.5.5. 그리운 고향

잔뜩 어색해진 상태에서 날이 밝고 재개되는 여행. 다이진을 마구 핥아주는 사다이진이 여행에 동행한 가운데, 세리자와는 분위기를 풀기 위해 '싸움을 멈춰요'라는 노래를 선곡하지만, 스즈메는 크림빵만 와구와구 먹고 타마키는 창밖을 바라볼 뿐이다.[58] 그러나 세리자와가 고양이는 목적이 없으면 따르지 않지 않냐고 화두를 건네는 순간, 사다이진이 그 말대로라며, 인간의 힘으로 원래대로 되돌려달라고 말한다.[59] 이에 놀란 세리자와가 교통사고를 낼 뻔 하면서 차가 도로를 벗어나 아래로 떨어지고 에어백이 터짐과 동시에 차의 덮개가 작동해서 세리자와는 드디어 고쳐졌다고 기뻐하나 이번에는 차문이 뜯어져나간다.

아직 목표인 곳까지는 20km나 남은 상황. 결국 고베의 루미씨와 같은 운을 기대할 수 없었던 스즈메는 뛰어서 가기로 한다. 이에 놀란 타마키는 근처의 버려진 자전거를 주운 뒤, 세리자와에게 고마웠다며, 좋은 선생이 될 거라 감사를 표하고 스즈메를 뒤따라가 자전거에 태워 여정을 계속한다. 이에 세리자와는 너털 웃음을 터뜨리고는 소타 녀석 부러운 놈이라고 말하며 그들을 떠나보낸다.

점점 노을이 지는 가운데 자전거 페달을 밟는 타마키. 무슨 말을 할 줄 몰라 당황하는 스즈메에게 타마키는 괜찮다며, 결국 스즈메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고 싶은 거 아니냐고 말하며 응원한다. 그리고 주차장에서 했던 말을 떠올리며, 분명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분명히 전부가 아니었다며, 싸울 때가 있고 슬플 때가 있어도 결국에는 변함없이 사랑하는 가족임을 알려준다. 이에 스즈메 역시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그렇게 마음 속에 맺힌 응어리를 완전히 푼 스즈메와 타마키는 최종 목적지로 열심히 달려나간다.

그렇게 최종 목적지인, 어릴 적에 살았던 집에 도착한 스즈메. 그 곳에서 묻어두었던 타임캡슐[60]을 연 스즈메는 자신의 그림일기장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어릴 적의 트라우마 때문에 온통 검은 덧칠을 해놓은 것을 보고 좌절하지만,[61] 페이지를 계속 넘겨 과거에 이 곳에서 저세상으로 통하는 문이 어디쯤에 있었는지 그림을 보고 기억해낸다.[62] 비록 12년이나 지나 찾기는 어려웠지만, 그 문의 위치 역시 다이진이 찾아주면서 스즈메는 사실 다이진이 뒷문을 열고 다닌 게 아니라 뒷문의 위치를 알려주었음을, 즉 줄곧 스즈메를 도와주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63] 이에 다이진에 대한 원망 역시 완전히 풀어버린 스즈메는 고맙다 말하고, 눈을 번뜩이며 다시 기운을 차린 다이진, 묵묵히 뒤를 따라온 사다이진과 함께 저세상으로 가는 문을 연다. 그리고 어디로 가는 거냐는 타마키에게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긴 뒤 문 안으로 뛰어든다.

2.6. 토코요 (常世)

2.6.1. 본체 미미즈와의 조우

마침내 어릴 때 접촉했던 문 너머로 또 다시 뛰어든 스즈메. 문 너머의 저편의 저세상에서 꿈 속에서 자주 봤던 은하수처럼 운집한 별들로 가득 찬 찬란한 밤하늘과 재회한다. 그리고 꿈 속 풍경으로 매일 밤마다 봤던 거대한 전파탑과 하늘 위에는 선명한 빛을 뿜는 보름달도 그대로 떠 있었다. 스즈메는 하나 둘씩 선명해지는 잊혀진 기억들을 떠올려나가며 꿈을 보는 듯한 기묘한 감각을 느낀다. 양 옆으로 따라오는 사다이진과 다이진을 이끌고 날아들면서 구름 속으로 떨어진다. 스즈메는 구름 너머의 지상 전체를 헤집고 감싸는 불길한 붉은 빛을 보는데, 그것이 곧 미미즈의 본체임을 깨닫고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토코요에서의 미미즈는 검붉은 뱀처럼 주변을 휘감는 진흙 소용돌이의 모습을 한 우츠시요에서의 미미즈와 달리 문자 그대로 만질 수 있는 흉물스러운 거대한 지렁이 괴수 그 자체였다.

스즈메는 본체 미미즈가 방금 전 지나온 문을 통해 우츠시요로 빠져나가려는 것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곧장 미미즈의 머리 위로 날아간다. 하지만 미미즈는 빈틈도 주지 않고 보름달을 향해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이에 옆에 있던 사다이진이 미미즈의 탈출을 막고 스즈메를 엄호하기 위해 짐승 같은 포효를 울부짖더니 집만한 크기의 거대한 날개 달린 새하얀 짐승의 모습으로 형체변형하여 미미즈와 격돌한다. 본체 미미즈와 사다이진이 서로에게 맹공을 퍼부으며 격렬한 싸움에 휘말린 스즈메는 어깨 위의 다이진과 둘이서 마치 세탁기에 빨려들어갈 것처럼 날아가지만, 사다이진의 머릿결을 꽉 잡아 버틴 덕에 위기를 면한다.

동시에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언덕처럼 생긴 미미즈의 검은 꼬리 부분과 그 위에 꽂혀진 의자, 카나메이시가 된 소타를 발견한다.[64] 붉게 타오르는 미미즈의 본체 안에 주변이 검은색으로 칠해진 듯한 새까만 언덕 위에 외롭게 꽂힌 채 미미즈를 억누르는 소타를 본 스즈메는 얼른 구하려 하지만, 사다이진이 미미즈의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일대에 커다란 흔들림이 일자 지면에 추락한다. 패닉한 스즈메는 목이 찢어질 정도로 비명을 지르지만, 도쿄 상공 전투 때처럼 이번에도 거대화한 다이진이 잘 받아준 덕에 착지에 성공한다. 스즈메는 즉시 몸을 일으키고는 다이진이 몸을 거대하게 부풀려서 자신을 낙하의 충격으로부터 지켜주었음을 깨닫는다. 스즈메는 거대해진 다이진의 몸에서 뛰어내려 무릎을 꿇은 채로 지상에 착지하고, 다이진도 본래의 새끼 고양이 크기로 돌아와 따라온다. 스즈메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야 너, 날 지켜준 거야?"(「お前[65]、私を守ってー」)라고 묻자, 다이진은 그것보다도 스즈메가 더 걱정되어 "스즈메, 괜찮아?"라고 되묻기만 한다. 스즈메는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한 번 침착하게 주변을 둘러본다. 눈앞에 있는 불타는 마을을 보고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뭐야, 여기는..."이라고 속삭인다.

2.6.2. 불타는 마을

나를 감싸고 있는 것은 불타고 있는 마을이었다. 어떤 집은 가로로 쓰러져 있었고, 어떤 집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고, 어떤 집은 기울어진 기와 지붕이 떼어져 나가 있었다. 기울어진 전봇대에서는 신호기가 축 늘어진 채 매달려 있었다. 여기저기서 군생하는 식물들처럼 차나 트럭이 굳어진 채 쓰러져 있었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는 몇 척의 어선이 육지에 부딪혀 검은 실루엣처럼 변해 있었다. 발밑에 조수와 기름을 잔뜩 머금은 검게 퇴적된 물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마치 수시간 전에 그것이 일어난 것 같은 생생함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인간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인간으로부터 찢겨져 나간 그 날밤의 풍경만이 여기에 있었다.
스즈메의 문단속 소설, 아직 불타고 있는 마을, 325쪽
그 불타는 마을의 정체는 2011년 3월 11일 당시, 우시로도를 뚫고 현세에 침입한 미미즈가 일으킨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화재에 의해 불타버린 스즈메의 고향이었다. 실제 상황은 아니고, 스즈메의 마음 속 트라우마를 반영하는 공간이었던 것.

스즈메는 토코요는 그것을 보는 사람에 따라 모습을 바꾼다는 히츠지로의 말을 떠올리고 자연스레 납득한다. 그리고 우츠시요로 나가려고 미쳐 날뛰는 미미즈를 사다이진에게 맡긴 채, 어깨 위에 올라탄 다이진과 함께 멀리서 검은 언덕 위에 꽂힌 푸른 빛을 뿜는 소타를 향해 달려간다. 순간 불타는 기둥이 코앞에 쓰러진 탓에 엉덩방아를 찍고 넘어진다.[66] 슬픔에 울부짖어도 이상하지 않을 위험천만한 고난을 앞두고도 스즈메는 어린 시절처럼 아무 것도 못하고 보고만 있는 나약한 자신을 일으켜세우며, 치밀어 오르는 분노의 감정을 지렛대 삼아 불길을 우회하며 그저 검은 언덕을 향해 닥치고 돌진하기만 한다. 갈기갈기 터져오는 불타는 승용차와 어선을 들이받은 빌딩을 지나치며 마을로부터 멀리 떨어질 때까지.

2.6.3. 구원

필사적인 질주 끝에 폐허가 된 마을과 멀어지고 소타가 꽂힌 검은 언덕과의 거리를 간신히 좁히는 데 성공한다. 문제는 그 주변 일대가 카나메이시로 인해 추워진 탓에 스즈메가 언덕 위로 오를수록 발밑의 체온이 점점 낮아져 서리 같은 것이 서서히 달라붙기 시작한다. 전신을 감싼 오한도 차갑고 건조해지는 불안한 상황에도 스즈메는 발군의 체력으로 언덕 경사면을 뛰어올라 의자의 등받이를 붙잡으며 소타를 연신 부르짖는다. 대답은 없었지만, 스즈메는 아직 의자 안에 봉인된 소타가 살아 있음을 느끼며 할 수 있는 대로 소타를 미미즈의 몸통으로부터 꺼내기 위해 온힘을 다한다. 하지만 소타는 미미즈의 안까지 깊숙이 틀어박혀 있었고, 스즈메는 좀 더 힘을 끌어모은다. 의자와 미미즈 간의 틈이 조금씩 벌어지자, 지켜보던 다이진은 이대로 쐐기를 뽑았다간 밖(우츠시요)로 나갈 거라고 경고하지만, 소타를 대신해 희생할 각오를 굳힌 스즈메는 이번에는 자기가 카나메이시가 되리라고 선언한다. 의자에 붙은 냉기와 서리들이 스즈메의 피부를 파고들기 시작하자 보다 못한 다이진이 입을 크게 벌리고는 의자의 다리를 밀어주어 도움을 보탠다. 두 사람이서 소타를 끄집어내는 동안, 미미즈의 폭주는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스즈메는 다시 한 번 필사적으로 소타를 부른다.
소타 씨, 나예요. 여기까지 왔단 말이에요!
대답해주세요, 소타 씨, 소타 씨, 소타 씨!
소타를 깨우려는 스즈메의 필사적인 간청에 화답하듯, 어디선가 소타가 "이봐, 너."라고 부르는 소리가 난다. 동시에 4일 전, 규슈의 바다 옆 비탈길에서 소타의 시점으로 본 스즈메가 눈앞에 나타난다. 토코요가 소타의 시점으로 스즈메와의 추억들을 영사기처럼 투영한 것. 이어서 두 사람이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에히메. 고베. 도쿄로 거슬러 올라가며 쌓은 추억들까지 재현된다. 스즈메가 소타를 소중히 여기듯, 소타 역시 점점 스즈메를 소중히 여기기 시작한 것. 그리고 도쿄 상공 전투에서 카나메이시가 된 기점으로 시야가 어두워지고 소타의 기억 필름이 끊긴다. 하지만 스즈메는 옅어져가는 소타의 의식 속에서 선명해지는 말들을 듣는다.[67] 스즈메는 이에 자신 역시 마찬가지라며 얼른 눈을 뜨라고 외친다.
"나도 그래요. 좀 더 오래 살고 싶어요. 목소리를 듣고 싶어요. 혼자는 무서워요. 죽는 건 싫어요. 소타 씨.....!"
"당신이 없는 세계는, 제게 있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무섭다고요."
그리고 의자의 등받이에 입맞춤을 하며 소타에게 키스한다. 소타를 향한 스즈메의 키스는 토코요로부터 멀리 떨어진 림보붉은 실처럼 이어진다. 스즈메는 의자에 그대로 주박된 소타를 향해 구원의 손길을 뻗는다. 소타는 문 너머로 뿜어져나온 눈부신 빛에 당황했지만 끝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스즈메의 손을 맞잡고 의자에서 일어난다. 토코요로 돌아왔을 땐 스즈메의 의자는 푸른 빛을 뿜어내며 미미즈의 몸통에서 뽑혀져나간다. 그 충격으로 스즈메는 언덕의 비탈길로 데굴데굴 굴려져 나가 일순 쓰러졌지만, 눈앞에서 더 이상 의자가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생환한 소타를 보고 기쁨에 젖는다. 수많은 고난을 딛고 마침내 소타를 구원한 것.

2.6.4. 최후의 문단속

스즈메는 소타와의 재회에 기쁨의 순간을 나누는 것도 잠시, 어깨 너머로 쓰러진 다이진을 발견하고 급하게 뛰어간다. 스즈메는 양손에 다이진을 들어올리며 괜찮냐고 물어본다. 다이진은 스즈메와 소타, 그리고 일본 열도를 구하기 위해 다시 카나메이시로 변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눈을 가늘게 뜨며 스즈메를 바라보곤 "난 스즈메의 새끼 고양이가 되지 못했어..."라는 마지막 유언과 함께 차가운 돌처럼 굳어져간다. 스즈메는 그제야 다이진에게 우리 집 고양이가 되지 않겠냐고 말을 건넸던 추억을 떠올리고 다이진이 해온 일들의 진의를 깨닫는다. 다이진은 자신을 해방시키고 은혜를 베푼 스즈메를 진심으로 좋아했기에 "우리 집 고양이가 되어라."는 스즈메의 말대로 이와테 현의 집까지 이끌어왔던 것. 다이진은 마지막으로 스즈메의 손으로 원래대로 되돌려 달라고 부탁을 남긴 채 완전히 봉인된다. 스즈메는 소타와의 재회에 이어 갑자기 찾아온 다이진과의 이별에 숨 죽이며 눈물을 터뜨린다. 다이진이 여행 내내 스즈메의 고양이로서 함께 하고 싶었음을 깨닫고 엇갈린 연으로 인해 그럴 수 없었던 현실에 슬픔을 느낀 것.

슬픔도 잠시, 카나메이시의 구속을 벗어나 마침내 해방된 미미즈가 사다이진을 제압하고 우츠시요로 나가고자 몸부림친다. 때문에 카나메이시에 의해 검은 언덕의 형상을 취한 꼬리도 미미즈의 본체처럼 본래의 붉은 색을 되찾고 주변의 마을 일대를 파괴하기 시작한다. 그 덕에 마을에 있던 차와 전봇대, 집의 파편들이 스즈메 위로 떨어지고, 이대로 진흙 속으로 빨려들어갈 위기에 처한다. 다행히 소타가 스즈메를 두 손으로 등과 다리를 들어올린 채 도주한 덕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스즈메는 소타의 늠름한 모습에 넋을 잃고 쳐다본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콘크리트 덩어리가 추락해 소타는 균형을 잃고 쓰러지고 스즈메는 얼른 진흙에 한손을 짚은 채 달려나간다. 소타는 스즈메의 이름을 부르며 걱정하지만, 스즈메는 되려 안도하라는 듯 "괜찮아요!"라고 받아친다.
그렇다. 우리들은 전우였다. 두 사람이라면 무적이었다. 세계의 뒷편에서라도, 우리들은 싸울 수 있다.
스즈메는 소타의 지시를 따라 불타는 마을의 가장 높은 정상에 속하는 '복합단지에 처박힌 폐선'으로 향한다. 폐선 위로 먼저 올라간 소타가 손을 뻗어주자 한손으로 카나메이시가 된 다이진을 품에 안은 채 다른 한 손으로 손을 맞잡는다. 간신히 폐선 위에 당도한 두 사람은 불타고 있는 마을의 풍경과 그리고 저 너머에서 아직도 격돌하며 싸우는 사다이진과 미미즈를 전망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소타는 히미즈 신께 기도를 올려 문단속을 시작한다. 그러자 참혹한 폐허처럼 불타던 이와테현 마을의 폐허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지진의 피해를 입기 전으로 회귀한 것처럼 원래모습으로 돌아간다. 스즈메는 눈앞에 펼쳐진 정다운 추억의 일상 속에 사람들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평범한 일상을 살던 사람들의 대화를 듣는다. 그 말들이란 특별할 것 없이 2011년 3월 11일, 지진 직전 아침을 맞이한 이와테 현 사람들이 가족, 친구, 연인에게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밥을 먹고 서로 앞길을 배웅하는 지극히 평범한 말들이었다.[68] 일련의 풍경이 지나간 뒤, 화재가 된 마을로 또다시 전환된다. 소타는 눈앞에 있는 사다이진을 "오오오오카미"라 부르며 죽음은 옆에 있다는 것은 알지만 우리들은 이대로 살아가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기도를 올린다. 이에 사다이진은 곧바로 미미즈를 박차곤 소타에게 날아들어 둘을 잡아먹을 것처럼 입을 열어젖힌다. 스즈메는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눈을 감았지만 센 바람이 불어닥치곤 아래로 추락한다. 이때 강한 풍압에 의해 스즈메의 머리끈이 날아가 포니테일에서 생머리로 바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다이진 역시 다이진과 비슷하게 카나메이시로 돌아가 소타의 품 안에 담겨 있었다. 소타가 나머지 한 개의 카나메이시를 확보했음을 이해한 스즈메는 냉정을 되찾고 미미즈와 담판 지을 준비를 한다. 나란히 선 두 사람은 이윽고 미미즈를 향해 "돌려드리겠나이다!"라고 외치며 마치 붉은 혈관의 강처럼 하늘을 솟아오르는 미미즈의 몸통에 푸른 빛의 카나메이시를 내리꽂는다. 스즈메와 소타가 각각 미미즈의 머리와 꼬리에 두 카나메이시를 내리꽂으면서 미미즈를 구성하는 모든 혈관이 끓어오르더니 거품처럼 터져 소멸된다.

산산조각 터져버린 미미즈는 비처럼 쏟아지는 비가 되어 지표로 우후죽순 떨어진다. 동시에 하늘을 뒤덮던 구름들도 모두 걷히고 찬란한 밤하늘이 지상을 비추고 모든 마을을 감쌀 것처럼 녹색이 마을 폐허를 뒤덮고 그 위의 초원에는 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오랜 고생 끝에 미미즈의 본체를 봉인시키고 오염된 토코요를 정화하는 최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은 것.

미미즈가 땅으로 봉인되면서 그 반동으로 스즈메는 지상에 추락하지만 소타가 간신히 받아낸다.

2.6.5. 모든 시간

소타의 품 안에서 눈을 뜨고 잠에서 깨어난다. 정신이 드니 소타의 하얀 롱 셔츠를 걸친 자신을 보곤 교복이 봉인의 충격으로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챈다. 그리고 잡동사니들에 뒤섞인 채로 떨어진 노란색 의자를 발견하고 줍는다. 얼마 뒤 어딘가 이상하다는 위화감을 느낀다. 분명히 어머니 츠바메가 만들어주신 의자였지만 여태껏 자신이 소유했었고, 소타의 카나메이시 역할을 했던 의자와 달리 흠집 한 군데도 없는 새로운 의자였다. 과거를 되짚은 스즈메는 지진이 일어난 그 날 쓰나미에 휩쓸려버린 의자를 이곳에서 찾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즉, 스즈메가 들고 있는 의자는 도호쿠 대지진 당시 쓰나미에 휩쓸려 토코요에 있는 현재의 스즈메에게 온 물건이었고, 지금까지의 여정에 함께한 의자는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가 된 것.

스즈메는 아까 전에 의자를 주운 잡동사니들을 다시 쳐다본다. 그 작은 물건들은 마치 파도에 휩쓸려 먼 나라로부터 여기로 온 것 같다는 감상을 느낀다. 모든 것이, 누군가로부터 누군가에게 보낸 편지와 같다는 말을 남기고서. 그때, 두 사람과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누군가의 실루엣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달 아래에 작은 소녀의 형상이 있었다. 스즈메는 그 소녀가 누군지 단번에 알아본다. 12년 전 대지진의 참상 속에서 어머니와 의자를 찾다 우연히 과거 시점의 문을 뚫고 토코요로 도달한 과거의 스즈메였다. 스즈메는 소타에게 기다려달라고 하고 과거의 자신에게 달려간다. 스즈메는 그제야 매일 밤 꾸던 꿈의 의미와 그 꿈 속에서 봤던 하얀 원피스를 입은 어머니의 모습은 사실 어머니 츠바메 본인이 아닌 소타의 롱 셔츠를 걸친 자기 자신이었음을 깨닫는다.[69] 다시는 어머니와 만날 수 없었던 과거의 자신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과 어머니와 만날 수 없었다는 사무친 마음에 애써 흘러나오려는 눈물을 억누르며 과거의 자신에게 다가간다. 도호쿠 대지진으로 살던 마을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아비규환이 된 폐허를 거닐던 4살 소녀 스즈메는 어머니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폐허를 헤쳐나갔지만 어머니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났음을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 속으로는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던 것. 그리고 소설 프롤로그와 영화 도입부에 나온 꿈을 그대로 재현하듯 과거의 자신을 향해 나직이 말을 건다.

4살의 스즈메는 17살의 스즈메를 보고 '엄마야?'라고 물어본다. 17살 스즈메는 잠시 망설였지만, 끝내 머리를 흔들며 아니라고 부정한다. 4살 스즈메는 듣고 싶었던 말을 듣지 못해 울 것 같다가도 똑같이 애써 억누르며 "스즈메의 어머니를 알고 계시나요?"라고 물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4살 스즈메: 엄마도 스즈메를 찾고 있어요. 분명 굉장히 걱정할 거예요. 스즈메는 빨리 엄마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해요.
17살 스즈메: 스즈메...
4살 스즈메: 스즈메의 집이...[70] 집이 사라져버려서... 엄마는, 스즈메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게 돼버려서....
17살 스즈메: 이제 됐어! 나, 사실 알고 있었어.
17살 스즈메는 이제 어머니는 없다는 말을 건네며 양손으로 우는 4살 스즈메를 껴안으며 위로한다. 허나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엔 너무 어렸던 4살 스즈메는 필사적으로 부정한다. 동시에 토코요의 붉은 석양은 어린 스즈메의 절망을 비추듯 아래로 지고 있었다. 과거의 자신이었기에 어머니를 잃은 슬픔이 얼마나 큰지 느꼈던 스즈메는 말없이 울기만 한다. 하지만 현재와 과거의 자신은 같으면서도 달랐기에, 17살 스즈메는 울음을 그치고 손 안에 든 의자를 건넨다.[71] 그리고 과거의 자신을 향해 미래는 무섭지 않으니 걱정 말고 용감히 나아가라는 격려를 남긴다.
있지, 스즈메 너는 분명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것이고, 널 좋아하게 될 누군가와 많이 만나게 될 거야. 지금은 한없이 새까만 어둠 속이지만, 언젠가 아침은 반드시 올 거야. 아침이 오고, 다시 밤이 오고, 그것을 몇 번이고 반복하다 보면 넌 어느 새 빛 속에서 어른이 되어 있을 거야. 반드시 그렇게 될 거야. 그건 틀림 없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들이지. 누구도 방해할 수 없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누구도, 스즈메를 방해할 수 없을 거야.
이 말이 끝난 동시에 토코요의 아침 해가 뜨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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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빛 속에서 어른이 되어갈 거야.
「あなたは、 光の中で大人になっていく。」
4살 스즈메는 17살 스즈메를 올려다보며 신기하다는 듯이 물어본다.
언니는 누구야?
「お姉ちゃん、誰?」
스즈메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나는, 스즈메의, 내일이란다.
「私は、すずめの、明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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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후의 미래로부터 온 미래의 자신의 위로를 듣고 상처에 맞설 용기를 얻은 4살 스즈메는 먼 언덕으로 돌아간 미래의 자신과 그 옆에 있던 소타를 바라보더니[72], 아직 지진의 상흔이 있는 과거로 돌아간다. 그렇게 서로 위로한 스즈메들은 각자의 시간대로 돌아가고, 과거의 자신에게 메시지를 남기면서 현재와 미래를 이은 17살 스즈메는 소타와 함께 반대편에 있는 문 너머로 귀환한다. 17살 스즈메는 4살 때 미래의 자신과 만나고 밖으로 나갔더니 전부 잊어버렸다고 회고한다.

그렇게 우츠시요로 돌아온 스즈메는 머리에 걸린 토지시의 열쇠를 빛나는 구멍에 끼워넣으며
다녀오겠습니다.
「行ってきます。」
라는 말을 남기며 5일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73]

2.7. 여행 6일차 9월 30일 土: 미야자키현으로

이와토 스즈메가 미야자키현 니치난시(현 행정구역)에서 본인 고향인 이와테현 미야코시까지 간 거리는 편도로 1,770km에 달한다. 게다가 거리의 개념이 없는 저세상도 갔다 왔고… 그만한 거리를 돌아와야 하니 실제 이동 거리는 무려 3,500km를 넘는 셈이다.

2.7.1. 에필로그

내 여정의 이야기는 이걸로 끝났다. 잊고 싶지 않은 감정도, 기억하고 싶은 일들도, 거의 다 얘기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부터는 짧은 후일담이다. 하지만 이건 보통 에필로그로 불리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에필로그라 말하는 건, 내 나날들은 구획을 두지 않은 채 걸음소리를 내며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私の旅の物語はこれで終わりだ。忘れたくない感情も、覚えおきたい出来事も、だいたい全部語り終えたと思う。ここから先は短い後日談だ。でも多分、エピローグと呼べないと思う。エピローグと言うには、私の日々はまだばたばたと区切りなく続いているからだ。
그렇게 과거의 자신을 돌려보내고 6일의 짧고 굵은 여정 속에서 성장을 이룬 스즈메는 소타와 함께 어딘가에 기다리고 있을 타마키를 찾으러 간다. 스즈메가 옛날에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오래된 집의 폐허의 풀밭에 누워 노숙하던 타마키를 발견하는데, 어느 새 자동차 수리업체 기사들을 불러 차를 고치고 간신히 따라잡은 세리자와도 옆에 자고 있는 것을 보곤 벙찐 표정을 짓는다. 스즈메는 당황한 소타에게 세리자와 씨는 소타 씨에게 빌려준 2만엔의 빚을 돌려받으러 왔다고 설명하는데, 소타는 내가 아니라 세리자와가 나한테서 돈을 빌린 거라고 해명을 듣는다. 그 말을 들은 스즈메는 역시 세리자와는 교사 일에는 적성이 영 안 맞나 하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깨어난 후 놀라움과 감격, 오해와 변명이 뒤섞인 대화를 나눈 뒤 다 같이 오픈 카[74]에 올라타 드디어 귀향의 첫 길에 오른다.

스즈메는 타마키와 세리자와를 남겨둔 채 산 중턱에 있는 아무도 없는 역으로 소타를 배웅하러 간다. 소타에게 그동안 휴대하고 다녔던 토지시의 열쇠도 돌려주고 이별을 앞두니 아쉬운 감정이 들어 "함께 돌아가면 좋을 텐데..."라는 말을 남긴다. 소타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가 긴장돼서 얼버무리지만[75], 소타에게 "스즈메 양, 나를 구해줘서 고마워."라는 말과 함께 감사의 포옹을 받으며[76] 이별하며 재회를 기약한다. 이때 소타에게 선물로 받은 하얀 롱 셔츠를 입고 있었고, 그가 탄 열차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않는다.

소타와의 이별 후, 토지시와 문단속과 관련된 사명에서 자유로워진 스즈메는 도쿄 역에 도착할 때까지 타마키와 세리자와 세 사람이서 문단속과 아무 관계 없는 말 그대로의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을 보낸다.[77] 드라이브 도중에 비가 내려서 낭패를 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경찰차에게 딱 걸리는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스즈메 일행은 이걸 웃어넘기며 과정을 즐기기만 한다. 중간에 들른 휴게소에서 맛있는 과자와 먹을거리들을 사며 함께 먹는데 조수석에 앉은 타마키가 드라이브하는 세리자와의 입 안에 아이스크림을 넣어주는 모습을 구경하기도 하고, 세리자와가 틀어준 노래를 흥겹게 따라부르며 파티를 즐긴다. 저녁이 되고 도쿄의 도카이도 신칸센 역에 이른 셋은 굳은 악수를 나누며 각자의 길로 헤어진다.

세리자와와 이별하고 나선, 미야자키 현으로 돌아가기까지 이모와 둘만의 가족 여행을 즐기는데[78] 소타와의 여행 중에 만난 고베 역의 루미와 에히메 현의 치카와도 재회한다. 타마키는 스즈메가 신세를 진 두 집에 도쿄 역에서 사온 막대한 선물들을 주고는 조카 때문에 민폐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머리 숙여 사과하기까지 한다. 특히 루미네 스낵바에서 자신과 타마키, 루미와 미키 넷이서 카라오케를 하는데 타마키가 손님들 사이에서 남녀 가릴 것 없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몰랐던 이모의 재능에 감격한다. 고베 역을 떠나고 에히메 현 민박에 치카와 재회를 나누고는 동이 틀 때까지 사이좋게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이모와의 둘만의 하루를 보내고 미야자키행 페리선에 올라타 그리운 현재의 집으로 돌아오고, 두 사람을 마중 나오러 온 오카베 미노루와도 반갑게 재회한다. 스즈메는 차에서도, 전차에서도, 페리선으로 이동해도 자신의 이동 경로를 기록하는 스마트폰 안의 일본의 지도는 어느새 자신에게 더없이 특별한 물건이 되어 있다고 독백한다.

2.8. 엔딩

서일본에서 동일본, 규슈에서 도호쿠에 이르는 7박 8일의 험난한 전국 투어에서 평온한 일상으로 회귀한 지 5개월이 지나 시간은 어느 덧 2024년 2월의 봄이 되었고 스즈메는 고등학교 3학년의 수험생이 된다.

지망하는 대학교에 진학 가고자 여느 때보다 열심히 공부에 전념하며 대입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모 타마키와는 여전히 수다도 떨고 말다툼도 하지만, "기분 좋은 사고의 교환 작업"이라고 생각하며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겨울의 추위가 덜 사라진 규슈의 아침, 스즈메는 두꺼운 머플러의 동복을 입고 오늘도 타마키가 싸준 맛있는 도시락을 들고 분홍색 자전거로 등교한다.

처음 여행을 시작한 그 날의 아침처럼 아스팔트 도로를 달려가던 스즈메는 통학로 옆의 푸른 바다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평화로운 규슈의 풍경을 바라보며 감상에 잠긴다. 순간, 길 위로 올라오는 누군가의 그림자를 보게 된다. 롱 코트 차림으로 자신을 향해 다가서는 소타였다. 스즈메는 소타를 단번에 알아보고 걸음을 멈추며 서로를 조용히 바라본다.

학교로 나아가던 중 처음으로 소타와 만나 여행을 시작하게 된 2023년 9월 25일의 여름처럼[79], 스즈메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소타를 향해 환한 기쁨의 미소를 짓고 "어서 와요."라고 인사하며,[80] 스즈메의 문단속의 이야기는 마침내 막을 내린다.
비탈길을 걸어오고 있는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 사람은 롱 코트를 바람에 흔들리며, 걸음으로 내게 다가오고 있다. 난 한눈에 그인 것을 알았다. 그 날 모두가 하지 않았던 말을, 나는 지금부터 말하기로 결심했다. 그가 멈춰 선다. 나도 자전거를 멈췄다. 바다의 향기를 깊숙이 가슴 속에 채우며,

"어서 와요."
「おかえり」

라고 내가 말했다.
스즈메의 문단속 소설판, 6막 1장 중 <육일째와 후일담> '그 날의 말을', 366쪽 페이지


[1] 스즈메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장면, 이를테면 소타의 꿈, 타마키의 사무실 같은 장면들도 '소타 씨는 이랬다', '전화기 너머의 장면을 상상했다', '전화기 너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는 등 철저히 스즈메가 서술하는 형식이다.[2] 국내 정발본에서는 그냥 '기상캐스터 언니'라는 심심한 호칭으로 번역되었다.[3] 캐스터의 말투를 '완벽한 표준어'라고 평가하는 것을 보면, 이모마저 미야자키벤이 배어버린 이 동네에서 거의 유일한 외지 출신인 자신의 모습에 다소 위화감을 느끼며 캐스터에게 친근감을 느끼는 것으로도 보인다.[4] 긴급 경보에 의하면, 바다와 인접한 미야자키 현 남부에서 규모 6.3, 진도 6약의 강도 높은 지진인 모양. 지진의 여파가 어찌나 격렬했던지 하늘에는 헬리콥터들이 동원되어 있고 주민들은 잔해들을 치우며 현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현지 주민들은 축제 분위기처럼 모여 지진이 끝나서 다행이라고 다독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스즈메의 집에 있는 온갖 가구와 책들도 잔뜩 어질러져 있었다.[5] 일본은 국제 표준인 수정 메르칼리 진도(MMI)가 아닌, 일본 기상청의 자체 진도 체계를 사용한다. JMA 진도 6약은 MMI 진도 Ⅷ에 해당한다. 한국에서 그야말로 난리가 났던 2016년 경주 지진이 진도 Ⅶ인데, 이보다 한 단계 더 큰 진도인 것이다. 하단의 대조표를 보면 좀 더 쉽게 차이를 파악할 수 있다.
파일:진도 비교표 2023.png
[6] 한국어 자막에서는 '대략 진도 6'이라는 오역을 냈다.[7] 영화의 키 아이템이자 스즈메의 어머니 츠바메가 스즈메의 네 번째 생일날 기념으로 만든 수제 의자.[8] 언어의 정원에 등장하는 유키노 유카리 선생의 고향이다.[9] 남자를 데려왔냐는 타마키의 말에 대답이 "아니야! 건전해, 괜찮아!"였는데, '건전하다'고 답해버린 시점에서 정말 이성이 엮였다는 사실을 인정한 꼴이 되어버렸다.[10] 소설에 따르면, 표를 사지 못하고 뛰어올랐지만 자진신고하고 요금은 제대로 치렀다. 하지만 의자인 채로 뛰어다니는 소타를 많은 승객들이 봤기 때문에 소타를 데리고 배 안에서 잘 수가 없었다. 영화에서 자판기 요금을 결제하던 중 다른 승객으로부터 "걸어다니는 의자 봤냐?"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아니라고 부정한 직후 갑판으로 나가 소타에게 빵을 건네는 장면이 이 사정을 축약해서 묘사한 것.[11] 어젯밤부터 최근 수시간 전까지 올라온 사진들을 통해 다이진의 거취를 확인한다. 어젯밤에는 에히메 현 항구 위, 이른 아침에는 다리 난간 위, 수시간 전에는 기차 역의 벤치, 수분 전에는 열차 안 박스 위에 앉은 흰 고양이가 그대로 찍혀 있었다. 거꾸로 보면 고양이가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을 이용해 SNS로 스즈메와 소타에게 향후 거취를 귀띔해주고 있었던 것. 제목들도 "길 가다가 만난 큐트한 만남! 위험하고 치명적이지만 너무 귀여워!""전차에 올라탔는데요ㆍㄹㅇ 리얼한 귀!" "고양이 역장님께 인사!""귀여워⋯⋯ 귀여워⋯ 아까부터 계속 옆에 있어⋯⋯"와 같은 제목들이었다. 스즈메는 그 밑의 게시글들의 어휘력이 낮다고 깐다.[12] 게시물들을 내리던 중 관련 사진과 함께 현대자동차의 자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로봇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13] 소설판에서는 '좋아! 한번 해보자!'고 기합을 들이는 표정을 지었다고 나와 있다.[14] 소타는 괜찮다고 하지만 스즈메는 영화 토이 스토리처럼 이상한 사람에게 납치당하면 어쩌냐고 푸념한다. 스즈메는 이전에 토이 스토리를 관람한 듯하며, 토이 스토리 1, 2편에서 주인공 장난감 우디가 의도치 않게 시드 필립스와 탐욕스러운 장난감 가게 사장 알 맥휘긴에게 납치당한 적 있다. 스즈메는 우디가 1편의 빌런 시드에게 마개조를 당하거나 2편에 알에 의해 일본의 장난감 박물관에 비싸게 팔려갈 뻔하는 등 온갖 수난을 당한 게 떠오른 모양이다. 재미 있는 점은 토이 스토리에서 인간들 앞에서는 꿈쩍도 않은 채 가만히 있는 장난감들처럼 스즈메 외의 타인이 있는 상황에선 미동 없이 의자 코스프레를 한다.[15] 한편 소타는 치카에게 들키기 전에 덜커덩 쓰러지며 의자의 모습으로 돌아간다.[16] 영화 상에서는 소타가 외친다.[17] 애니메이션에서는 자세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스즈메가 오토바이에서 내려 달려간 후에도 떠나지 않고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은 확실하다.[18] 원문은 읽었다는 뜻의 "기독(既読)"이고, LINE 한국어판에서는 "읽음"으로 번역했다.[19] 여기서 소타가 "이 의자는 스즈메 어머니의 유품이니?"라고 물음으로써 스즈메와 치카의 대화를 들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소타는 스즈메의 고백까지 들었다.[20] 거기다 상술한 토이 스토리에 나온 것처럼 누군가가 달리고 말도 하는 의자인 소타만 낚아채고 스즈메는 버리고 갈 수도 있었기에 소타의 히치하이킹은 당연히 스즈메의 것보다 더 위험했다.[21] 쌍둥이들을 마츠야마시의 할머니에게 보여드리고, 다시 고베로 돌아가다 운좋게 목적지가 같은 스즈메와 만난 것.[22] 한편 같은 시간, 미야자키 현에서 타마키는 결국 가만히 있지 않고 미노루의 도움으로 스즈메의 카드 계좌 이용 내역으로 행동 경로를 파악한 뒤, 어협에 휴직서까저 제출한 채 고베로 여행을 떠난다.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된 스즈메도 소설판에서 "한참 뒤에야 안 일인데, 타마키 이모가 나를 쫓아 고베로 (최종적으로 도쿄로) 가기로 마음먹은 시점은 내가 쌍둥이를 돌보던 무렵이었다고 한다."고 술회한다.[23] 일본의 국민 간식으로 주로 술안주, 다과용으로 즐겨먹는 큐브 형태의 참치 가공 식품이다.[24] 한편, 카라오케에서 손님들이 쇼와 시대풍 가요를 부르는 걸 듣는데 쇼와 시대의 예술이나 문화에 대해 아는게 없어서 잘 몰랐다. 스즈메가 들은 곡들은 고 히로미의 히트곡 '2억 4천만의 눈동자'(二億四千万の瞳), 일본의 대표 엔카 가수인 요시 이쿠조의 대표곡 '나는 도쿄에 갈련다'(俺ら東京さ行ぐだ)였다. 둘다 잔잔함과는 거리가 먼 귀아플 정도로 템포가 빠르고 정신 없는 분위기의 흥겨운 노래라 스즈메가 듣기 힘들어했다.[25] 옆에 있는 아저씨는 물론 "아니 어디서 감히 어린 것에 그런 말을!"라고 화내면서도 사실 싫지 않다는 듯이 실실 웃었다. 스즈메는 부부끼리 만담 나누는 것 같다는 인상을 남긴다.[26] 한손에 유리컵을 들고 걸어와 "어머 좋아라. 그럼 잘 받아마실게요."라고 받아치고 유리컵들을 다 모아서 가져가버렸다. 이를 보고 손님은 "역시 미키는 깡이 세서 못 당한다니까."고 평한다. 상황을 잘 무마한 뒤 미키는 스즈메에게 안심하라는 듯 시원하게 윙크를 날렸고 스즈메는 이걸로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안도할 수 있었다.[27] 소타는 이 대형 관람차는 정전되어도 안에 갇힌 사람의 압력에 의해 지상으로 하강하도록 설계된 것 같다고 추측한다.[28] 소타는 쓴웃음과 함께 사과할 필요 없다고 진심으로 위로해준다.[29] 소타는 산 자인 스즈메가 그 세계에 못 들어간 것은 당연하다며 살아돌아온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안심한다.[30] 소설판에서는 '직업이 방랑자 아니었어?!'라며 놀란다(...).[31] 중간에 긴장감이 풀렸거나 피곤했는지 잠이 드는데, 그 바람에 후지산을 못 봐서 아쉬워하여 안 깨운 소타를 원망하고, 소타는 딱히 잘못이 없음에도 사과한다.(...)[32] 스즈메가 열어준 것이 아니라 세리자와가 열고 들어왔다. 애초에 스즈메가 열어줘야 했으면 그냥 안 열어주고 버텼으면 그만이었다.[33] 세리자와는 당일 시험장에 불참한 것도 모자라 며칠간 연락도 끊고 잠적한 소타를 찾고 있었는데, 우연히 소타의 방에 떡하니 열린 창문을 보고 다짜고짜 쳐들어와서 문을 난폭하게 두들긴 것. 거기다 세리자와는 소타에게 친척이나 사촌 여동생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소타의 사촌이라 주장하는 스즈메를 믿지 않고 되려 의심의 눈초리로 노려본다.[34] 다른 모든 장면에서 스즈메는 철저하게 문단속을 하였으나 이 때 소타의 집 문을 잠그지 않았다.[35] 때마침 앞으로의 불길한 전개를 암시하는 복선으로써 불운과 불행의 상징인 수백 마리의 까마귀들이 하천 위를 춤추듯이 날고 있었고 시민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까마귀들이 뒤덮은 저녁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36] 육교로 오르는 왼쪽 계단을 오르다가 양산을 쓴 아주머니와 어깨를 부딪히고 급하게 "죄송해요!"라고 사과하는 해프닝도 있었다.[37] 소타는 말할 것도 없고 아래서 지켜보던 일반 시민들은 스즈메가 난간에서 뛰어내리려는 일련의 모습에 경악하며 비명을 질렀다. 미미즈의 존재를 보고 느낄 수 없는 제3자들의 눈에는 십대 소녀의 자살시도, 무모함을 넘어 정신 나갔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미친 짓에 불과했을 것이다. 스즈메에게 있어 이 일련의 행동들은 미미즈에게 붙잡힌 소타를 구하려는 필사적 안간힘이었다. 날아오르는 도중 스즈메의 로퍼 한 짝이 벗겨져 지상에 떨어진다.[38] 소타가 스즈메의 품 안으로 점프했고, 스즈메는 곧바로 의자인 소타를 그대로 안아들어 착지에 성공한다. 그 후로는 미미즈가 거의 완전히 굳어진데다 소타를 들고있는 상태라 스즈메는 내내 미미즈의 몸 위를 활보하게 된다.[39] 스즈메가 빠진 하천은 황거(皇居)주변의 해자인 치도리가후치이다.[40] 이 때 빠져나온 미미즈의 기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터져버린 미미즈의 잔해가 문과 동굴벽에 핏자국마냥 묻어있었다.[41] 이 때 남은 로퍼 한 짝 때문에 계속 물 위에서 미끄러지자 그 남은 로퍼 한 짝도 결국 버리고 만다.[42] 줄곧 스즈메에게 호감을 표시해왔으며 (본인의 눈에는 방해꾼이나 다름없었던) 소타를 쫓아내고 스즈메의 반려묘로 있고 싶었던 다이진은 예상치 못한 폭언에 충격 받아서인지, 처음에 스즈메의 방 창문에 나타났을 때 처럼 온몸이 움츠러들고 비쩍 말라버린다.[43] 이 때 소설판에서는, 이 거대한 문짝 하나를 닫는데에만 무려 30분이 걸렸다고 한다. 게다가 이후 발이 본격적으로 피투성이가 된 건 문을 닫기 위해 고군분투 하다 물 밑 자갈이나 돌바닥에 쓸렸기 때문.[44] 스즈메가 지상으로 나오면서 지나간 터널은 수도고속도로 도심환상선의 치요다터널로, 치도리가후치 방면 출구로 빠져나왔다.[45] 소타의 집에서 확인한 기록이 이상하리만치 검열되어 있던 이유로도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천황이 거주하는 황거 지하에 그런 흉흉한 봉인을 걸어야 한다는 것 자체도 꺼림칙하거니와 이런 정보가 아무에게나 보여져서도 안되는 상황이기에 정보를 검열하게 된 듯 하다.[46] 이때 스즈메의 옷은 진흙투성이에 찢어져 있었고 신발도 없이 피에 절은 양말만 신은 상태였다. 스즈메는 쿠단시타역에서 오차노미즈역까지 전철을 타고 갔는데 매우 비정상적인 모습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들 스즈메를 보고 수군거렸다. 소설판에서는 편의점에서 또래 여고생들이 "쟤 학대받은 거 아니냐"며 수군거리자 스즈메는 속으로 걱정해준 것은 고맙지만 아무도 나한테 말을 걸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47] 오차노미즈역 인근에서 가장 큰, 빌딩과 같은 건물이라는 묘사를 봐서는 준텐도대학 부속병원으로 보인다.[48] 소설에서는 소타가 요석이 된 것은 오히려 인간으로써는 큰 영광이라고까지 하며 이에 스즈메는 큰 충격을 받는다.[49] 이때 잘 보면 히츠지로의 오른팔이 없다. 이것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밝히길, 동일본 대지진을 막다 오른팔을 잃은 것이라고 한다.[50] 이때 히츠지로의 병실 창 밖으로 다이진과는 다른 검은 고양이가 나타나는데, 히츠지로가 이를 보고는 "이 늙은이가 애원할 자격이 없겠지만, 저 철없는 소녀를 지켜주십시오"라고 정중하게 부탁한다.[51] 스즈메가 하루 전에 소타의 집을 나올 때만해도 고서들이 널브러져 있었는데 다시 돌아왔을 때는 책이 정리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것은 세리자와가 책들을 정리해준 것이다.[52] 이때 상처투성이인 양발을 집중적으로 문질러 씻는 모습이 클로즈업되는데 피가 물과 섞여 잔뜩 떠내려가는 것을 보면 전날 도쿄에서 고통도 모르고 얼마나 처절하게 움직였는지를 느낄 수 있다.[53] 포스터에서 신고 있던 그것.[54] 묘사 상 스즈메가 마지막으로 카드 계좌를 이용한 것은 히츠지로를 만나러 가는 길에 하차한 오차노미즈역 개찰구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병원에서 소타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 한 번 정도는 들렀을 수도 있다.[55] MMI 기준 진도 Ⅳ or 진도 Ⅴ. 2022년 괴산 지진 정도이다.[56] 깨어나 보니 이번에는 타마키가 코를 골면서 잠을 청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를 알려준 세리자와는 "두 사람 다 수면부족이구나."하고 웃어넘긴다.[57] 그런 타마키의 심리를 나타내듯 타마키의 얼굴에 약간의 주름이 묘사된다.[58] 여담으로 이 때 먹는 크림빵은 이와테현 이와이즈미쵸(岩泉町)의 특산물인 이와이즈미 우유빵(岩泉牛乳パン)이다. 우유 역시 이와테현의 코이와이 우유(小岩井牛乳). 이 두 상품은 실제로 이와테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향토 상품이다.[59] 사다이진의 대사는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60] 뚜껑을 자세히 보면 영어로 ‘아가르타(Agharta)라고 씌여져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몇몇 작품 속에서 언급이 되는, 일종의 이상향 내지 저세상을 표현하는 듯한 의미의 단어이다.[61] 2011년 3월 11일부터 검은색으로 되어 있다. 스즈메는 매일 성실하게 그림일기를 쓰는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당연히 3월 10일 이후에도 일기를 쓰려 했지만, 3월 10일 이후의 첫 일기에는 '엄마와 다시 만났다'는 내용을 쓰고 싶었기 때문에 엄마를 만나지 못한 날에는 죄다 검은색으로 칠하고 넘겨버렸던 것.[62] 전파탑에 보름달이 걸려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실제로 2023년 9월 29일 금요일은 한국에서 추석,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토코요에 들어가서도 현실 세계와 같이 보름달이 떠있다.[63] 실제로도 다이진이 뒷문을 열었다는 직접적인 묘사는 단 한 번도 안나왔다. 오히려 다이진이 SNS를 통해 자신의 소재지와 어느 지역으로 가는지를 대놓고 보여줌으로써, 스즈메의 다음 목적지를 유도한 것이다.[64] 소타가 꽂힌 미미즈의 부위 주변이 검은 고체처럼 얼어붙으면서도 파도처럼 구불거리는 언덕의 형상을 취한 이유는 소타가 모든 힘을 쥐어짜내서라도 미미즈를 억누르고 있기 때문. 그만큼 소타가 재앙을 억제하는 카나메이시의 역할을 할 만한 굉장히 강력한 영력을 지닌 토지시라는 증거다.[65] 이 때 스즈메가 다이진을 지칭하는 2인칭이 오마에인데, 오마에는 아주 거친 표현으로 남성 청소년이 정말로 친한 친구끼리 막말로 부르는게 아니면 상대를 낮춰보거나 적을 상대로 할 때 쓰이는 거친 표현이다. 다이진과 첫 대면에서 호칭이 '아나타' 였던 점 등 스즈메의 다른 언어습관을 보아, 다이진이 그동안 자신을 이끌어준 이정표 역할을 했음을 깨닫고 관계를 회복했어도 그간의 PTSD트라우마 때문에 완전히 경계를 풀지 않았던 듯.[66] 스즈메는 피어오르는 불가루를 그대로 맞으면서 누군가의 집의 향기를 일순간 맡게 된다. 눈앞에는 불타는 기둥과 찬장, 테이블이 널부러져 있었고, 진흙탕에 묻힌 자신의 손길에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기린의 봉제인형이 떨어져 있었다.[67] 사라지고 싶지 않아. 좀 더 살고 싶어. 살아가고 싶어 죽는 건 두려워. 살고 싶어. 살고 싶어 살고 싶어.. 좀 더.[68] "안녕", "잘 먹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잘 다녀오렴." "빨리 돌아와야 해." "조심하고 돌아오렴." "돌아올게."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렴" "다녀오겠습니다." 이상의 말들은 영화의 주된 소재인 문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인사말이다. 그리고 이 인사말들을 나누며 정다운 일상을 즐기던 수많은 사람들은 갑작스레 나타난 재앙에 휘말려 두 번 다시 인사한 대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이 비극성을 더욱 가중시킨다.[69] 영화판에서는 첫 장면에서 옷깃을 고정한 실핀을 통해 암시한다.[70] 애써 슬픔을 참아내던 스즈메의 눈가에서 눈물이 터질 듯이 고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린 스즈메는 필사적으로 말을 이어나간다.[71] 여행 3일차 당시 고베의 놀이공원의 곤돌라를 단속할 때 스즈메가 그 안에 본 풍경이 바로 17살의 자신이 4살의 자신에게 잃어버린 의자를 돌려줄 때의 일이었다.[72] 초반에 소타를 만났을 때 느낀 기시감의 원인이 바로 이 때 소타를 처음 보면서 남은 기억이다.[73] 스즈메가 성장을 이루는 마지막 장면에서, 옛 기억을 회상할 때마다 등장한 두 나비가 갑작스레 사라진다.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사실 처음 각본 단계에는 이 나비 연출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콘티를 그릴 때 저도 모르게 나비를 몇 마리 그려넣기 시작했다고. 그냥 원하는 자리마다 나비를 넣었을 뿐인데 돌이켜보니 나름의 이유가 있던 것 같다고 한다. 나비는 여러 문화권에서 영혼을 상징하고, 일본에서는 나비를 저승의 벌레 혹은 천국의 벌레라고 표현한다. 마침 영화에도 ‘저세상’이 등장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연상됐다고. 스즈메가 걸어갈 때 따라다니는 두 마리의 노란 나비는 하나는 스즈메 어머니의 마음, 또 하나는 엄마가 만들어준 노란 의자를 상징한다. 이 장면은 오랫동안 스즈메를 사로잡았던 엄마를 향한 마음이 스즈메의 성장을 통해 해소되고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것을 보여준다. 나비의 존재를 통해 스즈메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압축했다고 볼 수 있다.[74] 오픈 카의 프론트 부분은 아직도 크게 음푹 파여 있었고, 떨어져 나간 자동차 문은 접착 테이프로 겸사겸사 붙여서 수리했다. 하지만 완전히 수리가 된 건 아닌지라 운전할 때 덜컹덜컹 소리가 난다.[75] " 소타씨! 저기.. 흐응..."[76] 이 때 스즈메는 놀란 표정과 함께 눈물을 흘린다[77] 스즈메가 고백하기를, 마음 같아선 수리가 덜 된 오픈 카를 타지 않고 신칸센을 타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데려다주느라 실컷 고생한 세리자와를 남겨두는 건 실례라서 드라이브를 떠난다.[78] 이 때도 신칸센을 타고 이동하는 중 잠들었는데, 그게 후지산 근처를 지나는 순간이라 이번에도 후지산을 못 봤다.(...)[79] 5개월 간 서로가 가야 할 길로 헤어진 두 사람이 5개월 만에 스즈메가 학교에 등교하는 이른 아침 시각에 같은 장소, 같은 구도에서 그를 재회하는 말 그대로의 수미상관적인 해피엔딩인 셈. 처음엔 스즈메가 온천 리조트의 문을 단속하러 온 소타를 어릴 때 토코요에서 봤던 무의식 속의 기억으로 어렴풋이 알아내고 일방적으로 쫓아가던 구도의 만남이었지만, 이번에는 소타가 스즈메를 개인적으로 만나러 다시 한 번 규슈를 방문한 셈이다.[80] 스즈메의 문단속 : 다녀왔어 특별판 편에서는 소타의 뒷말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