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림답부

명림답부는 고구려 사람으로, 신대왕 때 국상을 지냈다. 한나라 현도군 태수 경림이 큰 군사를 일으켜 우리를 치려 하니, 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싸울 것인가 물었다. 여럿이 의논하여 말하길, “한나라 병사는 우리가 약함만을 믿고 있으니, 만약 나가 싸우지 않으면 저들은 우리가 자기들을 겁낸다 여기고 빈번히 쳐들어올 것입니다. 또 우리 나라는 산이 험하고 길이 좁아 이야말로 한 사람만 지키고 있으면 만 명도 그를 당해내지 못하는 곳입니다. 한나라 병사가 아무리 많다 하여도 어찌 우리를 이기겠습니까. 군사를 일으켜 막기를 청하옵니다.” 답부가 말하길, “그렇지 않습니다. 한나라는 크고 백성이 많은데다 지금 강한 병사들이 멀리 싸우러 왔으니, 그 칼날을 당해낼 수 없습니다. 또 병사가 많으면 마땅히 싸우고 병사가 적으면 마땅히 지키는 것이 병가의 상식입니다. 지금 한나라 사람들은 천리 밖에서 양식을 가져 왔으니, 능히 오래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도랑을 깊게 파고 보루를 높게 쌓은 뒤, 청야로써 기다리면 저쪽은 반드시 몇달 내에 주리고 피곤하여 돌아갈 것이니 그때 우리가 굳센 병사로 들이치면 뜻을 이룰 수 있습니다.” 왕이 그러하게 하여 성을 덧대고 굳세게 지키자, 한나라 사람들은 공격했으나 이기지 못하고 군사들이 굶주려 이끌고 돌아갔다. 답부가 수천 기병을 동원해 뒤쫓아 좌원에서 싸우니 한나라 군대는 대패하고 한 필의 말도 돌아가지 못했다. 대왕이 기뻐하며 답부에게 좌원과 함께 질산을 식읍으로 주었다. 15년 가을, 9월에 113세로 죽으니 왕이 몸소 찾아와 슬퍼하며 7일간 조회를 파하고 예로써 질산에 장사지내 무덤지기 20 가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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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 제45권 명림답부 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