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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발사미코(Balsamico)는 이탈리아 모데나 지방의 포도식초로, 독특한 향미를 가지고 있어 샐러드 드레싱이나 고기 요리 등 각종 요리에 곁들여서 쓰인다.2. 명칭
이탈리아어로는 '발사미코 식초'를 뜻하는 '아체토 발사미코(Aceto Balsamico)'라 부르며, 한국에서는 영어식 표현인 '발사믹 비니거(Balsamic Vinegar)'를 번역하여 '발사믹 식초'라는 용어가 더 보편화되어 있다. 이탈리아어 '발사미코(Balsamico)'는 '봉선화'라는 뜻과 '향기가 좋은, 상쾌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의역하면 '몸에 좋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Aceto'는 '산(acid)', '식초'라는 뜻이다. 이에 일부 서적 등에서는 단어를 직역하면서 '봉선화 식초'라는 낯선 이름으로 표기한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는 발사믹 식초의 표기는 '발사믹 비네거'인데, 여기서 '비네거'라는 표기는 수입 초창기에 통관 공무원이 'vinegar(식초)'라는 단어를 마치 고유명사인 것처럼 붙여 쓰면서 확산되었다.3. 제조 방법
과거 모데나에서 독특한 향미의 포도주를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포도가 지나치게 발효되면서 얻어진 식초로, 일반적으로는 트레비아노 청포도(white Trebbiano grape)[1]를 사용하여 만들어지지만 이 밖에 람부르스코, 안셀로타, 그리고 프랑스산인 소비뇽(Sauvignon) 계열 품종도 사용된다. 따라서 백포도주용 품종으로만 제조한다는 소문은 잘못된 것이다.정통 발사믹 식초는 포도를 으깨서 얻은 원액 즙을 끓인 다음 숙성통에 넣어 최소 12년, 길게는 25년 이상 나무로 제작된 통에 숙성시키는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수분이 증발하여 원액의 양이 점점 줄어드므로 줄어든 양에 맞는 작은 통으로 차례로 옮겨가면서 숙성시키게 된다. 밤나무, 아카시아, 벚나무, 떡갈나무 등 다양한 소재의 나무통으로 옮겨가며 발효시키기 때문에 완성된 식초에선 다양한 향과 풍미를 가지고 있다.[2] 이렇게 정통 방식으로 만들어진 발사믹 식초에는, 마치 포도주처럼 그대로 마셔도 큰 거부감 없이 마셔진다는 놀라운 점이 있다. 세균 소독 등에 쓰이는 일반적인 식초를 그냥 무리하여 마신다는 느낌이 아니라, 약간 시큼한 포도주스나 시판되는 과일발효초를 마시는 느낌이라고 한다.
최소한의 숙성기간만 해도 대략 12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공장식의 대량생산은 어렵다. 따라서 시중에 대량으로 유통되는 발사믹 식초들은 정통 방식으로 만든 발사믹 식초가 아니다. 이는 높은 생산성과 합리적인 가격을 위해 복잡하고 긴 생산과정을 생략한 물건들이다. 주로 '포도주 식초'라고 불리는 'Wine Vinegar'[3]를 바탕으로, 식용색소와 캐러멜을 넣어 맛과 색을 낸 뒤, 옥수수가루나 전분(Corn starch)을 섞어 점성을 만들고,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3년 정도 숙성시켜 만들어진다. 여러 합성첨가물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오로지 포도즙만을 이용해서 만드는 정통 방식의 발사믹 식초와는 맛만 닮았을 뿐, 성분과 효능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 정통 발사믹 식초와 구별하려면, 병 뒷면 라벨의 원료명을 자세하게 보는 것이 좋다. 원료에 포도식초나 캐러멜이 있다면 정통 발사믹 식초가 아니다. 정통 발사믹 식초는 오직 포도즙만으로 만든다.
납 함량이 높아 납 중독에 유의하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발사믹 식초의 납 함량은 34ppm 이하로 일반 성인의 최소 임계값인 65 lead level 을 채우려면 하루에 1 ~ 2잔 씩 마셔야 한다.
4. 인증 관련 사항
최소 12년부터 라벨이 붙게 되며 12년 숙성은 Red, 18년은 Silver, 25년은 Gold의 라벨이 붙는다.2010년 1월 부터 이탈리아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I.G.P. 라는 정부 인증마크와 함께 단 3가지의 방법으로 제품명을 표기하도록 변경되었는데 다음과 같다.
1. Aceto Balsamico Tradizionale di Modena (D.O.P.)
2. Aceto Balsamico Tradizionale di Reggio Emilia (D.O.P.)
3. Aceto Balsamico di Modena (I.G.P.)
이상 3개의 D.O.P.[4] 12년 이상 숙성시킨 제품으로 이탈리아 정부에서 정식으로 허가한 제품이다.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지만 그 맛과 건강함은 비할 데가 없다.[5]
공식적으로 인증받은 제품의 경우에는 EU의 지리적표시 보호 인증 마크가 부착된다. 이는 EU가 특산품임을 인증하는 것이다.[6] 마크가 없는 경우 발사믹이라고 부르지도 못하는 순수한 모조품이다. I.G.P.는 전통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 상업화된 버전이지만 특정한 조건을 부여하는데 발사믹의 경우 모데나와 레조 에밀리아의 농산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D.O.P.의 경우 최소 수만 원, 고급품은 수십만 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먹기 힘들고 최소한 인증받은 I.G.P. 제품이라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4.1. 유사 발사믹 식초
간혹가다 12년 숙성도 되지 않은 제품에 Red 라벨 흉내를 내서 붙여놓거나 100% 포도 원액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60 : 40 비율로 포도 식초를 섞어놓은 가짜 발사믹 식초 제품들이 있다. 2010년 전에 생산된 제품이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고 나름 숙성과정도 거친 제품이며 EU의 지리적 표시제에 해당하는 지역내에서 생상되었고 발사믹 식초 방식으로 생산하여 '발사믹 식초'라 명명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발사믹 식초로서 판매가 된다. 하지만 이걸 정통 방식으로 제조된 진짜 발사믹 식초라고 말할 수 없다. 정확하게는 발사믹 식초 방식으로 제작한 포도 식초가 맞는 단어다. 이러한 제품을 구별하는 방법은 국내 판매중인 제품일 경우 원재료명 및 함량에 '포도식초' 또는 '와인식초'가 있을 경우 가짜 발사믹 식초이다. 국내 구멍가게나 동네 마트에서 판매되는 거의 대부분의 저가형 발사믹 식초가 포도주와 식초를 섞어놓은 가짜 발사믹 식초이다. 이러한 제품은 평균적으로 3만원 이하의 저가로 판매되어 아무것도 모르는 소비자가 저렴하다며 구매하기 때문에 현혹되기 쉽다. 때문에 최소 I.G.P. 등급 이상의 진짜 발사믹 식초를 구매하려면 최소 백화점 식품관은 가야 한다.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보다도 더 심한, 숙성과정조차 거치지 않고 그냥 식초에 포도주만 섞어놓은 수준의 가짜도 나도는데 이러한 식초는 국내엔 거의 수입되지 않으며 이탈리아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판매된다. 하지만 후술하겠지만 미식가이거나 이탈리아 음식 경험이 매우 풍부한 사람이 아닌 이상 정통 발사믹 식초와 유사 발사믹 식초의 맛이 차이가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맛의 구별이 쉽진 않다.
4.2. 정통 발사믹 식초 구별법
정통 방식으로 제조한 발사믹 식초는 특정 모양의 병에만 병입되어 판매된다. aceto balsamico tradizionale modena/reggio emilia bottiglie 검색해보면 어떤 모양인지 감이 온다. 이러한 병에 들어있는 것만이 "정통" 발사믹 식초다. (용량도 100ml 로 두 지역 모두 통일)전통 방식의 모데나 D.O.P. 25년된 것으로 extra vecchio(아주 오래된)라고 붙어있다.
전통 방식의 레지오-에밀리아 D.O.P. 왼쪽부터 rosso, argento, oro. (영어로 red/silver/gold, 각각 12/18/25년)
흔한 저가형 8년 발사믹 식초
정통 고급 발사믹 식초는 웬만한 고급 포도주보다 비싸다고도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현지 가격 기준으로 12년 발사믹 식초는 적어도 100ml 병당 7만원 이상, 25년 발사믹의 경우 15만원은 우습게 넘는다. 종이컵 하나의 용량이 약 200ml 임을 감안하면 100ml는 매우 적은 용량이다. 일반적인 포도주 병(스탠다드)의 용량인 750ml로 치환하면 50만 원~100만 원씩이나 하는셈이다. 일반적인 식자재의 가격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I.G.P.가 붙은, 정통 방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제품을 10만원 이상 주고 백화점 등지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는 합리적인 소비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금액으로 D.O.P.(정통 발사믹 식초)를 구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로 패키지 여행을 가는 경우 단체쇼핑에서 이를 각별히 유의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미식가라던가 소믈리에 같이 혀로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에게는 40만원 짜리나 마트용 2~3만원 짜리나 그 맛이 그 맛이다는 주장도 있다. 요컨대 향과 성분의 차이는 있지만 정통식 발사믹을 여러 번 맛 볼 기회가 없던 사람이 맛을 볼 때는 그게 그거처럼 느껴진다는 말이다. 그러니 혹여나 집에서 처음 양식에 도전할 때는 정통 발사믹을 구하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마트산을 저렴히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인 사람이라면 정통 발사믹 식초 특유의 묵직한 질감과 기분 나쁘지 않은 신맛, 위스키와 같이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결과 가미되는 은은한 나무 향 등에 조금만 신경을 쓰게 된다면 특유의 뛰어난 맛을 느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탈리아 현지에서도 D.O.P. 발사믹 식초는 너무나 비싼 가격으로 인해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도 자주 쓰이지 않는다. I.G.P. 라도 좋은 발사믹을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 일부러 시큼한 맛이 나는 발사믹을 찾지 않는 이상, 포도식초가 적게 들어간 제품일수록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물론 브랜드별 차이, 숙성 기간의 차이 등등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20년 숙성, 포도원액 60% 포도식초 40%> 이런 제품들은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숙성 기간을 늘려 비싸게 팔아먹으려는 꼼수다. 숙성 기간보다 포도 원액의 비율이 맛과 향에 훨신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품질 좋은 I.G.P. 발사믹 식초들은 포도식초, 포도농축액 외에 다른 성분은 함유되지 않는데 I.G.P. 임에도 생각보다 비싸다.
5. 기타
이탈리아 식당에 가면 빵에 찍어 먹으라고 올리브유에 발사믹 식초를 섞어서 내놓는다.[7] 모데나와 에밀리아 지역의 가정집에 초대받게 된다면 꼭 거절하지 말고 가보자. 운 좋으면 25년 이상 숙성된 정통 발사믹 식초도 맛 볼 수 있다.시판 짝퉁 발사믹 식초도 아주 못 먹을 물건은 아니다. 예시로 식당에서도 흔히 쓰는 물건이기도 하고. 식전빵이나 샐러드에도 그럭저럭 잘 어울리며, 스테이크 소스에도 쓰이고, 불고기 할 때 다 굽고 나서 살짝 뿌려주거나 익히는 도중 간장 살짝 섞어서 양념으로 만든 후 구워서 익혀주면 맛이 꽤 괜찮다.[8] 특히 소불고기와 잘 어울린다. 진짜 염가형을 원한다면 2~3만원짜리 말고 더 아래쪽인 3000원대 라인[9]도 고려해볼 수 있다. 시판용 3000원대짜리~그 아래의 싸구려 드레싱의 경우 참소스와 꽤 흡사한 맛이 나기에 고기양념에도 쓸 수 있고 구운 고기나 치킨에 찍어먹어도 그럭저럭 맛있고, 죽 같은데도 조금 넣어서 감칠맛과 산미를 약간 돋구는데 쓸 수도 있다. 닭죽같은거 해봤는데 너무 싱겁다면 약간의 소금과 함께 큰 수저 1스푼보다 조금 더 적게 넣어보자. 오히려 참소스 쪽이 맛이나 가성비 모두 더 낫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곁들여 먹는 레시피도 있다.
9.11 테러 이후 액체 폭탄의 위험성이 알려지자 TSA가 액체/젤류를 100ml 이상 들고 기내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이탈리아에서 발사믹 식초를 구입한 후 캐리온으로 가져가려고 하면 '당연'하게도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 압수된다. 뽁뽁이와 옷으로 잘 싸서 체크인할 가방에 넣어 보내고, 기내에는 몸만 들어가거나 에어사이드 면세점에서 구매하면 된다. 다만 면세점의 경우 정통 발사믹 식초는 상당히 비싸게 파는 경우가 있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서 판매되는 일반 식초와 다르게 발사믹은 십중팔구 유리병에 담겨있기 때문에 깨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한다. 깨진다면 깨진 병의 처리는 물론이요, 식초가 사방으로 튀어서 집 전체에서 식초 냄새가 진동해버리는 대참사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6. 창작물에서
- 철냄비짱에선 유미즈 스구루가 아키야마 짱과의 3차전에서 조미료로 사용. 당시 유미즈는 2연패 당한 상태라 짱을 이기기 위해 최고급 푸아그라, 수십억으로 경매 낙찰한 발사믹 식초 등 온갖 돈지랄을 써가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1] 프랑스에서는 우니 블랑(Ugni Blanc)이라고 부르는 이탈리아산 청포도 품종으로 코냑과 아르마냑 등 프랑스산 브랜디의 주요 품종이기도 하다.[2] 처음 시작부터 마지막 숙성까지 사용되는 통이 각각 정해져 있는 양조장도 있다고 한다.[3] 재미있는 것은 식초라는 뜻의 'Vinegar'라는 단어 자체에 이미 포도주(Vin)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단어 자체만 보면 동의어 반복이다. 이는 최초의 식초가 최초의 양조주 중 하나인 포도주를 발효시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4] 전통 방식의 제품은 EU 기준으로 D.O.P.를 획득했기에 D.O.P.를 붙인다. D.O.P.는 EU 전역에서 시행되는 지리적 표시제 인증 제도이다.[5] di 뒤의 이름은 지역명이다.[6] 이탈리아 식재료는 매우 엄격한 기준 아래 관리되고 있는데 이는 이탈리아산 상품 중 가품과 진품을 구분하기 위해서 매우 좋은 수단이다.[7] 물론 십중팔구는 앞에서 말한 마트산 짝퉁이다.[8] 약간 시큼하면서도 짭짤하며 감칠맛이 돈다. 물론 짭이어도 2~3만원대 가지고 이 짓 하긴 아까우므로 차라리 3000원짜리 발사믹 드레싱으로 하자.[9] 이건 사실 식초도 아니고 발사믹 드레싱이라고 파는 물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