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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4-07 00:29:55

로가 아우렐리안


언디바이디드 계열 인물들
공동: 벨라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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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color=#CCCCCC><colbgcolor=#8B0000> 로가 아우렐리안
Lorgar Aurelian[1]
파일:external/pds26.egloos.com/b0244750_54b336df5a656.png
리멤브란서가 그린 로가 아우렐리안.[2]
칭호 유리즌 (Urizen)[3]
복음 전도자 (Word Bearer)[4]
종족 인간 (프라이마크 / 이전)
데몬 프라이마크 (현재)
발견지 콜키스, 857.M30
진영 [[인류제국|
파일:인류제국_국기.png
]] 인류제국 (이전)
카오스 스페이스 마린 (언디바이디드 / 현재)
담당 군단 워드 베어러 (30번째 천년기 ~ 현재)
가족 황제 (아버지)
에르다 (생물학적 어머니)
코르 파에론 (양아버지 / 부관)

1. 개요2. 행적
2.1. 과거2.2. 대성전2.3. 신에 대한 갈망
2.3.1. 순례행
2.4. 호루스 헤러시2.5. 호루스 헤러시 이후2.6. 황제교의 실질적인 창시자2.7. 현재
3. 소설 속에서 묘사된 로가
3.1. 황제를 배반한 이유3.2. 인간관계3.3. 외모3.4. 성격3.5. 능력
4. 기타

[clearfix]
내가 원했던 것은 오로지 진실뿐이었다. 나는 아버지그릇된 오만 때문에 쌓아 올린 그릇된 왕국을 뒤엎고 싶지도 않았거니와, 쓰라린 성전으로 은하의 절반을 약탈하며 인간들의 골수에서 피를 빨아내고 싶지도 않았다. 그 어느 것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 길을 선택했다. 진실을 원했기 때문이다."
- 로가의 서 서문[5]

1. 개요

Warhammer 40,000에 등장하는 인류제국황제가 창조한 17번째 프라이마크이자 스페이스 마린 군단 워드 베어러의 수장이자, 반역파 군단의 수장. 그리고 호루스 헤러시의 발단이 된 프라이마크.[6]

2. 행적

2.1. 과거

파일:Lorgar.jpg
17호 프라이마크는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태아 시절에 히말라야의 지하 깊은 황제의 실험실에서 벗어나서는 황폐한 사막 행성인 콜키스로 떨어져 버렸다. 콜키스는 크기가 테라의 3배인 거성인 데다 테라 기준으로 자전 주기만 170.4시간에, 공전 주기는 4.8년에 달해 기후가 극과 극을 달리는 행성으로, '코버넌트'라는 거대 신정일치 종교집단이 통치했다. 코버넌트의 믿음을 따르지 않는 배교자들, 이단자들은 코버넌트가 점유한 지역들에서 쫓겨나 거칠고 황량한 사막을 유랑하는 곳이었다. 여기서 17호 프라이마크는 몰락자들(The Decline)이라는 이름을 지닌 유랑 부족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부족장이었던 판 모르갈(Fan Morgal)의 양자로 입양되었고 모르갈에게서 콜키스의 언어로 '비를 부르는 자'라는 뜻의 로가라는 이름을 하사 받았다.

로가가 행성에 떨어진 지 17일이 되던 해애 로가는 프라이마크 특유의 빠른 성장 속도 덕에 어느 정도 성장하여 어린아이 티를 벗어난 수준으로 자랐는데, 이때 코버넌트에서 정치 싸움에 밀려 추방되었던 전직 고위 사제 코르 파에론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코르 파에론은 로가가 자신들의 종교[7]의 운명의 선택을 받았음을 직감하고 어린 로가를 거둔 뒤 로가를 키워준 부족민들 전부를 몰살시켰는데, 이러한 악행을 보고도 로가는 놀라지도 않고 오히려 차분하게 운명을 받아들이고 파에론을 양아버지로 받들게 되었다. 코르 파에론은 로가를 데리고 다니면서 자신의 믿음을 로가에게 가르치는데, 로가가 프라이마크 특유의 총명함을 드러내자 파에론은 열등감에 분노하며 로가를 매질하고 구타하지만 로가는 파에론의 학대를 견뎌냈다.

그런데 로가는 코르 파에론의 기대와는 달리 콜키스에서는 생소했던 어떤 절대적인 유일신의 존재를 믿고 있었으며, 사막 전역을 활보하며 여러 사람들에게 유일신의 복음을 가르쳤고 이내 무수한 추종자들이 로가를 따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로가는 추종자들로부터 '복음을 전도하는 자(Bearer of the Word)'라고 불리게 된다. 코르 파에론은 자신이 가르쳐 준 것과 생판 상관없는 엉뚱한 복음을 전파하고 다니는 로가가 못마땅했으나, 어느새 자신의 주변인들도 로가에게 감화되어 로가에게 절대복종하고 있었기에 결국 꼬리를 내리고 로가를 따르는 시늉을 하며 동행하였다.

당연하지만 코르 파에론뿐만 아니라 그의 원래 소속이였던 코버넌트 또한 그런 로가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결국 로가의 인기가 지나치게 높아지자 코버넌트는 로가를 이단으로 선포하고 그를 체포하기 위한 체포조를 파견하였으나 로가의 추종자들이 이 체포조를 살해해 버린다.무함마드? 이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코버넌트는 공식적으로 로가를 향해 선전포고를 날렸으나, 오히려 이미 로가의 복음에 감화되어 있던 일부 코버넌트 세력들이 코버넌트를 등지고 로가에게 합류해 버린다. 그리하여 콜키스는 친 코버넌트와 반 코버넌트 세력으로 나뉘어져 내전이 벌어지게 된다. 후일 종교 전쟁(Schism Wars)으로 불리게 된 이 전쟁은 6년간 이어졌으며, 결국 로가가 코버넌트의 수도였던 바라데쉬(Vharadesh)를 점령하여 코버넌트의 수뇌부를 무너뜨리고, 최후의 잔당들이 몰려 있던 가헤바를라(Gahevarla)까지 정복함으로써 코버넌트는 멸망하게 된다. 하지만 내전의 여파로 행성이 무정부 상태가 되자 도처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로가는 이들을 재정복함으로써 행성 전역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로가 자신의 복음으로 충만한 행성으로 재탄생시킨다.

허나 이 과정에서도 로가의 심복으로서 코르 파에론이 정권의 인사를 자신의 주변 인물들로 채우거나 사조직을 만들어 분란을 조장하는 등 전횡을 부리나, 정작 로가는 유일신 숭배에 정신이 팔려 여기에 관심을 두지 않고 파에론을 방치했다.[8][9]
Take me from my home, and I will sail to the stars of your empire. I will serve as a son must serve. But let Colchis stand as I have shaped it: a planet of peace and prosperity.
저를 고향으로부터 데려가소서, 그리하시면 제가 폐하의 제국의 별들을 항해하겠나이다. 제가 아들로서 마땅히 폐하께 봉사하겠나이다.
하지만 콜키스를 제가 가꾼 그대로 보존해주소서. 평화와 번영의 행성으로서.
-콜키스를 찾아온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이렇게 로가가 행성 전역을 재패하고 1년여 이후에 로가 자신이 예견했던 존재였던 황제가 마그누스 더 레드를 동행한 채로 콜키스에 강림한다. 로가는 한눈에 그가 자신이 예지했던 존재임을 알아보고 주저 없이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자신들의 주인인 로가가 황제를 신이라 부르며 복종을 맹세하니 콜키스의 주민들도 따라서 황제를 신으로 부르며 복종을 맹세하였고, 황제는 그런 로가와 콜키스 거주민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예정된 대로 로가에게 그의 유전자로 만들어진 17번 군단 '임페리얼 헤럴드'의 지휘권을 양도하였고, 로가는 이 군단을 자신과 마찬가지로 복음을 전도하는 이들이라는 뜻에서 '워드 베어러'로 개명한다.

2.2. 대성전

파일:Lorgar-Bearer-of-the-Word.jpg

종교인답게 황제에 대한 로가의 충성심은 매우 열성적이었다. 다만, 그 충성심이 너무 지나쳐서 훌륭한 광신도의 영역에 이르렀다는 것이 문제였다. 휘하 군대로 행성을 점령하고 나면 일단 토착 종교의 말소 후 황제 신앙이 그 행성에 완벽히 자리잡도록 손보고 나서 진격했기 때문에 진격 속도가 매우 느렸다. 포교 활동은 그 결과가 매우 느리다. 특정 종교가 한 나라에 뿌리내리고 자리잡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또 포교 활동을 하는 사람 생전에는 그 결실을 보지 못할 수 있다. 로가는 정복한 행성에서의 포교 활동을 통해 한 명의 배교자도, 이교도도, 무신론자도 없는 완전한 신정국가화를 원했고 그런 만큼 정복 속도도 느린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무력을 앞세운 강제 개종 행위였던지라 속도는 더더욱 느렸던 게 당연했다. 대신 이렇게 정복한 결과 정복민들의 충성도가 높고 인명피해 또한 비교적 적다는 장점이 있었으며 로부테 길리먼도 이 점만은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인류의 황제 본인은 자신이 신으로 경배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 황제는 스스로의 삶을 불태우며 스스로 무언가를 성취하는 인생을 장려했기 때문이다. 즉 자기계발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이 인류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으며, 이런 황제의 입장에서 신앙이란 '비생산적이고 우매하며 야만적인' 행동에 불과했다.[10] 그리고 로가의 신정일치주의 사상은 이러한 황제의 사상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것이었다.

이에 황제는 여러 번 사절을 보내서 워드 베어러의 행위에 대해 확인한 뒤, 본인이 직접 로가와 대면해 경고를 한다.[11] 그래도 대성전 초기에는 일단 손이 하나라도 더 필요한 만큼 황제도 몇 번의 경고만 하였으나,[12] 황제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로가는 이를 전부 무시해 버린다. 결국 로가가 포교에 성공했던 쿠르(Khur) 행성의 도시 모나키아(Monarchia)에서 발생한 황제에 대한 우상화와, 이를 거부하는 자를 스페이스 마린들이 직접 처형하는 실상이 황제에게 보고되자, 황제는 로부테 길리먼울트라마린 군단에게 모나키아 시에 본보기로 궤도 폭격[13]을 가해 멸망시킬 것을 지시한다. 이에 울트라마린은 모나키아 시민들에게 6일의 기한을 주고 퇴거를 명령하고[14] 7일 후 거의 비어버린 도시에 궤도 폭격을 가해 폐허로 만든다.
“저의 행성은 충의를 내버린 적이 없사옵니다. 저의 군단제국 내에서 가장 맹렬하게 충성을 바친 군단이란 말이옵니다!”

+제국은 내 것이 아니다. 진실에 구원받고 계몽된 인류의 제국이다.+

이번만큼은 로가도 물러서지 않았다.

진실로 아뢰나이다. 아버지께서는 신이옵니다.

+로가.+

“이번에는 아니되옵니다. 오늘만큼은 그 말씀을 듣기 싫어하신다 하여 조용히 있지 않겠나이다. 아버지, 당신의 손짓 한번으로 천 개의 행성이 움직이옵니다. 당신의 의지에 따라 백만의 함선이 공허를 헤쳐나가옵니다.
“당신은 전지전능하시며, 영원되시며, 불멸하시나이다! 이것이 신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옵니까! 어찌하여 신이 아니라고 하시옵니까!”

+로가!!+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거대한 폭풍이 되어 휘몰아쳤다. 갑옷에 붙은 두루마리 조각들이 뜯겨나가 어지럽게 휘날렸지만 로가는 꿈쩍하지 않았다. 그는 손을 들어 자신의 아버지를 가리켰다.

“당신은 신이시옵니다. 이제는 그 진실을 인정하시옵소서.”

황제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의 말에 승복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저 반발의 표현이었다.

+내 아들아, 너는 눈이 멀었구나.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 고대의 신화에 정신이 홀려 버렸구나. 이제 끝내거라, 로가. 이제는 그 행위를 중단하고 내 말을 새겨듣거라.+[15]

천둥소리 같은 굉음과 함께 사이킥 폭풍이 멎었다.

로가는 처음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미세하게 몸을 떨고 있었지만 그의 전사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귀에서 흘러내린 피가 점차 꼬리를 물며 그의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The First Heretic #
+워드 베어러 군단이여, 내 말을 귀 기울여 들을지어다. 나의 모든 군단 중 너희들만이 실패의 죄를 지었노라. 13군단을 제외하면 가장 숫자가 많음에도, 정복 속도는 가장 느리며 거두었다고 일컫는 승리는 공허하기만 하도다.+

백금색 사이킥 불꽃에 휩싸이는 형체를 똑바로 바라보기란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행위였다. 군단을 다그치는 그의 목소리는 마치 천둥과도 같았다.

+너희는 승리를 거둔 뒤에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게 아니라 그곳에 머물며 사람들에게 거짓된 신앙을 퍼뜨리는 데 시간을 허비했도다. 너희가 숭배라고 부르는 행위가 무고한 그들을 우상과 거짓으로 이끄는 기만행위임은 말할 필요도 없으리로다. 이는 실로 무가치한 결과이매, 곧 너희가 대성전 동안 행했던 모든 것들을 이르노라. 다른 군단들이 제국에 빛나는 번영과 성공을 가져오는 동안 너희들만이 유일하게 나를 실망시켰다.+

로가가 한 손으로 눈을 가리며 황제로부터 물러났다.

+너희가 만들어진 목적대로 행하기를 명하노라. 전쟁을 개시하라. 인류의 제국에 봉사하라. 오늘의 일을 교훈 삼아 너희가 태어난 순리에서 벗어나지 말지어다. 지금 군단이 이 행성의 폐허 위에 무릎을 꿇은 것은 그 거짓된 길의 종말을 의미하리니, 이를 군단이 재탄생하였다는 증표로 삼으라.+
The First Heretic #
깜짝 놀란 로가와 워드 베어러가 그 행성에 도착하자, 검게 탄 대지 위에서 황제는 길리먼과 울트라마린 군단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으라고 했으나, 로가가 황제가 가진 신성성을 이유로 황제에게 스스로 신인 것을 인정하라며 반항하자, 극대노하여 사자후까지 내지르면서 로가 본인을 포함한 워드 베어러 군단 전체를 무릎 꿇리고 꾸짖으며 치욕을 준다.[16] 황제가 이미 숙청을 계획하곤 있었다지만 이 장면은 무척 이질적이다. 일단 황제는 종교도 엄청나게 싫어했으며, 작중에서는 사실은 매우 감정적인 인간이지만 자신의 계획을 이루기 위하여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성질머리를 다스리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로가가 자신의 말을 거스르면서 이런 인간이 어찌 신이 아니란 말입니까?하면서 도전적으로 나오자 바로 사자후를 질러버렸다는 걸 보면, 처음에는 적당히 망신만 주려고 했다가 진심으로 화가 나서 저렇게 갈궜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황제가 이렇게까지 직접적인 형태로 화를 낸 사례는 어디를 둘러 봐도 나오지 않는다.[17]

2.3. 신에 대한 갈망

"한 명의 인간만 개의 행성을 손에 거머쥔다면...한 명의 인간이 그 행성들에 자신의 자손을 뿌려 우주를 지키게 한다면...한 인간의 생각만으로 백만의 전함을 우주로 인도한다면...그러면 부디 말해주소서. 어찌 이런 이가 신이 아니란 말입니까?
- First Heretic의 서두.[18]
신으로 믿던 황제에게, 도열한 울트라마린 앞에서 강제로 무릎을 꿇는 굴욕을 당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은 로가는 원정을 중단한 채 한 달간 삼베옷[19]을 입은 채 구석에 처박혀 지냈다. 만약 황제가 신이 아니라면 본인이 지금까지 해온 과업들이 모두 거짓된 것이고 황제신앙을 강요해 온 것은 씻을 수 없는 죄악이자 전부 의미 없는 헛짓이었다는 사실에 절망한 것. 그 모습을 본 황제는 워드 베어러를 감시하기 위해 커스토디안 가드 20명을 파견한다.

로가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슬퍼할 적에 그의 부관 에레부스와 1중대장 코르 파에론은 코버넌트의 믿음으로 돌아가자며 그에게 황제 외의 다른 신이 존재할 거라고 부채질했다. 이에 로가는 아직까지 자신의 신인 황제에게 불경한 말을 내밷는 파에론을 혼쭐내지만,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을 수습하기 위해 고향인 콜키스에 돌아가 쉬기로 결정한다. 황제의 눈이 미치지 않는 콜키스로 돌아간 로가는 형제들 중 그나마 생각이 좀 통하는 마그누스를 불러다가 상담을 받는데, '내가 황제를 숭앙하는 것을 여태까지 제지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내 인생과 믿음이 가짜라고 하면 어떡하느냐'며 울분을 토하는 로가에게 마그누스는 '이번 사태가 황제의 독단이 아니고 로가를 제외한 프라이마크들에게 다수결로 부쳐진 것'이며 "이미 우리가 두 형제들[20]을 떠나보냈는데 그같은 슬픔을 또 한번 감당할 수 있겠는가?"는 리만 러스의 발언을 언급하여 상황의 심각함을 환기시킨다.

하지만 로가는 마그누스의 조언을 들어먹지 않고 이미 마그누스가 젠취와 거래해 사우전드 선즈를 구해 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워프와 접촉하는 방법에 대해 캐묻다가 언쟁을 벌인다. 그러다 끝내 "신을 찾는 인간의 본능은 역사가 증명하고[21] 인간은 이성이 아니라 신앙으로 단결한다. 아버진 이것을 알면서도 부정하고 있다. 그가 신인데도 신이길 거부한다면 내가 신을 찾아내겠다."고 선언한다. 그렇다면 너에게는 정해진 비극만 있을 뿐이라고 경고하는 마그누스를 뒤로 하고 로가는 이미 우주 어딘가에 있을 신과 인간이 만나는 장소를 찾아내겠다는 결론을 내린 뒤였다.

로가는 한창 전도를 하던 시기에 '렉티티오 디비니타투스(Lectitio Divinitatus)'라는 서적을 저술했다. 이 책은 황제를 신적 존재로서 숭배하는 내용이었으며, 프라이마크의 지적 능력으로 쓴 것인 만큼 설득력이 강했던 모양으로 황제가 로가의 종교 활동을 정지시키고 제국 정부에서 숭배 활동을 탄압한 다음에도 이 책에 근거하여 책과 같은 이름을 지닌 소수의 컬트 조직이 지하에 잔존하게 된다. 물론 로가 자신은 칩거하느라 이러한 조직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로가가 쓴 책의 내용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 이외에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었으나, 이 조직은 후에 제국교의 전신이 되는 '구세주 황제 성전'에 영감을 주었다.

2.3.1. 순례행

그 후 3년간 워드 베어러는 전략의 기조가 완전히 변하여 어떤 군단보다도 잘게 쪼개지고 우주의 전방위를 향해서 가장 빠르게 뻗어나갔다. 그리고 속도전을 벌이다 보니 황제신앙을 포기하기 전과 달리 파괴나 말살작전도 빈번하게 벌였다. 이것은 대외적으로는 워드 베어러가 군단의 오명을 씻으려고 정복사업에 열중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실은 '신과 인간이 만나는 곳'을 찾기 위한 탐사행이었다. 로가 아우렐리안은 분견 챕터[22] 서레이티드 선(Serrated sun)을 친히 이끌고 다녔는데, 긴 여행이 지속되던 어느 날 가장 가까운 정찰 함대도 워프 항해로 1년 넘게 걸리는 우주의 망망대해에 홀로 떨어져 전대미문의 워프 폭풍에 휘말리게 된다. 2주 동안 함선 3척이 실종되자 대다수의 함대 구성원이 이 공역에서 한시바삐 이탈하길 청하였고, 아스트로파스는 폭풍의 심상치 않음에 감히 프라이마크에게 거짓사실을 고하기도 하지만 로가는 얼굴에 웃음을 띄고 침착하면서도 무언가에 쫒기는 듯 폭풍 속의 한 행성에 착륙하길 요구한다.

로가는 무언가를 꺼내들어 반대하는 함대원들을 단번에 침묵하게 만드는데, 그가 코버넌트에서부터 비전돼서 내려오던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펼치자 아직 그들 외엔 인류제국의 누구도 도달해 본 적이 없었던 이 공역의 지도가 그 두루마리에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로가는 '저 폭풍 속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비명 소리가 들리는데 무슨 거짓말을 하느냐'며 아스트로파스를 추궁한다. 그 행성이 바로 훗날의 카디아였다.

로가는 그곳에 착륙하자마자 보라색 눈을 가진 한 여성 주술사와 야만인 무리들의 환영을 받는다. 그 여성 주술사는 어쩌면 그의 타락에 지대한 공헌을 한 에레부스보다도 더한 공을 세운 존재로, 나중에 데몬 프린스로 승천하게 될 잉게텔이었다.

그녀는 워드 베어러의 정찰 함대 중 오르페오의 한탄(Orfeo's Lament) 호를 로가와 함께 아이 오브 테러로 이끈다. 그곳에서 잉게텔은 고대엔 수도였고 지금은 엘다 제국의 묘비인 샨리아사(Shanriatha)에 착륙해 엘다가 멸망한 이유를 들려주며 로가에게 '인류가 이와 같은 참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신의 손길을 거부하는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고 태곳적부터 존재했던 믿음인 카오스를 받아들여야 한다'라며 꼬드긴다. 둘은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파괴된 크래프트월드 줄라사의 폐허를 방문한다.

파일:aurelian_nroberts-4.jpg
엘다 제국의 폐허 속에서 버려진 채 죽어가던 케인의 아바타를 바라보는 로가. 오른손의 커다란 철퇴는 크로지우스 아르카눔인 '일루미나룸'으로 페러스 매너스가 선물한 작품이다.

그 때 로가는 줄라사의 폐허에서 올라오는 어떤 거대한 존재를 발견한다. 그것은 바로 한때 엘다가 섬기던 케일라 멘샤 케인아바타였다. 로가는 그 모습을 보며 아무리 신성한 존재라도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힘이 빠져 죽어가는 아바타를 그의 크로지우스 아르카눔으로 때려 죽인다.

차후 코른이 나타나 로가를 시험해 보겠다며 브락스 공성전에도 얼굴을 비추게 되는 블러드써스터 앙그라스를 내려보낸다.
"초점 없는 분노는 결코 무기가 될 수 없다, 이 가르침을 가지고 피의 신께 돌아가라."
-Aurelian
로가는 오랜 경합 끝에 앙그라스와의 전투에서 승리했지만[23] 오른손목과 몇 개의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고, 그의 앞에 2개의 머리를 가진 로드 오브 체인지 카이로스 페이트위버가 나타나 이후 일어날 칼스 행성에서 벌어질 워드 베어러와 울트라마린의 전투에 관한 두 가지 예언을 들려준다. 로가는 자신을 기만하려 드는 카이로스를 마저 물리치려 하지만, '네가 정상 상태라면 몰라도, 부상을 입은 데다 네가 모르는 마법까지 부리는 나를 적대하는 행동은 현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카이로스가 충고하자 잠자코 그가 떠드는 말을 경청한다.

그 말의 내용인즉 하나는 로가의 개인적인 영광을 성취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스러운 운명을 짊어지라는 것이었다. 만약 칼스 행성에서 로가가 로부테 길리먼을 살해하면 개인적 영광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지만 차후에 다가오는 전쟁에 패배할 것이고, 반대로 그가 개인의 영광을 버리고 길리먼을 살려준다면 그가 개인적인 영광도 상실하고 길리먼에게 군단도 쿠르 행성에서 박살날 것이지만 최후에는 인류가 더욱 위대하게 성장할 것이고 더 나아가 카오스 신들의 이름 아래 개인적인 복수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하지만 페이트위버의 머리 2개가 하는 말은 전부 들어맞는 내용이 아니라 하나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거짓이였다. 게다가 각각의 머리가 자신의 말이 사실임을 주장해 로가를 굉장한 혼란에 빠트리고는 다시 워프 속으로 돌아간다. 혼란에 빠진 그의 옆에서 주술사 잉게텔은 현실과 환상, 과거과 미래의 벽이 허물어지는 워프의 기적으로 황제가 신으로 숭배받고 제국은 혼란에 빠지는 인류제국의 미래와(훗날 호루스가 보았던 그 미래와 동일하다) 호루스 헤러시를 보여주었으며, 결국 로가는 황제를 향한 애증을 버리고 카오스의 편으로 완전히 돌아서게 된다. 그리고 잉게텔은 악마와 인간의 다른 시간 흐름으로 인해 그 자리에서 늙어 죽어 사라지고. 그 뒤로 로가가 홀로 50년 동안 워프의 뒤틀린 시공을 순례하는 동안, 현실에서 지난 시간은 1개월이었다.

그 뒤, 다시 물질계의 시간 흐름으로 40년이 지나갔고 워드 베어러 군단이 활발한 정복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황제는 안심했고 프라이마크들을 내심 얕보고 있던 커스토디안 가드들도 마찬가지로 경계심을 놓았다.[24] 허나 그곳은 황제의 이름으로 정복된 것이 아니라, 카오스 신의 이름으로 정복된 것이었다. 로가는 정복지마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감으로서 앞으로 다가올 정해진 그 날을 대비해 카오스 데몬을 물질계로 불러올 제물을 미리 준비했다.

2.4. 호루스 헤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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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가는 갈가리 쪼개져 있던 워드 베어러 군단을 오히려 다른 군단들과 공조작전을 많이 펼치도록 만들었고, 그의 직속부관인 수석 채플린 에레부스는 니케아 공의회의 결과에 따라 사이커 감시역으로 각 군단에 파견된 워드 베어러의 채플린들로 하여금 군단들마다 알게 모르게 카오스 신앙을 침투시켜서 그 군단 조직원들이 제국과 군단의 규범으로부터 탈피하게끔 군 내 사조직을 만드는 작업을 권장하고 조장했다. 에레부스 자신은 프라이마크들 중 가장 강력한 워마스터 호루스 루퍼칼과 그의 군단 선즈 오브 호루스를 타락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따라 그는 참모진 모니발에제카일 아바돈호루스 악시만드를 포섭하는 한편, 그들을 중심으로 비밀 전사회를 조직하고 배후에서 군단 내에 정치력을 행사한다.

이후 에레부스는 선즈 오브 호루스 군단의 대성전 함대가 조우한 또 다른 성간 인류문명인 인터렉스[25]로부터 신조차도 죽일 수 있다는 마검 아나테임을 빼돌린 후 호루스의 옛 동료였던 다빈 행성의 총독 유겐 템바에게 넘겨줘서 그를 타락하게 만들어 호루스를 유인해 그와 싸우게 만든다. 이때 타락한 총독은 마검의 힘으로 호루스를 찌르는 데 성공했고, 이 검에 깃든 프라이마크의 초인적인 재생능력조차도 무시하는 독으로 인해 호루스가 빈사 상태에 빠지자 에레부스는 선즈 오브 호루스의 수뇌부에게 다빈 토착행성 원주민들의 기도 의식으로 호루스의 영혼을 치유해야 한다고 꼬드긴다. 물론 이런 종교적인 방법은 제국의 이성에 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모니발 가비엘 로켄타릭 토가던을 중심으로 한 반대 세력에 부딪혔으나 보다 규모가 큰 전사회가 적극 찬성했기에 다수결에 의해 결국 의식이 시행된다. 하지만 이 원주민들은 이미 워프에 오염되어 카오스 신들을 섬기는 자들이었고, 불경한 희생 의식에 의해 영혼부터 타락하여 깨어난 호루스는 마침내 황제에게 역심을 품고 반란을 계획한다.

호루스의 반역에 참여하면서 로가는 비밀을 엄수하며 매우 치밀하고 철두철미한 사전 준비를 거쳤으며, 목성 근처의 조선소에서 울트라마를 공략할 3척의 초거대전함[26]을 건조하기도 하였다.

로가를 감시하기 위해 파견되었던 5명의 커스토디안 가드들은 전부 구밀복검하고 있던 워드 베어러에 속고 있다가 이스트반V에 이르러서야 배반 사실을 알고 탈출을 시도했지만, 워드 베어러 군단의 아르겔 탈이 이끄는 엘리트 포제스드 마린의 공격을 받아 전멸하게 된다. 이후 그들의 시체는 잉게텔을 위한 데몬 프린스 승천 의식의 제물로 바쳐진다.

페이트위버의 예언대로 호루스는 로부테 길리먼에게 칼스 행성에서 벌어진 오크들의 난동을 제압하라는 명을 내렸고 이에 길리먼은 아무 의심 없이 울트라마린을 이끌고 이동했으나 명령과는 달리 어디에도 오크 따윈 없었고, 곧이어 로가의 부관이자 1중대장인 코르 파에론이 이끄는 워드 베어러카오스 데몬의 공습으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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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마린을 공격하는 로가와 앙그론.

그리고 로가와 앙그론은 울트라마 항성계의 더욱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공격을 감행했다. 이 전투로 울트라마린은 1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왔고[27] 칼스의 주민은 1천만 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칼스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

한편 크로노스라는 행성에서 울트라마린을 물리치고 행성을 점령한 워드 베어러 군단 산하 '언약의 궤(Ark of Testimony)' 챕터의 엘리파스가 챕터 마스터를 살해하고서 그의 지위를 참칭하면서 로가를 불러내어 자신의 지위를 확인받고자 했지만, 로가는 그런 엘리파스의 행동이 무척 불쾌했던지라 쓸데없는 짓하지 말라며 면박만 주고는 자리를 떠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딱히 엘리파스를 대신할 다른 이를 임명한 것도 아니어서[28] 엘리파스는 '임명된' 챕터 마스터가 아닌 '계승한' 챕터 마스터가 되었기에 엘리파스의 칭호가 '계승자'가 되었다.

테라 공성전을 앞둔 시점에서는 호루스가 황제에게 패배하는 미래를 예지하고는 그를 배신하고 죽여 에버초즌의 자리를 자신이 손에 넣을 야심을 품었다. 그러기 위하여 펄그림을 속박하는 등 계략을 세웠지만, 당시 카오스에 대한 회의감이 있던 로가의 수하인 라약이 카오스가 패배하는 미래를 위하여 호루스에게 로가의 배신을 알려주었다. 결국 로가는 호루스에게 두들겨 맞으며 제압되었고, 두 번 다시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는 경고를 받고 사라진다.[29]

이후 헤러시에는 소수의 워드 베어러만이 테라 공성전까지 함께 하였고, 로가 본인은 은둔했다고 알려진다.

2.5. 호루스 헤러시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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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배신자 군단들이 헤러시 이후 아이 오브 테러로 향한것과는 대조적으로 로가와 워드 베어러는 호루스에 의해 쫓겨난 후 먼저 아이 오브 테러로 퇴각하여 거점을 마련했으며 로가는 데몬 프린스로 승천하였다. 이후 워드 베어러 군단을 이끌고 아이 오브 테러 내에서 세력을 넓히는데 집중하던 것으로 보이나, 물질계를 떠나 워프 내에서 카오스를 박멸하기 위해 활동하기 시작한 코르부스 코락스에게 제대로 걸려서 새로 건설하던 사원을 방어하던 병력들은 거의 몰살당하고 로가 본인도 코락스에게 얻어터진 뒤 생존한 소수의 부하들만 데리고 포탈을 타고 간신히 도주했다.

이후 로가는 자신의 방에서 수천 년 동안 칩거하며 앙그론이나 모타리온 등과 달리 대외적인 활동은 하지 않았다. 소설 워드 베어러 옴니버스 시점에서 로가는 워드 베어러의 본거지인 시카루스 행성의 거대한 성당 안에서 수천 년간의 아주 깊은 묵상에 잠겼었으며, 로가의 귀환을 위해 수많은 카오스 신도들이 매일같이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공백기간 동안에는 에레부스를 수장으로 하는 카운슬 멤버들이 워드 베어러의 실질적 최고 권력자 노릇을 했다.

한 가지 불분명한 사실은 로가가 어떤 카오스 신의 간택을 받아서 데몬 프린스로 승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원의 진실을 가장 먼저 탐구했던 동시에 카오스 신들을 모두 섬기려고 하는 로가의 성격상 어느 한 명의 카오스 신에게만 간택받은 게 아니라 다수의 선택을 받아서 카오스 언디바이디드로 승천했다는 게 적합하지만, 이전까지는 언디바이디드는 벨라코르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정이 걸렸었다. 그러나 코덱스 9판 갱신 이후로 언디바이디드 데몬 프린스는 벨라코르 외에도 존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로가는 언디바이디드 데몬 프린스인 것으로 보인다.

2.6. 황제교의 실질적인 창시자

로가 : “너희는 분명히 금했음에도 그를 신이라 부르는구나.”

칼리아 : “폐하께서는 우리의 신앙을 시험하시려는 것이다. 시련 없는 믿음에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우리는 그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을 따르는 것으로 우리의 신실함을 증명할 따름이다.”

로가 : “그가 그 어떤 신에 대한 숭배도 금지했음에도 말이더냐.”

칼리아 : “진정한... 진정한 신은 오직 한 분뿐이다.”

로가: “너의 신이 스스로가 신이 아니라 선언했음에도 말이더냐.”

칼리아: “오직 진정한 신만이 스스로의 신성을 부정하는 법이다.

(분노한 로가가 제단을 뒤엎는다)
로가 : “네년이 감히... 네년이 감히 내가 한 말로 나를 반박하려 들어?

칼리아 :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냐?”

로가 : “‘오직 진정한 신만이 스스로의 신성을 부정한다.’ 그 책[30]의 핵심이 바로 그 크나큰 착각이었다. 그리고 그 착각은 나의 것이었고. 이성과 사리를 비틀어 그 거짓말을 짜내었던 것이 바로 나였다. 가지고 있던 믿음 전부가 무너져 내릴 터였기에 그 망상을 필요로 했던 것이 나였다. 그리고 이제 네 믿음도 무너지리라.”

칼리아 : “그렇다면 네놈이야말로 황제 폐하의 신성을 증거하는 게 아닌가? 그분께서는 네놈과 같은 종자를 통해서도 일하신다는 것이 아니냐? (발작하듯 웃는다.) 하하, 폐하의 힘은 너무나도 커서 당신의 적조차도 당신의 진실을 드러내는구나.”
오디오 드라마 The Revelation of The Word #

한데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로가가 남긴 것들 때문에 4만년대의 인류 제국은 타락하기 전의 그가 그렇게 바라마지 않던 황제에 대한 광신에 가득 찬 종교 국가로 변해버렸다. 모나키아에서의 사건을 '황제가 워드 베어러의 충성심을 시험해 보려고 고의로 시련을 내린 것'이라 착각해 충성파로 남은 충성파 워드 베어러 생존자들이, 프라이마크의 초인적인 지성으로 작성되어 안 그래도 황제교의 입장에서는 완벽한 논리들로 가득했던 로가의 황제 신앙 경전 '렉티티오 디비니타투스(Lectitio Divinitatus - 신성한 가르침)'에 뼈와 살을 덧대어 만들고 포교한 것이 호루스 헤러시로 황제가 빈사 상태가 되어서 종교를 억제하지 못한 틈을 타 아예 제국교로 거듭난 것이다. 거기에 황제 본인도 황금 옥좌에 안치된 이후 진짜 카오스 신들처럼 신이 되어간다는 묘사가 나오기 시작했고, 충성파 워드 베어러 컨템터 드레드노트 은둔자(Anchorite)를 비롯해서 황제의 신성함이 빙의되는 인물들이 생겨난다는 묘사까지 나오기 때문에 로가가 완전히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로가는 자신의 신앙을 입증하고, 그를 통해 황제의 제국을 내부에서부터 좀먹고 있으니 황제에 대한 복수에는 성공한 셈이다. 제국교의 존재를 알게 된 블랙 리전 마린들도 갈 데까지 간 제국의 상황에 한편으로는 기가 막혔고 한편으로는 너무 같잖아서 "헤러시의 진정한 승리자는 로가였다"며 조롱하며, 부활한 길리먼도 로가의 사상이 제국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평했다.

로가의 취급이나 그에 대한 평가가 작품 내외적으로 영 좋지 않기 때문에 유저들 사이에서는 개그 소재가 되고는 있지만, 상황만 놓고 보면 황제가 제일 경계하던 미래가 아들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는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아이러니가 탄생한 셈이다.

2.7. 현재

8판 카오스 스페이스 마린 코덱스 연표에 의하면 대균열이 열린 이후로는 은둔 생활에서 벗어나 직접 군단을 이끌고 활동 중이다.

3. 소설 속에서 묘사된 로가

3.1. 황제를 배반한 이유

“로가는 멍청이야.” 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자기가 신이라고 주장하는 바로 그 사람말을 거부하고 있어!
알파리우스의 평가. 듣는 사람은 알파리우스다. 소설 Alpharius: Head of the Hydra에서. 번역 출처
대외적인 로가의 이미지는 무능하다고 여겨지고 있으나, 소설 속에서는 좀 더 자세히 묘사됨으로써 흔히 보여진 무능한 모습보다는 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고민이 많고 감수성이 깊어 보이도록 묘사됐다. 사라진 프라이마크 두 명과 같은 말로를 맞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조성하여 그가 제국을 등지려는 의사를 가지게 되는 합리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 무능하다는 평가는 다른 프라이마크들에 비하여 어떤 방향으로 특출난 재주가 없기 때문이고, 여기에 대해 로가 자신이 자기 입으로 말하진 않지만 소설 '아우렐리안'에선 악마 잉게텔에게 어째서 카오스 신들이 자신에게 계획을 안배했냐고 질문하면서 마그누스의 사이킥 능력이나 자기가 절대 갖추지 못할 호루스나 길리먼의 군사적 역량 등을 언급하며 자신이 가진 열등감을 드러냈다.

황제로부터 황제 신앙도 부정당하고 나서는 어려서부터 지금껏 자기가 가졌던 수백 년의 믿음이 잘못됐다는 사실에 번민하고, 모나키아가 잿더미가 된 사실엔 '나는 지금껏 그 잘못된 황제 신앙을 수백 개의 세계에 퍼뜨렸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까지 그 세계에 무슨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어버린 것인가.' 하면서 공황상태에 빠진다. 때문에 모나키아의 7명의 생존자 중 한 명인 시레니 발란티온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고 그녀가 황송해서 눈앞의 프라이마크를 감히 용서해주자 이제야 마음의 짐을 좀 덜었다면서 탄식하기도 한다. 이후 시레니 발란티온은 43년 동안 고해성사관(Confessor) 겸 행운의 상징이 돼서 워드 베어러의 성녀로 추앙받는다.

한편 로가가 단지 황제 신앙을 부정당했다고 해서 바로 카오스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모니키아에서의 사건 이후 로가는 적극적으로 탐사를 시작했는데 이것은 새로운 신앙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것 중 하나가 콜키스에서 전해져 내려오던 카오스 신앙이었는데, 아이 오브 테러 내에서 코른이 내려보낸 앙그라스와 싸웠고 이후 나타난 젠취의 카이로스 페이트위버를 경계한 일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카오스를 처음 접한 순간 바로 무릎 꿇고 카오스를 신봉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엔 카오스를 철저하게 경계하는 입장이였으나, 이후 카오스 세력들이 보여준 여러 가지 요소들에 결국 마음이 동하여 카오스를 신봉하기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즉 만일 카오스보다 더 그럴싸한 신앙이 있었더라면 로가는 그쪽을 신봉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었을 것이다.

로가가 카오스를 신봉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후술할 악마 들린 펄그림에게 호통을 칠 때 드러난다. 로가는 카오스와 인류가 공존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당시 펄그림은 악마에게 몸을 지배당해서 악마가 원하는대로만 움직이고 있었는데 이에 로가는 '신들이 원하는 바는 워프와 인류가 공존하는 것이지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휘두르는 것이 아니다'라는 논지로 펄그림을 일방적으로 조종하고 있던 악마에게 불호령을 내렸는데 말인즉 펄그림과 악마가 갈 보르박처럼 동등하게 공존을 하는 관계였더라면 로가는 만족했을 것이나 그렇지 않으니까 화를 낸다는 뉘앙스를 보였다.

문제는 카오스와 인류의 공존은 평화로운 게 아니라 오히려 파멸적인 관계라는 것이다. 심지어 로가도 이걸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로가는 처음으로 자신을 카오스에게 안내해준 잉게텔과의 대면에서부터 이미 이러한 사실을 뻔히 전달받았다. 실제로 잉게텔은 로가와 카오스 신앙에서 꽤 상징적인 등장인물인데, 잉게텔은 너글의 악마에 가까울 정도로 역겹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구토를 참을 수 없으며 아스타르테스도 헬멧을 쓰지 않곤 견딜 수 없는 악취를 내뿜고, 모습 역시 본능적 혐오감이 드는 추악한 몰골이다. 서레이티드 선을 이끌고 아이 오브 테러의 지옥도로 들어갔을 때 잉게텔은 "진실은 너희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기에 너희는 그로부터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리고 이 잉게텔은 로가와 동행하며 워프를 인도하면서 이 워프는 천국이 아니라 너희 인간이 생각하는 지옥이라고 일러주는데 그럼에도 로가는 워프를 따랐고 카오스 신을 섬겼다. 이는 로가가 로가의 서에서 기술하는 "진실을 원했기 때문이다"는 부분과 상통한다. 아무리 그것이 미래가 없고 추악해도, 지옥으로 걸어들어가 악마(neverborn) 뱃속에 들어가더라도 진실이면 그게 위대하고 그것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로가가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근본적인 반역(계몽)의 명분은 "우주의 진리인 워프를 숨기고 인류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잘못된 제국을 세워 인간 전체를 진리에 거역하게 만들었다!"는 것. 카오스 스페이스 마린의 공통 캐치프레이즈인 "거짓 황제에게 죽음을!"과 비슷하다.[31]
"신이 존재한다 한들, 그게 우리가 숭배해야 한다는 이유가 되는가? 나는 그럴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아이언 워리어 군단의 워스미스 크로수스(Khrossus)의 워드 베어러에 대한 평가. Spear of Ultramar에서 출처

이렇듯 로가가 바란 건 워프 악마와 물질계 인간의 완전한 융합 비슷한 것인데, 대개는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 아르겔 탈과 원년 갈 보르박 멤버들이 유별난 것일 뿐. 포제스드 마린처럼 초인수술을 받은 스페이스 마린도 카오스 신들과 악마들에게 주도권을 쉽게 뺏기는 판인데 평범한 사람이야 오죽하겠는가. 무엇보다 말카도르가 예지한 카오스가 승리한 미래에서[32] 물질우주와 워프우주의 경계가 사라지는데, 그 결과는 문자 그대로 지옥이다. 또한 황제가 워프와 카오스에 대해 숨겼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워프와 카오스를 맹종해야 할 당위성을 만들어주지는 않기 때문에 로가에 대한 평가는 박할 수밖에 없다.

또한 호루스 헤러시 소설 시리즈를 통해 현재의 로가의 캐릭터성 대부분을 정립하다시피한 작가 아론 뎀스키 보우덴에 의하면, 로가는 설령 자신이 카오스에게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알아도 절대로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갈 데까지 가버린 인물'이다. 출처 실제로 원년 갈 보르박과는 달리 그저 악마에게 일방적으로 이용당하는 후대의 포제스드 마린들은 그저 그들이 카오스와 하나가 되기엔 나약한 자들이라 그런 것이라며 일축하는 등 강한 선민사상으로까지 발전했으니 이제는 그냥 답이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3.2. 인간관계

자신의 형제인 프라이마크들과의 관계는 로부테 길리먼을 제외하면 표면상으로는 무난하게 지냈다.[33] 호루스 헤러시 이전에는 마그누스를 제일 편하게 여겼던 것으로 나오는데, 마그누스는 로가 자신 외에는 유일하게 먼저 워프와 마법에 접하는 금기를 깬 프라이마크로 카오스 신들이 그를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잉게텔에게 전해 듣자 로가는 공범의식이 들었는지 조금 마음이 놓이는 걸 느꼈을 정도였다.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애써 부정했지만, 실상 속마음은 로부테 길리먼을 마음속 깊이 증오하면서 "그 용납할 수 없는 교만함." "충성을 빙자해 힘만 믿는 오만함" 등등 갖은 악담을 늘어놓았는데 이것은 로가가 모나키아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아버지인 황제에 대한 원망을 품고 있었으나 호루스 헤러시 이전까지는 자신의 신이자 아버지인 황제를 감히 싫어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대신 그 명령을 이행한 길리먼에게 증오를 돌리는 것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한 길리먼은 소설 Know no fear에서 로가에 대해 평하기를...
"그는 너무 변덕스럽고 순간적으로 공격받았다고 여기지만 다시 쉽게 기뻐한다. 성격은 중도가 없이 극단적이라 맹우로 삼기에 까다롭다. 사소한 것도 모욕으로 받아들여서 상대한테 분노하고 공격하는 게 유치하다. 만약 내 형제가 아니었다면 그는 정치적 수치일 것이고 제국의 규칙에 해가 되는 장애물일 것이다."
Know No Fear, Chapter 1-7
이 평가는 방금 전까지 "형제여, 내가 이 경사스러운 재결합을 앞두고 의전용 갑옷을 입지 못하고 있어서 미안하네." 하면서 웬수인 길리먼 앞에서도 웃고 있다가도 그가 "지금 전산장애가 생겨서 착륙이 지연돼 미안하네. 악성코드가 침투했는데 지금 그게 칼스 밖에서 날아오고 있다네."하고 말하자 "자네는 지금 53년 만에 17군단이 오명을 씻는 이 경사스러운 날을 맞이해 전산장애를 이유로 우리를 착륙하지도 못하게 한다고? 그리고 그게 밖에서 날아온다는 것인 양 17군단에게 혐의를 두다니! 그런 식으로 우리에게 끝까지 굴욕을 주겠단 말인가?!"라며 버럭 화를 냈고, 길리먼이 당혹스러워서 "그런 게 아니라~"하고 설명하니까 다시 환하게 허허허 웃으면서 "내가 오해해서 미안하네. 어서 문제가 해결돼 우리가 다시 직접 만났으면 좋겠네."라며[34] 대화를 마치고 나서 길리먼이 내린 평가이다.[35]

그래도 길리먼은 일단 로가의 행보에 대한 답답한 마음을 접어두고 해묵은 원한을 풀고 화해하여 이후의 연합 작전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악성코드가 행성 방공망을 마비시킨 틈을 타서 워드 베어러가 자신의 함선을 직접 공격할 때도 처음에는 같은 형제인 로가가 그럴 리가 없고 착오가 있었을 것이라며 끝까지 믿어보려 했으나, 로가와 다시 통신했을 때 로가가 의도를 드러내자 그제서야 칼스를 방어하라는 명령을 내리며 크게 진노했다.

"콜키스의 로가여, 네게 내 결정을 말해주마.
첫 번째: 나는 이제 엄숙하고 진지하게 선언하노니, 네놈과 네놈의 애미없는 호로자식들[36]과의 휴전을 영구히 취소하는 바이다.
두 번째: 넌 더 이상 내 형제가 아니다. 난 널 찾을 것이고, 널 죽일 것이고, 네 썩은 시체는 지옥의 아가리에다가 처박아버릴 것이다."
라고 선언했다.(Know No Fear, Chapter 2-3)
"'배때지를 따주마. 가죽을 벗겨주마. 내가 네놈 대가리를 날려버리겠다."

"이 구더기 같은, 배신자 개새끼야. 그냥 내가 네놈의 살아있는 심장을 찢어버릴 거란 것을 네놈이 알았으면 할 뿐이다. 그리고 왜인지 알고 싶다. 왜? 대체 왜? 이게 우리의 유아적 옛 원한이 표면으로 끓어오른 것이라면 네놈은 이 우주에서 가장 형편없는 영혼이다. 우리의 아버지께서 네놈이 태어났을 때 네놈을 눈밭에 버리셨어야 했다. 네놈을 러스에게 먹이로 던져버리셔야 했어. 이 버러지, 구더기 같은 새끼."
호루스 헤러시 초창기 당시 로부테 길리먼이 로가 아우렐리안과 대면했을 때 분노를 퍼부으며 했던 말.[37]
이후에도 험악한 욕설과 비아냥을 주고 받는 등, 로가와 길리먼은 철천치 원수지간이 되었다.
테라에 있는 동안 페러스는 대장간으로 내려가 그들의 형제에게 줄 선물을 만드는데 몰두하였다. 반면에 로가는 마그누스를 포함한 황제의 조언가들과 철학과 역사에 대해 토론하기를 즐겼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둘의 접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로가는 페러스가 일하는 공방으로 내려가 그가 작업하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 한때 무기를 만드는 것이 페러스가 할 줄 아는 전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으나, 그러한 악의적인 편견은 하찮은 것이라 여겨 속으로 눌러 담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려고 애쓰며 말했다.

"누군가는 자네가 무기가 아닌 다른 것도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네."

그는 최대한 본심을 담지 않으려고 애쓰며, 또 그 말에 빈정거림이 느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페러스는 용광로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그의 형제를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짧게 대답했다. 미소는 짓지 않았다.

"그렇겠지. 그 누군가는 자네가 가치 있는 것을 만들 줄은 아는지 의문을 가질 테고."

로가의 미간이 좁혀졌으나 미소는 여전히 유지했다. 물론 가식적인 미소였다.
소설 The First Heretic 中 페러스와 로가의 대화.[38]

그렇다고 로가가 길리먼외의 프라이마크들과 잘 지내고 있었냐고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른 프라이마크들 또한 황제가 하지 말라고 하는 짓을 대놓고 하는 로가에 대해서 대놓고 내색하지 않을 뿐이지 로가에 대해서 부정적인 건 매한가지였으며 헤러시의 단초를 열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프라이마크들은 로가 때문이 아니라 각자 다른 경위로 반역파에 들어갔다[39] 호루스가 워드 베어러를 길리먼을 지연시키는 것에 투입한 것은 로가와 길리먼의 악연을 이용한 것이기도 하지만 커즈처럼 로가를 소모품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내 눈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면, 내가 보류한 심판이 네놈에게 내릴 것이다.’

로가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꺼져라!’ 호루스가 포효했고, 그 외침이 천둥처럼 고원 전체에 울려 퍼졌다. 로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슨 말을 하려는 듯이 보였지만 이내 고개를 돌렸다.
‘놈의 전사들은 어찌할까요?’ 키브레가 그의 주군 옆에서 으르렁댔다. 호루스는 고개를 돌려 아래 평원에서 대기중이던 진홍색 군단 대열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라약을 바라보았다.

진홍색의 사도 뒤에는 오천 명의 언스피킹 챕터 소속 전사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행해진 그 모든 일, 자신이 빼앗긴 모든 것, 자신이 선택하지도 않은 신들을 섬기게 된 일들을 생각했다.

로가는 고개를 돌려 라약을 바라보았다. 돌가루가 프라이마크의 진홍색 갑옷의 일부를 회색으로 얼룩지게 했다. '너에겐 네가 노예가 아니라는 단 한가지 증거가 남아있다. 바로 선택권이 있다는 것이지.’ 그는 마음속으로 펄그림의 이름 음절을 떠올리며 악마의 의지를 묶고 있던 결박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쾌락의 왕자는 환희와 쾌락의 소리를 내며 숨을 헐떡였고, 번개보다 빠른 속도로 앞으로 돌진했다. 로가의 뺨에서 피가 솟구쳤고, 그는 다시 땅에 쓰러졌다.

펄그림은 그 위에 똬리를 튼 채 웃으며 아래를 내려다보더니, 발톱이 달린 손을 들어 손톱에 묻은 형제 프라이마크의 피를 핥았다. ‘네가 두려워하는 짐을 다른 사람이 지게 해서는 안되지, 로가.’ 펄그림이 말했다. ‘그것은 원한을 만드는 습성이 있단다.’

라약은 로가에게서 시선을 돌려 호루스를 올려다보았다. 천천히 팔다리와 관절을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자르두 라약은 무릎을 꿇었다. '나의 워마스터시여,' 그가 말했다. 그의 뒤에서 수천 명의 진홍색 전사들이 무릎을 꿇었다. 펄그림이 웃기 시작하자 높고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퍼져나갔다.
소설 어둠의 노예에서 호루스에게 얻어 터지던 모습을 보고 로가를 배신하는 다크 어포슬 라약[40]

게다가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군단원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다. 특유의 방임주의 때문에 군단 통솔에도 무관심했으며 여기에 그걸 휘어잡을 능력부족이 겹쳐 헤러시 중반에 반역이 실패하자 대부분의 군단원들이 그를 배반하고 다른 군단에 서는 등등 개판 오 분 전의 상황이 되었다.
‘때가 되면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걸세. 그것들은 비밀이 아니야. 단지 올바른 때가, 거대한 퍼즐의 조각들이 제자리에 떨어지기 시작할 때가 되기 전까지 피어날 수 없는 진실들일 뿐이지. 아직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네.’

월드 이터의 프라이마크는 금속 같은 미소를 지으며 이를 드러냈다. 미소에는 따뜻함이 전혀 없었다.

‘그럼 네 배로 돌아가라, 십자군. 잠깐이나마 너와 함께 피를 흘릴 수 있어 기뻤다.’

로가는 고개를 끄덕이고,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그의 건쉽으로 향하는 경사로를 올라갔다.

‘안녕히, 형제여.’
소설 도살자의 대못 에서 로가와 대화를 나누는 앙그론

그나마 친우처럼 지낸 프라이마크라고 하면 로가와 비슷한 아웃사이더였던 앙그론이 있는데 그림자 성전을 하면서 급격하게 친해진 것인지 서로를 칭찬하거나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3.3. 외모

외모에 관해서 설명해 보자면 둘 사이엔 장발대머리라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책에서는 대놓고 황제를 닮았단 묘사가 많은데 코르부스 코락스도 "네가 아무리 아버지 흉내를 내도 머리 위의 그 헤일로는 가짜다!"고 말한 적도 있고 특히 묘하게 웃는 모습이 황제를 닮았다는 언급도 여러 번 나온다. 아마 풍기는 분위기나 얼굴의 이목구비가 닮았다는 말인 듯.

한편 그 성인 아우렐리안(Aurelian)은 콜키스 어로 황금빛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는 갑옷도 금색 갑옷을 입었다. 그리고 악마나 사이커와 같이 육체의 살 밑을 꿰뚫고 아우라나 존재의 색을 볼 수 있는 존재들은 로가의 영혼이 강하고 거대한 금빛을 발한다고 말한다.

황제를 닮은 외모를 지니고 있었지만 성향은 오히려 황제와 정반대되는 '종교의 신봉자'인데다가, 결국 프라이마크들 중 가장 먼저 카오스 신의 앞잡이가 되었다는 것이 매우 아이러니하다.

3.4. 성격

좋게 말하면 입체적이고 안 좋게 말하면 위에 설명한 길리먼의 평가 그대로다. 사실 대부분의 프라이마크는 충분히 입체적인 인물상이지만 로가만큼 복잡한 프라이마크는 거의 없다.

워드 베어러의 부하들에겐 일일이 '아들'이라고 부르면서 군신관계를 넘어설 정도로 대단히 부드럽고 관대하지만, 위의 열등감과 엮여 타락한 펄그림에게 '니들은 그냥 신도, 나는 신에게 선택받은 제사장'이라며 뻐기는 등의 세속적 모습, 젠취의 영향으로 카오스 스폰으로 변해가는 사우전드 선을 거리낌없이 들먹이며 노골적으로 자신의 친우인 마그누스를 조롱하고 모욕하는 저열한 모습, 자기확신이 강해 전제적이고 독선적인 일면, 그리고 여리고 정이 많아서 코르 파에론이나 에레부스와 같은 특정 인물에게 심리적으로 의지하는 우유부단한 일면 등등, 보다시피 좋게 말하면 아주 다채롭고, 나쁘게 말하면 줏대없이 쉽게 흔들리는 성격이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때도 남의 말을 제대로 경청하지를 않고 하고 싶은 얘기만 하거나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The First Heretic에서 마그누스와 나눈 대화를 보면 하도 지 할말만 하고 날뛰니까 마그누스가 지쳐서 "더 이상 못 들어주겠다. 관심 없으니 너 하고 싶은대로 하든 말든 마음대로 해라."라면서 대화 도중에 그냥 방을 나가버린다. 더 비참한 건 로가는 그런 마그누스를 잡지도 못하고 뒤에서 계속 하고 싶은 말만 내뱉었다. #

신기하게도 명예욕은 강했지만 권력욕은 별로 없는 인물이다. 에레부스가 군단 일을 혼자서 죄다 해먹고 있고, 코르 파에론은 끝까지 양부 행세를 하면서 자기를 내심 손아귀 안에 잡아두고 권세를 유지해 보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냥 방치해 두고 있다.[41] 군단 통솔 스타일 자체가 방임주의적인 면이 있고[42]만사가 허무하게 느껴져서 바로 잡을 의욕 자체를 못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로가가 집념이 강하고 대단히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상가 비슷한 위치라는 보정을 받기 때문에, 헤러시의 '정신'에 대응하는 로가의 위치에 대비되는 직접적인 '행동대장' 격으로 나쁜 놈들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로가는 이스트반 V에 와서도 형제 프라이마크들이 골육상잔 하는 광경을 보고는 이것은 자신이 원하던 광경이 아니라며 눈물을 흘리고 전투 명령을 내리지 않고 있다가, 부하들이 코락스에게 다 갈려나가자 "그래, 싸우자. 내 의지를 확인하겠다."라고 하면서 그제서야 비로소 싸우기 시작한다.

따라서 거의 황제만큼이나 복합적인 인물상이라 할 수 있다.

광신적 신념을 제외한 인품은 나쁘지 않은 편이라서 카오스로 전향하기 이전까지는 로부테 길리먼을 제외하면 척을 진 형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 호루스나 생귀니우스도 어쩌지 못하던 앙그론을 케어해주고 가까이 대하려고 했을 정도. 물론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앙그론은 그런 로가나 수하들에게 막말을 일삼기도 했지만 로가는 개의치않고 앙그론을 도우려고 했었다.

3.5. 능력

리만 러스의 형제들에 대한 평가를 보면 로가를 매우 약캐 취급을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침만 뱉어도 꿇을 거라나. 물론 러스가 뭐든 과격하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는걸 감안할 필요는 있지만, 앙그론도 그림자 성전 당시 로가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약골인줄로만 알고 무시했었는데 다소 의외였다는 생각을 한 것[43]을 보면 다른 형제들의 평가도 좋은편은 아니였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스트반 V의 충성파 학살 현장에서 코락스와 싸웠을 때는 나름대로 코락스에게 유효타를 내긴 했지만 결국 코락스한테 살해 직전까지 몰린 것을 콘라드 커즈가 구해주기도 한다. 문제는 코락스가 이미 개판오분전인 학살 현장에서 자신의 목을 노리던 반란군들을 상대하느라 체력을 잔뜩 소모한 상태에서 만전의 상태였던 로가와 붙었는데도 로가가 발렸다는 것. 호루스 헤러시 시리즈가 여러 작가가 작업하다보니 어떤 작가의 소설에서는 커스토디안도 여럿 씹어먹을것 같던 프라이마크가 다른 작가의 소설에서는 일개 마린 몇명에게 위기에 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등 전투력 묘사가 편차가 다소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하더라도[44] 로가는 여러 작품에서 한결같이 프라이마크 중에서는 약하다는 묘사가 꾸준히 등장한다.

물론 형제 프라이마크들을 제외하고 본다면 로가도 엄연히 인공적으로 제조된 초인이니만큼 반신이라는 호칭에 걸맞는 전투력을 보여준다. 소설 Betrayer에서는 워하운드 타이탄의 플라즈마 블래스트건에 수차례 피격되었음에도 살았고 커다란 바위덩어리를 워하운드 타이탄의 조종석에 집어던져 파괴했으며. 코른의 챔피언인 블러드써스터 앙그라스도, 그것도 완전체 상태에서 결투를 벌여 쓰러트렸다. 약하다고는 해도 프라이마크 중에서만 약하다는 말. 미니어쳐 스탯 중 WS(근접무기숙련도)라는 항목이 있는데 로가는 프마 평균인 7보다 한 단계 떨어지는 6으로 나온다(...). 커스토디안 가드의 수장인 발도르와 아스타르테스 중 최강을 가리면 꼭 언급되는 지기스문트도 WS가 6인 것을 생각해보면 로가가 싸움 못하는 건 소설이나 게임이나 고증인 듯하다. 출처

한편, 다른 프라이마크들에게는 없는 로가만의 진정한 특징은 '언변'이 있다. 종교인답게 말 자체에 상대방을 압도하고 안정시키고 납득시키는 능력이 있어서# 길리먼을 제외하고는(사실 길리먼과도 사이가 나빴다기 보단 그냥 로가가 모니키아에서의 사건 때문에 황제를 대신해서 길리먼을 일방적으로 미워하는 것일 뿐이다) 딱히 척을 진 프라이마크가 없었다. 일례로 성정이 매우 난폭하고 잔혹해서 다른 프라이마크들과 친하지 않았던 앙그론과도 그나마 친한 프라이마크였다. 로가가 그나마 말빨이 좋아서 앙그론을 잘 구슬릴 수 있었기에 그의 말상대라도 해 줄 수 있었던 것(참고로 앙그론은 완벽한 펄그림, 고결한 생귀니우스, 온화한 호루스 모두 어쩌지 못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후일 앙그론도 로가에 의해 타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성격 또한 싸움을 즐기는 전사가 아니라 철학과 사상으로 무장한 지식인에 가깝고, 자신도 스스로를 종교인 혹은 학자라 여겼다(그래서 역시 학자 타입인 마그누스나 페투라보와 개인적 교류가 많았다). 게다가 종종 몸에서 성자의 후광처럼 빛을 발한다는 묘사도 있다.

문제는 이 능력이 같은 프라이마크를 상대로 쓰일때나 빛을 발한다는 것. 로가뿐만 아니라 프라이마크들은 전부 자신의 주변인들을 말과 행동으로 감화시키는 능력을 패시브로 달고 있기 때문에 로가의 '상대를 감화시키는 언변력'은 상대적으로 빛을 보기가 힘들다. 일례로 워드 베어러의 한 군단원[45] 은 전장에서 적으로 마주한 로갈 돈으로부터 '참으로 아까운 인재를 로가가 선수쳐서 아쉽다'는 한마디를 들은걸 가지고 명백한 적이였음에도 프라이마크께서 자신을 높게 평가해줬다는 황홀감에 젖어 멍때리기도 했다. 심지어 프라이마크의 부활에서는 코른의 축복으로 이성이 마비된 전투짐승이 된 코른 버저커들이 갓 부활한 길리먼을 마주쳤을 때 순간 그 코른의 축복조차 느껴지지 않는듯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펄그림은 심지어 이게 극대화되어서 파비우스 바일이 복제 펄그림을 창조하는데 성공하자마자 옛 엠퍼러스 칠드런 군단원들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펄그림을 태어나서 처음 본 바일의 시종들조차 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무한 경배를 올리는 등 제대로 복종했다. 즉 프라이마크들은 본인이 의도하든 아니든 종특으로 주변인들을 감화시키는 능력을 패시브로 갖고 있는 것인데, 이게 로가의 주특기와 겹친다는게 문제.[46] 그나마 특출난 장점 마저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는 다른 형제들이 패시브로 지닌 능력과 전체적인 효과 자체는 비슷할 수 밖에 없으니 참 난해한 능력인 셈.

그나마도 또 다른 문제로 로가는 이 능력을 생각보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 양부 코르 파에론과 조언가 에레부스부터가 로가 개인의 의중은 철저하게 무시한채 자신들만의 독단으로 군단을 이끌어가고 있으며 그러다보니 군단원들조차 로가의 의중을 무시하기 일쑤이다. 당장 칼스 전투에서도 코르 파에론은 길리먼을 죽이라는 로가의 지시를 받고 와서 길리먼을 죽일 기회가 있었고, 워드 베어러의 전함들도 울트라마린을 모조리 제거하라는 로가의 지시를 받고 와서 마침 프라이마크가 제압당해 제대로 된 지휘를 받을 수 없어서 우왕좌왕하던 울트라마린에게 두번 다시 일어설 수 없을 만큼 큰 피해를 입힐 기회가 있었음에도, 파에론은 길리먼을 타락시켜보겠다고 일부러 상처만 입히는 수준에서 끝내고 카오스의 힘을 주입하려 들었고, 워드 베어러 전함들도 처음 지시받은대로가 아닌 독단적으로 하나라도 자기 손으로 더 죽이겠다며 무턱대고 덤비다가, 결과적으로 둘 다 임무에 실패했었다. 심지어 헤러시 후반부에는 호루스를 암살하고 자기가 에버초즌이 되겠다는 간만에 간큰 짓을 벌여보았으나 호루스에게 딱걸려서 신명나게 쳐맞고 쫓겨나서 테라 공성전에는 참여하지도 못했는데, 로가의 계획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다름아닌 믿고 뒤를 맡겼던 부관이 로가의 자질에 회의감을 느껴서 배신하고 호루스에게 로가의 암살 계획을 흘렸기 때문이였다. 막장 프라이마크들로 일컬어지는 앙그론, 커즈, 페투라보조차 초반에 숙청해버린 충성파를 제외하면 이후 자기 군주에게 통수를 날리는 군단원은 없었음을 고려해본다면[47] 로가의 인망이 어느 정도로 바닥으로 떨어졌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 황제와 마주한 이들은 황제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해 절로 무릎 꿇고 복종하게 됨에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황제에 대한 경외감을 잃고 자신의 곁에 있는 프라이마크에게 더 충성하게 되는 군단원들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프라이마크의 감화 능력도 꾸준히 사용해주어야 효과가 있는 법인데[48] 로가는 다른 이들이 황제 신앙(나중에는 카오스 신앙)만 잘 지키면 나머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듯이 신경쓰지 않고 방치하는 경향이 강해서 특유의 카리스마도 잘 안써서 생긴 현상이다. 예컨데 계승자 엘리파스는 자기 상관을 죽이고 그 자리를 강탈한 찬탈자였는데, 로가는 이것을 엄청나게 불쾌해했으나 그럼에도 엘리파스를 제지하지도 내치지도 않고 방치만 했다. 로가 개인은 하극상을 혐오하는 입장이더라도 조직을 관리하는건 더 싫다는 것. 이 때문에 워드 베어러는 카오스 신앙으로 굳건히 뭉쳐있는것 같은 외적인 면모와는 달리 내부에서는 권모술수와 정치질이 판을 치는 막장 집단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주변인 관리에도 무심하다보니 타인을 감화시키는 능력이 로가의 개성으로 정착할 여지마저 앗아간 것이다. 비록 능력의 수준 자체는 부각될 수준은 아니더라도 꾸준하게 주특기로 계속 사용해주면 적어도 그것이 로가의 캐릭터성으로는 자리가 잡혔을텐데말이다. 로가가 그렇게 증오하는 길리먼조차 로가만큼의 언변이 없이도 적절한 말빨과 연출로 자기 부하들의 충성심을 엄청나게 잘 이끌어올리는 것[49]과 대조해보면 매우 초라한 성적인 셈.

심지어 카오스로 전향한 이후로는 프라이마크도 아닌 일개 아스타르테스의 몸으로도 로가보다 더 뛰어난 통솔력을 보여주는 에제카일 아바돈의 등장으로 로가의 성적은 더더욱 바닥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아바돈은 기껏해야 간단한 워프 축복이나 조금 받은게 고작임에도[50] 통솔력은 로가보다 뛰어나서 자기 자신 이상으로 카오스 신의 축복을 더 많이 받은 부하들조차 군말없이 복종하는 반면에 로가는 말단 대원조차 자기 뜻대로 다루지를 못하니...

<Shadows of the Past>에서 코락스에 의해 공격받던 워드 베어러의 어느 군단원이 동료에게 "로가를 데려와야 해(We must fetch Lorgar)"라는 대사를 치는데, 이게 사실은 로가의 아랫사람으로서는 엄청 잘못된 호칭이다. 한국에서는 성씨가 보통 한글자에서 길어야 두글자로 길지도 않은데다가 중복되는 성씨가 많아서 성씨로 사람을 구분하는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 와닿지 않지만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일반적으로 상대를 호칭할때는 성씨로 호칭하며, 이름으로 부른다는건 상대를 나보다 높게 보지 않는 경우에만 가능한 행위인데, 아스타르테스는 프라이마크의 자손이자 부하이기 때문에 프라이마크를 호칭할때는 주인(master), 주군(lord), 프라이마크(primarch), 아버지(father), 정 아니면 성씨나 이명, 이 외 직책명으로라도 부르는게 옳지[51] 대놓고 로가라고 이름만 덜렁 부르는건 로가를 나와 동격으로 본단 의미이다.[52] 심지어 윗사람을 모셔와야 하는데 쓴다는 표현조차 'bring(모셔오다)' 같은 상식적인 표현이나 'summon(소환하다)' 같이 좀 고상한 표현도 아니고, 아랫사람이나 애완동물에게 쓸 법한 'fetch'[53]라는 단어를 쓰고 있으니 유전 아들들마저 아버지 프라이마크를 얼마나 낮잡아 보는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

이렇게 된건 로가의 잘못이 더 큰데, 그렇게 최고로 신용하던 아들인 아르겔 탈이 에레부스의 간계에 빠져 살해당하자 엄청나게 상심해했지만 끝내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 기껏해야 탈의 의형제였던 피투성이 칸에게 슬쩍 고자질해서 칸이 에레부스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정도에서 그치는걸 보면 알 수 있듯이 로가가 먼저 자기 아들들에게 관심을 너무 안줬다. 차라리 저 때 로가가 직접 나서서 에레부스를 크게든 작게든 어떻게라도 단죄하기라도 했더라면 워드 베어러 군단원들은 '그래도 아버지가 총애하는 자식은 감싸주시고 눈 밖에 난 자식은 벌 주기도 하는구나' 하면서 충성할 이유를 찾았을텐데, 가장 총애하던 아들이 살해당해도 저렇게 방임을 일삼으니 로가에게 열렬히 충성해봤자 실컷 이용당하다 아무 치하도 못받고 버림받을게 뻔히 보이므로 차라리 충성을 안하고 어쩌다 가끔 직접 시키는것만 갖다던져주고 자신의 개인적 관심사에 더 몰두하는게 군단원들의 입장에서는 훨씬 더 이득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 충성파 시절에야 의무감 때문에라도 충성을 바치기라도 했지 이기주의자가 된 현재는 의무감마저 없으니 그냥 막나가게 된 것.[54]

<Aurelian>에선 상기한대로 코락스와의 결투에서 패배한 여파로 분노하여 카오스의 힘을 팍팍 쓰기 시작하면서 이 언변 능력도 파워업하여 펄그림이 레란 소드에 깃든 악마에 빙의당해 육체와 정신을 빼앗긴 것을 간파하고선 그를 공격하기도 한다. 호루스가 그의 산하 포제스드 마린 부대인 아르겔 탈 '갈 보르박'의 예를 들면서 로가에게 펄그림을 공격하지 말라고 다그치자, 그 말을 들은 로가는 "영혼과 워프가 한 몸 안에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워프가 남의 몸을 강탈하는 것이 아니고, 신들께서 원하시는 바는 신도들의 믿음이지 조종당하는 껍데기가 아니다."면서 화를 낸다.[55]

여기서 묘사된 로가가 상당히 비범해서 눈길을 끄는데 분노한 그가 한번 손을 내뻗자 빙의된 펄그림은 일합에 벽에 쳐박혀 행동불능이 된다. 그리고 악마는 아주 로가에게 완전히 구축당한다. "힘이 깃든 말"로서 악마를 한번 저항하지도 못하는 우스운 꼴로 만든 로가는[56] 그대로 악마를 소멸하려 했고 호루스가 펄그림을 살리기 위해 그를 제지하자 예의 그 힘이 깃든 말로 '내 몸에서 손 떼라'고 말했고, 그것만으로 호루스가 물러선다. 로가의 어깨에서 호루스의 떨리는 손이 강제로 떨어져 나가고 호루스는 물러나며 감출 수 없는 긴장감으로 눈을 깜빡였다고 한다.[57] 하지만 결국 호루스의 설득에 빙의된 펄그림은 무사히 빠져나왔다.

로가는 오랫동안 카오스 신전에 틀어박혀서 깊은 망상에 잠겼던 탓에 대균열이 열리기 전까지는 군단 통솔에 대해서는 사실상 방임주의에 가까울 정도로 손을 놓았었지만, 로가의 군단인 워드 베어러는 월드 이터엠퍼러스 칠드런처럼 패전으로 산산조각 나거나 내분으로 뿔뿔히 흩어지지는 않았고 여전히 군단 단위로 뭉쳐서 움직이고 있다.[58]

그것과는 별개로 로가는 과거 황제 신앙을 전파한답시고 행성 내 다른 신앙들을 뿌리뽑고 마개조를 일삼던 버릇이 대상만 카오스 신으로 바뀌었을뿐 그대로 유지한 탓에, 여전히 행성 하나 점령하고는 다른 신앙을 뿌리뽑는답시고 행성 마개조에만 열중하고 있으며 그것을 자신의 군단에게도 적극적으로 장려하다보니 대성전 시절과 똑같이 진군이 더럽게 느린 단점도 여전하다.

4. 기타

프라이마크들 중에서 가장 전적이 초라한 프라이마크들 중 하나다. 이후 이스트반 V 학살 사건에서는 통수 맞고 학살당한 레이븐 가드에서 소수의 생존 병력만 이끌고 간신히 고군분투중이던 코락스의 반격에 죽을 뻔했다가 콘라드 커즈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포제스드 마린을 본 커즈한테도 까였다. 헤러시 당시에는 로부테 길리먼과의 싸움에서 결판을 짓지 못하고 앙그론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참고로 로부테는 로가와의 싸움으로 다소 지쳤지만 그럼에도 앙그론의 공격을 버텨낼 여력은 남아있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같은 프라이마크들 사이에서 그렇다는거고 그래도 프라이마크답게 블러드써스터를 단신으로 때려잡고 웬수같은 울트라마린들을 추풍낙엽처럼 때려눕히는 걸 보면 프라이마크다운 강함을 소유한 건 맞다.

하지만 자신이 시원의 진실을 가장 처음으로 깨달은 존재라는 자부심 때문에 다른 프라이마크들을 은근히 업신여기고 있었는데, 계속해서 카오스의 축복을 거부하는 호루스를 보고 '놈은 너무 나약해서 거사를 치룰 수 없을 것이니 카오스 신들에게 가장 첫번째로 선택받은 자신이 마땅히 반란군을 이끌어야 할 것' 이라며 불만을 품고 호루스를 암살한 뒤 자신이 워마스터가 되어 반란군의 수장이 되려는 계획을 품고 암살기도를[59] 꾀했지만 러스의 기습을 받고 잠시나마 카오스의 조종에서 풀려났던 데다가, 이미 그 첩보를 전해들은 터라 거꾸로 로가를 복날 개 패듯 패서 쫓아내고는 워드 베어러도 저 멀리 쫓아버렸다. 이 난장판으로 반역파의 전력도 깎인데다가 충성파가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을 벌었고 번민하는 모습을 보다못한 말로구스트의 수작으로 호루스가 카오스의 완벽한 꼭두각시로 전락하면서 시한부 인생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황궁 공성전 막바지에는 황제와 결투를 벌인다는 무리수를 두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팬덤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호구라며 까이고 있다.

다만 개인의 무력이 아닌 전략적 차원에서 본다면 호루스 헤러시에서 상당한 공적을 세운 것은 사실. 호루스 헤러시의 반역파들의 세력을 합쳐도 울트라마린, 다크 엔젤의 막대한 병력차와 황제란 비대칭 전력 요소가 여전히 제국 측에 있는데 각자 로가, 커즈, 마그누스의 활약으로 무력화되어서 호루스 헤러시를 시도할 수 있었다. 특히 가면 갈수록 이들을 이끄는 호루스조차 울트라마린과 다크 엔젤의 군단으로서 체급을 두려워하는 묘사가 나오는 걸 보면 로가와 커즈의 공이 꽤 막대하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시간을 잘 끌어준 탓에 테라 공성전 당시에 황제와 호루스 둘 다 길리먼이 합류하기 전에 황궁이 돌파되는 건 확정이라고 여겼을 정도.

그리고 비교적 최근인 2018년 출간된 Sons of the Emperor (Anthology) — Shadows of the Past에서는 호루스 헤러시 이후 길리먼이 코덱스 아스타르테스를 제창하던 시기에 레이븐 가드 챕터를 분할하고 홀로 워프 우주 속으로 뛰어들어 사라졌던 코르부스 코락스와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저런 제약이 걸리는 물질우주도 아니고 본진인 워프 우주 안에서 단신으로 떠도는 코르부스 코락스와 만났는데, 데몬 프린스로 승천까지 한 주제에 프라이마크의 숨겨진 본모습이라는 떡밥 가득한 모습으로 각성한 코르부스 코락스에게 "나는 그 때의 내가 아니다!"라며 자신만만하게 맞섰다가 군단원들이 구해 주지 않았더라면 살해당할 뻔할 정도로 신명나게 두드려맞다 간신히 도망쳤다.

고향 행성의 이름이 '콜키스'이면서 별명인 아우렐리안이 '황금'을 뜻한다는 점으로 미루어보면, 콜키스 왕국과 그리스 신화의 황금양털에서도 어느 정도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로가의 고향 행성인 콜키스는 헤러시 직후 충성파가 반역파를 대대적으로 추격한 '그레이트 스카워링(Great Scouring, 대소탕)' 당시 다크 엔젤 군단에 의해 익스터미나투스를 당해 파괴되었다. 그러나 워드 베어러는 호루스에게 쫓겨난 직후 이미 아이 오브 테러 안에 새로운 근거지를 마련할 계획을 수행하고 있었기에 콜키스는 이미 버림패로 전락한지 오래였었고, 그 이전부터 콜키스는 정치에 통 관심없는 로가 때문에 제대로 경영되고 있지도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헤러시동안 워드 베어러의 다른 점령지들과 마찬가지로 전쟁 수행에 필요한 자원 수급을 위하여 가혹하게 쥐어짜여졌기 때문에 싸울 탄약도 식량도 그 외 중요 설비들도 인적 자원들도 이미 워드 베어러 본대가 다 챙겨들고 아이 오브 테러로 가져가버려서 텅빈 곳간과 무가치한 폐허, 망가진 설비들과 워드 베어러가 가치가 없다 판단해 버리고 간 나약한 거주민들만 남았기 때문에 충성파 군단이 도착했을 땐 생각보다 저항이 약했다.

로가는 서구에서 가장 인기 없는 프라이마크이다. # 심지어 콘라드 커즈보다도 인기가 없다. 충성파로서도 반역파로서도 특별히 이렇다 할 업적이란 게 없고, 자기합리화를 일삼는 광신도라는 점이 비인기 캐릭터가 된 결정적인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60].

2차 창작인 도르니안 헤러시에서는 황제가 종교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었기에 그 종교를 다루는 것이 특기인 로가 본인도 최중요 인물로 위치가 격상되었고, 헤러시 이후에도 제국 국교회의 설립자이자 수장으로 살다 황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영광까지 누리게 되고, 역시 팬메이드 시나리오인 라이오넬 헤러시에서도 만년간 제국 국교회의 설립자이자 수장으로 살며 제국의 기둥이자 결속의 상징이 되는 영광까지 누리게 된다.

로가의 서는 두 가지 판본이 있다.

"로가"라는 이름의 뜻.


[1] 아우렐리안은 콜키스어로 황금을 뜻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콜키스황금양털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추측된다.[2] 전신에 경전을 새겨놨으며, 이는 워드 베어러 마린들 대부분이 마찬가지다.[3] 유리즌은 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에 등장하는 반신적 존재 유리즌에서 따온 것으로 추측되는데, 표면적으로는 말 그대로 반신적 존재인 프라이마크에 대한 찬양의 의미이지만, 실제 유리즌은 법과 이성의 화신으로 결국 자신의 이성이 빚어낸 자가당착으로 인해 인간성을 상실하는 존재인데 마찬가지로 자신의 지성이 빚어낸 자가당착으로 인해 인간성을 상실하고 만 로가를 빗대어서 본다면 로가의 운명을 암시하는 이명이라 할 수 있다.[4] 자신이 이끌던 군단의 이름이면서 한편으로는 일평생 로가를 따라다닌 호칭. 한때는 황제를 찬양하며 자신의 입으로 그만이 세상의 구원자임을 전파하고 다녔으나, 타락한 후에는 카오스를 찬양하며 그들만이 세상을 구원할 진실이라고 전파하는 표리부동한 로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호칭이다.[5] 에레부스는 금박을 입혀 이 문장을 자신의 머리에 콜키스 언어로 써서 문신해 다녔다. 이 문신을 의구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가비엘 로켄에게 에레부스는 구절의 출처를 설명해 준다. 물론 해석은 해주지 않고. 로가의 서는 종교 경전 같은 것과는 거리가 있고, 로가가 일단 황제에게 털리고 나서 직접 다른 신을 찾겠다고 시작한 그때부터 써 내려간 기록문으로 점차 커스토디안 가드 감시조의 눈을 피하기 위한 기밀문서 필사집이 되었다. 이후 헤러시 준비 기간 동안 찾아낸 각종 워프 관련 발견들을 망라한 마법서 겸 군단 코덱스 비슷한 것으로 변해갔는데, 이를 전자문서로 남겼다가 들키는 일이 없도록 다크 어포슬들이 한 권씩 직접 몸에 매달고 다니고 있었고, 전장에서 그 어포슬이 죽으면 시체와 같이 소각해서 흔적을 없앤다. 나중에는 이스트반 V 대학살에서 사망한 충성파 군단병의 시신에서 벗겨낸 피부로 만들어진 것도 나온다. 게다가 소설에서 로가는 자신이 저술한 로가의 서를 필사하게 시켰는데 여기서 만약 단 한 자의 오탈자, 단 하나의 문법 오류, 단 하나의 형식이나 배치의 오류라도 발견된다면 필사자는 차라리 죽느니만 못한 고문을 당했고 종국에는 악마들에게 산 채로 제물로 바쳐져 영혼이 뜯어 먹히는 신세로 전락했다. 로가는 카오스 신앙을 설파할 목적으로 다른 리전에도 필사한 로가의 서를 대량으로 뿌렸으며 다른 프라이마크들에게는 특별히 호화판으로 손수 만들어서 선물해 주었다.[6] 로가의 두터운 신앙심은 그로 하여금 황제의 신적추존 및 추앙과 황제신앙 설파의 근원이 되었다. 그러나 황제는 자신을 신격화하는 것을 몹시 혐오했으며 몇 번이나 경고를 했음에도 로가가 포교행위를 멈추지 않자 징벌했는데 문제는 이게 다 황제의 계획대로 한 것임에도 여기에 카오스가 끼어들었다는 변수를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로가가 그 원인이기도 했다.[7] 모나키아에서의 사건 이후에 밝혀진 진실은 코버넌트는 다름아닌 카오스를 섬기는 컬트였었다. 애초에 코버넌트가 섬기던 신들의 이름이 트젠츠, 케인, 나라그, 슬라타나였다.(…) 즉 코르 파에론은 로가에게서 카오스와 연결된 운명을 점지했던 것이다. 코르 파에론은 후일 다른 프라이마크들에 대해서도 신들린 수준의 평가를 내린 바 있는데, 로가에 대한 예지 역시 섬뜩할 정도로 들어맞아 버렸다.[8] 파에론이 사조직을 만들고 잇속을 채우려 했던것과는 별개로 로가와 파에론이 집권하자 콜키스는 번영하게 되었다. 내전이 끝나고 코버넌트의 압제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9] 출처: 로가: 베어러 오브 워드(Lorgar: Bearer of the Word)[10] 황제는 이토록 종교를 경멸하였기에 테라를 통일할 당시부터 교회나 성당 등의 종교적 건물은 철저하게 파괴했다.[11] 출처: The Horus Heresy Book Two - Massacre[12] 황제가 잔혹한 월드 이터나이트 로드의 정복 방식에 별다른 제제를 하지 않은 것은 역시 이런 이유에서였다.[13] 익스터미나투스의 방법 중 하나가 이걸 전 행성에 걸쳐서 하는 것이다.[14] 상기했듯 이 행성은 로가에 의해 황제교로 충만해진 동네였던지라, 거주민들은 "천사"로 알고 섬기던 스페이스 마린들이 황제신앙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하는 걸 보고 당황했다.[15] 호루스 헤러시 시리즈 마지막 소설인 '종말과 죽음'에서 드러난 바에 의하면, 황제는 과거 알렉산드로스 대왕으로 행세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황제는 자아도취와 제정일치에 빠져있었던 삶을 살았는데, 정복 전쟁 막바지에 그러한 삶이 헛된 허영임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던 중 히말라야에서 황금 옥좌를 발견하고 인류의 생존을 위해 투신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진짜 사명임을 깨닫고 갱생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로가의 엇나간 광신을 보면서 자신의 부끄러웠던 타락한 과거가 떠올라서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16] 대부분의 문화에서 이렇게 남들이 보는 앞에서 호통을 치는 건 오히려 호통을 친 당사자가 잘못했다고 사과해야 할 정도로 인간이 해서는 안 될 최악의 행위로 지탄받는다. 미국에서 한때 학교에서 수행했던 벌칙이 DUNCE(문제아)라고 적인 고깔모자를 쓴 채 지정 좌석에 앉아 모두의 놀림감으로 만드는 벌칙이 있었는데, 체벌을 금지하는 미국 학교의 특성상 대신 수행했던 벌칙이지만 오히려 차라리 체벌을 하는 게 낫다는 여론의 비아냥에 밀려 금방 사라졌다. 즉 황제가 로가를 그의 군단원은 물론 길리먼과 울트라마린이 보는 앞에서 강제로 무릎 꿇리고 호통을 친건 '공개적으로 발가벗기고 채찍질을 가한 것'이나 다름없는 끔찍한 굴욕을 안겨다 준 셈이다. 물론 황제에 대한 광신에 가까운 신앙심에 접어들고 있는 로가와 군단원들에겐 이 정도의 충격이 아니면 자신들의 생각을 돌릴 리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17] 리만 러스와 한판 붙을 때도 슬쩍 짜증을 냈다고 하는데, 대체적으로는 불칸을 끌여들일 때처럼 연기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말로 짜증을 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18] 이 발언은 작중 황제의 모순을 직접적으로 지적하는 대표적인 경구이다. 황제는 대충 어림잡아도 기원전 8천년부터 살아왔던 존재이기 때문에 당시 기준으로는 무려 3만 8천년 이상을 살아왔으나 전혀 노쇠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본모습에서 뿜어져나오는 카리스마는 황제 스스로 억누르지 않으면 일반인이 그냥 쳐다봤다가 스스로 무릎을 꿇을 정도다. 지능, 지식, 화술, 신체 능력, 사이킥 능력, 그 외 어느 면에서도 특출나지 않은 점이 없다. 이런 황제가 제아무리 자신이 신이 아니라고 하여도 황제를 신적 존재로 여기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건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19] 동양에서는 대마(삼)으로 실을 짜서 만든 삼베옷을 상복으로 입었고, 서양도 아마(린넨)로 짠 옷감을 사용해 수의를 만들었다. 동서양 문화권 공통으로 마직물로 만든 옷은 예로부터 상을 당했거나 고난을 당한 사람이 속죄의 용도로 입는 옷이었다. 로가는 황제에 의해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황제 신앙을 황제 본인에게 부정당했으니 상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20] 프라이마크가 총 20명이라고 분명히 기록되어 있는데, 그 중에 2명은 설정이 일절 없고 왜 없는지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호루스는 그 둘의 이름까진 알고 있었지만, 그것만 언급하려 했는데도 말카도르가 사이킥 능력으로 입을 막아버렸다.[21] 이는 황제가 마지막 최후의 교회를 파괴하고 난 것을 본 후에 유라이어가 황제에게 했던 말과 일치한다.[22] 대성전 당시 스페이스 마린은 '군단' 단위로 활동했지만 그 하위 개념으로 '챕터'도 있었다. 헤러시 이후에 챕터가 스페이스 마린의 집결 기준으로 바뀐 것이지 챕터 개념이 새로 생긴 것이 아니다.[23] 참고로, 앙그라스는 먼 훗날 브락스 공성전에도 참여하여 로드 인퀴지터 헥터 렉스와도 맞붙는다. 이 때 로가와 헥터 둘 다 앙그라스를 상대로 오랜 경합을 벌였기에 로가가 헥터만큼 약한 게 아닌가 하는 오해를 사기 쉬운데, 헥터가 상대한 앙그라스는 인간의 힘으로 불안정하게 소환된 상태였고, 로가가 상대한 앙그라스는 상기한 대로 코른 본인이 직접 내려보낸 완전체 상태였다.[24] 원래 커스토디안 가드는 감정이 없다고만 언급하나, 소설상에서는 그런 게 아니라 황제만을 열렬히 추종하고 그를 제외한 만인을 깔보는 자들이라고 설명한다. 일례로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황제의 아들 호루스'라고 말하는 아스트로파스에게 한 커스토디안 가드는 코웃음을 치면서 '황제의 진정한 아들들은 우리들이다.'라고 대답한다. 로가의 감시조로 파견된 커스토디안 가드의 우두머리인 아퀼론(Aquillon)은 사석에서 로가를 약골(weakilng)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25] 이들은 카오스의 존재를 예전부터 인지하고 있었고, 그 위험성을 연구하고 대중에게 환기하기 위해 카오스에 오염된 유물들을 모아놓은 일종의 박물관 겸 연구시설을 갖고 있었는데 아나테임이 그곳의 수집품 중 하나였다.[26] 각각 분노의 심연(Furious Abyss), 축복받은 여인(Blessed Lady), 트리스아기온(Trisagion)으로 이중 분노의 심연은 출범하자마자 미처 공세가 시작되기도 전에 심복의 독단으로 울트라마의 수도 마크라그를 무리하게 공략하다 격침되지만, 나머지 두 척은 난공불락의 울트라마린의 모병 행성 아마츄라 공략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며 무적이라 평가되던 행성 방위망을 통째로 갈아엎어 버린다. 이후 마그누스가 "자네의 아들들은 그렇게나 자네를 무시하는가?"라고 묻자 그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네."라는 식으로 대답한다. 이는 로가의 평소 자유방임적인 태도를 잘 드러내는 일화이다. 소설에서는 초월적인 위력을 선보인 이들 전함 두 척이 없었다면 아마츄라는 절대로 함락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언급도 있으며, 각각이 팔랑크스에 필적하는 크기라고 한다.[27] 막대한 손실이긴 했으나 길리먼이 테라로 진군할 때는 원래 규모인 25만을 넘어서는 대군세로 되려 숫자가 불어난다.[28] 로가는 이미 자신의 양아버지인 코르 파에론과 스승 에레부스가 자신의 주변인이라는 점을 내세워서 자신은 찬밥 취급하고 둘이서 쑥덕대며 군단을 멋대로 운영함으로서 군단원들의 존경을 자기들만 독차지하는 상황을 불쾌하게 여겼기에 이런 하극상 행위를 당연히 좋아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정치 싸움은 취향에 안 맞았던 데다가 양부와 스승을 상대로 싸우는 건 더더욱 싫었기에 될 대로 되라며 손을 쓰지 않고 있었다. 상기한 대로 명령을 어기고 단독으로 돌진한 함선의 사례나, 칼스 전투에서 길리먼을 거의 죽일 뻔했지만 정작 길리먼의 목숨줄을 쥔 당사자인 코르 파에론이 멋대로 계획을 수정하고 길리먼을 타락시키려 들다가 역습을 당해 일을 잡치는 등 부하들이 자신의 명령을 무시하고 멋대로 굴었다가 말아먹는 경우가 발생해도 그저 방임하기만 했다. 엘리파스에게 면박을 주고도 엘리파스를 대체할 인사를 임명하지 않은 건 이런 이유 때문.[29] 참고로 로가의 반역을 호루스에게 밀고한 자가 있었는데, 한때 워드 베어러 군단의 성녀로 추앙받았던 시리니 발레티온이었다.[30] 렉티티오 디비니타투스(Lectitio Divinitatus).[31] 대외적일 뿐만 아니라 진심인 듯하다. First heretic에서 이스트반V의 전투를 다루는데 여기서 최초로 진심을 다해 전사가 되어보겠다며 로가가 코락스에게 돌격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때 코락스가 자기의 반역을 비난하자 "...하지만 황제는 거짓말을 했어." "...우리를 속였다고!!"하고 소리친다.[32] 좀 더 정확하게는 그레이 나이트가 없는 미래[33] 사실 생귀니우스 같은 고결한 인품을 지닌 프라이마크를 제외한 대부분의 프라이마크들은 로가를 깔보거나 얕잡아보고 있었다. '그래도 최소한 쟤보다는 내가 낫지'라고 여겼을 정도였으니.... 로가 자신도 형제들이 겉으로는 자신과 무난하게 지내도 속으로는 '아버지가 하지 말라는 짓을 기어이 고집 피우면서 했던 미련한 놈, 광신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놈'이라고 비웃고 있었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고는 있었다.[34] 사실 여기서 로가는 길리먼을 놀린 것으로, 저 전산장애는 워드 베어러가 칼스의 행성 방어망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계략을 펼쳐서 벌어진 일이다. 즉 전산장애가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건 로가가 한 짓이 맞았다. 그러나 시침 뚝 떼고 길리먼을 골려먹고 있었던 것.[35] 훗날 부활하여 제국 섭정으로 복귀한 길리먼은 이 일을 '아버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회상했다. 이전에도 길리먼은 어지간한 책은 일단 읽어보고 판단해야 되지만, 렉티티오 디비니투스만큼은 읽을 가치가 없으니 당장 폐기하라고 주장한 바 있었는데, 이것은 로가와 길리먼의 가치관이 상이하다는 증거기도 하다.[36] 원문으로 정말 'your motherless bastards'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썼다. 참고로 길리먼은 프라이마크 중에서도 양부 코너 길리먼 외에도 유모 겸 계모 타라샤 에우텐까지 있었던 희귀한 사례다. 그 때문에 프라이마크들 중에서도 패드립을 마음놓고 날릴 수 있었다.[37] 출처[38] 대사 자체도 대놓고 로가가 쓸모없다고 비하하는 표현이긴 하지만 전후사정을 알고 보면 더 엽기적인데 당시 패러스는 의도치 않게 로가의 도움을 받아버렸고 이에 대해서 자신의 작업장에 초대해 직접 만든 일루미나룸이라는 크로지우스를 선물하는 상황이었다. 즉 전에 도움받은 것에 대해 고맙다는 표현 하나 없이 고깝다는 의도를 대놓고 표현하면서 도움 준 대가로 닥치고 선물이나 받아가라는 상황이다. 로가 입장에서는 도움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쓸데없다면서 욕먹는 셈이다.[39] 에레부스의 공이 큰 호루스, 그런 호루스에 영향력, 뒷공작 등에 의해 뛰어든 펄그림, 페투라보, 마그누스. 그냥 황제가 싫어서 반역에 끼어든 모타리온, 앙그론, 커즈. 뭔 생각인지 자체를 알 수 없는 알파리우스.[40] 라약은 로가가 호루스를 암살하고 그 자리를 차지할때 펄그림을 진명으로 공격하는 엄중한 임무를 맏았으나 로가를 배신한다.[41] 사실 코르 파에론의 속마음과 본질에 대해서는 로가도 이미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에론을 방치한 이유는 '전도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파에론의 그늘뒤에 있는것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깨달은 파에론은 '이제 카오스 신들의 신임을 얻었고 목적도 어느정도 이룬 로가에게 나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닐까? 로가가 나에 대해서 무관심으로 대하기 시작하면 나는 어떻게 권력을 유지한단 말인가?'하면서 두려움에 빠지게 되었다.[42] 콜키스에서 지냈을때도 전권을 전적으로 자신의 양아버지 코르 파에론에게 위임했었고 그림자 성전 당시에도 코르 파에론이 사실상 군을 통솔하다시피 했다.[43] 다만 그림자 성전 당시의 로가는 앞서 이스트반 V 학살사건에서 코락스에게 개털린 뒤 분기탱천하여 카오스의 힘을 팍팍 뿜어대던 시기였으니만큼 앙그론이 본 로가의 전투력이 본래의 타고난 전투력이였을지는 다소 의문이다. 실제로 소설 Aurelian에서는 마그누스가 워프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뿜어대는 로가에게 "(이스트반 V에서) 코락스랑 싸우고 난 뒤 자네가 좀 변한것 같다. 항해에 지장을 주게 생겼으니 자제하라."고 권고하는 장면이 있다. 이렇게 옥신각신하다 마그누스랑 말싸움이 붙고 로가가 그를 모욕하자 마그누스가 "그만! 그렇게 니가 잘났으면 니가 봤다는 그 진리가 뭔지 말해봐라!"라고 소리치는데 "알겠다, 보여주지."라면서 시작되는 로가의 회상이 소설 Aurelian의 내용. 카오스의 힘을 본격적으로 부리기 시작한 이 때부터 로가는 길리먼과의 결투에서 길리먼의 두상 부위를 일루미나지움으로 뭉개트리기도 한다. 문제는 그러고도 결판을 못내서 앙그론이 길리먼에게 대신 달려들었다는 점이지만.[44] 가령 악명 높은 페러스 메너스의 소설에선 저 프라이마크가 뭔 지나가던 잡사이커의 정신 공격에 유효타를 먹기도 한다.[45] 이 군단원이 후에 드레드노트에 안치되는 소르 탈그론이다. 드레드노트에 안치된 후엔 워몽거로 불리는데 아직도 호루스 헤러시가 진행중이라고 믿는 걸 빼면 제정신을 유지하던 인물이었으나 네크론 로드와 싸우다 전사하게 된다.[46] 게다가 프라이마크들이 자신의 이런 능력을 모르는것도 아니였다. 라이온은 임페리움 세쿤두스를 창설한 길리먼이 혹 황제를 제치고 자기가 옥좌를 차지하려는 역심을 품고 있는건 아닌가 의심해서 길리먼의 진의를 슬쩍 떠보았으나 길리먼은 라이온이 자길 의심한다는건 꿈에도 생각 못한채 인류 전체를 위해 봉사하고픈 마음밖에 없음을 솔직하게 고백했고 이에 라이온은 자신이 길리먼을 오해했었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껴서 자신이 남을 잘 못믿고 스스로를 고립시킨다며 한탄했는데 이에 길리먼이 그래도 형제님도 모든 이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지 않느냐며 위로하려 하자 길리먼의 말을 중간에 칼같이 자르며 그것은 다른 것이라며 자신에게도 주변을 감화시키는 패시브가 있음을 인정한 바 있고, 앙그론 또한 자신이 프라이마크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에게 절대 복종하는 군단원들을 고깝게 보고, 반대로 자신이 프라이마크래도 아닌건 아니라고 당돌하게 따지는 인원들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등 자신에게 그런 패시브가 있음을 인지하는 대목이 있었다.[47] 유일하게 모타리온은 자기 부하였던 타이퍼스에게 통수를 맞긴 했으나 타이퍼스가 너글의 신자가 되어서 정신머리가 뒤틀려진 상태였음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로가의 부관은 심지어 제정신으로 로가에게 통수를 날렸기 때문.[48] 황제가 프라이마크들을 다 써먹은 뒤 숙청하려 하는 이유들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아예 갓난아기 시절부터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철저하게 황제에게 절대복종하도록 키워냄으로서 영원토록 절대로 황제를 배신하는 일이 없는 영속자로 만들어내려 했으나 우주 전역으로 날아가버림으로서 그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 비록 다시 마주한 순간만큼은 어떻게든 감화시킬 수 있었겠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했고 심지어 앙그론이나 커즈처럼 아예 제어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망가진 경우도 있다보니 놔두면 황제 자신에게 위험으로 돌아올 가능성만 높았기 때문이였다. 유일한 성공 사례 하나를 제외하고는...[49] 부활 이후, 공을 세운 부하를 불러내서는 상으로 귀한 무기를 하사하는데, 그냥 쥐어주는게 아니라 매우 고급진 보관함에 담아두었다가 그 부하의 눈 앞에서 조심스럽게 열어보이면서 '네가 정말 훌륭하니 너를 믿고 이 위대한 무기를 너에게 친히 하사하노라'라는 투로 띄워주면서 사람 좋은 미소까지 지어보이는 등 그야말로 극한에 달한 레벨의 접대로 부하를 환대해주었고 심지어 부하가 자기 분위기에 부담을 갖지 말라고 프로젝터를 자기 갑옷 위에 부착해서 갑옷이 아닌 화려한 의복을 걸친 것처럼 연출까지 해두었다. 단순 합리성만 따진다면 그냥 수고했다는 감사 편지를 담아 당사자에게 발송만 해줘도 될 일을(그리고 이정도만 해 줘도 대부분의 마린들은 프라이마크님이 날 보셨어라며 감격스러워할 것이다.) 충성심 고취를 위해 일부러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연출한 것으로, 당연하지만 그 부하는 살아있는 반신님께서 자신을 극찬하며 최고의 무기를 엄청 멋진 연출과 함께 하사하며 이 순간을 위해 신경써서 잘 차려입고 나오신(물론 전술했듯 홀로그램으로 가린 것일 뿐이지만 이 역시도 시간을 들여 신경써준 것이기에) 황송한 대접에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감격해서 충성심이 대폭발했다. 이게 별거 아닌거 같아도 의외로 중요한 행위인게, 라이온 엘 존슨도 평소에 이런 행위를 전혀 하지 않는 편이였는데 어느날 가장 가까운 부관이였던 루서에게 자세한 전후사정 설명도 없이 대뜸 모성 관리직으로 보내버리자 루서가 프라이마크께서 자신을 버렸다고 착각해서 타락하는 계기로 이어진 사례도 있는 만큼 의외로 중요한 행위로, 다름아닌 황제도 이 방법을 사용해서 프라이마크들의 충성심을 고취시키곤 했다. 가령 모든 프라이마크들과 군단들을 불러다놓고 상당히 거창한 '울라노르 성전식'을 기획했었는데, 실제로 이후 황제는 이에 대해 '이들은 명예라는 실재하지도 않는 존재를 먹이인양 받아먹는다'며 자신이 이런 '비합리적인' 행사를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주최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다르게 보다면, 그만큼 길리먼이 모든 프라이마크들을 통틀어서 황제의 의지와 행동양상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프라이마크라는 반증인 셈.[50] 아바돈은 호루스가 전사한 것이나 반역파들이 패배한 이유도 카오스가 만악의 근원이라 믿고 있는 관계로 카오스 신들의 축복을 현재까지도 거부하고 있다.[51] 앞에서는 성씨로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동양권에서도 성명 특히 성씨에 직책명을 같이 붙여(예: 김 부장) 부른다는 것을 생각해보자.[52] 저 말을 한 군단원은 정작 로가의 앞에서는 주인님이나 주군 등의 표현을 쓰며 정중하게 불렀다. 물론 당사자 앞에서까지 그렇게 무례하게 굴어서 불만을 사면 자신만 손해니까 어쩔 수는 없었다만.[53] 당장 영어권에서 개한테 물어와! 할 때 어떤 단어를 쓰는지 떠올려보자.[54] 4대 문제아 프라이마크인 이른바 '앙커모페'로 불리는 앙그론, 커즈, 모타리온, 페투라보조차 로가보다는 자기 아들들에게 관심을 많이 줬다. 모타리온은 잔정이 지나치게 많아서 오히려 문제가 될 정도였고, 커즈는 대부분의 아들들을 혐오했지만 그럼에도 총애하는 아들들은 나름대로 아끼고 총애했고, 앙그론과 페투라보는 자기 아들들을 대상으로 학대나 학살을 일삼는 등 좋은 방향으로서가 아닌 나쁜 방향으로서 관심을 주었다는 문제가 있긴 있었으나 어찌되었건 관심을 주기는 줬었고 그래서 휘하 군단원들은 어떻게든 아버지의 총애를 받으려고 노력했었다. 로가 만큼이나 자기 아들들에게 관심을 안 준 프라이마크는 라이온 엘 존슨이 있는데 그나마도 라이온은 나름대로는 아들들을 아끼고 사랑했지만 선천적으로 사회적인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보니 그걸 제대로 표현하지를 못했을 뿐이며 40k에 복귀한 이후에는 자신의 결점을 깨달고 이를 후회하고 반성하면서 선천적으로 결여된 자신의 사회 능력을 나름대로 극복하고자 무던히 애를 써서 아들들과 어떻게든 정상적인 방식으로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55] 그러나 로가의 이런 믿음과는 반대로 갈 보르박을 제외한 후대의 포제스드 마린들은 절대로 악마와 공존하지 못하고 조종당하는게 일상이다. 갈 보르박이 특출나게 정신력이 강하고 후대의 포제스드 마린들이 그보다는 정신력이 약해서 그런 것일수도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정말 로가가 말한대로 카오스 신들이 신도들과의 공존을 추구한다면 자기 휘하 악마들이 신도들을 일방적으로 조종하지 못하도록 막아줬어야 정상이다. 로가의 말이 맞았든 틀렸든 진실은 로가가 알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뜻.[56] 악마는 빈정거리기도, 로가를 현혹하려 하기도 하는데 그 때마다 로가가 한마디씩 하면 악마(에 빙의된 펄그림)는 피를 토하면서 쪽을 쓰지 못하고 당했다.[57] 사실 호루스의 성격상 주변 사람들을 강압적으로 아우르는 편은 절대 아니였다. 부하인 아바돈이 자신의 의견에 대놓고 악을 쓰면서 반대를 해도 화 한번 안내고 차근차근 설득시킬 정도로 '모두의 조화'를 추구하는 유화한 리더쉽을 지닌 성격이였다.[58] 에레부스코르 파에론이 2인자 자리를 놓고 권력 다툼 내전을 벌였으나 에레부스의 승리로 끝남에 따라 워드 베어러의 분위기는 금새 안정됐으며 파에론의 편을 들었던 자들은 잔인한 형벌을 받았다. 소설 '고통'에 나오는 것처럼 세력다툼에서 밀려난 다크 어포슬을 팔다리 자르고 카오스 드레드노트(6판 이후에는 헬브루트로 대체된 병과)에 강제로 처넣는 일도 벌어진다.[59] 이 암살기도가 굉장히 비범한 것이, 이 당시 막 데몬 프린스로 승천해서 슬라네쉬의 궁전에서 한창 재미 보고 있던 펄그림을 진명을 불러 약화시키고 세뇌해서 장기말로 부리려고 했다. 정작 세뇌한 펄그림을 이끌어 공격을 지시했어야 했을 부관이 로가에게 회의감을 느껴 망설이디가 후술하는데로 호루스에게 털리는 걸 보고 펄그림의 세뇌를 풀고 자진해서 호루스에게 항복해서 망했지만.[60] 콘라드 커즈는 자신의 특출한 능력인 예지몽 때문에 고뇌하기도 했으며 자신이 다스리던 행성 노스트라모가 워낙에 개막장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기에[61] 정의감이 투철했던 자신의 성격과 충돌하는 현실의 상황에서 번뇌하고 괴로워했다. 결국 익스터미나투스를 밥 먹듯 해야 했고 그렇기에 어떤 면에서 여타 형제 프라이마크에게 외면을 당해야 했던 아픔은 있었지만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비운의 프라이마크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