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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쿰 | |
언어별 명칭 | |
<colbgcolor=#CCC,#191919> 한국어 | 로쿰 터키시 딜라이트 |
튀르키예어 | lokum |
영어 | Turkish delight Turkish jelly |
그리스어 | Λουκούμι (루꾸미)[1] |
불가리아어 | Локум |
아랍어 오스만어 | رَاحَة الْحُلْقُو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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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로쿰(lokum)은 튀르키예와 그리스 지역의 전통적인 젤리 형태 간식이다. 식감은 흔히 '옛날 제리'라고 불리는, 구멍가게에서 파는 것과 흡사한 느낌으로 젤라틴을 넣지 않아서 소위 '젤리'하면 떠올리는 쫀득한 탄성이 적은 편이다. 오히려 떡이나 카라멜처럼 부드럽게 씹힌다.[2] 맛은 그 자체로도 달지만 요즘에는 여러 가지 과즙이나 착향료를 넣는 경우도 많아서 먹는 순간 각설탕을 입안에 잔뜩 넣은 것 같은 강한 단맛을 느낄 수 있다. 단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한두 개 이상 먹기 어려울 정도.영어로는 터키시 딜라이트(Turkish delight)라고도 한다. '딜라이트'(delight)는 '기쁨'이라는 뜻도 있지만 '기쁨을 주는 것'을 뜻하기도 하는데, 튀르키예어 '로쿰' 역시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번역이다. 로쿰의 어원은 아랍어로 '한입'을 뜻하는 'لقمة'(루끄마)에서 비롯되었다. 오늘날 튀르키예에는 '로크마'(Lokma)라는, 튀긴 도넛에 꿀을 묻힌 과자가 있는데, 초창기의 로쿰은 이 로크마와 같은 모양이었다. 이후 로크마와 로쿰이 구분되면서 로쿰을 'راحة الحلقوم'(라하툴 훌꿈)이라 부르기 시작했는데, '입안의 행복'이라는 뜻의 이 이름에서 오늘날 루마니아어와 폴란드어, 보스니아어 이름이 갈라져 나왔다. 현재 튀르키예에서 부르는 '로쿰'이라는 이름은 'Lokma'와 'Rahat-ûl hulkum'의 합성어다.
2. 재료
본래 로쿰은 녹말과 물, 설탕, 레몬즙으로 만들어진다. 전통적인 방식은 젤라틴을 넣지 않고 녹말로만 굳히므로 떡 또는 묵과도 유사하다.[3] 젤라틴은 주로 돼지 가죽을 삶아내서 추출하기 때문에 이슬람을 믿는 튀르키예인들은 일반적인 젤리를 먹지 않으며, 소에서 추출한 젤라틴을 사용한다. 그래서 이슬람권에서 수입된 젤리 종류를 보면 '젤라틴(소)'나 '젤라틴(소고기 유래)' 같은 식으로 소 젤라틴임을 명시해 놓고 있다.전통적으로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매우 힘이 드는데, 그냥 재료들을 몽땅 냄비에 때려 박고 끓여서 걸쭉해질 때까지 하루 종일 주걱으로 저어준 다음 겉에 설탕 옷을 입혀가며 꼬박 3일 동안 굳힌다. 젤라틴을 이용하거나 물 조절을 잘하면 좀 더 빨리 만들 수도 있다.
오스만 시대부터 먹어온 전통적인 로쿰은 위의 재료만으로 만들거나 민트, 장미꽃물을 추가할 뿐이다. 물론 현대에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다. 주로 굳히기 전에 견과류를 섞어서 다양한 맛을 내는데 피스타치오나 호두, 아몬드, 헤이즐넛을 주로 쓰고 견과류 이외에도 말린 과일, 초콜릿, 호박씨를 넣기도 한다. 혹은 코코넛 가루나 견과류를 붙이는 등 겉면에 여러 재료들을 추가할 수도 있다.
그리스와 불가리아에서는 좋은 향이 나게 하기 위해 장미 꽃잎을 우려낸 물이나 마스티하(Μαστίχα)[4]라는 박하 비스무리한 향이 나는 향료를 사용한다.
3. 역사와 문화
15세기경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디저트로 무척 긴 역사를 자랑하나, 18세기 이전에는 꿀이나 당밀을 겉에 바른 밀가루떡에 가까웠으며 오늘날의 로쿰은 1777년경 이스탄불에 사탕 가게를 낸 '알리 무힛딘 하즈 베키르'(Ali Muhiddin Hacı Bekir)라는 사람이 처음 고안했다고 한다. 그는 이것으로 마흐무트 2세에게 훈장도 받고 황실 사탕 요리사라는 관직까지 받았다. 그의 가게는 현재까지도 남아 있는데, 시중에서 유통되는 공장제 제품들과 맛이 상당히 다르다. 튀르키예 커피나 차를 곁들여 먹는 것을 가정하고 만들기 때문에 견과류가 들어가지 않은 종류들은 꽤 단 편이다. 만약에 그냥 젤리나 사탕처럼 맨입으로 먹을 로쿰을 찾는다면 하즈 베키르보다는 건너편의 하프즈 무스타파가 더 나을 수 있다. 이쪽도 1860년대부터 장사한 오래된 가게이다.귈라치(Güllaç)라는 장미 맛 푸딩과 함께 대표적인 라마단 과자이다. 귈라치와 달리 연중 내내 주구장창 먹지만 특히 라마단 시기에 소비가 급증하는데, 만들 때 드는 시간과 비용이 상당했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때문에 마을 유지나 부자들이 로쿰을 한가득 만들어다가 이웃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적선하는 풍습이 있었다.
오늘날에는 로쿰을 만들어 먹는 사람은 없지만 로쿰을 사서 이웃들과 나눠 먹는 풍습은 지켜지고 있다. 또한 'Tatlı ye, tatlı söyle'(달콤한 것을 먹고 달콤한 말을 하라)라는 튀르키예 속담처럼 손님이 오면 홍차와 함께 내어주는 주요 다과 중 하나다.
4. 대중 매체에서
나니아 연대기의 두 번째 작품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 나오는데, 주인공 사남매 중 셋째인 에드먼드 페벤시가 옷장을 통해 나니아 세계로 처음 들어가 하얀마녀를 만나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에드먼드가 인간 아이라는 것을 알아챈 하얀마녀는 그의 환심과 경외심을 사기 위해서 마법으로 만든 따뜻한 음료를 대접하고 먹고 싶은 음식도 만들어주겠다고 꼬드긴다. 에드먼드는 로쿰[5]을 만들어달라고 했고, 하얀마녀는 마법으로 최고급 로쿰을 바로 만들어줌으로써 에드먼드를 완벽하게 낚았다. 마녀의 로쿰에 푹 빠져버린 에드먼드는 나머지 세 형제들을 데려오면 로쿰을 얼마든지 더 준다는 말에 홀랑 넘어가고, 이후 작품 중반부까지 배신자의 길을 걷게 된다.[6][7][8] 영화판에서 에드먼드 역의 배우 스캔다 케인즈는 이 장면을 찍기 위해 3갤런(약 11리터)의 로쿰을 먹어야 했다고 농담을 했는데, 실제로도 꽤나 상당한 양을 먹은 건 확실하다. #월트 디즈니 공식 단편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로쿰과 관련된 에피소드 "Turkish Delight"에서도 나온다. 배경도 튀르키예를 바탕으로 했다.[9] 이스탄불 저잣거리에서 로쿰을 팔려던 미키 마우스가 의도치 않게 근처 공예품 상인 도날드 덕과 악기상 구피의 장사를 방해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이다.
팔콘과 윈터 솔져에서 제모가 마드리푸어의 꼬마들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 로쿰을 주면서 꾀어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인터뷰에 의하면 바로 위의 나니아 연대기에서 하얀마녀가 에드먼드를 로쿰으로 꾀는 장면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리고 제모가 자기 아들이 제일 좋아했던 간식이라고 언급한다.
체코의 프라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이자 통역사 요네하라 마리의 자전적 에세이를 기반으로 한 소설 '프라하의 소녀시대'에도 등장하며, 한국어판에서는 터키 사탕으로 번역되었다. 당시 프라하에서도 대중적인 간식이었던 것인지, 학교 옆 구멍가게에서 무게 단위로 파는 것을 아이들이 사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세심한 독자라면 당시 체코슬로바키아 문화가 아이들의 군것질에 관대해서 아이들이 자기 용돈으로 군것질거리를 사 먹는 일이 많았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10]
튀르키예 사극 위대한 세기에서도 가끔 나오는데, 독살용으로 사용되었다. 일설에 의하면 오스만 제국의 태후 쾨셈 술탄은 자신의 손자 메흐메트 4세를 독이 든 로쿰으로 암살하려 했다고 하며 후속작에서 그 암살 시도가 묘사된다.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에서도 다소 뜬금없지만 잠깐 나온다. 바다의 패권을 쥐고 호화로운 생활을 만끽하는 헥터 바르보사가 자기 선실에서 악단이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며 집게로 하나씩 집어 먹던 간식이 바로 이 로쿰.
대항해시대 오리진에서 교역품으로 등장한다. 구매처는 코스탄티니예. 코스탄티니예에서 구매할 수 있는 유일한 명산품이고 수익이 쏠쏠해 알 베자스로 스타트한 유저들이라면 어쩔 수 없이 자주 구매하게 된다.
5. 기타
젤리빈은 여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로쿰을 콩 모양으로 만들어서 글레이즈 처리한 것. 실제로 로쿰을 더 달고 찐득찐득하게 만든 것에 가까운 맛이 난다.터키항공에서는 비행기가 이륙한 후 순항 고도에 이르면 준다.
튀르키예나 그리스에 가면 튀르키예 커피를 마실 때 한 조각 얹어준다. 커피가 쓰기 때문에 달콤한 로쿰을 조금씩 갉아 먹으면 어울린다.
웰빙 열풍으로 설탕을 줄인 '웰빙 로쿰(?)'도 나오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단 편이니 적당히 먹자.
국내에서는 이태원동을 통해서 구하거나 eBay 같은 해외 쇼핑몰에서 사야 했다. 종종 튀르키예 현지인이 운영하는 케밥집에서 같이 팔기도 했다. 다행히 인지도가 좀 늘어나면서 마트나 인터넷 매장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로쿰, 터키 젤리로 검색하면 된다. 수입처가 어느 정도 있다. 국내 홈플러스 매장에서도 테스코 상표가 붙은 초콜릿 안에 로쿰을 넣은 것을 파는 곳이 있는데, 이건 장미 향이 들어간 것이다.[11] 그리고 프루팁스라는 젤리가 있는데 전분이 들어가 있다. 가끔 슈퍼 등지에서 보이는 호박제리나 딸기제리도 전분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단맛은 덜하지만 비슷하다. 운이 좋다면 근처의 세계 과자점에서 구할 수도 있다. 다이소에서도 천 원~이천 원 선에서 팔고 있다. 다만 엄청난 단맛과 더불어 특히 장미 향은 향수나 비누를 먹는 느낌이라고 취향을 매우 타니 처음 접할 때는 맛보기용으로 조금만 사는 것을 추천한다.
홍차 한 잔에 각설탕 대여섯 개를 타 먹을 정도로 단맛에 중독된 튀르키예에서도 특히 단것을 좋아하는 흑해 지역 사람들은 거의 매일같이 먹는다. 흑해에서 가까운 사프란볼루에서 만드는 로쿰의 맛은 유독 좋아서 관광객들도 많이 사 가는데, 흑해 사람들은 한 번에 몇 ㎏씩 사서 쟁여놓고 먹는다. 그런데 먹는 방법이 좀 특이하다. 비스킷 사이에 끼워서 샌드위치처럼 먹는다. 이렇게 먹으면 단맛이 비교적 덜 느껴지기 때문에 안 물린다고 한다.
그리스에서도 키클라데스 제도 및 도데카니사 제도 관광지에서 Greek Delight라는 명칭의 특산품으로 팔고 있다. 보통 튀르키예와 인접한 로도스 섬, 미코노스 섬, 히오스 섬의 로쿰이 유명하다. 비슷하게 키프로스에서도 자국산 로쿰 포장에 Cyprus Delight라고 써붙인다. # 의외로 키프로스에서 생산된 로쿰은 지리적 표시제/유럽연합에 등록되어 상표권을 보호받는다. 참고로 그리스나 튀르키예제 로쿰은 등록이 안 되어 있다.
[1] 방언에 따라 Ραχάτ λουκούμι(라핫 루꾸미), 혹은 그냥 ραχάτ(라핫)이라고 부르기도 한다.[2] 국내에서 가장 비슷한 것을 꼽는다면 과편이나 종합제리 정도가 있다. 식감이 얼추 비슷한 편이다.[3] 한국의 과편(과일묵)이나 일본의 와라비모찌와도 레시피가 비슷하다.[4] 자일리톨에 첨가되어 있는 '매스틱'과 동일한 향료이다.[5] 영화로는 상술했던 명칭인 터키쉬 딜라이트(Turkish Delight), 번역본 소설에서는 터키 젤리로 번역되었고 DVD에 수록된 더빙판에서는 터키 과자로 나온다. 물론 로쿰 자체가 튀르키예 음식이기도 하고 젤리에다가 일종의 과자로 분류되는 것을 생각하면 둘 다 알맞은 표현이다.[6] 영화에서는 잘렸지만, 원작에 따르면 하얀마녀가 만든 음식에는 중독 마법이 걸려 있기 때문에 에드먼드가 그렇게 되었다는 설명이 붙어있다. 즉, 무작정 로쿰이 먹고 싶어서 형제들을 팔아넘긴 게 아니다. 그리고 로쿰뿐만 아니라 '내가 죽으면 너를 나의 후계자로 만들어주겠다'라는 말로도 유혹했다. 또한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일 때 영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식량 공급이 아주 절망적으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로쿰 같은 디저트는 구경하기도 힘들던 환경에서 어린 에드먼드가 넘어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심지어 당시 영국 아이들은 당근을 하드 아이스크림처럼 막대에 꽂고 빨아먹었을 정도였다.#[7] 물론 해당 당근은 우리가 아는 주황색 당근이 아닌 커다란 우엉처럼 생긴 설탕당근이며 그냥 먹는것이 아니라 서늘한 곳에 보관해 녹말을 당으로 분해하는 숙성 과정을 거쳐 먹었다.[8] 때문에 캐스피언 왕자 편에서 다시 나니아로 갔을 때 남매들 중 에드먼드만이 산타의 선물을 받지 못해서 일반 무기로만 무장한다. 원작에서는 이 일을 에드먼드 개인의 책임으로만 기술할 뿐 추가적으로 선물이 주어지거나 하진 않는다.[9] 에피소드별로 세계 각지를 배경으로 한 시리즈로, 서울 남산을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도 있다.[10] 프랑스나 스페인 같은 서유럽 문화권의 경우 아이들의 군것질이나 용돈에 엄격한 분위기가 강해서 부모가 아이 간식을 직접 준비해서 들려보낼지언정 아이가 가게에 들어가서 먹고 싶은 것을 사 먹는 것은 이상하게 보거나 어른과 함께 오라고 돌려보내기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11] 초콜릿 자체는 꽤 괜찮은데 안에 들어간 로쿰의 장미 향이 너무 강하다 보니 화장품 같은 향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