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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12 01:10:14

대여과기 가설

대여과기 이론에서 넘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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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역사3. 가설의 해석
3.1. 대여과기는 언제인가?
3.1.1. 이미 통과했다는 주장3.1.2. 다가오고 있다는 주장
4. 매체에서

1. 개요


대여과기 가설(大濾過器假說, The Great Filter hypothesis)이란 생물이 한계를 넘어 고도로 진화하거나 문명과 기술을 무한히 발전, 확장시키는 것이 어떠한 필연적인 이유(대여과기 또는 "그레이트 필터")로 인해 가로막혀 있으며, 따라서 우주의 모든 생명체는 한계에 이르러 멸망하거나 멸종할 가능성이 크다는 가설이다. 이는 페르미 역설에 답하는 후보 가설 중 하나로 인용된다.

2. 역사

페르미 역설이란 1950년대 우주의 크기와 나이가 보다 확실하게 측정되었을 때 엔리코 페르미가 던졌던 의문으로, 우주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인간 못지않은, 또는 인간보다 더 우수한 지적생명체가 우주의 다른 행성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고 지구 밖에 고등한 외계 문명이 반드시 존재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어째서 단 하나도 인류와 접촉하지 못했느냐, 가능성이 무한한데 왜 하나도 보이지 않느냐'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페르미 역설에는 '이미 외계인은 지구와 접촉했다'는 설, '모종의 이유로 직접 접촉이 아닌 간접 접촉만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는 설, 동물원 가설 등 여러가지 해답 가설이 제시되었는데(페르미 역설 문서 참조), 대여과기 가설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부정적인 가설로, 외계 문명과 접촉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답을 제시한다.

이는 영국의 물리학자 로빈 핸슨이 저서 'The Great Filter - Are We Almost Past It?'에서 "인류가 관측 가능한 우주에서 외계인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사실 이전에, 지적생명체의 발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제창되었다. 브라이언 콕스는 페르미 역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One solution to the Fermi paradox is that it is not possible to run a world that has the power to destroy itself and that needs global collaborative solutions to prevent that.”
"페르미 역설에 대한 해답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세계가 존속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협력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발전한 행성 문명은 우주의 다른 공간에 진출하는 카르다쇼프 척도의 가장 높은 등급에 도달하기 전에 반드시 자멸한다고 추측했다. 행성 문명의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적인 에너지 자원의 사용인데, 우주를 자유롭게 탐사할 정도로 고도의 에너지 기술을 갖게 되면 그 기술은 반드시 자신들이 일구어 놓은 문명 전체를 파괴할 수준의 위력을 갖게 되며 이 때문에 발전된 지적 생명체라도 멸망하고 만다는 것이다.

칼 세이건 역시 대여과기 가설과 유사한 이야기를 한 바 있는데, 그는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찾아온다고 해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매우 평화롭고 이타적이며 질서 있는 문명이 아니라면 발전 단계에서 이미 자신의 문명을 파괴하여 자멸하고 말았을 것이며, 은하를 넘어 지구에 방문할 정도의 기술을 유지하고 있는 외계인이라면 평화로운 존재임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3. 가설의 해석

페르미 역설의 답을 제시하는 가설 가운데서는 어둠의 숲 가설과 입장이 유사하다. 어둠의 숲 가설과 대여과기 가설은 모두 생명체의 존재가 필연적으로 진화 과정에서 한정된 먹이나 서식 환경 등을 두고 생존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생존에 대한 본능은 생명체가 어느 정도 고등한 지적 생명체로 진화한 뒤에도 여전히 존재하며, 인간 수준의 지적 능력에 도달하더라도 여전히 부족한 자원을 두고 갈등과 전쟁 등이 발생한다. 어둠의 숲 가설에서는 이러한 폭력성 때문에 충분히 발달한 외계 문명이라도 다른 문명에게 노출될 것을 우려하는 때가 오고, 자신들의 존재를 숨기게 되므로 지구에서 외계인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설명한다.
파일:대여과기.png

한편, 대여과기 가설은 '대여과기(Great filter)'라는 가상의 장애물, 필터를 설정한다. 이 필터는 생명체의 진화와 문명 발달이 특정한 수준을 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단계로, 이를 극복하고 통과해 내면 다시금 크게 발전 번영하는 안정기가 오지만 통과하지 못하면 그대로 멸종 소멸에 이르게 된다. 이 필터는 우주의 어느 행성, 어느 문명에건 반드시 존재하며, 극복해 낼 확률이 너무도 낮아 우주 대부분의 문명이나 생물들은 중간에 필터를 통과하지 못해 사라졌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것이다. 대여과기로 인해 관찰될 수 있는 외계 문명이 존속할 확률은 극단적으로 줄어들고, 이 때문에 인류는 아직 외계 문명을 하나도 만나지 못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여기서 필터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데에도 세부적인 예시들이 거론된다. 로빈 핸슨이나 브라이언 콕스가 예시로 든 필터는 생명체가 갖는 필연적인 이기심이다. 이기심이 없어지지 않은 채로 파괴적인 힘을 얻은 문명은 반드시 그 힘으로 스스로를 파괴하게 되고, 따라서 자멸한다는 것이다. 그는 마찬가지로 핵무기 등 파괴적 수단을 이미 갖고 있는 인류에게도 자멸하지 않기 위한 전 지구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에너지 혁명 단계에서 초래되는 계 내부의 변화(지구 온난화 등) 역시 대여과기의 다른 후보로 꼽힌다. 대여과기 가설은 이런 식으로 지적생명체의 발전에는 필연적인 붕괴 위기가 동반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우주에서 생물의 발생이 우연의 산물로 보기엔 얼마나 확률적으로 낮고 어려운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미 어느 행성에서 최초의 생물이 발생하는 자체도 너무도 어렵고 통과하기 힘든 관문이 된다. 발생한 생물체가 외부적인 환경의 변화 등으로 인해 멸종하지 않고 오랜 세월 버티며 거기서 더 높은 수준으로 진화를 이루어내는 것 역시 그러하고 하물며 인간 정도의 고등 생명체가 생겨나기까지 했다는 것 등은 그야말로 의지를 가진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개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할 정도로 엄청난 것이다.[1]

3.1. 대여과기는 언제인가?

다른 성간 문명과 접촉할 수 있을만한 성간 문명이 탄생하기 위한 과정은 크게 아래의 다섯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2]
  1. 무생물이 스스로 복제하며, 생명이 되는 화학적 과정
  2. 단순한 박테리아 수준에서 벗어나, 고등한 여러 소기관들을 지닌 생물이 되는 과정, 특히 세포 내 공생이 일어난 과정
  3. 원시 생명체의 단세포에서 다세포로 바꾸는 과정
  4. 도구와 지성을 사용할 수 있는 종의 출현
  5. 자신들의 행성을 떠나 다른 행성/항성/은하계를 정복하는 과정
인류는 이 중 4개의 단계를 이미 통과했으며, 아직 다른 행성으로 진출하지는 못했으나 초창기 우주 개발이 이미 시작되었다. 인류가 대여과기를 이미 통과했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은 대여과기가 앞의 1~4단계에 존재하는지 마지막 5단계에 있는지에 따라 나뉜다.

3.1.1. 이미 통과했다는 주장

이 주장은 인류가 이미 통과한 1~4단계 중 하나 혹은 다수는 그 전 단계의 생명체들이 통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과정이고, 인류는 적어도 우리 은하에서 이 과정을 통과한 유일한, 혹은 거의 유일한 생명체라는 것이다.

대여과기가 1번 과정일 경우, 무생물에서 생명체가 탄생하는 것 자체가 극도로 희박한 확률이며 지구 외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은 없거나 극도로 희귀할 것이다.

대여과기가 2번 과정일 경우, 우주에는 원핵생물 수준의 외계 생명체는 여러 곳에 존재하더라도 진핵생물은 지구 외에 없거나 극도로 희귀할 것이다.

대여과기가 3번 과정일 경우, 우주에는 진핵생물 수준의 외계 생명체는 여러 곳에 존재하더라도 다세포 생물은 지구 외에 없거나 극도로 희귀할 것이다.

대여과기가 4번 과정일 경우, 우주에는 동식물로 가득한 행성은 여러 곳에 존재하더라도 지적 생명체는 지구 외에 없거나 극도로 희귀할 것이다.

그 중 대여과기 수준으로 어려운 과정이 몇 개일지, 어느 것에 해당할지는 지금으로서는 추측하기 어려우며, 인류가 우주를 본격적으로 탐험하고 여러 외계 행성에서 외계 생명체의 사례를 확인한 이후에나 알 수 있을 것이다.

3.1.2. 다가오고 있다는 주장

반면 5번 과정이 대여과기라는, 즉 지적 생명체가 탄생했더라도 기술 문명을 발전시켜서 성간 여행이 가능한 우주선을 개발하는 것의 성공 확률은 희박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 주장대로라면 인류 이전의 지적 생명체들은 모두 자신이 태어난 행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멸종되었을 것이고, 인류 또한 태양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멸종할 가능성이 높다.

1~4번 단계에서 찾아올 수 있는 우주적 재앙들과 달리 5번 단계에 대여과기가 존재한다면, 이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지적 생명체가 스스로 재앙을 불러와서 자멸하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즉, 문명의 멸망은 문명의 탄생에 따르는 필연적인 결과라는 점이다.

5번 단계에서 존재할 수 있는 대여과기의 후보가 될만한 후보는 아래와 같다.
특히 기후 변화의 위협이 더 높아졌는데 2050년 정도는 돼야 찾아올거라 예상했던 기후 재앙이 너무나도 빠르게 징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 이러한 기후 변화는 인류 문명 자체에도 상당히 위협적인데, 1차적으로 식량난과 유통난등을 유발하여 기존의 국가 체제를 완전히 박살내며[7]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세계 주요 도시들은 대부분 물에 잠기게 된다. 기존의 기후 또한 매우 극단적으로 변해버리면 식량난과 겹쳐 거주 가능 지역도 매우 좁아지게 될것이다. 물론 어찌저찌 인류라는 종은 살아남을 수도 있겠지만 기후 변화로 완전히 박살나버린 지구 생태계에서 다시 문명을 일굴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
그나마 기술의 발전으로 지구 공학에 극에 달해 기후를 조작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지만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는게 문제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매우 안좋으며 기존에 조성됐던 국제 사회의 무드조차도 각국의 고립주의 내지는 각자도생으로 까지 진행되는 현재에는 더더욱 해결이 어려운 문제가 됐다.

4. 매체에서


[1] 당장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나 문명을 건설하고 지구를 지배한지는 고작 1만 년조차 안 지났으나 공룡은 무려 1억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구를 지배했으며 지금도 우리곁에 존재한다. 1억 년이라는 시간은 천문학적인 기준으로도 의미가 있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지막지한 기간 동안 문명을 건설할 수 있는 지적생명체는 나타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기술적 특이점 가설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수확가속의 법칙(Law of Accelerating Returns)은 후기에 등장한 생명체일수록 더 복잡한 형태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인간과 같이 복잡한 지능을 가진 지적생명체도 진화과정상 끄트머리에 가까운 나중에 등장한 생물체로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을 제시한 바 있다.[2] 물론 이는 외계 문명이 인류와 유사한 진화 과정을 거쳤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그러나 외계 문명을 실제로 발견하기 전까지는 인류가 알고있는 유일한 지적 생명체의 사례인 인간을 기준으로 추측할 수밖에 없다. 다만 물리학과 화학, 생물학의 발달에 따라 어느 정도 범위를 축소할 수는 있는데, 왜냐하면 우리 우주의 물리법칙상 생물이 안정적으로 발생 및 존재할 수 있는 범위가 어느 정도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이것만 해도 무지막지하게 넓긴 하지만). 이를테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결합이 안정적이고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탄소를 기반으로 한 생물들뿐인데, 주기율표상 탄소와 같은 14족 원소인 규소의 탄소와 닮은 성질로 인해 규소 기반 생명체의 가능성이 많은 학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으나, 이산화규소는 이산화탄소와 달리 웬만한 온도까지는 고체기 때문에 지구와 같이 안정적인 온도의 환경에서 규소 기반 생명체가 호흡작용을 하기에는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고, 이산화규소까지도 액화되는 높은 온도에서는 물이나 기타 규소화합물들이 전부 기체상태라 고형 조직구조를 이루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산소가 아니라 다른 물질과 산화-환원할 수도 있겠으나 원자번호가 올라갈수록 어렵고, 그나마 산소가 가장 쉬운 녀석이라 지구에서도 산소 호흡 생물이 보편화된 것이다. 따라서 생물로서의 효율성을 고려한다면 도저히 벗어나기 힘든 범위가 예측될 수밖에 없기에 현대 과학 또한 대체로 그 바운더리 안에서 외계 생물을 탐색하려 노력하고 있다. 시야를 극단적으로 넓혀보면 안정성의 섬 이론에 따른 초중원소로 이루어진 생태계가 존재할 가능성도 없진 않으나 이는 현대 과학의 상식을 벗어났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초상현상(超常現象)적인 이야기인데다 우리 우주에서는 굉장히 굉장히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존재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어지간해선 고려되지 않는다.[3] 소설 All Tomorrows에서는 이런 주장을 비틀어 수중 문명이 진화생물학에 통달해서 여러 동물들을 생체 도구로 진화시켜 기술 문명을 건설하는 이야기가 나온다.[4] 또한 실용적인 관점에서 봐도 물체의 속력이 광속에 가까워질수록 필요한 에너지가 과도하게 높아지므로(광속의 99%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90%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약 4.6배에 달한다.) 필요 이상의 시간 지연이 중요해질 수준의 속도는 사용되지 않고 오히려 냉동 수면 등의 기술이 보편적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5] 알큐비에레 드라이브웜홀 등등이 있으나 이마저도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특성의 물질을 요구한다던가 하는 조건이다. 초광속 이동이 상대성 이론인과율에 위배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6] 실제로도 인체는 중력 변화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큰 신체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에 우주 탐사에 매우 비효율적이다.[7] 현대 국가들중 식량 자급이 가능한 국가는 손에 꼽으며 그마저도 기후 변화로 인해 기존의 작물들 대부분이 재배하기 어렵게 된다. 게다가 유통이 어려워지면 물가 또한 폭등해버려 그 자급 조차도 소수의 상위층에게만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