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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08 19:30:27

스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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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어원3. 성립4. 지역별 발전사5. 여담

1. 개요

스파타는 엄격한 의미에서 로마 제국 시대 중반부터 서기 5백년 경까지 사용된 직선형 장검류를 말한다. 넓은 관점에서 보자면 아밍 소드가 등장하기 이전 시대의 장검류를 포괄할 수 있다. 길이는 대략 3 피트(1m) 안쪽.

2. 어원

이름의 기원은 긴 날붙이나 폭이 넓은 칼 따위, 혹은 길고 평평하게 생긴 물건[1]을 뜻하는 고전 그리스어 σπάθη (spathe)에서 유래했다. 정확히는 spathe의 도리스식 그리스 방언 σπάθα (spatha)[2]가 그 어원.

여담으로 σπάθη란 단어는 유럽 전역에서 도검을 뜻하는 용어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그리스어와 라틴어의 σπάθα (spatha)가 이탈리아어로 옮겨가면서 spada가 되었고, 이게 여러 로망스어군과 그와 언접한 언어들에게 전해져,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의 espada, 루마니아어의 spată, 알바니아어에서는 shpata로 그 흔적이 남는다. 스페인어의 에스파다는 또 프랑스어로 옮겨가면서 épée, 즉 펜싱의 종목을 뜻하는 단어인 '에페'가 되기도 한다.

3. 성립

전체적인 형상과 로마군에서 쓰였단 사실로 알 수 있듯이, 기원은 다름 아닌 로마군의 상징인 글라디우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글라디우스 자체가 서서히 길어진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시절의 글라디우스가 이전 아우구스투스 시절의 글라디우스보다 검신이 길어졌다는 기록과 실증이 존재하는 걸로 봐선 제정 초부터 길어질 조짐이 보였었다. 그러다 카라칼라 황제 때부터 확실히 기존 글라디우스에서 길이를 늘린 장검이 등장하여 기존의 것과 혼용되었으며, 처음엔 길이에 상관없이 당시 관습대로 글라디우스라고[3] 불려지다가 이윽고 스파타란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글라디우스의 도신이 점점 길어져서 스파타로 발전한 까닭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지분이 큰 이유는 제정 로마 중기부터 기존의 전술이 변화한 탓이다. 원래 로마군은 공화정 시절부터 테스투도라고 불리는 방패진을 펼치며 싸웠는데, 여러 병사들이 갑갑할 정도로 뭉쳐있는 방패진에선 장검은 오히려 휘두르기도 힘들고 자칫하면 옆의 전우를 찌를 수도 있는 거추장스런 것이었다. 때문에 테스투도의 전성기에는 로마군은 1미터가 안 되는 짧은 글라디우스로 만족했었다.

문제는 로마군이 상대하는 야만족들이 진법 훈련을 익혀 더 이상 로마군의 진형에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게 되었단 것이다. 심지어 야만족들이 로마군 못지않게 로마식 대형을 이뤄서 싸우거나, 진형 대열에서 갑옷 착용 비율을 대폭 올리거나, 기병 비율을 대폭 늘려 후방을 대량 턴 다음에 로마군이 대응하기 전에 도망가는 식[4]으로 테스투도를 무너뜨리기도 했다. 종국엔 테스투도진 파괴용으로 쐐기꼴 진형[5]을 시전하면서, 수백 년 동안 야만인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해온 레기오 테스투도 진형은 그렇게 파훼되고 만다.

이렇게 테스투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테스투도에 맞게 발달된 글라디우스론 일반적인 백병전 상황을 견딜 수 없었다. 1 미터가 안 되는 글라디우스를 든 로마 보병들은 켈트족이나 랑고바르드족을 비롯한 게르만 전사들이 휘두르는 장창과 장검에 쓸려나갔으며, 설상가상으로 제국의 경제 사정이 악화되면서 군비 지출의 저하로 군인 수도 갈수록 줄어든 탓에 로마 병사 한 명이 감당해야 하는 적들 수도 늘어났다. 때문에 로마는 백병전에 좀 더 유리하도록 글라디우스의 길이를 늘렸고, 이것이 스파타로 발전하게 되었다. 글라디우스와 함께 로마군이 애용하던 필룸도 크기가 작고 휴대가 편한 다트나 백병전에 보다 유리한 재블린으로 바뀌어갔다.

4. 지역별 발전사

4.1. 서로마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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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타를 들고 적을 향해 돌격하는 콘스탄티누스 1세의 기병대
서로마 제국의 스파타는 유럽 장검의 역사에서 뺄 수 없는 의미 깊은 도검이다.

서로마 제국은 분할 초기부터 수많은 적들과 싸워야 했다. 이들은 게르만족과 켈트족, 유럽 서쪽으로 진출하려는 훈족과 끝도 없이 싸우면서 자신들의 검을 발전시켰다. 덕분에 이들의 스파타는 장검으로 자신들을 무너뜨렸던 게르만족들에게 역으로 영향을 줄 정도로 성장했다. 예시로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나 저지 독일어[6] 지역에서는 철기 시대를 구분할 때, 서로마의 스파타에게서 영향을 받은 도검류를 기준으로 철기 시대의 초중후반을 가른다. 덴마크의 Nydam 늪에서 발견된 유물이 좋은 예다.

그리고 서기 4세기부터 8세기까지 지속된 게르마닉 철기 시대의 게르마닉 도검류도 스파타의 영향을 받으면서, 8세기부터 유럽을 공포에 몰아 넣은 바이킹 소드로 그 전성기를 맞는다. 즉 바이킹 소드도 로마의 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10세기에서 11세기쯤의 시작된 노르만 시대에서는 황혼기를 맞이한 바이킹 소드가 노르만 도검으로 변해간다. 중세 전성기(High Middle Age)에 이르러 등장하는 노르만 도검의 발전형이 바로 우리가 중세 장검으로 생각하는 아밍 소드, 기사의 장검이 된다.

아밍 소드는 훗날 사이드 소드로 발전하고, 이 사이드 소드가 레이피어로 발전하면서 스포츠의 형태로 현재까지 살아남았으니, 서로마 스파타의 계보는 현대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4.2. 동로마 제국

동로마 제국에서도 스파타란 이름과 양식은 그대로 이어졌다. 동로마의 스파타도 서로마의 스파타 못지않게 당시에는 고평가 받았다. 그러나 별에 별 형태로 빠르게 발전한 서로마의 스파타와 달리, 10세기까지도 동로마의 스파타는 폼멜이 굉장히 작아졌다는 것만 빼면 원형 그대로였다. 이는 동로마군에게 전투란 페르시아 제국이나 이슬람 제국, 몽골 제국[7] 같은 대제국과의 싸움을 의미했던 탓이 컸다. 이런 상대를 적성국으로 상정하고 군대를 발전시키다 보면, 검과 같은 개인 장비보단 현대의 기갑 역할을 했던 기병이나 대군을 막아줄 성벽 등에 투자 관심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8] 소규모 야만 부족과 시도 때도 없이 싸우느라 병사 개개인의 검술에 어느 정도 의존했던 서로마와는 상황이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이랬던 동로마의 스파타도 중세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게 된다. 서유럽의 기사 문화가 전파되면서 기사들의 검 또한 동로마군에 전파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아밍 소드를 든 서유럽의 십자군들에게 호되게 당하면서 그들의 검을 배우게 된다. 때문에 스파타는 폼멜이 납작해지고, 검신의 형태가 서서히 좁아지는 등. 동로마 말기 시점에는 기사의 아밍 소드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형태가 변한다.[9] 이렇게 아밍 소드 형태로 변형된 스파타는 튀르크인들에게서 받아들인 외날 곡도, 파라메리온과 혼용되기도 했다. 훗날 동로마 제국이 오스만 제국에 정복당해 멸망하면서 튀르크식 외날 곡도가 스파타를 밀어내고 남서유럽 도검류의 주류가 되었다.

5. 여담


[1] 갈비뼈라든가 노라든가 베틀의 북 등등[2] 꽃봉오리란 뜻도 가지고 있었다.[3] 글라디우스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애초에 글라디우스란 말이 라틴어로 '검'이란 뜻이다.[4] 이는 다름아닌, 로마 레기온이 그리스 팔랑크스를 파훼할 때 꺼내든 해법 중 하나였다! 로마 레기온은 그리스 팔랑크스보다 경장이고 행군 속도도 빨라서 이걸 해낸 반면, 게르만족은 하마 보병 및 기병을 대폭 늘려 기동성을 향상하여 해냈다는 차이밖에는 없다.[5] 중세 기병이 즐겨썼던 대형이지만, 원래는 고대 말기 게르만족 보병 및 후기 로마군이 애용하던 대형이었다.[6] 독일 북부, 네덜란드[7] 이쪽은 직접적으로 싸우진 않았고, 대치만 했다. 오히려 나중에는 서로 우호적으로 대하기도 했다.[8] 중국의 개입을 대비하는 한국군이 현대의 예시다. 기갑과 포병 전력이 기형적으로 발달했지만 보병 장비는 냉전 시대에 머물고 있다.[9] 이런 형태의 스파타를 스파티온이라고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