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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23 16:53:55

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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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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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비가공 식품 및 재배물 틀: 고기 · 곡물 · 과일 · 채소 · 해조류 · 향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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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상세

1. 개요

향신료의 일종으로 학명은 Zanthoxylum piperitum. 제피(경상도, 제주도), 지피, 젠피(전라도), 조피(이북), 남추, 촉초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Sichuan pepper라고 하는데 쓰촨 후추라는 뜻이다.

2. 상세

초피나무는 무환자나무목 운향과 초피나무속 낙엽관목이다. 원산지가 중국 쓰촨 지방이기 때문에 에서 온 향신료라는 뜻으로 '촉초'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국에서 '화자오'(花椒)라고 부르며, 초피나무 자체는 일본화자오(日本花椒)라고 부른다.[1] 산초(Zanthoxylum schinifolium)와는 친척으로, 열매만 보면 아주 비슷하게 생겨서 그놈이 그놈 같을 정도. 일본에서는 초피를 산초라 부르기 때문에 더욱 혼동된다. 산초는 기름을 만들 수 있지만 초피는 직접적으로 짜내서 기름을 만들 수 없다. 초피기름은 다른 종류의 기름에 초피를 첨가해 끓여 만든다. 산초와 초피는 가시가 마주 났는지, 아닌지로 구분이 가능하다. 중국의 경우 Zanthoxylum bungeanum, Zanthoxylum armatum, Zanthoxylum simulans등도 사용한다.

초피의 맛은 '매운맛'이라기보다는 '얼얼한 맛(마痲)'이라고 한다. 마파두부의 다섯 가지 맛(랄ㆍ향ㆍ색ㆍ탕ㆍ마)[2] 중 '마'가 초피의 얼얼한 맛을 가리키는데, 하이드록시 알파 산쇼올(hydroxy alpha sanshool)[3]이 주 요소이다. 맛은 '비누맛이 난다'고 처음 먹거나 거부감이 드는 사람들은 그럴 정도지만, 보통 '얼얼한 맛'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좀 많이 뿌린 음식을 먹다보면 입술이나 혀, 입천장을 비롯한 입안 여기저기가 저리고 얼얼한 걸 느낄 수 있다. 위키피디아의 표현이 매우 적절한데, '입안에서 50헤르츠 진동'을 일으키는 느낌이라고 한다. 마파두부 이외에도 중국 사천 요리에 특히 많이 들어가는 향신료이다. 이름에 마라라고 붙은 요리는 십중팔구 초피가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물론 마라탕에도 초피가 많이 들어간다. 마라탕 특유의 얼얼한 맛과 독특한 풍미를 내주는 재료가 바로 이것.

중국에서는 조금씩이라도 거의 안 들어가는 음식이 없다시피 한데, 특히 쓰촨지역에서는 더 얼얼한 화자오인 마자오(청화자오)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메뉴판에 딱히 '마' 하다고 표시되지 않은 음식들도 묘한 마자오 향에 처음엔 갸우뚱하게 되는데, 중국에서 痲 자가 들어간 요리를 메뉴판에서 봤다면 한국에서 먹는 마라탕 정도로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한국 마라탕은 현지 마라탕에 비하면 대단히 순화된 맛이다. 초피 향이 식재료 고유의 향을 다 잡아먹는 음식인 경우가 많으므로 '마'한 수준을 조절할 수 있는 식당이라면 제일 낮은 단계부터 도전해보자. 마라탕집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마' 기름을 무난히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닌 이상, 인상이 절로 찌푸려질 것이다. 깻잎을 아무렇지 않게 먹는 한국인들에게 고수(썅차이)는 먹다보면 적응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중국의 제대로 '마' 한 요리들은 몇 년씩 살아도 몇 젓가락 못 먹는 사람이 태반.

보통 중국요리 관련 향신료로 여기는데, 한국에서도 후추가 들어올때까지 여러 용도로 쓰였다. 과거에는 고추의 역할도 초피가 대신했다. 고추가 들어오기 전에는 초피로 김치의 맛을 내기도 했다. 초피를 많이 쓰는 지리산 근방 지역은 근래 까지도 고추가루를 빻을 때 초피(혹은 산초)를 넣곤 했고, 이 지역에선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직도 김장을 담글 때 초피를 넣는 경우가 있다.[4][5] 경상도에서는 배추김치에도 쓰지만 부추김치와의 잘 어울리는 향신료이다. 부추김치를 담을 때 소량 넣으면 입맛을 돋구는 강렬한 풍미를 낼 수 있다. 또 역시 경상도에서 주로 먹는 삭힌 콩잎장아찌에도 초피를 양념으로 약간 넣으면 콩잎의 꼬리한 냄새와 어울려 조화를 맛을 돋군다.

경상도 추어탕이나 메기매운탕과 같이 민물고기 요리에서는 빠질 수 없는 양념. 경상도 추어탕의 가장 큰 특징이 초피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경남권에서는 추어탕이나 매운탕을 먹을 때 초피를 넣을 뿐 아니라 역시 향이 강한 들깨잎이나 배초향[6]까지 얹어서 먹는다. 그래서 경상도 사람이 타 지역의 추어탕이나 매운탕을 먹으면 비린내가 난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타 지역 사람들이 경상도의 추어탕을 먹을 때에는 특유의 향 때문에 손도 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영남에서는 심지어 '제피'잎을 고추장에 버무려 '제피지'를 담가 먹기도 한다. 제피의 쏘는 맛과 고추장의 다삭함(단맛)이 어우러지는 밥도둑 반찬이다. 제주 지역에서도 물회 등에 제피를 넣어 먹는 경우가 흔하다.

후추랑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맛은 물론이거니와 씨알 크기와 쓰이는 부위도 다르고,[7] 가루의 향 또한 다르다. 또한 초피를 먹으면 매운 것을 넘어 입안이 아리고 저린다. 서양권에서는 건전지를 혀에 대는 맛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후추와는 달리 씨앗 자체는 요리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 별 맛도 안나는데다 식감이 모래알을 씹는 듯해 매우 나쁘기 때문이다. 또한 후추는 목련군 후추과 후추속에 속하지만 산초와 초피는 장미군 무환자나무목 운향과 초피나무속에 속하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식물이다. 초피와 망고, 단풍나무,[8] 또는 사람과 돼지의 차이보다 크다.

돼지고기를 구워 먹을 때 된장매실청과 초피가루 아주 약간을 섞어 만든 양념장을 곁들이면 맛이 좋다고도 한다. 돼지고기를 거의 주식마냥 먹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향신료이기도 하며, 중국에서는 초피가루를 이용해 돼지고기를 숙성시키기도 한다.

생김새도 비슷하고 생물학적으로도 가까운 사이이지만 이름이 산초와 헷갈리게 된 것은 일본이 초피를 산초라고 부르기 때문이다[9]. 특히 일본의 수입 식재료에 山椒라고 들어오기 때문. 중국의 화자오(花椒: 마파두부, 마라탕 등에 들어가는 얼얼한 맛의 장본인), 한국의 초피, 일본의 산초는 같은 식물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일본에는 '작은 고추가 맵다'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山椒は小粒でもぴりりと辛い(산초(초피)는 알은 작지만 얼얼하게 맵다)는 속담도 있다.

, 레몬과 같은 운향과에 속하기 때문인지 입에 넣고 향을 음미하다 보면 레몬같은 상큼한 향[10]이 은은하게 풍기는 것이 특징이며, 신맛도 난다. 국산 초피는 신맛이 조금 더 강하고 중국산은 덜하다. 중국에서는 신맛이 덜하고 얼얼한 맛이 강한 초피를 높게 치지만 일본에서는 신맛이 강한 걸 더 상급품으로 여긴다. 지리산에서 키운 초피가 가장 신맛이 강해 일본인 상인들이 늦여름이 되면 미리 수매하러 온다. 경상도나 전라도 지역에서는 산지에서 야생으로 자생하기도 한다.


[1] 마자오(麻椒, Zanthoxylum bungeanum)라고 부르는 종류도 따로 있다.[2] 고추의 매운맛 랄(辣), 파나 마늘의 향기 향(香), 색깔의 조화 색(色), 열의 맛 탕(湯)[3] 山椒의 일본식 발음인 '산쇼오'에 알코올을 뜻하는 '-ol'을 붙인 거라고 한다.[4] 산간에 위치한 절에 가보면 여전히 초피 김치를 맛볼 수 있다.[5] 다만 김치가 숙성되면 초피의 맛이 사라져 일반 신김치처럼 된다. 그래도 김장을 담그자마자 먹으면 초피의 향이나 맛이 잘 살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엄청 좋아한다. 초피가 들어가냐 아니냐에 따라 고향의 맛이 결정된다고 할 정도.[6] 방아잎ㆍ방앳잎ㆍ방아풀 등으로도 알려졌다.[7] 후추는 씨앗 부분을, 초피는 씨를 감싸는 열매 껍질, 그리고 이어진 가지 부위까지 사용한다.[8] 둘 다 같은 무환자나무목에 속한다.[9] 한국에서 산초라고 부르는 Zanthoxylum schinifolium은 이누잔쇼(イヌザンショウ), 즉 개산초라고 불러 구분한다. 일본에서는 산초를 거의 먹지 않으며, 한국에서도 식용 식물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식용할 수 없거나 가치가 떨어지는 유사종에 개자를 붙이는 경우가 흔하다.[10] 레몬 등의 시트러스에 함유되어 있는 D-리모넨(D-limonene)이라는 성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