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痲醉 / anesthesia[美] / anaesthesia[英]마취는 약물 따위를 이용하여 얼마 간 감각, 혹은 의식을 잃게 하는 것을 말한다.
정확한 정의는 교과서마다 다르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약물에 의한 '가역적인(되돌릴 수 있는)' 중추신경계의 억제이다. 외상이나 대사 문제과 같은 기타 원인이 아닌 약물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당연하게도 마취가 끝난 후 의식이 돌아와야 하므로, 비가역적이어서는 안 되며, 중추신경계의 적절한 억제가 필요하다.
마취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은 무의식(unconsciousness), 기억 상실(amnesia), 진통(analgesia), 무운동성(immobility), 유해 자극에 대한 자율신경계의 반응 감소(attenuation of autonomic response to noxious stimulation)을 포함한다.
2. 역사
닥터프렌즈가 다룬 마취의 역사 |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은 증상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존재해왔고, 그중에는 당연히 환부를 도려내거나 꿰매는 등 상당한 통증을 유발하는 치료법이 존재하기 마련이므로, 그 과정에서 통증을 조금이라도 잊기 위해 마취법이 자연스럽게 발전했다.
또한, 환자가 고통에 몸부림치다 수술을 망칠 수도 있고, 고통이 심한 경우에는 쇼크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마취는 필수적이다. 화타가 마비산을 이용해서 마취를 했다고 전해지며, 급한대로 독한 술을 이용해서 재우거나 고통 경감을 하는 일도 자주 있었다고 하니[1] 마취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전통적으로 서양에서는 아편, 맨드레이크, 대마, 홉 등 다양한 약재들을 사용했으며 동아시아권에서는 버드나무, 아편과 대마를 주로 활용하고 침술도 썼다.
치과에서도 치아를 뽑을 때 엄청나게 아팠는데 19세기까지 서구권에선 그냥 이를 집게로 뽑았다. 이것도 그나마 양반인 게, 더 전에는 전문가나 의사가 뽑은 게 아니라 대장장이를 불러서 쇠 잡는 집게로 뽑았다고 한다. 덕분에 이 뽑는 날이면 사람들이 빙 둘러앉아 구경했다는 흠좀무한 기록도 있다.
치과의 마취주사는 무섭게도 쇠로 만들어져 있다. 정확히는 주사기라보단 주사를 끼우기 위한 피스톤에 가깝다. 속이 빈 피스톤 안에 마취주사 카트리지를 넣고 사용 후 갈아끼우는 식. 치과는 모든 환자에게 마취를 놓기 때문에 주사기를 너무 소모한다는 점도 있고, 잇몸은 뼈처럼 단단해서 다른 마취 부위에 비해 완력을 좀 써야 한다는 이유도 있다.
특히 치과 진료는 인간의 신체 중 세밀한 신경의 총집합이나 다름없는 구강을 다루는 진료이기 때문에, 마취를 필수 사항으로 꼽는다. 구강 문제를 방치할 경우 환자가 억지로라도 제 발로 치과를 찾아갈 정도로, 밤에 너무 아파서 잠도 못 이룰 정도로, 입 안은 매우 매우 세밀한 신경이 몰집해 있는 부분이다. 진화적으로 너무 당연한데, 음식을 섭취하는 기관인 구강에 문제가 생길 경우 생존 자체가 흔틀리기 때문이다. 아주 조금이라도 딱딱한 이물질을 씹으면 사람은 즉시 이를 감지할 수 있다. 치아 자체는 상당히 단단한 조직이나, 사람은 설령 혓바닥으로라도 이를 건드릴 경우 그 느낌을 미세한 신경으로 감지할 수 있다. 치아의 신경을 아예 들어내버려서 감각을 영구적으로 지우는 치료는 신경치료라고 부른다.
1842년 미국의 의사 크로포드 롱은 에테르를 마신 사람이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아픈 내색을 안 하는 것을 신기하게 여겨 에테르를 이용한 무통수술을 시도해보게 되었다. 크로포드 롱은 환자에게 에테르를 적신 수건을 대서 마취를 시킨 후 목에 있는 혹을 잘라냈는데, 환자는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최초의 무통 외과 수술) 이후로도 여러 차례 무통 수술을 했지만 세상에 알리지는 않았다.
한편 1844년 미국의 치과의사 웰스는 웃음 가스 파티에 갔다가 본인이 다리에 상처를 입었음에도 아프지 않은 것에 착안해 본인이 직접 가스를 마시고 동료에게 이를 뽑게 했다.(최초의 무통 발치 시술) 웰스는 이후 15명에게 같은 방법을 무통 발치를 성공하였고, 후배 치과의사이자 하버드 의사들과 인맥이 두터웠던 모튼에게 효과를 검증해줄 권위 있는 외과의사를 소개해달라고 한다. 이에 모튼은 외과과장 워렌을 소개시켜주고, 1845년 공개시연을 하였으나, 마취제의 양이 부족해 환자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실패하고 만다.
한편, 이 시연을 지켜본 모튼은 마취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화학자 잭슨으로부터 에테르에도 마취효과가 있음을 전해 듣고, 마취제로 에테르를 사용하기로 한다.
1846년 10월, 모튼이 직접 에테르를 이용해 마취시연을 했고, 외과과장 워렌은 환자의 턱에 있던 종양을 잘라내는 데 성공한다. 이는 학회지에 실렸고 곧 전세계로 퍼지게 되면서 같은 해 영국에서는 에테르를 이용한 다리 절단수술에도 성공하게 된다.
본격적인 마취제는 1847년에 영국에서 발명된 클로로포름이었다. 영국의 산부인과 의사 제임스 심슨(James Young Simpson, 1811~1870)이 에테르를 사용해서 최초로 무통분만을 시험했다. 1847년 후반에 클로로포름이 마취 효과가 좋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출산 시 고통을 줄이기 위한 투사로 나섰다.
1853년, 산부인과 의사보다는 공중보건 문제를 해결한 사람으로 현대에 널리 알려져 있는 존 스노우는 빅토리아 여왕이 레오폴드 왕자를 분만할 때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여왕이 클로로포름 냄새를 맡게 함으로써 통증없이 분만을 유도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에 대하여 이 효과에 만족한 빅토리아 여왕은 베아트리스 공주를 낳을 때도 클로로포름을 이용한 무통분만을 또 다시 시행하여 좋은 결과를 얻음으로써 클로로포름 마취법은 널리 확산되게 됐다.
제임스 심슨이 마취를 의학적 처치에 적용하려고 할 때, 수많은 반대에 부딪혔던 바 있다. 아일랜드,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지의 산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마취시술에 대한 반대가 있었다.
필라델피아의 제퍼슨의과대학에서 40년 동안 교수로 지낸 찰스 D.메이그스는 마취가 산모에게 끼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아기가 산모의 몸에서 나오는 데 필요한 힘과 산모의 고통 사이에는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고 여겼고, 마취의 영향으로 산모가 의식을 잃었을 때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실제로 현대에도 경막외 마취를 하면 산모가 힘을 줄 수 없어 분만이 길어질 수도 있다. 전문의들의 지적은 그 나름의 근거를 갖추고 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기독교계에서 '여성이 분만할 때 잉태의 고통을 받는 것은 하느님의 섭리'라는 이유 때문에 조직적으로 마취제를 반대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었지만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이 문제를 철저히 연구한 의사이자 역사학자인 A.D.Farr는 1980년 Anaesthesia라는 저널에서 "교회가 조직적으로 마취를 반대했거나, 개개인들의 반대가 만연했었다는 점에 관해서도 뾰족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말했다. Farr는 연구를 거듭한 결과, 종교적 이유로 마취시술을 거부하는 환자들이 나올 것을 우려한 심슨이, 환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근거를 미리 마련해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편견이 널리 퍼진 이유는 19세기 과학과 종교의 대립관계로 역사를 관찰한 드레이퍼나 화이트 같은 학자들이 그들의 저서에서 출산 시 마취제의 사용이 성경적 근거와 불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억압되었다고 계속해서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장을 우연히 접한 버트런드 러셀은 그의 저서 <종교와 과학>에서 이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는 오류를 범했고, 그 결과 오늘날 이런 편견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획기적인 역사적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반대파가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미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고, 환자들 개개인이 종교적 이유로, 혹은 개인적인 이유로 마취를 거부하는 일 또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 중에는 비과학적인 미신에 근거해서 거부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가령 위에 언급한 산모의 출산에 대해 '마취를 해서 통증을 느끼지 못하면 아기에게 모성애를 느끼지 못한다'란 식의 편견이 아직도 현대에 남아 있다. 그러나 이는 개인적인 차원의 일이지 기독교계 차원에서 주장한 것은 아니다.
3. 분류
주로 전신마취와 부분마취로 나뉜다. 국소마취는 필요한 부분에만 마취를 취하는 '부분마취'이다. 예를 들면 미다졸람과 프로포폴은 체중에 따라 투여 용량을 조절한다.또한, 병원과 의사의 노하우에 따라 차이가 있다. 미다졸람은 보통 2~3mg이면 진정효과가 있고, 5~7mg이면 수면에 이르거나 마취가 된다.
아래에 적힌 부작용들은 척추마취의 두통을 제외하면 드문 사례들이다.
보통 전신마취는 대형 수술에, 부분마취는 상대적으로 수술의 난이도나 범위가 작은 수술에 한다고 여기는 편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일부 뇌수술의 경우 수술 과정에 따른 뇌의 활동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 부분마취를 하고 환자의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반응을 관찰하며 수술을 진행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3.1. 전신마취
자세한 내용은 전신마취 문서 참고하십시오.3.2. 부분마취
전신마취처럼 의식의 소실을 가져오지 않는 마취를 말한다. 의식을 소실시키지 않고 신경 전도의 특정 레벨에서 오고가는 모든 신호를 차단하는 방법을 통해 이루어지며 중추신경계 계통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마취는 척추마취와 경막외마취로 나뉘고, 말초신경계 일부의 감각을 차단하는 국소마취가 있다.국소마취의 경우 특정 부위에만 마취하기에, 부위에 따라 적게는 살짝 따끔한 정도부터, 많게는 고문급으로 적잖은 고통을 느끼게 된다.[2] 일단 환부/상처 부위에 직접 주사바늘을 꽂아 주사하기 때문에 당연히 고통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놓는 순간부터 마취약이 들어가기에, 가끔가다 의사들은 "제일 안 아픈 주사가 마취주사다" 라고 말하기도 한다.
치과는 다행히 구강 점막을 통해 마취약[3]을 분사하는 정도로 끝날 때도 있지만, 발치를 할 때는 각 뿌리부분 근처에 주사를 2~4방 놓는다. 이때 좀 따끔하고[4] 나서부턴 그 뒤엔 거의 고통을 못 느끼게 된다.[5]
3.2.1. 척추마취
척추마취는 아래 부분의 요추에 마비시키는 약을 주입시켜서 그 아래쪽에서 올라오고 내려가는 모든 신호를 차단함으로써 이루어진다.특정 부위 아래쪽을 움직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것처럼 된다고 보면 되는데, 이 때문에 마취과 의사가 약을 투여 후 발을 올려보라고 하거나 괄약근에 힘을 줘보라고 한다. 전신마취를 시행할 수 없는 제왕절개술[7]이나, 짧은 정형외과적 수술[8] 비뇨계통, 치질, 다리와 같은 하반신 부위의 수술에서 주로 사용한다.
이런 부분마취는 무조건 아래 부위로 마취하는데, 위로 많이 올라가다 호흡계통이 마취가 되면 호흡 곤란으로 죽을 수도 있기 때문.
척추 사이에 뇌척수액이 담긴 관에 바늘을 넣어 약을 주입하며, 이때 최대한 척추가 벌어져 쉽게 바늘이 들어가도록 환자는 태아처럼 몸을 말도록 한다. 처음에는 뻐근하니 아픈 느낌이 들지만, 이후부터는 하반신이 뜨거운 느낌이 들면서 아픔이 줄어들어 마취가 된다. 주사 바늘은 가늘지만 매우 길어서, 케바케긴 하지만 약간 아플 수도 있기에 보통 피부 표면 마취제를 몇 분간 바른 후 주사한다.
척추마취를 한다고 해서 아예 고통이 안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고, 예민한 사람들은 수술 중 부위에 힘을 줘서 뭔가를 하면 그게 아주 조금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또한, 하반신의 말단인 발가락은 움직여지는 경우가 많다.
3.2.1.1. 부작용
뇌척수액이 담긴 관에 주사 바늘을 넣다보니 구멍이 뚫린 관을 통해 뇌척수액이 새서 부족현상 때문에 뇌가 하강해 하강한 뇌가 조직들을 눌러 두통을 유발한다. 대개 여성들이나 민감한 사람들, 사춘기가 지난 청년들에게 발현되며, 이 경우 진통 기능의 약은 소용없고, 그냥 누워 있으면 통증은 사라진다. 누워있으면 뇌가 뒤로 젖혀져 눌리고 있던 조직들의 숨통이 트이기 때문.해결법은 뇌척수액의 활발한 생산을 위해 물을 많이 먹고, 수액을 맞으며 그냥 누워서 기다리면 5~7일, 길게는 10여 일 정도만 있으면 두통은 사라진다. 10여 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두통이 심하다 하는 경우에는 환자의 피를 뽑아 구멍난 부위를 피를 통해 막는 봉합술을 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신경손상, 감염, 혈종, 허리 통증과 같은 부작용이 있다.
3.2.2. 경막외마취
경막외마취는 척추를 옆으로 봤을 때 기준으로 등 쪽, 즉, 바깥쪽에 위치한 공간인 경막에 약을 주입하는 시술이다. 척추마취와 경막외마취가 경막이라는 막 하나를 두고 차이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시술 방법이다. 무통분만, 하지수술, 특정 하복부 수술에 용이하며 하반신 전체가 마비되는 척추마취와는 다르게 대략 허리부터 허벅지만 마취된다. 장점으로는 통증을 덜어주는 용도로 쓸 수 있고, 수술 중 마취가 풀리는 듯싶다 하면 바로 약을 더 투입할 수 있다는 편의성이 있으며 수술 이후 스트레스로 인해 분비되는 호르몬들을 차단할 수도 있다.환자의 허리를 구부리게 한 후 경막에 바늘을 통해 아주 기다란 관을 통해 약을 주입한다. 관 때문에 일반 척추마취보다 바늘이 좀 더 굵어지며 아프다. 이후부터는 아픔이 줄어들어 마취가 된다.
단점으로는 패혈증 환자나 뇌압이 이미 증가해 있는 사람, 응고인자에 이상이 있는 사람과 같은 특정 사람들은 해당 마취 시술을 할 수 없으며 마취의 발현 시간이 느리다는 것.
3.2.2.1. 부작용
같은 부위의 마취이다 보니 두통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작용이 척추마취와 비슷하며 관을 잘못 넣게 되면 주변 혈관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있다.3.2.3. 상완신경총 마취
위의 마취들이 하반신을 주로 하는 마취라면 이 마취법은 팔이나 손과 관련된 수술에서 사용되는 마취법이다. 척수의 신경은 양갈래로 뻗어나와 있는데 그중 일부 신경은 팔 쪽으로 나 있으며, 신경줄은 이어져 팔의 안쪽까지 이어지는데, 그 신경 얼기 중 제일 뿌리 부분을 상완신경총(brachial plexus)이라고 부른다. 어깨에 있으며 이곳을 마취하여 신경이 나 있는 아래쪽까지 모두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것이 상완신경총 마취, 상완신경총 차단으로 불리는 시술법이다. 마취액 주사 가능 부위는 사각근, 쇄골의 위와 아래, 그리고 겨드랑이 총 4곳이 있으며, 부위마다 마취 강도를 다르게 지정해야 한다.팔 수술로만 따지만 부작용이 많은 전신마취에 비해 상당히 좋은 마취법이며, 전신마취가 불가능한데 팔 쪽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 수술 부위의 감염이 심한 경우 등에 사용된다.
3.2.3.1. 부작용
경련, 중추신경계 이상과 같은 중추신경계통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며 심박수가 느려지거나, 심장 기능 저하, 심정지, 부정맥과 같은 심혈계통의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고 이 외에도 기흉과 같은 병이 생길 수도 있다.상완신경총 근처에 횡격막을 지배하는 신경이 같이 마취가 되어 호흡 곤란이 발생한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대측 폐 기능이 안 좋은 경우에는 상완 신경총 마취의 금기가 된다.
3.2.4. 국소마취
국소마취는 리도케인 같은 약물을 해당 부위로 가는 말초 신경에 주사하여 마취를 시행하는 방법이다. 로컬 병원에서 하는 대부분의 수술과 응급실에서 시행하는 간단한 시술에 사용된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치과에 갔을 때 해주는 마취가 국소마취이며, 마취과 의사 없이 일반 의사도 투여하기 쉽다.투여하기 쉬운 만큼 성능도 단순하고 또 단순한 만큼 쌍커풀 수술, 치과 수술, 입원할 필요도 없는 수술과 같은 한정적인 부분에서만 가능하다. 개복, 골절 수술과 같은 큰 수술에서는 쓸 수가 없다. 내성발톱 등의 약한 수술에도 국소마취를 쓰는데, 이게 발톱에 염증이나 고름이 있으면 마취가 안 된다. 그래서 시술 전 의사에게 말해야 다시 마취를 놔주며, 시술전 염증과 고름을 먼저 파내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하지만 염증과 고름이 심하다면 사실 아픈 건 한순간이고, 오히려 빠졌을 때의 시원함이 더 크다. 진짜 고통은 그날 저녁에 찾아온다. 만약 내성발톱 아래에 사마귀가 나서 냉동치료도 같이 해야 하는 경우 웬만한 수술급의 통증을 느낄 것이다.
다만 이것도 마취주사 자체가 상당히 아프다. 사람마다 고통은 다르겠지만 치료보다 마취주사가 더 아픈 경우도 있다. 특히 손가락이나 발가락 같은 말단부의 경우에는 더욱 그런데, 손이나 발 부위에 상처가 났을 때 마취하는 주사는 상처 틈을 후비는 듯한 고통을 선사한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마취가 잘 안 되거나 금방 풀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냥 아프다고 하면 다시 놔준다. 심지어 포경수술을 할때는 당연히 음경에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성감대이다 보니 감각이 더 발달되어있어 더 아프고, 수술받는 아이들이 공포에 휩싸이거나 울음을 터트리는 이유 중 하나이다.[9]
모기나 벌레에 물린 경우 바르는 연고에 국소마취제 성분이 포함된 경우도 있다. 확실히 효과는 좋은 편.
4. 마취통증의학과
자세한 내용은 마취통증의학과 문서 참고하십시오.5. 동물의 마취
사람만 마취하는 게 아니다. 동물도 마취가 필요할 때가 있다. 보존이 필요한 동물[10]의 경우 사살하거나 상처내서는 안 되기에 그러는 것인데, 장거리에서 안전하게 마취하기 위해 주사기의 원리를 응용한 특수 마취탄을 발사하는 '마취총'이란 물건을 만들어서 쓰고 있다. 다만 가끔 이게 실수든 고의든 사람에게 쓰이는 경우도 종종 있는 모양.그런데 현직 수의사가 쓴 책만 봐도 동물 마취 또한 무지 어렵다고 한다. 일단 마취총이 있으니 낫지 않느냐 오해할 경우가 있는데 이건 임시방편일 뿐. 수술이나 정밀 진단이 필요한 동물은 더 더욱 어렵다고 한다.[11] 마취총을 쏴서 잠깐 마취한다고 해도 더 오래 마취하자면 결국 주사를 놓아야 하는데, 이게 어렵다는 것. 게다가 동물 마취제 재료업체들도 수요량이 많은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용을 많이 만들고 이건 정보가 많은데, 희귀동물이나 맹수 같은 동물은 수요량이 적어서 무지 비싸다는 것. 종종 초보 수의사가 마취제를 과주입해 쇼크사하는 동물이 있는데, 이건 노련한 수의사들도 가끔 하는 실수라고 한다.
이 마취총은 보통은 119 구급대가 멧돼지와 같은 맹수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공작차에 넣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존 원주민처럼 입으로 불어 쏘는 것부터 공기총처럼 방아쇠 당기는 물건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그리고 운용하는 구조대원들이 수의사가 아닌 만큼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경우도 가끔 있다. 동물의 무게를 눈대중으로 대충 때려 맞춘 다음 단순한 공식에 대입해서 마취제 용량을 계산하고 쏘는데, 마취제가 많이 들어갔다면 몰라도 적으면 몽롱해진 동물이 잠들지 않으려 발악하며 더 날뛰는 상황도 생긴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 별 수 없이 경찰이 인계받아 사살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실수로 사람이 맞으면 드라마처럼 헛소리하다 잠드는 게 아니라 진짜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물건이다. 인간보다 체급이 몇 배는 더 큰 소도 제대로 된 용량을 맞으면 바로 재울 수 있는 물건인데, 사람이 맞으면 정말 죽을 수도 있다.
같은 인간끼리도 마취제가 듣는 양의 차이가 분명한데, 동물은 사람과 마취에 필요한 마취제의 농도와 양이 아예 다른 관계로, 사람에게 적합한 마취제를 동물에게 투여하거나, 반대로 동물에게 적합한 마취제를 사람에게 투여하면 안 좋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6. 기타
이것을 하지 않고 수술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통을 버티기보다 고통을 버티지 못하고 몸부림치거나 심하면 쇼크사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거기다 배 째는 수술은 마취 안 하고 버티다가는 근육이 위축되어서 내장이 바깥으로 튀어나올 수도 있다. 북한에서는 약품 부족으로 진짜로 마취 없이 수술하는 사례가 자주 있었다고 하며 정 마취를 하려면 침으로 마취하는 경우도 있다.당연히 마취가 풀리면 그동안 못 느꼈던 고통이 그제서야 느껴지게 된다. 그래도 마취를 안 하고 수술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적은 고통이다. 큰 수술을 한 경우, 무통제 투여 옵션을 추가[12]하면 상대적으로 고통을 덜 느낄 수는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 남성은 포경수술을 통해서 체험할 수 있었지만, 2000년대 중후반 들어 포경수술을 하지 않는 것이 대세가 되면서 2000년대 중반 이후 태생[13]부터는 해당사항이 거의 없다. 사랑니 발치할 때 많이 한다.[14]
전신마취를 했던 환자에게는 소화기관에 문제가 없는 환자라도 밥 대신 죽을 준다. 사람의 몸 중 장기 쪽의 마취가 가장 늦게 풀리기 때문이다.
2018년, 이영표가 창세기 3장 16절을 근거로 아내가 셋째를 출산할 때 무통 주사를 맞지 못하게 설득했던 일화를 에세이집에 공개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15] 창세기 3장 16절은 “여자에게 이르시되 내가 네게 임신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 네가 수고하고 자식을 낳을 것이며 너는 남편을 원하고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니라”는 내용이다. 물론 위에서도 전술했듯이 기독교계의 입장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재미있게도 일본은 기독교문화권이 아닌데도 부작용을 이유로 분만했을 때 마취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게 전통적인 문화가 아니라는 것이 재미있는 점이다.
마시고 취한다를 '마취'라 부르는데,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7. 관련 문서
8. 대중매체
주로 나쁜 사람들이 사람 하나 납치해서 나쁜 짓을 하기 위해 써먹는 스킬 중 하나이다. 대표적으로 수건 따위에 클로로포름을 묻혀서 그것으로 코와 입 등의 호흡기를 막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실제로 수건 정도에 묻힌 분량으로는 그렇게 빠르게 작용하지도 않으며, 여러 번 하면 뇌가 손상된다.의외로 페티시로서도 종종 쓰이곤 한다.# 또한, 여수사관물에서도 전기충격기, 뒤통수, 배빵과 같이 여수사관을 프롤로그나 초반부에 기절시키는 4대 국룰급 방법 중 하나다.
개그 만화에서는 살인적인 발냄새나 방귀, 혹은 무언가로 내리쳐서 상대를 기절시키는 행동을 마취라 칭한다. 여기에 주로 사용되는 아이템은 신발, 속옷(양말이나 팬티 등등). 그 위력은 개그캐 보정 덕분에 어지간한 공격에도 절대 죽지 않는 캐릭터들이 단번에 축 늘어질 정도로 매우 강력하다. 당연하지만 현실에서 뒤통수를 내리쳐서 마취를 시도하면 살인미수다.
명탐정 코난에선 주인공인 에도가와 코난이 모리 코고로를 이용하여 추리할 때 언제나 마취총으로 기절시키는 내용은 매우 유명하다.[16]
히트맨 시리즈에서는 2편인 히트맨 2: 사일런트 어새신부터 마취 플레이가 가능하다. 2편에서는 역시 통상적인 '약물로 호흡기를 막아서 마취'하는 방식이였으나, 3편부터 '마취제가 담긴 주사기로 찔러서 약물 투입'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4편 히트맨: 블러드 머니에서는 희생자를 인간 방패로 만든 다음 뒤통수를 가격해서 기절시키거나, 특정 미션에 한해서 전기 충격기를 얻어 그걸로 기절시키는 시스템도 추가되어서 마취의 빛이 바랬지만, 앞의 두 상황은 정말 특수한 상황 아니면 쓰기가 힘드므로 마취의 가치는 아직도 유용하다.
메탈기어 시리즈에서는 메탈기어 솔리드 2부터 마취총(베레타 M9)이 등장한다. 적을 죽이지 않고 무력화할 수 있어서 전략의 다양성을 꾀할 수 있다. 메탈기어 솔리드 3에서는 보스를 마취총 등의 비살상무기로 쓰러뜨려야만 특수 위장복을 얻을 수 있고, 노킬 플레이로 클리어해야 얻을 수 있는 특전 아이템 등 때문에 중요성이 한층 더 상승했다. 또 3에서는 저격 마취총(무려 모신나강.), 마취제를 묻힌 손수건과 담배형 마취 가스총이 추가. 손수건과 담배형 마취총은 무기를 사용할 수 없는 과학자 복장을 하고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무기이다.
F.E.A.R.2 Project Origin의 주인공 마이클 베킷은 핵폭발로 인해 발생한 쇼크웨이브에 휘말려서 정신을 잃고 그 틈을 타 제네비브 아리스티드의 주도하에 베킷에게 초능력 강화 수술을 가하려고 하나, 초능력 때문에 집중력이 너무 강한 탓에 치사량에 근접하는 수치의 마취제를 투여당하고도 마취가 안 되었다. 결국 모르핀만 잔뜩 투여하고 바로 수술 시작.
슈퍼닥터 K에서는 침을 꽂아 마취시키는 장면이 몇 번 나온 바 있다. 마의에서도 쓴 적이 있으며 이 때문에 먼치킨 의사들이 침으로 마취시킨다는 전개가 클리셰가 되었다. 현실에서도 침으로 마취하는 게 있기는 하지만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아서 주로 동물들을 상대로 쓴다. K2에서도 뛰어난 전문 마취의가 등장하는데, 마취의가 워낙 눈에 안 띄는 직종이다보니 그렇게 뛰어난 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17] 오랫동안 함께한 동료들조차 그런 실력자인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나온다.
실제 마취과 의사의 생활을 그린 만화도 있다. 마취과의사 하나 문서로.
[1]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시절에 전장에서 절단수술을 할 때는 독한 술을 먹이고는, 머스켓 총알을 입에 물리고 했다고 한다. '고통을 참고 견디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 숙어인 'bite the bullet'(총알을 물다)도 여기서 유래되었다.[2] 특히 발가락 마취는 고문 그 자체이며 끝판왕으로 봉합수술로 인해서 상처부위에 직접적으로 놓는 마취는 고문을 넘어서 지옥을 맛볼 수있다.[3] 리도카인. 코카인을 정제해 만들어낸 마취제다. 중독성이 거의 없지만 효과가 좋아 치과에서 마취제로 쓴다.[4] 사람에 따라 따끔한 수준이 아니라 따끔한 느낌이 온몸을 휘젓고 다니는 듯한 소름 돋는 통증을 받을 수도 있다.[5] 마취가 되면서 순간적으로 약간 뜨거운 느낌이 들고 감각이 사라진다.[6] 방금 말했던 의사의 말의 연장선.[7] 전신마취에 사용하는 마취제들이 태반을 통과해서 태아에게 넘어갈 수 있다. 태아가 마취되는 것 자체는 별 문제가 아니나, 문제는 뱃속을 나와서 울어야 하는데 마취제에 의해서 계속 자고 있는 것이다.[8] 특히 다리 쪽 수술.[9] 방금 의사의 말대로 들어가고 나면 이게 왜 아프지 정도로 나아진다. 마취주사도 주사긴 주사인지라 찌르면 아픈데, 약이 들어가는 순간 고통이 사라진다.[10]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동물이나 희귀 야생동물 등.[11] 마취총도 완벽하지 않은 게 많은 야생동물들은 매우 빠르게 움직여서 맞추기가 힘들다. 인간이 기르는 가축은 그나마 인간이 진정시키거나 잡아서 마취를 할수있지만, 대부분의 야생동물들은 그럴 수 없다. 또한, 재수가 없으면 마취총으로 맞췄을 때 마취탄의 바늘이 장을 파열시켜 동물을 죽일 수도 있다.[12] 대신에 부작용으로 극심한 구토감을 느낄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그래도 일단 하루는 참아야 하며 다음 날에 무통제를 뺄 건지 아니면 계속할 건지 물어본다. 어느 정도 통증에 익숙해졌으면 빼자. 그리고 보험 적용이 안 돼 비싸다지만 과거 이야기고 이제는 급여가 들어간다. 2016년에 100% 부담에서 30% 부담으로 줄었다. 사용하는 무통제는 보통 펜타닐.[13] 물론 포경수술을 아기때보다 초등학교 고학년때 하는 경우가 많으니 2022년 기준 20대인 1990년대 중반생~2000년대 초반생도 한 경우가 적은 편이다.[14] 요로결석은 예외다. 마약성 진통제 놓아도 아픈 게 요로결석이다.[15] "주님께서 주신 해산의 고통이라면 피하지 말자 이야기했다. ... 아내는 잠시 고민하더니 내 의견에 따라 무통주사를 맞지 않고 출산하기로 했다." <말하지 않아야 할 때> 202~203쪽, ‘무통주사’ /출판사 리뷰에서 확인[16] 마취총에 맞을 때마다 졸음을 느끼고선 그대로 의자 같은 곳에 앉듯이 쓰러지는데, 하도 수없이 마취총을 맞아댄 나머지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하는데 마취제가 듣지 않아 난항을 겪는 에피소드도 존재한다.[17] 작중에서 언급하길 "찹쌀떡에 주사기를 꽂아 팥소에 닿기 바로 직전에 멈추는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