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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05-18 17:48:00

테스토스테론 렉스


도서명 Testosterone Rex: Myths of Sex, Science, and Society
테스토스테론 렉스: 남성성 신화의 종말(韓)
발행일 2017년(원서)
2018년(역서)
저자 코델리아 파인
(C.Fine)
한지원 역
출판사 W.W.Norton & Company(원서)
중민출판사(역서)
ISBN 9791195588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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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1. 출간 배경
2. 목차 및 주요 내용
2.1. 챕터별 내용 정리2.2. 테스토스테론 렉스?2.3. '테스토스테론' 가설에 대한 대안들
2.3.1. 위험추구의 성차?
3. 논쟁: 진화생물학의 부정인가, 생물-사회 상호작용론인가4. 둘러보기

1. 개요

본서는 테스토스테론으로 대변되는 남녀 성생활의 생물학적 결정론을 비판하고, 생물학적 조건과 사회적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섹슈얼리티의 광범위한 다양성을 설명하는 도서이다. 본서는 "남자들은 다 바람둥이야, 남자들은 여자보다 다들 위험추구적이야, 남자들은 원래 지배적이야, 남자들은 원래 애 키우는 데 관심이 없어" 라는 통념을 비판한다. 특히, 이런 통념들이 섹슈얼리티에 대한 기존의 진화생물학적 이해에 기초하고 있지만, 실상 그 학문적 근거는 현대 생물학계의 인식론에 맞지 않는 것이며, 잘 해 봐야 낡고 진부한 학설이었고, 최신의 생물학뇌과학 연구들은 그런 오래 된 생각들을 교정해 왔다고 말한다. 즉, 인간과 동물의 성생활은 매우 다양하고, 환경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본서는 2017년에 영국 왕립학회 과학도서상을 수상했다. 본서와 관점이 유사한 다른 생물학자 및 뇌과학자들로는 다프나 조엘(D.Joel), 앤 파우스토-스털링(A.Fausto-Sterling) 등이 있다.

1.1. 출간 배경

본서는 저자가 기존에 이미 출간했던 저서인 《젠더, 만들어진 성》(Delusions of Gender)의 후속 도서이다. 여기서는 일명 뉴로섹시즘(Neurosexism), 즉 "남성과 여성은 본질적으로 다르며, 그 원인은 뇌와 신경계 수준에서 불가변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라는 주장을 겨냥하여 비판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한때 이런 '남자 뇌 & 여자 뇌' 생각이 정설로서 통용되기도 했지만 현대에는 설명이 바뀌어서, 뇌라는 것은 남성이건 여성이건 간에 남성적인 면과 여성적인 면의 모자이크에 가깝다는 것이다. 해당 도서에서 주로 뇌에 관련된 이야기를 다룬다면, 본서에서는 이를 일부 소개함과 함께 호르몬에 관련된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 코델리아 파인(C.Fine)을 소개하자면, 캐나다 태생의 호주 심리학자로서, 전공분야는 신경과학이고, 출판사 소개를 참고하면 멜버른 대학교에서 페미니즘 과학철학 담당으로 재직 중이다. #홈페이지 저자는 우연히 자녀 양육에 관련된 책을 읽다가 '남자 뇌 & 여자 뇌' 에 입각한 주장을 접하게 되었고, 이것이 저자가 젠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라고 말한다. 저자는 과학자로서 해당 주장에 의아함을 느끼고 근거 논문을 찾아보았는데, 논문에서 당초 이야기하는 요지가 대중적으로 전달될 때 엄청난 왜곡이 저질러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저자의 젠더심리학에 대한 기여는, 여러 심리학자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The SAGE Handbook of Gender and Psychology》 의 한 챕터에 공헌하였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어떤 비판론자들은 저자가 철학을 가르친다는 점 때문에 "또 인문학이 주제넘게 생물학에 딴지를 건다!" 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사실 이것이야말로 그 사람이 기본적인 인터넷 검색조차 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확인해 보면, 저자는 이미 젠더 문제 한편으로 편도체(amygdala)의 손상 소견에 관련해서도 다수의 신경과학적 연구를 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구글 스칼라 프로파일 그 외에도 한 문헌에서는[1] 뇌가소성이 신경과학계의 대세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도 '남자 뇌 & 여자 뇌' 통념이 학계에 존재하는지 비판하였으며, 다른 문헌에서는[2] 학술지 《Cerebrum》 에 래리 카힐(L.Cahill)이 뇌의 성차가 존재한다는 기고를 실은 것에 대해 반박 기고를 하기도 했다. 이를 확장하여 저자는 2014년에 《사이언스》 에도 자신의 주장을 알렸으며,[3] 2018년에는 유명한 의학 학술지인 《The Lancet》 에서도[4] "페미니즘이 과학적으로 의심스러운 여성 관련 가설들을 기각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고 기고하기도 했다. 사실 인문학자와 과학자, 혹은 '가치중립적 과학'와 '이념적 PC성향 저자'라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과학계의 동향에 대해 잘 모르거나, 편견과 맹신에 빠져 있거나, 혹은 특정 이해나 목적을 위해 프레임을 씌우는 것에 가깝다. 본 문서의 주제(성차)에 대해서만 해도 생물학자나 진화심리학자들 중에서 성차의 생물학적 결정론에 대해 비판적, 회의적 주장을 한 사람이 무척 많으며, 그 중에는 권위자로 널리 알려진 인사도 있다.

본서가 생물학 및 제반 분야에 대해서 '진화론의 탄탄한 기초를 바탕으로 확립된 정설에 대해 이념적인 동기로 흠집을 내려는' 시도라는 비판들이 많이 나왔다. 정확하게 말하면 생물학이나 심리학보다도 진화심리학의 주류 성선택 이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어서 반발을 많이 살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지만, 진화심리학은 생물학과 다르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자.) 물론 페미니스트 뿐만 아니라 과학자 중에서도 지지자들이 나왔기도 하고 격론이 벌어졌다. 본 문서 후반부에서 내용과 참조문헌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2. 목차 및 주요 내용


책의 전체 내용을 세줄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1. 챕터별 내용 정리

각 챕터의 내용들을 각각 세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책에서 전반적으로 논의하고자 하는 내용들은 하단에 간략히 정리할 것이다. 먼저 저자가 말하는 '테스토스테론 렉스' 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저자의 설명을 따라서 정리하겠다. 그 다음에는 본서 전체에서 제시되는 바, 남녀의 심리적~행동적 수준의 성차를 신경/호르몬/생리학적 수준 외에 사회문화적으로 풀어내는 대안적 설명들을 소개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더 위험추구적이며 이는 진화적 압력과 호르몬의 기능 때문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에 반대되는 연구성과들을 소개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저술활동과 관련하여 진화생물학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불만과 반발에 대해서, 저자의 메시지가 이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었는지를 중점으로 하여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이제부터는 '테스토스테론' 을 지칭할 때, 그 이름이 지나치게 길기 때문에(…) 부득이 이를 대신하여 알파벳 T로 대체하기로 하겠다. 본서에서 말하는 '테스토스테론 렉스', 즉 테스토스테론에 대해 결정론적이고 본질주의적인 관점을 갖는 경향은 'T-렉스' 로 표기하겠다.

2.2. 테스토스테론 렉스?

이 책에서 말하는 'T-렉스' 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페미니스트들이 말하는 생물학적 결정론(biological determinism)적인 발상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만약, 여러분이 어딘가에서 "유감이지만 남자들은 어쩔 수 없이 다 그래, 그게 다 남성 호르몬의 진화적 적응 때문이야" 라는 말을 듣는다면,[5] 여기에는 사실 특정한 기본 전제(basic assumption)가 깔려 있다. 물론, 남성 호르몬이 남성들을 특정한 행동 양식으로 이끌어 가는 힘은 지금까지 잘 연구되어 왔으며, 본서는 이를 전면 부정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남성 호르몬의 진화적 적응" 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그것으로 설명되는 현상은 마치 본질적이고, 고정되어 있고, 불가변하며,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현상으로 전제된다는 것이다. 이건 "남성 호르몬이 특정한 방향으로 영향을 끼친다" 는 진술과는 명백히 다른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성은 "어떤 행동도 '본질적인' 형질로 '고정' 시키지 않았다"(p.226). 여기에 완벽히 부합하는 사례는 남녀의 생식기 및 생식 체계밖에는 없으며, 다른 경우라면 어떤 성차는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게 되기도 하고, 모든 남성들에게 예외 없이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생물학 자체가 그런 본질주의적 주장을 하는 학문이라는 말은 아니다. 생물학자들이 흔히 항의하듯이 생물학은 기능(function)을 연구하지, 본질(essence)을 연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먼저 생물이 있었고 그 다음에 사회가 있었다면, 먼저 사회가 있었고 그 다음에 생물학적 지식의 수용이 나타난다. 대중적으로 생물학적 지식이 수용될 때, 사람들은 흔히 본질주의적으로 사고하게 된다. 남성에게는 '남자다운 본질' 이 있고, 여성에게는 '여자다운 본질' 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것은 수백, 수천만 년 동안 누적되어 온 유기체의 진화 과정에 이미 각인되었기 때문에 감히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소머즈의 말처럼, "남자아이가 인형놀이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니다" 라는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기능보다는 본질에 입각해서 이야기하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이따금씩, 이 모든 본질주의적 사고가 성차별을 정당화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성차별 사례들을 따져 보면, 사실 전부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될 것" 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남녀의 본질적 차이를 강조함으로써 평등주의의 설득력을 낮추고, 대신 형평성(equity)의 설득력을 높인다. 어느 정도의 차별은 정당하고 공정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달갑지 않지만 피할 수 없는 진실의 전달자를 자처"(p.21)한다.

위에서 말한 '남자다운 본질' 을 남성성, '여자다운 본질' 을 여성성이라고 한다면, 남성성과 여성성은 실제보다 더 본질적인 무언가로서 상호 대립하는 관계처럼 여겨지곤 한다. 왜 대중은 자꾸 생물학적 발견을 본질주의적으로 받아들이는가? 저자에 따르면, 이것은 생물학이 인간에 대해 설명할 때 흔히 일반론적인 형태의 문장으로 진술하기 때문이며, 사람들은 일반론적인 설명을 접하면 "그것이 일반론적이라면, 그것은 본질적이다" 의 편향적 사고를 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발달심리학계에서 어린이들의 사회성 발달에 관련된 논문 하나를 예로 들고 있다.[6] 연구자가 "남성들은 '퀴빙' 이라는 춤을 잘 춘다" 는 문장과 "이 남성은 '퀴빙' 이라는 춤을 잘 춘다" 는 문장을 실험군 아동들과 대조군 아동들에게 보여주자, 전자의 경우 "격렬하고 힘이 많이 들어서 원래 남성에게 더 적합한 춤" 이라는 본질주의적 추론을 한 반면, 후자의 경우 "개인적으로 많이 연습했기 때문일 것" 이라는 추론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본질주의적 설명은 사람들의 '생물학적 현실' 과는 서로 다르다는 게 문제다.

심리학계에는 남녀 간의 성차가 존재하긴 하되 당초 생각만큼은 크지 않으며, 단지 몇몇 주제들에서만 '괄목할 만한 차이점' 이 나타난다는 정도로 이해해 왔다. 그런데, 위에서 몇 번 언급했던 인물인 카힐은 일명 '볼보콜벳 논변' 을 들어서 "많은 심리적 성차들이 작을지라도, 결과적으로 남녀는 행동 수준에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를 주장했다. 볼보 공장에서 생산하는 SUV와 쉐보레 공장에서 생산하는 콜벳은 부품 하나하나만 따지고 본다면 생각만큼 큰 차이는 찾기 힘들지만, 결과적으로 이들 부품들이 모여서 한쪽은 온 가족이 나들이를 갈 때 쓰이는 반면, 한쪽은 멋들어진 스포츠카가 된다는 것이다. 이 직관적인 논변에 대해 저자는 "남성성과 여성성은 둘 다 동시에 높거나 낮아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콜벳처럼 권력과 지위를 과시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볼보처럼 식료품을 가득 실을 만큼 넓은 트렁크를 지닌 자동차가 존재할 수 있다" 고 반론한다. 이를 본래의 심리학 용어로 설명하면, 남성성과 여성성은 동일 스펙트럼에 놓이는 단일차원적(uni-dimensional)인 관계가 아니며, 오히려 2차원성(직교 관계)을 지닌 상호독립적인 구성 개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구보다도 터프한 상남자 같았던 사람이 알고보니 굉장히 따뜻하고 다정한 면도 동시에 드러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현대 심리학계는 남/여성성에 대해 더 근본적인 회의를 하고 있어서, 어떤 남(여)성적 특징 'A' 를 지녔다는 사실이 곧바로 다른 남(여)성적 특징 'B' 를 당연히 지녔음을 보장할 수 없다고 의심하고 있다. 분명 남성성 점수는 높게 나왔는데 한편으로는 뜨개질을 취미로 할 수도 있고, 여성성 점수가 높게 나온 사람이 한편으로는 외모나 옷차림을 꾸미는 데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다시 학술적인 용어로 설명하자면, 남성성과 여성성이 각각 단일요인 구조(one factor structure)로 깔끔하게 정리되지도 못하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다프나 조엘에 따르면, '전형적 볼보' 와 '전형적 콜벳' 에 해당하는 뇌 사례는 전체 인구의 1%에 불과할 정도로 현실에서 찾기 어려운 이상적 이미지일 뿐이며, 과반수의 사람들은 남성적인 측면과 여성적인 측면 모두가 적절하게 뒤섞여 있는 데이터 패턴을 보였다. 요컨대, 남녀 모두의 뇌는 남성적인 면과 여성적인 면의 모자이크로 이루어져 있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남성적인 자질과 여성적인 자질을 모두 요구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모자이크 같은 젠더 특성에 더해서 뛰어난 환경 적응력을 활용함으로써[7] 여기에 부응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처럼 다양한 남성들의 삶을 '콜벳' 의 마초적 이미지로 뭉뚱그려 정리한다. 실제로 그런 콜벳이 어울릴 만한 삶을 살아가는 남성들은 별로 없는데도 말이다. 마찬가지로, 너무나도 다양한 여성들의 삶에 대해서도 '볼보' 의 가정적 이미지로 뭉뚱그려 정리한다. 정말로 판에 박힌 듯이 여성적인 여성들도 얼마 없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런 가상의 이미지를 만든 다음, 그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호르몬에서 찾는다. 즉, T가 높을수록 공격적이고 경쟁적이며 성욕이 왕성하지만, T가 낮을수록 안전하고 배려심 있으며 양육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자체로는 틀린 것이 아니다.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야말로 틀렸다는 것이다. T가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흔히 과대평가되는 것에 대해, 이를 비꼬는 의미에서 내분비학자 리처드 프랜시스(R.C.Francis)는 처음으로 "테스토스테론 렉스" 라는 표현을 붙였다. 유기체는 T에 의해 자신의 행동을 조정받기도 하지만, T가 제왕의 자리에 올라서 맘껏 군림하는 이미지도 사실이 아니다. T는 본서 159페이지에서 난해하게 소개하는 것처럼 복잡한 형태로 에서 상호작용하며, 그 과정에서 함께 상호작용하는 에스트로겐이나 호르몬 수용체의 수와 성질 및 민감도 등등의 다른 혼입변인들도 마구 끼어들기 때문에 T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머리를 쥐어뜯게 만든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T는 종종 생태적 환경에 자신의 임무를 아웃소싱(?)하기도 한다. 생태적 환경이 재생산 전략에 도움이 된다 싶으면, 진화의 힘은 그 환경을 십분 이용할 수 있다. 환경이 알맞지 않을 때라면야 개체가 가진 내분비학적 조건이 생존에 요청되겠지만, 재생산에 딱 좋은 환경이라면 호르몬이 어찌 되건 중요한 문제는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훨씬 더 '진화론다운' 설명이 아닐까?

이렇게 보면, T가 남성을 남자답게 하는 건 맞는데, 그렇다고 T를 T-렉스로서 대접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그래서 저자는 호르몬은 행동의 원인이 아니라 요인일 뿐이라고 하였으며, 유사한 맥락에서 엘리자베스 애드킨스-리건(E.Adkins-Regan) 역시 자신의 책 《Hormones and Animal Social Behavior》 에서, 호르몬은 단지 다른 요인들의 역치(threshold)를 바꿀 수 있을 뿐, 유일한 반응 촉발 물질은 아니라고 하였다.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T는 명령을 내리는 왕이라기보다는 집단 의사 결정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는 하나의 구성원일 뿐이다. 생각해 보면 이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p.163). 이것을 표현만 바꾼다면, 유기체가 짝짓기에 관련된 사회적 자극에 반응하는 방식은 (호르몬 상태 역시 중요하지만) 그 사회적 자극이 가해지는 주변 상황과 맥락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말할 수 있다. 만일 여러분이 "인간은 본성적인 면과 사회적인 면에 똑같이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는 간단한 진술에 동의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저자와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자들은 그 중에서 주로 '본성적인 면', 즉 생물학적 기능에 한정하여 연구할 뿐이다. 그렇다면, "남자들은 원래 그래, 누구나 호르몬 수준에서 더 권력을 추구하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여자들이 느끼는 차별은 절대 차별이 아니고 오히려 형평성이 맞는 거야" 라고 말하는 것은 도리어 가만히 있던 진화생물학자들을 당황시키게 되지 않을까? 저자가 이끌어 가려는 결론이 바로 이 지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진화론의 후광을 등에 업고서 '남성으로 태어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예외 없이' 남자다운 특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도 어쩔 수 없이, 예외 없이' 여자다운 특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해 왔다. 그리고 그런 설명에 대해 "어허, 어딜 의심하시나! 이거 다 현대 생물학계가 진화과학의 엄밀한 분석을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해 낸 연구결과야!" 라고 정당화해 왔다. 그리고 여기에 항의하는 페미니스트들에 대해서는 "...하지만 너희 페미니스트들은 그런 객관성도 없이 그저 그 잘난 사회 구성주의에 경도되어서 '팩트' 를 거부하려 하고 있지" 라고 덧붙여 준다. 물론 그런 페미니스트들도 엄연히 존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런 책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만일 정작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볼 때 "남(여)자는 남(여)자다울 수밖에 없다" 는 주장이 한물 간 낡은 학설인데다 부당하게 본질주의적이라면, 마땅히 생각을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다시 말해, 저자는 진화생물학이 평등주의의 이념에 어긋나니까 전부 집어치우자는 식으로 주장하는 게 아니다. T-렉스의 생각을 거부하는 것이 진화론이나 생물학까지 거부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자연 세계에서 관찰되는 성 선택의 전략적 다양성을 고려하면, T-렉스를 거부하는 것이 진정으로 생물학계의 발전을 존중하는 것이다. 결국, 저자와 대립하는 세력은 과학자들이 아니라, 그들의 과학적 지식을 끌어와서 본질주의적 인식론을 통해 성차별을 긍정하는 일부 대중인 셈이다.

물론 저자 역시 젠더라는 것이 사회적 구성(social construct)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사회적 구성이 생물학의 인식론적 관점에서 충분히 설명 가능하고 납득할 수 있는 개념임을 보여주려 한다. 8장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내용에 따르면, 인류는 다른 영장류와는 달리 사회적 적응에 있어 매우 민감하며, 규범적인 기준이 되고 영향력이 있는 다른 개체의 가치 체계와 행동 방침을 내면화한다. 개체의 발달에 기여하는 이러한 문화적 요소들은, 모든 개체가 자신의 유전정보와 함께 선조 세대로부터 물려받는 유산이기도 하다. 이렇게 본다면,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는 것 역시 진화론과 어긋나지 않을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생물학과 진화를 믿지 않는 젠더 학자들이 대충 지어낸 미심쩍은 개념이 아니라 생물학과 진화 둘 다의 일부인 것이다"(p.215). 오히려, '재생산 전략' 이라는 진화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류의 성생활이야말로 우수한 유전자를 최대한 많이 남긴다는 목적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비효율적인 방식을 따르고 있다. 현대 인류는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기르는 것이 가장 자연의 섭리에 합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할 자격 자체가 없었던 셈이다. 심지어, 저마다 생각하는 그 대단한 자연의 섭리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문화마다 다 달라진다. 저자는 우리가 어떻게 자연스러운 육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종 전체를 아우르는 합의를 이루는 데 현저히 실패했다"(p.210)고 판단한다.

이상의 내용들은 남녀의 성차에 대한 기존의 여러 인식들이 재고되어야 함을 글로 풀어 설명했을 뿐이며, 재고의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는 최소화했다. 하단에서 '대안적 설명' 부분을 마련하였으므로, "하지만 지금까지의 과학적 연구는 실제로 남녀가 다름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라고 반박하고 싶다면 바로 아래로 내려가서 거기서 가리키는 문헌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우선적으로 저자의 핵심 메시지만을 정리하였다.

2.3. '테스토스테론' 가설에 대한 대안들

※ 이하의 서술은 "기존의 설명에 대한 대안적 설명" 으로서 제시된 것으로, 만일 "오해와 진실" 내지는 "거짓말에 대한 반박" 으로 표제어가 바뀌게 되면 학문적으로 매우 심각한 오도와 왜곡을 초래한다. 사회과학에서, 특히 심리학에서 대안적 설명(alternative explanation)이라는 표현은 기본적으로 반론(counterargument)의 뉘앙스를 가지면서도, 그 강도는 거의 "기존 주장의 재고 요청", "추가적 요인의 고려 필요" 수준으로 약하다.

2.3.1. 위험추구의 성차?

많은 사람들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위험을 추구하지만, 여성은 좀 더 안전을 선호한다" 고 믿고 있다. 사실, 이런 주장은 사회적으로 결코 소수가 아니며, 페미니즘에 우호적이건 중립적이건 적대적이건 간에 일리 있는 설명이라고 여겨지곤 한다. 저자가 리먼 브라더스에 관련하여 언급한 사례로, 많은 논객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으로서 '호르몬 다양성' 을 제시했던 적이 있었다. 금융계에 남성들의 비중이 너무 높다 보니 자꾸 위험하고 무모한 '묻지마 투자' 가 나타나는 것이니, 여성들을 많이 배치한다면 금융계가 좀 더 안전한 선택을 많이 하게 될 거라는 얘기였다. (이는 물론 이 분야에 진출하기를 원하는 직업여성들에게는 호감을 살 만한 주장일 것이다.) 2010년 5월에 《타임》 지는 '남자들이 벌여 놓은 난장판' 을 수습하기 위해 임명된 금융규제 위원 여성들의 모습을 표지에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엉망진창이 된 조직을 청소하는 '어머니' 역할"(p.199)은 페미니즘 분야에서 흔히 유리절벽(glass cliff)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종래의 진화생물학은 이것이 동성 간 경쟁에서 이익이 되고, 이성에게도 더 많이 선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왔다. 즉, 경쟁이 심하고 위험이 큰 주제일수록 여성들보다 남성들이 기꺼이 참여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설명이 진부한 이론적 해석이라고 생각하며, 현대 사회의 여러 사회적 현상들을 제대로 설명해 내지 못한다고 본다. 예를 들자면, 현대 영국 사회에서는 의대 및 치의대가 여초가 될 정도로 여학생들의 입학 경쟁에 불이 붙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학생들의 진학 의욕은 조금도 감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존의 이론대로라면 여성들은 극심한 경쟁이 존재해서 탈락의 위험이 큰 곳을 꺼려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더라는 것이다. 이에 관련된 문헌에서도[34] 대부분의 영역에서 여성들은 남성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경쟁의식을 드러냈고, 남성의 경쟁이 더 심한 경우는 스포츠뿐이었으며, 여성의 경쟁이 더 심한 경우는 외모뿐이었다고 한다. 특히 그 경쟁의 맥락 역시 중요해서, 일반적으로 (양동이 속에 공 던져넣기 등의) 남성들이 자신 있어 하는 것에는 남성들이 더 큰 경쟁심을 드러냈지만, (패션 상식 퀴즈, 외국어 단어 암기 퀴즈 등의) 여성들이 자신 있어 하는 것에는 여성들이 더 많은 경쟁심을 드러냈다고.

위험추구에 대한 저자의 비판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이번에도 먼저 심리학적인 개념화(conceptualization)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기존에는 모든 사람들이 일관되게 위험추구적이거나 혹은 일관되게 위험회피적일 거라고 생각되었으나, 이미 이것이 (위에서 남/여성성에 대한 학문적 논의에서 보았듯) 단일차원적 연속선이 아닐 거라는 새로운 생각이 1960년대부터 피어오르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 "무엇이" 위험하다는 것인가? 사람들은 때로는 위험추구적이다가 때로는 위험회피적이게 되기도 한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5장의 제목처럼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샌님" 도 존재할 수 있고, 보험에 가입한 도박꾼도 존재할 수 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주제에 대해서는 위험을 인식하면서도 저 주제에 대해서는 위험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안전 불감증이라는 대중적 표현은 의외로 그 실용성이 별로 없는 것이다.

많은 과학적 연구들이 사람들의 위험지각(risk perception) 및 위험추구 성향을 주제로 해 왔다. (특히 이 문제는 산업재해와도 밀접하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연구비가 투입되어 온 주제다.) 한 연구에서는[35] 도박에 관해 위험추구적인 집단인 도박꾼들은, 건강에 대해 위험회피적인 헬스클럽 회원들에 비해서, 주식투자에 관해 더 높은 위험추구 성향을 보이지 않았다. 이를 일반화하자면, 사람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수준으로 위험을 감수하며, 한 영역의 위험추구 정도가 다른 영역의 위험추구 정도를 예측하기 어렵다. 저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소위 더블 디핑(double dipping), 즉 "한번 소스를 찍어 베어먹은 감자칩 조각을 다시 소스에 찍는 행동" 을 위생 상 위험한 짓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은 한편으로는 극도로 개척자적이고 모험가적인 도전의 문화를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나무위키에 한하여 생각건대, 이는 국내에서도 몇 가지 상반되는 사례를 언급할 수 있다. 예컨대, 한때 광우병 대란이 벌어졌을 때 2030 여성들은 '유모차 부대' 라고 불릴 정도로 건강 이슈에 과민하리만치 강하게 반응했으나, 5060 남성들은 축산물 상가 앞에 길게 줄지어 서서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하려 할 정도로 위험을 작게 지각하는 차이를 보였다. 이것만 보면 어느 정도는 성차에 대한 통념이 유의미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와 대북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2030 남성들은 북한에 대해 더욱 강한 안보 불안과 위험을 느끼지만, 동년배의 여성들은 심지어 2018 남북정상회담 당시 SNS에서 김정은에 대해 "귀엽다" 고 말했을 정도로 그가 위험한 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기존의 통념대로라면 여성보다는 남성이 김정은을 더 우습게(?) 보았어야 했다. 한편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해 고평가하는 사람들이 한편으로는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산업현장에서 일하기도 하며, 유기농 분유만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한편으로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는 둔감한 경우도 있다. 요컨대, 위험추구라는 개념은 결코 뭉뚱그려 말할 만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일반론적으로 말하자면, 어차피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은 약간 위험회피에 가까운 경향이 있다. 여기에는 가장 위험추구적일 것 같은 사람들조차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1974년구 WTC 쌍둥이 빌딩에서 외줄타기 곡예를 펼쳤던 인물인 필리프 프티(P.Petit) 역시 자신은 결코 위험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단언한 적이 있었다고. 이제 이를 다시 젠더에 따라 나누어 보자. 한 메타분석에 따르면,[36] 남성들은 전체 주제의 절반에 해당하는 위험 영역에서만 미미한 차이로 위험을 더 선호했으며, 20% 정도의 영역에서는 거꾸로 여성들보다 안전을 더 추구했다. 이들의 위험추구 수준은 연령이나 위험의 맥락 등에서도 크게 영향을 받아서, 위험추구를 남성만의 특징이라 보기에는 어려웠다. 한편으로, 여성들도 특정 영역들에서는 많은 위험을 감수한다. 당장 임신부터가 스카이다이빙보다 사망 가능성이 20배 더 높고, 하이힐 역시 근골격계에 큰 손상을 초래하며, 어떤 주부들은 중요한 손님 접대를 위해서 만들기 어려운 요리에 도전하기도 하고, 2차 가해를 각오하고 성폭행 피해 사실을 밝히기도 하며, 남친을 위해서 콘돔 없는 섹스에 동의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남녀가 위험을 추구하게 되는 전후상황이 서로 달라질 뿐, 남성이고 여성이고 딱히 더 위험을 추구하는 성향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위의 발견은 심리학계뿐만 아니라 경제학계에서의 메타분석에서도 학제를 넘어서 다시금 확인되었다.[37] 이 연구에서는 복권 과제를 활용했을 때 성차의 효과 크기는 일반적으로 작은 편이었고, 성차가 없거나 역전되는 사례도 몇 차례 발견되었으며, 이런 애매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굳이 성차를 강조한다는 것은 확증편향의 사례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결론을 도출했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깔때기도표(funnel plot)를 활용하여 출판편향의 존재를 파악했는데,[38] 분석 결과는 남성의 위험추구 성향이 과소평가된 표본은 아예 출판되지 못하는 관행이 존재함을 나타냈다. 가장 표본규모가 큰 8개 연구만으로 한정했을 때 나타난 효과크기는 d=.13인데, 이는 위에서 설명했던 '선호와 동기의 성차' 에서 나타난 효과크기와 거의 비슷한 것이다. 나름대로 차이가 있긴 하나, 절대 강하게 주장할 수는 없으며 다른 변인들에 의해 얼마든지 상쇄될 수 있는 수준인 셈. 실제로 경제학계의 많은 후속연구들은 인류학적 부족사회, 중국과 같은 비서구 사회, 모계사회, 사회의 성 평등 수준, 판돈의 규모 증가에 따라 성차가 사라짐을 보여주었다.

남성의 남성성을 쉽고 빠르게 판단하기 위한 척도 중 하나는 일명 '손가락 길이 비율' 척도인데, 이는 약지에 대한 검지의 상대적 길이에 있어서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그 비율이 더 작다는 점에 근거한다. 이는 태내기의 T 노출 수준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노이즈가 심하고 한계가 명확한 척도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많은 연구자들은 이 비율이 과연 그 사람의 재정적 위험추구 성향을 예측할 수 있을지를 두고 고민해 왔다. 이에 대한 어떤 리뷰 논문의 결론은,[39] 손가락 길이 비율과 재정적 위험추구 성향 사이에는 단지 "애매한" 관계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리뷰에서는, 비율을 측정할 때 왼손의 비율로 할지, 오른손의 비율로 할지, 두 손을 다 재고 평균을 낼지 연구 패러다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연구자는 자신의 가설을 지지하는 방향의 데이터를 취사선택하는 파일 서랍장 문제(file-drawer problem)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기존의 질문이 "남성과 여성 중 어느 쪽이 더 위험추구적인가?" 였다면, 따라서 이제는 질문을 바꿀 차례다. 남녀를 불문하고, 사람들은 어떨 경우에 유독 위험을 추구하게 되는가? 이 분야에서 확인되는 주요 예측 요인으로는[40] 위험 영역에 대한 지식과 친숙도가 있다. 즉, 그 주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 주제가 익숙하다면, 사람들은 남성이건 여성이건 간에 위험을 기꺼이 무릅쓴다.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위험한 금융상품에 투자하거나 토토를 즐기는 것 역시,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그런 것에 대한 지식이 많고 친숙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들에게 위험은 '좋아하는 대상' 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이 원하는 가치 있는 '보상' 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무릅써야 하는 가능성' 일 뿐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위험에 뛰어들 때, 이들은 위험이 작아서가 아니라 이득이 그 이상으로 크다고 느껴서 뛰어든다. 결국, 특정한 보상의 주관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이상, 다른 종류의 보상에 대해서까지 주관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는 않는 것이다.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샌님" 이 성립 가능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위험추구의 다른 예측요인으로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이 있다. 이는 사회심리학계에서 잘 확립된 이론적 조망인데, 간략히 설명하자면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 중에 자신이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있는가에 대한 생각도 포함시킨다" 라고 할 수 있다. 위험추구의 성차라는 주제에 이를 적용한다면, 사회적 정체성 이론은 "자신이 남성이라는 사실을 중시하거나 그것이 자신을 잘 설명한다고 믿는 경우,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더 인위적으로 위험추구 성향을 드러낼 수 있다" 는 설명을 도출한다. 이와 관련한 몇 가지 문헌들도 존재한다. 프레임 효과를 활용한 어느 연구에서는[41] 임금협상에 있어서 '협상' 이라는 단어를 '요청' 이라는 부드럽고 온화한 프레임으로 바꾸자, 남성들의 전투 준비 태세(?)가 약해지면서 그들의 공격적이고 무모한 수준의 임금 제시 수준이 약해졌고, 결과적으로 여성 참가자들과의 평균 차이가 사라지기도 했다. 다른 연구에서는[42] 남성 참가자들이 패션 퀴즈나 화장품 퀴즈 등 가상의 '여성성 관련 과제' 에 실패했다고 안내되면 오히려 "역시 난 남자니까!" 라며 뿌듯해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직후 이어진 가상의 도박 과제에 "싸나이답게" 더 큰 판돈을 거는 경향을 보였다. 호르몬이 위험추구를 이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사회적 성 역할이 위험추구를 이끌어올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위험을 추구하게 되는 예측 요인 중에는 인구학적 변인도 존재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한 대규모 가구조사에 따르면,[43] 전세계적으로 '특정한' 인구집단만이 종래에 남성의 성향이라고 흔히 여겨져 왔던 위험추구의 통념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일 수 있었다. 이들은 바로 남성 중에서도 백인 남성, 그 중에서도 미국 국적이고 고소득 고학력자이면서 정치적으로 보수적이며 지배적 성격이 강한 사람들이었다. 그렇다, 흔한 음모론자들이 상상하는 일명 '전세계의 숨겨진 실세' 들의 이미지다(…). 보다 대중적으로는, 중후한 양복을 차려입고 이브닝 파티에서 칵테일을 기울이는 멋들어진 금수저들을 떠올려 볼 수 있겠다. (진화생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이 인구집단과 얼마나 유사할지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자들은 다른 모든 것이 동일한 상태에서 국적만 스웨덴으로 바뀔 경우에는 여성과의 위험추구 성차가 마법처럼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저자는 위의 발견에 대해, "이 사람들은 세상의 많은 것들을 실제로 지배하고, 통제하고, 이끄는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매사 의사결정에 낙관적이며 위험하다는 생각 자체를 잘 하지 않는다" 고 설명했다. 뭐든간에 자신이 탕탕 호령만 하면 세상이 설설 기면서 움직여 주는데, 이들이 무릅써야 할 위험이 어디 있겠는가? 반면, 여기에 해당사항이 없는 남성일수록 그런 사회적 권력이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매사 처신을 조심하게 되고 여러 위협과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기존의 통념은 기껏해야 이런 '강자들의 심리', '지배층의 심리' 만을 설명할 수 있었지만, 그런 한계 많은 발견만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일반화를 시도했던 셈이다. 심지어 저자는 이들조차 엄밀한 의미에서 위험추구적인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저자의 확인에 따르면, 이들의 무책임한 금융상품 투자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비용은 결국 납세자들이 짊어졌으며,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해 풍비박산이 나서 거리에 나앉은 금수저는 없었다는 것이다. 세간에서 흔히 말하는 "남이 싸놓은 치우는 놈이 따로 있다" 는 게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이리턴' 은 자신이 가져가고 '하이리스크' 는 타인이 책임지게 되는 구조 속에서 나타나는 위험추구를 정말 '위험추구' 라고 부를 수 있는가? 이런 건 차라리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3. 논쟁: 진화생물학의 부정인가, 생물-사회 상호작용론인가

저자의 의견이 어떻건 간에, 본서는 많은 진화생물학자들과 진화심리학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들은 저자가 사회 구성주의와 정치적 올바름의 전통을 따라서 자신들의 평등주의 사상에 어긋나는 '과학적 사실' 들까지도 부정하려 한다면서 발끈했다. 실제로 이들의 반응을 이해하려면 다소간의 전후사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당초 성 선택에 관련된 대중서들이 《도덕적 동물》 이나 《욕망의 진화》 같은 책에서 암시되듯이 여성에게 유해한 젠더 관련 고정관념들을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샌드라 하딩(S.Harding)의 《누구의 과학이며 누구의 지식인가》 나 마리 루티(M.Ruti)의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같은 인문학적, 지식사회학적 관점에서의 비판서들도 다수 출간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진화생물학자들은 다시금 "과학적 방법이라는 것은 결국 관찰결과를 보고(reporting)하는 데 있는데 과학자가 남성이건 여성이건 뭐가 중요한가, 여성이 연구하면 데이터가 달라지기라도 한다는 말이냐" 고 반박했고, SJW들이 엄밀하게 합의된 과학적 연구결과조차 이념적으로 왜곡하려 한다면서 개탄했다. 그러나 여전히, 페미니스트들은 "관찰결과를 보고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걸 해석(intepreting)하는 것이 편향된다는 것" 이라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심지어 이 대립구도는 아직도 현재진행중이다.

2013년에 《Psychological Inquiry》 에서 진행된 바 있는 논쟁은 진화론의 관점으로 인간의 성차를 설명하면 과장을 피할 수 없는가를 주제로 하였다. 여기에 긍정하는 입장으로서 스티브 스튜어트-윌리엄스(S.Stewart-Williams)와 앤드루 토머스(A.G.Thomas)는 그들의 논문에서[44] 어떻게 인간의 성생활을 공작의 성생활과 등치할 수 있겠느냐면서 소위 인간 예외주의(human exceptionalism)로 보일 만한 주장을 펼쳤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동물들의 성 선택 전략은 "수컷이 경쟁하고 암컷이 선택하는" 모형으로 잘 설명될지 몰라도, 인간은 사회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자신이 사랑할 사람을 똑같이 선택하는" 모형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인간은 유독 성차가 없다' 고 예외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다른 영장류나 동물들에 비해 성차가 작은 편' 이라는 것인데, 이것이 잘 전달되지 않아서 답변 논문에서 한번 더 언급하기도 했다.[45] 흥미로운 것은 진화심리학자 조프리 밀러(G.F.Miller)가 여기에 조심스레 찬동하면서 "교수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유독 양성 간의 급간분산(성차)은 과장해서 강조하고 급내분산은 생략하는 식으로 진화심리학을 가르치는 경향이 있긴 하다" 고 말했다는 점. 또 다른 흥미로운 점으로 메타분석의 효과 크기가 대체 얼마나 더 커져야 "그냥저냥하다"(modest)는 딱지를 뗄 수 있느냐는 항변이 있었는데, 남녀 간의 키 차이와 비교하자면 대부분의 심리적 성차는 정말로 미약한 편이지만 이것이 너무 가혹한 기준점이라는 불평도 나왔다.

진화심리학 문서에서도 설명되지만, 진화심리학의 옹호자든 비판자든 간에 절대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자연주의의 오류다. 진화의 과정이 그러했다고 해서 "남자들이 바람 좀 피우는 게 어때서? 남자들은 원래 그래!" 라고 말한다면 당장 진화심리학자들부터 뒷목을 잡을 것이다. 인간은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공익을 위해서라면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진화론을 연구하는 학자들 역시 이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고, 본서의 저자 역시 생물학적 결정론을 들어서 그것을 마치 자연의 섭리처럼 다루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있다. 단지 본서에서는 사회적 요인(social factors)을 포함시켜서 똑같은 이야기를 다시 변주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먼 길을 돌아왔지만, 진화심리학적 지식이 대중적으로 소비될 때에는 그 오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서는 제리 코인(J.Coyne)과 같은 유명 생물학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창조설 사냥꾼이자 무신론자로서 대중에게 더욱 유명세를 얻고 있는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기고문에서 본서가 영국 왕립학회 과학도서상을 수상한 이유는 과학도서 수상 기준을 과학자들이 선정하는 게 아니라 소설가나 언론인 같은 비전문가들끼리 선정하기 때문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저자가 본서에서 내세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조잡한 연구조차 제시할 수 없었다(can’t bring herself to call out shoddy research that supports her book’s hypothesis)고까지 주장했으며, 저자가 젠더의 '빈 서판' 이라는 편견에 빠져 있다고 공격했다. 코인은 저자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각각 "(WRONG)" 이라고 달아두었는데, 한편으로는 저자가 '남녀 간에는 호르몬에 의해 발생하는 생물학적 성차가 없다' 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그런 식으로 주장한 적이 없으며, 호르몬의 영향력을 T-렉스마냥 절대적인 지위에 놓는 것을 경계했다.)

비슷한 어조로, 교육심리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앤드루 사비스키(A.Sabisky)는 종합 교양지 《Areo》 에 기고한 서평에서, 본서가 영국 왕립학회 과학도서상을 수상한 이유는 그것이 과학적으로 어떤 잘 된 연구를 실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신좌파적 가치와 비전을 지키기 위해 대안 우파와의 문화전쟁에 맞설 토대를 정초했기 때문이라고 추론했다. 시대가 변하고 미래에는 인간의 가치에 대한 새롭고 심도 있는 중요한 고민들이 산적해 있는데, 아직 우리는 '양성 간의 생물학적 평등' 같은 주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류의 시도는 의도는 좋았다고 평가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응용심리학자 로버트 킹(R.King)은 자신의 기고문에서, 본서가 베이트먼의 실험에 대해 대중적으로 잘 설명했다고 호평하면서도 그것이 생물학계에서 17세기에 이미 사장된 떡밥인 본질주의를 들어 생물학계를 잘못 공격한다고 비판했다. 계몽주의가 시작되고 과학적 방법이 정립되면서, 플로지스톤이나 엘랑 비탈 같은 것들은 이미 진작에 폐기 처분되었고, 현대에는 더 이상 본질 같은 철 지난 담론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 선택에 대해서 공격할 때 본질주의를 들어서 공격한다면 단지 허수아비를 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본서가 클라크의 유명한 실험을 비판하는 것은 고작해야 사고실험에 불과할 뿐이라고 일축했다. 물론 본서에서 언급하듯이 현대 생물학계에서 생물 종의 섹슈얼리티의 다양성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맞는데, 그것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도 본서보다는 차라리 《Dr. Tartiana's Sex Advice to All Creation》 이라는 책이 더 추천할 만하다고 한다.

가장 거칠게 반응하는 서평으로서 위의 제리 코인 역시 소개한 것으로는 웹사이트 "YayoCorner" 라는 곳에 게시된 것이 있다. 그러나 이미 해당 글은 아카이브 없이 삭제된 상태이며 위의 제리 코인의 웹사이트 및 다른 반PC운동 계열의 사이트에 그 일부가 남아있을 뿐이다. 여기서는 본서의 논지에 대해 더더욱 비관적인데, 저자가 소표본과 신뢰할 수 없는 척도를 활용한 수많은 열악한 연구들을 제시했다(there are lot of bad studies with small samples and unreliable measures)고까지 말하고 있으며, 저자의 주장은 어디까지나 Ad Hoc 가설에 불과하고, 페미니즘은 성차에 대해 이야기할 때 늘 오컴의 면도날을 피해가는 예외적 위치에 있다고 평가 절하한다. 물론 이 잔여 글타래에서 글의 전체를 확인할 수 없으니만큼, 어째서 오컴의 면도날 같은 용어들이 여기서 난데없이 등장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곧바로 짐작하기란 어렵다. 이미 Yayo라는 필명의 누군가가 자기 기고문의 서두에서 스스로 밝혔듯이, 이것들은 오히려 창조설이나 지적설계를 비판하기 위해 진화론 진영에서 더 흔히 동원되곤 하는 수사들에 가깝다. 이는 이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익숙한 프레임으로 짜여진 '창조설(반과학) vs. 진화론(진짜 과학)' 의 구도 속으로 몇몇 단어만 바꾼 채 본서의 쟁점을 맞춰놓으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나무위키에 한하여 생각건대, 본서에서 저자의 메시지는 2010년 즈음의 olleh 광고인 "다 그래를 뒤집어라" 에 가까워 보인다. "남자들은 다 그래" 로는 자연 세계와 인간 사회에서 관찰되는 놀라울 정도의 성적 다양성을 설명해 내지 못한다. 세상은 복잡하고, 삶의 양식은 다양하다. 하지만 일부 사회 지도층, 즉 '고소득 고학력 보수주의자 백인 남성 미국인' 들은 그런 다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삶의 방식만을 설명할 수 있는 남성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형성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그 이미지의 학술적 근거를 위해서 20세기 중엽에 확립된 진화론의 성 선택 관점에만 매달렸고, 그 이후로 생물과 생태의 다양성을 보고하는 최신의 보고들, 인간의 심리의 다양성을 보고하는 심리학계의 문헌들에 귀를 닫았다는 것이다. 인간이 사회적 환경과 맥락에 영향을 받는다는 말은 반(反)생물학적인 논변이 아니라, 유기체가 외적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선보이는 놀랍도록 유연한 적응력과 그 다양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비판론자들은 이런 저자의 주장들이 '생물학 부정론' 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이는 저자의 본래 저술의도에 비추어 보면 공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부정론' 은 실상은 허상일 뿐이라는 자성도 나올 정도. #예시 참고로 저자는 본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조금만 더 깊이 파고들어 가 보면 테스토스테론 렉스 관점을 거부하는 것이 진화나 차이 혹은 생물학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오히려 이런 것들을 고려하기 때문에 테스토스테론 렉스를 거부하는 것이다...

...자연선택이 우리의 몸뿐만 아니라 뇌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혹여 페미니스트 창조론자가 이 세상 어딘가에 있더라도─매우 있음직하지 않은 세계관의 조합이지만─나는 그쪽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말할 수 있다."
- p.22 (일부 구문은 나무위키에서 자체 강조)

본서의 전체 참고문헌 수가 총 510건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제리 코인이나 Yayo와 같은 비판론자들의 불만은 의아한 점이 있다. 하지만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단순히 참고문헌이 방대하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며, 어쩌면 본서는 과학자들의 엄밀한 연구논문이 아니라 페미니스트들의 사회 구성주의에 입각한 사변적 논문이나 무작정 찍어내는 단행본에만 잔뜩 의지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일단 사회학이나 여성학, 인류학은 전부 제외하자. 본서는 심리학 논문을 인용하는 비중이 가장 높지만, 심리학계가 '좌편향' 되어 있다는 학계 내적인 논란을 받아들여서 (진화심리학과 생물심리학을 제외한) 모든 심리학 논문도 제외하자. 본서는 경제학 논문도 다수 포함하지만, 학문적 거리를 고려하여 이들도 전부 제외하자. 그리고 핸드북이나 단행본은 동료평가가 약하기 때문에 미심쩍으니, 이것들도 전부 제외하자. 비판론자들의 까다로운 기대에 부합할 만한, 소위 '진짜 과학' 논문들은 본서 레퍼런스에서 얼마나 많이 남게 될까?

이렇게 필터링하면 비판론자들이 인정할 만한 수준의 '진짜 과학' 논문의 수는 총 151건이 남는다.[46]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네이처》 에서 7건, 《사이언스》 에서 5건이 인용되었고, IF가 무려 51에 달하는 미국의학협회지(JAMA)에서 1건이 인용된 것이 보인다. 이들을 제외하고 다시 나누면 신경과학뇌과학 분야에서 29건, 생물학 및 유관분야에서 109건의 논문이 인용된 것을 볼 수 있다. 생물학 논문들을 저널의 주제별로 나누자면 내분비학 5건, 진화생물학 15건, 진화심리학 2건, 진화인류학 2건, 동물행동학 3건, 생리학 5건, 호르몬학 14건, 생식의학 2건, 유전학 3건, 환경생물학 1건, 인간생물학 10건, 실험생물학 1건, 비교생물학 4건, 성생물학 3건, 생태학 7건, 동물학 3건, 영장류학 2건, 생물심리학 4건, 비뇨기학 1건, 약학 3건, 고생물학 1건, 임상화학 1건이며, 프로시딩류 매체 중에서는 18건이 있다.[47] 따라서, 몇 건의 "불확실한 보고들" 만을 갖고 "진화과학의 상식을 뒤집으려" 하는 것이라는 비판론자들의 주장에 반발할 생물학자들과 뇌과학자들은 꽤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혹시, 학계 변두리에서 도발적으로 제기되는 인기 없는 주장들을 제시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본서에서 인용하는 리뷰 저널 문헌의 수는 총 22건으로, 어떤 학문분야이든지 저자는 가급적이면 웬만큼 입지적인 주장을 소개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최소한, 저자의 문헌고찰이 불성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처럼 "그래서 진화과학을 인정한다는 겁니까, 아니면 부정한다는 겁니까?" 식의 과열된 반응은, 일정 부분은 본서의 저술 방식에도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테스토스테론' 과 '성적 행동' 사이에 → 의 우향하는 화살표만을 긋는 것을 비판하면서, '사회문화적 요인' 을 새로 추가하고 여기서 '성적 행동' 으로 이어지는 화살표를 추가로 그리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에서 보았듯이, 그 과정에서 저자는 오히려 '사회문화적 요인' 에서 '테스토스테론' 으로 이어지는 화살표까지 함께 그려 놓았고, 반대로 테스토스테론이 사회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정리하면 테스토스테론은 저자의 논리에서 간접매개변인의 위치에 놓일 뿐이며, 반대로 사회문화적 요인이 테스토스테론의 간접매개효과를 보일 가능성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당장 데이비드 라이머 같은, 호르몬이 아예 사회화를 압도해 버린 극단적인 사례도 있는 마당에 말이다.[48] 이 가능성까지 고려되어야 저자가 의도한 생물-사회 상호작용론의 '상식' 이 모형적으로 성립한다고 볼 수 있을 텐데, 이를 생략함으로써 진화생물학자들의 사기를 꺾어 놓은 셈이다. 《The Guardian》 지의 서평 부제목이 "불평등은 자연적인 게 아니라 문화적인 것이다"(inequality ... is cultural, not natural)라고 오해받기 딱 좋게 뽑혀나온 것도 이와 무관하진 않아 보인다. (다시 한 번, 저자는 그런 식으로 주장한 적이 없으며, 자연적인 것의 영향력을 무슨 T-렉스마냥 절대화하는 것을 경계했다.)

또한 많은 진화 이론가들은 평등주의가 '진화에 합치되지 않으므로 잘못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단지 과학적 지식에 이념이 섞여들어서는 안 된다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발버둥(?)을 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본서의 비판의 방향은, 앞에서 몇 차례 언급되었지만, 과학자들을 향해야 한다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지식을 함부로 소비하는 일반 대중을 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본서는 그 독자층과 직접적 비판의 대상에 대해서는 엄밀하게 구분하지 않음으로 인해 마치 과학자들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느낌으로 독해될 여지를 남겼다. 많은 비판들이 본서가 허수아비 논증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정작 진화생물학자들 본인들은 '머리로는 성차별이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자신의 과학적 발견의 과정을 왜곡하지는 못하도록 애쓰는' 자기들 나름의 또 다른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을 갖고 있는데 말이다. 아마도 '윤리적인 과학자는 이때 어느 쪽을 골라야 하는가?' 에 대한 최종적인 답변은 사람마다 달라지게 될 것이며, 여기서 확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서에서 예측한 것과는 다른 연구결과를 내놓은 논문이 존재함을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본서가 출판되던 시점인 2016년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실린 한 논문에서[49] 성 평등이 정착된 북유럽 국가들일수록 이공계 여성 진학률과 같은 주제에서 성차가 작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커진다는 것이 알려져서 학계에 충격을 주었다. 이것은 젠더 평등의 역설(gender-equality paradox)이라고 이름붙여졌는데, 본서에서 2년 전에 제시했던 것과는 상충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본서에서는 사회적 성 평등이 정착될수록 성 역할의 사회적 압력도 작아져서 여러 성차들이 더 작아질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논문에서는 비-북유럽 국가들에서 여성들의 이공계적 학구열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추가적 압력을 받기 때문" 이라는 요지의 매개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어찌 보면, 문화적 압력은 저자의 생각처럼 성차가 커지는 방향으로 개인을 몰아가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성차를 억지로 줄이는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문화적 압력이 어떤 경우에 어떻게 작용하는지까지는 아직 알지 못하며, 학계의 더 많은 연구를 기다려야 한다. 확실한 결론이 도출되기 전까지, 본서의 메시지 중에서 이 부분만큼은 더 최신의 지식으로 업데이트해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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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ine, C., Jordan-Young, R., Kaiser, A., & Rippon, G. (2013). Plasticity, plasticity, plasticity... and the rigid problem of sex.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17(11), 550-551.[2] Fine, C., Joel, D., Jordan-Young, R., Kaiser, A., & Rippon, G. (2014, December 15) Why Males≠ Corvettes, Females≠ Volvos, and Scientific Criticism≠ Ideology. Cerebrum. Retrieved from http://dana.org/Cerebrum/2014/Reaction_to_%E2%80%9CEqual_%E2%89%A0_The_Same__Sex_Differences_in_the_Human_Brain%E2%80%9D[3] Fine, C. (2014). His brain, her brain? Science, 346(6212), 915-916.[4] Fine, C. (2018). Feminist science: Who needs it? The Lancet, 392(10155), 1302-1303.[5] 이런 주장을 펼치는 유명한 인물로서 크리스티나 호프 소머즈(C.H.Sommers), 그리고 《소모되는 남자》 의 저자인 로이 바우마이스터(R.F.Baumeister) 등이 있다.[6] Cimpian A., & Markman, E. M. (2011). The generic/nongeneric distinction influences how children interpret new information about social others. Child development, 82(2), 471-492.[7] 저자에 따르면, 인간 아기는 자신이 태어난 이후에 어느 환경으로 내던져지게 될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태어나 보니 이누이트 족의 이글루일 수도 있고, 히말라야 산맥셰르파 집일 수도 있고, 사하라 사막을 오가는 캐러밴 일행이 반기고 있을 수도 있고, 아마조니아 열대우림 속에서 태어날 수도 있으며, 어떤 이들은 선진국에서, 어떤 이들은 후진국에서, 도시에서, 농촌에서, 산에서, 섬에서, 부권사회에서, 모권사회에서, 추장사회에서, 국가사회에서 태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호르몬에 의해 '고정' 된 존재라는 대중적 이미지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삶의 패턴들을 설명하지 못한다.[8] Snyder, B. F., & Gowaty, P. A. (2007). A reappraisal of Bateman's classic study of intrasexual selection. Evolution: International Journal of Organic Evolution, 61(11), 2457-2468.[9] Gowaty, P. A., Kim, Y.-K., & Anderson, W. W. (2012). No evidence of sexual selection in a repetition of Bateman's classic study of Drosophila melanogaster.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9(29), 11740-11745.[10] Gerlach, N. M., McGlothlin, J. W., Parker, P. G., & Ketterson, E. D. (2011). Promiscuous mating produces offspring with higher lifetime fit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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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economic methodology, 21(3), 211-231.[38] 깔때기도표는 방법론적으로 깐깐한 기준을 적용하는 사회과학 분야라면 으레 메타분석에 포함시키곤 하는 도표로서, 그간 출판되지 못한 연구가 얼마나 많았을지를 추정하는 기법이다. 이 도표는 효과크기의 값들을 산포도(scatterplot)로 나타내는데, 가로축은 음수에서 양수에 이르는 효과크기를, 세로축은 연구에서 활용한 표본의 크기를 설정한다. 통계적으로 볼 때, 일반적으로 소표본일수록 무선적 오차가 많기 때문에 그 효과크기는 연구마다 들쑥날쑥하지만, 대표본이 되어 갈수록 그런 문제는 점점 줄어든다고 전제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상적인 상황에서 효과크기는 좌우대칭 형태로 위가 좁고 아래가 넓은 깔때기 모양으로 산포되게 된다. 하지만 만일 산포도의 좌우가 비대칭으로 나타났을 경우, 그 "사라져 버린 깔때기의 일부" 는 출판편향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게 된다는, 꽤 간단한(?) 통계적 방법의 논리다.[39] Apicella, C., Carre, J., & Dreber, A. (2015). Testosterone and economic risk taking: A review. Adaptive human behavior and physiology, 1(3), 358-385.[40] Wang, M., Keller, C., & Siegrist, M. (2011). The less you know, the more you are afraid of: A survey on risk perceptions of investment products. Journal of behavioral finance, 12, 9-19.[41] Small, D. A., Gelfand, M., Babcock, L., & Gettman, H. (2007). Who goes to the bargaining 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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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ological Inquiry, 24(3), 248-271.[46] 숫자가 크게 줄어든 데에는 심리학 논문을 제외한 영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47] 각각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속칭 PNAS)에서 14건,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of London에서 4건.[48] 그 외에도 호르몬에 관련된 연구는 아니고 광범위하게 진화적 압력에 대해 연구한 사례로서, 예컨대 진화심리학자 카를로스 나바레테(C.D.Navarrete)는 여성이 세균감염에 취약해지는 임신 초기일수록 (자기도 모르게) 외국인 차별자문화중심주의적 태도가 강해짐을 발견했고, 특히 백인 여성들은 자신의 월경 주기에 의거하여 임신 가능성이 높아질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흑인 남성을 두려워하고 인종차별적 태도가 심해진다는 것도 발견했다. 이런 흥미로운 연구들은 거꾸로, 진화적 압력이 우리 사회의 불관용적 풍조에 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 그 사회화를 통해 개인의 행동까지도 이끌 수 있다는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제기하기에 적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의 초점을 흐리지 않으려 해서인지, 본서에는 이런 흥미로운 진화심리학적 연구사례들이 없다.[49] Stoet, G., & Geary, D. C. (2018). The gender-equality paradox in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education. Psychological science, 29(4), 581-5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