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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명탐정 코난의 추리 관련 문제점은 연재 초기 때부터 지금까지 지속되는 명탐정 코난의 대표적인 비판점이다.[1] 때문에 추리물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은 명탐정 코난을 정통 추리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이하 내용에서는 명탐정 코난의 해당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에피소드의 핵심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하고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2. 트릭과 암호
#1 수수께끼를 해결할 때 독자는 작중의 탐정과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모든 단서는 명확하게 기술되어야 한다.
#15 사건의 진상은 통찰력 있는 독자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것이 되어야 한다. 환언하면 사건의 종말을 알고 다음에 다시 읽어본다면 모든 단서는 분명히 제시되었고 모든 증거는 범인을 향하고 있음을 알게 되어 충분한 납득이 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탐정과 같은 정도의 지능을 가진 독자라면 마지막 장까지 가지 않더라도 수수께끼를 혼자서 풀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실제로 혼자서 풀어보는 독자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반 다인의 20칙 中
명탐정 코난은 추리물에서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인 '독자와 작중 탐정이 같은 위치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탐정의 입장과 별개로 독자로서도 진실을 알아낸다'는 기본적인 전제를 무시하는 사건이 매우 많다. 이는 기본적으로 녹스의 10계나 반 다인의 20칙에서 언급하듯이 독자와 작품 간의 페어플레이를 요구하는 것이 현대 추리물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현대 추리물에서는 독자와 탐정이 같은 위치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독자가 탐정(작가)보다 똑똑하다면 먼저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구성한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작중 탐정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독자에게도 동일하게 설명되어야만 한다.#15 사건의 진상은 통찰력 있는 독자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것이 되어야 한다. 환언하면 사건의 종말을 알고 다음에 다시 읽어본다면 모든 단서는 분명히 제시되었고 모든 증거는 범인을 향하고 있음을 알게 되어 충분한 납득이 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탐정과 같은 정도의 지능을 가진 독자라면 마지막 장까지 가지 않더라도 수수께끼를 혼자서 풀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실제로 혼자서 풀어보는 독자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반 다인의 20칙 中
하지만 명탐정 코난에서는 추리를 위해 필요한 부분을 설명하지 않고 '코난이 그 부분을 캐치했다'는 사실만 넘겨버리거나, 아예 독자가 상상하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의 추리를 요구하는 사건을 만들어 놓고는 얼렁뚱땅 해결 파트로 넘어간다. 따라서 독자들은 수동적인 위치에 놓은 채 탐정인 코난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다.[2] 추리 장르에서 독자가 얻는 실마리 자체를 봉쇄하고 제한을 둔다는 것은 한 마디로 "당신은 풀지 말고 구경만 하면 우리 척척박사 만능 주인공이 뭐든 다 해결해줄 겁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데, 명탐정 코난에서는 이런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2.1. 현실성이 없는 물리 트릭
명탐정 코난은 트릭 대부분이 기계나 도구를 이용하는 물리 트릭이며, 대부분은 독자들이 단번에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 다루어지는 많은 사건들이 범행 장치의 원리와 그 가능성에 대한 추리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등장인물들의 추리 또한, 범행 도구를 찾고 그 흔적과 연관된 범인을 지목하는 패턴이 많이 나온다.추리물에서 물리 트릭의 등장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독자들 중에서는 심리 트릭을 즐기는 독자만큼이나 물리 트릭을 즐기는 분파도 엄연히 존재하며, 기타야마 다케쿠니처럼 물리 트릭 위주의 추리물만 20년 가까이 연재해오면서 큰 비판을 받지 않는 작가도 많다. 이상하게 생긴 건물류의 트릭들도[3] 어떤 면에서는 물리 트릭이며, 밀실 트릭 역시 그러하다.[4] 그러나 물리 트릭은 규모가 크면 클수록 현실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어느 하나가 잘못되면 트릭 전체가 망가질 가능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물리 트릭을 주력으로 하기 위해서는 상식적으론 안 될 것 같아보였는데 의외로 쉽게 가능하다든가, 현실감은 없지만 정체가 공개됐을 때 톱니바퀴가 딱 맞아떨어지는 절묘함이 있다든가 하는 강점이 있어야 한다.[5]
게다가 물리 트릭이 '현실성이 없는 것' 자체도 문제가 아니다. 비현실적이고 과장이 심한 살인 방법에 대해서는 작가가 초기에 모방 범죄를 우려해서 일부러 그렇게 했다는 코멘트가 있기도 했고, 다른 작품의 물리 트릭들도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물리 트릭은 심심찮게 나온다. 코난 내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오리지널 에피소드인 직녀 클럽에 잘 오셨습니다가 있는데, 이 에피소드는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작중에서 묘사된 물리 트릭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현실적이어서 모방범죄의 위험성이 제시되어 크게 비판을 받았고 한국에서는 결국 더빙이 불발되었다.
문제는 코난식 물리 트릭은 이러한 기존의 물리 트릭 독자들조차 만족시키지 못할 정도로 허무맹랑하다. 예를 들어 문 하나 잠그려고 건물 전체에 와이어 장치를 이용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능이야 하겠지만, 그러려면 실제 골드버그 장치에서처럼 주변에 아무도 다가가지 않도록 철저한 인원 통제를 해야 할 것이다. 누구 하나가 지나가다가 발에 걸리는 등 하나라도 잘못 돌아가면 실패할 트릭이 현실성이 없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6] 코난에서의 물리 트릭은 "이렇게 하면 어떻게든 가능은 하다" 정도에 지나지 않아서 독자 입장에서 골드버그 장치에 가까운 느낌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즉 현실성과는 별개로 '되긴 한다' 정도로라도 독자를 설득시키지 못하는 것, 그리고 아예 독자가 추리를 하지 못 할 정도의 복잡하고 허무맹랑한 장치를 설계하는 것이 제일 큰 문제인것. 그런 비현실적인 물리 트릭을 건축가나 기계공 같은 전문가(?)가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시민 A가 남발하는 빈도가 너무 잦다.
코난에 나오는 여러 트릭들 중 그나마 현실에서도 실현이 가능한 트릭은 나이트바론 살인사건 때 열쇠 없이도 스카치테이프를 이용하여 호텔 현관문을 잠가서 밀실로 만드는 것이 현재까지 유일하며, 실제로 아오야마 고쇼가 이 트릭을 직접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원작에서도 지적했듯이 현관문에 테이프를 사용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나오기에 조사만 꼼꼼히 했으면 금방 간파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아예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한 트릭들도 있다. 명탐정 코난/비판/비현실적인 요소 및 오류 항목 참조. 물론 추리물 역시 가상 매체이기에 무조건 실현 가능한 것만 다루어야 할 필요는 없고[7], 다른 추리물에서도 이런 비현실적인 오류는 나온다.[8] 하지만 다른 작품에서 나오는 오류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거나, 현실과는 선을 어느 정도 긋기에 작품에 타격을 줄 만큼 심각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코난은 아예 상식 외의 현상을 들고 와서는 실존하는 현상인 것처럼 서술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한 예시로 카마이타치의 여관 편에서는 다일레이턴시 현상을 이용해서 온천을 건너는 것이 핵심 트릭인데, 해당 항목에 나오듯 다일레이턴시 현상이 일어날 수준의 현탁액을 만들려면 문서를 봐도 알겠지만 맨눈으로 봐도 온천물이라고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얗고 찐득찐득해지도록 녹말을 때려박아야 하는데다 설령 그렇게 만들어도 발을 조금이라도 쉬었다간 현상이 사라져 늪에 빠지는 꼴이 되어 위험 부담이 크고 성공해도 어지간하면 발목까지는 젖는다. 그런데 작중 묘사는 창고에 있는 녹말만 좀 부으면 다일레이턴시 현상이 발생하고, 성공하면 흔적 하나 안 남는 공중 부양이 가능한 마법의 현상인 것처럼 얼토당토않은 사실을 서술하면서 트릭이라고 하는 꼴이다.[9]
때문에 다른 추리 장르에서는 물리 트릭보다는 심리 트릭을 주로 활용하는 편이다. 사람이란 의외로 착각을 잘 하는 동물이므로 상황만 잘 조절하면 간단하면서도 현실감 있는 트릭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10] 클로즈드 서클이나 기묘한 민담 등으로 등장인물을 착각시키기 쉬운 배경을 깔기도 한다. 소년탐정 김전일과 탐정학원 Q는 트릭 대부분이 착각을 이용한 심리 트릭이라 복잡하지 않고 비교적 현실적이다. 역전재판 시리즈나 단간론파 시리즈 같은 추리 게임들도 차용하는 트릭 대부분은 인간의 인지 착각을 비틀어 범죄 행위, 목격 장면, 알리바이 등을 비트는 트릭이 매우 많이 나온다.[11] 쉽게 말해 원래는 범죄와 관련된 요소인데 이걸 목격자가 전혀 다른 것으로 잘못 봤다거나 범인이 다른 모습으로 변장을 하고 나타났다거나, 실제 벌어진 사건 시각과 다른 연출 혹은 이를 속이기 위한 거짓 증거품 등을 이용해서 사건의 시각, 장소 등을 꼬아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트릭은 그 현장에서 관찰할 수 없는 독자들을 배려하고 독자로 하여금 논리적 추론에 따라 거짓 알리바이, 거짓 증언을 간파하고 모순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다.
2.2. 독자에게 제시되는 증거의 빈약함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독이나, 마지막에 과학적 설명을 길게 늘어놓아야 하는 장치는 사용해선 안 된다.
녹스의 10계 중 4계
여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하술할 '부족한 실마리 & 지식 의존' 및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전개' 항목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녹스의 10계 중 4계
트릭의 규모가 너무 큰 장치가 많다보니 해당 트릭을 이해할 만한 물리적 증거가 빈약하다. 더군다나 작가도 자신이 짜는 트릭의 복선이 클리셰화 되기 시작하자 그냥 증거 자체를 안 주다가 코난이 추리 말미에 짜잔 하고 내놓는 식으로 매듭 자르기식 대응을 하고 있다보니 더더욱 독자에게 주어지는 증거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독자로서는 추리물에서 핵심인 추리가 초장부터 막혀버리므로 추리물임에도 사건을 깊이 파고들 흥미를 잃게 된다. 그냥 책을 넘겨 범인이 누구인지만 보고 넘어가 버리는 식이다.
예를 들어 물리 트릭이라고 해도 단순히 방이 움직이거나 비밀통로가 있는 정도의 간단한 트릭이라면, 방이 움직이는 기계음이 들리거나 특정 벽에만 먼지가 안 쌓여 있거나 정도의 간단한 증거를 통해 독자들에게 그 가능성을 암시할 수 있다.[12] 그러나 명탐정 코난은 규모에 걸맞은 이해 가능한 증거를 제시했던 적이 극소수이다. 예를 들어 상술한 카마이타치의 여관은 다일레이턴시 현상의 묘사가 부정확하다는 문제 이전에, 트릭이 밝혀지기 전 작중 다일레이턴시의 ㄷ 자도 언급되지 않았다는 증거의 빈약함이 가장 큰 문제다.
사실 코난에서 자주 등장하는 와이어식 물리 트릭은 '와이어로 어찌저찌 연결했다'라는 구도가 너무나 단순하기 때문에 적절한 복선을 주기도 곤란하다. 어딘가 무슨 낚싯줄 자국이 있기라도 하면 그냥 낚싯줄 트릭인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증거를 준답시고 트릭에 대한 직접적 암시가 아니라 '지나가는 캐릭터가 무심하게 던진 한마디' 혹은 '어쩌다보니 트릭과 비슷하게 생겨서 영감을 주는 그림' 정도의 간접적 암시를 내놓는 경우도 많기에 설득력이 더 떨어진다. 예를 들어서 범인이 역삼각형 모양으로 와이어를 배치하는 트릭을 사용해 범죄를 저질렀는데, 코난은 와인병에 그려진 삼각형 돛을 단 돛단배를 보고 갑자기 띠링 하며 트릭을 알아내는 식이다. 가끔 특정 인물이 먼저 범행을 알아내고 일부러 트릭을 알아내게 암시를 거는 경우도 있으나 극소수이다. 이런 우연이 한 두번 일어나는 게 아니니 "만약 그런 물건이 우연히 옆에 없었더라면 코난은 트릭을 풀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은 더욱 증폭된다.
이런 '증거의 빈약함 + 택도 없는 간접 증거'라는 문제가 연속으로 일어난 예시 중 하나가 코고로의 동창회 살인사건이다. 이 사건은 '피해자가 격렬하게 움직인 뒤 죽었기에 사후경직이 빠르게 일어나고 사망 추정 시각에 오류가 생겼다'라는 트릭을 사용했는데, 일단 일차적으로 이 사실 자체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그 다음 문제는 이 사실을 코난이 알아채는 방법인데, 바로 호텔에 있는 무사시보 벤케이의 동상을 보는 것이었다. 이걸 보고 "무사시보 벤케이는 전투 중에 선 채로 죽었다 → 선 채로 죽을 수 있었던 것은 격렬한 전투 중이라 근육이 빠르게 경직되었기 때문 → 피해자도 격렬하게 움직인 뒤라 사후경직이 빨리 온 거 아닐까?"라는 얼토당토않은 방식으로 알아챈다. 무사시보 벤케이까지야 일본에서 워낙 유명한 인물이니 그렇다쳐도, '벤케이가 선 채로 죽을 수 있었던 것은 빠른 사후경직 때문으로 추정됨'이라는 사실은 정말 알 사람만 아는 지식이다. 즉 이 독자가 풀기 위해서는 벤케이의 죽음 / 사후경직의 조작이라는 이중적인 사전 지식을 요구하는데 이는 추리물로서 적합한 형태가 아니다.
상황이나 행동 묘사가 훨씬 세부적인 애니메이션에서도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서는 코난식 장치를 추리하기 어렵다. 추리해내더라도 이런 장치식 트릭은 현실에서 적용하기가 불가능한 사례들이 많아 독자로서는 되려 코난에게 엉터리 취급받는 코고로의 잘못된 추리가 그나마 상식적인 수준에서 낼 수 있는 논리적인 추리로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2.3. 해석이 어려운 암호
이하의 내용을 사용한다는 것은 작가의 무능함과 독창력의 부족을 폭로하는 것이 된다. (중략) 최종적으로 탐정에 의해서만 해독될 수 있는 암호 및 약호를 사용하는 것.
반 다인의 20칙의 #20
반 다인의 20칙의 #20
암호, 특히 다잉메시지의 경우엔 트릭보다 훨씬 심각하다. 트릭은 최소한 어떻게든 사전지식을 알고 있다면 짐작이라도 가능하지만 메시지 해석은 아예 사전지식을 알아도 해석할 수 없을 수준으로 빙빙 꼬아놓는다.
다잉메시지는 문서에서 보듯 그 개념 자체가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그럼에도 추리물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은 독자와 함께 맞추어나가는 재미를 주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추리소설에 나오는 암호는 독자가 적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논리성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에드거 앨런 포의 황금충이 좋은 예이다. 또 다른 예로 셜록 홈즈 시리즈의 공포의 계곡 도입부처럼 책의 페이지 및 글자 위치를 암호로 이용한다거나 하면 절대 착각할 일도 없고 직관적인데다 책 제목만 숨기면 어지간해서는 찾을 수 없는 식이다.
반면 코난에서는 코난이 말해주기 전까지 독자가 추리할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사전 지식을 알고 있어도, 아니면 사전 지식이 필요 없는 간단한 메시지라 하더라도 메시지에서 해석까지 가는 데에 비약이 지나치게 심해서 일부 에피소드의 암호는 푸는 게 불가능하다. 메시지 해독에 대해서는 독자가 먼저 해독할 여지는 하나도 안 남겨놓고, 갑자기 전혀 관련 없는 지식이 술술 튀어나오더니 문자가 해석되는 코난의 지식 자랑 코너로 전락해버린다.
- 각 에피소드의 예
탐정 사무소 농성 사건의 경우 사전 지식이 필요 없는 메시지를 어디까지 꼬아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아무리 일본어에서는 회색을 쥐색(鼠色), 갈색을 여우색(きつね色)이라고 일반적으로 부르긴 한다지만 하지만 직업을 색깔과 연결해서 빵집 주인을 여우라고 부르는 피해자부터 뭔가 나사가 뭉텅이로 빠졌다.
신임 교사의 해골 사건도 다른 예시인데, 암호 해독의 핵심 키워드는 이로하 노래로[13] 일본인치고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사건 문서의 암호 해석 문단을 보면 그걸 안다고 해서 암호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나마 이 경우에는 범죄자들끼리 서로 소통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라 복잡하게 꼰 것이 어느 정도 당위성을 가진다. 다만 독자가 추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
이후 검은 조직의 모략 에피소드에서는 독자가 해독하기에 어렵지 않은 암호가 등장했다. 다만 이쪽은 FBI 내부 통신 용도로 만들어진 암호인데 너무 허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즉 오히려 해골 사건 암호가 독자가 해독하기에 어렵지 않은 암호이고 검은 조직의 모략 에피소드의 암호가 독자가 해독하기에 어려운 암호였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예시로 <겐타의 필살 슛>에서는 독일인 피해자가 과다출혈로 기절하기 직전의 메시지로 겐타를 향해 "범인..."이라 가리켜 놓고 "엘..."이라고 말했는데, 이 메시지에 겐타는 자신이 실수로 차버린 공에 피해자가 맞아 중상을 입은 것으로 착각해서 패닉에 빠졌다. 근데 사실 이 메시지의 진상은 이렇다. - 범인은 등번호가 11번이 적힌 옷을 입었다.
- elf는 독일어로 11을 뜻함
- 겐타를 가리킨 것과 "엘..." 이라는 말은 개구쟁이 요정을 뜻하는 엘프임
- 일전에 피해자는 겐타가 지하주차장에서 멋대로 공을 차는 걸 보고 개구쟁이임을 알았음
- 고로 겐타는 범인과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해, 겐타를 가르켰다.
이 정도면 감성추리를 넘어서 음모론 수준이다. 결론적으로 겐타는 범인과 아무 관련도 공통점도 없었지만, 피해자의 메시지 탓에 다들 범인과 겐타의 공통점을 찾는답시고 실컷 삽질만 했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사건 종결 후 아즈사와 모리 코고로조차 "메시지를 못 풀어서 겐타가 범인으로 몰렸으면 어쩌려고" 하면서 피해자를 깐다. 정작 응급처치를 받아서 살아난 피해자가 "이 아이들을 믿고 있었으니까요." 하면서 사과하고 케이크를 사 주며 모두 하하 호호 웃는 억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피해자가 독일인, 다잉메시지가 '엘프'라는 2가지 사실 정도면 독자가 충분히 11이라는 뜻을 유추할 수도 있지만, 11에서 엘프, 엘프에서 개구쟁이로 비약하여 '엘프'라는 단어를 유추시키기 위해서 겐타를 손가락으로 지목하는 부분의 비약이 너무 심하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처음부터 "엘프"라고 말했으며 사건 관계자가 "엘프"는 개구쟁이 요정을 뜻한다는 설명을 덧붙여, 경찰이 피해자가 머리를 심하게 다쳐 몽롱한 상황에서 겐타를 보고 그저 "개구쟁이"란 말을 했을 뿐이고 범인을 지목하는 말이 아니라고 넘어갔지만, 코난이 추후 엘프가 독일어로 11이라는 점을 알려주는 전개였다면 군더더기 없이 매우 자연스러웠을 것이다.[14]
또한 코난의 추리에 내로남불적인 요소도 있었다. 피해자가 남긴 엘이란 단어 때문에, 미츠히코와 아유미는 모자에 Love란 글자가 적힌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이는 당시로는 결정적인 증거였다. 그러나 코난은 "모자에 관한 힌트라면 간단히 Love라고 말하지 굳이 빙빙 돌려 말 할 필요가 없다"라며 그 추리를 묵살했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추리를 하면서 "왜 피해자가 11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라는 골롬보의 질문엔, "근처에 범인이 힌트를 듣고 아이들을 해코지하지 않도록 빙빙 돌려말했다"라고 이중적인 추리를 하는 등, 에피소드 자체에 허점이 많았다.
또 암호가 복잡하더라도 최소한 암호를 해독하는 과정에서 개연성을 확보했더라면 비판을 덜 받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암호 해독에서도 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개연성을 보완해주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으니 문제다. 암호가 복잡할수록 암호를 '어떻게' 해독했는지를 알려주는 것 또한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런데 코난의 암호 해독은 정말 말 그대로 연상 퀴즈 푼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수준으로 암호를 해독했다고 통치고 넘어가는데다가 주변 인물도 '우와 신기하다.' 하는 반응만 보이니까 그래서 이걸 어떻게 연상했는지는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상술한 셜록 홈즈의 공포의 계곡 도입부의 암호는 독자에게 코드북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풀 수 없는 암호다. 하지만 작품에서는 한 에피소드를 통째로 할애하여 홈즈가 암호를 푸는 과정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독자는 몰입을 할 수 있다.[15] 코난은 이러한 독자 입장에서의 배려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한 적이 없다.
사실 코난도 처음부터 이렇게 다잉메시지로 막 나가는 작품은 아니었다. 월광 소나타 사건같이 억지스러운 암호도 있긴 있었으나 암호 자체가 핵심이 아니었고 단지 범행 동기와 관계자들을 추려내기 위한 소재에 불과했다. 중반기 에피소드인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불협화음 에피소드를 예로 들면 알파벳 음계 정도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지식이며, 독일식 음계를 모른다 하더라도 에피소드 초반부에 하가가 독일식 음계에 대한 복선을 던지기 때문에 추리가 어렵지 않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트릭의 소재와 아이디어가 떨어져가서 결국 막나가는 다잉메시지를 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니 메시지 추론은 물 건너가고 독자들은 코난이 해설해주기 전까지 그냥 보는 것이 전부. 심지어 메시지가 나오는 에피소드는 메시지에 범인 정보를 다 집어넣느라 다른 추리적 요소는 상대적으로 빈약해지는 경우가 많아 독자의 개입은 더더욱 불가능해진다.
코난과 항상 비교 받는 소년탐정 김전일에서도 다잉메시지나 보물찾기 암호 등에 관한 내용이 종종 나오긴 하지만 코난에 비하면 훨씬 간단하고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다. 가령 고쿠몬 학원 살인사건과 설령전설 살인사건에서는 다잉메시지가 등장하지만 범인을 지목하는 '도입부'로 사용했을 뿐이지 나중에 보다 실질적인 증거를 나열하기 시작한다. 쿠치나시촌 살인사건, 하카바섬 살인사건, 아마쿠사 보물 전설 살인사건 등은 다른 캐릭터(주로 나나세 미유키나 사키 류타)의 힌트성 언행이 '원리'상 작중 트릭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서 김전일의 추리에 광명을 던져준다. 마견 숲의 살인, 이즈모 신화 살인사건, 혈류실 살인사건 등은 현실성은 떨어지지만[16] 초반부터 복선을 깔고 등장하는 당위성을 만들어 독자가 추리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때문에 코난보다는 훨씬 사정이 낫다.
3. 추리 과정
3.1. 획일화된 패턴
코난에서 자주 나오는 패턴을 90초로 요약한 영상. |
명탐정 코난은 다른 추리물에 비해서 에피소드의 전체 맥락이 지나치게 획일화되어 있기에 추리물의 요소 중 하나인 '추리 과정'을 통한 재미를 느낄 수 없다.
검은 조직 떡밥이 나오는 편, 본청의 형사 사랑 이야기가 나오는 편 정도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 코난 일행이 놀러 감 or 모리 코고로가 의뢰를 받아 의뢰인의 집으로 감.
- 미래의 피해자와 용의자가 될 사람들을 만남. 용의자는 무조건 거의 3명. 피해자까지 합해 4명과 만난다.
- 그 사람들이 하필이면 코난 앞에서 갑자기 그동안 말 안 한 사실들을 다 불음. 혹은 한 명이 나머지 세 명에게 시비를 걺.
- 당연히 사건 발생. 피해자는 거의 위의 사실들을 분 사람 혹은 시비를 건 사람.
- 범인 포함한 용의자들은 결백 주장. 모리 코고로가 범인이라고 한 사람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함.
- 모리 코고로가 범인이라고 한 사람은 자연스레 용의선상에서 제외됨.
- 누군가의 말에서 증거 발견. 에도가와 코난 스스로 물어본 것에 대한 대답, 혹은 소년 탐정단과 여행을 가면 소년 탐정단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한 누군가나 소년 탐정단의 말 한마디. 모리 코고로 일행과 여행을 갔을 땐 모리 란 혹은 경찰에 질문에 답한 누군가에 의해 영감을 얻는 게 대부분이다.
- 트릭과 범인은 알아챘는데 증거가 없음
- 범인의 행동에서 증거를 찾음
- 추리 셔틀을 이용해 범인 지목. 주로 모리 코고로, 아가사 히로시, 스즈키 소노코가 이 역할을 본의 아니게 떠맡는다. 핫토리 헤이지, 세라 마스미, 아무로 토오루 등이 있을 땐 추리 셔틀 없이 같이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 범인은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함
- 코난이 증거를 보여줌. 가끔 코난이 튀어나와 어린아이처럼 "~이상하지 않아요?" 등의 질문을 하며 다른 경찰들과 주변인들을 유도하기도 한다. 아예 코난이 '아레레~?' 하며 증거를 유도하는 것 자체가 클리셰이며, 작가도 이걸 알고 있어서 신이치로 돌아간 코난이 자기도 모르게 아레레를 하는 방식으로 써먹기도 했다.
- 범인의 행동으로 증거 제시
- 범인이 자백함 or 미쳐서 날뛰다가 제압됨
전체 플롯도 그렇지만 세부적인 플롯조차도 자기복제가 지나치게 심하다. 밀실 살인은 "열쇠가 안에 있으니까 밀실 살인이네 → 이런 장치를 쓰면 문을 닫고 열쇠를 안으로 넣을 수 있어요" 전개는 필수요소 수준이며, 전설 속의 괴물, 과거의 괴담, 유령이나 폴터가이스트 같은 초자연 현상 같은 레퍼토리조차 밀실 살인 수준으로 우려먹었고, 당연히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독자들 입장에서 여러 번 보기에는 지긋지긋할 수준까지 왔다.
명탐정 코난을 오래 봤다면 사건 초반부터 범인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는데 범인들의 언행 및 인상이 판박이이기 때문이다. 보통 범인처럼 생긴 사람은 범인이 아니며 심지어 이런 사람이 형사인 적도 있었다. 순하게 보이는 인상을 준 이들이 진범, 언행이 거만한 사람들이 피해자[17]인 경우가 많다. 또 사건에 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범인은 아니지만 이러저러하게 사건과 연관이 있으며, 연쇄살인일 경우에는 다음 표적이 될 가능성도 높다. 연쇄살인 사건일 경우, 제3자가 없는 상황에서 습격을 받아 다친 사람은 범인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죽은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거나 물건에 대한 언급을 하는 행동을 하면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클리셰가 있다. 자신이 착용한 목걸이나 어떤 사진을 가리키며, “이건 우리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물건이야.”라고 하거나 “지금은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셔.”라고 말하는 사람이면 직빵으로 범인 확정이다.[18] 범행(살인) 이유는 당연하게도, 그 죽은 사람의 원수를 갚기 위한 것. 반대로 작중 경찰&탐정의 눈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동기들은 대부분 가짜 떡밥일 가능성이 높다. 표면적 동기와 심층적 동기가 서로 연동되는 경우는 있어도, 충분히 납득 가는 정도의 표면 동기를 갖고 있음에도 전혀 생뚱맞은 진짜 동기가 항상 존재한다. 이쪽 관련 획일화에서는 후술할 동기 항목에서 자세히 서술한다.
김전일의 사건 관계자들도 이런 점은 비슷하지만 그래도 이쪽은 아예 낚시 수준의 가짜 떡밥도 많다. 예를 들어 용의자 중 한 명이 혼자 있을 때 손을 떨며 약을 먹거나, 다른 용의자와 뭔가를 모의하든 이 음흉한 밀회를 하는 장면이 나오거나,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너 예전에 이러이러한 짓 했잖아!"라고 할 때 움찔하거나 해서 독자들이 의심하게 하는데, 김전일이 진범을 다 밝혀내고 보면 그 사람들은 진범이 전혀 아닌 데다가 김전일과 진범은 자기들 얘기만 하므로, 진범이 아닌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안 나오고 끝날 때가 많은 전형적 독자 낚시용 떡밥 또한 뿌려놓는다. 그냥 진짜 건강이 나빠서 원래 먹던 약 먹은 거고, 밀회도 그냥 그들끼리 몰래 연애한 것뿐이었던 거고, 그 움찔한 일도 그냥 그 사람 개인사였다. 이런 걸 실제 진범의 첫 범행 전후, 즉 초반의 어색한 반응이나 과거사 이야기와 섞어버리기에, 김전일은 초반 태도로 한두 명만 진범으로 의심할 수가 없게 한다. 이미 과거 에피소드에서 의심스러운 개인 초점 장면이 나온 사람이 범인이 아닌 경우가 많이 있으니까. 심지어 의심의 대상도 안 되고 끝나는 일도 있으니 단정 지을 수가 없는 것. 그리고 적어도 외모나 심리 묘사만으로 범인을 찍기는 쉽지 않다. 김전일에서는 별 심리 묘사나 의심스러운 모습이 없었던 인물도, 대놓고 수상하거나 태도가 불량한 인물도 범인으로 등장하기에 최종적으로는 논리로만 범인을 찾아야 한다. 실제로 소레이관 살인사건부터 김전일의 범인 유추 난이도가 너무 떨어져서 범인 찾기 쉬워졌다는 혹평을 크게 받았지만[19] 이래도 범인의 실언이나 정황에 의한 논리적인 추론이지[20] 코난처럼 획일화된 패턴에 의해 쉬워진 게 아니다.
나름대로 '범인은 의외의 인물'라는 반전, 그리고 범인에게 단순한 악당이 아닌 입체적인 캐릭터성을 부여하려는 의도인 듯하지만, 주구장창 같은 패턴만 반복하다보니 오히려 과유불급이 되었다. 그야말로 "반전이 없는 게 반전"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 되어버렸다.[21][22]
특히 이 문제는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에피소드에서 극에 달한다. 코난을 좀 봤다는 사람이라면, 에피소드를 반 정도만 봐도 범인을 바로 찾을 수 있을 정도이다. 이는 초대 감독인 코다마 켄지가 하차한 이후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독자로서는 용의자가 보이는 행동만으로 쉽게 범인을 유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트릭의 논리성이 모자라고 증거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다 보니 이런 방법 외로는 추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도출하여 추리물로서의 가치를 크게 하락하게 한다. 추리물을 보는 처지에서는 작중의 탐정과 같이 사건의 경위와 범인을 찾아 나가는 것이 이상적인 루트인데, 명탐정 코난의 독자는 범인은 딱 드러나는데 경위는 하나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코난이 하는 추리를 곧이곧대로 들을 수밖에 없는 수동적인 위치가 많다.
그리고 그 기계장치나 도구도 '낚싯줄'이나 '와이어', '얼음' 같은 것이 줄기차게 많이 나온다. 현장 어딘가에 긁힌 자국이 있으면 와이어, 물기가 남아있으면 얼음 같은 방식으로 코난을 오래 봐온 독자들은 무슨 도구를 사용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3.2. 부족한 실마리 & 지식 의존
다른 추리물들은 독자도 추리하도록 단서를 제공한다. 간혹 소년탐정 김전일에도 홍콩 구룡 재보 살인사건처럼 기계를 이용한 비현실적인 트릭도 나오지만, 이때도 최소한 단서는 추리 전에 다 보여준 뒤 이를 근거로 트릭을 밝힌다. 범인을 추궁할 때에도 독자들에게 보여준 범인의 행적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내용 전개나 대사, 컷 안의 배경들 사이사이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 범인을 추리해낼 수 있는 묘미가 있다.[23] 그러나 코난은 짐작할 수 있어도 정확히 어떤 장치를 만들었는지까지 추론은 불가능하다. 그냥 낚싯줄/와이어도 아니고 몇 개씩 묶고 고리를 만들고 잇고, 당기고 어디에 걸치고 해서 최종적으로 묘사나 전개조차 어려운 장치가 완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코난이 해설해주기 전까지는 어떻게 생긴 장치인지 추정조차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장치와 함께 '이 장치를 만들 수 있었던 사람이 범인'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져 버리니 처음부터 장치를 추론할 수 없는 독자로선 추리할 수 없다.비단 밀실 살인의 탈출장치뿐 아니라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서 피해자를 죽이거나 운송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이런 부류에서는 그래도 미리 실마리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점점 늘어났다. 예를 들어 다른 추리물에서 독약을 사용하는 트릭이 나오면 그 상황에 쓸 수 있는 성질을 모두 갖춘 가상의 독을 만들어서라도 개연성을 확보하고, 독약의 성질에 대해 처음부터 모든 독자에게 공개한 뒤에야 추리를 개시한다. 그런데 코난은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실존하는 독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거나 독의 성질을 이용해서 사건을 해결한다.[24] 예를 들면 평소엔 문제가 없으나 열을 받으면 독성 물질을 발생시키는 물감 혹은 식물이 있다고 하면, 갑자기 이런 식물은 이러이러하게 다루면 독성 물질이 발생합니다 하고 지식을 설명하더니 그걸 다루고 있던 사람이 범인으로 몰리는 그런 방식이다.
소년탐정 김전일의 전뇌산장 살인사건에서 저렇게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그 행동 자체는 추리의 메인이 되진 않는다. 살해 방법은 그냥 미리 가져온 독가스를 사용했다는 식으로만 나오고 그 이상의 흉기에 대한 설명은 없다. 사실 김전일은 살해방법 자체의 논의는 꽤 대충 넘어갈 때가 많다. 그냥 찔렀다, 때렸다, 독을 먹였다. 정도로 끝나고 흉기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는 생략되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에게 사인은 안 알려주는 시체도 나온다. 대부분은 누가 알리바이 공작을 하고 범행할 기회가 있었는가를 따지는 것이 중심 추리가 된다.[25] 하지만 명탐정 코난에서는 살해수단이 메인이 되는 상황이 흔하다.
게다가 몇몇 장치는 일반인 상식으로는 어렵거나 생소한 과학이나 공학 지식을 동원하는데, 이러면 사전에 모종의 복선을 깔아야 추리가 가능한 데도 그러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용의자인가 쿄고쿠 마코토'의 등유를 이용해 기압 차로 화장실에 물을 빨아들여서 익사시키거나, '서먹서먹한 다화회'의 산화를 이용해 허브차의 색깔을 착각시키는 트릭이다. 사전지식을 알고 추리했다고 해도 복선이 사전지식을 알아야 한다는 조건으로 기능한다면 제대로 기능하는 게 아니다.[26] 이 때문에 코난의 추리에도 대부분 저런 어려운 트릭을 어떻게 해서 떠올렸는지가 빠져 완성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과학적 지식은 경찰의 영역이지 탐정의 영역이 아니다. 그런데 명탐정 코난에서는 심지어 이런 과학적 지식에서도 경찰이 탐정보다 못하다는 무능을 보여준다는 점도 비판의 요소 중 하나이다.
이 문제점을 다른 것과 비교해보자. 소년탐정 김전일의 사건 중 고쿠몬 학원 살인사건을 보자. 태양장의 간판이 저압 나트륨램프를 이용하여 월광장처럼 보이게 한 트릭은 사전에 김전일이 터널을 지나가던 중 모든 색이 똑같아 보이는 현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복선을 깔았고[27] 김전일이 추리를 들려줄 때도 이를 언급한다. 이 작품의 초기 사건 중 나이트바론 살인사건 또한 코난이 베란다에서 떨어뜨린 만년필이 엉뚱한 곳까지 떨어져 있는 점에서 의문점을 느끼고 웨이트리스에게 공주 바람이란 정보를 얻어 트릭을 깨닫는 식으로 생소한 지식을 트릭에 이용해도 제대로 복선을 깔았다. 이런 식으로 생소한 지식을 사전에 복선으로 깔아둔다면 복잡한 장치 트릭이 아닌 이상 그걸 모르더라도 그 지식이 초반이나 중반에 나왔으니 독자 / 시청자는 '아, 그 현상을 쓴 트릭이구나.', '그 지식을 기반으로 한 다잉메시지구나.'라고 떠올릴 수 있어 문제없이 추리를 시도할 수 있는데, 코난은 어느 순간부터 이런 복선이 사라졌다.
오히려 작중에서 미리 설명이 충분히 존재한다면 실존하지 않는 허구의 현상이 단서로 쓰여도 상관이 없다. 이런 것이 장르화된 것을 특수설정 미스터리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김전일의 흑사접 살인사건과 천둥축제 살인사건이 있다. 흑사접 살인사건의 흑사접과 야광접은 각각 시체에 꼬인다는 특성을 지닌 나비와 밤에 빛나는 특성을 지닌 나비로 둘 다 현실에 실존하지 않는 나비이지만, 이런 나비의 특성이 사전에 미리 설명이 되었기에 충분히 추리의 단서로 쓸 수 있다. 천둥축제 살인사건 역시 매년 8월 2일 밤에 비가 내린다는, 현실에 실존하지 않는 현상을 범인이 트릭에 이용하지만 이것 역시 사전에 배경 설정으로 설명됐기 때문에[28] 역시 추리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즉, 추리물에서 중요한 건 트릭에 이용된 과학적 현상이 현실에 실존하는가 같은 현실성 문제보다는 그런 현상이 제대로 사전에 설명되어 독자들에게 단서로 제공됐는가가 훨씬 중요하다.
3.3.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전개
범인을 심문할 때, 또는 트릭을 밝혀내는 도중 증거를 보여주는 식의 전개가 자주 나온다. 문제는 코난이 따로 증거를 찾는 부분은 거의 없다. 대부분 상황에서 용의자가 발뺌할 때, 조사해봤는데 증거가 있었다는 식으로 넘어간다. 또한, 사건에 대한 실마리 제공도 부실해서, 독자들이 작중에서 제시된 증거를 보고 추리하기가 불가능하다. 사건 현장의 도구 몇 개만 코난이 보더니 바로 머리 뒤로 스파크가 튀는 연출과 함께 바로 추리를 시작해버려, 독자들 처지에서는 그냥 코난의 추리 쇼를 보는 것밖에 할 수 없다.사건이 일어남 → 사건 현장을 관찰함 → 범행 과정과 관련된 것을 발견 → 머리에 스파크가 튀는 효과와 촤라창 효과음이 나오면서 범행 트릭을 알아냄 → 용의자들 앞에서 추리함 → 범인은 증거가 없다고 함 → 코난: "확인하니까 증거가 있었다."
대부분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코난이 물증을 발견하는 장면 자체는 꽤 자주 나온다. 문제는 코난이 무엇을 발견했는지 안 나온다는 것. 그리고 무엇을 발견했는지가 나오면 연관성이 전혀 묘사되지 않는다. 증거나 문제점을 찾았다면 그것이 사건과 어떠한 연관점이 있는지 설명, 혹은 묘사가 필요하다.[29] 굳이 캐릭터의 입을 빌려 설명하지 않더라도 독자들이 전후 사정을 제대로 알고 상황이 어땠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면 추리할 수 있어야 한다. 증거를 찾으면 묘사가 없고, 묘사가 있다면 증거를 언제 찾았는지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꽤 자주 주변인물이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이 힌트가 돼서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코난에서 줄기차게 우려 먹히는 낚싯줄 트릭을 보자.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알려면 그렇게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하므로 현장과 주변 사물의 구조가 중요하다. 그런데 작중 코난이 주위를 둘러보는 과정은 아예 생략되거나, 있더라도 순식간에 지나가서 독자들이 제대로 분간하기 힘들거나, 때에 따라서 아예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범인이 팔에 증거가 될 만한 걸 묻힌 채라 병뚜껑을 이상하게 여는데, 애니라면 몰라도 만화로는 이미 뚜껑을 연 장면 하나만 딸랑 나오기 때문에 독자는 범인이 어떤 식으로 병뚜껑을 열었는지 알 방법이 없다. 단지 직접 시뮬레이션할 때 "사실은 그런 트릭이 가능한 구조였습니다." 한 마디 하고 땡이라는 것. 예를 들어 낚싯줄이 마지막에는 베란다에 있는 하수구를 따라 흘러들어가 증거를 은폐하는 트릭일 경우, 하수구가 있는지조차 묘사를 제대로 안 해준다. 그리고 코난이 마지막에 "제가 하수구를 봤는데 낚싯줄이 있었어요." 하고 증거를 내미는 것으로 난데없이 증거가 생겨나고 곧바로 엔딩으로 이어진다.
즉, 독자들 처지에서는 '설명이 막히는데 난데없이 증거를 들이미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전개를 본다. 증거를 보여주려면 적어도 상황 판단이 되도록 묘사가 필요한데, 그냥 코난이 뭐 하나 잠깐 보더니 스파크 튀고 추리하는 전개가 나온다. 게다가 그러한 전개가 사전설명도 없이 코난이 미리 준비해둔 증거를 꺼내거나 보여주는 식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더욱 엉성하다는 느낌이 든다.
3.4. 범인의 특정 방식
코난은 용의자들의 소지품이 이러이러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이 중에서 어떤 도구를 써서 트릭을 만들어냈는가를 추론하고 그를 통해 범인을 특정하는 에피소드가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얼핏 보면 사건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만년필이 사실 트릭을 만들어낸 핵심 부분이고, 이 만년필을 가진 어떤 사람이 범인이다 하는 방식으로.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와키타 카네노리의 첫 등장 에피소드의 경우 작중 인물과 독자에게 각 용의자가 시킨 음식과 그 밑반찬들을 알려주고, 그중에 어떤 것을 활용해야 혈흔을 지울 수 있느냐를 통해 혈흔을 지울 수 있는 밑반찬을 가진 사람이 범인으로 특정된다.이 과정이 다른 추리물과 코난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지만 동시에 가장 크게 비판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의도 자체는 '사건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핵심인 증거품이 있으며, 그 증거품이 있으면 사건을 만들 수 있다' 라는 추론을 의도한 부분이겠지만 문제는 거듭 언급되었듯이 독자들은 도구만으로 범행의 경위를 추측할 수 없을 정도로 사건을 꼬아놓을뿐더러, 범인의 특정이 오직 증거물의 소지 여부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문제는 아무리 겉보기로는 사건과 연관이 없어 보이는 증거품이라 한들 그걸 처분조차 하지 않고 가지고 있으며, 처분할 수 없는 증거품일 경우 오히려 그 증거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자신을 범인으로 확정지을 수 있음에도 그걸 활용한 트릭을 사용한다.
현실적으로 보면 이는 사건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이다. 자신을 범인으로 특정할 수 있는 도구는 사용하지 않거나, 비슷한 대체재를 사용하거나, 빠르게 처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작품에서 나오는 범인 대부분은 자기가 사용한 범행 도구가 사건이랑 관련이 없다고 판단되겠거니 하고 자기 소유의 물건을 쓴다. 쉽게 말해 트릭은 정교하게 짜놓고 정작 뒷공작은 허술하게 하는 경우가 번번이 나오고, 이 때문에 하나의 트릭을 푸는 순간 그냥 범인 특정 자체는 바로 가능할 정도로 후처리를 엉망으로 한다.
이와 정반대의 예시를 보여주는 것이 영화 대부이다. 대부에서 조직의 암살자가 주인공 마이클에게 암살하는 방법을 가르치는데, 마이클은 참전용사라 총 쏘는 법에는 잔뼈가 굵다. 하지만 암살자가 가르치는 내용은 총 쏘는 법 따위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현장에서 의심받지 않고 나올 수 있는가이다. 그 대표적인 예시로 나오는 것이 바로 '총을 쏘면 바로 그 자리에다 버리고 와라'이다. 그렇게 총을 현장에 놓고 오면[30] 당연히 경찰은 살인흉기가 권총인 줄은 안다. 어차피 그런 정도는 부검만 해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점, 그 권총을 쏜 자가 누구인지는 오리무중이다. 즉 심증에 해당하는 트릭 및 수법을 드러내는 대신, 물증에 해당하는 발사자를 위장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것을 영화에서는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코난에서는 심증에 불과한 살인 흉기 및 트릭을 감추고, 물증은 범인이 멀쩡하게 들고 다니는 정반대의 상황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러다 보니 하술할 범인의 조건 없는 자백 건과 함께, 도발이라도 하는 듯 멀쩡하게 흉기를 지니고 결국 그게 들통 나서 지목당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빈번하다. 물론 '특정 범행이 가능한 사람이 범인'이라는 것은 추리물의 기본적인 추리방식이다. 하지만 보통은 그걸 빙빙 꼬아서 2개 이상 사건을 제시한 뒤 불가능한 사람을 역으로 지우는 소거법을 쓰거나, 얼핏 보면 사건과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몇 단계 건너뛴 사람이 범인이라는 수법을 쓰지, 아예 심증이 드러나자마자 범인이 특정되는 경우는 손에 꼽도록 적다.
물론 작품 내부에서도 '처분할 시간이 or 방법이 or 경황이 없었다' 혹은 '부자연스럽게 처분하면 오히려 의심받는 계기가 된다' 같은 이유로 물증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나온다. 그래서 처분하지 않고 지니고 있어도 의심받지 않을 수단의 도구를 사용한다. 하지만 전자는 오히려 그런 한정된 상황에서 범행을 저지르려는 이유가 이해 가게 나오는 경우가 드물고, 후자는 증거만 처분하면 물증이 완전히 사라져 의심은 받아도 결정적 입증은 안 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미스다.
게다가 해당 도구가 범행을 입증할 물증이라는 것도 엄밀히는 틀린 말이다. 코난의 추리와 그걸 성립시키는 도구의 존재, 그걸 가진 용의자의 존재는 어디까지나 그 용의자가 그 도구로 해당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 정도인 심증 시사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농담하지 마, 고작 그런 걸로 범인 취급이라니' 같은 대사가 코난에서 이미 클리셰화되었을 정도일까. 실제로 핫토리 헤이지의 첫 등장인 외교관 살인사건에서 이 심증 시사만으로 범인을 확정 지었다가 추리에 실패해버리는 상황이 나온다. 결국은 범인의 특정은 모조리 심증에 불과하므로 해당 범행을 입증하기 위한 물증은 따로 찾아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아래의 문제점으로 이어진다.
3.5. 범행 입증에 필요한 증거의 부족
누구든지 자기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가 본인의 자백인 경우에는 유죄가 되거나 형벌을 부과하지 아니한다.
일본 헌법 38조 3항[31]
일본 헌법 38조 3항[31]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ㆍ폭행ㆍ협박ㆍ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또는 정식재판에 있어서 피고인의 자백이 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
대한민국 헌법 12조 7항
코난에서 묘사되는 것에 따르면 범인 대부분은 묵비권을 행사하며 변호사만 불러도 무죄를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하나같이 다 코난의 추리 쇼가 끝나면 순순히 자백한다.대한민국 헌법 12조 7항
코난이 제시하는 증거는 대부분이 정황 증거뿐인데 정황 증거, 속칭 심증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시사할 뿐 범인이라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 이게 가장 중대한 허점이다. 그리고 범인이 순순히 자백했다고는 하지만 형사재판, 특히 살인사건 재판에서 피고인의 자백은 번복이나 거짓일 가능성 때문에 증명력이 무척 낮아 증거를 엄격하게 따진다. 이 때문에, 코난에 나오는 범인은 8할 정도는 법정까지 가면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 금호강 살인 사건처럼 현실에서도 물적 증거가 없이 정황 증거뿐이라고 하더라도, 합리적 의심이 불가능할 정도로 증거가 충분하면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 일도 간혹 있지만,[32] 코난 속 범행들은 합리적 의심은커녕 대부분 간접증거로서 역할조차 못할 정도로 미약한 것들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범인들이 너무 쉽게 포기해버린다. 끝까지 아니라고 우기기만 해도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증거만 몇 개 툭툭 던지고 약점을 찌르면
- A가 B를 죽이고 싶어하고, 결국 직접 죽이기 위해 계획을 세워 특정 시각에 정전을 일으키는 장치를 만들어 계획적으로 소동을 일으키고, 정전으로 주변 사람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사이에 B를 살해한다.
- 코난에서 이런 상황이 일어나면 정전을 일으킨 장치를 재현한 다음, 알리바이 상 그 장치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A뿐이거나 A가 정전을 일으켰다는 증거만 제시하여 A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문제는 여기서 A는 반박 없이 자포자기하며 자백해버린다.
이게 문제인 점은 현실적으로 A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정전을 일으켰다고 자백은 할 수 있지만, 살인죄는 부정할 수 있다. 왜냐면 정전과 살인이 연결된다는 확증이 없으니까. 그렇기에 코난이 제시한 증거만으로 살인죄를 입증할 수 없다. 요컨대 "괜히 정전을 일으켰을 리 없으니 정전을 일으킨 것은 살인을 일으키기 위함이었을 것"이라는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는 상황이라면 A가 "제가 정전을 일으킨 건 그냥 친구들을 놀려주려고 그랬을 뿐입니다. 그걸로 B를 죽이려 했다는 증거가 어딨어요?" 라고 우기는 게 정상이다.[33] 만약 "이 살해 계획을 위해서는 정전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같은 강력한 심증과 부닥친 상황이어도, "누군가 내가 정전으로 장난치려는 걸 눈치채고 이번 살인 계획을 꾸민게 틀림 없어요!" 하며 얼마든지 억지로 우길 수 있다.[34] 누가 봐도 수상한 행동이지만 살해 사건과 정전 사건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물적 증거가 없으면 당장 참고인으로 소환할 수는 있어도 법정까지 가서 유죄 판결을 내리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35]
또 위의 정전 예시조차 사실 명탐정 코난 기준으로는 강력한 축의 심증이라는 것도 역대급 촌극이다. 저만큼의 심증도 없는 상황에서조차 자백하는 범인은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코난의 유도신문에 걸려 자백에 가까운 말실수를 하고 이것이 덜미를 잡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예를 들자면 범인이 피해자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첫 만남이라고 속이고 있으면 범인이 피해자의 과거에 대해 말하거나 혹은 사건 현장에 있는 특정 상황을 말하도록 자극해서 대답을 유도한 뒤 '그건 어떻게 알아요?' 라며 수상쩍음을 단정 짓는 것이다. 하지만 범행할 수 있다는 점과 피해자를 or 사건 현장을 알고 있었다는 점 2가지만으로는 살인죄를 묻는 증거로 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다른 추리물인 역전재판 시리즈와 비교해보면 범인의 대처 능력이 하늘과 땅 차이다. 역전재판 시리즈에서는 피고인이나 유력 용의자는 유력한 증거를 들이대도 위에서 말한 식으로 심문을 방어한다. 아무리 수상한 행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내가 XX를 하긴 했지만 다른 이유 때문이다. or 그게 살인과 연관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하는 식으로 방어한다.[36] 그리고 사건을 암시하는 정황 증거를 아무리 모아서 사건 당시를 재현해도 "변호사님의 상상력은 대단하군요. 그래서 제가 사람을 죽였다는 증거는 어딨죠?" 라고 증거를 내놓으라며 반격한다. 누가 봐도 수상한 행동을 했다는 게 입증되거나, 또는 명백하게 사건 당시의 상황을 암시하는 증거가 있더라도, 그것이 살인과 관련된 결정적 증거가 아니라면 재판장은 "증인의 행동은 수상쩍지만, 확실히 살인을 저질렀다는 증거는 못 됩니다." 하고 증인을 옹호해준다. 당연히 주인공 변호사는 해당 사건이 살인이 직접 관련이 있음을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 그래서 다른 사건을 암만 입증해도 살인사건 간의 연관 관계를 입증하지 못해서 마지막엔 지금껏 입증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결국 살인사건에 대한 증거만 입증하는 에피소드가 매우 많다. 이는 현실도 마찬가지라서, 실제 검사는 아무리 심증이 있어도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확실한 물적증거가 없으면 기소 자체를 포기하기도 한다.[37][38]
소년탐정 김전일에서도 지목당한 범인이 저런 식으로 빠져나가려 드는 건 흔하기에 김전일의 추리는 범행 트릭 이상으로 알리바이 격파의 비중이 큰 편이며, 역전재판 시리즈처럼 최후의 최후까지도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경우까진 드물지만, 범인 대부분이 최소한 '코너에 몰린다'는 느낌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39]
심지어 아예 작가가 증거를 만들어 내는 것에 실패해[40] 가해자의 양심에 맡기고 자수를 권유하여 대충 넘어간 <차이나타운, 비의 데자뷰> 같은 사건들도 존재한다. 범인이 어떤 방식으로 독을 먹였는지는 밝혀냈으나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지 못했고, 결국 (미리 독을 닦아놓은 뒤) 코난이 직접 범인과 똑같은 행동을 한 다음에 음식을 손에 집어 먹는 연기를 해서 그걸 막으려는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자기가 용의자가 될 걸 알면서도 독이 든 음식을 먹으려는 아이를 막으려 한 당신이라면 충분히 자백할 양심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라고 하고, 범인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기에 자수를 선택한다. 여기서 범인은 잡혀가면서도 만약 자기가 양심이 없어서 코난을 말리지 않았으면 어쩔 거였냐고 묻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당신을 꼼짝 못하게 할 다른 추궁 방식도 생각해놨다고 대꾸한다. 하지만 이는 작가의 변명에 가깝다. 정말 그런 방법이 있었더라면 상식적으로 이런 연극 할 필요 없이 그 다른 추궁 방식을 보여주는 게 정상이기 때문. 범인에게 이해할만한 안타까운 사정이 있거나 하면 자수를 유도하기 위해 이런 연극을 할 수 있기는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준비해둔 두 번째 수를 몇 마디로라도, 간접적으로라도 제시하는 것이 추리물로써의 올바른 태도에 가깝다. 결국 그 추궁 방식을 보여주지 않은 것은 작가가 다른 추궁 방식이 뭔지 처음부터 생각을 안 해놓았다고 보는 편이 맞다.
이 사건과 완벽히 대비되는 것이 바로 김전일의 자살 학원 살인사건으로, 이때 김전일은 범인이 사건에 사용한 트릭의 내용으로 시험지를 만들어서 풀게 해, 트릭을 다 아는 범인이 일부러 틀릴 것을 예상해 0점을 받은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했는데, 이 방법은 범인이 그걸 눈치채서 마치 찍은 것처럼 20점대로 점수를 조정하면[41] 무용지물인 방법이었지만, 이미 그 전에 자신의 추리를 입증할 물증을 다 확보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극적인 장치로만 사용했을 뿐, 후에 자신의 추리를 들려주고 확보한 증거들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추리가 옳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 문제 역시 애니메이션 오리지널에서는 더욱 심해지는데 834, 835화의 두 번 죽은 남자는 이보다 더한 전개를 보였다. 옆 건물에 살던 목격자의 진술로 범인의 진술이 거짓인 게 들통 났는데, 메구레 등의 형사들이 거짓진술을 했다는 게 살인했다는 증거인 건 아니지 않냐고 하고 추리 쇼를 하던 코난도 범인이 완전범죄를 저질러서 범인이라는 물적 증거는 없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그래서 범인의 진술에 허점을 공격했는데 이는 범인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될 수 없었다. 그런데 범인이 뜬금없이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해 못할 이유를 대면서 자백해버린다. 범인이 딱히 완벽주의자라는 설정이 있지도 않았는데, 이후 자신만만하게 추리 쇼를 했던 코난은 무슨 수로 범인을 옭아매려고 했는지도 나오지 않았다. 차이나타운은 작위적이긴 하지만 최소한 범인이 자백이라도 하도록 장치를 꾸미기라도 했지 이쪽은 그런 묘사도 아예 없다.
무엇보다 자수라고 해서 증거주의를 무시하지 못한다. 당장 작중에서도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수하거나 시인했는데 알고 보니 범인을 지켜주기 위한 거짓말이었다거나 혹은 본인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착각해서 잘못 자수한 때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리지널 에피소드인 <네 번 살해당한 사내> 에피소드에서 세 사람이 각각 피해자와 시비가 붙어서 치고 기절시켰는데, 셋 모두 피해자가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자신이 범인이라며 자수했으나 알고 보니 진범은 따로 있었다. 현실에서도 조사에서는 순순히 자수를 해놓고 막상 법정에 들어가자 "나는 억울하다! 압박수사 때문에 억지 자백을 했다!"라며 태도를 180도 바꿔서 혼선을 주는 경우도 많다.
물론 법정에서 확실히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물적 증거를 제시하는 에피소드도 꽤 된다. 문제는 물적 증거가 쓰이는 사건의 경우엔 범인의 몸에 피가 묻어있거나, 어딘가에 지문이 묻어있다던가, 흉기를 몸이나 근처에 숨기고 있는 등 기본적인 경찰 조사에서 탄로 날 증거들이라는 점이다. 이러면 처음부터 현장에 관한 정밀조사만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탐정 없이도 해결되었을 경우가 많다.
그 중 압권은 오리지널 에피소드인 2기 노면 전차 급정지 사건인데 흉기인 게 뻔한 철가방을 휘둘러 피해자를 죽였다는 내용이다. 그러다 가방에 범인이 손을 다쳐 혈흔이 묻은 게 증거가 됐는데 이걸로 형사가 한참을 헤매다가 코난의 도움으로 해결한다. 이건 지문, 혈흔검사만 했어도 순식간에 해결될 문제다. 쉽게 말해 원래라면 코난이 일절 개입 안 해도 일사천리로 해결될 사건이란 거다.
대부분의 물적 증거는 탐정이 클리셰처럼 "증거라면 거기에 있지 않습니까?" 하면서 여태껏 형사들이 찾아내지 못한 물적 증거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작중 형사들 대부분 기본적인 추리력과 사명감, 검거 능력을 갖춘 것으로 묘사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라 좀 의아하다. 대표적으로 핫토리 헤이지와의 3일간에 나온 라벤더 저택 사건이 있는데, 잘못된 트릭을 설명한 탐정만 믿고 제대로 조사도 안 한 채 가정부를 범인으로 몬 경찰들의 문제가 컸다. 범인 말마따나 못의 부식 상태만 조사했으면 끝날 일이었기 때문이다. 소년탐정 김전일에서 자주 나오는 클로즈드 서클처럼 경찰이 못 오거나 있더라도 제한적 조사만 할 수 있는 상황에서라면 그런 것이 말이 되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진범이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해 자폭할 만큼 충격을 받거나 흥분하는 등의 상황인 것도 아니다.
사실 이런 문제점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위에서 말한 패턴의 획일화 문제도 크다. 코난의 추리 에피소드의 경우 사건을 다방면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놓지 않고 대개 방을 어떻게 밀실로 만들었는지, 흉기가 뭔지, 다잉메시지가 가리키는 것이 뭔지 같은 핵심적인 난제 하나만 던져놓고 나머지 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핵심 문제 하나만 어떻게 했는지 해결해내면 마치 사건 전체를 해결한 것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문에 사건과 사건 간의 연결고리가 희미해진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가끔 범인을 초반에 미리 알려주고 어떻게 잡는지를 묘사하는 도치형 에피소드에서는 트릭의 허술함이 더욱 큰 문제를 일으킨다. 처음부터 범인을 고정하고 진행하므로 언뜻 보기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게 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 범행이 "범인만이 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닌 것이 상당하다. 이 경우는 범인을 찍어 맞힌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다른 추리물들도 물적 증거가 모자란 경우는 있으나, 라이트한 추리물이 클로즈드 서클을 단골 손님으로 사용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클로즈드 서클 추리물의 핵심은 '경찰이 살인범을 체포하여 명명백백한 증거를 들이밀고 징역을 먹인다'가 아니라 그냥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아내어 제압하는 것으로 '살인마가 함부로 돌아다니지 못 하게 한다, 정체불명의 살인마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불안감을 종식시킨다, 연쇄 범죄를 못 일으키게 만든다'가 더 중요하기 때문. 때문에 증거가 좀 엉성하거나 심증만 만연해도 거기에 있는 인물들만 대충 설득해서 다수결로 합의를 받아내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코난은 대부분 에피소드에서 경찰의 개입으로 범인을 체포해내는 것이 목적인 경우가 많아 이런 단점이 도드라진다.
증거 확보와는 약간 별개의 이야기로, 정황 증거가 많은 데다 현장에 있는 경우가 많은 모리 코고로는 재판 출석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트릭에 대한 건 경찰이 정리해서 검찰에 넘기기 때문에 굳이 모리 코고로가 이것까지 증명할 필요는 없고, 재판에 나오더라도 트릭 설명이 아니라 자신이 깨어있을 당시에 듣고 봤던 것을 증언하라는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별다른 문제가 되진 않지만, 행여라도 트릭 관련 증언을 해야 한다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때에 따라 위증이나 업무방해가 될 수 있는 만큼 다소 어이없는 문제이다. 다만 재판이라는 게 범인 잡았다고 즉시 치르는 게 아니고 이런저런 준비가 많이 필요하므로 시간이 꽤 오래 걸리므로 작중 시점에서는 아직 재판이 열리지 않았다는 둥 변명할 수는 있겠다. 예를 들어, 아라이데 가의 살인 사건이 24권 쯤에서 발생하였는데 42권 쯤에서 아직 재판 진행 중이라는 듯한 뉘앙스의 대사가 나오기도 했다.
4. 범행 동기
명색이 추리만화이니만큼 에피소드 말미마다 동기를 설명하긴 하지만 다른 추리 만화에 비해 심히 부실하다.현대 추리물에서 범인의 동기는 꽤 자극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다뤄지는 편이다. 특히 살인이라는 과격한 소재를 다루는 추리물에서 멀쩡한 사람이 금기에 손을 대기까지에 달하는 범인의 행동 논리는 반 다인의 20칙의 입을 빌어 말하자면 '독자 개개인의 억압된 감정과 욕망을 해소하는 장치'의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동기 그 자체는 추리물의 시점에서는 방해가 되기에 후반까지 잘 언급되지 않지만, 최후반부에 드러나는 범인의 악의나 광기는 극의 클라이막스이자 추리물에 방점을 찍는 중요한 부분이다. 현실에서는 살인이 일어나도 치정 문제, 금전 문제, 사소한 분쟁의 격화 같은 이유로 살인이 자주 일어나지만, 추리물의 범인이 극단적인 대하서사시급 원한을 갖고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명탐정 코난은 현대 추리물보다는 셜록 홈즈 시리즈 같은 고전 추리물에 가깝지만, 홈즈 시리즈는 코난에 비하면 복선을 제법 많이 넣는 편이고 동기도 현실적이다. 주로 전기 시리즈는 치정 문제 등 개인적인 동기를, 후기 시리즈는 조직폭력이나 국제관계 등 무거운 사안들을 다룬다. 다소 괴팍해 보이는 피해자나 범인들도 나름대로 사정과 목적이 있고,[42] 가짜 범인 같은 것도 경찰의 무능한 모습을 강조하려는 경우가 아니면 나오지도 않는다. 게다가 홈즈 시리즈도 최후반부에 잡힌 범인이 거의 몇 페이지를 쉬지 않고 일장연설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장편들은 바스커빌을 제외하면 아예 범인의 동기와 과거가 한 챕터로 따로 분류되어 있다.
만화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자 하기보다는 극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며, 그래야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반면 코난은 작품의 전체적으로 가벼운 분위기와 맞물려서 동기 측면을 너무 부실하고 단순하게 다루고 있다.
4.1. 어이가 없는 범행 이유
"그런 변명은 하지 마시죠. 그런 하찮은 이유로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습니다, 당신은!" (원판)
"그게 이유입니까? 그런 하찮은 이유로 한 사람의 목숨을 그렇게 쉽게 빼앗은 거냐고요!" (더빙판)
메구레 쥬조, 사라진 흉기 수색 사건 中
"그게 이유입니까? 그런 하찮은 이유로 한 사람의 목숨을 그렇게 쉽게 빼앗은 거냐고요!" (더빙판)
메구레 쥬조, 사라진 흉기 수색 사건 中
코난에는 곱씹어보면 "굳이 그런 이유로 사람을 죽여야 했을까?", "이게 왜 피해자 잘못이지?"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동기가 어이없는 살인 사건이 많다.
물론 현실에도 어이없는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는 인간들은 존재한다. 문제는 후술할 '트릭과의 부조화' 문단에서 설명하듯이 그런 어이없는 단순한 동기와 매우 냉정해야만 완성할 수 있을 트릭이 부조화를 일으킨다는 것과, 작중에서 그런 어이없는 살해 동기에 대해 작중 인물들이 '살인은 나쁜 짓이지만 동기 자체는 이해가 간다.'라는 듯이 납득하고 넘어가버리는 연출이다.
특히나 상황을 잘 따져보면 사실 살인을 저지르지 않아도 상대를 응징하거나, 또는 불합리에 맞설 수 있는 때도 있다. 객관적으로는 비합리적인 수단이라도 적어도 살인보다야 훨씬 합리적인 수단이 존재하는 경우는 많다. 현실에서는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사람은 살인 자체를 즐기는 쾌락살인이나 묻지마 살인이 아니고서야 살인은 최대한 피하려고 할 것이기에, 동기 자체가 그럭저럭 납득이 가더라도 '왜 굳이 살인을?' 이라는 부분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 또한 황당한 동기로 손꼽힌다.
4.1.1. 본편
아래는 팬들 사이에서 동기가 어처구니 없다고 여겨지는 사건들이다. 정확한 내용은 문서 참고.- 제트코스터 살인사건
역사적인 첫 번째 사건이다.
옛 연인에게 실연당한 분노 & 집착과 새 연인에 대한 질투가 동기이다. 작중 피해자가 범인과 헤어지고 다른 여자와 만나며 염장을 지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돈을 요구하거나 비밀을 폭로한다고 협박하는 등 범인이 피해자의 입을 막아야 할 정도의 급박한 상황이 아닌 순수한 질투심 뿐이었다. 범행 동기로는 충분하지만 살인의 동기로는 너무나도 미약한 동기이다.
여기에 더해 범인은 그냥 살인이어도 납득이 어려운 동기로 전 남친을 사람들 앞에서 참수하고 현 여친에게 누명을 씌운 뒤 자신도 자살할 계획을 세우는 과격하고 극악한 범죄를 저질렀다. 심지어 자백할 때에도 "그 남자를, 처음 데이트한 이 장소에서, 처음 받은 선물인 목걸이로 죽여버리고 싶었다" 같은 얀데레 대사를 내뱉었기에, 아무리 봐도 피해자 잘못보다는 범인의 정신 상태가 이상해서 생긴 범행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특히나 지나치게 잔인한 살인 방법은 동기와의 부조화가 크다. 비현실적이고 과장이 심한 살인 방법에 대해서는 작가가 초기에 모방 범죄를 우려해서 일부러 그렇게 했다고 하니 어느 정도 참작(?)이 가능하다. 다만 그렇다고 쳐도 동기에 비해 지나치게 악의적인 사건을 계획한 것은 사실이다.
- 홈즈 프리크 살인사건
소설 셜록 홈즈 시리즈에 나오는 (홈즈가 유일하게 인정한 여성인) 아이린 애들러가 홈즈를 비웃었다고 써놓은 것에 분노해서. 쉽게 말해 2차 창작 및 팬픽이 원작과 다르다는 이유로 죽인 것이다.
당연한 소리지만 2차 창작이란 글쓴이의 입맛대로 바꿀 수 있으며, '만약 스토리가 이렇게 흘러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기반으로 쓰기 때문에 어떻게 쓰든지 그건 쓰는 사람 마음이다. 그런데 범인은 그것조차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다.
다만 피해자는 수 년 간 주홍색 연구 초판본[43]을 대회의 허위 매물로 걸어두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홈즈 팬들을 기만해 왔다. 그런 작자가 원작에 대한 이해도가 전무한 소설을 작성한 것이기에, "자신이 인생을 바칠 정도로 좋아하는 분야를 한낱 돈벌이로만 보고 남의 진심을 이용해먹는 작자를 용서할 수 없었다"라고 환언하면 분노하는 것 자체는 이해할 만하다. 애초에 범인이 아니더라도 용의자 전원이 피해자에게 분노를 품었기 때문. 하지만 우발적인 폭행 정도라면 모를까 2명이나 계획 살인으로 죽이려 드는 동기로서는 너무 과도하다. 이 동기도 범인의 정신 질환이 의심되는 사례이다.
- 쿠도 신이치 뉴욕의 사건
피해자가 맡았던 천사 배역을 좋아했는데, 그걸 피해자가 그만둬서.
이것도 위의 것과 마찬가지로 그냥 정신병에 가깝다. 피해자 그 자체를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그가 맡았던 천사 배역만 좋아했다. 쉽게 말해 캐릭터를 좋아했던 것이다. 그럼 다른 사람이 그 캐릭터를 연기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 싶지만, 범인은 다른 사람은 의미가 없으며, 오직 피해자가 맡은 천사 배역만 미칠 만큼 사랑한다고 했다. 진짜 정신 상태가 이상하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범인은 초반에 갑옷이 떨어지는 사고로 죽을 뻔했으나 이를 란이 구해줬는데, 범행이 들통난 뒤에는 란이 자신을 구해준 덕분에 무사히 해냈다며 란을 비웃는 모습까지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비판할 만한 허술한 동기라기보다는, 이 에피소드의 주제이자 신이치의 명대사인 "사람을 죽이는 것에 어떤 이유가 필요할지는 모르지만, 사람을 살리는 것에 논리적인 이유는 필요없다."를 강조하기 위해 범인의 동기를 의도적으로 악질스럽게 묘사한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자신이 일절 동정의 여지가 없는 정신병자 살인마를 구한 것이 되어버려 고뇌하던 란에게 신이치의 대사가 해답이 되는 흐름이기 때문.
- 살인범, 쿠도 신이치
쿠도 신이치의 잘못된 추리로 양아버지의 명예가 실추되었다고 오해해서.
신이치는 범인의 양부가 양모와 사망한 과거 사건의 추리를 담당했는데, 사실 이 사건은 양부가 아내의 불륜을 눈치채 그 분노로 아내를 죽이고, 아들에게 이런 끔찍한 진실을 알려주기 싫어 타살(강도살인)로 위장한 뒤 세상을 비관하며 자살한 것이었다. 하지만 양부와 양모의 인망이 높은 마을에서[44] 이 사실을 대놓고 발표하기는 꺼림칙해서[45] 공식적으론 적당히 거짓(양부가 암 판정을 받아 비관해 동반자살 했다)으로 꾸며내 발표했고, 범인에게만 진짜 진실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범인은 양부가 양모를 죽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서 동기 부분을 흘려들었고, 공식적으로 발표된 동기가 거짓이란 것만 알아버리는 바람에 가짜 추리를 한 신이치를 증오하게 되었다.[46]
- 변호사 키사키 에리의 증언
피해자의 전속 미용사이자 전 여친인 범인은 피해자 새 여친의 취향에 맞춰 머리를 해줘야 하는 게 싫어서 죽였다.
거절하면 되지 않았냐고 물으니 그의 머리는 자기가 평생 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이 말에 따르면 약속은 거절하기 싫고, 그 여자 마음대로 스타일 바꾸는 것 또한 싫어서 살인을 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약속을 어길 수는 없으니 죽여버리겠다라는 것. 이것도 실질적으로는 피해자의 현 여친에 의해 휘둘리는게 싫어서 이렇게 극단적인 짓을 했다고 하면 이해는 가지만, 문제는 이러한 묘사가 부족하다는 점과 이것도 정신상태가 정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제대로 헤어진 게 아니라 잠시 싸우고 냉각기일때 새 여친이 끼어들어 남친을 유혹해 채갔다고 하니 증오스러울 법 하다.
4.1.2. 애니메이션
원작은 그나마 치정 문제, 금전 문제, 친족에 대한 복수 같이 나름 현실적인 동기가 자주 나오지만, 분량이나 발매 주기 등의 여유가 훨씬 빠뜻한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에피소드에는 원작의 동기 부족이 차라리 그럴 듯해 보일 수준으로 심각한 에피소드가 많다.특히 애니메이션 특히 오리지널 에피소드의 경우에는 작가인 아오야마 고쇼의 잦은 휴재로 인해 오리지널 에피소드로 템포를 맞추는 것이 강제되어 각본가에게 가해지는 부하가 상당하며, 아동을 주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특성과 이로 인해 시리어스한 추리보다는 소위 병맛을 살리려는 방향성이 생겨 오리지널 에피소드가 '횟수 때우기'로 전락해버린 2010년 후반 이후, 제작진들이 에피소드를 편하게 때우기 위해서 동기 부문은 포기하기로 한 것인지 작중에서 코난 일행이 "고작 그런 이유로 사람을 죽인다고?", "무슨 저런 사람이 다 있지?"라는 반응을 하는 걸 보여주면서 범인을 대놓고 '코난 세계관 내에서도 미친 놈'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 소년 탐정단 조난사건
계속 도련님으로 있고 싶어서, 더 자세히 말하면 가난한 자기 애인에게 돈 쓰는게 아까워서란 이유로 사고로 위장하여 살해하려 했다.
이 사건은 다행히도 살해 직전에 피해자를 소년 탐정단이 구조에 성공한다. 더군다나 여기 범인은 최후의 발악으로 아유미를 인질로 잡은 것은 물론, 어디서 가져왔는지 권총까지 소유하고 있었다.
사실 순서로 본다면 작중 일어난 코난의 허접한 동기 사건 중에서 가장 처음으로 일어난 사건이다. 하지만 이 동기 얘기가 옷걸이 사건부터 조명을 받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 이상의 온갖 또라이 같은 범인과 동기가 나오면서 나중에야 발굴된 에피소드다.
- 사라진 흉기 수색 사건
피해자가 자신에게 옷걸이를 던졌다는 이유로 살인을 저질렀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때 코난 옷걸이라는 단어가 인기 검색어에 오른 적도 있고, 아직도 어이없는 살해 동기로 계속 회자되고 있다. 위에 인용된 메구레 쥬조의 "그런 하찮은 이유로 한 사람의 목숨을 그렇게 쉽게 빼앗은 거냐고요!"가 여기서 나왔다. 이 대사를 보면 의도적으로 이렇게 묘사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범행 동기를 본질적으로 살펴보면 그렇게 어이없다고 보기 어렵고 연출 미스에 가깝다. 자세한 것은 아래의 "묘사 부족" 문단 참조. 또 에피소드 자체가 너무 옛날(1999년) 에피소드라 비교대상이 적어서 놀림감이 된 것도 있으며, 옷걸이 이상의 괴작이 우후죽순 불어난 2020년대 이후에는 딱히 이 정도 가지고 황당하다고 부르기엔 상대적으로 애매해졌다(...)
- 점쟁이와 세 명의 손님
점쟁이에게 사업운을 물어보고 창업했는데 망해서 그 점쟁이를 죽였다.
이나마도 점쟁이가 "대박날 것이다"라 말해서 그걸 믿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망했으면 최소한의 납득이라도 되었겠지만, 점쟁이가 사업운을 부정적으로 점쳤고 실제로 망했더니 원래 대박날 사업이었는데 점쟁이가 점괘를 나쁘게 치는 바람에 부정 타서 사업이 망한 것이라는 기적의 논리를 시전했다. 심지어 점쟁이가 아니라 지나가던 사람한테 물어봐도 망하는 게 당연한 괴상망측한 가게 컨셉[47]을 꾸며놓고 망한 것이라 더욱 황당하다.
- 글램핑 괴사건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피해자가 자기가 준 게를 받아먹지 않은 것을 시작으로 헤어지자 해서. 괴사건이란 제목 그대로 옷걸이 사건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희대의 막장 사건이다.
스토리를 정확하게 풀자면 과거 피해자와 범인이 애인 관계이던 시절, 피해자와 식사하던 범인이 게를 먹여주려고 하자 게 알레르기가 있는 피해자가 자신은 먹으면 안 된다고 거절했다. 이에 "조금인데 어떠냐"라고 해도 피해자가 거부하자, 내가 직접 주는 건데 안 받아먹냐는 이유로 삐친 범인이 게 다리를 피해자의 얼굴에다 집어던지는 매우 무례한 행동을 했다.[48] 피해자는 범인의 무례한 태도에 결별 통보를 했고, 이후 범인이 사과하고 재결합을 요청했지만 안 받아줬기 때문에 범인이 피해자를 죽인 것이다. 본인이 무례한 행동을 하고 그 일로 결별했는데도 "우리 사이를 갈라놓은 게로 널 죽이겠다" 따위의 적반하장 태도로 저지른 범행이라 어처구니가 없다.
더 웃긴 것은 딱히 범인이 알레르기에 무지한 것도 아니었다는 것. 이 사건에서 범인의 트릭이자 피해자의 사인은 갑각류 알레르기로 인한 과민성 쇼크 질식사다. 즉 범인도 피해자가 갑각류를 섭취하면 죽음에 달할 정도의 이상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정상적인 정신머리를 가졌다면 "그 때 진짜 먹었으면 죽었겠구나"라며 자신의 잘못을 자각했을 것이다. 설명대로라면 범인은 피해자가 게 알레르기 때문에 게성분이 들어가 있는 쿠키를 먹으면 죽을 거라는 사실을 몰랐어야 했다. 만약에 범인이 "그 날 게를 먹지 않은 것이 서러워서 복수심 겸 장난으로 게를 몰래 먹인 것이었다. 그런데 설마 피해자가 진짜로 죽을 줄은 몰랐다."라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도 안되는 방식으로 나왔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 사건은 범인이 알레르기에 무지했던 것이 범행동기의 발단인데 정작 그 위험성을 알고 트릭으로 쓰는 모순이 발생했다.
사실 이 사건은 단순 동기 문제 뿐만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전부 납득이 안 가는, 오리지널 에피소드 중에서도 손꼽히는 괴작이다. 자세한 건 문서 참조.
- 아내 찾기의 비밀
자기 마당의 나무가 옆집인 피해자 집의 담장을 넘어 침범하자, 피해자가 그걸 멋대로 가지치기해서.[49]
심지어 피해자는 범인이 따지고 들자 나무에게 있어서도 이게 좋을 것 같다는 얕은 생각으로 가지를 잘랐다며 사과했다. 그런데 범인은 남의 나무나 잘라대는 막돼먹은 놈이 감히 날 가르치려 든다며 피해자를 살해했고, 한 술 더 떠 피해자 부부가 행복하게 지내는게 꼴보기 싫어서란 기가 차는 이유로 시체를 유기하고 피해자의 남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 했다. 오죽하면 피해자의 남편이 분노로 눈이 돌아가서 경찰들이 옆에 있음에도 삽으로 범인을 때려죽이려 했다.
정확한 동기를 말하자면 살인이 일어난 본질적인 이유는 범인은 "나는 불행한데 저 집안은 화목하다"는 생각에 피해자 집안을 질투하고 열등감에 찌든 상황이었는데 가지치기가 트리거가 되어서 죽인 것이다. 물론 범인이 잘했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50]
- 증오의 프라이팬
사장과 주임이 죽으면 회사를 차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평소 피해자들이 직원들에게 하던 덕담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이런 짓을 저질렀다. 심지어 피해자 중 하나인 주임을 없애려고 가스 폭발을 일으키는 미친 짓을 저지른다.
- 케이크를 사랑하는 여자의 발라드
본인은 어릴 적부터 양과자를 좋아해서 양과자 전문점에 취직했는데, 사장이 양과자가 아닌 화과자를 도입하기 시작해서.
사실 이 에피소드가 글램핑, 옷걸이 따위보다 더 미친 사건인데, 작중 사장이 회사에서 양과자를 완전히 없애고 화과자를 도입하겠다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둘을 같이 팔자고 했던 것이다. 사실 완전히 없앤다고 해도 비서라는 직책을 활용해 사장을 설득하거나 그게 안 먹히면 회사를 때려친다는, 적어도 살인보다는 몇백 배는 정상적인 선택지가 있음에도 살인을 선택한다. 심지어 사장의 동생인 부사장도 형의 편을 들어줬단 이유로 똑같이, 그것도 평범한 일반인 전업 주부였던 부사장의 아내까지 포함해서 독살하려 들었다.
덤으로 경찰에게 연행되기 직전에 사람들을 케이크로 보는 황당한 모습이 나오는데, 아무리 봐도 '케이크를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라 '케이크에 미쳐버린 정신병자'에 가까운 묘사다.
- 천재 레스토랑
요리사인 범인이 자신이 자부심을 가지고 만든 특제 어린이 런치 세트를 코난이 비하했기 때문에 가게가 망했다고 생각해서.
코난과 란이 이전에 단둘이 음식을 먹기 위해 범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갔는데, 이 범인은 자신이 개발하고 판매하는 어린이 런치 세트에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요리사였고 란도 그런 이유로 코난에게 런치 세트를 추천한다. 하지만 코난은 란 앞에서 어린이 런치를 먹기 싫어했기 때문에 '특제라고 해봤자 결국 어린이 런치일 뿐이잖아'라고 둘러댔고, 이걸 들은 범인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분노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타인의 자부심을 유치하다고 무시한 코난의 잘못도 없지는 않지만,[51] 그 다음에 가게가 망하자 범인은 너의 비하가 나의 자부심에 상처를 냈고, 그 자부심의 상처가 음식의 퀄리티에 영향을 주어 사람이 줄고 가게가 망했다는 논리조차 아닌 무언가를 펼치며 코난에게 극심한 원한을 품고 함정에 빠뜨린다.
참고로 이 에피소드의 각본가는 바로 위의 "케이크를 사랑하는 여자의 발라드"와 같은 우라사와 요시오이며, 단순히 동기 자체의 황당함을 넘어 에피소드 흐름이나 연출까지 병맛의 극치를 달리는 개그물이다. 무엇보다 그런 병맛 오리지널 에피소드임에도 작화 팀을 초호화로 꾸리는 이해 불가능한 편성을 저질렀고, 이 때문에 일본 팬덤을 폭발시켜 사이버 테러까지 터지는 바람에 오리지널 에피소드가 뉴스에 보도까지 되는 전무후무한 사태도 발생한, 퀄리티가 떨어지는 오리지널 에피소드 중에서도 독보적인 막장을 자랑하는 최악의 에피소드다.
- 두 번 죽은 사내
자신이 살해한 피해자의 아내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싶어서.
작중 범인은 어릴 적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가 아버지의 보험금을 받자마자 자신을 버리고 가는 트라우마가 있는데, 현재 본인이 사장으로 모시는 피해자가 말기 암 판정을 받자 그의 아내가 보험금을 받게 되어서 기뻐하는 것을 보고는 자신을 버린 어머니와 겹쳐져서 어머니를 향한 원망을 풀기 위해서 피해자를 살해하여 그의 아내에게 죄를 덮어씌우려고 했다. 즉 범인이 피해자를 죽일 이유는 전혀 없었으며, 피해자도 범인에게는[52] 살해당할 짓을 전혀 하지 않았다. 사실상 이상동기로 범행을 저지른 묻지마 살인과도 같다. 거기다 그녀에게 혐의가 몰리도록 유도한게 아니라 일단 피해자 동생에게 혐의가 몰리도록 유도하여 그녀에게 기쁨을 준 뒤, 다시 그녀가 몰리도록 만들어 절망을 맛보게 하는 악랄한 방법을 썼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예전의 어머니와 닮았다는 이유로 직접적인 원한도 없는 여자를 죄인으로 몰아넣기 위해 애먼 사람을 죽인 것이며, 그를 위해 거짓 변호를 하면서 사람 하나를 가지고 놀았다.
덧붙여 피해자 아내가 '그게 자기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고 지적하자, 아무런 상관도 없지만 그냥 저질렀다고 범인이 인정했다.
- 기적 소리가 들리는 고서점 2
작중 범인은 병원에 입원한 남편의 오래된 책들을 자기 멋대로 처분하려 했다. 그런데 이게 실패하자[53] 왠 양아치 하나를 불러서 책을 훔쳐주면 돈을 주겠다고 했는데, 양아치가 훔친 책의 가치를 알아내서 돈을 더 달라고 하자 골치 아프다 싶어 살해했다. 더군다나 책이 도난당한 직후에 북카페 사장을 불러서 '당신이 책을 샀으면 도둑맞을 일이 있었냐'며 뻔뻔하게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
심지어는 북카페 사장에게 살인죄를 뒤집어 씌우는 짓까지 했는데, 그 이유가 자신이 양아치를 고용한 것과 살인을 한 것도 북카페 사장이 책을 처분해주지 않아서니까 그 자에게 덮어씌우자란 가관스런 기적의 논리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런 주제에 범행이 들통나자 눈물까지 흘리며 한탄하는 등, 마지막까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대는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 말할 수 없는 목격자
작중 범인은 요즘 젊은 것들은 노오력할 생각도 하질 않는 글러먹은 것들이란 꼰대스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본인을 목격한 피해자를 죽이기 직전에 "너희처럼 쓸모없는 것들 때문에 사회가 더러워지고, 내가 너희들을 청소하는 것이다!"는 궤변을 주장한다.
결국 본인이 사회를 깨끗하게 만드는 정의로운 인간이란 망상에 사로잡혀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것.
- 제가 저질렀습니까?
비록 우발적이고 피해자인 노인의 평소 행실이 좋게 묘사되진 않았으나, 자신의 패션 스타일을 조롱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살해했다. 여기에 더해 지나가던 취객[54]에게 누명을 뒤집어 씌울려고까지 했다. 그리고 범행이 들어난 이후 술 때문이라고 되도 않는 변명질을 했다가, 코난(코고로)에게 "술 핑계대지 마라. 그리고 당신이 누명을 씌우려고 한 취객은 사람을 구하려고 했다."[55]고 일침만 듣는다.
- 미망인과 탐정단
범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동기도 자시고도 없다.
작중 범인은 묻지마 살인마로, 일부러 불쌍한 척을 해서 남자를 유인한 다음, 사고로 위장한 살인을 무려 5건이나 저질렀다. 심지어 이를 위해서 상관도 없는 이들을 이용하기도 했고,[56] 실패하자 애먼 소년 탐정단에게 화풀이, 죽인 피해자들의 반지를 무슨 트로피처럼 수집까지 했으며, 경찰들에게 '자신의 범행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웃으며 지껄인다.
사실상 그냥 묻지마 범죄를 넘어서 사람 죽이는 것을 즐기며 고인모독까지 저지른, 동정할 가치조차 없는 뿌리까지 썩어빠진 인간 말종이다.
- 움직이는 표적
여자가 자기 데이트 신청은 거절하고 자기 친구를 좋아해서.
작중 범인은 매우 잘나게 살아서 본인이 무슨 특별한 존재라 착각하는 자기애와 나르시시즘에 절여진 인간이다. 그런데 본인이 작업을 건 여자가 본인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다니는 친구를 좋아해서, 쉽게 말해 자기 자존심이 긁혔다는 이유로 범죄를 계획했다.
여기까지만 봐도 얼척이 없지만, 문제는 자기는 특별한 사람이니 손을 더럽히면 곤란하다는 이유로 인생이 힘들다며 신세한탄을 하던 사람을 친구 위로 떨어트려 죽이는 흉기로 사용했다. 거기다 살해하려던 친구도 사람은 좋지만 좀 순진한 면이 있는데, 이를 이용해 '내가 얘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장식으로 보는 등, 이 범인은 애초부터 인간성이 막장 쓰레기다.
제일 가관인 것은 마지막에 "증거를 대보라며 버틸 수도 있지만, 본인은 그런 추한 짓을 하지 않는다. 경찰에게 잡혀가는 순간까지도 당당하게 간다."고 떠들면서 웃는데, 이에 코난 일행과 경찰들도 어이를 상실한 표정으로 쳐다본다.[57] 솔직히 이 정도면 그냥 정신이 이상한 바보다.
- 베이카마을 번복되는 미스터리
본인의 소설이 출판사에 퇴짜맞고 혹평까지 들어서.[58]
사실 이 사건도 동기만 보면 어이없긴 해도 본 세계관 내에서 흔히 볼법한 사건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진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범인이 원한을 갚기 위해 본인의 원한과 무관한 사람을 둘이나 죽였다는 것이다. 그 이유조차 실수나 입막음 같은 목적도 아니었고, 오로지 원한이 있는 대상에게 살인죄를 덮어씌우기 위해서 계획적으로 저지른 일이었다.[59] 그냥 원한이 있는 대상을 살해하면 끝나는 일을 더 치밀하게 만들고 싶다는 이유로 애먼 사람 둘을 죽였다.[60][61]
게다가 해결 방식이 제일 어이가 없는데, 코난이 추리를 해냈지만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추리물에 추리가 있으면 됐지, 증거 같은 건 필요없다며[62] 범인이 알아서 자수한다. 심지어 본인도 자신이 지은 죄가 얼마나 큰지 안다고 인정했다. 이럴거면 처음부터 원한이 있는 인물만 죽이고 본인이 자수를 하든가... 본 문서에서 지적하는 어이없는 동기, 증거의 부족,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전개를 겸비한, 여러모로 엽기적인 에피소드.
- 모델, 모리 란
본인이 동경하는 화가가 자신은 봐주지도 않으면서 다른 여자 모델들을 그리는 것이 샘나서.
작중 범인은 어느 화가의 오랜 팬이었는데, 그 화가가 아내와 사별하자 그 빈자리를 자기가 채워주고 싶은 마음으로 조수가 되었다. 그런데, 그 화가가 다른 여자들을 모델로 그리며 자기를 신경쓰지 않자 얀데레 심보로 살인미수를 수 차례 저질렀다.
사실 여기까지는 선은 넘지 않아서 공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화가에게 왜 여자들만 그리냐고 물어보며 본인 마음이라도 전했으면 되는 일을 굳이 애먼 여자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이 매우 악질적이다. 더군다나 범인은 "선생님은 하나에 몰두하면 주변을 잘 신경쓰지 않아서 걱정이다"는 말을 관련도 없는 코난에겐 술술 불었으면서 왜 화가에겐 그 말을 하지 않았는지 더욱 불명이다.
무엇보다 모델들이 계속 사고를 당하는 모습에 피해자 가족들이 혹시 그 화가가 무슨 짓을 벌인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자, 역으로 그 의심을 이용해 화가를 변호하는 등, 도저히 충동적인 분노로 일으킨 사건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교묘하게 행동했다. 심지어 막판엔 모든 것이 들키자 분을 못이겨 란에게 칼부림을 시도했다.
4.1.3. 극장판
극장판에서도 어이없는 동기가 자주 나온다.- 1기: 시한장치의 마천루
좌우대칭에 강박 증세가 있는 범인이, 자신이 설계한 건물이 예산 문제나 법적 문제 등으로 인해 설계도대로 좌우대칭으로 건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접 설계한 건물에 폭탄 테러를 저질렀다.[63]
- 2기: 14번째 표적
연쇄 살인인데, 몇몇 피해자에 대한 동기는 현실적이고 안타까운 반면, 일부 피해자에 대한 동기가 비싼 와인을 사놓고 제대로 관리를 안 해서 / 책에다가 와인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써놓아서 같이 말도 안 되는 동기로 죽이거나 죽이려 들었다. 화룡정점은 피해자들을 죽인 동기를 범인이 설명할 때 했던 말인데, "사고 때문에 미각장애가 생기기 시작했다 → 미각장애 때문에 직업을 포기해야되어 절망했다 → 스트레스는 미각장애의 원인 중 하나 → 나에게 스트레스를 준 놈들과 오토바이 사고를 낸 자는 다 내 미각장애를 일으키거나 악화시킨 놈들이다 → 나만 당할 수 없으니 다같이 죽자!!"라는 기적의 논리를 시전했다.[64]
더욱 가관인 것은 이 과정에서 범인 본인과 정말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상해를 입혔고,[65] 이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크게 다치거나 죽을 뻔했다고 메구레가 질책하자 범인은 뻔뻔하게 일반인이 죽든 말든 알게 뭐냐며 알빠노를 시전했다. 심지어 호통을 친 메구레도 그 살인미수 피해자 중 하나였음에도 말이다. 거기다 폭탄까지 터트린 다음에 인질을 잡고 그 인질도 자기랑 함께 죽어야 한다고 떠드는 등, 인질극을 벌이면서 당당히 본인이 호출한 헬기에게 착륙하라고 떠드는 등, 자기가 알아서 죄를 더 불리는 막장의 극치를 달렸다.
- 5기: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
범인은 후지산 전망이 잘 보이는 곳까지 등산하여 그림을 그렸는데, 늙어서 등산할 체력이 달리자 아예 애용하던 전망 포인트에 집을 지어 살았다. 그런데, 거대한 빌딩이 들어서 후지산의 전망이 가려지자 더 이상 사랑하던 후지산을 그릴 수 없게 된 것. 이에 빌딩 관계자들에게 큰 증오를 품고 연쇄 살인을 벌였다.
언뜻 공감이 될 만한 동기 같지만 어느 부분이 어이없는지는 바로 아래의 "동기의 논리성 부족" 문단에서 후술.
- 6기: 베이커가의 망령
살인범의 후손이라는 것이 알려지는 게 두려워서. 일본에서 범죄자 가족과 지인 등을 보는 시선을 생각하면 범죄자의 피를 이은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럼에도 이곳에 있는 이유는 그 살인범이 백수십 년 전의 인물인 잭 더 리퍼이기 때문. 여기에 살인마의 피를 두려워한다면서 이미 본인은 죄 없는 사람을 두 사람이나 죽음으로 몰아넣는 모순을 보여준다. 이에 유사쿠는 "살인범의 피가 어때서요! 세상의 눈이 어떻다고요? 어째서 맞서 싸우려 하지 않았습니까!"라고 일갈한다.
그나마 범인이 유사쿠의 일갈에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다.
- 10기: 탐정들의 진혼가(중간 보스)
비밀(범죄)를 공유하는 것으로 사랑이 깊어진다고 생각해서.
또 다른 범인이자, 최종 보스의 돈 욕심인지라 그나마 나은 셈.
- 19기: 화염의 해바라기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 중 진짜 그림이 모조품인 2번째, 5번째 그림들이랑 같이 전시되는 게 싫어서 그 2점을 없애버리려고 했다. 일단 본인이 그린 그림도 아니고 고흐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소유주가 따로 있는 그림을 없애려 한 것도 어이가 없지만, 그 계획은 더더욱 황당한데, 키드를 통해 빼돌리려고 하는 나름 정상적인 계획도 있었지만 본인도 타고 있던 비행기에 폭탄을 설치한다거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던 미술관에 방화를 저지르는 등, 도가 너무 심했다. 대형사고가 될 것은 둘째 치더라도 그렇게 고흐의 해바라기를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이 진짜 그림도 말려들 위험이 있는 계획을 짠 것이 이해가 안 간다.
4.2. 동기의 논리성 부족
인간은 자기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충동에 따라, 급기야 살인에까지 이를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은 결코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진실을 비추죠.... 우리가 아직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그것.... 그게 바로 동기에요.
Q.E.D. 증명종료의 토마 소, 미즈하라 가나가 '성실하고 착한' 지인을 편들자 '심증으로 사물을 판단하고 싶지 않다'면서 한 말.
범인들의 뒷사정과 살해 동기에 대한 설명이나 논리성이 부족하다.Q.E.D. 증명종료의 토마 소, 미즈하라 가나가 '성실하고 착한' 지인을 편들자 '심증으로 사물을 판단하고 싶지 않다'면서 한 말.
코난의 동기를 보면 사건 자체는 잘 곱씹어보면 납득이 가지만 독자에게 납득 가게 설명하는 묘사가 부족하거나(개연성 부족), 또는 정반대로 독자 입장에서 얼핏 보면 그럴싸해보이지만 사건 자체를 곰곰이 곱씹어보면 문제가 많은(핍진성 부족) 사례가 너무나도 많다. 이는 작중에서 살인을 가볍게 다루는 문제와도 연결되는 비판이다.
4.2.1. 개연성의 부족
범인의 동기가 처절하기로 유명한 소년탐정 김전일에서도 비이성적인 범죄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이유로 사람을 죽인 사건이 여럿 등장하지만, 이런 사건들도 나름대로 인간의 불안, 광기나 나약함 등 여러 가지 심리적, 윤리적 측면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주며 강렬한 심리 묘사 연출로 독자들에게 강한 충격과 반전을 주어 그 후에도 자주 회자한다. 또한, 범인의 발상 자체는 비이성적일지라도 그러한 극단적인 행동에 이르게 된 최소한의 개연성은 가지고 있다. 쿠치나시촌 살인사건, 학교 7대 불가사의 살인사건, 히렌호 전설 살인사건등의 범행의 동기는 비합리적이다 못해 악질적이기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범인이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과정이나 그 과정에서 불거지는 인간의 나약함과 양심의 실종 및 거기서 파생되는 광기 등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로써 동기의 비합리성을 보충해 준다. 모든 범인이 독자들에게 동정받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극적으로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하는 것이며 이는 제작 측에서도 의도한 바이다.반면 명탐정 코난은 장편 사건조차 한두 페이지, 그마저도 대사 몇 줄로 설명하며 세부설명은 간략하게 때우는 경향이 심하다. 코난에서 이상한 동기라고 회자되는 사건들도 과거 회상을 강화하거나, 범인의 심리 묘사를 더 치밀하게 한다면 이해할 수 있거나, 적어도 충격적이고 무섭기라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상당수의 사건이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웃음거리가 된 것이다. 사실 코난에도 말로 풀면 황당한 동기지만 연출을 잘 해서 단점이 거의 돋보이지 않거나 오히려 황당한 동기를 연출로 이용하는 봉인된 메구레의 비밀, 흔들리는 경시청 1200만 명의 인질 같은 케이스가 존재한다.
아래의 사건들은 그냥 곧이곧대로만 묘사했어도 문제가 되지 않았을 텐데 연출이 잘못되어 에피소드의 완성도가 낮아진 안타까운 예이다.
- 사라진 흉기 수색 사건
황당한 동기의 대표격으로 회자되는 사건이지만, 이 사건의 근본적인 동기는 그렇게까지 황당한 편은 아니다. 사건의 동기는 실력 있는 미용사였던 피해자가 떠날 경우 생기는 금전적 손실과, 동고동락해온 피해자가 자길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간다는 배신감 때문이었고, 옷걸이는 이런 배신감이 폭발하게 만든 방아쇠였을 뿐이다. 살인이 벌어지기엔 과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서로간에 싸움이 일어나기에는 충분한 동기고, 그 상태에서 감정 싸움이 격해져서 살인까지 갔다고 묘사하면 무리가 없다. 그런데 이런 실질적인 분노가 피의자의 대사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자꾸 자기한테 옷걸이를 던졌다는 말만 너무 강조해서 말하는 바람에 다른 건 다 참아도 옷걸이를 던지는 것만은 용서할 수 없다는 뉘앙스의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되어버렸다. 일부 독자들이 부분만 따와서 왜곡한 것이 아니라, 사정을 알고 찬찬히 봐도 옷걸이에 너무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심지어 그 던진 옷걸이도 피해자가 일부러 던진 게 아니라 실수로 튕긴 거라서 옷걸이 자체에 분노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66]
- 변호사 키사키 에리의 증언
피의자의 "그의 머리는 평생 내가 해 주겠다고 한 약속을 어길 수는 없다." 같은 발언은 진짜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건 문제가 있고, 자신의 전 애인에게서 자신이 남겨준 흔적이었던 머리 모양이 새 연인에 의해 점점 변해가고 사라지는 것을, 그것도 자신의 손으로 해야만 하는 것이 극도로 싫었던 피의자가 비뚤어진 애증과 집착을 못 이겨 살인을 저질렀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이것도 정상은 아닌 게 문제지만 어찌되었든 작품에서의 묘사가 미진하여 처절함이 부각되지 못한 점은 문제이다.
- 살인범, 쿠도 신이치
이 사건의 동기는 범인이 사실을 미처 듣지 못해 생긴 착각과 오해인데, 그 이유를 단순하게 '흘려들었다'라며 가볍게 묘사한 문제가 크다. 범인의 착각의 근본적인 원인은 '양아버지가 양어머니를 죽이고 본인도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고등학생에 불과한 범인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촌장이 타살처럼 꾸미고 자살을 한 것도 범인인 양아들에게 이런 진실을 알려주기 싫어서 그랬던 것이고, 과거 범인은 "믿지 못했지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스스로를 몇 번이고 타일렀다"라며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했음이 묘사된다. 쉽게 말해 집안이 풍비박산나서 멘탈이 완전히 나간 상태라 못 들은 것이고, 들었다 쳐도 '사실 어머니가 불륜을 했다'라는 사실까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힘들었을 것이다. 즉 동기를 따져보면 사건의 충격적인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인지부조화를 일으킨 범인이, 해당 사실의 근간이 되는 신이치의 추리 중 일부가 간호사의 암 판정 누설을 계기로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자 "역시 우리 양아버지가 그럴 리가 없다. 신이치의 추리가 잘못되었던 것이다."라며 믿고, 원래부터 신이치를 존경하고 신뢰하던 범인이 그 반작용으로 강렬한 배신감을 느껴 증오까지 번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 사람 마음의 나약함이 뒤틀려서 생긴 안타까운 동기로 보는 것이 옳은데, 이걸 마치 범인이 중요한 사실을 흘려들은 주제에 애먼 신이치를 쓰레기 취급해서 뻘짓했다는 것처럼 묘사를 하니까 황당하게 보이는 것이다.[67]
- 남겨진 소리 없는 증언
"장기 프로그램에 무르기를 넣을 것을 제안해서" 죽였다는 묘사로 인해 황당한 동기로 회자되는 사건이지만, 이는 제대로 설명했으면 납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동기를 미흡한 묘사로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린 사례이다.
정확한 동기와 타임라인은 이렇다. 20년 전에 게임 회사에 갓 입사한 범인은 마찬가지로 무명 게임 제작자였던 피해자와 장기라는 취미가 맞아떨어져서 막역한 사이로 발전했고, 출세하면 명인들도 못 당하는 장기 소프트웨어를 만들자고 꿈을 키웠다. 하지만 범인이 20년 동안 장기의 온갖 명승부 기보를 수집하는 열정은 물론 거액의 빚까지 져가면서 피해자를 지원했는데, 피해자는 CG 분야에서 성공한 뒤 장기 소프트웨어 개발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TV쇼 출연 같은 대외적 활동에나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 행보 탓에 피해자에 대한 불신이 점차 싹트던 와중, 기어코 찾아갔더니 했던 말이 바로 "무르기는 몇 번으로 할까?"였던 것이다. 그러나 범인이 만들고 싶었던 것은 명인급으로 장기를 두는 소프트웨어였기 때문에 '무르기' 같은 게 들어갈 이유가 없다. 즉 애당초 거의 완성되었다는 말도 거짓말이었고, 개발은 시작조차 안 했다고밖에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68] 즉 범인의 동기는 무르기 운운하는 피해자의 발언 그 자체가 아닌, 그 '무르기' 발언으로 20년 동안 자신의 인생을 바친 투자를 상대가 먹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신함에서 온 배신감과 허무함이다. 즉 심층적인 동기는 굉장히 현실적이며 무르기는 어디까지나 분노를 폭발시킨 방아쇠였을 뿐인데, 대사의 초점을 잘못 맞춰서 무르기 때문에 죽인 것처럼 보인 것이다.[69] 설상가상으로 피해자는 검은 조직에게 반쯤 협박을 당해 돈을 먹튀하고 있었던 것인데, 검은 조직의 존재를 작중의 가해자는 모르는 데다 독자들도 검은 조직에 비중을 두다 보니 가해자에 감정 이입하기 힘든 구성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피해자에 대한 과거 묘사를 강조하느라, 위에 서술된 범인의 동기도 원작 기준 고작 2페이지 4컷 정도의 날림으로 설명하고 끝냈고, 작품이 범인을 '검은 조직과의 중요한 연결고리인 피해자를 같잖은 이유로 죽여버린 웬수'같이 묘사하니 제대로 납득할 턱이 없다. 이는 흉기인 옷걸이에 너무 집착하는 대사로 상황이 이상하게 전달된 옷걸이 사건과 양상이 유사하다.
- 돗토리현 거미 저택의 저주
황당한 동기로 자주 언급되는 에피소드 중 하나로, 이쪽은 얼핏 봐도 처절한 동기에다가 황당무계한 심층적 동기를 대충 붙여버린 탓에 웃음거리가 되어버린 케이스이다. 범인의 동기 자체만 보면 자신이 사랑하던 여자가 출생의 비밀에 휩싸여 집에서 학대당한 끝에 자살했기에 그 자살의 원인이 된 여자의 아버지에게 복수하겠다는 충분히 납득 가능한 동기이다. 뒷부분의 진실은 없었어도 전혀 지장이 없는데, 굳이 '오해가 번져서 살인이 되었다'라는 요소를 추가한다고 넣은 심층 동기가 처절한 묘사를 다 깎아먹었다. 사실 이나마도 잘 묘사했더라면 "언어의 장벽이라는 장애물에 가로막혀 진심으로 위로가 필요했던 여자를 위로해주지 못한 슬픔"이라는 안타까움이라도 돋보였을텐데,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범인 때문에 연인이 죽은 이유가 안타까움은커녕 헛웃음만 나오는 날림 설정을 해놓았기에 무리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 당연히 일본에서도 어이없는 동기로 손꼽히는 사건 중 하나이며, 풍자 스핀오프인 범인 한자와 씨에서 동기가 황당하다고 직접 언급되기도 했다.[70]
- 불길 속의 붉은 말
범행이 밝혀졌을 때 "그래! 그 여자가 알아채는 바람에 이혼을 강요했어! 나는 그저 집을 불태우고 병원을 짓고 싶었을 뿐인데!" 하는 황당한 대사와 코난의 '이봐요....'하며 어이없어하는 리액션을 하는 바람에 황당한 동기라고 오해받지만 이것도 범인의 대사를 선후관계를 잘못 말해서 생긴 묘사 부족이다. 병원을 짓고 싶었다는 것은 방화의 동기이지 살인의 동기가 아니며, 살인의 동기는 아내에게 방화범임을 들켜 이혼을 강요당하고 집에서 나가라고 협박받은 것이다. 코난이 황당해한 것도 마치 연쇄 방화를 별 것도 아닌 일처럼 말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범인의 태도에 황당해한 것이지 동기 그 자체에 황당해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걸 들켰을 때 방화 쪽의 대사를 강조해버리니 '겨우 병원 짓겠다고 사람을 죽이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오는 것이다.
- 삼색털 마네키네코 사건의 두 번째 사건[71]
범인은 피해자가 돈이 궁한 자신에게 엄청난 선물을 주겠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그 선물이 전에 자신이 주워서 키우다가 피해자에게 선물했던 고양이였고, 이에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해서 피해자를 죽이려고 했다.[72] 이 역시 화가 날 수는 있어도 살인 시도까지 할 수준인가 싶은 동기인데[73], 사실 사건 중에 범인이 피해자에게 열등감이 상당히 쌓여 있는 게 묘사되기에[74] 그간 쌓인 부정적인 감정이 이번 일을 계기로 폭발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정작 범인과 트릭이 공개되고 동기를 설명할 때는 '그동안 쌓인 울분'에 관한 묘사는 언급되지 않으며, '고양이를 선물하겠다고 하는 게 나를 놀리는 것 같아 살해했다'란 결과만 말하니 범인의 행동이 참 황당해졌다.
- 14번째 표적
'비싼 와인을 사놓고 관리를 안 해서, 와인에 대한 잘못 지식을 책으로 써서 내서'라는 동기를 강조하느라 황당한 동기로 손꼽히지만, 묘사가 잘못된 것이 문제다. 범인이 작중 인물들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1차적으로 피해자들의 이름에 숫자가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즉 "숫자를 활용한 연쇄살인으로 꾸미고 싶어서 다른 이들도 죽이기는 해야 하니까, 내친 김에 평소에도 아니꼬왔던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라고 보는 것이 옳다. 사건 피해자의 2/3은 동기도 뭣도 없이 숫자 채우려 데려온 일반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굳이 저런 일반인에 가까운 사람들을 '죽어 마땅한' 사람들처럼 묘사하니까 황당하게 보이는 것이다. 이것과는 별개로 범인의 행동 자체가 정상은 아니지만 평생을 바쳐온 직업에 필요한 감각을 사고로 잃어버린 절망감에 대한 묘사와 성우의 열연, 그로부터 파생되는 악랄하고 뛰어난 임팩트 덕분에 극초기 극장판의 범인임에도 나름 인기도 있는 걸 생각해보면, 무고한 이들을 죽여야 하는 이유에 대한 묘사만 좀 더 제대로 했더라면 처절한 광기가 더 부각될 수 있었기에 묘사 부족이 더욱 안타깝다.
4.2.2. 핍진성의 부족
명탐정 코난에서 "동기"란 그저 문자 그대로 "범인이 그런 행동을 한 이유"에 불과할 뿐이지 그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는지는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아서 연출에 가려진 알맹이를 살펴보면 굉장히 부실해보인다. 얼마나 동기가 부실한지는 위의 "어이가 없는 범행 이유" 문단에서 인용된 사건들을 짚어보면 알 수 있다. 원작 수록 에피소드 기준으로 서술.- 제트코스터 살인사건
영광스런 명탐정 코난 최초의 사건인데, 상술했듯 범행 동기인 "자신을 차고 다른 여자와 사귀어서" 자체도 허무맹랑하지만, 그 동기를 뒷받침할 만한 묘사도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코난이 범인을 상대로 셜록스캔을 사용하자 피해자가 "내 친구한테 간섭하지 마"라며 피해자가 범인과 헤어졌어도 여전히 친구로서는 잘 지내는 것처럼 묘사되고, 범인 역시 최후반부를 제외하면 헤어짐 때문에 살의를 품을 정도로 힘들어했다는 묘사가 전혀 없다. 범인이 괜찮은 척 연기를 했다고 볼 수는 있지만 그게 연기인지는 티가 나지 않는다.[75] 그래도 이 에피소드는 에도가와 코난의 탄생에 초점이 맞춰진 첫 에피소드인지라 분량이 너무 적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볼 여지는 있다.
- 홈즈 프리크 살인사건
동기가 "자칭 홈즈광(狂)이라는 인간들이 '아이린 애들러가 홈즈를 조소한다'는 개소리를 책으로 써내는 걸 참을 수 없어서"였는데, 그런 것치고 홈즈에 대한 애착은 별로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이 죽은 와중 '홈즈 의상이 불쌍하다'고 할 정도의 오타쿠 기질을 보였던 시미즈 나나코가 더 범인처럼 보일 정도. 훈제 청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비약이 너무 심하다. 그렇게 치면 다른 용의자들은 뭐란 말인가.[76] 그리고 명색이 주인공에게 코난이란 이름을 붙일 정도로 홈즈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면서 이게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짚지 않고 넘어간 것은 확실히 오류. 이때의 설욕인지는 몰라도 훗날 홈즈의 묵시록에서는 엄청난 양의 홈즈 레퍼런스를 사용한다.
- 마술 애호가 살인사건
범인의 할아버지인 사망한 노마술사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채팅에서 안 좋은 소리를 했다'는 언급과 위장해서 동시 접속한 범인의 존재가 사건 도중에 나오긴 하는데, 범인과 연관지을 방법이 전혀 없다. 오히려 코난 특유의 '일단 부정하고 본다(…)'의 법칙이 적용되긴 하지만 이건 작가의 매너리즘이지 진짜 좋은 연출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나마 동기 자체는 할아버지를 죽게 만든 사람들에 대한 복수였으니 처절한 편이긴 하다.
- 소노코의 위험한 여름 이야기
문서에서도 서술했지만, 사건은 물론이고 사소한 전개마다 구멍이 나 있다. 자세한 것은 문서 참고.
- 쿠도 신이치 뉴욕의 사건
여기도 동기의 막장성으로 치면 못지않다. 실질적인 동기는 '피해자가 양다리를 걸쳐서'인데, 이걸 무슨 '피해자 외에 다른 사람이 천사 역할을 맡는 건 꼴 보기 싫어서'라고 했으니 더더욱 괴악해 보이는 것.
이 정도면 범인을 먼저 만들고 동기를 나중에 붙인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인지 위의 사례들 외에도 범인과 피해자 사이에 뭔가 감정의 골은 충분히 묘사되어 있으면서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는 드러나지 않은 사건도 많다.
작가가 살인사건을 퍼즐에 가깝게 여기는 경향 때문일 수도 있다. 퍼즐이라고 보면 문제의 대상이 되는 트릭을 푸는 게 중요할 뿐 동기는 부차적일 뿐이다. 이러한 관점은 고전적인 탐정 소설의 클리셰이면서 흔히 서점 한쪽에서 파는 추리 문제집 같은 경량화의 영향이 큰데, 이에 대해서는 스토리 관련 비판에 해당 문단이 마련되어 있다. 아울러 유독 코난이 더 비판을 받는 이유도 나와 있으니 참고.
4.3. 동기의 패턴화
위의 동기들을 보면 알겠지만 범인의 동기를 설득력 있게 해결하기 어려워지자,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기는커녕 전술한 것처럼 그냥 "범인이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다"라는 편의주의적인 설정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동기에 대한 묘사에서 '표면적인 동기는 이것인데, 사실 이러한 속사정이 있었다.' 식의 전개를 자주 채택하는 코난에서, 그 '속사정'에 대해서 '범인이 미쳐서'라며 두루뭉술하게 묘사한다. 물론 살인까지 행하는 사람이 제정신일리는 없겠다만, 위에서도 언급되었듯 마음의 뒤틀림에 대한 묘사를 확실히 하는 것도 아니면서 미쳤다만 강조하니까 오히려 황당하게 보이는 것. 특히 애니메이션 오리지널에서는 범인이 자랑스럽게 퇴장하며 자기가 제정신이 아닌 걸 훈장이라도 되듯 여기는 묘사가 많아 더욱 어이가 없다.특히 범인이 배우, 화가, 소믈리에 등의 예술가일 경우 십중팔구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손실을 보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예술을 더럽혔다거나 예술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경우가 많아 예술가를 자기 예술관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광인처럼 그려놓는다. 코난에 무고하거나 양심 있는 예술가 캐릭터들도 얼마든지 등장하고 있으며 매드 사이언티스트나 매드 아티스트 캐릭터는 작품 속 세계에서 수도 없이 다뤄지는 소재인 건 맞지만, 문제는 코난에서 나온 예술가 범인들 중 실질적 손해 때문에 범행을 벌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 다른 패턴은 교수와 학생 관계. 작중 에피소드에서 지도교수와 대학원생이 등장하면 100% 교수가 학생의 성과를 훔친 상황이다. 교수를 무슨 학생의 아이디어를 훔쳐 자기 커리어에 반영하는 탐욕스런 사람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현실에서도 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의 갈등은 꽤 유명하지만 부려먹는다, 갑질한다 같은 동기면 몰라도 학술 성과를 갖고 대립하거나 살인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일단 기본적으로 대학원생에게 굴지의 아이디어가 나올 확률 자체도 그다지 크지 않고, 설령 나온다 해도 학생이 그 아이디어로 기술한 논문에 지도교수 겸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지도교수 / 공저자' 행세로 학계와 대중의 관심을 싹 쓸어가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77] 현실적으론 상당히 드문데 마치 이것이 일상인 것처럼 묘사하는 것이 문제.
그리고 오해에서 비롯한 동기가 지나치게 많다. 피의자가 살인 동기를 밝힐 때 피해자의 지인이 "그건 오해였으며 피해자는 언제나 피의자를 위해주었다."라고 고백하면 피의자는 범행을 후회하고 오열한다. 대표적으로 오해로 생긴 사건은 외딴섬의 공주와 용궁성, 돗토리현 거미 저택의 저주, 캇파가 꾼 꿈, 사이가 나쁜 걸즈밴드, 표적은 경시청 교통부, 진홍의 수학여행 등이 있다. 특히 앞의 두 사건은 '오해'만 아니었다면 처절한 동기였다. 이런 전개가 자주 나오는 이유는 일본의 혼네/다테마에 심리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의 목숨을 대수롭지 않게 논하는 생명경시와 죄에 대한 윤리의식 결여는 물론이거니와, 돌이킬 수도 용서받을 수도 없는 잘못을 너무나도 쉽게 저질러버린다.
또한 묘사의 부족으로 화가 치솟았다고 냅다 흉기부터 휘두르고 보는 것처럼 묘사되는 범인들의 행동은 분노조절장애와 흡사하며 이는 이 작품을 보는 대중들에게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수틀리면 살인까지 저지를 정도의 위험분자다."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실제 분노조절장애도 폭행에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살인까지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복잡한 트릭을 사용한 계획 살인은 말할 것도 없다. 즉 폭행이나 고소라는 그나마 현실에 가까운 방법이 아닌, 무조건 치밀한 살인을 저지른다는 이상한 클리셰로 가뜩이나 좋지 않은 분노조절장애의 나쁜 인식을 더 나쁘게 만들고 있다.[78]
4.4. 트릭과의 부조화
동기와 관련된 문제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문제는 바로 위의 추리, 즉 과장되고 비현실적인 물리 트릭과 결부된 문제이다.해당 문단에도 쓰여있지만 비현실적인 물리 트릭은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며, 우발적이고 어처구니없는 동기를 참지 못하여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도 현실에 분명히 있다. 문제는 코난에서는 이 둘의 교집합이 역시너지를 내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
범인이 정교하고 복잡한 물리 트릭을 짤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걸 위해서는 트릭을 위한 사전 준비나 준비물은 기본이고, 따지고 보면 그것도 전부 다 제 돈 들여 하는 범죄다. 범죄가 계획적이 되면 될수록 당연히 복잡한 실행 난도와 돈을 감수할 만큼의 계획범죄를 짜게 될 만큼 범인의 극단적인 살의, 그리고 그 정도 살의를 불러일으킬 정도의 처절한 동기가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명탐정 코난에서는 '우발적 범죄임에도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고 이를 하나도 빠짐없이 실천했다'는 모순적인 상황이 너무나도 많이 묘사된다. 동기는 날림인 주제에 트릭이 정교하니 독자들에게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느냐?' 하는 점을 이해시키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바로 위의 "동기의 논리성 부족"과도 연관되는 문제인데, 범인이 우발적으로 분노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음에도, 옆에 있던 물건을 휘둘러 충동적으로 죽이는 게 아니라 누가 봐도 이성적인 상태로 계획적이고 악랄한 트릭을 짜는 경우가 많아 범인의 동기에서 '처절하고 감정적인' 부분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이러한 예시를 몇몇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 남겨진 소리 없는 증언은 트릭과의 부조화가 묘사 부족의 원인 중 하나이다. 만약 범인이 저런 발언을 듣자마자 분노해서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면 범죄에 어느 정도 우발적인 면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막상 이 때 범인은 "그럼 더 잘 해 봐"라며 피해자를 격려하는 척하면서 술을 사오겠다고 하고, 외출하여 와인과 함께 (트릭에 쓸) 테이프와 수면제를 사 오는 지극히 침착한 행동을 한다. 이러니까 범인의 행동에서 범행의 동기인 극도의 배신감이 느껴지질 않는다.
- 트릭 문제로 상술한 카마이타치의 여관에서는 코난과 헤이지가 제시한 증거 중 어디에도 살인과 관련된 증거가 없었고, 오직 범인도 당시에 범행이 가능했다는 증거밖에 없었다. 즉 둘은 범인에게 '범인은 당신일 수밖에 없다'가 아니라 '범행은 당시 현장에 있던 누구라도 가능했다'를 입증한 것에 불과하다. 이에 범인이 부정하자 창고에서 일어난 카마이타치 소동은 범인이 자신의 손톱으로 사람을 긁어서 벌인 짓이니 손톱을 조사하면 긁힌 사람들의 살점이나 피가 검출될 거라고 하는데 이건 카마이타치 소동을 일으킨 증거에 불과하다. 그러니 범인은 "카마이타치 소동은 내가 한 짓이 맞지만 살인은 나도 모르는 일이다"라고 잡아떼면 상해죄 하나만 받고 끝날 수 있었다. 즉 범인이 범행을 인정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범인은 자기 범행이 맞다고 순순히 인정했다. 만약에 범인이 애초부터 자신의 범행을 부인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면 납득이 가겠지만, 이 사건은 우발적인 범행도 아니고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복수라는 동기 하에 저지른, 계획적인 범행으로서 트릭에 엄청난 수고와 노력이 들었다는 게 문제다.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엄청난 수고와 노력을 했는데 정작 범행을 부정할 생각이 없었다는 건 전혀 개연성이 없다.
- File 988의 '불타는 텐트의 괴이' 사건도 마찬가지인데, 그 이전까지 범인이 피해자에 대해 악감정을 갖고 있던 것은 사실이나 실질적 범행 동기는 폭음한 피해자의 폭언에 의한 우발적 살해였다. 그런데 범인은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이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즉석에서 양초랑 책으로 시한장치를 만들어서 텐트를 발화시킨다는 계획적인 트릭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 사실 이 사건은 즉석에서 욱해서 피해자를 때려죽여버린 다음에 증거를 없앨 겸 피해자가 방화 전까지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그림자와 화재를 트릭으로 발생시킨 것이라고 해도 전혀 문제가 없는 사건이었는데, 동기와 트릭이 따로 놀고 있으니 범인에 대해 전혀 공감할 수가 없는 것.
- 단행본 90권 File.10 - 91권 File 3의 코난과 헤이지의 누에 전설 사건의 경우에는 트릭이 엄청난 사전 준비가 필요하고, 범인은 그 사전 준비를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퍼부었다. 일본에서는 손이 가장 많이 가는 코난 트릭 중 3위로 뽑혔을 정도이다. 트릭을 요약한 글. 그런데 범인은 피해자들이 만약 양심이 있어서 보물이라는 미끼에도 자신들이 범인의 소중한 사람을 죽인 곳에 찾아오지 않았다면 살인 계획을 취소할 생각이었다는 이상한 말을 한다. 거의 병적인 수준으로 사전 준비를 할 정도로 범인의 트릭엔 '반드시 피해자들을 전부 죽이겠다'란 강렬한 살의가 보이는데, 정작 범인이 동기를 설명할 때의 대사는 피해자들이 반성하는 듯하면 용서할 생각이었다는 식의 연출이다. 살인 트릭이 단순하고 손이 덜 가는 식이었다면 범인의 대사는 이상할 게 없으나, 그게 아니니 대사의 연출이 이상해졌다.
코난의 트릭은 대체로 알리바이 형성에 주목적을 두고 있다. 그렇다는 것은 피해자를 죽이고서 무사히 빠져나가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면피할 생각이 없다면 그런 복잡한 트릭을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다짜고짜 칼로 찔러 죽이는 것이 더 간단할 것이다. 그런데 코난의 사건 중에서는 범행 동기 중에서 피해자를 죽이고서 면피할 생각이 없는 사건들도 많다. 이러면 위의 복잡한 트릭을 짠 이유에 대해 공감하기 어렵다.
극장판에서는, 특히 시즈노 코분 총괄 하에서는 액션을 살리려고 사건의 크기를 키우는 경향이 있다 보니 평범한 사건이었다면 잘 어울렸을 동기가 규모 때문에 잘 안 어울리게 되기도 한다. 2기, 11기, 12기, 16기, 21기, 22기가 그 예시이다.
5. 문제의 원인
이는 명탐정 코난이 정통 추리물로 구상한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난의 시놉시스를 잘보면 '여러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물'보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체의 공작으로 비현실적인 미지의 약을 먹고 어려진 소년이 다시 원래의 몸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에 가깝다. 즉 애초부터 코난은 정통 추리물이라기보다는 서스펜스 장르에 가까운 작품이다.옴니버스 식으로 전개되는 단일 사건들을 제외하고 검은 조직과 엮이는 작품 전개의 큰 줄기를 따라가 보면 대략 이렇다.
- 어떤 사유로[79] 인해 검은 조직 내에서 새로운 인물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 그 인물을 둘러싼 여러 사건이나, 제3의 인물의 개입, 반전 등이 일어난다.
- 그 인물이 누구인지 대략 3명의 후보로 압축된다.
- 후보 3명이 조금씩 수상한 모습을 보이며, 누가 검은 조직의 인물인지 모르게 만든다.
- 후보 셋 중에서 유독 한 사람에게 수상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 그 수상한 인물은 검은 조직 일원이 절대 아니다.
- 마침내 그 인물이 공개되고 작품의 전개가 이루어진다.
- 위의 1부터 다시 반복.
실제로 베르무트, 버번, 럼 등의 검은 조직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정확히 이 패턴을 그대로 따라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코난이나 하이바라 같이 표면적인 정체가 숨겨진 캐릭터의 정체가 들키는건 아닌지 쫄깃해 하며, 그 인물이 어떻게 독자를 속였고 주변 사람들은 정체를 밝히기 위해 어떤 수를 썼는지를 추측하고 공개되는 반전을 즐긴다. 즉 코난 작품의 전개는 오히려 증거 수집과 범죄 행위에 대한 추리보다는 정통 서스펜스물의 왕도를 따라가고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추리 영역은 빈약할 수밖에 없는 것. 그래서 작가도 '코난'은 단순한 추리물이 아니라 '미스터리' '로맨스' '코미디'가 한데 뒤섞인 복합 장르라고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작가도 태생이 추리 만화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으므로 추리가 빈약하면 혹평을 피하기 어렵다.
장기연재의 폐해라는 견해도 있다. 본래 명탐정 코난은 이렇게까지 오래 연재할 생각으로 진지하게 구상하고 만든 작품이 아니었다. 추리물로써 높게 평가할 만한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초반에 몰려있으며[80] 연재 15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추리는 구색 맞추기 수준밖에 안 된다. 하지만 도리어 작품의 방향성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초기 에피소드에서도 추리 완성도 문제가 드러나므로 이것이 유일한 원인인 것은 아니다. 1회인 제트코스터 살인사건의 트릭이 예시.
[1] 명탐정 코난/비판/스토리, 명탐정 코난/비판/캐릭터에서 보듯 현 시점에서는 로맨스나 줄거리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으나 이것들은 초반부에는 문제가 그렇게 두드러지진 않았다. 액션은 극장판에서 열심히 추구하고 있는데 현실성을 깎아먹고 있어서 다른 면에서 문제가 된다.[2] 당장 어린 시절의 쿠도 신이치가 추리 소설을 읽으며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추리의 놀라움이 극대화된다는 대목에서 감탄하는 장면이 존재한다. 이는 원작격인 셜록 홈즈 시리즈의 춤추는 사람 인형의 도입부에서 셜록 홈즈가 "설명을 빼고 결과만 들으면 놀랍지만 설명을 들으면 뻔하고 간단하다고 생각할 것이기에 설명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가 존 왓슨이 하도 알려달라고 보채서 알려줬더니 왓슨이 "생각보다 별 거 아닌데?"라고 반문하자 "그래서 설명 안 한다고 했잖아!"라고 뾰루퉁해지는 장면에서 가져온 것이다. 다만 애초에 홈즈 시리즈에서 셜록스캔처럼 먼저 결과를 말하고 과정을 알려줘 상대를 경탄하게 하는 경우는 있어도 결과만 냉큼 말해놓고 과정은 하나도 안 말해주는 경우는 드물다.[3] 관 시리즈나 검은방 시리즈는 애초에 그런 이상한 건물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내지는 처음부터 특정 살해 방법을 위해 설계된 밀실을 주제로 한 시리즈이다. 다만 건물을 이용한 물리 트릭이 많긴 하지만 작중에서 일어나는 절대 다수의 트릭이 물리 트릭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4] 밀실 트릭이 언제나 물리적으로 타파되는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 착각으로 '밀실이 아니었는데 밀실인 걸로 착각했다'라는 전개라면 그건 애초에 밀실이 아닌 것이다.[5] 그래서 위에서 말한 밀실 트릭들은 해법이 다들 어느 정도는 절묘하다. 애초에 독자들도 물리 트릭일 것을 감안하고 읽기 때문이다. 어지간해선 '열쇠 구멍을 후벼서 열고 다시 잠갔다' 식의 해법이 제일 현실적이겠지만 밀실 트릭 범죄물을 읽는 독자들은 애당초 그런 현실적인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상술한 관 시리즈나 검은방 시리즈, 그리고 기타야마 작가의 주 레퍼토리가 '건물 전체가 물리 트릭을 위한 공간이었다'인 것도, 비현실적인 스케일이 절묘하다면 절묘해서 독자들의 흥미를 살 수는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술했듯 같은 추리물 독자여도 꽤 분파가 갈리기 때문에 이런 전개를 택하려면 어느 한 부류는 포기할 각오를 해야 하기는 한다.[6] 그리고 그렇게 실패하면 모든 구조가 다 들통나 버리는 것도 와이어 트릭의 약점이다. 이상한 데에 와이어가 걸려있으면 당연히 수상하다고 생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부분부분 실패했지만 어찌저찌 무마했다' 류의 전개가 불가능하다. 그나마 초창기에는 사람이 없는 것이 당연한 곳에 와이어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그냥 대놓고 사람이 드나들 만한 공간을 자유자재로 통과시킨다.[7] 부족한 실마리 & 지식 의존 문단에서 소개한 것처럼 사전 설명만 충실히 이루어진다면 현실에 없는 개념을 추리에 활용해도 무방하다.[8] 역전재판 시리즈의 경우 수많은 모순점들이 문서를 할애해서 설명해야 할 만큼 방대하며, 추리 소설의 바이블로 여겨지는 셜록 홈즈 시리즈 역시 얼룩 띠의 비밀에서 뱀의 생태를 잘 몰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트릭을 메인으로 사용한 사례가 있다. 소년탐정 김전일 역시 현실적으로 따졌을 때 실행이 불가한 트릭들도 적지 않게 등장하는 편이다.[9] 비슷한 종류의 문제가 소년탐정 김전일 단편 다이빙 수영장의 악령에서 발생한다. 작중 트릭을 위해 400kg의 소금이 필요한데, 일단 소금은 녹말과 달리 투명하니까 겉으로 잘 보이지는 않겠지만 400kg이라는 양의 소금을 옮긴다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뿐이지 좀 무리한 감이 있다. 문서에서 보듯 그나마의 계산도 좀 오류가 있어서 작중 설명에 맞추려면 400kg이 아니라 4톤이 필요해서 아예 실현이 불가능해진다.[10] 대표적인 예가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다.# 대놓고 고릴라 탈을 쓴 사람이 지나다녀도 "공이 몇 번 지나가는지 세어보아라" 식으로 주의를 다른 데에 두도록 지시하면(미스리딩) 그 외의 것은 눈에 비쳐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11] 특히나 단간론파 시리즈는 정체불명의 집단 감금이 메인 소재라 물리 트릭을 쓸 만한 장비를 구할 여건조차 되지 않으며, 서로 죽이라고 도구를 주기도 하지만 형평성(?)을 위해 모두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자기만 아는 무언가의 장치를 활용해 누굴 죽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등장인물 모두가 초현실적인 재능을 지녀서 '내가 엄청 똑똑하고 손재주도 좋고 신체능력도 좋아서 그 정도야 간단함' 식의 물리 트릭이 종종 나오기는 한다. 이 경우 캐릭터의 재능이 무엇인지는 몇몇 인물을 제외하면 자기 소개할 때부터 드러나므로 아래 언급한 단서의 미비 문제는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12] 이는 복잡한 트릭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상술한 기타야마 다케쿠니는 자신의 모 작품에서 아예 등장인물 모두가 서로의 손목이 길이 20m짜리 수갑으로 묶인 채 별 모양을 한 밀실에 갇힌다는 무리수를 둔 적도 있다. 허무맹랑한 방법이지만 어쨌건 이런 배경설정은 "범인은 특정한 구조를 한 건물에서, 20m 내로 이동하여 피해자를 죽였다"라는 트릭의 전제를 독자에게 알려주기 위함이며, 기본적으로 독자의 추리를 위해서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다.[13] 애니메이션 한국 방영시에는 중세 한국어로 현지화되었다. 현지화된 암호도 난이도는 원본과 유사하다.[14] 해당 에피소드는 암호 해석 외에도 문제가 많다. 저 해석 이후 범인은 메시지 해석에 이해할 수 없다고 역정을 내다가 코난의 "내가 당신이 가격하는 걸 봤다. 내가 최초 목격자이니까."란 말에 범인은 "할아버지 옹호하려고 거짓말하는 거냐? 최초 목격자는 저 뚱뚱한 애잖니."라는 말실수를 한다. 경찰은 용의자에게 최초 발견자가 누군지 말하지 않았기에 범인은 망가지기 시작한다. 그 뒤 범인은 "라디오로 경마 중계를 크게 듣느라 사건이 일어났는지 모르셨다고 하는데 경마의 결과는 말할 수 있나요?"란 말을 듣지만, 그는 겐타가 오자 도주할 생각밖에 안 들었기에 라디오는 제대로 듣지 않았다. 대답하지 못한 범인은 도망치려다가 결국 잡혔다. 즉, 증거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코난이 겨우 유도 신문이 떠올라 실행했다고 전개할 수 있었다.[15] 또 다른 문제는 공포의 계곡 암호는 말 그대로 프롤로그에 불과했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 못 풀어도 그만이었다. 하지만 코난은 에피소드의 핵심 소재로 불친절한 암호를 던져놓고 풀지도 못 하게 한다는 게 문제다.[16] 특히 혈류실 살인사건의 다잉메시지는 김전일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다잉메시지 중에서 무리수로 무조건 손꼽힐 정도로 악명이 높다. 그래도 복선은 제대로 깔려 있고, 독자 추리는 가능하다는 선은 지켰다.[17] 원한으로 인한 살인이 대부분인 코난 특성상, 이러한 사람은 여러모로 어그로를 끌고 원한을 사는지라 다수의 용의자가 생겨 어느 한 사람을 범인으로 특정하기 어렵게 된다.[18] 이에 해당하지 않는 반례로는 16기 극장판 11번째 스트라이커의 모토우라 케이이치로가 있다. 케이이치로는 코고로를 만나자 뜬금없이 죽은 아들 사진을 보여줬다. 이에 코난 팬들은 이를 매우 수상하다고 여겨서 대놓고 범인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자세한 내용은 문서 참고.[19] 아야세 연쇄살인 사건과 삼족오 마을 살인사건, 오니노헤 무덤사자 전설 살인사건 등의 사건은 아예 '어범X' = (살해 트릭이 뭔지 몰라도) '어차피 범인은 X'란 의미의 축약어까지 팬덤에서 나돌 정도로 유추 난이도가 너무 쉬워졌다고 욕 먹었다.[20] 예를 들어 소레이관 살인사건의 경우에는 살해 타깃을 전부 사건 무대에 불러 모을 수 있는 존재는 주최자밖에 없기 때문에 바로 특정당했다. 단, 작가도 이런 문제를 인지했는지 다른 사람이 범인인 듯한 가짜 떡밥을 뿌려서 어떻게든 의심을 분산시키려고 노력했으나, 설귀 전설 살인사건에서 회사가 해킹당한 적이 있다는 설정으로 외부인이 참가 인원을 조작했을 가능성을 제시하여 주최자 외에도 범행이 가능한 것으로 잘 의심을 분산시켰던 걸 생각하면 아쉬운 대처였다. 위 각주에서 상술한 사건들도 김전일 클리셰의 도움도 없지는 않았으나, 범인의 실언이나 사건 당시의 정황 등으로 독자들이 논리적으로 범인을 유추한 케이스다.[21] 이때문에 그물에 걸린 수수께끼에서는 코난 일행에게 불친절했고 성격이 다혈질인 인물이 범인으로 나오자 이런 사람이 범인이었다는 게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명탐정 코난은 독자들이 논리적인 추리가 아니라 클리셰로 범인을 알아맞추는 작품(...)이기 때문이다.[22] 반대로 만화 Q.E.D. 증명종료에서 여주인공 미즈하라 가나의 아버지인 미즈하라 코타로 경감은 2% 부족할 뿐이지 유능한 경찰이라, 토마 소도 만약 미즈하라 경감이 의심했다고 하면 거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평했고 실제로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서 문제지 미즈하라 경감의 감은 대부분 맞는다.[23] 게다가 김전일에서는 타카토 요이치라는 마술사이자 살인 장치나 트릭을 설계해주는 살인 코디네이터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정도의 장치가 있더라도 개연성은 둘째치고 핍진성을 크게 해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코난의 경우는 그냥 일반인이 김전일보다 훨씬 더 복잡한 트릭을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만드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24] 대표적으로 코난 도일의 <악마의 발>이 있다. 이 작품에서 홈즈는 추리와 실험을 통해 논리적으로 독이 사용된 것과 이 독을 사용한 사람을 알아낸다. 물론 독 자체는 미지의 대륙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하는, 실존하지 않는 독이지만 수단과 범인을 발견하는 추리 자체는 그다지 무리가 없는 편. 심지어 홈즈는 살인 사건에 독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기 몸으로 실험하다 죽을 뻔하기도 하며 이를 설득력있게 보여줌으로써 실존하지 않는 독이라는 것이 결코 추리소설로써 장애물이 되지는 않는다 애시당초 독의 효능이 아니라 살인 사건에 독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 소설의 핵심이기도 하고.[25] 단, 김전일에서는 이게 역으로 문제점이 되기도 했다. 바로 혈류실 살인사건(원작 한정)이다. 해당 사건의 설화를 본떠 피해자 시신이 목이 잘린 채로 바둑판에 올려져 있었는데, 이 때문에 피해자의 목을 자를 때 쓴 흉기가 필수적으로 언급되어야 하는데도 작중 사건에서는 단 한 번도 흉기가 언급되지 않으며, 당연히 범인이 흉기를 어떻게 은닉했는가 역시 나오지 않는다. 시체 절단을 하면서 자연히 발생했을 혈흔 역시 언급이 일절 없다. 오로지 누가 알리바이 공작을 하고 범행할 기회가 있었는가만 따지며, 이 때문에 코난과 비슷한 문제점이 발생했다. 살해 방식의 잔인함 때문에 애니에서는 시체 절단 없이 살해된 것으로 나와 이 문제점이 없다.[26] 지금도 동네 서점에서 가끔 발견할 수 있는 추리 문제집에도 이런 식의 억지 문제가 가끔 끼어 있어서 비판을 사곤 한다. 2000년대 추리문제집 중에는 '밀실에서 목을 졸려 살해당했다 → 최면을 걸어서 스스로 목을 졸라 죽게 유도한 것'이라는 문제가 나왔는데, 최면 문서에 나오듯이 최면으로 자살이나 성폭행을 유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슷한 트릭이 아기 타다시의 사이코 닥터 시리즈 1부에도 나온다.[27] 원작 한정. 원작은 김전일이 시간 내에 철벽의 알리바이 트릭을 풀지 못하고 돌아가려고 버스를 탔을 때 터널의 빛에 의자의 색이 달라진 걸 보고 '의자의 색이 원래 이랬나?' 하고 대놓고 뭔가 이상한지 짚어주며, 뭔가 생각해낸 듯 버스를 다시 사건현장으로 돌아가게 해 터널의 빛이 복선임을 대놓고 강조했다. 다만 애니와 실사판은 터널의 빛 복선이 처음 사건의 무대로 향하는 길에 본 것으로 바뀌었고 딱히 강조되지 않아서 복선인지 눈치채기 어렵다. 하지만 아예 복선도 없는 코난보단 훨씬 낫다.[28] 또한, 살인 자체는 우발적이었고, 범인은 '매년 8월 2일 밤에 비가 내린다'란 현상을 떠올리고 올해도 비가 내리기를 기도하며 도박을 했다고 언급되어 개연성 문제도 없었다.[29] 단행본 3권에 수록된 명탐정 코난 최초의 장편 사건인 호화 여객선 연속 살인사건에서는 코난이 빵조각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물증을 초기에 발견하고, 나중에 용의자들의 방을 뒤질 때 비슷한 물건을 발견해서 힌트를 준다. 물론 직접적 단서라 당시에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지우개 같은 거'로만 나오지만. 즉 초창기에는 꽤나 친절한(?) 편이었다.[30] 손을 들기만 해도 손에서 빠져 떨어지는 구조이고, 특수한 처리를 해서 지문도 남지 않는다. 게다가 도주용 자동차도 검은색에 가짜 번호판으로 조작을 해놔서 추적하기 어렵게 만들었다.[31] 형사소송법에도 유사한 내용이 있다. 일본 형사소송법 319조 2항: 피고인은 공판정에서의 자백 여부를 불문하고 그 자백이 자기에게 불이익한 유일한 증거인 경우에는 유죄로 되지 아니한다. 일본 형법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 형법에도 대한민국 형사소송법 301조에 같은 내용이 있다.[32] 이나마도 "간혹"이다. 저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해당 사건은 간접 증거 치고는 꽤 명확한 편이지만 그럼에도 간접 증거만으로 사람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그 자체로 논란이 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33] 물론 박박 우기는 경우도 간혹 있다. 영어교사vs서쪽의 명탐정은 방의 침대 배치를 몰래 바꿔 술 취한 피해자가 베란다 창문과 그냥 창문을 착각해 창문에서 추락사하는 트릭인데, 트릭이 밝혀지고, 트릭을 실행할 수 있는 인물이 범인밖에 없고, 침대의 지문 등으로 범인이 트릭을 실행했다는 증거가 나올 게 뻔하자 범인은 피해자가 그래서 죽은 걸 인정하면서 '사실 침대는 피해자가 배치를 바꿔달라고 해서 바꾼 것이고, 그거 때문에 피해자가 죽게 되리라곤 생각 못 했다'란 기발한 거짓말로 영리하게 사건을 불운한 사고로 몰아갔다. 결국 그 때 살의를 이기지 못하고 내뱉은 한 마디가 녹음되어 물거품이 되긴 했지만 어쨌건 이렇게 둘러라도 대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 문제는 이런 사건들의 존재 때문에 오히려 대부분의 사건의 범인들이 더 바보처럼 보인다.[34] 사실 이건 코난 세계관 기준으로 억지라고 보기 어렵다. 코난의 사건 중에는 A가 일으키려는 사건을 C가 눈치채고 그걸 토대로 B를 살인할 계획을 짠 케이스도 꽤 많기 때문이다.[35] 때문에 이런 면피를 피하기 위해서 물증은 살인 행위 그 자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 증거성이 높다. 단적인 예로 흉기가 용의자와 연관이 있다면 용의자로서는 "흉기를 접하긴 했지만 죽이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는 매우 힘겨운 변명을 해야 한다. 한편 현장에 용의자에 흔적이 남은 정도라면 "죽이러 간 것은 아니고 우연히 지나쳤다" 식으로 면피가 가능하다.[36] 예를 들면 역전검사 2에서는 범행에 사용된 것이 심증 상 확실한 탈것이 범인 소유인 데다 사건 당시 현장에서 그 탈것을 봤다는 증인이 나와서 주인공은 그 범인에게 그 오밤중에 뭐하러 탈것 타고 나갔느냐고 추궁하지만 범인은 "가볍게 드라이브하러 간 건데?" 라고 방어하고, 당연히 주인공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고 하지만 "아니라는 증거 있어?" 라고 주인공을 물 먹이는 장면이 나온다.[37] 다만 역전재판은 모든 상황과 물증이 범인을 가리키고 있는 상황에서조차도 변호사가 범인의 동기까지 입증하지 않으면 수포로 돌아가는 등 범인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점이 역으로 문제점으로 지적되곤 한다. 동기는 정말로 탐정이나 밝힐 일이고 탐정이라고 꼭 밝힐 필요는 없다. 변호사로서는 진범의 동기야 알 바도 아니다. 실제 법정대로라면 변호사는 의뢰인의 무죄를 입증한 순간 자기 할 일 다 한 거고, 진범의 정체 규명은 경찰과 검사의 임무이다.[38] 역전재판 시리즈의 범인들이 특히 끈질긴 이유는 게임의 구성 때문이다. 게임 구성상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현장이 아닌 법정이 메인이 되고, 범죄가 일어난 당일이 아니기 때문에 1차적으로 준비된 자료를 활용하게 된다. 또한 대부분의 에피소드에서 2~3차 조사까지만 가도 누가 범인인지까지는 플레이어로서 심증으로 명백하게 드러나며, 3번째 법정은 심증으로 드러난 범인을 추궁 및 물증 제시를 통해 못 박는 것이 대부분이다. 즉, 다른 추리물에 비해 현장의 비중이 낮기 때문에 범인과 1대1을 하게 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범인이 단번에 인정한다면 게임의 긴장감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리즈 내에서는 이런 이질적인 풍경을 해명하고자 서심법정이라는 매우 촉박한 기한의 재판 제도를 묘사하고 있다. 어쨌건 역전재판 시리즈는 추리물 전체를 통틀어봐도 범인이 지나치게 끈질긴 편에 속하는 작품인 건 맞지만, 그만큼 범인이 들통 나고 붕괴하는 장면 자체를 하나의 밈으로 삼을 정도로 카타르시스는 있다.[39] 사실 소년탐정 김전일도 증거가 부실한 적이 꽤 많다. 예시로 하야미 레이카 유괴 살인사건, 타로 산장 살인사건, 흑사접 살인사건이 있다. 세 사건 다 결국 정황 증거밖에 없어 법정에선 범인을 이기지 못한다. 다만 저 세 사건은 범인이 각각 암살, 사고사, 자살로 인해 법정에 서기는 커녕 체포되기도 전에 죽어버렸기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40] 정확히 말하면 범인이 사용한 청산가리가 묻은 물수건이 있긴 헀다. 하지만 코난 본인 말마따나 물수건 정도는 다른 사람이 바꿔쳐서 쓸 수 있었기에 확증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미흡했다.[41] 사실 범인이 학원 교사라는 인텔리 직업을 가진 인물인데다가 전공이 수학이였음을 감안하면 이런 확률 정도는 간파하는건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다. 여기에 낚여 들어간 것은 자기만 알아야 하는 사건의 내용이 시험지에 떡하니 나와있으니 놀라서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보면 무리가 없다. 더욱이 50문제를 푸는 데 15분밖에 배정하지 않았기에 한 문제 당 배정된 시간은 고작 15초였다.[42] 신랑의 정체나 증권 거래소 직원처럼 뒷정리가 부실해서 인기가 낮은 단편들도 범인 그 자체로서는 동기가 충분하다.[43] 해당 항목에도 적혀있지만 주홍색 연구는 처음에 막 나왔을 때는 별로 인기가 없었기에 초판본이 몇 권 없고, 추후 네 사람의 서명이 유명세를 타며 셜록 홈즈가 대히트를 치자 가치가 급격하게 오른 물건이다. 그야말로 그 자체로도 유물급인 물건이자, 셜로키언들에게 그 가치란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물건이다.[44] 범인의 양부는 마을의 촌장으로 인망이 높았고 양모와는 잉꼬 부부였던 걸로 알려져 있었다. 또, 양부는 과거 육상 선수(해머던지기)로 유명한 인물이기도 했다.[45] 남은 아이들을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촌장의 아내가 불륜을 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마을 전체의 이미지가 나락으로 갈 수도 있었다.[46] 사실 범인 입장에선 분명히 강도 살인이라 생각해서 경찰을 불렀는데, 뜬금없이 강제 동반 자살 사건으로 끝났으니 황당할 수 밖에 없다. 거기다 경찰에서 내막을 숨겼기 때문에 겉보기엔 강도살인이 분명해 보였는데, 갑자기 신이치 때문에 사건이 뒤집어졌으니... 물론 설명을 제대로 들었다면 큰 문제는 아니었겠지만. 그나마 이 경우에는 범행의 안타까움이 보여서인지, 범인의 실제 목적이 살인이 아니었으며 실제로도 살인 미수로 끝났다.[47] 우주처럼 꾸며놓고, 종업원들에게 외계인 분장을 시킨 라멘 가게다. 여기까지만 보면 좀 특이한 가게 정도겠지만, 손님이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종업원이 별 모양으로 만든 단무지를 수리검처럼 던지며 "별똥별이다!"라 외치면 그 때에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누가 봐도 정신나간 컨셉의 가게다.[48] 알레르기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알레르기로 인해 못 먹는 식품은 절대 먹여서도 접촉시켜서도 안 된다. 실제로 피해자의 이마를 잘 보면 알러지 반응이 났다. 애초에 자기 기분이 상했다고 밥상머리에서 애인한테 음식을 집어던지는 행동 그 자체부터가 피해자의 알러지 여부를 떠나 무개념하고 무례한 행동이다.[49] 참고로 해당 항목에도 적혀있듯이 이런 문제는 현실에서도 자주 등장하고 가지를 친 쪽의 과실이 맞으며, 민법에도 소유권 침해에 대한 내용 중 하나로 직접 적혀있다. 물론 그 때문에 살인을 저질러도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50] 열등감에 찌들어서 살인을 저지른 것은 충동적으로 일으킨 것이라고 해도, 피해자 남편에게 죄를 덮어씌우고 거짓 증언을 한 순간부터는 도저히 충동적으로 저지른 짓이라 할 수 없다.[51] 이 에피소드 자체도 코난이 소년 탐정단을 유치하다고 무시하다가 겐타가 '어린이답지 않게 거드름이나 피운다'며 다투다가 시작한다. 다만 코난도 그 발언을 범인 들으라고 한 것도 아니었고, 정체가 쿠도 신이치란 란 앞에서 (어린이 취급 받는) 어린이 런치 세트를 먹기 싫어했던 거였지, 범인의 정성이나 실력 자체를 깔본 적은 없었다. 물론 이건 평소에도 무의식적으로 남을 깔보는데다 그게 빈정상하는 말투로 표출되는 코난 자체의 성격적 결함에서 파생된 것이기에 코난의 잘못이 없다곤 못하겠지만, 애초에 하루에 수십 명이 넘는 손님을 상대해야 할 식당 주인이 고작 성격 나쁜 어린애 손님 한 명의 말에 사업이 망할 정도로 긁히는 것도 결코 정상적인 성격은 아니다.[52] 피해자는 사채업자로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다닌 인간 말종인 것으로 나온다. 그래서 다들 범인이 범행을 저지른 동기에 대해서만 비난할 뿐이지, 피해자가 안타깝다고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근데 문제는 악질적인 인간이긴 했지만, 적어도 해당 범인에게 죽을 이유는 없었다.[53] 코난과 소년 탐정단이 알고 지내던 북카페 사장이 '남편의 의견도 묻지 않고 책을 처분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구입하는 것을 거절했다. 이때 범인이 벌레 씹은 표정을 지으며, 무슨 짓을 벌일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54] 참고로 이 취객은 직장에서 데인 것과 여친에게 차인 것에 대한 분풀이로 과음을 해 전날 기억이 없었으며, 술에서 깬 뒤 자신의 몸에 타인의 피가 있는 것을 보고 전날 밤의 행적을 찾도록 도와달라고 모리 탐정에게 의뢰를 했다.[55] 실제 피해자의 복부에 취객이 CPR을 시도했던 흔적으로 보이는 압박을 가한 흔적이 있었다.[56] 작중에선 코난과 소년 탐정단이 걸려서 이용되었다. 하지만 5건이나 이런 짓을 저질렀으니 분명 이용당한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57] 평소라면 진지하거나 화를 내는 것과 달리 일행 전원이 '범행 들통나서 잡혀가는 주제에 뭐가 좋다고 저렇게 실실대냐\'는 분위기에 한심하단 표정으로 쳐다본다(...)[58] 범인은 면전에서 심사위원의 혹평을 들은 건 아니고 필명으로 작품을 냈는데 1차 심사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심사위원은 작가가 누구인지 몰랐기 때문에 혹평을 했는데 그걸 범인이 면전에서 들은 것이다. 즉 심사위원은 자기가 혹평한 소설의 작가가 바로 앞에 있다는 것도 몰랐다.[59] 즉 흔히 볼 수 있는 원한(동기) → 원한 대상을 살해(범행)가 아니라, 원한(근본적 동기) → 원한 대상을 모함(직접적 동기) → 무관한 사람을 살해(범행)라는 것이다.[60] 그나마 작품 내적으로 봤을 때, 범인 중 하나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부모 유산으로 놀고먹는 주제에 이웃에 소음공해 민폐를 끼치며, 이를 사람들이 따지면 연장부터 휘두른 인간 쓰레기였기 때문. 하지만 다른 피해자는 답답하고 소극적인 면모만 제외하면 나쁜 사람도 아니었고, 죽을 이유조차 없었다.[61] 원인을 살펴보면 이 사건 자체의 동기와 진행 형태가 이 추리물의 오마주 성격이 크다. 작중에서 직접적으로 해당 작품이 언급되기 때문. 하지만 비교하는 것도 실례인 것이, 해당 링크의 사건은 무엇보다 원한이 있는 대상을 실제로 죽였고 악질일지언정 무고한 이들을 같이 죽인 이유도 확실하다. 그냥 직접 죽이면 됐지 굳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여서 누명을 씌운다며 사건을 180도 빙빙 꼬아대는 본 사건과는 결이 다르다.[62] 사실 이 말 자체는 아주 틀린 게 아니다. 하지만 추리물에 증거가 없는 경우는 괴도 키드, 괴인이십면상, 빨간 머리 연맹처럼 이미 세계관 내에서 범죄자로 확인된 인물을 잡는 전개로 가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증거가 필요없는 것이다.[63] 사실 예술가는 대중에 비해 스스로의 작품에 들이대는 잣대가 엄격하기에 호평받는 작품도 스스로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미숙한 과거 작품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해하며 자기 스스로 부수는 경우가 있긴 하다. 물론 그런 경우가 흔한 것도 아니고 부순대도 대개 그림이나 공예 같이 작은 물체에 국한되지, 건물이 마음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건물에 폭탄을 터뜨리는 미친 짓을 하는 건축가는 당연히 없다. 애초에 건물은 자신이 건축했더라도 엄연히 남의 사유재산이다.[64] 게다가 "비싼 와인을 사놓고 관리하지 않아서"는 이를 감안해도 어이없는데, 피해자의 잘못이라고는 와인 창고의 적정 온도는 13도 이하인데 17도로 설정한 것 정도뿐이다. 관리를 아예 안 하면서 쌩 실온에 보관한 것도 아니고 관리를 미흡하게 했을 뿐인데 스트레스를 받은 건 납득하기 힘들다. 심지어 피해자는 소믈리에인 범인을 와인 관리인으로 초청한 걸 보면, 피해자도 어느 정도 '자신이 관리에 미흡했다'라는 걸 알고 있을 가능성도 있고 범인도 살인 외에도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해당 극장판 보스 문서에서 언급된 것처럼 와인을 싹쓸이했다는 언급으로 보아 나와 같이 일하지 않으면 해당 업계에서 일하기 힘들어질 거라는 무언의 압박같은 게 있을 수는 있으나 그것마저도 범인의 해당 동기와는 관련이 없는 듯 하다.[65] 수사의 초점을 흐리기 위해서였다지만 큰일날 수도 있었다.[66] 이것은 이렇게 진지하게 분석해도 해당 사건의 가해자를 옹호할 건덕지는 여전히 없는 이유다. 피해자가 먼저 시비를 건것도 아니고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기심 때문에 피해자의 행동을 막으려 한데다 그 때문에 심기를 건드렸다는(=옷걸이) 이유로 선제 공격해서 살해한 것이라, 근본적인 동기도 충분히 있을 만은 하지만 옹호할 여지는 없다. 동기가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죄질은 나쁜 편이다.특히나 해당 사건의 피해자가 선역에 가까운 일반 시민이었기 때문에 더 그렇다.[67] 사실 이런 심각한 진실은 동네 순경이 언급할 것이 아니라, 범인이 신뢰했던 신이치와 감식반을 포함한 사건의 담당 형사들이 증거를 제시하며 "마음 아프고 인정하긴 싫겠지만 이게 진실이다. 우리는 마을 사람들에게 네 양아버지가 선량한 사람으로 남길 원하지만, 너만은 진실을 알고 가슴에 묻어주길 바란다."는 식으로 세세하게 설명하고 위로했다면 범인도 결국엔 받아들였을 것이다. 신이치도 나름 신경은 쓴다고 순경에게 전해달라 부탁은 했지만, 당시의 범인 멘탈이 나간 상태였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하면 알아서 전해지겠지'라 생각한 신이치의 안일한 생각이 맞물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완전히 신이치 잘못이기엔 뭐한 것이, 이 사건의 가장 큰 원흉은 의료법을 어기고 피해자의 검진 결과를 멋대로 일반인에게 떠벌린 간호사의 잘못이 제일 크다. 어쨌든 신이치 잘못도 있네[68] '무르기'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면, 더 간단하게 '몇인용으로 할까?' 라고 반문했다고 생각해보자. 당연히 2명이서 하는 게임을 몇명이서 하냐고 물어보면 이놈이 이 소프트웨어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확신하지 않겠는가? 무르기 질문도 비슷한 성격이었다 보면 된다.[69] 굳이 '무르기'에 초점을 둔 것은 "오래 떨어져 세월이 흐르면 꿈 또한 사그라드는 법이지. 나 또한 인생에 무르기가 있다면 20년 전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소."라는 범인의 마지막 대사와 합을 맞추기 위해서로 보이는데, 범인의 퇴장을 좀 그럴싸하게 꾸미겠다고 가장 중요한 동기를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것은 연출 미스라고 밖에 볼 수 없다.[70] 이 사건이 뉴스에 나오면서 후회) 범인의 진술 "오마이갓"이라는 화면으로 TV를 장식하며 주인공인 한자와가 "대체 저 사건은 뭐야?"라며 당황한다. 한자와 씨가 원작 풍자물이긴 하지만 보통은 돌려까는데, 대놓고 에피소드를 직접 언급하며 '황당하다'라고 직격타를 날린 경우는 거의 없다.[71] 해당 에피소드에서는 두 종류의 사건이 나온다.[72] 다행히 피해자는 죽지는 않았고, 병원에서 회복했다.[73] 실제로 범인의 오해였으며, 그 고양이는 실제로 어마어마한 몸값을 가진 희귀한 고양이였기 때문에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으면 분노할 이유도 없었다. 즉, 그냥 고양이를 선물로 주겠다는 말만 듣고 욱해서 죽여버리려고 했다는 것. 이 상황에서는 아무리 분노하더라도 최소한 이유를 묻는 게 정상이다. 특히 피해자는 작중 묘사 상 선한 인물로 나오기 때문에 더더욱 이유도 안 묻고 살인부터 시도한 범인의 모습에는 제대로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했다.[74] 피해자는 성공하여 잘 사는 반면, 범인은 실패해서 가난한 탓에 친구인 피해자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고개를 숙이는 처지였다. 다만 문제는 작중의 묘사는 범인이 이런 과거를 설명하며 피해자와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게 전부이고, 직접적으로 피해자가 범인에게 열등감을 표출하지 않는다. 단지 정황 상 범인이 피해자에게 상당히 열등감이 쌓였겠거니 하고 독자들이 유추했을 뿐이다.[75] 그나마 범인은 피해자를 죽인 뒤 자신도 자살하려고 수면제를 들고 있었다 정도로 실질적인 상태는 굉장히 불안정하다는 게 언급되긴 한다. 문제는 이게 나레이션용 네모박스 딱 하나로 언급만 되고 끝난다는게 문제.[76] 용의자들 중에서 범인 토가노는 살인 동기에서 홈즈에 대한 애정이 드러났고, 그 토가노에게 죽었던 카나야 그리고 죽을 뻔했던 후지사와는 (뇌피셜이긴 했지만) 홈즈에 대해서 책을 썼으나 그게 사망 이유가 됐으며, 시미즈는 본문에서 적었듯이 무심한 듯하면서 강렬한 팬심을 표현했다. 하지만 다른 피해자인 오키나 기타 용의자 토다와 카와츠, 이와이는 특별히 홈즈에 대해 잘 아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머릿수 늘리기 위한 병풍이 아닌가 싶을 정도.[77] 가령 송유근 논문 표절 사건의 경우 당시 천재로 알려진 송유근의 유명세에 묻어가기 위해 박석재가 최대한 언론플레이를 발휘했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78] 인간의 감정에는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극소수를 제외하고 살인을 하지 않게 만드는 브레이크가 있는데 코난 세계관에서의 인간들은(레귤러 캐릭터 제외) 감정에 브레이크는 없고 액셀만 있는 것인지 둘만 있는 장소에서 화가 나면 바로 죽여버리려고 하는 일이 너무 당연한 듯 벌어지고 있다.[79] FBI나 공안 등이 알아내거나, 내부자로 숨어든 인물들이 알려준다.[80] 이마저도 정통 추리라기보다는 서스펜스가 매력적인 에피소드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