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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4-06 23:32:33

이집트 항공 990편 추락 사고


주의. 사건·사고 관련 내용을 설명합니다.

이 문서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사고의 자세한 내용과 설명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역대 사망자별 항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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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9.11 테러는 주요 공격 대상이 항공기가 아니었으며 항공기의 탑승자보다 건물과 지상의 사망자 수가 더 많았으므로 틀에서 제외함.
<rowcolor=#ffffff> 순위 이름 사고 항공기 기종 사망자 수 사고 원인 발생 위치 비고
<colbgcolor=#000000><colcolor=#ffffff> 1 테네리페 참사 보잉 747-121팬암
보잉 747-206BKLM
583명 지상 충돌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로스 로데오 공항 항공기 사고 사망자 수 1위
2 일본항공 123편 추락 사고 보잉 747SR-46 520명 정비 불량 군마현 타노군 우에노무라 다카마가하라산 능선 단일 항공기 사고 사망자 수 1위
3 뉴델리 상공 공중 충돌 사고 보잉 747-168B사우디아
일류신 Il-76TD카자흐스탄
349명 공중 충돌 하리아나 차르키 다드리
4 터키항공 981편 추락 사고 맥도넬 더글라스 DC-10-10 346명 설계 결함 에르메농빌 숲
5 에어 인디아 182편 폭파 사건 보잉 747-237B 329명 폭탄 테러 코크 남쪽 190km 지점
6 사우디아 항공 163편 사고 록히드 L-1011-200 301명 화재 리야드 국제공항 불시착 후 항공기 전소
7 말레이시아 항공 17편 격추 사건 보잉 777-2H6/ER 298명 격추 도네츠크주 흐라보베
8 이란항공 655편 격추 사건 에어버스 A300B2-203 290명 격추 페르시아 만 호르무즈 해협 해상
9 이란 일류신 Il-76 추락 사고 일류신 Il-76MD 275명 불명 케르만 지역 산악지대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음
10 아메리칸 항공 191편 추락 사고 맥도넬 더글라스 DC-10-10 271명탑승객
2명지상
정비 불량 일리노이주 디스 플레이네스
11 팬 아메리칸 항공 103편 폭파 사건 보잉 747-121 259명탑승객
11명지상
폭탄 테러 로커비
12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 보잉 747-230B 269명 격추 사할린, 모네론 섬 부근 해상
13 아메리칸 항공 587편 추락 사고 에어버스 A300-605R 260명탑승객
5명지상
비행 규정 미비 뉴욕 퀸스 벨 하버 인근 주택가
14 중화항공 140편 추락 사고 에어버스 A300B4-622R 264명 조종사 과실 아이치현 나고야시 코마키 국제공항
15 나이지리아 항공 2120편 추락 사고 맥도넬 더글라스 DC-8-61 261명 정비 불량 제다
16 에어 뉴질랜드 901편 추락 사고 맥도넬 더글라스 DC-10-30 257명 CFIT, 조종사 과실 로스 섬 에레부스 화산 화이트아웃으로 인해 추락
17 애로우 항공 1285편 추락 사고 맥도넬 더글라스 DC-8-63 256명 결빙, 과적 뉴펀들랜드 섬 삼림
18 말레이시아 항공 370편 실종 사건 보잉 777-2H6/ER 239명 불명 인도양해상(추정) 항공기 실종으로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음
19 가루다 인도네시아 항공 152편 추락 사고 에어버스 A300B4-220 234명 조종사 과실 메단 폴로니아 국제공항 북서48km 지점
20 트랜스 월드 항공 800편 추락 사고 보잉 747-131 230명 연료 확인 장치 합선으로 인한 폭발 뉴욕 롱아일랜드 동모리츠 남쪽 13km 지점
21 스위스에어 111편 추락 사고 맥도넬 더글라스 MD-11 229명 기내 화재 핼리팩스 인근 대서양
22(공동) 대한항공 801편 추락 사고 보잉 747-3B5 228명 CFIT, 악천후, 조종사 과실, 공항 시설 낙후 니미츠 힐
22(공동) 에어 프랑스 447편 추락 사고 에어버스 A330-203 228명 조종사 과실, 실속, 계기판 오류 인근 대서양 해상
23 중화항공 611편 공중분해 사고 보잉 747-209B 225명 공중분해, 정비 불량 펑후현 대만해협 상공
24 코갈림아비아 항공 9268편 테러 사건 에어버스 A321-231 224명 폭탄 테러 시나이 반도
25 라우다 항공 004편 추락 사고 보잉 767-3Z9(ER) 223명 기체 결함 수판부리 주 푸 토에이 국립공원 명령되지 않은 엔진 역분사 기능 작동으로 인한 기체 실속 및 양력 불균형
26 이집트 항공 990편 추락 사고 보잉 767-366/ER 217명 자살 비행 매사추세츠 낸터킷섬 남쪽 100km 지점 부기장의 고의 추락
27 에어 인디아 855편 추락 사고 보잉 747-237B 213명 기체 결함, 조종사 과실 뭄바이 앞바다
28 중화항공 676편 추락 사고 에어버스 A300B4-622R 196명탑승객
7명지상
CFIT, 조종사 과실 타이완성 타오위안시
29 아에로플로트 7425편 추락 사고 투폴레프 Tu-154B-2 200명 조종사 과실 우즈베크 SSR 우치쿠두크
30 TAM 3054편 활주로 이탈 사고 에어버스 A320-233 187명탑승객
12명지상
조종사 과실, 활주로 배수 문제 상파울루 상파울루 콘고냐스 공항 좌측으로 오버런하여 TAM 항공 물류센터에 정면으로 충돌
}}}}}}}}} ||
항공 사건 사고 요약표
발생일 1999년 10월 31일
유형 자살 비행
발생 위치
[[미국|]][[틀:국기|]][[틀:국기|]] 매사추세츠 낸터킷섬 남쪽 100km 지점
탑승인원 승객: 203명
승무원: 14명
사망자 탑승객 217명 전원 사망
기종 보잉 767-366/ER
항공사 이집트 항공
기체 등록번호 SU-GAP
출발지
[[미국|]][[틀:국기|]][[틀:국기|]]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
경유지
[[미국|]][[틀:국기|]][[틀:국기|]]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도착지
[[이집트|]][[틀:국기|]][[틀:국기|]] 카이로 국제공항
1. 개요2. 사고기/사고기편3. 사건 진행4. 사건 조사
4.1. 부기장의 고의 추락 의혹4.2. 결론
5. 여담6. 대중매체에서

[clearfix]

1. 개요

사고기의 CVR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상 사고기의 블랙박스 기록

مصر للطيران الرحلة 990
EgyptAir Flight 990

1999년 10월 31일 LA-뉴욕-카이로 정기 운항편인 이집트 항공 MS990편 보잉 767기가 뉴욕 JFK 국제공항을 이륙하여 카이로로 향하다 대서양에 추락한 사고.

관제 레이더상에서 아무런 이상 징후가 없다가 갑자기 고도가 떨어지며 급강하 상태임이 목격되었고, 이내 교신이 두절되며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추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마지막으로 신호가 잡혔던 해상 일대를 수색했지만 생존자는커녕 여객기의 형체조차 산산조각 나 제대로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고, 결국 승무원 14명과 승객 203명 등 탑승자 217명 전원[1]이 사망한 사고로 판명되었다.

2. 사고기/사고기편

파일:zrdydyr.png
사고 21일 전, 취리히 국제공항에서 찍힌 사진.

이집트 항공 990편은 장거리 운항편으로, 사고 당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 뉴욕 JFK 국제공항을 경유해 최종 목적지인 이집트 카이로 국제공항까지 가는 보잉 767기였다. 탑승자는 승객 203명과 승무원 14명으로 총 217명이었으며, 승객 대부분은 '그랜드 서클 트래블(Grand Circle Travel)' 투어 그룹이 운영하는 14일짜리 이집트 관광 상품을 예약한 중장년층 여행객들이었다.

사고기는 282번째 생산된 767이며 1989년 9월 15일에 첫 비행을 마친후 1989년 9월 26일에 이집트항공에 인도되었다. 사고 당시까지 총 이착륙 횟수는 7,556회이며 비행시간 33,219시간이다.

장거리 비행이었던 만큼 교대 예정인 조종사들까지 포함해 총 5명의 조종사가 탑승했다. 57세의 아흐메드 엘 하바시(Ahmed El-Habashi) 기장과 36세의 아델 안와르(Adel Anwar) 부기장[2]이 조종간을 잡았으며, 52세의 라우프 누렐딘(Raouf Noureldin) 기장과 59세의 가밀 알 바투티(Gameel Al-Batouti) 부기장이 교대 조종사로 동행했다. 또 이집트 항공보잉 767기 수석조종사인 하템 루시디(Hatem Rushdy) 기장도 함께 탑승했다. 엘 하바시 기장은 36세 때 처음 이집트 항공에 입사해 14,400시간의 비행 경험을 쌓은 베테랑 조종사였고, 그중 6,300시간 이상을 보잉 767기 조종으로 보낸 경력자였다. 추락 당시 조종실에 같이 있었던 알 바투티 부기장 역시 12,500시간을 비행한 베테랑이었으며 보잉 767기 조종 경력은 거의 5,200시간에 다다른 상태였다.

3. 사건 진행

1999년 10월 31일 미 동부 시각 기준 새벽 1시 20분, 990편은 뉴욕 JFK 국제공항의 22R 활주로에서 이륙해 이집트 카이로 국제공항을 향한 비행을 시작했다. 1시 44분경 대서양 상공을 순항하던 990편은 고도 33,000피트에 도달해 안정적인 비행 상태를 유지했다. 알 바투티 부기장은 교대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먼저 조종실로 들어와 안와르 부기장과 교대했고, 엘 하바시 기장 옆 부기장석에 앉았다.

1시 48분경 엘 하바시 기장이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조종실을 비웠고, 알 바투티 부기장 홀로 조종실에 남았다. 사실 이미 목표 고도에 도달한 이후 수평을 유지한 상태에서 자동 항법 장치를 켜둔 뒤였기에 딱히 조종에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엘 하바시 기장이 조종실을 나가자마자 알 바투티 부기장은 돌연 "Tawkalt ala Allah(타와켈트 알라 알라 = '신께 나를 맡기리라')"라는 말을 되뇌이기 시작했다. 1시 49분 45초경 990편의 자동 항법 장치가 해제되었고, 해제를 알리는 경보음이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블랙박스에 그대로 녹음되었다. 자동 항법 장치 해제 이후에도 990편은 약 10초 동안 고도를 유지하며 수평 비행 상태를 지속했으나, 1시 49분 53초경 양쪽 엔진 출력이 모두 급격히 떨어졌다. 그리고 1초 뒤 990편은 기수가 급격히 아래로 떨어지면서 중심을 잃고 대서양 상공을 향해 급격히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워낙 갑작스럽게 아래로 급강하한 탓에 순간적으로 기내가 무중력 상태가 될 정도였으며, 그 속도는 음속 장벽에 근접할 정도의 비정상적 과속으로 치달았다.

화장실에 갔던 엘 하바시 기장은 갑작스러운 비행기의 급강하에 크게 놀라 서둘러 조종실로 돌아가려 했지만 급속도로 추락 중인 기체가 내부 무중력 상태를 맞이하면서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힘겹게 발걸음을 옮겨 어렵사리 조종실로 돌아왔다. 그가 조종실에 당도했을 때인 1시 50분 19초경 990편은 이미 추락 최대 속도인 분당 39,000피트(12,000m)에 도달한 상태였다. 겨우 기장석에 앉은 엘 하바시 기장은 옆자리의 알 바투티 부기장에게 대체 무슨 일인지 두 번 연속 물었지만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했다.

1시 50분 21초경 엘 하바시 기장은 조종간을 있는 힘껏 끌어당겨 기수를 다시 상승시키고자 했고, 2초 만인 23초경 다시 한번 조종간을 당겼다. 그런데 알 바투티 부기장은 기장이 용쓰는 동안 엔진 작동 레버를 '작동'에서 '정지'로 바꿔 엔진으로 연료가 공급되는 길을 차단해버렸다. 엘 하바시 기장은 곧장 스로틀을 최대치로 밀어 이미 한참 떨어진 엔진 출력을 다시 끌어올려 비행 속도를 회복하려 했지만, 부기장이 엔진 레버를 정지 상태로 돌려놓은 탓에 엔진으로의 연료 공급이 차단되어 출력이 올라가지 않았다. 패닉에 가까운 혼란 상황 속에 기장은 차선책으로 스피드브레이크를 당겼다. 엔진을 역추진시켜 추락 속도를 늦추고 안전한 비행 속도를 회복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연료의 추가 공급이 차단된 상태에서 스피드브레이크를 걸자 양쪽 엔진은 역추진 끝에 연료를 모두 소진하여 멈춰버렸으며, 이미 공급된 연료를 모두 써버리자 엔진 정지와 함께 기내의 전기가 나가버렸다. 그 탓에 2차 레이더(Secondary Radar)로의 비행 정보 수신은 1시 50분 34초를 끝으로 끊어졌고, 비행 데이터 기록장치(FDR)는 36초경에,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Flight Recorder)는 38초경에 각각 꺼졌다. 이로 인해 기록이 중단된 이 시점부터 추락 순간까지 990편에서 무슨 말이 오갔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진실은 영원히 미궁 속에 빠져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나마 지상의 1차 레이더(Primary Radar)가 990편의 마지막 순간을 고도와 속도 변화만으로라도 포착했는데, 990편이 적어도 한 번은 급강하를 멈추고 다시 기수를 올려 상승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추락을 간신히 멈춘 990편은 37~38초경 급격히 기수를 들어 상승했으며, 1시 51분 15초경까지 고도 16,000피트에서 25,000피트까지 상승했다. 다만 급강하의 반대급부로 상승 역시 매우 비정상적으로 가팔라진 탓에 기수 각도가 80도에서 140도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990편은 급격한 상승에도 불구하고 1시 51분 15초경 다시 중심을 잃고 급강하, 추락하기 시작했다. 추락 속도는 순식간에 분당 20,000피트(6,100m)까지 올라갔다. 안타깝게도 두 번째 추락을 맞이한 990편은 더 이상 상황을 반전시키거나 개선하는 그 어떤 시도도 하지 못했다. 첫 번째 급강하와 이를 간신히 모면한 급상승 당시 거의 최대치의 고속으로 비행한 탓에 항공기 기체의 철제 프레임 구조 전체가 약해져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마지막이 된 두 번째 추락 도중 990편은 왼쪽 엔진이 기체 피로도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나가는 악재까지 맞이하고 말았다. 이미 연료 공급 차단으로 동력을 완전히 상실한 엔진이라 떨어져나가지 않았다 해도 큰 도움은 되지 않았겠지만.

미 동부 시각 기준 새벽 1시 52분 5초경, 990편은 거의 수직으로 추락한 끝에 대서양 수면에 고속으로 충돌했다. 동시에 1차 레이더에서도 사라졌다. 추락 당시 붙은 가속도 그대로 수면을 강타한 탓에 기체는 산산조각 나 사방으로 흩어졌으며, 탑승자 전원은 사망했다.

4. 사건 조사

4.1. 부기장의 고의 추락 의혹

해상 수색 끝에 바다에 흩뿌려진 기체 조각들에서 조종실 음성 기록 장치인 블랙박스가 발견되었고, 사건 조사를 공동으로 맡은 연방 교통안전위원회는 1차 조사 결과 발표에서 사고기의 부기장인 가밀 알 바투티가 기체를 고의로 추락시킨 가능성이 높다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한다. 이로 인해 FBI도 수사에 착수 하게되며 관련 업계와 언론 및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고, 특히 이집트 당국은 격렬히 반발하면서 결코 아니라며 강하게 이를 부정했다.

알 바투티 부기장이 죽음의 '자살 추락 비행'을 했다는 설의 핵심은 그가 당시 이집트 항공의 부기장들 중 최고참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연차도 웬만한 기장들보다 많이 쌓였고 군 경력도 있었기에 회사에서는 사실상 기장급 대우를 받아왔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기장 진급을 못한 만년 부기장이었다는 것. 게다가 사고 당시 딸이 큰 병에 걸리는 등 집안에 우환이 있었고, 회사 내에서 여러 번 성희롱 등의 문제를 일으켜 구설수에 오른 끝에 990편의 부기장으로 비행하는 것이 마지막 해외 비행이 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고 한다. 결국 이 모든 요인이 하나로 합쳐져 상대적 박탈감과 중압감, 좌절감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분노가 끓어올라 자신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 비행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버렸다는 것이다. 이는 블랙박스에 담긴 조종실 음성 기록을 검토한 결과 추론된 내용으로, 음성 기록에 나타난 알 바투티 부기장의 언행이 여러모로 이상했기 때문이다. 조사팀이 이상하다고 판단한 지점들은 다음과 같다.

물론 이집트 당국을 중심으로 반론도 제기됐다. 그 핵심은 "추락하는 동안 다른 승무원들은 대체 무얼 했느냐"는 것이다. 조종실 음성기록장치에 녹음된 소리를 분석해보면 알 바투티 부기장을 제지하기 위한 언행은 포착되지 않으며, 오직 급강하와 급상승 그리고 마지막 급강하에 걸쳐 패닉에 빠진 비명 소리만 난무한다. 알 바투티 부기장이 진정 고의로 990편과 함께 자살하기 위해 추락시켰다면 그 행동이 명백했을 것인데, 다른 승무원들은 왜 이를 막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최초로 급강하가 시작된 시점에서 알 바투티 부기장은 문이 닫힌 조종실에 혼자 있었으므로 다른 승무원들이 그의 이상 행동 여부를 목격할 수 없었고, 급강하 당시에는 순간적인 무중력 상태가 일어나며, 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급상승 당시에는 막중한 중력의 힘으로 눌리는 듯한 힘을 받기 때문에 기내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990편은 첫 급강하 당시 음속에 가까운 속도에 이를 정도로 고속이었으며, 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다시 수직에 가까운 급상승 궤적을 그렸다. 이에 따라 승무원이든 승객이든 기내 탑승자들은 극단적인 무중력 상태와 의자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짓눌림에 연이어 노출됐을 것이다. 따라서 알 바투티 부기장을 제지하는 뚜렷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으므로 그의 고의성이 없다는 주장은 적절한 반론으로 보기 어렵다. 더구나 교대 조종사들이나 객실 승무원들에게 알 바투티 부기장은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최고참급 회사 동료이자 선배인데, 직접 목격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비행기가 급강하한다면 당연히 비행기의 기체 결함이라고 생각하지 그가 고의로 추락시키고 있다고 곧바로 생각하기는 어려웠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또 다른 반론은 알 바투티 부기장이 고의로 그런 게 아니라, 갑자기 몸에 이상이 생겨 비행 계기를 잘못 조작했다는 가설이었다. 엘 하바시 기장이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조종실에 홀로 남은 알 바투티 부기장에게 갑작스레 경련이 일어났고, 그 탓에 의도치 않게 자동 항법 장치를 건드리고 조종간에 손을 대게 되었으며[3], 이후 급강하 상태에 이르렀을 즈음에는 이미 경련으로 의식을 반쯤 잃은 탓에 비상사태를 알리는 교신도 못했고 조종실로 돌아온 기장으로부터 상황 질문을 받았음에도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4] 하지만 NTSB 조사관들이 이집트 항공 측으로부터 알 바투티 부기장의 건강검진 기록을 넘겨받아 조사한 결과 그 정도의 경련이나 마비 또는 이상 행동을 유발할 만한 병세는 발견되지 않았다. 또 이집트를 비롯한 이슬람교 문화권에서는 자살을 굉장히 수치스러운 행위로 여겨 격하게 부정하고 금기시하는데, NTSB는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봤을 때 자신의 일터인 조종실에서 비행기와 함께 의도적으로 자살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반론은 연이어 제기됐다. 중병에 걸려 아프다는 딸의 병세가 최근 크게 호전되어 알 바투티 부기장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었고, 990편 비행을 위한 이륙 직전 그가 자신의 아들에게 "네게 줄 선물을 샀으니 카이로에 도착하면 보자"고 전화했다는 점 등이 그 근거로 제시되었다. 또 뉴욕에 숙박하는 동안 호텔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물의를 일으켜 회사로부터 경고를 받은 건 사실이나, 이로 인해 사측으로부터 비행 근무 배제 통보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진술이 이리저리 엇갈렸다.

4.2. 결론

2002년 3월 21일 NTSB는 최종 보고서에서 부기장의 조작으로 인하여 항로에서 벗어나 대서양에 추락하였다. 부기장이 이러한 행동을 한 이유는 불분명하다. [5]라고 결론을 내리게된다. 그러자 이집트 내에서 대대적인 반미시위가 일어나고 이집트 당국이 NTSB에 항의 문서를 보내기도 하였으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알 바투티 부기장의 사고 당시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미루어 본다면 사고 원인은 부기장의 자살비행이 맞다. 심지어 이집트의 조사관들도 이집트 당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르게 조사관 대 개인 인터뷰에서는 '기체 결함보다는 자살 추락이 맞는 것 같다.'고 증언했다.

5. 여담

6. 대중매체에서



[1] 미국인 100명, 이집트인 89명, 캐나다인 21명 및 나머지 국적[2] 여자친구와의 결혼식을 올리러 제때 이집트로 돌아가기 위해 다른 부기장과 비행 일정을 바꿔 이날 990편의 부기장으로 조종간을 잡은 것이었는데, 이 비행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이후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져 많은 이들의 슬픔을 자아냈다.[3] 하지만 의도치 않게 한 행동치고 너무 복잡한 절차여서 이 역시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4] 바로 그런 이유로 조종사의 건강은 매우 중요하므로 조종사들은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5] 최소한의 배려 차원인지 보고서에 '자살' 과 관련 된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6] 이 조종실 소품은 아에로플로트 593편 추락사고를 재현할 때 한 번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