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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謄寫機 / Mimeograph, Duplicating Machine[1]프린터 또는 복사기의 조상. 원리는 현대적인 실크스크린이나 스텐실 인쇄법와 같은 공판인쇄(孔版印刷)의 일종이다.
1990년대에 복사기가 보급되기 전에는 학교나 관공서, 회사 등에서 문서 복사본을 만들어야 할 때 썼다. 특히 돈이 없는 곳이라면. 시골의 분교 같은 곳에서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도 썼다.
2. 사용법
등사기로 공판화를 찍어내는 동영상. 등사기의 기본 사용법을 잘 보여주고 있다.width=100%]]|철필 |
width=100%]]|등사 인쇄물 |
등사지에 새긴 글에 오타가 나면 수정이 불가능해 다시 써야하지만 철필의 둥근 뒷부분이나 약한 열로 오자가 파인 왁스를 문질러 수정할 수도 있다.
원고 작성자의 필체가 그대로 인쇄되므로 옛날 교사들 중에는 펜글씨 필체가 활자 폰트 못지 않게 좋은 경우도 왕왕 있었다. 등사인쇄를 많이 하는 학교나 관공서 등에는 이런 등사원고를 전담해 작성하는 필경사라는 전문 직업도 있었다. 이들은 만년필이나 볼펜으로 작성한 문서도 거의 활자인쇄본 수준을 보여주었다.
3. 쓰였던 곳
등사원고 작성이나 인쇄 비용이 매우 낮기 때문에 옛날 초중고 학교에서 각종 통지문이나 학습 자료 시험 문제 등 인쇄에 널리 쓰였다. 교회에서도 주보 인쇄를 위해 사용되었다.시위가 잦았던 1980년대 한국 대학가 운동권의 단골 아이템. 몰래 인쇄해야 하니 인쇄소나 복사가게에 맡길 수 없어서 삐라(전단지)는 이렇게 만들었다.
4. 윤전식 등사기
현대에도 복사기와 비슷하게 생긴 등사기가 존재한다. 기본 원리는 거의 같으나, 인쇄 드럼에 코팅된 종이가 있고[3],잉크 공급기에 의해 현상되면 그게 종이랑 바로 눌려서 인쇄가 된다. 120ppm(분당 120장)을 뽑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아주 유용했다. 이것을 윤전식 등사기라고 한다.보통 학교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인쇄실에서 학교 시험지나 가정통신문을 인쇄할 때 많이 쓰인다. 특히 과거 학교 공익 출신이라면[4] 써 본 경험이 많았을 것이다.
이 등사기는 대부분 다음 과정을 거친다. 은염인쇄[5]와 비슷하지만, 철판이 들어가진 않고, B/W만 가능하다.
- 등사할 것을 하얀 용지에다가 흑백으로 인쇄한다.
등사기가 드럼에 이미지를 새길 때 쓰는 빛이 532nm인지라 컬러 인쇄한 것을 쓰면 애매해진다. - 등사기의 스캔 유닛에 해당 인쇄물을 넣고, 드럼에 현상을 한다. 기기마다 버튼은 다르다. 물론, 이 과정으로 가기 전에 미리 써멀헤드가 예열되도록 켜 놓고, 스탠바이도 아닌 on demand에 있어야 한다.
- 이미지가 종이에 다 새겨지면, 테스트 페이지가 1장 흐리게 나온다. 조금 흐릿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 등사할 장수를 입력하고 시작하면 바로 인쇄가 진행된다. 이후 스캔 유닛의 종이는 제거해도 상관없다.
- 인쇄 시 속도 조절이 된다. 급하면 빠르게 인쇄하든지[6] 하는 것이 가능하다.
5. 여담
다량으로 복사해서 배포하는 문서를 아직도 흔히 '유인물(油印物)'이라고 부르는데, 등사기를 쓰던 시절에 만들어진 말이다. 기름 먹인 종이로 인쇄한 것이라는 뜻. 이 단어는 현재 '인쇄물'로 순화되었으나, 아직도 유인물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많다. 오늘날 '유인물'이라는 단어는 나눠주는 광고전단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유입물', 혹은 '유인물(誘引物)'인 걸로 오해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지금도 일부 법률은 증거 등을 복사하는 행위, 권리를 '열람 등사(권)'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종이문서와 전자문서 모두에 해당된다.
프린터가 없던 시절, 인쇄소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등사기를 사용해 문건을 만드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를 안고 있는 위험한 행동이었는데, 당연히 문서의 내용을 손으로 써서 작성하는 것이니만큼 필적을 추적하면 적발이 쉬워진다. 일제강점기와 권위주의 정권 치하 한국이 그랬고, 북한에서도 적발 사례가 존재한다.
일본에서, 그리고 한국에서도 한동안 가리방(がりばん[がり版])이라고 불렀다. 이름의 유래는 철필로 쓸 때 '가리가리[7]' 하는 소리가 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1] 전자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인다.[2] 습자지 비슷한 종이로, 일본 옛 지명 '미노'(美濃)에서 온 말이다.[3] 여러 번 쓸 수 있는 종이라서 경제적일 수도 있다.[4] 링크에서도 보듯 2013년부터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명칭이 바뀌었으나 명칭이 바뀐 시기엔 이미 등사기가 거의 쓰이지 않게 되었다.[5] 오프셋 프린트. 신문이나 광고, 기타 초대량의 인쇄가 필요한 곳에 쓰는 방법. 색상별로 CMYK를 다루는 철판에 이미지를 새기고, 이것을 프레싱 장비에 마운트하여 종이를 연속으로 급지하는 방법이다. 인쇄속도는 기기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180ppm은 나와준다. 롤용지도 사용 가능하다.[6] 대신 잉크소모를 잘 계산해야 한다. 등사기는 페트병 반 만하게 생긴, 그러니까 어릴 때 미술 수업하면 들고 다니는 물통이랑 비슷하게 생긴 잉크가 들어가는데, 골로 가기 전에 아무런 경고가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인쇄 시 줄이 가거나, 건조가 덜 되어 서로 붙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7] ガリガリ, 단단한 것을 긁는 소리를 묘사한 의성어로 굳이 우리말로 옮기면 으드득으드득 정도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