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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 시기의 괴수 출현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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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기록3. 창작물4. 관련 문서

1. 개요

16세기 조선 중종 때 궁궐을 포함한 한양 일대에 출몰한 괴물 소동. 조선왕조실록의 가장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알려졌다. 기록에는 '개처럼 생긴 짐승(獸類犬: 수류견)' 또는 '말같이 생긴 괴물(怪物形如馬: 괴물형여마)'이라고 나온다.

형상이 큰 를 닮았다는 것이 약 200년 뒤 프랑스에서 나타난 제보당의 괴수와 비슷하다. 큰 검은 개에 대한 괴담[1]은 의외로 전세계적으로 있는 편이다.(#) 제보당의 괴수와 중종시기 괴수 출현도 이와 비슷한 사례이다.

2. 기록

夜有獸類犬, 自文昭殿後, 出向前殿。 殿僕怪而逐之, 踰西墻走。 命驅索不得。
【史臣曰: "寢殿非野獸所入之處, 前夜廟園松火, 今夜有獸怪。 數日之內, 災與變比見疊出, 必有所召也。"】

밤에 개 같은 짐승이 문소전(文昭殿) 뒤에서 나와 앞 묘전(廟殿)으로 향하는 것을, 전복(殿僕)이 괴이하게 여겨 쫓으니 서쪽 담을 넘어 달아났다. 명하여 몰아서 찾게 하였으나 얻지 못하였다.

사신[2]은 논한다. 침전(寢殿)은 들짐승이 들어갈 곳이 아니고, 전날 밤에 묘원(廟園) 소나무가 불타고 이날 밤 짐승의 괴변이 있었으니, 며칠 동안 재변이 자주 보임은 반드시 원인이 있을 것이다.
중종실록 중종 6년(1511) 5월 9일 1번째 기사 (#)

사건의 발단은 중종 6년(1511) 5월 9일에 시작되었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한 괴수가 궁 안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궁내 경호실에서 이를 쫓았으나 서쪽 담을 타고 넘어갔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이런 괴수가 나와서 돌아다니자 궁이 크게 소란해졌다고 한다. 이날 이후에도 이 괴수가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돌고, 거기에 귀신까지 보태지면서 괴수인지 귀신인지를 두고 조정에서 설왕설래했다고 한다. 괴물 소동이 얼마나 궁을 소란스럽게 했던지 중종 22년(1527) 6월 26일에는 사헌부에서 다음과 같은 상소를 올리기도 했다.
요괴로 인하여 이피(移避)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은 자전[3]의 뜻에서 나온 것이므로 신들이 감히 아뢰지 못하겠습니다. 당초 괴물을 보았다면서 떠들 때에 병조·도총부(都摠府) 및 위부장이 엄히 금지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또한 스스로도 두려워하고 겁냈기 때문에 어리석은 군사들이 더욱 경동하였습니다. 또 병조의 입직 당상(入直堂上)과 낭관(郞官)은 의당 율에 의하여 죄를 정해야 할 것인데, 버려두라고 명하셨으므로 군령이 더욱 엄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 뒤엔 감히 전같이 경동하여 떠드는 자가 있으면 모두 율에 의하여 죄를 정하게 하소서.
유언비어와 그에 따른 공포를 수습해달라는 상소에 중종은 비답을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한동안 잠잠하나 싶다가 괴물이 또 나타났는데, 대비전에 나타나서 창벽을 마구 두드리기까지 했다. 이러한 소란으로 대비전이 경복궁으로 이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대비전경복궁으로 이어하였다.[4] 대전(大殿)·중궁전(中宮殿)·세자빈(世子嬪)이 이때 함께 이어하였고 세자가 제일 나중에 이어하였다. [대비가 거처하는 침전에는 대낮에 괴물이 창벽\(窓壁)을 마구 두드리는가 하면 요사한 물건으로 희롱하기도 했다. 상\(上)이 곁에 모시고 있지 않을 때에는 못하는 짓이 없이 마구 난타했으므로 이어한 것이다.]
중종실록 중종 25년(1530) 7월 16일 1번째 기사

2년 후 중종 27년(1532) 5월 21일에는 괴물이 궁궐에서 날뛰기까지 했다.
禁軍夜驚。 【或妄言: "有怪物形如馬, 馳突橫行。" 云, 禁軍驚駭鬨動。】

금군(禁軍)이 밤에 놀랐다.
어떤 자가 망령된 말로 '말같이 생긴 괴물이 나타나 이리저리 치닫는다.'고 하자, 금군들이 놀래어 소리치면서 소동을 피웠다.
중종실록 중종 27년(1532) 5월 21일 3번째 기사 (#)

궁궐을 수비하는 금군이 소란스러웠을 정도로, 당시 괴수 출현이 사람들을 엄청 놀라게 했다. 중종이 죽고 인종이 즉위한 뒤에도 이 괴수는 나타났는데, 중종이 죽은 다음 날인 인종 1년(1545) 7월 2일에 등장했다. 이 기록을 끝으로 조선왕조실록 기록에 이 괴수가 등장하지 않는다.
경성(京城)에 밤에 소동이 있었다. 상께서 승하하시던 날에 경중(京中) 사람들이 스스로 경동(驚動)하여 뭇사람이 요사한 말을 퍼뜨리기를 "괴물이 밤에 다니는데 지나가는 곳에는 검은 기운이 캄캄하고 뭇수레가 가는 듯한 소리가 난다" 하였다. 서로 전하여 미친 듯이 현혹되어 떼를 지어 모여서 함께 떠들고 궐하(闕下)로부터 네거리까지 징을 치며 쫓으니 소리는 성안을 진동하고 인마(人馬)가 놀라 피해 다니는데 순졸(巡卒)이 막을 수 없었다. 이와 같이 사나흘 계속된 후에 그쳤다.

대체로 실록의 기록을 보면 괴수를 직접적으로 목격했다기보다는 괴수를 목격했다는 소문이 주를 이룬다. 중종 시기에 중종반정조광조 일파 숙청, 김안로 숙청 등의 정치적 혼란이 일으킨 심리적인 동요가 괴수라는 형상으로 나타났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군자는 괴력난신을 논하지 않는다.'(子不語怪力亂神)는 말이 논어에 있을 만큼 초자연적인 현상을 멀리 하던 유교사회에서 그런 심리적 동요를 실록에 굳이 은유적으로 표현했을 지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실재했던 괴수 비슷한 어떤 짐승이 출현했고, 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와전되고 과장되어 돌아다녔다는 게 더 설득력 있다.

3. 창작물

해당 사건을 소재로 다룬 웹툰으로 2014년 연재한 단장이 있다. 그리고 영화도 제작되었다.(#) 제목이 물괴이고, '왕을 위협하는 물괴(物怪)와 왕의 자리를 넘보는 훈구세력과의 사투'라는 영화 소개를 보면 1527년에 일어난 작서의 변과 괴수 출현 소동을 엮을 것으로 보인다. 원래는 정우성이 주연으로 캐스팅 되었으나 시나리오 변경과 함께 하차하고, 대신 김명민이 주인공으로 합류했는데, 코믹함을 가미한 퓨전사극 스타일로 진행했다. 2017년 4월부터 촬영을 시작해서 2018년 9월 개봉했다. 그러나 개봉 후 평가는 매우 좋지 않다.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특별판: 조선퇴마실록도 해당 사건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여기서는 단순한 소동이 아니라 역모와 관련된 귀신으로 등장한다.

4. 관련 문서

파일:Chinese_dragon_asset_heraldry.svg.png 동아시아상상의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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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옥의 사냥개를 뜻하는 헬하운드라고도 하는데, 바스커빌 가의 개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언급되는 '죽음의 개' 역시 여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부분이 있다.[2] 사관인 신하.[3] 慈殿. 간단히 말해서 왕대비이다. 자친은 살아 계신 자신의 어머니를 남에게 높여서 부를 때 쓰는 말이다. 왕의 어머니가 머무르는 곳이라고 해서 대비전을 '자전'이라고도 했는데, 이것이 대비를 둘러서 부르는 칭호가 되었다. 왕세자가 머무르는 곳인 동궁이 곧 왕세자를 의미하게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4] 결국 왕대비는 동궐로 돌아오지 못하고, 2개월 뒤 경복궁에서 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