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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13 01:30:36

흑풍괴

파일:Chinese_dragon_asset_heraldry.svg.png 동아시아상상의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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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설명3. 여담4. 창작물에서

1. 개요

黑風怪. 서유기에 등장하는 요괴.

2. 설명

삼장법사 일행이 서천을 향해 떠난 초반부 쯤 만난 요괴. 흑 요괴로, 흑풍산 흑풍동에 살고 있었다. 커다란 창을 무기로 쓰며, 손오공도 창 쓰는 솜씨가 제법이라고 칭찬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손오공과 두 어 번이나 치고박고 싸웠지만 승부가 나지 않았고 손오공이나 관세음보살 모두 손오공과 대등한 실력이라고 평가했다.

삼장법사가 아직 저팔계, 사오정을 만나기 전이라 손오공만 데리고 여행을 하던 중 관음선원이라는 절에 머물렀다. 이름대로 관음보살님을 섬기는 절이었는데, 굉장히 늙은 주지스님이 있었다. 그런데 이 스님이 그다지 훌륭한 스님은 아니라 온갖 화려한 가사[1]를 모으는 등 재물욕이 있어서, 손오공이 자랑한답시고 꺼낸 삼장법사의 금란가사[2]에 그만 넋을 잃고, 부디 하룻밤만 빌려주면 잘 보고 다음 날 아침 돌려주겠다고 간청한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욕망이 커져서, 결국 삼장법사와 손오공을 태워죽이고 빼앗으려는 계획을 세운다.

손오공은 그걸 눈치채지만 불을 못 지르게 하던가 하는 것도 아니고 불을 막을 수 있는 피화조라는 보물을 빌려서 삼장법사의 거처만 덮은 뒤, 불길은 더 커지게 해서 아예 절 전체를 태워버리게[3] 한다. 그런데 여기서 일이 꼬인 게, 평소 이 스님과 친하게 지내던 흑풍괴가 불이 난 걸 보고 놀라서 달려와 꺼줄려다가 손오공이 안전한 곳에 꺼내놓은 금란가사를 발견하곤, 보배를 얻었다며 홀랑 가져가버린다. 결국 절이 홀라당 타버리고 그동안 모은 가사까지 죄다 잃자 주지스님은 절망감에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린다. 손오공은 당연히 삼장법사한테 긴고주로 한 바탕 혼쭐이 나고[4][5] 가사를 찾으러 떠난다.

흑풍동으로 찾아가던 손오공은 흑풍괴를 포함한 요괴 세 마리가 대화를 나누는 걸 엿듣는데, 흑풍괴가 자신이 최근에 귀한 가사를 얻었으니 그걸로 잔치를 벌이겠다고 하는 걸 듣고는 괘씸해서 습격, 둘은 도망갔지만 도망치지 못한 뱀 요괴 한 마리는 때려잡는다. 그러곤 흑풍동으로 가서 한 판 싸워보지만 오랫동안 겨뤄도 승부가 나지 않고, 흑풍괴가 밥 먹겠다고 돌아가 문을 걸어잠그니 별 수 없이 돌아온다. 다음 날 흑풍괴가 와서 지꺼라고 우기면 어쩔려고 관음사 주지스님에게 '보배를 구하게 돼서 잔치를 벌인다'며 초청장을 보냈는데, 다시 온 손오공이 그 초청장을 가진 졸개 도사가 흑풍괴와 같이 어울리던 요괴인 것을 알아보고 즉각 때려잡는다.[6] 그리고 관세음보살님이 도와주러 오자, 흑풍괴와 같이 있던 걸 봤던 도사가 잔치에 가는 걸 보곤 때려잡은 뒤 관세음보살님께 그 도사의 모습으로 변신해 달라 하고 자신은 영단으로 변해서 쟁반 위에 얹혀진 채 흑풍동으로 간다.

평소 도술에 관심이 많았고 영단을 좋아하던 흑풍괴는 멋도 모르고 선물을 받아 집어먹어버리고, 손오공은 그대로 뱃속에서 깽판을 친다. 결국 고통을 못이긴 흑풍괴는 가사를 얌전히 꺼내두고 살려만 달라고 빌지만, 거짓인 걸 눈치챈 관세음보살님이 흑풍괴에게 손오공의 긴고아와 같은 물건인 금고아를 씌운다. 결국 손오공이 나오자마자 공격하려던 흑풍괴는 관세음보살님의 금고주에[7] 땅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다가 그제서야 진심으로 불가에 귀의하겠다고 빌고, 손오공은 지도 당해본 거라 옆에서 낄낄대고 관세음보살님은 그를 거둬서 자신이 상주하는 산인 낙가산(落伽山)을 지키는 수산대신(守山大神)으로[8] 쓰겠다며 데려간다.

어찌보면 운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게, 관음선원에 불난 것을 못 봤다면 가는 길도 틀린 삼장법사 일행과 만나지도 않았을 테니 무사할 수 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불가에 귀의한 덕에 좋은 길에 들어선 셈. 나중에 손오공이 관세음보살님께 도움을 청하러 왔을 때 잠깐 등장하는데, 손오공 덕분에 요괴 나부랭이에서 수산대신이 되었다고 손오공에게 감사를 표한다.

3. 여담

여담으로 손오공이 쓴 긴고아, 이 녀석이 쓰게 된 금고아, 이 에피소드 이후에 홍해아가 쓰게 되는 금고아(두 금고아는 金, 禁으로 한자가 다르다.)는 한 세트인데, 이 머리테로 곤혹을 치른 녀석들 중 흑풍괴만이 머리테 맛을 한 번 보고는 그 이후 반항했다는 묘사가 없다.[9] 의외로 저 둘보다는 고분고분했던 모양. 사실 이 세 개의 머리테는 석가여래가 관세음보살에게 이걸로 굴복시켜 삼장법사의 제자를 만들라고 준 것인데, 직접적으로 '삼장법사의 제자'를 만드는 데 쓰인 건 긴고아 하나뿐이라 관세음보살이 횡령했다는 드립도 나온다. 어쨌든 셋 다 삼장 일행의 서천행을 돕기 위해 사용했고 결과적으로 쓰게 된 요괴들도 모두 불문에 들었으니 석가여래도 딱히 문제삼지 않은 듯하다.

4. 창작물에서

채지충의 만화 서유기에서는 삼장법사 일행이 흑풍산을 지날 당시가 겨울이라 곰들의 특성상 겨울잠을 자야 해서 채지충이 눈이 많이 내리는지라 흑풍산 촬영은 취소하고 생략한다. 이후 자고 있는 곰이 이런 날씨에 연기를 할 순 없다 하며 마무리.

검은 신화: 오공에선 1장의 최종 보스로 등장. 1 페이즈에 덩치가 큰 노지심스러운 승려 모습이었다가 2페이즈에 거대한 흑곰의 모습으로 변한다. 이름 그대로 검은 바람이 되어 주인공을 공격하는 모습으로 호평을 받았다. 여기서는 불타 없어진 관음선원을 나름 더 크게 복구하고 요괴지만 수행승도 모으고 훼손된 불경도 복구하였다고 나름 자랑질을 하지만, 막상 복구했다는 절간은 해골과 잔해가 사방에 굴러다니는 엉망진창 상태고, 동네 토지신에게조차 미움받는 실정인데, 알고보니 이랑진군 및 다른 요괴 대왕들과 함께 오공이 쓰러트리는데 가담하여 흩뿌려진 육근 중 하나를 받게 되자 이걸로 힘을 키워보려고 했으나, 도대체 어떻게 이를 쓸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어 그냥 불탑 꼭대기에 올려두고 이걸 가지고 관람료를 받아 장사질을 해 돈을 벌었다는 게 밝혀진다. 최후도 천명자에게 거대 흑곰 모습으로도 쳐발리고 "육근만 있으면 절간 따위 다른데 지어도 된다"며 탑 위의 육근을 무작정 들고 도망치려 하지만, 그마저도 얼마 가지 못해서 날아가다 땅에 나가떨어져 목숨을 구걸하는 꼴사나온 모습을 보인다. 하는 꼴이 그 모양인지라 토지신이 동해도 다녀온 놈이 하는 꼴이 이 모양이라고 이딴 놈이 흑막일리 없고, 분명 뒷배가 따로 있다고 하며 멍청이 취급하는 수준이라 간신히 목숨만은 부지했다. 이후 등장하는 요괴 왕들이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 생각하면 그나마 운이 좋았다.

흑곰 요괴와 관련이 있는 스님인 금지 장로도 요괴로 등장한다.


[1] 스님들이 입는 옷.[2] 온갖 보석으로 장식되어있고 그냥 둬도 노을같은 빛이 사방으로 뻗치는 진귀한 보배라, 평소엔 잘 감싸서 짐보따리에 숨겨놓는다.[3] 이 부분에서 손오공이 피화조를 빌릴 때 피화조를 빌려주던 신들도 '불이 나면 물을 빌려 꺼야지 심보 참 고약히 쓴다'고 혀를 차기도 하며 관음보살도 '역량 작은 범태육골의 인간에게 보물을 보여줘서 욕심을 부른 것도 모자라 내가 자주 쉬어가는 절마저 태웠다'며 꾸중도 듣는다. 소설 속 세계관에서는 범태육골의 인간은 불살주의의 적용이 최우선의 가치라 불은 진압하여 끄고 타이르는게 이 경우에 제일 바른 대응에 해당된다.[4] 쓸데없이 보물을 남한테 자랑해서 화를 부름 + 불이 날 걸 알고도 그걸 막은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큰 불이 나게 만듦 + 그런 짓을 해놓고 정작 보물인 금란가사도 잃어버림.[5] 사실 관음보살님이 자주 쉬어가는 사찰임을 삼장법사가 몰라서 손오공이 혼이 덜 났을뿐 이 사실까지 삼장법사가 알았으면 더 혼이 났을 수 있었다.[6] 처음에는 이 도사가 범태육골의 인간인줄 알던 관음보살에게 손오공은 또 혼이 난다.[7] 손오공은 처음엔 긴고주를 외우려는 줄 알고 화들짝 놀랐으나, 세 개의 머리테는 저마다 주문이 달라서 손오공은 아무렇지도 않다.[8] 쉽게 말해서 산지기다. 물론 관세음보살이 상주하는 산의 산지기이니 상당히 높은 직책이긴 하다.[9] 손오공과 홍해아는 처음 머리테로 혼쭐났을 때는 잘못했으니 살려달라고 싹싹 빌지만, 삼장법사와 관세음보살이 주문을 멈추자마자 시치미 뚝 떼고 반항했다가 또 혼이 난다. 손오공의 경우는 그 이후로 저팔계의 충동질 때문에 억울하게 긴고아에 당하는 경우가 대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