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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13 08:06:26

시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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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역사
2.1. 시헌력의 개발2.2. 조선의 도입
3. 여담

1. 개요

시헌력(時憲曆)은 태음태양력의 하나로, 청나라의 달력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음력'은 대부분 이것을 가리킨다.

2. 역사

2.1. 시헌력의 개발

1281년 원나라 시기에 수시력(授時曆)이 만들어졌다. 수시력은 이전의 중국 역법과 비교하여 매우 뛰어나서, 명나라가 건국된 뒤에도 수시력에서 계산의 기준이 되는 연도와 일부 수식의 값만 바꾼 채 이름을 대통력(大統曆)이라 하여 1368년부터 사용하였다. 실질적으로 대통력은 이름만 바꾼 수시력이나 다름없었다. 또한 아랍 천문학의 영향을 받아 회회력(回回曆)이 만들어져서 대통력과 병행되었다.

이 시기 역법은 황제의 명령으로 발표된 것이고, 여기에는 학자들이 정한 계산식까지 포함되었다. 계산의 기준이 되는 연도, 그리고 계산식까지도 황명으로 발표된 것이므로 학자들이 계산식을 임의로 수정하거나 오차를 보정할 수 없었다. 수시력-대통력이 쓰이던 수백 년에 걸쳐 오차가 축적되자 역법은 점점 정확성을 잃었다.

1627년, 명나라의 마지막 황제 숭정제가 즉위했다. 숭정제는 대통력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느껴 독일 출신 예수회 선교사 아담 샬에게 지시하여 숭정력을 만들도록 하였다. 그러나 얼마 못 가 명나라가 멸망해서 숭정력은 미처 반포되지 못했다.[1]

청나라는 천문학에 밝은 아담 샬을 중용하여, 숭정력을 '시헌력(時憲曆)'[2]이라는 이름으로 1644년 10월에 반포하였다. 아담 샬이 만든 시헌력의 계산식을 중국인 학자와 예수회 학자들이 케플러의 법칙을 받아들여 일부 수정하는 등 변동이 있긴 했지만 시헌력은 청나라가 멸망하는 날까지 사용되었다. 쑨원이 신해혁명으로 청나라를 무너트리고 중화민국을 세운 뒤, 1912년 1월 1일부터 그레고리력을 도입하고 시헌력을 폐지하였다. 다만 이후로도 청나라 소조정에서는 시헌력을 계속 사용하였고 군벌들이 난립하는 혼란기가 이어지면서 그레고리력의 전면 보급이 이루어지지는 못해 민간에서는 여전히 10여 년 가량 그레고리력과 혼용되었으나, 중화민국 국민정부가 수립된 후 전국에 그레고리력 사용을 강제하면서 사용이 완전히 중단되고 전통 명절의 날짜를 정하기 위한 보조역법의 기능만을 하게 되었다.

이후 시헌력은 전통명절의 계산에만 일부 남았다. 게다가 계산식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현대 천문학의 방법대로 하되, 월과 날짜를 정하는 규칙만 시헌력을 따른다.

2.2. 조선의 도입

심양에 볼모로 가있던 소현세자가 본국으로 돌아오면서 시헌력도 같이 전래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소현세자를 부각시키기 위한 낭설로 보인다. 시헌력 도입 논의가 시작될 때 소현세자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을 보필했던 한흥일(韓興一, 1587~1651)이 북경에서 입수한 《개계도(改界圖)》와 《칠정력비례(七政曆比例)》를 인조 23년(1645)에 조정에 올리며 기존 역법을 개력하자고 하였고[3] 같은 해12월 관상감 제조(提調)로 있던 김육(金堉)도 상소하여 시헌력 채택을 주장하였다. 한흥일은 시헌력이 공식적으로 채택되기도 전에 집안 제사를 시헌력에 맞춰 치러 빈축을 사기도 했다.

조선에서 자체적으로 시헌력서를 구하여 역산해가며 시헌력의 원리와 계산식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시헌력의 계산식에는 당시 서양 천문학의 지식이 잔뜩 들어갔기 때문에, 이전의 동양식 천문학에 따른 관점과 계산식을 익힌 이들이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원래 중국 문화권에서 제후국황제가 발표하는 역서를 받아가서 사용하기만 하면 되었으므로, 조선인이 시헌력의 계산법을 배우고 조선의 위치에 맞추어 자국 달력을 만드는 것도 원칙적으로는 황제의 권위에 도전하는 죄였다. 그래서 청나라 흠천감(欽天監)[4]의 관원에게 뇌물을 주어가며 시헌력의 내용을 배우고 익힌 뒤 효종 4년(1653)에 한양의 위치에 맞춘 시헌력을 시행하였다. 음력은 계산의 기준이 되는 위치를 어디로 보느냐에 따라 월의 대소나 윤달의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이것을 또 서양식 기법으로 수정하여 본국력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하지만 야매로 배웠기 때문인지 조선의 관상감은 시헌력을 완전히는 익히지 못하였다. 시헌력 계산식의 일부만 익혔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는 아예 대통력의 방식으로 계산하였다. 숙종 30년(1704) 12월, 관상감은 자체적으로 만들어 발표한 조선의 달력과 새로 입수한 청나라 달력이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처음에 관상감은 실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6개월 뒤에 결국 자신들이 역법을 계산하다가 실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임금에게 올린 달력을 실수했다는 것은 당시 조선의 관점에서 상당히 중대한 문제였다. 당시에도 아직 관상감이 시헌력을 오롯하게 익히지 못했다는 사실을 조정 일부에서도 알긴 했지만, 숙종 31년(1705)에 관상감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전까지는 눈에 뜨이는 문제가 없었으므로 별로 중대하게 여기지 않은 것 같다. 조선 조정은 관상감의 관원들이 시헌력을 온전히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숙종 31년(1705) 동지사 편에 관상감 제조 허원(許遠)을 북경으로 파견하여 다시금 시헌력의 계산법을 제대로 배워오도록 하였다. 그 이후에야 비로소 관상감은 시헌력의 구조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효종 4년(1653)에 처음 시헌력이 시행된 이후에도 한동안은 시헌력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주를 보거나 제사를 지낼 때에는 대통력을 사용하는 등 조선에서 정착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사실상 숭정력에서 이름만 바꾼 건데, 청나라 역법이라는 핸디캡(?)이 있다 보니 반청 의식이 너무 철저하게 작용됐던 듯. 이후 조선에서 시헌력이 완전히 정착한 이후에도 관상감에서는 매년 대통력을 기준으로 만든 역서를 한 부 제작하여 임금에게 올리기를 고종황제 시절까지 계속하였다.

1736년 건륭제가 즉위하고 나서는 건륭제의 휘 홍력(弘)을 피해 '시헌서(時憲書)'라 부르다가 1896년부터 원복하였다. 이듬해 대한제국이 수립되고 나서는 시헌력을 '명시력(明時曆)'으로 이름만 바꾼 채 그대로 사용하였다.

3. 여담

흔히 음력을 두고 '우리 전통역법'이라곤 말하지만 시헌력은 사실 '청나라 역법'이고, 그나마도 서양인을 기용해 '서양 천문학 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시헌력이 도입될 당시에는 서양의 역법으로 취급받았다. 진짜 한국의 전통역법은 세종대왕 시절에 만든 칠정산이다.

또한 전통 역법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오히려 그레고리력보다도 더 최근에 개발된 역법이다.

[1] 반포만 못 했을 뿐 숭정제 때 이미 완성은 된 상태였고, 때문에 오늘날 중화권이나 서양에서는 시헌력보다 숭정력이라는 명칭을 좀 더 널리 사용한다.[2] 상서(尙書) 中의 '유성시헌(惟聖時憲)'이라는 문구에서 따옴[3] <인조실록> 46권, 인조 23년(1645) 6월 3일 1번째 기사[4] 흠천감은 명나라/청나라 시절 국립천문대를 가리키는 명칭이다. 조선의 관상감(觀象監)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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