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에서 소개한 사건 개요 |
1. 개요
2005년 성남시에서 택시 기사 민병일이 승객인 스튜어디스를 금품 목적으로 살해한 사건.2. 실종 신고
사건은 2005년 3월 17일 오후 3시경 분당경찰서로 한 건의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곧 집에 들어온다던 항공사 국제선 승무원인 최 씨(27)가 하루가 지나도 귀가하지 않자 어머니(69)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냈다. 최 씨는 실종 당일인 16일 새벽 1시 10분께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한 나이트클럽 앞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고 하지만 그것이 지인들에게 목격된 최 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최씨는 1999년 처음 승무원이 됐고 이 사건이 일어난 2005년은 승무원 6년차가 된 해였다.경찰은 정황상 단순 가출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다음날 바로 수사팀을 구성했다. 범죄에 말려들었는지의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최 씨의 금융거래 내역을 조회한 결과 실종 당일 오전 6시 40분경 성남시 중원구 금광동 신구대학교 인근 현금인출기에서 최 씨의 신용카드로 101만 원이, 다음날에도 안산 지역 전철역 현금인출기에서 400여만 원이 인출된 사실이 확인됐는데 이런 식으로 최 씨의 카드에서 5일 동안 4차례에 걸쳐 총 717만 원이 인출됐다. 경찰은 누군가 최 씨의 금품을 노리고 저지른 전형적인 강도살인 사건으로 판단했다.
3. 시체 발견
최씨가 발견된 제설함
그러던 중 3월 21일 오전 10시 15분 경기도 성남과 광주를 잇는 3번국도변의 제설함에서 제설함을 점검하려던 공익근무요원에 의해 최 씨의 시체가 발견됐다. 최 씨는 실종 당시 입고 있었던 검은색 카디건과 청바지 차림 그대로였는데 한쪽으로 웅크린 자세로 제설함에 들어 있었다.
수사팀은 최 씨의 한쪽 하이힐이 벗겨져 있던 점에 주목해 사라진 하이힐을 찾아나선 한편 범인이 최 씨의 카드로 돈을 인출할 때 찍혔을 CCTV 화면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17일 오후 7시경 안산시 고잔동의 한 현금인출기에서 모자를 눌러쓴 채 돈을 인출하는 신장 175cm 가량의 한 남성의 모습을 확보할 수 있었다.[1] 수사팀은 CCTV 화면에 찍힌 남성을 현상금 500만 원에 전국에 공개수배하고 강도살인 전과자들을 용의선상에 두고 수사를 진행해갔다.
수사팀은 최 씨가 택시에 탄 후 실종된 점을 주목해 그 시각 최 씨를 태운 택시를 찾기 위해 탐문 수사를 계속하던 중 한 택시 기사로부터 "사건 당일 최 씨와 유사한 여성을 정자동 ○○아파트 앞에 내려준 적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수사팀은 최 씨가 택시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납치되어 변을 당했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목격자를 찾아 나섰지만 최 씨가 거주하던 아파트 단지는 새벽에도 사람이 많은 곳으로 납치 범죄가 일어나기엔 부적절한 장소였으며 외진 곳이 아니라서 최 씨가 이 곳에서 누군가에게 납치됐다면 분명 목격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최 씨가 납치되는 걸 봤다는 사람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제보한 택시 기사의 차량 GPS를 확인한 결과 운행 기록이 최 씨가 택시에 탑승한 시간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즉 제보자의 택시에 탄 여성은 최 씨가 아니었다. 수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수사팀은 최 씨가 실종된 장소와 사체가 발견된 지점, 현금이 인출된 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범인은 성남과 분당 인근에 상당한 지리감을 갖고 있는 인물일 것으로 추정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최 씨가 택시를 탄 이후의 행적이 묘연하단 점이었다. 이에 수사팀은 분당 지역에서 영업한 택시 기사들 중 동일 수법 전과자들을 우선 용의선상에 올리고 의심스런 이들의 행적을 하나씩 추적해 용의자를 좁혀나갔다.
사건 당일 영업한 택시들의 GPS 기록을 일일이 확인하던 수사팀은 최 씨가 실종된 시간대와 장소가 일치하는 운행 기록을 보인 택시를 발견했는데 수사팀은 서둘러 그 택시를 몰던 운전자의 신상을 확보했고 수사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수사팀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 인물은 강도 등 전과 9범인 민병일이었는데 그는 괜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였는지 범행 후에도 태연히 택시 영업을 하고 있었다. 같은 달 28일 오후 4시 10분경 서현역 인근에서 민병일이 운행하던 뉴 EF 쏘나타 택시를 찾아냈다. 수사팀은 형사 2명을 승객으로 가장해 민병일의 택시에 타게 한 후 민병일을 인근 파출소로 유인해 긴급체포할 수 있었다.
범인 민병일
민병일은 확실한 범죄 정황이 있는데도 범행을 자백하지 않았는데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는가 하면 몇 시간 동안 묵비권을 행사하기도 했지만 그가 운행한 차량의 운행 기록과 그의 차량 조수석에 끼어 있던 최 씨의 왼쪽 하이힐과 범행에 쓰인 운동화 끈을 증거물로 제시했더니 갑자기 고개를 떨구고 자포자기한 듯 모든 것을 털어놓기 시작했다고 한다.
4. 범행 과정
사건이 일어난 날 최 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민병일의 택시에 탑승했다고 하는데 택시에 타서도 술 기운에 무척 힘들어했다고 하며 급기야 운행 중 택시 안에 구토를 했다고 한다. 그걸 본 민병일이 뭐라고 하자 최 씨가 미안하다고 하기는커녕 짜증을 내며 되려 구시렁구시렁했다고 하는데 그 문제로 서로 말다툼이 있었다고 한다.[2] 그러다가 최 씨가 잠이 들어 버렸고 안 그래도 기분이 잔뜩 상해 있던 민병일은 최 씨가 잠들자 범행 욕구를 느끼게 됐다고 한다. 그는 인적이 없는 탄천변 뒷길로 차를 몰았고 최 씨의 가방에서 카드를 훔쳤으며 최 씨에게 '죽이겠다'고 위협해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민병일은 자신의 얼굴을 본 최 씨가 신고할 걸 우려해 결국 그녀를 목 졸라 살해하고 말았다.그러나 경찰은 민병일이 돈을 빼앗기 위해 범행을 저지르긴 했지만 그날 작정하고 범행 대상을 물색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봤다. 민병일의 내면에 깊숙이 잠재돼 있던 범죄 심리와 사건 당일의 정황이 묘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민병일은 강도 등의 혐의로 전과 9범이었는데 젊은 시절부터 수시로 교도소를 드나든 탓에 정상적이고 안정된 직업을 가질 수 없었고 당연히 생활도 불안정했다. 가정도 꾸리지 않고 마치 하루살이처럼 살아 오던 그에게 유일한 낙은 경마였는데 택시 기사로 일하면서 월 100여만 원 정도의 수입이 있었던 그는 대부분의 돈을 경마에 날렸다. 모아 놓은 돈도 없던 그는 경마에 빠져 항시 쪼들리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돈이 궁할수록 돈에 대한 갈망은 날로 커져갔을 것이다. 그의 전력으로 판단컨대 민병일은 일반 사람들에 비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지는 인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최 씨를 태우게 되었는데 한바탕 말다툼까지 있었고 술에 취한 최 씨가 잠들어 버리자 돈이 아쉽던 차에 순간적으로 범행 욕구를 느낀 것이다. 밤늦은 시각이었던 데다 만취 상태로 저항력을 상실했던 최 씨는 모든 정황상 더없이 적절한 범행 타깃이었던 셈이었다.
민병일은 최 씨의 카드를 이용해 인출한 700여만 원 중 일부를 빚 갚는 데 쓰고 나머지는 인터넷 경마나 애인과의 유흥비로 날려먹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죄책감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민병일은 삶에 대한 애착이 거의 없어 보이는 인물이었으며 한 마디로 아무 계획도 없이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고 한다. 비록 최 씨 사건은 사전에 치밀한 계획하에 저지른 범행은 아니었다고 해도 돈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인물이었으며 특히 최 씨를 상대로 한 범행이 너무도 쉽게 이뤄졌기에 민병일이 이를 계기로 또 다른 범행 대상을 찾아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고 한다.
최 씨의 죽음은 더없이 안타깝지만 또 다른 추가 범행을 막았다는 점에서 수사팀은 작은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5. 결말
민병일은 2005년 11월 2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1심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직후 검찰청 구치감으로 이동하던 중 교도관 3명을 밀치고[3] 법원 담장을 넘어 도주했다가 11시간 만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후 최씨의 어머니는 민씨를 고용한 D운수와 민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D운수는 최씨의 어머니에게 2억 7500만 원, 최씨측 변호인에게 성공보수금 5500만 원 등 3억 3000만 원을 주기로 합의하고 소송을 취하했다. 이 사건으로 서울동부구치소(구 성동구치소) 출정과장이 직위해제를 당했다.KBS 방송 긴급출동 24시에서 이 사건을 각색하여 방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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