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2. 사건 내용
2004년 8월 1일 오후, 서울서부경찰서 강력2반 소속인 심재호(32) 경사와 이재현 순경, 정승화(39) 경장은 서울특별시 은평구 응암동 S모텔에서 애인 이모(35)씨에게 흉기로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던 이학만을 검거하기 위해 경찰서를 나섰다.8월 1일 오후 9시 직전, 심재호 경사 등 3명의 경찰관은 이학만과 만나기로 한 서울특별시 마포구 노고산동 C카페에 도착했다. 정 경장은 도주로 차단을 위해 바깥에서 대기했으며, 약속시간보다 22분 늦게 온 이학만이 애인과 마주앉은 오후 9시 25분쯤, 심 경사는 경찰 신분증을 제시했다.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던 찰나 이학만은 돌연 흉기를 꺼내 심 경사의 심장과 옆구리를 찔렀고 쓰러지는 선배를 붙잡던 이재현 순경의 등을 연이어 찔러 순식간에 주위를 피바다로 만들었다. 이재현 순경은 피의자 이학만을 검거하고자 다리 한쪽을 필사적으로 부여잡고 어깨를 이빨로 물어뜯고 커피숍 안 사람들에게 119를 불러 달라고 외쳤으며, 이학만의 다리라도 잡아 달라고 외쳤다. 현장 목격자가 꽤 많았지만 칼을 들고 미쳐날뛰는 범죄자 앞에서 선뜻 다가오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다가오면 죽여 버리겠다고 악을 쓰고 위협하던 이학만은 이재현 순경을 무려 9군데나 칼로 찌르고 카페를 나와 대로를 무단횡단하여 건너편에 세운 자신의 택시를 타고 도주해 버렸다.[1]
두 경찰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사망한 뒤였다. 그렇게 대한민국 경찰청의 유능하고 젊은 강력반 형사 두 명이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었다. 심재호 경위는 경력 10년에 부인과 슬하 1남 1녀를 둔 가장이었고 이재현 경장은 시보를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신참 경찰로 미혼의 총각이었다.[2]
8월 2일 오전 8시 55분,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신길6동 주택가에서 이학만이 타고 온 그의 택시가 GPS가 탈거된 채 발견되었다. 주변 공터에서 이학만이 버리고 간 피 묻은 바지와 양말이 발견되었고 공범 김모 씨가 검거되었다. 이학만의 공개수배령이 전국에 내려졌다.
8월 3일 이학만의 현상금이 2000만원으로 책정되었으며 수배 전단 5만 장이 배포되었다. 이날 이학만의 주민등록번호로 가입된 인터넷 아이디가 성북구 돈암동 삼성아파트에서 접속되어 단서가 잡히자 경찰은 특공대, 기동대, 강력계, 파출소 소속 요원 3백여명을 총기로 무장시킨 채 투입해 수색 작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8월 4일 어이없는 진실이 밝혀졌다. 경찰이 100여 가구를 수색한 결과 삼성아파트에서 접속된 인터넷 아이디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수배 전단지에서 본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입력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8월 6일, 이학만의 현상금이 5000만원으로 인상되었다. 이 정도면 신창원, 유영철과 동급이다.
3. 인질극과 검거
구로구 구로동에서 기아 크레도스 흰색 승용차를 훔친 뒤 거기서 숨어 지내던 이학만은 연료가 떨어지자 차를 버리고[3] 8월 8일 오후 2시쯤 강서구 방화3동 H연립 2층 박모(여·49)씨 집에 중간방 창문을 통해 침입한다. 이학만은 1996년부터 1년 반 동안 해당 빌라에서 300~400m 떨어진 한 옥탑방에 거주했으며, 이 집 중간방의 경우 창문에 창살이 없고 언덕길에 인접해 있어 외부에서 침입하기 쉬웠다. 이윽고 거실로 나와 길이 30㎝(날 길이 16㎝)의 흉기로 박씨와 박씨의 외손자 김모(4)군을 위협했다. 이학만은 “내가 경찰을 죽인 살해범”이라고 밝혔고 박씨는 “흉기를 내려놓으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박씨가 손에 약간의 상처를 입었다.박씨는 기지를 발휘해 “내 아들 같다. 절대 신고하지 않겠다. 국수를 끓여주마”라며 안심시킨 뒤 몸에서 냄새가 나고 옷이 더러워진 이학만에게 함께 살던 사위의 셔츠와 새 칫솔을 주고 점심상도 차려줬다. 이학만은 “나는 곧 죽을 테니 돈이 필요없다”며 손자에게 1만 3000원을 건넸고 “경찰을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유가족에게 미안하다. 여러 번 자살을 시도했다. 약수터에서 씻고 길에 버려진 옷을 주워 입으며 생활했다”고 주장했다.
이학만은 오후 6시 30분쯤 중간방에 들어가 컴퓨터로 인터넷 게임을 하고 자신과 관련된 기사를 찾기 시작했다. 이 틈을 타 박씨는 “청소를 해야겠다”며 안방에 들어가 진공청소기를 켜 놓은 채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아들 신모(29)씨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 두 명 죽인 사람이 지금 집에 와 있다. 네가 신고해야겠다”고 말하고 끊었다. 박씨는 경찰이 들어올 수 있도록 중간방 창문을 열어 놓기도 했다.
신씨가 6시 37분 112에 신고하면서 “경찰 살해범이 있다고 하는데 조심스럽게 찾아가 보라”며 주소를 알려줬고 경찰은 6시 42분 공항지구대 소속 경찰관 4명을 현장에 보냈다. 출동한 경찰이 박씨의 집 초인종을 누르자 박씨는 김군을 업고 화장실로 숨어 문을 잠갔다. 인터폰 화면으로 경찰을 확인한 이학만은 안방에 들어가 흉기로 배를 찌르며 자해를 시작했다. 그 사이 경찰은 중간방 창문으로 진입해 6시 55분 이학만을 붙잡아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에 옮겼다. 이때 병원에서 산소호흡기를 끼고 들것에 실려 나오는 이학만의 사진이 다수 촬영되었다.
이때 이학만은 “죽게 내버려두지 왜 살려뒀냐”고 경찰에게 말했고, 2시간이 넘게 응급 수술을 받은 뒤 밤 11시 5분쯤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생명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라고 의료진이 전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이학만의 어깨에는 선명하게 이빨 자국 흉터가 남아있었다. 전술했듯 이재현 형사가 칼에 무참히 찔리면서도 범인의 어깨를 물어뜯었을 때 난 상처로 그날로부터 무려 여드레, 만 일주일이나 지나 검거될 때까지도 낫지 않고 남아있었던 것이다. 이 형사가 글자 그대로 사력을 다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 동료 형사들은 이를 보고 그간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며 어린아이처럼 한바탕 목놓아 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4. 재판
2004년 12월 2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피고인은 우발적이라고 주장하지만 범행 수법이 매우 잔인할 뿐 아니라 정당한 이유 없이 공권력에 정면 도전한 만큼 극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히며 이학만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했다. #2005년 2월 1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사전에 경찰관 살해를 계획한 것이 아니었고, 이씨가 범행 일체를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어 아직은 교화의 필요성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다. #
5. 기타
- 심재호 경위와 이재현 경장의 순직은 대한민국 경찰관의 처우 개선 첫걸음의 계기가 된 사건이다. 실제로 이 사건 이후 경찰관들을 위한 테이저 개발이 시작됐고 경량화된 보호복이 일선에 지급됐다. 또한 위험직무 수행 중 사망한 공무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후일 '위험직무 관련 순직 공무원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는 등 예우·지원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 심재호 형사는 경사에서 경위로, 이재현 형사는 순경에서 경장으로 사후 1계급 추서되고 두 사람 다 옥조근정훈장을 받았으며, 심재호 형사의 장남 심우연[4]은 경찰행정학과로 진학해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찰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수배전단지에 공개되었던 이학만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게임 사이트에 가입해 아이디를 만들었던 초등학생이 있었다. 당시에는 수배 전단지에 범죄자의 주민등록번호가 기입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학만의 주민번호로 사이트에 가입된 것을 확인한 경찰특공대가 곧장 위치를 추적해서 해당 초등학생의 집을 급습하는 해프닝으로 수사 혼선 및 공권력 낭비가 일어나기도 했으며 이 사건의 여파로 인해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전단을 만들어 새로 배포했다. # 이후 2009년, 웃긴대학에 등장해 썰을 풀기도 했다. 사실 2002년에도 노조원 검거 수배전단지에 주민번호를 공개했다가 도용 사건이 일어나는 등 지명수배자에 대한 주민등록번호 도용 문제는 번번히 발생했는데 2006년에는 이에 대해 국가배상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결국 2008년 성범죄자 정보공개 제도가 시행되면서 기존에 공개되었던 주민번호가 빠지는 등 지명수배자의 주민번호를 공개하지 않게 되었다.
- 경찰이 내건 현상금 5000만원은 이학만의 침입 사실을 경찰에 알린 주부 박씨에게 돌아갔다. # 하지만 이학만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된 후 박씨는 이학만이 혹시라도 출소 후 보복할까 두려워 해외로 이민을 떠났다고 한다.
- 한편 이학만은 무기징역 선고 이후 한 기자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편지의 내용은 대략 자신도 이 사건 때문에 괴롭고 자신의 가족들도 피해를 보고 있으니 부디 이 점을 생각해달라는 식의 파렴치한 변명이었다고 한다.[5]
6. 미디어
- 2024년 8월 29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이 사건을 다뤘다. 공개수배로 인해 신상이 공개된 범죄자임에도 이학만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이름도 이 씨로만 언급되었다. 심 경위의 처자식과 이 경장의 어머니, 두 사람의 동료 이대우 경정, 피해자 박씨[6]가 인터뷰를 했다.
- tvN 사냥꾼 이대우, MBC every1 도시경찰 등 각종 수사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던 강력범죄 전문형사 이대우 경정[7]이 순직 경찰들과 한솥밥을 먹는 동료였다. 당시 뉴스에서 인터뷰하는 장면도 확인할 수 있다.# 동료들을 잃은 침통한 심경에 차마 말을 잇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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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업이 택시기사였던 이학만은 서울 지리에 빠삭하여 복잡한 길을 이용하여 추격하는 경찰을 따돌렸다.[2] 이때 두 사람이 실려온 병원에 있었던 목격자에 따르면 문외한이 보기에도 가망이 없어 보이는 상태의 사람을 의료진들이 필사적으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고, 동료로 보이는 사람들은 옆에서 주저앉아 통곡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3] 주유소에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을 테니. 검거 현장 인근 공터에서 이 차가 연료가 다 떨어진 채 발견됐다.[4] 2001년생이며 사건 당시에는 3세였다. 학창 시절 아버지 없이 자랐다는 이유로 놀림을 당한 적도 있다고 한다. 더불어 아버지 심재호 형사의 생전 목표 중 하나가 '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경위로 진급하여 어깨에 무궁화 견장을 다는 것'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이 목표는 순직 추서라는 매우 비극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고 말았다.[5] 꼬꼬무에 이야기 친구로 출연해 이 편지를 읽던 류승수는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이거 도라이네... 도라이야."라고 분노를 표하며 큐시트를 3번이나 찢어서 버려버렸다. 류승수 또한 순직한 심재호 형사와 똑같은 두 아이의 아빠이기 때문에 더욱 분노했던 것으로 보인다.[6] 경찰 유가족들과 달리 신원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전화 인터뷰에 응했을 때도 목소리를 남성 목소리에 가깝게 변조했다.[7] 사건 당시 계급은 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