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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999년 6월 21일, 황호진은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옥탑방에 침입해 김 씨(여, 25세)를 성폭행한 후 목을 졸라 살해했다. 2000년 2월 16일에는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주택에서 박 씨(여, 22세)를 성폭행하려다 저항하자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옆방에서 자고 있던 정씨(여, 21세)를 성폭행한 후 목을 졸라 살해했다.
범인 황호진은 첫 사건 때 잡히지 않았다가 두 번째 사건 이후 경찰에 붙잡혀 이전에 저지른 범행까지 밝혀졌다. 그는 이 두 사건으로 최종 사형을 선고받았으며, 현재까지 대한민국의 미집행 사형수로 복역 중에 있다.
2. 사건의 전개
2.1. 홍제동 옥탑방 강간 살인사건
1999년 6월 초순, 호프집 종업원으로 일하던 22세 남성 황호진은 자신이 살던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홍제4동에서 절도를 하기 위한 집들을 물색하던 중 잠금장치가 허술해 손쉽게 침입한 한 옥탑방에서 현금과 여성용 가방, 다이어리를 훔쳤다. 그는 다이어리를 살펴보고 그 집에 두 명의 자매가 살고 있다는 사실과 이들의 인적사항 일부를 알게 되었다.1999년 6월 21일 새벽 1시경 술을 마시고 택시에서 하차해 집으로 귀가하던 황호진은 2주 전 자신이 침입했던 집을 떠올리고 그 집에 다시 들어가 절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 그는 현관문으로 침입을 시도하였으나, 자매가 절도 피해를 당한 후 집주인에게 잠금장치를 수리해 달라고 요청해 이미 수리가 끝난 상태였기 때문에 옥탑방 창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 옥탑방으로 침입하였다.
자매의 방 안에는 과일을 깎아먹은 흔적이 있었고 접시 위에 과도가 그대로 올려져 있었다. 황호진은 과도용 칼을 집어들고 자고 있던 자매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는 범행 이전에 훔친 다이어리에서 보아 놓은 것을 토대로 동생의 학교와 학과를 알고 있다며 협박하였고, 21살 동생에게 "소리지르면 당장 죽이겠으니 머리를 이불 속에 쳐박고 있으라"며 이불을 뒤집어 쓰게 한 뒤 25살 언니의 몸에 올라타서 강간하며 동시에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그는 언니의 몸이 축 늘어져 사망한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이불을 뒤집어 쓰며 공포에 떨고 있는 동생을 상대로 강간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동생은 언니와 달리 격렬하게 소리치며 저항하였고, 인근에서 인기척을 느낀 황호진은 동생의 목을 졸라 기절시킨 뒤 그대로 도주하였다. 얼마 후 깨어난 동생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였다. 한편, 사망한 25세 언니 김 씨는 한양대 화학과를 수석졸업한 인재였으며, 졸업 후 무역회사 법무법인에 입사하고 간호대학생인 동생의 학비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같이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당시 뉴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동생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하였으나, 사건 당일 내린 소나기로 인해 범인의 침입 경로나 도주 경로에 남아있던 증거들이 비에 씻겨져 내려가 단서를 찾기 힘들었으며, 범행이 새벽시간대에 일어나 목격자 확보도 어려웠다.
당시 제작되었던 몽타주 |
당시 황호진도 이 몽타주를 보았고, 몸을 최대한 사리면서 낮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밤에만 조용히 돌아다녔다고 한다. 자신의 범행이 매스컴까지 탔으니 그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이 완전범죄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을 것이다.
2.2. 주점 종업원 살인사건
옥탑방 살인사건 8개월 후인 2000년 2월 16일, 황호진은 호프집에서 퇴근한 뒤 이태원의 한 나이트 클럽에서 여성 박 씨(당시 22세)를 만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취기 속에서 금세 친해지게 되었고, 연락처를 주고 받으며 폐장시간까지 춤을 추며 놀았다. 오전 6시가 되어 클럽이 문을 닫자 이들은 인근 포장마차에서 함께 술을 마셨고, 오전 7시 경 포장마차를 나와 택시를 타고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박 씨 집으로 향했다.황호진은 박씨와 택시를 타고 가던 도중 그녀가 10만원짜리 수표를 택시기사에게 지불하는 것을 보고, 그녀가 택시에서 잠든 때를 노려 그녀의 지갑에 있던 현금을 훔쳤다.[1] 박 씨는 자택으로 가던 도중, 그에게 자신이 룸메이트 정 씨와 함께 살고 있다고 얘기했다.
박 씨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소파에서 잠에 들었고, 황호진은 소파에 누워있는 그녀를 보고 욕정이 들어 성폭행을 시도하였으나 박 씨가 저항하자 그녀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2]황호진은 박 씨를 살해한 뒤 그대로 도주하려고 했으나, 박 씨가 룸메이트 정 씨와 함께 살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고 옆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 자고 있던 정 씨를 발견했다. 그는 정 씨가 속옷 차림으로 자는 모습을 보고 욕정이 들어 곧바로 성폭행을 했으며, 마찬가지로 목을 졸라 그녀를 살해했다.
그대로 도주한 황호진은 범행 당일날 오전 9시 45분 경, 태연히 자신의 직장이었던 호프집으로 출근하였다. 그는 혹시나 박 씨가 사망한 것이 아니라 기절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박 씨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계속해서 박 씨와 정 씨의 사망 소식이 뉴스에 보도가 되지 않은 것을 확인한 황호진은 알리바이를 만들고 남은 증거를 없애야겠다고 생각해 다음날이었던 2월 17일 오후, 휴대폰으로 박 씨에게 왜 연락이 안되냐는 음성메세지를 남겼다.
2월 18일, 황호진은 밤 늦게 택시를 타고 박 씨의 집을 찾아갔고, 이틀 전 자신이 나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두 여성이 사망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완벽하게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이들의 집에 방화를 저지르기로 마음먹고, 신림동의 주유소에서 석유를 사온 뒤 다시 박 씨의 집으로 향했다.[3] 거실 소파에서 사망해 있던 박 씨를 정 씨가 누워있던 침대로 옮기고, 주유소에서 사온 석유를 두 사체에 뿌린 뒤 불을 지르고 그대로 도주했다.
박 씨의 집에서 난 화재는 이웃 주민의 신고로 5분만에 진화가 되었으며, 출동한 소방관들은 여성 2명의 사체가 검게 탄 것을 발견하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3. 수사
당시 경찰은 화재의 발화지점이 여성 사체가 2구가 있는 침대였다는 것을 확인하고, 누군가가 여성 2명을 살해하고 의도적으로 방화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숨진 여성 박 씨에 휴대폰에서 황호진이 남긴 음성메세지를 확인하고 그를 유력 용의자로 보았다.경찰은 2월 19일 오전, 황호진의 집을 수색하였고 그의 집에서 도난당한 신용카드와 물건들을 발견해 그를 절도 혐의로 체포했다.[4] 이어 경찰은 황호진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그를 상대로 강도 높은 추궁을 이어나갔고, 그는 절도를 한 것은 맞지만 살인은 저지르지 않았다고 부인하였다.[5]
경찰은 휴대폰 기지국 수사를 이어가던 도중, 황호진과 박 씨의 동선이 겹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들이 다녀온 나이트클럽 인근의 포장마차에서 이들을 보았다는 포장마차 주인을 찾았다. 포장마차 주인은 2월 16일 오전 7시 경, 젊은 남녀가 '택시를 타러 가자'는 말을 했다고 진술하였고, 경찰은 인근의 택시를 모두 뒤진 끝에 그날 황호진과 박 씨를 태웠던 택시기사를 찾았다.[6]
그렇게 경찰은 유치장에 있던 황호진을 불러서 그의 휴대폰 동선, 포장마차 주인과 택시기사의 진술 등을 근거로 추궁하기 시작하였고, 황호진은 결국 사건이 벌어진지 4일만인 2월 20일, 자신이 여성 2명을 살해했다는 범행 내용을 자백했다. 그의 자백을 통해 그가 박 씨 집에 불을 지르러 갈 때 그를 태워준 택시기사와 그에게 석유를 판매했던 주유소 직원의 진술도 추가로 확보했다.
당시 경찰은 황호진이 검거 직전까지 홍제동 인근에서 생활비와 데이트비용 충당 목적으로 수십건의 절도죄를 저지른 사실을 자백받고 추가건으로 입건하였는데, 그의 범행 수법으로 볼 때 여죄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인근에서 미제로 남아있던 강간 살인 사건을 살펴보던 도중, 홍제동 옥탑방 자매 강간살인 사건을 보고 그를 추궁하였다. 당시 황호진은 이 사건이 벌어진 옥탑방 인근에 거주하였으며 제작된 몽타주의 인상착의나 여성을 강간하면서 목졸라 살해하는 수법까지 매우 유사했다. 경찰이 사망한 김 씨의 동생을 불러 황호진의 얼굴을 보여주며 언니를 살해한 범인이 맞냐고 물어보자, 김씨의 동생은 곧바로 울음을 터뜨리면서 그가 범인이 맞다고 진술하였다. # 그렇게 경찰은 2월 22일 홍제동 사건을 황호진에게 옥탑방 자매살인 사건의 범행 사실을 추가로 자백받게 되었다.#[7]
경찰은 살인 여죄를 추가 자백을 받은 이틀 후인 2000년 2월 24일, 그를 검찰에 송치했다.
4. 범인 황호진
파일:황호진.jpg |
검거된 범인 황호진의 모습 |
그는 가족들과 함께 홍제동 다세대주택 20평짜리의 3층에서 거주하였고 1995년 서울의 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당시 고등학교에서 성적은 중위권 수준이었으며 대입은 준비했지만 대학에는 진학하지 않고 졸업하자마자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했다. 고등학생 때는 연극반 활동을 하며 별다른 말썽을 부리지 않고 평범한 생활을 하였다. 가족들은 모두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그도 고등학교 때까지 교회에 다녔으며, 고등학교 때 교회에서 중고등부 회장을 맡기도 하였다.
황호진은 평소 굉장히 사교적인 성격이어서 컴퓨터 통신 동호회에 가입하여 번개를 즐겼고, 군대 간 친구들과 연락도 주고받는 등 사교성이 좋은 편이였다. 그래서 그의 가족들은 아들이 끔찍한 연쇄 강간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을 전혀 믿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부모는 아들에게 무관심한 편이었던지, 아들이 어떤 업소에서 일하는지 알지 못했다고 한다.
황호진은 직장생활에서도 굉장히 일도 잘하고 성실했다는 직원들이 증언이 끊이질 않았다. 그는 이 호프집에서 피터라는 닉네임으로 불렸으며, 잘생긴 외모와 싹싹하고 사교적인 성격 덕분에 여성 손님들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았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고, 출근시간도 엄수하며 지각 한번을 하지 않았을 정도로 성실했다고 한다. 컴퓨터를 잘 다뤄 자료 정리를 잘하고 일본어에 능통해 외국인 손님들의 응대를 잘했으며, 손님 생일 사진을 찍어 주는 등 이벤트 행사에도 수완을 발휘해 사장이 신임했다. 이런 점 때문에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4년 동안 동료 직원이나 사장과 큰 마찰 없이 일을 잘 하며 지낼 수 있었다.
다만 황호진은 어릴 적부터 도벽이 심해서 친척들이나 이웃의 물건이나 지갑에 손이 댄적이 많아 야단을 맞았으며, 고등학교 때인 1995년에 소년원을 다녀온 경험이 있었고 성인이 된 1996년에는 성인 교도소로 이감되어 동료 재소자들에게 왕따와 집단폭행을 당했다. 이 때의 경험이 자기보다 강한 남성에게 두려움으로 나타나게 되었으며, 그는 출소한 후 우울증 치료를 받았고 약 2주간 입원치료를 받기도 하였다. 이 일로 병역은 면제된 상태였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음주를 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황호진은 대한민국의 연쇄살인범들 중 강호순, 김윤철과 유사한 유형을 보여준다.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평판을 쌓으며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구축하지만, 주변 사람들 외에는 그야말로 살인귀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중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만연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말수 없고 조용한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보다 활발하고 활동적이라는 것도 특징이다. 그러나 위에 설명한 주변인들에 의한 좋은 평판들은 모두 본연의 악마의 모습을 가리기 위한 가면의 모습일 뿐, 그의 실체는 그저 강간과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자일 뿐이였다. 거기에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당일, 미아리 텍사스촌에 가서 성매매를 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패턴을 보였다. 이를 볼 때 이미 황호진은 어릴 적부터 습관화가 된 도벽은 물론이고 심각한 성도착증 증세까지 보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01년 사형 선고를 받은 뒤[8] 현재까지 대한민국의 미집행 사형수로 복역 중이다.
5. 재판
2000년 5월 25일 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재판장 김대휘)는 8개월 동안 3명의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강간등살인)위반죄 및 사체손괴죄 등을 적용하여 1심에서 사형을 선고했다. #2000년 11월 17일, 황호진은 항소심에서 우울증 병력과 범행당시 술을 마신 점으로 심신미약을 주장하였지만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재판장 이흥복)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강간등 살인)위반죄 및 사체손괴죄 등을 적용,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 습관적인 음주로 인한 인격장애만 있을 뿐 심신장애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현재 사형제도에 대한 폐지논의가 일고 있긴 하지만 범행 동기나 경위 등에 비춰볼 때 피고인에게는 사형 외에는 다른 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밝혔다. #
대법원 상고심에 대한 기사는 없지만 상고심에서 기각된 것으로 보이며, 다음해인 2001년에 사형이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6.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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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시 박 씨는 나이트클럽에서 황호진을 만나기 직전에 유흥업소에서 만난 손님에게 40만원의 팁을 받은 상태였다.[2] 황호진은 박 씨가 자신과 성관계를 하려면 돈을 내라고 요구하자 이에 격분하여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박 씨는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손님과 업소에서 성매매를 하고 집으로 손님을 데려와 추가로 돈을 받고 성매매를 한 적이 있었다. 황호진의 주장이 사실이 가능성도 있지만 설사 사실이라고 해도 피해자인 박 씨를 비난할 이유는 추호도 없으며, 그녀는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이를 증명할 증거는 없다. 오히려 황호진이 택시에서 행한 절도 행각이 박 씨한테 들켜 실랑이 끝에 살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3] 박 씨 집과 가까운 곳에서 구매를 하면 범행이 탄로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일부러 다른 동네에서 석유를 사오는 치밀함을 보였다.[4] 그를 참고인 조사로 불렀다면 구속수사가 어려웠겠지만, 그는 절도죄로 현행범 체포된 상태였기 때문에 경찰 입장에서는 구속영장을 손쉽게 발부받을 수 있었다.[5] 공개수배 사건 25시에서 방영된 내용에 따르면 경찰은 그가 범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피해자의 사체에서 불상의 남성 DNA가 나왔다고 속인 뒤 DNA 감정서에 서명을 하고 인근 병원으로 형사들과 동행해서 혈액을 체취해달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황호진은 곧바로 얼굴이 사색이 되어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피해자들의 사체는 불에 의해 심하게 훼손되어 이들이 불에 타기 전 사망했다는 사실 정도만 알 수 있을 뿐, 남성 DNA 같은 것은 전혀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6] 당시 사망한 박 씨가 선불로 수표를 지불했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7] 2000년 2월 23일, 공개수배 사건 25시에서 방송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진행자가 홍제동 옥탑방 자매 살인사건의 용의자의 검거소식을 알렸고 2000년 3월 8일에 피터의 연쇄살인이라는 부제로 황호진의 추가 범행인 영등포 살인사건과 검거과정을 재연하는 모습을 방영하였다. 이는 황호진이 호프집 종업원으로 일할 때 피터라는 닉네임으로 불렸기 때문이다.[8] 기사는 찾을 수 없지만 가장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