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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14 16:17:52

현대인 천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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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Go Back in Time and Blow People's Minds.png
과거로 돌아가 나의 놀라운 지식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어
고대인: 하지만 이 '전기'라는 것을 어떻게 만드옵니까?
현대인: 나도 몰라[2][3]

1. 개요2. 등장 배경3. 삶의 환경4. 지식의 활용
4.1. 현대인은 지능이 높은가?4.2. 현대 기술의 사용문제
4.2.1. 더닝 크루거 효과4.2.2. 분업에 대한 인식 부족4.2.3. 다른 분야들의 중요성 간과
4.3. 경제성 문제4.4. 낮은 신체, 지식 수준4.5. 기초 의료 및 생물학적 지식 문제4.6. 언어 및 문물 전파 문제4.7. 자신이 새롭게 습득하는 정보를 고속으로 처리한다는 이론4.8. 전쟁 기술이나 전략 전술을 이용하는 경우
4.8.1. 전략전술의 문제4.8.2. 지휘 및 통솔
4.9. 예언자4.10. 소결
5. 현대인의 지식
5.1. 고대어를 익혀라!5.2. 사용하는 지식이 엄청나게 간단하며 혁신적인 경우5.3. 초월적인 조력자가 있을 경우5.4. 전문 기술자나 기술사(史) 학자, 혹은 실제 천재라서 대량의 지식을 소유한 경우5.5. 프로 운동선수일 경우5.6. 전염병이 돌 때5.7. 거대한 현대문명 집단이 많은 양의 현대문명 문물을 가지고 이주할 경우5.8. 황족/왕족이나 귀족, 영주 등의 직위를 얻는 경우5.9. 문명 수준이 매우 낮은 경우5.10. 예술가, 발명가일 경우5.11. 주인공이 원래부터 먼치킨인 경우5.12. 이세계 사람들이 원래부터 바보인 경우5.13. 책의 저술
6. 한국 판타지 소설의 현대인 천재론
6.1. 2000년대 도서대여점 시대6.2. 2010년대 이후 웹소설 시대6.3. 천재물≠현대인 천재론
7. 일본 라이트 노벨의 지식 치트8. 주의할 점9. 결론10. 관련 어록11. 관련 문서

1. 개요

현대인은 인류 역사상 가장 발달된 시기에 살아가며, 매일매일 대량의 정보를 받아들인다. 현대인 천재론은 이러한 현대인들이 중세나 판타지 세계로 이동하면 그 세계 사람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뛰어난 지식 덕분에 천재처럼 보인다는 해석이다.

현대인 천재론이라는 용어는 리그베다 위키 시절 집단연구를 통해 정해진 표제어로 한국 인터넷에서만 사용되는 용어이다. 물론 이에 대한 담론이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며, 일본 라이트 노벨에서는 현대인 천재론이라는 단어 대신 지식 치트, 문화 치트, 문명 치트 등으로 부른다. 실제 역사에서는 시대를 앞서간 뛰어난 개인이 시대적 한계를 극복하고 역사를 바꿀수 있는가 고찰하는 대체역사, 영웅사관 담론이 이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2. 등장 배경

이세계물, 이고깽, 시간이동을 주제로 하는 싸구려 대체역사물에서는 주인공[4]이 자신의 현대적 지식을 이용해 어렵지 않게 성공하는 장면이 많이 그려지곤 한다. 과정이 짜임새 있게 전개되어 높은 완성도를 확보했다면 문제가 없으나, '싸구려'라는 말이 붙은 것에서 알 수 있듯, 대개 개연성핍진성을 무시하는 편의주의적 전개를 채택하기 마련이다. '현대인 천재론'은 이러한 양산형 창작물에서 제시되는 '현대인의 성공'을 비꼬기 위해 제시된 개념이다.

해당 문서의 서술 경향이 온갖 트집을 잡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인 천재론 문서가 진지하게 현대인이 천재인지 아닌지를 논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양산형 창작물에서 보이는 상식 이하의 편의주의적 전개를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문서를 읽기에 앞서, 이 점을 인지해야 해당 문서의 이해에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매체에서 현대인 천재론을 내세울 때는 보통 아주 평범한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정한다. 이미 현실에서 검증받은 천재가 굳이 이세계에서 다시금 검증받아야 하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 판타지의 대표 장르 중 하나인 이고깽은 현실 사회에서 일반인 미만에 해당하는[5][6] 고등학생이 판타지 세계로 이동한 후, 해당 세계의 사람들보다 뛰어난 능력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그린다. 쿠킹 판타지 역시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작품이 주인공이 현대의 음식을 판타지 세계에 보급하며 활약하는 모습을 그린다.

이세계물은 옛날 사람들을 너무 무시하는 거다!

3. 삶의 환경

현대 문명의 혜택들과 유산 위에서 살아가던 현대인들의 경우 특수 능력이 부여되지 않는 이상, 자신이 원래 사회에서 쌓아올린 모든 것을 잃은 채 해당 시대와 세계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주어진다. 때문에 자신의 현대 지식을 이용할 수 있는지에 앞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몰릴 수밖에 없다.

최소한 문화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삶은 개인 혹은 사회를 둘러싼 환경의 영향에 거역할 수 없다. 인간이 이데올로기를 도입하고, 그것에 기준을 두어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기술이 발전하고 산업화가 이루어지며 인간이 자연에게 부분적 승리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현대인이 만약 현 세계와 비슷한 세계의 선사시대(석기 시대)로 간다고 가정하자. 자신에게 특수한 능력 등이 있으면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막 발생했을 때의 두뇌 능력은 현대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여겨지므로 이들을 잘 활용해서 무언가를 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게 없으면 당장 눈, 비, 바람, 맹수 등을 막아줄 집도 없고 난방과 온수는 둘째치고 불조차도 구하기 쉽지 않으며 특히나 의학적 문제는 당장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다. 원시 인류 부족들에게 의탁하는 것도 될 거란 보장은 없다. 물론 세계에 따라 설정이 좀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따뜻한 방에서 잠들고 고무밑창 신발로 포장된 도로를 걸으며[7] 문명 생활을 만끽하던 현대인에게는 가혹한 삶의 환경이다.

고대, 중세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인류가 집단을 이루고 자연에 대항해 최소한의 방어능력을 갖춘 상태[8] 이기에 그나마 석기 시대보다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현대인의 기준에서 현대 지식의 사용 이전에 생존의 문제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위생은 현대인 입장에서 참기 힘든 것이 될 것이다. 현대의 발달한 상수도와 화학공업은 도시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품위를 갖추도록 도와준 일등공신이다. 가령 현대 대한민국의 경우, 1인 기준 한달 2만원 내외의 돈으로 식수, 용변처리, 청소, 목욕 모두를 감당할 수 있고, 아무리 저임금 노동자라도 샴푸, 비누, 세제를 구입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다. 반면, 중세인들의 경우, 왕후귀족, 최소한 부유층이라도 되지 않는 한 이를 절대 누릴 수 없었으며, 돈과 권력이 있어도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9] 중세인을 만난 현대인이 실제로 맨 처음 하는 행위는, 노숙자를 맞닥뜨린 것처럼 중세인들의 몸에서 풍기는 지린내와 체취를 견디다 못해 코를 감싸쥐는 것일지도 모른다.[10]

또한 천연두로 대표되는 현대에는 퇴치된 질병들이 흔히 돌아다니고, 의학의 발전은커녕 항생제백신도 없던 시대이다. 설령 정말 일이 잘 풀려 그럭저럭 살고 있었더라도 병에 걸려 사망할 수 있다. 근세까지도 질병은 인간 사회의 존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 사례가 강희제로, 강희제가 황태자로 책봉된 배경 중 하나가 천연두에 걸렸어도 내성이 있어서[11]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음식도 문제가 된다. 높은 수준의 석유화학기술이 농업을 지탱하는 현대에 이르러서야 식량 문제는 '분배의 문제'가 되었다. 그 이전까지 식량 문제는 항상 생산의 문제였다. 언제나 식량의 절대적인 양이 부족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미개한 전근대'를 이야기하며 조선의 '사농공상'을 예로 들곤 하지만, 조선에서 농업을 중시하고 다른 산업을 천대했던 것은 결국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다양한 기술과 도구가 있으면 생산량이 늘 수도 있고 인간 생활도 윤택해지겠지만, 쌀이 없으면 그냥 굶어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음식의 질이 좋았냐면 그렇지도 않다. 현대의 작물은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이래 꾸준히 시도한 품종개량의 산물이다. 기술은 쌓이면 쌓일수록 더 빠르게 발전하는데 농업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에 등장한 다국적 기업과 현대 국가는 자본집약을 통해 연구개발분야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효율성을 확보하여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며 우수한 품종을 쏟아내고 있다. 품종개량을 통해 식산량, 보존성, 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켰고, 현대인의 입맛은 여기에 맞추어져 있다. 당장 현대에 등장한 통일벼마저도 맛이 없다는 평을 들었다.[12]

신발은 구형군화조차 그리울 정도로 조악할 것이고, 발목, 무릎, 허리에 올라오는 충격을 막아주지 못하며, 발에는 많은 상처가 생길것이다. 옷을 만들 천조차 귀하며 막상 옷을 입더라도 무겁고, 덥고, 추운 걸 피할 수 없다.

4. 지식의 활용

현대의 지식을 활용하여 전근대적인 문명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로 올라가는 것.

지극히 단순한 과학상식을 기반으로 돈 벌기는 가능하다. 북한에서 무선공학 전문가로 명성을 떨쳤던 한 고위급 탈북자의 사례를 보자. 본인의 말을 빌자면 '나는 과학자 출신이어서 저울과 그릇만 있으면 금의 순도를 판별할 수 있었다'고 하며, 탈북 시기에는 이러한 일로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13]

타임슬립 닥터 JIN의 주인공인 미나가타 진은 유능한 뇌 외과의사이며 기타 외과수술에도 능하고, 대학생 때 페니실린의 제조방법을 다른 학생들과 의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19세기 후반의 일본에 워프해서 많은 사람을 구했다는 설정이다.

어느 정도 현대 문명의 기반이 쌓여 있는 제1차 세계 대전이나 제2차 세계 대전 시대의 근현대기 정도라면, 현대인의 지식을 써 부나 권력을 얻기가 쉬우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나마, 행정학, 경영학, 경제학, 심리학 처럼 19~20세기에 등장하고 갑작스럽게 발전한 학문의 경우, 학부과정 수준의 지식을 보유하여 논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으면 학문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포디즘'으로 유명한 헨리 포드는 19세기의 사람이다.

하지만 이는 상황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본 것이며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학부수준의 지식 정도야 공부를 빡세게 한 명문대생이라면 갖추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명확한 이론적 기반 아래 현실의 확실한 근거를 들어 논리적으로 완성도 있게 풀이하는 것에는 최소한 석사 내지 박사 이상의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1년에만 수만명의 경영대 졸업생(학사)이 배출되나, 이들 중에서 경영 전문가로 인정받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최소한 '일반인'이라면 이것이 어렵다고 보는 편이 합당하다. 괜히 국평오라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니다. 일반인의 기준은 국민 평균이고, 국민 수능 평균은 5등급이다. 지적 능력을 가지고 논했을 때, 어지간한 명문대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사람은 일반인이라기보다는 수재에 가깝다. 특히나 양판소에서 상정되곤 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많다. 이미 중세시대에는 현대 경제의 기초가 되는 환어음, 보험, 은행업과 고리대금업, 심지어 다국적기업까지 등장했었다. 국왕이나 영주들은 복잡한 회계를 전담하는 직원들을 고용했을 정도로 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그 이상의 경제활동이 이루어 지고 있었다. 만약 중세시대 해상 보험 계약서를 보면 대다수의 고등학생들은 물론이고 법학을 배우지 않은 일반인들은 이해조차 못할 것이다.
1347, 23 Ottobre.
"In nomine D. Amen. Ego Georgius Lecavellum civis Janue confiteor tibi Bartholomeo Basso filio Bartholomei me habuisse et recepisse a te mutuo gratis et amore libras centum septem Janue. Renuncians exceptioni dicte pecunie ex causa non habite, non recepte, non numerate et omni juri. Quas libras centum septem Janue, vel totidem eiusdem monete pro ipsis, convenio et promitto tibi solemni stipulatione reddere et restituere tibi aut tuo certo nuncio per me vel meum nuncium usque ad menses sex proxime venturos, salvo et reservato, et hoc sane intellecto, quod si cocha tua de duabus copertis et uno timono, vocata S.Clara que nunc est in portu Janue parata, Deo dante, ire et navigare presentialiter ad Majorichas, iverit et navigaverit recto viagio de portu Janue navigando usque ad Majorichas et ibi applicuerit sana et salva, quod tunc et eo casu sit presens instrumentum cassum et nullius valoris ut si facta non fuisset. Suscipiens in me omnem risicum et periculum dicte quantitatis pecunie quousque dicta cocha aplicuerit Majoricis, navigante recto viagio ut supra. Et etiam si dicta cocha fuerit sana et salva in aliqua parte, usque ad dictos sex menses, sit similiter presens instrumentum cassum et nullius valoris ac si factum non fuisset. Et similiter si dicta cocha mutaverit viagium sit dictum instrumentum cassum et nullius valoris ac si factum non fuisset. In dictum modum et sub dictis conditionibus promitto tibi dictam solutionem facere, alioquin penam dupli dicte quantitatis pecunie tibi stipulanti dare et solvere promitto cum restiutione damnorum et expensarum que propterea fierent vel sustinerentur litis vel extra, ratis manentibus supradictis et sub ypotheca et obligatione bonorum meorum, habitorum vel habendorum. Actum Janue in Banchis in angulo domus Carli et Bonifaci Ususmaris fratrum, anno dom. nat. MCCCXXXXVII ndit. XV secundum cursum Janue, die XXIII Octobris circa vesperas. Testes Nicolaus de Tacio draperius et Johannes de Recho filius Bonanati cives Janue.
1347년 10월 23일.
“신의 이름으로 아멘. 본인 제노바 시민인 조르지오 레온카발로(Giorgio Leccavello, ? ~ ?)는 바르톨로메오(Bartolomeo)의 아들인 그대 바르톨로메오 바쇼(Bartolomeo Basso, ? ~ ?)에 대해서 무상으로 그리고 호의에 기초한 대차에 의해 107 제노바 라리(libra)를 수취하고 소유한 내용을 고백한다. 본인이 소유하지 않았다는 것 수취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불특정한 것이었다는 이유에 의한 동 금액에 대한 모든 법적 항변을 포기한다. 상기의 107 제노바 라리(libra)또는 그것에 상응하는 동 금액은 본인 또는 본인의 지명인에 의해 그대 또는 그대의 명백한 지명인에게 상환, 변제될 것임을 엄숙한 계약으로 합의 약속한다. 그것은 앞으로 개월 이내에 (지불하는 것으로 한다.) (그러나 이하의 조건하에서는) 유보 또는 보류될 것이며 또한 분명히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즉 2층의 갑판과 하나의 키를 갖추어 이미 제노바항에 정박하고 있으며 상기의 마요르카까지 진항 및 항해할 산타 클라라(Santa Clara)라고 불리는 그대의 선박이, 바른 항로로 제노바항에서 마요르카항까지 진항 및 항해하고 무사안전하게 접안했을 때, 그 때와 그 경우에는 본증서는 무효가 되고, 보험계약이 작성되지 않았던 것처럼 효력을 잃는 것으로 한다. 상기 선박이 상기와 같은 바른 항해에 의해 마요르카에 도달하기까지의 상기금액에 대한 일체의 위험과 위험사고는 본인에게 귀속된다. 또한 만약 상기 선박이 상기의 6개월까지 다른 장소에 안전하고 무사하게 도착한 경우에도 본증서는 무효가 되고, 계약이 작성되지 않았던 것과 같이 효력을 잃는다. 또 같은 경우로 만약 상기선박이 항해를 변경한 경우에도 상기 증서는 무효로 그것이 작성되지 않았던 것처럼 효력을 잃는다. 상기의 형식과 조건하에서 본인은 상기의 지불이행을 약속하며, 위반이 있을 경우, 상기금액의 2배 금액을 계약자인 그대에게 건네어 지불할 것을 약속한다. 또한 법내 또는 법외적 소송으로 인한 손실이나 비용 등을 포함하여 변제할 것을 약속한다. 상기 내용의 이행을 위해서 현재 소유하고 있거나, 또한 장래에 소유할 본인의 재산을 책임의 담보로 한다. 제노바의 카를로(Carlo) 및 보니파시오 어스마로(Bonifacio Ususmaro, ? ~ ?) 형제 집의 일부인 은행에서 주 탄생 1347년 제노바력 15년 10월 23일 저녁 무렵 작성됨. 증인, 모직물상 니콜라우스 다 타치오(Nicolaus de Tacio, ? ~ ?)및 제노바인 바르톨로메오(Bonanato)의 아들, 요하네스 다 리코(Johannes de Recho, ? ~ ?)."
출처: 중세 제노바의 해제조건부 보험계약의 재고찰 - 지중해지역연구 제9권 제2호(2007. 10): 65-89.

또한 현대의 지식으로 그것의 경제적인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당장 고대 그리스는 기계식 컴퓨터인 안티키테라 기계를 사용했는데 과학적으로 설계된 기계장치 중 가장 오래된 유물이며 이만큼이나 정교한 시계는 15세기 서양에서 발명되었다. 분석에 의하면 기계적인 정교함과 복잡성은 18세기 수준이다, 또 고대 중국 촉한의 재상 제갈량은 이미 그 시대에 천연가스를 효과적으로 개량하여 사용했으며 기계공학에 능했고 그가 만든 목우유마는 그 엄청난 유용성을 인정받았지만 후대인들도 쉽게 재현하지 못하였다. 이런 정교한 기계를 만든 문명인들 앞에서 평범한 고등학생이 그 시대에서 이보다 더 경제성 있는 기술력을 내밀 가능성은 극히 낮다. 당장 법의학은 송나라때부터 시작되었고 원리는 모를지언정 상처에 대한 지식은 상당했다. 16세기 서양의 삼포제 농법[14]을 하기 전에는 땅을 1/3만큼만 사용하는 돌아가면서 묵혀야 했다. 하지만 조선에서는 동일한 농법이 이미 15세기에 <농사직설>로 소개되었고, 일제감점기까지 유지되었고 변형된 형태가 한철 농사짓고 콩을 심는 것이 아니라 작물 사이에 짓거나[15] 아니면 콩다른 작물을 섞어서 짓는 방식을 유지했다.[16] 기록되기 전에도 이미 농민들이 하고 있었을 테고...[17] 문자를 모르는 농민도 이런 방법으로 지식을 전해고 실험을 했다면 일반인이 지식을 전파하긴 어렵다, 그 시대 농민들은 지금의 농학자들보다야 농작물에 대하서는 모르겠지만 일반인들에서 비해서는 훨씬 방대하고 안정적인 지식을 실험하고 전파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조선왕조실록고구마가 전파된지 이미 30년만에 농민들이 재배하고 있다는 기록을 보자. 농민들은 유용한 방법이 전해지기만 하면 자신들이 실험해서 퍼트린다는 것이다.

4.1. 현대인은 지능이 높은가?


과거의 사람과 현대인들의 지능 수준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18] 총, 균, 쇠에 나오는 일화로 뉴기니 모 부족의 아버지는 석기 시대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다가 갑자기 현대 문명을 맞닥뜨렸고, 그 아들은 비행기 조종사가 된 일화가 있다. 석기 시대 수준의 문명을 가진 인간도 지능 자체에는 현대인과 큰 차이가 없다는 소리다. 다시 말해 현대인 천재론에서 이야기하는 '현대인과 과거인의 차이'란 사회 체계와 교육 수준에 따른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

4.2. 현대 기술의 사용문제

양판소와 라노벨등에서 만연한 현대인 천재론에 입각한 현대 기술사용에는 수많은 모순점들과 오류들이 있다.

일반적인 라노벨 소설등에서 시도하는 소소한 것들, 예를 들어 비누 만들기와 보급 같은 것이 그나마 좀 더 설득력이 있어보이는데 비누를 대량 제작하는 것도 일반 고교생이 하기란 쉬운게 아니다. 비누의 발달사를 보면 니콜라 르블랑의 소금에 황산, 목탄, 석회석을 첨가하여 소다를 분리해내는 르블랑 공정을 거쳐 솔베이 공정으로 가게 되는 등 꽤나 꼬인다. 현대에는 몇백원만 주면 쉽게 얻을 수 있고 온라인에서 수제 비누 제작 키트를 주문하듯이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세계 비누 만들기 같은 맨땅에서 비누 만들기를 하려면 어느 정도 화학에 관련된 과학 지식들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모든 인류가 돌덩어리가 되어 문명이 말 그대로 초토화된 세계관인 닥터 스톤의 경우 고등학생에 불과한 주인공이 오직 자연에서 추출한 물질만으로 비누를 만들어내는데, 비현실적으로 뛰어난 두뇌와 석박사 수준의 과학적 지식을 갖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즉, 가능성은 석박사 수준의 지식이 있다면 어떻게 된다고 쳐도 저 정도로 광범위한 분야에서 석박사급 지식을 가지는 건 만화적 허용.

4.2.1. 더닝 크루거 효과

우선 수박 겉핥기적 지식에 대한 맹신과 과신이 있다.

현대와 같거나 그에 준하는 문명 기반이 없다면, 평범한 학생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아는 지식으로는 현대의 발명품을 자기 손으로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현대와 같은 수준의 문명 기반이 주어져도 그건 마찬가지다. 일개 학생이 재료와 공장과 노동력을 제공할 기반을 구할 수 없기 때문.

실제로 해외의 한 연구 사례에서는, 변기의 작동법이나 지퍼의 작동 원리같은 실생활에 있어 아주 보편적이며 단순한 물품들에 대해서도 '대강 잘 알고 있다'는 대답이 과반을 차지한 데에 반해 실제로 제품 원리의 설명을 요구하는 단계에서 알맞은 설명을 한 사람이 10%도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현대인의 더닝 크루거 효과를 지적한 바 있다.


이 영상은 토머스 트웨이트스의 TED 강연 "아무 것도 없이 시작하여 어떻게 토스터를 만들었나". 이 문서에서 다루는 것처럼 중세 세계에 떨어졌다면 물론 귀찮게 만들 BP plc의 PR 담당 직원이나 대학교 학과장도 없으니 더 환경이 나쁜 셈이다. 왜냐하면 대학교 1학년까지 배울 내용은 어떤 학문의 소개나 개론 수준에 머무르고, 실제로 쓰임새가 있는 응용 학문은 대학교 고학년이나 대학원에서 다뤄서다. 한마디로 말해 이 물건이 어떤 물건인지만 알지, 실제 그걸 만들고 운용하는 것은 모른다.

이 문제가 한국 웹툰 닥터앤닥터 육아일기에서 간접적으로 언급된 바 있다. 공학박사인 작가가 박사과정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면서 '자동차를 만들고 싶어 관련학과에 들어간 학생'을 토대로 그린 에피소드인데, 자동차 전문가가 될 꿈에 부푼 어린아이가 전공과정을 밟아가며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브레이크 전문가가 되어가고, 박사 과정에서는 '자동차? 그걸 어떻게 만듬요 ㅋㅋ'라며 해탈해버린다.[19] 이는 산업에서 이루어지는 분업에 대한 이해 부족과 더닝 크루거 효과로 인한 것이다. 특정 물품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제학문적 접근과 메타인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4.2.2. 분업에 대한 인식 부족

현대 사회의 수많은 산업 분야들은 전부 분업화가 이루어져있다. 같은 직무도 혼자서는 다 할 수 없기에 팀단위로 각각 맡은 역할을 수행하고 중간 관리자가 이를 조율하는 식으로 움직인다.

때문에 산업 혁명의 주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분업'이다.

다마스쿠스 강, 일본도의 제련법을 알아서 무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과정을 탐구해 보도록 하자. 이세계 라노벨에서는 대략 이하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이세계로 간 고등학생이 다마스쿠스 강, 일본도의 제련법을 안다.
어떻게 적당한 철광석을 구한다.
다마스쿠스 도검이나 일본도를 만든다.
이세계의 도검과 겨뤄서 이겨 인정을 받는다.
대장장이들에게 제법을 공급하고, 대장장이들이 검을 만들어 공급한다.
수천, 수만의 군대가 고등학생이 고안한 신무기로 무장해 엄청난 활약을 보인다.
이상의 과정에서, 필요한 학문을 고찰해 보기로 한다.
1. 이세계로 간 고등학생이 다마스쿠스 강, 일본도의 제련법을 안다.
일단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다마스쿠스 강이나 일본도의 제조법을 알고 있을 확률은 0에 가깝다. 설령 변태적인 냉병기 밀덕후라거나 공고생이라고 설정한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제조법을 알고 있을 뿐 실제로 검을 만드는 데 필요한 세부적인 지식까지 알고 있을 확률은 매우 낮다.[20]
2. 어떻게 적당한 철광석을 구한다.
지질학, 특히 광물학이 필요하다. 일단 뭐가 철광석인지는 알아야 철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불순물이 많은 철은 매우 비경제적이기 때문에,[21] 순도 높은 고품질 철광석의 매장지를 탐사하기 위해 일단 어디로 가야 할지 알기 위한 지리학, 그리고 후보지들의 광물분포를 알기 위한 지질학 습득이 꼭 필요하다. 다마스쿠스같이 불순물을 활용하는 제법이라면 그 불순물의 함유량도 측정해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채산성 분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채굴의 가능성을 판별하는 광산공학, 재료공학기초, 토목공학기초, 안전공학기초, 인근 산업의 규모와 수준, 인구, 교통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기반지식, 이를 운용할 운영,부기 지식이 필요하다. 게다가 전문가들도 한순간에 망하게 만드는 현장에서 매일 발생하는 리스크관리까지.. 이쯤되면 작은 산업이 아니다.[22] 국가나 영주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지휘할 명성과 지위를 기본으로 갖추고 해당 시대와 국가의 투자유치, 공문서 작성 요령을 최상급으로 연마해야 계획이라도 수립할 수 있다. 어떻게든 요구되는 철광석의 성분만이라도 알거나, 만약에 야금학에 빠삭하다면 차라리 아직 칼이 되지 않은 주조 실습용 강판 같은 것을 구해 재처리하거나, 아니면 누군가에게서 철광석을 직접, 마찬가지로 광산에서 직접 철을 채굴하는 것보다는 그 시대 전문가들에게 '구매'를 하는 게 훨씬 빠르고 현실적이다. 일단은 아무리 판타지 세계관이라도 철 정도는 있을 것인데다, 돈만 있으면 구할 수 있다고 넘어가더라도 아직 문제는 많이 남았다.
3. 다마스쿠스 도검이나 일본도를 만든다.
알파이자 오메가인 야금학이 필요하다. 철광석의 품질이 아무리 좋아도 정련을 위시한 야금술이 개판이면 토법고로에서 나올 법한 똥철이 된다. 야금학이라고 뭉뚱그렸지만, 실질적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화학재료공학[23], 역학[24]이 필수적이다. 지금 현재 제철소에서 양질의 철을 만들고 양산하는 작업도 고도의 기술력과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4. 이세계의 도검과 겨뤄서 이겨 인정을 받는다.
무기의 품질도 승패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이긴 하지만, 칼과 총 정도로 압도적인 차이가 있지 않은 이상 무기의 질이 떨어진다고 해도 개인의 전투경험과 무술, 전술로 충분히 그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
5. 대장장이들에게 제법을 공급하고, 대장장이들이 검을 만들어 공급한다.
편하게 대장간에서 만드는 과정에도 통계학, 규격화, 경영학이 절실히 필요해서 피할 수가 없다. 통계학은 불량률의 관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규격화는 여러 사람의 대장장이들이 최대한 비슷한 품질의 결과물을 만들도록 유지하는 것에 필요하다. 통계학이야 그렇다 쳐도, 규격화가 정말 어려울 것이다. 현대에도 야드파운드법 때문에 골머리를 꽤나 썩는다. 샘플이 만들어졌다고해도 연구용 제품과 양산화는 전혀 다르다. 역시 양산화를 위한 기술 및 수율분석이 필요하다.[25]
6. 수천, 수만의 군대가 고등학생이 고안한 신무기로 무장해 엄청난 활약을 보인다.
대량생산과 관련된 모든 학문들이 필요하다. 인건비, 보급률 등과 관련된 경제학, 경영학이 필요하게 된다. 물론 저걸로 잘 싸워서 잘 이겨야 홍보가 되므로 군사학 또한 중요하다.

단순히 칼 하나 보급하는 것만 해도 많은 분야의 학문이 필요한 것을 알 수 있다.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페트병 하나를 봐도 명확한 일이다. 석유를 가지고 페트병을 위시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든다는 거야 상식이지만, 원유 한 드럼이 주어졌을 때, 규격화된 페트병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자원의 채굴부터 순도관리, 물품 제작 등 모든 과정에서 다양한 학문이 필요한데, 고등학생은 물론이거니와 학부생 레벨조차도 이러한 능력들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심지어 현역 이공계 박사, 교수 레벨을 데려다 놓아도, 현대적인 연구실과 기자재가 없다면 '이 광석에 무슨 광물이 있는지 아세요?' 같은 간단해보이는 질문조차 대답하지 못할 것이며, 학문간 분업화가 첨예화 된 현대에는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대체역사물과 전생물의 현대기술을 이용한 라노벨, 양판소의 경우 현실성이 떨어진다. 하나씩만 전문적으로 맡아도 버거운 기술과 산업 지식들을 혼자서 모두 알고 있고 이를 실제로 구현해내는 것이기 때문. 그나마 현실성이 있게 하려고 주변에 있는 기술자의 도움의 받았다 식으로 땡처리하는데 기술을 전수한다는 게 그렇게 쉬운게 아니다. 실제로 기술을 활용하던 사람이 기술을 전수해주고 이를 배운 사람이 자신이 배운 기술을 실제 산업에 접목시켜 제품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각종 시행착오들을 일일이 잡아줘야 한다. 암묵지 때문.

여담으로 이 대답 또한 현대 일반인 정보오류의 표본인데 다마스쿠스 칼은 다마스커스 지역에서 나오는 강으로 재련한 칼을 의미하므로 과거로 가서 해당 지역의 금속을 얻어 올 수가 없다면 단순히 모양만 비슷한 패턴-웰디드 강을 만들 수 있을 뿐더러 다마스쿠스칼은 만들 수 없다. 다마스쿠스 칼이란 말이 붙은 것은 특별한 제련법이라서가 아니라 해당 지역의 양질의 철과 그속의 독특한 불순물 분포에서 얻어진 칼을 일컷는 말이라는 게 학계의 의견이다. 또한 당시의 정확한 재련법이나 이를 확인할 샘플이 없는 관계로 모든게 추측이며 중세기준으로도 엄청난 테크놀로지의 칼도 아니므로 굳이 재현할 이유도 없다.[26] 이처럼 현대인이 과거로 가서 뭘 한다고 해 경영이나 통치를 맡기면 전제부터 잘못된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바다에서 수영도 안해본 현대인에게 범선의 키를 맡긴 꼴...

4.2.3. 다른 분야들의 중요성 간과

다소 희화화 되었으나, 어떤 재화의 보급에는 '설득'이 필수이며, 현대에 광고가 범람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가 않다. 당신이 기존 검에 비해 약 20% 좋은 도검을 만들었다고 가정하였을 때, 그걸 본 권력자나 투자자들이 '값은 훨씬 비싼데 성능상 고작 20% 정도 더 좋다면[27] 그냥 더 싼 것을 그냥 많이 만들어 물량전으로 가는 게 좋지 않아?'라고 반론할 수 있다. 이를 논리적으로 설득하지 못한다면 대량 보급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이러한 기회비용의 논리는 현대에도 칼같이 적용되며, 이를 대표하는 말이 주변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가성비'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PzH2000 자주포가 있는데, 개발된 시점은 물론이거니와 2024년까지도 최고 품질, 성능의 자주포로 이름높은 병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무기시장에 PzH2000보다 성능은 약간 열세이지만 3, 4배 이상 저렴한 가격을 가지는 K-9 자주포가 등장하면서 순식간에 찬밥신세가 되었다. 물론, 단순히 군사부문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신기술의 보급은 바로 일어나지 않는다. 점진적으로 보급이 되는 게 대부분이다. 인텔 12세대가 나온 2022년 기준으로 아직도 10년전 인텔 2세대 샌디브릿지 CPU는 산업용으로 쓰이는 중이다. 기술의 보급은 발명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아주 결정적이고 획기적인데다 뛰어난 발명품이 아니라면[28] 결국 영업이 중요하게 작동한다. 노스롭 스캔들, 록히드 사건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세계적으로 외계인 고문을 한다며 이름난 군수산업체조차 자기 무기를 팔기 위해 비자금을 퍼붓고 전방위적 로비를 벌이는 것이 일상이다. 즉, 영업에는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는 철학, 심리학 따위의 인문학, 설득과 말빨에 크게 영향을 주는 논리학, 화술, 인맥이 필요하다. 단순히 생산기술만 있다 해서 끝이 아니다. 고대 시절에 권력을 쥔 대장장이 계층은 히타이트의 예에서처럼 스스로에 불, 탄생과 관련된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해서 신관 계급을 겸해 스스로를 보호했고, 그런 정치적인 술수를 쓸 수 없는 평범한 대장장이들은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권력자에 의해 불구가 되어 권력자의 도구가 되는 일이 잦았다. 생산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사회와 집단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집단, 그리고 사회와 집단을 이끄는 지도층과 유력자들을 설득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외교 면에서도 설득이 중요하다. 외국과의 의식주에 필요한 지식을 주고받으려면 옛날에는 몸으로 직접 뛰어가면서 사관처럼 제대로 기억하고, 기록하고, 정리해야 한다. 과거인의 수많은 설득 덕분에 현대인이 있는 것이다.

4.3. 경제성 문제

만일 어떤 개인이 고도의 발명품을 만들 기술이 있더라도, 경제력이 낮은 사회에서는 단순한 사치품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전근대의 농경 문명에서는 남는 식량을 판매하더라도 생필품인 식량의 특성상 금세 과잉공급되어 값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식량이 늘었다고 밥을 네끼 먹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풍년이 되어 큰 수확을 거두면 막연히 농부들에게 이득일거 같지만 실제로는 그보다도 떨어진 식량가로 인해 이득을 얻긴커녕 손해를 봤다. 때문에 이들은 돈을 버는 것을 언제 등락할지 모를 식량가에 의존하고 있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돈을 주고 구매하기보다는 직접 만들어 자급자족하는 것이 합리적인 생활방식이었다. 시간이 남아도는 겨울을 보내기에 탁월한 선택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이들을 상대로 현대의 물건을 장사하는 것은 바보짓에 가깝다. 애초에 돈을 못 벌어서 구매력 자체도 극히 적고, 결정적으로 웬만한건 본인들이 직접 만들어서 구매의지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29]

산업화로 인해서 바뀐 것이라 하면 단순히 인류의 경제력과 생활수준을 폭발적으로 늘려놓은 것도 있지만, 노동자들의 자급자족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 제일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스스로 식량을 생산할 수 없으니 급료를 통해 식량을 구매한다. 만약 그러고도 돈이 남는다면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이나 갖고 싶은 물건을 살 수 있다. 그럼 자신이 옷을 직접 만드는 것보다 공장에서 일해서 받은 돈으로 옷을 사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구매력이 생겨나고 노동자들이 구매한 물건은 공장들의 수익이 되어 더 많은 공장을 짓거나 노동자들의 월급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다른 제약은 무시한 채 맨 땅에서 현대 물건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해도 구매력이 극히 모자란 농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세계 환경에서는 사줄 사람이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많은 양판소들에서는 이 문제를 충분한 경제력을 지닌 귀족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것으로 해결하곤 한다. 일단 어떻게든 고객을 확보하긴 했으니 다른 문제를 생각해보자.

현대의 숙련한 전문가(혹은 기술자, 노동자)가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현대의 물건을 이세계에서 재현할 의식주를 예로 들어보자.

의 경우는 제아무리 유능한 건축가라 해도 못 만든다. 애초에 집이 마인크래프트처럼 건축가 혼자서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소재(재료)의 문제, 도구의 문제, 인력의 문제가 있다. 마인크래프트야 게임이니까 재료로 쓸 수 있는 자원과 도구, 집을 짓는데 필요한 숙련기능 등이 플레이어에게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지, 현실은 당연히 그렇지 못하다. 현대와 같이 대량으로 찍어내기 위해선 기계의 힘이나 그만큼의 인간의 힘이 들어간다. 거기에 재료 수급부터 문제인데 각 재료의 균질화와 규격화가 건축물을 빨리 짓는 중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철근의 성분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삼풍백화점 꼴이 난다. 하다못해 가마에서 일일이 가열과정을 거치는 콘크리트 원재료인 석회석도 현대식 공정이 아니면 수분 함량과 질이 제각각이라 생산 분량마다 샘플을 만드고 굳히는 방식으로 재야 한다. 기적적으로 혼자서 아파트를 만들어도 거기에 몇 명이나 살까? 그리고 아파트 짓기보다 더 큰 문제는 유지보수다. 10층 아파트에 엘리베이터가 없고, 물과 전기도 안 들어온다면?

목수가 가서 그 시대에 알맞은 집을 건축할 수는 있지만, 그만한 집을 만들 사람은 지천에 널렸다. 게다가 그 시대에는 인구가 적고 잘 늘지도 않는다. 단적으로 로마 시대에 이미 8층 아파트가 있었는데, 더 높이 올릴 기술이 있었음에도[30]20층까지도 올릴 수 있었다.] 부실공사의 위험성과 엘리베이터와 같은 수직 이동 기술의 부재를 이유로 8층을 넘어가는 아파트는 법적으로 건설을 못했다. 현대의 숙련한 석공도 과거에 돌아가면 뉴비 취급 받을 가능성이 높다. 석굴암이나 불국사와 같은 복잡한 원리들이 들어가있는 역사적이며 거대한 유적을 원시적인 도구만 동원해서 만들 사람이 현대에 몇일지 생각하자. 한옥 같은 전근대 건축물조차 대목수는 목재를 치목하여 집의 골조를 짜는 일을 주로 담당했지, 집이 세워질 기단부 및 돌담 등은 석공이, 지붕에 기와를 얹는 일은 와공이, 흙을 바르는 일은 토수 곧 미장공이, 문살이나 창살, 마루 등을 짜는 건 소목수가 각각 분담하는 등 분업화가 이루어져 있었다.

음식의 경우, 요리사가 간다고 생각하면 대성해서 귀족이나 왕실의 요리사가 되지 않는 이상 요리만 해서는 살 길이 없다. 간단한 음식인 계란 프라이부터 봐도 쓰는 도구로는 통(소금), 기름, 프라이팬, 가스렌지[31] 등이 있는데 중세 시대에 이런 게 있을 리가 없으니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 실제 요리사라 해도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더 많은 변수 때문에 요리를 망칠지 모를 일이다. 어찌어찌 잘 쓰더라도 요리 재료가 턱없이 모자라다. 오늘날의 레시피에 자주 응용하는 향신료는 정말 최근에 들어왔다. 후추 하나 수입하려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생각해 보자. 차라리 후추 몇 통 들고 과거로 가야 더 빨리 성공하겠다.[32]

계란 프라이를 만드는 게 요리사의 자랑일 순 없으니 다른 요리를 생각하자. 도구도 아닌 재료만 조달하고 싶더라도 그 시대에 무리다. 중세 시대에 내륙 지방에서 회를 만들겠는가? 생산력보다 중요한 것이 유통망이다. 간고등어가 왜 안동의 명물인지 생각하자. 회는 그렇더라도 대부분의 요리에서 애로사항이 꽃핀다. 조미료가 금값보다 비싸던 시대인 1200년대 후반, 1300년대 초반 영국에서는 생강 1온스(약 30g)를 새끼양 1마리와 교환했다. 이렇듯 향신료를 시키면 고기는 덤이던 시기가 실재했다. 이런 현실 속에 대항해시대가 나왔으니 결국 시궁창. 따라서 대중적인 요리사로는 절대 성공이 어렵고, 어느 정도 요리 잘한다고 소문이 나면 귀족이나 왕실의 요리사를 할 수도 있겠다는 정도가 한계다. 물론 이렇게 일이 풀리더라도 조악한 재료와 빈약한 장비를 가지고 까다로우신 높으신 분들 입맛을 맞추어야 하니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일 것이다.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 기사를 보면서 생각해 보자.(#)

그리고, 과정을 아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소금을 생산하거나 곡물로 손수 기름(가령 식용유 같은 것)을 짜내는 작업은 엄청나게 고된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33] 하다못해 기름을 짤 수 있는 노동력이 있더라도 곡물을 대량으로 찧을 수 있는 시설인 물레방앗간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있는가? 따라서 대량으로 양질의 소금이나 기름을 짤 수 있고 방앗간을 지을 수 있는 능력만 있어도 유능한 기술자로 먹고 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수도 있다. 옛날에는 식용유나 유채기름 같은 것도 당연히 고된 노동력으로 만드는 최고급 식재료나 다름이 없었다. 게다가, 소금은 고대시대 때 병사들에게 월급을 주는 화폐로도 사용했다. 그 증거로 봉급(Salary)의 어원이 소금(Salt)라는 것. 그만큼 소금이나 기름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 시대에서는 당연히 부자나 다름없다.[34]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네덜란드처럼 튤립을 재배해서 한 몫 거대하게 챙길수도 있다! 비트코인? 게다가 이런 전략물자의 생산과 유통권은 고대로부터 권력자가 틀어쥐고 있었기에, 멋모르고 사적으로 대량 양산을 시도한다면 당장에 반란음모자로 색출되어 목이 날아갈 확률이 높다.

또한 맛의 유무와 상관없이 재료를 잘못 선택하면 종교재판을 만날 수가 있다. 실제로 토마토가 처음 영국으로 건너갔을 때도 성서에 없다며 식용으로 안 먹었으며 미국으로 대규모 이주할 때나 식용으로 썼다. 현대로 비유하자면 쥐의 고기를 기름에 튀겨서 내놓거나 먹을 만한 잡초로 파전 같은 것을 부쳤을 때 손님들이 이걸 알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생각하면 된다. 게다가 중세시대같이 종교의 권위가 막강한 시대에는 파장이 엄청나게 커진다. 이런 경우는 현대에도 있는데 무슬림과 같이 일상생활에서도 종교가 깊숙히 개입하는 경우 그 나라 종교가 지정해 금지한 식재료로 요리하다가 걸리면 바로 신성모독죄다.

21세기인 지금도 이슬람교에서는 할랄이란 종교 의식에 따라 도축한 고기 외의 육류나 돼지고기로 음식을 만들어서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 자체가 최고의 불명예이며 모독이다. 저 종교는 과자에 첨가한 소량의 돼지 유래 첨가물 가지고도 위세척을 한다.

의 경우를 보면, 전문 디자이너가 가도 얼마 못 가서 굶어죽기 십상이다. 전문 디자이너가 그간 쓰던 고급 소재들 말고 합성섬유가 전혀 안들어가는 옷으로 그간 만들던 옷을 똑같이 만들지가 의문이다. 거기에 수요도 정말 위의 요리사와 같이 인간 사치품 신세. 더불어서 옷의 경우에는 유행을 타기 때문에 현대적 감각으로 만든 옷이 상식적으로 인간이 입을 옷이 아니라고 배척받을 일도 많다. 예를 들어, 미니스커트하이힐 차림의 여자가 그 옷차림 그대로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한다고 생각하자. 사람들이 그녀를 어떻게 보겠는가? 또한 문화에 따라 금기시 되는 색깔도 있으니...

현대 기술을 과거에서 구현하는데 성공하고 소비자들이 문화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데도 성공했다 치자. 하지만 실용성 문제가 남아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단순한 형태의 증기기관을 발명했으나,(헤론 문서로.) 노예보다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져서 묻혔다.[35] 또한 북송의 기록 중에는 석탄과 천연가스 사용으로 추정되는 기록도 있으나(심지어 세계사 교과서에도 언급된다), 이것도 경제성 문제로 사장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원나라 때 왕정농서에는 축력이나 수력으로 돌아가는 방적기까지 있었다.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4.4. 낮은 신체, 지식 수준

고대인이라 해서 무식하다고 보면 안 된다. 현대 철학의 기반은 기원전에 이미 제시되었다.

고대 그리스에선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계보를 이어가며 철학이 극히 발달했다. 플라톤의 철학이 현대에 온전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아도, 매우 많은 분야의 효시이며 논리 전개는 정교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논리학의 창시자이며 그가 창안한 분류학의 원리는 현대에도 통용된다.

동양철학 또한 마찬가지로, 중국의 경우 춘추전국시대제자백가로 통칭되는 다양한 학문이 융성했다. 이후 동양사회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법가, 유교, 도가가 이때 나왔다. 인도에서는 불교가 등장했다. 이 모든 일이 기원전의 일이다. 이러한 발달된 철학은 현대인이 봐도 매우매우 어렵고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도 쉽지 않다.

또한 지배계급들은 자신의 권위를 높이고, 통치에 이용하기 위해 이러한 지식들을 열심히 공부해 갈고 닦았다. 인문학적인 분야에서 이들을 말빨로 이기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 과거 학문 분야에서 가장 인재풀이 많고 경쟁이 치열했던 분야가 바로 인문학이다. 서양은 물론이고 동양, 조선만 봐도 거의 모든 양반이 인문학을 평생 공부했으며 그냥 말빨로 싸우는 것은 수준낮다고해서 시문배틀, 도학,성리학을 기초로 하는 고문 배틀을 벌였다. 여기에 더해 상대가 관직자라면 과거시험을 통해 그들조차 이긴 0.1%들이므로 현대의 인문학 교수들 조차 과거로 가서 공부도 없이 바로 이들에게 말빨 배틀이 불가능하고 어릴때부터 수련하지 않아 몇년간 수련을 한다해도 이길 가능성이 낮다. 그나마 승기를 잡으려면 이들이 모르는 서구, 후대 학자들의 성과를 자신의 것인냥 초반에 써먹는 건데 처음엔 학계에 이슈를 낳아 유행을 일으키겠지만 바로 인문계 전체가 학습해 이후 랩배틀에선 털릴 가능성이 높다. 테세우스의 배와 같은 현대에도 통용되는 논리적 모순이 거의 그리스 철학때 정립되었음을 감안하면 기술의 깊이 또한 현대와 다를바 없어서 해당 문명권에서 쓸게 많지 않으니 타대륙의 학문을 중심으로 써야 할텐데 잘못 인용하면 이단 취급당해 매장되거나 사형당할 수 있다. 애초에 현대 인문학자들 중에서 정말 유명한 시문이나 문장 몇개 빼곤 과거의 서적들을 통으로 외우는 사람은 없다. 과거 학자들 처럼 그때 그때 뇌에서 꺼내 마음대로 조립해 쓸수 없다는 뜻.

과학 분야라고 해도 힘든 것이 현대인에게 당연한 문제가 이 시대에서는 전대미문의 난제였으므로 일일이 실증/증명을 해야 하며 이 와중에 상대방의 심기를 건드리는 순간 당신은 뒷감당 걱정부터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지역이나 시대마다 다르고, 천하를 얻는 것에는 무력이 중시되던 풍조가 있었기에 무식한 이들은 정말 너무나도 무식했던 것도 사실이다. 중세 초의 인물인 카롤루스 대제도 까막눈이었고, 로마 붕괴 이후에 (현대인 기준으로) 야만인이었던 게르만족의 준동이 이어진 것과, 중세 초기의 성직자들은 라틴어 성경을 못 읽어서 미사 도중 '그냥 읽었다고 칩시다.' 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만큼 정신문명이 미숙한 사회에서는 육체적인 힘 그 자체가 곧 권력이다. 물론 피지컬 자체는 현대인이 작정하고 트레이닝을 한 상태라면 중세인은 거의 압살하는 수준의 퍼포먼스를 낼 수는 있다.



나름의 과학적인 스포츠 트레이닝 방법론과 굶지 않아도 될 정도의 풍족한 식량, 그리고 지금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고열량 식단이 이미 존재하던 1950~60년대와 21세기 현대를 비교해 봐도 이 정도의 황당한 차이를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중세의 기사들 역시 평생을 전투 훈련을 하며 생활하던 집단이라고는 하지만 이 훈련이라는 걸 현대적 훈련과 비교하는 것은 약간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중세의 수준 높은 기사라고 해도 당시의 영양학적 지식, 식단의 제한성, 훈련법의 수준 등등을 고려하면 현대의 해군 특수전전단이나 육군특수전사령부 소속 요원들의 신체적 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힘들다. 흔하디 흔한 일반 보병사단의 징집병으로 이루어진 수색대기동대, 혹은 특공여단 정도의 인력들에게도 우위를 장담하기 어려운 수준일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기사가 당시 귀족층이 많은 최강의 전투집단이었다고 해도 당시 사회 전체의 영양상태, 의학, 스포츠 과학 등의 지식을 고려해야 하는, 현대에 비하면 하향평준화를 고려할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당장 평균 신장만 고려해도 현대인이 중세인에 비해 월등히 크다.

다만 이부분에 대해선 지역과 시기에 따라 많은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당장 많이 착각하는 영양과 건강상태에 대해서 중세, 심지어 기원전 시대 사람들도 부유한 지중해 지역 국가인들은 현대인들보다 영양상태가 좋았다고 분석하는 학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상태 또한 40대 이상에선 많은 차이를 보이나 그 이하에선 현대인과 딱히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평균 체력은 왕족이 아닌 이상[36] 몸 쓰는 일이 일상이었던 중세인들의 평균이 현대인을 훨씬 웃돈다.

그 외 냉병기, 근접 전투부분에서는 과거인들의 수준을 평가할 객관적 자료가 없어서 평가할 수가 없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의 무기술과 맨손격투술은 대부분 실전되었으며 근대 200년간 빈약한 글이나 그림 몇 장에 기반해 대부분 상상으로 복원 혹은 재창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원전부터 인류는 수천년간 전쟁과 전투를 하루도 쉬지 않고 하며 살았다는 역사를 돌이켜 볼때 이들의 살인, 전투술이 현대보다 뒤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며 그렇게 생각하는 학자도 거의 없다. 단지 현대인들은 과학의 발전을 통해 평균적인 신체능력 수준에선 앞서겠지만 그 외에 여러가지로 고려할 것이 있을 것이다.

본격적인 냉병기 전투를 가정한다면 실제로 사람을 죽이며 실전으로 다져진 검술가를 현대인이 상대하기엔 부족한 요소들이 많을 수 있다. 현대인이 중세 기사를 냉병기 싸움에서 확실하게 앞설 수 있는 시나리오는 사실 딱 하나만 존재한다. 동서고금의 무술과 실제 실전 사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정립된 군용 나이프 파이팅등의 실전 무술을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엘리트급 특수부대 출신이 똑같이 갑옷을 입지 않고 나이프 정도의 무기나 들고 있는 기사를 상대하는 상황인데, 당연하게도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아니다. 전쟁은 갑옷을 입고 장검을 들고 하는데다 기마술까지 필요하니까.[37]

현대의 특수부대는 민간인이나 일반 정규군 기준에서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것이 특수부대원의 신체능력이 더 좋아서 가능하다고 설명하는 것은 매우 부족한 분석일 수 있다. 현대의 특수부대는 강력한 화력을 내는 소화기 및 폭발물과 정교한 작전 수행에 크게 도움을 주는 통신장비 및 정보자산을 바탕으로 작전을 구사하며, 정규군보다 장비가 열악한 특수부대는 없다. 중세에 간다면 이러한 것들이 모두 없다고 봐야 한다. 물론 현 특수부대원들이 과거 중세 기사나 전략가에 비해 암살, 침투, 기타 특수전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겠지만, 결국 기반이 없으니 상당부분의 지식은 쓸모가 없어지는 셈이며 오히려 핸디캡을 안고 전투를 벌이게 되는 것이다.

현대에서 검술 등 무술을 배운 사람이라 해도 기사에겐 불리하다. 현대무술은 대부분 스포츠화가 되어있다. 현대 국가의 군사 교리는 철저히 화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냉병기는 화기가 전부 고갈된 특수한 상황에서나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냉병기를 이용한 무술은 일반적인 군사 교리에서 사실상 퇴출된 지 오래며, 그나마 남은 총검술도 실전목적의 훈련이라기보다는 제식훈련의 성격이 강하다.

어차피 현대전에서 쓰이지 않기에 냉병기에 관련한 무술은 실전성보다는 심신수련의 스포츠로 탈바꿈한 경우가 많다. 이 지식을 바로 냉병기 실전에서 쓰긴 힘들다. 특히 아무리 훈련을 거듭해서 무술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사람을 죽이기 위해 힘을 사용한다는 것과 상대 또한 나를 죽이려고 덤벼든다는 상황 자체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끼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검도나 복원된 서양 검술 등을 수련함으로 얻는 이점도 분명히 있는데 발달된 훈련장비 덕분에 부상의 위험이 거의 없고 그래서 중세 시대에는 너무 위험해서 실전과 같은 힘과 속도로 연습하기 힘든 기술들을 현대 스포츠 무술들은 대련에서 실전 상황과 같은 방식으로 무제한으로 연습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죽도라는 훈련도구 자체가 처음에는 실전에 대응 가능한 수준까지 검술가를 키워내는 교육 커리큘럼 과정을 위해 만들어졌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검도의 모태가 된 실전 검술 북진일도류의 기술체계 역시 여전히 많은 부분이 살아남아 있기도 하다. 당연하게도 검도의 첫 교육자들은 다름아닌 북진일도류 전승자들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도는 실전 검술을 흉내내서 만든 무술이 아니라 실전 검술가들이 직접 전수한, 그리고 한동안 계속 실전검술의 포지션을 차지했던 무술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현대 스포츠 검술은 실전에 바로 투입하긴 힘들지만 적응기간을 거친다면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밑거름 정도는 될 수 있다. 애초에 근현대 무술 자체가 과학을 바탕으로 실전 무술가들이 만들기도 했으며 과거에는 귀족들이 더 강했고 평민들은 귀족들을 모방하지 않으면 우스꽝스러운 수준이었다. 당연하게도 그런 기술이 큰 가치를 지녔던 시절에는 귀족과 특수한 지위에 있던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자기들끼리만 기술을 공유하였으며 따라서 대부분 평민들을 상대로는 일부 귀족들의 기술까지 흡수한 현대 무술이 더 강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검도에도 일부 사무라이들의 기술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기술들은 그 당시에 매우 위력적이었다. 물론 스포츠[38]로만 배워서 이런 기술들을 배우지 못하였다면 현대인이 불리할 것이다. 물론 과거 평민들은 문맹은 기본이고 팔자걸음처럼 걷는 법도 제대로 몰라서 우리나라처럼 징병제의 교육적 효과가 상당히 있었다고 주장되는 수준이라 상대하기 쉬웠다.[39] 근대의 미국에서도 자유권이 없는 피지배층은 생각 이상으로 처참해서 근대의 학교는 대부분 공부가 목적[40]이 아니라 문제도 쉬웠고 교양인 수준이면 쉽게 졸업이 가능했다. 대신 미국 명문가 후손들이 일반인들보다 공부를 상당히 잘 해도 학력이 의외로 낮은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면에서는 졸업하기가 현대의 학교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41][42]

그나마 격투술은 체력단련의 목적이라도 있고, 강한 상업성으로 인해 현대 스포츠과학의 총애를 입어 극히 발달한 것이 사실이지만, 현대에서 냉병기 전투 기술이 쓸모가 없는 것처럼 중세에도 맨손 싸움을 잘 하면 나쁠 것이야 없겠지만 전쟁은 칼을 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맨손격투의 실용성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전투가 진흙탕 싸움으로 들어가 유술로 승부를 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중세인들은 이런 상황에 특화된 독특한 유술을 연습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현대 유술의 우위를 무조건 장담하기는 어렵다. 이를테면 맨손 격투 상황에서는 너무 이상하게 보이는 대동류 합기유술이나 아이키도 같은 유술이 서로가 칼을 잡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두각을 나타내는 그런 상황을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다.

다만 현대인이 기초 신체능력과 맨손격투 능력이 우수한 인재이고 자신의 강함의 이유를 설명해낼 수 있다면 반드시 전투에 나가지 않더라도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바로 귀족, 기사나 에스콰이어들을 위한 피트니스 트레이너가 되는 것이다. 중세 수준의 사회라고 해도 기사들은 기초 체력이 전쟁터에서의 죽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고 맨손격투술, 또는 강한 근력 그 자체 역시 마냥 등한시 할 수는 없는 영역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리고 현대의 의학, 스포츠 과학으로 정립된 근육 트레이닝은 방법도 모른 채 맨 땅에 헤딩하듯 긴 시간에 걸쳐 신체 단련을 하는 게 보통이던 중세 시기에는 마법같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43] 이 능력을 비교적 단기간에, 부상 위험 없이 효율적으로 향상시켜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거금을 들고 가서라도 그에게 찾아가 배울 수밖에 없다. 이세계인들에게는 거의 마법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현대적 스포츠 트레이닝을 기사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아마 생계를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격투가나 트레이닝 방법을 제대로 꿰고 있는 보디빌더는 이미 전문직의 영역이기 때문에, 이 쯤 되면 평균적인 현대인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꼭 이렇게 좋게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왜냐면 과거의 트레이닝이 무지몽매 했을 것이란 추측은 비전문가들의 상상일 뿐 학자들은 과거에도 꽤나 (경험)과학적인 수련과 식단을 구성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식단은 현대에 모자르지 않고 수련 또한 종류가 많지 않을 뿐이지 필요한 수련은 모두 있었다. 과거의 레슬링만 봐도 현대의 레슬링 수련과 다르지 않은데 기술 수행력(힘)과 운동신경을 기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레슬링 대련이며 이건 모든 그래플링 종목의 공통점이다. 하루종일 레슬링 수련 후 저녁에 부족한 근력을 기르기 위해 헬스트레이닝을 할뿐 근육트레이닝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이미 대련자체가 근육을 극한까지 몰아붙인다. 부족한 근육단련도 과거엔 이를 도끼질이나 중량운동등으로 대체 했다. 따라서 지금의 트레이너가 과거로 가면 회복의 중요성을 피로하거나 잔근육의 발달 같은 미적인 외관(보디빌딩)을 키우는데 일조는 할지언정 과거의 수련자들이 마법같이 느낄만한 무언가는 없다. 그리고 현대의 트레이너도 스테로이드,제니칼등의 약들이 없으면 현대 보디빌딩의 마법같은 몸은 만들수 없다. 현대 트레이닝의 개념과 근거를 어찌어찌 설득할 수만 있다면 현대적 운동기구를 만들어서 파는 것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피트니스 강사가 되는 것이 현실적이다. 왜냐면 과거에도 유럽에선 날씬한 근육질 몸매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특히 남창들이).

기술 분야도 만만치 않다. 가령 견고한 석조 건물을 만들려면 상당한 수학 지식이 필요하다. 중세 건물만 하더라도 대충 척척 쌓아 만들지는 않았다. 중세 공업 종사자는 당대에도 나름 지식계층이었다. 어줍잖은 지식을 이들에게 피력했다가는 제대로 수모를 당하고 살 것이다.

일반 백성들의 경우 기본적인 교육조차 받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당장 일제강점기 당시에도 문맹률은 높았고, 2021년 기준의 현대 한국에도 무학력자가 있다. 그래도 문명발달이 이루어져 있고 공동체 생활 등을 하기에 최소한의 경험적 지식은 가지고 있다.

가령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사례가 있는데, 이 사람은 당대 일본권력인 관백에 오르고 나서도 까막눈이었다. 그렇다고 이 사람이 무식했냐 하면 그렇지 않다. 당대 괴짜 중의 괴짜로 통하던 오다 노부나가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다이묘(성주, 태수)까지 된 사람이다. 시대를 잘못 만나 농가에서 흙이나 까고 있을 뿐, 농민 데니스같은 고수가 실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농사가 싫거나 정말 힘든 사람들은 도시로 도망가거나 극단적인 경우 와트 타일러의 난 같이 반란을 일으키는 등 먹고 살려고 몸부림치며 살아갔다. 이런 사람들에게 어줍잖은 지식을 피력했다가는 다른 방식으로 위협을 받을 것이다.

게다가 전근대 사회에서 사람들의 관념과 행동 양식은 지금과는 매우 다르다. 양판소 등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히 그 시대의 사람들이 현대인과 유사한 관념과 행위 양식을 보인다. 이는 어디까지나 현대 시장 경제체제 하에서의 인간 행동의 동기를 설명할 수 있는 경우다. 경제학에서는 인간 행위의 기본 양식을 '이익 극대화(Profit maximizing)'라고 가정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19세기 이후 자본주의 체제가 확립된 시장경제 체제에서만 한정적으로 옳은 가정이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시간은 비 시장경제 혹은 전 시장경제 체제였으며 이 경우 인간의 행위 양식은 이익 극대화로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칼 폴라니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비 시장경제 혹은 전 시장경제에 적용하는 것은 몰역사적 접근법이라고 비판하였다. 인간 역사를 전체적으로 고찰해서 볼 때 인간 행위의 동기는 '이익 극대화'도 있지만 '위험 회피(Risk aversion)'일 수도 있다. 특히나 전근대 사회에서는 위험 회피가 더 강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사회안전망이 존재하는 현대와 다르게 그 때는 위험을 회피 못해서 잘못 하면 그대로 사망하기 때문이다. 이는 생산물의 생산주기와도 관련있는데, 산업 사회에서는 공산품의 생산주기가 짧기 때문에 이익 극대화에 따라 행동하더라도 위험을 예측하기 쉽고 대비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농업사회에서는 생산 주기가 1년이고 생산력을 농업에 대부분 기대고 있는 상황에서 잘못해서 쪽박이라도 나면 그대로 굶어 죽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전근대 사회의 인간의 행위 양식은 위험 회피에 가까웠으며 상업을 시도하려해도 지금 현대인으로서는 당연히 여기는 것이 그곳에서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단 당장 현대 대한민국만 해도 3D 산업 현장의 상당히 저조한 산재보장,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하고 비합리적인 근로환경으로 인해 차라리 가난하게 사는 게 죽는 것 보다 나아 청년들이 취업을 기피하는데 현대 한국보다 사회 안전망이 열약한 중세시대에 이익 극대화를 바라는 건 무리수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의 일부 사람들은 용병단에 들어가거나 배를 타고 인도나 대서양으로 목숨 걸고 항해를 하는 식으로 인생역전을 노렸고 태종 무열왕, 구스타브 2세 아돌프, 알브레히트 폰 발렌슈타인, 프리드리히 대왕,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처럼 도박에 가까운 국가 운영으로 커다란 이익을 얻는 군주들도 존재했다. 즉 극단적인 위험회피를 추구하는 다수의 사람들과 어이가 없을 정도로 너무 큰 위험에 몸을 맡기는 소수의 사람들이 공존하던 시대였다는 것이다. 이익 극대화를 이런 세상에서도 추구하겠다면 결국 이런 종류의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야 하지만 목숨이 남아나질 않을 정도의 정신나간 위험성에 같이 올라타는 각오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까놓고 구체적인 사실을 말하자면 학문은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힌 이후부터는 과거의 천재들 실력이 지금도 사기적이다. 과거 올림픽 체육 실력을 절대적 기준에서 보면 지금은 평범한 사람들도 현대적 훈련[44]만 받으면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만 비유클리드 기하학 같은 학문은 평범한 사람들이 정말 많이 노력해야 한다.[45] 학문은 현대적 공부법을 동원한다고 쳐도 공정 조건에서는 평범한 재능으로는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애초에 지금도 과거에 결론을 내고 이미 증명한 지식과 답들을 미리 알고, 외우고 시작하니까 그나마 익히는 것이지, 현대의 증명된 지식이나 답들을 알려주지 않고 과거 천재랑 동등한 조건에서 해보라고 하면 해낼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막말로 평범한 이과 고등학생이 17세기로 가서 학문으로 성공할 확률보다, 17세기에 활약했던 천재 아이작 뉴턴이 21세기로 건너와서 학문으로 성공할 확률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을 것이다.

엄청난 실력의 암기왕이라면 과거로 가서 천재인 척을 하기 쉽겠지만 암기로 때울 수 없을 상황이 오면 망한다. 고로 현대인이 더 천재라 세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은 완전한 망상이다. 현대인이 가서 과거 세계를 머리로만 좌지우지하려면 그 현대인이 실제로 머리가 아주 좋아야 한다. 사실 과거에는 생각보다 힘을 중요시하던 문명들도 많았고 이게 관점에 따라서는 그 시대에는 충분히 옳은 선택이었다.[46] 유럽도 결투로 재판을 대신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현대인이 암기력으로 전근대인을 이길 수가 없다는데 있다. 현대인에게 있어 지식이란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엄청난 정보가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골라내고 이를 다시 자신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통합해내는 것을 말한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책을 쓰던 시절엔 책에 주석 따윈 달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에 철학책을 쓴다고 하면 관련 문헌 갯수가 기본적으로 세자리수부터 시작한다. 이는 인쇄술의 보급으로 인한 지식의 공급량 증가, 가격 하락에 따른 결과로 여러 문헌을 교차비교하는 발췌독이라고 하는 독서방식도 그 때 이후에나 가능해진 방법인 것이다. 인쇄술 이전의 시대에는 세상에 책이란게 그리 많지 않은지라 학습시간이 길다고 하면 책을 통째로 외워버리는 경우가 많았으며, 조선시대에 어디 가서 선비라고 티라도 내고 다니려면 사서삼경 정도는 머리 속에 내장하고 다녔다.

문자 발명 이전 시대 사람들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위해 더욱 초월적인 암기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문자에 의존하는 세태를 보고 책이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라는 소리를 할 정도였다. 켈트의 바드, 드루이드는 중요 문학 작품과 역사적 지식을 구전으로 전승받았다. 현대에도 문자를 사용하지 않는 일부 격오지 사회에서는 수천종이 넘는 주변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생태와 특징을 전부 암기하는 사람이 드물지 않다. 전통이라서가 아니라 당장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암기력은 인간의 사고능력 중에서는 오히려 극도로 퇴화된 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일예로 중세에도 암기력이 중요했던 재무관 문장관, 종교학자 등의 학자들 암기력을 예로 들면 이들을 암기력으로 이길수 있는 현대인은 극도로 희귀할 것이다. 이 직업들의 대부분이 근대기에 이미 사라져 체감이 잘 안될텐데 그중 드물게 아직도 남아 있는 전통 시험 중에 하나가 역사가 깊은 미얀마의 삼장법사 시험이다. 이 시험 같은 경우 50만명의 승려가 불법을 평생 공부하고 매년 300명씩 도전하고 있음에도 70년간 13명만 합격자를 배출했다. 티벳의 하람빠 시험도 악명이 높았지만 합격자가 너무 적어서 백년전 난이도를 대폭 낮추었다고 한다. 상징적 시험인 삼장법사 시험과 달리 하람빠 게세는 교단을 이끌 실무자를 뽑는 고시에 가까운 시험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도 연간 합격자가 10명 내외에 불과하다. 이들 시험이 여러기준으로 만들어지지만 오래된 인문계 시험답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암기력이며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들로 꼽힌다.

게다가 과거엔 컴퓨터나 녹음기, 책으로 공부하지 않고 경전에서 강주(교사직)승려가 암송하면 그 자리에서 듣고 외워서 시험을 준비했었다. 책이 비싸던 시절인데다 성전 일부는 석판에 세겨져 있어 불법(佛法) 강의들으며 몇번 듣고 외우거나 집에와서 노트에 필사할 암기력이 없으면 평생을 준비해도 응시조차 할 수가 없었다. 책으로 된것도 2000쪽이나 되는 장서라 남의 책을 어찌어찌 빌려와도 필사하는데만 년 단위의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미얀마 승려들의 평균 시험준비 기간은 23년이라고 한다)

4.5. 기초 의료 및 생물학적 지식 문제

과거로 돌아갈 현대인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아마 과거로 넘어간 현대인의 태반은 이 문제로 사망할 확률이 높다. 일단 천연두부터 시작해서 현대에 없는 질병, 과거엔 없던 질병등으로 서로가 고생할 텐데, 쪽수가 적은, 과거로 간 현대인 숙주가 먼저 죽는다.

단순하게 길을 가다가 넘어진 상처도 현대에는 소독약으로 소독한 다음 피부에 깨끗한 밴드나 거즈를 붙여서 2차 감염을 막는다. 거기에 상처가 크다면 항생물질로 치료도 하는데 이쯤해도 가끔 상처가 덧나는 때가 있다.

하지만 중세 시대라면?[47] 긁힌 상처가 났다면 여러분의 소독을 책임질만한 것은 독한 증류주나 끓인 물 뿐이다. 위생적인 밴드나 거즈? 그나마 부드러운 옷감을 가져다가 삶아서 만들어야 한다. 이런 고생을 했는데도 세균감염이 생긴다면? 여러분의 목숨을 보장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연조직염이라도 걸린다면 감염부위 살점을 모두 도려낸 다음 다시금 감염이 없게 해달라고 기도라도 드리자. 게다가 그 당시의 의사들은 19세기 말까지 손 씻기조차 거부하여[48] 연속적인 감염을 일으켰고, 손씻기와 소독이 보편화하기 전 가장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았던 위인들중 많은 사람은 2차 감염이 부른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물론 이는 아주 잘못인 의학 지식이 의학계 전반을 지배했던 것도 한몫 한다. 사혈 요법이라고 해서 체액의 균형을 맞춘답시고 피를 리터단위로 뽑은 일도 있었고, 무조건 장을 비워야 좋다고 설사약을 먹여댄 때도 있었다. 이쯤이면 치료를 안하는 게 낫다.

루이 파스퇴르가 자연발생설 부정과 세균 이론을 만들기 위해서 벌인 실험과 노력을 생각하다면 이것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짐작갈 것이다. 거기다가 사람들이 파스퇴르의 이론을 조금이라도 믿었던 까닭이 27세에 대학교수를 할 만큼 학식이 뛰어난 사람이라 입증시켜서다. 이런 파스퇴르도 까임을 면치는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별다른 기반도 학식도 못 증명한 사람이 와서 말해봤자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자기 멋대로 의료행위를 했다간 열심히 사람을 치료해놓고 이교도나 악마로 몰려 화형당할 확률이 매우 높다.[49] 애초에 현대에서도 의료면허 없이 이런거 하면 불법이다. 실제로 중세에선 아랍 쪽의 뛰어난 의료서를 읽고 공부한 의사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자기를 치료했다고 환자가 의사를 악마라 매도하는 일도 있었으며, 아예 외국인들이 의료행위를 못하게 금지하는 법률도 만들었다.[50]

거기에 과거라면 현대의 시점에서는 사라져서 현대인은 면역력이 약해진 질병이 많다. 또한 몇 백년쯤 이전의 질병과 현대의 질병은 아예 세대가 달라져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이미 걸린 병인데도 다시 걸릴 수도 있다! 물론 증상은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금과 달리 과거는 사람의 이동이 드무니[51] 일부 지역에 한정한 풍토병이 상당히 강력했는데, 이런 병이면 현지인은 멀쩡하지만 외지인은 진짜 그 지역에 발 들여놓자마자 걸려서 며칠 안에 죽는 일이 흔했다.[52] 다만 이런 지역은 특수한 경우로 드물었다. 애초에 무조건 풍토병에 걸려 죽는다면 상업이나 전쟁 자체가 성립하지 못했으니 당연한 얘기다. 이런 일 때문에 서양의 국가들이 식민지를 세울 때 열대지방에 가까운 지역은 툭하면 돌림병이 돌아서 계속 본국에서 이민자를 잔뜩 보내도 못 감당할 지경이라 사회구조가 극소수의 백인을 빼면 다 현지인인 사례가 많다.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이런 지역에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천연두, 페스트, 성홍열 같은 것에 동시다발적으로 한꺼번에 걸리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또한 이런 풍토병에서 우연히 현대인이 살아 남을 수 있더라도 질병과 싸우느라 끙끙대고 있을 때 이미 현지 주민들이 외지인의 전염병을 우려해 마을에서 쫒아내 길에서 객사시킬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 흔하게 벌어진일인데 침대에서 간호 받으며 분투해도 살까 말까한데 마을 밖에서 추위와 비를 맞으면 현대인이 풍토병을 극복할 가능성은 한없이 작아진다.

물론 반대로 현대인이 과거에 간다면 세균 폭탄이 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굳이 따지자면 이쪽이 훨씬 위험하다. 선진국의 국민이 가진 많은 세균은 그 많은 항생제의 공격을 피해 낸 생존의 전문가들이며 중, 근대의 세균과 비교했을 때 수백년 이상의 진화를 겪어왔다. 현대의 세균은 확실히 과거로 돌아가면 강력한 변수를 창출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과거의 세균은 대부분 현대인들이 알지만 그 역은 당연히 성립할 수가 없다. 과거 항생제도 없는 시절에 현대의 항생제와 면역체계를 버텨낸 내성을 가진 세균이 퍼진다면? 단순한 감기 바이러스가 흑사병급의 대참사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대인이 떨어진 지역에 천연두, 흑사병 같은 치명적 질환이 없다면 말이다.[53] 설사 현대인의 질병때문에 대참사까진 안일으키더라도 몇가구의 이웃에 겪지못한 병을 옮긴것 만으로도 전염병을 가져온 외지인으로 몰려서 주민들에게 돌맞아 죽게 될것이며 이쪽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 왜냐면 역사 속에서 같은 나라 국민들끼리도 타지인 이주/질병 관련해 자주 벌어진 사건이기 때문이다. 근데 아예 이질적인 행보를 보이는 피부색도 다른 현대인이 왔는데 마을에 질병이 돌았다? 멍석말이를 피할 수 없다! 대표 사례로 국내 코로나19 초기.

또한 기생충도 큰 문제가 된다. 과거에는 인분 비료법, 유기물 비료법을 썼으니 현대 화학 농법에선 없는 기생충이 주변에 매우 흔했다. 게다가 정수기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마실 수 있는 식수도 그리 깨끗한 편이 아니고,[54] 농약이나 구충제도 없어 기생충에 감염되면 사실상 안고 사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모든 음식을 끓여먹으면 불완전하게나마 빗겨갈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일단 가열하면 수용성 비타민이 파괴되는 경우가 많아 비타민 결핍에 시달릴 수 있고,[55] 무엇보다도 연료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 지구만 해도 개도국에서 물만 끓여마셔도 해결되는 수인성 전염병으로 수많은 사람이 사망한다. WHO와 선진국 자선단체의 지원이 있는데도 이들이 물을 끓인다는 간단한 사실을 몰라서 그럴까? 이는 물을 가열할 연료를 못 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현대 선진국의 국민들은 한달 수 만원 내의 돈만 지불하면 도시가스와 전기를 실컷 쓸 수 있어 이러한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개도국만 해도 도시가스 인프라가 거의 가동되지 않고, 극빈국이라면 전기조차 쓰기 어렵다. 결국 산에서 나무해와야 하는 문제가 되는데, 목재는 건축, 도구의 재료로 쓰이는 귀중한 자원이다. 특히 사막이나 초원 지형에선 애초에 있기나 하면 다행일 정도다. 전기와 가스가 없고 석탄, 석유도 없는 상태에서 열량을 얻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 항목은 이고깽물 작가에 대한 비판이 될지언정 현대인 천재론의 비판으로는 다소 부족해 보일수도 있다. 병걸려서 죽거나 기타 이유로 죽는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천재이냐 아니냐는 아무 관계가 없으니까.

4.6. 언어 및 문물 전파 문제


현실성에 기반하여 본다면 이것 또한 큰 문제다.

예를 들어서 이 글을 보는 당신이 고려조선시대로 간다고 가정하자. 가서 지나가던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면, 원활하게 의사소통이 가능할 지는 의문이다. 국어 교과서에는 우리 선조들이 적은 문학작품이 몇 원문으로 적혀있다. 언어는 시대에 따라 바뀐다. 예를 들어 중세국어에는 강(江)을 가람이라고 쓰고 읽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을 때는 ㅿ, ㆁ, ㆆ, ㆍ와 같이 지금은 안 쓰이는 글자들도 있었고, 지금은 동남 방언 같은 데나 남아있는 성조가 한국어에 있었다. 이러한 사실들을 모르고 그 시대로 가면 당연히 의사소통을 못 한다.

현대인이 가는 시대, 지역에도 한국어한글로 쓰인다고 가정해도 과연 원활하게 말이 통할지도 의문이다. 설사 시대적 배경이 같거나 비슷해도 이 문제는 여전하다. 남한에서 쓰는 표준어와 북한에서 쓰는 문화어를 비교하면 한국어라도 다 다르다. 다른 예로 표준어와 제주도 사투리를 한번 비교해 보자. 대표적인 예로, "어서 오세요"를 뜻하는 제주도 사투리는 "ᄒᆞᆫ저옵서예"이다. 처음 들어서는 이게 무슨 말인지 통 못 알아먹거나 위의 언급한 혼저 옵서예(어서오세요)를 들리는 대로 오해하여 "뭐? 혼자 오라고? 날 어떻게 하려는 거야?"와 같은 말이 나오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만큼 표준어와 큰 차이가 난다.

사실 그마저도 '진짜' 사투리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지 억양이 살아있는 실제 노인들의 사투리를 접해보면 무슨 말인지 알아먹지도 못한다. 혼저옵서예를 한글로 써놨으니 혼자 오라는 건가 같은 개드립이라도 나오는 것이다. 중앙아시아 한국어 문서의 영상에서 러시아 아줌마가 하는 고려말은 1900년대에 갈라진 한국인들의 말인데 저 러시아 아줌마가 구사하는 고려말조차 한국어 텍스트가 없이는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의 한국인들이다. 중앙아시아가 너무 멀다고 생각하면 2020년 이후 가장 유명한 제주도 할머니의 사투리를 들어보자. 영어로 자막을 달았는데 위화감이 없고 해석 없이는 뜻은커녕 무슨 자음과 모음이 조합된 말인지도 감이 안 올 것이다. 이걸 들어보면 왜 제주어가 드립 수준에서 외국어라고 불리는 정도가 아니라 진지하게 러시아어 - 우크라이나어 등의 관계처럼 한국어와는 공통된 뿌리를 가진 별개 언어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56]

이건 한국어뿐만이 아니라 영어독일어 등의 다른 언어도 마찬가지다. 독일인은 중세 독일어로 적은 파우스트를 못 읽고, 영미권 학생들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으며 그를 저주한다고 한다. 정철은 애교였어 예를 하나 들자면 현대 영어로 군주는 lord 이지만 옛영어로는 dryhten 이라고 한다.[57] 아무리 토익이나 토플, 텝스를 만점 받아서 저 시대로 가봤자 입도 뻥긋 못한다.[58] 고대 일본어는 일본에서도 외계어 취급할 만큼 현대 일본어와 갭이 크다. 나고야 사람과 에도(도쿄) 사람이 서로 말이 안 통했고, 이걸 해소한 계기가 도쿠가와 막부 시절 각지에서 인질을 에도에다가 잡아놓는 제도였다고 한다. 그 잔재로 '아마 도시마로'(阿滿利麿, 1939-)라는 교토 출신 학자가 저서에게 회고하기를, 교토의 존댓말이 도쿄의 반말이라, 자기가 도쿄에 처음 갔을 무렵에 택시에 타서 교토식으로 존대하여 말하니 택시 기사의 얼굴이 찌푸려지더라고 하였다. 이런 예를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언어는 지역&시대에 따라서 크게 변화한다. 현대 영어조차 영국에선 포시니 뭐니 하면서 6개 정도가 있고, 웨일즈나 스코틀랜드 같은 데 가면 더 다르고 영어권 국가들끼리도 차이가 있다.

토익 990점을 맞든 토플 만점을 맞든 중세 영어를 쓰던 시대에 가면 당연히 꿀먹은 벙어리 꼴이다. 같은 원리로 HSK 6등급을 맞아도 한나라, 당(통일왕조)시대에 가면 의사소통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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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영어 번역)
LO, praise of the prowess of people-kings of spear-armed Danes, in days long sped, we have heard, and what honor the athelings won! Oft Scyld the Scefing from squadroned foes, from many a tribe, the mead-bench tore, awing the earls. Since erst he lay friendless, a foundling, fate repaid him: for he waxed under welkin, in wealth he throve, till before him the folk, both far and near, who house by the whale-path, heard his mandate, gave him gifts: ...

대표적인 고대 영어 서사시인 베오울프이다. 현대 영어로 번역하면 위와 같다.
고대 영어 읽는 동영상.[59] 중세 영어 읽는 동영상.[60]
중고 중국어 읽는 법이다. 과거부터 현대 일본어로 낭독한 주기도문[61]

설령 언어의 문제를 해결해도 대화에 있어 크나큰 문제가 날 가능성이 높다. 언어는 시대, 세대, 문화, 지역 등 여러 가지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동시대에 살아도 살아온 환경, 문화나 지식수준에 따라서 대화가 많이 안 풀리는데 전혀 시대적 배경이 다른 상황에서도 대화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간단한 예로 오늘날에도 부모님 세대 및 조부모 세대랑 대화를 하면 말이 잘 안 통하는 때가 있다. 서로 쓰는 단어나 거기에 담긴 뜻이 달라서다. 심지어는 또래 집단끼리도 대화를 못하는 일도 있다. 또 다른 예로 훈련병 ~ 이등병 시절 고참과 간부들이 하는 말을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는 경우가 있다.

방송국의 방송(放送)을 예로 들면
<역사> 죄인을 감옥에서 나가도록 풀어 주던 일.[62]

아직까지 중세 시절의 그 본 뜻이 사전에 살아있다. 그리고 현대에는 "그럴듯하게 괜찮다"라는 뜻으로 많이 쓰는 "근사하다"(近似-)라는 말도 본래 "거의 비슷하다"라는 뜻이 있으며 과거에는 대부분 그 뜻으로 쓰였다. 근삿값이라는 단어의 경우가 그러하다. 이렇듯 같은 형태의 말이라도 과거의 뜻과 현대의 뜻이 다른 일은 많다. 또 다른 예로는 흔히 현대인이 과거로 가서 깽판치는 대체역사물에서 "정보(情報)"를 중요하게 여겨 정보수집에서 앞선 것이 경쟁집단보다 우위에 서는 계기라는 내용이 거의 빠지지 않는데, "정보"라는 말은 한중일 삼국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이 1876년 일본이고, information의 뜻으로는 1921년 처음 썼다.

조선시대 쯤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했을 때 말도 대충 통하는 듯하고 라이터 같은 현대문물을 동원해 어떻게든 왕을 만났다고 가정했을 때 대체역사소설인 경우라면 높은 확률로 뭔가 주장해야 하는데, 주장하는 내용에 들어가는 단어 하나하나를 명확히 그 시대의 말로 표현해야 한다. 과학기술을 중흥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과학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왕에게 의미 자체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알려야 한다. 애시당초 과학(科學)이라는 단어의 의미 자체가 그때는 그렇지 않았으므로[63] 개념의 전달 자체가 힘들 것이다. 예로 미국 드라마NCIS에는 깁스가 컴퓨터 범죄 관련 사건으로 맥기를 호출할 때 "통역이 필요하다."라 했고 심문할 때 맥기가 컴퓨터 관련 용어를 깁스가 알아들게 문장으로 통역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고깽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한테 현대문물을 설명해도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세시대 사람한테 을 "기다란 화신에 화약으로 된 화살을 쏘는 우월한 물체"라고 설명하면 이해할 지는 의문이다. 물론 중세 말기 일부 장인들이라면 핸드캐논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실크로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꽤 잘나가던 지역에만 알려진 정보일 뿐이고 제대로 설명하려면 거기에 기계적 지식이 필요하다. 중세시대 아낙네에게 가스레인지를 이야기한다면 '아궁이에 장작을 때지 않고도 간단하게 손잡이만 돌려도 불이 붙어서 그 위에 솥을 올리면 밥과 국을 해 먹을 수 있는 편리한 도구'를 활용하기 위한 기초적인 구조라든가 안전한 사용법 등 이해시킬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일단 현대인 본인이 그 원리를 모를 것이어서 더욱 설명을 못할 것이다.

타인을 이해시키려면, 상대방의 지적수준에 맞고 알기 쉬운 용어로 기초를 설명해야 하는데 예의 이고깽이 그만한 지적능력이 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이세계에 현대 문물을 전파하기란 웬만한 학자에게도 어렵다.

그래도 희망이 아주 없지는 않다. 예를 들어 라틴어는 지금이나 그 때나 문법이 거의 똑같다. 그래서 라틴어를 열심히 한 뒤에 로마시대나 중세유럽으로 가면 그나마 살 확률이 높을 것이다. 고대 라틴어의 발음도 현대에 와서는 언어학자들이 열심히 재구성해놓으니 아마 말이 통할 것이다. 다만 라틴어는 지금처럼 남녀노소 쓰는 공용어의 지위라기보다는 중세 시대에는 교회나 식자들이 쓰는 전례/학술용어였고, 로마 시대에도 민중이 쓰는 俗라틴어와 고전 라틴어가 다르니 공적인 자리에서는 몰라도 일반생활에서는 애로사항이 꽃필 수도 있다.[64]

그리스어도 현대 그리스어와 코이네 그리스어까지 많은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달라지지는 않았다. 물론 중세시대에는 코이네 그리스어 또한 교회에서 쓰는 전례/학술 언어였으니 문제는 마찬가지. 그래도 성경이 있는 수도원에서는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고전 그리스어도 코이네 그리스어를 안다면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랍어도 생각할 만하다. 이 쪽은 꾸란의 번역조차 금지하고(번역만 안한 채로 다른 나라에도 나오지만) 문자를 꾸란 위주로 해놓았기 때문에 차이가 거의 없다. 하지만 중세 이슬람 세계는 수학•과학 발전의 리즈시절이었으므로 아랍어 좀 하는 현대인이 가봤자 쩌리취급만 당할 것이다.

한자도 한문학을 하는 수준이라면 필담으로 어떻게든 할 것이다.[65]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주연한 영화 13번째 전사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13번째 전사로 선택된 주인공이 북구인들과 함께 길을 가며 한동안은 말을 못 알아들어 고생하다 차츰 말을 알아듣고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까지 발전한다. 주인공은 그 덕분에 다른 전사들의 인정을 받아 좀 편하게 생활한다.

위와 같은 일들을 잘 반영한 소설로는 쥬라기 공원으로 유명한 SF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이 쓴 타임라인으로 언어문제나 인문 문제 등 과거로 갔을 때 생기는 별별 일들이 있다. 그것도 이고깽이 아니라 당시 시대의 전문가인 고고학자와 역사학자, 군인까지 가는데도 말이다. 참고로 영화판에서는 이게 잘 드러나지 않으니 소설로 보는 편을 추천.

십이국기에서는 근대 일본에서 이계로 넘어가서 거기에서 수십년 동안 생활하며 언어를 익힌 몇몇 등장인물이 있다. 1명은 그 세계의 한자와 일본의 한자, 혹은 그 인물이 익히고 있던 초보적인 중국식 한자가 어느 정도 통하여 필담하면서 언어를 배웠고, 한쪽은 그런 거 없이 그냥 배웠다는데 어눌하다는 표현이 나온다. 둘 다 언어를 배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듯 나이가 꽤 있었다.

코니 윌리스의 소설에선 과거로 가는 사람 머릿속에 화학적인 번역기를 심어서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는데 이것도 가는 본인이 죽어라고 당시 언어를 공부해야 된다. 일례로 중세시대로 가는 <둠즈데이북>에선 중세 영어를 열심히 익혔으나 실제 중세언어와의 괴리 때문에 번역기가 작동하지 않아 라틴어로 대화를 시도하는 묘사가 있다.

이고깽은 이미 판타지니 지구의 어떤 언어도 안 먹힌다라 전제해야 좋다. 번역 마법이라든가 마음으로 대화하는 편법 같은 게 있긴 하지만 그것마저도 귀찮은 양판소 작가들은 넘어가자마자 언어를 그냥 한큐에 자동 습득한다는 설정으로 메꿔버린다.

4.7. 자신이 새롭게 습득하는 정보를 고속으로 처리한다는 이론

중세인류나 현대인류의 생물학적 차이는 거의 없지만 교육에 따른 지식의 차이가 있겠다. 그러나 지식의 차이가 연산능력의 증대로 나아간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66]

다른 예를 들면 마법에 중요한 것이 수학이라고 나오면서 이고깽이 공식 좀 써넣으면 "오오~ 저런 신통한 해법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상당히 많은데, 만일 현실이라면 현대의 수학기호가 그 시대에 안 통하는 건 둘째치고 그 당시의 수학자들이 무시당한다고 거품 물고 쓰러질 처사다.

참고로 덧셈과 뺄셈의 +, -는 1514년 네델란드의 수학자 G.V. 후케가 처음으로 썼고 곱셈의 ×는 1631년 영국의 W. 오트레드였으며 나눗셈의 ÷는 1659년 스위스의 J.H. 란이고 등호로 =을 사용한 사람은 영국의 R. 레고드이다. 한마디로 현대수학기호를 써봤자 개발이 안 된 당시이므로 소용없다. 게다가 아라비아 숫자는 12세기 무렵 유럽에 전파했다. 현대의 수학 공식을 써넣어 봤자 그 시대 사람들이 못 알아먹는다. 미적분이야 근대에 와서 정립했지만 중세에도 개념은 존재했다. 고등학생이라면 19세기까지의 수학은 알고 있을테니, 수학자들이 금세 따라간다는 것은 완전한 무리이지만[67][68] 기원전 3세기에 아르키메데스포물선과 그 현 사이의 면적을 구분구적법으로 구한 바 있다.

물론 복소수나 행렬과 같은 개념은 고등학생도 알지만 충분히 획기적이고 시대를 초월한 지식 맞다. 이고깽에게는 무용지물인 괄호와 숫자 덩어리지만고대의 수학이 기하학과 수론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많은 한계에 부딪혔지만, 현대의 해석적 방법을 동원한다면 술술 풀릴 가능성도 있다. 물론 그러려면 이것들의 개념부터 이해해야겠지만... 다만 한번 이렇게 지식을 피로하고 나면 당대의 학자들이 단기간내에 습득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릴것이다.[69] 하지만 굳이 저런 개념을 당대의 일류 수학자에게 알려줄필요가 있는가? 그정도라면 현대인의 문제가아니라 평범수준을 한참 밑도는 멍청이 수준의 현대 고딩일 것이다. 혼자알고 결과만 내놔 주변을 놀라게하다가 말년에 정리한척하고 책으로 내면 될일이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과거인의 수준을 모르고 얕잡아보는 현대인의 착각일 뿐 과거의 수학배틀은 문제와 해의 교환이였고 수학자 명함을 달려면 치열한 증명을 통해서 극소수만이 수학자의 직업을 가질수 있었는데 이 또한 우리 대학, 우리 출판사,우리 동문, 우리 관공서에 어울리는 수학자인지 다른 수학자들로 부터 수시로 1년에 몇번이나 시험을 받았다. 위에 언급한 수학서적을 출간하고 잠적하려면 이단 현대의 논문과 다르지 않게 다각적 증명은 기본이요 능력이 되는한 많은 응용을 최대한 폭넓게 다뤄서 출간해야 했다. 지금이나 과거나 수학논문은 그냥 공식하나 쓰고 문제 , 답 적어놓는 것이 아니다. 기호체계 또한 본인이 다 만들었는데 과학적 접근을 통해 근거를 대야 했고 이는 자신의 명예와 직위를 보전하기 위해 필수였다. 일부 성과에 만족하고(혹은 빨리) 냈다가 곧바로 다른 수학자들에게 알짜베기를 뺏기거나 표절논란, 재검, 시험 신청등 학문 때문에 현피로 목숨까지 잃은 수학자들까지 있었을 정도로 현대 수학보다 살벌한 시절이였다. 말그대로 천재들이 활동하던 수학배틀의 시대에서 위와 같은 얄팍한 수단은 먹히지 않았다.

그래도 힌트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확실히 크다. 인류는 문명과 학문의 발달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발전해왔고, 이를 몇 번만 생략해도 세대 단위로 뛰어넘을 수 있다.[70] 물론 그래도 그 시대의 학자들만큼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건 변함없어서, 그렇지 못하면 그 시대의 학자들에게 순식간에 발려버린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보면 좀 개그지만 수많은 전문 직종인이 원시수준의 행성에 단체로 유기돼서 몇 달이 지나도 한다는 짓은 불 피우라고 준 나무로 고작 귀이개 만든 것뿐. 이 인간들은 고향 행성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버린 인간들이긴 했다.

물론 체계화한 미적분의 도입과 통계에서의 지식으로 사회가 급속히 발전할 수 있다. 문제는 전이된 인간이 그걸 목도할 만큼 살아있을지다. 획기적인 지식의 전파를 막기 위해 쓱싹하고 사라지는 수가 있다. 실제로 무리수를 발견한 히파수스는 자연수만이 세상을 구성하는 전부라고 믿었던 피타고라스의 제자들에 의해서 쓱싹하고 사라졌다.

사실 지식인으로 지식을 뽐낼 수 있는 과거로 갈수록 지식의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다. 똑똑한 그리스인들은 그들 문명이 과거보다 더 발전한 피로스 때 오히려 로마인들이나 카르타고인들에게 영역을 침략당하고 크게 밀렸으며 타민족이 아닌 순수 로마인들은 반지성주의 경향[71]이 있었고 모리스 클라인은 <수학, 문명을 지배하다>에서 타민족이 아닌 로마인들이 이룩한 업적이 정말 보잘 것 없다고 했으며 페트르 베크만은 <파이의 역사>에서 다른 사람들을 노예로 만든 약탈자[72]들로 평하기도 했다. 심지어 로마인들은 아르키메데스처럼 자신들에게도 인정받은 학자들조차 그냥 죽이기도 했다.

4.8. 전쟁 기술이나 전략 전술을 이용하는 경우

4.8.1. 전략전술의 문제

현대의 과학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순수한 전쟁 기술만을 전파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쉽지 않은 문제인데, 일단 통상의 일반인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전술 지식이 거의 없을 것이고 현대의 군전문가라 하더라도 전쟁의 전술은 당연히 그 시대마다 다르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자동차, 철도, 고속철도, 항공기를 이용한 생활에 익숙하기 때문에, 행군(도보) 하나를 제외하면 과거의 교통수단에 대한 이해력 자체가 없다.

병사들이 행군, 마차(수레), 수송트럭, 철도를 이용해 4시간 가량 이동한 후, 전투를 하는 상황을 상정하면 간단하다. 행군보다는 마차, 마차보다는 트럭, 트럭보다는 철도가 훨씬 병사의 체력을 온존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 차이는 곧 공세종말점의 한계와 이어진다. 화장실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고, 좌석도 편안한 기차를 이용한 병사들은 하차 후 즉각적인 전장 투입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행군, 마차를 이용해 이동했다면 오랜 보행, 지속적 진동으로 인한 멀미로 인해 병사들은 이동과정에서 전투력을 손실할 것이다. 이것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전장 투입이 어렵고, 설령 투입하더라도 원래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없다. 마차를 본 적조차 없는 현대인이 이렇게 세부적인 사항까지 배려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의 전략가 보다 뛰어난 군사적 역량을 보여 줘야 말을 들어주는 시늉이라도 할 것인데, 고등학생은 물론 대한민국의 직업 군인조차 실전 경험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그나마 실전과 가장 비슷한 KCTC 훈련만 봐도 명백히 알 수 있는데, 평소 훈련을 밥먹듯이 해와서 짬밥이 쌓이고 쌓인 고급 장교 및 지휘관(대대장 이상 급)조차 우왕좌왕하며 부대 통솔력을 상실하고, 산발적 기습에 보급로가 털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갈대대 전투원의 전투력이 일반 병사대비 높고, 지형적 이점도 큰 것이 사실이지만,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이다.

애초에 군사적 지휘는 일반인이 맡을 영역이 아니다. 군대의 통솔권은 가장 믿을만한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며 군권을 얻는다는 것은 핵심 권력층이라는 것인데 누구인지도 모르는 자에게 군권을 맡길 리가 없다. 게다가 그렇게 어거지로 맡겨진 군권에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명령을 실행해 줄지도 알수 없고, 군의 장교들은 엘리트 집단인데 지휘권이 듣보잡 이계인에게 떨어진걸 장교들이 용납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장거리에서 투사무기로 전쟁을 치르는 현대전과 달리 냉병기 시절의 전쟁은 적군과 얼굴을 맞대고 냉병기로 치며 부수고 잘라내며 순대가 쏟아져 나온다. 성인들도 맨정신으로 버티기 힘든 상황이고 투사무기를 쓰는 현대전에서도 전투에 참가한 병사들은 물론 지휘관들조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림을 상기하자. 전투지휘소에서 지휘만 하더라도 중세의 전투지휘소는 전장 바로 코앞에 설치하는 때가 매우 흔하다. 이러다보니 지휘관이 직접 전투에 참가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고 지휘관 경호/근위 부대가 일종의 예비대 개념으로 동원되기도 했다.

비전문가인 고등학생이 생각하고 구사할 전술이라면 그 세계의 장군들이 이미 쓰고도 남았을 전술일 가능성이 높다. 손자병법으로 유명한 손자는 기원전 500년 경의 사람이다. 병법, 군사학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 가장 열심히 학습하고 베끼려고 하는 분야의 학문이다. 상대가 몰고 온 어떤 병종이나 작전에 말려들어 패퇴했다면 당연히 베낄 수 있는가, 어떻게 견제할 수 있는가, 약점은 과연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끼지 못했다면 병사의 훈련도, 병과의 부재, 무기 체계, 정치적 상황 등 여러 현실적인 문제 때문인 것이다. 작전을 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하는 건 행정의 영역이다. 당연하지만 행정은 절대로 쉬운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작전 이상으로 복잡하며 어렵다.[73]

근세 이전까지 기병이 맹위를 떨쳤던 것은 당시 삼척동자라면 다 알고 있던 사실인데[74]알면서도 기병전력을 키우지 못했는가를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다. 말이 비싸고 유지도 어려우며, 고등 기마술은 전업 군인(기사)이 아니면 배울 수 없을 정도로 학습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반면 유목제국은 유목생활에 말과 기마술, 기마궁술이 필수였으니 우월한 기병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고, 중세 전장의 패자로 군림했던 것이다.

고대 아테네의 팔랑크스들이 다른 전략을 쉽게 사용하지 못한 것도 당시 시대적 한계 때문이다. 꽤 최근(근세)까지만 해도 엄격한 군율을 통해 밀집대형을 유지하는 것이 보병 운용의 상식이었다. 냉병기의 한계 때문에 보병은 강력한 충격력과 공격력을 내기 어려웠고, 따라서 방어력을 높인 쪽이 훨씬 우세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동성에서 엄청난 손실을 입는 것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팔랑크스를 운용했던 것이다. 결국 팔랑크스를 깨뜨리려면 망치인 기병이 필요했고, 이걸 잘 해서 연전연승한 알렉산드로스 3세는 대왕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현대인의 기준은 현대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는 상상력과 인지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물론 전쟁과 무기에 대한 이해도, 시행착오를 미리 알고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이것도 문제가 있다. 무기는 일단 잡아봐야 안다. 현대의 자동소총도 탄 하나에 교리가 움직인다.[75] 화기가 제법 발달한 근세에도 유럽국가들은 전열보병을 이용해 라인배틀을 벌였고, 서로 사격권을 양보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수류탄 한방으로 몇 명씩 쉽게 날려버리고, 자주포에서 발사된 155mm 포탄 하나가 축구장 단위 살상반경을 가진다는 것을 알고, 산개 및 은엄폐를 보병의 기본 전술행위로 생각하는 현대인들이 이런 막장 환경에서 얼마나 역할을 할 지는 미지수이다. 라인배틀의 시대에 기병, 포병을 적극 활용해 정교한 제병합동전술을 써서 세계의 패자에 오른 이를 우리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고 부른다. 그 나폴레옹도 계속된 전쟁 속에 환경이 아예 다르고 보급로가 긴 러시아 원정에 발목이 잡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통신의 한계 때문에 하위 지휘관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되 자기가 생각한 대로 하기 위해서 하위부대까지 전부 전략관과 전술관을 일치시켜야 한다. 그리고 어느 시대나 군대는 가장 보수적인 조직이다.[76] 즉 바꾸어도 검토와 대안 등을 이리저리 신중히 따져보고 합격판정을 내려야 바뀐다는 이야기이다.

설령 병사의 훈련, 병과, 무기체계 등을 전부 현대와 비슷하게 군대를 만들더라도, 탈주율이 엄청났다는 사실까지는 어찌할 수 없다. 자칫했다가는 먼치킨급 화기를 든 놈들이 무더기로 탈영해서 먼치킨급 무기를 든 패잔병이 되어 지역 치안을 나락으로 떨어트릴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하여 고대나 중세면 육체적 힘이 센 사람일수록 보통 전장에서 가장 강력한 발언권을 얻었다. 고도로 발달된 무기와 장비를 운용하는 현대의 군대에서도 체력은 여전히 전투력을 평가하는 데 간과해선 안될 중요한 요소이며 이 때문에 병사들의 기초 체력 관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검과 창으로 백병전하던 시대라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다. 이런 맥락에선 차라리 소드마스터를 기본으로 깔고 가던 한국산 양판소가 개연성이 있을 지경이다.

중국의 삼국지연의만 보더라도 책사는 명문가 출신의 아주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면 장수가 조언 한번 정도 뽑아내는 사람 신세로 전락한다. 삼국지의 유명한 책사들인 제갈량, 사마의, 순욱, 주유 등은 실제로 당대 명문가 출신들이다.[77] 게다가 이렇게 잘나가는 1등급 책사도 자신의 조언이 잘못되면 순식간에 목이 날아간다. 게다가 애초에 삼국지연의 자체가 문사들이 구성한 곳이 많아 실제 역사보다 책사의 비중을 크게 놓았다. 원래 책사를 고용하는 까닭이 작전 실패시 주군 대신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라는 말도 있다. 따라서 출신이 불분명하고 힘도 기준치 이하인 비리비리한 사람의 말이 아무리 옳아도 발언권이 보장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고, 어쩌다가 지휘관의 눈에 들어서 책략을 조언해도 실패하는 순간 바로 신용을 잃어 패전의 원인으로 찍혀서 목에 칼이 날아오는 참변을 겪기 십상이다.[78]

또한 애초에 전술의 수립이란 전장의 형태를 판단할 안목과, 그러한 지형에서 적이 어찌할지를 대충 예측한 뒤에 수렴해야 마땅한데, 이러한 안목은 경험으로 익히니 현대사회에서 건너갈 대다수의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전투 자체가 일종의 도박이고 팽팽한 전장에서 한순간에 판단이 전황을 가르기에 전쟁터에서 몇 년씩 구른 장군이나 무패행진을 해온 명장 소리 듣던 인물도 한순간 실수로 훅 가버린다. 역사상 난다 긴다하는 장군 중에서도 실수나 패전을 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그런 마당에 아무 기반도 없거나 징병제 국가 기준 최하급 수준의 군사교육만 받은 사람이 역사프로그램이나 뉴스프로그램에서 얻은 지식을 가지고 허튼 짓 하면 목 날아가는 곳이 전장이다. 현대인으로서의 기본 지식은 말단부터 시작해 천천히 경험치를 쌓아 나갈 때야 도움이 되겠지만, 평범한 지능에 어설픈 지식으로 전쟁을 지휘한다면 또 한 사람의 마속으로 남게 될 뿐이다.

4.8.2. 지휘 및 통솔

당신이 훌륭한 판단력을 지녔어도 복잡하게 전개되는 전쟁터에서 실시간으로 전쟁터에 명령을 하달할 방법이 전무하다. 사실 이게 제일 큰 문제인데, 깃발이나 나팔 등을 통한 통신수단도 각각의 한계는 매우 명확하고[79], 하늘에서 내려다보지 않는 한 각 부대가 처한 상황을 파악할 수조차 없으며, 파악했을 때엔 이미 상황이 끝난 뒤이기 때문이다. 만약 언덕이나 동산 같은 고지대에서 병력의 배치상태를 잘 살펴볼 수 있다고 쳐도 까딱 잘못했다간 크림 전쟁 당시 발라클라바 전투처럼 되어버린다. 그리고 전략, 전술의 기본기는 정석이 있어서 현대인의 지식으로 가능하지만 통신법이나 지휘법은 시대별, 장소별로 다 다르니 이것도 따로 익히고 그에 맞추어서 바꾸어야 한다. 그 시대에서 당신이 바라는 대로 움직이게 교육하고 거기에 걸맞은 지휘체계와 통신체계를 만들 수 있다면 이미 군사전문가 수준 이상이다. 적어도 일반 현대인이 쉽게 할 분야는 아니다.

그리고 옛 전술전법은 전부 이러한 연락방법이 가지는 한계를 전제로 만들었다. 대한민국의 前 국방부장관인 김태영 장관이 말했듯이 "실제 상황은(전쟁은) 스타크래프트가 아니다."[80]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거기에 더해 게임에서는 유닛들이 명령대로 움직이고, 심지어 자살돌격도 잘 해 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81] 스테가마리[82]가 반복된 시마즈의 퇴각이 괜히 유명한 것이 아니다.

굳이 중세까지 갈 것 없이 전장 상황을 실시간 화상으로 전달받고 각 병사들에게 명령 하달이 가능해서 지휘관이 RTS 게이머와 거의 유사한 환경을 제공받았던 1990년대 미군 레인저조차 너무나 복잡하게 변화하는 시가전 상황에서 병력이 온통 흩어져 지휘 통솔 자체가 제대로 안 된 예가 있다.

이런 저런 양판소는 물론이거니와 어느 정도 괜찮은 퀄리티가 나오는 판타지 애니메이션, 영화 등등 작품들에서조차 대규모의 전투 씬의 묘사는 굉장히 조잡하다. 지휘관이 명령하면 병사는 움직인다. 실제로 어떻게 명령이 이행되는지의 과정은 대체로 그냥 다 누락 되어 있다. 사전에 작전을 잘 짜뒀고 지휘관들이 잘 숙지하고 있으며, 평소에 훈련을 잘 했으니까 실전에서 명령대로 잘 움직여준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간다. 실제로는 작전대로 되지 않고 훈련대로 되지 않는 것이 실전이며, 시시각각 적과 싸우는 동시에 이런 내부적인 악재에 맞서 정말로 부대를 운용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작품은 거의 없다.

창작자 중 실제로 어떻게 부대가 운용되었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까지 세부적인 내용은 심지어는 전쟁사학자들도 잘 모른다. 아예 미시적으로 해당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별도로 있으며, 굳이 따진다면 오히려 리인액터들이 더 잘 알 수도 있다. 그런데 실상은 리인액터들마저도 자신들이 정말로 '운용'의 양상을 제대로 재현하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 문헌 자료나 서술된 내용에 맞춰 현실에서 재현을 해 보면서 겪게 되는 이런 저런 고충을 경험하고, 거기에 맞춰 책에 서술되지 않은 부분이닌 연구가 되지 않은 부분, 연구를 해도 알 수 없는 부분들은 "아마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았을까"하고 추측할 뿐이다.

아래 영상들을 시청해 보자.
CA사의 토탈 워: 아틸라를 활용하여 만든 1만 7천명 격돌 장면으로 유혈이 있는 부분이 있으니 조심

이 영상은 서로마 제국 멸망기를 다룬 5세기말이 배경인, CA사에서 만든 토탈 워: 아틸라 게임을 활용해 만든, 총 1만 7천 규모의 공성전 장면이다. 중세 장원경제로의 해체가 발생하기 이전, 즉 고대 관료제와 행정능력이 살아있던 시절에 수 만 vs 수 만 규모의 전투가 자주 발생했음을 감안한다면 사실 피아 합쳐 총인원 1만 7천명은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칭 시점을 많이 사용한 위 영상의 경우 1만명이 넘어가는 인원이 한 자리에서 싸운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지평선 끝에서 끝까지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공성을 위해 몇 킬로미터는 넘어 뻗어있는 사방의 성벽에서 각자 싸움이 발생한다. 당연히 속 편하게 전체 전장의 상황을 보여주는 조감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CA사의 토탈 워: 아틸라를 활용하여 만든 시네마틱 작품, "아포칼립스"

이 영상 또한 같은 게임을 활용해 만든 시네마틱인데, 여기서는 "전장에 서있는 사람의 1인칭 시점"이 어떤건지를 정말 잘 묘사하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조감도"와 같이 전장을 볼 수 있기는커녕, 1인칭으로 전투대열에 서있는 사람 입장에선 아무 것도 모른다. 어디서 무슨 일이 발생하는지 알 수도 없고, 부대단위 지휘관이나 대오의 지휘관이 내리는 명령을 그대로 수행할 뿐이다. 그나마 최전선의 부대에 직접 소속되어 있는 경우 어디서 싸움이 발생하고 있는지가 보이지, 대열 맨 뒤에서 총사령관으로 지휘하려면 아무 것도 보이는 게 없다. 만화나 영화에서처럼 싸우는 전장마다 어디든 편리하게 절벽이나 고지대 하나씩 인접해 있어서 거기서 바라보며 체스 두는 듯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소리다. 직접 전선지휘를 하는 게 아니라면 포진한 진영 가장 깊숙이 자리잡은 총사령관은 시시각각 전령들이 보내오는 보고만 갖고 각 부대의 위치, 상황, 전황을 파악해야 한다.

게다가 총사령관에게 오는 보고와 총사령관 측이 보내는 명령은 게임처럼 즉각적인 것이 아니다. 전령이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출발한 시점에서 이후 총사령관에게 도착한 시점까지 시간이 흐르며, 마찬가지로 그 보고를 듣고 명령을 내리면 그걸 받들어 전선 지휘관에게 전달하러 이동하는 동안의 시간차이가 발생한다. 보다 거대한 규모로 싸울수록 전선의 길이도 넓어지며, 보고와 명령 사이의 간극 또한 커진다.

창작물에선 이런 점이 잘 반영안되는 이유는 작가들이 "전략을 펼치는 모습"을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RTS 게임, 심하게는 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 시리즈 같은 애니에 나오는 모습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무전기, 위성사진, 지도, 레이더가 모두 갖춰진 현대전에서도 이는 결코 쉽지 않다. 당장 모가디슈 전투에서만 해도 통신지연 때문에 최정예로 이름높은 델타 포스조차 우왕좌왕하다 시가전에서 전사하였고, 미군이 일방적으로 진군만 했다고 불리는 이라크 전쟁에서조차도 그 미군이 전황을 잘못 파악하여 아군끼리 오인사격하거나, 사막 한가운데에 폭탄 투하 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그들이 훈련도가 낮아서가 아니라 아무리 현대기술을 동원하더라도 전쟁상황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실제 전장에서의 지휘를 스타크래프트에 비유한다면 이런 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총사령관 및 각 단계 지휘관들은 끝없이 밀려오는 보고만 갖고 눈으로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시시각각 수 많은 판단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 쯤 되면 병사의 운용은 결국 사유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이론이 아니라, 실전경험을 통해 획득하는 기술이다. 즉, 실제로 병사를 주고 싸움을 붙인다면 당대 병력의 운용 및 전쟁에 대한 현장의 노하우가 없는 사람은 역사상 졸장이라고 평가되는 조괄이니 원균과 같은 장수와 붙어도 깨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그러한 급이 한심한 졸장들조차도 기본적으로는 훈련된 무인이며, 그렇게 갖추고 있는 군사학 지식과 기술의 수준은 사전 지식도 경험도 없는 현대인이 책에서 읽은 내용만 갖고 대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순신이 위대한 점은 이 때문으로, 해전 경험이 전무한 무장이 전국시대를 바탕으로 경험이 풍부한 일본 수군을 상대로 백전백승하며 압살했기 때문이다. 즉 현대인에게 이순신, 못해도 전쟁사에서 이름 몇 번 들어 봤을 명장급 능력이 있어야 어떻게 명함이라도 내 볼 수 있는 것인데, 그 정도의 능력자라면 역시 일반적인 현대인은 아니다.

열심히 싸우다가 여기저기 전선에서 위험이 감지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애초에 어떤게 '위험신호'인지 알리도 만무하지만, 게임서처럼 "Rally" 키 하나 눌러주거나 영화에서처럼 인상적인 연설하면 병사들이 힘을 낼까? 위의 영상에서 보는 것과 같은 아비규환 속에서 목 터져라 소리질러봤자 100m 영역에도 닿지 않는다. 아무리 기가막힌 유인이라고 해도 이소스 전투에서 알렉산드로스 3세에 페르시아군이 너무 쉽게 걸려준게 아니냐고? 전투배치도를 보면서 전장을 위에서 보니까 그게 다리우스 3세를 노리기 위해서 틈을 벌리려는 게 보이지, 위의 영상들의 1인칭 시점에서 주변을 바라보면 자기들이 지금 유인 당하는지 아닌지 알 방법조차 없다. 바보라서 걸려드는 게 아니다. 또한 알더라도 손쉽게 아군 군세의 흐름과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섣불리 바꾸다가는 진형이 무너지고 사기가 바닥을 치면서 궤주하는 아군을 볼 뿐이다.

수 만 단위의 병력을 삼국지연의나 판타지에서 책사가 책략을 부리듯 움직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허구다. 그리고 삼국지연의나 초한지, 손자병법 등을 읽어 보면 전투 중에 병력을 자유롭게 부리는 서술을 찾아보기 어렵다. 예로 삼국지연의의 경우 대규모 전투보다는 적 군량고를 습격하거나(관도대전), 일기토로 적장의 목을 베거나(관우 등), 적을 이간계 시키거나(동관전투), 홀로 기세로 적군을 위협하거나(장판파). 화공으로 적을 날리거나(적벽, 이릉) 또는 수공으로 공격하는(번성, 하비) 식이다. 유일하게 대규모 병력을 운용한 전투씬이 조인이 진법을 구사한 신야성 전투인데 서서에게 한 번에 무너진다. 또한 그 제갈공명조차 대규모 병력을 운영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행동을 미리 예측하거나 일부러 유도하여 매복대의 늪에 빠뜨리는 걸 택했다. 즉, 매복을 시켜서 미리 전투준비를 갖추어 놓은 뒤 즉각적으로 부릴 수 있는 소수 최정예 병력을 기용하거나 혹은 정치적 모략을 통해 적을 매복대 앞으로 몰아가는 것이 기본전술이다.

대군을 자유롭게 부릴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시대를 초월한 명장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며, 그런 그들은 대체로 숱한 싸움을 경험하며 전선에서 용병의 기술을 익힌 사람들이다. 무엇보다도, 명장으로 불리는 인물들조차 한 순간의 실수로 몰락하기 일쑤다. 역발산기개세라 불리며 중국사 최강의 전선사령관으로 이름 높은 항우마저도 해하 전투로 딱 한 번 지면서 망했으며, 명장으로 꼽히는 전쟁의 천재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도 러시아 원정의 실패로 무너져 내렸다.

현대인이 책이나 인터넷에서 지나가다 본 정보수준으로 신묘한 전략전술을 쓰고 병사들을 그 세계의 군인들보다 더 잘 부린다는 것은 RTS 게임 좀 했다고 해서 그 능력 갖고 오늘날 현대전을 이끌 장군을 할 수 있다는 소리와 다름 없다. 안 그런 천재도 있겠지만 그 수가 얼마나 될까?[83]

4.9. 예언자

역덕후자신이 잘 아는 시대로 타임워프하는 경우,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언하여 명성을 얻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2차대전 초기의 미국에 떨어져서 진주만 공습을 예언하거나, 삼국지 시대에 조조 진영으로 가서 공명의 함정을 밝히거나 하는 식.

그런데 보통 이러한 예언이 확실하다고 믿을 근거는 자신이 현대에서 읽었던 역사책 뿐인데, 역사책은 기본적으로 후대에 전달된 기록이고 따라서 그것만 가지고 그 당시의 사람들을 납득시키기는 어렵다. 어느 시대에나 국가를 이끄는 높으신 분들은 여기에 휘둘릴 리는 없고 오히려 유언비어를 퍼트린다고 체포하거나 끔살시킬 가능성이 더 높다. 당연히 시간여행과는 무관하나 역사상 사례를 들어보면 임진왜란 초기 이일은 상주전투 전 적군이 근방에 왔다고 한 백성을 민심을 혼란케 했다는 죄목으로 처형한 일이 있다. 과거로 간 미래인이 앞날의 재앙을 말해도 이런 신세가 될 공산도 크다. 마녀사냥이 성행하던 시대라면 어떻게 자기 말이 맞는 게 입증되어도 예언자로 추앙받는 대신 화형당할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예언이 들어맞는다고 해도 그 예언 자체가 그 시대 인물들의 행동양식에 영향을 미쳐서 역사를 바꾸면 그 시대는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 당연히 며칠 뒤의 세상조차도 더 이상 자신이 잘 아는 그 시대와는 천지 차이가 날 가능성이 높다. 진주만 공습을 하러 가던 일본 연합함대가 중간에 역습을 겪는다면 일본은 그 이후로 원래 역사처럼 전쟁을 지속할까? 독일이나 이탈리아는? 아예 1차대전 직전에 독일 참모본부에다가 독일본토 방어병력을 깎고 야전 수송역량을 전부 원정군에게 몰빵하라고 말해 슐리펜 계획을 성공시킨다면? 히틀러가 아직 화가지망생이었던 시절이나 1차대전 종전 후 그를 개심시키는 참교육을 시전해버리면? 그러면 이후의 우리가 아는 역사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지게 된다. 자신이 생각없이 내뱉은 한번의 예언이 나비 효과로 작용해 나머지 모든 역사 지식을 쓸모없게 만들 수도 있다. 역사 개찬계획

또한 예언이 들어맞아도 그 예언 자체가 역사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아도 문제. 애시당초 영향이 없으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 논외로 치고 삼국지양수가 조조가 언급한 계륵의 의미를 알아채고 이후 상황을 예측해 행동한 결과가 어떤지를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예언과는 다르지만 예측을 통해 상황을 개선시켜도 윗선에게 밉보이게 되면 트집만 잡혀 스파이로 몰리거나 아몰랑 너 사형과 같은 데드 엔딩만 맞을 수 있다.

우리가 아는 역사 지식 또한 별로 완전하지 않다. 현대까지 역사학자들이 밝혀낸 정보와 실제 역사는 얼마든지 다를 수도 있는 법이고 지금도 외부에 알려진 이유와 실제의 이유가 다른 역사적 사건은 엄청나다. 역사학에서 다루는 역사 자체가 그런 식의 반론들로 가득 차 있다.

그나마 확실한 방법은 복권 번호를 맞추거나, 대박 기업을 미리 알아서 주식 투자를 하거나(포드 자동차나 제네럴 일렉트로닉스, 애플 같은 것), 그 시대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광물 자원이 있는 땅을 먼저 사버리거나, 장래의 개발 지역을 미리 사두는 부동산 투기 등등이 있다. 차라리 돈이나 벌어서 나중의 계획을 위한 활동자금으로 삼아두는 것이 상대적으로는 제일 합리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이 경우는 자기만 알고 있는 게 최선일 상황이라 예언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자연재해나 기후에 대한 정보도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쉽게 변하는 인류 사회와는 다르게 자연은 어지간해서는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지진이나 화산 분화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해당 지역을 일부러 피해 다니거나 풍년, 흉년의 시기를 알고 있다면 사재기를 통하여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주식 역시 조금 위험한데, 가령 헝그리 정신으로 기업 임직원이 일치단결하여 발전을 이루어 낸 기업이 있고 과거로 가서 해당 기업에 주식 투자를 한다 치자. 경영진이 그 투자금을 먹고 날라버리거나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는데 다른 요인으로 회사가 도산이 난다면? 미래의 삼성, 현대는 없다! 그러니까 티 안나게 조금씩 분산투자하자.

혹은 당대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미래에 대성한 기록이 있는 인재들을 주변으로 끌어모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당장 이득을 보긴 힘들고 오히려 그 인재들 먹여살리느라 더 고생할 수도 있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면 유비같은 명 헤드헌터로 이름을 날릴 것이다.

4.10. 소결

특정한 조건 밖에서의 현대인 천재론은 "판타지의, 판타지에 의한, 판타지를 위한 가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대인을 천재처럼 만든 그 무수한 과학과 기술은 아무 것도 없던 상태에서 옛 사람들이 생으로 고생해서 얻어낸 연구결과가 차곡차곡 쌓여 나타났다. 비유하자면 아무리 최신 CPU 셀러론을 가져다놔도 구형 i7 앞에서는 성능이 한참 부족하다. 기본적인 지식수준, 지능보다 너무 낮으면 아무리 과거로 가더라도 천재가 쉽게 되리라 생각해서는 안된다.

현대 문명은 대단하지만 그 현대 문명에 기여한 게 거의 없는 보통 사람의 머리로는 별로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 때도 비문명화(?)된 후진국에 간 외국인들이 있었지만 그렇게 대단한 결과는 내지 못 했다. 일본은 물론 조선이나 청 혹은 세계의 다른 후진국들도 근대화를 위해 자신들이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84]들을 고용했지만 역사적으로는 대부분 폭망했다.

조선만 봐도 묄렌도르프 등을 수백 명이나 뽑았지만 그렇게 쓸모가 있지는 않았다. 일본도 진짜 일반인(?)[85] 수준이면 쓸모가 없다고 토사구팽했다. 사실 여간한 수준으로는 오히려 머저리들을 고용했다고 학자들에게 까인다. 근데 그 사람들도 후진국 사람들이 모르는 것들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는 상대적인 발전은 물론 절대적인 발전도 제대로는 시키지 못 했다. 성공적으로 발전한 나라에서도 정말 일반인이면 딱히 대단한 취급을 받지 않았고 그게 어리석지 않은 판단이었다.

당시 문명 자체의 한계[86]도 있을 수 있다. 그리스의 아테네는 혁신[87]을 통해서 스파르타를 이기려고 하였고 지적으로만 보면 꽤 놀라운 결과물들도 있었으나 당시 수준으로는 결국 불가능했다.

즉, 현대인 천재론에 해당되는 계층은 이미 현대인들 중에서도 특출난 천재들이고, 보통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현대인 천재론은 비현실적인 가설일 뿐이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5. 현대인의 지식

그렇다면 "현대인의 지식은 아무런 쓸모도 없나?"하면 그것은 아니다. 제약이 좀 심하긴 하지만 가능성은 있다.

불가능을 논하는 경우의 태반은 '우려'되는 문제이지 소설적 장치로 극복 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생존능력이나 신분제도의 장벽은 천재론과는 사실 별 상관관계가 없다. 해당 세계의 천재를 가져다가 대입해도 사실상 극복하기 힘든 문제들만 언급했기 때문이다. 상위 문단에는 주구장창 권력자들이 이용만 할 것이라는 주장만 있을 뿐 실제로 좋은 인연을 만날 가능성을 간과하고 있다. 천출임에도 세종의 눈에 띄어 출세한 장영실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역대급 명장인 이순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왜란 당시의 푸대접 때문에 체감이 되지 않을 뿐, 왜란 직전까지 이순신은 선조의 총애를 받아 일반적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승진가도를 달렸고 지휘관이 되었다. 만일 임진왜란 전에 지휘관의 자리에 앉혀주지 않았다면 그만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는가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실례를 들면 조선에 표류됐던 네덜란드인 얀 야너스 벨테브레 는 표류인 송환 할 곳을 찾다가 없자 한양으로 부른뒤 그의 포술을 높게 사 사관으로 임명했으며 풍토병으로 죽지도 권력자의 고문을 당하지도 않았고 병자호란때 나가 싸우다 위기를 겪긴 했으나 70세가 넘게 장수했다. 이 사람이 무슨 네덜란드 최고의 명장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사략선 선원이었던 만큼, 그를 천재라고 칭하기는 힘들다. 심지어 이는 이영이라는 조선인조차 명나라로 가서 더 높은 관직을 세습까지 하며 비슷하게 잘 살다 갔다.[88] 즉 말이 통하지 않고 아는 이도 없는 나라에 갑자기 가게 됐다 해서 풍토병으로 죽거나 언어를 극복하지 못하거나 권력자가 죽인다는 루트 때문에 생존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논리는 심한 과장이라는 뜻이다. 조선시대에 표해시말을 집필한 까막눈 홍어장수 문순득처럼 언어능력에 통달하여 외국에서 잘 적응하는 사례도 있다.

진짜 천재로 예를 들자면 대부분의 수학자들에게 무시당하다 하디를 만나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수학 천재 스리니바사 라마누잔 같은 예시도 있다. 게다가 갑자기 조선의 천재가 아니니 명나라의 천재가 아니니 하는말이 나올 필요가 없다.

생존과 신분제로 야기되는 문제의 대부분은 실제로 극복한다는 조건이 천재냐 아니냐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그냥 시대적인 혹은 시기적인 혹은 상황적인 어려움의 예를 든 것 뿐이다. 그리고 반대로 일부를 조언으로 받아들여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나마 개연성이 그나마 어느 정도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뿐이지 대부분의 소설에서 주인공 버프가 없다면 극복하기 힘든 문제일 뿐더러 현실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인류 전체, 최소한 한 국가 내에서 영웅이 된다는 것과 동일한 성질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상황적인 문제는 '소설 속의' 현대인 천재론과 아무 상관 없는 문제라는 소리다. 천재의 정확한 사전적인 의미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남보다 훨씬 뛰어난 재주. 또는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최소한 정의(Definition)적 접근에서 보면, 생존능력은 천재 그 자체와는 별개의 영역에 있다. 생존능력은 기술이지만, 천재는 재능이다. 즉, 질병, 언어장벽, 정치적 문제는 굳이 다룰 실익이 부족한 셈이다. 예를 들어 현대인이 과거로 가서 풍토병으로 며칠 정도 사경을 헤매다 살아났다는 내용을 보고 '와 현대인인데 풍토병에서 살아나다니 살아날 리가 없잖아? 개연성 안 좋네' 라고 판단할 사람은 있겠는가? 그 정도 문제일 뿐이다.

현대인이 과거로 갔는데 언어에 아무런 장벽이 없이 적응한다든지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는 걸 '현대고딩'이 바로 실전에 적용한다던지 과거인이 '지능' 자체가 떨어지는줄 아는 착각 속에 쓴 글이라던지 하는 등등의 역량 떨어지는 작가의 어이없는 행태에 대한 지적이라고 하는 게 더 올바를 것이다.

5.1. 고대어를 익혀라!

고대의 언어를 깨우치는 문제. 물고기 구워먹으라는 소리 아니었나 앞에서 많이 강조되었던 언어의 문제점은 실제로 그렇게까지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물론 당장 말이 통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충분히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 있다면 결국 해결할 수 있다. 그저 하나의 걸림돌일 뿐이며 결코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다. '언어를 배울 수 없으니 절망적'이라고 보는 것은 오히려 비현실적인 상상이다.

인간의 언어 구조는 근본적으로 모두 같으니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결코 없다. 성실하게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 배울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가 문제일 뿐이다. 배울 기회만 잡을 수 있다면 설사 아무런 기반지식이 없어도 말을 배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외국어를 하루아침에 배우기란 어렵지만, 언어습득 능력은 외국어의 바다에 빠지는 궁지에 몰리면 더욱 빠르다. 특히 우리가 지금 말하는 현대 언어의 직접적인 조상 언어라면, 그 사이 말이 아무리 많이 바뀌었어도 유사성이 상당히 높으니 아주 모르는 언어보다는 훨씬 빠르게 배우게 될 것이다.

실제로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나 지방에 간 다음, 주먹구구식으로 닥치는 대로 부딪히면서 그 동네 언어를 배우고 빠른 시간 내에 유창하게 익혀서 해당 지역에서 활동한 사람은 매우 많이 있다. 당시 조선에 알려지지도 않았던 '여송'[89]이란 지방에 단 몇 개월 표류한 것만으로도 후에 '여송' 사람이 조선에 표류해 왔을 때 통역관의 역할을 능숙하게 수행문순득이라는 사람의 사례를 보자. 만일 언어 습득이 절망적인 수준으로 힘들거나 수십년이 걸려도 더듬더듬 거리는 수준 밖에 안 됐다면 세계 인류가 이처럼 활발하게 소통하는 지구촌 시대를 맞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사례를 들어보자면, 네덜란드얀 야너스 벨테브레(Jan Jansz. Weltevree)의 경우 1626년 선원으로 홀란디아(Holandia) 호에서 근무하다가 제주도에 표착하여 관헌에 잡혔다. 조선에 반강제로 귀화해서 나름 벼슬도 지내며 살다가 1653년(효종 4년) 헨드릭 하멜 일행이 표착했을 때 통역도 했는데 이때 하멜이 그를 네덜란드인이라고 하자 조선인들이 "틀렸다, 그는 조선인이다."라고 농담했던 기록도 있다.

게다가 언어만이 아니라도 없어도 인간에게는 눈치라는 것이 있으며, 바디랭귀지는 그 정점에 있다.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서로간의 감정이나 의사를 교환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하멜표류기》를 보면 벨테브레가 도착하여 통역하기 전에는 조선군과 손짓발짓 하면서 눈치로 의사소통을 나누었다.

물론 이것이 간단히 되는 것은 아니고 노력으로 이루어야 하는 것이니 현대인이 천재라는 주장과는 매우 거리가 있다. 굳이 말하자면 고대인과 현대인을 불문하고 가지고 있는 인간의 기본적인 능력에 가깝다. 뭐, 벨테브레처럼 27년 동안 현지에 발이 묶이면 말 쯤이야 못 배울까?

사실, 자세히 다루어봐야 재미도 없고 극의 흐름이 지리해지는 만큼 대부분의 창작물에서는 적당히 넘어가는 문제이기도 하다. 환협물의 대표격인 묵향의 경우, 물건을 가리키며 단어를 배우거나(다크레이디), 통역마법을 써버리는(귀환의 장) 식으로 짧게 언급하고 넘겨버렸다.

5.2. 사용하는 지식이 엄청나게 간단하며 혁신적인 경우

그 외에도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혁신적인 결과를 불러오는 지식은 충분히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위에 언급했던 손씻기를 도입하면서 인류의 수명이 연장되었다는 예도 있고, 고딩도 이해할 만큼 확립된 수리체계는 분명히 매력적이며 강력한 요소다.

국가마다 다르겠지만 최소한,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라고 그냥 죽여 없애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심지어 인신공양을 하는 아즈텍 제국조차 이러지는 않았다. 말은 안 통하는데 일반적인 사람과 다른 생김새, 다른 차림을 한 사람이라면 바로 적대적 존재로 보기보다는 그냥 처음 보는 외국인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때문에, 길을 잃은 외국인인지 첩자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상당히 높은 신분을 가진 인물[90]과 대면할 가능성이 높고, 정말 특이해 보이면 국왕이나 황제가 불러들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대인을 본 통치자들은 (외국인으로 보이는)현대인이 송환할 수 있는 사람인지, 송환할 수 없다면 써먹을만 한 인재인지 판단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한 조직의 위정자 쯤 되면 외교도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그냥 외국인 같다고 죽여 없앨 실익이 없다. 오히려 현대인에게 적극적으로 언어를 가르치고 어떤 유용한 혹은 재미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듣고 싶어할 가능성도 제법 존재한다. 인간이란 동물은 상상 이상으로 호기심과 재미에 목말라있는 동물이고,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창작물인 천일야화의 주요 소재도 이것이다. 극도의 여성혐오로 인해 하룻밤을 보낸 여성의 목을 무조건 치는 미치광이 왕조차도 셰에라자드절단신공 앞에서는 당해내지를 못했다. 예나 지금이나 말 재미있게 하고, 말빨 잘 서는 사람은 우대받는데, 간신이 가져야 할 주요 덕목이기도 했고, '재미있는 사람'은 연애 시장에서 인기있는 사람으로 꼽힌다.

현대인 천재론을 부정하는 입장에서는 '딱히 고생하지 않은 것이 티가 나는' 나약한 몸은 판타지, 이세계에서 생존하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삶 자체가 고단한 고대, 중세 기준에서 '햇빛에 타지 않고 근육도 적은 운동부족의 나약한 몸'은 "나는 꽤 높은 신분의 사람이다!"라는 것을 증명하는 역설적 요소가 된다.애초에 귀족을 뜻하는 블루 블러드가 타지 않아 보이는 파란 핏줄에서 기인한 단어이며 히키코모리로 살아도 될 정도로 잘 사는 집안 자식이라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91] 모든 귀족이 나약한 몸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나약한 몸을 가진 한편, 구구단 같이 당시 기준에서 꽤 고급 지식을 가진 사람은 귀족, 부호 외에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고급관료나 도시행정관같은 고위직조차 준 문맹이었던 경우가 빈번했는데, 이차방정식, 곱셈, 나눗셈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거진 본능의 영역에서 수량을 백분율(퍼센트, 할푼리)로 따지는 현대인은 당시 기준에서 분명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다. 허수의 존재만 알아도 당시 기준에서는 세계적 석학이다.

생존에 성공했다 가정해도, 낯선 이방인으로서 권력이 하나도 없는 이세계인이 어떻게 지식을 전파하느냐는 문제가 된다. 손씻기만 해도 의사가 제안한 것임에도 도입에 엄청난 시간이 걸렸고, 비웃음만 실컷 샀을 뿐더러 물을 낭비하는 자라고 취급받았다. 하지만 당시 제안한 의사조차 손을 씻어야 하는 원인인 세균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산파들이 주술적인 의미로 씻고나서 하는 걸 따라하게 시켰기에 비웃음만 샀던 것이다. 애초에 이사실을 알고 있는 현대인이고 저능아가 아니라면 똑같은 일을 반복할 필요가 없다. 예를들면 현미경 관찰을 통한 세균감염의 증명이라던지. 충분히 가능하다. 이 당시에도 이미 세균은 현미경으로 발견되어 있었다. 다만 세균의 전염이나 영향을 잘 알지 못하거나 믿지 못했을 뿐이다. 제멜바이스와 다르게 당신은 어딘지도 모를 다른나라에서 온 미지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다. 매체가 없던 시절이면 통치자가 당신의 지식에 관심이있을 확률도 높고 있던 시절이면 대서특필돼서 당신은 이미 유명할 가능성도 있다. 소설로서 충분히 개연성 있는 전개다.

애당초 현대인 실패를 주장하는 이들이 많이 근거로 삼는 게 과거인의 실패 사례인데 오히려 현대인의 장점은 그들이 왜 실패했는가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이 과거인과 똑같은 실패를 겪으려면 원인을 알아도 성공하기 힘든 일이거나 과거인이 실패한 원인을 모르거나 과거인이 실패했었다는 사실자체를 몰랐어야 한다. 즉 접근 자체를 현대인이 실패사례를 알고 이유도 알며 이유를 알면 극복할 만한일에 접근 하면 개연성있는 현대인의 성공 사례로 변모시킬수 있는 것이다.

정 안 되면 실마리라도 주면 된다. 고전적인 흑색화약의 재료인 탄소(목탄), 질산칼륨(초석), 유황을 귀띔해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건 굳이 전문지식이 필요없고, 어떤 재료가 들어간다는 확신 하나만으로 기술 발전에 1세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

그 밖에도 태엽은 현대인이 쉽게 기억해 낼 수 있으면서도 매우 유용한 물건이다. 비교적 뛰어난 현대인의 계산능력을 이용하면 기어비를 이용할 수도 있다. 하다 못해 공정은 간단한데 발명이 어려웠던 유리 제조라인 같은 경우는 매우 값질 것이다. 고대 유리는 어지간한 보석보다 귀했다. 현대 공정으로 생각하면 굉장히 쉽다.[92] 이와 같이 의외로 현대인의 상식 가운데 고대인들이 모를 만한 지식이 매우 많다(당대 이익집단의 견제는 분야가 다르기에 이 부분에서는 상정하지 않도록 한다).

간단한 군사적인 지식 또한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동양에서 3세기에 대중화된 등자가 유럽에 도입된 건 5백년 뒤 8세기이고 랜스를 옆구리에 끼는 카우치드 랜스도 비슷한 시기에 도입 되었다. 직접 등자와 랜스를 제작할 필요 없이 저러한 아이디어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93]그리고 주인공이 군필이라면 군대시절에 교본만 열심히 읽었어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제법 있다. 다만 이전과 현대의 군사 교리가 다른 점은 감안해야 한다. 중세 전투병이 위장의 이점을 몰라서 위장색을 도입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동서양 막론하고 장수는 다소 화려한 복장을 하였는데, 이는 지휘관의 권위를 살리는 한편 자신이 공적을 올리는 모습이 군주의 눈에 쉽게 띄도록 함이었다. 병사들의 화려한 장식과 원색 제복도 통신수단이 미비한 전근대 전장에서 지휘관이 육안으로 각 부대의 위치와 상태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준비된 것이다.

정 안 되면 프레스 공정의 개념만 대장장이들에게 알려줘도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 고대에 정밀공정할 것도 아니고 증기기관의 기본적 개념과 철강 프레스 개념만 알려도 고대 통치자 입장에서는 현대인은 놓치기 아까운 매력적인 지식 보따리상이다.

권력자 중에도 성미급한 사람은 있기 마련이며, 과거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은 불경죄에 속하는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다.[94] 하지만 고대인이 지능이 낮은 것도 아니고 당연 머나먼 타국에서 온 인물의 예법이 다르다는 것 정도는 문명의 지도부라면 당연 알고 있다. 알 만한 나라에서 와서 안 지키는 것이 문제이지 모를만한 나라에서 와서 그러면 야만적이라고 욕할지언정 바로 죽인다거나 할 일은 몇몇 폭군들외에는 거의 없다.

기술은 시대를 막론하고 굉장한 자산으로 취급받는다. 사농공상의 나라로 알려진 조선조차 농업과 군대로 편중되어 그렇지, 기술개발 자체는 적극 환영했다. 믿음직한 모습을 보인다면 기술 분야를 담당하는 주요 가신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있고, 종이를 만드는 기술을 체계화시킨 기술자 채륜처럼 제후의 자리까지 영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단순한 너무 먼치킨스러운 효과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인지하고 있지 못할 뿐이지, 과거로 돌아간다면 주변을 놀라게 할 수많은 상식을 가지고 있다.

유럽에서 우산을 쓰기 시작한 것도 1700년대이다. 중국에서 가까운 조선에서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일반인이 막는 것은 불경이라 하여 상류층만 사용할 수 있었으니 조선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그나마 임진왜란 이후 조선 중후반을 거치면서 일반인들도 우산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중국에선 당나라 시절에 만들었던 칫솔조차 유럽에선 17세기에 만들어졌으며 피뢰침 역시 주변을 놀라게 할만한 물건임에는 틀림 없다. 방한 귀마개 역시 1800년대에나 발명되었고, 주판 역시 수메르에서 기원전 2500년경 발명되었으나 중국에 전파된 것은 명나라 시대이다. 거기다 명나라에서 훨씬 효율적으로 개량한 것이니 주판학원을 다닌 고딩이라면 없는 주판을 만들거나 효율적이게 개량하는 정도는 충분하게 할 수 있다. 지퍼의 개발도 고도의 지식이 필요하지 않으며[95] 연필과 지우개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실제로 중세시대로 돌아간다면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도 못한, 간편하게 사용하거나 개조 할 수 있는 수준의 물건들을 주변에서 얼마든지 발견해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수학의 경우, 사칙연산의 부호가 없었다한들 사칙연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칙연산의 개념이 없었다면 애초에 숫자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곱셈의 경우, 곱셈부호가 없음으로인해 추상화 자체가 불가능해서 연산이 난해하여 대학교나 가야 배울 수 있는 게 곱셈이었다. 곱셈부호를 다른 사람들이 안 쓴다 해서, 현대인이 암산에서도 못 쓸리도 없거니와 구구단의 암기[96]와의 시너지 때문에 현대인의 암산능력은 조롱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심지어 곱셈부호가 나오기 전엔 근사치만 구할 수 있었을 뿐 삼차방정식을 푸는 공식 자체도 없었다. 중국은 명나라 때까지 피타고라스의 정리도 계산할 수 없었다. 조금 더 정확히는 피타고라스 정리에 해당하는 구고현의 정리는 있었지만 서양과 같은 증명법이 없었다. 단, 해도산경 같은 당시 수학책을 보면 문제는 다 풀었다. 사실 중국 주세걸의 산학계몽을 해설한 산학원본[97]에서도 피타고라스 정리인 구고술과 다항방정식인 천원술, 원과 관련된 공식 등을 설명하고 있다. 그냥 서양에 비해 증명 자체를 중요시하지 않아 증명을 대충하고 끝내고 맞기만 하는 것 같으면 문제나 푼 것이었다.

동양과 서양 간 수학의 발달 정도는 비대칭을 이루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교차되는 지식은 많았다. 이는 현대의 수학과 과거의 수학간의 관계에서도 똑같다. 현대의 수학이 과거의 수학보다 더 발전되었을지라도, 상당한 부분에서 교차되는 지식이 있다.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은 자라면 교차지식이 없을 수가 없다. 다만 수학의 경우는 현대의 공식을(대부분 공식과 해만 외우는 수준이니) 어줍잖게 피로하면 곧바로 이어지는 응용 질문들에 버벅일수밖에 없고 표절 의혹을 받아 매장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과거에 이런일은 흔해서 모두 천재들 뿐였던[98] 수학자들 틈에서 자신이 풀이를 입증과정이 매우 길고 고난했다.

5.3. 초월적인 조력자가 있을 경우

고전, 현대소설은 물론이거니와 판타지, 무협, 일반 소설 등 시대와 장르를 막론하고 등장하는 '기연'이 이에 속한다. 기연은 현대인이 천재처럼 보이는 것에 상당한 개연성을 부여해 주는 장치이다. 하지만 전개의 상당부분을 우연에 의존하기 때문에[99], 편의주의적 전개라는 비판을 듣기 쉽다는 점 또한 감안해야 한다.

판타지 세계관에는 과학수준이 낮다 보니 어떤 기계의 필요성이나 핵심적인 작동 원리를 잘 모른다. 발광 마법이 있다면 굳이 전구를 만들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탓에 전기공학은 발달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잠수함이나 레이더 등의 병기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똑똑한 드래곤, 현대 과학을 초월한 마법사,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손재주가 좋은 드워프 등 초월적인 조력자가 있다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미스릴, 아다만티움, 오리할콘 등의 광물이라든가 연금술, 마법의 존재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존재가 있다면 당대 기준에서 망상처럼 들리는 현대인의 제안이 바로 현실화 될 수 있다.

굳이 이렇게 강력한 조력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왕가의 후원을 받는다든지, 대부호의 지원 정도만으로도 장인과 노예를 마음껏 쓸 수 있다면 적절한 지휘와 함께 이들을 이용하면 좋다. 간단한 물건이라면 그 시대에도 나름 뛰어난 장인이 있겠으니 최소한 비슷하게 따라 만드는 것쯤은 가능하다. 물론 재료의 문제로 복제할 물건의 수는 한정되어 있지만 자전거에 딸려있는 소형발전기 정도는 만들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조력자와의 관계가 매우 친밀해야 한다. 조력자의 입장에서는 믿고 돈과 시간과 인력을 크게 들여서 도와줬더니 실패하거나 초기의 결과물은 써먹기엔 영 아닌 물건만 나오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계전생물이 판을 친다.

게다가 판타지 세계관에서는 대개 마법이 있으니, 실패가 잇따르면 그냥 마법의 사용으로 방향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마법사가 현대인의 말에 영감을 얻어서 새로운 마법을 만들거나 마법을 보다 더 다양하게 응용할 수도 있다.

현대인이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자신의 경험을 활용한다면 그 결과는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주게 마련이다. 단순한 선원 출신이었던 박연(벨테브레)이 조선의 화포 제조법에 미친 영향력을 생각하자.

대규모의 개혁이라면 혼자서는 평생을 바쳐도 힘들다. 사람들의 관념을 바꾸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식의 유무보다 정치력의 보유가 더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한국사 최고의 명군으로 꼽히고, 정치력도 짱짱했던 세종대왕조차 훈민정음의 보급에는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고, 화폐도입은 아예 실패했던 사례가 있다. 다만 대부분의 현대인은 과거인보다 키가 크고 치열도 고르고 피부가 좋아서 호감을 얻을 확률도 낮지는 않은 편이다. 외모도 하나의 정치력으로 기능할 수 있으니, 결국 이용하기 나름이다.

5.4. 전문 기술자나 기술사(史) 학자, 혹은 실제 천재라서 대량의 지식을 소유한 경우

여기서 많은 양의 지식을 소유한 경우란 대학 교과서나 노트북과 태양전지 등을 가져간 경우, 넘어간 현대인이 엄청난 천재인 경우 등을 포함한다.

현대의 학문은 매우 전문화했고, 고도로 분화했다. 때문에 한 분야에서 전문기술을 갖춘 사람이라고 해도 사무 기반도 없는 상태에서 자신이 가진 전문기술을 활용하기는 어렵다. 저개발 국가에도 천재는 있다. 하지만 저개발 국가에서 전차전투기같은 첨단 무기를 만들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 인프라가 구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령, 증류기를 어떻게 쓰는지 아는 것과 어떻게 제조할 줄 아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푸른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이 나온다는 것을 아는 것과, 페니실린을 생산하는 푸른곰팡이 품종의 포자를 구하고 다른 푸른곰팡이와 구분해내며 성공적으로 배양할 줄 알고 그런 시설을 만드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폭약도 마찬가지인데 흑색화약이 3가지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도 그 재료를 구하고 정제할 줄 알며 배합 비율을 아는 것은 별개다.[100]

사망률을 낮추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방법 가운데 가장 간단한 방법은 비누를 대량생산하는 것이다.[101] 비누가 널리 보급되면 사회적 위생이 크게 개선되므로 사망률이 크게 감소한다. "모든 의사들이 살린 사람보다 비누가 살린 사람이 더 많다"라는 말도 있다. 불과 백수십년 전만 해도 의사들조차 기름때와 피로 범벅인 옷을 입고 수술을 집도했다.

실제 예를 들자면 1840년, 헝가리의사 이그나츠 제멜바이스(Ignaz Semmelweis, 1818–1865)가 산파가 아이를 받을 때보다, 의사가 아이를 받을 때 산모·산아의 사망률이 더 높자 의문을 품는다. 전문 의학 지식을 가진 사람보다 단순한 동네 할머니가 더 실력이 높다는 것에 의문을 품은 제멜바이스는 산파들을 관찰한 결과, 산파들은 애를 받으러 올 때 깨끗한 옷을 입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반대로 그가 관찰한 의사들은 수술을 하고서는 씻지도 않고 다음 수술을 집도하며, 심지어는 자동차를 정비하다가 기름에 찌든 상태로 진찰이나 수술을 집도하기도 했다. 위생에 엄청나게 신경쓰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겠지만, 그 때는 환자의 피가 덕지덕지 묻은 가운을 입고 수술하는 모습이 의사들의 권위와 경험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제멜바이츠는 수술할 때 깨끗한 옷을 입고 알콜로 손을 씻곤 했는데 신기하게도 환자의 감염 사망률이 자그마치 1/20으로 낮아졌다.

그래서 제멜바이스는 손씻기 운동을 시작했으나, 오히려 사이비로 매도를 겪고 의학계에서 매장당했다. 그 원리를 설명하지 못하니 손씻기를 의학적인 근거가 없는 종교적인 의식으로 받아들인 것. 당시에 손을 씻는 것은 몸을 정결하게 해 신에게 다가가기 부끄럽지 않게 한다는 종교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제멜바이스는 의사들에게 의학이 아닌 종교적인 미신으로 병을 고치는 중세 신부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들은 것. 이 사례는 아무리 획기적인 아이디어라도 근거가 허황되거나 부족하다면 힘을 가지기 어렵다는 측면을 잘 보여준다.

상술된 제멜바이스의 경우, 확실히 깨끗할수록 질병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은 통계상으로는 입증했지만 의학적으로는 대체 왜 그런지 제멜바이스 본인도 알지 못했다. 끝내 40년이나 지나서 루이 파스퇴르가 병의 원인이 박테리아라고 밝힌 뒤에야 제멜바이스는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제멜바이스는 이미 죽은 후였다. 게다가 그렇게 열심히 씻던 제멜바이스가 패혈증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의사들은 청결무용론을 증명했다며 기뻐했다. 심지어 학회에서 의사들에게 손을 씻도록 지침을 내린 것은 거기서 30년이 더 흐른 1910년이었다. 백년 전만 해도 의사들도 손을 안 씻고 진찰·수술을 해서 수많은 환자들을 죽였다는 이야기. 제멜바이스의 주장이 뒤늦게 받아들여진 것 역시 생전에 그가 일방적으로 "손 안 씻는 당신들은 살인자다."라고 주장하며 타 의사들의 반발을 샀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식을 도입하려면 지식만으로는 안 되고 정치력이나 말빨도 상당히 필요하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 제임스 가필드는 암살자에게 저격당하기도 했는데 큰 부상은 아니었음에도 비위생적인 의사들이 수술하면서 패혈증으로 죽었다. 그래서 유럽 귀족들은 아프면 의사나 병원을 찾지 않고 웬만해서는 아예 집에서 치료했다. 되레 이게 위생적으로 더 나았다. 수술 들어가기 전에는 수도꼭지도 페달식으로 해서 손으로 직접 안 만지고 발로 눌러서 틀거나 잠그고는 소독한 장갑까지 끼는 현대의 의사들이 보면 기겁하고도 남을 일이다.

더 어이없는 사실은 고대의 그리스나 로마 제국 때는 의사들이 철저하게 위생 관리와 소독을 했다는 것.(관련 글) 사회는 때때로 퇴보하기도 한다. 있던 지식과 기술도 사라지고 잘못을 시행하는 현실이니 새로 주입하기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이걸 하루아침에 이루라면 아무리 전문기술자라도 절대로 못한다. 이런 예로는 다음과 같은 일들이 있다.

하지만 일단 이 방법을 쓰려면 그 분야의 전문가면서도 야생에서의 생존 기술이 뛰어나 자연에서의 대체물로 충분히 쓸 만한 장비를 만들 능력까지 겸비한 진정한 프로여야 한다.

이세계 약국과 같이 천재 수준이 아니라 분야에서 세계적 원탑의 권위자를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 이쪽은 빽도 크긴 하지만, 전적으로 자기 머리에 의존해서 능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빽의 역할이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다. .. 고 일반인은 생각할 수 있지만 학사의 수준에서 보더라도 터무니 없는 치트 능력에 의존하고 중요한 기술, 분야는 모두 스킵하는 소설이다. 거기에 일단 아버지가 궁중 약사로 대귀족이다. 단적으로 현대의 의사나 약사가 맨손으로 과거로 가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양판소 소설들은 이처럼 독자의 무지와 작가의 무지에 기초해서 쓰여지고 흥하는 장르이다.

5.5. 프로 운동선수일 경우

위와 비슷한 경우로 실제 그 분야의 전문가인 현대 프로 운동선수라면 현대인 천재론이 실현 가능하다.

현대의 운동은 기술, 영양, 훈련법 등등의 수준은 과거에 비해 훨씬 성장했다.

1896년 올림픽에서는 남자 100m 달리기 기록이 12초였다. 현대 올림픽의 남자 100m 기록은 메달권 밖의 선수들도 9초대이고, 12세 여자 초등학생 선수가 11.09초 신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니까 2020년대의 여자 초등학생 선수가 1896년 올림픽 우승을 한 남자 성인선수보다 빠른 것으로 굉장한 격차가 있다.


1908년의 복싱 경기를 보자, 현대 복싱과 비교하면 옛날 복서들은 균형이 잃기 쉬운 자세를 하면서 허점이 큰 동작의 주먹을 날리고 풋워크도 부족한 모습으로 기술적으로 크게 부족하다. [102]

1990년대에 시작된 종합격투기는 자유로운 규칙만큼이나 기술의 범위가 워낙 다양해 여러 번 진화했고 지금도 진화중이다. UFC1이 열린 당시에는 주짓수라는 개념 자체를 많은 선수들이 몰랐기에 한동안 그레이시 주짓떼로인 호이스 그레이시의 주짓수 기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후에도 카프킥, 케이지레슬링 등등의 새로운 격투 기술들이 등장해 종합격투기를 다음 단계로 계속해서 진화시켰다.

5.6. 전염병이 돌 때

고대에는 20, 30대의 전문가나 장군, 또는 천재가 등장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103] 예나 지금이나 너무 어린 전문가는 신뢰하기 어렵지만, 어쩔 수 없는 까닭 중 하나는 전염병으로 다 죽어버려서 대체할 인력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평균 수명이 40대고 성인의 기준이 16세 정도인 것을 고려해보았을 때, 20, 30대면 나름 머리 큰 성인이긴 하다.

문제는 그런 치명적인 전염병이 돌 때 당장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달렸다. 일단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도 높은 데다가 설령 운이 좋아 살아도 이럴 경우에는 급격한 사망률의 증가에 따른 사회불안으로 각지에 강도나 폭력배가 돌아다니는 일이 많다.

이에 대해서 "현대인을 과거로 보내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생물병기 투하 같은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즉 현대인은 면역체계도 강하고 현대의 백신을 때려박으면 병으로부터 무사하리라는 것인데,[104] 당신이 떨어진 세계는 그런 현대적인 의료체계가 전혀 없는데다 현대에는 사라져서 백신 자체가 없는 지역적인 풍토병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항원이 같은 계열이라면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천연두의 경우 1980년~90년을 전후로 정복되어 그 뒷세대에는 예방접종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과거에는 천연두가 대중적인 질병이었으니 위험하다. 하지만 예방접종 자체를 안하게 되었다하더라도 우두법자체가 매우 쉬운 접종법이기때문에 과거로 돌아가 천연두가 발병하는 지역이라면 약간의 인맥만으로도 스스로 할 수 있다.

이걸 예방하기 위해 약과 의료기구를 지참한다면? 가격은 둘째치고 부피에서 대개 이미 절망적이다. 말라리아를 예방하기 위한 키니네만 봐도 매일 1정 이상씩 먹지 않으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음식의 경우도 그 시대에는 기본적인 빵조차 톱밥과 각종 이물질이 섞여서 나오고[105], 물도 근처의 썩은 강물을 대강 길어서 파는 일이 흔한 상황에서 그걸 가려먹겠다는 생각 자체가 오산이다. 게다가 이마저도 전염병이 돌면 사방에 썩은 시체와 병균 천지인데 오염되지 않은 식량 자체를 찾는 일이 매우 어려울 것이다.

중국과 유럽 등지에서 맥주, 와인, 차 등을 물 삼아 마셔댄 것에는 물이라고 아무거나 함부로 못 마실 환경적 특성도 한몫 했다. 지금도 유럽의 몇몇 지역은 깨끗한 수원지에서 퍼온 생수 가격이 맥주보다 비싸고, 중국에서는 차는 무료인데 생수가 유료인 경우가 흔하다. 우리나라같이 식수를 마구 쓰는 나라가 오히려 드물다. 게다가, 우리나라라고 물이 많은 게 아니라서 봄만 되면 일부 지역에서 물이 부족한 현상이 일어난다.[106]

마지막으로 일단 사람들에게 빠르게 전문가로 자라잡으려면 첫번째 일을 완벽하게 성공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런 것을 2-3회 이상 벌이면서 빠른 시간에 진정한 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사람이 없는 기간에만 그럭저럭 인정하다가 인구가 회복하면 단숨에 실업자로 바뀔 것이다.

일반인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의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고, 집단에게 정보를 전할 능력이 있다면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위생'이다. 위생과 방역에 대한 개념만 투철해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근세 이전의 기술과 환경에서 한계가 드러난다. 현대의 국가들은 대부분 상수도 보급률이 높거나, 어떠한 방식으로든 생수를 마련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국가가 많다. 그렇기에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1급수를 제외하면 현대와 같은 위생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려우며, 정보의 전달속도가 느린 시대에 위생은 범위가 작을수록 전체적으로는 효과가 떨어진다.

물론, 특정 분야에서(부상 치료 등) 큰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그만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때에나 가능한 일이고, 우물물 자체가 오염되는 경우처럼 현대적인 기술이나 자본 없이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5.7. 거대한 현대문명 집단이 많은 양의 현대문명 문물을 가지고 이주할 경우

1명 내지 소수의 구성원이 한정한 문물을 가지고 이주할 경우, 소설과 달리 생존률은 극히 낮다. 현대문명 문물들은 작동하는 데만도 전기나 석유 등의 자원과, 지속적인 유지보수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많은 수의 현대인이 이주할 경우, 특히 소화기를 비롯한 무기 체계가 있을 경우 현저한 기술우위를 이용해 원주민을 약탈하는 등의 형태로 패권을 차지하고 지속적인 생존과 성장이 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전국자위대 1549[107]를 보면, 1개 중대(약 100명 이하)의 인원과 장갑차, 전차, 헬리콥터 등의 장비로 전국시대로 간다. 여기서 오다 노부나가의 성을 함락시키고, 오다 노부나가 행세를 한다. 또한 석유 정제시설까지 갖춰서 장비를 계속 사용한다.(리뷰)

해리 터틀도브의 The Guns Of South에서는 남아프리카의 인종우월주의자들이 AK-47과 유탄 발사기와 우지 기관단총 수백 정과 수만 발의 탄약을 가지고 타임워프하지만 클라이맥스에서 남부 연합의 진압군에게 처참하게 굴복한다. 작중 설명을 하자면 현대인 천재론에 입각한 일당들은 남부독립 뒤 대통령 선거를 좌지우지하려다 실패하자 리 장군 암살 작전을 벌이고, 그것마저도 끝내 실패한 후 진압된다. 유탄발사기, 우지가 있어봐야 포병 앞에선 도루묵이니 그럴 수밖에. 중세쯤이라면 몰라도...

소설 신대한민국에서는 클레어모어로 일본군을 쓸어버렸지만, 일본군의 검시와 잔해 수거로 일본군이 비슷한 것을 만들고, 탄약과 무기의 수급을 위해 독일과 기술을 공유해 제작하며, 장제스에게 지원 요구를 대가로 M-16을 넘기고, 작중인물의 실수로 K2 소총도 뺏길 뻔하는 등의 상황을 보여주며 현대인이 기술을 독점하는 상황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이 상황은 작중 배경이 현대와 그리 차이나지 않는 20세기라서 그렇다.

반대로 집단과 문물의 질적, 양적 수준이 모두 높을 경우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주는 소설이 더 세틀러다. 22세기의 지구에서 화성의 테라포밍을 위해 파견한 원정단이 의문의 힘에 의해 우주 어딘가로 차원이동하여 판타지 세계의 모습을 한 행성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이야기로 과학자와 군인, 민간인들로 구성된 수천 명의 인원과 수많은 장비, 식량 자원과 22세기 수준의 강력한 군사력까지 갖춰서 안정적으로 정착한다. 그 행성에 있던 기존의 국가들은 이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처음에는 적대하고 공격했으나 원정단의 군사력에 작살나며, 심지어 원정단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인명 피해도 입지 않는다. 나중에는 오히려 원정단 측에서 다른 나라들에게 증기기관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문물을 전해주며 문명 수준을 직접 이끌어 올린다.

물론 완전한 기술 독점의 가능성은 예측할 수 없지만, 현저한 기술 우위를 유지한다면 패권을 차지하는 일이 상당히 수월할 것임은 분명하다. 현대의 기술 선진국들과 한국의 기술 격차는 분야별로 3년에서 10년 정도다. 하지만 그 10년도 안 되는 기술 격차를 따라잡는 데는 몇십 년을 걸려서도 힘들 만큼 엄청남을 느낄 수 있다. 뒤쳐지는 쪽에서 따라잡기위해 10년 동안 발전하면 그 동안 기술 선진국에서도 10년 동안 발전하니 격차는 그대로인 것이다. 이해가 힘들다면 2차 세계대전 등 실제로 일어났던 전쟁사에 예시가 많다. 2차대전에서 일본군은 가끔 M4 셔먼이나 스튜어트 전차 몇 대를 노획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걸 가지고 카피를 하거나 대응을 할 만한 전차를 제대로 못 만들어내서 치하 가지고 계속해서 털렸다. 당시의 일본은 영국, 미국, 독일 등을 뺀다면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 선진국이었음에도 그랬다.

기술 격차가 10년 이내인데도 이러했는데, 기술 격차가 최소 수십 년(근세)에서 수백 년(중세, 판타지)에 달하는 원주민들이 소총이나 클레어모어 같은 생소한 것을 몇개 노획해 복제품을 제작해서 현대인 강냉이를 털어버릴 수 있다면 그건 원주민 천재론이다.

현대의 기술은 고도로 발달하였고, 그 산물은 당연히 고도로 발달한 사회적 인프라가 집합된 산물이다. 물건의 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소재공학이다. 주변에 흔해빠진 철 조차 속의 탄소성분 하나로 인해 강철이 될지, 주철이 될지, 똥철이 될지가 판가름난다. 현대의 발달한 소재공학은 현대인들이 철과 탄소의 배합비를 알아내서 유용하게 이용하도록 해 준 일등공신이다. 이 면에 주목하면 설령 기술적 기제를 파악했다 하더라도, 그 복제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러한 동작이 일어날 수 있게 해 주는 소재를 다룰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가령 현대식 자동소총을 만든다고 하면 크게 탄약의 성분(무연화약), 구동방법(노리쇠의 움직임), 총기 재질(탄소강, 합금)의 세 부분이 가장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탄약을 만들었다고 해도 연발사격을 견딜 수 있는 총기 재질의 재현에 실패한다면 자동소총의 복제는 꿈도 꾸지 못한다. 차량은 더욱 심하다. 당장 현대 국가 기준으로 보아도 차량용 엔진을 국산화한 국가는 손에 꼽으며, 때문에 20세기에 사용된 차량을 가져다 줘도 복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대 차량은 ECU가 생명이므로, 소프트웨어 및 전자회로의 이해가 없다면 복제가 불가능하다.

복제는커녕 노획품을 분석하다가 엄청난 기술 격차에 쇼크 먹을 가능성이 높다. 총기에 사용되는 자그마한 금속부품과 스프링, 차량에 사용되는 판스프링과 고무벨트만 봐도 어떻게 이런 물건이 있냐며 기겁할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지팡구에서는 이지스함이 통째로 2차 세계 대전 시기로 넘어가지만 여기서도 연료는 어떻게 되지만 탄약 보급과 수리의 문제 때문에 그 소모를 감당하기가 차츰 힘들었다. 손상된 포신을 당대의 기술로 대체해서 몇 발 쏘지도 못하고 도로 망가진다거나 등등. 공업 기술이 몇 번 본다고 따라 할 수준은 아니다. 이건 당시 대다수의 일본군 무기가 너무 구린 탓도 있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소수의 최신무기로는 다수의 구식무기를 못 막아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통 이런 경우에는 머무르는 시간을 짧게 잡거나, 아니면 진짜 일개 개인이 못 감당할 지경으로 많은 물자와 인원과 장비를 투입하거나, 심심하면 물건을 현대에서 끌어올 포탈이 있는 등의 보조 설정이 필요하다. 아니면 1904 대한민국이나 일본국소환처럼 나라 하나가 통째로 과거나 이계로 가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서 기술 우위와 패권을 차지하는 것 자체는 쉽지만 이걸 계속 유지하는 기간은 짧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상기된 예시는 기술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집단들의 경우고, 과학이나 기술에 관심이 많은 국가(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처럼)가 있다면 조악하게나마 모방품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도 매우 빠르며 일단 최종목표물이 바로 확실하게 보이니 기술 개발 시 시행 착오를 일으키는 정도도 적어 무서운 만큼 기술 격차를 줄여나갈 것이다. 덤으로 이런 국가에 거금을 받고 기술을 유출하는 스파이도 반드시 있기 마련이니 현실에서 수십, 수백 년 차이라 안심하고 넋놓고 있다간 몇 십년 안에 동급의 기술을 보유한 다수의 적 앞에 박살날 수도 있다. 스트로그X-COM 시리즈 외계인 같은 애들이 미개한 지구인을 한 번에 제압 안 하고 시간 끌다가 헬게이트 열리는 경우

물론 이 가정은 다른 나라들은 우리의 기술을 훔쳐서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걸 보면서도 이쪽은 하나도 발전 안 하고, 넘치는 무력과 자금력이 있으면서도 다른 나라들을 통제할 능력마저 상실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나라 하나가 시간이동의 충격 등으로 대규모 혼란에 빠져 국가 기능이 마비되거나 하필 시간이동한 그 국가가 원래 시대에서도 자력으로 기술을 거의 개발 못하고 대부분을 다른 국가에 의존할 정도의 후진국이었거나 하지 않는 한은 불가능한 이야기다.

거꾸로, 몇백년의 기술 격차가 앞서는 그 나라가 다른 국가들이 겪게 될 위기상황이나 약점 등을 정리하여 효율적인 연합 저지 방법을 계획한 뒤, 그걸 이용해 기존 국가끼리 뭉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거나 서로 다투도록 유도한다면 기존 국가들의 연합은 더 어려워진다. 물론, 해당 국가가 이계로 차원이동 한 것이라면 성립되지는 못하겠지만, 그저 과거로 시간 이동한 것뿐이라면 해당 국가는 그 시대 국가들의 체제, 대략적인 인구나 자원, 지도자의 성향, 향후 발전 방향과 같은 그 당시에는 국가 기밀이 되는 정보들까지 알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정보력에서도 큰 우위를 차지할 수 있어서 원래 국가들에게 더 불리해진다.

게다가 과거의 국가들의 경우 군사력이나 기술력뿐만이 아닌 인구에 있어서도 현대 국가에 비하면 형편 없었다. 인구가 재래식 병력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중 하나임을 감안하면 이는 압도적이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중후반기의 기록을 보면 조선의 인구는 최정점에도 1822만 명 정도였다. 그리고 그나마 조선의 인구는 당시 최전성기였던 폴란드-리투아니아보다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대한민국 인구가 5100만명인 거에 비하면 30%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조선의 영토는 대한민국 + 북한이므로 북한 인구 2600만까지 포함하면 조선 인구는 현대 한반도 인구의 23%, 4분의 1도 안된다!

이에 더해서 기술 격차가 거의 수백년~수천년일 경우에는 다른 나라들이 급격한 기술 발전을 시작하려는 징조를 보이든 갑작스런 국가의 등장에 정신을 못차리든 그 국가들을 자기들 통제 하에 넣고 발전을 막으려하거나 자기들을 따라잡을 생각도 못하게 싹 쓸어버리면 그만이다. 당장 우리 시대에 우리들의 개념으로는 원리조차 이해 못하는 초 고도의 기술력을 상용화시켜서 군용으로 잘 써먹고 있고, 모든 현대 국가의 발전 방향이나 인구수, 국가 성향, 약점, 국가 기밀 등을 상세히 알고 있는 국가가 미래에서 갑자기 나타나더니 곧장 상술한 방법들을 사용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여러 방법을 사용하여 연합하는 것을 방해하고 통제하에 넣으려 할 때 과연 전 세계가 한 마음으로 연합하여 그 국가를 역으로 멸망시킬 수 있을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다.

설령 주변이 완전히 미개한 종족이라도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이런 존재들은 기술을 발전시킬 능력은 적을지라도 사용자를 습격해서 죽이고 무기를 탈취한 다음에 사용법을 익히는 능력은 매우 빠르다. 한 마디로 말해 총을 만들 능력은 없지만 총을 빼앗은 다음에 능숙하게 장전, 조준, 발사하는 것은 원래 사용자를 능가할 수 있다.

하지만 위 문단의 의견도 심각하게 과장된 것이 모든 미개 종족이 소총과 같은화기를 능숙하게 다룰 가능성은 낮고 그 시대에서도 우수한 일부에 그칠 뿐이고 그걸로는 그정도 격차가 나는 국가를 상대하여 멸망시키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입장을 바꿔, 우리가 수백년 후의 미래 군인을 어떻게든 잡아 죽이고 무기를 노획했다고 치자. 과연 그걸 우리가 작동 원리나 방법을 상식 수준으로 잘 알고 있는 원래 사용자보다 그걸 능숙하게 운용, 미래 국가를 멸망시키는 게 가능할까?

백번 양보해서 소총의 사용방법은 몇 번 만져보면 작동 원리 따윈 몰라도 어떻게 쓰는지는 금방 알아낼 수도 있다 치자. 그러나 그 미개 종족 혹은 원시 국가가 단순히 소총을 노획해서 쓰는 것과 그 소총을 잘 다루는 사람을 모아 군대를 만들어 현대 국가와 대결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다른 문제는 다 제쳐두고 일단 탄약은 어디서 구할 것인가? 탄약이나 기타 문제를 이 방법 저 방법 동원해서 기적적으로 해결했다고 치고 머리를 좀 굴려서 노획한 소총 등의 무기를 말이나 마차에다 싣고 군용으로 사용하여 대항해도 원시 국가쪽의 희망은 없다. 이런 무기를 동원해봤자 우리한텐 잘 봐줘야 테크니컬 수준에 그칠 뿐이라 현대 국가 측에서 얕잡아보거나 방심하고 있었다면 기습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승기를 잡을순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국가가 멸망할 정도의 위협을 줄 순 없다.

소총은 그렇다고 쳐도, 원시 문명 측에서 전차나 전투기 같은 복잡한 기계를 노획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당장 작동 방법을 모르는데 그 수십 톤이나 되는 무거운 쇳덩이를 가져가서 분석할 방법은 없다. 거기다 현대 문명 측이 되려 일부러 장비를 고장내놓거나 암호화를 해놨다면 설령 작동 방법을 알아도 못 옮긴다. 만약에 작동 방법조차 모르는 현대 시대의 고급 무기들을 기술 수준이 수백 년 뒤쳐지는 과거 사람들이 능숙하게 다룰 수 있고 전차나 전투기의 복제품을 대량 생산하여 그걸로 현대 국가를 역으로 정복할 수준의 정예부대를 양산할 수도 있다는 말은 당장 우리가 재수좋게 수백년 차이의 기술력을 가진 미래인들을 몇 명 죽여서 무기를 얻고 우리들의 개념으로는 사용방법은커녕 저게 왜 작동하는지 현대 개념으로 이해조차 안 되는 미래시대의 첨단 무기까지 능숙하게 조작하고 대량 복제해서 미래인 뺨치는 정예 부대를 대규모로 양산해다가 미래인들을 역관광 시킬 수 있다는 수준의 헛소리이다. 그런 게 가능하면 위에서 상술했듯이 현대인 천재론이 아닌 원주민 천재론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다면 달라질 순 있다. 예를 들면 소총 정도는 대장간에서 제조한다 거나(완성도는 장담할 수 없지만 ak47은 대장간에서 제조가 가능하고 강선도 수공업으로 제조가 가능하다.(문제중년의 잡설 블로그에 나온다.) 물론 수준 차가 아주 많이 나면 무리이지만 어느 정도 그러니까. 19세기 서양과 동아시아 비슷한 수준이라면 축적한 역량으로 현대화시키는 게 아주 불가능하진 않다. 사실 우리가 발전한 것은 산업혁명 때 부터다. 그것도 화학이 확립한 19세기 중반이 현대를 가능하게 했다. 이계인들도 바보가 아닌데 그걸 멀뚱멀뚱 지켜보고 있으리란 법은 없다. 예를 들어 백년 넘는 시간동안 서양천문학을 학습한 조선은 자체적으로 중력의 개념을 창안하기도 했고 시계도 제조했다. 백년이라는 시간은 물론 긴 격차이지만 그 세계가 19세기 서양수준이거나 동아시아라면 시간이 걸릴 순 있어도 완전한 우위를 자치하리란 보장은 없다.<열린연단 문중양편.>

하지만 이 역시도 이쪽이 백년간이나 정체되어있어야 한다는 전제하에나 가능한 얘기가 된다. 거의 국가 수준으로 앞으로의 방향성까지 대강이나마 알고 있는 사람이 주요 위치에 있는 국가가 이미 앞서있는 상태에서 방향성도 모르는 나라를 상대로 기술력이 따라잡히리라는 것은 일종의 과장이다. 현대인 천재론으로 만능에 가까운 일을 이루어낼 거라는 착각을 버려야 하지만 반대로 그럴 가능성이 조금 있는 정도를 따라잡히고 말거다 라는 식으로 확대해석하는 것도 지양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과거 국가측에서 설령 노획한 ak47와 같은 소총을 복제하여 대량 양산을 시도한다고 하면 전국에 흩어진 대장간에서 무기를 만들어다 한 곳에 모으는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생산할 리는 없고 공업이 발달한 도시에서 대량생산 시설을 세워 무기 양산을 시도할 것이다.[108] 당연히 현대 국가측도 바보는 아니기에 당연히 과거 국가가 현대 국가에 스파이를 심듯 고대 국가에 스파이를 심을 것이고 공업도시에서 몇 달~몇 년에 걸쳐 그런 대규모 공사를 한단 사실을 절대 눈치 못 챌리 없다. 만약 과거 국가 측에서 이런 낌새를 보인다면 현대 국가에서 외교적 경고를 보낼 것이고, 만약 항의나 경고 등까지 계속 무시하거나 앞으로는 요구를 듣는 척 하고 뒤에선 계속 현대 국가를 공격하기 위한 군비 확장을 시도한다면, 더 위험해지기 전에 현대 국가 측에서 선전포고를 하고 선제공격에 들어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과거 국가쪽이 일방적으로 당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로 시간이동을 묘사한 창작물 등에서 공군이나 포병을 잘 묘사하지 않고 전쟁의 참혹함과 비장감을 강조하고 이야기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상대가 기술을 베낀다느니 하는 변명을 하며 현대 보병과 과거 보병끼리의 전투를 묘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흔히 하는 착각인데, 전쟁은 알보병만으로 하는 게 아니다. 당연히 알보병으로만 붙으면 이쪽도 인명피해가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할 리 없으므로 직접 교전보단 공군이나 포병을 동원해 먼저 과거 국가측의 보급을 끊으며 차근차근 말려 죽이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물론 과거 국가측도 보급이 끊기면 군대는 끝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기에 식량이나 군수물자가 보관된 장소를 목숨을 걸고 지키겠으나, 자동소총이 없어서 그걸 복제 시도할 정도의 낮은 기술력을 가진 시대에 공군이 있을리 만무하고, 당연히 레이더는커녕 대공포조차도 없을 것이다. 설령 고대 국가 측에 공군이나 방공보병이 존재해도 현대국가에 공군과 그에 대항할 무기체계가 있다는 걸 알고 급히 편성한 조악한 수준일 것이다. 잘해야 복제했거나 노획해다 모은 자동소총이나 대공포로 무장했을 방공부대가 레이더도 없거나 조작 미숙인 상태에서 폭격기를 격추시키는 것은 무리다. 이렇게 되면 병참 항목에도 잘 나오지만, 이런 식으로 보급로와 보급 거점이 끊긴 과거 국가측 군대가 아무리 날래고 용감해도 아무것도 못 먹고 탄약 보급도 끊긴 상태가 지속되면 탈영 등 여러 문제가 터지면서 와해될 것이다.

그리고 현대 군대에는 공군만 있는 것이 아니라 포병도 존재한다. 현대 포병의 사거리는 보통 수십 km단위이다. 자동소총이 없어서 그걸 복제하려고 대장간에서 안간힘을 쓰는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과거 국가가 수십km 거리 밖의 상대 포병의 공격을 그 자리에서 즉시 반격할 수단이 있을 리가 없다. 과거 군대야 포병의 공격을 몇 번 받으면 적 관측병을 잡아내려 애쓰면서 산개하여 빠르게 이동하려 할 것이기에 일정 이상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겠으나, 포병을 피해 신속하게 이동시키기 곤란한 식량창고나 무기고/화약고 등이 고가치 표적이 되어 일방적으로 공격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현대 국가에서 고대 국가측의 정규군을 전멸시키고 보급로까지 장악했다고 판단되면 더 피해가 커지기 전에 고대 국가 측의 항복을 권유하고 거절하면 그대로 해당 국가의 지도층을 사로잡거나 지도층이 외국으로 도피하고 버려진 고대 국가를 점령하는 것으로 고대 국가측의 패배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109]

5.8. 황족/왕족이나 귀족, 영주 등의 직위를 얻는 경우

빙의물이나 환생물, 건국물 등이라면 정통성도 있고, 어지간해서는 자기 밑에서 벌어질 웬만한 압력이나 반발 정도는 권력으로 막을 수 있다. 조력자나 초월적인 조력자를 얻기에 평민보다 훨씬 유리하며, 자원이나 공돌이들 투입에도 자유롭다.

단 자신이 위의 직위에 있다면 늘 주변을 경계하고 국내와 국제 정세를 항상 살피며 내정에도 충실해야 한다. 현대인이 보기에는 위대한 업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반대파나 백성들이 보기에는 그저 백성들의 실상을 외면한 뻘짓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연구, 발명의 성과가 즉각즉각 나타나지 않는다면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소속된 세상이 민주주의가 아닐지라도 내가 하고싶은대로 다 하다가는 봉기나 반란이 일어난다는 말이다.

시황제만리장성, 수양제대운하를 보자. 위정자들은 국위선양을 위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만들고 있는 백성들의 생각도 같을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110]

백성들 입장에서 신문물(?) 따위를 만든다고 국고를 낭비하고 국정현안을 등한시한다면 불만이 쌓일 것이고 이런 민심을 이용한 반란세력이라도 등장하면 어쩔 것인가. 그러니까 물 넘처나는 지방에 가서 대동법을 실시하자

옆의 국가가 보기에는 왕이 미쳐서 이상한 것을 개발한답시고 돈과 인원과 자원을 낭비하는 꼴을 보고 쳐들어가도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할 확률이 높다.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무리하게 테크를 타다가 일꾼 러시에 박살나는 경우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 세계의 정세를 주시해야 하는데 군주제 테크에 속한다면 어느 정도 안심은 되겠지만 공화제 테크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는 세계일 경우 조금이라도 근대에 가까워진다면 아무리 국정을 잘 운영한다해도 단두대에 머리가 올라갈 수 있다. 그러니 국내의 반대파나 공화주의자들의 움직임을 상시 주시해야 한다. 안 그러면 이 노래 정도의 상황은 약과일 수도 있다.

중세 이전에는 10대의 젊은 나이의 군주도 있는데 만약 당신이 그러한 상황이라면 특히 더 위험하다. 어리다고 해서 권력투쟁에서 봐준다거나 하지 않는다. 권력을 뺏어가기 위해서 오히려 더 잔인하고, 극악무도하게 당신의 목을 조를 것이다. 실제 역사에서 단종은 숙부인 세조에 의해 16세에 비참한 최후를 보아야 했다.

다만 이는 일부의 예를 부풀린 일반화의 오류 일뿐이고 어린 나이에 왕이나 황제에 올라서 잘만 즉위한 왕과 황제는 많다. 특히나 뒷배를 봐줄 외가의 존재 여부나 어린 나이지만 계승권에 딱히 위협될만한 이가 없을 수도 있으며, 강력한 정통성을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고 어린 나이에 바로 능력을 보여 강력한 왕권을 쟁취한 경우도 있다. 어린 나이에 왕에 오른 경우를 거론할 때 많은 사람들이 단종의 예를 들며 죽을 거라고 주장하지만 강한 정통성을 가지고 태어났던 숙종은 14세에 즉위했지만 수렴청정조차 없이 바로 친정했으며 40여년간을 즉위해 강력한 왕권을 행사했고 광개토 대왕은 16세에 즉위해 (나무위키에 18세라고 돼있으나 만으로 16세) 즉위하자마자 단숨에 귀족들의 사병을 철폐하고 흡수했고 즉위 2달만에 백제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켜 정벌했고 2달뒤엔 거란에 쳐들어가 정벌했고 그 뒤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애초에 조선 역사를 뒤져봐도 14세 이하에 즉위 했던 역대왕들은 7명이며 이중 왕권이 약했던 왕은 있을지언정 왕위를 빼앗긴 왕은 단종 단 1명 뿐이다. 심지어 최초의 황제인 진시황제도 13세에 왕위에 올랐고, 윌리엄 1세는 무려 사생아였던데다 고작 7살에 공작이 되었지만 수많은 반란에 맞서 전부 승리했다. 즉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다는 상황 자체가 무조건 위험하다는 생각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대한 지식부족으로 밖에 볼 수가 없는 주장이다.

신분제 사회에서 신분은 나이나 성별 따위는 아득히 초월하는 절대적인 사회 구성 원리다. 한반도에서 공식적으로 신분제가 철폐된게 갑오개혁인데 일제강점기를 지나 한국 전쟁 무렵에도 과거 노비 집단이 살던 마을 출신의 노인들은 과거 양반이 살던 마을에 사는 어린 소녀들에게도 깍듯하게 경어를 썼다. 이런 식의 신분 의식이 사라진 것은 한국전쟁과 산업화로 기존 향촌사회가 완전히 붕괴한 이후의 일이다. 즉 전근대에 높은 신분을 가지고 태어남은 현대의 금수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인 우위를 가지게 된다.

5.9. 문명 수준이 매우 낮은 경우

이 아래의 목록에 있는 기술, 또는 개념이 발명(발견)되지 않은 구석기 시대 세계라면 이계진입한 평범한 고등학생이 20분 정도 노력해 문명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겁스 영문4판(국문2판) 겁스 무한세계 출전.
  1. 바퀴
  2. 지렛대
  3. 토기
  4. 문자
  5. 숫자0의 개념
  6. 농업
  7. 목축
  8. 무기 - 다만 생각보다 위력이 있는 것을 만들기 힘들다. 부담스럽다면 부메랑에 도전하자.

경우에 따라 신농 또는 복희와 같이 신으로 추앙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소설을 쓰면 재미가 없으니 이런 이고깽물은 없다. 그래도 가끔 이런 것을 자기가 만들었다라 사기치는 내용은 드물게 나온다.

약간 다른 예이지만 9번의 활의 경우 심형래 씨의 영화로 유명한 "티라노의 발톱" 소설판에서는 주인공이 전투에 능숙해진 것+자신의 부족에는 없던 활의 존재라는 2가지의 이점[111]만으로 혼자서 부족을 평정하고 티라노를 유인해서 처리하는 활약을 보인다. 단, 활이라는 무기는 구석기 시대에 이미 발명한 무기라 쓰려면 상당히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참고로 이런 곳에 떨어져서 살아나려면 야생에서의 생존 기술이 뛰어나야 된다. 즉, 원시우림에 떨어져도 충분히 먹고 살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운이 좋아도 여러분이 먹은 날고기가 조금 상했다는 까닭 하나만으로 그것이 여러분의 인생에서 마지막 식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렇게 원시시대로 떨어지면 여러분의 생명이 짧을 것도 생각해야 한다. 각종 질병과 기생충 때문에 원시인들의 평균 수명은 40세를 넘지 못했고, 30살만 넘으면 사실상 업무에서 손을 떼며 중요한 일만 가끔 하면서 모닥불 옆에서 불이나 쬐고 죽을 날만 기다리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112] 이런 상황에서 자신만이 특별한 존재라 80-90세에 할 일까지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다만 문명마다 발전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위의 기술들이 없다고 꼭 원시시대라고 할 수는 없다. 예컨대 마야 문명을 비롯한 아메리카의 문명에서는 0과 자릿수를 이용하는 표기법은 기원전부터 사용되어 태양과 금성의 운동을 높은 정밀도로 계산해냈지만 바퀴는 발명되지 않았고 청동기나 철기 등을 사용할 야금술도 없었으며[113], 목축은 시도한 흔적은 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잉카 제국에서는 돌을 이용한 건축은 고도로 발달했지만 문자도 없었다. 하다못해 근세의 조선인들도 철갑 전함다연장 로켓포는 있었지만 태엽시계조차 없었다. 문화가 전혀 다른 곳에서 어떻게든 적응하고 사회의 일원이 되는데 성공한다면 바퀴나 문자 등의 '우리 문명권에서는 기본적인' 개념으로 대단한 변화를 일으키는 상황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송아지라도 한 쌍 데려가면 금상첨화

5.10. 예술가, 발명가일 경우

당연히 양판소에는 안 나오는 설정이지만 당신이 음악이나 미술을 전공하면 후세에 나올 작품들을 미리 만들 수도 있다. 물론 그걸 사회에서 받아들이느냐는 다른 문제지만. 중세 유럽으로 떨어진다면 다른 화가들에게 원근법이라는 획기적인 개념을 소개하고 추앙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건축이나 조각이 당신의 특기라면 좀 암울하다. 기독교인이라면 도움을 줄 듯.

그리고, 개개인의 예술적인 능력에 따라서 엄청나게 힘들수도 있겠지만... 음악같은 경우는 클래식부터 시작해서 현대에 유행했던 여러 음악 장르의 힙합, 락, 댄스, 일렉트로니카 등의 여러 음악 장르를 창시하는 전설적인 작곡가나 유명한 스타 가수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을 수가 있다. 물론, 헨델이나 베토벤부터 시작해서 수없이 많은 가수들의 음악들을 모두 꿰뚫고 있다면 말이다. 악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면, 사업가로 성공할 수도 있다. 특히 클래식 악기의 경우엔 발달된 현대의 교육법, 연주법의 혜택을 받은 수준 있는 연주자라면 이세계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경험을 선사해줄 수도 있다. 니콜로 파가니니의 연주는 당대에 충격과 공포 수준이었던 것을 생각해보자. 하지만 현대의 프로 연주자라면 파가니니가 연주했던 곡들을 연주할 수 있고 어쩌면 그보다 더 잘 할 수도 있다. 특히 20세기 들어서 레코딩을 통한 연주의 복기가 가능해지며 연주기법이 극한까지 발달했기 때문에 이 수준의 격차는 더욱 커질 수도 있다. 멀리까지 갈 필요 없이 현대의 가수가 5,60년대 미국이나 영국에만 떨어져도 그 가수가 영향을 받았을 현대 대중음악시초들은 활동하기 전이거나 활동 중이었다. 21세기의 평범한 가수였던 사람이 5,60년대에선 마이클 잭슨 급의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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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부분도 르네상스 시대 이전에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바로 위 사진은 중세 로마네스크 시대에 그려진 그림과 조각이다. 중세 시대의 화가들은 원시적인 개념의 '원근법'의 개념을 이해는 하고 있었으나, 그 시대가 어느 때인가... 바로 신의 시대이다. 당시의 그림의 주요한 주제와 소재는 누구였을까? 바로 그리스도와 천사들이 대부분이였다. 마치 지금도 중요한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할 때 VIP가 중앙에 서서 사진을 찍듯이, 당시에 그림의 중앙에는 가장 중요한 인물, 그러니깐 예수나 천사가 서 있었고, 그들의 존재가 큰 만큼 다른 등장된 인물에 비해 부각되어 보이게 묘사를 했다. 설령, 천사 다수가 등장하는 그림이라면 사람은 작게, 반면에 천사는 크게, 대조적으로 부각되어 보이게 그렸던 것이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 가지였으며, 고구려 무용총의 접객도를 보면 주인과 이를 모시는 하인의 크기가 다르게 묘사 되어있다. 즉, 신분이 높을수록 크게 그렸던 것.

종교적인 이유와는 별개로, 문명화되지 않은 원주민들에게 정육면체 투사도를 그려놓고 보여주면 실제 정육면체와의 연관성을 전혀 못 찾는다고 한다. 원근법과 같은 새로운 화법 또한 전혀 본 적 없는 사람한테 보여줘 봤자 이게 뭥미? 할 수도 있다는 것. 또, 당시 사람들이 그렇게 그린 이유는 그들에게는 그게 제일 자연스러워 보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동시대 사람이라도 미국풍의 만화와 일본풍의 만화가 그림체가 확연히 다르듯, 그리고 같은 막대인간에 미국인이 그린 얼굴과 일본인이 그린 얼굴, 그리고 한국인이 그린 얼굴이 다르듯 시대와 유행, 문화에 따라 '자연스러운 그림'의 형태는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그냥 이해만 못 받으면 차라리 낫다. 경우에 따라선 죽거나 죽을 만큼 고생할 수도 있다. 고대나 중세의 그림을 보면, 당시의 사상에 따라 중요하거나 높은 사람 또는 사물을 강조하는 의미로 실제보다 훨씬 크게 그려놓은 일이 매우 많다. 특히 종교적인 미술에서 그런 면이 많은데, "실제로 보이는 대로 그린다"는 이유로 이런 불문율을 따르지 않았다? 바로 끌려가서 종교재판 피고석에 앉을 것이다. 물론 원근법을 다 지키면서도 중요한 사람을 돋보이게 만드는 테크닉은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근현대의 프로파간다에 관련된 이해가 필요하고 근대 미술사와 현대 정치학, 철학, 미학 등에 대한 지식도 있어야 한다. 단순히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응용해서 만들어낼 정도가 되려면 홍보, 마케팅 분야에서 실제 업무 경력이 있거나 석박사 수준의 공부가 필요해진다. 단순한 그리기 테크닉이 아닌 메시지의 전달방식, 효과를 제대로 고려하려면 필요한 지식의 수준이 한결 더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현대 문물 중 간단한 물건을 재현한다 해도 그 뒷일이 많이 귀찮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이미 전기가 개발된 1800년대 유럽이나 미국에 떨어진다면 그냥 텅스텐과 진공유리관으로 만든 전구를 발명하고 로열티로 평생 먹고 살면 된다는 생각이 얼핏 들겠지만 안 된다. 당시 기술로 아무나 진공 펌프를 못 구함은 제껴 두더라도 재료 구하기부터가 골때린다. 에디슨은 텅스텐을 안 쓴 게 아니고 못 썼다. 실제로 에디슨은 텅스텐을 실험했지만 당시 가공 기술이 떨어져서 실패. 탄소 필라멘트도 열이 모일 정도로 얇지만 바스라지지는 않을 정도로 두꺼워야 한다. 재료도 아무 나무나 갖다 태운다고 되는 게 아니고 일본까지 가서 대나무를 얻어야 한다. 에디슨만한 규모의 시설이 없다면 꿈도 희망도 없다. 뭔가 만들려면 그 기반을 세워야 함을 잊지 말자.

만일 어찌어찌 하나 만들어내도, 특허법을 확립한 시기 다음에 떨어져야 잘 먹고 잘 살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다만 특허 분쟁에 잘못 발을 담갔다가 소송 비용으로 파산한 실제 사례도 있으니 주의. 게다가 그렇게 해도 불법 복제는 100% 막지 못한다. 과거로 갈수록 특허에 상대적으로 무감각하기 마련이라 스페인 같은 경우엔 20세기 초반까지 싸고 쓸만한 해적판 총기류(미국이나 유럽의 유명한 권총들을 카피)로 유명했다. 만약 세계관에 군벌들이 난립하던 중국처럼 거리가 멀고 혼란스러운데다 특허권 개념도 없는 지역이 있다면 거기서는 더 거리낄 것 없이 복제한다.

특허 분쟁이 나거나 혹은 당신의 특허가 침해받았다고 소송을 걸어도 별 소득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전쟁사에서도 우리가 아는 바로 그 기관총이 특허 전쟁에서 여러 이야기를 남겼다. 게다가 기술을 살짝 바꿔 특허를 피하는 수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심지어 전쟁이 날 것 같은데 당신의 특허받은 기술로 만들 무기를 대량으로 조달시켜야 한다면 국가가 직접 나서서 당신의 특허를 정지시키거나 한두 군데 약간 고친 다음 당신의 특허 기술을 쓴 것이 아니라고 변명할 것이다. 그럴 때는 돈 내놓으라고 하자. 안 주면 적국으로 망명해서 귀빈 대접을 받아라 실제로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의 총류탄이 이런 경우.

물론 에디슨 정도의 대발명가는 무리이더라도 간단한 발상의 전환 정도로 굉장한 하이테크는 없어도 만들 수 있는 안전면도기 같은 아이템을 발명한다면 살아서는 재벌, 죽어서는 역사책에 이름을 작게 남기는 정도의 삶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중세엔 안전면도기를 제대로 만들고 대량생산할 인프라와 기술이 없으므로 10대 20대 학생이 이를 구축하기 불가능하다. 우리가 당연하게 쓰는 별거 아닌것 처럼 보이는 물건들도 실제로 만들고자 하면 여러 기술과 인프라가 필요 한 것들 투성이다.

5.11. 주인공이 원래부터 먼치킨인 경우

판타지 세계나 과거 세계에 떨어진 주인공이 원래 있었을 때부터 완벽초인인 경우를 의미한다. 이 경우에는, 실로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모든 문제를 하나부터 열까지 일사천리로 쉽게쉽게 해결한다.

그나마 닥터 스톤이시가미 센쿠처럼 아주 똑똑한 주인공이 미래 기술을 잘 활용하는 정도에서 그친다면 모를까, 여기서 한층 더 나아가 주인공이 처음부터 압도적인 무력이나 코즈믹 호러급의 초자연적 힘을 구사하여 위에서 상술한 방해요소들을 모조리 힘으로 지워버리고 입다물게 만들기까지 한다. 오버로드가 대표적인 예이며, 최근에는 다른 이고깽들도 터무니 없는 방식으로 주인공에게 처음부터 먼치킨급 무력을 주고 전 세계를 강압적으로 복종시키는 막장 전개를 채용하는 빈도가 늘어났다. 가장 편히 이 문제를 처리할 방법이지만, 당연히 그 막장성은 웬만한 이고깽 가운데서도 최고 레벨을 달린다.

해당 전개는 현대 사회에서 온 주인공이 중세 문명 수준의 판타지 세계에서 활약할 이유를 "현대인 천재론"으로 잘라 말하지 않고 "다른 현대인들이 온다면 택도 없는 얘기였지만 주인공은 원래부터 특별하고 대단한 인물이었기에 가능했다"는 이유로 설명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적어도 시대차에 대한 개연성 문제를 줄이는 것과 동시에 주인공을 더더욱 돋보이게 만들 수도 있지만, 애당초 이런 이고깽류를 즐겨보는 독자들이 원하는 건 어디까지나 평범한 주인공이 판타지 세계로 넘어가 무쌍난무 찍는 전개라 이들에게조차 좋게 보일 가능성은 낮다. 주인공이 지나치게 메리 수화되고 너무 먼치킨스러운 전개 때문에 다른 종류의 불쾌감을 준다는 건 덤. 이럴바엔 차라리 이고깽이 아니고 그냥 그 시대 인물인 주인공에게 이런 설정을 넣어줘야 더 합리적으로 보일 수준이다.

굳이 장점을 따지자면 현대 소재나 개그를 부담없이 넣을 수 있다 정도? 제로의 사역마히라가 사이토의 메인 능력은 무기 조종이지만, 중간소재로 사이토의 옷의 재질이나 노트북의 섬세함 등의 내용이 지나가면서 다룬 적이 있다. 이계생존귀환계획이라는 작품에서도 주인공은 나름대로 능력이 있지만 중간에 가지고 있던 버너나 침낭들을 쓰는 부분이 있다.

넓게 보면 "원래 초인이거나 강한 존재라는 인식이 독자들에게 익히 박혀있는 캐릭터를 판타지 세계로 보내 깽판치게 만드는" 전개도 여기에 속하며, 이는 곧 특정 작품의 2차 창작이나 크로스오버하고도 직결한다. 이세계 존재의 소환으로 시작되는 소설인 제로의 사역마의 경우, 주인공인 루이즈에 의해 온갖 창작물의 다양한 강자들이 소환되어 온갖 난장판을 만드는 2차 창작물이 범람했다. 이런 유형의 창작물은 기존에 인기 있는 캐릭터를 투입하여 제작한 2차 창작물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도가 너무 심할 경우 vs놀이의 연장선이 되며 팬덤간의 분쟁을 유발하기도 한다.

주인공의 조력자가 이런 포지션으로 나오는 경우는 상당히 흔한 편이다. 특히 한국 판타지에서는 고룡 급 드래곤이나 마법 변태 엘프가 전통적인 먼치킨이자 주인공의 조력자 포지션으로 마구 투입되었다. 주인공이 아니므로 성장의 필요성이 없는 한편, 주인공의 일을 완벽히 도와줄 수 있는 존재를 상정하다 보니 이런 유형의 조력자를 투입해 개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비슷한 타입의 설정을 적용한 이세계물로는 노 게임 노 라이프가 있다. 이계로 건너온 주인공 남매가 말그대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천재 콤비이며, 건너온 세계의 법칙 자체도 이 남매에게 거의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정되어 있다. 폭력과 살생 자체가 금지되어 있고, 모든 것을 게임으로 결정하니 게임 천재들이 무쌍을 찍을 수 있는데, '신의 안배'라는 요소까지 넣어 주인공 남매의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의외로 러브크래프트의 단편소설 니알라토텝도 "미래의 과학기술을 과거로 전래시키면서 벌어지는 소란"의 플롯을 부분적으로나마 차용하고 있다. 여기서 니알라토텝은 초현실적인 기술력들을 선보여 대중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얻지만, 주인공을 비롯한 일부 인간들은 이에 강한 거부 반응을 드러내며 그를 사기꾼으로 몰아간다. 그러나 하필이면 그 대상이 그냥 미래인도 아니고 그로테스크하기 그지없는 외우주의 신이었기 때문에 주인공 일행은 순식간에 끔찍하게 변형된 혼돈의 세계로 보내진다.

5.12. 이세계 사람들이 원래부터 바보인 경우

가장 쉽고 간편한 방식. 이세계 사람들이 정도 이상으로 바보같은 경우다. 어떻게 그런 멍청한 놈들이 현대인이 살아남을만큼 문명을 발달시켰느냐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므로 문명을 수백만 년을 발달시켰는데 이제 겨우 중세 수준이라거나, 혹은 종종 현대인이 넘어와서 기술을 알려줄 때에만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다시 정체한다는 막장설정을 도입해서 해결한다.

사실 양판소는 대부분 이 기법을 채용한다. 무작정 이세계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어버리면 평범한 주인공이 천재로 행세 가능하기 때문.

그러나 이 저질 기법마저 제대로 쓰지 못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맛없는 밥 엘프와 유목생활에는 주연인 엘프 유목민족이 아예 '맛있다라는 개념을 모르고'[114] 불조절을 못해서 굽는 것도 모르고 기본요리가 물과 뿌리채소와 밀가루와 소금을 잔뜩 써서 삶아만드는 죽[115]이 유일한 음식인데다(그 와중에 훨씬 더 정교한 불 조절이 필요한 도자기는 잘도 만든다) 양을 끌고 다니면서 유제품을 하나도 모르고 애초에 근처에 호수와 보리밭이 있는데 유목을 하고 있다. 그 다음에는 기름이 없어서 볶음요리 대신 튀김요리가 발달하였다는 말도 안 되는 종족도 등장하고[116] 양털은 비싸지만 (털을 다 깎은)양은 싸다는 소리도 나온다. 얼핏 생각하면 현실성이 있어보이지만, 절대 아니다. 양은 털을 안 깎아 주면 털이 너무 많이 자라 더워서 폐사한다. 그럼 야생 양은 어떠냐고 묻고 싶은가? 우리가 아는 양은 교배로 태어난 돌연변이이며 야생에는 양은 없고 영양만 있다. 우유에 적신 빵을 튀기면 맛있다는 헛소리도 나온다. 찬 우유를 적신 빵을 기름에 던지면 폭발한다. 한술 더 떠서 2층을 지어놓고 2층에 올라갈 줄 몰라응?[117] 주인공이 밧줄을 매달아주자 놀라워한다. 이처럼 이세계 사람들을 마냥 깎아내리면 작품 질도 같이 깎여 내려간다. 사실 이쯤되면 독자들이 주인공에 이입하기는커녕 그냥 작가의 지능을 비웃는 수준이라...

이세계 판타지는 아니지만 평범한 현대인이 바보들만 남은 미래 세계에 가는 영화로 이디오크러시가 있는데 여기서는 이세계 판타지 클리셰와는 반대로 현대인의 상식적 행동이 되려 그쪽 주민들에게 바보 취급을 받는다(...)

5.13. 책의 저술

이세계물 장르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고3'이라는 존재를 가정해보자.

그는 수능이 얼마 안 남았고, 좋은 대학을 갈 정도의 성적을 가지고 있다. 근데 이런 사람이 갑자기 중세 시대에 떨어지고 말았다. 물론 그는 토스트기를 만들 수 없고, 자동차나 컴퓨터의 설계도도 모른다. 언어를 배우는 데에도 허우적대는 상황에서 왕이나 권력자에게 다가가기도 힘들 것이다. 반대로 이세계에 사는 인물들은 그를 언어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외국인으로 취급할 것이기 때문에 되려 권력자에게 직행할 가능성도 높다.

이 사람은 21세기 미래 세계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비전이 있다. 노스트라다무스는 간단한 몇 가지 사항을 예언하고도 엄청난 초능력자 칭호를 얻었다. 만약 이 사람이 을 쓰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임팩트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가 가진 수학, 과학의 수준은 비록 기술자가 아니기 때문에 현실에 구현을 해내지는 못하더라도, 그 자체를 서민들의 언어로 옮기기만 해도 충분하다. 18세기 조선을 생각해보라. 중학교 과정의 피타고라스 정리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구장산술을 구해다 읽어야 하는데 당대 최상류층인 양반 계층 외에는 그런 고급지식을 일반 사람들이 얻는 건 아주 힘든 일이다. 주판도 없이 복잡한 계산을 앉은 자리에서 척척 해내는 모습. 그것을 본 실무자의 눈에는 마치 그가 '폰 노이만' 처럼 보일 것이다.

몇 백년 후의 미래에서 온 지식은 우리 모두가 그것을 알기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기꺼이 내놓을 정도로 중요한 것들이다. 이세계물은 기본적으로 안이하게 만들어지는 구석이 있고, 이를 비판하는 것도 나름 일리는 있지만, 몇백년 후의 세계에서 온 지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고, 이 사람은 결국 도중에 혹세무민한다고 붙잡혀서 처형당하지 않는다면 그가 18세까지 축적한 지식을 남은 일생동안 성실하게 전수하는 것만으로 한 사회에 충격을 주고 지적 르네상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세계물에 나오듯이 하루 아침에 총을 만들고 온갖 발명품을 만들어서 왕이나 용사가 되는 신나는 전개는 당연히 불가능 하겠지만, 그렇다고 현대인이 가진 지식을 지나치게 비하할 것도 아니다. 그저 알고 있는 사실, 보고 들어서 알고 있는 미래세계의 구조와 갖가지 편리한 물건들의 개요, 수학과 과학의 지식을 담담히 책으로 저술하기만 해도 족하다. 그 책들은 사회에 무시당하거나 탄압받지만 않는다면 그가 속한 이세계가 엄청난 발전을 이루게 되는 단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약간 경우는 다르지만 이렇듯 영향을 주어 지적 르네상스를 일으킨 주인공이 「일곱번째 기사」라는 작품의 한지운이다.

그러나 위의 가정도 틀린 것이 있다. 만약 조선이 아니라 서양같은 곳이라면 그게 잘 먹힐 것 같은가?

조선 또한 수학이 사대부의 공부가 아닌 산술부의 특기이므로 깊게 배우지 않아 그렇지 명나라 청나라 등을 통해 유럽 수준은 아니지만 수를 어느 정도 접하고는 있었으며 9차 방전식의 해정도는 구할 수 있었다. 또한 간당한 제곱근 계산은 뛰어난 암기를 바탕으로 그자리에서 해치웠으므로 이쪽이 공식을 세우는 시간에 상대는 이미 풀었을 것이다.

또한 현대의 수학자라 하더라도 기원전, 5세기 이전이 아닌 14세기 이후 중세 유럽에 떨어지면 수학자로 이름을 날리기 힘들다.

당시 유럽은 이미 현대 수학의 기초가 모두 세워져 날개를 펴기 시작한 상황인데다 천재들이 무더기로 활동하던 시절이고 당시 수학자들의 일상은 서로에게 난제를 내고 얼마만에 푸는지 서로 지켜보거나 같이 풀며 견주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먼곳에 살고 이름이 없다고 해도 자신의 저서는커녕 논문하나 내면 대학끼리 공유된 주소를 통해 국경을 넘어 편지를 보냈으며(뉴턴같이 알려진 학자는 대학은 물론이고 집까지 편지를 보내 피할 수도 없었다.) 수많은 수학자들에게 같은 문제를 내서 순위를 내고 못풀면 대놓고 꼽을 주는 편지를 돌렸으며 반대로 자존심이 상한 학자 또한 난제로 답장을 보내 자신이 급이 낮지 않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 등 지금과 달리 수학자들에겐 말그대로 살벌한 환경이였다. 따라서 현대의 대학원생은 말할 것도 없고 평범한 수학자가 과거로 가서 공식만 피력했을 경우 중세의 천재들이 이를(자신들이 훗날 정리했을 정리들) 습득하고 더 발전시켜 곧바로 회신보낼 난제의 홍수와 자신의 책 때문에 해가 갈수록 더 빨리 올라가는 수학계 수준에 대응하지 못하면 의문의 눈초리를 당할 수밖에 없다. 수학은 재능의 영역이고 살아 있는 학문이으로 현대인이 중세로 가서 가장 골라서는 안되는 표절 지식이 수학이다.

즉, 현대에서 이미 명성높은 검증된 수학자 수준이 아니라면 중세로 갔더라도 학계에 등단하지 말고 숨어서 책만 낸 뒤 대학이나 학문기관에 자리를 틀지 말고 은둔 고수인척 잠적해야 하는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숨어도 안심할 수 없는 게 책을 파는 이상 인쇄료를 받을텐데 학자들은 이를 이용해 어디로 돈을 보내는지 수소문하거나 집요한 기자들에게 부탁하여 편지를 보낼 주소를 알아내었고 난제편지를 보냈다. 꽤 많은 수학자들은 주목받는 논문이 나오면 이렇게 수소문까지해서 집요하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 중엔 뉴턴도 있었고 반대로 뉴턴 역시 당했다. 결국 남의 연구를 표절해선 감당치 못할 천재흉내가 불가능하기에 떳다방 마냥 1~2쇄까지만 한탕 빠르게 챙기고 잠적해야 한다.)

각기병에 대해서도 이미 해결 방법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의학계 내부에서의 논쟁으로 인해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이 많았으며 이 것 이외에도 현실적인 여러 장벽이 있어서 어려운 일이다. 후진국들을 보자. 후진국 중에는 자체적인 과학기술 성장 속도로만 보면 선진국 수준까지 도달하는데 수백년이 걸릴 정도로 엄청나게 뒤떨어진 나라들도 존재하는데, 고3보다 훨씬 나은 사람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발전시키려고 노력해도 쉽지가 않다. 사실 실제로 일정 수준 이상 유능하면 이세계로 갈 필요없이 후진국에 가서 발전[118]을 대가로 돈을 받으며 누리고 살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 어떤 학자의 책이나 컨설팅도 아프리카의 낙후국을 변화시키지 못했으며 국가, un같은 국제 기구의 체계적인 지원도 성공적으로 끌어올린 사례가 극히 적으며 대부분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괜히 고대에 시대를 뛰어넘었던 것들이 중세를 넘어서야 빛을 본 게 아니며 현대인의 책한권으로 한세대만에 과거의 국가를 변화시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6. 한국 판타지 소설의 현대인 천재론

6.1. 2000년대 도서대여점 시대

과거 2000년대 도서대여점 시절에는 영지물, 이고깽 유행과 맞물려서 현대인 천재론이 사실상 필수요소였고, 대부분의 이고깽 작품이 현대인 천재론을 사용했었다.

또한 일부의 편견과는 다르게 당시 대여점 시장의 이세계물에서는 이고깽 주인공과 무림인 주인공이 이세계물을 양분하며 공존하고 있었는데, 무림인 주인공의 경우에는 현대인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현대인 천재론도 사용되지 않았으며 무공 등의 무력적 먼치킨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119]

6.2. 2010년대 이후 웹소설 시대

2010년대 이후의 한국 판타지 소설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고깽이 몰락하면서 자연스럽게 현대인 천재론은 주류에서 밀려나 비주류 클리셰가 되었다. 다만 이 문서에 있는 비판점 때문에 없어진 게 아니라, 시장의 변화와 독자들의 성향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비주류로 밀려난 것에 가깝다. 2010년대 이후 한국 판타지 소설은 현대인 천재론으로 대표되는 지식 치트보다는 먼치킨으로 대표되는 주인공의 무력적 강함을 강조하는 쪽으로 발달하였다.

다만 2020년대 들어 노벨피아에서 소설가가 되자와 일본 라이트 노벨의 영향을 받은 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 이세계에서 표절 작가로 살아남기, 이세계 보드게임 제작자가 되었다, 위인전 파쿠리해서 극작가 함 같은 현대인 천재론 이세계물이 노벨피아 한정으로 다시 부흥하고 있으나, 카카오페이지, 문피아, 네이버 시리즈 같은 편당결제 플랫폼에서 현대인 천재론 이세계물은 아직 비주류 클리셰이다.

6.3. 천재물≠현대인 천재론

문피아천재물은 이름은 유사하지만 실제로는 이세계물이 아니라 현대 한국 배경 전문가물, 직업물 장르이자 기존 전문가물현대물의 연장선에서 발전한 장르로 이 문서에서 다루는 현대인 천재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웹소설 천재물의 주인공이 진짜 천재같지 않다는 비판점과는 별개로, 현대인 천재론의 골자는 현대의 일반인이 전근대 시대 또는 중세 판타지 이세계로 넘어갔을 때 현대 지식으로 천재로 취급받는 클리셰이지 먼치킨 재능을 지닌 천재 주인공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웹소설 업계에서는 이러한 천재물의 영향으로 단순히 검술, 마법에 먼치킨적 재능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먼치킨물의 제목에 천재 흑마법사, 약먹는 천재마법사,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천재의 게임방송,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아카데미 천재단역, 신이 내린 방송천재처럼 천재라는 단어를 기용하는 경우가 대폭 늘어났다. 이에 일부에서는 상기한 천재가 삽입된 제목을 보유한 작품을 현대인 천재론 작품이라고 오해해서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작품 제목만 보고 작품 줄거리는 아예 살펴보지 않은 터무니없는 오해에 불과하다.

문풍당당! 이세계 문화침략, 약소귀족의 문화치트, 아카데미 최약의 책사가 되었다, 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처럼 현대인 천재론을 주요 소재로 삼은 작품이 국내 웹소설에 없는 건 아니지만 노벨피아를 제외하면 아직 비주류 클리셰에 속한다.

일부에서는 일본의 지식 치트(현대인 천재론) 작품에서 국산 천재물이 파생됐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오류로, 일본에서 현대인 천재론이 아니라 지식 치트, 문화 치트, 문명 치트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현대인 천재론은 어디까지나 리그베다 위키 시절 집단연구로 정해진 표제어에 불과하다는 걸 잊지 말자. 현대인 천재론을 차용하는 일본 라이트 노벨 역시 이세계 치트 마술사, 최하위 직업에서 최강까지 출세하다 ~꾸준한 노력은 치트였습니다~처럼 작품 제목에도 천재가 아니라 치트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국산 천재물이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면, 상기한 약소귀족의 문화치트라는 작품처럼 천재가 아닌 '치트'라는 단어가 제목에 사용되어야 정상일 것이다, 아마도.

또한 상기한 것처럼 한국의 천재물은 현대 배경에서 의사, 변호사, 예체능 등의 전문적인 능력을 지닌 주인공의 사회적 성공을 다루는 장르인 전문가물에서 파생된 장르로 현대인 천재론의 영향은 거의 받지 않았다. 한국 웹소설 제목 유행에서 천재 키워드가 부상한 것 역시 천재물의 영향이지 현대인 천재론 때문이 아니다. 서로 다른 개념인 현대인 천재론과 천재물을 같은 장르로 엮으려는 발상 자체가 단순히 천재라는 키워드에만 주목해서 무리하게 엮으려는 시도의 결과물인 것.

다만 상술하듯이 현대인 천재론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인공이 원래부터 먼치킨(천재)이었다"는 설정을 쓰는 경우도 가끔 있으니, 장르가 겹칠 수는 있다.

7. 일본 라이트 노벨의 지식 치트

2010년대 이후 일본 라이트 노벨소설가가 되자에서 일본식 이세계물이 뒤늦게 흥행하며 일본에서도 현대인 천재론 클리셰가 주류로 떠올랐다.

상술했듯 일본에서는 현대인 천재론이라는 단어 대신 지식 치트, 문화 치트, 문명 치트 등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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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주의할 점

이 문서는 '현대인의 단편적 지식으로도 아는 것을 과거인이 그냥 모를 수가 있냐?' 라는 비판 의식에 작성된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지식의 경우, 지식이 당시 기술력, 선입견, 주류 사회의식과 맞지 않아 무쓸모한, 심지어 갖추면 안 될 지식으로 판명되어 잊히거나 지식은 있는데 적용 방향이 잘못되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발명의 경우 필요가 항상 발명을 수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다음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이해를 돕고자 한다.
  1. 피타고라스: 무리수를 은폐하려 시도했다. 무리수를 발견한 피타고라스의 제자 '히파소스'는 제 명을 다 하지 못하였고, 이걸 피타고라스가 죽였다고 보는 것이 인기있는 추측이다. 정작 무리수 자체가 잊히지는 않았는데, 이건 고대 그리스의 철학, 수학 수준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2. 4원소설원자설의 대립: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이 수업시간에 졸았어도 기억에 이름이 남을 만큼의 대석학들이 주장해서 전근대를 지배하던 이론이다. 당시를 포함한 전근대에서는 데모크리토스의 원자설이 패배했으나, 현대에는 원자설이 원자'론'이 되고, 원소설은 그냥 원소'설'이 된 상태이다. 데모크리토스가 이겼다는 말이다.
  3. 사회계약론토마스 홉스: 홉스는 전제군주정 옹호론자였다. 하지만 옹호한 방식이 문제가 되었는데, 홉스는 누구나 자연상태에서 (남을 죽이는 능력에서는)평등하고[120] 그렇기에 이렇게는 못 살겠다 싶은 사람들이 '계약'을 통해 주권자(군주)에게 모든 권력을 양도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왕권은 신이 주신 것'이라는 내용으로 당시 주류사회를 지배하던 왕권신수설과 상충하였다. 그럭저럭 말년까지 장수를 누렸으나, 평생 논박을 벌이며 살아야 했다.
  4. 이그나츠 제멜바이스손씻기: 헝가리의 의사였던 제멜바이스는 경험칙을 통해 산욕열과 손씻기의 상관관계를 파악했다. 그러나 당시 의료계 전반의 공격을 받고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비참하게 사망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꼽히는데, 첫 번째로는 제멜바이스의 주장을 의료계가 인정할 경우, 의사들은 손조차 제대로 안 씻어 사람을 죽였다는 식으로 의료사고를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제멜바이스를 지원하고 격려하는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제멜바이스의 행실이 너무 괴팍하여 고립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제멜바이스의 사망 이후 그리 오래지 않아 루이 파스퇴르, 로베르트 코흐의 연구로 '세균 감염설'이 인정받고 제멜바이스의 주장이 올바른 주장이라는 것이 입증되었으며, 제멜바이스도 평화로운 영면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5. 목욕: 근세 서유럽에서는 목욕을 금기로 삼았다. 나쁜 물과 나쁜 공기에 닿으면 병이 생길 수 있어서라고... 나쁜 물과 나쁜 공기에는 병원체나 독성 물질이 있을 수 있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나[121], 이 때문에 목욕을 아주 피했다는 것은 빈대잡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었다.
  6. 통조림과 오프너: 통조림은 1810년 발명되었으나, 통조림 따개는 1850년대 후반에 발명되었다. 필요가 발명을 낳진 않는다는 것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7. 병뚜껑: 유리병 자체는 인류가 엄청 오래전부터 사용했다. 심지어 고대 로마 시절에도 사용되었으며 이를 입증하는 유물이 '슈파이어 포도주병'으로 콘스탄티누스 왕조 시절 유물이다. 당시에는 밀랍과 회반죽으로 막았다. 밀랍은 통조림보다 살짝 일찍 발명된 병조림에도 쓰인 인기있는 병마개였으며 코르크 역시 그랬다.[122] 기원전 '암포라'의 병마개로 코르크가 쓰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고, 스크류 캡(돌려따는 병뚜껑) 다음으로 유용성이 높은 왕관형 병뚜껑은 1890년대에 발명되었다. 현대화된 유리병이 약 17세기부터 나온 것을 보면 발명이 매우 늦은 편이다.
  8. 안장등자의 상관관계: 안장과 등자는 승마의 필수조건으로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도구이다. 안장은 언제 발명되었는지 알려져 있지 않고 최소한 등자보다는 일찍 발명되었을 것으로 보며, 등자는 기원전 4세기경 유목민족이 발명한 것으로 추정된다. 등자가 동양에 전해진 것은 중국 기준 한나라 시대, 한국 기준 삼국시대로 추정되지만, 서양에는 8세기에나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로마시대에도 안장을 썼다는 것을 생각하면 등자의 유럽 도입은 늦어도 한참 늦은 셈이다.
  9. 메소아메리카의 기이한 발전: 2012년 지구멸망설 당시, 마야 문명의 지도를 근거로 삼을 정도로 마야 문명은 상당히 발전되고 세련된 문명이었다. '식인인신공양'에 가려져 있으나, 마야의 장대한 유적을 보면 '마야인은 야만스럽기만 한 식인종'이라는 것에 동의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마야를 포함한 메소아메리카 문명에서는 철기가 없었고, 바퀴도 없었거나 거의 쓰이지 않았으며, 자연히 수레도 없었다. 보통 수레를 끌만한 대형 가축이 없어서 그랬을 것이라는 추정을 하지만, 사실 사람이 끌어도 짐을 옮기는 데에 맨손이나 등짐보다 수레와 바퀴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은 리어카만 끌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10. 기이할 정도로 신전, 피라미드에는 아치를 안 쓴 이집트인: 피라미드, 이집트 신전을 보면 아치형 구조물이 없다. 기자의 대피라미드같이 고대 그리스인들조차 '우왕~ 저거 진짜 옛날에 지어진 건물이래~ 신기하당!' 같은 건축물이라면 이집트인들이 아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치 구조물 자체는 수메르 니푸르 유적에서도 발견되는 만큼 이미 기원전 수 천년 전에 발견된 건축 양식이며, 무엇보다도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기원전 323년 ~ 기원전 30년) 시절 공사를 벌인 신전에는[123] 왜 아치가 사용되지 않았는지를 설명해 주지 못한다. 이쯤되면 알면서도 일부러 쓰지 않은 것이다.

보면 알 수 있듯, 현대에는 당연한 지식도 과거에는 당연한 지식으로 여겨지지 않았으며, 그냥 어떤 지식을 고안하거나 발견했을 뿐인데, '반역분자', '이단자' 취급 받는 경우도 빈번했다. 어떤 문명권에서는 당연했던 지식과 기술이 다른 문명에서는 전혀 당연하지 않은 것이기도 했고, 발명의 효용성을 알면서도 딱히 적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워낙 수준낮은 이세계물이 넘쳐나기 때문에 독자들 스스로가 '에이 말도 안 돼! 작중 인물들을 죄다 병신으로 만드네! 쓰레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러나 현대의 역사가들이 마야, 아즈텍 제국, 잉카 제국을 '철기를 몰라? 아니 바퀴를 몰라? 개병신들!' 이렇게 취급하지는 않는다. 대항해시대 선원들의 경우, 도자기유리, 하다못해 토기에 물을 저장했다면[124]보다 물을 깨끗하게 보관할 수 있었겠지만 현실은 나무로 만든 용기인 배럴이었다. 유리나 도자기같이 깨지기 쉽고 비싼데다 무겁기까지 한 것들을 여기저기 흔들리는 범선에 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종종 이세계물에 등장하는 현대인의 '얇은 지식'을 현실의 사례를 들어 논파, 반박하려는 유혹에 휩싸이기 쉽다. 특히 수준낮은 이세계물이 범람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테노치티틀란에만 최소 7만명 이상 살았고, 세련된 메소아메리카식 피라미드가 있던 아즈텍 제국에 정작 수레 하나가 없었듯, 어떤 기술이 있고, 어떤 생활수준이 있다 해서, 다른 부분까지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으로 골고루 발전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러므로 이세계물을 보며 일단 '과거 사람을 바보로 만드네' 식으로 색안경을 끼고 접근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자세는 아닐 것이다.

9. 결론

결론적으로 말하면 완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현대인에게 유리한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류의 클리셰에 대한 반발로 '현대인이 과거 가 봤자 뭐 할 수 있는 게 있나?'라는 인식[125]도 많이 생겨났는데, 현대인이 배운 체계적인 교육과 지식 기반, 과거의 시행착오에 대한 학습 경험 등은 절대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아라비아 숫자, 세균과 바이러스의 개념, 비누, 지동설, 지구의 형태(구체)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는 사소한 지식이지만, 그 개념이 조기에 전파되기만 해도 역사의 방향을 뒤바꿔 놓을 수 있는 것들이다.

물론 이처럼 현대인이 중세 사람에 비해 평균 수준이 높다 해서, 현대인 누구나 소설 속 주인공처럼 혁명적인 변화를 일궈낼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위 문단에서 언급된 사소한 지식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원리까지 명확하게 설명해 다른 사람을 납득시킬 수 있는 사람은 훨씬 적다. 게다가 이 이론을 현실에 퍼트리는 건 또 다른 이야기이다. 다윈의 진화론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발상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저항과 반발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인이 웬만큼 천재적이라도 모든 걸 알고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예시를 들자면, 21세기 초반으로 간 현대인이 스마트폰의 출시와 보급을 더 빠르게 하는 건 어렵지만[126]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중세시대에 떨어진 일반인이 전화기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전근대 수준의 이세계로 이동해, 현대 지식으로 성공을 거두는 현대인' 클리셰는 의외로 꽤나 오래 된 유형이다. 대략 19세기부터 등장했으며, 미국의 저명한 소설가인 마크 트웨인이 쓴 소설 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에서도 볼 수 있는 개념이다. 또한 일본에서는 지식 치트라는 말로 불리고 있다. 주로 까이는 시대가 중세라는 것도 비슷하다.

또한 이 문서에서 지칭하는 '천재'라는 개념은, 일반적으로 천재라고 할 수 있는 고지능자 혹은 창의성이 뛰어난 인물과는 거리가 멀다. 보다 단순히 이야기하자면 "천재 = 미래 지식을 알고 있다"와 같은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미래 지식을 활용한다고 해서 다 천재는 아니다. 예를 들어, 미래에서 회귀한 IQ 80의 저지능자가 "비트코인 오른다"는 걸 알고 수조 원 대의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해도, 이 사람은 천재라고 지칭할 수 없다. 애초에 이 문서의 표제 자체가, 천재라는 단어에 대한 대단한 고찰을 가지고 붙은 것이 아니다. 리그베다 위키 시절 이용자들이 나름대로의 인터넷 유머를 담아 지정한 표제어에 시간이 지나 계속해서 기여자들이 의미 부여를 하더니, 천재라는 말을 과대 해석하면서 문서의 길이가 늘어난 것일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봤을 때 현대인 천재론보다는 일본 이세계물에서 지칭하는 지식 치트라는 단어가 좀 더 이 클리셰를 지칭하는데 적합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0. 관련 어록

내가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있었기 때문이다.[127]
젊은이의 오만은 그들이 아직 삶을 통해 겸허함을 배우지 못했으며 사회 환경의 압력을 경험해보지 못했음에서 비롯된다. 젊은이는 스스로가 모든 것을 안다고 믿으며, 그 사실에 대해 의심을 품지 않는다.[128]
모든 세대는 자기 세대가 앞선 세대보다 더 많이 알고 다음 세대보다 더 현명하다고 믿는다.[129]
"천재들이 모두 미래에서 오는 거라면 그들은 과거 속에 있는 셈인데, 만일 이 과거의 사람들이 모두 바보라서 아무도 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경험을 전수해 줄 수 없다면,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천재가 될까?"
움베르토 에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中 '미래로 되돌아가는 방법'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어린이 뜻을 가볍게 보지 마십시오. 싹을 위하는 나무는 잘 커가고, 싹을 짓밟는 나무는 죽어 버립니다.
방정환

11. 관련 문서



[1] 사진의 정발 번역은 사실 오역으로, "기원전 20년이 서기 몇 년이지?"라는 멍청한 질문이 아니라 원문은 "영락제 5년이 서기 몇 년이지?"라는 식으로 연호가 들어갔다. 당연히 해당 역사 쪽에 통달하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다. 대한제국의 연호인 광무 1년이 서기 몇 년인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봤을 때 답해줄 사람이 적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2] Know Your Meme에 등재된 사진이다. 본래 러시아발 밈이 2019년 영미권에 수출된 것으로 2020년 트위터의 누군가가 "요즘 18살짜리도 세균이 뭔지 아니까 천년 전 의사들보다 더 잘 배웠다."라는 말에 대한 반박으로 올라오기도 했다.[3] 물론 현대인은 세균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으므로 과거 사람들보다 나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걸 어떻게 과거 사람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겠냐는 것이다. 당연히 과거에는 현미경이 없고 만들 수도 없는 만큼 세균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무엇보다 현미경의 핵심은 유리인데 그 유리를 가공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4] 현대 기준에서는 다소 모자란 인물이 내정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이고깽이 대표적이다.[5] 미성년자에 속하며 전문적 지식이나 세상의 경험이 성인에 비해 적다. 현대처럼 교육을 중시하지 않던 중세라면 그 나이대에 결혼을 하거나 당장 생계를 위해 일을 할 나이다.[6] 다만 평균신장은 현대인이 더 큰데다가 노화 속도는 훨씬 느리고 피부는 더 뽀야면서도 주인공은 작화상 미소년인 경우가 많으므로 외모 쪽에서는 오히려 현대인이 우위를 점하게 된다.[7] 동서를 막론하고 사극에서 어쩔 수 없이 허용해주는 게 고무밑창이다. 고무밑창 없이는 배우들이 영화나 드라마를 찍을 수 없기 때문에 겉모양은 옛날 신발이지만 밑창은 다 고무로 된 신발을 신고 촬영한다.[8] 중세 파리는 수십만명이 사는 큰 도시였지만 겨울이 오면 늑대 습격 사건이 종종 일어났고 이미 근대 문물이 가득했던 구한말에도 한양 도성 내에서 호랑이가 사람을 물어갔다.[9] 스텝, 사막, 물이 귀한 내륙지역 등. 이러한 경향은 현대 중국인에게도 남아있는데, 중국 내륙지방은 물이 귀한 경우가 많아 목욕이 일반화되지 않았으며, 이것이 현대 중국인 일부에게도 남게 된 것이다.[10] 과거의 인물이 현대로 오는 방식으로 시간대가 뒤집히긴 했지만, 비지터 시리즈에 이런 장면이 있다. 중세 프랑스에서 현대로 타임슬립한 몽미레일 영주 고드프루아와 그 시종 자크를 맞이하는 현대인들은 예외없이 중세인들의 몸에서 풍기는 악취에 코를 감싸쥐었다.[11] 그래서 강희제의 별명이 곰보황제였다.[12] 물론 바나나나 토마토/배처럼 현대의 육종에서조차 오랫동안 맛은 수량, 심지어 외형에 비해 후순위였기에 어느 정도 작물화됐다면 맛 자체는 현대와 큰 차이가 없거나 현대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13] 일단 이런 일을 할 만한 개념은 유레카로 유명한 아르키메데스가 발견했다.[14] 작물을 재배하고 콩과식물로 지력을 회복시키는 농법[15] 같이 밭에 심다가 익는 주기가 달라서 주작물이 된다.[16] 이 경우는 반대다. 자라는 시기가 비슷해서 섞여서 자란다.[17] 농사가 안정적이지 않으면 굶어죽는 게 전근대에 일상이니 자신들이 확인한 방법이 아니면 농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을테고 그 방법이 일제강점기까지 변형되어서 사용되지 않을테니 만약 도입되었다해도 일제강점기에 문맹율도 높은데 한문을 통해서 그 배웠을 가능성은 없으니... 이는 농민들이 지식이 대대로 전해진 것일 것이다. 문자가 아닌 구전으로... <조선반도의 농법과 농민>[18] 뒤에도 써있지만 암기력같은 부분은 오히려 뒤떨어진다고 본다.[19] 사실 영운기 항목에서 보듯이 개개인 힘으로 간단한 자동차 정도는 만들수 있긴 하다. 하지만 이 또한 이미 만들어진 부품을 조립하는 수준까지 가능한 것이지 개개인이 원재료만을 가지고 손수 부품을 하나하나 만들어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수준이다.[20] 다마스쿠스 강의 경우 칼날에 변곡무늬를 새기면서도 내구성을 갖기 위해 굉장히 섬세하고 정교한 갈기와 누르기 실력을 필요로 한다. 몇 년을 제련에 몸담은 전문가도 쉽게 하지 못하는 일인데 한낱 고등학생이 가능하리라곤 상상하기 힘들다. 또한 일본도나 환도같은 도검류 역시 강한 내구력과 절삭력 등을 갖추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 집중력을 요구한다. 즉 현실적인 고등학생이 알고 있는 '철을 검날 모양으로 만들고 담금질하여 굳힌다'는 표면적 지식으로는 검의 제조에 다가가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이다.[21] 이 지구상에서 알루미늄 다음으로 흔한 금속임에도 불구하고 철광석이 수입되는 이유가 이것이다.[22] 실제로 어느 시대에서나 광산업은 국가산업이다.[23] 철광석, 코크스, 석회석 등의 이용법, 탄소강 제작법, 용광로의 재질, 마르텐사이트 변태나 퀜칭(담금질) 등의 열처리 과정 및 기타 등등.[24] 용광로의 구조, 열처리(담금질) 과정에서 가해야 하는 정확한 힘의 산정 및 기타 등등. 이세계 기술력이 주인공보다 못해서 이 짓을 하는 거니 이계에 공작기계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다. 고로 아마 주조나 단조 및 기타 수기 가공으로 그 짓을 전부 해야 할 것이다.[25] 실제로 과거의 철강제품은 불량률이 매우 높아서 불량품이 나오면 다시 녹여서 과정을 반복해야 했는데 불량률 관리가 산업의 성패를 가늠했다.[26] 당시에도 양질의 칼이지만 패턴이 이뻐서 이쪽의 가치가 더 있었을 뿐이다.[27] 이 논리로 사장된 것이 MBT-70이다. 다만 후속 장비인 M1 에이브람스는 MBT-70과 가격이 엇비슷했다(...)[28] 냉병기 및 소총의 시대에 발명된 기관총, 냉병기 및 전장식 야포의 시대에 발명된 폐쇄기 등이 장착된 성능좋은 후장식 야포, 순식간의 이전의 전함을 고철덩어리로 만든 드레드노트 등 기술적인 면에서 한두세대 이상 앞서나간 덕에 누가 봐도 유용한 물건임을 알 수 있는 희대의 발명품.[29] 만약 현대인이 이세계인들에게 청소기를 소개하며 집안 청소가 편해질 것이라고 홍보를 해도 '내가 좀만 더 고생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이다. 그만큼 노동력 대비 돈의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30] 이론적으로는[31] 요리의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가 불 조절인데 스위치 조금 깔짝이는 것으로 조절할 수 있는 현대와는 달리 근대 미만의 문명에서는 시시 때때로 땔감도 보충 해주어야 하고, 바람을 불어넣는 것으로 불조절을 해야 하는데 이런 기술이 과연 고등학생이 더 뛰어날까? 아니면 일반적인 중세시대 주부가 더 뛰어날까?[32] 거짓말이 아니다. 배 한 척 띄워서 아주 질이 낮은 저질 후추를 수입하는 데 성공하면 그 '배' 값의 500배를 벌던 시대다.[33] 소금염전 문서를 링크해서 읽어보면 되고, 기름은 식용유 문서나 KBS의 다큐멘터리 요리인류 4편 '불의 맛'을 보도록 하자.[34] 드라마 대장금에서도 거상 최판술이 "큰 자금을 만들기에 소금만큼 좋은 것이 없다."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다.[35] 증기기관은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실용화되면서도 효율성 문제로 몇 번의 개량을 거쳐야만 했다. 일례로 뉴커먼이 만든 증기기관은 연간 1만 7천 톤의 석탄을 소모했지만 와트가 개량해서 만든 기관은 500톤으로 충분했다.[36] 심지어 왕족들 마저도 주로 하는 일이 몸 쓰는 일이 아닐 뿐이지, 조선시대 왕가를 비롯해 다양한 중세 왕족들의 일화를 보면 꾸준히 무예를 가꾸고 사냥을 나가는 등 활발하게 신체적 활동에 참여했다. 땅따먹기가 활발하던 시절의 유럽의 왕족이나 귀족들의 경우엔 아예 무인 출신들이 대부분이며, 현역 무인들이 무장세력을 일으켜 작은 나라 하나먹고 왕족으로 현역 활동하며 정복활동을 했었다. 한국의 경우엔 이화도 회군을 통해 조선을 세운 이성계는 왕이면서 현역 무장출신이다. 현대인은 50대 이성계가 휘두르는 주먹이나 칼을 못받고 머리가 쪼개질 텐데 유럽에선 이런 왕들이나 영주들이 흔했다.[37] 이 가정에는 찬반 논란이 별도로 발생할 수 있는데 현대의 나이프 파이팅은 대부분 민간차원의 복원이며 군대에서 가르치는 나이프 파이팅 또한 민간기술을 참고하여 만든 것으로 훈련시간과 훈련 내용을 고려 할 때 용기를 심어주는 용도이지 투기술로 분류할 만한 훈련은 아니다. 즉 합을 짜고 나이프를 반복적으로 주고 받을 뿐 칼을 대치 했을 때 용기를 심어주는 용도이다. 한국 외의 일부 나라에선 칼을 이용한 합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도 하는데 현실적으로 실전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보이지 않으며 미국, 심지어 이런 부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프라와 산업 규모를 가진 일본조차 군에서 나이프 합기술에 훈련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이런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하는 국가들은 군의 퍼포먼스를 홍보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러시아, 중동, 인도, 중국, 한국 같은 국가들이며 사실 차력에 가깝다. 이 합을 짠 차력쇼를 민간에 보여주면 남자아이들은 이를 환상적으로 보며 상상에 빠져들기 때문에 이런 훈련이 계속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조차 민간 커뮤니티 쪽이 더 훌륭하며 기술복원 또한 민간쪽이 더 실전에 용이하다.(예 유럽과 일본, 북미의 중세 전투 복원 커뮤니티와 그 기반의 각종 겨루기 대회 선수들) 실제로 현대전은 총기를 비롯한 화약 병기가 압도적인 중심을 차지하기 때문에 격투술이 보조 수준으로 밀린 것 뿐이지, 이를 상정하지 않고 오로지 냉병기 전투를 위한 교리를 짜기 시작한다면 또 달라질 수 있다.[38] https://www.nicovideo.jp/watch/sm10682105[39] 전근대 군대의 교육 수준은 처참했으나 당시 평민들은 더 처참한 경우가 많아서 심지어 징집병에 대한 인식도 그리 좋지도 않지만 그리 나쁘지도 않았다. 그래서 징집병들조차 평민들 사이에서는 종종 우두머리가 되기도 했다.[40] 진짜 공부가 목적이라 학교 수준보다 더 어려운 공부를 자발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당시에도 있었다.[41] 학교가 공부 목적으로는 진짜 시간낭비에다 학생들 수준이 쌍팔년도 시절 우리나라 대학생들 수준보다 전반적으로 더 비참해서 당시 미국 고위층 후손 중에는 학교에 대단한 미련이 없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42] 다만 그 시절 미국의 명문가 사람들이 혈통이 있어서 그런가 학력을 그렇게까지 따지지는 않았지만 최근에는 팩트로 따지면 고학력자 비율이 민중보다 높았다는 주장들도 있다.[43] 당장 현대의 근육 트레이닝법대로 일주일에 몇 시간만 투자해서 운동하고, 식단도 적절하게 따라주기만 해도 운동에 재능이 없는 일반인조차 몇 개월만에 몸이 좋아진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시간과 노력을 더 들여서 꾸준히 진행할 시 2~3년만에 충분히 근육질이 될 수 있다.[44] 사실 과학이 신체나 체육에 미친 영향은 정말 대단해서 절대적 능력만 보면 이서문같은 과거의 강자라도 현대의 강자를 이길 수 없다. 실제로도 과학화된 무술들은 과거 전통 무술들을 압도했다. 과거의 강자가 매우 낮은 확률로 엄청난 신체적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게 아니면 현대의 강자를 이기기 힘들다.[45] 그마저도 지능이 낮다면 평생 제대로 익히지 못할 수도 있다.[46] 통신수단이 미흡한 시대에는 군주같은 최중요 인물도 전쟁터 한복판에서 자기 자신은 물론 명령을 전할 가신을 지켜주며 싸워나가지 않으면 지휘 통솔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47] 참고로 동양권은 제외이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도 청결에 대한 관념이 있다는 것(대표 사례가 목욕탕)을 생각해보면...[48] 이그나츠 제멜바이스가 의사들이 환자를 보기 전 손 씻기를 의무화하려 시도했을 때, 의사들은 되도 않은 프라이드와 독한 약물로 손을 씻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그것을 거부했다. 그가 병원장으로 재직하던 때에 손 씻기를 의무화하자 병원에서 산욕열로 사망하는 산모가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의사들이 손 씻기에 반감을 갖고 그를 병원장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그를 정신병원에 처넣어 죽여버린 뒤 해당 규칙을 없애버리자 다시 산욕열이 기승을 부렸다. 후에 제멜바이스가 옳다는 것이 만천하에 알려지면서 지금같은 위생관이 자리잡기 시작했지만… 의사들의 패악질로 죽은 수많은 환자들이 다시 살아나지는 않았다.[49] '이세계 약국'이라는 소설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전생하기 전 저명한 약학 박사였던 주인공이 궁정 필두 약사였던 아버지가 폐결핵에 걸린 여황제의 치료를 포기하자 황제에게 청하여 자신이 치료약을 만들겠다고 나선다. 어린 놈이 뭘 할 수 있겠냐는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황제가 허락해줬지만, 자신이 화학식을 알고 있는 약품을 조합해 치료하자 아버지가 '결핵엔 치료제가 없는데 무슨 개짓이냐'며 무력으로 제지하려 하고 더 나아가 '네놈이 조합하려고 한 게 뭔지 답하지 못하면 그건 독이다'라고 하며 아예 마법으로 주인공을 공격해 죽이려고까지 든다.[50] 이는 기득권의 의료독점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근대 선교사 단체는 꼭 의료인을 1명씩 대동하고 다녔는데 사람을 치료해주는 것만큼 호감을 심기 좋은 방법은 드물기 때문이다. 즉 이교도가 가진 의료기술이 우리가 가진 의료기술보다 좋다면 사람들이 이교도를 따를 우려가 생기는 것.[51] 심한 곳은 마을 몇 개 거리 정도만 나가면 말이 안 통했다고 한다.[52] 실제로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삼국지 중의 적벽대전에서도 조조가 졌던 제일 큰 이유는 화공이 아니라 사실상 큰 강에 익숙하지 않은 육지인의 단점+지역의 풍토병 때문이다. 화공이 받아들여질만한 시작점도 애초에 조조군이 여러 이유로 수전에 약하기 때문이었다. 대규모 군대가 밀집되어 있으면 전염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기도 하다. 손권이 합비대전에서 참패한 이유도 수 만명의 대군이 모여 있는 와중에 전염병이 돌았던 것도 크게 작용했다.[53] 이 부분은 과학적인 사실과 약간 다를 수 있다. 현대에만 존재하는 SARS나 신종 인플루엔자, 에볼라 등의 바이러스성 질환을 과거로 가지고 간다면 대규모 감염사태를 일으킬 수 있지만,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의 경우엔 시대를 넘어가는 경우 전혀 의미가 없다. 항생제 내성이란 특성을 가진 세균은 무언가를 희생해서 항생제 내성이란 특성을 얻은 것이기에 항생제가 없는 환경에선 항생제 내성이 없는 박테리아에게 경쟁력이 뒤져서 사멸하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을 얻은 박테리아는 과거로 간다면 내성을 잃거나 생존경쟁에서 밀려서 사멸하게 될 확률이 높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막 개발된 1930년대면 내성 박테리아가 유리하겠지만 애초에 1930년대면 이미 현대라 이 문서에서 다루는 의미가 없다.[54] 환경 문제의 하나로 취급되는 수질오염과는 별개다. 그리고 자연 상태의 물이든 화학물질 등으로 인해 오염된 물이든 식수로 쓰기에 부적합하다는 점에서는 같다.[55] 이누이트, 유목민족이 날고기와 피를 섭취했던 결정적인 이유이다.[56] 이를 실감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인구가 도시에 살고, 라디오와 TV 인터넷 스마트폰 유튜브의 계속된 보급으로 인해 어지간한 지방 노인들조차도 외부 매체를 통해 표준어가 입에 익어버려서 사투리가 많이 표준어화 되었으며, 교육•정보 사각지대, 고립 등으로 과거의 억양을 담아둔 노인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57] 현대 영어에서 불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해서 프랑스어의 영향이 끼치기 전과 후의 영어는 완전히 다른 언어처럼 보인다.[58] 시험용, 실용 영어 위주로 배운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영어영문학과 출신이라고 해도 영어 발달사, 영어 음운변동, 중세 영문학 등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받쳐 주지 않으면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59] 2분 57초 부분부터 들을 수 있다. 네덜란드어와 비슷하다.[60] 3분 16초부터 들을 수 있다.[61] 현대 일본어는 5:01부터[62] 현대 시대 기준 해당 뜻을 가리키는 단어는 석방이다.[63] 과학(科學)이라는 단어는 본래 존재했지만, 과거(科擧)를 공부한다는 의미였었다. 1874년 경 일본에서 서구의 Science 개념을 번역하기 위해 이 표현을 사용했는데, 일본에서는 과거제도가 정착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과학을 과거시험과 연관시키지 않고 '분과학문'으로 연결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중국에서도 과거제도가 폐지된 1905년부터 Science를 과학으로 번역하기 시작했고, 그 전까지는 격물치지로 번역했다. 즉, 조선시대 한복판에서 과학을 중흥해야 한다고 하면 이미 과거공부 열심히들 하고 있다는 반응만 돌아온다는 것이다.[64] 물론 라틴어도 시대에 따라 변화했지만(예: IVSTITIA→Justitia), 이 경우는 시대에 따른 차이라기보다는 그냥 표기법이 다르다라고 봐야 할 것이다. 현대 라틴어에서도 j는 그냥 모조리 i로 바꿔도 아무런 하자가 없고, u를 v로 쓰는 것도 표기법의 차이로 이해할 만큼 변화가 없으니 다른 언어에 비하면 양반이다.[65] 과거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건너갔을 때 일본의 저명한 학자와 필담을 나눴다. 그런데 我們(우리)이란 표현을 쓰자 "나도 모르는 글이 있더라"며 학자가 혀를 찼다는 일화가 있다. 이처럼 한자를 잘 안다고 저절로 중국어를 구사하는 것은 아니다. 쉽게 말하자면 한자와 한문은 다르다. 다만 저 我們(간체로 我们)은 현대 중국어에서도 똑같이 우리라는 뜻으로 쓰인다.[66] 최재천 교수는 자신의 저서 '인간과 동물'에서 크로마뇽인 아기를 타임머신을 통해 현대로 데려와 길러도 아무 지장 없이 어엿한 현대인으로 자라날 것이라고 기술했다.[67] 유럽의 수학자들은 16세기까지 허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복소수 항목에도 나와있지만, 라이프니츠도 복소수의 존재를 가정하는 것을 대차게 깠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있어야 비로소 내용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68] 그런데 그건 지능 문제보다는 종교와 문화적 믿음 및 지식 부족으로 인정을 하지 않아서 그렇고 납득을 시킬 수 있다면 천재 학자들에게는 금방 추월당할 확률이 높다. 과거 사람들이 0이나 마이너스처럼 쉬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것도 멍청해서라기보다는 인정 자체를 안 해서 그렇다. 실제로 무리수가 인정을 못받은 사례가 있다.[69] 오래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중세 기준에서는 현대의 수학이 매우 낯설기 때문이라는 근거인데 현대의 초등학생에게도 중학수학은 낮설다. 하지만 공식만 알려주면 몇주내에 습득할 수 있는데 과거의 뛰어난 학자들이 못할 거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며 과거수학자들은 문제와 해만 써놔도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있고 실제 수학의 역사가 그렇다.[70] 그리고 순수수학의 발전도 기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이차함수 그래프로 포물선을 계산할 줄만 알아도 곡사포의 사거리를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다.[71] 기술을 중시하였지만 다른 전투민족들도 장인이나 기술자는 우대하였다. (실생활이나 전쟁에 필요하니까.)[72] 이는 학자로서 학자들을 그다지 우대하지 않았던 로마인들에 대한 경멸에서 나온 말일 수 있다.[73] 현대적인 행정학은 20세기에 와서야 탄생했다.[74] 당장 중세 초기부터 훈족, 아바르족, 마자르족 등의 유목민족이 중부 유럽까지 들어와 투닥거렸고, 유목민이 가진 가장 강력한 전투력은 궁기병의 스웜 전술에서 비롯되었다. 이 중 마자르족은 아예 동유럽에 정착해 궁기병에서 유럽식 중기병 전술로 바꿔나갔다. 그리고 유럽인들도 십자군 전쟁으로 중동에 진출해서는 현지 용병들을 고용해 궁기병을 운용하기도 했다.[75] 5.56mm 를 널리 사용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에 맞게 전술과 교리가 설계되었기 때문이다.[76] 학문 습득에 있어선 가장 진보적인데, 체제 유지나 습득한 학문의 적용에 있어선 제일 보수적이다.[77] 그나마 저 중에서 가장 가문의 급이 떨어지는 게 제갈량인데 중앙의 고위벼슬을 역임한 사람들을 배출한 가문 출신인 다른 세사람보다 가문의 급이 높지 않고 그나마도 본거지 서주에서 형주로 이주한 가문이기 때문이다. 제갈량의 숙부 제갈현부터가 형주에 이주한 후 가문들과 인척 관계를 맺고 당대 이름난 선비인 사마휘 휘하에서 제갈량의 준걸한 능력을 보여줘서야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고 한창 농사일을 하고 있던 제갈량을 유비가 찾아와 등용했다. 식자 계층인 제갈 가문조차 이런식으로 열심히 인지도를 쌓고 노력했는데도 이랬는데 현대인이 거기서 혈혈단신으로 명성을 쌓고 책사로 등용된다는 게 어불성설이다.[78] 그리고 제갈량, 사마의, 순욱, 주유 중에 흔히 생각하는 책사 같은 사람은 사실 한 명도 없다. 제갈량은 재상 노릇에다 유비가 출전할 경우 본거지 방어 및 보급을 했고 유비 사후에는 원정군 총사령관까지 했다. 순욱도 제갈량과 비슷한데 무관 노릇은 본거지가 털렸을 때 잠깐 했다는 정도의 차이뿐이다. 사마의는 문관으로 시작해서 이후 필요할 때마다 사령관으로 중국의 동서를 누볐다. 주유는 실제로는 그냥 장군이다.[79] 예를 들어 적들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기상이 나쁘다면 통신효과가 떨어진다.[80] 출처[81] 사실 전략게임에 따라서는 유닛의 사기치를 구현한 게임도 있어 이 수치가 떨어지면 명령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통제불능의 상태가 된다. 모랄빵 문서로. 근데 이것도 현실에 비하면 꽤나 순화하고 쉽게 표현한 거다.[82] 본진(혹은 주요인사)가 퇴각하는 동안 소수의 팀이 남아 저격하고, 적이 가까워지면 돌격해서 시간을 버는 짓을 계속하는 전법. 후위조는 그냥 죽게 되므로 아무나 쓸 수 있는 전법이 아니다.[83] RTS 게임으로 군대를 지휘한다는 SF소설로 엔더의 게임이 있는데, 거기서도 정말 뛰어난 아이들만 세심하게 선발되어 고도의 훈련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84] 일반적으로 당시 선진국들의 1티어 혹은 2티어 인재들에 비하면 수준이 낮았다. 심지어 한 5티어면 다행인 진짜 일반인인 사람들도 있었다.[85] 일본은 상대적으로는 나름대로 지식인인 사람들을 제대로 뽑았다.[86] 물만 해도 과거에는 기생충이나 모기와 같은 해충, 수인성 전염병 등이 해결되지 않아서 지금과는 달랐다. 현대 관점으로 유리하게 보이는 것도 과거 환경에서는 전혀 유리한 게 아닐 수도 있다.[87] 다른 폴리스 사람들이 보기에 아테네인들은 이런 것에 미쳐있었다고.[88] 굳이 조선이 아니라, 당나라 시절에도 있었던 일이다.[89] 필리핀의 어느 섬을 의미하는 말. 제법 연식이 된 문학작품에서 '여송연'이라는 말을 흔히 볼 수 있는데, 필리핀(루손 섬)산 담배라는 뜻이다.[90] 최소한 해당 지역의 치안권, 통치권을 가진 인물.[91] 히키코모리조차 일본 등 국민 개인의 소득이 비교적 높고, 일 안 하는 사람도 국가 차원에서 부양해 줄 수 있는 선진국에서나 가능한 유형의 현상이다. 일 안하고 방에 틀어박혀있는 사람을 먹여살려줄 누군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장애인, 고아 복지 수준이 국력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과 비슷하다.[92] 다만 유리 제조라인의 원리 자체는 간단한 편이나, 필요한 기술적 난이도 자체는 높다. 라인을 따라 유리를 성형하는 만큼 지속적으로 열을 공급해 주어야 하는데, 석탄이 상용화되기 전에는 이것이 매우 어려웠다. 또한 유리성형에 사용되는 장비 또한 1,300도(유리 용융점)에 계속 노출되어도 멀쩡해야 한다. 이론(고온 가마 속에서 유리를 대량 성형) 자체는 간단하지만, 산업혁명 이전에 도입하기는 매우 어려운 기술이다. 보통은 주인공이 산업혁명을 일으킬 것이지만...[93] 다만 등자는 그걸 설치할 수 있는 전용 안장이 필요하다. 고대 로마인들이 쓰던 부드러운 안장에 등자만 달아봐야 안장이 등자에 끌려내려가며 말등을 긁어버릴 뿐이다.[94] 현대 한국인이 흔히 하는 말로 '니가 왕이냐?', '손님이 왕이다.' 같은 말이 있다. 왕권신수설이 있는 중세 기준으로는 굉장히 불경한 말이다.[95] 다만, 가공이 어려운 소형 금속 부품이 많이 필요한 만큼, 시대적 한계에 봉착할 수는 있다.[96] 물론 구구단은 고대부터 있었고 귀족만이 외웠다. 구구단이 구구단인 이유는 9x9에서 끝나서가 아니라 평민이 들어도 알아듣기힘들게 하기위해 구구단을 거꾸로 외웠기 때문에 9x9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구구단이다. 즉 구구단을 배운 순간부터의 현대인 셈법은 과거엔 최소 귀족이상만 할 수 있는 셈법으로 당신이 과거나 이계에서 머나먼 확인할 수 없는 타국의 귀족이라고 주장할 때 구구단을 외는 것만으로도 신빙성을 얻는 방편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97] 조선을 다루는 소설과 달리 박율, 조태구, 남병철과 남병길 형제, 최석정, 황윤석, 홍대용, 배상설, 조희순 등 양반 유학자 집단이 수학이 시험인 잡과생 집단이나 평민 집단보다 수학 실력도 더 우수했다. 현대와 방식은 다르지만 과거에도 이미 십차방정식까지 풀고 있었다. 이는 별로 의미가 없다고 평가될 수도 있으나 현대에서도 앙력의 원리를 모르며 나비에-스톡크스 방정식으로 결과만 대충 때우는 것으로도 많은 걸 할 수 있다.[98] 비유가 아니라 과거엔 현대의 엘리베이터식 교육체가가 아니라 정말 특출난 사람들만 학자가 되었다.[99] 현대 대한민국의 예를 들면, 주인공의 옆집에 우연히 이재용이 이사를 왔고, 어찌저찌해서 이재용의 큰 호감을 얻은 후, 삼성그룹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다는 식이 된다.[100] Mythbusters의 "임기응변으로 대나무 대포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에피소드에서는 나름 전문가라는 세 사람이 3가지 재료를 구입해서 배합 비율을 몇 시간을 고민하고 몇십 번을 시도해도 상업용 흑색화약의 위력에 크게 못 미쳤다. 실험실에서나 쓰이는 1급 시약들을 배합해서 화약을 만들어도 만원짜리 폭죽 1발보다 못했다.[101] 비누의 원리 자체는 예전에도 알려져 있었다. 다만 재료(수산화나트륨)를 양산할 수 없어 보급되지 못하였다.[102] 다만 비교적 최근인 1970년대 황금기 시대의 복싱 최강자라 불리던 전성기 무하마드 알리를 지금의 2020년대 복서들이 이길 수 있을까라는 논쟁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이는 1950년대에 복싱 기술의 혁명가격인 슈거 레이 로빈슨 선수로 인해 복싱의 기본적인 틀까지 바뀌며 이미 복싱이 현대 복싱으로 진화 중인 시점이기도 했고 무하마드 알리가 현대 복싱을 마저 완성한 선구자라는 점도 있다.[103] 다만 지금도 널렸다. 고도화된 분업 때문에 티가 안 날 뿐이다.[104] 보통 이런 논리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스페인 정복자들이 남미 원주민들을 전염병으로 몰살시킨 일인데, 이 시대에는 어차피 백신 개념이 없었고, 남미 원주민들이 몰살당한 이유는 "더 강해진 병원균" 때문이 아니라 "처음 접하는 병원균"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자신의 저서 《총, 균, 쇠》에서 "남미 원주민들은 가축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유라시아 가축들이 갖고 있는 병원균에 대응할 수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으니 그쪽에도 나온다.[105] 심지어 중세시대에는 딸기잼을 좀 더 현실성 있어보이게 만든다는 명목으로 나무를 깎아 만든 딸기 씨를 딸기잼에 집어넣는 짓도 당연하다는 듯이 했다! 빵에 톱밥 등을 넣은 것도 밀가루 양을 줄이고 좀 더 현실감(...) 있게 보이게 하려고 했던 짓이다.[106] 다만,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라서 물이 부족한 것은 아니고 비상시에 물을 대량으로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해서 물이 부족하다는 반론도 있다. 이미 바닷물을 먹을 수 있는 물로 만들고 담수화 할 수 있는 기술력도 있다.[107] 원작을 바탕으로 한 2탄 격으로 2005년에 제작. 원작과는 내용이 상당히 다르다.[108] 이렇게 한다고 해도 당연하지만 그 생산량과 효율성은 현대 공장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아무리 공장제로 돌려도 수공업은 수공업이고 현대 공장들은 기계로 상당히 자동화가 되어 있다. 괜히 산업혁명이 인류 역사서 중요한 단계 중 하나라고 다루어지겠는가? 이를 따라잡으려면 기계나 동력원 등을 만들고 다루는 기술까지 습득해야 하지만 이게 과연 쉬울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109] 물론 과거 시대가 1~2차 세계대전 중이거나 냉전시기라면 현대국가가 미국이나 혹은 상위권 선진국 강대국이 아닌 이상 피해가 크거나 역으로 당할 수는 있겠지만, 자동소총은 세계대전 시기에 개발된 것이니 애초에 과거시대의 국가들이 자동소총 복제를 시도하지도 않을 것이고, 전장의 확장을 꺼리거나 전쟁의 참상을 서로가 알고 있어서 무력충돌을 하는 수준까지 가지도 않을 수도 있다. 결정적으로 이 시기는 현대라 불러도 무방할 시기이다. 다만 나치 독일이나 일제처럼 막 나가는 정신나간 국가가 바로 세계대전기에 존재했던 걸 생각하면 마냥 좋게 나갈 거라는 보장은 없다.[110] 한고제는 그 만리장성을 만들기 위해 차출되었다가 반란을 일으켰고 결국 진나라는 망하게 된다. 수나라 또한 대운하에 1억 5000만명이 투입하여 2700km에 이를 정도의 대 공사를 벌였고, 이런저런 대공사와 고구려 원정 실패로 30년 만에 망하게 된다.[111] 첫번째의 경우 머리 쓰는 건 확실히 나은데 육체 능력은 거기서 거기다.[112] 물론 영아 사망률이 높아서 평균수명이 많이 깎인 것이지 원시인들이라고 30살에 백발 노인이 된 것은 아니다. 40살 50살이라도 일을 해야 할땐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113] 단지 야금술이 없었던 것이지, 도기를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이용한 만큼 불을 다루는 능력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114] 맛이라는 건 생명(유전자)이 생존을 위해 가지는 본능이다. 달고 맛이 무엇을 느끼는 것이고 그게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보자. 이 정도면 능지니 뭐니 하는 수준을 넘어 이 엘프들이 생명이 맞긴 한건지부터가 의심이 들 판이다.[115] 대강 목록을 보면 알겠지만 전혀 유목인의 식탁이 아니다[116] 볶음은 기름을 두르고 익히는 것, 튀김은 끓는 기름에 빠뜨려서 익히는 것이다. 어느 쪽이 더 기름이 많이 들겠는가.[117] 2층을 지었다는 것은 2층에 올라간다는 뜻인데, 어떻게 지었을까?[118] 물론 이는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어떻게 보면 과거로 간 현대인보다 오히려 유리한 장점이 매우 많으나 그래도 어렵다.[119] 이 경우 오리엔탈리즘의 일종으로 무림의 무공, 특히 심법이 판타지 이세계의 무술보다 상위 호환이고 효율적인 기술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판타지 세계의 무술보다 우월한 무림의 무공을 수하에게 가르쳐주는 일종의 무림인 천재론과 유사한 클리셰가 등장하기도 하였으나, 이 역시 현대인 천재론의 범주에 속하지는 않는다.[120] 심지어 성경에서도 이를 경계하는 내용이 있다. 야훼가 내리는 복을 받으며 자란 천하의 삼손도 밤에 삭발당하자 바로 납치당해 노예가 되었다.[121] 실제로 중세의 대중목욕탕에서는 매춘이나 원나잇까지 성행했으니 자연히 성병을 포함해 온갖 전염병이 다 돌았다.[122] 코르크가 와인병 마개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7세기의 일이다.[123] 에스나 신전, 필라에 신전, 에드푸 신전, 덴데라 신전, 콤 옴보 신전[124] 신석기 시대에 토기 유물(빗살무늬토기)이 나오고, 신라시대 유물에 서역에서 온 유리병(경주 98호 남분 유리병 및 잔)이 있는 만큼 기술 자체는 다 있었다. 이미 지중해 선원들은 선사시대부터 대항해시대에 이르기까지 수천년간 물과 포도주, 올리브 기름, 곡식 등 온갖 물질을 배송하기 위해 '암포라'라고 불리는 손잡이 달린 도자기를 써 왔다. 심지어 값도 싸서 배송 후 내용물이 비워지면 빈 용기를 모항으로 도로 가져가거나 다른 걸로 채워서 가져가는 수고를 하지 않고 그냥 현지에서 깨서 버렸다. 다음 화물 배송을 할땐 새것을 또 샀다![125] 더 나아가서 '과거인이 더 뛰어난 거 아닌가?'라는 말까지 가끔 나오는데, 과거인이 현재/미래로 오면 더더욱 할 수 있는 게 없다. 학자들의 러브콜 덕분에 생계 걱정은 없겠지만(...) 그게 끝.[126] 사람들에게 새로운 개념을 주입하고, 시대를 선도하는 게 쉬울 리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에도 "일반인들의 삶에 별로 쓸모없는 제품이라 누가 사겠냐"면서 전문가들에게 혹평을 받았다.[127] 아이작 뉴턴. 거인들은 갈릴레이, 케플러 등의 수많은 그의 이전 세대의 과학자들을 뜻한다. 뉴턴이 처음 한 말은 아니고 당시 이미 관용구였던 것을 인용한 것.[128] 출처: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그러나 스스로가 모든 것을 안다고 믿는 것은 언어의 역사성, 유행 따위의 시대별 변화, 세대 차, 역사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129] 조지 오웰. 이는 새로움에 호소하는 오류와 전통에 호소하는 오류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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